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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력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가 낸 책이 있다.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는 책이다. 대통령을 보좌했던 그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력 주변의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제대로 된 임수 수행(또는 제대로 된 대통령 선출)을 위해 대통령(후보)과 정치권, 공무원, 일반국민들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제시한다. 이 책에는 대통령이 좋은 정책이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하지만 모든 게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대목이 있다. 물론 견제는 인정하지만 부당한 발목잡기가 지나쳐 대통령 권력으로도 일을 추진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의 권위자 노이슈타트(Rechard Neustadt)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Presidential Power)'이라는 책을 썼다. 노이슈타트 저서에 나오는 이야기 한토막이다. 미국 33대 대통령 트루먼이 8년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날, 그는 차기 대통령 아이젠하워를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가 곧 이 자리에 앉겠지. 그리고 이 것 저 것 하라고 하겠지. 하지만 되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걸. 불쌍한 아이젠하워. 군대 같은 줄 알겠지만 천만의 말씀이지. 엄청 실망하게 될 거야.(He will sit here. and he will say, 'Do this do that'. And nothing will happen. Poor Ike. It won't be a bit like army. He'll find it very frustrating)"실제로 공화당 소속 아이젠하워는 지지자들의 기대에도 불구, 뉴딜정책을 근본적으로 어찌하지 못했다고 한다. 소득세율도 최고세율 90%를 그대로 유지했고, 나중에 겨우 1∼2% 내렸을 뿐이다. 이에 반해 '제왕적 대통령'를 쓴 슐레징거는 강한 대통령을 주장한다. 그는 닉슨이 초헌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 등을 사례로 제시한다. 우리의 대통령 권력은 어떨까. 물론 박정희, 전두환 부류의 강압적 권력은 크게 사라졌다. 오히려 청와대 밖 정치권과 공무원 권력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은 어떨까. 박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 원칙이 사회 상규에 맞으면 권력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재가 된다. 박 대통령의 원칙은 어디에 있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3.21 23:02

김지사의 편지

전북이 정치적으로 갇힌 형국이라서 숨 막힌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지역발전을 꾀할 수가 없다. 자존심 상할 노릇이지만 힘 있는 쪽에다 포커스를 맞춰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도나 일선 시군이 재정자립도가 낮아 국비나 교부세 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중앙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새 정권들어 전북몫을 확보하기 위해 통로역할을 할 전북 출신 장관은 한명도 없고 차관 2명 청와대 비서관 2명이 고작이다. 이 정도 갖고서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대선 패배후 전북이 처한 상황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서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야속한 현실을 탓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 대선 때 도민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것 한가지에 매몰돼 몰표를 던졌다. 결과는 서울과 전남북이 정치적으로 갇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정치적 고도(孤島)가 된 셈이다. 현 정권 한테 탕평인사를 안해준다고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돌아보자. 지난 대선서 박근혜 대통령 한테 13.2%를 줬다. MB때 9.04% 보다 많지만 이 정도는 그냥 놔둬도 나올 표였다. 지역정서에 얽매이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보수표가 오히려 적게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열심히 새누리 쪽에서 운동한 사람들은 동의 않겠지만 이미 도내서도 두자리수가 나올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민주당에 식상해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지금 당장은 도민들이 취할 묘책이 없다. 재보궐선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정쩡하다. 대선공약도 절반 이상이 물건너가 앞이 안 보인다. 도당국도 길을 못 찾고 헤매는 것 같다. 도 교육청만 코드가 맞다고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큰 틀에서 보면 우선 당장은 지역개발과 인재발탁에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것 같다. 박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전문성을 확보한 사람들이 많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마냥 우는 아이 젖달라고 떼만 쓸게 아니라 김완주 지사가 진정성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야 한다. 지난번 MB한테 쓴 사은숙배(謝恩肅拜) 형식의 편지 양식과 확 다르게 쓰면 된다. 지금 같은 때는 이 방법이 상책일 수 있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3.20 23:02

박 대통령의 거짓말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동서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뜻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하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그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꼭 해야 할 두가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다. 저와 새누리당이 완성하겠다." 지난 대선 때 전북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은 지속성을 갖고 임기내 풀면 된다. 하지만 인사정책은 그렇지 않다. 시기와 내용 모두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각 부처와 외청장 등 주요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런데 총리와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외청장 108명 중 전북출신은 차관과 비서관 각 2명에 불과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대탕평 인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는 약속은 식언(食言)이 되고 말았다. 출신지 '세탁' 수법도 어쩌면 그렇게도 MB정부를 꼭 빼 닮았을까. 서울 출생인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를 두고 "군산의 선산을 매년 다니고 있다."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했다.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을 서울이 아닌 전북출신으로 보도자료를 고쳐 배포했던 MB정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에 입당은 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후보를 지지 선언했다. 동교동계 가신이었던 그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드라마틱한 뉴스 중 하나였다. 당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은 전라도 지지를 받아 당선됐는데도 전라도를 차별했다. 그러니 당선 되거든 아버지가 한 일을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전라도를 잘 발전시켜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뢰다. 그런데 이 게 화장실 가기 전후가 영 다른 모양이다. 지지율에 따라 훼손돼도 괜찮은 가치인지, 10%대 지지율에 대한 보복인지, 아니면 거짓말을 쉽게 해야 대통합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48%를 안고 가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충고는 금언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너무 보수적이고 편협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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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3.19 23:02

