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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칼레의 시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작품의 소재가 된 칼레의 시민 일화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사건은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칼레는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 본토와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칼레를 차지하는 것이 프랑스군과 영국군 양쪽 모두에게 매우 첨예한 문제였다. 오랜기간 치열한 전쟁을 거쳐 1347년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이끄는 군대는 마침내 칼레시를 점령했고, 1년여에 걸쳐 영국군에 저항했던 칼레의 시민들은 모두 몰살 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때 영국왕은 칼레시의 지도자급 인사 여섯명을 자신에게 넘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주겠다는 뜻을 전한다. 이에 피에르라는 부자가 먼저 자청하고 이어 고위관료와 변호사 등 상류층 인사 여섯 명이 교수형을 각오하고 스스로 목에 밧줄을 감고 성문의 열쇠를 가지고 에드워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사건은 오늘날 사회의 상류층이 공동체에 지는 도덕적 책무를 가리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전형적인 예로 인용되고 있다. 다행히 임신 중인 태아에게 해가 될 것을 우려한 왕비의 간청으로 영국왕은 이들의 목숨을 살려주었다고 하지만, 이들 시민대표들의 공동체를 위한 희생헌신 정신은 공동체 정신의 유지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역사적으로도 국가를 위해 전사를 했거나 부상을 당한 군인들에 대한 존경과 보상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가 행한 전사자 추모연설은 전사자에 대한 존경과 추모 그리고 유가족에 대한 약속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런 것이 없다면, 국가가 비슷한 위기에 다시 처할 때 그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겠는가?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국가차원의 보훈보상이 반드시 따른다는 일종의 신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근대국가의 등장과 함께 보훈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에 대한 보훈의 역사는 짧지 않다. 한국전쟁시의 전몰군경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으로부터 시작되어 1961년에는 군사원호청(軍事援護廳)을 설립하여 이들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원호라는 일본식 용어에서 보여지듯이 생계지원의 의미가 강하던 시절이었다. 마침내 1985년에 군사원호청을 국가보훈처로 개편하면서 명예와 존경을 강조하는 보훈개념이 적용되고 국가유공자를 본격적으로 예우하기 시작한다. 국가유공자의 범위도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광복회, 상이군경회, 419민주혁명회 등 14개의 보훈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이분들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희생헌신하신 분들(호국)과 과거 일제로부터 국가를 되찾기 위해 희생되신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독립), 또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419, 518 민주화 유공자(민주)를 말한다. 정부는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이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기 위하여 매년 6월 한달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여 다채로운 기념식과 행사를 실시한다. 현충일과 625를 기념하면서 국가의 중요성을 느끼고 더 나아가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함이다. 56회를 맞이하는 금년에는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 관계발전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를 넘어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자는 미래지향적 의미를 담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도 국가유공자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분들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광휘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시장경제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이 가져다주는 효과이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하면 품질은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시장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면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는 합리적 인간들의 자발적인 경쟁을 말한다. 이런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신화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쟁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경쟁의 공정성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이다. 경쟁의 장점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출발점의 상태가 심각하게 균형을 상실했다면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축구시합의 결과가 어떨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개인들 간의 경쟁은 반드시 우열을 낳게 된다. 이 우열은 인간사회에서 소여(所與)이지만 그 격차가 커지면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룰이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에 경기 규칙과 그것을 집행하는 심판이 있듯이 과정과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엄정한 중재자로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독과점 금지, 담합 방지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도 항상 능률을 낳지는 못한다. 쌀 가격을 지지해주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높은 수매가격제를 유지하면 결국 곡물창고에 재고만 넘치게 된다. 정부 개입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적 비효율이 더 커지므로 정부 개입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경쟁의 지속성이다. 경쟁이 계속되려면 경쟁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이 사라지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의 이익만이 극대화된다. 독점이 아주 좋은 예이다. 이제 누군가 나서야 된다. 보이는 손인 정부 또는 사회적 중재기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건전한 경쟁이 지속되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공정 경쟁 유지 조치(competitive balance)라 한다. 공정경쟁유지조치는 경쟁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쟁의 상대방간의 경쟁조건을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쪽이 과도하게 불리하면 경쟁할 수 있도록 유리하게 해주고, 지나치게 유리하면 제한을 가한다. 이런 조치가 가장 잘 적용되는 현장은 프로스포츠이다. 권투시합은 체중의 차이가 확연한 선수끼리 시합을 하지 않고 체급별로 한다. 미국 프로농구는 부자구단이 과도하게 많은 돈을 써서 우수선수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팀별 연봉상한제인 샐러리캡을 운영 중이다. 미국 프로야구에는 사치세(luxury tax)가 있다. 어떤 팀의 연봉이 기준연봉을 넘으면 초과된 부분에 일정 요율을 적용한 금액을 야구협회에 낸다. 야구협회는 사치세를 모두 모아 팀연봉총액이 낮은 팀에 역분배하여 준다. 가난한 구단에 대한 지원인 것이다. 부자 구단에 대한 간접적인 제재조치이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건전한 경쟁체제가 늘 유지되기 때문에 산업으로서 미국 프로스포츠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한 조건에서 동등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긍정적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절제되고 꼭 필요한 균형적 조치들로 인해 상생과 동반성장이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VVIP라 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손으로 꼽자면 무척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초과하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는 격대교육(隔代敎育grandparenting)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격대교육의 효과가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한다. 격대교육은 조부모가 손자를 교육하는 것을 일컫는다. 클린턴의 경우 출생 직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때문에 홀어머니가 생활전선에 나서는 바람에 외조부모에 의해 양육됐다. 시골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외조부모는 클린턴을 정성껏 돌보았는데 외할아버지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흑인들에게도 외상거래를 해주는 등 개방된 분이었다. 클린턴은 훗날 난 이를 보면서 평등과 인권에 대해 깨우쳤고, 이후 새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증세로 폭력을 일삼았지만 사랑으로 감싸는 외조부모의 덕에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바마는 백인인 어머니가 아프리카 출신 생부와 이혼하는 바람에 역시 외조부모에 맡겨져 길러졌다. 제2차대전 참전 용사였던 외조부로부터 역사와 미국 중산층의 언어를 정확히 익힐 수 있었고, 근면과 교육을 강조한 외조부모의 자극에 힘입어 열심히 노력한 끝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이들 경우 외에도 수 십년에 걸쳐 특정집단을 추적조사하는 이른바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로도 격대교육의 효과는 입증된 바 있다. 미국 하와이주의 카우아이섬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그 한 예다. 