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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팍한 전주·완주 상생협력

지난 2013년 6월 무산된 전주·완주 통합 추진 후유증이 3년 만에 다시 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가 완주군과의 통합 추진을 위해 그동안 완주군민들에게 각종 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해 온 관련 조례들을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완주군의회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 3월에 전주월드컵골프장의 완주군민 할인 혜택을 없앤데 이어 오는 24일 열리는 본회의에 전주승화원 이용요금 감면과 6개 노인복지센터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미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으로 추진했던 전주 효자동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주시의회의 요구로 완주군에서 인근에 새로 직매장을 지어서 이전했다. 전주·완주 시내버스단일요금제도 통합무산 직후 폐지됐다가 완주군민의 반발로 완주군과 전주시와의 예산분담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다시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전주·완주 통합을 위해 추진했던 11개 상생협력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거나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논리적으로 보면 전주시의회의 주장이 맞다.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마당에 전주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시설들을 완주군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의회가 이것만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들이 폐기되는 순간 다시는 전주·완주 통합을 거론해선 안된다. 사실 지난 2013년 전주시의회에서 전주·완주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할 때에도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통합 성사를 위한 사탕발림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전주·완주 통합을 전주시의회에서 먼저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2년 9월 2일 전주시의회 제88회 임시회에서 전주직할시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전주·완주 통합을 처음 거론했다. 이후 1997년 11월 24일 전주시의회에서 통합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의견이 전주시민 83.1%, 완주군민 66.1%로 나왔다. 그러나 1998년 1월 완주군의회가 전주·완주 통합 반대를 결의하면서 무산됐다. 그 후 2009년 9월과 2012년 4월 전주·완주 통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2차례에 걸쳐 주민여론조사와 완주군민 사전투표를 실시했지만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전주·완주 통합을 먼저 제안하고 스스로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했던 전주시의회가 이제 와서 관련 조례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발상은 완주군 흔들기에 불과하다. 통합 추진의 진정성을 갖추려면 상생협력을 통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이 4차례 만에 성사된 사례를 전주시의회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15 23:02

전주정신 '꽃심'

수천 년 역사를 거치며 만고풍상을 겪은 도시를 두고 대표 단어로 나타내려 한다면 언어도단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정체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현실적으로 상징적인 브랜드가 필요하다. 도시별 랜드마크를 만들거나 슬로건 등을 만드는 것은 보편적 추세다. 전주시 브랜드 슬로건은 2009년 정한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영문 ‘Asiart Jeonju’)다.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도시’등 여러 별칭을 붙여 전주를 상징화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전주시가 이번에는 전주정신으로 ‘한국의 꽃심’을 치켜들었다. 각 분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전주정신정립위원회를 꾸린 뒤 1년 여 논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으로 결정한 단어가 바로 ‘꽃심’이다. ‘꽃심’에는 대동과 풍류, 올곧음, 창신 등 4개 정신을 담고 있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삶의 여유와 멋을 잃지 않고, 사람의 도리와 의로움을 추구하며, 창의적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이 담겼단다. 전주의 역사성과 고유성, 미래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는 전주정신의 ‘꽃심’은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에 가깝다. 일반에게 생소한 ‘꽃심’이 보통명사처럼 전주의 정신으로 받들어진 데는 최명희 선생(1947~1998)의 소설 <혼불>이 바탕이 됐다.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최명희의 <혼불> 중에서)“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렇게 수난이 많지요? 아름다워서 수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처럼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수난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힘이 있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있지요. 그 힘을 나는 ‘꽃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 땅 전라도는 바로 그 꽃심이 있는 생명의 땅이에요.” 최명희 선생이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 호암상 수상강연을 통해 밝힌 ‘꽃심’에 대한 생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렇게 숭고한 ‘꽃심’이 전주정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오히려 그 정신에 못미칠까 걱정이다. 전주정신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명실공히 시민의 삶에 스며들도록 꽃심을 내야지 않겠는가.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14 23:02

