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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농업

몇 해 전 본 네덜란드의 작은 농촌 도시인 와게닝겐(Wageningen)의 농장 모습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넓은 초지에 방목하는 돼지와 닭 농장, 그리고 당근과 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채소 농장에 농장주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신적 장애나 치매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는 노인이나 직장인 어린이들로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거나 또는 몇 개월씩 거주하면서 힐링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농장에 거주하는 비용은 정부에서 의료보험과 연계해 지원해 주고 있으며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고기와 달걀 채소류는 비싼 가격에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 네덜란드는 이 같은 치유 농장(Care farm)을 지난 1995년부터 도입했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치유 농장 설립을 지원해주었고 농업을 통한 치유효과가 커지면서 농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 2011년 1100여 곳에 달했다. 치유 농업 덕분에 인구 3만7000여명에 불과한 와게닝겐에 있는 와게닝겐대학에는 학사과정 2900여명, 석사과정 2100여명, 박사과정 1400여명 등 모두 6400여명이 다니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석사과정 30%, 박사과정 50%의 학생이 100여개 국가로부터 유학 온 학생들이다. 와게닝겐이 농업·산림·생태 분야 유럽 최고의 국제 대학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치유 농업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유럽은 지난 2010년 기준으로 프랑스 노르웨이 600여 곳,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각각 400여 곳 등 모두 3000여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에도 힐링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치유 농업이 미래 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일부 사회복지시설이나 노인요양시설 교정시설 등에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학교에서 텃밭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치유 농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체계적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 경북 영주에 국비 504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국립녹색치유단지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한 지리산·덕유산권 산림치유원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농도 전북인 전라북도도 치유 농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전남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나주에서 국제농업박람회를 통해 국내 힐링농업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영주시는 국립녹색치유단지와 연계한 대대적인 치유농업 클러스터를 조성중이다. 우리도 아시아 농업 허브를 꿈꾸는 새만금을 치유산업과 연계한 신성장 힐링 거점으로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0.28 23:02

아이브 프로젝트

‘테드 포럼’은 세계 최대의 지식향연장이다. 1984년 시작된 ‘테드’는 기술·교육·정치·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나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미래를 말하는 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테드에 초대를 받은 연사들이 강연한 내용이 1500개 이상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테드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18분의 법칙’이 있다. 난이도나 유명도에 관계없이 모든 강연이 18분의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테드는 청중의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의 최대치를 18분으로 본 것이다.지난 25일 막을 내린 국제무형유상영상페스티벌에서 임팩트를 주기 위해 시간제한을 둔 ‘테드’와 같은 형식의 ‘아이브(IVE) 프로젝트’가 선보였다. ‘아이브(IVE, Intangible Video Essay)’는 ‘무형의 비디오 에세이’다. 페스티벌 집행위원회는 초대 작가에게 5분 이내의 짧은 영상에세이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 영상들을 매년 차곡차곡 쌓아 가면 값진 무형의 백과사전이 될 것이란 게 집행위의 기획 취지다.올 첫 시도된 아이브 프로젝트에는 영화 ‘만신’의 박찬경 감독이 초대됐다. 박 감독은 ‘천상열차분야지도’(돌에 새긴 별자리)를 소재로 별과 우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시대 천문도와 경북 보현산의 천문대 풍경을 기본으로 검은 갓, 별, 옛 사진, 전남 해남에서 채록한 자장가 민요 등을 5분짜리 영상 에세이로 엮었다. 개막식에서 선보인 이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의 여운을 남겼는지 알 수 없지만, 이 페스티벌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았다. 사실 무형유산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문화재로 보존하는 것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무형의 유산들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영상페스티벌을 마련하는 이벤트 역시 친숙한 영상매체를 활용해 무형유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올 페스티벌에서 20개국 30여 편의 영화 상영과 전시·미디어 공연, 세계 석학들의 강연, 국제학술대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나 대중적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갓 출발한 무형유산을 소재로 한 영상페스티벌이 전주의 또 다른 문화자산이 될 수 있게 ‘아이브 프로젝트’가 그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페스티벌에서 작은 부분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0.27 23:02

