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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

변화에는 속도가 필요하다. 유사 이래 인간살이가 언제 조용했던 적이 있었겠냐만, 요즘 들어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음은 변화의 속도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서구 열강들이 300여 년에 걸쳐 진행한 산업혁명을 우리는 거의 30년 만에 이뤄냈다. 실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정보화 산업에 있어서는 오히려 선도하는 위치가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농업화, 산업화, 초정보화 마인드가 함께 뒤섞여 돌아가면서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한마디로 전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회로가 뒤엉켜 혼란스러운 것이다.게다가 전 국민을 하나로 꿰는 철학과 사상이 없이 온통 돈이 법이요 신이 되어버린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더더욱 시끄럽다.오케스트라가 청중들의 심금을 휘어잡을 수 있는 데는 지휘자가 수많은 악기들로부터 발현되는 독창적인 음들을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가 경영자는 나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도드라지는 엇박자들을 조화롭게 조율해 내는 것을 그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그런데 국가 경영자의 지휘능력이 부실하다. 국가 경영자를 보필하는 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과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앙지방정부 부채가 533조 2000억 원에 이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그뿐이면 말도 안한다. 공공부분 1127조 3000억, 가계 1085조 3000억, 기업 2332조 4000억, 소규모자영업자 236조 8000억, 총 4781조 8000억에 이른다.이를 총인구 5061만 7000명으로 나눌 때 국민 1인당 빚이 9500만 원에 달하니 기함할 일이다. 이러니 대한민국이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빛 좋은 개살구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실공화국에 살고 있음이니.통일은 대박이요, 통일 한국은 지구촌의 새 성장엔진이라는 구호야 얼마나 근사한가. 나라가 온통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데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설사 통일이 된들 감당이나 하겠는가 말이다.먼저 내실부터 다질 때다. 내실의 첫 번째 과제는 정부, 국회, 사법부의 몸집 줄이기다.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쓸데없는 기구가 너무 많다. 스스로부터 내핍하라. 그러고서 국민들에게 호소하라. 허리띠 졸라매고 통일한국을 위한 새 설계를 해보자고. 그렇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이나 혁신에도 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속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교를 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의 속도를 낼 때,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들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 UN과 IMF 등 세계적인 관리 기구는 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이라고.인체도 다양한 환경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온갖 병에 시달리거나 사망에 이른다.그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변화의 속도를 놓치면 애써 이뤄놓은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와해될 수도 있다.현대는 몸집이 큰 게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IT, ICT, IoT 산업의 속도를 보라. 우리는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화성(火星)도 480년 후면 인간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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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8 23:02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필자의 고향은 전형적인 농촌의 시골 마을이다. 어렸을 적에는 70여 가구 이상이 살던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겨우 20여 가구만 살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세대주가 나보다도 2~3년 선배이니, 우리 고향 마을도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이번 추석 때는 우리 가족과 함께 고향 마을을 다녀왔다. 시골의 훈훈한 정감과 어르신들의 따뜻한 환대를 몸과 마음으로 마음껏 느끼고 왔다.그런데 불현듯 내가 이 마을에 언제까지 오려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는 많은 친척들이 함께 살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그와 함께 후손들도 도시로 하나 둘 떠나갔다. 이제 우리 친척들 중에는 나의 모친만이 고향 마을에 홀로 살고 계신다.모친도 몸이 매우 편찮은 상태여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가 또는 내 가족들이 이 마을에 자주 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직은 모친이 나와 나의 고향 마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친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우리 고향 마을과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여러 연결고리를 만들어야겠다.이러한 연결고리는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똑같이 필요하다. 특히나 중앙에서 배분하는 사업들이 지역발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우리 지역과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국가가 제한된 자원을 지역에 배분하는 큰 기준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지만, 세부적 집행은 많은 경우 공무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그래서 예로부터 공무원들에게는 공평하고 균형적인 시각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공직자들도 사람인지라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중앙에 많은 인맥과 고향의 유능한 인재를 진출시켜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 전라북도는 역사적으로 많은 인재가 중앙무대에 진출해 왔고 국가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의 인재들이 고향의 발전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으니 지역에서의 현안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향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고향발전에 필요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중앙과 지역 간 활발한 인사교류가 필요한 것이다.인사교류는 비단 중앙과 지방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道)와 시군(市郡)간에도 활발한 인사교류가 이루어져, 이들 간에도 인적 연결고리가 두텁게 형성되어야 한다. 시군의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가 유출되는 것이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더 큰 시야에서 보면 활발한 인적교류가 더 큰 인재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시군발전에도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전북과 중앙부처 간, 그리고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가 비교적 활발해지고 있다.더구나 교류된 사람들이 중앙과 도의 주요 직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지역발전에 고무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지역과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고 중앙과 지방간, 도와 시군간에 끈끈한 연결고리를 위해 더욱더 활발한 인사교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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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1 23:02

전북 문화콘텐츠, 창조경제의 경쟁력

고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 국가들을 한(韓)이라고 불렀다. 이는 마한진한변한, 즉 삼한을 말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이 중 마한은 오늘날 전라북도 지역을 터전으로 삼았다. 비옥한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한 쌀 문명의 핵심지역에 나라가 서고 문화예술이 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역사적 연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전라북도는 한국문화의 원형적 요소가 켜켜이 배어있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전라북도가 의기(義氣)의 고장, 풍류(風流)의 고장, 예술(藝術)의 고장으로 불려온 것도 한국전통문화의 맛과 멋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대표적 도시인 전주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고, 국립무형유산원과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자리 잡은 곳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만으로 전라북도가 이러한 영광을 누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통문화를 일상 속에서 생활화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데 앞장서는 노력이 결코 작지 않다.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소재 중, 한지를 활용한 한지사(韓紙絲, Hanji yarn)가 그 예다.한지사는 2004년, 익산에 있는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이 개발했으며, 현재 쌍용방적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를 재료로 만든 한지 청바지는 실용화에 성공한 뒤 뉴욕, 파리 등으로 진출해 해외 유수의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통 한지에 창의적 발상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시킨 한지 청바지를 세계인에게 입히는 것이야말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이자 창조경제 아닌가.한옥을 활용한 관광명소인 전주한옥마을, 한복문화를 되살려 일상에서 놀이로 즐길 수 있게 한 한복놀이단,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개발한 테이크아웃 비빔밥 등, 전통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기 위한 전라북도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지역 간에 활용 가능한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를 위한 연계가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전통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자원을 다양한 문화산업과 연계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도 분발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미래 도약의 두 날개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전라북도에서 날개를 펼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소리창조클러스터가 그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소리축제의 고장에서 소리창조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구상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한 전략이다. 이처럼 지역문화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 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제2, 제3의 전략을 찾는다면, 전통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ICT와 융합한 콘텐츠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문화융성계획과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쉼 없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상상력은 문화에서 비롯된다. 고유한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라북도야말로 창조경제발전의 기름진 터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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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4 23:02