이 조사를 주도한 미국 심리학자 에이미 워너에 따르면 1955년 이 섬의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40년을 추적조사한 결과 고아나 범죄자의 자녀 등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소위 고위험군 200여명 가운데에서 놀랍게도 35%가 장학생을 차지하는 등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워너는 이러한 예외가 왜 생겼는지를 심층 분석한 뒤 이들이 유아기에 조부모 등으로부터 헌신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덕에 긍정적 사고를 가지게 됐고, 이 결과 역경에 처해도 선순환으로 극복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높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 700만 명이 넘는 노인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큰 현안이 됐다. 특히 칠순이 넘어도 정정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서 알 수 있듯이 신체연령까지 늘어나는 추세에 걸 맞는 인적자원의 효과적 활용은 국가적 어젠다로 대두됐다. 요즘 대다수 은퇴자들은 비록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됐지만 아직도 사회활동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무언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노인들의 지혜를 격대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강구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들을 문화사각지대인 격오지의 멘토, 즉 독서 지도사나 바둑사범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날로 퇴보하고 있는 한국바둑의 진흥을 위해 사실상 은퇴상태인 50세 이상 시니어 프로기사 100여 명과 1만여 명이 넘는 시니어 아마추어 유단자를 적극 활용하면 유소년의 정서함양과 논리력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바둑진흥을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을 골자로 한 바둑진흥법의 제정을 계기로 한국기원과 여성가족부, 대한노인회 등이 머리를 맞대면 바둑진흥과 바둑고수 노인층의 활용 등 일거양득의 좋은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가 되새겨야할 구절이다.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5월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주위의 나무에서는 연한 초록색 잎들이 돋아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약동을 느낀다. 더구나 며칠 전에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온 국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평화와 번영이라는 푸른 꿈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항상 우리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는 5월이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마음 한켠에는 5월의 가슴시린 아픔도 함께 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 5월 18일, 이 땅에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은 신군부 세력의 불법적인 집권 기도에 대대적인 저항 운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신군부는 이를 진압하고자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하여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였으며, 결국 폭동이라는 오명을 씌워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짓밟아 버렸다. 그러나 518 민주화 운동이 꼭 실패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는 1980년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간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종국에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1995년 국회에서는 518항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정식 규정하였고, 518특별법도 제정하였으며, 1997년에는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2002년에는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518 사망자부상자희생자 등을 국가보훈 대상으로 편입되게 되었다. 그럼에도, 518 민주화운동의 수난은 계속 되었으니,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주장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였다. 그러던 것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점차 정상을 되찾아 간다.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라며 외면 받아 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8년 만에 제창되었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도 금년 중 출범할 예정이다. 우리는 작년 518 기념식 생중계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던 눈물과 말로 형언할 수 없었던 먹먹함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만 받아 왔던 518 민주화 운동이 대통령의 따스한 한마디 위로와 올바른 평가로 그동안의 억울함과 한(恨)이 봄눈처럼 녹아버리는 순간이었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안으라는 대통령의 당부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2016년의 촛불 혁명은 이런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름을 먹고 자라난 우리 민주의식의 결정체이다. 국민들의 민주의식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와 故김주열 열사의 사망 소식에 분연히 일어난 시민들의 419 민주혁명을 시작으로,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져 온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는 위대한 시민이 만들어 낸 위대한 업적이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보훈이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은 625 전쟁에서 상이를 입으신 분들과 전몰유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독립하는 데 기여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 대한 보훈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마지막으로 419와 518 민주화를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하신 분들이 보훈대상자에 포함되었다. 비록 시기적으로는 가장 늦게 국가보훈 영역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발전시킨 분들을 결코 소홀히 모셔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푸른 꿈도 민주화라는 소중한 가치 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신록의 계절 5월에 떠올려본다.
▲ 김광휘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사무국장 오월이 되면 숲은 비등한다. 신록의 계절 오월에 숲 속에서 숲이 거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 적 있는가. 그랬다면 알 것이다. 이때 숲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유혹을 한다. 꽃으로 이끌고 향기로 마주보며 산소로 말을 건다. 바야흐로 숲이 위대해지는 순간이다. 숲을 이루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인간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하였다. 그들은 바로 한 곳에 정착했다. 움직임을 포기한 대가로 식물들에게는 장수가 주어졌다. 숲은 디오니소스적이다. 인간이 아무리 줄을 맞추어 나무를 심어도 나무사이에는 경쟁하는 관목과 풀들이 저절로 군락을 이룬다. 햇빛과 바람과 비가 결과하는 아름다운 집단이다. 이성적이지 않은 숲이 가장 풍요로운 질서를 이루는 것은 자연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식물의 삶은 우리에게 종다양성이란 큰 선물을 주었다. 더 많은 나무, 풀, 잡초들이 무성할 때 비로소 동물의 삶은 유지되고 강화된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무성한 숲이 벌과 새를 불러들이고 그들은 먹이를 얻는 대가로 식물들의 번성을 돕는다. 식물의 종다양성을 인간이 바꾸고자 할 때 단일종목의 비극이 시작된다. 미국 중서부를 가면 옥수수밭이 끝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져 있다.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들에게 필요한 사료가 옥수수다. 단종재배(monoculture)는 지력의 극심한 소모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과다한 농약과 인공비료의 남용으로 옥수수밭과 공존해야 할 동물들의 발걸음도 끊는다. 종국에는 농약에 찌든 농작물을 인간과 동물이 섭취하면서 땅은 황폐해지는 부(負)의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카슨여사는 이미 1962년에 침묵의 봄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인류가 수렵 채취 시대를 마감한 것은 식물의 작물화다. 다이아몬드교수는 식물의 작물화가 맨 처음 시작된 곳은 비옥한 초승달지대라고 한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로 온화하고 강수량이 비교적 풍부하여 식물의 군락이 발달해 있었다. 이 중에서 인간이 작물화한 종은 한해살이 풀이었다. 인간의 노동력이 적게 들면서도 씨앗은 식량으로 삼을 만큼 충분히 컸다. 자화수분을 하는 종으로 번식이 용이해야 했다. 초승달지대는 같은 위도에 걸쳐 있어서 기후대가 같았기 때문에 인접지역으로의 전파도 용이했다. 식물의 작물화는 인간의 욕구와 변주하며 협동하는 공진화의 길을 걸었다. 마이클 폴란은 식물에게도 욕망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어느 산기슭에 열렸던 고대의 사과가 전 지구를 정복하게 된 것은 달콤함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인공화의 결과라고 한다. 문제는 식물에게도 욕망이 있고 인간과 협조할 때 지구의 생태계가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은 도태와 패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협력과 상생도 있다. 식물의 욕망을 인간이 선용하면 사과처럼 달콤함을, 튤립처럼 아름다움을, 감자처럼 구황을 견디게 해준다. 반대로 식물을 지배하려고 하는 순간 단일작물의 대규모재배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제 식물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식물은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햇빛에 찬란하게 반사되면서 자연을 받아들이라고 식물들이 번성하도록 숲과 산과 들을 그대로 두라고 쉬지 않고 경고한다. 숲이 우리에게 거는 대화를 따라가 보자. 식물의 욕망을 이해할 때 인간은 위대한 식물과 더불어 삶이 풍성해진다.