남원-마산 김주열 순례길

"마산상고 합격자 김주열이/ 경찰에게 타살된 3월/ 타살되어/ 아무도 몰래 물에 던져진 뒤/ 그 주검/ 가라앉았다가/ 그 주검에 매단 돌 풀어져/ 떠오른 뒤/ 거기서 4월 혁명은 시작되었다// 하나의 죽음이/ 혁명의 꼭지에 솟아 올랐다/ 뜨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목이 탔다// 이제 마산은 전국 방방곡곡이었다"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나오는 '김주열'의 일부다. 시인의 말처럼 경남 마산상고(현재 용마고) 합격생 김주열의 죽음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마산의 3·15 의거는 항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우리 역사에 4·19도 없었을 것이다.당시의 상황을 되돌아 보자. 1960년 자유당 정권은 이승만과 이기붕을 정·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획책했다. 선거 당일 마산에서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 부인이 투표소에 들어가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중 투표함이 넘어졌다. 그런데 그 안에서 미리 투표한 투표지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사전투표 현장이 들통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개표시간인 저녁 7시 마산시청 앞에는 1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모였고 경찰은 물펌프와 최루탄을 발포했다. 마침 전북 남원시 금지면 출신으로 마산상고에 합격통지서(당시 입학일은 4월 1일)를 받으러 갔던 김주열은 형과 함께 시위에 가담했다. 하지만 이날 밤 거처이던 이모할머니 집에 동생 주열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다 27일이 지난 4월 11일, 김주열의 시신은 마산 중앙부두앞 바다에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직경 40mm, 길이 180mm의 미국제 최루탄이 박혀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당시 부산일보 마산주재기자가 이를 찍었고,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이를 전해 들은 마산시민들은 분노했고 궐기에 나섰다. 이어 서울에서 4·18 고려대학생 피습사건을 거쳐 4·19혁명으로 이어졌다.김 열사의 민주정신은 서울과 마산의 국립묘원과 생가가 있는 남원에서 해마다 기려지고 있다. 그는 살아서 호남의 아들, 죽어서 영남의 아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영호남 화합의 아이콘이 되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가 2007년 4월 9일부터 3일간 열었던 '화해와 소통을 위한 186(km) 김주열 대장정'을 확대 정비했으면 한다. 남원-마산간 도보길과 자전거길을 만들어 동서화합의 순례길로 활용하는 것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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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3.03.18 23:02

시스티나 성당

3월 13일 저녁(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새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밤비 내리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성당 굴뚝만을 바라보며 새 교황선출을 기다렸던 수많은 신도들은 환호했다.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콘클라베)는 회의를 시작한지 이틀째, 다섯 번째 투표 끝에 아르헨티나 출신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7) 추기경을 266대 교황으로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교황을 선출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 식스토 4세를 위해 건립됐다. 1473년부터 1484년까지 11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교황의 개인적인 성당이지만 가톨릭 신도들에게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보티첼리의 '그리스도의 유혹' 등 이탈리아 대표 작가들의 수많은 프레스코화(벽에 그리는 그림)가 있는 르네상스 회화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시스티나 성당은 빠트릴 수 없는 명소인 셈인데, 이 성당에 그려진 수많은 프레스코화중에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쏠린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그린 것이다. 넓이가 800㎡에 이르는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미켈란젤로는 18미터 높이의 가설물을 만들고 그 위에서 선채로 그림을 그렸다. 그를 돕기 위해 피렌체의 기술자들이 동원되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그림을 혼자의 힘으로 그려야했던 그는 4년 만에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 그림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512년 11월 1일이다. 이후 500년 동안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이 불후의 명작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머지않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가도 '천지창조'를 쉽게 만날 수 없게 될 것 같다. 천장화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천장화는 이전에도 훼손이 문제가 되어 1980년부터 14년 동안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했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은 훼손의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천장화 훼손의 가장 큰 원인을 관광객들이 내뿜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먼지,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라고 지목했다. 현재 바티칸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약 500만 명,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2만 명이나 된다. 시스티나 성당이 입장객을 제한한다해도 불평할 수 없게 됐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3.15 23:02

