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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특색을 넘어, 도시 그 자체에 매력 담아야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도시 브랜딩이 주는 힘은 단순히 관광 뿐만이 아니라 도시 정책홍보에 큰 줄기가 되고 그 도시를 생각할 때 나타나는 심볼이 되면서 나타난다. 이처럼 사람들의 머리속의 지도에 전북이라는 이름이 포지셔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 브랜딩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자 비즈니스 자산이다. 잘 짜인 도시 브랜드는 좋은 경제적 결과를 안겨주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도시가 브랜딩을 잘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도시 브랜드는 어떤 것일까? 단순히 디자인의 브랜딩 뿐 아니라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도시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얼마나 잘 소통하는가>이다. 그래서 많은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가 창의성과 사람들과의 정서적 교감에 집중한다. 도시는 오랫동안 인재, 투자, 관광객,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와 문화 및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써왔다. 이런 부문에서 성공한 도시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디자인된 도시이고 혁신을 받아들이는 곳이라는 점이다. 전라북도라는 지역을 방문객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로 브랜딩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경제학 용어 중 앵커링 효과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각인을 애기하는 이 효과는 일련의 정보가 선 주입될 경우 후 주입된 정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라북도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발은 현재 그 도시가 어떠한 캐릭터성을 띄고 있고 어떻게 주입되어져 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예부터 문화 예술 그리고 전통이 현대까지 살아 숨쉬는 지역이다. 이러한 특성을 살리어 전라북도는 최근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여행 체험 1번지 전북을 알리고 있다. 전북투어 패스 활성화 및 관광 콘텐츠 강화가 그 사례인데 다양한 체험 고급 숙박시설을 연계한 관광산업활성화 및 전통체험 프로그램 지원, 자연 친화적인 국민 여가 캠페인 등을 실행 중이다. 위의 마케팅활동은 전라북도가 관광산업의 도시로서 특색을 갖추기에 좋은 활동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적인 부가가치 창출은 지속적인 도시 브랜딩에 있어서 단기효과만을 창출할 뿐 지속적인 브랜딩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기업의 브랜딩 방식과 도시 브랜딩의 방식이 다른 탓이기 때문이다. 사기업의 브랜딩이 매출, SALES에 초점을 둔다면 도시의 브랜딩은 철학, 공감에 초점을 두고 서서히 소비자를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도 중점을 둔다면 현재보다 일관적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현재보다 명확한 도시 브랜딩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도시 브랜드는 반드시 혁신, 창의성, 정서적 어필 등과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들이 전하는 똑같아 보이는 메시지`에 지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도시 브랜딩을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고,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브랜드는 `도시의 DNA`와 같다. 사람마다 DNA가 다르듯, 도시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다. 전라북도가 이미 갖고있는 군산의 이성당, 전주의 한옥마을, 임실의 치즈파크 등 전라북도가 이미 갖고있는 구슬을 잘 꿰어 보배로 만들어 소비자의 인식상에 가고 싶은 지역, 영감을 주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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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9 16:53

애잔함을 넘어 당당함으로

유인수 인스코비 대표이사회장 고향 전주를 떠올리면 항상 애틋한 마음이 앞섭니다. 전주는 이름 그대로 완전한 고을입니다. 그러나 전라감영이 위치한 천년 고을이란 자긍심도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낙후의 대명사가 된지 오랩니다. 저는 대한민국 격변기인 1960년대에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난 지 40여년이 지났습니다. 몸은 고향을 떠나도 마음 한 조각은 항상 고향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전주와 나주를 칭하는 전라도에서 전주는 한동안 으뜸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중심축은 전남 광주로 옮아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북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검찰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까지 대거 발탁 되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몇몇 관료들 발탁만으로 전북 낙후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전북 발전은 이제부터입니다. 전북은 도약에 필요한 세가지 자산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주어진 자산을 인식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첫째, 전북은 미래 성장동력 산업인 바이오 생명공학의 메카입니다. 둘째,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거대한 기반시설 새만금이 있습니다. 셋째, 전북 밖에서 고향 발전을 염원하는 400만 출향 도민입니다. 전북에는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농업, 생명, 축산을 연구하는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전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한국 농수산대학 등 연구기관이 집적돼 세계 최대 규모 농생명 산업단지로 발전할 여력이 충분합니다. 더구나 새만금개발공사가 설립되어 새만금 내부개발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농생명 융합ICT는 최고 발전 분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면 전북은 구체적인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첫째,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전북 발전이 국가발전으로 연결됩니다. 새만금 개발, 스마트팜 조성, 농생명 과학단지 조성 등 전북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농생명 과학분야 등 전문가 그룹을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 경제 분야에서 리더를 육성해야 합니다. 셋째, 400만 출향 전북 인들을 결집시켜 전북 발전에 필요한 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전북 인들이 하나가 되어 앞서 언급한 과제들을 실현할 때 고향 전북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속에서도 당당하리라 확신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뿌리를 잊지 않는다는수구초심(首丘初心)처럼 출향 인사들은 고향 발전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뜻 나서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여러 모임이 활발합니다. 재경 전북도민회는 김홍국 회장과 장기철 상임 부회장이 적극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 전북 경제인 모임인 JB 포럼은 이연택 전 장관과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여자 프로골퍼 김자영 선수의 아버지인 김남순 한의원 원장은 전사들(전북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전북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신약 개발과 건강식품 등 바이오 생명산업에 종사하는 저도 전북 농생명산업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거듭 고향 전북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래서 고향을 떠올리면 애잔함이 아닌 자긍심 빛나는 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유인수 인스코비 대표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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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22 16:24

