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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정치

혁명적 사상가였던 정여립(15461589)은 뛰어난 인재였다. 선조 3년인 1570년 24세의 나이에 5등으로 문과에 급제했다. 급제 나이가 평균 서른살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성공이다. 율곡 이이의 문하에서 총애를 받았고, 이이는 서인의 총수였으니 서인의 차세대 주자로 불릴만 했다. 그런데 이이가 죽고 서인이 몰락할 조짐을 보이자 정여립은 동인에 가담했다. 전주 출신인 정여립은 이를테면 동교동계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뒤 상도동계로 가서 동교동계를 원색적으로 공격한 경우인데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를 두고 "현대판 '철새 정치인의 원조'라 할만 하다."고 비유했다('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명분이 지배하던 성리학 사회에서 스승을 배신하는 행위는 비판 받을 일이었다. 당시엔 이 당(黨)에서 저 당으로 변신하는 행태도 흔치 않았다. 선조는 죽은 스승을 비판하는 정여립을 두고 사서(邪恕) 같은 인물로 비유했다. 사서는 송나라 때 자신을 도와 준 사마광을 배신한 인물로, 배은망덕의 표상이다. 대선 정국이다. 유력 인사들의 합종연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출신인 김성식 전 의원과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한테 갔다. 한때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정국을 좌지우지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이 대거 새누리당에 합류했다. 정치 변신의 백미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럴 망정 DJ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의원이나 이윤수 전 의원 같은 골수 동교동계 인사들이 새누리당에 둥지를 튼 걸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무상. '정치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명언이란 걸 새삼 실감한다. 학계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치합류를 탓할 수는 없다. 소신이나 철학도 없이 자기부정을 하면서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철새 정치인이 문제다. 정치이념이 다른 사람끼리, 또는 정파가 합종연횡하는 건 정치를 희화화시킨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치발전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동교동계의 변신'을 두고 DJ가 지하에서 뭐라 할지 흥미롭다. 잘한 일이라 할지, 선조처럼 사서 같은 인물로 멸시할지 궁금하다. 선거 때마다 철새 정치인을 보는 건 고역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30 23:02

생명과 평화의 땅 DMZ

한반도의 허리를 철조망으로 가로 지르는 DMZ(비무장지대). 이곳은 평화와 위험이라는 두 얼굴을 지녔다. 수많은 지뢰와 초소, 망루가 설치돼 있어 위험이 상존한다. 또 남북한의 엄청난 병력이 항상 전쟁상태로 대치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폭발 가능성이 큰 곳이다. 이름뿐인'비무장지대'인 셈이다.반면 이곳은 오랫동안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산림청 등이 DMZ내 일부 지역에 대해 조사한 결과 2700여 종의 동식물과 67종의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달가슴곰 여우 사향노루 산양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 하천과 습지도 잘 발달돼 생물다양성이 뛰어나다.그래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 유네스코에 생물권보전지역(BR) 지정을 신청했다. 뛰어난 자연·생태를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친환경적 개발에 동참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설악산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 등 4곳이, 세계적으로는 114개국 580곳이 지정돼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이 공동신청에 무반응이어서 남한쪽 DMZ만 신청했다. 또 올 7월에는 생태계가 우수한 강원도 철원의 DMZ를 생태·평화공원으로 만드는 시범사업을 착수했다. 철책선 너머의 오성산과 휘귀어종이 서식하는 김화 남대천 등이 대상이다. 지난 주 민통선 지역인 양구 두타연을 찾았다. DMZ 걷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양구는 입구에 '국토 정중앙, 양구에 오시면 10년은 젊어집니다'라는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자연 덕분에 정말로 10년은 젊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곳은 금강산과 이어진 곳으로 6·25 전쟁 때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곳 중 하나다. 비경인 두타연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4년. 휴전 50여 년만의 일이다. 아직도 지뢰매설지역이라 통행로와 주변의 생태탐방로를 제외하면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곳에서 영화를 찍은 인연으로 '소지섭 길 51킬로미터'가 나 있다. 우거진 수풀 앞에 쳐진 가시철망에 지뢰(MINE) 경고판이 붙어있고, 녹슨 포탄과 나무 십자가에 걸린 깨어진 철모가 전쟁의 상처를 증언하는 듯하다. 내년이면 휴전 60년. DMZ가 분단의 상징에서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두타연의 너른 연못과 동굴을 허가없이 볼 수 있도록.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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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10.29 23:02