▲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피감기관 지원 외유의혹과 국회의원 시절 임기 말 정치자금 셀프 후원 등으로 퇴진요구를 받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밤 전격 사퇴했다. 중앙선관위가 김 원장의 셀프후원 의혹이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직후다. 이번 사태는 장관급 고위공무원이 임명될 때마다 야당과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의혹 공세로 낙마하거나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직위를 고수하던 과거 행태와 유사한 듯 하지만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먼저 과거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이 발탁될 경우엔 야당의 공세가 일정 수위를 넘지 않던 관례가 무색했다는 점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전현직 의원, 특히 현직의원이 장관직에 임명되면 트집을 잡더라도 임명철회에 이를 정도로 그악스럽게 공격해대진 않았다. 여야간에 일종의 암묵적인 동료의식이 발휘되곤 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낙마한 경우는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등 7명인데 이들이 모두 의원출신이 아니었던데 비해 이낙연 총리 등 전현직 의원 출신 9명은 모두 탈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임명동의 투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총리의 경우를 보면 두드러져 보이는데 2000년 이후 국무총리에 지명된 후보 18명 중 12명이 통과했고 6명이 낙마했다. 통과한 12명 중 이한동 전 총리 등 6명은 선출직 공무원 출신이고 나머지 6명은 비(非)선출직 공무원이다. 장상 후보 등 낙마한 6명 중 선출직 공무원은 김태호 전 의원 하나였을 뿐이다. 김기식 원장의 경우 비록 전직 의원이지만 진보적 성격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란 점이 동료의식이 작동하지 못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여야간의 공방과정에서 여의도 정치권의 의도와는 달리 선출직 공무원 사회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에 드러난 피감기관 지원 외유와 임기말의 정치후원금 땡처리라는 적폐는 의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권자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업계비밀이 여야간의 이전투구 덕분(?)에 백일하에 까발려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국회의원들의 오랜 관행가운데 아직도 적폐 요소가 산적해있으며 이 같은 적폐는 그들의 셀프개혁에 맡겨서는 부지하세월일 것이라는 점이다. 매번 총선 때마다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의원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내세우곤 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도 △무노동 무임금 도입 △불체포 특권 포기 △4촌이내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금지 △출판기념회 금품모금 금지 △해외출장시 재외공관 지원 최소화 등을 내놓았었다. 20대 총선이 끝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도해 의원특권 내려놓기 특위를 구성하기도 했으나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 태풍을 방불하게 하는 여야 간의 날선 공방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난 국회의원들의 적폐행태는 결코 다시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구태와 관행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엄정한 법률적 잣대가 도입돼야만 한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태풍은 한반도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지만 그에 못지않은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한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태풍은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등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닷물을 상하로 순환시켜 수질오염 약화와 적조 예방 등에 큰 효과가 있다고한다. 이번 김기식 낙마사태가 한바탕 스쳐지나가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정치권을 정화시키는 순기능적 태풍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꽃샘추위가 만만치 않다. 미세먼지와 황사의 습격도 그치질 않는다. 봄날은 따스한 햇살과 함께 맑은 공기에 실려오는 꽃향기에 취하는 날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4월에 때 아닌 눈까지 내렸으니 봄이 와도 진짜 봄이 온 것 같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제 곳간으로만 알고 정권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알았던 이의 말로도, 청와대를 사적 소유물로 알고 아버지의 영혼에 기대어 꼭두각시 생활을 영위하던 이의 말로도 여전히 어떤 이들에게는 교훈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대통령을 지낸 이들은 살아서 나오지 못할 수준의 범죄로 갇혀 있는데, 그 대통령을 등에 업은 채 재산을 불리고 자리를 챙기던 이들은 희한한 궤변을 토하며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외국으로 날아다닌다. 정말 우리에게서 독재의 겨울은 확실히 떠나간 것일까. 지난 시절의 더러운 권력이 각성한 시민들이 끝내 꺼뜨리지 않은 촛불로 응징을 받았다면, 우리는 이제 새로운 권력과 민주주의의 모습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개헌이든 개혁이든 주권자의 각성이 없다면 새로워질 것은 없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면 우리 손으로 올바른 권력의 모습을 더 치열하게 다듬어야 할 때다. 그 핵심은 누가 뭐래도 나누고 낮추는 데 있다. 집중된 힘을 나누고 위에서만 놀던 힘을 끌어내려야 한다.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중앙집권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상행 하행이라는 관용어가 그렇고 중앙과의 연계를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토호들의 몸부림도 그렇다. 중앙의 고관이라며 거들먹거리는 이들은 젊은 시절 근무했던 어느 지방의 후한 인심과 자신에 대한 호의를 자랑하며 뿌듯해 한다. 삶의 터전을 확실히 중앙에 잡았다 자부하는 이들일수록 지방의 현실을 그저 꿈에서도 아련하게 떠올리는 아름다운 추억 정도로 치부한다. 그들에게 지방은 영원히 베풂의 대상이고, 지방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위치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라 믿기에 더욱 그렇다. 고속철도의 대중화로 한 두 시간이면 닿는 서울이 된 이상, 중앙과 지방을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는 이들도 있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자꾸 구분짓는 일을 하지 말라며 짐짓 눈을 부라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철도와 도로가 고속으로 빨아들이는 돈과 사람의 모습은 애써 외면한다. 중앙의 화려함을 바라고 자발적으로 날아드는 불나방을 어찌할 거냐며 그저 혀를 차댈 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그럴 수도 없다. 지방자치란 삶의 터전이 어디에 있든 문화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고 교육과 직업 및 소득의 격차를 두고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일구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지역마다 고유의 문화를 자랑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사람을 낳아서 서울로 보내지 않아도 충분한 성취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가 진짜 잘 사는 나라인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의 키높이에 눈을 맞추는 것만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수는 없다. 권력기관의 개혁도 결국 나누고 낮추는 데 그 핵심이 있다. 결국 주권자가 주인이라는 헌법의 기본을 제대로 구현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새나라는 중앙권력에 꿀리지 않는 멋진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어가야 완성된다. 지방의 발전이 모여 건강한 권력을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기에.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613 지방선거가 이제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4년간 우리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갈 단체장을 선출하는 정말 중요한 선거이다. 필자는 작년까지 행정자치부의 지방행정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과 폐단을 직접 목도한 경험이 있다. 특히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지가 단체장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사례를 현장에서 수도 없이 보아 왔다. 한 예로, 전북의 어떤 군에서는 민선 5기까지 선출된 군수가 모두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를 반복하다 보니, 그 군은 발전은커녕 오히려 후퇴했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어떤 시군은 단체장이 목표의식을 갖고 지역발전을 이끌어 관선 때보다 획기적으로 지역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단체장을 잘못 뽑아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민선 6기로 당선된 228명의 기초단체장 중 거의 10%에 육박하는 21명이 선거법 위반과 부정부패 비리 등으로 당선이 무효가 되었다. 여기에는 우리지역의 익산, 정읍, 김제시장도 포함되어 있다. 당선이 무효 되면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뽑아야 하는데 그 선거비용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게다가 수사나 재판과정에 나타나는 행정 공백사태는 주민들에게 정책 지연, 정치 불신, 지자체의 이미지 훼손 등 금전으로 계산할 수 없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 굳이 이런 좋지 않은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을 정말 잘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께서 다음 몇 가지 기준을 갖고 단체장을 선출해 주셨으면 한다. 첫째, 우리 지역의 발전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뽑자.