추석과 이산가족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찜통 같은 더위도 어느덧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벼 이삭들과 함께 풍요의 축제 추석이 다가왔다.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대면하여 덕담을 나누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 잠시 쉬어가며 재충전의 기회가 되는 추석이 더욱 기다려진다.예로부터 설날, 단오절과 함께 3대 명절중 하나로 꼽혀왔던 추석은 가을에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기쁨을 나누고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가을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의미의 추석은 햇곡식과 햇과일을 비롯한 풍성한 먹거리가 있어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축제의 의미도 함께하고 있다.나 역시 이번 추석에 고향인 전주로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다녀올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따뜻해진다.하지만 우리 전북인들처럼 추석을 풍요롭고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산가족이 바로 그들이다.얼마 전 북한의 도발 행위에 이어 남북 간 825 합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이에 따라 최종 선정 인원 100명의 5배수에 달하는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이 선정되었고, 다음 달 최종 상봉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라고 한다.현재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6292명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이산가족들이 있지만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이 때문에 많은 이산가족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이산가족 상봉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상봉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정례화하여 고향과 부모, 형제를 잃은 실향민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사연은 분명 이 시대 이 민족의 최대 비극이 아닐 수 없다.현재 우리 전북에도 1000여명의 실향민이 살고 있다. 점점 고령화 되어 늘어가는 그들의 주름만큼 마음속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결코 단발성 이벤트에 그쳐서 안 될 이유이다또한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국토와 인구는 거의 2배 규모로 증가될 것이며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광물자원을 이용하여, 통일 후 40년 이내에 국내 GDP규모가 선진국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전북인들도 전북 발전을 위해 이에 대한 대비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민족의 명절인 추석 귀향길로 미어지는 교통체증과 달리 이산가족들은 임진각이나 통일 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애타는 마음을 금치 못한다.추석에 떠오르는 대보름달처럼 이산가족에게 더 풍성하고 풍요로운 시간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우리 전북인들과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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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7 23:02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죽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멈추는 순간 정체되거나 쇠락하게 되므로 변화의 때를 알아 잘 변화해야 존속할 수 있다. 유사 이래 왕조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도 쇠망의 길을 갔던 건 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변화의 과정을 변증법을 통해 설명한다. 하나의 논제(정)가 성숙하면 반대의 논제(반)가 나타나 대립하는데, 이 둘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논제(합)로 이행해 간다는 것이다.이른바 정(正) 반(反) 합(合)의 이론이다. 하나의 관념이나 사상이 형성되어 성장하는 단계가 정이고, 점차 성숙해지면서 모순을 드러내는 단계가 반이며, 정과 반이 서로 갈등을 빚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이행되는 것을 합이라 한다.이러한 변화의 이론을 동양철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역에서 언급하고 있는 궁(窮) 변(變) 통(通) 구(久)!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고(變則通), 통하면 오래간다(通則久)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궁(窮)은 궁극(窮極)을 의미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최고점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세상 만물은 궁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화를 맞게 된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게 세상 이치 아니던가.때문에 변화할 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통(通)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久)는 얘기다. 그러한 이치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나 기업은 살아남지만, 변화의 때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만에 빠져 외면해 버리는 경우엔 불행한 역사를 남기게 된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소니, 핀란드의 노키아 등도 변화의 흐름을 놓쳐 옛날의 영광을 잃었다.최근 롯데의 사태도 기실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신격호 총회장이 변화의 때를 알고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그리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업 공개와 후계가 정해졌다면 그런 추태는 연출되지는 않았을 터이다.나아가 남북한이 극한대립을 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김정은과 그 참모들이 변화의 때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데 있다. 세계는 하이터치 시대를 질주해 가고 있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아직도 왕조나 다름없는 체제 유지에 급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압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세상에 끝나지 않는 무대가 없는 법이거늘, 변화를 거부한 채 철저하게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그들의 종말은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대한민국 역시 안도할 입장은 아니다.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2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뤘다지만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미국, 일본, 중국 등이 벌이는 패권주의 틈바구니에서 언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남북한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결 국면에 있음에랴.대한민국은 갖고 있는 자원과 여건을 고려하면 이미 성장의 최고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뱀도 허물을 벗어야 새 생명을 이어가듯, 우리는 변화의 때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자성과 각성이 필요한 시기다.인성을 회복하는 국민 자정운동이라도 일어나야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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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0 23:02

전주 한옥마을이 정부3.0과 만날 때

작년 한해를 전주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지, 가끔 필자에게 전주 관광코스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주저 없이 전주 한옥마을을 우선으로 추천하곤 한다.검은 기왓장의 팔작지붕,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기둥들, 한지를 오려다 붙인 것 같은 네모난 하얀색 벽, 군침 돌게 하는 형형색색의 주전부리들 언제 들러도 편안하고 고즈넉한 마음속의 고향이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곳에 살던 시절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으나, 서울에서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이제는 가고 싶어도 자주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 전주 한옥마을에도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최근 지역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 요즘처럼 항상 관광객이 붐비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자주 개최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뾰족한 관광 정책을 내 놓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때에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생성 주기는 짧으나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이미 기업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비용 절감, 신산업 개발,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공공분야에서도 서비스 개선과 품질 향상을 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관광 분야에 있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행정자치부는 공공 빅데이터 분석 공모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올해는 전라북도가 응모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 과제가 최종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다.즉,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의 성별연령특성출신지는 물론,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국가에서 온 방문객이 소비를 많이 하는지? 등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광객 맞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예를 들어, 관광객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늘릴 수 있고, 노인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옛 거리 탐방 코스 등을 제시할 수 있다.또, 단순한 분석과 서비스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최첨단 ICT 기술인 비콘(Beacon)이 150여 개 설치된다. 비콘이란, 저전력 블루투스를 이용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로 만약 내가 전동성당을 구경한 후 경기전으로 이동 할 때, 비콘이 설치된 지역을 통과하면 나의 스마트폰에 전동성당과 관련된 사이트, 소개 동영상 등이 자동으로 보이게 된다. 또한, 근처 유료 관광지 입장료 할인 쿠폰, 맛집 정보, 핫플레이스 가게 등을 스마트폰에 보여주기도 한다.이 놀라운 시너지 효과는 정부 3.0의 핵심요소인 공공데이터와 전통 관광산업이 만나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ICT가 가미된 후의 전주 한옥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 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 슬로시티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관광산업 개발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정부 3.0과 어우러지는 전주 한옥마을이 나는 오늘도 그립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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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3 23:02

