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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유권자의 자존심

도내 유권자들이 야권에 몰표를 안겨줄 것으로 내다 보인다. 그 이유는 야권이 분열 했지만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지역정서가 같아 내년 대선때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면 야권에 표를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순천의 새누리당 이정현의원 마냥 전북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뽑아줘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토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박근혜 정권이 전북을 너무 오래동안 홀대한 바람에 이 같은 여론이 표로 연결되지 않고 한낱 장밋빛 이야기로 그칠 공산이 짙다는 것이다.이번 선거는 더민주당 국민의당 공천 경쟁을 벌였던 두 후보간의 싸움이 될 것 같다. 예전과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경선까지 해가며 후보를 냈지만 전북에서 만큼은 더 불리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무장관 무차관 등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정책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펼쳐지면 야권에서 이를 이슈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예전 같으면 더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당 후보와 일합을 벌여야 하므로 본선에서 피튀기는 형제의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민주당이 김종인 대표의 강력한 공천 드라이브와 야권통합을 주장한데 힘입어 지지율이 상승하고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도 교섭단체를 구성해 바닥친 지지도가 서서히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도내의 경우 더민주당 현역 4명이 살아 남았지만 본선 경쟁력이 신통치 않아 당선은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당 공천자가 확정되어야 판세가 드러나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더민주당 우세를 점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그 이유는 현역 4명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군산 정읍 남원에서 전략공천 받은 더민주당 후보들이 인지도가 낮아 아직껏 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국민의당 쪽은 예비후보들이 대거 경선에 몰려들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특히 광주 전남쪽에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국민의당 바람이 불 경우에는 전북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전북 유권자들은 내년에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야권 가운데 인물위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국적인 인지도에서 특별한 인물은 없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도덕성을 겸비한 역량 있는 후보를 고르면 후회는 안할 것이다.최소한 부정 부패로 감옥 갔다가 나온 사람은 안 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치가 이 모양 이꼴이 됐다. 전북인이 자존감을 드러내는 선거를 해야 전북이 차별 받지 않고 잘살 수 있다.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21 23:02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

김형진(1861~1898). 서른일곱 살에 죽음을 맞이한 그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항일운동가다. 그는 1895년을 즈음해 만주로 건너갔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위험하고 고단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일본군의 삼엄한 경계를 벗어나기 위해 참빗장수로 변장하고 찾아간 곳은 황해도 신천, 안중근 아버지 안태훈의 집이었다. 그곳에서 김구를 만났다. 목숨을 내놓는 항일운동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조선과 만주를 오가며 항일운동을 했던 그는 가족이 살고 있던 김제 금구로 돌아와 동학 조직에 몸담았다. 1897년 최시형은 그를 금구 대접주로 임명했지만, 일본군에 잡혀 모진 고문을 받아야 했던 그는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떴다. 김구와 김형진의 관계는 각별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지나 해방을 맞은 직후, 김구는 전주에 살고 있던 김형진의 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서울의 경교장으로 초대해 자신의 서명이 담긴 <백범일지>를 전했다.김형진의 애국애족, 빛나는 족적은 또 있다. 1894년 타오른 동학농민혁명 참여다. 그는 남원에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으나 동학농민혁명이 끝이 나자 항일운동의 길에 다시 들어섰다.김형진처럼 항일운동가중에는 그 이전, 제폭구민과 척양척왜를 내세우며 떨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갑오년 혁명의 역사가 그랬듯이 농민혁명의 바친 시간은 철저히 잊혀지거나 감추어졌다.동학농민혁명 참여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출범하고 나서야 참여자와 유족등록이 시작됐다. 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31일. 3,644명의 참여자와 10,563명의 유족이 등록됐다. 놀라운 성과이긴 하나 발굴되어야 할 참여자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2010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나섰다. 5년동안 318명의 참여자가 확인됐다. 항일운동가 김형진이나 전봉준과 함께 재판을 받고 같은 날 교수형을 당한 성두환이 부친과 아들까지 3대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다는 것도 이 조사로 밝혀진 사실이다.그런데 아쉽게도 특별법에 따라 시행됐던 명예회복심의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이후 새롭게 발굴된 318명과 유족은 법적 명예회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삶을 증언해줄 후손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동학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18 23:02

만방함녕(萬邦咸寧)