일당 독식 구조

전북의 현실이 어려운 것은 지난 30년을 전북의 정치적 리더들이 허송세월로 보낸 탓이 크다. 다른 지역은 같은 기간 정치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해서 중앙정부로부터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해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갔다. 물론 전북도 DJ와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았던 좋은 기회가 10년간 주어졌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당·정·청 요직에 배치됐지만 광주 전남 실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렇다할 성과를 못냈다. 단지 권력과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만 등 다습고 배불렀던 적이 있었다.20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 도민들이 가장 먼저 생각할 일은 현행 정치구조로는 전북을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경쟁없는 일당 구조로는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통진당으로 당선됐던 강동원 의원이 무소속을 거쳐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입당하면서 국회의원 11명 전원이 같은 당 소속이 됐다. 하지만 지금 전북은 야당 의원이 전력투구해도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전북의 존재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 표를 주지 않아 소외된 탓도 크지만 자기 몫도 제대로 못 챙기는 무능한 국회의원 탓도 있다.정치 이상으로 중요한 게 없다. 정치는 국가예산을 분배하는 힘과 인재를 기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립적 변수로서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여야가 정권을 잡으려고 안간 힘을 쏟는다. 내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송하진 지사를 비롯해 11명 국회의원들이 진땀을 흘리지만 기대 만큼 성과를 못 올리고 있다. SOC 관련 예산만해도 칼자루 쥔 쪽에서 영남권은 대폭 증액시킨 반면 전북은 많이 삭감시켜 평년작 거두기도 벅차다. 대선 공약사업도 깡그리 무시되고 있을 정도다.그렇다면 도민들은 그 해답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30년간 이어져온 일당독재 구조나 다름 없는 현실 정치틀을 과감하게 깨줘야 한다. 여야가 경쟁하는 구조로 만들어 줘야 한다. 새누리당이 미워도 집권 여당인 만큼 전략적으로 한 석 정도는 줘야 한다. 곧 출현할 신당도 정책과 인물이 되면 뽑아줘야 한다. 예전처럼 지역정서만 믿고 경쟁 없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절대로 지역발전을 못시킨다. 도민들이 진정성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행동하는 양심은 그래서 소중하다. 이제와서 누굴 탓하고 원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게 내탓으로 돌리는 게 맘 편하다. 선거구가 어떻게 획정되든지간에 20대 총선에서 ‘또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뽑으면 전북의 장래는 없다. 전략적 선택을 할 줄 아는 성숙한 도민이 돼야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전북이 만들어진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0.26 23:02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해례본>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원리를 한자로 설명한 책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 자음과 모음의 글자 내용까지를 상세하게 설명 해놓은 이 책 역시 세종의 명으로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백팽년 등 집현전의 8명 학자가 집필했다. 설명이 붙어 있어 <훈민 정음 해례본>이란 이름이 붙었으나 <훈민정음 원본>이라고도 부른다. ‘한글’은 문자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진화된 문자로 평가받는다. 세계언어학회가 인정한 내용이다. 한글이 이런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는 바탕에는 한글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놓은 문자해설서 <해례본>이 있다. 해설서까지 갖추고 있는 문자는 세계에서 한글 밖에 없다. 국보 제 70호인 <훈민정음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이다. 당시 해례본이 몇 권이나 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에 이르러 실체가 알려져 있는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구해낸(?) 간송본과 상주의 골동품상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 뿐이다. 상주본은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이지만, 전문가들은 간송본보다 보존 상태가 좋고 간송본에는 없는 주석까지 수록되어 있음을 들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본다. 상주본은 2008년 골동품상인 배모씨가 상주시 낙동면의 집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공개하면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상주본은 이내 그 출처와 소유권을 두고 법정다툼에 들어갔다. 지난 2011년 9월 대구고법은 상주본을 처음 공개한 배씨의 보유권을 인정했지만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배씨가 평가액의 10%를 주면 국가에 헌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그 소유권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와중에 이번에는제 3의 <훈민정음 해례본>이 등장했다. 역시 고서화 수집가에 의해서다. 지난 1986년 오사카 골동품 상가에서 구입해 보관되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간송·상주본보다 보존 상태가 좋지만 전문가들은 위작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유권 분쟁에 위작으로 의심받는 제 3의 해례본 등장까지 <훈민정음해례본>이 겪고 있는 풍파가 안타깝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새로운 풍경이 또 있다. 서점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복제본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기획해 출간한 복제본은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만들어 한 세트 가격이 무려 25만원이나 되지만 출간한지 10여일만에 1800부 정도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것도 개인 소장자들의 구매가 높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훈민정음을 향한 국민들의 애정과 자긍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0.23 23:02

벌금 90만원

선거법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은 당락을 가른다. 아슬아슬한 형량이다. 그런데, 벌금 100만원을 약간 밑도는 ‘벌금 90만원’ 판결이 적지 않다. 10년 전이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04년 12월 허위사실공표와 유사단체 조직, 사전선거운동 등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한병도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항소심은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죽은 송장을 살려 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하고선 “초선인데다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국정과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범행들이 지구당 내 경선과정에서 행해졌고 허위경력과 학력 등이 발견 즉시 수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량 이유를 밝혔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는 지난 5월 유사 선거운동기관을 만든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전북도교육감 후보 D씨에 대한 재판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형량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선거에서 낙선한 점, 유사 선거운동기관 운영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이곳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거나 활용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에서 이런 식의 벌금형이 자주 눈에 띈다. 익산대와 전북대 통합 과정에서 익산지역 시민단체에 경비를 지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이한수 익산시장이 1심과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고, 19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사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의원도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아 현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조합장 선거 사범 재판에서도 벌금 90만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A조합장은 지난해 9월 조합원 집에 찾아가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며 4만원 상당의 돼지고기 3㎏을 건넸고, 지난 2013년 2월10일 조합원 C씨에게 “다음 조합장 선거에 나올테니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며 돼지고기 4.2㎏을 제공한 혐의도 드러나 기소 됐다. 전주지법은 20일 피고인의 범행이 사회상규상 위법성이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A조합장의 행위는 누가 봐도 고질적인 범죄다. 조합장 당선을 목적으로 2013년에 이어 2014년에 범죄를 저질렀다. 소장에 드러난 두 명에게만 돼지고기를 줬을까. 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0.22 23:02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가장 많이 즐기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술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과일 등이 자연발생적으로 발효되면서 알코올이 되었고 이를 맛보게 된 인류가 술을 제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주신(酒神) 디오니소스(Dyonisos)와 바코스(Bacchos)가 나오기도 하지만 인류의 기록으로 보면 구약 성경에 노아(Noah)가 처음으로 포도주를 빚었다. 대홍수 이후에 노아가 정착한 아라랏산 인근지역은 지금의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의 소아시아 지방으로 포도나무의 원산지이다.원래 야생식물인 포도는 BC 1만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며 청동기시대 분묘에서 포도씨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부장품에서 술항아리가 출토되었고 묘지의 벽화에는 포도주를 만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기원전 4000년~5000년경에 이미 포도주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을 알수 있다. 포도주 다음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술은 곡주(穀酒)로 BC 3000년경 고대 이집트 벽화에 맥주양조에 대한 유적이 있고 BC 1500년경 제5왕조의 묘지 속에서도 맥주 제조에 대한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는 독일 바이엔슈테판으로, 1040년께 바이엔슈테판 수도사들이 양조장을 설립한 이래 1000년 전통 이어오고 있다.우리 민족의 술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대 삼한시대 때 영고(迎鼓)나 동맹(東盟) 등 추수가 끝날 때 제천행사에서 밤낮으로 먹고 마시며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삼국사 ‘제왕운기’에는 해모수와 유화의 음주 기록과 주몽(朱蒙)을 낳은 고구려 건국신화가 나온다. 고구려 때 누룩과 맥아를 이용해 술을 만들었고 이 주조기술이 중국으로 전해져 곡아주라는 명주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종대왕 때는 향교와 서원에서 학생들에게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게 했던 6禮(冠 婚 喪 祭 相見 鄕飮酒)로 향음주례가 제정되기도 했다.우리나라와 세계의 술 관련 역사와 발효체험을 집대성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 지난 15일 정식 개관했다. 완주 구이면 덕천리 구이저수지 옆 경각산 자락에 위치한 술 테마박물관은 1종 전문박물관으로서 5만여점에 달하는 술 관련 자료와 전통주 맥주 와인 만들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미 앞서 개관한 술 관련 전문박물관이 국내에도 여러 곳 있다. 전주 전통술박물관과 경기 포천 전통술박물관 산사원, 제주도 서귀포시 세계술박물관, 경남 창원 굿데이 뮤지엄 세계술박물관 등. 완주에 있는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라 차별화를 통한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테마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0.21 23:02