김완주 전 지사의 입

새만금사업이 정권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어 지금껏 성과를 못 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김대중 총재와 정치적 담판을 통해 착공은 했으나 25년이 지나는 동안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정권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인 이 사업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6개 정권이 추진했지만 아직도 개발은 물론 기업유치가 별로다. 대통령은 임기 5년동안 치적을 쌓기 위해 청사진을 마련, 주로 공약사업 추진에 매진한다. 대표적인 것이 MB때 4대강사업이고 YS나 DJ도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준 고향 숙원사업 추진하기에 바빴다. 관선 시절 강상원 이강년 조남조 지사 때부터 추진해왔던 이 사업이 민선지사로 넘어오면서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지사가 마치 새만금교 교주인양 신주단지처럼 모셨다.유종근 김완주 전지사 때 그렇게 많이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는 한낱 휴지조각이 됐다. 96년 유 전지사가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를 유치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결국 말레이시아에 세워졌다. 가장 황당무계한 것은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2011년 4월 27일 정부 종합청사에서 MOU를 체결한 것이다. 지금 보면 정권이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것이다. MB정권이 LH를 경남 진주로 일괄 배치키로 정하고서 벌인 일종의 정치 사기극이다. 이 쇼의 주연은 MB고 조연은 김완주 전 지사를 비롯 임채민국무총리실장,김순택 삼성 전략미래실장,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이다. A4용지 2장 분량의 MOU에는 삼성이 2021~2040년까지 3단계로 나눠 23조를 투입,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화를 추진키로 했었다. 일자리가 무려 5만개나 만들어진다고 허풍을 떨었다.당시 전주 완산을 장세환 국회의원은 삼성이 투자협약 양해각서에서 ‘새만금 용지에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노력한다’고만 했다면서 ‘삼성의 투자 노력이 정부 발표 과정에서 투자 계획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나 다름 없는 권력구조 하에서 정권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도 당시 성난 전북 민심을 달래려고 위무책으로 새만금 삼성 투자 카드를 꺼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1등 위주로 구조조정하고 이미 평택에 15조원을 투자키로 한 상황에서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 당시 주역들 모두가 물러났다. 김 전지사는 MOU체결 때 파악했던 모든 사항을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듯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 삭발투쟁까지 했던 김 전지사가 삼성이 투자할 줄 알고 서명했는지 아니면 정부 들러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힘에 부쳐 서명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김 지사가 알고 했으면 더 문제고 모르고 했어도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김 전지사가 진실을 공개하는 게 전임지사로 해야 할 일이고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6.13 23:02

생산과 수요의 균형

복분자가 남아돈다는 보도가 있다.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작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복분자 재고 물량이 쌓여 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6월 복분자 수확철이 바로 코앞이니 농가나 기관의 근심이 깊을 것 같다. 전북은 ‘복분자의 고장’인 고창을 비롯해 인근의 정읍과 순창에도 생산농가가 많다. 자치단체가 밝힌 자료를 보니 이들 지역 모두 엄청난 양의 재고 물량이 농협의 저온창고에 쌓여있다.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복분자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생산에 나선 이유가 가장 클 터다. 수요를 넘어선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넘쳐나는 시대, 눈길을 끄는 사례가 있다. 일본 오이타현 벳푸의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 이야기다.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장인들이 만드는 이곳의 도자기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인기가 높으면 수요 또한 높을 터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 생산양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이 마을의 장인들은 수요의 한계와 변화를 고려해 마을 단위의 도자기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장인이 여럿 있는 마을이라 하더라도 수요가 한정되어 있으니 서로 욕심을 내어 생산을 늘려 경쟁을 하다보면 재고가 쌓이고, 그렇다보면 빚이 늘어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역량까지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선택하기까지는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었다. 도자기 생산으로 얻는 수입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당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들은 ‘반농반도 ‘(半農半陶)’의 가치를 선택했다. ’반농반도 ‘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도자기를 함께 굽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필요한 도자기 수요를 미리 측정해 그것보다 상회하는 생산능력을 다른 부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농사를 짓고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 노동력과 역량을 나누어 쓰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 마을 사람들의 고유한 삶이 되었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얻은 가치와 지혜를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도자기에 응용했다. 식기를 비롯한 일상에서 쓰이는 그릇들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면서 이 마을의 도자기는 더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수요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생산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지혜가 가져온 결실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10 23:02

삼성 삼고초려

천하통일을 꿈꾸는 야망가들이 세력을 키워가던 중국 후한 말기, 삼국지 속 유비는 관우·장비와 ‘도원결의’를 맺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선 맹장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병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군사(軍師)가 절실했다. 제갈량의 존재를 알게 된 유비는 관우·장비와 함께 제갈량의 초가집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몇 일 후 다시 찾았지만 역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찾아가 만난 제갈량을 군사로 얻을 수 있었다. 제갈량은 유비의 인물됨을 시험했고, 그의 열정에 끝내 감동해 유비를 따라 나섰다. 비록 유비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진 못했지만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재를 향해 삼고초려했기에 촉한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요즘 전라북도를 보면 유비의 삼고초려하는 인내심과 절실함이 아쉽다. 예로부터 삼성그룹의 전북에 대한 투자는 전무할 만큼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삼성의 기업가치를 따져볼 때 전북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지난해 평택에 15조원을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을 때 전북은 허탈했고, 배도 아팠다. 5년 전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며 국무조정실장, 전북도지사와 함께 MOU를 체결했던 삼성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삼성이 얼마전엔 전북도를 방문, 5년 전 MOU를 지킬 수 없을 것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전북 민심은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삼성 제품 불매운동’ 소리가 나올만큼 매우 불편하다. 정부와 삼성이 전북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높다. 제갈량은 유비를 처음엔 외면하고 침묵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도 안했다. 유비의 진심, 절실함을 보고 결정했다. 삼성의 새만금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투자 가능성은 약해 보이지만 공식적인 투자 철회는 하지 않았다. 전북은 삼성 투자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삼성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MOU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각서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선 공수표나 다름없다. 전북이 먼저 삼성투자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삼성이 만천하에 약속한 ‘삼성의 새만금투자’를 계속 유효한 카드로 남겨야 한다. 삼고초려 심정으로 삼성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09 23:02

