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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부활

고향인 순창에 칩거중인 정동영 전 의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 동작을과 강남을 관악을 선거에서 잇따라 패착을 하면서 국민의 관심권에서 밀려났던 그에게 정치권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자신을 배척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가장 먼저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측에서도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중인 것으로 탐문된다. 그에게는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진보세력을 규합해 혈혈단신으로 ‘국민모임’을 결성할 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야권이 서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낙향했던 정동영 전 의원은 바로 이 때를 기다려왔을 것이다. 전국 최고·최다 득표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던 그는 제1야당의 최연소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 통일부장관 등 승승장구하면서 정치입문 12년만에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로 대권까지 도전했다. 그랬던 그가 씨감자 농사로 전업하려고 나홀로 쓸쓸히 고향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절치부심 정치적 시운을 기다렸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 행보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던터라 정 전 의원에게는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야권의 빅뱅으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빨리 다가온 셈이다.그의 정계 복귀는 이미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4일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연구소 ‘대륙으로 가는 길’ 송년모임에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언제 나서느냐는 선택만 남아있다. 앞서 문재인 대표의 복당 요청에는 “다른 길에 서 있다”고 거절했던 만큼 안철수 의원 등과 야권 신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유성엽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정치적 진로를 상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정 전 의원이 이처럼 재기의 발판을 서둘러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DJ와 YS처럼 정치적 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전북의 아들이자 전북의 인물이다. 대권 도전 실패 후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재보선에 나섰을 때도 도민들은 그를 품어주었다. “어머니! 아들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이제 그는 대권주자였던 만큼 큰 정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당장 눈 앞에 총선 의석수 확보나 정치적 세불리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고 허탈감에 빠진 도민과 찢겨진 국민의 아픔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국민만 바라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워 갈 때 그가 바라는 정권교체의 꿈도 이뤄질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23 23:02

걸개 그림과 선거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전시될 홍성담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 이 걸리지 못해 외압 논란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 철회로 이어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민중의식을 고취시켰던 ‘걸개그림’이 지금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각매체임을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80년대 후반 ‘민족 해방 운동사 걸개그림’과 관련해 홍성담 민미련 건준위 위원장 등 8명의 미술인들이 구속되는 사태도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 미술인들이 협업으로 단일한 주제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 분단 4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간 미술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걸개그림사에 밑줄로 남아 있다.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걸개그림이 요즘에는 일반 행사나 사업장의 개업 이벤트까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면 걸개그림이 전국을 펄럭인다. 고층 건물마다 걸개그림으로 뒤덮여 걸개그림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걸개그림이 곳곳에 내걸리며 벌써 선거철에 들어섰음을 알리고 있다.걸개그림은 후보간 경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목 좋은 곳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설치에 따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건물구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당 평균 2만∼3만원대다. 가로·세로 각 10m 크기로 할 경우 1개당 300만원 정도. 선거법상 3개까지 내걸 수 있어 대략 1000만원대 비용이 들어간다. 건물을 뒤덮기 때문에 창문이 가려져 입주자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고, 입주 업체의 간판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그럼에도 입지자들이 보다 크고 화려한 걸개그림을 거는데 비용과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리라.정치인들이 자신을 더 널리 알리는 방법으로 걸개그림을 활용하는 일을 타박할 수는 없다. SNS나 다른 첨단매체의 활용,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덩그러니 큰 얼굴과 이름으로 가득 채운 정치인의 걸개그림은 민주화과정의 단물만 빼먹는 것 같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문화를 일으키겠다면 적어도 도시미관까지 생각했으면 한다. 얼굴만 분칠하지 말고 이 땅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공감을 끌어냈으면 좋겠다. 훗날 그 걸개그림만 모으면 당대의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예술성 높은 전시회가 되는, 그런 정치인의 걸개그림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2.22 23:02

깨어 있는 유권자

모처럼만에 전북에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질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13일 탈당했고 유성엽 전 도당위원장이 탈당함에 따라 ‘야야’대결구조가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탈당이 누구 잘못인가는 내년 총선서 유권자가 표로 심판하면 그만이다. 그 만큼 유권자 책임이 커졌다. 종전에는 이 같은 정치구도를 만드는 것 조차 생각치 못했다. 세상사가 경쟁없이 발전할 수는 없다. 그간 전북에는 일당독식구조가 만들어져 유권자가 정치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항상 비껴 나 있었다. 지역주의에 묶여 있는 특정당 공천이 곧장 당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거가 예산만 축내고 형식적으로 치러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는 사람들이 공천권자에게 목숨걸고 매달리는 단순한 정치구조가 만들어졌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후진 정치행태가 계속 이어졌다.30년 가까히 일당독식구조가 이어져 유권자들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정치혐오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지만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다. 국회의원으로 뽑아줘 봤자 본인들만 호의호식하고 잘 사는 것 아니냐는 냉소주의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간 깜냥도 안되는 사람이 국회의원 해먹을 수 있었던 것은 지지층만 적극적으로 결속시키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원으로 꽁공 묶어서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철옹성을 부숴 버릴 수가 없었다. 운동권 출신 후보들이 이 같은 선거전략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친노들은 철저히 노빠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다.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구도가 만들어 졌기 때문에 단순히 운동권 경력만 갖고는 배지 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팽(烹)’시켜야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운동권은 시대정신에 맞질 않는다. 친노들이 쉽게 국회의원 해먹던 시절은 청산해야 할 과제다.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하다 보니까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되는 게 없는 것이 바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된 탓이 크다. 초선 야당의원이라면 거침없이 정부 여당의 실정을 들춰내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 도내 의원 중에는 이 같은 의원이 없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 왔다. 선거판이 닥쳐 오니까 굽신거리는 현역들을 제대로 심판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 하면서 감성에 호소한 조급증 환자도 잘 봐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전북을 살릴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2.21 23:02