타이어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중 유일하게 도로면에 접하는 핵심 부품이다. 사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부품은 타이어와 브레이크다. 자동차 운전자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점검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타이어 점검을 소홀히 했다가 생명을 잃는 사람이 많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운전자들이 공기압 등 타이어 관리만 제대로 해도 연간 124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타이어 때문에 사망했을 수 있다.타이어의 공기압이 표준보다 높으면 승차감이 떨어진다. 반대로 낮으면 연료 소모가 많다. 브레이크 제동도 원활하지 않다. 공기압이 낮은 상태에서 고속 주행을 하면 '스탠딩 웨이브' 현상이 발생, 타이어가 파열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펑크 난 바퀴 쪽으로 크게 휩쓸리면서 요동을 치다가 도로를 이탈하거나 전복돼 탑승자들이 사상할 수 있다. 맞은편이나 뒤편에서 주행하는 차량과 충돌하게 되면 훨씬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매년 여름철과 겨울철을 앞두고 타이어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월 한 번은 타이어 점검을 받고, 마모 한계가 1.6㎜ 이하인 타이어는 교환해야 한다. 타이어는 지정된 공기압을 유지해야 하며, 여름철 고속도로 주행에 들어가기 전에는 공기압을 평소보다 10∼15% 높여 줘야 한다. 이와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는 공기압 저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시 타이어에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2시간마다 휴식하고, 상처난 타이어는 점검 후 새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빗길 수막현상도 주의해야 한다.올해부터 3.5톤 이하 신차에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라고 불리는 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가 장착돼 출시된다. 타이어 파열 사고의 주범으로 공기압이 지목되면서 정부가 올해 출시되는 신차부터 이 장치를 장착하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공기압 센서 등을 이용해 타이어 내부 압력을 감지한 후 공기압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2014년 6월부터는 신차 뿐 아니라 기존 차량도 모두 TPMS를 장착해야 한다. 생명과 관련된 중요 장치이다보니 혼란도 있는 모양이다. 자동차 회사가 고급차량이나 고급형에 우선 적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자에게 생명 우선권을 주는 자동차 기업의 횡포다.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3.14 23:02

내 탓이오

새 봄과 함께 희망을 갖고 살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새롭게 깨어 나야 한다. 도민들은 20여년 이상 특정 정당의 덫에 갇힌 관계로 세상을 바라다 보는 눈이 편협스러웠다. 아직도 농업이 근간을 이루는 전북은 산업화가 미진해 외부와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연히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에 둔감하다. 이래서는 안된다.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으려면 우선 자신들 생각부터 확 바꿔야 한다.가장 먼저 정치적 틀을 바꿔야 한다. 특정 정당 하나가 모든 걸 독식하는 형태로는 안된다. 독과점 정당 구도를 깨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여당이나 다름 없는 민주당 갖고서는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조건이 있다. 도민들이 무작정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지금껏 전북 발전이 안된 것은 내탓이 아니고 남의탓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없애야 한다.세상사가 남탓이 아니라 내탓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뭔일이 제대로 안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은 일차적 이유가 내안에 있다. 한마디로 내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항상 남탓으로만 돌리면 되는 게 없다. 부정적인 생각으론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고립돼 단절감을 많이 느낀다.선거 때마다 민주당 일색으로 뽑아 놓은 게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 전북은 현 정권과 소통의 창구가 없다. 새만금사업이 어느 세월에 끝날지 모를 정도지만 그 누구한테 하소연 할 길도 없다. 김완주 지사가 백방으로 뛰어 다니지만 길을 못 찾고 있다. 새 정권과 소통할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표도 안찍은 사람들이 장관만 안시켜 준다고 마냥 떼쓸 게 아니라 지역발전이 안되는 원인이 뭣인가부터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놓았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정치적으로 경쟁구도를 만들어 놓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 그 답은 국회의원 한명 쯤은 새누리당에서 보냈어야 옳았다. 항상 어리석은 사람은 뒤늦게 깨우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색을 탈피하자. 이런 정치적 환경이 계속된다면 희망을 걸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일변도로 가면 지역은 더 어려워진다. 2세들을 위해서라도 실리를 추구하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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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3.13 23:02

북핵(北核) 공포

핵무기의 효시는 1945년 7월16일 오전 5시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고도 북쪽 사막에서 실험에 성공한 원자폭탄이다. 미국이 2차 대전 중 비밀리에 추진한 '맨해튼 계획'의 산물이었다. 맨해튼이란 명칭은 당시 핵분열 연구가 주로 맨해튼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붙여졌다. 당시 실험 참가자들은 그 파괴력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오펜하이머는 원폭실험 현장에서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의 신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보고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여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반대했다.하지만 오펜하이머와 핵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르미 등 핵심 과학자들은 "핵폭탄은 죽음의 무기지만, 역으로 전쟁을 끝내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일본 투하를 결정했다. 살상의 끔찍함은 인류평화라는 명분에 가려졌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14만명, 사흘 뒤 나가사끼에 투하된 핵폭탄은 7만명의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이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줄줄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2만7000여개의 핵탄두가 지구를 덮고 있다. 핵 보유국도 9개에 이른다. 공식적인 핵 보유국은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인도·파키스탄 등 7개국이지만 이스라엘과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은 단일민족이면서 적대국이다. 맞닿아 있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섬짓하다. 지난 2월12일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정 이후 북한의 태도가 험악해졌다.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려라" "방아쇠에 손을 걸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각종 미사일은 경량화, 소형화되고 다종화된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등등. 북핵 공포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한방 터질 것 같은 분위기이다. 전방 복무중인 자녀 부모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핵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체제가 불안하면 돌파 수단으로 가장 먼저 획책하는 게 도발이다. 원폭 과학자들처럼 그럴듯한 명분을 대며 우리사회를 실험하려 들지도 모른다. 설마가 사람 잡는 법. 정치권이 서로 으르렁 거릴 때가 아니다. 국방과 외교, 민심에 구멍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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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3.12 23:02

