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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유능한 목수는 항상 톱을 잘 갈고 연장을 좋은 상태로 보관한다고 한다. 그리고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마한다고 한다. 훌륭한 무용수 역시 무대 위에서 쉽게 도약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매일 연습을 하고 엄청난 훈련을 하였기 때문에 숙련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목수가 유능한 목수가 되는 것처럼, 무용수가 훌륭한 춤을 선보이는 것처럼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법상 스님은 저서 ‘날마다 새롭게 일어나라’에서 좀 가난하여 먹고 살 끼니 걱정으로 힘들더라도 마음만은 스스로 만족하는 연습을, 그리고 스스로 부자라고 마음먹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이를테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으니 부자구나’, ‘잠잘 곳이라도 있으니 행복 하구나’ 라고, 아주 작은 것에서 만족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설사 돈이 없더라도 남들이 물으면 ‘가난해요’ ‘돈이 없어요.’ 라고 하지 말라는 거다.자꾸 가난하다고 되풀이하다 보면 그 가난하다는 마음이 딱 내 마음에 눌러붙어 진짜로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조금 가난하더라도 이렇게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해 하고, 그리고 설사 누가 일 잘되느냐고 물으면 ‘안 된다’ ‘죽겠다’ 하지 말고 ‘잘 ~ 됩니다.’ 라고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해보라는 것이다.자꾸 입으로라도 마음으로라도 ‘잘 되는’ 연습을 하고, ‘부자’인 연습을 해 놓으면 그 마음이 법계를 그대로 울려 정말로 부자가 되고, 행복해지는 방도(方道)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내 스스로 행복해하고, 부유해 하는 마음으로 자꾸 연습해야 그 한 생각으로 인해 현실도 그렇게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리 민친톤은 저서 ‘잘나가는 사람, 생각이 다르다’에서 우리가 얼마만큼 행복한가 하는 것은 각자의 인생관에 따라 다르다고 하였다. 행복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솟아나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꾸준한 연습에 의해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의 일을 떠오려 보고, 그리고 그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상기해 보고,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 번 체험해 보라고 한다.이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을 때, 언제든지 행복해질 수 있고, 매일 매일을 보다 행복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다고 한다.행복은 자존심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도 있겠지만, 결국 행복은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결코 세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어느 누구도 영원히 불행하다거나 아니면 영원히 행복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내가 불행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불행해지는 것이요, 행복하다 생각하면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올해는 유난히도 사회적으로 우울한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사람들이 ‘삶의 여유가 없고 힘들어’ 한다. 이럴 때일수록 ‘잘 될 거야’, ‘행복해 질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생활하다 보면 우리에게 곧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이 다가오리라 생각한다.우리 모두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부지런히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희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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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8 23:02

익산 식품산업 클러스터의 미래

스위스는 국토면적이 4만여㎢로 세계 136위이며 인구는 8백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2014년 현재 1인당 GDP는 8만 4344달러로 세계 4위를 자랑한다. 이 나라의 한 작은 도시에서 1866년에 네슬레 회사가 설립되었다. 설립자 앙리 네슬레는 모유와 가장 유사한 제품인 ‘페린 락테’를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네슬레는 시장의 흐름을 잘 포착해서 초콜릿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네스카페 개발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였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해당 국가에 맞춤형 지역특화전략을 구사하여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였다. 흔히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한다. 6차산업화란 전통적인 농산물(1차)에 식품제조와 가공(2차)을 덧붙이고 유통과 판매(3차)까지도 연계시키면서 나타나는 상호작용(6차=1차×2차×3차)으로 부가가치가 크게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쌀을 즉석밥으로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5배, 술로 가공하면 부가가치가 10.7배 상승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6차산업화의 우수사례 중 임실 치즈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1차산업인 우유를 이용하여 2차 산업인 치즈를 포함한 유가공품을 제조한다. 3차 산업인 치즈만들기 체험에는 연간 7만 명의 체험객이 방문한다. 이 마을에서는 치즈산업으로 연간 17억 원의 성과를 올린다고 한다. 정부는 미래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식품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한국에도 미국의 나파밸리,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네덜란드의 바헤닝 등과 같은 세계적인 식품산업도시(food polis)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침내 2008년에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일대 70만평이 ‘국가식품클러스터’단지로 지정되었다. 전북은 우리나라 최대의 평야지대로 농산물이 풍부하고 지정된 식품단지 바로 옆에 호남고속도로가 있는 등 교통여건도 우수하다. 또한, 최근에 이주한 농촌진흥청과 대학도 지근거리에 있다. 정부는 이 지역을 산업, 연구, 주거, 문화가 조화된 명품 식품문화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24일에 익산에서 세계적인 식품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첫걸음인 ‘국가식품클러스터’기공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세계 식품산업의 시장규모는 5조 4000억달러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고 2017년이 되면 6조 3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7년 기업입주가 완료되고 산업단지가 본격 가동되면 생산유발효과 4조 원, 2만 2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계획의 실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식품산업단지의 세계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기업이나 연구소를 선도적으로 유치하여 다른 기업과 연구소들도 자연스럽게 입주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만이 가지는 고유한 브랜드의 창출이다. 예를 들면 익산 식품클러스터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적어도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즉, 여기서 생산하는 제품의 명성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셋째, 연구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구개발은 제품의 부가가치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전북과 익산 경제에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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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1 23:02