창의도시 그 이후

일본 시즈오카 현 서쪽에 있는 도시 하마마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토바이와 자동차, 악기 생산 공장이 입주하면서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인 혼다나 스즈키가 이 도시에서 창업했고, 세계적인 악기 제조회사인 야마하와 카와이 역시 하마마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도 섬유와 직기, 악기가 발전했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공업도시로 변화한 배경이 흥미롭다. 하마마쓰의 도시적 특성이 또 있다. 세계적 음악도시로서의 위상이다. 악기제조 산업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되었을 도시의 문화적 환경은 하마마쓰를 음악도시로 성장시켰다. 유형무형의 음악적 자산이 풍부한 하마마쓰는 피아노 콩쿠르로도 이름을 높였는데 1991년부터 시작된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배출해낸 권위 있는 무대로 꼽힌다. 세르게이 바바얀, 아레시오 박스, 라파우 블레하츠 등이 이 무대를 통해 발탁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임동혁과 조성진이 하마마쓰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섰다. 유네스코도 하마마쓰의 음악적 환경을 주목해 2014년 음악창의도시로 선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는 아홉 번째 음악창의도시다. 이 도시의 동력이 된 공업과 음악의 조합이란 사실 낯설다. 그런데 그 기반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자리해온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이 도시가 지켜온 ‘모노즈쿠리(monozukuri, ものづくり)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의 합성어다.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장인정신을 지켜가는 일본의 독특한 제조문화’를 일컫는 상징어가 되었다. 제조업에 강한 도시 하마마쓰는 이 ‘모노즈쿠리’의 정신을 지켜 오늘을 있게 했다. 통영이 이달 초,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음악창의도시가 됐다. 통영은 온갖 정치적(?) 갈등을 거치면서도 끝내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과 그의 예술세계를 품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인정신과는 또 다른 품격의 예술 정신이 이 도시의 힘이 된 셈이다. 전주는 통영에 앞서 지난 2012년 음식으로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도시의 성장 동력을 새롭게 얻은 셈이다. 유네스코의 창의도시 선정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세계의 많은 창의도시들이 이름을 높이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의 창의도시는 6개. 그런데 지정 이후 동력의 활기는 그리 두드러보이지 않는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2.18 23:02

샅바 싸움

씨름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갖가지 기술로 상대방을 눈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려 승부를 결정짓는 전통 운동경기다. 잡치기, 호미걸기, 배지기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씨름기술은 상대의 공격에 쓰러지던 수비선수가 절묘하게 반전의 기술을 성공시키며 역전승하는 짜릿함을 관중에게 보여준다. 본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르는데 1회당 30초가 주어진 2회의 연장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장전에서는 벌칙이 가벼운 선수에게 샅바 우선권을 준다. 물론 벌칙이 무거운 선수는 규정샅바를 덜 잡는 결정적 불이익을 받고 싸워야 한다. 씨름은 선수의 허리와 허벅다리를 단단하게 둘러 맨 샅바를 잡고 기량을 겨루는 경기다. 유도처럼 도복을 입고 겨루는 경기가 아니어서 샅바 외에는 씨름 기술을 확실하게 걸 수 있는 것이 없다. 씨름의 승부는 샅바 잡기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경고가 많은 선수에게 최악의 벌칙을 줌으로써 씨름경기의 묘미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규정샅바를 잡을 수 없게 된 선수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선수들의 기량이 비슷비슷해 제대로 된 승부가 나지 않는 미지근한 씨름경기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적용한 규칙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제20대 총선을 넉달 앞둔 정치권에서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연초만 해도 경쟁 당사자들인 국회의원들은 마음을 비우고 중앙선관위에 신설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 재획정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애초 예상대로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이 걸린 선거구 획정을 제3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건 넌센스였다. 갑론을박 싸움박질만 하더니 지난 15일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을 넘기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 협상만 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행 선거구가 무효되기 직전인 연말까지 결판내라고 여야에 주문하고 있지만 상대 책임만 말하고 있다. 여야는 현행 300석을 유지한 채 246석이던 지역구를 7석 늘려 농어촌선거구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데까지는 합의했다. 문제는 줄어드는 비례대표 처리다. 야당은 정당득표율의 40%만큼 의석수를 보장하자며 소수당 입장을 챙기고 있다. 반면 여당은 자신의 비례의석수 축소가 뻔한 야당안을 받을 수 없다며 손사래치고 있다. 두 눈 부릅 뜬 채 멀쩡한 의석을 상대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협상에는 명분과 함께 당근도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2.17 23:02