고달픈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의 수난시대다. 사회복지사들이 업무 중압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들어 경기도에서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2명이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은 성남시 분당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32살의 예비신부였고, 또 한 사람은 용인시청의 29살 청년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이 힘들다'며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전북도 2006년과 2008년에 심각한 업무 스트레스로 사회복지 공무원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최일선 현장에서 복지정책의 손발이 되고 있는 이들이 왜 벼랑끝 선택을 할까.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민 스트레스, 낮은 임금 수준이 원인이다. 우선 근무환경은 깔때기 효과가 쉽게 설명해 준다. 보건복지부 등 17개 정부부처는 400가지가 넘는 복지정책을 쏟아낸다. 여기에 자치단체와 민간단체 등에서 복지와 관련된 정책을 세우면, 깔때기처럼 마지막 실행 책임은 일선 주민자치센터 직원들 차지다. 이들은 폭증하는 업무 뿐 아니라 민원인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개 민원인들은 혜택을 기대하며 사회복지 공무원을 만나러 온다. 그런데 '안된다'는 말을 들으면 행패 부리기 일쑤다.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는 7만4000여 명이다. 이 중 1만4000여 명이 공무원, 6만 여명이 민간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주(週) 평균 근로시간은 50.4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의 40 시간보다 10 시간 이상 길다. 평균 연봉은 2360만 원이며 이직을 원하는 비율은 57.1%에 달한다. 박봉과 업무 과다로 57만 명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중 활동비율은 13%에 불과하다. 공공영역의 전달체계를 포함한 통계여서 그렇지 민간영역만 보면 더 심각하다. 임금 등 처우도 형편 없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등 신분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민간위탁이 대세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인건비와 사업비가 통합돼다 보니 인건비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해마다 27조 원을 복지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정작 최일선에서 일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복지사에게는 얼마나 쓰일지 궁금하다. 사회복지사는 한없이 퍼주는 자원봉사자가 아닌 전문직종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클라이언트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3.11 23:02

극단 '재인촌 우듬지'

연극인 부부 정찬호 김영오씨가 극단을 만들어 첫 무대를 올린 것은 2004년 늦가을이었다. 20대에 연극을 시작했으나 잠시 외도했던 남편을 다시 불러 함께 연극판으로 다시 돌아온 지 10년. 부부가 함께 만든 극단 '재인촌 우듬지'는 창단한지 2년만에야 '지워진 정여립'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배우 출신인 남편 정씨가 처음 희곡을 쓰고 연출을, 극단 대표이기도 한 아내 김씨가 제작과 기획을 맡은 작품. 단원들도 대부분 연극무대에 처음 서는 신인들이었다. 아마추어의 틀을 벗지 못한 단원들과 씨름하며 만들어낸 첫 작품에 대한 평은 엇갈렸다. 격려보다는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부부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새롭게 그려내는 맨바닥으로부터 더 큰 의욕과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7월, 전주 한옥마을과 동문거리로 이어지는 거리에 소극장이 문을 열었다. 전용면적 60여 평, 일부 공간을 연습실로 사용하고 남은 면적에 만든 극장은 60여명 관객만 들어서도 꽉 차는 아주 작은 규모였다. 소극장 이름은 '우듬지'. '연극을 하려고 극단을 만들었지만 대관료 부담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했던 부부의 오랜 소망이 이어낸 결실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대학로 한 소극장에서 40일 장기공연에 나선 지역극단이 화제가 됐다. 로맨틱 코미디로 장기공연에 나선 극단은 '재인촌 우듬지'. 역시 부부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공연작품은 이미 전주 우듬지소극장에서 장기공연으로 이름을 높인 '오래전 愛'와 '아주 치명적인 두여자'. 12월초까지 이어진 서울 대학로의 장기공연이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재인촌 우듬지'가 또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학로에 자체 소극장을 만드는 계획이다. 사실 지역 극단의 서울공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듬지의 대학로 공연도 문광부와 한국소극장협회가 공모한 공연장 대관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덕분이었다. 때문에 여전히 열악하기 만한 연극판의 현실만으로 보자면 우듬지의 도전은 무모하게 보인다. 그러나 돌아보면 재인촌 우듬지의 선택은 언제나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주목을 끄는 것은 그들의 도전이 늘 실현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열악하기만한 지역문화판에서 서울에 소극장을 열고 전주의 우듬지소극장에서 더 새로운 소극장 운동을 벌이겠다는 우듬지의 존재는 빛난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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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3.08 23:02

신사명변(愼思明辨)

