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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새해가 밝으면 사람들은 탁 트인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비단 바다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다가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이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희망찬 새해가 밝았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경제상황은 녹록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제기된 블랙 스완(Black swan) 에 빗대어 올해는 그레이 스완(Gray swan)이 우리 경제를 덮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랙 스완이 예측하지 못하고 갑자기 불어 닥친 충격인 데 반해 그레이 스완은 예측 가능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모두가 어려운 걸 알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 올해 우리 경제의 현실이라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바다는 새로운 돌파구이자 희망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해양경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해양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현재 우리나라 GDP에서 해양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다. 아직 바다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2030 해양수산 미래 비전을 설정해 2030년 해양수산 GDP 비중을 1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미래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해양 신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전통산업인 수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다른 나라보다 한 걸음 앞선 연구개발과 투자로 세계시장의 50%를 선점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산업, 향후 10년간 시장 규모가 약 1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되는 e-Navigation 산업 등은 해양 신산업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해양심층수 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북극에서 천년을 흘러내려와 동해 수심 200m 아래 있는 청정한 해양심층수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 일본의 해양심층수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우리나라보다 3000배나 크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이다.연어, 참다랑어 등 고급 어종의 양식기술도 확보해 국민들의 식탁에 양식 연어와 참치가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참다랑어 양식기술은 약 10조원의 시장 규모를 갖는 미래 블루오션의 대표 기술로 2009년 타임스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 중 2위에 오를 정도로 가치가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양식장 물을 정화하는 첨단 양식기술인 바이오 플락(bio floc)은 이미 실용화가 되어 양식 생산량을 최대 10배까지 높였다.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80%가 바다에 서식하며, 유전자적 다양성과 특이성을 가진 무수한 해양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를 활용해 신약이나 신소재를 개발하는 해양생명공학 분야도 발전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지만 해양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 바이오 수소 등 해양 바이오에너지 산업과 심해저 광물개발 등은 육상 에너지 자원 고갈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육상의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지금 바다로 눈을 돌려보자. 바다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바다의 힘을 활용해야한다.전라북도에도 바다가 있지만 여타 지자체에 비하면 해양수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 등 해양수산 관련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2016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태양을 바다에서 보듯이 나는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김양수 대변인은 전주상산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해양수산부 기획예산담당관, 해양산업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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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14 23:02

갑질과 웨이터 룰

최근 몽고식품 회장이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폭행, 폭언으로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식을 줄 모르고 몽고간장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지난 갑질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기업 갑질로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항공기 여승무원 폭행, 블랙야크 회장의 항공사 용역직원 폭력 행사 등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또 대학 교수들의 갑질 사례도 언론에 보도된 것이 많지만, 2년 여 동안 제자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인 인분교수 사건이 대표적일 것이다.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도 지난 1년 간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10여건에 이른다. 경비원이 주민들의 모욕과 폭언을 참지 못해 분신한 압구정동 아파트, 주민의 폭행으로 경비원이 숨진 창원과 안양 아파트, 주민이 60대 경비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 청담동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한 서울 서대문구와 광주 아파트 등이 잘 알려져 있고,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이 출근등교하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한다.백화점에서의 갑질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 직원 2명의 무릎을 꿇린 사건,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직원 뺨을 때린 사건,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에서 주차요원 4명의 무릎을 꿇리고 뺨을 때린 사건, 목사가 자신에게 망신을 줬다며 매장 직원의 무릎을 꿇린 사건 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갑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가진 자나 힘 있는 자들의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널리 존경을 받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몇 년 전 USA투데이는 미국의 성공한 기업 CEO들 사이에 통용된다는 웨이터 룰(Waiter Rule)을 소개한 적이 있다. 상대방이 식당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 사람과의 거래나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신문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다. 웨이터가 실수로 양복에 와인을 쏟았는데도 관대한 모습을 보인 CEO와 거래하기로 결정했다는 위트니스 시스템스 CEO 데이브 굴드, 회사 법률고문 후보자가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채용을 포기했다는 파네라 브레드 CEO 론 샤이치, 웨이터나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고 강조한 의류업체 사라 리의 CEO 브렌다 반스와 방위산업체 레이시언의 CEO 빌 스완슨, 식당 웨이터로 일할 때 손님 옷에 아이스크림을 쏟았는데도 관대하게 용서해준 귀부인을 잊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문구 판매 체인 오피스 데포의 CEO 스티브 오들랜드 등이 있다.웨이터 룰은 비단 식당 종업원뿐만 아니라 호텔 직원이나 모든 하급 직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웨이터 룰을 중시하는 것은 CEO뿐만이 아니다. 한 데이트 주선업체가 몇 년 전 미국의 전문직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당 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상대방이 꼴불견 1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상대와 데이트해봐야 결과가 뻔하다는 얘기다. 갑질하는 사람들과는 사업을 같이 하거나 친구로 사귀거나 심지어 사돈도 맺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병신년 새해에는 모든 갑질이 사라지고, 사회적 약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훈훈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배성수 사무총장은 무주고창서울종암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장, 전주교통방송본부장, 원광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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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7 23:02