어젠다 2050

국회 연구단체로 등록한 어젠다 2050이 주목을 받고 있다. 초당적 입법 연구모임이라고 하지만 여야를 망라한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참여함에 따라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김세연이학재박인숙오신환주광덕 의원 등 5명,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조정식이철희 의원 등 3명, 국민의당에서 김성식김관영오세정 의원 등 3명,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총 12명이 창립멤버다. 이들은 이르면 이달 내 창립총회를 열고 고용교육복지조세행정 등 5대 분야별 주제 등을 정한 뒤 9월 정기국회 때부터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어젠다 2050은 2050년 미래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사회통합적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결성한 국회 연구모임이다. 모임 명칭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003년 노동개혁안 등을 담아 발표한 어젠다 2010에서 착안했다 한다. 당시 슈뢰더 총리는 통일 비용 후유증과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상황에서 2010년 이후의 독일을 얘기하며 국가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사실 국회의 초당적인 연구 모임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75개나 있었다. 국회 두 개 교섭단체 소속 10명 이상 의원이 참여하면 연구활동비도 지원받는다. 19대 국회에서는 75개 연구단체에 48억원 가까이 지원했다.하지만 어젠다 2050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참여 인사들이 여야 정책브레인들일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하다 돌아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고 연구모임을 주도하는 김세연 의원은 경제민주화추진단 총괄간사를 지냈다.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선거대책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역임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2011년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활동했었다.때문에 어젠다 2050 발족과 관련, 다양한 해석과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모두 정책통으로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인사들이라 박 대통령의 경제 실정과 대안 제시가 주요 연구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계개편과 맞물려 중도보수의 새판짜기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에서는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나 킹메이커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차기 대권구도와 연관 짓는 사람들도 있다. 참여 인사들은 의원들의 단순한 정책연구 모임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20대 국회출범과 함께 미래형 정치 어젠다를 제시하고 나서 새로운 협치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08 23:02

최치원 공원

벨기에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보통 수도 브뤼셀 중심의 그랑플라스(대광장)로 안내된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극찬했던 곳이라고 했다지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한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특별한 유형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랑플라스에는 `나홀로` 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이 1년 내내 붐빈다. 그 비결은 사소한 것에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벨기에인들의 관광산업화에 대한 노력의 결실이지 싶다. 대광장 크기가 동서 110m, 남북 70m 규모를 고려하면 그랑플라스라는 명칭 자체부터가 어울리지 않다. 물론, 96m의 첨탑이 높이 솟은 시청사를 중심으로 왕의 집, 길드 하우스 등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유럽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17세기 후반 프랑스의 침입으로 과거 건물이 대부분 파괴돼 다른 유럽지역과 비교할 때 오래된 건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했다. 초라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이 두 사람이 토론을 했다는 음식점,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 등이 그랑플라스의 자랑거리다. 그랑플라스의 약 60㎝의 작은 청동상인 ‘오줌누는 소년’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세계적 관광상품이 됐다. 1960년대 우리의 한복도 이 동상에 입혀져 화제가 됐다.군산지역 한 사회단체가 내초도 공원의 명칭을 최치원 탄생공원으로 개명해야 한다는 세미나를 마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만금에 ‘최치원’이라는 문화콘텐츠를 입혀 관광자원화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신라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과 군산에 얽힌 이야기는 설화로만 전해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실증하기는 힘들다. 고운의 아버지가 옥구에서 살 때 고운이 태어난 것이며, 정읍 태인 태수를 역임했다는 설화들을 토대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고운이 중국 당나라에서 벼슬하며 황소(黃巢)를 치기 위해 지었다는 토황소격문은 중국 요우커들에게 관심을 끌 법하다. 장자도 무녀도 신시도에 고운 관련 다양한 조형물을 만들고 고운에 관한 설화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경우, 최연성 군산대 교수의 주장처럼 무미건조한 자연공원이 새로운 역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벨기에의 그랑플라스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 관광명소의 하나가 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07 23:02

협업의 조건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한국공예 트렌드페어의 주제는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이었다.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공예의 변신은 흥미로웠다. 그 중 주목받는 코너가 있었다. 전통공예를 마을단위로 계승하고 발전시켜가는 일본 몇몇 도시들의 ‘자생적 공방’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였다. 지역성과 공예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의 모델은 그 자체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부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전통공예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의 자생력과 장인들과 디자이너의 협업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전통공예, 지역공예는 힘을 잃은 지 오래다. 분야에 따라서는 전통의 맥이 단절되어 그것의 부활을 기대하는 일조차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역공예를 살리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지역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의 협업이다. 디자이너와 지역 장인의 협업은 장점이 많다. 지역 장인들은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오리지널리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발휘한다. 그러나 장인들은 동시대의 감각을 반영하는데 서투르다. 숙련된 감각은 있으나 감각이 부족한 장인들과 시대를 읽는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은 우성 결합의 결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폐단이다. 전통공예의 협업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다. 재능의 결합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의 결합이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장인들이 앞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청소를 하고 치워주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디자인을 주고 제작에만 장인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 장인의 존재는 미약해지고 애초의 목표인 공예 대중화도 길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공예의 재발견’을 기획했던 한국전통문화대학 최공호 교수도 ‘이런 협업이라면 허위적인 예술가 의식을 좇아가는 통로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화두가 된 시대에서 전통공예가 갈 길은 험난하다.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다해도 수공예적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는 전통공예의 산업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통공예로 지역을 성장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 정점에는 ‘협업’의 미덕이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힘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협업의 성공이 서로 다른 영역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바탕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03 23:02