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단체장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실제로는 단체장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전 정권의 대통령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단체장이 되려는 사람들은 선거에 출마해서는 아니 된다. 한 지역의 단체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올바른 통치와 경영을 통해 그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는 마음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로, 군림하는 단체장이 아니라 봉사하는 단체장을 뽑자. 요즘 공무원들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변해있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위해서 더 서비스를 잘 할 것인가를 가장 큰 가치로 삼고 낮은 자세로 주민들에게 봉사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부 단체장은 아직도 거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의 발전과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낮은 자세로 서비스 해주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돈을 써서 당선되려는 사람은 절대로 뽑지 말자. 서울, 경기 등 대도시 지역에는 돈 선거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으로 갈수록 아직도 돈 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돈 선거는 결국 지역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과정에 돈을 많이 쓰면, 당선 후 들어간 비용을 채워 넣고자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결국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의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관급공사 조달 비리를 통해 들어간 비용을 메꾸고자 한다. 이런 비용들이 궁극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의 혈세로 충당되어야 한다. 이번 613 선거에서 이상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키는 단체장들만 선출된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지역의 발전을 맡길 단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 김광휘 행안부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부단장 2월 9일 개막한 동계올림픽이 3월 18일 패럴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성공 여부에 확신을 하지 못했던 국민들은 개막식에서 보여준 감동의 공연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 대회 초반 국민들의 관심은 컬링팀 덕분에 고조되었다. 팀킴의 함성과 호흡은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쇼트트랙 등 강세종목과 더불어 스노보드, 스켈레톤 등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이어 선전하면서 올림픽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일주일 쉬고 시작된 패럴림픽에서는 신의현선수, 컬링오벤저스 등 참가 선수 모두가 감동을 주었다. 썰매아이스하키팀은 동메달을 따고 링크에서 태극기를 펼치고 목이 터져라 애국가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하던 나도 울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저력을 확인하였다. 여름과 겨울 올림픽, 월드컵, 육상선수권 등 4대 메이저 스포츠를 모두 개최한 6번째 나라가 되었다. 단순히 스포츠제전을 많이 개최한 것 이상이다. 국격이 상승되었다. 개막식은 아름다운 공연과 더불어 평화의 메시지도 가지고 왔다. 남북한 동시입장으로 시작된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를 준비되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언론은 안전한 평창올림픽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경기장과 도로 어디에도 제복을 입거나 총을 든 안전요원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올림픽을 치렀다. 평창이 휴전선에서 몇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 맞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 모두 평창올림픽은 성공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응원하여 만들어낸 성과이다. 전국 지자체의 물적인적 지원도 컸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2월부터 두 달여 동안 평창 현지에서 올림픽을 직접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사람이더라.이다. 대규모 행사를 준비할 때 잘 수립된 계획, 재정적 지원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집행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적재를 선발하여 적소에 배치한다 하더라도 그분들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의도된 성과를 올릴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로터리에서 주차장에서 경기장에서 애를 쓴 자원봉사자, 군경, 단기파견 공무원, 직원 등 약 5만 여명의 종사인력이 빚어낸 아름다운 합작품이다. 종사인력 처우를 지원하기 위해 각 경기장을 돌아볼 때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미소와 친절로 그리고 큰 소리로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원 봉사자들에게서 깊은 영감을 얻었다. 우리는 그간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경기장, 시설, 도로, 장비 등 보이는 것에 치중해온 경향이 있다. 사람을 후순위로 두면 인간을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관점으로 인해 뷔리당의 당나귀를 초래하기가 십상이다. 몹시 허기지고 목마른 당나귀에게 한 쪽에는 먹이통을 다른 쪽에는 물통을 주고 선택하라면 당나귀는 망설이다가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성과를 올리려면 자발적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자원봉사자 등 종사인력 한 분 한 분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는 각 개인에게 자유의지가 부여될 때 가능하다. 자유의지는 모든 것에 사람이 우선한다는 정책적 감수성이 제공해주는 선물이다. 여기에 사람을 귀히 여기는 진성리더십이 뒷받침될 때 우리가 의도하는 일은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에서 얻은 인간중심적 성찰이었다.
▲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 마치 치킨게임을 하듯 일촉즉발로 치닫던 한반도의 핵 위기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언제 그랬냐 싶게 극적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북한의 전격적인 올림픽 참가와, 이와 함께 전개된 잇단 남북간의 접촉,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한반도 핵 위기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잠시 18년 전 시절을 되돌려본다. 그러니까 새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10월. 당시 한국일보 워싱턴특파원으로 재직 중이던 나는 타사 워싱턴 특파원 동료들과 한때 행복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그해 6월 분단 이래 처음으로 역사적 615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등 한반도가 탈냉전의 훈풍으로 후끈 달아오르던 시절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고, 미국의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과 면담했다. 곧 이어 북미관계 정상화를 매듭짓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려고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복기해 보자면 당시 상황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모라토리엄)남북 정상회담북한 조명록 특사 방미미국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방북클린턴의 방북과 북미정상회담 등의 순서가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취재원 가운데 북한돕기운동 등을 하며 북한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던 한 재미동포는 나중에 뉴욕의 북한 대표부 요원으로부터 북미 수교 후 사용할 북한의 워싱턴대표부 사무실용 건물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고 워싱턴D.C.의 외교가인 매사추세츠 애비뉴 일대의 빌딩을 물색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북한도 그만큼 대미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예화다. 이처럼 정말 조만간 한반도에서의 비정상적 군사적 대치상태가 해소되고 통일이 현실화할 듯한 분위기였다. 약 20여명 달하는 한국 언론의 워싱턴 특파원들은 백악관, 국무부, 펜타곤을 오가는 숨가쁜 취재 와중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워싱턴 내셔널프레스센터 인근 선술집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추세에 대해 희망어린 전망을 하며 맥주를 기울이곤 했다. 당시 나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한 취재가 가능해지면 초대 평양주재기자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어느 동료 기자가 평양 특파원이 아니라 평양 주재기자라고?라며 의아해했다. 주재기자와 특파원,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주재기자는 진정한 통일이 되어서 남북한이 단일 정부 체제에 속해 평양도 한국의 일부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반면 특파원은 남북이 별개국가이지만 외교관계를 맺고 있을 때 가능한 경우일 것이다. 이 경우 물론 주재기자는 언론사의 편제상 지방취재부 소속이고, 특파원은 국제부(혹은 외신부) 소속일 터이다. 하지만 당시의 상상은 뒤이어 등장한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경수로 건설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이에 맞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는 등 다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됨으로써 한낱 취중 공상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반도에 조금씩 머리를 내미는 평화의 새싹을 보며 당시의 공상이 한낱 취중 망상이 아니었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상화한다면 현역으로 복귀해 초대 평양주재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몽상이 봄날과 함께 다시 스멀스멀 일어나고 있다.
