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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

정서적으로 극일, 문화적으로는 우월감, 경제적으로는 아직 배울 점이 많은 선진국 등으로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자세는 여러 각도로 나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요소들을 종합하여 단순화한 국가간 격차의 시계는 얼마의 차이가 있었고 지금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지 싶다.1896년 고종황제의 특명 전권대사로 임명된 민영환의 기행문 해천추범(海天秋帆)을 보면 당시의 정치적 격변과 문화적 충격을 몸소 체험한,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 최초의 세계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 중 러시아 황제 리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모스크바 궁중연회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을 잠시 살펴 보자. 양식 대접을 받으면서 동방 예의지국에서 온 양반네 잔치 상에 웬 쇠스랑(포크)과 장도(나이프)인가. 입술이 찢기지 않으면서 접시의 물건을 입에 넣는다는 것이 참 고역이로구나라는 표현이 있다. 또 발레 공연을 보면서 가녀린 낭자를 저렇게 학대하다니 서양 군자들은 참으로 짐승이로구나에서도 문화적 충격을 짐작할 수 있다.하지만 일본은 1854년 미국과 가나가와 조약을 맺으면서 개항을 했고 조선은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으로 나라의 문을 열었다. 조선은 일본에 개항을 기점으로 당시 기준으로 사회혁신에 있어 20여년정도 뒤쳐졌다 평가된다. 조선이 1881년 소규모의 신사 유람단을 보낼 때 일본은 이미 10년전인 1871년부터 이와쿠라 사절단이라 하여 200여명의 정부 핵심 요원들을 그 가족과 함께 그것도 2년여씩 해외에 보낼 정도로 선진 문물을 익히고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여 3등국 반열에,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겨 2등국 반열에 오르며 1905년 을사조약을 맺고 1910년엔 조선을 병합하게 된다. 이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여 1등국 반열에 올랐다. 1941년엔 진주만을 공격할 정도로 근대강국으로 올라선다. 1854년 개항으로부터 50년만에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군함 항공모함 전투기를 생산할 정도로 발전 하였다. 쇄국으로 일관한 조선과 개혁 개방으로 근대화에 열심이었던 일본과의 차이가 20년에서 시작하여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반면에 청일전쟁 패배로 청조가 무너지고 서구열방에 시달리던 중국은 근대화의 선구자 등소평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외쳤다. 중국이 최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미국과 대등한 실력을 갖출 때까지 몸을 낮추고 힘을 길르기 위한 최우선 정책이었다. 중국이 오늘의 G2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유훈을 철저히 지킨 데 있다. 이후 후진타오 세대에 들어 유소작위(有所作爲), 시진평 시대에 들어 화평굴기(和平 起)를 내세우고 있지 않은가.우리는 일본과 외교 안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근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즉 일본의 경제, 안보 외교 정책은 한국에도 유용한 점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98년전 민족의 독립을 만방에 외쳤던 3월을 맞아 일본에 대한 저항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감정을 앞세운 대일 자세가 우세한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구한말 비운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면서 대등한 힘을 기를 때까지는 등소평의 도광양회를 품고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데 더 한층 분발하는 것이 필요한 3월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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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16 23:02

고향과 인사차별

국어사전에 고향을 찾아보면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으로 표기하고 있다. 즉 살았던 장소와 오래 살았다는 시간과 잊혀지지 않는 정으로, 공간과 시간, 마음이라는 세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맺어진것으로 볼수있다예로부터 자의로 고향을 떠나면 출향이향이요, 타의로 고향을 잃어버리면 실향이고, 고향을 그리는 시름은 향수객수, 고향사랑은 애향, 그리는 마음은 망향으로 표현하고 자의로 돌아오면 귀향이요, 어쩔수 없이 돌아오면 낙향이라 부르면서 오래전부터 고향은 시나 소설, 회화 등 예술분야에서 인간의 본초적 심정을 자극하는 명작품들이 즐겨찾는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이러한 자연적인 고향의 개념이 정치적인 변수로 등장하게 된 것이 박정희 정권때부터 시작된 지역차별 정책으로 인사와 투자에서 편향적인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지금에 와서는 그 폐혜가 망국적 원인으로 대두될 정도까지 심각하게 우리사회를 위협하고있는 인자가 되어버렸다.역대 정권에서 지역차별 인사는 통계학적으로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부터 2016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 장차관, 청와대 차관급 정무직 등 고위공직자 3213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영남이 1095명(34%)으로 가장 많았고 호남 499명(15%), 충청 466명(14%)순으로 영남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인구비율대비 차관급이상 정무직 진출비율을 분석결과 호남지역 차별은 이승만정부(-12.42%)에 이어 박근혜정부(-10.84%)가 역대 두번째로 심한 차별을 보였다.이러한 지역 차별정책으로 과거 호남출신 공직자들이라면 출신지 때문에 승진이니 보직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경험해 본 사안이며 특히 권력기관이나 이권부서의 경우 더욱 심각하여 불이익을 꺼려하여 출신지 본적란에 서울로 본적지를 변경한 경우가 상당수 있으며 심지어는 권력의 본산인 경북으로 이전해버린 경우도 흔치 않게 목격될 정도였다.필자도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직장 선배들 중에 동향이 있어 반갑게 찾아다녔더니 타 지역 출신중 나를 아끼는 주위 선배들이 걱정된다며 너무 고향색을 티내지 말라고 충고(?)를 받은적도 있었다.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이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때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들곤 했었다. 그러다가 호남출신 대통령시대가 되니까 거꾸로 영남출신들이 고향을 물어보니까 다소 움츠리는 자세로 답변하는 것을 목격하고 실소한 기억이 떠오른다.변수가 없으면 두달정도 지나면 대통령선거가 있다. 거론되는 후보중에 우리고향 전북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 또한 잘 이용하면 요즈음 우리의 관심인 전북 몫 찾기의 호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전북민들이 똘똘 뭉쳐 변방으로 밀려난 전북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차세대 중심세력으로 우뚝설 수 있도록 우리가 우리의 힘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이제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변방에 유린되어있던 전북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 내는 주역이 되어 우리 후손들이 고향을 물어볼 때 주눅들지않고 주저없이 전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싶다 나만의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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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9 23:02

고령화 사회, 치과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3월 미국 통계국이 발표한 ‘늙어가는 세계 2015(The Aging World :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5.9%로,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한다고 전망했다.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라는 것이다. 인구 대비 65세 이상 연령층이 7%가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가 되고 14%를 차지하면 고령 사회가 된다. 20%가 넘어가면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2050년이면 초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198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3.8%에 불과했던 것이 2000년에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후 15년만인 2015년에 13%를 기록해 이미 고령사회 문턱까지 와 있게 됐으며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현재 다양한 출산장려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사실 실효성이 썩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청년 실업율이 2014년 10%대에서 2015년 11%를 가다가 지난해 12%대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이들보고 무작정 결혼해서 아이 낳으라고 강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령화 사회는 정부가 보호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치과부터 온다고 봐야 한다. 노년층 국민들이 웰빙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전신 건강은 물론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구강건강을 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치아 상실로 인해 언어와 저작기능이 저하되면 전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치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보고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65~74세 이상 연령층의 치아 상실률은 57.9% 이상(2009년 기준)으로 상당수가 저작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병은 60대 이상 49.8%가 앓고 있으며 70세 이상은 41.6% (2014년 기준)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노인의 빈곤율이다. 경제력과 치료율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5%를 넘어 34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한다. 노인들의 구강질환은 개인의 경제력과 국가의 복지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부가 이 문제를 소홀히 하다가는 머지않아 국가적 재앙을 맞이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건강보험 적용 총 진료비가 64조 5천여억원이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 진료비가 25조원(38.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인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 비출 중장기 추계연구’에 따르면 2060년이 되면 노인진료비가 최소 229조에서 최대 337조원으로 국가예산에 육박하는 수준이 된다고 한다.이 정도가 예측된다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차근히 서둘러야 한다. 국민의 건강관리를 현행 치료위주에서 예방위주로 돌리다 보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는 2060년 노인의 진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을 때 국가와 국민 개인의 재앙을 막는 길이다.그 지름길은 ‘치과’라고 생각한다. 잘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구강건강을 지켜주다 보면 전신건강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강건강에서부터 고령화 대비책을 강구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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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2 23:02

