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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과 애국심

김희관 법무연수원장前 광주고검장 100년 전 3월 1일, 한민족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우리가 자주독립국가임을 세계만방에 천명하였다.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사상가 천두슈는매주평론에 기고한 글에서조선의 독립운동은 위대하고, 간절하며, 비장했다. 민의에 따르되 무력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세계 혁명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조선운동의 영광스러움을 보며 우리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수치를 느끼게 된다며 31운동을 극찬하였다. 정부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유관순 열사에 대한 공적을 재심사하여 최고 등급 건국훈장인대한민국장을 추가 서훈하였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기록원은 인터넷을 통해 약 1만 9000건의 독립운동관련 판결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판결문을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위대하고, 간절하며, 비장하게 만세운동을 이끌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겨우 17세인 어린 소녀의 애국심과 50세를 훌쩍 넘긴 필자의 애국심의 무게를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앞에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31절 연휴 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친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TV에서는 가급적 31절 특집 다큐멘터리에 채널을 고정시켰고, 책장에서 잠자던 독립운동가들의 책들도 꺼내 읽었다. 내친 김에 집에서 멀지 않은 안창호 선생을 기념한 도산공원에도 가보았다.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했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동상 앞에 선 나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춘원 이광수는 도산의 전기에서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광수가 도산 사후에 선생께서 머물던 평양 부근 산장을 찾았는데, 산장가는 길 양쪽에 있는 돌들이 하나같이 누워 있지 않고 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후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도산 선생께서 돌들이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나라도 독립해야 한다는 뜻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일부러 그렇게 세우셨다는 것이었다. 애국심은 학창시절 바른생활,도덕,국민윤리수업시간에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단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애국심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렸다. 애국심을 들먹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취급받게 되었다. 비록 애국심이라는 단어가 독재정권 시절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된 측면은 없지 않으나 그렇지만 애국심이야말로 국가의 존립과 발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애국심이라는 용어가 좀 그렇다면 공동체의식이라 불러도 좋다. 미국인으로 한국에 귀화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그의 책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에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공동체의식의 부재를 꼽았다. 그의 뼈아픈 지적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오늘날 한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북한도, 경기 침체도, 특정 정치인의 행태도 아니다. 가장 큰 위협은 문화적 데카당스(decadence)의 확산이다. 이처럼 퇴락하는 문화 속에서 개개인은 공동체의 미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생각 없이 음식, 술, 성적 쾌락, 휴가와 스포츠에 탐닉한다. 단기적인 만족을 인생 목표로 삼으며 희생의 가치는 평가 절하한다. 이런 게 전형적인 퇴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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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6 20:23

노벨문학상 추천하는 국제PEN한국본부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가 되면 한국인들은 마음이 착잡해진다. 이번엔 혹시우리가 받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들뜨다가 막상 발표되면 역시나 하는 실망과 열패감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몇 년간 수상자 단골 후보라고 매스컴을 장식하던 우리의 원로작가 한 분은 미투 추문으로 낙마해서 안타깝다. 상은 그냥 상일 뿐인데도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는 남다르다.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데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몇 가지 있다. 100년 남짓 일천한 우리 현대문학사를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 현대문학의 수준이 결코 낮아서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국력도 그렇지만 문학부문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서비스 부족과 번역시스템 미비가 최대 관건이다. 또한 세계인의 공감을 살만한 훌륭한 작가와 작품의 집중 선정과 번역 문제, 자비출판 등으로 어렵게 번역한 후에도 세계 출판 독서시장으로의 홍보와 유통부족도 문제이다. 게다가 매년 문화예술분야 전체 예산중에서도 극히 미미한 문학부문 예산을 보면 노벨문학상을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국민들의 무지와 막연한 기대감도 고려 대상이다. 한국내에서 유명작가라거나 한국어로 글만 잘 쓴다고 노벨상을 받는 게 아니다. 우선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로 스웨덴어를 포함한 5개 언어 이상으로 작품이 번역된 역량 있고 주목받는 작가라야 한다.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오에 켄자브로 2명, 중국은 모옌 1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작년 2018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었다. 주최측인 스웨덴 한림원의 특수사정 때문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종신직인 노벨문학상 선정위원이 18명인데 카타리나 프로텐손이라는 여성 선정위원의 남편이 성폭력 미투사건으로 여러 여성들에게 고발 당하고 이에 연루된 선정 위원 몇 명이 추가 사퇴함으로써 심사 자체가 불발됐다는 것이다. 1901년에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전쟁 등 외부 상황이 아니라 주최측 내부사정으로 수상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작년 것을 포함해 올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2명 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제PEN한국본부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각국 PEN은 매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추천의뢰를 받고 있는데, 한국PEN도 공식 추천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PEN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문인들 중에도 PEN을 아이돌 가수들의 팬클럽이라거나, 펜팔클럽, 펜문학회 등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 유일한 세계 문인단체요, 인권단체인 국제PEN은 P(시인 Poet, 극작가 Playwright), E(수필가 Essayist, 편집자 Editor), N(소설가 Novelist)의 약자이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PEN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골즈워디를 초대 회장으로 1921년에 창립되어 현재는 전세계에 154개 센터가 있다. 1954년에 창립된 국제PEN한국본부도 그중 하나이다. 필자가 2년 전 제35대 한국PEN이사장에 당선되어 주력하는 분야가 한국문학의 세계화이다. 매년 각국 PEN센터와의 교류와 4회째의 세계한글작가대회 개최, 2년째 펜회원 영문 대표작 선집을 발간한 바 있다. 특히 올 1월 28일에는 을 창립하여 영불독스페인스웨덴아랍어 중국어 등 9개 번역위원회를 구비하고 펜회원들의 대표작들을 집중 번역하려 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파는 격으로 아직 미미한 시작에 블과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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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7 20:08

야동이라는 이름 뒤에 숨지말라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거리를 지날 때마다 마치 누군가 저를 알고 쳐다보는 것 같아 수치심과 공포감이 밀려옵니다. 진짜 할 수만 있으면 죽고 싶습니다. 제발 좀 빨리 삭제 부탁드립니다. (A씨 50대 남성, 2014년 9월부터 최근까지 7,570건 신고) 남자친구와 생일 파티 때 장난삼아 찍었던 동영상이 이렇게 사이트에 돌아다닐 줄은 몰랐어요. 지금은 이름도 바꿨지만 끔찍한 기억만큼은 지우지 못해요.(B씨 20대 여대생, 2014년 1월부터 4,034건 신고) 지우고 지워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삭제해달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속차단을 신청하는 피해자들의 사례다. 이는 매일 민원창구에 쏟아지는 여러 요청 중 일부에 불과하다. 피해 대상자가 여성들만 있을 것 같지만 착각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보안을 위해 가정집에 설치한 웹캠이나 공공시설의 CCTV는 실제로 해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초기 비밀번호 설정이 허술한 점을 악용,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동영상이 작년 10월 해외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가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접속차단에도 불구하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런 불법 동영상들은 HTTPS://(보안프로토콜)방식으로 여전히 인터넷 공간을 떠돌고 있다. 이는 얼마든지 전 국민이 몰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기존 URL 차단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방통위가 SNI(Server Name Indicaton)필드 방식을 추가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이다. 작년 한해 방통심의위에 들어온 시정요구 건은 23만 8천여 건이다. 하루 평균 653건이 들어온다. 2014년도 보다 요청 건수가 3배나 늘었다. 이 중 디지털성범죄는 1만7천 건으로 하루 평균 48건의 심의 요청이 들어온다. 같은 기간으로 보면 10.4배나 증가했다. 야동(야한동영상)이라는 편한 이름으로 유포되는 불법 음란물을 누군가는 재미로, 호기심으로 보는지 모르지만 당사자가 되면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언론은 물론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이제는 야동**라는 근엄한 원로탤런트 이름까지 붙여 부를 정도로 야동이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어 쉽게 사용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19세 성인인증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성인물 등은 불법정보가 아닌 청소년 유해정보에 해당하며 시정요구 대상도 아니어서 누구나 즐길 자유가 있다. 문제는 남녀의 성기 음모 또는 항문 등 특정 부위 또는 성적 행위를 노골적으로 표현 또는 묘사하는 내용의 사이트나 동영상은 현행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상 명백한 불법음란물에 해당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성범죄 불법촬영물은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범죄물이지만 정보통신 기술발전에 따라 차단이 미흡한 문제점이 발생되어 작년에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까지 나서 차단 방식 개선을 요구해왔고 방통위가 SNI 필드 접속 차단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물론 SNI차단 기술은 불법 사이트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으며 이미 우회기술을 이용한 회피법이 포털사이트 등에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일부는 검열,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는 항의 전화를 하거나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용심의를 담당하는 우리 직원들로서는 이번 조치 이후 걸려온 한 여성 피해자의 전화내용을 공유하며 조금은 위안을 삼는다. 이번 정부 발표이후 처음으로 편한 밤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는 동안 제 동영상물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겠지만 이 사회 누군가 제 편이 있다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표현의 자유나 통신의 검열 여부 등은 얼마든지 국민적 공론의 장에서 숙고할 문제지만 최소한 야동이라는 이름아래 지금도 쉽게 공유되며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불법 촬영물은 끝까지 추적해 막아야 하지 않을까?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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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20 21:25

