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이 정부3.0과 만날 때
작년 한해를 전주에서 살다가 와서 그런지, 가끔 필자에게 전주 관광코스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주저 없이 전주 한옥마을을 우선으로 추천하곤 한다.검은 기왓장의 팔작지붕, 나무 향이 날 것 같은 기둥들, 한지를 오려다 붙인 것 같은 네모난 하얀색 벽, 군침 돌게 하는 형형색색의 주전부리들 언제 들러도 편안하고 고즈넉한 마음속의 고향이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곳에 살던 시절에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으나, 서울에서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이제는 가고 싶어도 자주 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하지만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 전주 한옥마을에도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최근 지역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 요즘처럼 항상 관광객이 붐비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나 세미나가 자주 개최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뾰족한 관광 정책을 내 놓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때에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다.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생성 주기는 짧으나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이미 기업들은 이러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비용 절감, 신산업 개발,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공공분야에서도 서비스 개선과 품질 향상을 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관광 분야에 있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행정자치부는 공공 빅데이터 분석 공모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올해는 전라북도가 응모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 과제가 최종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다.즉,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의 성별연령특성출신지는 물론,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향하는지? 어느 국가에서 온 방문객이 소비를 많이 하는지? 등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광객 맞춤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예를 들어, 관광객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늘릴 수 있고, 노인 관광객이 많은 달에는 옛 거리 탐방 코스 등을 제시할 수 있다.또, 단순한 분석과 서비스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최첨단 ICT 기술인 비콘(Beacon)이 150여 개 설치된다. 비콘이란, 저전력 블루투스를 이용한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 통신 기술로 만약 내가 전동성당을 구경한 후 경기전으로 이동 할 때, 비콘이 설치된 지역을 통과하면 나의 스마트폰에 전동성당과 관련된 사이트, 소개 동영상 등이 자동으로 보이게 된다. 또한, 근처 유료 관광지 입장료 할인 쿠폰, 맛집 정보, 핫플레이스 가게 등을 스마트폰에 보여주기도 한다.이 놀라운 시너지 효과는 정부 3.0의 핵심요소인 공공데이터와 전통 관광산업이 만나 어우러진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ICT가 가미된 후의 전주 한옥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궁금해 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제 슬로시티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관광산업 개발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정부 3.0과 어우러지는 전주 한옥마을이 나는 오늘도 그립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