트럼프발 경제통상환경 변화와 위기관리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8년 후 2001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출범은 미국정치 일번지 워싱턴 D.C의 시각에서 볼 때 양당 주류 정치권 내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통상적(routine)인 현상이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출현은 미국정치의 기성논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례적(unprecedented)인 일이다. 기성 정치권 출신이 아닌 돌연 등장한 부동산 부호 출신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이유와 과정이야 어쨌든 한국경제 및 전북경제에게는 주어진 현실이다.향후 정치, 경제통상, 외교안보 측면에서 트럼프발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미, 중, 일, 러 등 4대 열강의 각축전 속에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이전에 없던 격랑이 일 전망이다. 밀려올 다중파도들 중에서도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라 불리는 경제통상 정책변화의 충격파가 거셀 것이다. 아니 이미 턱밑까지 와 있다.트럼프노믹스는 전통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고전파경제학의 공급주의경제학에서 도출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은 물론, 케인즈식 총수요확대정책을 혼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이익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America First)에 놓고, 사안과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보수정책이냐, 진보정책이냐를 가리지 않고 미국의 힘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노믹스를 스테로이드를 맞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on Steroid)라고 혹평했다.통상정책 차원에서 트럼프노믹스는 신중상주의(neo-mercantilism)에 입각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다. 취임 3일 만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발효된 지 23년이나 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5년 된 한미 FTA도 재협상하겠다고 한다.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에 투자하도록 압박하고, 미국이 보기에 불공정무역을 한다고 보는 외국과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공정무역(fair trade)을 기치로 과거 수퍼 301조에 바탕한 우선협상대상국(PFC) 지정 등 보복조치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근린궁핍화(begger my neighbor) 정책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혹자는 대선기간 트럼프 후보의 통상정책은 미국 중부의 전통 제조업 지역(Rust Belt)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구호였기에 정부 출범 이후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애초 선거용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에서 빗나가는 것을 볼 때 트럼프 정부가 단기간 내 시장의 힘에 무릎을 꿇을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지경학적으로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무역질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경제에게는 직격탄이다. 두 나라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해 말 기준 38%나 된다.미중은 수출 구성비를 볼 때 한국경제와 전북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2016년 사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2%에서 13%로 줄어든 반면 대중 수출은 11%에서 25%로 늘어났다. 전북의 경우 2005~2015년 사이 대 북미 수출은 15%에서 10%로 감소했고 대 아시아 수출은 41%에서 52%로 증가했다. 구성비는 변했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양국은 각각 한국 및 전북경제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 생산, 판매의 핵심시장이기 때문이다.트럼프노믹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현재로썬 가늠하기 어렵다. 상책은 소나기 올 때는 처마에 몸을 피하고 준비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날이 어둡고 비가 오니 국가나 기업이나 혼자 하려 하지 말고 트럼프 소나기를 함께 맞고 있는 중국, EU 등과 경제 및 외교적으로 공조하고 G20 같은 국제거버넌스 체제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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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23 23:02

JB미래포럼 출범에 즈음하여

구정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다. 어렵사리 고향에서 만난 어른들, 친지들 그리고 모처럼 얼굴을 마주한 고향 친구들은 입을 모아 우리 전북의 도세가 타도보다 약하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걱정만 하지 그 다음이 없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도세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먼 옛날 옛적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조만 할 뿐이다. 전북의 도세가 지금처럼 쭈그러든 데는 배경과 이유가 있다. 산업화에 밀리고 지역차별에 위축되다 보니 어느 틈에 낙후된 전북, 가난한 전북이 돼 버렸다.하지만 우리 고향 전북이 태고(?) 적부터 낙후되고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보면 전북은 잘 살던 때가 더 많았다. 가깝게는 일제 식민지 하에서도 전북은 부자 도였다. 해마다 가을 추수가 시작되면 영남의 노동인력, 실업인력이 대거 밀려들었고 입에 풀칠을 못 할 정도로 가난한 타도 민들이 전북의 푸근한 인심을 찾아 전국에서 몰려들곤 했었다. 내 고향 전북은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부해서 인심이 후하고 사람들간의 정이 두터웠다. 그래서 일찍부터 풍류와 해학의 예술과 문화가 꽃을 피웠던 상도(上都)-퍼스트 프라빈스(first province)이다.지난 1월 19일 JB 미래포럼이라는 작은 모임이 출범을 했다. 회원 대부분이 4~50대 청장년으로, 전북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북 출신 강소 기업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향의 낙후, 그것보다 더 걱정인 패배와 좌절감만 탓할게 아니라 전북 경제인들이 앞장 서 활로를 찾고 출구를 열어보자는 취지로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뜻을 같이 한 회원가운데는 닭고기 업체로 출발하여 우리나라 굴지의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이나 젊은 층에게 유명한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 재무 안정성과 기술축적이 국내 어느 기업 보다 강한 일진그룹 등 우량기업이 대부분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 재벌그룹은 전북에 없지만 대신 탄탄한 강소 기업이 알토란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21세기의 한국,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전북 출신 전문가와 기술인은 어느 도와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다. 우리 전북 경제인들에게 패권을 거머쥘 후흑심(厚黑心)은 모자랄지 몰라도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의 DNA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락을 함께 해온 필자의 확고한 믿음이다.전북은 이제 눈을 크게 떠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전북이 가진 원형, 재능의 DNA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원형-DNA와 염색체가 같다. 한국에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의 요람은 바로 전북이고 그 혁명을 이끌 파워 엘리트 또한 전북의 신지식인, 창조 경제인들이다. 눈도 크게 뜨고 가슴도 활짝 열어야 한다. 산업화 시절 영남이 요람이었다면 선진국 창출의 요람은 호남, 그 중에 전북, 그 안에서 새만금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JB미래포럼은 두 달에 한번씩, 이른 아침에 모인다. 각자 콩나물국밥이나 북어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오피스빌딩 회의실을 빌려 강소 기업 성장을 위한 강의를 듣고 토론과 정보 교환으로 이어지는 공부모임으로 시작한다.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인식을 함께 해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융합하는 창조경제의 현장으로 이어진다. 고향의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젊은 창업인, 영세한 창업기업도 찾아내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도 해 갈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 할 것이다. JB미래포럼이 추구 할 전북 강소 기업은 세계 제1의 큰 기업이 아니라 세계 제1의 강한 기업이다. 경계하고 무너뜨려야 할 대상이 아닌 꼭 필요해서 찾아 오는 기업이 목표다. 전북의 정, 전북의 인심과 재능이 협력해 만들 기술과 콘텐츠가 대한민국의, 아니 세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강소 기업-강소국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할 그 때까지 JB미래포럼은 쉼 없이 달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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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16 23:02