국경선 이야기

“왜 나라마다 국경선이 전부 삐뚤삐뚤하나요?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는 국경선이 반듯반듯해서 보기 좋은데....” 한 초등학생이 네이버 지식iN에 올린 질문이다.국경선은 강이나 산맥 등을 경계로 삼거나, 지도나 해도의 위경도를 기준으로 하거나, 민족이나 문화·언어 등을 고려하여 정해진다. 첫 번째 유형으로, 중국과 북한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프랑스와 스페인은 피레네산맥을 국경으로 삼고 있다. 아프리카나 북아메리카의 많은 국경들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오래된 국가들의 국경선은 세 번째 유형이거나 첫 번째와 세 번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 경우가 보통이다. 국경선은 영토의 경계를 나타내므로 국제정치의 산물이며 때로는 국가 간 분쟁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국가 간 역학관계의 변동이 심할수록 국경선의 변화도 자주 일어난다. 독일의 국경선 변화가 대표적 예인데, 독일의 서쪽, 즉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을 보자. 알퐁스도데의 소설「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알자스로렌 지방은 30년 전쟁 후 1648년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프랑스 영토로 되었다가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함에 따라 1871년 프로이센에 할양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로 이 지역은 1919년 다시 프랑스에 반환되었으나 히틀러가 1940년 강제로 병합하였다가 2차대전 이후 1945년에 프랑스로 반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나라마다 제도, 경제수준 등에 차이가 있어 국경선을 둘러싸고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벨기에 바를레헤르토흐(Baarle Hertog)는 26조각의 벨기에 영토를 합친 지역인데 역사적 이유로 네덜란드 영토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의 어떤 집들은 국경선의 양쪽에 걸쳐 있기도 하다. 집의 국적은 앞문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세법이 바뀔 경우 문을 바꿔 달아서 ‘이민’을 가기도 하고, 네덜란드에 있는 술집과 음식점에서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면, 탁자를 가게의 벨기에 쪽으로 옮겨서 장사를 계속하기도 한다(켄 제닝스, 『맵헤드』 111쪽). 국경선 양쪽의 정책과 제도가 다르고 결과적으로 경제적 수준과 생활상이 달라짐에 따라 눈에 띄는 대조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중앙선이 선명한 매끈한 2차선 포장도로가 국경선을 지나면서부터 중앙선 없는 1차선의 탈색된 포장도로로 좁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미국 몬타나주와 캐나다 서스캐처원 주 사이의 국경선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목초지와 관개수로가 격자무늬를 이루는 농경지대가 뚜렷하게 대비되는 경우도 있다. 한밤중에 위성에서 한반도를 내려다 보면 남한 쪽은 휘황하게 밝은 반면 북한 쪽은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이 깜깜한 암흑 자체여서 남한은 반도가 아니라 영락없이 섬으로 보인다.아프리카의 반듯한 보기 좋은 국경선은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열강들이 해당 지역을 위도와 경도에 따라 임의로 선을 그어 식민지로 나누어 가진 데서 비롯되었다. 그 식민지들이 독립하면서 원래의 영역이 그대로 영토로 확정된 경우가 많았다. 보기 좋을지는 몰라도 아프리카의 국경선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38선도 1945년 얄타회담에서 일본군의 무장해제 책임 지역을 미·소간에 나눈 경계선이었다. DMZ는 청산하지 못한 38선의 유산이다. 반듯하지 않고 꾸불꾸불하지만, 우리의 휴전선에도 아픔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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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4 23:02

행복한 삶을 위한 성찰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 한 장만 남아있는 달력을 바라보면서 모두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게 된다.행복을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점으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25위라고 하니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실제 주변을 둘러봐도 자신의 삶을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은 어른대로,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매일 매일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재산이 많으면 남보다 더 풍족한 생활은 하겠지만, 재산을 지키고 증식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번민에 싸여 있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처럼 사람은 너나없이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삶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예로부터 수많은 성인과 철학자들이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고민하여 왔다. 이들이 도출한 일치된 결론은 바로 ‘욕심을 줄이고 베푸는 삶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망”이라고 도식화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개개인이 갖고 싶어하는 소유를 마냥 늘려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마음을 잘 다스려 분모가 되는 욕심을 줄여야만 행복이라는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욕심을 줄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뭔가를 이루면 이룰수록 더욱 큰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이 커지기 때문이다.따라서 그 해답은 행복의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 행복은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므로 평소 생활이 만족스럽고 보람되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나 명예를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로 인한 기쁨은 잠시일 뿐이며, 마음 속에 더 큰 욕심이 차게 되면 그 안에 행복을 담을 수 없게 된다. 허황된 꿈이나 순리에 맞지 않는 과욕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할 뿐이다.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성공에만 몰두한 채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주변의 소중한 가치를 놓치는 일이 없는지 수시로 반문해 보아야 한다. 현실이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삶을 힘들게 하는 욕심은 조금씩 비워가고, 주변에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작은 도움을 전달하고 재능을 나누어주는 나눔과 베풂을 실천한다면 삶 자체가 행복해지게 된다.도덕경(道德經)에는 ‘하늘의 도는 편애함이 없고, 항상 착하게 사는 사람과 함께 한다(天道無親 常與善人)’는 말이 있는데, 결국 삶은 우리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을 비우고 베풂을 실천하는 행복한 삶은 어느 날 문득 깨달아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운동선수들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매일 매일 훈련을 반복하는 것처럼 평소 마음을 비우고 가다듬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갑오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평소 바쁜 일상에 묻혀 주변을 둘러볼 기회가 없었던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에 대해 성찰해보고 어려운 이웃과 주변에 봉사하면서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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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7 23:02

평화를 위한 화해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4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렝스(Reims)라는 작은 도시는 샴페인으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십여 년 전 우연히 렝스에 있는 노트르담(Notre Dame) 대성당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성당은 고딕양식의 걸작으로 아름답고 장엄한 모습이다. 프랑스 전역에 대성당들이 꽤 있지만, 이 성당은 역사적인 측면에 있어서 독특한 지위에 있다. 옛날 프랑스에서는 이 성당에서 왕위에 오르는 의식인 대관식을 치러야만 정식 왕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5세기 프랑크 왕국을 창시한 클로비스(Clovis) 1세가 렝스 성당에서 처음으로 대관식을 올렸다.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는 잔 다르크의 동상도 보이는데, 그녀는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하고, 1429년 샤를 7세를 이 성당으로 모셔와 대관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유럽연합군의 최고사령관이었던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이 독일군의 항복신고를 이곳 렝스에서 받았다고 한다. 성당 앞마당에는 둥근 동판이 박혀있는데, 1962년 7월 프랑스 샤를 드골과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가 함께 방문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샤를 드골(De Gaulle) 대통령은 프랑스인들이 제일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한 분이다. 프랑스 관문인 공항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딴 샤를드골 공항이다. 그는 독일침략에 맞서서 싸운 독립운동가이자 장군이었으며, 프랑스 5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정치·외교·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그의 조국 프랑스의 영광을 재현한 인물이다. 콘라드 아데나워(Adenauer) 서독 초대 총리는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독일의 경제를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으로 일으켜 세웠으며 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CDU) 출신이면서도 최초로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창하였다.아데나워는 프랑스와 독일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않고는 유럽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확신했다. 드골과 아데나워는 1958년부터 1962년 중반까지 40여 차례 편지를 주고 받았으며 열다섯 차례나 만났다. 드디어 1963년 1월 독일과 프랑스는 상호우호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드골 대통령은 독일 총리를 프랑스에 초청하여 프랑스-독일군대의 장대한 열병식을 받았다. 이어서 렝스 대성당을 방문하여 신 앞에 무릎을 꿇고 ‘유럽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발생하지 않고 평화가 지속되기’를 함께 기도하였다고 한다. 이 두 명의 역사적인 인물은 지금의 유럽연합(EU)을 만드는 초석을 다진 분들로 평가받고 있다.남북이 분단된 지도 60년이 넘는다. 남북한이 참혹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미움과 적대감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유럽은 남북한이 체험한 것 이상의 잔혹한 전쟁을 여러 번 겪었지만 마침내 동일한 화폐를 가진 경제통합을 이루어냈고, 유럽의 평화를 확고히 담보할 수 있는 유럽연합이라는 독자기구도 가지고 있다. 독일의 통일을 위해 동방정책을 펼쳤던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Willy Brandt)는 ‘역사가 과거에서 우리를 풀어놓지 못하는 맷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평화 없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고 하였다. 더 늦기 전에 남북한이 화해와 평화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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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3 23:02

