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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선

위그선은 바다 위 1∼5m 고도에서 시속 200㎞에 달하는 고속 선박을 말한다. 러시아가 1960년대부터 군사용으로 소형 위그선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현재 미국과 독일 등 기술 선진국에서도 상용화할 만한 위그선을 만들지는 못했다. 초고속에 따른 안전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바다의 KTX'로 불리는 위그선은 수면 1∼5m 공중에서 날기 때문에 연료 소비도 일반 선박 대비 3분의 1도 안된다. 위그선은 국내 시장만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잠정 예상되는 대형 기술이다. 정부는 물론 충남과 경남 등 해안을 끼고 있는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위그선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3년 전 군산에도 윙십중공업이 위그선을 제작하겠다며 입주했다. 윙십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50인승 위그선을 만들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윙쉽중공업이 50인승급 위그선을 만들어 군산에서 진수식을 가진 것이 지난 2011년 10월이었다. 50인승 위그선을 제작해 진수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했다. 다른 지역은 5∼8인승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경남 사천 앞바다에서 추락한 위그선도 소형이다. 윙쉽의 50인승급 위그선 기술력은 최고 수준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션익스프레스는 지난 2011년 2월 위그선을 이용한 여객운송 사업 면허(조건부)를 내고 군산에서 제주를 오가는 사업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위그선 사업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윙쉽중공업측은 자본력 부족을 내세워 도민들이 투자해 줄 것을 바랐다. 50인승 위그선이 제대로 수면에 떠서 안전하게 비행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기술력만 내세웠다. 도민들은 신기술에 대한 투자 전문가도 아니다. 기술력만 알려졌을 뿐 해당 기술이 적용돼 생산된 제품의 완성도에 대한 정보나 완제품을 직접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투자하기란 난감한 일이다. 군산∼제주간 위그선 사업자가 선정되고 취항에 따른 행정 업무가 진행됐지만 실패했다. 정작 안전성이 담보된 위그선이 없는데다 위그선이 이수·착수할 계류시설 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안전인증도 획득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여객선박으로 등록도 안됐다. 군산항만청은 최근 오션익스프레스가 위그선 취항을 위해 취득했던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반납함에 따라 이 면허를 취소했다. 위그선은 성공해야 할 좋은 사업 아이템이다. 하지만 고속 비행에 따른 선체와 여객의 안전성이 인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헛물을 켜도 너무 켰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2.21 23:02

전북의 봄

벌써 계사년 50일이 훌쩍 지나갔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지난해 대선서 상실감을 맞본 도민들이 앞으로 무슨 기대를 갖고 살아야할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인 것 같다. 원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잊고 산다. 도민들이 박근혜 당선인에 13.2%라는 표를 안기면서 그가 선거 때 약속한 지역균형발전과 고른 인재등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었다.그러나 결과는 아니올씨다였다. MB정권때와 똑같은 판박이 인사가 되고 말았다. MB도 조각 때 서울 출신인 유인촌을 짜맞추는식으로 전북으로 분류했지만 유 장관은 무늬만 전북이었다. 진영 복지부장관 후보자의 본적이 고창이지만 현직 판사로 있을 때 본인이 기재한 '법조인대관' 본적란에는 서울로 돼 있다. 서울 용산에서 3선한 진 장관 후보자도 유인촌 장관과 같은 케이스다.전북은 조각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승자독식주의가 판치지만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전북 출신이 고위직에 발탁 안된 것은 능력 유무 보다는 박 당선인과 연결할 정치적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민들은 박 당선인이 원칙주의자라서 선거 때 약속한 인사대탕평이 어느정도는 지켜질 것으로 생각했다. 지역감정을 해소시킬 적임자로 자처했고 본인 스스로가 국민행복시대를 열 국민대통합을 부르짖었기 때문이다.사실 전북은 지난 5년간 철저하게 소외됐다. 도의회가 전국서 가장 먼저 4대강사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차별 받았다. MB는 겨우 신항만 착공과 새만금 산업용지 70% 확대 등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사항만 해줬다. 자신에게 9%밖에 표를 안줬다해서 전북을 외면했다. 지난 5년간 정권이 전북을 외면한 바람에 전북은 무력증에 빠졌고 희망의 싹마저 꺾였다. LH를 경남 진주로 빼앗기면서 더 상실감만 커졌다.봄기운이 스며들지만 아직 전북의 봄은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칼 자루 쥔쪽이 전북을 배려하지 않는 한 전북은 희망이 없다. 그렇다고 자력갱생할 길도 마땅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지역정서를 새누리당 쪽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박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인 만큼 도민들도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박 정권을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2.20 23:02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