MB정부에서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씨가 지난 주 징역살이에서 잠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이 지난 2월28일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며 조 전 청장의 보석을 허락했다. 2월20일 재판에서 법정구속 된 후 9일만이다. 보석금 7000만 원을 낸 조 전 청장은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고, 외국에 나가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2월27일 비공개로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징역을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측도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총수를 지낸 사람이니, 사회적 지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징역사는 것보다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본인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워졌다. 게다가 기소돼 법정구속까지 됐으니 이미 명예를 잃었지 않은가.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 400여명의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이 지목한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막중한 지위를 망각하고 수백명 앞에서 행한 강연에서 경솔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책임이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청장이 즉시 항소했기 때문에 유죄 여부는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 보아야 한다. 문제는 경찰청장까지 지낸 인사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이다. 그가 공무원 신분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한 것 자체가 큰 허물이다. 게다가 그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명예가 훼손됐다는 상대측의 반발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지 않은가. 법에도 인정이 있다. 재판부는 '반성하고, 피해가 복구됐고, 피해자와 합의했고…' 라며 형을 감경해 준다. 징역살이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튀어나간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말은 잘 생각한 뒤 똑바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명예를 지킬 수 있다.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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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3.07 23:02

안철수의 정계복귀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선날 미국으로 출국했던 안 전교수가 지난 3일 측근인 송호창의원의 입을 빌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그의 정계 복귀는 시기만 남아 있었다. 타이밍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출마에 가장 민감한 쪽은 정치권이었지만 그 보다 호남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 요즘 박근혜정권이 출범했지만 호남 사람들은 심드렁한 분위기다. 과거 박정희정권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고육당(고시 육사) 따위의 비아냥만 쏟아진다.도민들이 13.2%밖에 표를 안줬지만 박 정권이 선거 때 국민대탕평을 유난히 강조해 조각 당시부터 실날같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임기 내 큰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선거 때 지지자들 중심으로 하는 게 인사탕평이 아니다. 그건 승자들이 전리품을 나눠 갖는 것이나 전혀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민주당은 지지자들로부터 더 멀어졌다.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 짓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직 5.4일 전당대회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만 신경쓰고 있다.정부조직법을 놓고 새누리와 민주당이 다투는 걸 보면 부아가 치민다. 여야가 똑같이 국민을 실망시켜 안철수 현상이 유효하다는 걸 느낄 뿐이다. 국민들은 안철수 전 교수를 좋아하는 측면도 있지만 안철수 현상에 더 관심이 많다. 기존 정당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여야의 무기력한 정치가 안 전교수의 구원 등판을 빨라지게 했다. 지금 도민들은 당권 투쟁만 일삼는 민주당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 사람들 한테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들이다. 대선 패배 후 환골탈태는 커녕 친노 중심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에 역겨움이 난다는 것이다.도민들 가운데는 안철수 전 교수의 정계복귀 조건으로 4.24 재보궐 선거 때 서울 노원병보다 부산 영도로 가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박근혜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과 한판 붙어서 승리해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야 안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도 빨라지고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 도둑놈을 신고한 노회찬 전 의원이 사법살인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었기 때문에 그 지역구를 안 전교수가 들어가면 안된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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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3.06 23:02

변산 마실길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건 이웃 마을로 놀러가던 마실길이 있고 나물 캐러 가던, 과거 보러 가던 길이 남아 있다. 자동차와 열차가 생기면서 잊히고 사라졌던 그 길을 다시 찾고, 잇고,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면 아름답고 역사적인 새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우리땅 걷기 모임'의 신정일 이사장은 '쓰리 고' 주창자다. 그는 "고스톱을 못 치지만 길을 '찾고 잇고 걷고', 그래서 '쓰리 고'만 하면 돈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도 아름다운 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걷느냐고 묻는다.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할 때가 있다. 왜 걷는가. 길이 앞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남기 때문에? …걷다 보면 다른 생각, 다른 이야기들이 불쑥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산천유람의 매력이다." 신 이사장이 자신의 책 '길에서 행복해져라'에서 한 말이다. 2011년 4월 전 구간이 개통된 부안 변산 마실길은 신 이사장이 제안해 이뤄진 '쓰리 고'의 산물이다. 없어졌던 길을 찾고 닫혔던 길을 이어 만들었다. 해안 8개 코스(66㎞)와 내륙 5개 코스(74㎞) 등 모두 13개 코스(140㎞)다. 산과 들과 바다가 함께 함으로써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분위기를 띤다. 새만금전시관∼고사포∼격포∼궁항∼모항∼왕포∼곰소염전의 해안코스가 백미다. 바닷가 백사장을 걷다가 갯바위를 타고 넘기도 하고 산과 들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그런데 지난 주말 전문가 등과 함께 답사한 변산 마실길(격포∼모항간 14㎞)은 옥에 티랄까 부족한 게 많았다.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공중 화장실은 지저분했다. 간이 화장실도 턱 없이 부족했다. 일부 공사 구간은 차단된 채 대체 길이나 안내 표지판도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데 파전에 막걸리, 해삼 멍게에 소주 한잔 파는 곳도 없었다. 곳곳에서 먹거리와 지역 산품을 팔면서 주민소득과 연계하고 있는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해안 초소는 단장만 제대로 하면 역사와 쉼터의 훌륭한 공간이 될 법도 한데 폐가처럼 흉물로 방치돼 있었고…. 변산 마실길은 '쓰리 고'만 있었지 산천유람의 낭만을 찾기엔 보완할 게 너무 많았다. 세심하지 않으면 뻥뻥 뚫린다. 김호수 부안군수가 직접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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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3.05 23:02