야권 빅뱅과 호남의 선택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야권이 다시 빅뱅을 시작했다. 먼저 안 의원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과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 등 3명이 조만간 동반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연말 연초까지 국회의원 20여명이 합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정연에선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 박지원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가운데 일부라도 야권 신당에 합류할 땐 빅뱅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야권 신당을 추진중인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그리고 정동영 전 장관 등 호남의 주축세력이 함께 가세하면 내년 총선에서 제1 야당의 간판이 바뀔 수도 있다.이 같은 야권의 분화는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구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가장 먼저 호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선택이 야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새정연이나 신당 추진세력 사이에 사활을 건 표심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호남 민심은 그대로 수도권 표심에 투영되어 왔지만 근래 들어 야당의 민심이반 공천으로 수도권 표 결집에 실패해왔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선 새정연이나 신당 세력 사이에 민심을 따르는 제대로 된 공천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호남 유권자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대 총선에서 황색바람이 호남을 휩쓴 이후 30년 가까이 일당 독주체제를 구축해오면서 각종 폐단과 부작용이 속출했었다. 특정 정당 공천만 끝나면 선거가 끝나는 형국이기에 함량미달 자질부족 능력없는 인물들이 국회나 단체장으로 무임승차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이러한 인물들이 선거판에서 나대다 보니 제대로 된 인물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었고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해왔다.이번 야권의 분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청와대와 여당에 너무 무기력한 야당, 선거때마다 필패하는 야당, 국민의 마음이 떠난 야당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야권 분열과 지리멸렬로 독주 여당에 개헌저지선마저 내주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안철수 의원이나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장관 등 새정연과 신당 추진세력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호남 민심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을 가야 한다. 이번 야권 빅뱅을 통해 호남에선 선의의 경쟁하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16 23:02

캠퍼스 한옥형 건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주에서 왔다고 하면 전주 한옥마을이 곧잘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북관광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도심 속 한옥지구가 잘 보존돼 있고, 경기전·전동성당 등 역사적 건물에다 인근 전통시장이 어우러져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한옥마을이 급속히 상업화 쪽으로 흐르면서 언제 관광객들이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에 각인시킨 전주 한옥마을 이미지는 그 자체로 큰 부가가치를 갖는다. 이제 한옥마을이라는 전주의 자산을 더 깊게, 더 널리 활용하는데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전북대가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을 들고 나온 것은 이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전북대에 따르면 2016년 정부 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246억 규모의 국제컨벤션센터와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 신축, 한옥타운 조성 예산 30억원 확보했다. 전북대는 이 건물들을 모두 한옥형으로 지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조성사업의 랜드마크로 활용할 계획이란다. 국제컨벤션센터나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는 대학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대학’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취지다.사실 우리의 대학 캠퍼스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수백 년 된 대학 건물, 예술적으로 압도하는 조형물, 뛰어난 캠퍼스 경관 등을 가진 세계적인 대학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우리 대학들이 그 앞자리에 서기란 쉽지 않다. 전북대는 45만 평에 이르는 건지산 학술림과 그 안에 오송제 호수, 덕진공원 등 풍부한 생태·경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해 지역민과 공유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그간 고만고만한 건물들로 계속 채워져 ‘명품 캠퍼스’와는 거리가 있었다.전북대는 한옥 관련 노하우가 있는 곳이다. 고창캠퍼스에 목조건축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을 두고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 내 한옥형 정자 쉼터도 만들었다. 전북대의 이번 한옥형 건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가 더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전주 한옥마을의 콘텐츠 개발 등에도 대학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콘셉트를 대학이 뒷받침하고, 거기서 대학도 차별화와 존재감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2.15 23:02

모악산 정기 회복

전북 출신 인재들이 중앙 무대에서 발탁되지 않고 있다. 큰 흐름상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가뭄에 콩 나듯 장 차관이 배출됐으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이후에는 숫자가 줄었다. 특히 MB·박근혜 정권으로 보수정권이 이어지면서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각 부처내에 장차관으로 커나갈 중간 간부들도 갈수록 줄어 이대로 가다가는 전북 출신 장관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왜 전북 출신들이 발탁되지 않을까. 그 원인 가운데는 대선 때 표 많이 주지 않은 탓이 크다. 대선 때 MB는 9.04%로 한자리수 박근혜 대통령은 13.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MB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껏 인재를 골라 쓰는 걸 보면 전북 출신은 감감무소식이다. 광주 전남은 득표율이 한자리수에 머물렀지만 장차관 등 주요 요직에 그런대로 박혀 있다. 전북이 호남서도 차별 받고 있다.절대 권력을 쥔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지역 사람 중에서 인재를 골라 쓴다. 검찰총장 등 ‘빅5’전부를 영남권 출신으로 발탁한 것만 봐도 그렇다. YS나 DJ정부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이 정권서는 인사탕평책을 말하면서 그 도가 지나칠 정도로 편향성을 보인다. ‘전북 무장관’이란 말이 너무 오래 가고 있다. 전북 출신이 역량이 떨어진 탓인지 아니면 충성심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차별이 심하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후 그 누구도 없다.풍수전문가들은 전북 출신이 중앙 인재로 발탁되지 않은 이유를 전주 인근에 있는 모악산 정상에 송신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제가 우리 민족 정기를 끊어 인재가 배출되는 걸 막기 위해 명산에다가 쇠말뚝을 박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분석한다.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 한 중앙에다가 쇠못을 박아 놓아 생명력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인재가 나올 수 없다는 것. 풍수지리학적으로 모악산에 송신탑이 있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95년 YS 정부가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 범 국민적으로 쇠말뚝 뽑기를 한 만큼 이제라도 도민들이 뜻을 모아 송신탑을 이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송신탑 부지 소유주인 금산사도 모악산 정기 회복을 위해 송신탑 이전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77년 모악산에 송신탑이 설치되면서 전북 인재가 중앙 무대에서 발탁되지 않고 있다고 믿는 도민들이 많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미신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모악산의 맑고 순수한 에너지 보전을 위해서라도 송신탑은 이전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방송 송출 장비가 발달돼 굳이 산 정상에 송신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 경북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금오산에서 쇠말뚝을 빼낸 것과 광주 전남 사람들이 인재를 키우기 위해 무등산 정상을 되찾은 노력을 도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2.14 23:02