만방함녕(萬邦咸寧)은 온 세상이 평안하다는 뜻이다. 중국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편에 나오는 말이다. 대우모편에는 우(禹)임금과 익(益)이 나누는 대화가 나오는데 세상을 평안하게 해야 하는 리더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우임금은 임금이 능히 임금자리를 어렵게 알고, 신하가 능히 신하자리를 어렵게 안다면 정사가 수월하고 백성이 평안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동의한다. 그리고 임금과 신하가 그렇게 하면 어진 인물이 초야에 묻히지 않게 돼 세상이 평안하게 될 것(野無遺賢, 萬邦咸寧)이라고 말한다. 여러 사람과 의논하고, 자기를 버릴 줄 알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학대하지 않고, 곤궁한 이들을 버려두지 않는 일들은 오직 요임금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상기한다. 또 도를 따르면 길할 것(惠迪吉)이요, 거스름을 좇으면 흉할 것(從逆凶)이니 이는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당연한 것(惟影響)이라고 말한다.이에 대해 익이 임금이 경계해야 할 것들을 말한다. 염려 없을 때 경계하고(儆戒無虞), 법도를 잃지 말고(罔失法度), 편안히 놀지 말고(罔遊于逸), 어진 사람을 등용하되 갈등하지 않도록 하고(任賢勿貳), 사악한 자를 내칠 때는 의심없이 단호하게 행하고(去邪勿疑), 의심스런 계획은 세우지 않아야(疑謨勿成) 모든 일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충고한다. 백성의 이익을 거슬러 자신의 이익을 좇지 말고, 태만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실행될 때 그야말로 만방함녕이 이뤄질 것이고, 백성들은 함포고복(含哺鼓腹)할 것이다.제20대 총선이 불과 3주 앞으로 닥치면서 국회에 입성하려는 입지자들에 대한 사전 평가 작업이 마무리 돼 가고 있다. 입지자 일부는 당에 의해 잘렸고, 일부는 경선에서 뒤져 공천 탈락했다. 개인적으로는 억울함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분노를 참지 못한 일부 입지자들은 수년 또는 수십년 몸담았던 당을 떠나 다른 정당으로 이적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지만, 자기를 버릴 줄 모르고 제 욕심만 챙기려는 속됨이 엿보인다는 비판을 비켜갈 수도 없을 일이다.만방함녕 세상을 만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든 자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넓게 보고 대의를 아는 것이다. 나아갈 때와 돌아설 때를 알아야 한다. 제 욕심을 앞세우면 세상이 비웃는다. 한순간에 소인배가 된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17 23:02

4·13 총선 관전 포인트

4·13 총선이 2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20대 총선은 야권 분열로 인해 그동안 선거 양상과는 다른 구도이어서 선거결과에 관심이 증폭된다. 지난 12대 총선이후 황색바람으로 전북에서 1당 독주체제가 계속되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30년만에 선거다운 선거전이 예상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전북과 전남·광주 등 호남 패권을 놓고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과연 누가 전북과 호남을 선점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둘 다 전북을 장악하지 못하면 호남 지지기반 상실과 함께 정당으로서 존립 기반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에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가 예견된다.선거구 개편으로 11개에서 10개 선거구로 축소된 가운데 분당·탈당으로 인해 현재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7석, 국민의당 3석, 무소속 1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어느 당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면서 지역 패권을 장악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여기에 전북 정치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다선 중진의원이 몇 명이나 국회에 진출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4선 고지를 노리는 김제·부안 김춘진 후보는 더민주당 공천경쟁에서 3선인 최규성 의원을 밀어냈지만 본선에서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김효성 후보와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급인 3선 고지에는 국민의당 공천을 받은 정읍·고창 유성엽 후보와 더민주당 공천 경합중인 익산갑 이춘석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본선 관문은 재선 때처럼 만만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읍·고창은 유 후보와 더민주당 하정열 공천자, 고창군수를 세 번 연임한 무소속 이강수 후보와의 살얼음판 승부가 예상된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전주지역 선거구도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출마한 전주을의 경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정후보가 35.8%를 득표하고도 석패했지만 이번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구도로 치러지는 만큼 새누리당의 전북교두보 확보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전주병에 출사표를 내 건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와 현역인 더민주당 김성주 후보의 한판 대결도 볼거리다. 이 곳에서 정 후보는 2차례나 당선됐지만 고교와 대학 후배인 김 후보와 현재 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어 지역 유권자들이 과연 누굴 선택할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선 도지사를 지낸 유종근 후보가 출마하는 전주갑을 비롯 나머지 5개 선거구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일부 경쟁력을 갖춘 무소속 후보들이 나서고 있어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16 23:02

알파고의 묘수

‘위대한 첫 승’ ‘인간승리’ ‘인간, 자존심을 되찾다’…어제 국내 주요 일간지 1면 머리를 장식한 제목들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내리 3판을 진 뒤 네 번째 바둑대국에서 이긴 사실을 두고 지구촌이 환호했다. 인공지능의 오늘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벤트에서 시작된 이세돌과 알파고간 대국이 각각 인간과 기계를 대표한 세기적 대결이 된 것이다. 인간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인간 이상의 지적 능력을 보여줬을 때 인간이 이룬 위대한 성과로 환호해야 할 텐데 지구촌의 반응은 반대다. 이런 반응은 영화 속 상상의 세계에서 접했던 인간에 대한 기계의 지배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AI발전으로 많은 분야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인간의 쾌적한 삶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린다. 알파고의 활약상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충격이다. 인류가 직접적으로 기계의 지배를 받는 상황은 여전히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AI발전으로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AI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사람을 잡아먹는다’(토머스 모어). ‘사람들이 살던 곳에 이제는 한 사람의 양치기와 그의 개가 있을 뿐이다’(휴 라이머).중세 말부터 19세기까지 유럽에서 진행된 인클로저 운동(울타리치기)과 관련한 당대 인문학자들의 이런 비판은 AI발전을 놓고도 재연될 수 있는 문제다. 인클로저 운동은 모직공업의 발달에 따라 양모생산을 늘리기 위해 목축지의 규모화를 꾀한 운동으로, 이 과정에서 기반을 잃은 소작농과 영세농들이 공업화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해 산업혁명을 뒷받침 했다. 인클로저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알파고’의 고향인 영국이었다.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하더라도 AI발전이 가져올 변화들은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사물인터넷시대가 열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알파고까지 마주하게 됐다. 알파고는 수천 년 역사의 바둑을 불러내 자신을 과시했다. 오늘 겨룰 남은 한 판의 결과는 그리 중요치 않다. 바둑 몇 판으로 알파고는 벌써 인류에게 많은 화제와 과제를 던졌다.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가 궁금하다. 알파고가 최소한 인간을 잡아먹는 양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15 23:02