아, 2월 14일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어느 여름 날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식민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했을 때, 세르비아의 이름 없는 한 청년이 슬라브의 이름으로 게르만 지배자를 총으로 저격했다 정치인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신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에서 나오는 한 대목이다. 익히 알다시피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필자는 여기서 불현듯 기시감을 느꼈다. 바로 이거다. 어느 가을 날 일본의 추밀원 의장 이토가 러시아 재무상 코코프체프를 만나러 만주 하얼빈을 방문했을 때, 대한의군 참모중장인 안중근이 대한의 이름으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저격했다 그냥 데자뷰가 아니라 실재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교통도 통신도 발달하지 않은 그 시기에 아시아 동쪽 끄트머리에서 보여준 한 열혈청년의 기개가 바람에 실려가기라도 하듯 발칸반도를 추동한 것이리라. 게르만 지배자의 저격사건이 있기 5년전인 1909년, 사라예보로부터 7,815킬로미터나 떨어진 아시아에서 똑 같은 일이 이미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올해는 2.8독립선언,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나라 전체가 각종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온 국민이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매스컴에서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뿐 아니다. 올해 개교 100주년을 앞둔 도내 장계초, 조촌초, 풍남초, 고창중고, 전주고 등에서도 전통을 이어가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달포 전 서울 프라자호텔에 필자의 모교동문 500여명이 모여서 창의인재육성센터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서로 독려한 것도 그 한 예다. 온 백성이 한마음으로 독립만세 운동을 벌이고, 이국 땅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독립된 조국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교를 세우는 일들이 1919년 전후에 주로 이루어졌는데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이 일련의 일들이 어찌 보면 애국지사 안중근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 안중근 하면 흔히 연상되는 단어가 하얼빈이나 이토 히로부미이지만 필자에게는 언제부턴가 조마리아 여사다. 두 모자를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당시 아사히 신문에서 언급했을 정도로 그녀는 당차고 의기로운 여장부였다. 1910년 2월 사형 선고를 받은 장남 안중근을 면회 가는 두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전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하여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전해 듣는 아들의 심정도 어머니 못지 않게 비통했겠지만 안중근은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의연히 죽기로 결심하고 항소를 포기했고, 사형 선고된 지 40여일만에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다. 아, 2월 14일! 오늘이 바로 일제가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한 날이다. 그런데 정작 요즘 대다수가 기억하는 2월 14일은,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 그 일제의 어느 제과업체가 상술의 일환으로 만든 국적불명의 발렌타인데이가 아닌가? 오늘 초콜렛을 먹든, 사랑을 고백하든 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조마리아 여사가 끝내 전하지 못했을 말이 지금 이순간 필자의 귓전에 맴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사형선고 소식이 내겐 피를 토하는 고통이다. 허나 대한의 만백성이 세세토록 이 날을 기억하리니 너나 나나 너무 원통해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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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13 19:55

세상에서 가장 거창한 꿈

김희관 前 광주고검장법무연수원장 구정을 앞두고 선배님 한 분이 카톡방에 퀴즈를 올렸다. 최근 국내외 연구진들에 의해 신체노화와 각종 성인병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 이 위험한 음식은 무엇일까. 정답은 떡국이다. 이유는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게 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날 아침 필자는 무모하게도(?) 떡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웃자는 이야기지만 이 아재개그를 들으면서 불현듯 고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그러면서, 스스로 묻는다. 나는 과연 50이 넘는 나이를 먹어 오면서 좀 더 착하고 슬기로워 졌는가라고.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축복하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는 가장 많이 주고 받는 신년 덕담중 하나이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안타깝지만 진실은 불편한 법, 어김 없이 우리는 새해에도 어려운 일들과 힘겨운 상황들에 맞닥뜨릴 것이다. 인생은 해석(解釋)이다. 이것은 필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체득한 지혜이다. 젊었을 때는 온도계같은 삶을 살았다. 외부의 환경과 여건이 추우면 내 마음의 수은주는 내려갔고, 따뜻하면 올라갔다. 그런데, 나이를 더해 가면서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그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을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은 결코 상황의 노예가 되어 인생의 수레바퀴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는다. 현실은 시커먼 먹구름이지만 그 너머에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고,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가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늘 되새기려 노력했다. 삶속에서 만나는 숱한 어려움과 문제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다듬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변장한 축복임을 깨닫게도 되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국 영화배우 콜린 퍼스가 주연으로 나오는 킹스맨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There is nothing noble in being superior to your fellow man, true nobility is being superior to your former self.) 소설가 헤밍웨이의 말이다. 진정한 비교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의 비교이다. 인간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개선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새해 벽두에 필자는 소박한 꿈을 꾼다. 2018년의 나보다 2019년의 나가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그런 꿈이다.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필자의 아내가 가장 불만스럽게 느끼는 나의 모습중 하나를 좀 더 낫게 고쳐 나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나를 바꾸어 보겠다는 필자의 꿈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도 더 실현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가장 원대하고도 거창한 꿈이리라. 여러분도 새해를 맞이하여 이같은 꿈을 꾸어 보지 않으시겠는가. 늘 인상을 쓰고 웃음에 인색하다면 의도적으로 미소짓는 연습을 하고, 말투가 사납다면 상냥하게 말하는 훈련을 하고, 가족에게 화를 자주 내는 편이라면 하루 한번 화 대신 억지로라도 칭찬하는 연습을 하자. 그리하면,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바뀌는, 인생의 진정한 성공을 맛볼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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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06 18:46