인문정신으로 국민통합시대 열어야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OECD 24개 국가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2015년 OCE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조사에서도 공동체성을 나타내는 사회적 연계 지표는 36개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무려 국내 총생산(GDP)의 27%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우리의 경제 성적표와 대조되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요즘 한국 사회는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불통과 같은 해묵은 갈등에 더해, 점점 더 다양한 갈등과 맞닥뜨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노(老老) 갈등이 새로이 불거지고, 다문화사회 진입에 따른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이러한 갈등은 상대에 대한 몰이해에서 발생한다. 역지사지대신 자기중심에 집중한 나머지, 상생 대신 분열이 싹트게 되고, 이는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사회 문제로 환원되고 만다.최근 이러한 사회 문제의 대안으로 인문정신이 제시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존중의 정신인 인문정신은, 좁게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 넓게는 상대방에게 귀 기울여야 함을 가르친다.인문정신은 서로가 믿고 의지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공공재이자 시대적 요구인 셈이다.우리 역사 속에서 이런 인문정신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이 차에 상관없이 퇴계(이황)와 고봉(기대승)이 10여 년간 편지로 주고받은 논쟁은 세대를 뛰어넘은 소통의 훌륭한 예이며, 흉년기에는 재물을 모으지 말고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경주 최 부자 집의 가훈은 계층 간 나눔과 배려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이처럼 사회를 평화롭고 풍요롭게 했던 인문정신의 회복과 확산을 위해 정부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문체부가 올해 본격적으로 개시한 인생나눔교실이다. 은퇴세대 등 250명의 멘토가 여기서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후배세대와 나누게 되는데, 인생 선배가 경험으로 체득한 인생의 지혜는 후배세대와의 소통의 매개체가 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또한,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약 36만 명의 유아들에게 선현의 미담을 들려주고 있는 2000여 명의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들은 전통의 무릎 교육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세대 간 화합을 이뤄나가고 있다.민관이 함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도 눈에 띈다. 학자와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사회의 갈등 원인을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정신의 사례를 발굴하는 인문정신문화마당이 9월부터 5개 권역별로 열릴 예정이다.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역시 인문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와 종교계, 학계 등 시민들이 포럼을 출범하여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문화를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인문전통문화의 재발견이 핵심과제로 포함되어있다. 인문정신의 회복과 확산이 전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도약게 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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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27 23:02

전북 발전을 위해

롯데그룹의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형제간, 부자간의 경영권 다툼이 화제이다. 현재 일본에는 롯데계열사가 16개 정도에 매출은 5조 원 정도로서, 한국롯데에 비해 1/16에 지나지 않는데도 한국에서의 매출 발생에 따른 배당금은 거의 고스란히 일본에 건네지고 있다.이러한 사실에 국민적 분노가 금융소비원 등 시민단체와 인터넷상 롯데에 대한 전반적인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만큼 롯데와 같은 대기업이 국민 정서 또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이렇듯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국내외 신문용지 수요 감소와 수출업체간 경쟁에 따른 매출 감소로 50년 역사의 국내 1위 신문용지 제조기업인 전주페이퍼가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고, 200명 규모를 목표로 희망퇴직까지 추진하는 것은 전북 발전에 크나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인구유출이 많다. 산업시설이 취약하고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고용불균형이 그 이유이다. 지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젊은 인력이 유출되고 15세미만 유소년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가 1955년 7.6에서 2014년 125.4로 17배 증가하는 등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이처럼 우리 전북지역은 매우 열악한 재정형편과 낙후된 지역경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투자기업을 유치하는 등 지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전북 발전의 중심지이자 경제의 입이라고 하는 군산항의 물동량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 군산항 물동량은 한해 평균 1900만톤을 밑돌며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군산항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하구항의 특성상 심한 토사 매몰로 적정 수심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원활한 물류 순환을 가능케 하는 항만배후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것 등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선복과잉에 따른 선복량 감소에 섣불리 해양플랜트 산업으로 사업을 전환한 현대중공업이 2015년 1분기 말 현재 7조 4630억 원에 달하는 미청구공사 금액은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산업에 경험이 없는 국내 조선업계는 예상단가를 너무 낮게 잡았고, 육상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인해 해양플랜트 수주가 줄어들게 되고 미청구공사 금액이 계속 증가하게 된 것이다.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군산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영악화를 타선지석으로 삼아 주기적으로 간담회 등을 통해 관련 기관들이 서로 소통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등 난제들을 풀기 위한 근시안적인 해결책이 아닌 획기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지난 7월 24일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앞으로 사업추진 일원화, 민간투자 확대 및 외국기업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군산항 활성화에도 많은 기여를 하리라 기대된다. 우리지역에 우호적인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고 지역 발전에 극대화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역할이다.앞으로 전북은 위에서 언급한 새만금 개발을 통한 각종 기업유치, 군산항 활성화와 더불어 전통적으로 중시되었던 친환경농업으로 기업과 농업이 조화를 이루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전북 도민의 힘과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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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20 23:02