바둑 블루칩 백산중

강원도에서 엊그제 폐막한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전북선수단은 금메달 21개 등 81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 11위의 성적을 거뒀다. 작년보다 2계단 올랐다. 유도와 바둑, 요트, 양궁 등에서 선전해 거둔 값진 성과다. 특히 유도에서 무려 12개(금 6, 동 6)의 메달이 쏟아지면서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렸다. 체전 총평에서 매번 나오는 지적이지만, 10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선수층을 보완하고,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 지원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이번 소년체전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단연 12개의 메달을 확보한 유도다. 또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바둑 단체전에서 초대 챔프에 오른 후 이번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한 부안 백산중학교 바둑팀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승4패를 거두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어 모은 스포츠가 바로 바둑 아닌가.백산중 바둑팀은 창단 역사가 일천하지만 최근 좋은 성적을 내놓고 있는 떠오르는 블루칩이다. 바둑 육성에 나선 백산중학교는 바둑부 공식 창단식도 갖지 않았을 만큼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백산중 바둑팀은 지난해 제주도 소년체전에 전국 유일의 단일팀(타시도는 연합팀 구성)으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4개의 금메달이 걸린 바둑에서 서울이 3개를 가져가고, 변두리 농촌학교인 백산중이 1개를 획득한 것이다. 덕분에 백산중학교 바둑부 공식 창단식이 2015년 9월16일 열렸다. (사)대한바둑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바둑부 창단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김종규 부안군수, 이한홍 부안교육장이 참석해 격려했다. 9명의 남녀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선전을 다짐했다. 그리고 바둑부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백산중 바둑은 2년 전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한국기원의 첫 지역영재 프로기사 입단대회에서 김영도군(당시 2년)이 대구 선수를 199수만에 불계승으로 제압하며 지역영재 프로기사 입단 1호 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난해 입단대회에서는 백산중 선수 4명이 8강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김민규군(당시 1년)이 같은 학교 선배를 꺾고 프로기사 입단에 성공했다. 내년 체전 3연패가 기대된다. 부안은 조남철 국수의 고향이다. 그 부안의 백산중이 신흥 바둑 명문으로 급부상했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02 23:02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

제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야권의 분화로 전북 정치권의 주도세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전면 교체된 가운데 새로운 국회가 열렸다. 도내 국회의원 수는 10명으로 19대 때보다 1석이 줄어들었지만 초선 의원이 7명에 달했던 19대 때와는 달리 4선 2명, 3선 2명, 재선 1명 등 중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중량감을 더했다. 정당별 의석도 그동안 민주당 일색에서 국민의당 7명, 더불어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 등 여야가 고루 포진해 정치적 시너지가 기대된다.여기에 전북출신 출향인사 25명이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인 맨파워도 구축하게 됐다. 특히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당직 뿐만 아니라 국회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안출신 정세균 의원과 익산출신 이석현 의원이 국회의장 물망에 오르고 있고 익산을 조배숙 의원이 국회 부의장에, 정읍고창 유성엽 의원과 익산갑 이춘석 의원 정읍출신 김현미 의원 등이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이처럼 전북 정치의 중흥기를 맞게 된 것은 180만 도민들과 500만 출향 전북인들이 똘똘 뭉친 결과다. 그동안 1당 독주의 폐단을 막고 정치권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전북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또 지역현안과 이슈에 대해선 옹골찬 목소리를 내면서 당당히 전북 몫을 챙기라는 명령이기도 하다.그 첫 사례로 전북도 현안 법안이었던 탄소소재 융복합기술개발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의미가 있다. 비록 19대 국회 임기 말이었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과 새누리당 당선자가 서로 공조를 통해 일궈 낸 협치의 성과물이다. 하지만 3당이 서로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전북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성급한 내 공(功)다툼은 조급증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에 따른 대응책을 비롯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수서발 KTX전라선 증편 등 전북 정치권이 풀어야할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전북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과 희망도 만들어가야 한다.이제 20대 국회가 새롭게 개막됐다. 지난 4.13 총선을 통해 뽑힌 도내 10명의 선량(選良)들은 유권자들의 준엄한 뜻을 저마다 뼈에 새겼을 것이다. 4년 임기동안 그 마음과 다짐으로 오직 도민만 바라보고 전북을 위해 헌신하는 선량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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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6.01 23:02