▲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새봄이다. 1년 전엔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새시대를 알리는 봄이 오더니, 올해엔 한반도 평화의 서막을 여는 봄이 왔다. 아울러 들불처럼 번지는 me too운동을 보면, 알량한 권력에 기대어 약자 위에 군림하고 사욕을 채우던 시대가 여러모로 저물고 있다는 것도 확실하다. 자유와 보수를 개칠하여 정권을 잡았던 자들이 벌였던 각종 범죄와 추문들이 내부자들의 자백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새봄이 우리에게 주는 국운융성의 희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좀 있으면 지방선거다.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발전을 말하고, 주민들의 머슴이 되는 삶을 말한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명함을 돌린다. 절대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려 출마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호남을 일컬어 민주화의 성지라 한다. 대한민국 진보와 개혁의 교두보라고도 한다. 가슴 뿌듯한 칭찬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 고향은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를 통해 남들이 부러워할 성과로 어떤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느 나라나 지역당이라는 게 있다. 그 지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가장 앞장서 대변하는 이들이 정당을 구성하고 의회에 진출하여 지역민의 뜻과 가치를 대변하는 모습이 무조건 퇴행적이라 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엔 독재를 떠받친 쪽과 핍박을 받은 쪽의 지역당을 동일 선상에서 평할 수도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과 전북 출신이 지향했던 가치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면에 가까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그 와중에도 과연 저러한 모습의 정치가 올바른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도 많았고, 각종 추문을 통해 지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정치인도 많았다. 지역정치는 어떤가. 진정 지방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의 공복으로 충실한 임무수행에 매진하는 이들만을 선출하였던가. 누가 뭐래도 전라북도의 지방자치는 매우 건강하고 건전한 것으로 모범이 된다며 자랑할 수 있는가?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자 여럿이 일제히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있고, 군수들이 연달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곳들이 있다. 후보자간 매수행위는 물론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물며 한 때의 유력 후보자는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하여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지방행정과 자치의회가 이룬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 다들 열심히 노력했다지만 생각처럼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인사는 어떻고 조직문화는 어떤가. 전국적으로 귀감이 될만한 인사운영 사례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질화한 정책으론 무엇이 있었을까. 아니. 선량들의 면면을 볼 때 중앙정치 무대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인재들은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 꼼꼼히 살필 일이다. 고향이 같은지, 학교가 같은지. 성씨가 같은지, 아니 내게 뭘 갖다 준 게 있는지만을 두고 후보자를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잘 알지 못하니 그저 정당을 믿자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당내 경선에만 집중하여 승리하고 자동으로 당선되는 후보가 과연 당 지도부와 주민 가운데 누구를 더 의식할까. 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주권자들의 참여와 의식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투표로 당선된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지른 일을 보고도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게 없다면, 새봄은 더 이상 새날을 약속할 수 없을테니.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우리 전북은 지난 수십 년간 집권정권에 의해 끊임없이 지역차별을 받아 왔다.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예산이나 인사에서도 전북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도민들은 분노의 수준을 넘어 체념의 단계까지 도달한 게 최근까지의 지역차별 현 주소였다. 그런 와중에 정말 참기 어려운 또 한 꺼풀의 지역차별은 호남권 내에서 이루어진 차별이었다. 어렵사리 호남 몫으로 배정된 중앙의 사업이나 예산은 통상 광주나 전남에 우선배정되고 우리 지역에는 남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우리는 호남이라 불리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고, 호남과는 별개로 취급해 달라고 주장하던 웃지 못 할 때도 있었다. 이런 가슴 아픈 사례는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의 입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위해 전국 5개 권역별로 보훈병원 5개소(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와 보훈요양원 6개소(수원광주김해대구대전남양주)를 건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전북 지역에 거주하는 3만 가구 이상의 보훈가족은 보훈병원이나 요양원을 이용하고자 할 때에 광주에 입지해 있는 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다. 거리상으로도 짧지 않아서 느끼는 불편도 불편이지만, 전북지역에 보훈시설이 없어 광주까지 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훈가족들은 굉장히 자존심을 상해했다. 그렇다고 광주 지역에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이 설치되어 있으니 경제성을 고려할 때 전북에 이들 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북권 보훈요양원 건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는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전북 정치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결실을 맺은 감동의 스토리 그 자체였다. 그동안 호남이라는 지역구도 내에서 받은 지역차별을 한순간에 털어버린 순간이기도 하였다. 보훈 가족 한분 한분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있었기에 이런 쾌거도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보훈요양원은 법정 배치인력보다 더 많은 수의 요양보호사를 투입하여 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참전상이(傷痍)자가 대부분인 입소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심리안정과 재활치료작업치료도 집중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치매극복과 보훈대상자 자긍심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원봉사단체 연계 등에 있어서도 월등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8년 연속 최우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권 보훈요양원은 200병상 규모로 356억 원의 복권기금 재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며, 올해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2019년도 착공, 2020년도 완공을 거쳐 2021년도에 개원할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3만 3000여 가구의 전북 보훈가족들을 위한 백년대계 사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적의 부지를 정하고자 현재 20여 곳 가까이 되는 후보지들을 현장답사 후 검토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 부지매입을 끝낸 후 하반기에는 설계공모를 통해 전북지역의 자랑이 될 수 있는 설계디자인을 선정하여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나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만큼 최고의 보훈요양원이 전북지역에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왔던 전북 보훈가족들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멋진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다. 도민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김광휘 행안부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부단장 문제를 내면 소수의 전문가와 대중 중에 누가 정답을 맞힐 것인가. 일반적으로 전문가이다. 맨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중의 상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대중이 더 정확하다는 견해가 있다. 1907년에 플리머스에서 생긴 일이다. 가축품평회장 한켠에서 소가 도축되었다. 800명에게 소의 무게를 물어보았다. 이들 중 판독 가능한 787명이 써낸 소 무게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였다. 소의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대중이 예측한 값이 실제 무게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통계학자 달튼의 목격담이다. 서로우키는 이를 인용하여 전문가보다는 대중이 보다 더 정확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대중(大衆crowd)의 지혜이다. 여기서 대중은 공중이 아니다.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군중도 아니다. 어떤 분야에 의사를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해결책이 전문가의 의견보다 우수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출신과 배경이 다양해야 한다. 의사를 결정할 때 독립성도 있어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 소수 전문가 집단이 종종 심각한 의사결정 상 실패를 하는 것은 다양성과 독립성의 부족 때문이다. 집단 내 리더나 유력자의 의사를 추종할 경우 집단의 전문성은 훈련된 무능력이 된다. 최고의 두뇌들만 모였다는 나사에서 발사한 우주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버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중의 지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동안 집단지성이 된다. 개미를 보자. 하나의 개미는 연약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모여서 사람 키만 한 개미집을 만들어낸다. 질서 있게 협동하는 개미의 군집행동이 바로 집단지성인 것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크라우드소싱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터넷 상에 해결방안을 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해당문제에 의견을 주면 이런 의견들이 모여서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준다. 네선생이라 불리는 네이버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이다. 멋진 사업계획이 있는데 재원이 부족할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다. 인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우주의 광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자. 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성공시 효과가 큰 사업 구상이나 돈이 모자란다. 이때 인터넷상을 통해 단기간 내에 원하는 투자금액을 모으는 방식이다. 우주광물 채굴계획을 세웠던 피터 디아만디스의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몇 가지 철학적 관점이 있다. 정보와 데이터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같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자원은 공유하고 행동은 전 지구적으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 집단지성을 행정에도 적용해 볼만 하다. 예산은 공공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 있는 대중이 돈을 댈 것이다. 