밴댕이, 꼴뚜기, 말짱 도루묵

손해일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세상에 억울한 일들이 어디 한 두가지랴만 아무 잘못도 없는데 누명을 뒤집어쓰는 것만큼 분통 터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신문고를 두드리다 못해 종국엔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간사가 이럴진대 동물 세계에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약육강식의 냉엄한 정글법칙아래 재수 없어 잡아먹히면 그만이고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동물중에는 주로 개, 돼지, 쥐 등이 그렇고, 물고기 중에는 밴댕이, 꼴뚜기, 도루묵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오뉴월이 제철인 밴댕이는 내장이 작아서 그물에 잡히면 부르르 떨다 제풀에 즉사하니 싱싱한 활어맛은 보기 어렵다. 그래그런지 옛날부터 잘 삐지는 속좁은 사람을 밴댕이 소갈머리라 고 흉보고 경멸해왔다. 밴댕이의 태생이 그러할 뿐 인간의 인격과는 아무 상관도 없을진대 밴댕이로서는 진짜 억울한 누명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도 삼가해야 할 것이다 너무 맛있게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게 가을전어라면 봄철엔 밴댕이가 그몫이다. 조선조땐 밴댕이를 소어(素魚)라 불렀고, 소어젓은 수라상 단골메뉴라 명나라 황제 진상품에도 뽑히고, 경기도 안산에는 밴댕이를 관리하는 소어소도 있었다고 한다. 낚시광 정조대왕은 밴댕이를 최고의 하사품으로 삼았고, 이순신의 <난중일기>엔 밴댕이젓을 모친께 보냈다는 기록도 있고보면 밴댕이는 여간 귀물이 아니다. 밴댕이는 철분이 많아 한 마리에 횟감 딱 한 점씩을 깻잎에 싸먹거나 밴댕이무침, 밴댕이 완자탕, 밴댕이구이로 먹으면 피부미용과 정력, 골다공증에 특효라니 밴댕이 소갈딱지가 뭐 어때서?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꼴뚜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작고 뭉툭한 몸길이 6~7cm에 숏다리라 좀 볼품이 없긴 해도 많은 생선중에서 하필 자기가 지목된 게 화가 난다. 사촌격인 한치, 오징어, 문어는 오히려 각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연체동물인 꼴뚜기는 화살꼴뚜기과의 두족류(頭足類)로서 먹골꼴뚜기와 참꼴뚜기로 분류된다. 경상도 방언으론 호래기라 불리고, 옛문헌 <재물고> <물명고>에는 골독어(骨獨魚), <사류박해>에는 망조어(望潮魚)로 불리니 그리 나쁜 이름도 아니다. 꼴뚜기는 3월이 산란기인데 4~5월에 집어등으로 유인해 그물망으로 잡고 주로 젓갈로 담아먹는다. 도루묵은 또 어떤가. 대체 도루묵이 뭘 잘못했기에 말짱 도루묵이라고 뒤집어 씌우는가. 동해안 근해 속초 동명항, 양양 물치항, 수산항 등이 집산지인 도루묵은 겨울철 냉수성 어종으로 목어(木魚)라 불린다. 입안에 톡톡 터지는 알맛, 연하고 담백한 살맛이 겨울 별미지만 팔자가 좀 기구하다. 수십년전 필자가 강원도에서 군복무땐 군대 짭밥 반친으로 흔하게 나온터러 그리 대접받는 생선도 아니었다. 조선조 선조때왕께서 임진왜란 허기진 피난길에 도루묵을 진상 받고선 그 맛에 반하여 앞으론 이 생선을 은어(銀魚)라 부르라고 특명을 내리셨다고 한다. 그러다 난리가 끝나고 도루묵을 대령하라 일렀는데 그맛에 실망해서 도로 묵이라 하라고 내치셨다. 예로부터 잘나고 귀한 건 은어요 못나고 흔한건 묵인데 도루묵은 특급 승진했다가 도로 강등된 것이니 좋다 말았다. 그러나 물고기 팔자도 시간문제다. 근래엔 도루묵이 일본 원폭피해와 백혈병에 특효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시 금도루묵 귀하신 몸이 되었다. 일설엔 말짱 도루묵이란 오명은 사자성어 도로무익(徒勞無益) 즉 열심히 노력했으나 소득없이 헛일만 했다는 말과 발음이 유사한데서 오는 착각 때문이었다고도 한다. 필자는 억을한 누명을 쓰고서도 속수무책인 밴댕이, 꼴뚜기, 도루묵을 변론하기 위해 물고기나라 신문고를 두드린다. 속좁고 몰지각한 인간들이여! 경고하건대 앞으론 절대 물고기 핑계로 누명 씌우지 말고 제발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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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30 19:30

상상력의 장인들과 타임머신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벌써 1월이 다가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하루하루는 긴데 한 달, 일 년은 금방 간다.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과학적 이유는 기억력과 연관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아서 장면 하나 하나를 기억한다. 뇌 속에 프레임으로 저장되는 장면이 많아서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반면 나이가 들면 생활의 변화가 줄어들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개별 프레임이 아니라 덩어리로 기억된다. 기억이 단순화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한다. 1985년 전 세계 극장가에 큰 화제를 모은 영화중에 빽투더퓨처라는 작품이 있다. SF영화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이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시간여행 영화의 전설이자 80년대를 상징하는 고전 어드벤처 작품이다. 1989년과 그 이듬해 각각 2,3탄이 발표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 집에서 30여 년 만에 시리즈 3편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의 차이라면 예전에 극장에서는 스토리에 집중했지만 이번에는 영화 배경에 나오는 소품과 영화가 그린 미래의 모습들이었다. 특히 내가 놀란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펼쳐지는 2편이 설정한 배경이 2015년이었다는 사실이다.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상상 속의 시대배경을 우리는 30년이 지난 지금 현실 속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하늘을 나는 자동차, 쓰레기, 폐기물을 이용한 융해에너지, 성형과 장기교체, 홀로그램, 무인상점, 드론, 호버보드, 벽걸이형 스마트 TV,스마트 안경, 지문인식도어, 화상전화 등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영화인들의 상상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뿐이다. 영화탄생 30년을 기념, 지난 2015년 10월 21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전 세계에서 재개봉된 것도 리스펙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국내 최대 통신사 임원과 얼마 전 만나 이 영화를 주제로 얘기하면서 한 가지 조언을 했다. 젊은 직원들을 포함해 전 임직원들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AI 등 또 다른 미래를 그린 최근의 영화를 감상 한 후 얘기를 나눈다면 비즈니스측면에서 다양한 사업거리를 찾을 수도 있겠다고 했더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온 사회 각 분야가 고민 중이다. 그 답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찾아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모스에서 잡스까지는 상상력의 장인들이 펼쳐온 정보통신 혁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 신동흔은 정보통신 산업의 태동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기술에서의 격차는 매우 크지만, 상상력에 있어서는 옛 사람들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유명한 발명가들이 모두 과학자나 공학자였던 것도 아니다. 전신을 발명한 모스는 초상화가였고, 전화를 발명한 벨은 장애인 학교의 교사였으며, 잡스는 인도의 종교와 디자인에 빠져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적었다. 특히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제약 없는 소통의 미래를 꿈꾼 과거의 아이디어 덕분에 맞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백년을 살아보니 라는 수필집을 쓴 철학자 김형석 교수나 80대 중반에도 여전히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이어령 교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은 주어진다. 성실한 노력과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석학들은 상기해주고 있다. 새해의 각오를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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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3 20:12