에코세대여 현실을 직시하라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관직에 나아가면서 공자께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께서 먹고 사는 데 애로가 없게(足食)하고, 국방을 튼튼히 할 것(足兵)이며, 백성의 신뢰를 얻어야(民信) 한다.라고 했다. 세 가지 방책이 다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으뜸으로 쳤다.일찍이 영화 동막골에서, 거, 기리니끼니, 고함 한번 디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거,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북한군 장교의 물음에 촌장이 하는 말은 간단하다.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절감되는 대답이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경구가 엄숙하게 다가온다.이념갈등, 지역갈등도 근원적인 것을 들여다보면 다 먹고사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최근 첨예하게 대두되고 있는 세대갈등 역시 마찬가지다.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도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고, 흔히 삼포세대(三抛世代,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불리는 에코세대에게도 당면한 과제는 역시 먹거리다.에코세대는 1979년에서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를 말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부의 인구정책에 부응하여 낳은 에코세대는 80%가 대학공부를 했다. 시대적 상황 때문에 30%밖에 대학공부를 못한 베이비붐 세대에겐 못 먹고 못 배운 한이 있다. 때문에 그 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에코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공부를 가장 많이 한 세대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학진학률은 단연 최고다. 실로 눈부신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다.그런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랄까? 너무 많이 가르쳐서 사회 문제가 되리라는 걸 뉘 있어 짐작이나 했겠는가. 많이 가르쳐 놓으면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고 확신한 무조건적 자식사랑이 빚은 폐해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너무 귀하게 키워 놓고 보니 끈기도 없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헤쳐 나가는 투지도 없다. 아래위도 모르고 오로지 자신만 아는 요즘 세태를 보면 말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한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일자리 형태가 바뀌었다는 걸 직시하자. 정보기술(IT) 발달로 고학력자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2008년에서 2013년 사이에 교육 서비스업은 11만 8900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제조업은 6만 8600개가 줄었다. 금융과 보험업도 3만 4000여개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교육정책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급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규제 때문에 공장을 못 짓고 외국으로 나가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부터 되돌아오도록 하라.아울러 핵심엔진이 되어야 할 에코세대는 현실을 직시하라. 일자리를 찾아야 할 청년들 중 15.6%가 일할 의욕조차 없는 니트족(NEET)이라니 말이 되는가. 어느 경제 전문가는 우리 경제가 3년 안에 죽음의 강을 건널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공자께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하셨다. 부디 마음 다잡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듭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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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3 23:02

우리 곁의 행복 디자인 '정부 3.0'

누구에게나 부모와의 이별의 시간은 찾아온다. 얄궂은 현실은, 부모님을 떠나보내 황망한 가운데에도 갖가지 행정절차와 상속 문제 처리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어찌어찌 마음을 추스르고 길을 나섰다 하더라도 불편은 계속된다. 사망신고는 주민센터에, 부모님 재산 확인은 구청 지적과에, 세금은 또 세무서에. 관청 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에도 발품을 팔아야 하니, 하루 종일 쫓아다니다 보면 그렇지 않아도 헛헛한 속이 더욱 지친다.부모를 여읜 슬픔으로 경황없는 우리 이웃, 그 수고와 불편을 조금 덜어줄 수는 없을까?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주민센터 민원실에 사망신고를 할 때 상속재산도 한꺼번에 조회해 달라고 요청하면, 그 결과를 휴대폰 문자나 인터넷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신분증을 보여주고 신청서 한 장만 쓰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자동차, 국민연금, 국세와 지방세 정보를 모두 받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번거로움이 크게 줄어든다.특히, 부모의 채무액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나도 모르게 빚을 상속받는 황당한 일도 사라지게 된다.유사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앞으로 전국 어디서나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한 곳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여권은 시청이나 군청 민원실로, 국제운전면허증은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가서 따로따로 신청하고 찾아와야 했다. 이제부터는 민원실에 한번만 신청하면 두가지를 한꺼번에 찾을 수 있다.신혼여행을 준비하는 직장인, 해외여행에 나서는 가족 등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하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보게 되었다. 이 원스톱 서비스는 정부가 외교부, 도로교통공단, 16개 시도와 손잡고 협업하여 만들어낸 작품이다.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왜 이제야?라고 무릎을 탁 칠만한 변화이다.요즘 우리는 여기저기서 정부 3.0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부 3.0이 뜻도 아리송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용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사례들이 바로 정부 3.0이라는 슬로건 아래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성과물들이다. 우리 국민이 살아가면서 생애 단계별로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적시에 알 수 있고, 또 이를 맞춤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정부 3.0의 핵심목표이다.필자는 정부 3.0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국민 맞춤형으로 설계된 사업과 서비스들이 하나하나 만들어 질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2탄, 3탄 시리즈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취업 및 창업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일선 현장기관이 한마음으로 국민 행복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기관 입장이 아니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입장이 되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비스체계도 편리하게 바꾸어 나가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3.0은 저 멀리에 있는 아리송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것, 그리고 우리들의 불편은 줄이고 행복은 더해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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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06 23:02

융·복합 시대 새 성장 동력, 문화창조융합벨트

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공연예술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무거운 소식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소식이 있었다.지난 6월, 한국 코미디팀 최초로 예술의전당에 공연을 올린 옹알스의 공연이 매진사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별다른 대사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개그와 음악의 절묘한 조화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옹알스는 이미 해외 여러 페스티벌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박수를 받아왔던 터라, 우리 관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는 소식에 참 반갑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개그와 음악이 함께 만들어낸 이들의 공연은 대표적인 융복합공연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장르가 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융복합콘텐츠는 최근 나날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융복합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이미 대중화 된 뮤지컬이란 장르는 전통적인 공연예술 장르에 연극에서 사용되는 무대 기술과 대중음악 등이 결합한 장르이며, 웹툰역시 만화 장르와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한 융복합장르다.최근에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융복합 산업의 장르 간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의 발전은 게임, 패션, 영화와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홀로그램 기술은 케이팝(K-pop)과 만나,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든지 아이돌 가수의 홀로그램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이러한 융복합 콘텐츠의 핵심은 높은 부가가치 창출에 있다. 정부도 융복합 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이른바,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는 창작자는 누구라도 융복합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돈을 벌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다.이를 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창조융합벨트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융복합 콘텐츠 구현을 위한 기획과 제작, 소비에 이르기까지 문화 콘텐츠 전 분야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크게 네 개의 거점으로 조성된다.지난 2월 서울 상암동에 문을 연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창작자들의 아이디어 기획과 사업화를 담당하고 있고, 문화콘텐츠 분야 벤처기업을 위한 입주 및 제작 공간으로서 융복합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게 될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청계천에서 올해 말 개소 예정이다.또한 융복합 콘텐츠 제작 인력을 양성할 전문 교육기관이자 융복합 콘텐츠 구현에 필요한 기술개발(R&D)을 담당할 문화창조아카데미는 홍릉에서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고, 문화창조융합벨트에서 만들어질 융복합 콘텐츠를 구현하고 소비하는 공간인 케이컬처밸리(K-Culture Valley) 는 경기도 고양시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2017년 완공된다.문화창조융합벨트가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 개발의 구심점으로서 기능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융복합 콘텐츠 산업은 중요한 미래의 먹거리산업이다.지난 2월 문화가 있는 날에 박근혜 대통령은 융복합 공연들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창조융합벨트에서 창작자들의 열정과 창의성 있는 작품들이 보호받도록 해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창조융합벨트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만드는 주춧돌 역할을 해나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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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30 23:02