교복과 명찰

얼마 전 고교 동창회 밴드에서 졸업기념 모임 관련 이벤트를 공모했다. 그 중 교복을 입고 고교 때 수학여행지를 다시 한 번 가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의 교복을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나이든 사람들이 교복을 입고 나들이에 나선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마는 30여년 전의 모습을 상상한 것만으로 즐거웠다. 몇 년 전 전주지역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어떤 분은 교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당선에 교복 효과가 있었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자체로 유권자들의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게 교복은 나이든 어른들에게 향수며 추억이다.1980년대 초의 학교 민주화는 교복과 두발 자유화가 화두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운동 바람을 타고 중고교마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김옥길 문교부 장관이 1980년 1월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는 지침이 나왔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2년 1월 문교부가 발표한 교복자율화 조치에 따라 신학기부터 시범 실시된 후 다음해 신입생부터 중고교 자유복 등교가 전면 시행됐다.민주화운동 속에 탄생한 교복자율화 조치 이후 여학생들이 바지만 즐겨 입는다 해서 치마입는 날을 정하는 등의 웃지못할 일들이 뒤따랐다. 학생 일탈이 많아졌다는 등의 뉴스로 교복자율화 논란이 계속됐다. 이에 2년여만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거나 자유복을 입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내놓으며 대부분 학교들이 다시 교복으로 돌아갔다.그런 와중에도 교복에 붙인 명찰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던 것 같다. 교복에는 으레 사각모형의 명찰이 붙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다. 전북교육청이 교복에 명찰을 고정식으로 붙이는 관행이 학생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일선 학교에 이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보호와 기본적 인권보장을 근거로 고정식 명찰 부착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 사항이다. 전북지역 중고교의 39%가 이미 명찰 붙이기 자체를 없앴는 데도 학생과 명찰을 떼어놓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학생인권 성장의 상징이라면 기성세대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게 무슨 대수겠나.교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중년 세대들이 교복을 그리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교복의 명찰을 그리워하는 세대가 나올지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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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05.31 23:02

새 깃발

413 총선이 절묘했다. 황금분할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당 독주체제에 취해 있던 더민주당을 따끔하게 혼 내줬다. 그간 20년간이나 지역 정서의 높은 벽에 가려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던 새누리에 기회를 안겼다. 도민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모처럼만에 선택을 잘했다. 혼낼 것은 따끔하게 혼내주고 열심히 하겠다는 새누리당 한테는 기회를 잘줬다. 도민들은 국민의당이 썩 마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민주당의 대안이라는 믿음으로 7석을 주었다. 7대 2대 1. 의미 심장한 비율이다. 국민의당에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더민주당 한테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새누리당 한테는 열심히 잘하면 더 밀어주겠다는 신호를 보냈다.전북은 지역발전을 가져올 물실호기(勿失好機)를 맞았다. 19대까지만 해도 더민주당이 단독으로 지역을 이끌다 보니까 자만심에 빠져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많은 부분에서 전북 몫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는 3각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서로가 지역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 나갈 것이다. 도 당국도 예전에는 의지할 곳이 더민주당 한곳이었지만 지금부터는 국민의당 새누리당까지 3곳이나 있어 송하진 도지사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적극적으로 국가예산이나 현안문제를 챙길 전망이어서 더 힘을 얻을 것이다. 송지사도 당적이 더민주당이지만 도정을 3각 협치(協治)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선거를 통해 전북 발전의 전기는 일단 마련됐으나 아직도 지역내 리더 그룹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게 문제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기득권 세력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내려 놓을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내려 놓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잘돼 지역이 발전한다. 그간 지역사회가 특정단체와 집단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동력이 떨어져 축 처진 느낌을 받아왔다. 농업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대외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점이 악재였다. 나이가 벼슬이란 말이 있지만 60살 넘어도 물당번도 제대로 못하는 사회라면 문제가 있는 것. 고령사회로 갈수록 지역내 리더그룹의 나이가 많아진다. 80세가 넘어도 405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정열을 가진 분이 있는 반면 젊은이들이 오히려 나이 드신 어른들 흉내나 내는 사람도 있다.어른들은 젊은피가 대거 수혈되도록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계모임 마냥 진입장벽을 높게 쳐서 끼리끼리 해 먹으려고 한다는 인상을 풍겨선 곤란하다. 지금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인 만큼 어른들은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층을 밀어줘 젊은층이 에너지를 역동적으로 분출토록 해야 한다.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됐기 때문에 노 장 청이 조화를 이루도록 그에 걸맞는 내적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젠 낡은 깃발은 내리고 새로운 깃발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애향(愛鄕)도 잘된다.백성일 상무이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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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5.30 23:02