신과의 약속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신과의 약속이라는 주말드라마가 있다. 막장의 요소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억지스럽지 않게 잡아주는 조연들의 절제된 연기와, 종종 앵글에 수채화처럼 담아낸 서정적인 자연풍경이 양념처럼 맛깔스러워 은근 토요일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뜬금없이 신과의 약속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들먹이는 이유는 새해 첫 달인지라 신이라는 경건함과 약속이라는 무게감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한다. 특히 신년초가 되면 한 해를 잘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다짐을 하고 심지어는 공표하기까지 한다. 작심삼일은 아닐지라도 작심 한두 달인 경우가 대부분이면서도. 필자에게도 아주 오래된 특별한 약속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느 여름이었을 게다. 풀을 뜯기러 삐쩍 마른 소를 끌고 들에 나갔는데 이 어린 소가 냅다 뛰어서 연한 풀이 있는 논으로 내달리는 게 아닌가? 논두렁에 심겨진 콩잎이라도 먹어 치울라치면 논 임자의 뿔난 얼굴에다가 아버지의 엄한 꾸중까지 더해질 게 뻔했지만, 고삐를 내던지고 그냥 논두렁 주위에 털퍼덕 주저앉아버렸다. 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당시 마음에 돌덩어리처럼 안고 있는 걱정에 비하면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병원에 있는 어린 동생은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막연한 불안감에 떨며 무심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두 손을 모으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하나님도 믿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또 착하게 살고 신은 바로 응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연일 죽어나간다는, 살아봤자 불구가 될 거라는 소문만 요란했다. 소년은 절망했다. 신과의 약속을 필자는 오랜 기간 지키지 못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신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돌연 논두렁이 생각났던 것을 보면 그 엄중한 약속이 마음 한 켠에 체증같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약속이 있은 지 스무 해 되던 즈음 처음으로 주님을 만났고, 지금은 거의 매일 새벽제단을 쌓고 있다. 어린 동생은 신과의 약속이 있은 몇 달 후 정말 기적처럼 살아서 집으로 왔다. 불구도 되지 않았고, 더 건강해져서 말이다. 요즘 서울에서 출향 선후배님들을 만나면서 약속이라는 단어를 새삼 무겁고 따뜻하게 느끼고 있다. 연초에 JB포럼 단톡방에 올라온 박노일 선배님의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소식이 그 중 하나다. 열일곱에 무일푼으로 무작정 상경하여 빚까지 져가며 사업하다 이제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감히 약속을 하고 이미 실행에 옮긴 고향 분들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동수회장이 그렇고, 효녀가수 현숙, 군장대 이승우 총장, 이규석 선배, 왕기현 선배, 신상환 후배 등이 그렇다. 지난 달 아너소사이어티 행사장에서 만난 20대의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의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굴하지 않고 열여섯에 창업을 해서 지금은 성공한 청년사업가 되었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눔을 끊임 없이 실천하는 기부천사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수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선행을 베풀며 살고 있고, 그분들로 인하여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모든 선행의 출발점은 기실 누군가와의 약속이었을 것은 또한 분명하다. 자, 신과의 약속은 아니더라도 뜻 깊고 아름다운 자신과의 약속을 정월이 가기 전에 한번 정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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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16 20:08

전북사랑과 게릴라전사들

김희관 전 광주고검장법무연수원장 쉿!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침투한다. 다들 준비됐지. 돌격 앞으로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군인들이 아닌 게릴라 가드너(guerrilla gardener)들의 대화다.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이란 도시의 지저분하거나 삭막한 공간에 꽃과 식물을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1973년 미국 뉴욕의 화가 리즈 크리스티가 쓰레기로 넘쳐나던 공터를 꽃밭으로 만들었던 데서 시작되었다. 왜 살벌한 전쟁용어인 게릴라로 부르는지 의아할 수 있겠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점에서 게릴라로 불리운다. 어떻게 해야 고향 전북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놓고 전북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대형국책사업인 새만금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본 채 손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차원에서 필자는 2019년 새해 벽두에 고향발전의 하나의 방안으로 게릴라 가드닝의 도입을 감히 제안하고 싶다. 이 대목에서 조동화의 시는 우리에게 통찰력을 준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의 시처럼 내가 꽃피고 너도 꽃 피면황량한 잡초로 뒤덮였던 풀밭이 어느덧 꽃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남녀노소 막론하고 마음만 먹으면 이 땅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릴라 전사가 될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한 송이 예쁜 꽃이 심겨진 화분을 교실안에 갖다 놓는 초등학생, 집에서 키우는 다육이를 무미건조하기 쉬운 일터 사무실공간에 갖다 놓는 직장인, 가을철 노란 국화화분을 삭막한 도심의 공간에 갖다 놓는 시민, 이 모두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게릴라 전사들인가. 필자는 검찰에서 30년가량 일하다가 약 1년반전에 퇴직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바쁜 공직기간중 가장 아쉬웠던 대목이 좋은 분들과의 교류인지라 야인이 되면서 주변에 좋은 모임이 있으면 가급적 참여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고향모임이 많은데 그곳에서 전북 분들을 뵐 때마다 한결같은 고향사랑으로 충만한 모습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그중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부안군이 고향인 출향인사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의 동대문구청과 부안군을 직접 발품을 들여 오고 가면서 양 지자체간에 지역 문화관광축제 활성화, 부안군의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우호협력약정이 체결되도록 하였고, 나아가 동대문구 용신동과 자신이 태어난 면이 자매결연을 맺도록 하였다. 그 후 서울 동대문구 등에서 직거래장터가 열려 판매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농특산물 마케팅을 통해 부안 농특산물의 맛과 우수성을 알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사람도 줄이면 전사, 전북사랑도 줄이면 전사가 된다. 2019년 새해 내 고향 전라북도를 사랑한다면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전라북도를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게릴라 전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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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9 19:41

스프링고우트와 황제펭귄

손해일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아프리카 고원지대에 스프링고우트(spring goat)라는 염소떼가 있다. 이들은 매년 봄 우기가 되면 광란의 질주 끝에 절벽에 추락해 집단 자살하는 이상한 동물이다. 염소들도 센치하게 봄을 타거나 무슨 절박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해마다 반복되는 염소떼의 집단자살은 참으로 미스테리이다. 그러나 전문 생태학자들의 분석 결과는 의외였다. 염소들의 이 참사는 겨울 건기 내내 굶주리다가 봄철 우기가 되면 연한 새 풀을 서로 먼저 먹기 위해 질주하다 생기는 해프닝이란다. 맨 앞쪽의 염소가 새 풀밭을 향해 먼저 달리면 그다음 무리가 뒤쫓고, 중간 이하는 앞쪽이 달리니 영문도 모른 채 뒤따라 광란의 질주를 시작한다. 싱싱한 풀을 향유하기는커녕 막상 절벽에 다다르면 달리던 관성으로 집단 추락한다는 것이다. 우매한 동물의 사례지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 중 현명한 리더가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광란의 질주 중에 한번이라도 멈추어 좌고우면 했더라면? 다시는 과오를 반복치 말자는 역사적 반면교사기 있었더라면? 우리 인간은 그럼 어떠한가? 당장 눈앞의 이권과 부귀영화를 좇아 앞만 보고 달리는 스프링고우트는 아닐까? 공리민복과 인류 공통의 행복보다는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이기주의자들은 아닐까? 과거 전제군주 폭군이나 히틀러, 일제 군국주의, 공산 캄보디아 킬링필드처럼 광란의 지도자들에게 미혹되진 않았는가?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과연 옳은 방향으로 제 길을 가고 있는가? 스프링고우트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게 펭귄이다. 지구상의 펭귄은 남극과 뉴질랜드 등에 6속 17종이 있다는데, 황제펭귄(emperor penguin)이 압권이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 혹한기에 번식하는 유일한 바닷새이다. 3월이면 황제펭귄 수컷은 100여km나 떨어진 남극내륙 깊숙이 걸어 들어가 암컷이 올 때까지 40일 이상 기다렸다가 짝짓기를 한다. 한 두 개의 알을 약 두 달간 교대로 품는다. 수컷은 발등에 알을 얹은 채 서서 아랫배 쪽 털로 감싸며 2개월 이상 먹지도 않고 새끼만 돌본다. 바다로 간 암컷이 돌아오면 이번엔 수컷이 교대로 한 달쯤 바다로 나가 축난 몸을 추스린다. 새끼는 어미가 반 쯤 씹어 소화시킨 먹이를 받아먹고 자라며 솜털이 깃털로 바뀔 때까지는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은 강강술래처럼 겹겹이 원을 짓는 허들링으로 영하 50~60도의 혹한과 폭설을 견딘다. 바다표범과 큰도둑갈매기 등 천적에도 슬기롭게 대처한다. 새끼 양육이 끝나면 펭귄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새끼를 거느린 펭귄들은 약100여km의 내륙을 뒤뚱뒤뚱 다시 걸어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천적이 두려워 모두 입수를 머뭇거릴 때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용사가 퍼스트펭귄이다. 스피링고우트나 펭귄 둘 다 생태계의 최약체 동물이지만 생존방식은 너무 대조적이다. 황제펭귄의 지극한 순애보, 헌신적 새끼양육, 천적 대처능력, 영하 60도 혹한속의 생존, 퍼스트 펭귄의 용감성, 현명한 집단대처 능력 등은 한편의 감동 드라마이다. 역사상 숱한 지구촌 왕조와 민족들의 흥망성쇠를 반추해 본다. 우리 역사에도 스프링고우트형과 황제펭귄형 지도자들이 명멸했다. 최근 열강의 신 패권다툼과 북한비핵화를 둘러 싼 엄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스프링고우트가 될 것인가. 황제펭귄이 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과 퍼스트펭귄 지도자의 역량에 달렸다. 황금돼지해 희망찬 새해를 맞아 우리 민족의 번영과 행복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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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2 19:46