대선관련 본관과 지역갈등

벚꽃 조기대선이 거의 현실화 되어가는 것 같다. 대부분 언론이 4월 26일을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역대 대통령 선거때마다 지역간 세대간 이념간 계층간 갈등문제가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요소가 되어 왔고 특히 그중에서 출신지역을 둘러싼 지역갈등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서 정치개혁을 말할 때 마다 거론되는 단골소재이다. 그런데 동양사회 특성상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적관계 특히 지연과 혈연중에서 우리나라는 지역연고는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비해 오히려 인적관계가 더 끈끈해야할 혈연관계 즉 성씨본관에 의한 결집력은 거의 무시해도 될정도로 미미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최근 발표한 통계청 자료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수는 5107만명으로 성씨는 5582개나되며 인구 100만명이 넘는 성씨만 해도 김(1069만명) 이(731만) 박(419만명) 최(233만) 정(215만명) 강(117만명) 조(105만명) 윤(102만명)등 여덟개나 되고, 본관 수는 3만6744개로 그중 1000명 이상의 본관이 859개 이고,김해김씨가 445만7000만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다.우리 전북을 본관으로 하는 성씨도 인구별로 전주이씨가 3위(260만), 전주최씨가 20위(39만2000), 여산송씨가 35위(23만2000), 남원양씨(南原梁氏)가 36위(21만8000), 장수황씨 56위(14만6000)등 6개 본관이 100위이내에 들어가 있고, 그외 부안임씨, 전주유씨, 전주김씨, 부안김씨, 남원양씨(南原楊氏), 흥덕장씨 남원윤씨, 순창설씨, 함열남궁씨, 고부이씨 고창오씨 김제조씨 장수이씨 금구온씨 태인시씨 태인경씨 전주견씨등 300위 이내에 총18여개가 전북을 본관으로 하고있다.역대 대통령의 본관도 박정희와 박근혜는 밀양, 이명박은 경주, 노무현은 광주, 김대중은 김해, 김영삼은 금령(김해), 노태우는 교하(파주) ,전두환은 완산, 최규하는 강릉, 윤보선은 해평(구미), 이승만은 전주로, 11명의 대통령중 성씨별 인구순으로 김대중과 김영삼(1위), 이승만과 이명박(2위), 박정희 박근혜(3위), 최규하(4위), 윤보선(8위)등 8명이 10위안에 들어있으나 전두환(21위)과 노태우와 노무현은 인구순위 33위임에도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호남출신인 김대중대통령(김해김씨)과 충청출신인 윤보선대통령(해평윤씨)이 영남본관인 반면 전두환(완산전씨)과 이승만대통령(전주이씨)이 호남을 본관으로 가졌으나 실제 대통령선거 득표율과는 무관한것으로 성씨에 의한 혈연관계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론되는 잠룡후보의 본관은 문재인은 전남남평(거제출생), 안희정과(논산출생)과 안철수(밀양출생)는 경북영주 순흥, 이재명은 경북경주(안동출신) 황교안은 경남창원(서울출신) 유승민은 강원강릉(대구출생) 손학규는 경남밀양(시흥출생)으로 유력후보중 문재인 전대표가 성씨별인구 23위(37만5000)로 호남인 나주를 본관으로 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이제 선거가 시작되면 열기가 과열되면서 당선을 위해 지역갈등 조장은 물론 득표를 위해 온갖 수단이 동원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제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도로 등 교통수단이 잘 완비 된데다 지역개발 공약으로 혁신도시 및 공기업 지방분산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생활권이 바뀌면서 출신지역 개념도 희박해져 가는데 선거만 끝나면 인사 및 투자에서 지역차별화가 반복되는 병폐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에서 성씨와 본관에 의한 차별이 선거에서 고려되지 않듯이 지역갈등도 함께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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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09 23:02

치과의료 해외진출을 꿈꾸다

정부가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위해 의료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 이 법안이 근본적으로 의료영리화를 기저로 한 법안이라며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했었다.그러나 의료서비스산업 발전의 일환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거나 국내 의료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는 의료인들 대부분 큰 이견이 없었다. 해외환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국내 의료 영리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만한 일이어서 의료계가 적극 동참해 왔다.그 결과 해마다 해외환자와 이에 따른 진료비가 매년 크게 성장했다. 해외환자 수는 처음 추진했던 200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5년까지 연평균 35.7%를 나타냈으며 그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연평균 51.8%으로 대폭 큰 성장세를 보였다.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병원들이 처음 구상한대로 싱가포르의 래플리즈 병원 같이 진정한 아시아 허브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싱가포르의 경우는 이미 1970년대부터 차근히 추진해 왔던 반면,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 거기에 비하면 이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치과의 경우도 연평균 35.7%의 큰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제 환자 수는 지난해 1만1,309명으로 결코 많은 수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는 길은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꾸준히 달려가는 것이 답이라고 본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치과 분야는 이 문제에 관한한 과제로 남는다. 치과의료 특성상 치과는 단계적인 진료와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치료가 많기 때문에 해외환자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치과계가 고심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차라리 세계 최상의 진료수준을 가진 인력과 시스템을 해외로 진출토록 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국내 치과의사들 상당수가 해외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도 고려되었다.이에 한국 치과계가 해외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5년부터였다. 2015년 5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치과의사의 해외진출을 위한 MOU를 맺으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고, 그 해 10월 중국치과의사협회와 MOU를 시작으로 2016년 5월 베트남 국방4직업대학교와 MOU, 7월 몽골치과의사협회와 MOU를 체결했다.한편으로는 한국보건인력개발원과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공동으로 해외진출을 원하는 치과의사들에게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9월엔 중국치협의 새 회장인 유광얀 교수와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물론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MOU를 맺었다고 곧바로 우리나라 치과의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 해외진출의 활로는 더 넓어질 것이며 해외로 진출한 병원들이 해외환자의 국내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거점병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 결국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인의 해외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한국의 뛰어난 치과의술과 시스템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받쳐줄 신 성장동력이 되도록 해외진출에 대한 의료인의 관심과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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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02 23:02

