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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국 핀란드와 갭이어

또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 세밑의 연례행사는 당연히 송년회인데,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임에서의 단골 화제는 자녀들의 입시와 취직, 그리고 혼사 문제들이다. 대개 모임은 처음에 시국문제 등에 화제가 집중됐다가 종국에는 후배들은 대학입시, 동년배들은 취직 여부와 자식 결혼 여부로 귀결되곤 한다.내가 직업교육기관에 봉직하고 있어서인지 아직도 자식들이 미취업 상태인 친구들은 서울시 기술교육원이 무엇하는 곳이냐는 등 취업문제 등에 관심을 집중한다. 여러 모임에서 자주 당하는 질문이어서 나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직업교육기관 4차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급변하는 시대엔 평생직업이란 없다 학벌이 아니라 기술이 밥 먹여준다는 식으로 답해주지만 짧은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답을 속시원히 해주긴 쉽지 않다.교육, 특히 직업교육에 관해 거론할 때면 난 꼭 2년전 둘러봤던 핀란드를 떠올린다.핀란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교육강국으로 주목받은 나라다. 핀란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각국 교육정책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PISA)에서 3연속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교육 모범국으로 떠올랐다. 북유럽에 위치한 한반도의 겨우 1.5배 면적에 인구는 500만명, 자원이라고는 울창한 삼림밖엔 없는 이 나라가 1인당 GDP 4만5000달러(세계16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체계를 갖춘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배경은 핀란드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핀란드의 교육을 요약하자면 평등주의에 입각한 북유럽모델로서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전과정이 무료이고, 경쟁이 아닌 협동을 주 목표로 의무화한 초중등과정은 9년제 무학년제 종합학교에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학년제란 학급을 학년별로 편성하지 않고 개별학습집단으로 편성해 자기수준에 맞는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2~3명의 교사가 함께 시행하는 협력학습이 일반화돼 있고 선행학습이란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료인데도 정작 대학 진학률은 한국(68%)보다도 낮은 60% 선이다. 이는 대학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의 세금을 제외한 실질급여가 용접공 등 기술직 종사자보다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는 데다 직종간 급여 차이가 크지 않아 빈부격차가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때문에 대학교수는 공부에 특히 적성이 빼어나거나 관심이 높은 학생이 지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나라의 제도 중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진로탐색년제로 불리는 갭이어(Gap Year)제도가 보편화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동안 여행이나 인턴십 등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제도인 갭이어는 배우 엠마 왓슨, 영국 해리 왕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 오바마 등이 활용해 주목을 끈 제도다.올해 우리 기술교육원에 재학 중인 교육생의 절반이상이 전문대졸 이상이다. 평균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다. 즉 대부분의 직업교육기관 재학생이 대학 졸업 후에야 새로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2의 면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고교 졸업 후 진로탐색을 위한 갭이어 제도가 정착돼 있어 이를 활용했더라면 대학 졸업 후에야 뒤늦게 패자부활전(?)에 나서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주변에서 어려운 대학입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과연 이들이 진로를 제대로 선택했을까라고 묻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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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8 23:02

발상의 전환

발상을 전환하면 세상이 바뀐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우리는 도처에서 수 없이 목격한다. 전 국토의 90%가 사막이고 연 평균 기온이 섭씨 40~50도인 두바이에 길이 450m가 넘는 실내 스키장, 세계 최대의 잔디 골프장과 잔디 구장, 디즈니랜드의 8배가 넘는 두바이 랜드, 해안선 길이가 500km가 넘는 인공 섬, 하루 방값이 최고 3000만원에 달하는 7성급 호텔.열사의 사막에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을 보면 발상의 전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감할 수 있다.정주영 회장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킨 기업인이다.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일 때, 중동 산유국에서 건설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현지 조사를 지시했다. 현지를 다녀온 관계자들은 낮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고 물이 귀해 공사여건이 나쁘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었다. 고민 끝에 박 대통령은 정주영 회장을 불러 중동 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오도록 했다. 중동을 둘러보고 온 정 회장은 관계부처 보고와는 정반대의 보고를 했다.뜨거운 낮에는 건설인력이 잠을 자고 대신 밤에 일하면 된다. 주변에 모래와 자갈이 많아 골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비가 안 오는 사막이기 때문에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다. 물은 기름을 실러 갈 때 유조선으로 운반하면 된다고 하면서 하늘이 우리나라에 준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했다.중동건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중동 건설로 달라가 쏟아져 들어왔다.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감동의 드라마였다.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과 소방관 기타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 4000명을 늘리겠다고 한다.그런데 공무원을 계획대로 증원할 경우 30년 동안 327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퇴직 후의 연금은 계산에 넣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도 국가 부채는 약 1400조원이다. 이중 절반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 부채라고 한다. 그리고 작년에도 14조 원의 국가 부채가 늘어났다.그런데 공무원 17만 4000명의 30년 동안 인건비와 퇴직 후의 연금까지 고려하면 국가 부채는 급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채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가 갚아야할 빚으로 쌓일 것이다.그렇다면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넘겨줄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도 하지 않고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함과 동시에 경찰관과 소방관등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있다. 방법은 선진국에서 하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위험수위에 육박한 반 기업정서를 걷어내고 동시에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노조의 불법파업 자제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으로 하여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또 경찰관과 소방관의 격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불법시위자나 불법파업자, 소방법규 위반자를 포함한 범법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법질서를 위반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준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그리고 공직자의 솔선수범 등을 통해 국민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이런 때야말로 문 대통령이 발상을 대 전환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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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21 23:02