어떻게 살 것인가

2015년 을미년을 보내면서 하나의 화두를 던져본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까. 어떻게 살아야 사회가 좀 더 아름다워질까.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공부를 할 때는 왜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현상에 대한 근원과 이유를 알아야 새로운 이론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 왜를 대입하면 팍팍해지고 덧없어진다. 때문에 어떻게와 무엇을 대입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제 아무리 천하를 떨어 울린 영웅호걸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억척을 부린다. 모두가 더 가지려하고, 더 높아지기 위해 욕망의 파도를 탄다.조금은 엄숙하게 삶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 거부가 된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이 노벨상을 만들어 후세에 길이 빛나는 업적을 쌓게 된 계기가 있다. 그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죽었을 때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걸로 오인한 프랑스 기자가 부고 기사를 쓰면서 죽음의 사업가 파괴의 발명가라는 카피를 뽑은 것이다.살아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본 노벨은 충격을 받는다. 결국 심기일전하여 자신의 이력을 다시 써갔고, 유산 중 94%인 3200만 스웨덴 크로나(345만 유로, 374만 달러)를 노벨상 설립에 남긴다.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굳이 동원하지 않더라도 살아생전에 자신의 죽음을 한번쯤 진지하게 응시해 보는 것도 바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전 국민이 하나 되어 가난 극복에 전념한 결과 나름 국제적 위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찬사는 빛이 바랬고, 도덕적 가치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오죽하면 인성교육의 목소리가 날로 드높아질까.한 박자 쉬어 가자. 그동안 변화와 속도를 얘기해온 필자의 글과 모순된다 할 수 있겠으나 차원이 다른 부분이다. 변화의 속도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되 정신적인 부분에서 정체성을 확인해보자는 얘기다. 잘 왔는지, 또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삶의 본질을 돌아보자는 얘기다.너와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 어른들은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젊은이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맨땅에 헤딩하며 일어선 윗세대만큼은 아니니까 분발하기 바란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스스로의 것인 양 으스대며 밥그릇 싸움만 하지 말고 진정 어떻게 해야 국민들을 위하는 길인가를 먼저 생각하라. 국민들은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하나 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퍼펙트 스톰(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위기중중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가 없다.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다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를 화두로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자. 각자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맞물리면 좀 더 따스한 정이 흐르는 사회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문제가 있다면 나부터 돌아보고 해결점을 찾는다면 못 풀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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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31 23:02

공공정책에도 디자인을 입힌다?

작년 여름 어떤 지자체에서 비키니 족을 위한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야심차게 개장한 적이 있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해 본 결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시선을 싫어한다고 하여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쳐다 볼 사람이 없다면 비키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해수욕장의 이용자 수는 오히려 전년도 보다 1/3로 줄었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욕구보다는 수요자의 숨겨진 니즈(needs)를 정확히 찾아내, 이를 그대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 현대 마케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성공 전략이며, 이는 공공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수 있다.지난 12월 11일 서울 동대문에서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라는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정책공급자인 공무원과 수요자인 시민, 디자이너 등이 숨겨진 진정한 정책수요를 찾아내고, 함께 정책대안을 만드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정자치부 장관은 애초 세 개 사례만 듣고 자리를 뜰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함께 만들어낸 정책대안과 흥미로운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되자 끝내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결국 나머지 7개 과제발표까지 모두 경청한 후 우수사례를 시상하고 참여자들을 격려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였다.이 자리에서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해 온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주민참여형 마을정원 만들기 사업’은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종전 지역특성화 없이 획일적으로 추진된 마을정원 사업을 정부3.0 국민디자인 과제로 발굴하여 각 마을마다 특색을 살린 마을정원이 조성되도록 개선하였다. 마을정원을 지역특성과 주민선호를 반영한 공동체 마을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맞춤형설계가 이루어졌다. 남원시 동충동은 폐역사를 개선해 ‘주변 슬럼화 방지’라는 마을정원 콘셉트를 도출하고 주민주도로 사후관리까지 하여 주민참여형 마을정원을 내년부터 조성한다.또한 소득화가 미약했던 마을정원을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지역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디자인단의 아이디어가 사업계획에 반영되어 실행된다. 전주한옥마을을 대상으로 마을정원 지도를 만들고, 마을정원 투어코스를 개발하는 등 국민의 손으로 직접 만든 사업계획이 실제 내년부터 실행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정책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 경험, 관찰을 통해 숨겨진 국민의 욕구를 포착해 이를 토대로 공공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번거로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정책 기획 단계부터 진정한 정책수요를 고려한 정책대안을 잘 설계하게 되면 정책집행 단계에서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실질적인 정책수요자인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서비스 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은 새로운 정책결정 모델로서 주목할 만하다. 정책구상부터 실제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의 절차와 방법을 새롭게 디자인하여 농촌공동화, 마을공동체 조성 등 지역현안을 주민이 해결하고, 지역사회 혁신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국민 또는 주민들이 정책이나 서비스의 설계과정부터 집행 및 평가단계까지 직접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숨어있는 니즈를 발현시키는 것이야 말로 정부 3.0이 추구하는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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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24 23:02

공립박물관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며

박물관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전시교육하는 곳이다. 건립의 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 등으로 나뉘는데, 공립박물관은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가 세운 박물관을 말한다. 국립박물관이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고, 사립박물관이 개인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한다면, 공립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립박물관은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중요한 문화기반시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2014년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기반시설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809개 박물관 가운데 공립박물관은 전체의 41%인 332개다. 특히 전라북도에 있는 40개의 박물관 가운데 절반 이상인 24곳이 공립박물관이며, 이 공립박물관들은 지역적으로 장수군을 제외한 13개 시군에 고루 분포해 있다.이러한 통계를 보면 공립박물관이 전북도민의 곁에 있으며, 친밀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나 부안청자박물관 등 몇몇 곳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서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공립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박물관들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과연 모든 공립박물관들이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문화시설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반문해 볼 필요도 있다.일부 공립박물관은 주변지역 박물관과 유사한 주제로, 비슷한 유물을 전시해 차별성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건립 당시 부지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건립 이후에 접근성이 떨어져 관람객 유치가 어려운 곳도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예산과 인력 지원이 사라져 간신히 간판만 달고 있는 곳도 있다.전라북도의 24개 공립박물관 가운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등록을 완료한 박물관은 17개관이고, 나머지 7개관은 아직까지 등록을 하지 못했다. 등록하지 못한 박물관은 대부분 소장품이 기준 수량에 못 미치거나 학예사가 없는 곳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등록 박물관이라고 하더라도 앞서의 지적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립박물관이 내실 있게 건립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건립 전 단계에서부터 지자체의 박물관 건립 계획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하고, 건립의 타당성과 실행력을 검증하는 사전평가제를 거쳐 신축 또는 증개축에 대해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운영 중인 공립박물관에 대해서도 평가인증제 실시를 통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보다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가 갖고 있는 인식의 전환이다. 주민들은 박물관을 옛 것을 보여주는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자긍심을 느끼는 곳으로 여겨야 한다. 더불어 그곳을 단순히 전시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과 공연 등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센터이자 지역 커뮤니티센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지자체는 박물관을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고 홍보하는 도구가 아니라, 각 지자체의 정체성과 정신을 보여주는 곳이자 지역 문화관광의 안내 공간으로 인식하고 재창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박물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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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7 23:02