영화 소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1960년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로 일약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처음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도했고, 한국 관광객들이 그 뒤를 이었다. 지금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미라벨궁전을 중심으로 영화 속 장면을 찾고 있다. 국내에서도 드라마나 영화촬영지를 관광객 유치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자치단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점에서 전북은 기회의 땅이다. 한국영화의 절반 이상이 전북에서 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왕의남자’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도둑들’ ‘명량’등 10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한 작품들이 전북을 주요 촬영지로 삼았다. 그러나 도내 촬영지 중 세계적 관광지, 아니 한국의 대표적 명소가 됐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전북이 영화촬영지로 각광받은 데는 역사극 제작에 좋은 여건을 갖춘 부안영상테마파크와 영화제작 지원에 노하우가 있는 전주종합촬영소의 덕이 크다. 전북에서 진행된 흥행작들 대부분의 촬영지도 두 곳의 세트장이었다. 최근 6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사도’ 역시 전북에서 80% 정도 촬영했다지만 주 촬영지는 부안영상테마파크다. 다른 촬영지인 고창읍성과 남원 광한루원은 액세서리일 뿐이다. 영화촬영지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는 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궁궐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서 촬영지 보다는 오히려 영화 소품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도’에서는 ‘뒤주’가 단연 소품의 중심이다. 배우 유아인의 연기 대부분이 이 뒤주에서 이뤄졌다. 서울의 몇몇 상영관에는 뒤주가 놓이기도 했다. 부채도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소품이다. 뒤주 안에서 목이 마른 사도세자가 부채를 이용해 오줌을 받아먹으며 자신이 그린 용그림을 보고 대성통곡하는 장면, 훗날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어머니 혜경궁 홍씨 앞에서 그 부채로 부채춤을 추는 장면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전주영상위원회가 ‘사도’에 나오는 이들 주요 소품들을 영화제작사로부터 기탁 받았다 한다. ‘7번방의 선물’에 나오는 죄수복, ‘광해’와 ‘역린’의 왕의 의상, ‘평양성’에서의 무기류 등 소품들도 영상위가 보유한 소품들이다. 이들 소품들은 전주종합촬영소에서 일부 전시하고 일부는 전주시내 삼양다방 소품창고에 보관되고 있다. 소품들을 영화적 자산으로 삼을 수 있게 영화소품전시관을 갖추는 데 관심을 둘 법하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0.20 23:02

흘러간 물

언제부턴가 19대 현역들이 정치력이 약하고 존재감 없다는 말이 지역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대 총선이 다가서면서 이 같은 평가는 더 힘을 얻고 있다. 왜 현역들에 대한 평가가 낮을까. 그 이유는 젊은 의원들이 패기 넘치게 열정적으로 의정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정치력이 약한 초선들은 4년간 여의도 왔다 갔다 하다가 임기가 끝난다. 통상 선수(選數)가 많아야 힘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초선이라도 정치적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중앙정치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도내 출신 현역들은 전반적으로 야성이 약해 보인다. 야성이 약하다 보니까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 여당을 견제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기질이 약하다. 마치 순둥이들처럼 보인다. 야당 의원들이 힘을 발휘할 때가 대정부 질의할 때와 국정감사 때다. 하지만 임기가 다되어 가지만 도민들 한테 크게 각인된 의원이 없다. 한마디로 똑똑한 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기개 넘치는 의원도 없다. 각 의원에 대한 평가는 국회 출입기자와 각 부처 고위공무원 그리고 보좌관들 입으로 전해진다. 그들 말에 따르면 “전북 현역 가운데 주목되는 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이 약하다 보니까 상임위원회를 통한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선거가 다가오면 현역들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지만 지금처럼 현역들이 평가절하된 때도 없다. 그 만큼 현역들이 의정활동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선거구가 획정이 안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총선 출마를 넘보는 입지자들이 많다. 신당쪽을 바라다 보는 입지자들이 의외로 많다. 대선급 주자 중에서 강력하게 깃발을 꽂으면 신당 바람이 불 수 있다. 지금은 태풍전야처럼 고요하지만 언제든지 신당쪽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문제는 현역들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낮지만 입지자들 가운데도 크게 부각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지역에서 물갈이 여론이 비등하지만 막상 누구로 할 것이냐고 물으면 답을 못낸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한물간 전직들이 기회를 넘 보고 있다. “정치력 없는 현역들 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주는 게 지역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아전인수식 논리를 편다. 하지만 상당수 도민들은 “한번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는 생각은 욕심 밖에 안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펼친다. 특히 다선 출마를 곱게 보지 않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끝나면 모두가 링위로 올라와 한판 승부를 펼치겠지만 20대 총선도 도민들의 기질이 너무 어물쩍해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0.19 23:02