600만 전북인 시대를 연다

장기철 전북도민회 상근부회장 며칠 후면 설이다. 우리 출향인들은 고향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이번 설은 정치의 계절이라 정치이야기로 지샐 것이다. 자기가 사는 곳의 국회의원은 누구인 지 잘 몰라도 고향 국회의원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우리네 타향살이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자 소속감이다. 살기 팍팍하고 재미없는 지리한 이 겨울에 우리 전북인에게 낭보가 들린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야기이다. 전북인으로는 6번째 국무총리라지만 정 총리는 이전의 전북 출신 총리와는 격이 다르다. 여러 차례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거쳐 국무총리에 입성한 실세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정 총리를 다시 정치의 전면으로 불러온 것이다. 정 총리는 멀어져 갔던 대권의 꿈을 지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우리 전북인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삼부요인중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은 배출했지만, 대통령을 만들지 못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던 순창 출신의 가인 김병노 선생도 노무현의 정치 스승이었던 정읍의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의원도 가지 못한 대권의 길이 정 총리에게 활짝 열린 것이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말이 실감 나게 하는 요즘이다. 지난 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재경 전북도민회의 주관으로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번 인사회의 캐치프레이즈는 하나 되는 600만 전북인이었다. 산업화 시대에 뒤처져 있던 우리 전북인이 그동안 움츠려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180만 도민과 420만 출향인들이 단단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북의 르네상스를 이뤄내자는 소망이 담겨있는 것이다. 정 총리도 다음 날 곤혹스러운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이 자리에 참석해 우리는 전북인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을 한껏 고취해 주었다. 신년회에 참석한 많은 분이 우리 전북인이 600만이나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다. 네트워크 부재로 인해 우리의 인식 세계가 전라북도라는 좁은 공간으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에 생긴 부정의 착각이기에 씁쓸했다. 그렇다. 일제 강점기 때 마지막 인구센서스를 했던 1943년 전북의 인구는 170만 명이었다. 남북한 인구의 총합이 2500만명 시절의 전북의 위상은 6.6%. 남한으로만 따지면 11.5%.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가 5200만이니 전북인은 대략 600만 명이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네트워크로 이어지기만 하면 실로 대단한 인적 파워이다. 1948년 5월 제헌국회 때 국회의원 200명 가운데 전북이 11%인 22명이었다. 이웃 충남의 경우 국회의원이 19명에 불과했다. 72년이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의 전북 지역구는 고작 10명, 반면에 대전, 충남은 18명으로 제헌국회 때의 의석수를 지키고 있다. 이러니 우리 전북인들은 갈수록 작아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열패감에 휩싸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대 국회의 전북 출신 국회의원은 모두 전북 지역구 10명을 포함해 40명. 13.3%로 과거 전북의 위상을 지켜 오고 있다. 밖에 나가서 자리 잡고 성공한 우리 출향인 들이 고향 발전을 위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만 구축된다면, 다시 말해 600만 전북인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면, 전북은 더 이상 소외지역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 될 수 있다. /장기철 전북도민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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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5 16:11

예산도 사람이 결정한다

김양건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새해가 밝아 며칠이 지났는 데도 연말 여의도를 휩쓸고 지나간 상흔 때문에 차가운 바람만이 아직고 여의도 주변을 맴돌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2020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더니 급기야는 소위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법에 가서는 여야 의원들이 성탄절과 연말을 국회의사당에서 필리버스터를 하고 또 쪼개기 임시국회를 반복하고 있다. 전에 보지 못한 일이다. 본래 여의도의 가을은 없다고들 한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시간 이 빠르게 가고 바로 겨울이 와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겨울도 없는 여의도가 자주 반복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매년 예산심의가 끝나고 나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국비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 지에 대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해마다 기본 레파토리다. 언론에서 누구누구 실세 의원이 국가 예산을 얼마나 가져갔는지 비난하는 것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각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전북도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 장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전북도는 그런 사례가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2020년 국가 예산으로 7조 6천 58억원을 확보하고, 신규 예산도 320건에 걸쳐 4천 327억원을 확보해 2년 연속해서 7조원을 훨씬 넘는 준수한 예산 확보를 해 낸 것은 매우 다행이다. 제대로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그래도 예산심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우리 고향 전북도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금년도보다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없을까? 치밀하게 몇 가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 예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새해가 시작되면 벌써 다음 년도 예산 확보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안다. 정부 예산 편성과정에서부터 우리 전북도의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우리 지역 출신 공무원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남원 출신 공무원 모임인 남공회 회원들이 남원시 공무원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부처 예산 확보에 힘을 합하고 있는 것은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둘째는 우리 전북도 지역구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로 고루 배치되어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를 포함해서 예산 확보가 시급한 상임위원회에 우리 전북도 국회의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다수의 우리 전북도 지역구 의원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여 우리 전북도에 필요한 지역 현안 예산을 꼭 확보해야 한다. 셋째, 예산심의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각 상임위원회의 수석전문위원들과 입법조사관들의 역할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타당성과 적정성 등의 의견을 제시할 때 예산의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각 상임위원회에 우리 전북도 출신의 수석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산도 사람들이 결정하는 일이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이제 전북도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해가 지나면서 예산 당국과 해당 부처와 국회를 방문하는 것과 함께 지금도 이르지 않으니 일상적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촘촘하고 돈독히 해 놓을 것을 제언하고 싶다. /김양건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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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8 16:19

전라북도를 세계에 알려야 할 때 (1)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고대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가축과 자신의 가축을 구분하기 위해 낙인을 찍을 행위를 Brandr불에 태운다라고 불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브랜드(Brand)의 어원이 되었다. 영국 브랜드파이낸스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은 글로벌 국가 브랜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진국인 이탈리아(10위), 스페인(11위)보다 대한민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이 더욱 많다는 뜻이다. 2012년 17위에 비하면 매년 한 계단 이상 성장해 온 것으로 그 동안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그 결실을 맺는 시점이다. 국가브랜드는 국가의 품격이나 국가 이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소프트파워로 정의할 수 있다. 국가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외국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국민이나 기업의 제품, 그리고 서비스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국가브랜드는 국가정체성 강화와 국민 자긍심 고취, 비즈니스와 투자유치, 관광산업 육성 기반 조성, 대외 무역 증가를 통해 수출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큰 영향을 끼친다. 과거 국가 브랜드가 낮았던 시절에는 낮은 국가브랜드 파워로 상품 수출에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대외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이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지역 최근 성장세 평가에 따르면 전북은 총생산이 장기 추세 수준을 하회하고 성장률이 0%대로 둔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총생산이 2%대를 상회하며 성장세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전라북도에서 강점으로 꼽고 있던 상용차는 군산공장 폐쇄 여파를 입어 전망이 밝지 않아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전북본부는 내다봤다. 현 시점에서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 낸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의 어린이들이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사는 곳이라고 믿는 핀란드의 산타마을을 들 수 있다. 헬싱키 북방 800km에 위치한 소도시 로바니에비의 한 우체부가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어린이 편지를 답장을 한 것이 시초가 되어 북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산타의 전설을 살리고 투자한 덕분에 핀란드의 상징이 된 산타마을은 인구 6만여명의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해마다 50만명에 달한다. 산타를 콘텐츠로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들어 지역 자체를 강력하게 브랜딩한 것이다.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지역의 장소적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산타라는 차별화된 지역이미지를 창출한 산타마을은 지역주민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참여와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위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이제는 타지역과 차별화되는 전북만의 지역이미지가 무엇인지를 타진하여 지방정부와 주민이 주어진 역할에 따라 브랜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브랜드가 추진된다면 전북경제의 활성화와, 지역사회의 역동성을 제고시켜 전북경쟁력을 전체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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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31 15:40

