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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농요 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각 마을의 농요를 문화재로 보존해야 할 만큼 귀해졌다. 고된 농사일을 농요로 풀었던 과거와 달리 기계화를 이루면서다. 농촌 마을에서 매년 당산제를 지내는 곳도 거의 사라졌다. 정월 보름이면 우물과 정자, 집집을 돌면서 굿을 치는 모습이 아련한 추억이 됐다. 농촌 마을에서 이런 흥이 사라진 것은 그만큼 농촌이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정부나 자치단체의 마을공동체 사업도 흥을 돋우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화마을, 녹색체험마을, 자연생태마을, 마을기업 등 여러 종류의 마을살리기 정책들이 수익창출을 최우선으로 둔다. 농촌마을의 고령화 속에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농촌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귀농귀촌으로 편입한 세대와 기존 마을 주민들간 문화적 이질감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없지 않다.지난 주말 완주군 용진읍 용교마을에서 열린 ‘꽃동리 음악회’를 다녀왔다. 이은희 전북대 음악과 교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동네 주민과 지인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10년 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이 교수는 2~3년에 한 번씩 이런 자리로 이웃과 소통했다. 이번이 5번째란다. 음악회는 전문 연주단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민요공연단, 전북대 교수합창단, 음악과 제자들의 무대로 꾸려졌다. 클래식 연주와 가곡, 민요, 합창 등에 이어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보리밭’을 다함께 부르는 것으로 2시간의 음악회는 끝을 맺었다.이날 음악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뽕짝의 만남이었다. 서울 필은 20여년 역사에 200회 가까운 정기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는 정통 교향악단으로, 개인이 마련한 마을 음악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파격이다. 여기에 마을 주민이 부른 대중가요 ‘안동역’반주까지 흔연스럽게 맡았다. 음악회 전반에 흐르는 클래식 분위기 속에 ‘안동역’은 백미였다. 참석자들을 모두 유쾌한 마음으로 박수를 치며 하나가 했다. 이 교수는 “누군지 몰라도 집 앞에 상추를 갖다놓았던 이웃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고 작은 음악회를 시작했다”고 했고, 강장심 이장은 “마을에 이런 음악회를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마을을 살찌우는 것은 수익만이 전부가 아니다. 귀촌한 인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눠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런 사례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클래식과 뽕짝의 만남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선거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민의가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도민들이 국민의당 7명 더민주당 2명 새누리 1명을 뽑아준 것은 의미가 깊다. 그간 우리 지역을 지배해왔던 더민주당 일당 독식구조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3당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일당 독주구도는 정치수요자를 위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급자들이 쉽게 정치를 할 수 있는 낡은 구조다. 이 같은 정치구조로는 정치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이런 시스템이 우리 지역을 오래동안 장악해서 지배하다 보니까 지역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상당수 도민들이 더민주당 일당독식체제로는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 한방에 더민주당의 낡은 체제를 날려 버린 것이다. 국민의당이 이쁘고 좋아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니다. 더민주당 갖고서는 정권교체는 물론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여기고 새로운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대구 수성갑에서 민주당 김부겸을 그리고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 이정현을 당선시킨 것처럼 전주을에서 새누리 정운천을 당선시킨 것은 절묘했다. 새누리로 정운천이 당선된 것은 야권분열에 따른 어부지리(漁夫之利)수였지만 강현욱 전 지사가 당선된 이후 20년만의 일로 의미가 남달랐다. 지역정서가 많이 완화 돼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후보 자신이 능력만 갖추면 전북에서도 새누리당으로도 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도민들이 선택한 7대 2대 1의 3각 구조는 잘만 운용하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19대에 비해 의석이 한석 줄었지만 3당체제로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파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번 총선서 전북 출신이 총 35명이나 당선돼 전체 의석 중 11.6%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치는 전북의 각종 경제 지표 2~3%를 훨씬 뛰어 넘는 수치여서 전북 몫 확보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지역구 의원과 출향의원들이 전북발전을 위해 조건없이 협력한다면 국가예산 확보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더민주당 소속의 송하진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교량역할을 충실히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송하진 지사는 총선 결과를 통해 민의를 확인한 만큼 그에 걸맞는 도정을 운영해야 한다. 총선 이전에는 더민주당 일변도로 도정을 운영했지만 이후에는 중앙정치 마냥 협치(協治)를 해야 한다. 송지사는 국민의당이 도내에서는 제1당인 만큼 국민의당의 뜻을 도정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다음으로 새누리당 뜻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관계가 형성돼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송 지사는 도민들의 덕으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었기 때문에 후반부 도정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을 먼저 해야 한다. 본인의 철학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정무부지사를 포함 인적물갈이를 단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도민들이 총선 때 표를 던졌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부안 변산 모항에 살고 있는 시인 박형진은 농사를 짓는다. 그는 시인이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농사꾼이었다. 모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을 해왔던 그는 1992년 <창작과 비평> 봄 호에 봄편지 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과 산문집, 어린이책까지 그동안 펴낸 책만도 여러 권. 그만큼 농사지으며 일궈내는 창작 활동의 폭이 넓고 깊다.그가 최근 새 책을 냈다.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다. 