현대 미술의 대명사 피카소(Pablo Picasso). 그의 그림은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전위적인 그림을 본 한 관람객이 이상한 그림에 화가 나서 피카소에게 쫓아가 물었다. "미술이 뭐냐?" 이에 대해 피카소는 이렇게 답했다. "미술은 돈입니다."그런가 하면 풍자작가 에프라임 키숀은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 모두가 당했다."고 비웃었다. 그의 그림이 '사기'라는 것이다. 피카소 자신도 "나는 단지 나의 시대를 이해하고 동시대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한낱 어릿광대일 뿐이다."는 유언을 남겼다.피카소에 대한 독설은 여전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도 그의 작품에 열광한다. 이유는 뭘까. 높은 명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상식의 틀을 깬 파격과 창조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는 500년 동안 내려오던 원근법을 무너뜨렸다. 그 자리에 여러 시점을 한꺼번에 담았다. 소위 큐비즘(입체주의)이 그것이다. '아비뇽의 아가씨들'과 '게르니카'가 대표적이다.큐비즘의 정점에서 그는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하며 세계미술을 주도했다. 수많은 여인 위에 군림했던 것도 화제였다.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인 샤갈(Marc Chagall). 그는 현대미술에서 보기 드문 감성으로 사랑받는 작가다. 어렸을 적, 고향 러시아에서의 기억을 통해 꽃과 동물, 시골풍경, 신부와 여인 등을 자주 그렸다. '색채의 마술사'답게 그의 작품은 몽환적이다. 고향은 물론 소박한 동화의 세계와 하늘을 나는 연인들이란 주제를 즐겨 다뤘다. 자유로운 공상과 풍부한 색채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맑게 씻어준다. 두 거장은 92세와 98세까지 수를 누렸다.뒤늦었지만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을 놓칠 수 없어 지난 토요일 전북도립미술관을 찾았다. 1주일 연장을 했는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아쉬운 것은 제목으로 내세운 두 거장의 작품이 전체 128점 중 20여 점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마네, 세잔, 몬드리안, 뒤샹, 그리고 전후 유럽미술과 팝아트 등으로 그 부족함을 채웠다. 어쨌든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시골 미술관에서 이같은 기획을 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더불어 모악산의 정경과 경각산의 행글라이더, 안온한 구이호반까지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2.19 23:02

강완묵 군수한테 궁금한 것

"다음 인사 때는 꼭 사무관 승진시켜 줄테니 이번에는 양보해 달라." 이철규 임실군수(2001년 4월∼2004년 5월)가 사무관 승진을 앞둔 노모 계장을 불러 하소연했다. 계장은 마지못해 수용했다. 상대 계장은 이번에 승진하지 못하면 사무관 맛도 못 보고 퇴직할 처지였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이 군수에 대한 상대 계장의 금품 인사로비 사실을 자신의 부인이 언론과 검찰에 제보한 것이다. 수사가 확대되자 노모 계장은 자살했다. 이때 사무관 승진에 3000만원, 6급 승진에 2000만원 하는 이른바 승진 단가가 세상에 드러났다. 관가에선 인사 뇌물을 가장 안전한 뇌물로 친다. 상하 수직관계라는 조직의 특성상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락되더라도 다음을 기다리며 인사권자의 처분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잘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발설할 수도 없다. 인사권자는 터무니 없는 사람한테는 돈을 받지 않는다. 돈을 받았으면 실행한다. 인사가 뜻대로 안되면 받은 돈은 돌려준다. 그래야 탈이 안난다. 관가에 나도는 '뇌물의 정석'이다. 선출직들은 뇌물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다. 선거를 치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 탓이다. 계약업무나 기업체 등에서 조달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장부 하나면 굴비처럼 줄줄이 엮이고 만다. 그래서 인사뇌물이 '안정빵'이다. 가진 재산이 없다면 뇌물의 유혹에서 더욱 벗어나기가 힘들다. 뇌물을 인사권자가 직접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행동대장'이 따로 있다. 인사 부서의 누군가가 돈을 받아 전달하기도 하고 선거캠프 출신이 외곽에서 악역을 맡기도 한다. 어쨌건 법을 떠나 부하 직원한테 인사를 미끼로 뇌물을 받아 먹는 건 찌질한 짓이다. 각설하고, 강완묵 임실군수한테 궁금한 게 있다. 작년 3월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강 군수의 재산은 마이너스 2207만원이었다. 그런데 대법원 소송 때 선임한 변호사는 21명이나 된다. 변호사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또 무일푼의 정치인이 비용은 어디에서 조달해 선거를 치렀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남의 돈으로 치른 송사, 선거 모두 짐이다. 임실에서는 인사 때마다 잡음이 일고 공갈 협박이 나돈다. 최근의 인사를 놓고도 잡음이 가시지 않는다. 강 군수가 팔장만 끼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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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2.18 23:02

전북의 '기억'

흑백 사진 한 장. 저고리 고름이 찢겨 드러난 젖가슴을 가리는 일도 잊은 엄마와 맑은 눈망울의 아이가 거기 있다. 시간을 거슬러 만난 사고 현장은 참혹하다. 1966년 6월 6일 진안에서 전주를 잇는 곰티재에서 버스가 추락한 직후의 광경이다. 버스는 71명이나 되는 승객을 싣고 달리다 1백 미터가 넘는 골짜기에 추락했다. 15명이 사망하고 54명이 부상당했으며 버스는 산산 조각이 나서 흩어졌다.1977년 11월 11일 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이리역 폭발사고. 최악의 참사였던 이 폭발사고로 59명이 사망했으며 1158명이 부상을 당했고 1647세대 7800명이 집을 잃었다.도로 한복판에서 쫓기고 쫓는 자. 쫓기는 사람은 학생이고, 쫓는 사람은 전투경찰이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만난 현장은 숨가쁘다. 1980년 민주화 투쟁의 치열한 시위현장, 계엄령이 내려진 엄혹한 시대상황에서도 두려움에 떨지 않고 나섰던 청년들의 함성이 거기 있다.오늘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90년대 초입에도 슬픈 기억이 있다. 1993년 10월 10일,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안 위도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 오열하는 유족들의 통곡이 서럽다.1950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창간한 전북일보가 최근에 펴낸 사진집 '기억'의 장면들이다. 1950년대부터 2009년을 잇는 60년 현대사에 놓인 풍경들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기억을 깨운다. 한국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은 50년대, 궁핍했던 60년대, 산업화에 눈떴던 70년대, 민주항쟁의 80년대, 변방으로 밀려난 90년대, 가능성과 희망의 2000년대까지 전북의 기억은 영욕의 궤적위에 고스란히 놓여있다.잊고 싶거나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되살리는 사진의 힘은 크다. 사진가 정주하교수는 '사진은 자화(自話)하는 역사'라고 말한다. 무엇을 표현하든 우리에게 사실로서 각인되며 그 자체로써 역사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교수의 말처럼 사진은 현재와 과거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결코, 우리의 삶에서 유리된 적이 없다.전북의 현대사 60년을 촘촘히 꿰어놓은 400여장의 사진 역시 역사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역사는 기록으로 말한다. 아무리 자랑스러운 역사라하더라도 기록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정당한 역사로 서지 못한다. 사진으로 남은 '기억'이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전북의 역사'여야 하는 이유 또한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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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
  • 2013.02.15 23:02