군산에 희망을 안겨 줄 ‘얼큰한 맛’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홍합, 바지락, 돼지고기를 넣고 빨갛게 끓여낸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각종 채소와 오징어, 새우를 올린 푸짐한 고명. 탱글한 면발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바로 짬뽕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줄 소박한 음식으로 짬뽕만 한 게 없다. 그중에서도 전북 군산은 한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짬뽕 맛집이 많다. 군산시는 짬뽕시대로(路)라는 이름의 짬뽕 특화거리 사업을 추진할 정도다. 군산을 찾는 관광객도 지난해 511만 명에 달했는데 여기엔 짬뽕 맛을 보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군산 짬뽕의 역사를 보면 1899년 개항 후, 군산으로 진출한 화교들로부터 시작한다. 1961년 화교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는 외국인토지법이 제정되면서 화교들은 중식당을 열고 본격적으로 짬뽕을 팔기 시작했다. 군산은 바다와 육지를 모두 접하고 있어 농수산물이 풍부한 고장이고, 화교들은 다양한 재료로 군산만의 특색을 살린 갖가지 짬뽕들을 요리해 냈다. 최근 들어 군산 짬뽕을 쉽게 즐길 수 있는 라면이 개발됐다. 군산 지역 7개 농협과 군산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군산 짬뽕 라면이 그것이다. 군산의 특산물 중 하나인 흰찰쌀보리와 밀을 섞어 면을 만들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또 국내산 새우, 오징어, 홍합 등으로 시원한 국물 맛을 냈다. 필자가 직접 먹어보니 기존 라면보다 식감과 맛이 훨씬 좋았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보리와 밀을 원료로 해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맛과 건강까지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기준 보리 재배 농가는 약 3만 6천 호 수준이며 올해 보리 생산량은 약 20만 톤으로 평년 12만 톤 대비 약 1.6배가량 늘었다. 파종기부터 수확기까지 날씨가 좋아 재배면적 10a당 생산 단수는 지난해 341kg에서 올해는 457kg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보리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군산 짬뽕 라면처럼 우리 국민들이 국내산 밀과 보리를 활용한 제품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정부가 비축해 놓은 국산 밀을 희망업체에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밀과 보리의 소비촉진을 위해 국산 밀과 보리 활용 제품 공모전 등 홍보활동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특히, 국방부와 협의를 통해 군대에서 수입품이 쓰이던 밀가루, 튀김가루는 내년부터 전량 국산으로 대체된다. 이로 인해 우리 장병들은 된장, 청국장에 이어 밀가루, 튀김가루까지 건강한 국산 농산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군납 등 신수요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내년 2월부터 시행하는 밀산업육성법을 토대로 농가 지원과 국산 밀 품질 고급화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군산 짬뽕 라면과 같이 국산 밀과 보리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산밀, 보리의 소비시장 확대를 통해 이들 작목이 우리 농가의 든든한 겨울철 소득 작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군산 짬뽕 라면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어 대중화에 성공하고 군산 특유의 얼큰한 맛이 해외 수출로 이어지길 꿈꿔본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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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5 16:33

후손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최근 북한이 성탄절 전후에 핵실험과 ICBM시험으로 대미협상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12월 15일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방한하여 북한에 전격 회동을 제안하는 등 한반도 긴장 정세가 막판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설이 나돌던 한반도 정세는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해빙무드가 조성된 이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2차례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서 한반도 화해 평화에 대한 장미 빛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특히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가진 사상 최초의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양국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판문점 선언 재확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하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금년 2월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면서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혹은 중단이 합의되고 한반도 종전선언 등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단계적 방식의 입장 차로 인해 결렬되었다 이후 답보상태를 보이던 한반도 정세는 6월 30일 정전협정 체결 66년 만에 최초로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미정상간 극적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군사 분계선 북측지역으로 넘어가 북한 김정은위원장과 합동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회담 전후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어진 실무협상에서 상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게 되자 북한이 금년 말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잇단 단거리 미사일 도발로 미국을 압박하는 한편, 한국 문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 11월 18일 트럼프가 신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했으나 김정은은 초대형 방사포 연발사격 참관과 동창리 중대한 시험 실시 등으로 대응하였으며, 다시 트럼프가 김 위원장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북한 김영철은 우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반발하는 등 2년 전 의 대립갈등국면으로 회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어 왔다 나는 작년 가을 남북한간 대결 및 협력, 나아가 평화통일을 소재로 한 소설 답방 (해드림 출판사)을 썼다. 분단 100년을 불과 30년 앞두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면서 그동안 내가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들을 공상이라는 큰 그릇 속에 담았다 우리 세대는 비록 지난 70여년간 남북 민족상잔, 이념갈등, 상호반목, 국제사회에서의 자주권 약화 등을 겪으며 살아왔으나 후대들만큼은 통일되고 부강한 나라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예기치 않은 어느 한 순간에 커다란 변곡점을 그리며 발전하곤 한다. 어쩌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어온 국제질서가 지각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모쪼록 남북미 모두가 현 위기 상황을 담대한 자세로 평화롭게 풀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남북한 화해 및 협력이 이루어져 후대들이 희망이 넘치는 나라에서 바라는 꿈을 한껏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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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8 17:30