계남 정미소의 부활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계남마을의 오래된 정미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2006년 봄이었다. 농촌의 정미소들이 그렇듯이 계남정미소 역시 제 기능을 포기하고 문을 닫은 지 1년. 2004년부터 전국에 있는 정미소를 찾아다니며 5백여 곳을 기록으로 담은 사진작가 김지연 관장의 열정이 이곳에 닿았다. 오래된 정미소의 외형은 남루했으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라 이름 붙인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화려(?)했다.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을 도심도 아닌 농촌의 외진 곳에서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때로는 사적인 기억이 때로는 공적인 기억이 기획전시를 통해 교차되며 관객들을 만났다. 오래된 공간의 새로운 변신은 전국적으로도 주목을 받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했던 김관장은 전주에서 마령을 오가며 꼭 여섯해동안 공동체 박물관을 지키고 일으켰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김 관장 혼자 감당해야하는 고단함이 쌓이면서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다. 다양한 통로를 모색하고, 개인적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사립박물관 등록을 추진했지만 공간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박물관 시설과 기능에 맞추어야하는 현실적 벽은 너무 높았다. 운영과 관리, 기획과 자료수집, 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중되는 부담. 2012년 9월, 결국 계남정미소는 빗장을 걸었다. 잠정적 휴관을 내세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김관장은 우연한 기회에 전주 서학동에 사진 전문 갤러리를 새롭게 열었다. 역시 혼자의 힘으로 이어가는 고단한 작업이었지만, 사진가와 예술인들이 김관장의 외로운 투쟁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역시 김관장의 무거운 짐은 휴관상태로 놓여있는 계남정미소였다.지난 21일, 반가운 메일이 왔다. 2012년 9월30일 잠정적인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의 재개관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가 신진작가들의 꿈을 깨워 벌인 일이란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김관장의 바람이 닿은 셈이다.솔직히 저는 고맙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일시적인 행사는 아닐까, 혹은 계남정미소라는 정체성에 맞는 일일까. 그러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하는 나의 생각을 한 번에 날리는 젊은 기백과 열정이 꽃피울 것으로 기대합니다.계남정미소의 부활이 반갑다. 이제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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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5.27 23:02

성추행 사건

옛날 다방 풍경. 말쑥한 옷차림에 나이 지긋한 신사나, 동네 주먹이나 제비같은 치 등이 여종업원을 향해 음담패설을 하며 수작 걸거나, 급기야 손바닥으로 여성의 엉덩이 등 신체부위를 치거나 쓰다듬는다. 커피를 한 잔이라도 팔아야 하는 여종업원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치며 웃어넘긴다. 이런 풍경은 술집, 공장, 사무실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여성은 을이고, 성적 노리개 대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었다. 상당한 남성들의 머릿속에 그런 인식이 팽배한 탓에 여성이 있든 없든 남성들의 음담패설은 자리를 부드럽게 하는 기름칠로 치부되기도 했다.사회적 약자 여성들은 불특정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그저 입술 질끈 깨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손가락질이 두려워, 너무 치욕스러워, 부끄러워 차라리 감추고 사는 것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백 번 낫다고 여겼다.그런 과거 사회의 경향은 피해 여성들의 고통을 양산했고, 뜻있는 인권운동가, 지식인 등을 분노케 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했는데 동등한 양성 중 하나인 여성이 언제까지 남성의 추근댐, 추행, 폭력을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인가. 그런 사회 분위기가 성숙하면서 결국 1994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간치사상, 강간살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등 성폭력과 관련된 처벌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이후 처벌법의 변화가 있었다. 2011년부터 기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여성가족부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법무부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분할, 시행되었다. 더불어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방지법을 한층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제정되는 등 각종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장치들이 강화되어 왔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정보 공개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전북에서 터진 김부남 사건, 대명동 화재사건 등도 크게 작용했다.이를 비웃기나 하듯 박희태 등 정치인들은 물론, 교수와 공무원, 군장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다. 이번에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의 카페 여종업원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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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5.26 23:02

새로운 실험 '다울마당'

어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전주시 시민원탁회의가 열렸다. 무려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개발 방향과 관련 논란을 빚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시민원탁회의 준비 단계부터 10명의 시민기획단을 꾸려서 기획하고 공모를 통해 500여명에 달하는 참여 시민을 모집했다. 전주시는 이날 제안된 다양한 시민의견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주종합경기장의 활용방안을 도출해 나갈 방침이다.이 같은 전주시의 대규모 시민참여 토론과 시민회의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실험으로 눈길을 끈다. 다울마당은 김승수 전주시장이 민선6기 체제에 들어서 더 시민 속으로, 더 서민 곁으로 다가가 시민주권을 세우겠다는 의지로 도입한 민관협치 모델이다.다함께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는 마당을 뜻하는 다울마당은 전주시의 주요 현안이나 정책을 세우고 결정할 때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제도화한 것이다. 그동안 전주시는 전주천 소풍길 만들기, 아중호반도시 만들기, 생태동물원 조성,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조성, 전주 아이숲 조성, 자전거 길 만들기를 비롯 장애인일자리,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 건립, 전통문화관광, 전라감영 복원 재창조위원회, 전주정신정립위원회, 전주시내버스위원회, 전주생태하천협의회, 농업혁신포럼, 전주시 청년 다울마당 등 20여개 분야에서 다울마당을 운영해왔다. 다울마당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사업 성격에 따라 일반 시민 위주로 구성하거나 의회나 전문가그룹 대학교수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일각에선 전주시의 다울마당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와 성격이 중복되면서 행정력과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칫 공무원들의 책임행정 회피와 함께 공조직을 무력화하면서 행정조직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일부에서는 선거를 의식한 인기영합과 친위 세력화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하지만 김승수 시장의 삶과 철학을 이해한다면 그의 진정성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전주시장 출마 전 자원봉사자와 청소부 구두닦이 호스피스 등 각계각층 100명을 만나 인터뷰 한 내용을 담은 두근두근 전주 36.5℃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는 시민들의 가슴 속과 삶을 모르면 시민을 안다 할 수 없으며 정치를 한다 할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꿈과 삶이 곧 정책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김승수 전주시장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민선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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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5.25 23:02