서울 유학

'아이비 리그(Ivy League)'는 미국 동북부에 있는 최고 수준의 학문적 명성을 가진 하버드와 예일 등 대학 집단을 말한다. 아이비 리그처럼 나라마다, 지역마다 최고의 교육기관이 있고, 그 수준은 국가 경쟁력에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턴가 이름이 붙여진 'SKY'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나온 '고소영'의 첫 번째에 K대가 등장할 만큼 SKY는 유명세 만큼이나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명문' 이미지에 '특권'이 덧칠된 탓이다. 하지만 지방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입시생들 조차 SKY는 못가도 수도권 삼류대학에라도 가기 위해 기를 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인 서울'이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 어머니 뿐 아니라 세상 모든 부모는 당연히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 한다. 교육 여건이 좋다고 소문난 서울과 수도권 대학으로 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사회 분위기가 증명해 준다. 인구 통계상으로 예견된 대학 학생수 감소 시기는 2018년이다. 2015년 무렵부터 대학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서울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방의 상당수 대학들은 이미 퇴출 통보를 받았거나, 떨고 있다. 2018년이 다가올수록 소위 '인서울'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서울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모두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늘 말하는 측면의 좋은 직장에서 일하며 양질의 삶을 누리고 있을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럴 확률이 높을 수는 있겠지만, SKY에도 분명 꼬리가 있고, 졸업후 백수도 많은 것이 사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 드는 심정으로 인서울을 고집하는 경우도 적잖을 것이다. '학연'의 끈이라도 잡아 두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끈 붙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인서울'하려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래서 인서울에 성공했지만 지방 출신의 서울유학생들은 하늘 찌를 듯 비싼 방값 때문에 유학생활이 만만찮다.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비좁은 고시텔 방값이 최하 40여만원이고, 웬만한 방은 80만원에 달한다. 장학숙 들어가기는 낙타 바늘구멍이고, 정부가 방값 지원에 나섰지만 새발의 피다. 등록금과 방값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부모 허리가 휘고, 개천에서 용나기도 힘들게 됐다. 왜 꼭 서울인가. 이제 지방에서 희망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2.14 23:02

재산형성 과정

총리를 비롯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공직 사회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고위공직자 출신들은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병역비리 그리고 불법 증여로 인한 탈세 의혹 등 국회에서 쳐 놓은 조밀한 그물코에 걸리게 돼 있다. 왠만한 사람이면 8·90년대에 재산 모으려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 지금 잣대로 들여다 보니까 그렇지 그 당시에는 별 게 아닌 것처럼 여겼다.고시 합격해서 고위직에 오른 공직자가 월급 모아서 큰재산 모으기란 여간 쉽지 않다. 아이들 가르치랴 품위 유지하랴 쓰는 돈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넘겨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월급쟁이 한 사람이 돈 모은 건 부동산 투기를 안하고는 안됐다. 주식투자해서 벌었거나 맞벌이해서 안써서 모았다고 하지만 큰 돈은 부동산 투기해서 번 돈이다.그 사람의 인생괘적을 살피려면 재산형성 과정을 보면 그만이다. 거짓말 할 수 없다. 특히 공직자들의 지난 생활상을 한눈에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간혹 부모 도움 받지 않고 재산을 늘려온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부동산 투기로 번 것 들이다. 공직자가 재산 상속 받지 않고 큰재산을 갖는 것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전에 개발정보를 입수해서 땅을 사놓으면 그날부터 큰 돈이 쥐어졌기 때문이다.고위공직자들은 개발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공직자가 돈 많이 갖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돈 없는 것도 문제다. 재산이 마이너스인 사람이 단체장을 하는 것은 경계대상이다. 친인척들 한테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게 못된다. 돈 없으면 다른 생각할 수 있다. 부정과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선출직 단체장은 그래서 재산상태를 봐야 한다.우리 사회가 도덕성을 높히 요구하는 사회로 가는 것은 바람직스럽다. 특히 고위직으로 가려면 노블리스 오블리주와 같은 사회적 책임감이 요구된다. 인사청문회가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파악하는 자리 보단 때로는 당리당략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운영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앞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맞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겠지만 이 정도는 참고 견뎌내야 국가와 사회가 건강해진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2.13 23:02