문제해결도 주민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거나, 우수한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현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경연대회 등의 기반과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다. 80년대까지가 조장행정이었고, 90년대 이후 협력행정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바야흐로 행정에서도 집단지성과 다양성을 갖춘 대중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A씨는 지금도 2012년의 411 국회의원 총선을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언론계 출신인 그는 현실정치에 뜻을 두고 출마 지역구로 경기 용인시를 선택했다. 수년째 살던 곳이기도 했지만 인구가 90만이 넘는데도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해 4석 선거구 분구가 예상되므로 그곳을 택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도 작용했다. 이미 공직선거법에 의해 구성된 19대총선 선거구획정위에서 인구 최다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대1로 한다는 기준 아래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 등 전국 8개 선거구를 분구하는 것으로 보고한 것도 염두에 두었다.그는 기흥구의 신도심인 동백지구에 사무소를 열고 새벽부터 명함돌리기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선거인단 투표 50%, 여론조사 50% 적용이 예상되는 당내 경선규칙을 고려해 선거인단 모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기초의원 출신 당내 라이벌 후보가 기흥구가 분구될 경우 자신의 고향인 기흥구 남쪽지역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북쪽지역인 동백동을 집중 공략했다. 여론조사에서 라이벌 후보에게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용기백배했다.하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의 보고안을 무시한 채 최종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그는 애가 닳기 시작했다.정개특위는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랑이만 벌이다 법정시한을 두 달이나 넘긴 2012년 2월 27일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용인시의 경우 3인선거구에서 5인 선거구로의 분구를 요구한 선거구 획정위안과는 무관하게 그냥 3인 선거구로 존치하되 인구 과잉으로 인한 위헌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기흥구 동백상하동을 처인구로 편입시키는 꼼수가 가해졌다. 말 그대로 이 같은 게리맨더링 탓에 기흥구 동백동 일대 8만여 명은 하루아침에 처인구 선거구에 편입됐다 .분구를 전제로 동백동을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집중 모집한 A씨는 이 바람에 다수의 선거인단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봉착했다.더구나 당의 국민경선 시행세칙에 선거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거인 모집 개시일 5일 전 현재 해당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선거인 모집이 2월 20일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2월 15일 이전까지 주소지가 해당 선거구에 등재돼 있지 않은 사람은 선거인이 될 수 없게 됐다.이로 인해 졸지에 동백동이 주소지인 A씨는 자신을 위한 선거인조차 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해버렸다.결국 여론조사에서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경선에서 큰 차로 뒤지는 바람에 A씨는 당 경선에서 탈락했다.이처럼 국회 정개특위가 정쟁에 매몰돼 선거구를 지각 획정해서 입후보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는 비단 19대 총선 때 뿐 만이 아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올 6월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똑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국회가 법정 시한 두 달 이상 지나도록 지방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자 중앙선관위는 19일 우선 3월 2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일부 지방의원 후보자의 경우 자기가 출마할 선거구도 정확히 모른 채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이처럼 2년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책은 선거구 획정권한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나 별도의 획정위로 이관하는 것이라는 게 여의도를 제외한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당의 이해와 첨예하게 관련된 선거구 획정을 국회에 맡기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좀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2019년인 내년도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100년 전인 1919년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온 국민이 전국적으로 저항하고, 이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된 해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전문(前文)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함으로써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명시하고 있다.이에 정부는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국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고양하여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올해부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민관합동 위원회를 설치하는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그러나, 우리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선열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100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독립과 자유, 이제 우리가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으로 보답해야 할 차례이다.국가보훈처에서도 기억-감사-계승 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독립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여 31만세운동을 재현하는 독립의 횃불 1000만명 릴레이를 실시하고, 독립운동의 현장을 재조명하는 특별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한다. 선열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의 수형기록을 전수(全數) 조사하여 독립유공자 발굴을 확대하고, 훈장을 전달 받지 못한 독립유공자의 후손 찾기 사업도 대대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독립정신 계승을 위해서는 과거 100년, 미래 100년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R콘텐츠 제작, 국내외 사적지 탐방 등도 실시한다.다양한 기념사업 외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한다. 서대문 역사공원에 총 36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6236㎡(1890평)의 규모로 건축될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은 미래세대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알리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이다.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의 동참도 매우 중요하다.다행히 우리 전북지역은 31운동, 임시정부와 관련된 많은 역사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제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 936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으며, 31운동 관련 독립유공자만도 246명이 있다. 또한 상해 임시정부의 통신원으로 국내에 밀파되어 군자금을 마련하다가 옥고를 두 번이나 치른 김일두(순창) 선생 등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도 13명이나 된다. 31운동과 관련된 사적지도 전북 내에 29곳이 있다.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와 사업들을 지금부터라도 미리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 2019년이 결코 먼 훗날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호텔업자는 누구인가? 이제 사람들은 그 답이 유명한 호텔체인이 아님을 안다. 이 회사는 자기 소유의 호텔이 하나도 없다. 에어비앤비이다. 플랫폼 덕분이다. 이처럼 플랫폼으로 성공한 회사가 많다.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택시 없이 최고의 택시회사가 된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플랫폼은 원래 마루에서 바닥이 조금 높게 만들어진 부분이었다. 기차역에서 승객이 승하차하는 곳을 가리킬 때 가장 친숙하다. 최근에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플랫폼 레볼루션이란 책은 플랫폼을 사람과 조직, 자원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서로 연결해줌으로써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게 해주는 생태계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그 이상을 뜻한다.지금 세계는 플랫폼을 통한 대변환이 진행 중이다. 기존 기업들이 플랫폼에 기반을 둔 기업들과의 경쟁에 져서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는 파이프라인 기업이었다. 회사가 생산설비와 부지를 소유하고 일관된 생산체계를 갖추어야만 경쟁력이 있었다. 자동차 회사를 보자. 협력업체에서 가져온 부품을 일렬로 늘어선 생산라인에서 조립하였다. 차체 프레임에 문을 달고 바퀴를 올리고 엔진을 앉히는 방식이었다.전통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이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플랫폼 기업은 생산시설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경계, 즉 생산과 소비 사이의 벽도 허물었다.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공동체로부터 끊임없는 가치를 창출한다. 쌍방향으로 상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공유경제 부문만 보더라도 2016년까지 100만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플랫폼은 연결의 가치를 안다. 네트워크 효과 덕분이다. 사용자들의 접근과 참여 활동을 쉽게 만들어준다. 다른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도 활발하게 해준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온라인상에서 활동이 쉬운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갖추고 있어서다.플랫폼의 성공전략은 다양하다. 페이펄은 온라인 결제시스템에 업혀 가기를 선택했다. 구글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판할 때 상금을 책정하였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리지만은 않는다. 이것이 성공비결이다.플랫폼이 가진 고민은 개방성이다. 완전 개방할 경우에는 정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닫으면 플랫폼이 안 된다. 따라서 개방의 절차와 내용이 중요하다. 다른 문제는 자율성이다. 플랫폼 시장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는 이미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 규제의 틀이 중요하다. 내부 투명성을 높이고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소위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우리는 누가 뭐래도 플랫폼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도 정부혁신, 전자정부 등에 이미 플랫폼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정부24가 대표적이다.플랫폼이 경제의 새로운 혁신모델로 성공하고 있고, 정부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 전북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문화와 농업이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력이 풍부한 많은 젊은이들과 농민들이 플랫폼 상에서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상호작용을 플랫폼이 도와준다면 말이다. 아니 이미 고향의 여러 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플랫폼 혁신이 진행 중이라 믿는다.