전북경제의 활로를 찾아서

국내외적으로 시국이 엄중한 요즘이다. 그 와중에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수출 감소,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고향 전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에 마음이 착잡하다. 마냥 속앓이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고향경제의 활로를 고민해 본다.무엇보다 전북경제의 성장방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전북경제는 농어업, 경공업, 자영업위주 서비스업으로 구성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성장을 추구해왔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규모가 전국평균과 비슷하니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실질증가율은 2007년 5%에서 2015년 0%를 기록해 성장동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그간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쇠락해가는 주력산업은 소프트랜딩시킴과 동시에 미래 신성장산업들을 찾아내 신속하게 인큐베이팅하는 병행전략(Two-track)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라북도가 처한 지경학적 환경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기초한 정책기획, 투자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그리고 창업활성화를 가능케 하는 정책당국의 행정지원이 필요하다.첫째, 전라북도의 미래 활동무대는 역시 중국과 동남아시장이다. 현재 도에서 추진 중인 삼락농정, 탄소산업, 토탈관광은 각각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에서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향 미래 신성장산업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환서해안권에 위치하면서 농어업 비중이 높고, 문화콘텐츠가 풍부한 청정지역 전라북도의 지경학적 환경에서 볼 때 전략적 방향성을 잘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추가로 정책당국에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산업구조 업그레이드 전략을 펼쳐줄 것을 주문한다. 일례로 최근 중국 정부는 향후 3년간 자국 내 초고속인터넷인프라사업에 20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만금 내에 제조업-ICT 융합클러스터인 가칭 새만금테크노밸리 조성을 통해 중국, 동남아 등의 해외수요에 대응한다면 전북경제의 산업구조 개편과 성장에 유익할 것이다.둘째, 전북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새만금사업이다. 새만금은 전라북도의 미래 문제들 즉 경제성장, 인구, 교육, 환경문제 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아리울(Ariul)에 국내외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기업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만금 내부개발을 가일층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지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기본적으로 정부사업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새만금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현재 한중 FTA 산업단지로 지정되어 있는 수준을 넘어 환서해안 시대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셋째, 전북경제의 미래 지속가능성 여부는 창업활성화 성공여부에 달려있다. 창업활성화는 인구와 교육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현상은 전북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게 되었다. 대다수 광역자치단체가 그렇듯 전라북도의 교육도 정량적 수치로만 볼 때 무너져 내린지 오래다. 청년들이 그리고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은퇴자들이 창업하기 편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어야 아이를 낳고, 인구가 유입되고, 교육도 발전할 수 있다.전북경제를 둘러싼 임박한 위기들과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관민이 혼연일치 되어 대처하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각자 위치에서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한 때다.△홍석빈 대표이사는 Accenture(액센츄어) 경영컨설턴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우석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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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5 23:02

역사를 통해 거듭나는 새해 새 시대 새 소망

2017년 새해는 밝았지만 대한민국은 미명이다. 새해를 맞는 희망이나 설계보다는 한겨울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촛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라는 뜻으로, 임금은 백성이 떠받드나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이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2016년에 일어난 국내의 대소 사건을 참고하여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쾌하게 설파해주고 있다.2017년 국민들은 촛불로 파도를 만들어 군주민수를 실현하려고 한다. 세계가 찬탄할 만큼 평화적인 방식으로 시민의 함성을 모아 청와대를 향해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군주민수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다.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촛불의 바다가 오늘날 만의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의주로 피난을 갔다는 소식에 백성은 분노했고, 대궐을 불태웠다. 백성을 보호해야 할 임금이 먼저 도망치려 한다는 소식에 백성들은 돌팔매를 날렸다. 그러나 임금은 떠나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라도 의병장 제봉 고경명이 먼저 떠오른다. 제봉은 문과 갑과에 장원급제 한, 오늘날로 보면 고시에 수석 합격한 문인이었다. 동래 부사를 끝으로 임란 한해 전 낙향했다. 제봉은 왜적의 침략에 59세 나이로 건강도 온전치 않았지만 분연히 일어섰다. 격문을 돌려 의병 6000명을 모았고 전라도 방어 관군과 함께 왜적이 주둔한 금산성을 공격하였다. 비록 패했지만 의병들이 흘린 피로 왜적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이들의 희생과 저항 덕분에 결국 곡창 전라도를 왜적이 넘보지 못했고, 이 때문에 이순신의 수군이 해전에서 연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퇴한 선비가 나라의 위기에 백성과 함께 분연히 일어선 목숨을 바친 역사를 보면서, 우리는 광화문 촛불이 곧 나라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떨쳐 일어난 의병과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 없는 대화라고 E. H 카는 설파했다. 역사에 대한 반성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소통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시작으로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2017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안보는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대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절망할 계제는 아니고 그래서 주저앉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에겐 절망적 상황을 딛고 일어난 역사의 수 없는 기록이 있고 그때마다 기적 같은 발전과 진화를 주도한, 앞으로 주도할 민초 의병이 있다. 새해 새시대 새 희망을 함께 얘기할 정직한 시민, 성실하고 유능한 공무원, 부지런하고 재능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이 있다.이럴 때일수록 우리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한다면 올 연말엔 위기를 기회로 바꿔 희망의 꽃을 피웠다는 긍정적인 사자성어가 2017년 올 한 해를 대표하는 메시지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꿈꿔본다.△신상훈 교수는 신한은행장, 신한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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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9 23:02

잠룡후보 유감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1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부안군 향우회장으로서 고향 인사들과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고향 부안을 떠나 상경한 지도 벌써 반백 년이 되었는데도 머릿속에는 마치 엊그제 떠난 것 같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향에 대한 추억과 귀소본능이 항상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국어사전은 고향의 뜻에 대해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리고 정든 곳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의이든 타의이든 태어난 곳이 고향이고 특히 타향살이에서 고향은 향수와 동질성을 의미하지만, 공직사회에서의 고향은 때로는 출세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 것도 한국에서의 특이한 현실이다.호남 출신 공직자들이 모두 겪은 경험담이지만 나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멍에를 진 것인 양 움츠리며 살다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 근무도 할 수 있었고 직업공무원 최고 직급인 관리관 승진도 누리는 영광을 보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소위 영포사단에 의해 업무적 전문성과 성과는 고려되지 않은 채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부역자(?)로 분류되어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된 것은 결국 출신지역 차별에서 나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았다.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개입으로 야기된 박근혜 정부의 탄핵심판으로 선거기일이 앞당겨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벌써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과 지지자들로 인해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잠룡이라는 잠재적 대권 후보자가 10여 명이 넘어가는 데도 내 고향 전북출신 잠룡은 한명도 거론되는 사람이 없어 아쉽기만 한 것은 전북인이면 느끼는 나만의 감정이 아닐거라고 생각한다.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김무성 등은 경남이고, 유승민 이재명 김부겸은 경북, 반기문은 충북, 안희정은 충남, 손학규 남경필은 경기, 오세훈은 서울, 최근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는 유일한 호남출신인데 그나마 전남이다.해방 후 삼부요인 중 전북 출신은 사법부에서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와 직전 헌법재판소장인 이강국, 입법부에서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정세균 현 국회의장, 행정부에서는 김상협 진의종 황인성 고건 한덕수 전 총리를 배출하고, 17대 대통령 선거때는 정동영 후보까지 배출해낸 저력있는 도세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10여 명 훌쩍 넘는 대선후보군에 전북출신이 1명도 없고 4당 체제에서 당 대표도 없다는 것은 전북인으로서 아쉬움이 앞선다. 지난해 4월에 시행된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북 출신 및 전북과 연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당선축하연이 지난 6월말 도민회와 전북일보 초청으로 롯데호텔에서 있었는데 정세균 의장을 포함하여 31명 가까이 되고 전북으로 시집온 며느리 의원 4명까지 포함하니 35명이 넘는 수를 자랑한다. 전체 300명 의원중 10%가 넘는 수로 전국 16개 시도 중에 평균 이상의 국회의원 수를 보유하는 전북이건만 이번 대선만은 방관자가 되어 우리운명을 타지역 출신에 맡겨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것 같아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어차피 대선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캐스팅보트라도 가지고 전북지역 출신인사들이 다음 정부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각 분야에 기용되어 고향발전과 차기를 노리는 지혜라도 정치권에서 발휘하기를 기대해보는 것은 나만의 망상일까.△조광제 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하고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법인이사, 한중도시우호협회 자문위원장, 골든키자산운용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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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2 23:02