삼식이와 요섹남

요즘 몇 끼를 집에서 식사하느냐에 따라 남자를 영식님, 일식씨, 이식이, 그리고 삼식이로 구분해서 부른다고 합니다.영식님은 하루에 집에서 식사를 전혀 안하는 남자를 칭송해서 부르는 말이고 일식씨는 한 끼만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높여서, 이식이는 두 끼를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식이는 백수처럼 집에 칩거하면서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먹는 남자를 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군요.올해 봄 무렵 가까운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에 등록해서 1주일에 한 번씩 한식 요리 만드는 걸 12주에 걸쳐 배워 본 적이 있습니다.오랜 경찰 경력 동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한 기간이 많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은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그래서 퇴직 후 집에 칩거하면서 끼니때마다 밥 내어 놓으라며 아내를 괴롭히는 삼식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용기를 내어 등록을 하게 된 것이었죠.요리교실에 등록 후 앞치마와 행주 등을 준비해서 첫 수업을 들으러 가보니 30여명 수강생 중 남자는 저 포함 4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30명 정도는 모두 여자들이었습니다.요즘 각종 예능 프로 때문에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고 해서 남자들이 꽤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직은 요리를 잘 할 줄 몰라 반찬거리 몇 개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여자 분들이 훨씬 많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저의 요리교실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요리에 대한 경험이나 소질도 없거니와 칼질마저 서툴러 첫 수업은 무척 힘들었습니다.첫 요리는 잡채였는데 어떤 재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디쯤에서 향신료를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당면을 얼마나 삶아야 맛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더군요. 허겁지겁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만든 잡채로 그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요리가 제대로 된 건지, 맛은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사실 저는 요리에 소질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새로운 요리를 하나씩 배워가면서 소금이나 참기름 등 향신료의 양에 따라, 각종 채소 등 요리 재료들을 얼마나 볶는지에 따라 완성된 요리가 맛과 향에 있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죠.각각의 맛을 지닌 재료를 적절히 이용해서 저의 손끝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은 마치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연주자 모두가 함께 모여 지휘자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문득 30여년 오랜 조직 생활을 그만두고 조금은 소원해진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온 저 또한 그러하리라 다짐해 봅니다.각자 다른 성격의 구성원들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다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갈 수 있겠지요. 마치 각각의 맛을 지닌 요리 재료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삼식이가 되어 남은 인생 동안 아내를 괴롭히기 싫은 남자들, 주말에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 하나쯤 해 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 남자들, 아니면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가 되어 여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남자들은 오늘이라도 당장 요리학원에 등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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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4 23:02

기술무역수지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14년 이후 3년 만에 무역규모 1조 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무역은 2015년에 처음으로 제약기술의 기술수출에 힘입어 100억 달러 이상의 기술을 수출하고 164.1억 달러의 기술을 수입해, 60억 달러의 기술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지만 좀처럼 적자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기술수출 규모는 늘리고 적자 규모는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한다.기술수출액이 기술도입액의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기술무역수지비를 보면,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05년 0.36에서, 2009년 0.42, 2015년 0.63으로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술무역의 85%는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계분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전기전자와 기계분야에서의 기술무역 적자가 전체의 90% 수준인 53억 달러에 이른다. 기술도입은 절반이 미국으로부터 온다.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전기전자 분야에서의 첨단기술 도입이 활발해 적자 수지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핸드폰에 사용되는 CDMA 기술은 그 사용 대가로 매년 기술 수입액의 2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우리의 수출주력품인 자동차, 반도체,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상위 상품 5개를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2009년에 35억1800만 달러의 기술을 도입하고 이것을 상품에 접목하여 기술도입액의 45배인 1581억4500만 달러의 상품을 수출한 바 있다. 자동차와 선박은 기술료의 100배 이상을 수출했다. 한마디로 도입된 기술은 전략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되었을 뿐 아니라 주변기술을 견인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해주고 있다. 만약 핵심기술을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만한 수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이처럼 기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넘나들며 국가 간 협력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술무역이 적자라고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술은 오히려 전략적으로 도입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 가는 부가가치 확산 전략을 구사해 가야 한다.기술수출을 늘려갈려면 기술기업이 수출 역량을 키워 가도록 지원하고, 외국인이 관심 갖는 알짜기술이 커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술무역 편식구조도 개선하여 수출처를 다원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기술이 밖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최근 국내 기술력이 세계 5~6위권 정도로 평가되면서 경쟁사의 표적이 되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사회전반적인 풍조로 우리기술이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핵심부품은 블랙박스로 만들어 쉽게 모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장비는 특허전략을 입히는 복합전략을 써 예방할 필요가 있다. 무역의 흑자폭을 높여 나가는 데에도 기술적 무역장벽(TBT)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을 높이는 주역인 연구개발(R&D)인력에 대해서는 사기를 진작시켜 주고 처우를 개선하여 스스로 연구현장에 남으려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기술무역수지, 이제는 숫자에 울고 웃어서는 안 된다. 그 수치 속에 숨겨진 더 큰 가치를 차분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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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7 23:02

채용비리가 어디 공기업뿐일까?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지난해 10월 29일 처음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집회를 달군 주요 동인(動因)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었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결정적 계기는 단연 위에 인용한 정유라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 도발적 언급이 보도되자 이화여대생들은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 청춘들은 순식간에 분노의 공감대를 이루었고, 공분에 치를 떨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것이다.정유라가 이 게시글을 올린 때는 2014년12월 3일인데, 이 시기는 그가 그해 3월 승마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고 10월 31일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승마특기생으로 합격해 특혜의혹이 제기된 때다. 이로 미루어 이 게시글은 자신과 실력을 겨뤘던 동료 승마선수들을 겨냥한 것이었을 터이지만 이후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기업 등에서 채용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빽이 없어 취직을 못했다고 자괴감에 빠졌던 젊은이들에게 공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었다.공기업 등에서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터져 나온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가히 역대 최고급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2013년 518명의 신규채용자 가운데 무려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고 한다. 청탁리스트를 보면 국회의원에서 임직원 단골 식당 주인까지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강원랜드는 또한 이에 앞서 2008년에도 수백 명이 역시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됐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원랜드에 이어 우리은행 등 공기업이나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준공기업 등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권력기관에 약할 수 밖에 없는 공기업의 속성상 채용비리는 전수조사를 할 경우 이번에 드러난 사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엿보인다.하지만 공기업의 채용비리는 경영진이 바뀌면 내부제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여서 이번처럼 실체가 가끔 드러나곤 하지만 사기업의 경우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대기업은 매년 신입사원을 공개채용방식으로 뽑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엄정하게 선발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소문은 여전하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채용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 등이 채용장사를 하다 드러난 경우 등이 있을 뿐이다.하지만 업계의 소문에 따르면 실상은 공기업 못지않다고 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고의 지역구 조직관리는 취직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지역구민 1명 취직시켜주면 최소 100표가 딸려온다, 취직민원 1명당 최소 1000만원의 정치자금이 확보된다는 말도 나돈다.지역구민 1명을 취직시켜주면 당사자 가족은 물론 주변 친지 등까지 모두 지지자로 확보가 되고 선거 때면 이들이 모두 합심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민원을 해결해줄 경우 부모가 정치후원금 개인한도액인 500만원씩을 낼 경우 1000만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가 있다고한다. 이는 사실상 알선수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이지만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당사자가 입을 맞출 경우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공기업 등에서 드러난 채용비리가 사기업에서도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는 풍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에 일부기업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수많은 취업준비생을 좌절케 하는 청탁랜드가 되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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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30 23:02