새로운 도전 전북

올해 화두는 단연 국제 테러일 것이다. 지난 11월 13일 독일과 프랑스 친선 축구 경기가 시작된 20분여가 지난 시각에 프랑스 파리에서 세 건의 자살폭발 테러를 시작으로 파리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였다. 본 필자도 국제해사기구(IMO) 총회 및 국제도선사협회 집행위원회 회의 참석차 11월 하순 영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천만 뜻밖에도 본인이 숙박했던 호텔에서도, 투숙객 짐속에 폭탄을 두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영국 경찰 등이 호텔 내부를 수색하는 등 혼란이 야기되었다. 테러 공포가 피부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제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테러가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도 더 이상 테러 안전국민이 아니라는 인식하에 사이버테러를 포함하여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인 것 같다.올 한해도 이제 달력 한 장을 끝으로 곧 2016년 붉은 원숭이 띠인 새해로 넘어 갈 것이다. 올해 전북은 비약적이나마 발전을 한 것 같다. 전주출신으로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이자 최후의 유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간재 전우선생을 조명하는 국제학술회 및 행복의 경제학 2015 국제회의 개최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졌다.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새만금사업 지역을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로 하고, 100만평 규모의 산업협력 단지를 조성키로 하였으며, 전북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전북이 각종 기업유치 및 그에 따라 군산항도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이와 더불어 전북 농업인들은 소농 중심의 새로운 생산 유통 소비방식의 로컬푸드를 안전적인 먹거리로 확보하는 중요 사업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으며 건강한 밥상과 지속가능한 농업, 활력 있는 지역경제 등을 동시에 실현해 나아가고 있다.특히,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전북 현대는 그동안 전북을 알리는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K리그 12개 구단 운영 성과에서도 전북 현대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실제로 실관중 집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지방 구단으로는 최초로 최다 관중을 기록하며 전북은 스포츠와 문화이벤트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앞으로 전북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북 인구감소세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전북인구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청년이 줄어들면서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앞으로의 전북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령화로 인하여 지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어, 앞으로 정부 및 지자체의 인구감소와 노인인구 증가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또한 아직까지는 전북 경제가 낙후되고 산업화가 진행 단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의 집중 육성과 서비스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 산업 수요 대응형 인재양성을 통한 안정적인 취업 활동 보장 등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지난 6개월 동안 타향에서 전북 발전을 위한 제언들을 하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들을 여러 방면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농민의 아들로서 항상 마음은 고향에 있고, 그만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항상 마음속에 담겨 있는 고향 전북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모든 전북인이 노력해 나아가길 타향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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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0 23:02

하이브리드 시대 문학의 나아갈 길

모든 경계가 무너지고 크로스 오버되는 시대에 문학도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소위 순수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문학은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보는 유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활자만이 유일한 매체 역할을 하던 시절에는 문학이 민중들에게 삶의 의미와 인간성의 가치를 깨우쳐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때문에 글을 쓰는 문인들은 지식인층의 대명사나 다름없었고, 민중을 계몽하는 선구자적 역할까지도 하였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TV와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문학은 더 이상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인간성을 고양시켜주는 유일한 매체로써의 그 특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 글이 아니어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수용자들에게 문학은 점차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학을 포기해야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원 소스 멀티유즈시대에 글은 어떠한 형태로든 문화의 원형이 되기 때문에 더욱 갈고 닦아야할 분야이지 결코 포기할 분야가 아니다.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용자들이 뭘 원하고, 또 뭘 좋아하는지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미국의 평론가 레슬리 피들러는 일찍이 고급문화와 순수문학을 주창했던 모더니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대중문화와 중간문학(middlebrow literature)을 인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이미 50년 전에 선언했다. 중간문학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 형태로, 순수문학이 추구하는 본질적 존재증명에 대중문학의 서사와 재미를 적절하게 혼합한 장르다.중간문학으로는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등을 비롯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까지 아우른다.우리 문학도 점차 중간문학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가는 분위기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 시대는 문화와 문학이 같이 가는 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글이 매체와 결합해 또 다른 문화의 원형이 되곤 하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 등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책이 되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매체 간에 크로스 오버가 당연시 되는 하이브리드 시대에 문학이 갈 길은 융합이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융합을 통한 중간문학의 활성화. 그것은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것이다.2000년대 초중반, 전국의 대학에서 우후죽순처럼 만화학과를 만들어 오늘날의 웹툰 전성시대를 연 것처럼, 각 대학에서는 이제 문예창작학과에 중간문학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을 만들 필요가 있다.그 시발(始發)이 전북 소재의 대학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누가 뭐래도 현대는 이야기 시대다. 현대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과 중요성은 영속할 것이므로 중간문학을 통한 인재 육성이 빠르면 빠를수록 전북 소재 대학은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년 2월에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새로이 출범한다고 하니 전북에서도 이야기 산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론가보다 문학 콘텐츠에 대해 밝은 실무진이 전진 배치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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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03 23:02