농사짓는 일에 쓰이는 연장 88가지를 다룬 이 책은 다양한 종류나 시인의 눈으로 잡아낸 농기구의 원형과 그 이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농부에게 연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는 연장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농부의 신체, 그 연장(延長)과 같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거슬러 올라가 원시에 가까울수록 도구는 신체의 연장처럼 모습을 띠는데, 이를테면 원시시대로부터 몇 만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호미나 괭이가 원시의 모습 그대로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그의 이야기로 알게 된 연장의 쓰임과 종류는 단순하지 않을 뿐 더러 품새와 의미가 특별하다. 남자들이 논에서 쓰는 논 호미와 밭 호미가 따로 있고, 지역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진다는 것이나 서로에게 존재의 이유가 되는 낫과 숫돌의 관계는 우리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나래와 번지, 깍지와 토시, 부뚜, 섬과 씨 오쟁이, 멱서리, 풍구, 구유와 여물바가지 등 여든여덟 가지 연장은 이름도 예쁘고 어느 것 하나도 쓰임이 허술한 예가 없거니와 그 과학적 구조와 원리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농사 도구로부터 도구로서 기능하며 거친 논밭을 일구는 것을 넘어 마을을 일구고 한 사회와 그 사회를 떠받치는 규범, 즉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가치를 발견한 그는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현대의 농기구들이 갖는 소모품으로서의 속성을 주목한다.안타깝게도 쓰임은 살아있으나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현대에서 이들 농사 도구의 존재는 미약하다. 수많은 농기구들이 이미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지금, 그는 왜 그 연장들을 다시 불러내 기록했는가.답이 책 안에 있다. 문학이며 역사이며 철학일 수밖에 없는 이글을 내 아들딸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촌에서 농사짓고 있는 젊은 농군들과 귀농인들이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2006년 6월26일, 전북대 A총장이 연구비 비리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그는 9월 1일자로 교수직도 상실했다. 비리 혐의 때문에 총장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총장 임용 직전의 신분인 교원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A씨는 연구비 수천만원을 빼돌려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혐의(사기)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2005년 전북지역에서 터진 대학 연구비 편취 사건으로 20명의 교수와 연구원이 무더기 기소됐는데, 총장이 연루된 전북대의 타격은 컸다. A총장은 2006년 1월과 5월에 열린 1심과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고, 그에 대한 비난과 사퇴 압력이 거세게 일었다.결국 전북대는 6월20일 총장 선거를 치렀고, B교수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총장 임용 결재는 떨어지지 않았고, 전북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B씨는 3개월 만인 9월 19일 자진 사퇴했다.이후 10월25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서거석 교수가 총장에 당선, 그해 12월 14일 총장 임명을 받았다. 하지만 총장이 낀 교수들의 연구비 비리, 총장 직위해제, 교수직 박탈, 총장 당선자에 대한 부적합 논란과 사퇴, 재선거 등 일련의 사태로 전북대는 망신창이가 됐다.비가 온 뒤 땅은 더 단단해 졌다. 그로부터 8년 후 전북대는 당시의 혼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안정됐고, 대학 경쟁력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 있다. 그 비결은 지난 4일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서거석 전 총장의 저서 위기의 대학, 길을 묻다 출판 기념회에서 주최측이 내놓은 찰스 다윈의 명언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총장이 된 서거석은 개혁을 선택 했다. 변화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변화 노력을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믿었다. 앞서 변화해야 할 대상은 교수였고, 연구가 게으른 교수는 재임용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에겐 푸짐한 당근을 제공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으면 영원히 장 맛을 볼 수 없다. 새벽 결제를 강행하며, 재임 8년간 단 한 번도 휴가를 쓰지 않으며 뛴 그에게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거목(巨木)이란 말이 있는데 서 총장은 거석(巨石) 아니냐고 치켜세웠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다음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정부 측과 5·18 행사위원회를 비롯 5·18 유족단체 등과의 입장차가 7년째 계속되면서 반쪽행사로 전락되고 말았다. 지난해에는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말 5·18 민주화 영령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관으로 첫 기념행사를 개최한 이래 2008년까지 12년간 기념곡으로 제창해왔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부터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빠졌고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로 진행됐다. 심지어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에 ‘방아타령’을 넣겠다고 했다가 5·18 유족 측의 강력 반발로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곡을 정부에서 지정한 전례가 없고 북한이 5·18을 소재로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용됐다는 이유 등으로 제창을 반대하고 있다.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5월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의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의 한 부분을 차용해 작사를 했고 전남대 출신으로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한 김종률이 작곡을 했다. 애초 이 노래는 광주지역 노래패가 만든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 합창으로 부르기 위해 지어졌다. 이 뮤지컬은 5·18 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것이다.그럼에도 최근 김대령이라는 필명의 재미사학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고 가사 가운데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혁명의 완수를 뜻한다는 내용의 책을 펴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노래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씨를 북한 간첩단 조직원이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져 5.18기념재단에서 김대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5·18 행사위원회와 5·18기념재단 광주시 등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5·18 단체는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13년 6월 여대야소 국회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의결했었다.