생명에 대한 예의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저자인 김성호 서남대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이 책은 지리산에서 우연히 만난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을 50일 동안 지켜본 기록이다. 그는 오색딱따구리의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딱따구리가 둥지를 튼 고목나무 옆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새벽 4시에 들어가 밤 10시에 나오는 고된 일상이었다. 이후 김 교수는 다시 강원도에 서식하고 있는 까막딱따구리의 일상을 관찰하는데도 1년을 보냈다. 그 결실 역시 책으로 엮어졌다. 그런데 책을 펴내고 난 뒤 김 교수는 자신의 관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끼를 길러 떠나보내고 나면 둥지를 모두 떠나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 아빠 새는 그 둥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겨울에도 아빠 새가 둥지를 지키는 광경을 담아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눈이 내리면 둥지에 들어가 좀체 나오지 않는 까막딱따구리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해 겨울, 김 교수는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어김없이 강원도의 까막딱따구리 서식처를 찾아갔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치기 일쑤였다. 주위 사람들은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이어가는 김 교수에게 조언했다. ‘나무 밑동을 몇 번 치면 나올 텐데 왜 그리 바보스럽게 기다리고 있느냐’고. 김 교수가 딱따구리를 만나면서 스스로 만들었던 원칙이 있다. 그들의 삶에 스며들듯이 딱따구리의 일상을 존중하며 관찰하겠다는 것이었다. 밑동을 쳐서 딱따구리를 나오게 하는 일은 그 원칙을 버리는 일이었다. 카메라 렌즈를 고목나무 둥지를 향해 놓고 기다리기 여러 날.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이었다. 김 교수가 눈을 맞대고 있는 카메라 렌즈 안으로 까막딱따구리 수놈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아저씨 참 어지간하네요. 그래요. 내가 한번쯤은 내밀어 줄게요.” 김 교수는 그 순간 딱따구리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이로웠던 그 풍경은 어김없이 김 교수의 렌즈에 잡혔다. 그의 섬세한 관찰력이 아니었으면 딱따구리의 특성을 바로 잡을 수 없었을 터다.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자연과 생명을 향한 예의와 존중, 그 의미와 가치다. 둘러보니 자연과 생명을 훼손하는 인간의 욕심이 넘쳐난다. 개발로 훼손시키는 것도 모자라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카메라에 담겠다며 산하를 뒤지고 다니는 무례한 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2.11 23:02

법고창신

전북은 예향으로 불린다. 예술의 고장이란 소리다. 도민들이 예로부터 예술을 사랑하고 즐겼고, 그 기질이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배어 있기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다른 지역민들도 예술을 좋아하고, 훌륭한 예술가를 많이 배출해 왔지만, 유독 전북이 ‘예향 전북’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예술에 대한 특별한 감성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은 예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를 4명 배출했을 뿐이다. 2013년 서양화가 박남재가 전북 출신 화가로는 처음으로 예술원상을 수상했고, 이전에 남원 출신의 극작가 노경식, 고창 출신의 시인 서정주, 군산 출신의 시인 고은 등이 예술원상을 받았다. 1955년 이 상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203명이 수상한 것을 놓고 보면, 전북 출신 수상자는 1.9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 전북이 예향임을 우기는 것은 전통, 기질 덕분이다. 전북도는 송흥록 권삼득 김소희 안숙선 등 수많은 판소리 명창을 배출했다. 조선 명필 이삼만에 이어 송성용과 황욱 등을 배출한 묵향의 고장이고,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최명희, 극작가 노경식, 화가 송수남, 김병종, 배우 박근형, 가수 최진희 등 수두룩하다. 전북도는 2000년 전주 건지산 기슭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세워 전주세계소리축제를 14년째 치렀다. 전북도가 소리문화의 전당을 만들어 세계소리판을 벌이는 이면엔 판소리가 있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등은 전북이 무대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 명창을 키우고, 사설을 집대성했다. 전북의 음식점과 찻집에는 서예작품과 한국화가 벽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금도 할매곰탕 등 상당수 음식점이 옛 멋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10월 서예비엔날레 개막 뒤풀이에서 지역 여성 명창의 판소리 공연이 있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모인 200여명의 서예가들이 판소리에 흠뻑 취했을 때 공연이 아쉽게 끝났다. 이에 한 인사가 무대로 올라가 ‘사철가’를 구성지게 부르자 서예가 한 사람이 이어받아 사철가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이런 분위기가 “역시 전북은 예향이여”소리를 자아내게 한다. 전북지역 무형문화재 장인 34명을 초대한 법고창신전(法古創新展)이 8일부터 12일까지 전주대에서 열리고 있다. 백동연죽장, 한지장, 소목장, 선자장 등 전북을 대표하는 장인들의 작품이 예향 전북을 말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2.10 23:02