지명의 내력

나일강 유역의 알렉산드리아는 기원전 4세기에 이집트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 새로 도시를 건설하여 자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정복지 곳곳에 수많은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이름이 유지되고 번성한 도시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뿐이다.도시의 이름은 시대에 따라서 변화한다. 특히 왕조나 정치체제의 변동에 따라서 달라지는 일은 종종 있다. 서울은 통일신라시대에 한양으로 불리워지다가 고려시대에는 남경으로 불리워지기도 했으며, 조선시대에는 공식적으로는 한성부로 칭해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경성으로 불리워지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더불어 지금의 서울로 불리워지게 되었다. 중국의 북경은 금나라 도읍이었을 때에는 연경(燕京), 쿠빌라이 칸 이후의 원나라 수도일 때에는 대도(大都)로 불리어지다가 명나라 영락제가 천도한 이후 북경으로 불리워졌다. 중화민국 시절 남경이 수도일 동안 잠시 북평(北平)으로 불리다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다시 수도가 되어 북경으로 부르게 되었다. 수도가 되었을 때 ‘경(京)’, ‘도(都)’ 등의 글자가 들어가는 점이 눈에 띈다.새로 도시가 건설되면서 건설한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경우에 그 변화는 좀더 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 초 그리스 장군 비자스가 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건설한 도시로서 그의 이름을 따서 비잔티움으로 불리다가 330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의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1453년 오스만 터키제국의 메메드2세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도시로’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이스틴폴린’에서 유래한 이스탄불이라는 지금의 이름을 붙였다.한편, 지명에는 그 도시의 기능이나 성격을 나타내는 접미어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노량진, 삼랑진의 경우에 ‘-진(津)’은 나루터나 포구를 나타내고 장호원, 조치원, 사리원의 ‘-원(院)’은 역참이 있었던 교통의 요지를 뜻한다. 유럽의 도시에는 인스부르크, 함부르크, 아우구스부루크와 같이 ‘-부르크(burg)’라는 접미어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부르크’는 중세에 건설된 성채도시 또는 요새도시를 뜻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의 ‘-부르(bourg)’나 영국의 미들스버러, 에든버러의 ‘-버러(borough 또는 burgh)’도 같은 뜻이라고 한다. 슬라브어로는 ‘-그라드(grad)’가 같은 뜻을 나타내는데, 예를 들어 볼고그라드는 ‘볼가강가에 있는 도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는 ‘하얀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러시아의 제 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서구문화의 도입을 지상과제로 삼았던 러시아의 피요트르 대제(피터 1세)가 ‘유럽으로 열린 창’을 지향하여 1712년부터 건설한 도시로서, 이 도시의 수호성인인 사도 베드로(피터, 페테르)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을 붙였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잠시 페트로그라드로 칭해졌고 1924년 레닌이 죽은 후에 그의 이름을 따서 레닌그라드로 불리워지다가, 러시아의 개혁 개방의 물결을 타고 1991년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옛 이름을 되찾았다.우리나라 도시에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도시명을 붙인 경우가 드물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설계되어 건설된 세종시가 거의 유일한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세종시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겪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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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06 23:02

고민하는 청춘을 위하여

가끔 서점가를 둘러보면 예전에 빼곡하게 진열대 앞줄을 차지하고 있던 자기계발 서적들이 저만치 뒤로 밀려나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어떤 책들인지 유심히 살펴보니, 상당수가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책이었다.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88만 원세대’, 돈이 많이 들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등 최근 우리 사회 청년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양산될 만큼 청년실업문제는 사회적으로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취업문은 좁아지는 반면에, 학업이나 구직을 위한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삶이 암울하고 팍팍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 기성세대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마음도 아파진다.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로서, 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을 세워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도 젊은 시절에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 역시 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마디 조언을 하고자 한다.우선 미래를 향한 각자의 꿈이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꿈꾸지 않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룰 수도 없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누구보다 분명한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중요한 점은 미래의 인생을 설계하는 꿈은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꿈은 그야말로 상상속의 헛된 꿈에 불과하므로,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과 결부된 구체적인 일정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즉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 중에서 당장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를 차분히 고민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만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꿈을 꾸어야 한다. 얼마 전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이 13년 만에 대학진학률을 앞질렀다는 소식을 접하였는데, 이러한 추세가 반영된 탓인지 고등학생 전체 대학진학률도 2009년 77.8%까지 치솟았다가 서서히 감소하여 지난 해에는 70.7%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대학을 진학하려고 했던 과거의 잘못된 병폐가 사그라지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앞으로는 이처럼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차별화된 과를 선택해서 남과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만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데 더욱 중요할 것이다.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한 노력의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안 된다. 잠깐의 고생을 통해 평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꿈은 오랜 시간을 들여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때, 비로소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계획대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중에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맞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이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일찍이 맹자도 “샘이 깊은 물은 끝없이 용솟음치기에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를 수 있다. 흐르다 웅덩이에 갇히면 그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 흘러 온 세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源泉混混 不舍晝夜 盈科後進 放乎四海)”고 하였다. 당장 현실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차분히 노력해서 이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꿈을 꼭 이루기를 기대하고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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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30 23:02