이제는 지방(脂肪)의 시대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지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영양소의 3대 요소중 하나인 지방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이젠 지방의 시대임을 얘기할 수 있는 때다. 먼저 들 수 있는 근거는 해외 시장전망업체들(Value Market Research, Top Key Player Forcast)의 시장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5년 후 지방 산업 규모는 2018년 95조에서 2025년 158조까지 급격히 커진다. 갑자기 지방에 대한 수요량이 급증해서가 아니다. 지방에 대한 소비의 가치가 점점 커질 거라는 얘기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천덕꾸러기 지방이 존재감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료에 따르면 신규 건강관련 오일이 다수 출현하고,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프리미엄 오일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은 식품이라기보다, 요리의 부재료에 가깝다. 무릇 식품이라 함은 인체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목적으로 섭취되는 것을 말하는데, 지방은 음식을 튀기거나 가열된 팬에 음식이 눌러 붙지 않게 하는 용도로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통조림을 채우는 충진재로까지 쓰인다. 그래서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유가 생산될 수 없었다. 글로벌 식용유지 제조 산업이 이에 맞춰져 있다. 대량 생산구조로 좀 더 값 싼 지방을 생산하기 위해 화학적 추출방식이 행해지고, 출처가 불분명한 원재료와 고온착유 방식이 행해진다. 그동안 지방은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으로 누명이 씌워져 있었다. 복부 지방이 생기는 원인이었으며 고혈압, 당뇨, 혈관 질병을 일으키는 장본인이었다. 이러한 등식이 깨진 것이 미국에서의 올리브유 유행이다. 비만, 당뇨가 사회의 질병으로 자리한 미국에서 지중해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올리브유는 먹으면 좋은 건강한 지방으로 여겨졌다. 그 후 올리브오일 시장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으며, 현재 미국 오일시장의 66%를 고급유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차지하고 있다. 지방을 좀 더 깊숙히 알고 나면 3대 영양소 중 하나가 지방(脂肪)이라는 점이 놀랍지 않다. 좋은 지방은 어릴 때 뇌 발육, 면역성에 관여하는 것에서부터 청장년기 성장, 피부모발 건강 및 항노화, 항당뇨, 항암, 노인 치매예방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원에 걸쳐 광범위하게 작용한다. 현대의료가 발달하여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혈압, 당뇨, 심혈관 등 만성질환들은 일상생활을 괴롭히는 복병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성인병의 주범으로 알려진 지방이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으로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좋은 지방은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으로 몸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올리브유가 20년 간 다른 건강오일의 위협 없이 세계시장을 평정해 왔지만 우리의 전통기름인 참기름과 들기름도 그 기능성에서 올리브유를 앞서거나 필적할 만큼 좋은 식품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많은 논문들에서 이러한 기능성이 확인된다. 식품분야에서 지방은 가장 늦게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식품산업 분야에 관여되어 있는 것이 지방이고, 지방(脂肪)의 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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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11 17:48

망양보뢰(亡羊補牢), 양을 잃으면 반드시 우리를 고쳐야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얼마 전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가 있었다. 첫 순서로 민식이(故 김민식) 엄마 박초희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붙잡고, 민식이처럼 스쿨존에서 사망하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정부와 국회는 스쿨존에 과속카메라와 신호등을 설치하기 위한 예산 1,000억 원을 추가 편성하였다. 민식이법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민식이뿐일까.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에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에는 양천구 빗물배수시설 사고, 잠원동 철거현장 붕괴 등 유난히 사고가 많았다. 작년 6월에는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노후 상가가 붕괴하는 일도 있었다. 2년 전쯤 밀양 세종병원과 제천 복합건물 화재는 수십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분명한 점은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발생한 주요 재난사고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의 안전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잠원동 철거현장의 감리자는 단 한 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고, 용산 상가는 붕괴조짐이 있다는 주민들의 수차례 민원에도 건물주와 관할구청 모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효성 있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학교, 병원, 공연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부터 불시점검을 수시로 실시하고, 내년 국가안전대진단은 약 10만개의 위험핵심시설 점검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는 직접적 노력 외에도 시장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안전정보의 공개가 그것이다. 예컨대 시설물의 점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시설주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안전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밀양 세종병원이 가연성 재료로 불법 증축개축한 사실을 환자들이 알았다면 어땠을까? 정부는 현재 생활안전지도에서 교통안전, 재난안전, 치안안전, 시설안전, 등 각종 생활안전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안전정보 통합공개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물의 안전정보를 매우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안전 선택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이 노력들은 시민들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지 않으면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 제천 복합건물의 비상구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양천 빗물배수시설 사고 당시에는 긴급한 위험상황을 전달하기 위한 사람도, 장비도 부족했다.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 속 안전신고를 위한 안전신문고, 스스로 점검개선하는 자율안전점검, 4대 불법 주정차와 같은 고질적 안전무시 관행 근절, 체험형 안전교육을 위한 안전체험관 등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 시민들이 공감하고 적극 참여해주기 바란다. 중국에 망양보뢰(亡羊補牢), 즉 양을 잃으면 우리를 고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양 한 두 마리가 늑대에게 희생되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속담처럼 소 잃고 후회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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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04 16:23

백제 유적지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로 웅비하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이 땅에 세워진 현존하는 탑 가운데 가장 오래된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이 있는 곳, 마(麻)를 팔던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서동요를 만들어 불렀다는 설화의 고향, 그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 전북 익산이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있고, 위풍당당했던 백제의 숨결을 품고 있는 익산은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 문화, 식품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한 허브로 발돋움 중이다. 익산, 더 나아가 전북과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먹거리 산업의 중심지로 이끌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식품산업의 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식품 시장 규모는 6조 3,520억 달러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4.4배, IT 시장의 6.3배, 철강의 6.8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7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 혁신성장의 핵심 분야로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익산에 조성했다. 지난 2017년 1단계 조성을 완료하고, 현재 국내외 중소벤처 식품기업이 입주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판매 중이다. 입주 기업의 판로개척과 마케팅 등 비즈니스를 돕는 지원센터, 기술 개발과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품질안전센터와 파일럿플랜트, 벤처창업을 위한 식품벤처센터 등 다양한 기업지원시설이 들어서 있다. 최근에는 식품산업의 반도체라고 할 수 있는 소스 산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소스산업화센터도 준공됐다. 이 시설들을 통해 입주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기술 개발은 물론 제품 생산, 판로개척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익산의 식품클러스터는 외국의 많은 식품 관계자들이 부러워하는 식품산업의 본산지다. 국가가 주도하는 식품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식품기업과 연구소 85개사를 유치하고, 16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식품기업에 품질 좋은 농식품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원재료 중계공급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청년들이 마음껏 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해 볼 수 있는 청년식품창업허브와 기능성식품가정편의식(Home Meal Replacement; HMR) 등 신(新)식품 개발을 돕는 기업지원시설들도 순차적으로 구축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식품산업은 국내 농산물 소비의 31%를 차지하고, 35만 명이 종사하는 일자리의 보고이다. 정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식품산업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 지원시설 확충, 연관 산업과의 협력 강화 등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다. 호남고속도로 익산 IC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방문하면 이곳이 미래먹거리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머지않아, 세계 식품산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식품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1400년 전 백제가 꽃피운 찬란한 문화가 바다 건너 일본의 아스카(飛鳥) 시대를 열게 했듯이, 익산 식품클러스터가 동북아를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로 힘차게 뻗어 나가길 희망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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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7 16:47