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5·18 민주화 영령들을 욕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독특한 버스가 등장했다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버스는 차량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호피무늬를 씌운 중국 후난성 주저우시 시내버스다. 주저우시는 해당 브랜드와 상관없이 시의 이미지를 젊고 활력이 넘치도록 기발하게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해명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에서 명품 로고를 차용한 짝퉁이 명품버스라는 이름으로 대중교통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중국의 황당한 명품버스 이야기와 달리 진짜 명품버스가 전주의 관광명물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말 처음 운행에 들어간 4대의 명품버스는 빨간색 옷을 입었다. 국내에서 일부 열차와 비행기, 관광버스, 광역 노선버스 등이 빨간색을 사용하고 있으나 시내버스에 빨간색을 입힌 사례는 전주가 처음이다. 기존 시내버스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빨간색 시내버스만으로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다.전주시내 주요 관광지를 운영하는 명품버스의 외부는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형태로 디자인됐고, 야간에 불을 밝힐 수 있는 LED조명이 설치됐다. 내부에는 승객의 편의를 위해 캐리어(여행가방) 보관함이 설치됐고, 야간 운행 중에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버스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투명창과 안내용 모니터가 있다고 한다.전주의 명품버스가 지난주부터 1000번을 달고 신규노선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신규 노선은 이전의 김제 모악산을 빼고 치명자산을 새로 포함시켜 전주동물원에서~전주역~시외고속버스터미널~중앙시장, 한옥마을~치명자산을 경유하는 코스로 짜였다. 기존 79번(친구) 대신 1000번 노선을 만들어 명품버스를 투입한 것은 전주의 1000년 역사를 상징하며, 전주의 대표 브랜드인 한옥마을의 1000만 관광객 유치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전주형 시티투어 버스는 일단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낸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명품버스 몇 대로 명품도시가 만들어질 수 없다. 명품 콘텐츠가 뒷받침 될 때 명품버스도 빛을 더 낼 수 있음은 당연하다. 중국의 짝퉁 명품버스와 같은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눈에 띄는 색깔과 몇몇 편리한 기능을 갖춘 것만으로는 전주의 명품버스라고 자랑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전주시의 훙보와 달리 명품버스 디자인에서 한옥마을의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 버스 자체에 전주다움이 없다면 아무리 명품버스라고 해도 전주의 명품은 아니다.김원용 논설위원
이번 4·13 총선 결과가 많은 것을 시사(示唆)한다. 그간 우리 지역을 다스렸던 앙시앙 레짐과 같은 더민주당이 여지없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정치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설산(雪山)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았다. 30년 철옹성이었던 더민주당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2개월짜리 신생 국민의당 한테 안방을 내줬다. 세상 참으로 많이 변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실감난다. 그간에는 황색 깃발만 꽂으면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금배지를 달았는데 하루아침에 민심의 바다가 포효하면서 더민주당호를 뒤집어 엎어 버렸다. 모두가 선거 결과에 놀랐다. 후보들은 말할 것 없고 한발짝씩 물러 서 있던 단체장 지방의원들이 더 놀랐다.3당체제가 내년 대선 때까지 갈 것인가는 더 두고봐야 할 문제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 집권 가능성을 한층 높혀줬다. 내년에 야권 후보 단일화만 이뤄지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렇게 되면 2018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래서 내년 대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지금 흐름으로는 단체장들이 많이 바꿔질 것 같다. 국민의당 유성엽의원과 정동영 당선자가 지사 출마를 안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유 의원이 자당 출마자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냥 지나칠 수사가 아니다. 도내에서 제1당이 국민의당이 된 만큼 도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 지방의원 후보를 낼 것이다. 자그만치 7명이나 당선시켰기 때문에 수성하기 위해서도 후보를 낼 것이고 서서히 예상 후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송하진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도정을 챙기지만 국민의당에서 적수가 나타나면 그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다음으로 전주시장이 문제다. 김승수 시장이 당선될 때는 3명의 국회의원이 같은 당 소속 더민주당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의당 2명 새누리당이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도내에서 전주가 가장 변화의 중심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김시장의 재선 가도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금껏 김 시장이 추진한 업적이 괄목할 만한 것이 없어 험로가 예상된다. 물론 2년 동안에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시민들은 기대를 걸었다. 본인은 나 만큼 열심히 일한 시장도 없을 것이라고 자화자찬 하겠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김 시장이 취임초부터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로 도와 대립각을 세운 게 잘못이었다. 이미 강현욱 전지사와 김완주 전 시장 때 이뤄진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를 송하진 시장이 롯데를 개발에 참여키로 한 사항을 백지화시키고 대신 시민들한테 공원으로 돌려 주겠다는 것이 패착이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김 시장의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전주시 재정여건이 그렇게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시가 돈을 들여 공원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지금부터라도 김 시장은 송하진 지사와 협의해서 종합경기장 개발 문제를 원안대로 매듭짓는 게 좋다. 김시장이 낮은 자세로 새로운 정치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전북 출신인 원교 이광사(1705~1777년), 창암 이삼만(1770~1847)과 함께 조선 후기 최고 서예가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중국 청나라까지 명성을 떨친 실력가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서예의 역사가 깊지만 특정 서예가가 고유의 예술적 특징인 ‘서체’를 구축한 경우는 소수다. 김정희의 서체를 추사체, 한호의 서체를 석봉체, 이광사의 서체를 원교체, 이삼만의 서체를 유수체라고 부른다. 토종 서체인 것이다. 아쉽게도 서단에서 서체는 왕희지체, 안진경체, 구양순체라고 하는 중국 서체가 주류다. 이들 서체가 한국 서단 표준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예를 가르치는 선생이 왕희지체를 익혔으면 제자들도 왕희지체를 이어받아 쓴다. 