대통령 국정의 우선순위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政)을 스승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부국(足食)과 강병 (足兵) 그리고 백성의 신뢰(民信) 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말한 대로 국가가 경영되는 나라는 아마 스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필자는 10월26일자 본보 칼럼에서 스위스의 신뢰와 부국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이어서 스위스의 강병 (足兵)과 우리나라 안보의 현 주소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스위스는 약 200년 동안 침략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영세중립국이다. 스위스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어느 나라도 스위스를 침략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지금 철통같은 국방 태세를 갖추고 있다.스위스 인구는 800만인데도 병력은 12만이다. 스위스의 인구 대 병력 수 비율로 따지자면 남한 병력은 72만 이상이어야 한다.스위스 남성은 18세면 입대하여 21주 군사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마치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34세까지 매년 3주씩 동원훈련을 받는다. 새벽 5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매주 1~2회는 야간 전투훈련도 받는다. 일정한 사격 명중률을 달성해야 훈련수료가 인정된다.유사시를 대비해 실전용 총탄도 각자가 집에 보관 관리하고 있다. 또 1960년대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지하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 했다. 그 결과 주택과 빌딩의 95% 이상이 지하 방공호를 갖추고 있다. 핵 공격 때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축구장 크기의 지하 방공호도 3,500개가 넘는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데도 국정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할 국가안보는 적폐청산에 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적폐청산과 진영논리에 따른 국민간의 갈등은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 서인 그리고 6.25 전쟁 직전의 이념 대립을 연상케 하고 있다.임진왜란 당시 동인과 서인은 정파적 이익에 따라 사사건건 대립하였다. 서인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은 동인 유성룡의 반대에 부딪쳤고 임진왜란 1년 전 일본 정세를 살피고온 서인 황윤길의 일본의 침략 가능성 주장은 동인 김성일에 의해 부인되었다. 김성일의 보고를 받아들인 선조는 무방비 상태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게 만들었다.6.25 전쟁 전에도 좌우대립은 극심했다. 1948년 제헌의원 선거과정 하나만 보자. 선거과정에서 후보 2명, 경찰관 15명, 선거공무원 15명 등 150명이 피살되고 634명이 부상을 당했다. 선거사무소 134개소, 관공서 301개소가 피습되고 612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경찰관서 16개소, 관공서 18개소가 불에 탔다. (당시 경부부장 조병옥 발표 내용) 이념 대립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민주선거는 이렇게 피로 얼룩졌다. 그리고 2년 후에 남침을 당했다.나는 문대통령이 국민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적폐청산보다 국민을 통합하고 부국강병을 우선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부국강병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국민의 뜻을 한데모아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방향으로 국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안보불안도 해소될 것이고 국민통합도 이루어질 것이다. 부국강병의 기반은 굳게 다져질 것이고 그 결과 문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 것이 국민이 바라는 국정의 우선순위라고 나는 생각한다.설마 하다가 또다시 나라가 결딴난다면 적폐청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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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23 23:02

별 볼 일 없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지나간 가을은 선선한 바람을 벗 삼아 독서하기에도 좋고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 하나, 별 둘 하며 별을 세기에도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인도 가을밤의 별을 시로 남겼겠지요.올해 봄 무렵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가을 밤하늘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밝은 별이 없다고 합니다. 별들은 밝기에 따라 1등성에서 6등성까지 구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4계절 동안 15개의 1등성을 볼 수 있는데 가을 밤하늘에는 1등성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가을 밤하늘은 시인의 감성과는 달리 다른 계절보다 밝지는 않은 모양입니다.별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북쪽 하늘에서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4계절 내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별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북극성입니다. 그리고 그 북극성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면서 1년 내내 볼 수 있는 유명한 별자리 2개가 있습니다. 북두칠성(큰곰자리 별자리)과 카시오페이야(영문자 W모양 별자리)입니다.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어떤 별자리는 계절에 따라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지만, 방금 말씀드린 북극성과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야는 지구의 자전축과 거의 일치하거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이 북극성을 이용해서 옛날 선원들도 먼 바다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천문 항해(天文航海)의 시작이었습니다.천문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선원들은 점점 더 먼 바다로 항해를 할 수 있었지만 13세기경 나침반이 유럽에 소개되고 무선 통신, GPS, 전자 해도 등 원거리 항해를 뒷받침할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천문 항해의 중요성은 점점 퇴색되었습니다. 이제는 선원들도 밤하늘의 별을 보기보다는 모니터 화면만 보게 되었으니 별들도 그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요즘은 별보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밝은 조명과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어느새 우리들의 밤은 별 볼 일 없는 밤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많이 아쉬워집니다.인간과 아주 오랜 시간 친구처럼 지내왔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밤하늘에 빛나던 저 별은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을 존재입니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시골이나 조명 어두운 해변으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며 당신과 나의 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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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16 23:02