옥천골 스토리텔링

판소리 명창들의 얘기는 흥미로운 게 많다. 그 중 순창과 관련해 내려오는 에피소드 2가지를 최근 발행된 '옥천골 순창이야기'(순창공공도서관 펴냄)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순창은 명당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고, 지금은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으나 명창들도 꽤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첫번째는 서편제의 시조인 박유전 명창 얘기. 박유전은 어려서부터 애꾸눈으로 집에서 천덕꾸러기였다. 소리꾼이었던 부친은 당초 형을 명창으로 기르려고 했다. 그래서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 마재마을 집에서 김세종 명창이 사는 동계면 가작 쑥대미까지 찾아 다녔다. 한달에 한번 가는데 그때마다 부친은 선물과 음식을 장만해 박유전으로 하여금 지게 바작에 짊어지도록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박유전은 짜증이 났다. 등에 진 짐이 무거운데다 자신의 신세가 한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은 소리 선생이 가르쳐 주는 내용을 숙달을 못해 혼쭐이 나곤했다. 이를 지켜보다 못해 답답한 박유전이 부친에게 청했다. "아버지, 제발 소원이니 저도 김세종 명창 앞에서 소리 한번 하게 해 주세요." 그러자 부친이 "소리가 장난인 줄 아느냐?"면서 마지못해 허락했다. 형을 물리치고 김 명창 앞에 앉은 박유전은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을 장단 하나 틀리지 않고 불렀다. 평소 형이 하던 소리를 듣고 반복해서 따라했던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가슴에 맺혔던 울분과 서러움을 소리에 실어 토해내니 김세종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박유전은 김세종에게 배운 동편제 소리에다 한이 서린 계면조와 통성덜미소리, 새소리, 귀곡성을 혼합해 새로운 창법을 개발해 냈다. 두번째는 장재백 명창 얘기. 남원 주생리 내동 출신으로 순창 임동리 장구목에서 살았던 장재백은 조선 8도 명창대회에서 장원을 했다. 그러자 판소리를 좋아했던 흥선대원군이 그에게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장재백 명창은 자신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렇게 답했다. "우리 같은 천인계급인 광대들도 사후에 봉분(封墳)을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 후 조정에서는 소리꾼들도 봉분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장 명창이 그들의 신분을 양인(良人)으로 격상시키는 신분 해방운동을 한 셈이다. 이같은 스토리텔링은 일부 과장되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지역문화를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3.04 23:02

전통문화체험교육 공간

전주는 전통문화의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를 주도할 수 있는 도시로 꼽힌다. 전주가 지닌 문화적 정체성 덕분이다. 외국인들이 전주를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 1위로 꼽는 이유도, 전주한옥마을에 잃어버린 한국적 정서를 찾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전주를 전통문화체험교육의 도시로 만들어야한다는 제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실 이 제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가 발의했던 '전통문화체험교육관' 건립은 단적인 증거다. 당시 조성위원회를 이끌고 있던 이종민 전북대 교수는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를 내세우며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을 때 다짐한 가장 중요한 명분 또한 한민족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한국전통문화체험교육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실제 전통문화체험교육관 건립은 정부와 약속했던 5대 핵심사업이었다. 그러나 전주시가 3개 문화관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아쉬움은 그래서 크다. 세계화의 구호가 여전히 대세인 시대, 문화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지금 같은 때일수록 전통문화는 더욱 중요하다. 그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 근거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민족정체성의 표상이자 자긍심의 동력이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민족적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전통문화를 체득하게 하는 일이 우선이다. 새롭게 우리사회의 구성원이 된 다문화 가정이나 자신들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해외동포 자녀들에게도 전통문화 체험교육은 꼭 필요하다. 전주에 전통문화체험교육관을 만들자는 제안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물론 전주에는 이미 많은 체험교육시설이 있다. 문제는 그 시설들의 규모가 너무 작아 급증하고 있는 체험교육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없다는데 있다. 실제 한옥마을을 찾았던 수학여행단이나 기업 연수 단체들 중에는 체험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예가 적지 않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우는 안동에는 국학진흥원과 연계된 국학문화회관이 있다. 대규모 숙박시설이지만, 수학여행단이나 일반 단체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을 함께 갖추었다. 물론 활용도가 높다. 전주는 안동과 또 다르다. 2-3년 사이 전주를 찾아오는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만큼 체험교육 수요도 차고 남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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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3.01 23:02