전주 완주 통합의 열쇠

전주완주 통합의 열쇠는 완주군민들이 쥐고 있다. 아무리 통합 당위성이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완주 군민들의 생각이 "이건 아니다."로 굳어지면 통합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작년 6월 청주시는 주민투표 없이 청주시의회의의 만장일치 의결로 청주 청원 통합 안건을 결정했지만 청원군은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했다. 완주군처럼 찬반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청원군은 작년 6월 27일 청주시·청원군의 통합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36.75%, 찬성률 79%로 통합을 확정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주민투표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통합을 결정한 첫 사례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인구 83만 명의 통합시로 2014년 7월1일 공식 출범한다. 전주완주도 오는 6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결정한다. 전주는 신라시대 이후 천년고도를 자랑하며 단일 지명을 유지했지만 일제 강점기인 1935년 전주와 완주로 나뉘었다. 다시 하나로 합쳐 역사적 정통성과 자긍심을 찾고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크지만 78년이라는 세월은 이에 못지 않게 두 지역 간의 간극을 벌려 놓았다. 지금도 완주군민들은 통합반대 기류가 강하다. 본지가 최근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더니 통합반대(43.5%)가 찬성(39.7%) 보다 높았다. 통합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응답 비율은 51.2%에 그쳤다. 가능성을 묻는 질문인 데도 겨우 턱걸이를 하고 있다. 반대이유에 대해선 '특별히 좋아질 것이 없기 때문(32.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통합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금증가(20.9%)'와 '농촌 농업투자 감소(17.3%)', '완주군 소외(12.8%)' '혐오시설 집중(11.7%)' 등 반대사유도 갖가지다. 통합을 이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소통이고 소통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진정성을 갖는다. 과연 두 자치단체나 의회, 이해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정으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당위성이나 기대효과만을, 또는 막연한 불안감과 소외감만을 부각시키며 몰아부치지는 않았는지 성찰할 일이다. 2009년 통합 무산 때에도 '소통 부족으로 인한 공감대 미형성'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었다. 전철을 밟아선 안될 일이다. 넉달 밖에 남지 않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2.12 23:02

전통쌀엿의 부흥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전통쌀엿을 선물 받았다. 값도 과하지 않고 포장도 예쁜데다 흔하지 않은 전통쌀엿이어서 명절 선물로는 제격이겠다 싶었다. 전통쌀엿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 꽤 있다. 임실 삼계마을과 순창 구미마을도 그들 중 하나다. 대부분 전통음식의 대가 끊긴 여건으로 보자면 전통쌀엿의 계승과 부흥은 특별하다. 마을 단위로 생산되는 전통쌀엿의 대물림은 전통음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기도 하지만 '엿만들기'가 농촌마을의 농한기 부업으로는 썩 괜찮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삼계마을과 구미마을은 행정구역상 임실과 순창으로 나뉘지만 지리적으로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이웃이다. 이 마을은 모두 전통쌀엿의 역사가 깊다. '임실삼계전통쌀엿'은 그 맛으로 이름이 높아 대표적인 전통쌀엿 생산지가 됐고, '순창동계쌀엿'은 그 명성은 덜하지만 재래식 방식을 고집하며 쌀엿을 만드는 전통의 연륜으로 이름을 지켜왔다. 엿도 산업화되면서 생산방식의 표준화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 두마을의 '전통쌀엿'은 같은 대물림 방식을 지키면서도 그 특성이 조금씩 달랐다. 대량생산이 아쉬운 '삼계엿'이 전통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엿만드는 과정에 편리함을 조화시켜가고 있다면 소규모 생산에 자족하는 '동계엿'은 재래식 방식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물론 전통쌀엿은 마을 주민들이 품앗이로 만들어내는 농가단위의 부업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임실 삼계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맞아 주민들이 생산방식과 기구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전통쌀엿의 제조방식이 변질되는 것을 주민들 스스로 경계해 2000년, '삼계전통쌀엿보존회'를 만들었다. 전통방식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다짐과 자정의 의지였다. '동계쌀엿' 역시 그 특성은 소박함에 있었다. 팔기 위해 모양새를 내세우거나 맛에 변화를 가하지 않아 잰 듯 한 품새를 갖추지 못하고 들쭉날쭉 키도 다르고 굵기도 달랐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외양에만 있다면 '동계엿'은 '하품'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전통을 그대로 담아낸' 특성으로 본다면 단연 '상품'이었다. '전통쌀엿'이 내세우는 미덕은 맛도 색깔도 다른 '전통제조방식'에 있다. 늘어나는 수요만큼 생산의 규모화가 필요해졌지만, 끝내 '전통방식'을 지켜가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2.08 23:02

법률가의 法

요즘 청문회가 국민들 사이에 화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닥친 헌법재판소장 이동흡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문이다. 야당은 자격 미달이니 당장 사퇴하라며 강경한 태도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민주통합당측에 이동흡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언론이나 정치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진사퇴다. 그러나 이동흡 후보자는 단호하다.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퇴 불가 입장이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 표결도 있기 전에 사퇴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자진사퇴를 일축했다.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의혹이 양산되면서 '괴물 이동흡'이 만들어졌다"며 "평생 떳떳하게 살아왔는데 인격살인을 당한 상태인 만큼 지금으로선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특정업무경비 3억원은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없고, 잘못된 관행이었"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가 법에 정해진 (표결)절차를 밟아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은 법이다. 이동흡 후보자는 법에 의해 청문회 검증을 받았고, 국회는 법에 따라 표결 절차를 밟아 찬반을 밝히면 된다. 당사자가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하는데, 법대로 처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다만 법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개정하면 된다.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은 6일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면 고발 조치, 1년 이상 10년 미만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이 개정안에 후보자의 10년간 금융거래 내역, 국민연금 납부내역, 병역 이행 검증을 위한 진료기록 등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청문회 기간을 30일로 늘려 좀더 심도있는 청문회가 될 수있도록 했고, 증인이 이유 없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소환 할 수 있는 조항도 넣었다. 헌법재판소장은 그 지위에 걸맞아야 한다. 이동흡 후보자는 그의 변명처럼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사회적 공론을 살펴보면 이 후보자는 법을 떠나 이미 헌재소장 자리에 앉을 자격을 잃었다. 이 같은 허물을 안고 소장 업무 수행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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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2.07 23:02