철새도 비행원리를 알고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열대와 한대의 중간 지역에 있어 많은 철새가 오간다. 도요새는 여름에 우리나라로 오고, 오리고니두루미류는 겨울에 온다. 놀랍게도 그 먼 거리를 한 치도 틀리지 않고 날아온다.철새하면 주남저수지를 비롯하여 천수만, 순천만, 금강이 도래지로 떠오른다. 11월이 되면 금강하구뚝과 금강습지생태공원 일대에서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다.비행기가 편대(編隊) 비행을 하면 연료가 최대 18%까지 줄어든다고 한다.새떼에 GPS시스템과 관성측정장비를 채운 뒤 소형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며 비행 대형의 위치,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살펴보면 단독으로 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드는 V자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앞서가는 새와 평균 45도 각도, 0.51.5m 간격을 유지하며 난다. 뒤따라가는 새는 앞서가는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한다.새가 날 때 날개 양 끝단에는 새가 일으키는 날갯짓으로 위아래의 공기 흐름에 차이가 생겨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이 소용돌이는 뒤쪽으로 튜브 형태로 늘어지며 난류(亂流)를 형성한다.이 기류는 아래쪽을 향하다 중간쯤부터 위쪽으로 흐름을 바꾸게 되어 공중에 뜨게 된다. 선두를 뒤따르는 새가 이 위치에서 날갯짓을 하면 상하로 요동치는 난류 흐름을 타기 위해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 박자에 맞춰 날개를 움직인다.이렇게 한 새의 날개 끝에 다음 새가, 또 그 날개 끝에 그 다음 새가 따라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무리의 모양이 V자를 이룬다. 반면 앞뒤 일렬로 비행을 할 때에는 다르다.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엇박자로 날갯짓을 한다. 앞서가는 새가 만든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이처럼 새들도 먼 길을 가기위해 에너지를 아끼는 노력을 한다. 우리사회가 발전하려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생산적인 대안들을 많이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주로 낮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자신들의 생체 시계 속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로 빛의 방향을 판단하여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자리를 이용하거나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러기, 휘파람새, 찌르래기 등은 신경세포에 제2철염이라는 자기 광물질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것이 자기장에 따라 움직인다. 수만 km를 쉬지않고 주파하는 것도 바로 이 자각 덕분이다. 기러기 같은 겨울철새를 새장 안에 가둬두면 자꾸 남쪽으로 몸부림치고, 휘파람새나 찌르래기와 같은 여름철새는 북쪽으로 몸부린 치는 것을 볼 수 있다.철새들이 군무를 할 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매스게임하듯 비행 하는 것은 바로 옆 6~7마리의 동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이라 무리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군무하는 철새들을 보노라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최근에는 새가 비행할 때 깃털방향을 조절하는 것을 본떠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장치를 개발해 나가는 등 새나 벌레들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 부상하고 있다.새들이 방향을 정하고 날아가 목표에 도달하듯, 우리도 나갈 방향과 폭을 정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성공확률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럴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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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9 23:02

자치단체장 3연임 제한 도입해야

재선 8년 동안 전력을 다 했더니 기력이 너무 쇠진됐다. 초선 4년은 짧고 3선 12년은 너무 길다. 이제 더 이상 쏟아 부을 창발력과 정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재선 단체장들이 잇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모 재선 구청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서울 관악구 유종필 구청장이 7월 3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래 10여명의 기초 단체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에 3선 포기 기초단체장이 속출하는 이유는 광역단체장이나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인 경우도 있지만 재선 8년이 적당하다는 솔직한 고백은 매우 신선하다.정가에서는 흔히 국회의원은 3선이 고비지만 단체장은 초선만 어려울 뿐 재선, 3선은 식은 죽 먹기란 말이 회자된다. 국회의원의 경우 재선이 되고도 중앙정치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로 발돋움하지 못하면 3선 도전 시기에 물갈이의 대상에 시달리게 마련이지만 단체장은 이와는 반대다. 단체장은 재임 중 쌓은 높은 인지도에다 행정조직과 관변단체를 장악한 상태여서 사실상 준관권선거가 가능하기에 재선, 3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이런 가운데 지자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구성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던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또한 그해 3월에도 홍영기 목포시장 예비후보가 인터넷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선을 해서 12년이나 한다면 그것이 독재가 되고 고인 물이 돼 썩기 쉬운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나서기도했다.자치단체장 3연임 불가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체장이 갖고 있는 지방정부에서의 무소불위 권력 때문이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단체장은 사실상 지역에서는 제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시골 단체장인 군수의 경우는 소(小)통령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한다. 직업공무원도 단체장 앞에선 꼼짝을 못하며 시골의 경우엔 초선 4년이면 각종 관변단체와 지역 유지들도 다 틀어쥘 수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마저 소속정당이 과반수일 경우 의회에 의한 견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관내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테이프 커팅을 하는 행위는 사실상 합법적 사전선거운동이다. 이처럼 한번 당선되면 중대 과실이 없는 한 3선 고지에 오르는 현실에서 정치신인의 등장은 난망하다.지방에서 단체장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단체장들은 걸핏하면 각종 비리의 사슬에 연루되곤 한다. 행안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10년 동안에만 무려 138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등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2006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지자체장은 인사권 등의 권한으로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 장기집권을 할 가능성이 높고 부정부패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별도의견을 내놨었다.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개헌 시에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권한이 위임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도 3연임 제한은 심각하게 도입을 검토할 때다. 현재 대통령도 단임인 마당에 지방 소통령인 단체장의 3연임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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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2 23:02

신뢰받는 국민이 되려면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 면적은 남한의 40%, 영호남을 합한 크기다.그리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다. 경작지도 별로 없다. 스위스는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남자들은 외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금도 스위스 근위병이다.이랬던 나라가 지금은 어떤가. 국민소득 9만 달러로 세계 제2위의 부자 나라, 부패가 없고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노벨상 수상자를 26명이나 배출한 나라, 정밀기계공업식품의약화학금융관광산업 등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나라, 4개 국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국민 간의 갈등이 없는 나라, 연방정부 장관 7명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해도 국정은 잘만 돌아가는 나라, 작년 매월 성인에게 30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78만원씩 평생 지급하겠다는 국민투표안도 국민 76.9%가 반대한 나라, 이것이 오늘의 스위스다.스위스는 어떻게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든다.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가 오늘의 스위스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라틴어 fides servanda,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라는 원칙은 스위스인의 정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1527년 신성로마제국 군대가 교황청을 덮쳤을 때 각국 용병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만은 189명 중 147명이 전사하면서까지 교황을 끝까지 지켰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을 스위스인으로 고집하는 전통도 이때 확립된 스위스 국민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세계의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이자 때문이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 때문이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 각종 IT산업의 데이터 저장소, 세계 유명 보석 기업들의 비밀 창고도 스위스에 자리 잡고 있다. 신뢰를 고부가가치의 안전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금년 8월 30일에 발표한 국민의 신뢰도는 충격적이다. 정치인 3.1%, 정부 17%, 교수 20.9%, TV 32.2%, 신문 25.4%로 나타났다.왜 이렇게까지 불신이 만연했는가. 당파적 이해에 따라 밥 먹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 왜곡과장선동편파 보도를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들, 전문적 지식도 없으면서 전문가 행세로 여론을 왜곡하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하는 시민단체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적 행태들, 이들이 한데 어울려 만든 사회가 한국의 총체적 불신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럼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은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그 길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남의 의견을 존중하자,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자, 법과 질서를 지키자등등. 스위스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실천하고 우리는 실천하지 않는다.그 차이가 스위스는 신뢰사회로 우리나라는 불신사회로 만들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라고 가슴을 치면서 우리 모두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국민이 되자. 우리도 스위스와 같은 신뢰 사회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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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6 23:02