세계 부호들의 '기빙 플레지'

지난 1947년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았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맞서 1929년 결성된 조선어사전 편찬위원회가 우리말과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조선어대사전’ 제작을 추진했지만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국어학자 12명이 옥고를 치르면서 원고를 분실했다. 다행히 1945년 9월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원고를 찾아내 1947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조선말 큰사전’ 1권을 펴냈다. 하지만 물자부족과 6·25전쟁 발발로 사전 편찬을 못하다 미군정 장교의 주선으로 록펠러재단으로부터 당시 3만6400달러 어치의 종이와 책표지·인쇄잉크 등을 지원받아 1957년 모두 6권까지 완간했다. 우리 한글대사전이 기부왕 록펠러가의 도움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록펠러재단의 수장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석유왕 존슨 D 록펠러의 손자로 세계 부호들의 기부단체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재단의 최고령 멤버다.기빙 플레지는 지난 2010년 세계 1위 부호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해 만든 자선단체다. 출범 첫해 52명으로 시작해 현재 15개국 138명의 슈퍼 리치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기빙 플레지에 참여하고 있는 부호들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소프트웨어회사 아사나(Asana)를 세운 더스틴 모스코비치가 31세로 가장 나이가 어리고 데이비드 록펠러가 101세로 가장 많다.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주식 99%, 450억달러(52조1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 2012년 기빙 플레지 멤버가 됐다. 당시에 페이스북 주식 1800만주, 시가로 4억9800만 달러를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에 기부했다. 기빙 플레지를 만든 빌 게이츠는 암 투병중인 어머니 메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의무가 요구된다”는 충고를 그는 성경처럼 받아들였다고 하버드대 연설에서 밝혔었다.지난 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밝힌 ‘세계IT 100대 부자’에 한국인은 5명 포함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대표 김정주 NXC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의장 등. 하지만 기빙 플레지 회원은 우리나라 재벌들 가운데 아직 한명도 없다.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 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 8400억원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경영권 편법 승계논란이 일자 8000억원을 기부했을 뿐이다.혼자서 많이 가지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슈퍼 리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09 23:02

다시 돌아온 교보문고

교보문고가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2012년 철수한 후 3년 만에 ‘교보문고 전주 바로드림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말 전주 객사길 옛 자리에 재개장했다. 이번에는 음반·문구·팬시·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계열사 ‘핫트렉스’와 함께 왔다. 2006년 전주점 개점 당시 지역 서점들의 필사적인 반대가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소리 소문 없이 다시 문을 연 게 신기하다. 교보문고가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에다 훨씬 진화된 모습으로 다가섰기 때문에 지역 서점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지역 서점계의 체념이라면 참 슬픈 현실이다. 10년 전 처음 교보가 전주로 들어올 당시 지역 서점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호의적이었다. 대형 서점에서 맘껏 책을 골라보고, 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해서다. 전북지역 서점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여겨서다. 실제 교보의 전주 입점 후 시민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개점 얼마 안 돼 3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했으며, 젊은 층의 약속장소가 될 만큼 명소가 됐다. 그러나 교보 입점 후 인근 민중서관과 대한문고 등 지역의 대표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의 영향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지만 토박이 서점을 잃게 된 것은 지역 문화자산의 큰 손실이었다.그런 태풍을 몰고 왔던 교보문고가 7년 만에 철수한 것을 보면 그 스스로도 별 재미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교보문고에서 왜 하필 전주를 지역의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을까. 교보문고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주를 포함해 전국에 5개점을 갖고 있으며, 전북대를 포함해 전국 7개 대학에서 구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도시 규모로 볼 때 결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할 수 없는 전주에 2개 점포나 갖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지역의 대표서점이 없어 만만한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 또한 지역사회가 슬퍼해야 할 일이다.전주의 대표서점인 홍지서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은 81년 설립된 교보보다 2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연륜을 자랑한다. 교보의 전주 진출 후 홍지는 서신·송천·아중·효자점을 잇따라 개설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교보의 전주 재입점을 계기로 토박이 서점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교보 또한 지역문화의 자산이지만, 토박이 서점과 비할 바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2.08 23:02