출향인의 고민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 선거보다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년 대선 전초전이라서 그렇다. 그간 30년 가까이 전북 유권자들은 특정당 하나에 매달린 선거를 해왔다.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과 정책을 비교해서 살펴보기는 커녕 그냥 특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한테 일방적으로 몰표를 안겼다. 그런 획일적인 투표로 국회의원이 되다보니까 경쟁력이 약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야성이 약한 야당의원이 이빨빠진 고양이 같았다. 선수(選數)가 쌓여가도 정치력이 없어 정치권에서 말발도 서지 않았다.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있으나마나 하는 존재감 없는 사람들로 비춰졌다.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모처럼만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경쟁없이 발전해 가는 건 없다. 여야 대결은 물론 야야끼리 피 튀기는 한판 싸움을 펼쳐야 할 것 같다.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우열은 가려지지 않고 있다. 예전처럼 더민주당 일색은 아닌 것 같고 국민의당 새누리당쪽으로 나눠지고 있다. 후보등록을 마친후 일주일전쯤 누가 이슈를 선점해서 여론을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예전만은 못해도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현역들을 컷오프시키는 바람에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새정치에 대해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지지도가 빠졌다. 전주 군산 정읍 고창 김제 부안 지역에서만 선전하는 모습이다.지금 출향인사들까지도 이번 선거에서 역량 있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안되어야 할 후보가 당선되면 전북 자존심이 무너지게 된다”면서 “도민들의 성숙한 민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는 반응이다. 출향인들은 전주 덕진에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를 가장 민감하게 쳐다 보고 있다. 전북사람 정동영이란 대형 걸개그림을 금암동 팔달로변 대형건물에 붙여 놓았지만 전주시민들의 반응도 예전 같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북정치를 복원시키려면 그래도 정동영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미우나 고우나 당선시켜 놓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반해 반대론자들은 “정동영 때문에 도민들의 자존심이 이렇게 처참하게 짓밟힌 적이 없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출마한 순간부터 예전과 다르게 정치적 비중을 낮게 보고 있다.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소지역주의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것. 유권자가 많은 곳 출신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주 무진장의 경우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후보를 역선택할 우려도 있다. 아무튼 무력증에 빠져 있는 전북정치권을 소생시키려면 유권자들이 과거 감성적으로 했던 선거를 지양해야 한다. 그래야 쨍하고 해뜰날이 올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14 23:02

'귀향'의 엔딩크레딧

엔딩크레딧(ending credit). 사전적 의미로는 영화의 끝부분에 제작 참여자임을 보장하는 이름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근래에는 제작에 참여한 사람 뿐 아니라 제작 후원자와 단체, 기관까지 모두 이 엔딩크레딧에 소개되는 바람에 그 시간이 꽤 길어졌다. 주제음악이 흐르면서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은 그 자체로 영화에 대한 감흥과 감동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애호가들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면 일어서는 것이 예의라고 말하지만 그 사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어서는 관객들이 아직도 많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저예산독립영화 <귀향>의 엔딩크레딧은 특별하다. 제작비를 후원한 시민 7만5270명의 이름이 모두 담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은 10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관객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지 14년 만에야 완성된 영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작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필요한 제작비 20억 원을 마련하는 일은 멀고도 고단했다. 감독은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귀향>의 제작의도와 티저영상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다. ‘배급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영화를 유튜브에 올린다’는 조항까지 달고서였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ARS와 문자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7만5000여 명. <귀향>은 지금까지의 영화중에서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은 영화가 됐다. 소액투자자들의 펀딩으로 모아진 제작비는 11억6122만원.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시민들이 모아줬으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시민들의 힘으로 제작된 영화의 힘은 크다. 지난 9일 <귀향>의 누적 관객 수는 280만 3458명이다. 저예산영화가 개봉한지 불과 보름 만에 30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급사와 개봉관을 찾지 못해 개봉조차 미뤄야했던 상황을 돌아보면 관객들의 행렬은 경이롭다. <귀향> 제작진은 애초 “이 영화가 기적처럼 극장에 걸려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수익금의 상당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조정래 감독의 소망은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20만 명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오시도록 영화가 20만 번 상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엔딩크레딧에 담긴 시민들의 힘이 이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11 23:02