서예는 익히기 힘들고, 전형적인 도제식 수업으로 전수된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자체에서 특정 서체를 완전정복하려면 수십년간 익혀야 가능하다. 왕희지체, 추사체 등 다양한 서체를 골고루 익히기 힘든 구조다. 각종 서예대회에서 왕희지, 구양순 등의 서체 출품작이 주류이다 보니 자연히 추사체 등 토종서체를 익히는 분위기가 약한 생태계가 됐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왕희지, 안진경, 구양순 등의 서체에 익숙해진 서단이 그들의 서체를 최고 권위에 올려 놓고 예술성, 완성도 등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토종 서체를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추사 김정희가 귀양가기 전 전북에서 활동한 당대 최고의 서예가 창암 이삼만 선생을 찾았다. 추사가 창암보다 젊었지만 그 서예 실력이 청나라까지 알려진 터였던지라 창암이 자신의 작품을 추사에게 보여주며 평을 요청했다. 자신보다 훨씬 연배인 창암의 글씨를 훑어 본 추사의 평은 냉혹했다. “지방에서는 글씨로 밥은 먹겠습니다”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9년 후 추사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상경하던 중 창암을 찾았을 때 창암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과거 창암에게 혹평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추사는 묘문을 남겼다. “여기 한평생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 있으니 후생들은 감히 무덤을 훼손하지 말라.”우리 서단이 추사체나 석봉체, 그리고 창암 이삼만의 유수체 등 우리 토종 서예가들의 서체를 외면하는 분위기에는 추사가 창암의 유수체를 ‘촌뜨기 서예가’의 어설픈 지렁이 글씨쯤으로 얕보았던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탄 한 소년이 나타나면서 술렁거렸다. 산소통에 연결된 호스를 코에 꽂은 이 소년은 지난 2004년 돌 무렵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12년째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임성준 군(13)이었다.임군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어머니 권미애씨는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지사 대표에게 따지듯 물었다. “우리 아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알아요? 학교 친구들과 공놀이 하는 거예요.” 지난 12년간 고통과 앞으로 평생을 산소통에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데도 사프달 대표의 단 10여초간 사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함께 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도 “지난 5년동안 100번도 넘게 전화해도 안 만나주더니…. 우리에게는 연락조차 없이 무슨 사과회견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다.정부와 국회 조사에 따르면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조사를 통해 1·2등급 판정 피해자 221명 가운데 옥시 제품 사용자는 184명이며 그 중 70명이 숨졌다. 도내에서도 피해 신청자 43명 가운데 2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그럼에도 옥시측은 지난 5년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는커녕 만나달라는 요구조차 묵살해왔다.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데도 지난 3월 전 직원이 버젓이 태국으로 해외포상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지난달부터 검찰의 소환 수사가 본격 시작되고 국민들이 불매운동에 나서자 옥시를 비롯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관련 업체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모임과 환경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수사나 불매운동을 면피하려는 진정성 없는 사과로 대한민국 소비자와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현재 환경시민단체와 소비자센터 약국 인터넷 맘카페 SNS를 중심으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옥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브랜드 할인이나 ‘1+1’ 행사 등을 내세워 옥시제품 판촉전을 벌여 국민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국회는 이제서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보상 특별법 제정과 옥시 청문회 개최, 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한 진상조사 등을 벼르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해 생명을 경시하고 피해에 대해 모르쇠와 변명, 무책임으로 일관한 부도덕한 기업 행태는 온 국민이 나서서 본때를 보여야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에게 크고 작은 민원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은퇴한 같은 지역구의 두 국회의원은 민원에 대해 서로 다르게 대응했다. 한 분은 억지 민원이라며 원칙을 앞세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또 다른 분은 민원인이 있는 자리에서 관련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 전자의 민원인은 선거기간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았던 의원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며, 후자의 민원인은 실제 장관과 통화를 한 것인지 상관 없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두 후보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고, 두 후보가 맞붙었을 때 선거결과로 나타났다.원칙주의 이미지로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따라갈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누리과정은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을 아주 상징적으로 축약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부터 원칙을 말하지만 원칙은 없는 나라. 법을 말하지만 법은 없고, 약속을 말하지만 약속은 없는 나라, 그런 것이 마치 슈퍼 바이러스처럼 전 국민의 의식, 삶 속에 그대로 퍼져나가는 그런 나라, 여기서 누군가는 ‘그래도 나는 원칙과 법과 약속을 말해야겠다’고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게 내 몫이라면 하겠습니다.”교육감 2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해 본보와 인터뷰에서 김 교육감이 한 말이다.정치인에게 소신과 원칙은 아주 훌륭한 덕목이다. 특히 손해와 손실을 감수하면서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정치인이 많을수록 우리사회가 더 희망적일 것이다. 하지만 전북교육의 현실이 교육감의 원칙과 소신만으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과 제도의 불합리성을 떠나 교육감의 소신 때문에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손실은 교육감 개인을 넘어 전북교육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교육청이 마련한 전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우려들이 나왔다. 교육은 결국 투자인데 전북은 중앙과 연계문제에서 자꾸만 단절돼 걱정이라거나,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외롭게 남아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개인의 소신 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 대의를 위해 소신을 굽히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큰 덕목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누리과정 예산이 김 교육감의 소신과 유연성의 시험대다.김원용 논설위원