의료 영리화의 또 다른 얼굴, 규제 프리존 유감

지난해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대통령 탄핵과 특검사태가 병신년 말미를 장식하며 국민들에게 혼돈과 개탄, 안타까움을 안겨 주었다. 국가 경제나 국민의 피폐한 민생을 돌봐야 할 정부와 국회가 완전 올 스톱되고 오로지 한 가지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민은 희망을 부르고 싶어 한다. 고장 난 국가 시스템을 이참에 새롭게 고칠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의료계 역시 이번 기회에 국민의 건강권과 공공의료의 발전에 침해요소가 있는 각종 법안에서 의료분야를 제외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2011년 12월 발의된 의료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의 경우 2012년 5월 제18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 됐다가 2012년 7월 제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어 결국 지난해 5월 제19대 국회 회기 만료로 역시 폐기됐었다. 의료계가 이 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영리화의 길을 열어주는 독소 조항 때문이다.의료 민영화가 될 경우 국민의 의료서비스가 강화되고 의료의 양적 질적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들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의료재벌만 배불리는 결과를 빚게 되고 의료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일관된 지적이다.그러나 의료계와 야당이 이 법안에 계속 반대하고 나서자 정부와 여당은 다른 차원의 유사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2015년 10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프리존 도입을 발표한 이후 2016년 3월과 5월에 규제 프리존 법안이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1, 2차 발의가 이뤄졌다.이 법안의 주요내용이 가관인 것은 14개 도시에서 전략산업을 육성발전 시키는데 필요한 재정 금융 세제 혜택은 물론 규제됐던 조항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재벌에게 규제를 무제한으로 풀어준다는 것인데 문제는 전략산업에 의료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강원도에서 관광과 함께 스마트 헬스케어를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의료민영화 도입의 전초전으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의 또 다른 형태로 보는 것이다.이 시점에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이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도 의료민영화를 우회적으로 실현시켜 보려는 법안이어서 국민들과 의료계 저항을 받아 결국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규제 프리존법이라 해서 얼굴을 바꿔 또 다시 의료민영화의 전진기지를 삼으려 하느냐 하는 점이다.왜 정부와 여당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자랑해 온 우리의 건강보험과 의료체계를 뒤흔들면서까지 이토록 집요하게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 할까. 이에 대한 답이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 보여 지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현재 이 법안은 여야 의원은 물론 지자체들도 받아들이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산업은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의료만큼은 이 법안에서 즉시 제외시켜야 하는 것이 맞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규제완화로 위협할 수는 없는 것이다.△최남섭 회장은 열린치과의사회 운영위원,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사,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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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5 23:02

송년과 자기성찰의 시간

2016년 새해 첫 날 각자의 소망을 마음에 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기운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세밑이 되었다.항상 연말이 되면 올 한해도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구나라는 회상을 하게 되지만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말의 의미가 이토록 실감나는 시절이 있었나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가 신속히 나오고 어려운 시국이 잘 정리되어, 국민들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게 된다.이맘때가 되면, 이땅에 사는 누구라도 희망찬 새해를 위하여등등의 힘찬 구호를 함께 외치며 술잔의 술을 비우게 된다. 바야흐로 송년회의 시즌인 것이다. 그 종류도 심히 다채롭고 많기도 하다. 초중고대학교 등 각종 동문회, 향우회, 직장모임, 친구모임, 동호회 모임 등등.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모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어떤 이는 한국사회가 외롭지 않는 척 폭탄주 돌리고, 각종 모임을 쫓아 다니면서 억지로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고 튼튼한 울타리를 쳐서 자기를 보호하고자 하는 고독 저항사회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말이다.우리들이 무수한 모임과 네트워크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내가 속한 집단이 그 본래의 순기능을 적절히 발휘하게 하려면 때때로 외로움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는 지혜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일부러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그 시간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일 것이다. 또한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쌓고 이를 통한 사색의 시간을 즐긴다면 내가 어느 무리에 속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외로움이 주는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또한, 외로움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사에 분노하고 주변에 뜻하지 않은 적을 만드는 것을 우리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야 덜 불안하니 그것이 무엇이건 어딘가에 소속되어 편을 만들고, 각종 SNS 등 익명의 바다에서 내 편이 아닌 상대는 그가 누구이건 간에 싫어요를 마구 누르고 함부로 악플을 다는 것이다. 결국 분노와 적개심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외로움을 받아들이면 사회적 소통도 원활해진다. 분노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성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된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먼저 내 마음 속의 나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더 외로울수록 나 스스로를 더 성찰할 기회가 생겨 사실은 덜 외로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요 근래 신문과 TV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국정농단 세력과 정치경제 등 각 분야 엘리트들의 행태들을 지켜 보면서 울화병이 생기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만의 음습한 모임을 만들어서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돈을 주머니 씸짓돈처럼 펑펑 쓰고, 권력을 사유화한 그들 역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부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서두에도 말했듯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팍팍한 우리네 서민들 일상의 고단함도 달래고, 울화통 터지는 세상사에 분노의 외침이라도 함께 할 송년회의 술 한잔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단 하루쯤은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지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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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9 23:02

독서에서 길 찾기

일본주재관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아파트 수리를 할 때 큰방 벽면을 붙박이 책장으로 만들었다. 30여 평 작은 아파트에 방마다 책장과 책꽂이가 몇 개 있으나 모든 책장과 책꽂이에는 더 이상 책을 꽂을 공간이 없다. 일요일에 큰맘 먹고 필요 없는 책을 버리겠다고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책을 정리해 보려 했으나 오래된 월간지 몇 권 버리는데 그쳐 상황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이처럼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다시 한 번 읽을 것 같고 내가 못 읽더라도 애 엄마나 애들 혹은 누군가가 다시 읽을 것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가 없으며 더구나 난 가진 것이 별로 없기에 소중한 이 책들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에 비하면 오래되어 못 입을 것 같은 옷들은 계절별로 과감하게 아낌없이 버린다.독서하는 습관은 습관 중에 가장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유대인은 책을 항상 보물처럼 다루어 왔다. 유대인의 묘지에는 흔히 책이 놓여 있다. 이는 생명이 다했다 하더라도 공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유대인은 3천년 동안이나 나라가 없었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으며 이질적인 문화 사이에서도 스스로의 독자성을 잃지 않았다. 전 인류 중 유대인은 불과 0.2% 밖에 되지 않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의학과학문학음악경제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유대인이 인류에 공헌한 업적은 실로 엄청나다. 이 같은 유대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바로 유대인이『탈무드』를 비롯한 유대의 서적들을 매우 소중히 하고 이러한 책들을 통하여 후손들에게 철저한 교육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글을 읽고 시간이 흐르면 그 내용은 기억 속에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하여 글을 읽은 이에게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느냐? 그렇지 않다. 밑 빠진 콩나물시루에 매일 꾸준히 물을 주면 콩에서 싹이 트고 콩나물이 자란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읽었던 글의 내용은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서 사라지더라도 독서를 통하여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상황을 분석평가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싹트게 된다. 일반적으로 독서를 꾸준히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사물을 보는 시각과 통찰분석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책의 위대함, 독서가 인생에 얼마나 큰 파장을 던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19세기의 뛰어난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다. 슐리만이 크리스마스 날 아버지로부터 받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 이야기』라는 책에는 흥미를 돋우기 위해 간략한 삽화도 곁들여 있었는데 그 삽화 중에는 불타고 있는 트로이 시의 모습도 들어 있었다. 아빠, 그리스와 트로이가 싸운 것이 진짜예요? 슐리만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버지에게 물어 보았다. 아냐, 호메로스라는 시인이 꾸며낸 이야기야.그러나 슐리만은 그리스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것이 분명하다면, 트로이도 역시 이 세상 어디엔가 있었던 나라였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연구와 발굴을 계속하여 1874년 지금의 터키 지방인 소아시아의 서해안 히사트리크 언덕에서 트로이의 유적을 찾아냈다. 한 권의 작은 동화책이 땅 밑에서 몇 천 년 잠자고 있던 역사를 살려 내었으며 고고학계의 큰 별을 탄생케 한 것이다.짧은 인생을 길게 사는 법! 그것은 동서고금의 문화를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집안을 지키고 있는 많은 책들은 그 집과 그 집에 몸담고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제시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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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2 23:02