분서갱유

독일 베를린의 베벨광장에는 특별한 기념관이 있다. <유대문학 분서기념관>이다. 이 기념관은 광장 위가 아니라 광장의 바닥, 그 밑에 있다. 위에서 보면 1미터쯤 되는 사각형태의 유리 속에 들어서있는 흰색의 빈 책장. 그것이 기념관의 전부다.1933년 5월 10일, 이곳 베벨광장에 수많은 책이 쌓였다. 토마스 만, 에리히 캐스트너, 슈테판 츠바이크, 하인리히 하이네, 카를 마르크스, 마르틴 루터, 에밀 졸라, 프란츠 카프카 등 유대계 작가들은 물론, 나치정권에 따르지 않는 사회주의 지식인과 종교개혁가의 책들이었다. 그날 이 책들은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베를린 분서였다.당시 독일을 장악한 히틀러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은 사상통제였다. 그 선두에 섰던 사람이 나치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 그는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책을 불태우는 일에 앞장섰다. 분서(焚書)는 베를린에서만이 아니라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행해졌다.분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에 중국 진나라 시대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있다. 진나라 31대 왕인 시황제(始皇帝)때의 일이다. 시황제는 집권 직후 봉건 제도를 폐지하고 중앙집권의 군현제도로 나라를 통치했다. 겉으로는 나라가 안정되어 가는 듯 했지만 그 폐해가 만만치 않아 그의 통치제도를 비판하는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시황제는 자신을 비방하고 정치를 비평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군현제도를 입안했던 승상 이사는 황제에게 옛 책을 배운 사람들 중에는 그것만을 옳게 여겨 새로운 법령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선비들이 있다며 그런 선비들을 엄단하고 아울러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은 불태워야 한다고 읍소했다. 시황제는 그를 받아들여 수많은 책을 불태우고 관련된 선비들을 산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였다.분서갱유가 시황제 때에 있었던 일만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세조실록>과 <예종실록>에는 세조 3년, 정부가 다수의 서적을 금서로 지정했으며 그 금서를 숨긴자를 참수형에 처했다는 기록이 있다. 분서의 역사는 길다. 시대를 직시하는 지식인들이 책으로 수모와 고초를 당하는 일은 시대와 국가가 따로 없었다.베벨광장의 분서기념관 앞에는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남긴 글이 있다. 책을 불태우는 것은 서곡에 불과하다. 책을 불태우는 자는 언젠가는 인간도 불태우게 된다. 시인의 예언이 놀랍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0.16 23:02

관심과 열정

체육인들에게만 올림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사회를 이끄는 기술인, 기능인들에게는 국제기능올림픽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국가답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신화적 기록을 작성해 왔다.1966년 처음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고 서울에서 제1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열어 국제대회 선수를 선발한 우리나라는 1967년 9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16회 대회에 처녀 출전했다. 결과는 양복과 제화 부문에서 얻은 금메달 2개였다. 그리고 10년만인 1977년 제23회 대회에서 한국 출전선수 28명 중 21명(금메달 12명, 은메달 4명, 동메달 5명)이 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제패했다. 1978년에는 제24회 국제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한국은 1977년 23회부터 1991년 31회 대회까지 무려 9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 지난 2013년까지 27번 출전, 18번의 종합우승을 했다. 지난 8월 제43회 브라질 국제기능올림픽대회도 우승, 승수를 하나 더했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세계 10위에 달하는 경제대국을 이룰 수 있었던 이면에는 산업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기능을 갈고 닦는 학생과 근로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지난 12일 울산에서 폐막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49개 전 직종에서 165명의 선수가 출전한 경기도가 금메달 8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21개를 따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4연패 위업이다. 지난 대회 4위였던 경상북도가 준우승을 차지했고, 서울시와 대구시가 뒤를 이었다.이에 비해 전북은 금메달 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5개 등을 따내는 데 그쳤다. 성적은 종합 11위다. 지난해 대회에서 15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던 전북선수단으로선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는 성적임에는 틀림없다. 전북은 2011년 6위까지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부터 3년간 금메달을 단 한 개도 획득하지 못했고, 2014년에는 전국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몇 가지 원인이 제시된다. 우수 자원 부족, 학교 지원 감소, 열정 부족이다. 이번 대회 상위그룹인 경기도와 경북, 서울, 대구 등을 보면 인구 187만 명 수준인 전북에 비해 우수 자원이 많은 지역이다. 우수자원만을 따진다면 한국의 국제올림픽 제패 원인은 찾기 힘들다. 전북은 여전히 부족한 각계 관심과 선수 열정 2%를 채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0.15 23:02