야권 경쟁 구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파악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유권자들이 쉽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투표하고 난 이후 즉각 실시하는 출구조사도 안 맞는 이유는 유권자가 제대로 응답을 안해 주기 때문에 그렇다. 과학이란 이름을 빌어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응답자가 엉뚱한 답변을 늘어 놓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 심리적으로 엇갈린 응답을 한다. 여론조사 기법이 발달돼 모바일로 옮겨 갔지만 그래도 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여론의 추이만을 살필 뿐이다.그간 도민들이 많은 선거를 하다보니까 선거에 이골 나 있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대세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는 거의 지역감정으로 끝났다.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투표경향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사람이나 투표할 때 보면 대세에 휩쓸린다. 밴드웨건 효과다. 평상시에 그렇게 비판적이던 사람들 조차 막상 기표소에 가면 특정 정당 후보를 찍는다. 그간의 선거 패턴이었다.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십중팔구는 다 묻지마라 투표를 했다. 정치와 후보를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다. 지역감정과 연고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그렇게 일방통행식 투표를 했던 것이다.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섰지만 역설적으로 선거가 멀었다. 선거가 하룻밤 사이에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여론이란 게 가변적이어서 언제든지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전북이 지역정서상 호남으로 묶이면서 항상 경상도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왔다. 요즘 신당설이 나오지만 경상도에는 신당 이야기가 없다.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새정연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만 나타날 뿐이다. 전북은 초선들이 친노를 에워싸고 있어서인지 광주 전남과 기류가 다르다. 아직도 새정연이 주류다. 예전과 달리 이대로는 안된다는 일당독식구조 타파가 여론의 흐름을 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정확히 말해 신당 보다는 새정연을 탈당해서 만들기 때문에 분당이란 말이 더 적합하다.신당 출현이 불가피한 이유는 문재인 대표의 수권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데서 비롯된다. 문 대표가 혁신을 강조해도 수사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지금 도민들의 속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뭔가 변화를 바라는 쪽으로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래부터 도민들이 곧잘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20대 총선을 야권끼리라도 경쟁을 붙이고 싶어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지역감정의 폐해를 알면서도 새누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새정연 대 신당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2.07 23:02

진짜 부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본격적인 기부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이다. 그는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설립하고 각종 자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 사업가로서 절정을 맞았을 때였다. 그는 이후 공공 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 대학생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 사업, 중국의 결핵 퇴치와 소아마비 퇴치, 결핵 백신과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 빈민 지역 교육환경 개선 등에 기부를 이어갔다. 2008년까지만 그가 기부한 액수는 3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에 이른다. ‘세계 최고 부자’에서 ‘세계 최대 기부자’로 별칭을 얻게 된 이유다. 게이츠를 잇는 또 한사람이 있다.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게이츠가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그 역시 2006년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310억 달러를 빌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 신탁했다. 지금 게이츠와 버핏은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인물’로 꼽힌다.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으로 지구촌에 새로운 왕국을 만든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와 그의 아내인 프리실 챈이 최근 기부를 선언했다. 기부액은 446억 달러(한화 약 52조원)에 이르는 페이스북 주식의 99%. 며칠 전 얻은 딸 맥스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선물이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소유한 페이스북 주식 1%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공개약속을 하면서 기부 이유를 페이스북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올렸다. ‘우리는 모든 부모가 그런 것처럼 네가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자라나기를 바란다. 그것은 너뿐 아니라 다음세대 모든 아이들을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가난을 퇴치하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이들 부부가 길게 써내려간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맥스, 우리는 너와 어린이들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 줘야 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네가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과 기쁨을 주듯이 너의 삶도 사랑과 희망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네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 올지 무척 궁금하구나.’ 딸에 대한 사랑을 사회공헌으로 이어내는 서른한 살 최연소 억만장자의 신념이 존경스럽다. 스스로 쌓아올린 부와 명성만을 좇지 않고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들이 진짜 부자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2.04 23:02

농촌 활력의 조건

남원시 산내면은 남원 목기의 본고장이다. 이 곳에 평생 목공예를 업으로 삼은 김을생 명인이 있다. 그가 산골에서 목기업을 영위한 덕분에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의 영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리때(발우)를 스님들에게 공급,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때는 김을생 명인의 금호공예사 코 앞에 있는 천년 고찰 실상사를 오고 가는 스님들의 필수품이다. 전국의 스님들이 모두 사용하는 공양도구다. 불가의 스님들은 예나 지금이나 공양 때 발우만을 사용한다. 군에서 장교 생활을 하던 그가 1972년 산골 고향마을에 돌아와 목가구업을 시작했을 때나, 산수를 맞은 지금이나 불가에는 발우가 있다. 김을생 명인은 수요가 확실한 제품을 선택, 평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것도 몇가지 있다. 1951년부터 18년간 운영된 전라목기기술중학교가 1968년 폐교된 후 목기 학교는 산내에서 다시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목기중학교 1회 졸업생이다. 또 바리때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옻 채취에도 변화가 생겼다. 옻은 방수성, 방습성, 항균성, 내화성이 뛰어나고 칠을 해 놓으면 미려한 효과를 내는 명품 칠 원료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채취하기 힘다. 요즘은 옻을 채취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요즘 국내산 채취량이 부족하니 귀한 몸의 값이 더욱 뛰어 있다. 목기는 목선반을 활용해 통나무의 안팎을 둥글게 깎아 만든다. 목선반에 올려진 통나무 재료가 빠르게 회전한다. 장인은 균일한 두께, 균일한 크기로 깎아 발우를 만든다. 대여섯개의 크고 작은 발우를 겹쳐 쉽게 보관하도록 정밀가공 한다. 장인의 기술은 옻칠로 완성되고, 품격이 높아진다. 이런 것들은 목기의 고장 남원의 경쟁력으로 주목된다. 지리산 산골 산내면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귀농 귀촌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리산 둘레길 덕분에 펜션이며 찻집도 늘었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6차산업화 시도도 눈에 띈다.농촌지역의 활력 몸부림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치열하다. 하지만 고전이다. 이유는 지난 10년간 보조금을 지급하며 진행된 마을만들기 사업 성과에서 엿볼 수 있다. 마을만들기 보조금이 지원된 도내 324개 마을 중 체험과 숙박 등 마을공동체 사업이 상시 운영되는 마을이 103개(31.8%)에 불과한 것이다. 농가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인 농촌마을사업성공을 위해 전문 상근자 배치가 시급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2.03 23:02