포용적 성장, 지역발전에 먼저 적용해야

요즘 지역 신문을 통해 고향 소식을 접하면 괜스레 의기소침해 지는 때가 있다. 그동안 필자는 우리 전라북도의 미래에는 꿈과 희망이 있음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다.과거 고속성장기에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지난 날의 역사가 도민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로 인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보존된 풍부한 전통문화가 미래에는 큰 성장 잠재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느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전라북도민 중 70%가량이 우리 도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하였다는 결과가 보도된 걸 보았다.또 우리 지역이 여전히 중앙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다는 기사들이 부쩍 늘어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진다.이런 즈음에 필자는 지난 10월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OECD 공공거버넌스 장관급회의에 참석했다. 5년마다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42개국가의 장관들이 모여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아직 우리에겐 좀 낯선 개념이지만, 포용적 성장이란 기존의 경제적 성장에서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을 고려한 성장을 의미한다. 사회 전체의 부(富)를 늘리는 문제에서 시각을 넓혀, 구성원 모두의 삶과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자는 것이다.포용적 성장에 대해 각국 장관들이 모여 논의할 만큼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의 그늘이 깊게 드리웠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래로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소득과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더 심각한 점은 교육, 건강 등 삶의 질과 직결된 부분들까지 계층에 따라 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에도 사회경제적 격차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요즘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등급을 매기는 수저계급론까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로 계층 간 격차가 커지고 있고,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격차가 갈수록 고착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 갈등의 해소를 위해 포용적 성장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얼마 전 G20, 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바 있듯이 포용적 성장을 미래 성장정책의 큰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포용적 성장의 관점은 당연히 지역발전 정책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이뤄진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지역 간 발전의 편차가 매우 크다. 성장의 혜택이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크지 않은 나라 안에서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생활의 전반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이러한 지역간의 격차가 과거에는 영호남의 문제였던 때가 많았다.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은 전반적으로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전라북도도 그 예외는 아니다.이제는 중앙 정치 차원에서 나설 차례이다.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되었던 지역들을 배려하고, 균형 있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북돋워 주는, 낙후되어 가는 지역과도 동반성장하는 큰 차원의 포용적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용적 지역발전 없이는 국가차원의 포용적 성장도 한낱 정치적 레토릭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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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26 23:02

문화, 우리 삶과 연결하라

존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미국의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다가 안타깝게도 암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런 그가 아직도 가끔 회자되는 이유는 명연설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잠깐 그의 가장 유명한 연설을 인용해보겠다. 국민총생산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나 그들이 받는 교육의 질 또는 행복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가진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즐거움, 정보, 청렴한 공무원도 역시 포함하고 있지 않다. 국민총생산으로는 위트나 용기, 지혜, 배움, 연민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도 역시 측정하지 못한다. 그것으로는 단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외의 나머지 것만을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우리가 가진 문화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즐거움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라북도는 예부터 예향의 도시로서 예술을 즐기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것을 자부하고 이를 지역 정체성으로 내세운 곳이니 여기서 선조의 혜안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익산에 대대로 내려오는 민요 중에 목발의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지게를 진 나무꾼들이 작대기로 지게의 다리인 목발을 두드리며 피로를 잊고 흥을 돋우기 위해 부른 노래다. 우리 조상들에게 가락과 장단은 치병이자 치유의 매개였다. 문화가 우리 삶 속에, 우리의 고민과 행복 속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 곧 문화융성일 테고, 그 출발은 지역 곳곳일 것이다.문체부는 2009년부터 마을축제, 주민악단같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매개로 이웃과 소통하고 마을이 더 정겹고 돈독해질 수 있도록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전국 13개 단체 중에는 앞서 말한 익산목발의노래보존회와 함라문화예술공동체와 같은 생활문화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다.한편 올해 처음 시작한 작은 미술관 조성사업은 옛 보건소, 폐공업단지 등 잠들어 있던 지역공간을 미술관으로 새롭게 일깨우는 시도이다. 일례로 한센인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전남 고흥군의 소록도 병원에도 작은 미술관이 생기게 된다. 옛 감금실, 세탁실 등 역사의 현장에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되고, 소록도 주민과 소통하는 미술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지금 독자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지역 어디에선가는 가락과 무용, 시와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을 테다. 독자분께서도 틈을 내어 지역의 박물관, 문예회관과 작은 미술관, 도서관에 가보시길 권한다. 다녀오면 산들에 핀 야생화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문화는 우리 가까이에서 일상의 행복을 채우고, 다름을 이해하는 관용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북돋아준다.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만약 그가 오늘날의 한국을 보았다면 연설을 바꾸어야 했을 것이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지는 4750만 달러(약 500억 원)로 12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문화산업으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1996년까지만 해도 0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9억 5480만 달러로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국민총생산에서는 측정할 수 없다던,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문화가 이제는 국민총생산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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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9 23:02

스포츠와 전북 발전

얼마전 U-17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조별리그를 예선1위로 통과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아쉽게도 16강전에서 벨기에에게 석패하기는 하였지만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을 꺾는 등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 중심에는 떠오르는 샛별 이승우 선수가 있었다. 이승우 선수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 선수 육성 정책인 라마시아(La Masia)의 훌륭한 결과로 차세대 메시라고도 불린다.K리그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소년 육성에 축구발전과 리그 흥행의 성패가 달려있다.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은 군산시와 어린이 행복지원사업 상호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해 지역 내 유소년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2007년 시범 운영 이래 지속적으로 후원의 집을 운영하여 구단과 지역 업체가 상생 발전하여 지역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한 때 우리는 피겨여왕 김연아에게 열광했다. 김연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피겨를 잘 몰랐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피겨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더불어 김연아의 고향인 군포시는 연아 효과로 점진적으로 지역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은퇴 후 우리나라는 피겨 불모지로 되돌아갔다. 아사다 마오 이후 일본 정부의 탄탄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으로 인해 후진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훈련 환경을 개선하고 유망주 발굴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피겨계는 한층 더 발전하고 경제문화적 파급력도 지대했을 것이다.이처럼 스포츠와 관련된 산업이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산업들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함께 연결된 상품화 전략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의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또한 효율적인 관리로 양질의 스포츠 문화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수준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공익성과 시장성을 조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또한 지속적인 지역 스포츠 문화의 발전을 위해 스포츠 자원 개발과 함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즐기는 스포츠와 문화이벤트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우리 전북에는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이라는 훌륭한 지역 발전 매개체가 있다. 전북 현대 축구단은 창단 20여년 만에 K리그 3회우승과 K리그 최초 AFC 챔피언스리그 7년 연속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이 기록은 K리그 최초이자 아시아 각 국 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전북 현대 축구단은 명실상부한 K리그의 대표 축구팀이며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그 명망을 펼치고 있다.우리 전북인들은 아시아 최고의 축구리그와 전북 현대라는 훌륭한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 수 십 억의 인구가 시청하며 이로 인하여 얻어지는 간접광고의 경제적 가치만 해도 수십억 수백억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고,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면 최첨단 스포츠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전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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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12 23:02