인생관과 가치관

인생에서 세 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직업의 선택이고, 둘째는 배우자의 선택이며, 셋째는 인생관과 가치관의 선택이라고 한다. 한 평생을 살면서 이 세 가지의 선택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고, 행복과 불행이 좌우된다고 한다.지나가던 행인이 열심히 돌을 쪼고 있는 석공 세 사람을 보고,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첫 번째 석공은 “보시다시피 돌을 쪼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두 번째 석공은 “저는 돈을 벌고 있습니다.”라고, 세 번째 석공은 “저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성당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 세 사람의 석공 중에 누가 가장 의미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일까요? 라고 묻는다면 어느 누구의 삶이 가장 의미 있는 삶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각자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의 목표와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인가?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소중하지 않은가? 라고 물었을 때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기준을 가치관이라고 한단다.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행동하고 평가하고 생활을 한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왜 독배를 마셨는가? 이순신장군은 왜 백의종군을 하였는가? 간디는 왜 비폭력 운동으로 투쟁의 삶 을 살았는가? 라고 의문한다면 우리는 이들 모두가 각자의 확실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이상적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에 그러한 인생의 행로를 택했다고 본다. 돈밖에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소크라테스가 마신 독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또 권력이나 쾌락밖에 모르는 사람이 예수나 석가의 사상과 철학을 바로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인생관과 가치관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그리고 눈앞에 돈과 권력·향락·미인·건강 등 여러 가지를 놓고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하고 어느 것을 버리겠는가를 묻는다면 누구나 그 선택과 결정에 주저함을 느낄 것이다.셰익스피어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한 청소부가 말을 걸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선생, 당신은 그렇게 화려한 인생을 사는데 나는 이렇게 길바닥에서 청소나 하는 인생이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합니다.” 그러자 셰익스피어가 “당신과 나는 별 차이가 없어요. 당신은 길을 닦고 나는 글을 닦고 있지 않소? 결국 당신이나 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일부를 아름답게 닦는 것은 똑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결국 인생관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 한다….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 똑같이 주어진다. 한때는 화창하게 맑았다가 다시 흐려지고, 한때는 비가 왔다가 해가 뜨고, 한때는 바람 불다가 개이고, 개었다가 다시 바람이 부는 게 인생이란다. 이렇게 인생의 날씨는 누구에게나 비슷하지만, 살아가는 유형은 다양하다. 그것은 각자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 일 것이다.올바른 인생관과 가치관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한 개인이 보람 있게 살기 위해서, 한 나라가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온 인류가 평화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건전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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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23 23:02

꿈과 건강

한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제 오빠가 저에 관한 꿈을 꾸었는데, 돼지꿈이었대요. 저도 꿈을 꾸었는데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제가 운전하는 꿈이었어요. 오빠는 저에게 당장 복권을 사라고 권해서 샀는데 하나도 맞지 않았어요. 무슨 꿈인가요?’ 나는 웃으면서 꿈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한 다음 설명해 주었다.필자는 젊은 시절부터 꿈 해석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고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해왔다. 이제는 스스로 전문가 반열에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해석이 쉽지 않은 꿈도 있다. 꿈 해석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다양한 유형의 꿈들을 정확하게 분류하기가 쉽지 않고 보통은 자신이 아는 한 가지 기준만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개 꿈풀이 책을 보면, 예컨대 ‘꿈속에서 돼지를 보면 현실에서 재물이 생긴다.’ 와 같이 해석한다. 이 꿈이 미래를 예고해주는 꿈인 경우에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꿈이라면 전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어른은 8시간 수면을 기준으로 하루 4차례, 2시간가량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을 거친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 동안에 뇌는 깨어 있을 때 못지않게 열심히 활동한다. 그리고 누구나 렘수면 시간 동안에는 어김없이 꿈을 꾼다.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깊게 잠이 들어 깨어난 후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은 렘수면 시간을 빼앗기면 다음날 몹시 피곤해 하며, 렘수면 시간은 육체와 정신건강에 꼭 필요하다.꿈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연구되어 왔다. 나의 꿈 공부에 크게 영향을 준 몇 분을 소개하면, 먼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꿈 사례를 수집하고 경험칙에 입각하여 꿈을 분석한 2세기 리디아 출신 아르테미도로스(Artemidoros)가 있다. 프로이트(Freud)는 그를 고대 후기 꿈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칭송하였다. 1900년 프로이트는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기름길”이라고 선언하고 자신이 꿈의 모든 비밀을 풀었다고 확신하였다. 앨런 홉슨(Allan Hobson)은 한 때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나 나중에는 프로이트의 꿈 이론을 앞장서서 공격했다. 그는 꿈꾸는 동안 사람의 뇌 부위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여 꿈의 생성경로를 밝히는 업적을 세웠다. 동양에는 16세기 중국 명나라 진사원(陳士元)과 한국의 한건덕이 있다. 진사원은 중국 고대부터 내려온 수백 건의 예지적인 꿈들을 수집하여 책으로 집필하였고 한국의 한건덕은 예지몽을 해석할 수 있는 방대한 백과사전류의 책을 저술하였다. 불안이나 걱정스러운 상태에서 꾸는 꿈은 대체로 불쾌하고 깨어나서도 마음이 찜찜해진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꿈을 꾸려면 잠자리가 편안해야 한다. 먼저, 낮 동안의 근심과 걱정은 떨쳐내고 침상에 올라가야 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면 가벼운 운동이나 심리적 안정을 주는 음악이라도 감상하면서 기분을 전환시켜주어야 한다. 둘째, 잠들기 몇 시간 전에는 뇌나 몸에 지나친 자극을 주는 음식물을 삼가야 한다. 특히, 지나친 술은 뇌를 아프게 하는 성분이 있어 불쾌하거나 기괴한 꿈을 만든다. 과다한 식수의 섭취도 수면 중 생리작용을 촉진시켜 잠을 깨우거나 부담스러운 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같이 하면, 적어도 자극이나 심리상태에서 유발되는 기분 나쁜 꿈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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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16 23:02