우리동네 음악대장

2년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14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폐막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에일리주현미마야바비킴하현우 등 국내 정상급 K-pop 가수들이 무대를 흔들면서다. 특히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해야 한 잔의 추억 모나리자를 열창하며 관람객들의 정신을 쏙 뺐다. 그는 열창과 함께 자신이 이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성장사를 살짝 공개했다. 장수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전주로 전학한 후 길거리를 쏘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단다. 아마 그 때 길거리에서 미치광이처럼 노래를 부른 아이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자신을 본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지역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MBC 복면가왕에서 9연승 가왕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요즘 가요계의 단연 화제다. 음악대장은 지난 22일 방송된 결승 3라운드에서 록의 전설 김경호마저 눌렀다. 음악대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카드로 김경호가 투입돼 헤비메탈 곡인 해야를 열창했다. 음악대장은 잔잔한 트로트곡인 백만송이 장미로 응수했다. 사회자까지 그만 내려놓고 싶은 선곡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나 심사단은 또 음악대장의 손을 들었다. `백만송이` 노래가 그렇게 아름답고 처연한 노래인 줄 몰랐다거나, 음악대장은 동요를 부르더라도 가왕을 지킬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관련 시청자 게시판이 그야말로 감동이라는 댓글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아직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지만 가면의 주인공은 국카스텐 하현우(35)라는 데 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음악대장을 이길 사람은 하현우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국카스텐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EBS의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룹 보컬 하현우는 2012년 나는 가수다2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기괴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로 청중들을 매료시키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국카스텐(Guckkasten)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유리구슬종잇조각 등을 넣어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거울인 만화경은 같은 모양을 다시 나타내지 않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전주의 길거리에서 노래로 배회하던 우리동네소년이 명실공히 국가대표급 가수가 돼 전국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만화경이다. 음악대장이 펼칠 앞으로의 만화경이 더욱 궁금해진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5.24 23:02

35명의 전북 국회의원

19대 마무리 국회에서 2년간이나 끌어온 탄소법이 통과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다. 경쟁의 정치가 낳은 산물이다. 특히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가 나선 게 주효했다. 협치(協治)의 출발이 산뜻해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정치를 이번과 같이 서로 협력해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리 당략을 따라서 정치를 하다 보니까 되는 것도 없었고 안되는 것도 없었다. 이번 4·13 선거는 국민들의 민의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만큼 여야 정치권이 그대로 국민의 뜻을 따르면 된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바꿀려고 하면 안된다. 이미 국민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 틀을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전북은 이번 선거를 통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도세가 약화되가고 있는데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 자그만치 35명이나 당선된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인적네트구성이 아주 중요하다. 국회도 똑같다. 도내 국회의원 10명에다가 출향의원 25명을 합하면 총 35명으로 그 비율이 11.6%나 된다. 국민의당이 38명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이나 그 수가 엇비슷하다.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가 2~3% 밖에 안되는데 전북 출신 국회의원 수가 두자리 수를 차지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제헌 국회 때부터 전북 출신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가 결국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것이다. 이번에 전북 출신들이 대거 국회로 진출했기 때문에 이들의 힘만 모으면 전북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더민주당으로 당선이 많이 됐기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도 한결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전주에서 새누리당 정운천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정 당선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내는 등 새누리에서 마당발로 통하기 때문에 정부와 새누리당 가교역할을 잘 할 것으로 기대된다.문제는 전북 출신들이 의정 활동을 잘 하도록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도정을 열심히 이끌어 가는 송하진 지사가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파를 떠나 전북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도내 출신 10명 갖고는 18개 상임위원회를 커버하지 못하지만 출향의원들로 하여금 나머지를 커버하도록 하면 된다. 국회가 철저하게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출향의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튼 여소야대 정치구도 속에서 전북정치가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잠룡들이 대권을 거머쥐려고 내년 대선 때까지 치열하게 경쟁을 할 것이므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도 한층 정치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몫을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 전북 목소리를 중앙정치 무대에 울려 퍼지도록 해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5.23 23:02