고향 길 단상(斷想)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지난 주 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고향가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항상 그러했듯, 이번에도 마음속에 가벼운 설렘과 푸근함이 일었다. 차창 밖을 보니 지난 여름 푸른 숲을 이루었던 나무들이 어언간 울긋불긋 단풍으로 갈아입고 늦가을 문턱에 들어서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단풍 잎을 떨쳐버리고 하얀 겨울 속 깊은 동면에 들어갈 태세다.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 사이로 문득 88년 서울올림픽 때 중국 국가대표선수단 임원들을 안내해 용인 한국민속촌을 참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일행 중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던 한 사람이 스쳐가는 고속도로 주변 숲들을 보며 전쟁 때 폭격으로 모든 산들이 처참하게 파헤쳐져 나무 한 그루 없었는데 언제 저렇게 우거진 숲을 이루게 되었는가?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 했던 장면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강국이 되었으나 불과 60여 년 전인 1950년대만해도 산림 총량이 현재의 5%에 불과했으며 벌거벗은 민둥산 비율이 50%에 육박하였다. 어릴 적 동네 산에 올라가면 떨어진 나무 잎까지 갈퀴로 싹싹 긁어가 땔감으로 쓰는 통에 땅의 붉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본 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전국의 산들이 완전 황폐화 되었던 것이다. 해방 이듬 해인 1946년에 식목일 행사가 시작되어 막대한 양을 조림했고 1960년대까지도 벌목을 막는 엄격한 형벌규정이 있었지만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어 산림 황폐화를 막지 못했다. 1973년부터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여 매년 봄이 되면 전국민은 물론 정부기관, 단체 및 학교가 동원되었다.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동안 속성수(速成樹) 중심으로 조림 목표량을 4년 앞당겨 달성한 후, 1979년 제2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때는 경제수(經濟樹) 조림 비중을 높였으며, 인건비 등 비용 상승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자연 휴양림 조성 등으로 정책 방향을 옮겼다. 그 결과 오늘날 전국에 숲이 우거져서 산 오르기가 힘들 정도이고 맷돼지들이 민가로 나와 폐를 끼쳐 골치가 아플 지경이 되었다. 녹화사업을 위한 전국민의 노력과 함께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 농촌인구 감소 등의 영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불현듯 어릴 때 학교 식목행사로 함께 산에 올라 나무도 심고 해충도 잡았던 옛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 벌써 누구는 교통사고로, 누구는 못쓸 병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특히 같은 반 내 옆 짝꿍으로 앉았던 한 친구는 수업시간에 내가 선생님 질문에 일어나 답변하고 앉을 때 내 엉덩이 밑에 연필을 세워 연필심이 엉덩이 살에 박히게 했는데 몇 년 전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언젠가 만나 회포를 풀며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는데 말이다 기타 어릴 적 나에게 연을 만들어주었던 동네 형, 나를 많이 따르던 이웃 동생들, 찐 계란 하나라도 더 주고자 했던 전주 하숙집 주인 등 오랫동안 못 보았던 얼굴들이 떠오르며 아련한 그리움에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감긴 눈앞에 지난 여름 영면하신 큰 누님의 웃음 띈 인자한 모습이 나타났다. 누가 그랬던가 자녀가 많은 집안의 큰 누님은 어머니와 같다고. 큰 누님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려온다. 믿는다. 지금쯤 아무 고통 없는 천국에서 평소처럼 해맑은 웃음지으며 즐겁게 지내실 거라고.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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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20 18:03

윤정희 대배우의 알츠하이머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윤정희는 1960~1970년대를 스크린의 여왕으로 군림한 대배우지만 실제로 영화를 통해 본 적은 없었다. 남정임, 문희와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였다는 사실만 기사로 접했을 뿐이고 신트로이카인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에 이르러서야 고작 초등학생일 무렵 등하굣길 옆 담벽에 붙은 영화포스터로만 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윤정희라는 배우에 대해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느끼는 향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당시 한국영화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자식 때문에 희생하는 여성들만 가득할 때였다. 이 때 윤정희라는 당돌한 여배우는 가련한 역할은 물론이고 백치미부터 세련된 지적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냈다고 한다. 그 당시 영화를 본 분들의 뇌리에는 그때의 윤정희 배우 모습이 아직도 살아 있다 하니 사람들에게 준 충격과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이 된다. 그런 분이 지금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이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고, 진행하면서는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이 동반되다가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한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치매환자 한 명으로 인한 가족의 희생과 사회적 비용의 크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마을 전체를 치매환자들이 사는 공동체로 만든 곳이 있을 정도로 사회안정망도 발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태다. 때문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돌보는 현실이 다른 신체 장애나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것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알츠하이머는 다른 만성 질환보다도 훨씬 더 가족을 파괴하고 더 큰 재정적, 사회적, 감정적 희생을 만들어 낸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공개했었다. 예전에 암 수술을 받았지만 정상적이고 건강한 생활로 돌아갔던 것과는 다른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직은 괜찮다고 느끼는 지금, 불행하게도 내가 앓는 알츠하이머가 점차 심해진다면 가족들이 힘든 경험을 할 것입니다. 이제 나는 내 인생 황혼기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알츠하이머는 주로 고혈압, 당뇨, 높은 콜레스테롤을 원인으로 본다. 과음, 흡연도 요인이 된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는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는 들기름, 아마씨, 올리브유를 섭취하고 옥수수, 홍화, 해바라기씨 기름은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평소 들기름을 먹지 않던 일본에서 들기름 열풍이 불었던 이유도 바로 치매 예방 효과 때문이었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되면 어린아이가 되어 간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헌데 환자들의 기억이 점점 좁혀들어 가더라도 계속 남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한다. 내 생애 봄 날은 간다라는 노래처럼 모든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행복했던 봄 날의 기억은 아스라한 추억처럼 사라져 가는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봄 날의 기억은 점점 또렷해지고 강해지는 한 줄기 끈이 된다. 아무리 힘들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때에도 우리를 살게 만드는 힘이 바로 자신의 행복한 기억에 있음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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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3 17:01