탄소섬유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프트닉 1호 발사에 성공한 것은 1957년이었다. 이에 냉전 라이벌 미국도 우주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달 착륙에 먼저 성공했다. 암스트롱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후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유인 우주왕복선 시대까지 연 그동안의 우주개발 경쟁은 미국과 러시아 양자대결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우주개발주체가 다변화됐다.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브라질 등 신흥 우주강국들이 등장했다. 대한민국도 지난 1월30일 과학위성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시대에 합류했다. 미국은 2001년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고 우주 전체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극초단파 탐사선 SMAP를 발사했고, 2006년엔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 2007년엔 화성탐사선 피닉스호를 발사하는 등 다양한 우주 개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달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 유인 화성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도 2000년대 들어 매년 16개 전후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만큼 적극적인 우주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 'ISS-Reschetnev'는 세계 위성 제조시장 점유율 1위이고, 러시아의 연간 로켓 발사 횟수도 매년 1위다. 2010년에는 무려 31번이나 쏘아 올렸다. 이는 세계 로켓 발사의 42%에 달한다. 1974년 출발한 유럽우주국(ESA)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113번이나 위성을 발사하는 등 세계 상업위성 발사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ESA는 태양탐사선인 '솔라오비터'를 2017년까지 발사하고, 2025년엔 화성 유인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은 2003년 10월 세계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 우주개발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밖에 일본과 인도, 이스라엘, 브라질 등의 우주개발 계획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우주 여행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2013년도 상반기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전북이 신청한 '항공 우주산업용 초고강도 복합재 개발사업'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이 국내 최초로 시작한 탄소섬유기술이 우주개발의 핵심기술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2.28 23:02

권불5년(權不五年)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花無十日紅 人不百日好) 권불십년(權不十年). 달이 차면 기운다. 임기내 기세등등했던 MB도 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광주사태를 일으켜 무고한 백성의 생명을 수없이 앗아간 전두환 노태우도 성공한 쿠테타를 일의켰지만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12.12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은 한때 영구집권을 획책했으나 백담사로 쫓겨가는 신세가 됐다. 지금은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없는 독재자로 낙인 찍힌채 살아간다.권력자 주변에는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는 사람이 많다. 집안 단속을 잘 한다 해도 각종 이권과 인사에 개입해 말썽을 빚은 사례가 많았다. 대통령 하나에 힘이 쏠려 있어 항상 주변에 부나방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1만개가 넘는다. 과거 같으면 이 자리를 꿰차기 위해 죽기살기식으로 선거운동을 해 전리품처럼 나눠 가졌다. 그래서 꿀맛 본 사람들이 많았다.세상 모든 것이 영원한게 없다. 임기제 자리는 더 그렇다.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생각을 달리해버린다.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초심을 잃기 때문이다. 예쁜 꽃일수록 꽃잎이 지고나면 추하다. 목련이 필 때는 얼마나 화사한가. 시들 때 목련은 추잡하기 그지없다. 꽃은 그 붉음이 열흘을 넘기지 못하다는 말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도내서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겁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 단체장 주변에서 무슨 큰 힘이라도 있는 양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서 손가락질 하는줄도 모르고 목에다 잔뜩 힘만 주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25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밀어부쳐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온 MB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다며 권좌에서 내려왔다. 대통령도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지 못하고 돌아오면 초라한 판인데 하물며 지방에서 무슨 문고리 권력이라도 잡고 있는 양 착각한채 세상을 사는 한심한 몰골들이 있다. 민선이라해서 마냥 무소불위의 힘을 쓰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이쯤해서 고려말 나옹선사의 시 한수가 생각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예나 지금이나 정직하고 깨끗하게 사는 게 최상이다. 인사청문회와 MB의 귀환을 보면서 새삼 권불5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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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2.27 23:02

대한민국 재상의 3대조건(?)

김능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청빈한 삶이 새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대법관 퇴임 당시 재산은 2억원이었다. 고위 공직, 공권력의 핵심이면서도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형편이 어려운 직원 변호사 비용으로 1000만원을 보태주기도 했다. 퇴임 후 억대 연봉이 보장된 대형 로펌의 유혹도 뿌리쳤다.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대법관 출신이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현대판 청백리의 표상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선비다. 부인 김문경씨는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남편이 공직을 그만 둔 뒤에야 비로소 남편 퇴직금으로 가게를 열었다. 뭔가 해보고 싶었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도 청빈한 공직자들이 많았다. 선조때 무훈을 세워 받은 상금을 부하와 똑같이 나눈 장필무(張弼武), 냇가에서 지방관리를 업어서 건넨 영조때의 판서 이문원(李文源), 향시 합격자 명단에 자기 아들이 들어가 있자 아들 이름을 지워 버리고 발표한 세종 때의 함길도 관찰사 정갑손(鄭甲孫) 등의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성종 때 덕천군수를 지낸 양관(梁灌)이란 자에 대한 모함이 있자 임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그를 급습해 조사했더니 짐 보따리에 '소학(小學)' '두시(杜詩)' 등 책 몇권만 나왔다는 일화도 있다('청백리 열전'). 황희 맹사성 유성룡 이원익 이항복 등 청빈했던 재상도 17명에 이른다. 예나 지금이나 지도층 인사에게 필요한 건 도덕성이다. 그런데 국정을 운영할 리더들이 한결같이 탐욕적이다. 병역면제,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편법증여, 급여 부당수령 등등. 몇몇을 빼곤 예비 재상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진자리 피하기 명수인지, 재산축적의 달인들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위장전입은 대한민국 재상이 되기 위한 3대 필수조건처럼 돼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어제 국무총리와 장관도 없이 출범했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27일부터 3월6일까지 열린다. 국무총리나 장관은 전문성만으로는 안된다. 도덕성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국민 신뢰가 중요한 탓이다. 신뢰가 없으면 영(令)도 제대로 설 수 없다. 청문회의 핵심은 검증이다. 늦었을 망정 쫀쫀히 검증해야 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2.26 23:02