영화 1987이 68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나도 신정 연휴에 바로 그해에 태어난 딸 등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다. 30여 년 전 영화의 배경 현장에 취재기자로 활동했기에 그 시절의 처절한 장면이 되살아나 만감이 교차했다.이 영화의 사회적 의미나 영화적 평가 등에 관해선 이미 많은 언급들이 이어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언급 대신 영화 줄거리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보려한다. 이 영화는 제작진이 밝혔듯이 다큐멘터리 영화 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이른바 팩션이라 할 수 있다.줄거리는 5공화국 말기의 역사적 사실, 즉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언론 보도경찰 등 권력기관의 조작 시도조작은폐사실 폭로학생시위 격화최루탄에 의한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기둥이다. 영화는 이 일련의 역사적 흐름에 대부분 충실하게 부합하지만 사실관계가 가장 침소봉대되어 아쉬운 대목은 선한 검찰, 악한 경찰로 묘사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이다.영화에 따르면 박처원 당시 치안본부5차장을 비롯한 경찰은 박종철에게 물고문을 가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이를 은폐축소 조작하려는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 검찰은 경찰의 고문치사 은폐 시도를 저지하는 정의로운 집단처럼 그려진다.하지만 당시 취재수첩을 토대로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경찰이 악랄한 집단으로 묘사된 것은 맞지만 굿 가이로 등장하는 검찰은 사실이 너무 미화된 측면이 있다.내 취재수첩과 여러 자료 등을 토대로 복기해보면 사실 관계는 이렇다. 영화에서 검찰은 부검 없이 화장해 고문치사를 은폐하려는 경찰을 막고 온갖 회유와 압박에도 부검을 하도록 해 고문치사 사실이 드러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심지어는 하정우가 분한 최환 부장검사는 겁박하는 경찰 고위층에게 대들기도 하고, 만취한 채 상관의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 낭만적 면모까지 보여주는 식으로 제법 멋진 캐릭터로 어필한다.하지만 검찰의 역할은 바로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검찰은 당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수사권마저 포기하고 경찰 자체 수사에 맡겨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축소왜곡조작하도록 방조한 것을 시작으로, 1차수사(1987.1.20.~1.23)나 2차수사(5.20~5.21), 3차수사(5.22~5.29)나 심지어 1년 후의 4차 수사(1988.1. 13~1.15) 등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의 축소은폐조작 기도를 방조하고 협력한 것은 오히려 검찰 수사팀이었다.사실이 이러한데도 검찰의 역할이 지나치게 부각된 데는 당시의 시대상황 및 이 사건을 토대로 정계진출을 위한 홍보 책을 낸 안상수 당시 서울지검 형사부 검사의 과잉 자가 홍보의 영향이 컸다.1979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시해사건(1026사건) 이후 1212 쿠데타와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집권한 5공화국 군사독재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 과도하게 경찰권력을 확대했다. 특히 광주에서 군을 투입함으로써 엄청난 후유증을 치러야 했던 전두환 등 신군부는 이를 경험 삼아 군에 의한 시위진압 대신 경찰력에 의한 정권유지를 도모했는데, 이 때문에 5공화국에서 경찰은 체제수호의 보루로서 정권의 총애를 받으며 과다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나 그 이후 검찰을 번롱하며 고문치사를 은폐 조작하려 한 것도 바로 집권층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이 영화와 관련하여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찰은 박 군 고문치사에 대해 여러차례 사과와 유감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직까지도 유구무언이라는 점이다. 다만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이 영화를 본 뒤 당시 검찰이 했다고 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묘사됐다. 너무 미화하는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고 언급한 점을 기화로 이른 시일 내에 처절한 반성이 뒤따를 것을 기대한다.사족:이 영화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인물이 전북출신이다. 박군에 대한 물고문 사실을 오연상 의사에게서 밝혀내 보도한 윤상삼 동아일보기자는 남성고, 최환 부장검사는 전주고 출신이다.