앞으로 10년, 우리경제의 골든타임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요즘 경제뉴스를 보면 어두운 소식들이 많다. 2% 성장 불확실, 디플레이션 우려, 수출 감소 등이 헤드라인에 위치한다. 한쪽에서는 나랏돈을 풀어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답일까? 모든 경제문제는 현 상황의 진단에서 출발한다. 요즘 좀 어려운 것인지, 앞으로 계속 어려울 것인지, 즉 경기적 현상인지, 구조적 현상인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해당한다.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성장둔화 등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어려움도 크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가 문제다. 어린이와 노인을 제외한, 실제 일할 수 있는 인구인 생산가능인구가 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근로자 한 사람이 점점 더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한편 세계경제는 공급과잉의 덫에 빠져있다. 쉽게 말해 물건이 남아돈다. 인구감소로 소비여력은 줄어드는데 기술혁신으로 생산품은 넘쳐나, 가격이 떨어지고 기업들은 이윤을 내기 어렵다. 유통업계를 호령하던 이마트도 쿠팡, G마켓 등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들도 위기에 처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이른바 수축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 정해진 답도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지식인들과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돈을 쓰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경기가 과열되면 반대로 나라 곳간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정부재정도 결국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인구감소 대응,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으로 전체 인구는 줄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고령자의 취업을 장려하고 평생직업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정부가 정년연장을 검토하는 이유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부담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먹거리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산학의 노력도 필요하다.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도 더욱 두터워져야 한다. 승자독식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지도층과 대기업부터 사회적 공헌과 양보를 실천하고, 공존과 타협의 문화도 정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이른바 수축사회를 맞아 경제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인구가 줄어들기 전까지, 향후 10년이 우리경제의 골든타임일 것이다. 필자는 우리가 지난 100년간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갔듯이 다시 한 번 난관을 극복하리라고 본다. 이미 지역에서 희망적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군산에서 GM공장 폐쇄의 아픔을 딛고 노사정이 협력하여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군산형 일자리 모델이 탄생했다. 광주, 구미에 이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다. 이러한 성공사례가 전국에 확산되어 위기 극복의 모범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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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6 17:04

지역·사람·행복을 잇는 사회적 농업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덕유산 자락에 위치한 무주군의 자랑을 꼽으라면 단연 천혜의 청정 자연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이 있고,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밤이 되면 별빛이 쏟아지는 심심산골에 전교생 수가 1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중학교가 있다. 올봄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가을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진로체험을 마을 농가에서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반햇소(축산업), 호롱불마을(노지 농업), 진원반디길마을(시설 농업) 등 무주 지역을 대표하는 농가를 방문해 농업에 대한 탐색과 체험의 기회를 갖는다. 한편, 섬진강변에 위치한 임실의 한 마을에선 어르신들이 계절마다 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야생화를 채집해 시들지 않는 꽃, 보존화(preserved flower)를 만든다. 완성된 작품은 마을기업인 영농조합 법인을 통해 판매한다. 또한 범죄 피해 가정의 여성과 자녀 등 원예치료를 위해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밭일을 한다. 어르신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하신다. 무주의 학생들이 고향을 조금 더 알아가는 것. 임실의 어르신들이 농촌에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일들은 주변의 이웃을 돌보면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노인과 취약계층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농업을 통해 돌봄과 교육, 일자리 등을 나누면서 마을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농업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회적 농업 시범 농장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전국 18개 농장 중 전북에 3곳의 사회적 농장이 있다. 이 농장들은 탄탄하게 구축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완주의 사회적 경제 조직 가운데 한 곳은 발달장애 아동 재활 서비스 기관과 협력해 두레농장을 운영한다. 작년부터 두레농장에서 마을 어르신과 발달 장애 아동 가족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 채소 재배와 요리, 판매 활동을 함께 하며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또 어르신들은 꾸준히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덤으로 얻게 된다. 농촌에서 만끽하는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 농산물을 심고 재배하면서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까지 이 모든 것이 사회적 농업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농업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농촌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장애나 연령에 관계없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달 국회에서는 사회적 농업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농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앞으로 정부는 더 많은 사회적 농장이 만들어지고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사회적 농업을 확산하기 위한 정부의 이런 노력과 함께 농업과 복지교육 분야 간 협력도 더욱 강화되어 성공적 사례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 농촌이 취약계층을 포용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변모하길 기대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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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30 16:06

중국의 꿈, 이루어질 것인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중국은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253억 위안( 약 4조2천억 원)을 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군 열병식과 군중 대행진 등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70년 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저뚱은 통일 후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고 모두가 함께 일하며 평등하게 잘사는 공산사회 건설을 표방했다. 그리고 모든 개인 재산을 몰수해 국유화하고, 전국을 인민공사로 재편해 공동 노동 균등 분배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려 몇 년 만에 전국적인 물자 부족으로 3천여 만 명이 굶어 죽는 대참사를 빚었다. 후임 실권자 떵샤오핑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게 최고다 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인 경쟁과 사유재산 허용으로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후임 지도자들에게도 이를 지속 추진토록 하여, 30여년 만에 중국을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발전시켰다. 2012년 11월 새 지도자로 선출된 시진핑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2049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의 꿈을 제시하고,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과 함께 2025년 까지 IT 신소재 로봇 등 10대 전략사업 발전 계획을 수립, 박차를 가했다. 또한 경제대국에 걸 맞는 대국 외교정책과 군사강국을 목표로 해공군 전투 역량 강화 및 첨단 무기개발에 진력했다. 그러나 이는 패권국가 미국의 반발을 불러 왔는바,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전보장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2018년 7월 대중국 수입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시작으로 경제, 과학기술, 안보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거기에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빈부 격차, 부정부패, 소수민족 독립 움직임 등 많은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홍콩의 반중국 시위 등으로 불안정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번 건국 70주년을 맞이한 중국정부는 사회 전반에 걸친 통제 강화와 애국심 고양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그 간의 발전성과 부각으로 국민들의 사기를 고양시켰다. 특히 열병식에 각군 장병 1만5000여명을 동원하고 최신 군용기 160여대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東風-41을 비롯한 첨단 군사장비 580대를 공개하는 등 강력한 국방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시 주석의 연설을 통해 중국의 꿈 실현을 재차 강조하면서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중화민족의 진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과연 중국은 안팎의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부흥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여하는 21세기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핵심사안임은 물론, 안보 미국 경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미중 관련 문제 발생시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대처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우리 교역의 1/4을 점하고 있는 중국이 작금의 미 일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언제든 경제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은 물론, 미국의 우리에 대한 안전보장 역시 약화 또는 철회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국가 핵심이익을 정하고 이의 수호를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자립자강을 통한 국력 증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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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3 16:31