세계 바다 대통령

최근 반기문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 이어 세계 바다 대통령이라 일컬어지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위치에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당선되었다.IMO 사무총장 당선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IMO는 바다와 관련된 국제조약 제정 및 국제무역에 종사하는 선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기술적 문제와 관련된 정부 규제 및 실행 분야에서 각국 정부가 서로 협력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그 영향력이 막대한 국제기구이다. IMO 설립후 지난 33년간 IMO 정책이 우리나라 조선 해운 등 관련 산업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153조 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선거 초반 덴마크 후보의 압승이 점쳐졌다. IMO본부가 위치한 영국 런던 현지 언론들은 임 사장을 유력 후보군에도 거론하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IMO 이사국 회의에서 열세를 딛고 5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6표를 득표, 덴마크 후보와의 격차를 12표로 벌리며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한편의 대역전극이었다.대통령이 정상회담과 해외순방 시 지지교섭활동을 직접 수행하였으며, 해양수산부와 외교부도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축하여 선거운동을 하였고 여러 민간단체들과 해양수산인들도 선거운동에 물심양면으로 가세하였다. 본인 역시 세계도선사협회(IMPA) 부회장으로서 영국 런던을 2차례 방문하며 IMPA 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각국 도선사 및 선장출신들의 지지와 관심을 독려하였다. 또한 임 당선자와의 학교 한해 선배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각지의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활발한 홍보와 교섭활동에 가세하였다.특히 IMPA는 전 세계 54개국의 63개 도선사 단체에 소속된 8000여명의 도선사 이익을 국제무대에서 대변하는 강력한 NGO 단체로서, IMO 내에서 의 위상은 NGO 가운데서도 으뜸이기에 이번 선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본인은 전북 드넓은 평야 김제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하지만 그 때까지도 바다와 이렇게 깊은 인연을 맺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뜻하지 않게 해양계 대학교에 진학하여 바다와의 첫 인연을 시작한 이래 도선사(선박의 입출항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수로를 안내하는 직업)가 된 지금까지 40여년을 바다와 함께 보낸 해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IMO 사무총장 선출의 쾌거에 더욱 감회가 새롭고 자긍심이 느껴진다.IMPA 부회장으로서 활동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국제적 현안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심도 있게 접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당선자 역시 혜안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많은 일을 하리라 기대된다.IMO 사무총장 배출과 더불어 우리나라 해운계에는 또 다른 큰 이슈가 있다. 오는 2016년 서울에서의 IMPA 총회 개최가 그것이다. IMPA 총회는 매 2년 마다 개최되는 도선사의 최대 행사로서 전 세계 수백 명의 도선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현안 문제를 논의하고 국경을 넘어 서로 우애를 다지는 중요한 회의이다.IMO 사무총장 선거의 성공처럼 철저한 준비를 통해 2016년 IMPA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운 발전상을 알리고 한국이 전 세계 도선 산업의 허브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앞으로도 국제무대에 전문성, 국제적 감각과 리더십을 겸비한 더욱 많은 전북 출신의 인재들이 진출하고, IMPA 총회와 같은 중요한 국제회의를 주최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운의 힘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염원한다.△나종팔 회장은 인천항도선사회 도선사, 한국도선안전연구센터 이사장, 국제도선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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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23 23:02

베이비 부머

베이비 부머(Baby Boomer)는 한국전쟁 직후 가족계획정책이 실시된 1955년부터 1963년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1980년 전후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어느덧 세월과 함께 은퇴의 전선에 섰다. 대기업 부장급 이상 고급인력만 해도 한해 평균 4000여 명이 퇴직을 한다.역사를 돌이켜 보면 영웅호걸들도 결국 세월의 덫에 걸려 명멸해 갔으니 새로울 건 없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리요, 살아있는 것은 시간과 함께 결국 소멸되어 간다는 이치를 확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건만 가슴 한구석 무상함이 차오르는 건 필자가 같은 세대를 살아온 탓일까?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바라보는 2015년 지금,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아스라한 벼랑길을 곡예 해온 느낌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은 고작 79불에 불과했다. 100억불 수출을 달성했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때가 1977년도다.지금은 수출 규모가 6000억 달러가 넘고, 수입을 포함한 무역규모는 1조 달러가 넘는다. 온 국민이 잘살아 보세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열심히 뛴 결과다.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베이비 부머 세대의 헌신은 눈물겹다. 그들은 질주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이라는 기관차의 부속품은 물론 철로가 되기를 서슴지 않았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되어버린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로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았다. 생존을 유일의 가치로 여기며 열심히 일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하나 되어 뛰었다. 베이비 부머들은 스스로에게 훈장을 수여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제 몫을 해냈고 국가발전에 기여를 했다. 부모와 자식들에게도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한 마지막 세대일수도 있다.그런데도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들은 외롭다. 살모사가 새끼를 낳고 나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던지듯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앗긴 탓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어이없게도 은퇴자금으로 받은 돈을 자식 혼사에 몽땅 바쳐야만 하는 사회 풍조는 차라리 희극이다. 자식들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어 가며 키워낸 자식들이 자리를 못 잡는 사회 시스템에 절망이 엄습한 탓이다.100세 시대를 맞아 산업전선에서 몸소 뛰었던 시간보다 죽음과 마주한 채 연명해 가야만 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이 어쩌면 제일 큰 외로움의 요인이라 하겠다.인간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사회적 기능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여행의 유희도 일주일이고, 빈둥빈둥 노는 즐거움도 한두 달이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과 마주한 채 수십 년을 잉여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차라리 고통 아니겠는가.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된 베이비 부머 세대를 돌아보라.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그들의 헌신을 외면하지 마라. 그들에겐 경험이라는 자산이 있다. 질곡의 역사를 관통하며 체득한 지혜가 있다.인재은행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면 어떠한가. 중국 등에서는 이미 우리의 유수 은퇴자들의 경험과 재주를 헌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해외 유출은 산업비밀도 함께 넘어가는 것이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허약한 중소기업에 이식하는 작업을 서두름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서경석 대표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이사,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 월진회 부회장, 재경진안군민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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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16 23:02