내 고향 진안을 위한 제언

시대와 함께 변화의 물결은 마치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진안고원도 예외가 아니다. 진안군민의 날과 함께 치러왔던 홍삼축제를 분리시키고 거기에 트로트코리아페스티벌을 접목한 것은 변화를 위한 큰 몸부림이다. 재정자립도가 10%가 안 되는 진안으로서는 머물러 있을 시간이 없다. 부디 지난 10월 31일 처음 치러진 트로트코리아페스티벌이 뿌리를 내려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거듭났으면 한다.현재 실효성 검토를 하고 있는 마이산 케이블카도 그 전제가 아이들이나 노약자의 이동수단이니만큼 적정한 선에서 절충되기를 바란다. 케이블카가 아니더라도 마이산 측면을 통해 남부와 북부를 잇는 이동수단은 필요하다.곁들여 필자는 진안을 찾는 사람들을 체류시킬 방안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와 그 가문의 유적을 보기 위해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주에는 전주 이씨 시조묘인 조경묘가 있고,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과 풍패지관인 객사가 있으며, 조선왕조실록 보관소인 전주사고가 있다. 또 황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후 잔치를 벌였다고 전해지는 오목대가 있다.진안에도 주필대와 은수사 등 이성계와 얽힌 이야기가 곳곳에 어려 있다. 이성계가 장남 이방우를 진안군(鎭安君)에 봉했다는 것도 상상력을 자극한다. 진안군민의 날도 태종 이방원이 방문했던 것으로부터 유래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진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이성계는 1380년 남원의 황산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르고 한양으로 올라가던 중 말 귀 모양의 기이한 산을 보게 된다. 마치 홀린 듯 마이산(당시에는 용출산이라 칭함)을 향하는데, 일찍이 꿈에 금척을 받은(몽금척) 장소와 유사함에 운명처럼 마이산에 오른다.마이산에 오른 그는 주변의 산세에 신비한 감응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수마이봉, 암마이봉, 봉두봉, 비룡대, 탕금봉, 마루봉, 광대봉을 거쳐 후삼국시대에 축조되었다는 합미산성(마령면 강정리 뒷산 소재)까지 단숨에 내달렸는데도 오히려 기가 충일해짐에 놀란다. 다시 합미산성으로부터 시작해 광대봉을 거쳐 암마이봉, 수마이봉까지 이동하며 어떤 천명과도 같은 기운에 휩쌓인다.이성계는 합미산성에서 마이산까지의 길을 왕도의 길이라 명명하고는 백일동안 오가며 기를 받는다. 아울러 은수사(당시에는 상원사라 함)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니,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는 바로 왕도의 길을 통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리라.이성계가 창업의 기를 얻은 왕도의 길을 다듬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향후 용담호 둘레 길을 따라 몇 개의 민속촌과도 같은 마을을 만들자. 거기에 지붕의 역사를 덧입히면 매우 특징적인 마을이 될 것이다. 돌지붕, 너와지붕, 굴피지붕, 겨릅지붕, 초가지붕, 스레트지붕, 함석지붕, 기와지붕 등 지붕의 종류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면 멋진 지붕박물관이 완성되지 않겠는가.왕도의 길에서 기를 받은 후 마이산 탑사를 관람한 사람들은 진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용담호와 지붕박물관이라는 또 다른 기대치가 남아 있기 때문에.현대는 이야기 시대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이야기가 뒷받침 돼야 빛이 난다. 도자기나 고미술품, 고가구 등이 비싼 이유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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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05 23:02

골든타임, 금쪽같은 시간?

작년부터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는 아마도 ‘골든타임’일 것이다. 골든타임은 말 그대로 재난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작년 세월호 사고시에는 배가 침몰하기 전 승객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쳐 30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재난시 골든타임을 놓치면 엄청난 재앙이 뒤따른다는 뼈아픈 경험이 있음에도 유사한 실책을 반복한 게 올해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이다.중동에서 건너온 한명의 메르스 환자는 40여일 만에 186명의 환자와 36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메르스 공포로 인해 지난 6~7월의 대한민국은 움직이는 동력 자체를 잃어버려 말 그대로 ‘정지상태’ 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명동거리는 물론, 공공장소는 썰렁해졌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까지도 아이들이 없어 텅 빈 교실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이 같은 관광객 급감, 소비감소, 일상에서의 위축은 경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짧은 기간동안 한국경제에 10조원으로 추산되는 손실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지역 역시 메르스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북의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순창의 한 마을은 105명의 주민 전원이 격리되는 불편을 겪었고, 집중관리되던 주민도 765명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두명의 환자가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정부의 조직과 기능을 관장하는 우리 부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비극이 일어난 여러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방역기관이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하였다는 점이었다. 1번 환자가 발생했을 때 격리해야할 대상을 밀접접촉자로만 판단해서 재난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이후 메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또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던 병원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다른 국가기관과 공유하는 타이밍을 놓친 것도 문제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어 국민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한-WHO 합동평가단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감염전파에 약한 대형병원 응급실, 다인구조 병원 입원실 등의 의료환경도 큰 원인 중 하나였다.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질병관리본부 차관급 격상, 신종감염병의 국내유입 차단, 즉각현장 대응 강화 등 다양한 해법을 포함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수립했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니, 메르스나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이 빠른 시간에 확산하는 감염병을 골든타임 내 즉각 대응하고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대응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감염병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가이드라인과 의사결정은 중앙부처가 하지만 결국 최전선에서 감염병 증상을 보이는 국민을 진단하고 격리·치료 등 현장조치는 모두 일선의 보건소나 보건환경연구원,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은 감염병 대처 상황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앞으로 제2의 메르스는 또 올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이름도 낯선 이 신종감염병들이다. 제2의 메르스에 물샐틈없이 대응하기 위해서 지방의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전략을 마련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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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9 23:02