인공지능의 도전

인류 역사상 수많은 발명품 중 ‘동력’은 인간의 물질문명을 풍요롭게 하는 결정적 단초 가운데 하나다. 현대 동력의 원조인 증기기관은 17세기부터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1663년 중세 유럽에서 에드워드 서머셋 우스터란 사람이 인류 최초의 공업용 증기기관을 만들었고, 이것을 토마스 세이버리란 사람이 1698년 개량, 광산 채굴용 증기기관으로 만들었다. 현대식 증기기관은 18세기 초에 등장했다. 1705년엔 토마스 뉴커먼이 대기압식 증기기관을 발명했는데, 이것을 제임스 와트가 1765년에 개량했다. 이것이 1776년 첫 상업용 증기기관으로 이어졌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당시 수요가 급증한 면직물 생산의 대량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또 철도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로 발전하는 등 인간의 교통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인간이 도구를 넘어 진정한 기계의 시대를 연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으로부터 출발했다. 직물과 제철기술의 발전에 증기기관이 가세하며 지구촌은 엄청난 속도의 산업발전 각축장이 될 수 있었다. 이후 도시와 공장, 자본가는 신장했지만 농촌과 농민, 근로자는 침체의 길을 걷게 됐다. 기계가 개량되고 자동화 되면서 근로자는 조금씩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이것은 현대사회에 큰 고민을 던져 주었다. 인간이 기계의 수준을 높이면 높일수록 인류 문명이 번창했지만, 인류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커졌다. 인류에 도전장을 던진 또 하나의 기계는 컴퓨터다. 연산과 정보처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뇌를 보조하며 첨단 현대산업 및 사회에 절대적으로 개입해 있는 컴퓨터가 이제는 인간의 지능을 앞서겠다고 한다. 컴퓨터와 인간의 첫 대결은 1967년 체스 게임이다. 체스 프로그램 ‘맥핵’과 아마추어 체스선수 후버트 드레퓌스가 벌인 세기의 대결 승자는 인공지능이었다. 또 IBM이 개발한 딥블루와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가스파로프가 1997년 벌인 대결에서도 인공지능이 승리했다. 인공지능의 화살은 최근 바둑계를 겨냥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를 이긴 것이다. 알파고와 인간의 두 번째 대결은 9일 벌어진 세계 프로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다. 제1국의 결과는 이세돌 9단의 패다. 네 번의 대결이 남아 있지만, 최고수의 패배는 충격적이다. 인공지능의 거침없는 도전은 300년 전과 또 다른 양상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10 23:02

수도권 선거 연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이 물 건너감에 따라 이번 4·13 선거는 ‘1여 다야’ 구도로 치러질 형국이다. 이 같은 선거구도는 야권의 필패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민주당이 분열돼 선거를 치른 결과, 보수 정당인 신한국당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각각 139석과 50석을 차지하면서 야당은 자멸하고 말았다. 16대 총선에서도 야권 분열로 인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각각 133석과 17석을 얻으면서 보수 진영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다만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으로 분열됐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열풍 덕분에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며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이 야권 연대를 통해 선거를 치른 결과,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는데는 실패했어도 수도권에서는 선전했다. 수도권 112곳 가운데 야권 후보가 69곳에서 승리했다.이번 20대 총선에선 수도권이 최대 승부처다. 최근 선거구 개편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석수가 10개 늘면서 전체 지역구 253석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22석이나 된다. 따라서 수도권에서 야권 연대 성사여부가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지난 19대 총선 때 3%포인트 이내의 근소한 표차로 승부가 엇갈린 지역구가 24곳에 달했다. 이 같은 박빙의 승부처에서 ‘1여 다야’ 구도는 야권의 필패를 예고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 연대 성사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지난 3월초 리서치뷰에서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3000명(응답률 11.8%)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당 지지층에서 야권의 비호남지역 선거연대에 대해 찬성 52.0%, 반대 21.3%(표본오차는 95%,±1.8%)로 찬성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광주와 전북 전남에선 찬성 56.5%, 반대 21.4%로 찬성 여론이 타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 야권 연대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야당 통합은 물론 야권 연대도 없다고 못박고 있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내주면 나라의 재앙이라며 국민 저항체제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분열된 야당이 수도권 선거 연대를 통한 야권 지지층 결집과 정권 견제, 나아가 정권 교체의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09 23:02