4·13 총선 때 전북은 광주 전남처럼 국민의당 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았다. 전북 사람들은 양반기질이 강해서인지 자신의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안한다. 하지만 광주 전남 사람들은 성미가 급하면서 확실하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무릎 꿇고 읍소해도 꿈적도 안했다. 그간 일방적으로 밀어준 더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한데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정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경제가 파탄지경에 빠져 아우성인데 비판 한번 제대로 못한 더민주당에 광주 전남 사람들은 확실하게 등을 돌렸다. 특히 문 전대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선거 결과로 그대로 나타났다. 문 전대표가 차기 야권 대통령감으로 1위를 달리지만 호남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전북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했지만 도민들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전주을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야권분열에 의한 어부지리(漁夫之利)였지만 결과적으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새누리당 불모지인 군산에서 강현욱 전 지사가 당선된 후 20년만에 일이었다.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퇴색돼 가고 있음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7년 동안 지역에 살면서 성실성을 인정 받은 정 당선자의 뚝심도 한몫 했다. 111표차로 신승을 거뒀기 때문에 정 당선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더 겸허하게 민생을 챙길 것이다. 정운천의 당선은 대구 수성갑에서 더민주당으로 김부겸이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정현이 당선된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이번 선거는 민심의 바다가 한번 성나면 배도 뒤집어 엎어 버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선자들도 민심이 얼마나 사납고 무서운가를 알았을 것이다. 존재감 없이 금배지나 달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안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목에다 힘이나 주고 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이나 줄세웠던 후보는 한방에 날려 버리지 않았던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20년만에 전북정치에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전북몫 찾기에 주력해야 한다. 전북 출신들이 자그만치 31명이나 당선됐다. 인구 187만인 전북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각종 지표에서 2~3%를 차지한 전북이 국회의원 숫자는 10%가 넘었다. 지역과 당적이 다르더라도 31명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 송하진 지사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전북은 무슨 일이든지 잘 되게 돼 있다. 당선자들도 선거 때 유권자에게 잘 하겠다고 다짐한 초심이 변하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거만하게 굴면 한방에 날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북에서는 국민의당이 다수당인 만큼 정동영 당선자가 특히 잘해야 한다. 더민주당 출신의 송지사가 삼각관계인 정치권의 도움을 잘 받으면 전북 파이도 커질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된 것은 2000년 봄이었다. 그때만 해도 낯선 문화에 시민들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사실 전통과 보수적인 문화 환경이 여전히 드센(?) 전주에서 가장 현대적인 문화의 상징인 영화 축제의 성공을 확신하는 일은 어려웠다. 1회 전주영화제가 개막될 즈음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초입에 작은 비가 세워졌다. 전주영화사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비였다. 전주는 1940-50년대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영화가 제작되었던 곳이다. 당시 제작되었던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도 성공한 주류 영화였다. 지방에서 주류영화가 제작되는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후의 황폐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적 열정을 불태웠던 지역 영화인들의 소중한 삶의 기록. 영화비는 50년 단절된 문화사의 고리를 잇는 상징이었다. 전주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거스르는 ‘대안 영화제’와 디지털 시대를 한발 먼저 앞서 만나는 ‘디지털 영화제’를 내세웠다. 도발적인 주제였다. 시네필들은 환영했으나 시민들은 냉담했다. ‘어렵고 난해한 영화’ ‘그들만의 영화제’에 대한 편견이 냉담을 부추겼다. 그러나 첫 번째 전주영화제는 난산의 고통을 빛나는 가치로 되돌려놓았다. 개막작인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으로 시작돼 23개국 170여 편의 창을 건너 아시아 인디영화포럼 수상작으로 끝을 맺은 전주영화제는 새로움 그 자체였다. 대안의 통로를 찾아가는 ‘시네마 스케이프’,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영화의 미래를 펼치는 ‘N-비전’, 독립영화의 축제 ‘아시아 인디영화포럼’이 전주영화제의 중심에 서고, 새로움과 다름을 보여주는 한국영화 장편과 단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동화적 이야기가 기발한 상상력과 만나는 애니메이션과 그 한계와 가능성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이 뒤를 잇고 경계를 넘어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맥을 잇는 거장들의 작품이 뒤를 이었다. 심야상영으로 즐기는 SF영화와 저예산으로 제작한 B급 영화들은 한밤중 영화매니아들을 또 얼마나 즐겁게 했던가. 많은 영화인들은 사회 참여적 영화와 예술영화, 그 경계의 영화들을 빼어나게 만들어나가는 존 조스트나 존 아캄프라 같은 감독들까지 껴안은 전주영화제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돌아보면 영화제가 걸어온 길은 험난하지만, 그 가능성의 힘으로 이 지켜온 전주영화제의 역사는 빛난다. 어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됐다. 지금, 전주영화제의 철학을 담은 더 새로운 영화 성찬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김두관 당선인(경기 김포갑)은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 행자부장관 등을 역임한 ‘잘 나가는’ 정치인이다. 2003년 2월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 당선인을 행자부장관에 임명했을 때다. 한 고위직 공무원 A씨가 사표를 내고 정당의 수석전문위원 자리에 앉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주변에서 그에게 “왜 잘 나가는 공직을 박차고 나와 정치를 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공직에 들어선 이상 장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 이장 출신이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정부 부처 장관 대부분이 정치인 출신인 현실에서는 제아무리 실력있는 공무원일지라도 장관되기 어렵게 됐으니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장관을 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공무원들 가운데 A씨 경우처럼 정계 진출을 꿈꾸거나, 도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북에서는 대표적 인물이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정읍·고창 유성엽 의원이다. 