달력 이야기

올해도 달력이 3장 밖에 남지 않았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감을 실감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 체계의 큰 틀은 기원전 46년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의 태양력을 도입하여 마련한 것이다. 1년을 365일과 1/4일로 정하여 3년은 365일, 4년마다 1년은 366일인 윤년으로 하였다. 홀수 달을 31일로, 짝수 달을 30일로 하되, 2월은 평년에는 29일, 윤년에는 30일로 하였다. 12달의 형태가 갖추어진 기원전 8세기 이후 1월부터 6월까지는 주로 로마 신들의 이름이, 7월부터 12월까지는 숫자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예컨대, 1월은 문의 신인 야누스의 형용사형인 야누아리우스(Januarius), 3월은 전쟁신 Mars에서 온 마르티우스(Martius)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졌고, 7월에는 다섯 번째를 뜻하는 퀸틸리스(Quintilis), 8월에는 여섯 번째를 뜻하는 섹스틸리스(Sextilis), 9월부터 12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Septe 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7월 이후 달 이름에 2가 적은 숫자가 붙은 것은 한동안 로마에서는 3월을 한해가 시작하는 첫 달로 여겼기 때문이다.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새로 달력체계를 정비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7월의 명칭을 퀸틸리스에서 자기 이름인 율리우스로 바꾼다. 율리우스가 암살된 후 뒤를 이은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군을 격파한 악티움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전승일이 들어있던 8월의 이름을 아우구스투스로 바꾸는데, 한 술 더 떠서 원래 30일이던 달의 길이를 31일로 늘리고, 대신 2월에서 하루를 줄인다.이렇게 좋은 선례들을 후대의 권력자와 아첨꾼들이 흉내 내지 않을 리 없었다. 악명 높은 네로황제(AD 54-68 재위)도 4월을 네로네우스로 고쳤고, 자신을 “주 하느님”으로 부르도록 강요한 도미티아누스(81-96)도 10월을 자기 이름으로, 9월은 자기가 경애한 선대 폭군 칼리굴라(37-41)의 이름을 따서 게르마니쿠스로 고쳤다. 그러나 이달의 이름들은 그들이 죽은 후 곧 원래대로 환원된다. 결국 신이 아닌 인간 중에서는 달력을 새로 도입한 율리우스,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만이 자신들의 이름을 달력에 남기게 된다(July, August).아첨꾼의 감언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절제심을 유지한 로마 황제도 있었다. 아우구스투스에 이어 제위에 오른 티베리우스(14-37)는 9월의 이름을 티베리우스로 고치라는 원로원 의원의 제안을 “황제가 13명이 되면 어찌할 것인가?”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말년의 공포정치로 인해 폭군이라고 지칭되기도 하지만, 티베리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획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한 로마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가장 훌륭한 황제 중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티베리우스에 대해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운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전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한 체제를 견고하게 다지는 일에만 전념하여 제정로마를 반석에 올렸다.” 라고 적었다. 전임 지자체 장이 벌여 놓은 사업들이 백지화되는 일을 종종 본다. 자치단체장들이 임기동안 드러날 과시적 업적보다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는데 힘써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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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9 23:02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공직자상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와 부조리에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진 지금, 관피아 척결을 비롯해 사회 전반을 개혁하기 위한 국가개조 수준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직사회에 있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공직자의 모습이란 어떠한 것일까. 무엇보다도 공직자는 청렴하여야 한다.예로부터 청렴은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혀왔고,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청심(淸心) 편에서도 청렴이 목민관의 근본적인 책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므로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였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 牧者未之有也).부정부패와 비리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공직자라면 깨끗한 손으로 바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본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직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자리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이를 자기 자신만을 위하거나 치부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공직자가 청렴을 지켜야만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고 공직자의 권위가 설 수 있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게 되는 만큼, 공직자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청렴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평소 언행에 있어서 오해를 받을 일조차 만들지 않는 반듯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다음으로, 공직자는 이와 같은 청렴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공직은 단순히 밥벌이를 하거나 명예, 권력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공공의 복리를 수행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이른바 ‘무사안일’,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면서 일상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매사를 민원인이나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들의 애로와 억울함을 해결해 주기 위해 늘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관련 규정이 없다거나, 늘 처리해오던 관행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혹시 모를 책임추궁을 모면하기 위해 업무수행을 거절하거나 지체해서 국민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된다.조선 중기의 명대신이자 청백리로 알려진 이원익은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는 아들에게 “廉則公, 公則明, 爲政, 以仁民愛物爲心”이라는 가르침을 주었는데, 이는 청렴해야만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공정하면 사물을 보는 눈이 치우치지 않고 바르게 되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으며, 행정을 함에 있어서 백성을 사랑하고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관료 주도 하의 압축개발 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룩한 시기를 지나, 지금은 선진사회 진입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맞춰 공직사회도 고도의 청렴성을 유지하며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능동적,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자신이 잠시 위임받은 권한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잠시도 잊지 말고,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소외된 국민까지 보살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과거에는 공직 분야의 엘리트들이 국가발전을 선도하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 등 민간 영역이 눈부시게 발전하여 이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그러한 만큼 공직자 개개인도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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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2 23:02

광화문광장 앞에서

지난달에 나는 오랜만에 광화문광장 거리를 걷다가 예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보았다. 그것은 긴 칼을 차고 위엄 있게 서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웃통을 훌렁 벗고 힘차게 뿜어대는 분수대 물을 뒤집어쓰고 좋아라고 소리치며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이었다.“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고, 살려고 전투를 회피하면 죽을 것이다(死卽生 生卽死)”라고 이순신 장군께서 하신 말씀의 의미를 알고나 있는지, 어린아이들은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여념이 없었다.조금 지나서“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라는 통치철학을 실천하신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이 앉아계신 동상에 있었다. 그렇다면 왜 광화문광장에 수많은 역사속의 위인들 중에서도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을까?필자가 생각하기에 이순신 장군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는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안위나 영광은 뒤로하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려고 한 것은 후손들에게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의 세상을 물려줄 것을 꿈꾸고 염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세종대왕은 만인지상의 가장 높은 자리인 왕이 되어서도 가장 낮고 힘없는 백성들을 항상 걱정하고 그들의 편에서 그들이 잘살 수 있도록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었기에 수많은 업적을 남기셨고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존경받고 있다고 본다.그리고 지난 8월에 광화문광장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거대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다름 아닌 교황이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을 거행한 것이다. 시복식이란 가톨릭교회에서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를 공경의 대상인 복자로 교황이 공식으로 선언하는 의식을 말하는데, 이날 복자로 선포된 순교자 124명 속에는 양반 뿐 아니라 상민과 여성은 물론 당시의 하층민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이렇듯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곳 광화문광장에는 항상 백성들의 안녕과 평안을 우선시했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모셔져 있고, 그리고 이곳에서 자기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한 성스러운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대표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모셔져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본분을 다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해야 되리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가정에서는 가장의 모범과 어머니의 큰 사랑으로 따뜻한 가정을, 직장에서는 상사의 권위보다는 따뜻한 배려와 지도를 그리고 부하는 겸손과 성실로 임하는 자세를, 현자는 고고한 독선 보다는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강자는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는 강자의 배려에 감사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일등만이 살맛나는 세상보다는 꼴찌에게도 시선이 가고, 승자가 천하를 독식하기 보다는 여럿이 더 나누어 가져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져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이 바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꿈꾸었던 세상이 아닐까 한다.광화문광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물놀이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앞으로 올바른 시민정신과 애국심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하여 이웃과 함께 풍요롭고 밝은 미래사회로, 그리고 더 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역으로 커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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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25 23:02