잼버리

스카우트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기병대 장교였던 베이든 포웰이 전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감·모험심·연대의식을 기르는데 소년시절의 훈련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퇴역 후 소년단을 결성했다. 1907년의 일이다. 이후 국가별로 문화적·역사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유능하고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국가적 운동,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동지애와 형제애로 뭉친 세계적 운동, 인종 ·계급·종교에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1922년 조선소년군과 조선소년척후대를 전신으로, 1924년 이상재 선생이 두 단체를 통합해 소년 척후단 조선 총연맹을 결성한 것을 기원으로 삼고 있다. 2002년 한국보이스카우트에서 한국스카우트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연맹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현재 북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스카우트 활동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잼버리를 통해서다. 스카우트운동의 창시자인 포웰이 1920년 영국의 런던 올림피아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야영대회가 잼버리의 효시다. 잼버리(jamboree)는 인디언의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된 것으로, ‘즐거운 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잼버리를 치렀다.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를 주제로 당시 8박9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133개국 2만명이 참가했다.잼버리는 현재 올림픽 못지않은 국제행사로 자리를 굳히며 국가간 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전북도가 오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국내 경선에서 강원도(고성)를 누르고 전북(새만금)이 한국 대표로 뽑혔다. 경쟁 대상은 폴란드다. 노조운동가 출신으로 대통령을 지낸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바웬사가 대회 유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 정부 차원의 지원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들의 단순한 야영대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세계적 관심을 모을 수 있다. 100주년 의미도 크다. 한국 유치는 곧 새만금의 부상을 의미한다. 새만금 관련 SOC시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민들이 힘을 모을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08 23:02

전북병 치유책

전북이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 소외를 거듭하고 있다. 농업이 산업의 중심에 서 있던 60·7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전북 경제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화 전략이 경부축 위주로 구축되는 바람에 전북에는 대규모 공장 유치가 안돼 낙후를 거듭하고 있다. 전북에서 대학을 나와도 지역에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층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농인구 증가로 농촌에는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인인구만 늘었다. 187만 인구 붕괴도 초 읽기에 들어갔다.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돌아가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전북에는 묘한 지역병이 생겨났다. 다름아닌 무기력증이 돋았다. 패배감 같은 잘 낫지도 않은 병에 걸린 것.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 먼저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정권 탓도 크지만 내탓이 상당하다. 지난 87년 이후부터 특정 정당 한곳에 몰표를 안긴 게 주 원인이었다. DJ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어도 전북에 돌아온 게 거의 없었다. 곁불 쬐던 일부 정치인들만 등 다습고 배불렀다. DJ와 노무현 대통령 때 광주 전남은 호남이란 이름으로 포장시켜 특별대우를 받았다. 전남의 웬만한 섬들은 거의 연륙교로 연결됐다. 91년에 착공한 새만금사업과 너무 비교가 된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는 인사는 물론 국가예산 배분에서도 홀대 그 이상이다.장관이 없어도 그 누구 하나 목에 방울을 달고 전북 몫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다. 11명의 국회의원들이 뭣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인지 모를 지경이다. 야당의원이라면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야무지게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어야 했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전북이 이 정권서 이렇게 냉대를 받고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이런 무능한 국회의원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결국 KTX 공짜로 타고 다니면서 본인들만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 줬다. 지역이 고질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벼락 출세한 국회의원들은 연봉 개념으로 세비를 환산해도 억대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 후원금도 억대를 모금해서 썼고 이들이 4년간 누리는 호사는 강남권 부자들이나 다름 없었다.어떻게 해서라도 전북병은 고쳐야 한다. 우리가 남들 보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 수는 없다.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인들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나두면 전북병을 치유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쥐 못잡는 고양이를 도태시키듯이 제 역할을 못한 현역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나중에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반듯한 인물을 뽑아야 전북병을 빨리 낫게 할 수 있다. 똑똑하고 야무진 국회의원을 뽑아야 정부 여당도 전북을 얕잡아 보지 못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07 23:02

탄약창고의 변신, 그 성공 비결

독일의 서남부에 있는 도시 칼스루에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센터인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이 있다. 1997년 10월에 문을 연 이 공간은 지금, 세계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흐름을 주도하는 중심이 됐다.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ZKM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ZKM의 역할과 기능이다. ZKM은 새로운 미디어 아트 창작물을 모아내는 전시관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과 조사연구, 상호교류 활동에 주력해왔다. 미디어 아트의 집산지로서 뿐 아니라 최신미디어 기술의 전시와 생산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바탕이다.ZKM은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가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공간 뿐 아니라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종합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시설의 콘셉트 역시 소통과 교류.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추구하는 ZKM은 시설도 놀랍지만 진보적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방식의 체계는 감동적이다. 사실 ZKM의 성공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ZKM은 구상부터 개관까지 20년 가깝게 준비과정을 거쳤다. 처음 구상이 시작된 것은 1980년. 전문가들과 학자, 정치인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었고, 이를 주 정부가 받아들여 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센터로 변신한 ZKM 건물이다. 애초 시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에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해 칼스루에 중앙역 옆 빈터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그때 제안된 곳이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탄약공장이었다. 방치되어 있던 탄약공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 건축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선택은 주민들에게도 자긍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작업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목적과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콘셉트로 채워지고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무차별적(?) 변신. 그 미래가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04 23:02