조문 정치

민선 초기 도내 단체장을 3차례 연임했던 한 인사는 상가 조문을 통해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역주민이 상(喪)을 당하면 3차례 문상을 간다. 상을 당한 당일 저녁,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상가를 찾아 상주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둘째 날과 발인 때도 또 상가를 찾는다. 이렇게 조문에 공을 들인 결과,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지지기반을 쌓아 가볍게 3선 군수를 역임했다.상황은 다르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조문 정치가 화두가 됐다. 지난달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여야를 망라한 정치인들이 대거 조문에 나서면서 이들의 행보가 회자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저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다”라고 선언하며 매일 빈소를 지키면서 상주노릇을 자처했다. 이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YS는 나의 정치적 대부”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 같은 ‘YS 적자’ 논쟁에 야당에선 “정치적 불효” “정치적 치매”라고 깎아 내렸고 일부 네티즌들은 김현철씨가 2년전 트위터에 올렸던 “김무성 의원은 친박 비박사이에서 줄타기나 하지 말고 1년 이상 입원중인 아버님 병문안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는 내용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칩거중인 손학규 전 새정연 상임고문도 매일 YS 빈소를 지켜 정치 재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앞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부친상 때는 대통령 조화 논란과 친박 핵심들 입에서 TK 물갈이설이 제기되면서 애도와 추모의 장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현역의원 113명을 포함, 3000여명이 문상을 다녀갔지만 박근혜 대통령 조화나 청와대 인사의 문상은 전혀 없었기에 추측이 무성했다. 반면 하루 먼저 모친상을 당한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 상가에는 박 대통령 조화가 놓여져 있어 대조를 보였다.정치권의 관심은 덜했지만 지난달 25일 전주의 한 장례식장서 치른 무소속 박주선 의원 장인 상가도 눈길을 끌었다. 야권 신당세력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기에 조문 참석인사 면면에 관심이 쏠렸다. 신당을 추진중인 천정배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은 물론 순창에 칩거중인 정동영 전 의원, 김민석 전 의원을 비롯 야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신당 통합과 내년 총선 등 향후 정국 구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정연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을 비롯 다수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박 의원 상가를 찾아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잇달은 조문 정국이 내년 총선과 야권 신당, 향후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02 23:02

존 F. 케네디

존 F. 케네디(1917~1963년)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 뉴프런티어 정신으로 대표되는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 등으로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도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케네디 대통령을 모델로 삼으려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케네디와 악수하는 포스터를 활용했고, 오바마는 ‘블랙케네디’라는 표어에 기댔다.2년 10개월의 짧은 대통령 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를 크게 기억하는 데는 그가 꿈꾼 미래가 오늘에도 여전히 미완성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환경의 아름다움을 보호하는 미국, 예술적 성취 수준을 꾸준히 높여가고, 국민 모두를 위하여 문화적 기회를 꾸준히 확대하는 미국을 바라봅니다. 비단 힘 때문만이 아니라 그 문명 때문에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미국을 바라봅니다.” 암살되기 한 달 전에 사망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케네디가 꿈꾼 미국의 미래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마시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라는 취임 연설은 전 세계 리더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케네디 전 대통령은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과도 직간접적 연결고리를 많이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같은 나이며, 연대를 달리해 암살로 생을 마감한 점도 같다. 박 전 대통령은 5·16후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를 만났으며, 1963년 대선에 당선된 후 케네디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김영삼·이철승 후보의 ‘40대 기수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40대 대통령이 된 케네디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네디 대통령에게 <용기 있는 사람들>의 저서가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행동하는 양심>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1월22일 서거일은 반세기를 넘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일과 같다.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케네디 전 대통령을 존경했으며, 다른 가계임에도 케네디 이름의 뉴질랜드 대사를 환대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서거 50년 넘게 매년 서거일을 기념할 정도로 케네디 전 대통령을 미국인들이 지금도 사랑하는 것은 그가 미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큰 정치인들이 떠나면서 고단한 현실을 덮을 그런 꿈과 리더십이 그립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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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5.12.01 23:02