산타에게 보낸 편지와 자원봉사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겨울은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포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과 따뜻한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말연시는 소중한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때이다. 혹시 산타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는가? 주소를 쓰지 않아도 받는 사람에 산타에게(To. Santa Claus)라고 쓰면 핀란드 로바니에미(Rovaniemi)에 있는 산타 마을로 편지가 배달된다.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은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산타 테마파크이다. 한해에만 190여개 국가의 어린이들이 100만 통이 넘는 편지를 보내오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산타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크리스마스에 전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기도 바쁜 산타가 어떻게 그 많은 편지에 답장을 쓸 수 있었을까? 바로 자원봉사자 덕분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가지각색의 사연에 약 12개의 언어 중 한 가지 언어로 답장을 쓴다. 최근에는 한국어 자원봉사자가 있어 한국어로도 답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에 포근한 온정을 전하는 자원봉사자의 힘인 것이다. 자원봉사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1365자원봉사포털(www.1365.go.kr)에 접속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1년 365일 함께하는 자원봉사라는 의미의 1365 자원봉사포털은 지난해에 약 3천만 명의 누적 연인원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국내 최대의 자원봉사 사이트로, 시민들은 전국의 자원봉사 모집 정보 검색부터 참여 신청, 실적 확인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1365포털에서 자원봉사활동은 단계별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첫째, 자원봉사자는 1365 포털에 접속하여 봉사활동 지역, 분야(교육, 환경보호, 재해?재난, 국제행사 등 16개 분야), 대상, 기간 등 세부검색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봉사활동 정보를 조회하고 신청할 수 있다. 둘째, 자원봉사자는 신청한 활동에 대해 나의 자원봉사에서 신청승인 여부를 알 수 있고, 관심자원봉사 목록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자원봉사활동을 모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셋째, 봉사활동 참여 실적은 다른 봉사활동 시스템과 연계되어 타 기관(복지부, 여가부 등) 실적도 조회할 수 있다. 학생들의 경우 NEIS(나이스) 연계 서비스를 통해 봉사활동 실적을 교육부 학생기록부로 편리하게 전송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앞으로는 1365 자원봉사포털을 개선하여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맞춤형 활동검색, 위치기반 모바일 서비스 제공은 물론 실적관리도 더욱 고도화된다. 예를 들어,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홍길동씨에게는 효자동 주변의 30대 자원봉사자가 가장 많이 참여한 자원봉사활동 중 직장인이 참여하기 쉬운 주말봉사활동을 추천해준다. 즉, 봉사자의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자원봉사활동을 제공한다. 또한 위치정보기반 모바일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여 자신이 위치한 장소 주변의 자원봉사자 모집정보를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에 참여한 후에는 1365 자원봉사포털에서 봉사활동 사진, 활동 소감 등을 기록하며 나만의 자원봉사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다. 올해 연말부터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더불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산타의 답장을 대신 써주는 마음으로 따뜻한 온정을 전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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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6 20:28

법조 삼성이 그립다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김승옥 작가의 소설 중에 염소는 힘이 세다는 작품이 있다. 김승옥이 1966년 쓴 이 소설에서 염소는 주인공 집에서 유일하게 힘이 센 존재였지만 이웃 생사탕 집 화로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그 집 주인에게 허망하게 맞아죽는다. 이로 인해 집안에 힘센 것이 하나도 없게 되자 주인공의 누나가 성폭행을 당하는 등 주인공 일가가 집밖의 힘센 무리들에게 잇달아 핍박을 당한다는 게 줄거리다. 갑자기 이 소설이 떠오른 것은 최근 사법농단 의혹사건을 보며 사법부는 정말 힘이 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파동은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전보된 이탄희 판사가 상급자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제약하는 지시를 받자 이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고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후 진상조사위가 구성되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사과에 이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의혹의 일단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결국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이 신청한 숱한 압수수색영장이 이례적으로 거의 기각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고, 전 대법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뿐만 아니라 여당이 중심이 되어 사법농단 의혹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 중이지만 이 또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여의치 않다. 이 정도면 국가권력의 세 축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최고 권력인 대통령보다도 더 힘이 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데 비해 사법부에 대한 탄핵은 유태흥 전 대법원장 탄핵 등 두 차례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국민위에 군림하듯 힘이 센 존재임을 드러낸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34%로서 군대(43%), 중앙정부(41%), TV방송사(41%)는 물론 경찰(41%)보다도 낮았다. 또한 경제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5년 사법부 신뢰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42개 회원국 중 한국의 신뢰도는 꼴찌나 다름없는 39위였다. 이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세간의 속설이 이젠 국민들에겐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한때 그래도 믿을 데는 재판소밖에 없다는 말처럼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사법부가 이런 불명예스러운 지경에 처한 요즘 새삼 과거 사법의 양심을 지킨 법조계의 큰 어른들이 그리운 것은 당연한 이치리라. 법조계에선 일찍이 한국근대사법사에서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와 검찰의 양심 화강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사도법관 김홍섭 전 광주고법원장 등 3인을 일컬어 법조 삼성(三聖)이라 자리매김하고 그들의 꼿꼿한 기개와 엄정한 법집행 정신을 기려왔다. 이 세분은 자랑스럽게도 모두 전북출신이다. 흐린 세상일수록 샛별이 더 빛나듯 권력에 굴하지 않되 국민만을 위해 헌신한 이 분들의 행장(行狀)은 법조인들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로스쿨에서 단순한 법률지식만을 가르쳐 법 기술자만을 양성하기보다는 법사상사와 법조윤리, 법조사 등 올바른 법조인상을 배울 수 있는 교과목을 더 늘리고 변호사시험에도 이를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해야한다. 법조 삼성의 죽비가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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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9 19:51