약팽소선

가끔씩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는지를 물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한 분들은 아마 제가 경찰서장과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였고 1만명이 넘는 조직의 수장(首長)으로 현재의 해양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자리에도 근무한 경력을 보고 조직 경영에 대한 어떤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때문일 것입니다.하지만 경영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리더십에 대해 연구한 적도 없는 제가 조직 경영의 왕도(王道)를 어찌 알겠습니까.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셨다면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30여년 공직에 있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익힌 조직 운영의 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소개해드리는 것으로 여러 사람의 질문에 대신하고자 합니다.옛 중국의 노자(老子)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강조하였는데 무위(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동료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라는 적극적 의미인 동시에 억지로 강요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리더십입니다.즉 업무를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과감한 위임을 통해 동료들이 스스로 자신의 역량과 열정을 발휘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리더의 적극적 행위를 말합니다.노자는 무위(無爲)와 관련하여 도덕경(道德經)에서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 즉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습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조급하여 자주 뒤집으면 살이 다 부서지고 결국에는 먹을 게 없는 것처럼 때로는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가 된다는 뜻입니다.한편 당나라 태종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것으로 예로부터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불치이치 무위지치(不治而治 無爲之治)라는 말이 나오는데 다스리지 않는 것처럼 다스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리더십에 대한 노자와 당태종의 생각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농담인데 상사의 유형에는 4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똑부, 똑게, 멍부, 멍게가 그것인데 똑똑하고 부지런한 상사,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멍청하고 게으른 상사가 그것입니다. 이중 최고의 상사는 똑똑하지만 게으른 상사라고 하는데 이것도 무위(無爲)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조직이나 리더에 의해 조직의 분위기가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여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연구 결과 리더는 누구나 방을 환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방에 들어옴으로써, 어떤 사람은 방을 나감으로써.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들어갈 때인가요, 나갈 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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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9 23:02

도전과 반응

요즈음 우리의 고민은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기업 서민 청년들의 암담한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해소해 가느냐에 있다. 그 답의 하나는 산업구조를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전환해 가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변화에 동행하면 발전해 나가고 외면하면 퇴보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전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변화여서 더 강조되고 있다. 이전의 1~3차 산업혁명이 기계, 전기, 컴퓨터를 통해 산업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하드파워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가상과 현실의 융합, 사람과 사물의 결합, 빅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소프트 파워시대’라 할 수 있다. 말만 해도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스마트폰에 ‘녹화’라고 나직이 말하면 찍히는가 하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체정보가 담겨진 눈만 보고 건강을 체크하는 의료기기도 선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더 저렴하고 빠르고 즐겁게 해주는 아이디어에 가치 있는 기술, 예를 들면 금융의 핀텍, 교육의 에듀텍, 의료의 메디텍이 접목되어 새로운 분야를 끌어가게 된다. 이에 정부는 불편이 없도록 제도로 뒷받침해 주고, 산업은 하이텍과 하이터치를 중시하는 구조로 재편해 나가며, 기업은 빠른 실행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선점하는 위치에 이르도록 지혜를 발휘해 가야 한다. 산업혁명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영국의 경제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연구’에서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도전과 응전’을 강조했다. 도전이 닥치면 반응을 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도전이란 준비된 상태에서 기회가 와야 잘 붙잡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기회(Chance)→ 도전(Challenge)→ 변화(Change)’라는 3C 실행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우리를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주범은 변화가 없는 삶, 타성에 젖은 삶, 도전하지 않는 삶이다. 선수촌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딛고 일어서면서 ‘아, 나도 많이 성장했구나’하고 느낀다고 한다. 도전을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주변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고 목표도 원만하게 성취하여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곤 한다. 인정을 받으면 즐겁고 행복해진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두려움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경영이론 중에 미국 컨설턴트 리처드 코치(Richard Koch)처럼 ‘어떤 일에 핵심이 되는 20%를 찾아내 여기에 충실하면 80%의 효과를 얻는다’는 ‘80·20법칙’도 있지만, 그동안 사소한 것으로 간주되던 80%를 잘 활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롱테일 법칙’도 있다. 80·20 법칙에 따라 80%의 윤곽을 가늠케 하는 20%의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 집중해 나가고, 한편으로는 80%가 지닌 특성을 파악하여 잘 활용해 나가면 같은 일을 해도 효과와 효율이 커지게 된다. 그러려면, 전체적인 윤곽을 볼 수 있는 긴 안목과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미래는 예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인재가 희망인 대한민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융합사고를 지닌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 많이 육성되어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들을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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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12 23:02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자

중학시절 아일랜드 민요 아, 목동아(Danny boy)를 배울 때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인해 아일랜드는 동화 속의 나라로 생각되었다.그러나 12세기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19세기 중엽 서민의 주식인 감자 흉년으로 인구 820만명 중 110만명 이상이 굶어죽고 살기 위해 100만명 이상이 미국 등지로 이민을 떠날 만큼 가난한 나라였다. 케네디 대통령도 이때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예다.이렇듯 가난했던 아일랜드에 1990년 로빈슨이라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그는 법인세를 47%에서 12.5%로 내리고 기업규제를 과감하게 완화 또는 철폐했다. 그리고 파업 자제와 노동 유연성 등을 주요골자로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그러자 IBM, Intel, Microsoft, Oracle 등 세계적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2002년의 경우 1094개나 되는 외국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13만 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아일랜드 수출의 5분의 4, GDP의 4분의 1을 이끌어냈다. 1990년 1만 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1998년에는 2만 달러, 2003년에는 3만 달러, 다시 2년 후인 2005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섰다. 작년에는 6만5871 달러로 세계 6위의 부자나라가 되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작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632 달러였다. 2007년 2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2만 달러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스위스는 2년, 룩셈부르크 3년, 노르웨이호주독일일본은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성장이 지지부진하니까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는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청년실업률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취업준비생의 78.5%가 새정부 출범 이후 청년일자리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거나 악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9월19일자 동아).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주된 원인은 반기업 정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1%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30대의 반기업 정서는 70.3%였고, 20대와 40대도 60%를 넘어섰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사법부 모두가 기업에 대해 호의적이 아니다. 여기에 미디어들도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기업인을 적대시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노조의 불법파업 그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개선될 줄 모른다. 작년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 2016을 발표하면서 노동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국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기업의 사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그래서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이 5대양 6대주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국부를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자. 그러면 세금을 퍼부어 공공일자리를 무리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일자리는 생기기 마련이다. 아일랜드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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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8 23:02