미리미리 차세대 프로젝트 구상하자

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 재직하다가 연말에 행정자치부로 자리를 옮겼다. 부지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지역 현안들과 씨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 년을 보냈다. 새만금 개발, 전북공항, 탄소산업, 연구개발특구, 농생명단지, 혁신도시이전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로부터 익산박물관 국립승격, 백제유적지 유네스코 등재 등 부드러운 현안들까지…. 전북을 떠나 서울로 온지 반년이 지나는 동안, 문득문득 지면과 TV로 고향 소식을 접한다. 소식을 듣는 빈도는 많이 줄었고, 관심의 정도도 훨씬 떨어진 건 사실이나, 가끔씩이라도 듣게 되는 고향 소식은 더 반갑고, 더 궁금해진다. 이래서 타향에 있으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하나 보다. 매일매일 산적한 현안 속에서 헤매다 보면, 과연 이것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계획대로 진도는 나가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북을 벗어나 먼 발치에서 보면 고향의 현안들이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지난 6개월을 반추해 보면, 과거 부지사로서 고민해 왔던 많은 현안들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어 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백제유적지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주말 동안에 이루어낸 쾌거이며, 2017 세계태권도대회 유치도 온 도민이 합심하여 이루어 낸 역작이다. 연구개발특구 지정도 최근에 정부로부터 긍정적 시그널을 받았다 하며, 새만금 현안도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토록 고대해 왔던 국민연금공단의 혁신도시 이전도 모두 완료되어 이달 중에 개청식을 한다고 하고, 최근에는 국내 드론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 전북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니, 우리 전라북도가 을미년 청양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있음이 틀림없다.그러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 다음에는?’이란 질문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물론, 현재 안고 있는 많은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북의 미래와 우리 후손을 위해서 다음 단계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우리는 꿈과 희망을 품으면 결국 이루어진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배워 왔다.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이 순간에도 많은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북의 신사업들을 구상하고 있겠지만,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의 미래발전을 위한 전문가 포럼과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아울러, 이러한 전북 프로젝트들이 중앙정치에서 크게 공감을 얻어 국가사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의 현안들도 궁극적으로는 중앙부처와 중앙정치의 동의와 컨센서스를 얻을 때에 비로소 현실화 된다는 사실을 그동안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새만금 사업을 국책사업화한 선례를 거울삼아, 미래의 전북 프로젝트들을 구상단계에서부터 중앙사업으로 끌어 올리는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하겠다. 전북은 이제 새만금으로 꿈을 키우고 탄소산업으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대장정의 길을 걷고 있다. 각종 전북 현안들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헤쳐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전북의 심장이 미래에도 활기차게 뛸 수 있도록 새로운 전북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심덕섭 실장은 고창 출신으로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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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9 23:02

문화융성, 문화가 밥과 행복을 줍니다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가 ‘문화융성’이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파하신 바 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대에 오히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선구자적 혜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나, ‘문화융성’이 국정기조로 등장하게 되었다. ‘문화’가 정부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정기조로서 ‘문화융성’은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뿐만 아니라, 각 정부 부처와 기관이 문화가 융성하는 사회, 문화적 가치가 기반이 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그간 문화예술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여유가 생겨야만 즐길 수 있는 사치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석학들이 지적하듯 문화가 곧 경쟁력인 ‘문화의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해지면서,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문화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금강산’인 문화예술 자체가 발전의 동력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밥을 먹여주는’ 이러한 사례들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통해 관광명소가 되어, 2001년부터 3년 사이에 총 38억 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치맥’과 화장품, 패션 등을 유행시키며 관련 매출을 급증시켰고, 촬영지를 둘러보는 ‘별그대 투어’ 등으로 내한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문화는 이러한 경제적 효용만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화는 무엇보다 개인에게 행복과 여유를 느끼게 하며,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도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행복지수와 양극화, 사회 갈등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가 문화를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내한한 LA필하모닉의 명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배출하여 더욱 유명해진 베네수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마약과 폭력 등에 노출되어 있던 베네수엘라의 빈민가 아이들은 음악 교육인 ‘엘 시스테마’를 통해 미래에 대한 꿈과 협동의 가치를 배우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꿈의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학생들과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과 동호회 활동이 증가하며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산업화 이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문화융성은 물질적인 성장처럼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스스로를 발견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인식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지속적이며 강력할 것이다. 문화로 부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박민권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레저기획관, 미디어정책관, 체육관광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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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02 23:02