야권통합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김종인 대표가 2일 회의석상에서 야권통합을 제안했다.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다.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 하는데, 정권을 심판하려면 야권이 통합해 4·13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야권이 분열된 현재 상황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사람 대다수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표 지도체제가 아니다. 이제 탈당 명분도 사라졌으니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벌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결정과 관련, 김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관철시키지 못하지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자찬했다. 4·13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말은 합리적인 듯 보인다. 지금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찢어진 야당은 총선 대부분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어 표를 나눠먹을 것이 뻔하다. 그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다. 이같은 4·13총선의 답이 나와 있으니 야권이 바보같은 짓을 계속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야권이 통합해야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손에 쥘 것이란 지적은 한국정치판에서는 상식적인 포석이다. 야권이 뭉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안철수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번에 새정치, 혁신 등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연을 탈당한 안철수 세력이 국민의당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출범 후에도 계속 해서 잠재한 화두는 야권 통합이었다. 시기와 방법, 절차만 남은 문제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더민주에 분개하고 얼굴붉혔지만 결국은 ‘뭉쳐야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의보다는 소소한 암투 때문에 당을 깨뜨리고, 결국 뻔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가벼운 정치는 안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불신언행무신결(不愼言行無信結·언행이 신중하지 않으면 결과도 믿을 수 없다)이란 말이 있다. 야권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03 23:02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하는 필리버스터가 국내외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선 이후 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진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우선 8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장기록이다. 여기에 국내 기록 갱신 행진도 계속됐다. 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은 총 5시간 32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연설했던 5시간 19분 기록을 넘어섰다. 24일에는 세 번째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간 연설을 하면서 역대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기록이 최고였다. 이로 인해 은수미 의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약 ‘필리버스터 스타’로 등극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6년간의 복역과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장기 절제수술 등 그의 인생 역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지만 사흘만에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기록을 새로 썼다. 17번째 주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총 11시간 39분간 발언을 하면서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필리버스터의 세계 최장 기록 수립에는 여성 의원들이 큰 몫을 했다. 은수미 의원부터 더민주당을 탈당하고도 1일 29번째로 주자로 나선 전정희 의원과 30번째 임수경 의원 등 절반 가까이가 여성 의원이다.세계 최장기간 필리버스터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케이블TV 국회방송 시청률이 8%를 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논쟁은 온라인과 SNS도 뜨겁게 달구면서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은 수혜를 보기도 했다. 이슈 파이팅에서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지지율 유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도입한 필리버스터로 인해 한동안 곤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발언 중에 새누리당이 치적으로 내세운 필리버스터 공약집을 공개하자 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 때문에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3년 의원 발언시간 제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무제한 토론이 중단되었다가 새누리당에 의해 47년만에 부활된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국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02 23:02

소석 이철승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두고 ‘거목(巨木)’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쓰임새를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전직 대통령과 70년대 야당을 이끌었던 소석(素石)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에게는 평생 ‘정치적 거목’이라는 별칭이 따랐다. 30년 전 현실 정치에서 떠났지만 한국현대정치에 남긴 긴 소석의 그림자는 그만큼 짙고 길었다.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타계한 소석을 보내는 전북인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 게 두 전직 대통령과 어깨를 걸고 굴곡의 한국 현대정치사를 해쳐온 소석이 중도에 현실정치에서 물러난 점일 게다. 당시의 시대상황과 민심을 잘 읽지 못한 소석의 책임이 클 테지만, 그리 쉽게 큰 정치인을 끌어내린 데 대해 도민으로서 자괴감을 말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소석은 88년도 민주화바람과 함께 DJ가 이끈 평민당의 황색바람 앞에 맥없이 무너졌으며, 그 후 현실 정치에서 완전히 떠났다. 7선 관록과 제1야당 당수를 지낸 정치인이 고향에서 10% 득표도 얻지 못한 상심이 말할 수 없이 컸으리라.소석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가치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소석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밖으로 드러내서 표의 심판을 받았다. 그를 따라다녔던 가장 아픈 대목으로, ‘사꾸라’라는 비판을 받았던 ‘중도통합론’역시 YS와 신민당 당권 경쟁을 벌일 때 그의 정치적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는 당시 경선에서 이 캐치프레이즈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YS를 누르고 당권을 잡았다. 그가 제창했던 ‘중도통합론’은 YS나 DJ에 의해 제대로 활용됐다. 오히려 선명한 야당을 내걸었던 YS와 DJ는 공히 보수당과의 결합 및 연대를 통해 대통령 당선이라는 목적을 이뤘다. 30년 전 소석이 내세웠던 중도통합론은 요즘 여러 주요 정당들의 방향이기도 하다. ‘사꾸라’가 한국 정당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은 정치의 아이러니다. 소석의 현실 정치에서의 퇴장과 함께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호남의 정치가 광주·전남의 정치로 굳어졌다는 사실이다.“내가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전라북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 전라북도는 뭐하는지, 낮잠자는지, 죽었는지 모르겠어. 과거의 전라도 지도자들은 왜정 때부터 이 나라를 만든 사람들이여. 선배들 뜻 생각해서 정신차려야 혀.” 생전에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석의 안타까움에 이제 후배 전북 정치인들이 답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01 23:02