SOC 차별

김영삼 정권 막바지였던 1997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가덕도에 가덕신항만 건설사업을 강행했다. 신항만 공사비만도 민간자본을 포함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항만배후 물류단지 567만9000㎡ 조성과 공유수면 매립, 유원지 개발을 비롯 연계 도로망과 배후철도망 구축 교량건설 등을 포함하면 9조 원대가 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 방조제 사업비가 20년간 2조1000억원이었으니 8년동안 가덕신항만에 쏟아 붓는 국가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이를 두고 같은 여당인 권오을 의원조차 광양항 선석 건설단가 645억원보다 2배가 넘는 1339억원을 책정했다면서 세계은행(IBRD)에서 우리 정부의 차관 요청을 거절한 가덕신항을 정치논리로 건설한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른바 ‘형님예산’이라 하여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과 영일군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집중됐다. 포항~영덕 고속도로 2조7000억원, 포항~삼척 철도건설 2조8317억원, 울산~포항 복선전철사업 2조3289억원, 영일만항 건설 1조5000억원, 포항~안동 국도건설 1조235억원 등 추진사업비만 무려 10조원이 넘었다. 인접 전남지역도 지난 10년간 섬지역을 연결하는 연육교 사업으로 이순신대교 1조500억원을 비롯 총 10조원 넘게 투자됐다. 하지만 전라북도가 모든 기회비용을 포기한 채 올인 해 온 새만금 개발 사업은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다. 1단계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올해까지 3조7100억원만 투자돼 국가예산 집행률이 28.1%에 불과했다. 부지 조성공사 역시 전체 부지면적 291㎢ 중 개발가능 부지 276.8㎢의 19.5㎢만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진척률이 7.0%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2017년에 새만금 기반구축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내부개발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와 같은 찔끔찔끔 예산투자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사정이 이러한데도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국가 SOC 사업예산을 보면 전북도민을 더욱 화나게 만든다. 애초 국토부에서 편성한 10조 678억원보다 4225억원을 증액한 가운데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는 3064억원, 경북은 2528억원을 증액시키면서 전북은 되레 816억원을 삭감했다. 지역 낙후도를 고려한다면 특단의 배려가 필요함에도 새만금과 전북 SOC는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오죽하면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역차별금지법이라도 만들어서 국토균형개발을 도모해야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0.14 23:02

전라도 천년의 역사

고교시절 계백정신을 강조하던 역사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알다시피 계백 장군은 5000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5만 대군의 나당 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황산벌에서 장렬히 산화한 백제의 용장이었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목을 베고 전쟁터로 나가 백제와 운명을 같이 했다. 그런 그가 적국의 화랑 관창을 생포하고 몇 번이나 돌려보냈다. 아들의 목숨을 본인이 직접 거둘 정도로 절박했던 상황에서 적의 아들을 살려 보내는 그 넓은 아량과 인간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교과서는 관창의 충효정신과 투철한 화랑정신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계백정신이라는 용어가 교과서에 있는지조차 기억에 희미하다. 승자의 역사 앞에 패장의 인간애는 한없이 초라하다.부끄러운 역사도 역사다. 승리의 역사를 통해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패의 역사에서 더 많은 교훈과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화랑정신만 부추기는 국가주의로 흐를 것을 학계는 염려한다. 며칠 전 전북도의회와 전북발전연구원이 ‘전라도 천년 역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고려 때인 1,018년 ‘전라도’ 명칭이 처음 사용됐고, 오는 2018년이면 1000년이 되는 해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개도천년’ 지역은 전라도가 가장 먼저며, 그 뒤를 이은 ‘경상도’는 300년이나 이후에 이뤄졌다. 전라도에 대한 소외와 편견이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민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정도(定都) 600년’을 맞아 1992년부터 서울뿌리찾기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친 서울시의 사례도 참고가 될 법하다. 개도 천년의 국가기념식 개최·천년 역사바로세우기·천년 전라도 특별방문의해 개최·문화예술로 맞는 개도 천년·전라 그랜드 디자인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됐다. 여러 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며, 그 중 일부라도 현실화 될 수 있게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안고 있는 문제처럼 미화 일변도의 지역주의로 가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라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만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부의 치열한 반성이 있을 때 ‘전라도 1000년’이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0.13 23:02

무능 국회의원

타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덜 된 탓인지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 하지만 연달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도민들이 냉소주의에 빠졌다.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낙후라는 이미지가 전북 이름을 도배질 하고 있다. GRDP(1인당 지역내 총생산)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무고·성폭력사범 등 안 좋은 쪽이 많아졌다. 경제사정이 오래 안 좋다 보니까 의식면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이 확산됐다. 해도 안된다는 패배주의만 퍼져갔다.도민들이 오래동안 무력증에서 탈피하지 못해 지역사회 전반이 동력을 잃었다. 전주 한옥마을과 고창 선운사, 순창 강천사, 내장사 등 일부 관광지에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그 여타 지역은 그렇지 않다. 군산지역은 현재 죽을 맛이다. 조선경기가 침체일로에 놓여 지역경기가 최악이다. 자영업자들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를 몰라 방황한다. 전북이 살기 힘든 희망이 없는 지역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역 리더들도 자신만 잘 살면 그만이다는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지방의원들도 또다른 기득권을 형성,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자연히 열 받는 사람은 민초들이다. 서민들의 삶이 예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매 한가지였지만“지금처럼 살기 힘든 때가 없다”고 말한다. 서민들은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정권 탓이라고 힐난하면서도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국회의원들을 바라 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다. “서민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해준 게 뭣이냐”고 반문하면서 “자기들이나 특권 누려 가며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들이 생각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거의 낙제점 이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한 일이 뭣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몹시 약올라 있다.지금 같은 기세로는 현역들을 대폭 물갈이 한다는 입장이다. 도민들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관심 보다는 현역들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해 대폭적인 선수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 지도부 눈치 살피느라 바른 말 한마디 못할바에는 차라리 팽(烹)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지역감정 덕(?)에 무능한 사람들이 국회의원 잘해 먹었다. 당 지도부 한테 잘 보이면 공천장을 거머줬기 때문이다. 지금 도내서 몇선 한 현역들이 경쟁력 없는 이유는 무능한 탓이 크다. 이처럼 정치력 약한 사람들한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줘봤자 지역발전을 기대할 게 없다.지금부터라도 도민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를 뽑은들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방관자 내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또 무능한 사람들만 좋아진다. 도민들이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깨어 있어야 전북을 살릴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0.12 23:02