무주국립태권도원

무주는 전라북도 북동부 소백산맥 서쪽에 자리하고 덕유산국립공원이 세계인을 부르며 제 자랑하고 있다. 무주반딧불축제, 무주구천동, 무주리조트스키장, 국립태권도원, 무주머루와인동굴, 적상산 무주양수발전소, 적상산 전망대 등 볼거리들이 너무 많다. 그 중 국립태권도원에 대해 자랑하고 싶다.국립태권도원은 백운산(해발 약 1010m) 산자락에 총 면적 약 231만4000㎡(약 70만 평)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2009년 3월에 착공하여 2013년 8월에 준공, 2014년 4월에 개관하였다.우리나라 전통무예 태권도는 1944년 청도관과 1945년 무덕관이 설립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약 8000만 태권도 가족들의 산실인 국립태권도원과 TI경기장은 국제태권도 전용 경기장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크고 작은 전체 시설물들이 예술적으로 창조되어 내외 형상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태권도연맹은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2017년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무주 국립태권도원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약 160개국에서 2000여 명의 선수와 임원들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태권도 종주국 성지로 위상을 높이고 무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국립태권도원의 구성은 도전의 장 체험공간, 도약의 장 수련공간, 도달의 장 상징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공간은 경기장, 공연장, 박물관이 자리하고 수련공간은 태권도 연구, 전문연수소가 자리하고 상징공간은 고단자 명인들의 얼을 기리고 태권도의 근본정신을 계승하는 목적으로 뽐내고 있다.산사처럼 조용한 이른 새벽! 전망대에서 바라본 국립태권도원! 푸른 산야에 자리한 질서정연하고 오목조목한 각양각색의 전체 건축물들이 시야에 한 폭의 한국화처럼 다가온다. 국제경기장, 체험장, 수련장, 교육장, 연구동, 문화공연장, 숙박동 등을 통하여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행폭포 물길에 황원교, 백원교, 청원교, 적원교, 품원교, 흑원교가 제 각각의 알록달록한 얼굴에 미소로 멋을 부린다. 오행폭포의 오행은 태권도에서 5가지 색상으로 오행을 깨닫는 뜻이란다. 무선 인터넷 설치 등 첨단 현대식 숙박편의시설을 완비하여 태권도 정신과 예술을 같이할 수 있는 곳이다.덕유산 해발 약 450m 중턱에 인공 무주머루와인동굴이 있다. 실내 온도는 약 13~14도로 여름인데도 실내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머루와인카페, 저장고, 머루와인족욕체험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적상산(해발 약 1038m)은 우리나라 5대 비경 중 한 곳이다. 회전식 계단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적상호와 무주호가 형제처럼 이어져 있다. 높고 낮은 산들의 늘 푸른 초목이 어우러지고 거미줄처럼 맺어져 멋있는 덕유산을 만인이 바라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산천이 수려하여 금수강산이라 했던가?무주양수발전소는 1988년 4월 착공하여 1995년 5월 준공했다. 하부저수지인 산 아래 저수조(무주호)에서 저장된 물을 상부저수지인 산 위 저수조(적상호)로 끌어 올린 후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면서 발전을 하고 그 물을 다시 산 위 저수조로 끌어 올리기를 반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1979년 처음 준공한 청평양수발전소를 비롯해 무주, 예천, 청송, 삼량진, 산청양수발전소가 있다. 전망대에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기가 급정지할 때 대비하여 조압수조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적상산사고, 천일폭포, 안국사 등이 소재하나 후일을 기약하며 찾지 못했다.무주는 1997년 제18회 동계유니버사이드대회와 2006년 ISU(국제빙상연맹)쇼트트랙월드컵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널리 알려졌다. 세 번째 대규모 국제대회인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할 국립태권도원은 무주자랑이자 전북자랑이고 우리나라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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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15 23:02

노블레스 오블리주

귓가를 스치는 매서운 바람이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경제한파로 예전처럼 북적북적한 연말연시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길거리에서 간간히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 해의 막바지를 알리고 있다.이맘때가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가 거리로 나올 준비를 할 것이고 각계각층에서 소외되고 지친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다양한 자선행사가 진행된다.함께하는 삶을 대표하고 기부문화를 오랜 시간 이끌어 온 말이 있는데 그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이는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합쳐진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에게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제국을 지탱해 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하였다. 로마가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와 치른 16년간의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최고지도자인 집정관(콘술)만 13명이 전사할 정도로 당시 로마 사회의 고위층은 솔선수범하면서 전장에 나가 사회의 귀감이 됐고 이것은 로마제국을 2000년 지속시킨 원동력이 되었다.영국의 경우 제12차 세계대전때 전사한 장병 중 명문사학인 이튼칼리지 출신이 2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국전쟁에 미국 장성 아들 중 142명이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이 공군으로 참전하여 야간폭격 중 전사하기도 했다.현대사회에 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행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 의무로 이해되고 있는데 그것의 실체는 기부문화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이나 막대한 재산가의 기부를 통한 재산환원은 부의 재분배를 통해 안정화된 사회를 이끈 근간이 되고 있다.실례로 몇 해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 회장과 유명 투자가인 워런버핏은 한화로 약 32조원과 약 50조원을 각각 사회재단에 기부하였다. 이들의 막대한 기부 금액도 놀랍거니와 주요 선진국 국민의 60%이상이 다양한 형태로 기부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이는 오랜 시간 사회지도층으로부터 시작된 노블리제 오블리주문화가 사회 전반에 토착화된 것을 말한다.우리나라도 경제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기부금 전체 규모는 약2조원을 상회한다. 과거처럼 연말연시쯤에 일어나는 일회성의 기부방식을 탈피해 월 단위 정기적인 후원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특히 고무적이다.아쉬운 점은 우리사회의 경우 이같은 기부문화를 사회지도층이 이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이 거액을 기부한 일이 있기는 했으나 그 시기가 형사처벌이나 사면과 관련된 시점이라 그 순수성이 의심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또한 기부행위 자체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나누는 일종의 자비나 사치쯤으로 몰이해되는 경향도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우리 사회도 국민 모두가 사회지도층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고 신뢰를 보낼 수 있다면 경제선진국을 넘어 그야말로 존경받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고위층의 노블리제 오블리주의 실현이야말로 우리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언젠가 외국 언론에서 한국은 과거와 달리 사회지도층을 위시해 전 국민이 솔선수범하고 책임을 다해 함께 나누는 사회를 구현했다고 보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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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08 23:02