존재감 없는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만큼 평소 덕(德)을 베풀고 쌓아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국회의원들을 보면 덕을 쌓고 베푼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치 고액 세비나 받아 챙기는 샐러리맨 같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의 중심이므로 국회직이나 당직을 맡아야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별 볼일 없이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에 내려와 이 사람 저사람 만나면서 피곤하게 할 수 있다.지난해 도내의 4.11 총선 화두는 세대교체를 통한 물갈이였다. 11명 가운데 7명을 물갈이 했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선출해 놓고 보니까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국회에서 뭣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다. 물론 초선 한테 큰 기대를 걸 수 없지만 그래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해서 '용각산 국회의원'이 종종 있었지만 요즘에도 그런 것 같다.특히 야당 국회의원은 여당과 달라야 한다. 행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서울에서 번쩍 전북에서 번쩍할 정도로 바빠야 한다. 국회의원은 주로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의정 활동을 하기 때문에 소관 부처의 업무를 한눈에 꿰뚫어야 한다. 국회 도서관에서 죽어라고 공부해야 한다. 어디 한가롭게 맛 있는 음식이나 먹고 다닐 수 있겠는가.그간 도내 국회의원들의 사자후가 들리지 않는다. 초·재선은 물론 중진인 3선들도 똑같다. 전북 현안을 다룰 때 특히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대선 때는 어디서 뭘 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 친노가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너무 존재감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대선 때 큰 역할을 맡지 못했다는 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정권을 잡았을때 변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지금 민주당 의원들 한테 나타나는 전반적인 문제가 야성(野性)이 없다는 것이다. 도내 의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 제 몫도 못 챙겨 먹고 있는 것 같다. 과거 같으면 한국정치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고양이가 된 느낌이다. MB정권서도 야성이 약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했는데 박근혜 정권서는 어떻게 할지 걱정스럽다. 선거 때 당선만 시켜주면 하늘에 있는 별도 따다줄 것처럼 의욕을 과시했던 사람들이 국회의원 된 이후에는 용각산 의원이 돼 버렸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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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2.06 23:02

정당개혁

"한국형 교회에서 한국형 정당의 모습을 고민해 보아야 해요. 교회는 교인들에게 재미를 줍니다. 10대들이 교회를 찾아간 것도 재미있으니까 간 거예요. 정당은 왜 교회처럼 못합니까? 무료 법률상담, 문학 학교, 영화 학교, 댄스 학교 등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어요…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당을 매개로 시민들끼리 교류하게 되고 지역사회에서 무시못할 네트워크가 생겨날 거예요. 왜 강남의 잘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소망교회 같은 대형교회를 가는지 생각해 보세요. 교회에 가면 김앤장 로펌 변호사가 교인이니…정당은 왜 못합니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정당개혁에도 재미코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책 '멘토의 시대'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정당개혁, 즉 정당을 멘토의 제도화를 이룰 수 있는 대표적 집단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정치가 혐오와 저주의 대상에서 민생의 한복판에 들어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정치와 정당불신이 만연해 있는 지금 정당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해답이다. 민생정치가 화두이고 생활밀착형 정치쇄신이 숙제로 대두된 이 시기야 말로 진정성 있게 검토해 볼만하다. 민주당이 지난 1~2일 충남 보령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워크숍을 열었다. '친노 책임론', '노선갈등', '단일화 만능론' '계파갈등' 등을 놓고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됐던 다양한 의견만 되풀이됐다. △세비 30% 삭감 △겸직 금지 △의원연금 폐지 △계파 청산 △민주적 리더십 강화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비리인사 공천 제한 등 이른바 정치쇄신안도 내놨다. 하지만 새로운 것도, 진일보한 내용도 없다. 대선 공약의 재탕이다. 자기성찰이나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한 공감대도 끌어내지 못했다. 신발을 신은 채 발바닥을 긁고 있으니 시원할 리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소 잃은 탓만 했다. 지금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 밖에 안된다. 위기상황이다. 민주당이 60년 정통야당을 자처한다면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네 탓만 해대며 민생정치, 생활정치를 외면한다면 흐트러진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민주당은 시민 멘토가 되는 생활공동체의 마당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자기혁신의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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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2.05 23:02

입춘(立春)

봄을 상징하는 입춘(立春)은 24절기 중 첫번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어 언 땅이 녹고,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 이어 우수(雨水)에 눈이 녹고 비가 오면 초목에서 싹이 튼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초입인 셈이다.예전에는 이때부터 농사준비에 바빴다.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했다.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재워두고, 뽕나무 밭에 오줌을 주고, 겨울동안 묵었던 뒷간을 퍼서 두엄을 만들었다. 하지만 때 맞춰 '입춘 추위에 김칫독 깨진다'고 봄을 시샘하는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기도 한다.입춘과 관련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풍습이 입춘축(祝) 또는 입춘방(榜)이다.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한 해의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붙이는 것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등이 그것이다. 또는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이나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했다.이와 함께 조상들은 오신반(五辛盤)이라 해서 눈 밑에서 갓 돋아난 햇나물을 먹으며 봄을 맞이했다. 겨울동안 섭취하기 어려운 비타민 등을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오신반은 움파(겨울에 움속에서 자란 빛이 누런 파), 멧갓(말린 갓), 무초, 승검초(당귀 싹), 달래, 평지(유채), 부추, 마늘 중에서 5가지로 매캐하고 쓴 맛이 강한 나물을 무쳐 먹는 것을 말한다. 또 이날은 보리뿌리점(麥根占)을 치기도 하고, 흙이나 나무로 토우(土牛) 또는 목우(木牛)를 만들어 풍년을 기원했다.벌써 남도땅 지리산이나 백운산에는 고로쇠 물 채취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박제천의 시 '입춘부(立春賦)'는 이를 잘 표현했다. "고로쇠나무에 등을 기댔더니, 어느 순간 서늘한 손길/ 아, 요녀석이 내게 지금 기(氣)를 보내오는 구나/(중략)/ 머잖아 내 눈, 내 입, 내 귀에서도/ 푸른 눈이 트고, 고로쇠나무의 어린 잎이 하나 둘 돋아나겠구나/ 이 봄엔 아예 나도 고로쇠나무가 되어/ 뿌리 아래 갇혀 있던 봄 기운을/ 물관이 터질 듯 타고 오르는, 이 솟구치는 노래를/ 전해주어야겠다/ 그리운 이가 등을 기대면,"입춘은 "나는 살았다고, 너도 살아있냐?"고 묻는 절기인 듯하다.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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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3.02.04 23:02