명창 최승희

우리 시대의 명창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일 열린 2015년 세계소리축제의 개막무대였다. 명창의 반열에 오른 소리꾼들의 무대는 화려했다. 거기 원로 최승희 명창이 있었다. 최승희 명창은 올해 우리 나이로 여든이다. 세월로 보자면 소리공력이 아무리 깊다 해도 온전히 판소리로만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개막 무대에서 힘을 다해 부르는 선생의 흥보가 한 대목에 마음이 울컥해진 것은. 돌아보면 선생의 삶은 특별하다. 그는 어쩌면 전주소리의 맥을 가장 정통으로 이을 수도 있었던 명창이다. 늦은 나이에 소리공부를 시작한 선생은 한때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리꾼이었다. 좀더 ‘큰소리’를 배우기 위해 서울의 김여란 명창을 찾아 나서지 않았었더라면 전주소리의 맥은 선생에게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생은 전주소리 대신 정정렬-김여란으로 이어지는 정정렬제 소리의 적자가 됐다. 선생이 당시 화려했던 전주 무대를 뒤로 하고 올라간 서울에서 만난 것이 바로 정정렬제 소리다. 이 소리는 오늘의 소리판에서 좀체 만나기 어렵다. 워낙 고도의 음악적 기교를 구사해 까다롭기로 소문난데다 배우기에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제 치하에서 활동했던 명창들은 대부분 판소리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했지만 그중에서도 정정렬은 전통 판소리의 전승과 발전, 변모 뿐 아니라 창극 발전을 주도했다. ‘30년 앞을 내다보고 소리를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한 평생 자기 나름의 독특한 소리를 꾸준히 개발하고 실험했던 정정렬의 소리는 거친 수리성의 아름다움으로 귀명창들을 사로잡았다. 이 소리를 잇고 있는 사람이 최승희 선생이다. 정정렬-김여란으로 이어지는 ‘춘향가’를 그대로 받은 그는 전주대사습놀이를 통해 명창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꾸준히 공부하면서 정정렬제를 살려냈다. 그 뿐 아니다. 선생은 판소리를 공부하는 젊은 세대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지난 95년에 펴낸 정정렬제 판소리 사설집과 2001년 판소리를 오선지에 옮겨낸 악보집 발간이 그 결실이다. 판소리 한바탕을 온전하게 오선보로 옮겨낸 명창은 선생이 처음이었다. 제자와 4년에 걸쳐 이루어낸 판소리 악보집에 대한 평가에 선생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그저 제자들이 조금은 쉽게 판소리를 익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 판소리 대중화니 뭐니하여 너무 거창하게 평가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의 소리 길은 그래서 더 빛나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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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10.09 23:02

파이프 라인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 세계 경제 10위권, OECD 회원국 등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휴대전화와 가전, 자동차, 조선, 철강, 중화학 등이 주력이다. 망국과 동족간 전쟁을 거친 비극의 땅 한국에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일까. 박정희 정권 세력은 박정희 공적이라고 내세운다. 그의 군사독재에 진절머리 내는 민주화 세력 등은 우리 민족이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콧방귀를 뀐다. 하여튼 대한민국이 광복 70년만에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섰고,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니, 3만달러니 운운하는 세상을 만든 것은 대단한 성과다. 전라북도는 지난 70년간 상대적 역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권력의 중앙집권 정책으로 비대해졌다. 경제규모와 인구 모두 대한민국 전체의 50%를 차지할 만큼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부산, 대구, 울산, 마진창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상도 지역은 정부의 집중 지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경상도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전라도 520만 명의 세 배 가깝게 많다. 전북 인구는 186만 명, 경제 규모는 전국 대비 2∼3% 수준이다. 지난 5일 전북도청에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새만금 개발, 국제공항, 신항, 지덕권산림치유원, 삼성의 새만금투자 등 수많은 지역 현안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북의 미래가 걸린 사안들인 만큼 감사에 나선 의원들의 질의, 지적, 질책이 어려움에 빠진 현안 해결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문제는 정부와 권력의 태도다. 최근 정부는 대구순환도로 건설사업 예산을 세 배 증액한 3377억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북도가 내년도 새만금사업비로 정부에 요청한 1447억 원은 싹둑 잘라 684억원으로 줄였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넘었지만, 정부가 국가예산을 주지 않아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운영비 조차 잘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에 버금가는 전북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전북은 이것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최근 30년 정치상황에서는 난망한 일이다. 한국은 1965년 침략자로부터 종잣돈을 받아 굴기했지만, 전북은 특정 세력의 이익만 좇을 뿐 전체 이익은 외면하고 있다. 전북에 오는 파이프 라인은 막혔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0.08 23:02