국민의당이 안 뜨는 이유

최근 들어 국민의당 지지율이 기대했던 만큼 올라 가지 않고 빠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새정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정동영 전 의원이 입당해서 선거판을 누비지만 그 효과가 엇갈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 더민주당은 뭔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를 실시하는 등 야당 본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다. 문제는 더민주당도 친문재인계를 얼마나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 힘 빠진 중진들 50% 탈락시키는 것 갖고는 안된다. 그간 도민들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기대해 부응 못해 지지율이 올라 가지 않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 같다.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참신한 인물보다는 그 나물에 그 반찬마냥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까지 참여시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일각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의 입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안 전대표가 호남에서 지지율이 뜨지 않아 결국 정 전의원을 영입했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 전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당 정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정 전의원의 입당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대권 후보였던 그가 너무 좌클릭해 정체성이 오락가락했고 강남 동작 관악에서 잇달아 패배한 탓이 크다는 것. 정 전의원이 이번 총선서 그의 정치생명을 걸고 전주 덕진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했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전주시민들이 정 전의원 덕진 출마로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 전의원을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다시 금배지를 달아 줘야 한다는 쪽은 “대권 후보까지 지낸 그의 정치적 자산을 굳이 썩힐 필요가 없지 않으냐”면서 “그에게 반드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북정치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실종돼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전북 정치를 복원시킬 사람이 정 전의원 밖에 없다”면서 “정 전의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반해 반대론자들은“이번 총선에 나선 것은 호구지책용 밖에 안된다”며 “굳이 출마한다면 수도권에서 큰 싸움을 펼쳤어야 했다”고 말한다.“특히 국민의당이 새정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결국 야권이 100석 정도를 얻지 못하면 그에 대한 야권분열 책임에서 정 전의원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를 아끼는 맘에서 출마를 안 했으면 한다”는 입장도 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김성주 의원 40.3% 정동영 전 의원 31.4%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아무튼 출향인사들과 외지인들은 전주시민들이 이번 총선서 정 전의원에 대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결과에 관심이 많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2.29 23:02

다시 '장미의 이름'으로

이탈리아 북부,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진 베네딕트파의 한 수도원. 어느 날 이 수도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사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도원 원장은 수도원을 찾아온 프란시스코회 소속인 윌리엄 수사와 수련제자에게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그러나 이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살인이 이어진다. 비밀의 열쇠는 수도원 안 도서관에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수도원과 수도사들의 풍경. 중세의 음울한 시대상을 담아낸 이 영화는 1989년에 제작된 ‘장미의 이름’이다. 숀 코넬리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영화는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던 원작 소설 ‘장미의 이름’에도 영향을 미쳤다.우리나라에서는 소설 ‘장미의 이름’이 영화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났다.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0년.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이다. 사실 ‘장미의 이름’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현학적인 내용에 방대한 지식,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미의 이름’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아마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 소설가이자 번역자인 고 이윤기 선생이 영문판을 중역해 소개됐다. 그의 두 번째 추리소설 ‘푸코의 추’ 역시 로마 교황청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데 성공, 기호학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에코는 기호학, 역사와 철학, 미학, 문화비평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르며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어는 물론, 프랑스와 라틴어 등 8개 언어를 구사했던 그는 언어천재이자 기호학을 발전시킨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현실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중들에게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의 작가로 친숙하지만 사실은 기호학자로서의 학문적 궤적이 훨씬 더 굵고 깊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올해 84세. 그의 타계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한때 ‘에코바람’을 몰고 왔던 ‘장미의 이름’을 비롯, 그의 수십 종 저서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고전과 위대한 작가를 기억하려는 노력일터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2.26 23:02

현역 컷오프

정치판에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면 증권시장에는 ‘골이 있으면 산이 있다’는 증시격언이 있다. 사자성어 ‘새옹지마’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새해 들어 중국발 악재가 터지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더니 요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모두 악재지만 시장이란 게 언제까지 폭락을 방치할 만큼 수준 이하는 아닌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이다. 가격 하락은 수요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데 설상가상으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채 출혈경쟁 하고 있다. 어쨌든 자동차 천국의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떨어지니 긍정적이다. 전북지역에서도 경유값을 1000원 밑으로 내건 주유소가 등장했다. 정치인들은 번쩍거리는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닐 때 그 몸값이 최고에 달한다. 그들은 세상을 온통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고, 그 열정은 무쇠라도 녹일 수 있다. 하지만 임기가 4년에 불과하고, 권력을 이어가려면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화무십일홍이다. 평민당 부총재를 지낸 손주항 의원은 13대 총선에서 당 공천장을 쥐고 정계 거목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와 맞붙었다. 11대와 12대를 거르고 나선 3선 도전이었지만 전국 최다득표로 이철승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김대중과 등을 돌린 뒤 그는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전주에서 13·14대 금배지를 달았던 오탄 전 의원도 판사를 하다 수혈된 인재였다. 강단있는 정치를 했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이 뿌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정동영에게 공천권을 뺐기고 말았다. 정동영은 재선에 성공해 입성한 16대 국회 때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몽골기병처럼 정치판을 휘저었지만 잇따른 대선과 총선 패배의 충격을 지금도 안고 있다. 과거는 화려했지만, 그의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4·13총선이 48일 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전북지역 현역의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공천은 확실해 보이지만, 더민주당 소속 9명 중 전정희 의원이 물갈이 대상이 됐고, 남은 현역은 혹독한 공천경쟁을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3당 경쟁이 현실화 되면서 모처럼 본선다운 본선도 예고돼 있다. 전북은 이번 선거구 재획정에서 1석을 잃었다. 그 공백을 제대로 된 인물로 채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2.25 23:02