보이지 않는 사람들

국토의 최동단에 위치한 섬 독도는 우리 국민들에게 각별한 존재다. 어린 아이들도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로 시작하는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를 줄줄 꿰고 있을 정도다.독도를 찾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2014년에는 가수 이승철씨가 독도에서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홀로아리랑 콘서트를 개최하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도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독도에 누가 사는지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도 주민으로 부부가 살고 있으며 경찰부대인 독도경비대가 있지 않느냐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독도에는 독도 주민인 김성도씨 부부와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 대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그런데 혹시 독도에 등대지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독도에는 3층 구조의 등대가 있는데 독도등대는 1954년 8월 설치되어 처음에는 무인등대로 운영되다가 1998년 12월부터 사람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로 바뀌었다.우리가 흔히 등대지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이며 독도등대에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소속 독도항로표지관리소 직원 6명이 3인1조로 한 달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독도등대는 울릉도뿐만 아니라 인근 동해안과 부산, 경남 등 동남해안 어선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등대의 불빛은 25마일 떨어진 해상에서도 볼 수 있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북한에서 일본이나 한국, 태평양으로 오가는 모든 선박에 이정표가 되는 중요한 등대다.독도의 등대지기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분들의 수고로 인해 안전한 항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간 고마운 분들이 아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독도의 등대지기에 덧붙여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독도의 주위에서 독도를 든든히 지키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사실이다.독도를 중심으로 하여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1500톤, 3000톤, 5000톤급 대형함정들은 한번 출동에 7박8일 일정으로 3교대로 독도를 지키고 있다. 이 함정들은 독도와 동해해역의 여객선 안전관리와 해난사고 시 구조활동 등도 수행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는 일본 경비함정들의 독도 침범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실제로 일본은 해상보안청 소속 경비함정이나 해양조사선을 매년 100여 회씩이나 독도 인근 해역으로 보내 독도 주위를 맴도는데, 우리 해양경찰청 함정들은 일본 경비함정이 독도 주변의 영해선(領海線)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함께 움직이면서 소리 없는 전쟁을 수행하며 굳건히 우리 영토를 수호하고 있다.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오늘도 그들의 노력으로 평온한 일상이 이어짐을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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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1 23:02

프레임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어 보인다

매년 900만 이상의 관람객이 모나리자 그림을 보기위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찾는다. 박물관 입구에는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서있고 그 안쪽으로 내려가면 거꾸로 선 피라미드가 나온다. 왜 이곳에 역 피라미드를 걸어놓았을까? 한번쯤 거꾸로 생각해 보길 원하는 것 같다.로버트 워터먼과 톰 피터스가 공동으로 저술한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이런 예화가 나온다. 몇 마리의 벌과 파리를 병 속에 함께 집어넣고 바닥을 창 쪽으로 해서 병을 뉘어 놓고 실험을 해보면, 벌은 밝은 방향에서만 출구를 찾다 끝내는 지쳐서 죽고, 파리는 2분도 되지 않아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반대쪽의 주둥이로 나가 버린다. 과거의 경직된 사고와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네모난 창을 통해 세상을 보면 세상은 네모로 보이고 세모난 창을 통하면 세상이 세모로 보이듯 사람마다 어떤 모양의 프레임을 가졌느냐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이 달라질 뿐 아니라 대응방식까지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같은 사람, 같은 상황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고 결과까지 달라진다.추운 겨울 레스토랑 옆에서 꽃을 팔던 할머니가 꽃을 팔아야만 아픈 손주의 약을 살 수 있다고 사정을 하면 대체로 그 꽃을 사준다. 그런데 할머니가 항상 손주가 아프다고 하면서 꽃을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부분은 억울해 하며 꽃을 다시 갖다 주고 꽃값을 되돌려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머니에게 아픈 손주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관점을 달리 하면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걱정 없는 사람이 없고, 상처 없는 사람도 없지만 걱정이나 상처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의미 있는 프레임을 갖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질문하고 많이 관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있지만 미래에는 없고,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는 있을 것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구가 등장하자 등잔불과 촛불이 사라졌고, 그 촛불은 또다시 문화를 숨 쉬게 하는 촛불로 탈바꿈하여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가 등장하자 사진을 꽂아두던 앨범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다. TV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자 그 많던 비디오 가게가 사라졌다.당연스럽게 생각해오던 것들을 한번쯤 새롭게 뒤집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처한 상황을 바꾸기가 어렵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바꾸면 행복해 진다.프레임을 바꾸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컵에 물이 반이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어, 물이 반박에 없네하고 서운해 하지만 다른 사람은 어, 물이 반이나 있네하고 반가워한다. 긍정의 프레임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을 하면 20%는 사망합니다라고 하면 대부분은 수술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술을 하면 80%는 성공합니다라고 하면 대부분은 수술을 한다. 실천의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지역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미진하게 되면 일부에서는 전북에서 할 수 있겠어, 아마 안 될 껄이라고 비평을 할 수 도 있겠으나, 우리 모두가 아쉽다. 더 잘해보자. 할 수 있어하며 격려와 지원을 보내주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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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4 23:02