천정배 신당

야권 신당의 핵으로 떠오른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도내에서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유선호 전 의원과 장세환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참여 의사를 밝힌데 이어 지난 5일 도내 대학교수 변호사 전직 단체장 등 38명이 신당 참여를 선언했다.이 같은 신당 움직임이 아직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지만 누가 야권 신당에 함께 하느냐에 따라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천 의원은 이미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추구하는 노선이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며 정치권과 신당 추진세력에 문을 열어 놓았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대권이나 차기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권주자급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안철수 의원을 만난데 이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의원 조경태 의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호남의 세규합을 위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과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도 통합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북에서 관건은 정동영 전 의원의 행보에 쏠려있다. 집권 여당 대선후보로서 한 때 전북 정치권의 맹주였던 정 전 의원이 야권 신당에 합류할 경우 적어도 전북과 호남에서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순창 고향에 칩거중인 정 전 의원이 정치적 주목을 받는 것도 천정배 의원이 광주에서 부활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광주사람들이 천정배를 살려 낸 것처럼 전북에서도 정동영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노장년층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도 이를 염두에 둔 듯 “한국정치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담대한 진보의 길을 걸어왔고 어느 누구보다 고통 받는 국민 곁에 함께 있었다”면서 정 전 의원에게 추파를 던졌다.만약 천정배 의원의 구상대로 야권 신당의 빅텐트가 형성된다면 호남 뿐만 아니라 전국 정당으로서 토대를 구축하면서 내년 총선에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 같은 희망을 바라며 신당 주변엔 벌써부터 곁불을 쬐려는 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는 자가 발전적으로 신당 지지대열에 나서는 철새 정치인도 눈에 띈다. 하지만 천 의원이 천명했듯이 자기 영달만을 좇아 탈당을 반복하는 인사나 비리 전력자들은 철저히 가려 내야한다. 어중이떠중이나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개혁 신당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0.07 23:02

도시 재생

“기자님은 본인 이름에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겠습니까”. 지난여름 언론재단 연수차 대전 대흥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석신 화가가 대뜸 던진 말이었다.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인지 의아해 할 때 그는 즉석에서 기자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렸다. 빙그레 웃음 번지게 하는 그의 그런 작업이 대흥동의 명물이 됐다. 이름이 상징하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든 작업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주차선도 지우지 않고 옛 모텔 주차장 그대로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작업실 이름도 ‘문화공간주차’다. 그 속에서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는 프로젝트로 시민들과 호흡하는 작가의 활동이 이색적인 볼거리가 되고 있다.쇠락해가는 대전 대흥동의 옛 영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박 작가와 같은 문화예술 활동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대전에서 가장 번화했던 대흥동은 신도시개발과 함께 도시의 변방으로 전락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그 빈자리를 꿰차며 문화의거리로 재탄생시켰다.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이런 대전의 사례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트렌드다. 국토부 주도로 2007년 도시재생사업단을 발족시킨 것이 정부 차원의 시작이었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생의 전국화에 불을 붙였다.도내에서도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가 이미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선정돼 근대건축물 정비와 보행자중심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전주·익산·김제·정읍·남원시에서도 공모사업에 신청하거나 용역 중에 있다.쇠퇴한 도시를 살려내려는 자치단체의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문제는 재생에 인위적 요소가 가미될 수밖에 없어 자칫 엉뚱하게 방향을 잡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전주 한옥마을이나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시민사회에 의해 이루어졌다.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도시재생의 전국적인 벤치마킹이 되기도 했다. 쇠락하던 한옥마을 상권이 되살아나 월 임대료가 서울의 강남상권에 버금간다.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만 본다면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그러나 도시재생의 근본은 지역민의 삶이 다시 살아나는 데 있다. 대전 대흥동처럼 전주 한옥마을 역시 초기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주 무대였다. 한옥마을의 오늘이 있게 한 예술인들은 정작 비싼 임대료에 밀려 설 땅을 잃었다. 전주 한옥마을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재생한 도시가 다시 재생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시재생은 해당 지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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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5.10.06 23:02

아전 근성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될지 아직도 안갯속이다. 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들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246석의 지역구 의석을 늘리지 않으면 전북은 최소 1석 아니면 2석까지도 줄 수 있다. 만약 2석이 줄면 전북은 아주 이상한 9개 선거구가 만들어질 것이다. 생활권 경제권 역사 문화가 다른 시군이 하나의 선거구로 될 가능성이 크다. 게리멘더링이 될 수 있다.선거구 조정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누구를 뽑을 것인가다. 도민 상당수는 “19대 국회의원 역할이 너무 미흡했다”면서 “존재감 없고 무능한 이들을 갈아 치우는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 같아서는 물갈이론이 세를 얻고 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 노는 도민들 근성 때문에 자칫 선거기술자들이 다시 뽑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노를 털어내고 역량 있는 인물들을 발굴해서 국회로 보내면 그나마 전북의 장래는 밝을 수 있다.사실상 도민들한테 묘한 의식구조가 있다. 도민들이 쉽게 속내를 드러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치지 않고 듣는 편이라서 그렇다. 정여립난과 동학혁명을 거치면서 수 많은 인재들이 희생 당해서인지 자신들의 속 마음을 털어 놓지 않는다. 몸에 밴 생존전략일 수 있다. 좋게 말해 양반기질이 강하다고 말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전 기질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조 말에 전주 아전 하면 고개를 살살 내두를 정도였다. 힘센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 한테 강했다. 너무 이중적이었다. 머리가 좋아 상황논리에 따라 자신의 스탠스를 쉽게 취한다. 이 같은 성격은 힘 약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전략일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광주 전남 사람들이 인구에 비해 역대 정권에서 큰 소리치고 대접 받는 이유가 정세판단이 빠르고 바른 말을 잘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김대중 선생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때문에 정치적 식견도 높다.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월 재보선 때 지역민심과 달리 천정배를 공천하지 않자 바로 무소속 천 후보를 당선시켜 버렸지 않았던가. 광주시민은 자기 주장과 목소리를 진정으로 낼 줄 안다. 신당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재 새정연 갖고는 정권 잡기는 커녕 20대 총선서도 죽 쑬 수 있기 때문에 신당을 만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는 것이다. 전북도 광주 전남을 그대로 추종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정치적 소신을 담아 내야 한다. 정치력 없는 선거기술자를 ‘팽(烹)’시키고 역량 있는 인물을 국회로 보내야 전북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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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10.05 23:02