태조 어진

태조어진 원본이 공개됐다. 태조어진은 진귀한 존재다. 태조의 초상이 역대 왕의 전신초상으로는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어진(御眞)'이어서만이 아니다. 어진은 미술사의 영역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초상화 역사는 깊고 풍요롭다. 특히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가장 왕성하게 제작되어 미술사를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는 왕의 초상 '어진'이다. 초상화, 특히 왕의 초상화는 극도의 사실성이 요구됐다. 초상화의 대부분은 왕이 생존해있을때 그려졌지만 더러는 작고한 뒤 그려지기도 했다. 작고한 뒤에 그려지는 초상화는 아무리 사실에 가깝게 그린다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완성되는 초상화는 실제 왕의 초상과 매우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에 제작된 수많은 초상화들은 원본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되었거나 실제 사용하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 낡게 되면 새로 제작한 뒤 불태워 없애버리는 의례를 거쳤기 때문이다. 왕의 초상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초상화가 얼마나 활발하게 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만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영조 어진 두개뿐이었다. 특히 태조의 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하다. 전주 경기전의 어진은 1408년 태조가 작고한 이듬해 전주부의 요청으로 경주의 집경전본을 모사하여 1410년 봉안 한 것을 1872년 다시 새롭게 제작한 것이다. 7년 전쯤에도 태조어진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있었다. 국립전주박물관이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전시회에서였다. '왕의 초상'은 놀라움의 절정이었다. 섬세한 세필과 강렬한 채색, 배채(背彩)의 기법을 활용해 자연스러움을 한껏 살려낸 용안의 품격에 관객들은 감탄했다. 어진은 당대를 통치한 조정과 국가의 상징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 태조어진은 여기에 조선 창업자의 초상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일반인들이 어진 원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공개는 지난 6월 태조어진의 국보승격을 기념해 기획된 자리다. 공개 기간도 정해져 있어 계획대로라면 11월 18일까지만 경기전 안의 어진박물관에서 원본을 만날 수 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권좌의 통치자를 초상화로 만나는 일은 흥미롭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 관객들은 초상화 앞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2.10.26 23:02

전주와 미술관

최근 완주군 모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전북도립미술관에 멋진 손님들이 와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지난 19일 개막한 세계미술거장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 전시회다.색의 마술사 샤갈을 비롯, 피카소와 몬드리안, 모네, 엔디 워홀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 13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개된 피카소의 100호짜리 유화 '앉아 있는 남자와 누드' 의 경우 400억 원 대로 추정될 만큼 명품이라고 한다. 팝아트의 거장 엔디워홀의 마릴린 먼로 10점 풀세트와, 세잔의 대수욕도 등도 관심 작품들이다. 미술관측은 전시중인 작품가격이 총 1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해할 만 하다. 실제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빌리는데 들어간 비용은 1만 2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반면 이번 4개월간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도립미술관측이 지불한 작품 보험료는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번 전시를 놓고 미술계 안팎에서는 인상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근현대 미술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단한 기회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지역 문화 예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린 이번 전시를 이끌어 낸 미술관 측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8년 전 전북도립미술관을 세우는데 공이 컸던 서양화가 박남재 화백, 김태식 전 국회의원 등에 대한 고마움도 빠뜨리면 안된다. 박 화백이 한 미술전시회 자리에서 예향 전북에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 없는 현실을 개탄하자 김 전 의원이 예산을 확보해 세운 것이 모악산 자락의 전북도립미술관이다. 제대로 된 전문 미술관이 없다면 그 누가 샤갈이며 피카소 그림들을 전시할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프로야구 10구단 경쟁 도시로 떠오른 수원시가 얼마전 현대산업개발(주)과 미술관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14년까지 화성행궁 광장 북측 4800㎡(신풍지구)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1만㎡ 규모의 수원시립미술관을 건립키로 한 일은 전주시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예향 전북이라고 하지만, 그 중심은 전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주에 특정인을 위한 서예관이 있을 뿐 제대로 된 미술관이 없으니 '예향의 도시 전주'를 말하기 멋적다. 10년 전, 전주시가 전북도립미술관 부지를 내놓지 못해 완주군 모악산 아래에 간 것도 전주시의 실착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25 23:02