동초제 판소리

"제자들 잘 가르쳐서 내놓는 것이 남은 의무예요.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지쳐서는 안 되죠."오정숙 명창을 만난 것은 2004년 여름더위가 절정을 이루었던 7월 한낮이었다.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동초각. 스승인 동초 김연수 명창의 소리 맥을 잇기 위해 20여 년 전에 마련했다는 대둔산 자락의 전수관이다. 그해 나이 칠십, 이어지는 공연요청으로 보자면 시골 생활이 불편했을법하지만 노 명창은 한 겨울만 빼고 봄 여름 가을을 그곳에서 났다. 동초제 판소리는 여러 바디 중에서도 판소리 다섯 바탕이 모두 전해지는 유일한 바디다. 오정숙은 이 동초제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익혔다. 한 가지 바디의 다섯 바탕이 온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는 스승 밑에서 공부하는동안 일곱 차례의 백일공부를 거쳤다. 언제나 스승을 모시고 들어간 수련이었다. 백일공부가 시작되면 스승은 더 엄해졌다. 제 감정을 살리지 못한다 며 북채로 발을 들이차이기도 했고, 쌀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일도 예사였다. 그 역시 제자들에게 엄한 스승이었다. 공부를 등한히 하면 여지없이 종아리를 쳤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편하고 쉬운 것만 취하려는 아이들에게 이 힘든 소리를 전해줄 수 없다'고 했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과정은 그 스스로의 수련이기도 했다. '칠십 평생에 이렇게 덥기는 처음'인 그해 여름에도 매일 두세 시간의 소리공부를 미루지 않았다. 이유는 한 가지, '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는 생전에 많은 제자를 두었다. 대부분이 오늘의 판소리 판을 지켜가는 명창들이다. 그들의 활발한 활동 덕분에 동초제는 판소리 양대 산맥 중의 하나가 되었다. 동초 김연수가 작고한 후에 오히려 소리의 세력을 키워 마침내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하는 소리가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판소리연구가 최동현 교수의 평가처럼 김연수보다 인기가 높았던 임방울의 소리가 정작 그의 사후에는 전승이 끊어지다시피 한데 비하면 대단한 일이다. 오정숙은 1991년 동초제 춘향가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그런데 동초제는 이제 국가중요무형문화재가 아니다. 그가 작고한 이후 기능보유자 지정이 중단된 탓이다. 지방무형문화재로 동초제 판소리가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국가 보호로 전수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니 전북을 판소리의 고장이라고 내세우는 일은 이제 부끄러운 일이 된 것같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2.01 23:02

욕심쟁이

중국 전국시대에 범저(范雎)라는 유세가가 있었다. 그는 진나라에서 재상을 하며 진나라를 강성하게 키웠다. 범저는 위나라 소왕 밑에서 일할 때 제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제나라 왕이 그의 변론이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선물을 전했다. 그는 거절하고 함부로 받지 않았다. 하지만 위나라 재상 위제는 '위나라 비밀을 누설한 대가'라며 매질한 뒤 빈객들이 오줌을 누도록 했다. 범저는 사지에서 탈출, 진나라로 갔다. 1년 후, 범저는 진나라 소왕에게 유세, 중용된다. 범저는 당시 진나라 소왕의 외척으로 재상 지위에 올라 위세를 떨치던 양후(穰侯)가 멀리 제나라를 치려하는 계책에 대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 우호관계를 맺고 이웃 나라를 치는 것이 제일 좋다"며 그 부당함을 지적한다. 또 "왕이 간사한 신하의 아첨에 빠져 깊은 궁궐 안에서 평생 미혹에 사로잡혀 현명한 신하와 간사한 신하를 가려내지 못한다면 종묘가 망한다"며 직접적으로 양후를 모함했다. 결국 소왕은 양후 등 외척들을 내쫓았다. 범저는 봉토를 받고 재상 응후(應侯)가 되고 위제에 복수도 한다. 소왕은 응후의 계책을 받아들여 위나라에 이어 한나라를 쳐서 승리하고, 이어 조나라 군대를 장평에서 크게 깨뜨렸다. 장평 전투에서 승리한 장수 백기는 응후의 모함을 받아 죽고 만다. 안팎으로 승승장구하던 응후도 어느 순간 삼족을 멸하는 죄를 짓고 사지에 몰렸다. 그의 측근들이 전투에서 패하고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왕은 그를 모두 용서하고 더욱 격려했다. 이 소문을 듣고 연나라 사람 채택(蔡澤)이 응후를 찾아 말했다. "당신은 재상자리에 앉아 계책으로 천하 제후들이 진나라를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공은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황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상군, 백기, 대부 종(모두 왕에 충성을 다했지만 결국 죽임을 당했다)의 처지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응후는 "가지고 있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면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는다"며 채택을 소왕에게 천거한 뒤 물러났다. 재상에 오른 채택은 소왕, 효문왕, 장양왕, 시황제까지 넷을 섬겼다. 새정부 총리로 지명됐던 김용준씨가 두 아들 병역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자 29일 전격 사퇴했다. 소아마비라는 천형을 딛고 승승장구해 온 김씨는 잠시 노욕에 취했다가 돈만 빼고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대개 이익을 좇으면 화가 닥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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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1.31 23:02