착한 사마리아인의 기적

지난 주 외신에 보도된 한 싱글맘의 이야기가 지구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의 웨어햄(Wareham) 지역에 살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인 소피아 안드레이드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즉석 복권 가운데 한 장이 200달러(24만5000원)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당첨 복권을 손에 쥐고 좋아하던 그녀는 차를 몰고 가다 우연히 길모퉁이에 앉아있는 노숙자를 발견했다. 노숙자 글렌 윌리엄스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얇은 옷만 걸친 채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안드레이드는 그를 인근 커피숍으로 데리고 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권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커피를 입에 대지도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3년간 노숙 생활을 하면서 이 같은 따뜻한 배려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와의 대화를 통해 지역 노숙인 쉼터가 노숙자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많은 노숙인들이 한 겨울에도 잠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 안드레이드는 복권 당첨금을 윌리엄스를 위한 숙박비로 쓰기로 결심하고 당첨금을 찾아 그를 인근 로즈우드 모텔로 데려가 3일치 숙박 비용을 지불해줬다.안드레이드는 그리고 나서 윌리엄스와 만나 나눴던 얘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그를 위한 후원 요청을 게재했다. 이 스토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고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이 노숙자 돕기 캠페인에 적극 나섰다. 웨어햄의 한 이발사는 윌리엄스에게 이발을 해주기 위해 모텔로 달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겨울용 방한 의류를 챙겨왔으며 한 어린 아이는 윌리엄스에게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안드레이드가 제안한 모금 목표액이 5000달러(약 612만원)였으나 시작한 지 이틀 만에 530여명이 참여하면서 지난 17일 현재 1만4000달러(1700만원)를 넘어섰다. 노숙인 윌리엄스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혼자 아이 셋을 키우며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던 한 여성의 선한 의지가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성경에 강도를 만나 죽게 된 사람을 돌 본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나온다. 안드레이드처럼 선한 이웃들이 많아 질 때 세상은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찰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2.24 23:02

'동주'의 고향

시인에게 고향은 시의 샘이다. 고창 출신의 미당 서정주는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바람’은 곧 고향으로 환치할 수 있어 고향 고창이 시의 샘물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어린 시절의 정서가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작품으로 투영되는 것은 비단 미당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름을 떨친 시인이 고향의 자긍심이 되고, 문화적 자산으로 활발하게 기려지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영화 ‘동주’로 새롭게 대중적 관심을 높이고 있는 윤동주 시인(1917-1945)의 고향은 중국 연변주에 있는 용정시 명동이다.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 감옥에서 스물 여덟으로 짧은 생애를 마친 윤동주 시인에게도 고향은 각별했다. 윤동주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명동촌은 일찍부터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였으며, 민족교육의 거점이 됐던 곳이다. 특히 윤동주의 외삼촌 김약연 목사가 설립한 명동학교는 영화 ‘동주’에서도 비중 있게 그려진 절친의 청년 문사 송몽규, 평생을 통일운동에 바친 문익환 목사, 한국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등을 배출한 곳으로, 북간도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다. 윤동주의 삶과 시가 이런 고향의 환경에서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도 요즘 윤동주 시인을 민족문화의 큰 자산으로 크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시인의 생가를 20여년 전 용정시에서 복원하고, 생가 옆에 별도 기념관까지 마련했다. 생가 정문에서부터 곳곳에 100여편의 시를 크고작은 돌과 기둥에 새기고,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돌그림을 생가에서 만날 수 있게 했다. 어린시절 유학을 떠난 데다 요절한 삶, 불에 탄 후 뒤늦게 복원한 관계로 재봉틀과 솥, 맷돌 등 몇몇 생활도구들만 덩그러니 놓인 생가에서 시인의 채취를 찾을 수 없었던 게 안타까웠다. 시 ‘자화상’의 배경이 됐을 법한 우물이 시적 상상력을 갖게 해줘 그나마 위안이 됐다. 전북일보와 연변일보간 교류협약차 지난 연말 찾았던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본 소회다.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윤동주의 하숙집 등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영화 속 풍경의 상당 부분이 전주·남원·익산 등지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며 제대로 눈이나 감을 수 있었을까 싶은 시인이 더 애틋하면서 가깝게 느껴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대를 산 시인의 삶은 현 젊은 세대의 자화상인 것 같아 아리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2.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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