라스베이거스는 아직도 카지노 천국?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수년 전부터 해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한해에 한번쯤은 라스베이거스를 간다. 10여일 전에도 다녀왔다.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및 클라우드 기업인 AWS(아마존웹서비스)가 주관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변 사람들은 그 곳을 간다고 하면 대뜸 거기 가면 한번 땡기고(?) 와야지라고 말한다.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의 천국이라고만 알고 있다면 그 분은 상당히 연식이 오래 된 분이 틀림없다. 라스베이거스는 지금 최적의 비즈니스 도시,최첨단 기술 및 제품 발표장,공유경제의 실험장으로 환골탈태한 지가 꽤 됐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스페인어로 초원이라는 뜻이다. 서부 개척 시대에 스페인 상인들이 LA가는 길에 쉬어가던 중간 기착지였다. 사막의 불모지가 지금의 도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05년 내륙 철도의 중간 기착지가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되면서 부터다. 라스베이거스의 비약적인 발전은 공교롭게도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 덕분이다.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네바다 주에 전기와 수자원 공급을 위한 후버댐 건설을 결정하면서 전국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1931년 건설 관계자들과 노동자들의 쉼터로 6개 호텔과 카지노 도박이 합법적으로 허용됐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카지노의 천국이라는 라스베이거스로 몰려들었다. 도박은 자연스럽게 매춘과 마피아를 불러들였다. 도시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05년 라스베이거스 시정부와 카지노 오너들은 부정적 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종합 레저타운과 비즈니스가 최적인 환경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매년 1월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흘간 행사에 전 세계에서 무려 20만 명이 찾아온다. 축구장 30개 정도의 면적에 4200여개 참가기업들이 그해에 선보일 간판 상품을 전시하고 제조사와 바이어가 체결하는 판매 계약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해마다 내가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유다. 사람과 돈, 기술이 모여 새로운 트렌드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중국 선쩐의 작은 드론 회사에 불과했던 DJI 창업자가 그 이듬해에는 드론 산업을 선구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직접 지켜봤다. CES행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자동차 회사들이 디트로이트 북미 국제 오토쇼 대신 전기차와 무인자동차를 들고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도 결국은 대중들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곳에 더 쏠리기 때문이다. CES로 라스베이거스시가 거두는 전시회 경제 파급효과는 공식적으로는 2억1000만 달러(2500억원,라스베이거스 컨벤션관광청발표)다. 다만 전시회 관람객 1명이 일반 관광객보다 3~5배 정도 많은 돈을 쓰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최대 1조원 가까운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라스베이거스 재정의 85%가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MICE 산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전라북도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정말 애를 많이 쓰는 것 같다. 다만 언제까지나 깨끗한 자연환경과 한옥마을만 가지고 버틸 수는 없다. 새만금과 연동된 세계 최대 무인자동차 시험장을 만들고 전 세계인들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비즈니스 환경이 갖춰진 도시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4년 전 BMW가 CES에 무인 전기 자동차를 처음 선보이면서 전시장 입구에 써놓은 글씨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Someday is Today 약간의 의역을 한다면 과거 우리가 바라고 상상 속에서 꿈꾸던 그 어느 날이 바로 오늘이다라고나 할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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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12 20:06

미래사회 준비는 인재육성에서부터

김홍규 아신그룹 회장 12월이 되면 각 개인과 사회는 연례행사로 대대적인 반성문 쓰기에 돌입한다. 1년동안 무엇을 잘했는지, 혹여 소홀한 것은 없었는지,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등으로 분주해진다. 이런 1년들이 모여서 10년이 되고 100년이 되면 역사가 된다. 인류는 처절한 반성과 발전을 통해서 각자의 역사를 써내려 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본인에게 있어서는 고향의 정론지 전북일보에 평소 소신을 맘껏 풀어놓을 수 있었던 2018년이 개인 역사에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한해였다. 그런 의미에서 6개월의 칼럼을 우리 전북에 가장 간곡하게 직면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마무리짓고자 한다. 얼마 전 재경전주고 총동창회에서 <전주고100주년기념사업비전선포식>을 열었다. 여기에서 본인은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을 꼽았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수많은 직업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수십 년 전 광산에서 탄을 캐던 사람들, 전화를 걸면 바꿔주던 전화 교환원들, 부르면 곧장 달려오던 컴퓨터 수리공들은 지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반면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 나타났다. 어디서든 차를 빌려주는 공유경제형 렌트카 사업자, 실제로는 어디에 쓰는지 본 적이 없는 가상화폐 채굴업자 등. 앞으로는 더 신기하고 새로운 직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최근 미국 맥킨지 글로벌연구소가 인공지능의 발전과 자동화시스템으로 인해 2030년까지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8억 명이 로봇과 자동화에 밀려 실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모든 일들을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해서 우주여행까지 가능해진다 해도 이런 현상들이 왜 생기는지, 어디에 필요한지, 또 실제로 어떻게 사용해야 더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 수 있는지 기술이 그것까지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그 고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다. 즐거움 또한 우리 인간의 몫이다. 발달하는 첨단 기술이 여러 새로운 문화를 만들 때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문화 자체를 흥행시킬 수는 없다. 즐거움을 느끼고 전파하는 것 또한 사람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이 가장 직접적으로 눈앞에 닥친 문제는 미래형 인재육성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전북이 대한민국 중심 지역 사회로 거듭나려면 답은 사람밖에는 없다. 그 중에서도 지금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미래형 인재 교육을 어떻게 하냐에 달려 있다. 전주고100주년기념사업이 비단 전주고 학생들을 위한 것이겠는가. 미래형 인재육성 센터가 설립되고, 세미나와 네트워킹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안착하면 지역의 학생, 주민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교육 인프라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인구 유입 효과를 불러오고 이는 지역 경제에도 분명 도움되는 일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융복합 창의교육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기술을 활용하는 지적 능력과 창조성, 공감능력, 협업치 등을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각 나라마다 세워지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 간의 소통과 협업에 능통하고 과학 지식과 인문적 소양이 결합된 핵심인재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새만금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인재 양성이 시급한 이때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미래인재 양성의 단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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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5 19:59

새로운 신뢰의 첫 걸음, 서명확인제도

최훈 행안부 지방행정정책관 1950년대 세계 최초 신용카드 회사인 다이너스 클럽을 창업한 프랭크 맥나마는 다이너스 클럽이란 카드 판에 식사금액과 자신의 서명을 남기고, 나중에 한꺼번에 식사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캐나다에서는 입출식 계좌 오픈과 동시에 퍼스널 체크라고 하는 개인수표를 받게 된다. 월세를 낼 때도, 학비를 낼 때도 신용카드보다는 개인수표를 사용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데, 지불을 원하는 금액을 적고 서명을 해서 건네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은 공적사적 거래에서 서명을 사용하는데 미국독일스웨덴에서는 신분증에 서명을 기재해 이용하고 있고 영국프랑스는 전자서명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서명이 자신의 신용을 보증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부동산자동차 매도 등 재산권 처분과 관련한 거래에 행정관청에 사전에 등록한 인감도장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인감증명서가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인감증명제도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식민통치 수단으로 강제 도입됐다. 조선총독부가 인감을 신고한 사람에게만 인감증명을 발급했고 이것이 없으면 토지 등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인감증명제도는 지난 100여년간 폭넓게 활용되었는데, 이제 인감증명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정도다. 인감도장은 개인의 신용과 거래의사를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일까. 얼마 전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의 당사자인 언니의 신분증과 도장, 휴대전화 등이 담긴 가방을 동생이 훔쳐 달아난 뒤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부정 발급받아 언니 소유의 차량을 판매한 사건이 있다. 한편, 자신의 빚을 갚을 목적으로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배우자 인감 및 아파트 등기권리증을 이용하여, 배우자 인감증명 위임장 등을 도용해 배우자 아파트를 담보로 억대 대출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용의 증표로 여겨지는 도장이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내 의사와는 다른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감증명서 부정 발급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 피해 등을 예방하고 서명이 보편화한 시대 흐름에 맞춰 인감증명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2012년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도입되었다. 인감증명서가 사전에 인감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사전에 별도로 서명을 등록할 필요 없이 본인이 신분증을 지참하여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서명을 하고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도 발급이 가능하여 편리하다. 주소지 관계없이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이용승인을 받으면 2년 동안 직장이나 집에서 정부24에 접속해 전자본인서명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년이 지나기 전에 갱신신청이 가능하며, 전자본인서명확인서 제출 기관이 2017년부터 전 국가기관으로 확대되어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다만,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인감증명서에 비해 부동산 관련용도가 세분화(소유권 이전, 제한물권 설정 등)되어 있으며, 일반용의 경우도 구체적 용도를 기재해서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수요처에 대리인이 제출하는 경우 수임인을 기재해서 발급받아야 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전 신고 절차가 없고, 본인이 직접 발급하므로 부정발급 위험성도 적으며, 인터넷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편리한 제도인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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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8 19:50