탄허스님 탄신 100주년

김제는 옛부터 이름난 고승(高僧)이 많이 난 곳이다. 그 중에서도 만경읍이 특히 그랬다. 미륵신앙과 관련된 진표율사(718-?)·부설거사(647-699)·진묵대사(1562-1633)가 그 분들이다. 이들은 부처님의 뜻을 이적(異蹟)으로 나타내 보이며 민중의 희망으로 떠오른 스님들이다.그리고 최근세에는 한국 불교계의 대선사이자 최고의 학승이었던 탄허(呑虛 1913-1983)스님이 유명하다. 스님 역시 만경읍 출신이다. 스님은 유·불·선에 달통했으며 원효·의상 이래 최대의 불사로 꼽히는 '화엄경'을 우리 말로 번역했다. 한자 100만 자에 이르는 불경의 정수 '화엄경'원본 80권과 대의(大義)와 해석이 담긴 '화엄경론' 40권, '화엄경소초' 150권을 하나로 합쳐 '신화엄경합론'이란 제목으로 발간했다. 6만2500자 분량이다. 이 방대한 작업을 위해 새벽 2시에 일어나 17년간 매일 원고지 100장씩 번역하는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 조계종 초대 중앙역경원장으로 '8만대장경' 번역에도 공을 세웠다.스님은 불교 뿐 아니라 유교·도교·주역 등에도 막힘이 없었다. 해방 후 함석헌과 양주동 박사에게 장자를 가르친 적이 있다. 자칭 국보(國寶)라고 했던 양 박사는 1주일간 장자 강의를 듣고 10살 어린 탄허에게 오체투지로 절을 올렸다.이와 함께 스님은 예지력이 뛰어났다. 월정사에서 수행하던 1949년, 개미들이 서로 싸워 법당과 사자암 뜰에 수백 마리씩 죽어 있었다. 이를 본 스님은 6·25 전쟁이 터질 것을 알고 상좌들을 미리 부산으로 피난시켰다. 1968년에는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침투 한 달 전에 이를 예감하고 장서와 번역 원고들을 강원 삼척 영은사로 옮겨 화를 면했다. 월남에서 미국이 물러나게 될 것과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를 예견하기도 했다.스님은 일본 침몰설과 서해안 융기설, 그리고 남북의 통일 등 한반도의 융성을 예언했다. 서해인반조(西海人半朝·서해안 사람들이 조정의 반절을 차지한다)라는 예언도 남겼다. 또한 종교인으로는 드물게 정치인의 자질과 역할,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5일은 스님 탄신 100주년이다. 조계종과 오대산 월정사를 중심으로 지난 해 부터 내년까지 각종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그의 가르침이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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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3.02.25 23:02

베를린의 발하우스

문화공간을 통해 도시를 살리는 도시재생프로젝트가 여전히 대세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산업화와 근대화과정, 정치 경제 중심의 개발사업과 도시재편이 가져온 도심 공동화와 슬럼화, 인구유출의 악순환 치유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은 일찌감치 부터 기존 공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성공시킨 도시로 꼽힌다. 그 중의 하나.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울 아주 작고 오래된 공간이 있다. 베를린 크레우츠버그에 있는 '발하우스 콘서트홀'(Ballhaus Naunystrasse)이다. 발하우스의 전신은 사교댄스장. 19세기 베를린의 대표적인 사교댄스장이었던 건물을 1983년에 복원해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양식은 역시 원형 그대로 남겨두었다. 덕분에 발하우스는 화려하게 리모델링된 재생공간들과는 달리 낡고 비좁은 구조가 특징이다. 건물 자체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비밀통로와도 같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크지만, 삐걱거리는 계단 사이로 실험음악가들이 설치해놓은 파이프 연주기계나 지하의 소박하고 작은 바(bar), 꾸미지 않고도 낭만적인 분위기의 야외정원은 특별하다. 무도장을 바꾼 음악당은 객석이라고 해봐야 100여석이 전부. 규모는 작지만 베를린안의 자유로운 예술가 그룹의 창작무대로, 국제예술 무대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공간의 규모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전문적인 운영체제를 지켜온 것도 발하우스의 특징인데, 베를린 이주문화를 대표하는 연극, 음악회와 댄스, 퍼포먼스와 설치, 클래식과 현대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수익면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고 있다. 전체 운영비의 3분의 1정도를 이들 프로젝트 운영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2007년 진행한 뮤직 페스티벌 'interface07'은 각종 사운드디자인과 비주얼아트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베를린과 로스앤젤레스의 문화교류를 이끌어냈다. 얼마 전부터 전주 한옥마을과 인접한 동문거리 일대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낡은 건물 지하에 소극장이 들어서고, 낡고 오래되어 쓸모없어 보이던 비좁은 건물들에 친근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옷을 입은 다양한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논리의 성찬에 더 이상 마음 두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이제 더 중요한 과제가 생겼다. 그 공간들의 활용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물론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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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3.02.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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