린 화이민의 '쌀'

대만 남동부 타이둥현의 ‘츠상’은 쌀 산지로 이름이 높다. 주민은 원주민인 아미족이 대부분인데, 아름다운 자연과 청정한 환경 속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대만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쌀을 생산해낸다. 그래서 대만사람들은 그 쌀에 ‘황제의 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황제미를 생산하는 ‘츠상’의 이야기를 춤으로 형상화한 안무가가 있다. 대만 출신 안무가 린 화이민이다. 그는 1973년 현대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를 창단했다. 중국어권 최초의 현대무용단이다. ‘클라우드 게이트’의 한문 이름 ‘운문(雲門)’은 ‘중국 최고이자 인류 최초의 춤’으로 소개된 중국고전에서 따왔다. 아시아 정체성을 전통과 현대무용의 조화로 구현해내는 그의 춤은 90년대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현대무용축제인 리옹댄스비엔날레에서 아시아 무용단으로는 처음으로 개막 공연을 장식해 관심을 모았다. 그때 발표한 작품 <방랑자의 노래>는 3.5톤에 이르는 볍씨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 장관으로 축제 내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하면서 피나 바우쉬, 지리 킬리안, 머스 커닝햄 등 20세기의 위대한 안무가 반열에 올랐다. 다시 주목받고 있는 대작이 있다. 무용단 창단 40주년을 맞아 제작했다는 <쌀(Rice)>이다. 작품을 제작한 배경이 흥미롭다. 산과 강, 들판과 하늘이 아름다운 츠상에 대지를 가로 지르는 고압전신주 건설계획이 알려졌다. 농민들이 나섰다. 머리띠를 매고 논에 들어가 투쟁하면서 고압전신주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린 화이민은 그들, 땅의 역사를 지켜낸 농민들의 숭고한 정신과 투쟁 의미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무용수들과 함께 츠상을 찾아가 직접 농사를 지으며 영감을 얻었다. 본격적인 작품발표에 나서기 전, 츠상 농민들을 위해 시연회를 열었다. 무대는 츠상의 논 한가운데 설치됐다. 상상해보건대, 농민들에게 바치는 춤의 헌사는 그 자체로 경이로웠을 것이다. 지난 9월 초 그의 무용단이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빈 들판, 흙과 고인 물, 자라난 푸른 벼의 물결, 햇빛을 받아 여문 알곡의 황금빛 풍경을 옮겨온 특별한 무대와 스물 세 명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엮어내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 기다림의 언어. 주류를 좆는 대신 동양의 전통과 문화를 자신의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세계에 관객들은 환호하고 경의를 보냈다. 일상적 삶과 따로 가지 않는 예술의 힘이 이어낸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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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10.02 23:02

로켓

흔히 로켓을 두고 국가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한다.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 돈이 투입돼야 로켓이 개발되고, 대기권 밖으로 쏘아올릴 우주선에 장착된다. 2013년 1월 30일 한국이 고흥 우주센터에서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이 대단한 행사의 핵심이 된 1단 액체연료로켓은 러시아 기술이었다. 우리가 1992년 이후 14개의 위성을 쏘아올리고, 이를 군사·경제·생활에 유용하게 운용하고 있지만, 위성을 우주 상공에 올려 놓는 데 반드시 필요한 1단 액체로켓은 아직까지 자체 기술이 없다. 우리는 2020년을 목표로 액체연료를 쓰는 우주로켓을 개발 중인데, 미래부는 지난 7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1단계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힌 상태다. 앞으로 2단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2019년에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시험발사가 이뤄지고, 2020년쯤에는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로켓을 비롯한 우주과학 기술과 인간의 일상 생활은 한층 밀접해졌다. 로켓 기술은 지구인들이 달에 착륙한 지 45년만인 지난 7월 14일 태양계 끝 명왕성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우주 여행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했다. 우주여행, 얼마나 멋진 상상인가.로켓기술이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미래 우주여행시대을 선점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구촌 곳곳에 날릴 수 있는 핵심 군사기술이기 때문이다. 요즘 군사력 해외 진출을 위해 혈안이 된 일본이 우주기술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고, 이어 우주개발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고 알려진다. 중국의 힘이 커지자 미국은 일본에 로켓기술을 전수해 견제하고자 했다. 일본의 우주 기술 획득은 이런 국제 무력의 역학관계 속에서 수월하게 이뤄졌다. 한국의 우주로켓 독자개발도 당장 북한이 1998년 대포동 로켓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우주 밖으로 쏘아올릴 수준의 고성능 로켓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군사적 위협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로켓기술이 원거리의 적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핵심 기술이라는 점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일정이 착착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발사를 언급하고, 일본은 안전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워 위성과 로켓개발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 과학은, 로켓은 양날의 칼이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0.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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