활력 넘치는 고향을 꿈꾸며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 鄕愁(향수)는 갈 수 없을 때 가장 짙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ktx열차든 고속버스든 불과 2~3시간만에 갈 수 있음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올수록 깊어만 간다.우리들의 首丘初心(수구초심)이 이러할진대, 고향가는 길이 국토의 허리를 아프게 갈라놓은 철책에 막혀 있거나, 수몰지역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은 가고파도 갈 수 없으니 그리움의 깊이가 얼마나 될지 우리로서는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시골마을, 고향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해 언젠가는 우리네 고향마을이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황량한 땅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杞憂(기우)가 아니다.실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가구수가 20개에 미치지 못하는 과소화 농어촌마을이 3901곳으로 전체 농어촌마을의 8.5%를 차지한다. 또한 2005년 2048개 마을에 비하면 불과 5년 사이에 2000곳 가까이 그 숫자가 늘은 것이다. 그만큼 농촌지역 공동화 현상의 전개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농촌지역의 인구 감소 및 고령화의 가속화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우리 전북은 그 정도가 특히나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동 조사에 따르면 전북지역은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1027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안에 전국 77개 시군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전북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무려 10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어쩌다 고향마을을 찾아 보면 그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 한낮에도 인적이 드물어 깊은 적막감이 감돌고, 70~80대 홀몸어르신들이 태반인 동네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은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고 말씀하신다.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는 특색이 있다. 특히 지방과 농촌에서는 젊은층 인구의 급격한 외부유출까지 겹쳐 한 마을, 더 나아가 지자체가 통째로 소멸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요즈음 우리는 국정의 난맥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저성장의 고착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 산적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특히, 농촌공동체의 공동화 현상은 장기적인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국가, 지자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직시하고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특히나, 우리 고장 전북은 대표적인 農道(농도)로서 활력이 넘치는 농산어촌 조성과 사람이 모이는 토탈관광기반 구축이라는 도정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농촌지역 공동화를 막고, 사람과 물자가 모여 북적대는 지역사회 만들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최근 국내 한 유통기업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 실시하고 있는 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는 귀농귀촌 지원을 통한 농촌 고령화공동화 극복의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우리 전북도 이런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한다면 청년층의 지역 유입으로 침체된 지역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6개월 동안 전북일보을 통해 지면으로나마 고향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점은 필자에게도 뜻깊은 경험이었다. 아무쪼록 우리 전라북도와 전북도민 모두가 여러 위기 속에서 단결과 협동의 미덕을 살려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라는 가치를 실현하여, 사람이 모이고 여러 산업이 고루 발전하는 모범적이고 活力(활력) 넘치는 고장이 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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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01 23:02

군산항

대한민국이 위치한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고 엄청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4대 강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의 중심부에 있어 유럽의 네덜란드처럼 아시아의 물류중심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물류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해상, 육상, 항공의 세 가지 물류수단을 통합적으로 갖출 수 있는 곳은 항구뿐이다.전북 발전도 물류중심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군산항, 서해안고속도로, 군산공항을 가지고 있는 물류중심 군산항의 발전은 전북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다.서울의 관문인 인천항이 인구 300만을 넘어서 발전하고 있으며 부산항의 발전이 부산직할시와 경남, 울산항의 발전이 울산광역시와 경북, 광양항의 발전이 전라남도, 평택당진항의 발전이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군산항은 대한제국이 부산항, 원산항, 인천항, 목포항, 진남포항의 개항에 이어 여섯 번째로 1899년 5월 1일 개항한 중요 항구였다.그러나 지금은 수출입액 물동량기준으로 보면 거제도의 고현항이나 옥포항보다도 더 작은 남한 내 13번째 항구로 전락하였다. 서해안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서해안 정중앙에 위치하고 25년 전 시작된 새만금사업지구에 속한 좋은 조건의 군산항이 30년 전에 개항한 평택당진항은 물론이거니와 목포항에도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군산항은 중국의 주요 수출항인 상해항, 대련항, 청도항, 연운항에서 부산이나 인천에 비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대중국교역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항만물동량이 지난 5년 동안 평균 10.5%가 증가했음에 비해 군산항의 물동량은 오히려 2011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하면서 16.8%가 감소하는 등 쇠락 일로를 걷고 있다.물류중심지로서 군산항이 쇠락하게 된 것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물류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한 항만, 공항, 도로 등 기반시설의 미비에서 그 주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먼저 항만의 경우, 군산항은 금강 등으로부터 흘러내리는 토사가 많이 쌓여 준설을 자주 해야 하는 문제와 수심이 얕아 대형선박이 접안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이 문제는 새로이 건설될 새만금신항만에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의 경우에도 전주시나 대전광역시 등에서 군산항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고속도로가 필요할 것 같다. 공항의 경우 군산공항이 미군공항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군산항의 발전과 새만금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국제선이 개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전라북도는 지정학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확산발전의 변방에 위치함으로써 발전에 뒤쳐져진 감이 있다.하지만 군산항과 현재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사업지구의 기반시설을 튼튼히 함으로써 군산항이 환 황해권의 물류중심이 되면서 전북발전을 도모하고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물류 및 유통의 중심국가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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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4 23:02