저출산·고령화가 미래사회에 주는 충격

얼마전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출산율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제일 낮은 국가에 속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함께 있었던 한분 한분에게 다시 물었다. ‘○○씨는 몇 명이나 낳겠어요?’ 그래도 안정적인 직업군에 속한다는 공무원들의 대답은 1명이었다. ‘이유는요?’ 나는 다시 되물었다. ‘키우기가 힘들어요, 빚을 내서 집을 장만했는데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요, 과외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대답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경제적’인 이유였다. 참석자 모두가 저출산 문제가 미래의 한국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자신이 그 책임을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고 하였다. 2013년 우리나라 가임여성이 평생자녀를 낳을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영·유아 보육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계의 부담이 정부 재정으로 전가되는 이른바 ‘부담의 사회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15세이상 64세 이하 사람들은 일을 해서 세금도 내고, 나머지 인구를 부양한다. 이들이 생산활동에 참여가 가능한 인구이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이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에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2060년에는 2187만명으로 1500만명 이상이나 줄어든다. 가정살림을 지탱하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감소는 향후 한국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다.다른 한편,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60년 1762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전체 인구의 40%를 넘게된다. 인구고령화는 소비지출을 감소시키고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줄이게 되어 경제를 위축시키고 잠재성장률도 떨어뜨릴 것이다. 경제구조가 축소지향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한 민간연구소가 50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퇴후 행복한 노후를 위하여 필요한 조건으로 건강과 돈을 첫째로 꼽았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노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2012년 현재 소득이 낮은 계층의 노인빈곤율은 49.2%로 나타나 OECD국가 평균 12.4%의 네배가까이 된다. 과거에는 어르신들이 자녀들과 함께 살기를 원했다. 지금은 아니다. 부모도, 자식도 함께 살기를 원치않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을 꼽는다. 한국은 고령화속도,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에 있어서 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된 어르신들에 대한 국가의 부담도 크게 늘어나 ‘부담의 사회화’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다. 국가는 매년 저출산·고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저출산대책으로 보육비와 양육수당 지원 등에 10.6조원, 고령화대책으로 기초(노령)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에 7.6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대책비용은 향후 크게 늘어나 국가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성공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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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18 23:02

비정상의 정상화를 해야 하는 이유

無信不立이다. 공자는 국가의 존립을 위해 군대나 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백성들의 신뢰라고 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를 자유민주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보았다. OECD가 펴낸 「한눈에 보는 사회상(Society at a Glance) 2014」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신뢰도는 24.8%로 조사대상 43개국 중 30위권이다. 낮은 신뢰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각종 불법과 불공정, 비리와 편법적 행태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생활 급여를 비롯한 정부지원금의 불법 수급, 병역회피와 원산지 허위표시, 공기업·대기업 등 소위 ‘갑’의 횡포와 비리, 교통질서 실종에 이르기까지 비정상적인 관행과 사례가 도처에서 발견된다. 사회 곳곳에 스며든 비정상적 관행들을 바로잡아 법과 원칙이 존중되고 투명하고 신뢰가 확보된 정상사회를 만드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첫째로, 비정상의 정상화는 우리 사회가 성숙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낮은 사회적 신뢰와 사회규범에 대한 경시는 정책의 수용도를 낮추고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사회와 규범에 대한 낮은 신뢰가 지속되고 일반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성숙사회로의 진입은커녕 현상유지도 못하고 후퇴할 가능성마저 있다. 미국 사회학자 제임스 윌슨 등은 1982년 ‘깨진 유리창 사례’를 통해 작은 무질서와 불법이라도 적시에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전체가 무질서해지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됨을 실증하였다. 둘째로, 비정상의 정상화는 선진경제 달성을 위한 토대가 된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이래 국민소득 2만 불 대에 머물러 있으며, 국가경쟁력도 20위권 내외에서 정체를 보이다가 최근 오히려 후퇴하였다. 작년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5위(148개국중)로 전년도보다 6계단 하락했고 금년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순위는 26위(60개국중)로 4계단 떨어졌다. 정부와 기업의 비효율성(20위→26위, 34위→39위, IMD)이 주된 하락요인으로 지적되며, 정책결정의 투명성(WEF기준 137위) 등 비정상적 관행이 존재하는 부문의 경쟁력이 특히 낮다. 편법과 부정부패 등 비정상을 방치할 경우 R&D와 인적자본 개발, 혁신에 대한 투자보다는 법 회피에 의한 단기이득(rent) 추구를 조장함으로써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성장의 토대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법과 원칙에 따른 일처리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감소시키는 등 사회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선진경제를 앞당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로, 비정상의 정상화는 국민안전 확립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압축성장의 이면에 수많은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최근에도 경주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과 같은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그간의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과 부조리, 직업윤리의 부족, 대응시스템과 훈련의 미흡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산업재해사망율은 2003년 이래 OECD국가 중 최고수준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산업화 과정에서 누적된 위험사회의 비정상적 문제점을 제거하고 원칙에 충실한 안전사회를 확립할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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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11 23:02

폭력 근절 위한 가정교육의 중요성

최근 학교폭력, 군대 내 가혹행위, 엽기적 살인사건 등 폭력과 관련된 각종 사건이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 신고센터로 접수되는 신고가 하루 평균 267건이라고 하며, 각종 폭력사건에 관한 보도가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현재 우리는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터넷과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이 괴롭힘의 정도를 더하고 있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이러한 폭력의 원인은 대부분 자신의 생각이나 뜻을 관철시키거나,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고 괴롭히기 위한 것으로 각종 조사결과 확인되었다. 그런데 폭력으로는 상대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승복시킬 수 없으며, 설혹 상대방이 겉으로는 승복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두려움이나 위하감 에 기한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상대방을 진정으로 변화시켰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상대방을 변화시키거나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폭력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과 진정을 담은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사람은 누구나 이성과 감성을 갖고 있고 각자의 경험과 성장 배경에 따라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행동기준이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폭력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대화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 폭력이 만연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가정과 학교에서 문제해결을 하는 방식이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폭력행사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적지 않은 가정에서 가장이 배우자 입장이나 자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먼저 화를 내고 자녀의 잘못을 체벌을 통해 바로잡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그런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가정에서 성장기에 체벌을 경험하거나 가정내 분쟁해결의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불행하게도 같은 행동을 친구나 자식에게 되풀이하게 되어, 폭력의 대물림 현상이나 사회적 확산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옳고 그름을 구별하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을 맹자는 사람이 반드시 갖춰야 할 4가지 마음(四端)으로 표현하였다(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그런 심성이 자라날 기회조차 잃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폭력으로만 관철시키려는 생각, 별다른 이유 없이 약자를 괴롭히려는 마음, 그리고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차가운 심성이 굳어져 버린다면 이는 어떠한 사후적 제도나 형벌적 처벌로도 되돌리기 어렵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바른 심성을 가르치는 가정교육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에는 유아원, 유치원, 학교, 학원 등 과거에 비해 각종 교육 시스템이 훨씬 발달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맞벌이와 잦은 야근, 인터넷?TV 등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가족 간의 대화 부재와 가정교육의 빈곤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이제라도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사이에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학교와 사회가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학교는 정직과 책임, 존중과 배려, 공감과 소통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현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폭력 문화는 이처럼 가정이 먼저 바로 서고, 학교와 사회가 이를 돕는 역할을 다하여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만 고쳐나갈 수 있다. 온가족이 모처럼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폭력없는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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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4 23:02