새로운 리더십

상당수 도민들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맨붕에 이를 정도로 정치적 상실감이 컸지만 서서히 회복되면서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행법상 3선 한 단체장은 출마를 금하게 돼 있어 이강수 고창군수와 장재영 장수군수는 내년 선거에 출마를 못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입지자들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다음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는 지난번 대선 후보들이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그 이행여부가 큰 관심사다. 단체장의 경우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인물 중심 선거로 갈 것이다. 그간 전북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편하게 당선되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과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 공천권을 스스로 포기할지는 의문이다.그간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출마를 못하거나 망설여온 사람들이 많았다. 공천작업이 그냥 대충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가 없어진다면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단체장에 출마해서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김완주 지사의 3선 출마여부다. 본인이 재선 출마때 3선출마는 안 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하지만 도내 4.11 총선 결과가 본인에게 유리하게 나오자 내심 3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조직을 추스른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최근 김지사가 프로야구단 10구단 유치 실패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본인의 3선 출마 여부를 7월달에 밝히겠다고 한발 뺐지만 LH 유치 실패와 함께 이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 같다. 여기에다 고창군수를 시작으로 남원시장, 전주시장 2번, 도지사 2번 등 민·관선 단체장만 무려 20년 가까히 한 것이 약점으로 꼽힐 수 있다. 아직껏 자천으로 지사선거에 나서겠다고 한 사람은 없지만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민주당 내홍이 가라앉고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귀국해서 신당을 창당하면 내년 지방선거판은 요동칠 수 있다.아무튼 전주 완주 통합이 이뤄지면 송하진 전주시장이 이를 발판삼아 지사 선거에 나설 게 분명하다. 임정엽 완주군수가 최근 연초 읍면 방문을 통해 통합시장 쪽에 무게를 두고 통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저래 새 정권이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도내 지방권력의 지도도 새롭게 달라질 수 있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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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3.01.30 23:02

쓴소리가 없는 조직

조금 오래된 버전이지만 네가지로 분류한 CEO 유형은 촌철살인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CEO, 똑똑하고 게으른 CEO, 멍청하고 부지런한 CEO, 멍청하고 게으른 CEO로 구분했다. '똑부' 를 CEO로 둔 조직은 피곤하고 괴롭다. 직장 상사가 똑똑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니 직원들은 죽어나갈 수 밖에 없다. 큰 톱니바퀴가 빨리 돌면 주변의 작은 톱니바퀴는 정신 없이 돌다가 결국 망가지고 마는 이치나 똑같다. '멍부' 스타일은 목표가 어디인지, 가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앞만 향해 달려가는 불알 안 깐 돼지 유형이고 '멍게' 스타일이라면 조직이 파멸하고 말 것이다. 직장 상사로서 바람직한 유형은 '똑게'형이다. 게으르다는 것은 단순히 나태함을 이르는 게 아니라 묵묵히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부하 직원은 어떨까. 상사가 좋아할 유형은 당연히 '똑부'형이지만 싫어하는 유형은 쓴소리 잘 하는 직원이다. 쓴소리를 자주 해야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겉으론 칭찬하지만 속으론 피곤하게 생각한다. 쓴소리는 조직이나 CEO한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분이다. 잘못가는 일이 없도록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쓴소리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부하 직원이 상사한테,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하테 스스럼 없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문제는 쓴소리를 받아들이는 직장 상사의 태도에 있다. 진정성을 갖고 쓴소리 소통의 직장문화를 만들어 가는 CEO가 있는가 하면 아픈 곳을 찌른다는 이유로 쓴소리를 멀리하는 이도 많다. 후자라면 부하 직원은 금세 눈치를 채고 입을 닫아버린다. 하물며 자치단체라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공직자라면 마땅히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쓴소리단' 운영이 돋보인다. 시장 집무실 벽엔 시민과 공무원들의 쓴소리를 모은 파일이 빼곡하다. 그런데 전북도청이 직언하는 조직, 쓴소리 하는 분위기가 영 아닌 모양이다. 양용모 도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직언하는 참모를 우대하고, 쓴소리 많이 들어야 한다."고 김완주 지사한테 쓴소리를 날렸다. "권력에 아부하는 자는 역사를 거꾸로 돌린다"며 그런 말을 했다. 쓴소리 직원을 멀리 하고 단소리 참모만 데리고 일 한다면 뻔할 뻔자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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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3.01.29 23:02