전통문화 세계화 필요성과 방향

전통문화는 한 국가의 문화정체성과 문화경쟁력의 핵심에 위치하며,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의 격을 높이는 핵심 자원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국가브랜드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기업, 과학기술, 현대문화 등의 브랜드 경쟁력을 지녔지만, 전통문화의 브랜드 경쟁력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우리 사회는 일제의 문화 말살정책과 광복 이후에 밀려온 서구화의 물결,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공업화라는 격랑을 헤쳐 왔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의 단절을 경험하였다. 광복 이후 문화정책에서 전통문화의 복원이나 원형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전통문화 생활화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왜 전통문화를 생활화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문화를 과거의 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실상 전통문화는 과거의 문화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생명력을 지닌 문화다. 또한 전통이 미래라는 화두처럼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위한 문화자원이며, 소프트파워를 견인하는 동력이자 콘텐츠산업과 관광산업의 발전,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자국 문화의 세계화에 관심을 쏟는 많은 국가가 전통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반면,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가나 민족의 문화정체성을 형성하는 전통문화가 세계화될 수 있는가, 자국 전통문화를 다른 국가나 민족에 전파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한가라는 문제 제기와 관련된 시각이다.그러나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에서 밝히고 있듯이, 문화란 전파와 접변의 과정을 통해서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특성을 지니고, 우리의 전통문화도 우리만의 고유문화로서가 아니라 외래문화와 융합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전통문화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지니며, 따라서 전통문화 세계화에서는 고유성과 함께 인류 문화의 보편성을 함께 발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그렇다면,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과제가 남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통문화가 우리 삶과 괴리된다면, 전통문화의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호응을 얻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대중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진정한 세계화도 우리가 먼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전통문화를 향유할 때 가능해진다. 또한 그것은 전통문화의 산업화와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앞선 기고에서 전라북도가 한국 전통문화의 발신지이자 생활화와 재창조에 앞장선 곳임을 밝힌 바 있다. 전라북도는 일본의 가부키, 중국의 경극에 필적할 만한 창극과 같은 발전 가능성과 경쟁력을 지닌 많은 전통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전통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문화 상품화하여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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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22 23:02

전북의 미래

주말과 겹친 추석 연휴라 그런지 이번 추석은 여느 해 보다 빨리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기분이다. 모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평소 바쁜 일상 속에 자주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척과 지인들을 만나고 제사와 성묘를 지내고 정겹게 보냈던 추석 연휴의 기억이 오늘까지도 생생하다. 논에서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는 벼들은 금년에 대풍년을 예고하고 있어, 농민의 아들로써 마음까지 풍성하게 만든다. 그만큼 고향에서 보낸 시간은 소중한 안식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명절과 고향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이다. 매번 명절이면 우리나라의 수천만 국민들이 고향을 찾는다. 이번 추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이동을 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이 아무리 막히고 고되어도 모두들 고향을 향해 달려간다.고향은 그런 곳이다. 고향은 부모에게서 내가 태어나서 자라난 곳이다. 소중한 생명이 시작하는 곳이고,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곳이다. 고향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 두근거리고 설레는 단어이다.나의 고향 전북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감성적인 포근함과는 다르게 현실적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구와 생산력, 소득 등 모든 경제 지표는 하락세를 가리키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전북은 발전의 끝을 놓지 않고 반등의 기회가 보이는 듯 하다. 최근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무주 개최를 유치하는데 성공하였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태권도 종목에서 올림픽과 더불어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1973년부터 시작해 2년 마다 대회가 열리고 역사나 규모 면에선 실질적으로 올림픽을 능가한다. 무주가 개최하게 된 2017년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약 160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2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 전북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지난 7월 4일 독일 본에서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은 1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앞으로 각 지자체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구축된다면 상당한 사회,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그리고 해방 후 수 십 년 동안 국가와 농협도 농민도 실현시키지 못했던 소농 중심의 새로운 생산 유통 소비방식의 로컬푸드가 완주에서 전주를 배경으로 단 6년 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로컬푸드는 식생활 패턴이 변한 현재 꼭 필요한 사업이다. 이는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중요 사업으로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 지향적 사업으로서 우리 전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아닌가 한다.덧붙여 전북은 오랜 난항 끝에 완주정읍 일대에 조성될 예정인 전북연구개발특구 유치에 성공했다. 농생명융합산업과 첨단소재산업 등 전북의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산업구조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의 유치 또는 창업을 발생시키고 전북이 융복합산업의 허브로서 거듭나게 되리라 생각한다.사람들은 마음이 힘들어질 때나, 인생의 긴 여정이 끝날 때나, 추석때 성묘나 친지들을 만나 고향의 향기에 흠뻑 취할 때는 고향에 정착하려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진다. 현재 우리 전북은 젊은 인재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시기가 하루 빨리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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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15 23:02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