8월을 보내면서

올 8월 여름에 폭염과 무더위와 싸워야 했는데, 사람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피는 여름 꽃들을 생각하면서 많은 힘을 얻곤 했을 것이다.여름 꽃 중‘인연’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백일홍이 있다. 백일홍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이 있는데 임이 죽은 줄로만 알고 목숨을 버린 처녀의 무덤에 빨간 꽃이 피어나 100일이 되도록 지지 않아 사람들은 100일 동안 기다린 처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해서 그 꽃을 ‘백일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여름 꽃으로 나팔꽃도 빼 놓을 수 없다. 나팔꽃은 아침에 얼굴을 보여 준다고 해서‘조안화’라고도 한다. 이 꽃은 아침이면 만났다가 반나절이 지나면 다시 헤어지는 부부의 애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며 나팔꽃 줄기는 한곳으로만 계속 올라가는데 이를 비유하여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다가 결국 이루지 못하고 마는 속절없는 사랑을 바로 나팔꽃 사랑이라고 한단다. 여름 꽃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한다. 이렇듯 여름 꽃들의 생명력을 떠올려보며 지냈던 올 여름도 이제 끝자락 이라는 생각이 들고 쉽게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처서(處暑)’가 지난지도 며칠이 되었다. 흔히 처서는‘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 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드러내는 절기라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옛 부터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조상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 이란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으로서의 여름이 주는 계절의 중요성이 있는가 하면, 우리 사회의 올 여름은 엄청난 충격과 가슴 아픈 사연들을 안겨줬던 여름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모두 새로운 계절 가을을 맞아 올 여름의 나쁜 기억들을 다 씻어 보내고 더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희망찬 새 출발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화합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시인은 김밥은 여러 가지 재료 들이 한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아서 좋고, 낙지볶음은 빨간 함박꽃이 피어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였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들을 보면 재료들이 함께 모여 화합과 조화를 잘 이루는 것들이다. 우리사회도 역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로만 구성되고,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지금보다 더욱 아름답고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인생에서 한 번의 여름이 가고, 또 한 번의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가는 여름이 너무 섭섭하게 떠나가지 않도록 남은 마지막 여름을 즐겁게 보내고, 우리 모두 또 다른 계절 가을을 새롭게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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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8 23:02

창업국가로 거듭나기

지난 4월 이스라엘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레호보트라는 도시에 있는 와이즈만Weizmann 연구소와 이 연구소의 과학적 성과를 상업화로 연결시켜주는 전문기업 예다Yeda방문하고 창업투자를 지원하는 펀드를 운영하는 요즈마펀드Yozma fund 이갈 에를리히 회장을 만나서 이 나라를 창업국가로 만든 경험을 들었다. 1990년 초반 이스라엘 인구는 700만명이었는데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유대인들이 100만명이나 유입되어 극심한 실업과 경기침체를 겪었다고 한다. 고민하던 국가지도자들은 벤처기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로 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벤처창업을 하기 쉬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갔다. 이스라엘은 서로 다른 분야 과학기술을 융합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데 익숙하다. 한 과학자는 미사일 탄두에서 활용되는 광학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장 내부를 촬영하여 그 이미지를 전송하는 알약형태의 제품개발에 성공하였다. 사람이 삼킬 수 있는 제품안에는 소형카메라, 전송기 등이 들어 있다. 회사는 2001년 미국 월가에 기업공개를 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현재 최신 제품은 여러시간 동안 환자의 고통없이 초당 18장의 사진을 전송할 수 있고, 의사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환자의 신체 내부를 볼 수 있다. 이와유사한 성공사례들이 모험적인 젊은이들로 하여금 벤처창업에 뛰어들게 만들고있다. 이제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의사나 변호사보다 창업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사실, 창업이 고용유발 효과도 제일 높다. 벤처창업은 과거 선진국들의 경험과 기술을 모방하는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해야만 하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다. 2000년대 초 많은 벤처기업들이 창업하였으나 일부 과다한 거품으로 열기가 꺼졌다. 안타까운 일은 거품을 억제하려 했던 과도한 규제가 벤처창업의 의욕마저 꺾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창업하여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목욕물을 통안에 있는 아기와 함께 버리지 말라’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창조경제는 현 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정부는 창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대신에 민간주도로 벤처창업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술력과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벤처창업은 한번의 시도만으로 성공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기업은 미래 먹거리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창업에 실패한 성실한 기업가에는 보다 관대해져야 한다. 이들의 실패 경험도 다음번 성공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 최고 부자의 70%는 부의 세습에 의한 대물림이고, 나머지 30%가 자수성가형이라고 한다. 반대로 미국 등 서양사회는 70%가 자신의 노력에 의하여 부를 성취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 애플사 창업자 스팁브 잡스Steve Jobs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사회가 더 역동적이고 젊은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지는 자명하다.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벤처창업에 도전하도록 자극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한국의 미래는 창의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두뇌와 도전정신에 달려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의 대학교와 연구소를 묶는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이들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국경복 처장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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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1 23:02