이재철 목사의 아름다운 은퇴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추수감사절 주일인 17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의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서는 한국 교회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설교가 열렸다. 이날 설교는 이 교회 담임인 이재철목사가 퇴임하는 고별설교였다. 이 목사는 신약성서 사도행전의 마지막 구절인 28장30~31절, 바울이 온 이태를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자기에게 오는 사람을 다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모든 것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더라를 소재로 퇴임의 변을 설파했다. 이 목사는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가 사도행전의 마지막 구절을 기록하면서 특별히 강조한 두 단어가 있는데, 첫 번째가 담대하게이고 두 번째가 거침없이이다라고 전제하고, 사도 바울처럼 담대하고, 거침없이 세상이 기억해주지 않아도 하나님이 기억해주시니 사랑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내자고 당부했다. 이 목사의 이날 설교는 퇴임사를 가름하는 셈이어서 이 교회 신도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터이지만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그 절실한 내용 못지않게 퇴임에 담긴 의미도 주목을 받았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을 모두 아우를만한 목회자를 물색하던 선교100주년기념교회에 발탁돼 2005년 7월 초대 담임목사로 부임, 13년 4개월간 사역해온 이 목사는 만 70세 정년 7개월을 앞당겨 이날 조기 퇴임했다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다. 통상 한국 교회에서는 퇴임시기도 가변적인데다 정작 퇴임 후에도 원로목사 등의 직함으로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하는 게 관례다. 또한 이 목사는 기독교계에 공공연한 이른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는 10억 여 원이 넘는 퇴직금이 지급되는 게 현실이다. 이 목사는 또한 등록교인 1만50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시킨 이 교회를 2세 등 친인척에게 넘겨주지 않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요즘 대형교회들이 잇달아 교회 세습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풍조에 견줘보면 분명 돋보이는 행보다. 이 목사는 이어 영성총괄, 목회총괄 등 4분야를 담당하는 목사를 4명 선임해 이들이 공동목회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 목사는 이전에도 여러모로 기독교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설교자인 이 목사는 매년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목회자로 꼽혀왔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후 홍성통상과 출판사 등을 설립해 경영인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나, 회사와 개인 삶에 닥쳐온 위기를 계기로 기독인으로 거듭난다. 이후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공부를 마친 후 1988년 주님의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개척 당시 약속대로 10년 임기가 끝나자 곧바로 사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100주년기념교회에서 헌금의 무기명화, 모든 교회 재정의 50% 이상을 교회 내부가 아닌 외부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등 사회적 영성확대에도 앞장섰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임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에게 탈세하지 말라고 하고, 본인 스스로 자진 납세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 목사는 이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행복했습니다라고 설교를 마무리하고 경남 거창의 벽지에 소박하게 지은 우거로 부인이 모는 준중형 승용차를 타고 낙향했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세속화한 교회를 개혁하고자 종교개혁을 주창한 지 500년이 지났지만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는 세상이 교회를 걱정해야하는 이 시대에 이 목사의 은퇴는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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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1 19:49

전북의 판근(板根)을 키우자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얼마 전 제주특별자치도 초청으로 1박2일 명예제주도민우정의날에 처음 다녀왔다. 제주에서의 근무 인연으로 수년 전 제주의회의 의결을 거쳐 육지것에서 비록 명예지만 제주사람이 됐다. 육지것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함의가 담겨있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배타적이고 이질적인 문화가 탄생시킨 단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2년 남짓 살면서 그 말이 제주사람들의 입에서 보다 오히려 우리 자신들이 더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주대 최낙진교수(언론홍보학과)는 육지것이란 말은 뭍사람은 제주에서 가해자였다는 역사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쓰는 부채의식 언어라고 말했다. 적극 동의한다. 탐라국부터 지금까지 제주도와 사람들은 단 한번도 육지것들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수많은 전란과 고초를 겪었고 지금도 진행형인지도 모른다. 그런 부채의식을 가지고 처음 참가한 명예제주도민행사는 고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이념과 지역색의 대결 속에서 피해를 입어온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환상숲 곶자왈 생태탐방이었다. 곶들에 가그네 낭 해오라이, 갠디 자왈드랜 가지 말라이 (숲에 가면 나무해오고 덩굴엔 가지 말라)는 제주사투리처럼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덩굴인 자왈을 합한 곶자왈은 예전에는 쓸모없는 땅의 대명사였다.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도 짓지 못하고 소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고 숯을 만드는 불모지였다. 43사건 당시 무고한 희생을 당한 민초들이 겨우 자기 몸을 숨길 수 있는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6.1%를 차지하는 곶자왈이 보호받기 시작한 것은 이곳이 청정 지하수의 보고이자 동식물 생태분야의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진 최근의 일이다. 환상숲 곶자왈에는 8백여종의 식물이 산다. 그중 검붉낭이라 하는 푸조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거세고 돌투성이 화산섬 제주에서 나무들은 살기위해 무척 애를 쓴다. 버티면서 치열하게 산 흔적이 바로 판근(板根)이다. 나무의 뿌리는 보통 땅 속으로 뻗는다. 그런데 나무의 곁뿌리가 평판 모양으로 되어 땅위에 노출되는 것을 판근이라고 한다. 제주의 곶자왈은 바닥이 온통 돌이다. 그래서 나무들이 아래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땅위로 판처럼 뿌리를 키운다. 사람으로 치면 금수저,은수저,흙수저가 아니라 돌수저로 태어나 바위를 뚫고 성장하는 나무다. 강인한 제주인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인들은 어떨까? 최근 모처럼 전주시 관련 기사가 중앙언론에서 주요뉴스로 다뤄졌다. 어느 기업이 전북에 초고층타워를 짓는다는 기사였다. 하지만 언론들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롯데타워가 123층인데...60만 도시에 143층 마천루?, 전주에 143층 타워 짓는다는데...처럼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가 이어졌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사업이 얼마나 사업적 타당성이 있는지는 모른다. 인허가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거쳐 따져 물으면 된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것은 은연중에 내포된 고질적인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사고다. 서울의 남산타워는 되고 왜 전주는 안되는가? 특정지역중심의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되면서 과거보다 인구가 60만 규모로 줄어든 것도 억울한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일까? 한옥마을 유지 명목으로 개발은 제한하면서 왜 143층은 안되는 것일까? 태풍에 버티고 바위를 뚫기 위해서 언제까지나 땅 속으로만 뿌리를 내려서는 안된다. 땅 위로 나무의 근육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판근을 키워야 한다. 전북인의 판근을 뿌리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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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14 19:39