'호남 속의 전북 소외'를 이겨내자

현 정권 출범 후 지난 2년 4개월간 임명된 30여 명의 국무위원 중 전북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공석인 법무장관 후임에 전남 출신이 지명되었으니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현 내각에 전남출신 장관은 두 명이 된다. 여전히 전북은 없다. ‘호남 속의 전북 소외’가 또 증명되는 셈이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나 국정원, 군수뇌부에서도 전북인사는 찾기 힘들다. 청와대 비서관 40여 명 중에서도 전북출신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지난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 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을 향해 “전북 출신 장관은 물론 차관조차 한 명도 없다. 이러고도 홀대 아니라고 할거냐”라고 쏘아붙여을까? 그 직후 정부가 전북 출신을 문화부1차관에 조용히 임명한 것을 보면 속이 좀 뜨끔하기는 했던 모양이다.이런 판국에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을 ‘전북, 전남 국토관리청’으로 쪼개려는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는 전북도민과 출향민들에게 또다시 극심한 상실감과 박탈감을 준다. 현 정권 들어 가속화하고 있는 전북 위상의 급전직하 추락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5개의 지방국토관리청(서울·대전·원주·익산·부산) 가운데 익산은 규모 면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들었다. 덩치가 훨씬 큰 서울과 대전청은 놔두고 호남을 관할하는 익산청을 굳이 전북, 전남청으로 분리하려 하면서 ‘조직 효율화’ 운운한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부채축소 등 경영개선과 조직 축소를 강조하는데, 정작 국토교통부는 거꾸로 가려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사실 전북은 이런 박탈과 쇠락의 아픔을 간헐적이지만 끊임없이 겪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진주 이전 결정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토지공사는 전주로, 주택공사는 진주로 이전하기로 확정했던 방침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두 공사를 모두 진주로 이전키로 결정하고 시행했다. 전북은 이 때 모든 역량을 결집해 범도민적인 이전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정부의 공공기관이 전북에는 단 8개만 남아있는 반면 광주, 전남에는 56개로 호남의 87.5%가 광주, 전남에 편중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경험하고 직접 관여했던 일이 생각난다. 국회의장으로 일하던 2006년 전북지역 법조인 대표들이 찾아와 광주고등법원 전주분원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필요성이 크고 타당한 얘기여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다행히 전주분원 설치가 성사되었다. 전북지역 법조인들의 일심단결 추진이 원동력이었지만 당시 전북 국회의원, 정부와 청와대의 전북 출신 인사, 그리고 한승헌 변호사 등 영향력 있는 원로 법조인까지 한마음으로 뛰어줌으로써 성공이 가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객관적인 조건을 볼 때 전북이 모든 사안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기는 힘들다. 250만 명이던 인구는 180만 미만으로 줄었고, 쇠약해진 경제는 지역별 국민소득에서 충북 강원도에도 뒤진 꼴찌가 되었다. 충청권에서는 “충청지역 인구가 호남지역을 앞섰으니 국회의원 정수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충청권 한 도지사 사무실에는 ‘영충호(嶺忠湖)시대’라는 액자가 걸려있다. 영호남이 맞대응하던 시대는 가고, 영남 충청 호남의 순서로 호명해야 할 시대라는 호언장담이다. 그렇다 해도 전북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는다. 균형과 형평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전북도민과 출향민들의 일치단결이 가장 큰 힘일 것이다. 물론 전북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이 바짝 정신 차리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로 재무장하는 것이 선결 필수조건이다. 분열은 가장 큰 적이다. 부안에 들어서기로 했던 원자력발전소 폐기물처분장을 경주에 빼앗긴 것도 실은 전북의 분열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본다. 위기를 기회(機會)로 바꾸는 것이 지혜이고 능력이다. 전북이 이제부터라도 똘똘 뭉쳐 ‘호남 속의 전북 소외’를 반드시 극복해낼 것을 주창한다. 정계에 오래 있었던 사람으로서 책임이 적지 않은 필자도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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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5 23:02

소통의 중요성

요즘 법원에서는 소통이 주된 화두이다. 부임하면서 내부 직원 사이의 소통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부임한 뒤에도 직원과의 워크숍, 체육대회 등 내부 행사 뿐만 아니라 관내 대학교 등에서의 강연, 1사1촌 맺기, 판사들의 각 중·고등학교의 모의재판 지원, 노인복지회관에서의 밥퍼봉사,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법원견학 등 다양한 소통행사를 진행하였다. 대부분 엄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법원이 가까워짐을 느꼈다고 한다.최근 들어 WTO(세계무역기구) 등에서 우리 사법부가 민·상사 재판 분야에서 3년 연속 세계 2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사실은 법원에 종사하는 모두에게 커다란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했다. 평가기준은 무역기구답게 경제성(저렴한 소송비용), 신속성(신속한 결론), 접근성(전자소송)이 그 기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언론이나 국민의 눈에 비친 법원과 법관의 모습은 그러하지 않은 것 같다.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 법원 구성원들이 기울인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러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사건, 개별 법관이 저지르는 부적절한 언행이나 사생활상 물의 등으로 외국에서 받는 평가보다 신뢰도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시의 적절하게도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주최로 근대사법 및 한성재판소 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소통컨퍼런스가 열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사법기관인 한성재판소는 1895년 5월 9일 법부령 제1호에 의해 설치되었다. 대법원장의 격려 말씀과 ‘역사에 비춰 본 바람직한 법관상’ 주제로 한 양창수 전 대법관, 김호 교수의 특별강연과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좌담회가 열렸다. 제일 먼저 언급된 분이 전북의 자랑인 가인 김병로 선생이다. 가인 선생은 1948년부터 1957년 말까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법관의 덕목으로 인격수양과 기술적 훈련에 힘쓸 것을 역설하면서 청렴강직하고, 권력에 대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수호하며, 어떤 경우에도 법관의 몸가짐이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등으로 사법부 초기의 전통을 만드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1995년에 제정된 법관윤리강령에는 이러한 뜻을 받들어 제1조 내지 제7조에서 사법권의 독립수호, 명예존중과 품위유지, 공정성 및 청렴성, 직무의 성실한 수행, 정치적 중립 등을 들고 있다. 최근 법조일원화가 진행됨에 따라 대법원이 법관임용공고를 할 때나 대한변협에서 만든 법관임용지원자 평가지침에 의하면 공통적으로 위에 든 것 외에 봉사정신, 의사소통능력, 일반적 평판 등을 들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것이 소통이다. 재판은 법원이 우월적 지위에서 판단하는 작용이지만 심리과정에서 당사자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야만 진정한 의미에서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재판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듣는 것이다. 잘 듣고 이해했다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최근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위기 상황이다. 대통령은 미국방문을 연기하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메르스 대처방법을 두고 격론을 벌인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때일수록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하고 소통한다면 이러한 위기상황도 곧 극복되리라고 본다.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준 전북일보에 감사드리고, 이 자리를 빌려 도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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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8 23:02