김영란법 시대의 뇌물과 선물 구별법

가을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 조상님네들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던 으뜸 명절추석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명절은 누구나가 기다리는 세시풍속(歲時風俗)이지만 공무원들은 남모를 고민에 빠지곤 한다. 한때는 미풍양속으로 불렸던 명절 선물 때문이다. 특히 2016년 김영란법이라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엔 공무원 사회에는 선물 노이로제로 인한 명절증후군이 새롭게 등장했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엔 유난히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어서 더더욱 그러할 것으로 짐작된다.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공무원뿐 아니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교직원, 언론인과 배우자까지 합하면 거의 400여 만명에 이른다.김영란법은 여검사가 남자 변호사로부터 사건청탁을 대가로 벤츠 자동차를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벤츠 검사 사건에서 관련자들이 재판에서 서로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일 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이 법안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골자는 3, 5, 10이란 세 숫자와 대가성이란 개념만 알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즉 공직자 등 적용대상자는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 축의금 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을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으면 안 되고, 대가성이 인정되는 경우엔 이 상한액을 넘어서면 처벌받는다는 게 골자다.공직자의 경우 과거 뇌물죄 등을 규정한 형법 외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에 의해 평소의 행동기준이 규정돼 있었지만 이처럼 김영란법이라는 새로운 규율이 추가되면서 적용 대상자들은 평소는 물론이고 명절 때면 자신이 받은 금품이 과연 통상적 의미의 선물인지, 아니면 이를 넘어선 뇌물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인류 역사에서 선물과 뇌물의 차이에 대한 논란은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인류학자 나탈리 데이비스는 <선물의 역사>라는 책에서 중세 서구사회의 선물에 얽힌 예화를 소개하면서 선물이란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경계선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 단순명쾌한 결론을 내린다. 선물에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고, 의미없는 선물은 없다는 것.법조계 주변에선 대가성 없는 금품은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즉 공짜 선물은 없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은 이를 빗대 소금 먹으면 물을 마시게 돼 있다고 한다. 즉 소금(선물 혹은 뇌물)을 먹으면 물을 들이키듯 반드시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범죄자를 상대하는 수사관들의 특수한 경험칙에서 나온 것이지 세상의 모든 선의의 선물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다가오는 한가위 명절. 혹시라도 받은 물건이 선물인지, 뇌물인지 구별이 어려울 때면 영국의 기업윤리연구소(IBE)가 정의한 둘 사이의 세가지 차이점을 염두에 두면 그리 고민할 일이 없을 것이다.IBE에 따르면 첫째, 물건을 받고 잠을 잘못이루면 뇌물이고 발 뻗고 잘 자면 선물, 둘째, 언론에 드러나서 문제가 되는 것은 뇌물,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선물, 셋째, 자리를 옮겨가면 못 받는 것은 뇌물, 바꾸어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선물이라고 한다. 다소 께름칙한 선물이라면 반품하고 발을 쭉 뻗고 편하게 자는 게 건강뿐 아니라 명예를 보전하기에도 최선이다. 소탐대실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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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7 23:02

롤 모델

미국 시카고대학 출신 노벨상수상자는 89명이다. 1890년 설립된 이래 3류 대학에 머물러 있던 대학이었다. 그런데 1929년 30세의 허친스 총장이 취임했다.그는 취임 후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의 리스트를 주면서 읽고 토론하도록 했다.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책속에서 자신의 롤 모델(role model)을 발견하도록 했다.그 결과 학생들은 고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롤 모델을 가슴 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하였다. 이것이 노벨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비결이었다.인간은 창조적인 동물이지만 언제나 창조적일 수는 없다. 어떠한 목표에 도달하고 싶을 때에는 이미 그 목표에 도달해 있는 사람을 따라 배우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바른 길이다.옛날 붓글씨를 배울 때도 좋은 글씨체를 받아 반복해서 따라 연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글씨체를 능가하는 새로운 글씨체를 창안해 냈다. 왕희지가 그랬고 한석봉이 그랬고 김정희가 그랬다. 그래서 명필이 된 것이다.국가도 마찬가지다. 해방 후 이승만은 미국을 모델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가의 기본이념으로 삼았다.그러나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을 모델로 스탈린의 지령을 받아 공산주의 체제를 채택했다. 그 결과 오늘날 남과 북은 약 45대 1이라는 엄청남 국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광요가 버려진 섬나라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한 때가 1959년이었다. 제2차 대전 후 독립한 신생국들은 사회주의 환상에 사로잡혀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모택동, 북한의 김일성, 유고의 티토, 인도의 네루 등을 롤 모델로 경쟁적으로 사회주의를 채택하던 때였다. 그러나 이광요는 달랐다.그는 이스라엘의 국방, 장개석의 부패에 대한 무관용, 박정희의 부국강병을 롤 모델로 삼고 이를 벤치마킹했다.그리고 1990년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싱가포르를 부패가 없는 나라, 국가 경쟁력과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최상위인 동양의 진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문재인 대통령의 롤 모델은 1932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 후 1945년까지 재임한 루즈벨트라고 한다.그는 1929년 시작된 세계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미증유의 국가 위기를 뉴딜(New Deal) 정책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극복한 대통령이다.그는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7개 주에 걸친 테네시강에 26개의 댐을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를 일으켜 실업해결, 홍수방지, 전력개발, 수운(水運) 등 테네시강 이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놓았다.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똑같은 목적으로 한국형 뉴딜정책이라면서 건설한 4대 강의 16개 보를 문 대통령은 녹조발생의 주범이라고 단정한 후 철거하겠다고 한다.그러나 보가 녹조발생의 원인이 아니라 오염물질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도 차고 넘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강 따라 수많은 보를 만들어 대대로 논농사를 지어왔다.그러나 녹조는 없었다. 오염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롤 모델인 루즈벨트라면 보를 철거하려할까. 아마 보는 그대로 둔채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까.건설은 어려워도 철거는 쉽다. 행여 섣부른 철거로 회복하기 어려운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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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31 23:02

퇴임사의 이순신

지난 7월 25일은 저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퇴임식이 그날 있었거든요. 퇴임사를 준비하면서 동료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였습니다.지나온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공직에서 지낼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저는 경찰 간부후보 출신으로 평생 육지경찰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해양경찰청이 세월호참사로 해체되고 그 후속으로 신설된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초대(初代) 본부장으로 해양경찰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국민들은 물론이지만 해양경찰에게도 그 사건은 짙은 트라우마로 남아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인 상태였습니다.저는 취임 초부터 해양경찰에게는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모든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전 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다행히 새 정부에서 해양경찰청이 독립 외청(外廳)으로 다시 부활하게 되면서 저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본부장의 역할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저는 퇴임사에서 평소 존경하는 이순신장군의 말씀을 인용하게 되었습니다.선조 26년인 1593년 7월, 이순신장군은 왜적들이 호남을 돌아 한양으로 가는 바닷길을 차단하기 위해 한산도로 진을 옮긴 다음 사헌부 관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말하였습니다. 장군은 호남은 나라의 울타리이므로 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여 왜적을 막기 위해서는 곡창지대인 호남의 방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습니다.저는 이순신장군의 말을 조금 바꿔 약무신뢰 시무해경(若無信賴 是無海警), 즉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해양경찰도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였습니다.그 어떤 국가조직보다도 충성심과 강인한 성품을 가진 해양경찰이라도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뿌리부터 그 존재의 의의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또한 약무해경 시무안전(若無海警 是無安全), 즉 해양경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바다에서의 국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욱 더 업무를 돌아보고 미비한 점을 개선하여 바다에서의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조금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됨을 후배들에게 당부하였습니다.퇴임사의 마지막은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짧은 시를 인용하였습니다.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바쁘게 올라가는 삶만 살다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무심히 지나쳐버린 직원들과의 추억들, 부주의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을 사람들의 마음까지 왜 그런 것들을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는지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천천히 내려가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세세히 보듬어 안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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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24 23:02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우리 모두의 책임