진안 마이산 탑사

우리나라는 한라산에서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높고 낮은 산들이 산재해 있다. 전라북도 진안읍과 마령면의 경계지점에 우리나라 명지로 알려진 도립공원의 마이산(해발 약 686m)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한 곳인 마이산은 남쪽 비탈면에서 섬진강 수계가 시작되고 북쪽 비탈면에서 금강 수계가 시작되는 전북의 젖줄로 신이 창조한 신비의 마이산을 자랑하고 싶다.마이산 명칭의 유래는 신라시대는 서쪽의 많은 산 중 가장 아름답게 솟은 산이라 하여 서대산으로 불렀다. 고려시대는 용이 하늘로 오른 듯한 기상이라 하여 용출산이라 하고 봉우리 2개가 높이 솟아 있어 동쪽에 솟은 봉을 아버지봉, 서쪽에 솟은 봉을 어머니봉이라 불렀다. 조선시대는 태종이 남행하여 산의 모양이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산이라 불렀다. 지금은 동쪽에 솟은 산을 동봉 숫마이산(해발 약 679m)이라 칭하고 서쪽에 솟은 산을 서봉 암마이산(해발 약 686m)이라 부른다.계절에 따라 명칭도 다르다. 봄에는 안개 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대 같다하여 돛대봉이라 부르고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이라 부른다.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하여 마이봉이라 부르고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하여 문필봉이라 부른다.내 고향 임실군 성수면은 진안군 성수면과 인접한 이웃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성수면의 지명이 같아 혼동할 때가 많다. 고향에서 마이산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로 어릴 때 말귀를 본다며 어른들 따라 찾아든 기억이 추억으로 스쳐 간다. 지금은 산행과 마이산 탑사를 직접 목도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연 인원 백만여 명이 찾아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의 명승지가 되었다.마이산은 수성암으로 콘크리트 지질로 이루어진 두 봉우리가 모래, 자갈, 진흙을 혼합하여 퍼다 부어 놓은 대형 바윗덩어리 같다. 물과 흙이 없는 바위산에 침엽수와 활엽수가 억척같이 붙어살고 있어 생명력의 존엄성을 체험할 수 있다. 정상도 높지 않아 누구나 정상 정복이 가능하다.마이산의 자랑은 탑사 대웅전 앞뒤에 크고 작은 만불탑의 탑군들이다. 탑마다 신비의 제자랑에 오는 사람들의 넋을 잃게 한다. 이 탑들은 인근지역 임실에 살았던 이갑용(1860~1957) 처사가 25세 때부터 10여 년을 솔잎으로 생식하며 전국 명산들의 돌을 낮에 하나씩 옮겨다 밤에 탑 120여 기를 쌓았다고 전하나 현재는 80여 기가 존재한다.마이산의 대표적인 불심의 탑은 약 3년 간 쌓았다는 천지탑(높이 약 13.5m ) 2기가 부부처럼 정답게 자리하고 있다. 천심의 오방탑, 약사탑, 월광탑, 일광탑, 중앙탑 등은 사람의 능력으로 쌓을 수 없고 하늘의 이름으로 쌓았다고 생각한다. 폭풍에도 사계절 내내 그대로 자태를 유지하는 탑들의 정체는 현대 과학으로도 증명하지 못해 누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다.숫마이산 방향으로 약 100m쯤 돌계단 길을 따라 오르면 화엄굴이 나오고 바위틈에서 석간수가 산인들을 약수로 마중한다. 이 약수를 마시고 기도하면 숫마이산의 정기를 받아 아이를 낳고 과거시험에도 등과할 수 있다고 전한다. 금당사, 탑사, 은수사의 불교향이 어울려 만인과 속삭인다.암마이봉 정상에 올라 보라! 숫마이봉이 마주하고 화엄굴이 손짓하며 주변에 작은 산봉우리들이 장졸처럼 모여들고 확 트인 들판에는 논밭이 청사진처럼 펼쳐진다. 옹기종기 시골마을들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농부들의 발걸음이 시야에 들어와 고향마을 뒷산에 오른 심경이다.정상에 서면 오를 때 고통과 괴로움은 바람결에 날아가고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다. 새 마음으로 정신건강이 강해지고 온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육체건강을 키운다. 자연은 사람을 보호하고 사람은 자연을 보존한다는 철학을 배운다. 진안은 마이산, 용담댐, 백운계곡, 풍혈냉천 등 가 볼만한 곳이 너무 많다. 마이산은 진안군 자랑이자 전북 자랑이고 우리나라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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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7 23:02

재도약의 원동력, 휴식

출근길에 신호에 막혀 교차로에 정차할 때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가끔 무료할 때가 있다. 잠깐 딴전을 피우다 바뀐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면 약속이나 한 듯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 흠칫 놀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이럴 때면 복잡하고 잘 발달된 문명마저 덧없게 느껴지고 뒤편 운전자가 얄밉다는 생각마저 든다. 세상은 참 빨라지고 화려해졌지만 순간의 휴식마저 허락하지 않는다는 야속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장자(莊子) 잡편(雜編)에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을 싫어하고 두려워하여 도망다닌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 소리를 피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발 들기와 달리기를 지속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발자국은 더 많아졌고 달리기를 빨리 해도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자, 스스로 자신이 아직도 느리다고 여겨 쉬지 않고 달리다가 힘이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장자는 이를 두고 그늘 속에 머물면서 그림자를 그치게 하고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발자국을 쉬게 할 줄 몰랐으니 어리석음이 심하였다고 이야기했다.비록 장자가 위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것이 공자의 사상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필자는 위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내용이라고 재해석하고 싶다. 또한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우리 국민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근면과 성실로 빠른 경제적 풍요를 이루며 세계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 때문인지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경쟁에 내몰리며 쉼 없는 일상을 습관처럼 살아왔다. 청소년 시기에는 입시전쟁을 통해 하루의 유일한 휴식인 취침시간마저 저당 잡혔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취업전쟁으로 내몰렸고 그나마 마련된 직장생활도 소리없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에게 휴식이라는 말은 마치 패배나 사치와 같은 단어처럼 인식됐다.한 취업사이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상당수의 직장인이 휴일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나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휴식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휴식에 대한 이해나 방법을 찾아야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개구리가 움츠리는 것은 더 멀리 뛰기 위함이요, 한겨울에 나뭇잎을 떨군 나무는 새봄의 찬란함을 위하여 휴식에 들어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DNA에 각인된 쉼 없는 무한궤도는 아직까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성경 창세기는 신조차도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고 7일째 휴식을 취했다고 말하고 있다. 휴식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쉼의 미학에 대한 논의는 지극히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휴식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 때라는 것이다.저녁 뉴스에 겨울의 문턱인 입동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전국의 주요 산과 유원지에 늦가을 정취를 느끼려는 인파들이 크게 붐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즈음이면 정읍에 있는 내장산의 단풍도 절정을 이루어 울긋불긋한 단풍이 온 산을 뒤덮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당장이라도 내장산으로 달려가서 가을을 만끽하고 싶은 생각도 해 본다. 아쉽지만 저녁 무렵 산책길에서 동네 어귀에 늘어선 몇 그루의 단풍 속에서 내장산을 만난다. 잠시의 사치를 통하여 또 다시 시작될 일상을 준비하면서 내일 출근길에 앞차가 신호를 놓친다면 그를 위해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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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0 23:02

황해로 흐르는 금강 둔치에서

우리고장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금강하굿둑이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군산시 내흥동 금강 둔치에는 굽이쳐 황해로 흐르는 금강물을 마주하고 채만식 문학관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백릉 채만식은 탁류, 레디메이드인생, 태평천하 등 근대 풍자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많은 작품을 남긴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문인이다....에두르고 위몰아 멀리 흘러운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 다가 깨어진 꿈이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 채만식, 탁류 中에서 -황해로 세차게 굽이쳐 흘러가는 금강의 황톳물을 바라보며소설 탁류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보면 80년 세월을 관통하는 묘사의 섬세함에 절로 무릎을 치며 감탄을 하게 된다.얼마 전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의 포크록가수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순수 문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도 매우 드물지만-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 회고록인 제2차 세계대전등으로 1953년 수상하였음- 대중가수가 수상한 것은 115년 노벨문학상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대중가수가 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하여 일부 작가들의 반론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는지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귀를 위한 詩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다소의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고정관념을 벗어나 시와 소설로 국한된 문학의 범위와 지평을 넓힌 노벨위원회의 도전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卓見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밥 딜런은 사회상을 대변한 저항적 가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가수다. 특히,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의 가사는 반전과 인권 등 시대를 관통하는 저항정신의 표상으로 읽힌다.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비로소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중략) 얼마나 많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가야 더 이상 사용되는 일이 없을까? (중략)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후략) -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中에서 -저항정신의 대표적 가수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을 보며, 금강이 낳은 걸출한 詩人 고은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서정적인 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의 역사와 고단한 삶에 대한 노래, 어두운 시대 상황과 맞물린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 의식과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많은 작품을 써왔다.10년이 넘게 해마다 가을이 오면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쉽게도 발표자의 입에서는 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제는 팔순이 넘은 老詩人 본인조차도 이 시기가 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노벨문학상을 받거나 혹은 못 받는 것이 그의 문학적 성취와 탁월한 감수성을 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왕지사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그의 몫이기를 응원하면서, 동명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깊어가는 가을과 어울리는 그의 詩 한편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후략)- 고은, 가을편지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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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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