변화에는 속도가 필요하다. 유사 이래 인간살이가 언제 조용했던 적이 있었겠냐만, 요즘 들어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음은 변화의 속도를 제때 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서구 열강들이 300여 년에 걸쳐 진행한 산업혁명을 우리는 거의 30년 만에 이뤄냈다. 실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정보화 산업에 있어서는 오히려 선도하는 위치가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농업화, 산업화, 초정보화 마인드가 함께 뒤섞여 돌아가면서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한마디로 전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회로가 뒤엉켜 혼란스러운 것이다.게다가 전 국민을 하나로 꿰는 철학과 사상이 없이 온통 돈이 법이요 신이 되어버린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더더욱 시끄럽다.오케스트라가 청중들의 심금을 휘어잡을 수 있는 데는 지휘자가 수많은 악기들로부터 발현되는 독창적인 음들을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가 경영자는 나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도드라지는 엇박자들을 조화롭게 조율해 내는 것을 그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그런데 국가 경영자의 지휘능력이 부실하다. 국가 경영자를 보필하는 정부의 핵심 관료들은 과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앙지방정부 부채가 533조 2000억 원에 이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그뿐이면 말도 안한다. 공공부분 1127조 3000억, 가계 1085조 3000억, 기업 2332조 4000억, 소규모자영업자 236조 8000억, 총 4781조 8000억에 이른다.이를 총인구 5061만 7000명으로 나눌 때 국민 1인당 빚이 9500만 원에 달하니 기함할 일이다. 이러니 대한민국이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빛 좋은 개살구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실공화국에 살고 있음이니.통일은 대박이요, 통일 한국은 지구촌의 새 성장엔진이라는 구호야 얼마나 근사한가. 나라가 온통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는데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으며, 설사 통일이 된들 감당이나 하겠는가 말이다.먼저 내실부터 다질 때다. 내실의 첫 번째 과제는 정부, 국회, 사법부의 몸집 줄이기다. 국민들의 눈으로 봤을 때 쓸데없는 기구가 너무 많다. 스스로부터 내핍하라. 그러고서 국민들에게 호소하라. 허리띠 졸라매고 통일한국을 위한 새 설계를 해보자고. 그렇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이나 혁신에도 속도가 붙지 않을 것이며,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속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교를 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변화의 속도를 낼 때,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들은 25마일, 학교는 10마일, UN과 IMF 등 세계적인 관리 기구는 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이라고.인체도 다양한 환경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온갖 병에 시달리거나 사망에 이른다.그와 마찬가지로 국가도 변화의 속도를 놓치면 애써 이뤄놓은 모든 것이 모래성처럼 와해될 수도 있다.현대는 몸집이 큰 게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다. IT, ICT, IoT 산업의 속도를 보라. 우리는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화성(火星)도 480년 후면 인간의 땅으로 만들 수 있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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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8 23:02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필자의 고향은 전형적인 농촌의 시골 마을이다. 어렸을 적에는 70여 가구 이상이 살던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겨우 20여 가구만 살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세대주가 나보다도 2~3년 선배이니, 우리 고향 마을도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이번 추석 때는 우리 가족과 함께 고향 마을을 다녀왔다. 시골의 훈훈한 정감과 어르신들의 따뜻한 환대를 몸과 마음으로 마음껏 느끼고 왔다.그런데 불현듯 내가 이 마을에 언제까지 오려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는 많은 친척들이 함께 살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그와 함께 후손들도 도시로 하나 둘 떠나갔다. 이제 우리 친척들 중에는 나의 모친만이 고향 마을에 홀로 살고 계신다.모친도 몸이 매우 편찮은 상태여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가 또는 내 가족들이 이 마을에 자주 올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아직은 모친이 나와 나의 고향 마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친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우리 고향 마을과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향과 나를 이어주는 여러 연결고리를 만들어야겠다.이러한 연결고리는 중앙과 지방 사이에도 똑같이 필요하다. 특히나 중앙에서 배분하는 사업들이 지역발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우리 지역과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국가가 제한된 자원을 지역에 배분하는 큰 기준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지만, 세부적 집행은 많은 경우 공무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그래서 예로부터 공무원들에게는 공평하고 균형적인 시각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나 공직자들도 사람인지라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는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중앙에 많은 인맥과 고향의 유능한 인재를 진출시켜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 전라북도는 역사적으로 많은 인재가 중앙무대에 진출해 왔고 국가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의 인재들이 고향의 발전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으니 지역에서의 현안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고향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고향발전에 필요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중앙과 지역 간 활발한 인사교류가 필요한 것이다.인사교류는 비단 중앙과 지방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道)와 시군(市郡)간에도 활발한 인사교류가 이루어져, 이들 간에도 인적 연결고리가 두텁게 형성되어야 한다. 시군의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가 유출되는 것이 안타까울 수 있겠지만, 더 큰 시야에서 보면 활발한 인적교류가 더 큰 인재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시군발전에도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전북과 중앙부처 간, 그리고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가 비교적 활발해지고 있다.더구나 교류된 사람들이 중앙과 도의 주요 직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지역발전에 고무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지역과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고 중앙과 지방간, 도와 시군간에 끈끈한 연결고리를 위해 더욱더 활발한 인사교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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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1 23:02

전북 문화콘텐츠, 창조경제의 경쟁력

고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 국가들을 한(韓)이라고 불렀다. 이는 마한진한변한, 즉 삼한을 말하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이 중 마한은 오늘날 전라북도 지역을 터전으로 삼았다. 비옥한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한 쌀 문명의 핵심지역에 나라가 서고 문화예술이 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역사적 연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전라북도는 한국문화의 원형적 요소가 켜켜이 배어있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전라북도가 의기(義氣)의 고장, 풍류(風流)의 고장, 예술(藝術)의 고장으로 불려온 것도 한국전통문화의 맛과 멋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의 대표적 도시인 전주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고, 국립무형유산원과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자리 잡은 곳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만으로 전라북도가 이러한 영광을 누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통문화를 일상 속에서 생활화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데 앞장서는 노력이 결코 작지 않다. 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친환경소재 중, 한지를 활용한 한지사(韓紙絲, Hanji yarn)가 그 예다.한지사는 2004년, 익산에 있는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이 개발했으며, 현재 쌍용방적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를 재료로 만든 한지 청바지는 실용화에 성공한 뒤 뉴욕, 파리 등으로 진출해 해외 유수의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전통 한지에 창의적 발상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시킨 한지 청바지를 세계인에게 입히는 것이야말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이자 창조경제 아닌가.한옥을 활용한 관광명소인 전주한옥마을, 한복문화를 되살려 일상에서 놀이로 즐길 수 있게 한 한복놀이단, 전통음식을 현대인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개발한 테이크아웃 비빔밥 등, 전통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기 위한 전라북도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지역 간에 활용 가능한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이를 위한 연계가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전통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자원을 다양한 문화산업과 연계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에도 분발이 필요하다. 그러면 새로운 미래 도약의 두 날개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가 전라북도에서 날개를 펼치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소리창조클러스터가 그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소리축제의 고장에서 소리창조산업의 중심이 되겠다는 구상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한 전략이다. 이처럼 지역문화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 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제2, 제3의 전략을 찾는다면, 전통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ICT와 융합한 콘텐츠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문화융성계획과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쉼 없이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경쟁력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과 상상력은 문화에서 비롯된다. 고유한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역량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라북도야말로 창조경제발전의 기름진 터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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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24 23:02