고향에 대한 편견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대를 초월한 대 문호 셰익스피어는 한 때 영국 런던의 글로브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을 공연했던 글로브 극장은 관객석이 3000석 정도로 국왕 내외가 공연을 보러 오는 큰 규모의 극장이었으나 갑자기 화재로 소실되게 된다. 이 일이 있고난 뒤 셰익스피어는 다시는 희곡을 쓰지 않았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쓴 시에는 이때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한 여름의 열기도 더 이상 두려워 말라, 휘몰아치는 사나운 겨울의 폭풍도 또한 두려워 말라. 그대는 이 세상의 과업을 다 끝냈도다. 집으로 돌아왔도다. 품삯도 받았도다. 셰익스피어가 긴 인생의 항로를 끝내고 고향 집으로 돌아와 편안해진 감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셰익스피어는 고향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은 것만은 아니어서 조롱과 비난에 휩싸였으며, 엄청나게 애정을 쏟았던 아들을 이미 잃은 뒤였다.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번쩍이는 번갯불도 더 이상 두려워 말라. 모든 무서운 우르렁 거리는 벼락도 두려워 말라. 어떤 비방과 경솔한 비난도 두려워 말라. 그대는 기쁨도 슬픔도 끝내 버렸으니 모든 젊은 연인들은 끝내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말리라. 고향에 도착한 셰익스피어에게 고향이 어떠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올 이즈 트루라는 제목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년을 그린 작품이다. 흔히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죽기 전에 고향을 떠 올리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생각해 본다. 하지만 고향이 생각만큼 다정하거나 편안한 곳이 아니라는 점에 새삼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타향에서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긴장 속에서 온갖 시련을 견뎌낸 사람일수록 더더욱 고향은 각별하고 위안의 대상처럼 자리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고향을 찾아 오는 사람의 일방적 짝사랑일 뿐이다. 고향은 이들에게 다시 새로운 인내를 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에게 마저 고향은 어려운 시험 같았고, 인내심과 시간을 필요로 했음이 이 드라마에서도 보여진다. 어쩌면 고향은 타향에서 임무를 완수했을 때 조용히 잠을 자러 가야 하는 곳으로만 존재한다면 작은 삶을 지탱해온 커다란 슬픔 같은 인내가 치유되는 공간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만 보면 고향은 또 하나의 냉혹한 현실이고 경쟁의 영역일 뿐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고향은 좀 더 편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고향은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곳이고, 어린시절을 형제,친구들과 함께 보낸 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고향은 존재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저마다 고향이 있고 그 곳에는 늘 의지가 되는 뭔가가 있는 곳이다. 셰익스피어의 시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구는 그대에겐 갈대도 크나큰 참나무와 같거늘 이라는 대목이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믿음을 가지고, 작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간다면,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참나무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고향은 항상 묵묵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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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6 17:10

청년, 우리 청년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과 친척 어르신들은 다른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궁핍했던 과거에는 공부에 뜻이 있어도 대학이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어른들 눈에 요즘 학생들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행복한 세대일 수 있다. 요즘 애들은 고생을 너무 모른다거나, 세상이 좋아져서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모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근거로 요즘 청년들이 오히려 과거보다 부지런하며, 생활시간 중 최장에 가까운 시간을 학습시간과 노동시간에 할애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요즘 청년들 정말 바쁘다. 대학에 입학해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점, 영어, 인턴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직장에 가서도 새로운 전문지식 습득과 조직생활로 쉴 틈이 없다. 청년들은 오히려 반문한다.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우리 경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법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소득격차는 심화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힘들지만, 청년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유독 크다. 지식기반 산업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신규채용은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와중에 집값은 계속 올라 부모나 은행의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은 어떨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줄곧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제도로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창의성과 사고력, 사회성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다른 교육열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덩달아 노동시장에 필요 이상의 고학력(over qualification)을 양산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 종합적인 청년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하고, 국무조정실에는 청년정책추진단을 설치하였다. 국회에서도 청년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청년 기본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앞서서 청년 기본조례를 만들고, 일자리, 주거, 교육 등을 포괄하는 시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 무엇보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통합적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년의 참여와 권리보장도 구색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작년 3월에 마련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같이, 직접적이고 체감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교육제도 개혁, 주거복지 강화 등 사회구조의 변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회, 그리고 노력해야 성공하는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흙수저, 헬조선, 노오력, N포세대 등 자조 섞인 말들이 가득하다. 인생 선배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뛰어난 정신력과 성실함, 촛불시민운동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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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9 15:48

우리고장 핫(hot) 플레이스, 순창 장류마을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오래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술, 친구, 장맛을 꼽는다. 내 기억 속 장맛은 어머니가 장독에서 퍼오신 고추장과 갓 짠 참기름을 버물려 먹던 비빔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맛은 발효의 미학이다. 인간이 먹는 음식의 3분의 1은 발효된 음식이다. 놀라운 건 발효와 부패가 한 끗 차이라는 점이다. 미생물의 효소가 유기물을 분해해서 유용한 물질을 만들면 발효, 유해한 물질이 되면 부패이다. 일의 과정에서 드러난 아주 작은 차이가 종종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우리의 인생사를 닮았다. 우리 한식의 든든한 버팀목인 장류 삼형제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다. 된장, 간장은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모두에 있다. 고추장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조미료다. 간장이나 된장이 우리조상의 식탁에 오른 것은 1,200년 전인 통일신라 초기로 추정하고 있다. 고추장의 원료인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했다는 기록이 광해군 4년(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타난다. 고추장 제조법은 영조 42년(1766년)에 유중림(柳重臨)이 간행한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등장한다. 이 시기에 우리 선조들이 고추장을 애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추장은 재료와 만드는 법에 따라 다양하다. 예로부터 보리고추장약고추장팥고추장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매실, 마늘, 딸기고추장으로 변신 중이다. 지역은 해남순창진주의 고추장이 명성을 얻었다. 이 중 순창 고추장은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하다. 식욕이 떨어진 영조의 입맛을 사로잡은 순창 조씨의 고추장 일화는 그 유명세를 짐작케 한다. 순창 고추장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발효이다. 순창은 겨울철 기온이 따듯해 고추장의 품질을 좌우하는 효모균의 번식에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섬진강 상류의 지하 암반수, 햇볕에 잘 말린 태양초는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순창 고추장의 명맥을 이으려는 순창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다. 순창군은 고추장의 주원료인 콩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고, 정부와 협업하여 논에 콩 등 타작물재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순창군은 논콩재배 농가에 1ha당 총 38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참여농가는 1,926곳, 장류업체 구입액도 31억5천만원에 달한다. 이는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은 물론, 벼농사 보다 소득을 1.8배 올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더 나아가, 장류 1번지라는 순창의 브랜드에 체험프로그램, 지역의 관광명소, 숙박시설을 연계한 체류형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정부가 농가소득 제고,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농업 6차산업이 정책배경이다. 1차 농산물을 가공하는 2차, 여기에 체험, 숙박 등 3차 산업인 서비스를 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지난해에 6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순창은 핫(hot)한 고추장만큼이나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체험할 기회가 있다. 오는 10월 18일부터 3일간 순창장류 축제가 열린다. 가족들, 친구들과 순창에서 세상에 하나 뿐인 고추장 레시피를 만들어 보자. 더블핫(hot hot)한 추억은 덤일 것이다. 비록 놀부는 화초장 이름은 잊었지만, 여러분은 순창 고추장 맛은 잊지 못하리라.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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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2 16:45