새로운 농촌병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하지만 선거문화가 민주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해악이 크다. 지난 91년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주민자치를 이끌어 갈 대표를 선출했다. 95년에는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까지도 직접 주민들이 뽑았다. 대선 총선 단체장 지방의원 농수축협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선거가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선거가 일반화 돼버렸다. 유권자들이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치러야 할 선거를 감성으로 치르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 관계로 판단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이 같은 잣대를 갖고 대표를 선출하므로 때로는 함량미달의 후보가 대표로 뽑힌 적이 있었다.인구가 3만명을 턱걸이 하는 임실 순창 무주 진안 장수 등은 연고주의 투표행태가 심하다. 후보자들도 지지자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연고주의를 십분 활용한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다. 선거공보 장식용으로 그친다. 사돈네 팔촌의 혈연관계로 묶여야 표를 주는 심리가 있다. 초·중등 학연관계는 빼 놓을 수 없는 주요한 연결고리다. 군청 소재지에서 태어난 후보가 인구가 적은 면에서 출생하는 후보보다 훨씬 유리하다. 소지역주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장수군은 선거 때마다 남북 대결이 이뤄진다. 사람은 원래 경제 활동을 할 때가 가장 이성적이지 투표할 때는 거의가 감성적으로 흐른다. 요즘에는 후보 외모가 표 모으는데 큰 작용을 한다. 잘 생긴 후보한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 성형도 보편화 됐다.문제는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다 보니까 농촌지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작용이 많다. 지역별로 편가르기가 계속돼 유권자들이 우군 적군으로 나뉘어 있다. 서로 같은 편이 아니면 말도 안하고 등 돌리고 살 정도다. 선거에서 이긴 편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주의가 횡행하는 바람에 자칫 낙선자를 지지한 사람은 살기가 고단하고 불편하다. 농촌지역은 군청이 정보와 돈을 쥐고 있어 이긴편이 아닌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는다. 읍면별로 유권자가 적다 보니까 누가 누굴 지지했는지 쉽게 안다. 지금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주의도 치유해야 할 과제지만 농촌지역에서의 편가르기가 더 심각하다. 시골 인심이 좋다는 말은 잦은 선거로 옛말이 됐다. 여론조사로 피아를 구분할 정도까지 됐다. 지지 정당이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정당 보다는 연고주의로 결말나기 때문에 민심이 갈기갈기 찢겨 있다. 선거감정을 해결할 방책이 안 나오면 농촌서 살기가 버겁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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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11.30 23:02

예술의 섬을 만든 기업

나오시마(直島)는 일본 서부의 바다 세토내해(瀨戶內海) 동쪽에 있는 섬이다. 세토내해의 섬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과 유산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섬이 나오시마다. 인구는 3000명이 조금 넘고, 금속제련과 어업 및 관광이 주산업이다. 섬은 1917년 미쓰비시광업이 금속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동양 최대 금 생산지로 꼽혔을 정도였으니 산업 규모나 이 섬의 경제활동 면면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련산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버려진 산업폐기물이 쌓이고 환경폐해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떠나고 섬은 황폐화되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이 섬의 폐허가 된 제련소 부지를 사들인 기업이 있었다. 교육관련 도서 출판그룹인 베네세홀딩스다. 아버지 대에 서점으로 창업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베네세를 키워낸 후쿠다케 소이치로 고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산업폐기물로 뒤덮인 이 섬을 사들여 예술의 옷을 입혔다.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작가들을 불러들여 진행한 나오시마아트프로젝트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미술관이 들어서고, 섬 곳곳에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이 놓이면서 흉물스러웠던 공간들은 예술 공간으로 변신하고 섬은 생명을 다시 얻었다. 오늘의 나오시마는 그렇게 세계적인 예술의 섬이 되었다. 덕분에 나오시마는 관광의 섬으로 뿐 아니라 재생 모범사례가 되어 도시 문화 정책담당자들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만들어낸 후쿠다케 고문이 서울을 다녀갔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전해진 그의 기업정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그의 인터뷰는 다시 새롭다. “기업의 이윤은 문화에 쓰여야 하고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런 기업정신을 실천하는 베네세가 나오시마를 비롯해 세토내해의 섬을 살려내는데 투자한 예산은 자그마치 6500억 원이나 된다. 후쿠다케 회장이 강조한 것이 또 있다. 섬에 가면 일상에 예술을 들여온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마침 늦가을의 나오시마를 만났다. 우노항에서 나오시마를 왕복하는 페리호에는 유난히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많았다. 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부러웠다. 이윤을 사회에 되돌리는 기업과 섬의 오래된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빛나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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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11.27 23:02

수저 계급

10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복지와 양극화 해소다.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숨가쁘게 살아온 한국인들이 삶의 질에 눈을 떴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 11위 경제 강국, OECD 회원국 등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 해외 관광을 많이 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를 얕보고 어깨에 힘을 주고 으스댄다. 해방 후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기 위해 아이들이 미군용차를 쫓아다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시지 받아다 부대찌개 끓여 먹던 시절은 잊어버린 듯 하다.어쨌든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은 세계경제 성장 흐름을 타고 수출을 많이 해 크게 성장했다. 한국인의 열정과 지혜, 용기와 도전이 이룬 자랑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 한국인에게 준 또 하나의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 갈등이다.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갑과 을 등 수많은 양극화가 나라 전체를 멍들이고 있다.경제 정의, 경제 민주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다투고 있다. 과거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공약, 큰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야권에서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졌고,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 찬반투표를 강행하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오 전 시장은 지금도 무상급식 반대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충북대 명사초청 강연에서 복지의 본질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돈이 많아 다 나눠주면 좋겠지만 그건 복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재정 형편으로 부자 급식을 하는 건 정치이지 복지가 아니다고도 했다.과거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에서는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화두였다. 형설지공, 개천에서 용 난 수많은 사례들은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요즘 수저 계급론이 회자된다. 부의 대물림을 뜻하는 이 신조어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날 일 없다는 선포처럼 들린다. 머릿 속이 온통 욕심과 아집, 권위와 정복 욕구에 가득찬 대다수 갑들의 사회가 우려스럽다. 돈을 세상의 모든 것으로 아는 사회 개조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1.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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