언어를 보면 문명 흐름이 보인다

대학에 들어간 후 읽기 시작한 민법총칙 책에서 권리의 본질에 관한 의사설, 이익설 등의 학설을 처음 접하였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에 수긍하면서도 왠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權利’라는 말이 Recht(독어) 또는 right(영어)를 번역한 용어이며 그것도 일본에서 처음에 權理라고 번역했다가 중국의 번역을 참고하여 權利로 고쳐 번역한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임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상적 용어들이 나름대로 연원을 갖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다른 나라,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게는 독일이나 프랑스, 심지어는 고대 로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언어를 살펴보면 문화 또는 문명의 흐름을 알 수 있다.동아시아에서는 문명이 주로 중국에서 이웃 나라로 전파되었음을 언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나라의 많은 낱말이 중국으로부터 유래하였고 이는 중국을 통한 불교의 전래, 유학 등 학문의 수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성리학이 통치의 이념이 되기 시작한 고려 말과 조선시대 이후 우리나라 고유의 낱말들도 한자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이 많아져서 한자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중국의 문물이 우리나라를 통하여 전해 내려온 경우가 많았으므로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말이 일본의 언어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리라 생각한다.유럽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영향이 압도적임을 역시 언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공부했던 많은 영어 단어 책들이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접두어의 설명에 상당한 양을 할애하고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할 것 없이 유럽의 주요 언어들은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한 어휘가 매우 많다. 실제로 비슷한 어휘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리스 로마 문명과 더불어 유럽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기독교인데, 로마 바티칸을 중심으로 한 중세 서유럽의 기독교계에서는 주로 라틴어가 사용되었으므로 그만큼 서유럽 언어에서의 라틴어의 흔적은 배가되었다.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법률 또는 제도의 용어는 주로 유럽,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용어를 일본을 거쳐서 받아들인 것이 많다. 예를 들어, 動産·不動産은 프랑스어의 meuble 및 immeuble을 번역한 것인데 처음 중국에서 動物·植物로, 또는 일본에서 動産·靜産 등으로 번역 사용되던 것이 나중에 미쓰꾸리(箕作)라는 일본학자가 사용한 動産·不動産이라는 용어가 정착하였다고 한다. immeuble의 번역어로서 식물이라는 용어가 통용되었다면 오늘날 부동산중개인을 식물중개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법률이라는 용어도 독일어 Gesetz나 프랑스어 loi를 번역한 새로운 합성어이며, 의무는 영어의 duty 또는 obligation을, 법인이라는 용어도 독일의 법률용어(juristische Person)를 번역한 신조어이다.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하마(河馬)는 영어로 hippo 또는 river horse, 독일어로는 Flußpferd라고 한다. hippopotamus라는 그리스어를 번역한 말로서 hippo는 말, potamus는 강, 하천을 뜻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하마’라는 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는데, 구체적인 번역의 경로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동물학의 발전계보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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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4 23:02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의 덕목

산업화 이전에는 수십 가지에 불과하였던 직업의 종류가 철저한 분업화를 거쳐 현재에는 2만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전문성은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전문화 추세는 대표적 전문가 집단으로 알려진 법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년 내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으로 외국의 대형 로펌과 본격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로펌은 물론이고 매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는 일반 변호사 업계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탄탄히 구축하지 않는 한 생존하기 어려워졌다.최근 법원은 전문법관제도 도입 등을 통해 판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으며, 검찰도 지난해부터 검사들에게 수사경험을 살려 각자의 관심분야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검사 전문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간의 성과에 따라 21명에게 해양, 식품, 조세, 증권, 공정거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검사 자격을 부여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검사들이 전문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분야별 연구 커뮤니티를 만들어 외부 전문가 초청 세미나, 수사사례 연구를 하면서 수사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등 전문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선,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 전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데, 그 요지는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3시간씩 약 10년 동안 1만 시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한자로 ‘전문(專門)’의 ‘전(專)’은 사람이 손(寸)으로 물레를 계속 돌리는 것을 형상화한 글자로 ‘손으로 물레를 계속 돌린다’는 뜻이 합해져 ‘오로지’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결국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며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인 셈이다.다음으로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를 엮어 나갈 수 있는 통섭(統攝, Conc ilience)의 지혜가 필요하다. ‘통섭’이란 하버드대의 진화생물학자인 윌슨이 제시한 개념으로 학문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이나 소통을 의미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 지식의 통합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전문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전통산업인 자동차 개발에 첨단산업인 IT기술을 접목하여 최첨단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과 같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인접 분야의 다양한 지식, 경험과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나 영역을 개척하는 창의성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전문가에게는 반드시 인간중심의 휴머니즘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모든 기술과 지식은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방향으로 활용되어야한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 신화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다른 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제품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사람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미래는 꾸준한 노력으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를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인재를 발굴하는데 달려 있다. 부단한 노력으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인접학문과의 통섭의 지혜를 겸비하고 있으며, 가슴 따뜻한 전문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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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07 23:02

조선시대 사관(史官)에게 배워야 할 교훈

조선시대에 사초(史草)는 사관(史官)이 임금의 언행과 국사논의 등 날마다 궁중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보고 들은 대로 직필(直筆)하여 보관했던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편찬의 기초자료다. 이 사초는 실록편찬 전까지는 임금을 비롯한 그 누구도 볼 수 없도록 하였고, 사관들이 독립성과 비밀성을 부여 받아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왜곡 없이 기록할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사초를 본 사관들이 그 내용을 누설할 경우에는 중죄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 의거 원칙을 지키고자했던 사관들이 희생을 당한 경우도 있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시대 연산군(燕山君) 4년(1498년)에 많은 사림이 희생을 당한 조선시대 4대 사화(士禍) 중 하나인 무오사화(戊午士禍)이다.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역사를 중요시 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으며 그리고 그 임무를 맡은 사관들은 자기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였다.이러한 제도와 죽음도 불사한 사관들의 사명감에 힘입어 조선 초대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에 걸쳐 472년간 조선왕조의 역사적 사실을 연월일 순에 따라 조선시대의 정치·외교·군사·문화·산업·사상·윤리 등 각 분야를 두루 망라하여 기록함으로써 오늘날 조선시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자료로서 활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역사적 기록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확한 역사기록을 위해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조선시대 사관들이 정확한 기록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면 조선왕조실록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목숨을 바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아마 탄생은 했지만 그저 그런 역사기록물이 되었을 것이고, 진실성과 신빙성이 높아야만 등재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사관들이 죽음도 불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맡은 직분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지난 4월 우리사회를 비탄에 빠지게 만든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온 국민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국화꽃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배가 침몰하는 순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은 먼저 도망가 버리고“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승객들은 모두 차가운 바닷속에 희생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뒤범벅되어 발생한 사건으로 이후 모두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사회적 노력은 하고 있으나 벌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지난 사건에서 우리 모두가 배우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바 직분에 맞는 윤리의식과 책임감의 행사라고 본다. 조선시대의 사관처럼 죽을 각오로 매사에 책임감 있게 임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국화꽃을 들고 눈물을 흘렸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희망차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 본분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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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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