고향을 생각한다. 타향에서 떠올리는 고향은 언제나 따뜻하고 정겨운 곳이다. 골목길과 뒷동산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남다른 존재다. 그렇다면 고향에서 바라보는 출향민은 어떨까. 소위 중앙에 진출하여 지역의 위신과 명예에 어떤 영항을 미치는지, 고향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되어왔다.같은 땅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쌀과 물을 먹고 자랐지만 자란 후에 보이는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를 종종 본다. 하긴 같은 시냇물을 먹어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 면 독이 된다 했으니.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작 1987을 통해 민주화의 소중함과 현대사의 어두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감독이 전북에서 자랐고, 탐욕의 화신으로 점점 그 죄상이 드러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집사도 전북에서 자랐다.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수석을 다투며 같은 고교를 다닌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검사가 되어 절대권력을 탐하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기어이 감옥에 갔고, 한 사람은 치열한 학생운동을 거쳐 촛불이 가득한 광장에서 불려진 노래 헌법 제1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을 만들어 역사를 바꾼 주역들에게 용기를 주었다.시대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할 정의가 있다. 상황이 달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선 정의와 진실이 당대에 성공하는 모습보다는 도태되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겪고 세상을 기록하던 사마천의 저 유명한 탄식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다.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하였건만 굶어 죽었다. (중략)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고 즐겁게 살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사기(史記) 백이열전, 김원중 역]시골의 신산한 삶이 이어질수록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출세하여 큰 사람이 되라고 축원했다. 좀 더 가운데로, 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 집안을 돌보고 가문을 일으켜 금의환향할 것을 기도했다. 착취당하고 주눅드는 삶보다는 떵떵거리며 베푸는 삶을 바란 것이다.그 바람이 너무도 간절하고 무거웠던 탓일까. 우리의 삶과 현실은 고금을 막론하고 정의와 진실을 종종 외면했다. 고향을 자신의 출세를 막는 굴레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영달을 위해 고향을 팔아먹는 이들도 많았다.이제는 달라야 한다. 그저 맹목적인 출세의 욕망이 망가뜨린 세상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그저 자리만을 탐하고 권력 앞에 주눅들던 역사도 청산되어야 한다. 고향을 빛낸 인물이 되고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기록되려면 정의와 진실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고향의 땅을 딛고 하늘 아래 진솔하고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최강욱 변호사는 대한변협 인권위원, 민변 사법위원장,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대한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작년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정부의 모든 역량을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데 쏟아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이 말은 그다지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시스템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를 위해 정치권에서는 적폐청산 이라는 작업을 통해 과거의 그릇된 국가운영의 틀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그러나 필자는 나라다운 나라의 시작은 진정한 報勳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 대해, 우리 국가와 국민들이 합당하고 정당한 예우를 하는 것에서부터 나라다운 나라는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국가와 사회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분들을 국가유공자라고 한다)에게 합당한 보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나라를 나라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정도를 넘어 지나칠 정도의 예우를 해준다고 한다.다행히 문재인 정부도 報勳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정부출범과 함께 국가보훈처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가유공자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지면서 보훈을 몸소 실천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훈급여금의 확대, 복지지원 강화, 안장장례 서비스의 개선 등 보훈가족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우리 전북 지역에도 국가를 위해서 희생공헌한 3만 3000여 가구의 보훈가족이 거주하고 있고, 애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208개의 현충시설이 있다.그뿐만 아니라 전국에 6개 밖에 없는 국립묘지 중 하나인 임실호국원이 전북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는 2만 4000여분의 국가유공자가 안장되어 있다.또한 전북은 근현대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분들도 많이 배출하였다. 1919년 31운동 당시에는 박준승(임실), 백용성(장수) 두 분이 33인의 민족대표에 참여하였는데, 두 분 모두 31운동 직후 체포되어 재판과정에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였다.김제 출생의 차일혁 경무관은 조선의용대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625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칠보댐을 지켜낸 전쟁영웅이다. 이렇듯 전북은 국권을 회복하고 수호하는 애국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인식하에 전라북도에서도 자체적으로 보훈가족 분들을 위해 호국보훈수당, 사망시 위로금 지급 등의 지원을 추가로 해드리고 있다. 어려운 재정형편 속에서도 보훈가족들을 예우하기 위해 힘써주고 있어, 국가보훈처의 차장으로서 또 전북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이처럼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국가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헌신에 보답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곧 우리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발전시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국가유공자 여러분! 참으로 감사합니다.△심덕섭 차장은 고창출신으로 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전북도 행정부지사, 행자부 창조 정부조직실장, 지방행정실장을 역임했다.
내 고향 전라북도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유장하다. 순역(順歷)의 세월을 견뎌낸 자가 보여주는 기품이 있다. 아름다움은 기억과 경험을 통해 전승된다. 두 개의 길이 있다.눈 쌓인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었다. 편백나무는 크고 곧았고 향기가 진하다. 밑에 다른 나무나 잡초를 키우지 못하지만 그늘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편백나무의 효능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길이 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간다. 편백나무 숲은 유명해졌다. 완주 상관 이야기이다.늦가을 옥산저수지를 갔었다. 입구에는 갈대가 가을을 붙잡고 아침 저수지는 물안개를 피웠다. 이 물그릇은 빽빽한 관목 사이로 우주를 순환하듯 둥그런 길이 있다. 세 시간 정도 걷다 보면 다시 갈대다. 여름을 지낸 갈대숲은 철새 떼를 하늘로 보낸다.아름다운 길은 변산 해안에도 지리산 둘레에도 마이산에도 있다. 어디 길뿐이랴. 징게맨경의 넓은 들은 한국 최고이다. 이 들은 김훈의 파행하는 만경강을 안고 황금이라는 세속의 색깔을 원형질로 보여준다. 동쪽으로 가면 산이 빼곡하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이 호남정맥의 근간으로 버티고 있다.전북은 오랜 세월 동안 농업이 발달해왔다. 데메테르 여신의 축복을 받은 거룩한 땅이다. 먹거리를 책임져온 농업은 이제 전북이 가진 고유한 자연환경을 더해 도시민들에게 최적의 케렌시아(Querencia)를 제공한다. 찾는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케렌시아는 치유의 장소, 쉼터 등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이다. 최근 힐링과 연계된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쓴다.도시의 빠른 삶에 지친 사람들은 내 집과 같이 느껴지는 장소, 즉 케렌시아를 찾는다. 이런 요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 전북이다. 관광공사가 승인한 통계에 의하면 2016년에만 3100만 명의 관광객이 전라북도를 찾았다. 2017년도 11월까지 가집계 결과 3400만 명이나 된다.많은 관광객들이 전북을 찾는 이유는 만족감이 높아서이다. 이것을 2018 트렌드 코리아는 가심비라 한다. 가성비를 뛰어넘는 개념이다. 각 개인이 지불하는 가격과 비교하여 심리적 만족감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만족은 마음의 상태이다. 가격이 비쌀 수도 있으나 독특하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전북을 방문한다. 맛있다면, 아름답다면, 추억이 된다면 찾아온다.이게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공장과 굴뚝으로 대변되는 산업화를 벗어난 다른 발전방안이다. 소위 내발적 발전은 지속가능성이 있다. 전북이 현재 하고 있는 생태관광전략과 이를 전 시군에 연결시키는 관광패스, 3농정책 등의 노력이 더해져서 전북을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면 다른 방향의 인구 정책도 생각할 수 있다.어차피 획기적으로 정주인구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인구를 방문객, 체류객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과 관광객 등 모든 유동인구를 포함하여 기준 인구를 산정하여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전라북도 인구는 200만이 아니다.이 관점을 포함하면 전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은 가심비 시대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잼버리 대회를 잘 준비하면서 사회인프라를 확충시키고, 농업특산품과 체험, 생태관광의 고리가 강화될 때 케렌시아로서 전북의 가심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게 전북의 산하와 현존하는 자원이 우리에게 주는 의무이자 유산이라고 본다.△김광휘 부단장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장관정책보좌관, 전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장,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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