군산 김관영 의원도 공무원 이력을 갖고 있다. 전임 김완주 도지사와 현 송하진 도지사도 공무원 출신이고, 이환주 남원시장, 이항로 진안군수, 심민 임실군수, 정헌율 익산시장 등도 공무원을 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공기업 사장을 역임했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에 이어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선거를 통해 뽑으면서 ‘출세’ 추세선에 변화가 생겼다. 실력 있다고, 손바닥 잘 비빈다고 시장·군수·장관하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공무원, 특히 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의 선거직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방 및 중앙정부 운영과 관련한 제반 지식 수준에서 우위에 있는 고위공무원 집단이 지방 및 국가 조직의 상위에 폭넓게 진출할 기회가 커진 것이다. 정치활동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자금이 뒷받침 돼야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선거법 강화 등 정치자금의 투명도가 높아지면서 기본 실력을 갖춘 이들의 경쟁력이 월등해졌다. 한 때 운동권 출신들이 맹위를 떨쳤지만 경제와 복지문제가 정치 중심에 놓이면서 정당의 중도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위치도 위협받고 있다. 공무원은 복지 수준이 좋아졌고, 은퇴 후 생활도 보장되는데다, 꿈만 꾸면 정치적 출세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마감된 전북도 8·9급 공무원 시험 원서접수 결과, 1만2,076명이 지원했다. 선발인원이 632명이니 경쟁률은 19대1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지난 2002년 일본 최대 유제품 회사인 유키지루시 유업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192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 햄·소시지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연 매출 13조원에 달하는 식품 대기업이었다. 잘 나가던 유키지루시의 몰락은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부도덕성 문제였다. 2000년 6월 유키지루시 오사카 공장에서 제조된 저지방 우유를 먹은 사람 1만4000여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경영진은 사건의 은폐 축소와 변명 등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급기야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일본 정부는 오사카 공장 폐쇄를 명령하는 한편 유통 중인 유키지루시유업 제품의 판매 중지 및 회수를 단행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키지루시는 2002년 호주산 소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 화가 난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고 결국 유키지루시는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우리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보면 분통이 치밀지 않을 수 없다.지난 2011년 4월 서울의 한 병원에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어린이와 임산부 등 사망자 228명을 포함해 1528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비롯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관련 기업들이 지난 5년동안 유족과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보상 요구를 묵살해왔다. 옥시의 경우 피해자들이 영국에 있는 본사까지 찾아갔지만 외면했고 한국 회사명을 바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가습기 살균제 관련기업들이 허둥지둥 사과하면서 보상 운운하고 있다. 그것도 유족이나 피해자가 아닌 언론을 향해서. 더욱이 옥시는 피해자들의 폐손상 원인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공분이 일었다.당초 지난 1996년 카페트 항균용으로 승인된 문제의 살균제 성분이 가습기 용도로 바뀐 경위나, 서울대 연구팀의 유해성 연구용역이 왜곡된 경위 등도 의문투성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들은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옥시제품의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언론보도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기업의 윤리의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반문해 본다.
‘사람을 대할 때 온통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아낌없이 그에게 주어야 한다. 온몸으로 받고 주어야 하며 그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의 결함이나 계략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능히 보면서 온몸으로 대하여 주고받으라는 말이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꾀하며 ‘화이부동’을 내세우며 한 말이다. 색깔이 전혀 다른 자민련과의 연대를 꺼리는 내부 지지자들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서다. 올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하며 3당 체제가 만들어지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화이부동’이 다시 인기 인용어로 등장했다. ‘화이부동’은 함께 하되 화합하지 못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반대말로, <논어>에 나온다. 공자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게 군자며,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화목하지 못하는 걸 소인으로 보았다. 화이부동을 정치 덕목으로 여기고 실천한 분으로, 2009년 작고한 김제 출신의 조세형 전 국민회의 총재대행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고인은 DJ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96년부터 3년간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을 지내면서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고, 97년 대선 때는 DJP 공조를 이끌어내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의 토대를 닦은 숨은 주역이었다.송하진 현 전북도지사도 ‘화이부동’을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 도지사 출마 당시 출판한 책 제목이 <화이부동>이었다. 송 지사는 ‘화이부동’을 전주비빔밥에 비유하곤 한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가 제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맛을 이뤄내는 전주비빔밥처럼, 개성과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 정신이 연대와 배려, 나눔으로 대표되는 미래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며, 바로 그 ‘화이부동’의 땅인 전주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전북도간 엊그제 가진 정책간담회장에 큼지막하게 걸린 문구도 ‘화이부동’이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가 3당에서 나온 것을 의식한 슬로건으로 제격인 것 같다. 당선자들도 이날 각기 다른 당에 몸담지만 지역발전에 힘을 합치자고 다짐했다. 