추석과 이산가족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찜통 같은 더위도 어느덧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벼 이삭들과 함께 풍요의 축제 추석이 다가왔다.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대면하여 덕담을 나누고 바쁜 일상생활 속에 잠시 쉬어가며 재충전의 기회가 되는 추석이 더욱 기다려진다.예로부터 설날, 단오절과 함께 3대 명절중 하나로 꼽혀왔던 추석은 가을에 수확한 곡식과 과일로 기쁨을 나누고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가을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의미의 추석은 햇곡식과 햇과일을 비롯한 풍성한 먹거리가 있어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축제의 의미도 함께하고 있다.나 역시 이번 추석에 고향인 전주로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다녀올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따뜻해진다.하지만 우리 전북인들처럼 추석을 풍요롭고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산가족이 바로 그들이다.얼마 전 북한의 도발 행위에 이어 남북 간 825 합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이에 따라 최종 선정 인원 100명의 5배수에 달하는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이 선정되었고, 다음 달 최종 상봉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라고 한다.현재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6292명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이산가족들이 있지만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이 때문에 많은 이산가족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이산가족 상봉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상봉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정례화하여 고향과 부모, 형제를 잃은 실향민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사연은 분명 이 시대 이 민족의 최대 비극이 아닐 수 없다.현재 우리 전북에도 1000여명의 실향민이 살고 있다. 점점 고령화 되어 늘어가는 그들의 주름만큼 마음속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결코 단발성 이벤트에 그쳐서 안 될 이유이다또한 만약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국토와 인구는 거의 2배 규모로 증가될 것이며 북한의 풍부한 인력과 광물자원을 이용하여, 통일 후 40년 이내에 국내 GDP규모가 선진국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전북인들도 전북 발전을 위해 이에 대한 대비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민족의 명절인 추석 귀향길로 미어지는 교통체증과 달리 이산가족들은 임진각이나 통일 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며 애타는 마음을 금치 못한다.추석에 떠오르는 대보름달처럼 이산가족에게 더 풍성하고 풍요로운 시간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우리 전북인들과 함께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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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7 23:02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죽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멈추는 순간 정체되거나 쇠락하게 되므로 변화의 때를 알아 잘 변화해야 존속할 수 있다. 유사 이래 왕조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도 쇠망의 길을 갔던 건 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변화의 과정을 변증법을 통해 설명한다. 하나의 논제(정)가 성숙하면 반대의 논제(반)가 나타나 대립하는데, 이 둘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논제(합)로 이행해 간다는 것이다.이른바 정(正) 반(反) 합(合)의 이론이다. 하나의 관념이나 사상이 형성되어 성장하는 단계가 정이고, 점차 성숙해지면서 모순을 드러내는 단계가 반이며, 정과 반이 서로 갈등을 빚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이행되는 것을 합이라 한다.이러한 변화의 이론을 동양철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역에서 언급하고 있는 궁(窮) 변(變) 통(通) 구(久)!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고(變則通), 통하면 오래간다(通則久)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궁(窮)은 궁극(窮極)을 의미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최고점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세상 만물은 궁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화를 맞게 된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게 세상 이치 아니던가.때문에 변화할 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통(通)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久)는 얘기다. 그러한 이치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나 기업은 살아남지만, 변화의 때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만에 빠져 외면해 버리는 경우엔 불행한 역사를 남기게 된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소니, 핀란드의 노키아 등도 변화의 흐름을 놓쳐 옛날의 영광을 잃었다.최근 롯데의 사태도 기실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신격호 총회장이 변화의 때를 알고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그리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업 공개와 후계가 정해졌다면 그런 추태는 연출되지는 않았을 터이다.나아가 남북한이 극한대립을 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김정은과 그 참모들이 변화의 때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데 있다. 세계는 하이터치 시대를 질주해 가고 있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아직도 왕조나 다름없는 체제 유지에 급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압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세상에 끝나지 않는 무대가 없는 법이거늘, 변화를 거부한 채 철저하게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그들의 종말은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대한민국 역시 안도할 입장은 아니다.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2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뤘다지만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미국, 일본, 중국 등이 벌이는 패권주의 틈바구니에서 언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남북한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결 국면에 있음에랴.대한민국은 갖고 있는 자원과 여건을 고려하면 이미 성장의 최고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뱀도 허물을 벗어야 새 생명을 이어가듯, 우리는 변화의 때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자성과 각성이 필요한 시기다.인성을 회복하는 국민 자정운동이라도 일어나야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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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0 23:02

전주 한옥마을이 정부3.0과 만날 때

작년 한해를 전주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지, 가끔 필자에게 전주 관광코스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주저 없이 전주 한옥마을을 우선으로 추천하곤 한다.검은 기왓장의 팔작지붕,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기둥들, 한지를 오려다 붙인 것 같은 네모난 하얀색 벽, 군침 돌게 하는 형형색색의 주전부리들 언제 들러도 편안하고 고즈넉한 마음속의 고향이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곳에 살던 시절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으나, 서울에서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이제는 가고 싶어도 자주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 전주 한옥마을에도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최근 지역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 요즘처럼 항상 관광객이 붐비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자주 개최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뾰족한 관광 정책을 내 놓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때에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생성 주기는 짧으나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이미 기업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비용 절감, 신산업 개발,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공공분야에서도 서비스 개선과 품질 향상을 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관광 분야에 있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행정자치부는 공공 빅데이터 분석 공모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올해는 전라북도가 응모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 과제가 최종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다.즉,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의 성별연령특성출신지는 물론,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국가에서 온 방문객이 소비를 많이 하는지? 등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광객 맞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예를 들어, 관광객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늘릴 수 있고, 노인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옛 거리 탐방 코스 등을 제시할 수 있다.또, 단순한 분석과 서비스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최첨단 ICT 기술인 비콘(Beacon)이 150여 개 설치된다. 비콘이란, 저전력 블루투스를 이용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로 만약 내가 전동성당을 구경한 후 경기전으로 이동 할 때, 비콘이 설치된 지역을 통과하면 나의 스마트폰에 전동성당과 관련된 사이트, 소개 동영상 등이 자동으로 보이게 된다. 또한, 근처 유료 관광지 입장료 할인 쿠폰, 맛집 정보, 핫플레이스 가게 등을 스마트폰에 보여주기도 한다.이 놀라운 시너지 효과는 정부 3.0의 핵심요소인 공공데이터와 전통 관광산업이 만나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ICT가 가미된 후의 전주 한옥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 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 슬로시티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관광산업 개발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정부 3.0과 어우러지는 전주 한옥마을이 나는 오늘도 그립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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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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