개인 사회가 가져온 유통구조의 변화

김홍규 아신그룹 회장 급격한 IT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을 많이 바꾸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바꾸고 있는 것은 유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통 구조의 변화는 한두 군데에서 감지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마다 핸드폰이 들려지면서 손안의 소비,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유통의 판도를 온라인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밤 10시에 침대에 누워 장을 보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해 주는 마켓도 있고, 친정 언니가 농사지어 보낸 듯 좋은 제품을 정해진 날짜에 배송해 주는 텃밭도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판매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전통적인 유통 구조는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적어도 서너 번의 단계를 거친다. 도매업자와 도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판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소비자에게는 노출되지 않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어서 소비자는 한정된 물품만 구매할 수 있었다. 어떤 제품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어떻게 우리 집에 오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가격도 판매업자들이 정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빠르게 정보가 공유되면서 전통적인 유통 시스템은 의미가 무색해졌다. 누구나 유통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전통적인 유통 구조는 그 수명을 다했다. 한두 개 사이트가 아닌 여러 사이트에서 내가 살 물건을 비교해 보고, 각종 혜택을 더해서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점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 물품을 살 수 있는 직구, 가격 비교에서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중간 판매자가 필요 없는 직거래, 각종 커뮤니티에서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는 공동구매, 소비자가 판매도 겸할 수 있는 온라인 오픈 마켓 등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판매 채널들이 활성화되면서 유통 단계는 축소되었으나 범위는 훨씬 더 넓어져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제품과 유통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가전제품도 대형 가전보다는 쓰다가 버리는 스몰 가전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식재료도 미니 소포장이 각광받고 있다. 직접 고급식당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만끽할 수 있는 맛집 재료들이나 레토르트 식품이 배송되는 것이 유행이고, 그마저도 귀찮을 때는 맛집 요리를 그대로 시켜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이 모든 것이 제품 간접경험에서 배송까지 1대1로 이뤄지는 IT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변화는 사실 개인주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하게 공동체 문화가 무너지면서 유난히 빨리 유통의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업무를 볼 수 있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지구촌 저 너머의 일까지 알 수 있는 빠른 정보의 유입은 협업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 개인 사회를 앞당겼다. 식당에서 남이 먹는 메뉴를 살펴보는 촌스러움, 옆집에 새로 들여온 가구를 구경하는 재미, 남의 집 자식자랑에 샘솟는 질투 이런 것들은 사라져 간다. 그 자리를 요리 재료를 레시피대로 파는 온라인 유통업체, 취향까지 컨설팅하는 가구업체, 대치동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 등이 채웠다. 유통의 변화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불러온 것인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유통의 변화를 불러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이제 혼자 살기에 여념이 없는 개인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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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택수
  • 2018.11.07 20:51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1949년 7월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시작했다. 이후 1952년 지방의원 선거, 1960년 주민직선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1961년 5월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방자치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지방행정은 중앙정부에서 임명한 관료에 의해 운영되었고 지방의 자율성은 사라졌다. 이후 1987년 10월 29일 헌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되살렸다. 이를 기초로 1991년 주민직선 지방의회 구성,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을 통해 지방자치는 부활했다. 지방자치 부활의 계기를 마련한 헌법 개정을 기념하여 매년 10월 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지정하고 지방자치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북 경주시에서 개최한 제6회 지방자치박람회는 자치분권 새바람, 주민과 함께 만들어갑니다!를 슬로건으로 전시마당, 정책토론, 우수사례 발표, 참여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졌다. 지방자치를 통해 다양한 지역주민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행정기관의 주민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며, 민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센터가 2,605개(09년)에서 3,500개(17년)로 증가했다. 주민들의 문화여가생활 여건도 개선되었다. 체육시설은 12,345개(08년)에서 24,303개(16년)로, 공공도서관은 600개(07년)에서 1,042개(17년)로 각각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의사결정의 근거인 조례는 30,358개(95년)에서 92,104개(18년)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3년 만에 3배로 증가했다. 민선7기 출범에 따라 지방자치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높아진 만큼 정부는 지방자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9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과 본격적인 재정분권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지방자치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추진하여 주민중심의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주민이 직접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며, 주민소환 요건 완화하고 주민투표 대상을 확대하여 실질적인 지역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인사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하고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여 책임성을 확보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기구를 통해 국가와 지방의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관계로 전환시킬 것이다. 중앙과 지방 간, 그리고 지역 간 재정격차와 불균형은 지방자치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세-지방세의 비율을 22년까지 7:3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특히, 지방소비세율을 기존 11%에서 21%로 확대하고, 현재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의 20%인 소방안전교부세율을 4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지방재정 및 지방교육재정의 혁신을 통해 지역자율성과 균형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저성장 추세, 저출산고령화 현상, 다양한 시민들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효과적인 정책방향 설정과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정책을 통해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3년, 대한민국과 지역사회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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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31 19:46

신한청년당의 젊은 그들을 보고 싶다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이던 1918년. 그해 8월 20일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의 협화서국(協和書局)이라는 서점에 여운형, 선우혁, 장덕수 등 조선 열혈 청년 6명이 은밀히 모여들었다. 일본 유학 등을 통해 국제정세에 밝았던 이들은 조만간 동아시아에서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그해 초 주창한 민족자결주의라는 신국제질서가 도래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비밀결사체를 조직하기로 결의하고 그 첫 모임을 가진 것이었다. 이 모임의 리더는 32세의 헌헌장부 몽양 여운형이었다. 그는 1914년 중국에 망명, 금릉대학을 졸업하고 이 서점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조선독립을 염원하던 청년들과 논의 끝에 청년독립운동 단체를 결성하기로 결의하고 당시 상하이에 유학중이던 터키 청년들이 터키청년당을 창당해 활동하고 있는 점을 본 따 신한청년당(이하 신청당)이란 청년결사체를 발족했다. 바로 이 신청당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기념 행사를 앞두고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간 신청당의 활약상은 일부 독립운동사 전공학자와 관련 유족들 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신청당의 활동이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수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음이 알려지면서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1918년 11월 종결되자, 윌슨 미국 대통령은 찰스 크레인을 중국에 특사로 파견하여 종전 후의 미국의 입장을 중국에 설명하도록 했다. 크레인으로부터 파리강화회의에서 민족자결주의 원칙이 논의될 것이다는 소식을 들은 여운형은 그에게 파리평화회의에 한민족 대표 파견 가능성을 타진했고,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신청당은 천신만고 끝에 김규식을 대표로 파견했다. 이 사실은 밀사 등을 통해 국내와 재일본 유학생들에게도 전해졌다. 28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춘원 이광수도 신청당의 밀사였다. 국내에 파견된 밀사들은 비밀리에 서울은 물론 전국을 돌며 열성적으로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로 이들의 헌신적인 암약에 힘입어 그해 31운동의 횃불이 요원의 들불처럼 번졌다. 신청당은 31 운동 직후인 4월10일 상하이에서 조직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31 운동을 일으키기 위해 국내로 잠입했던 당원들이 3월 하순에 모두 상하이로 돌아오자 신청당은 프랑스 조계 안에 임시 독립사무소를 차리고 4월1일 임시정부 수립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 결과 상하이 임정 초대 임시의정원 회의 멤버 29인 가운데 9명이 신청당원일 정도로 중심역할을 했다. 당시 신청당원들은 모두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이 젊은 그들의 가슴에는 초개같이 스러져간 구한말 의병들의 기개와 1909년 침략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청년 안중근의 단심이 서려있었을 것이다. 최근 암살, 밀정, 미스터 션샤인 등 근대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 등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신한청년당의 혁혁한 활약은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31운동 백주년을 앞두고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등이 이들의 활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애쓰고 있으나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애국선혈들의 헌신에 힘입어 독립에 성공, 세계 10위권대의 경제대국을 이루었음에도 자금부족으로 1세기가 지나도록 이들의 활약을 재조명하는 영상물하나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일이면 109주년을 맞는 안중근 의사 의거기념일을 앞두고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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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2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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