지난 7월 달리던 무궁화 열차에서 무게 10kg의 부품이 뜅겨 유리창을 깨는 사고가 일어났다. 객차를 연결하는 부위에 설치된 부품이 잘 고정되지 않아 떨어지면서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8월에는 주행 중인 1t 화물차에 실려 있던 철제 사다리가 떨어져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관광버스 창문을 뚫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은 부주의가 커져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학술적으로는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다. 자동차 보닛을 열어놓고 유리창을 깬 차와 깨지 않은 차를 1주일간 관찰해 보면, 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부품이 그대로 있는데 비해, 창이 깨진 자동차는 배터리부터 없어지기 시작하여 모터, 바퀴까지 없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살펴보고 개선해 나가야 하겠다.우선, 재건축 현수막부터 올바르게 표현해야 한다. 좀 오래된 아파트 입구에는 안전진단과 관련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안전진단에 문제가 있어야 안전하도록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인데 현수막에는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고 쓰여 있다.안전진단이 통과되면 그 건물은 안전하다는 뜻인데, 재건축이 가능하게 됐다는 정반대의 인식을 하는 것이다. 안전진단 통과가 아닌 재건축 가능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전북부터 시범을 보여 나가면 좋겠다.둘째, 신호등 색깔도 정비해야 한다. 신호등의 정지 표시는 빨간색이다. 많은 색중에서 빨간 색을 사용하는 것은 시신경을 자극하여 위험을 느끼게 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색중에서 파장이 가장 커서 멀리서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진행 표시는 운전자가 가장 반기는 편안한 색깔인 초록색이다. 주의 표시는 빨간색과 초록색에 대비되는 주황색을 사용하고 있다.그 나름의 과학적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빨간색만 맞는 색으로 되어있지 초록색은 파란색으로 바뀌어 있고, 주황색은 노란색으로 바뀌어 있다. 교통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무심코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 교통신호등을 교과서에서 배웠던 색으로 나타내던지, 아니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빨간색, 초록색, 주황색으로 수정하든지 바로 잡아줘야 한다.셋째, 만능통장 ISA명칭도 바뀌었으면 한다. 지난해부터 중산층과 서민층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통장) 명칭은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사용하는 IS(이슬람국가)와 유사하고 신청과 가입이라는 절차도 같아 혼선이 우려된다. 안보관련 용어와 혼선을 피하도록 IWA(Indiv idual Wrap Account) 등으로 바꾸면 더 좋을 듯하다.넷째, 토론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씨줄과 날줄로 돗자리가 만들어 지듯 상대 의견을 잘 들어가며 최선책을 마련해 가야 하는데, 상식보다 내편만을 챙기는 끼리끼리 문화가 앞서고 거친 말들이 사용되는 한 분열이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참석자의 공감정도를 나타내는 방식도 한쪽에 100을 몰아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9:1, 7:3 같은 가중치 방식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일상과 거리가 먼 일들을 지나쳐 버리면 인식이 무뎌져 둔감해진다. 이제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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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17 23:02

달려라 하니, 달려라 김현미

퀴즈하나. 이 사람은 누구일까? “한국 정당사상 최장수 부대변인을 지낸 정치인. 고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평화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2002년 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부대변인 등을 역임. 이번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임명된 3선 의원”이 정도면 웬만큼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금방 누구인지 떠올릴 것이다. 그래도 선뜻 생각이 안 난다면 힌트 하나 더.“여성이며 전북 출신”이쯤이면 전북인들은 누구나 “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라고 답할 것이다. 전북인 중 많은 분들이 김 장관과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있을 것이다. 그가 독종으로 불릴만큼 열성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다방면의 사람들과 교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도 그의 전북사랑이 남달라 고향과 관련된 각종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때문일 터이다. 오늘 필자가 뜬금없이 김현미 장관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김 장관이 이번 조각에서 전북 출신으로는 유일한 각료여서만은 아니다. 김 장관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두된 3대 현안, 즉 북한 핵과 미사일등 남북문제, 사드배치와 한·미FTA재협상 등 외교현안 및 부동산 폭등 문제 가운데 서민생활에 가장 밀접한 부동산 문제를 관장하는 국토부 장관인데다 그가 국토부 최초의 여성장관이란 점에 주목하고 싶기 때문이다. 3대 현안가운데 아파트값 폭등문제는 진보정권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공과를 논할 때 탈권위주의 체제 정착, 사회적 시장경제 확산, 참여복지확대 등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아파트 값 때문에 업적이 가리워지곤한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주택분야를 담당할 관료 물색에 고심하다 부동산정책의 기획자로 김수현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앉히고 김 장관을 야전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다.이 같은 정황을 잘 아는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결혼 후 단칸 월세살이로 신혼을 시작했고, 전세금 때문에 여섯 번을 이사한 후에야 조그만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고 아직도 아파트 융자금을 갚고 있다”고 말하고 “아파트 한 채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는 국토부 역사상 처음이라고 들었다”고 말하며 결의를 다졌다. 사실 부동산 정책은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주택시장은 워낙 다양한 요인이 중첩된 전쟁터여서 경제학의 수요공급논리가 교과서적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이제 김 장관은 바로 이 전쟁터의 현장에 해결사로 투입됐다. 이미 폭등세로 치닫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잡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직 답답했으면 문재인 대통령마저 “부동산 가격 잡아주면 피자 한 판 쏘겠다”고까지 언급했을까?하지만 난 김 장관이 난마처럼 얽힌 주택시장을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한칼에 내리쳐 끊어 풀어버렸던 것처럼 해결할 것임을 믿는다.그는 이미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섬기는 자세의 선한 눈을 가졌지만 일에 관한한 독한 여성(성한용 선임기자) ‘, ’상대방도 인정하는 진정한 파이터(이숙이시사인 선임기자)등으로 정평이 난 외유내강 정치인이다. 그가 집없는 설움에 허덕였던 초심을 잊지않고 새정부의 부동산 현안을 멋지게 해결해서 문 대통령이 쏴주는 피자도 듬뿍 받고 정치인으로서의 더 큰 꿈을 향해 도약해나가길 빈다. 전북인들도 차세대 인물난에 처한 전북에서 새롭게 떠오른 김 장관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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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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