역지사지로 한일관계를 생각한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추석 전 두 동생과 김제 선산을 찾았다. 선산은 산 중턱에 자리해 맑은 날 지평선 너머 바다가 뚜렷이 보인다. 성묘를 마친 후 광활한 지평선을 바라보니 문득 옛날 중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성묘 후 바다 쪽을 바라보시며 저 서해 건너에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있는데 6.25전쟁 때 우리와 싸운 적국이어서 갈 수가 없다. 우리와 저 넓은 중국과 왕래하며 장사를 하면 좋을 텐데... 라고 하셨다 그 후 나는 중국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 때 중국어문학을 전공한 다음, 미수교 상태였던 1991년 코트라 베이징지사에 파견 근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중국 관리와 대화하면서 옛 이야기를 하며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서해 바다 건너편 큰 나라에 오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흥미 있게 들은 뒤 그런데 중국에서 보면 바다가 동쪽에 있으니 서해 아닌 동해이다 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기본상식을 새삼 깨달으며 당시 쟁점이었던 한일간 바다명칭 관련 문제를 생각했다 1992년 한국은 유엔에서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해도집(海圖集)에 한일 사이의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해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 결과로 퍼진 호칭으로 동해로 표기해야 하나,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일본해로 할 것을 주장했다. 물론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까지 오고 있다 한국에서 볼 때 동쪽에 있는 바다는 분명히 동해이며 일본해 라는 명칭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도 자기 서쪽에 있는 바다를 동해라 부를 수 없다면 서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되 그 이전에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어 오랜 세월 많은 교류 협력과 여러 갈등이 있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해 일본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한국이 강경 대응하면서 최악의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일관계 관련 1998년 10월 7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일 때 격렬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 천황폐하라는 존칭을 썼다. 그리고 다음날 일본 국회연설에서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후 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 일왕은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라고 속(續)일본기에 기록돼있는 사실에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왕가의 뿌리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일왕 스스로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위의 예처럼 양국이 역지사지의 상호 인정과 반성으로 심기일전해, 통 큰 화합의 미래로 나갈 수는 없을까? 마침 내년 7월은 동경 올림픽이 열리고 8월엔 우리 광복 75주년과 한일 병탄 11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역발상하여 한국이 동경 올림픽 성공을 적극 돕고, 일본은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면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우호협력 협정을 체결하면 어떨까? 그런 다음 가까운 시일 내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의 익산 백제유적지 방문이 이루어지면 좋지 않겠는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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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25 16:28

남의 시선은 인생의 땔감이 될 수 없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10년 전쯤의 일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 살고 있어 주말이면 매번 가는 곳이 고창이지만 고창읍성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자고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었다. 더군다나 고창읍성에 읽을 책을 들고 간다니 고창에서 나고 자랐지만 처음 일이었다. 참고로 그즈음 고창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있었고, 햇볕이 가장 맹렬할 때 두 손 가득히 책을 들고 고창읍성 매표소를 통과했다. 고창읍성 입구에 문화유산 답사를 온 듯한 40~50대 20여명이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게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설명하는 해설사와는 좀 떨어진 성벽 그늘에 서서 연신 손부채를 부치고 있었는데 해설사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이다. 그렇게 생각된 이유는 그 한 무리의 사람들 시선이 갑자기 내게 쏟아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 낮에 땀을 흘리면서 한켠에 책을 가득 끼고 걸어오는 사람에게 무리의 호기심이 발동된 듯하다. 급기야 문화유적해설사 까지 돌아서서 나를 쳐다 봤다. 마치 읽지도 않을 책을 멋으로 끼고 온 사람처럼 몸이 쭈뼛해지고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책을 읽으러 온게 맞다는 표시로 손을 고쳐 잡았고, 무리의 시선을 지나쳐 언덕을 올라갔다. 뒤통수에 모아진거 같은 관심이 사라질만한 곳까지 긴장감으로 고창읍성 문을 통과해야 했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데 혼자 울트라 오버액션을 했다는게 나중에 밝혀진다. 먼저는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았다가 정말 좋은 명당자리를 찾았다. 부임한 현감이 사택으로 활용했던 곳이라는데, 지대가 높아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계속 불어왔고 뒤편은 대나무 맹죽 숲이 있어 바람에 대나무 잎새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곳이다. 책을 읽기 보다는 책을 베게 삼아 자기 딱 좋은 곳이었다. 조금 있자니 다시 그 무리가 이곳까지 찾아 들었다. 입구를 통과하면서 책을 든 내게 의혹에 찬 시선을 보냈던 무리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봐라 나 이렇게 책을 읽고 있지 않나라고 보여줄 기회인 셈이다. 헌데 그 긴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자기들 얘기에 바빠 옆을 힐끔이라도 쳐다본 사람조차 없었다. 긴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억울함을 풀 수 있었던 희망은 먼지처럼 사라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난생 처음 책을 읽으러 온거부터가 잘못된 시도 였을까? 아님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느낀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여서 그랬나 싶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초보의 딱지가 그들에게 그대로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언제까지 초보로 머물러 있을지는 각자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는 인생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증기기차에 비유되기도 한다. 증기기차는 땔감을 넣지 않으면 기적을 울리지 않는다. 땔감이 떨어지면 증기기차는 멈춘다. 남의 시선이 인생의 증기기차를 움직이는 땔감으로 사용 된다면 증기기차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남의 시선이 아니고도 땔감은 우리가 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땀을 흘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많은 땔감이 모아지고 사용돼서 증기기차가 속도를 내게 된다. 남의 시선을 땔감으로 쓰는 초보자가 증기기차를 힘차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다. 10년 전, 모양성에 책 읽으러 갔던 때의 나이 사십에도 난 인생 초보자였던 셈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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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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