전북발 ‘화이부동’이 한국정치의 새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20대 총선이 전국적으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 막을 내렸다. 더민주당이 원내 제1당은 됐으나 전북에서는 참패했다. 30년간 차지했던 안방을 신생 국민의당에 내줬다. 그것도 완패에 가까울 정도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전북에 와서 읍소에 가까울 정도로 표 구걸에 나섰으나 도민들은 꿈쩍도 안했다. 문 전 대표가 선거 막판에 전북을 방문했던 것이 오히려 오만방자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역풍을 불게했다. 문 전 대표가 광주와 전남 순천 가서는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친 듯한 사과를 했으나 전북에서는 꼿꼿한 자세로 유세해 전북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더민주당이 전북에서 참패한 것은 일찍부터 예견됐었다. 이춘석, 안호영 당선자를 빼고는 대부분의 후보가 경쟁력이 약한데다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다.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 상품성이다. 당 지도부가 도내 10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4군데나 낙하산 공천을 한 게 잘못이었다. 3김시대나 가능했던 낙하산 전략공천을 한 게 패착이요 결국 유권자를 무시한 듯한 오만으로 비춰졌다. 그간 지역에서 더민주당을 지키며 열심히 해왔던 예비후보들에게 상실감을 줬다. 누가 이런 당에서 충성을 다하며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기분 나쁜 것이다. 우리가 공천하면 찍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전략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그간 지역을 위해 한 일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갑자기 얼굴을 내민게 잘못이었다.그간 도내서는 더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이미지가 무척 안좋았다. 그 이유는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 있었다. 다음으로 진정성이 결여됐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목에다 힘이나 주고 지방의원 줄세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정활동한 답시고 지방의원 앞세우며 국가예산 확보했다고 주민들한테 장광설을 늘어 놓은게 감점요인이었다. 일각에서는 수준이 도의원만도 못했던 사람들이 운좋게 친노쪽으로 줄서서 국회의원 된 게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금배지 달고 다니니까 보이는 게 없을 수 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서 면전복배 하니까 본인들이 의정활동을 잘한 것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뒤돌아서는 순간부터 욕하고 심지어 버르장머리까지 없다고 힐난했다. 낙선자들은 지금이라도 전주병에서 낙선한 김성주 후보처럼 본인이 부족했다고 낙선의 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 세상사 모든 일이 자업자득의 결과물이다. 본인이 만든 것이다. 남의 탓이 아니고 자기 탓이다. 낙선자들은 오래전부터 여론이 안좋았다. 아마 본인들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선거직이 아니라도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어 외롭다. 다시한번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되새겨진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공격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아니한을 뜻하는 난공불락(難攻不落).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城)은 방어시설로부터 발전한 예가 대부분이니 전란에 놓인 시대에서야 난공불락 성을 축조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을 것이다.일본에는 성이 많다. 근세, 지방의 영주인 다이묘(大名)나 소묘(小名)들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영지에 성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성은 난공불락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쌓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신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영주가 된 기요마사는 조선 침략 당시 잔인하고 악랄하게 조선인들을 죽이고 약탈해 악명이 높았다. 구마모토성 축조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정유재란 때 전라도 공격을 맡았던 기요마사는 북진을 위해 울산에 진을 치고 성을 쌓았다. 그러나 명나라와 조선 연합군과 전투가 벌어지면서 연합군에게 포위되었다. 진퇴양난, 성에 고립된 기요마사는 연합군의 화포공격과 추위, 굶주림과 물 부족의 극한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야 했다. 오줌을 받아먹거나 군마를 죽여 말의 피를 마시고 성벽의 흙까지 긁어먹으며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기요마사는 자신의 영지인 구마모토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끌고 간 조선 백성들이 동원됐다. 그는 울산성 전투를 교훈으로 삼았다. 견고한 성벽을 경사지게 쌓고 성안에는 우물을 120개나 팠으며, 굶주림으로 오줌과 말의 피를 마셔야했던 악몽(?)을 떠올려 건물 벽이며 다다미까지 고구마줄기를 넣었고, 성 안 곳곳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모두 식량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전략이었다. 축성술에 능했던 기요마사가 구마모토성을 완성한 것은 1607년. 7년에 걸친 대공사 끝이었다.1877년 일본의 마지막 내전인 세이난전쟁 때 구마모토성은 무장한 1만 4000여 명 반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중요한 건물이 소실되었지만 성루 대부분과 높은 석벽은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남았다. 덕분에 무샤가에시(武者返し어떤 병사들도 절대 넘을 수 없다)는 난공불락 철옹성 별칭을 얻게 됐다.구마모토성 안의 국가지정문화재 13곳이 파손됐다. 지난 14일과 16일에 이어진 강진의 피해다. 돌담이 붕괴되고 벽에 금이 갔으며 천수각 지붕 장식물과 기와 대부분도 무너져 내렸다. 상심이 큰 만큼 자연의 위력이 전하는 교훈이 크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은행나무처럼 장수한다. 예로부터 십장생(해, 달, 산, 물, 거북, 사슴, 학,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으로 사랑받아 왔다. 천연기념물이 된 선운산 장사송처럼 수령 수백년 되는 소나무가 전북에서만 51주나 된다. 매난국죽을 능가하는 군자의 성품을 오롯이 간직한 대한민국 대표 수종인 것이다. 애국가 가사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처럼 한국인에게는 소나무처럼 변치않는 기상이 깃들어 있다.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 나무 다이아몬드다. 그래서 금강송이란 이름도 생겼다. 쭉쭉 뻗은 최고의 목재다. 김제 이건식 시장이 고향 지킴이를 강조하며 사용한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 지킨다는 말도 있는데, 소나무는 쭉쭉 뻗은대로, 혹은 굽은대로 그 모양이 수려하고 쓰임새도 많다.소나무는 옛 가옥의 주재료였다. 특히 궁궐과 한옥, 사찰 등 규모 있는 건축물에 금강송이 사용됐다. 소나무가 주요 목조 건축재가 된 것은 한반도 전역에 분포, 조달이 용이했던데다가 재질이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고 내습성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나이테에 따라 목질의 강약이 심하고 접착성이 나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생활 가구의 알판이나 널, 기둥 등으로 널리 쓰인다.