박준영지사 물세례

2008년 12월 14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밀라키 이라크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이때 이라크TV방송의 자이디 기자가 부시를 향해 "이라크인의 선물이자 작별키스다. 개(dog)자식아!"라며 신발 한짝을 던졌다. 이어 "이건 미망인들과 고아, 그리고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이 주는 것"이라며 나머지 한짝도 집어 던졌다. 다행히 부시 대통령은 머리를 숙여 신발을 피했다. 아랍권에서 신발을 던지는 것은 상대를 크게 모욕하는 행위다. 결국 그는 국가원수 모독죄로 구속됐으나 9개월만에 풀려났다. 그의 행위는 중동에서 반미(反美)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일부에선 '비이성적 폭력'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행태는 다르지만 이와 유사한 일이 23일 전남도의회에서 벌어졌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도정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 통합진보당 소속 도의원이 물컵을 던진 것이다. 발단은 박 지사가 지난 8일 광주MBC라디오에 출연하면서 촉발되었다. 앵커가 이번 대선의 호남 몰표에 대해 묻자 "감정에 휩쓸린 충동적인 행동"이라면서 "무겁지 못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같은 호남인 폄하 발언에 대해 도의원은 물을 뿌리기 전에 박 지사로 부터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의사진행 발언과 5분 발언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장에 의해 모두 거부당했다.이번 대선은 이념과 지역, 세대간에 첨예하게 갈라졌다. 그 중 야당 후보에게 찍은 48%, 즉 1469만표의 근간은 지역적으로 호남이었다. 전북 86.3%, 전남 89.3%, 광주 92.0%가 정권교체를 열망하며 몰표를 던졌다. 이들 중에는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자녀를 내려오게 하거나, 심지어 미국 유학 중인 아들을 귀국시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표들이 충동적인 가벼운 표라 말인가.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대구 80.1%, 경북 80.8%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리고 박 지사 자신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 중도하차하며 "민주당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한 것은 무엇인가. 물론 비이성적 행동을 한 도의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박 지사의 언행 또한 분명 잘못되었다. 무력감에 빠진 호남인의 상처를 다독여야 할 리더의 바른 태도는 아니다. 나아가 이런 행태는 민주당 독주의 단체장과 도의회의 문제점이기도 하다.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1.28 23:02

한국의 장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매년 1월, 세계최고의 요리행사로 꼽히는 '마드리드 퓨전'이 열린다. '마드리드 퓨전'은 세계 최정상의 요리사들이 모여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와 요리 철학을 공유하면서 한편으로는 식품ㆍ외식업계 CEO들과 함께 첨단 요리기법과 트렌드를 소개하고 전망하는 컨퍼런스 겸 박람회다. 2002년에 시작돼 역사는 길지 않지만 세계 음식요리계의 영향력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집중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멕시코, 일본, 중국, 호주, 싱가포르가 초대됐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 제10회 마드리드 퓨전의 주빈국이 됐다. 세계의 요리를 리드하는 '마드리드 퓨전'이 행사 주제를 '발효음식'으로 정하고, 한국을 공식 초청국가로 지정한 배경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전통 발효음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세계의 요리전문가들은 김치로만 대표됐던 한국의 발효음식을 주목하고, 유럽의 한류열풍은 한국음식으로 이어졌다. 지난 21일 개막한 11회 '마드리드 퓨전'에서는 한국의 발표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지난해 선보였던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 우리의 장류가 화제의 식재료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스페인 최고 음식 연구 기관인 '알리시아 재단'(Alicia Foundation)이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의 장을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서양 음식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 발표한 결과는 세계 요리사들의 주목을 끌었다. 언론보도로는 '음식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훌륭한 식재료'란 연구 결과에 '한국의 장은 소금을 대체해 간을 할 수 있는 건강 소스', '일본 장보다 밀도가 높아 힘이 느껴진다', '한국의 장은 음식의 맛을 깊게 만든다'등 세계 스타 요리사들의 예찬론이 쏟아졌다고 한다. 해마다 10월이면 전주에서도 '전주국제발표식품엑스포'가 열린다. 올해로 열한 번째,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함께 열렸던 문광부의 한국음식관광축제가 끝나 올해부터는 다시 발효식품엑스포 단독으로 개최된다. 축제로서의 규모는 작아지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발효음식'을 특화한 엑스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덧붙여 더 절실해진 것이 있다.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그것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1.25 23:02

억대 농업인

고창에 사는 A씨는 농사를 짓는다. 그가 연간 올리는 순소득은 3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그야말로 '억대 농업인'이다. 요즘 농촌에서 벼농사 지어 억대 농업인 소리를 들으려면 10만㎡ 정도의 농지를 소유하거나 임대할 능력이 전제된다. A씨는 그렇게 많은 벼농사를 짓지 않는다. 25년 전, 군 제대 후 처음 땅콩 농사를 지었지만 별스럽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보리와 콩을 연결하는 이모작. 조금씩 넓힌 그의 농사 규모는 80여만㎡에 달한다. 전체 농지가 A씨 소유가 아니다. 대부분이 곳곳의 임대 경작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의 하루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그는 농지에 열심히 거름을 주고, 매일 밭을 둘러본다고 한다. 곡식은 농사꾼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그는 절대 신뢰한다. 김제에 사는 B씨는 4만여 평의 벼농사를 짓는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 교육 때문에 전주에 살면서 김제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B씨는 순소득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그 많은 농사를 짓지만 부인과 단 둘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트럭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농기계를 갖췄고, 농기계가 고장 나면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이 1급 수준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 덕택이다. 정읍에 사는 C씨는 친환경농업인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그는 40년간 포도 농사를 지으면서 익힌 친환경포도농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농사 철학을 잘 아는 사람들이 그의 농장에 몰려들어 포도단지가 조성됐을 정도다. 그 밖에 많은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땀을 흘린 대가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산업화 바람을 타고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농촌 현장이 여전히 썰렁해 보이지만, 그곳을 지키며 희망을 찾아온 사람들은 땅이 돌려주는 대가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소득 1억원 이상 농업경영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도내에서 억대의 수익을 올린 농업인은 1599명으로, 전체 1만6401명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북의 억대 농업인은 1568명이었다. 최근 귀농·귀촌에 관심을 보이는 도시민들이 많다. 농촌 현장에 억대 농업인이 많은 것도 그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이다. 차근 차근 준비해 노력하면 '나도 억대 농업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억대 농업인들이 어떻게 그 위치에 올라섰는지를 잘 살펴보고, 지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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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3.01.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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