춘수만사택

‘2015 괴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오는 9월 개막하는 유기농엑스포의 성공개최와 올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4일 엑스포농원에서 손 모내기를 실시했다고 한다. 손 모내기 행사에는 엑스포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40여명이 참여했는데 참석자들은 그동안 괴산농기센터에서 정성껏 키운 벼 42개 품종을 엑스포농원 3157㎡에 심었다. 요즈음은 경지정리가 잘 된 논에서 기계로 모내기를 하기 때문에 손 모내기는 흔치 않은 행사였던 것 같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어린 시절 모내기 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당시의 모내기는 하나의 마을 축제였고, 희망을 가득 품은 기원제였다. 벌판은 일을 하는 어른들 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모두 뛰어놀았고, 노동의 힘듦보다는 꿈과 기대에 가득 찬 기쁜 잔치 날의 한바탕 놀음 같은 것이었다. 논 주인은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 모내기하는 일꾼들을 배불리 먹였고,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모두 모여 함께 돕고 함께 어울려 마을 공동의 잔치를 벌이는 날이었다. 그런 희망과 꿈을 심는 모내기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논을 가득 채울 넉넉한 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천수답이 많아서 제 때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를 할 수 없었고, 모내기시기를 놓쳐 1년 농사를 망치고 흉년이 들 때도 잦았다. 옛날 중국 동진 시대의 도연명은 사시(四時)에서 봄 풍경을 ‘춘수만사택’이라 읊었는데, 사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 즉 봄물은 사방의 연못을 가득 채우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를 많이 만드네,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던지고, 겨울 산마루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났네. 사계절을 두고 읊은 시에서 봄을 그리는 풍경은 화려한 꽃도 아니고 푸른 신록도 아닌 봄비가 넉넉히 내려 사방 연못에 물이 가득한 희망의 장면이다. 이는 봄이 왔다고 만물이 저절로 소생하는 것은 아니며, 봄비가 대지를 적시면서 어루만져 줘야 비로소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하는 물이 사방에 가득한 것을 진정한 봄이라고 본 것이 아닐까?필자는 전에 우석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전주에서 삼례로 출·퇴근하면서 이만 때면 평화롭고 어머니 품과 같은 너른 삼례 벌판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춘수만사택’ 이었다. 이는 정말로 넉넉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으로 온 몸을 감싸는 전율 같은 것이었다. 생각은 더 확대되어 이것은 단지 풍경이 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모든 준비를 마친 선수가 시합의 시작을 기다리는 기대 같은 것으로 발전하여 이런 곳에 대학교를 우뚝 세우고 사람 농사를 지을 준비를 마치고 세상의 이끌 인재를 교육할 기대와 감격으로까지 치달았다. 그 후 지금의 자리에서 일을 할 때에도 잘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학교를 둘러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춘수만사택’ 이란 넉넉함과 감사의 마음이다. 모내기가 시작될 시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다. 하늘에 감사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내 고향 전북에 감사하고, 그동안 나를 성장하게 해준 모교와 직장 모두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끝으로 연재를 마치며 이런 기회를 주신 전북일보와 함께 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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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1 23:02

남북통일, 민족 대도약의 기회

올해로 ‘조국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한다.온 겨레가 ‘조국광복’이라는 더 없는 기쁨과 동시에 ‘조국분단’이라는 고통을 안은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늘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다.이제는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온 국민이 화합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통일은 분단된 국토가 하나 되고 남북이 갈등과 반목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관념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통일은 우리 민족이 하나 됨을 통해 경제 대도약을 이루어 세계 강국이 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뜻도 있다.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씀과 함께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고 강조하셨다.2009년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보고서도 “한국이 통일된다면 GDP가 프랑스, 독일, 일본까지도 30~40년 내에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우리나라가 남북통일 기반위에서 한반도 도약의 기회는 무한한 나라임에 틀림없다.한 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어가자면 내수시장이 1억의 인구는 가져야 안정적인 국가경제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남북통일이 되면 현재 남한의 인구와 북한 인구를 합친 통일한반도의 인구는 약8000만 명으로 자국 인구만으로도 탄탄한 내수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1억의 숫자와 큰 차이가 없다.또한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에 북한의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잘 융합시킨다면 통일한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서 반드시 단기간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그리고 남북한 전쟁위협으로 인한 한국의 경제지수 불안정이 해소되고 한국에 대한 많은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남북통일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큰 기쁨은 또 있다.통일의 희망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이산가족문제의 해결이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부모형제가 서로 헤어져 지난 70년 반세기동안 만나지 못하고 사는 것만큼 큰 비극은 없다.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이 현재 12만 여명이 되고 3만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마침내 해결될 것이다.남북분단은 동족상잔이 남긴 쓰라린 상처다. 그런 아픈 상처가 후손들에게 대물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70년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후손들에게 진정한 광복인 한반도 통일 시대를 물려주어야 할 역사적 책임과 사명이 주어져 있다.나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을 믿는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며 역사를 발전시켜온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한국전쟁 당시, 어느 유엔군 참전 장군은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 나라는 백년이 지나도 복구되지 못할 것이다” 라며 우리 민족의 저력을 폄하했다.그러나 우리는 일어났다. 戰後 7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사에 유례 없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일궈내는 기적을 이루었다.그래서 우리 민족은 반드시 남북통일의 기적을 이루어낼 것으로 믿는다.나는 마지막 를 마치며 변함없는 내 고향 전북의 무궁한 발전과 통일조국의 평화롭고 풍요로운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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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04 23:02

분단 70년과 신체 이식·봉합과정으로 통일

70년 전 우리나라는 38선으로 국토가 분단되었다. 이 국토분단 3년 뒤 분단정부가 수립되었고, 2년 뒤엔 한국전쟁이 일어나 남과 북은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1953년 휴전 이후 남과 북은 전혀 다른 발전경로를 걸었다. 남한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속에서 경제·정치발전을 이루었고, 북한은 소련공산체제를 모델로 하여 전후 복구를 이루었다. 남한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나라가 되었지만, 북한은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도 더욱 폐쇄적이고 전제적인 나라가 되었다. 분단 70년이 된 지금 남과 북의 경제력 격차는 40배에 달하고, 사회문화적인 차이도 하나의 민족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이질화되었다. 분단 70년,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민족중심’의 사고로 남과 북의 체제적 이질성보다 민족적 동질성을 중시한다. 이 입장은 남과 북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상호 적대성을 해소하는 것이 통일의 핵심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국가중심’의 사고인데, 남한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고 북한의 체제가 주민을 억압하고 있기에 남한의 체제를 북한으로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국회상임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나는 줄곧 통일은 신체이식 및 봉합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체제는 지난 70년 동안 자주, 사회주의, 군사 등을 비대하게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신체이식수술처럼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시스템과 사고방식이 이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급격한 방식이 아니라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져한다. 또한 남북의 통일은 신체 봉합 수술을 하듯이 그렇게 통합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척추에 해당하는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정맥·동맥에 해당하는 지방자치제도 통일의 주역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민간도 남북 간 교류협력과 통일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남과 북은 통일의 과정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고 비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때 국가원로의 일원으로서 이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회의에서 나는 이명박 정부가 펼치는 ‘친중-반북’의 대북정책은 결국 남북협력의 가능성을 없애고 중국에 민족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현재의 박근혜 정부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분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강대국에 있다. 통일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분단 70년이 된 지금 통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은 우리 내부에 있다. 특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가 통일을 좌우한다. 남과 북이 직접적으로 대화하고 협상해야만, 교류하고 협력해야만, 그리고 합의한 것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만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남과 북이 합의한 1972년의 7·4공동성명,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공동선언, 2007년의 10·4합의서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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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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