그의 쉰세 살과 쉰여섯 살

1970년대 중반,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간첩단 사건이 터졌다. 1975년 11월 22일 중앙정보부가 유학생을 가장해 학원에 침투한 간첩 일당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이른바 ‘재일동포 간첩단 학원침투사건’이다. 이때 간첩으로 몰려 체포됐던 유학생 중에 재일동포 이철 씨(68)가 있었다. 그는 사형선고까지 받았지만 다행히 감형이 되면서 1988년 가석방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꼭 40년, 모국의 ‘유학생 간첩’으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1971년 처음 모국을 찾았다. 1년 동안 우리말을 배우고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 1973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면서였다. 1962년 재일동포 모국 유학제도가 생기면서 많은 유학생들이 모국을 찾아들었다. 일본 중앙대학교를 다녔던 그 역시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유학하면서 알게 된 아내와 75년 1월 약혼했다. 간첩 혐의로 체포되던 그 해였다. 당시 약혼자였던 민향숙 씨 역시 간첩방조죄로 구속되어 3년 6개월 옥살이를 했다. 일본에 있던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약혼녀까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져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쉰세 살, 젊은 나이였다. 어머니도 그 충격으로 5년 뒤 돌아가셨다. 쉰여섯 살, 역시 젊은 나이였다. 결혼 두 달을 앞두고 간첩죄로 구속되어 사형수가 된 이 씨를 민 씨는 구명운동을 하며 기다렸다. 민씨는 1988년 8월 일본에서 펴낸 책 ‘개나리꽃이 만발하는 그날을 믿으며-재일한국인 정치범 이철을 기다린다’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씨가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13년. 1988년 10월 28일, 명동성당에서 이들의 지각 결혼식이 열렸다. 이 씨를 전주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서 만났다. ‘자백’은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영화다. 담담하게 인터뷰를 하던 그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40년 세월도 그렇지만, 내 나이 쉰세 살과 쉰여섯 살을 보낼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건강하셨던 우리 부모님은 간첩죄로 구속된 아들 때문에 충격을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나이 쉰세 살, 어머니가 쉰여섯 살이셨어요.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부모님들에 대한 죄송함과 그리움이 너무 커서….”객석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과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5.20 23:02

석탄재 매립장 새만금

지난 2일 군산의 시민단체가 ‘새만금개발청과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중부발전은 새만금산단 3공구 석탄재 매립계획을 즉시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17일에는 전북도의회에서 박재만 의원(군산)이 도지사를 향해 긴급현안질의를 했는데, 중금속 등 환경오염이 우려되는 석탄재로 새만금을 매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송하진 도지사도 석탄회재 유해성 여부를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농어촌공사가 새만금산단 조성용 매립토로 석탄재를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애초 새만금종합계획에서 산단 매립토는 군산항 준설토다. 산단 전체 매립토량 1억1500만㎥ 가운데 83%에 달하는 9600만㎥을 군산항 준설토로 사용하면 군산항이 살아난다. 그런데 농어촌공사가 느닷없이 석탄재 카드를 꺼냈다. 예산이 절감 등의 이유로 한국중부발전의 대행개발 방식을 추진했고, 새만금산단 3공구를 석탄회재를 섞어 매립하겠다고 한다. 중부발전은 폐기물을 공짜로 치우고, 덤으로 땅까지 확보할 수 있다. 새만금산단 매립이 다급하지만 찜찜한 일이다. 군산항 준설토를 굳이 외면하고 중금속 오염이 의심되는 등의 산업폐기물을 새만금 바닥에 매립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지난해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추진했던 인사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새만금산단 매립재 조달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군산항 토사를 해상에서 준설한 후 군산제3공단을 관통하는 운송로를 통해 새만금산단으로 운반·매립하는 ‘파이프라인 압송공법’이다. 전북지역 11개 중소업체가 참여한 (주)KP&A는 실용화에 성공했고, 운송로 부지 관할인 군산시와 새만금산단 시행사인 농어촌공사에 제안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주)KP&A의 제안을 적용하면 군산항 준설토로만 새만금산단 전체를 매립할 수 있고, 기존 시행안보다 매립토 운송비를 3,000억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제안을 외면했고, 충청도에서 발생하는 석탄회재를 반입해 매립재로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석탄회재는 산업폐기물이다. 전국 화력발전소 연간 발생량이 850만톤에 달하는 골칫거리다. 이것을 새만금 매립재로 사용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폐기물 처리비를 아낄 수 있다. 농어촌공사와 중부발전은 이익을 보겠지만, 군산항과 준설토 압송법을 창안한 중소기업, 그리고 군산과 새만금 환경은 어찌하나.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5.19 23:02

반기문 대망론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사라진 새누리당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거론하며 반기문 대망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 때 대통령 비서실장에 충청 출신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용태 혁신위원장 등 충청권 인사들이 당청을 장악했다는 분석과 함께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 대망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충청인 모임인 청명회 멤버로 두 사람 관계가 남다르다는 후문이다.때마침 반기문 사무총장도 오는 25일과 29일 제주와 경주 등을 잇따라 방문, 안동 하회마을에서 기념식수와 함께 안동 일대에 살고 있는 종손들도 만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총장의 이번 TK지역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은 것 자체가 내년 대권 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덩달아 국내 증시에서도 반기문 테마주들이 뜨고 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이 임원으로 있는 회사는 주가가 한달새 두배 가까이 올랐고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소재한 한 회사는 최근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현실화되기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과 검증 과정이 녹록지 않다.우선 지난달 불거진 반 총장의 김대중 동향보고가 담긴 외교문서 공개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 1985년 외교부 참사관으로서 미국 하버드대 연수중에 당시 망명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 정권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지난 주 실시한 한 여론조사기관의 대권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반 총장이 3위로 밀려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지난해 말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굴욕적이라는 질타를 받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극찬했다는 발언도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해명이 있었지만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반 총장을 면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대한민국을 들썩이었던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그 단초가 반기문 대망론 때문이라고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었다.아직 반기문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와는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혹여 내년 대권에 뜻이 있다면 자신과 주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일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5.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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