조상들은 굽었으면 굽은대로 다듬어서 건물 서까래용으로 썼다. 활모양으로 크게 굽었더라도 대들보로 사용하는 등 구조학적 지혜를 발휘했다.소나무는 서화의 중심에 있다. 조선시대 김정희의 세한도, 김홍도의 송하취생도, 신라 솔거의 황룡사 노송도 등 인문화는 물론 민화에서도 소나무는 단골재료다. 조선시대 충신 성삼문은 낙락장송이 되어 백설이 온 천하에 휘날리더라도 독야청청하겠다고 했다.소나무에는 서민 애환도 담겨 있다. 보릿고개를 넘던 선조들은 솔가지 꺾어 껍질 안쪽에 있는 속살을 발라 내 주린 배를 달랬다.조금 있으면 송화가루가 뿌옇게 흩날리는 녹음의 계절이다.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이 고향인 송화백일주는 명주 중 하나다. 추석 명절의 꽃인 송편도 솔잎이 있어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소나무 문화권이라 불릴만 하다.그 소나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1988년 부산 동래 금정산에 상륙한 재선충병 방역에 실패, 올들어 군산시민의 허파 월명공원 등이 초토화 됐고, 김제 만경에서도 감염 소나무가 확인됐다. 소나무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이번 4·13 총선에서 전북정치권의 지형과 위상이 확 달라졌다. 19대와 달리 20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주류세력이 교체된 가운데 여야 3당이 모두 원내에 진입했다. 또 구심점이 없어 무기력했던 19대와는 달리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우선 전주병 정동영 익산을 조배숙 당선인이 4선 반열에, 정읍고창 유성엽 익산갑 이춘석 의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군산 김관영 의원은 재선했고 새누리당에선 20년 만에 전북 정치 1번지인 전주을에서 정운천 당선인을 배출했다. 새 인물로는 김광수 이용호 김종회 안호영 당선인이 국회에 진출한다. 여기에 전북출신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약진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인이 22명이나 나왔다. 이처럼 전북 정치권이 최강의 맨파워를 구성하면서 도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거론하기조차 싫은 소외와 차별, 낙후와 위기라는 말들은 더 이상 곱씹지 않도록 전북의 변화와 발전, 희망과 비전을 소망하고 있다.이 같은 도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선 20대 당선인들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그동안 지역정서에 기대어 안주해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매서운 심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장관 한명 없는 정권의 홀대와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선 전북정치권이 이제부터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권 눈치보기나 계파 줄서기, 정파간 이해관계를 떠나 당당하게 전북 몫을 요구하고 찾아와야 한다.그 첫 시험대가 새만금의 삼성 투자문제다. 지난 2011년 4월 27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에너지자원실장 김완주 도지사 등 5명이 새만금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던 장면을 전북도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LH본사를 진주로 빼앗긴데 따른 민심달래기용 이벤트였다. 당시 20조원을 투자해 2040년까지 새만금 11.5㎢(350만평) 부지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삼성 측에선 감감무소식이다. 200만 전북도민을 기망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웃 광주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제기된 삼성전자 자동차전장(電裝) 사업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3조원이 투자돼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대규모 사업이다.전북은 기금운용본부 이전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탄소산업육성법 제정 및 메가탄소밸리 조성, 수서발 KTX전라선 증편 등 시급한 현안들이 놓여있다.이제 200만 도민들의 눈과 귀가 국회의원 당선인 10명의 언행에 집중되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앞집 장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날이 밝았겠거니 하고 일어나면/ 새벽 세 시도 되고/ 네 시가 되기도 했지요/ 유정란 먹겠다고 기르는 그 닭을/ 그러나 나는 모가지 비틀어/ 소주 안줏감으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요’복효근 시인이 시골 생활을 하며 수탉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시로 담았을지 싶다. 시인을 짜증나게 한 수탉의 울음소리가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에게는 행운을 줬다. 그가 ‘꼬끼오’를 트레이드 마크 삼아 새누리당 간판으로 전주을 선거구에서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정 당선자의 정치적 행위를 보면 기인에 가깝다. 2010년 도지사 후보에 출마하며 한국토지공사 전북유치를 공약했던 정 전 장관은 그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석고대죄에 들어간 것이 그 한 예다. 당시 그는 흰옷 차림으로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서 지내며 1주일간 ‘석고대죄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멘토인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좌우명인 ‘사즉생’ 정신으로 자신을 버림으로써 도민의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 때 함거가 이번 선거에도 동원됐다. ‘꼬끼오’구호도 거기에 담긴 함의와 별개로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이, 지역장벽에 갇힌 전북의 새벽을 열겠다는 의미로 도지사 출마 때부터 ‘꼬끼오~’유세를 해왔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타타닥 꼬끼오~’를 세 번 외쳐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유권자들을 향해 장관 출신의 정치인이 오죽하면 홰를 치는 모습까지 연출해야 했을까. 어찌 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꼬끼오’를 천연덕스럽게 외치는 정 전 장관에게 유권자들이 마음을 열었다. 닭과 관련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신 막바지였던 1979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된 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유명하다. 정 전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일조한 ‘꼬끼오’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문제다. 전북 총선에서 20년 만에 배출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그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선거 구호로 ‘10명의 야당 의원 몫을 하겠다’고 내걸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신지식 농업인으로 소개될 정도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가 새로운 무대에서 전북의 새벽을 어떻게 깨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정동영과 이재명의 진심
“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항변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매듭지어야
금융사 전북 이전, 구체적 실행방안 제시하라
전주가정법원 설치법 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홈택스가 놓칠수 있는 연말정산시 주의할점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