박근혜 득표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북에서 과연 몇 %를 얻을지가 관심사다. 그간 87년 대선 이후 새누리당 후보가 전북서 표를 얻는다는 것은 하늘서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군산서 강현욱 전 지사가 신한국당 후보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부안에서 이덕용씨가 높은 지역주의의 파고를 넘어 신한국당 후보로 도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 만큼 전북이 높은 지역주의에 갇혀 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역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지역감정의 덫에 걸려 전북에서 한자리수 득표에 그쳤다. 16대 때 이회창 후보가 6.2% 17대 때 이명박후보가 9.07%를 기록했다. 18대에 출마한 박근혜후보가 자신들이 목표로 삼는 20%대를 넘길 것인가도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금 새누리당 도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두자릿수 운운하는 것은 정운천 도당위원장이 2010년 6.2 도지사 선거에서 18%를, 지난 4·11 총선서는 36%를 얻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하지만 대선은 총선과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박후보의 득표력은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달려 있다. 쉽게 말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어야 그나마 박 후보가 전북에서 두자릿수 얻기가 쉬워진다. 도민들이 친노색채를 띠는 문후보에 반드시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안후보로 단일화 되면 그만큼 고전이 예상된다. 그 이유는 무소속 안후보에 대한 더 많은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그간 도민들과 새누리당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인재를 등용치 않고 지역 현안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 평행선을 달렸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식으로 그 해석법이 달랐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표도 안주고 무작정 국가예산 타령만 늘어 놓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예쁜 짓을 해야 신경 쓸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전북이 대접 받으려면 먼저 두자릿 수 이상 표를 달라는 것이다. 아무튼 대선 막바지로 치닫으면 결국 전북 표심이 민주당이나 야권단일후보로 갈 공산이 짙다. 대선 결과가 도민들의 뜻대로 돼버리면 상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전북은 또다시 5년의 암흑기를 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24 23:02

남원 추어탕

추어(鰍魚). 미꾸라지 추(鰍)자를 파자하면 물고기 어(魚)에 가을 추(秋)다. 가을 물고기라는 뜻이다. 추어는 논두렁 미꾸라지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진흙 속으로 파고 드는 가을이라야 제 맛을 낸다. 월동 직전이라 살이 통통히 올라 맛과 영양이 최고다. 본초강목에는 미꾸라지가 배를 덥게 하고 원기를 북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양기보충에 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서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이다. 최근엔 칼로리가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많이 찾는다. 추어탕 하면 으례 남원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곳이 남원이다. 추어탕 집 간판 중에 가장 많은 것도 '남원 추어탕'이다. 남원 상호를 쓰는 추어탕 집이 전국적으로 400여 곳에 이른다. 남원에만 추어탕 전문점이 30여 곳이나 된다. 왜 추어탕 하면 남원인가. 전주의 한 추어탕 집 주인은 이런 유래를 전했다. 옛날 남원에 부자집이 있었는데 집 주인이 머슴들을 어찌나 잘 대해 주었던지 머슴들이 감복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추어탕을 끓여 보답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주인은 계속 추어탕을 찾았고 그 소문이 퍼져 확산됐다는 일화다. 현실적으로는, 남원 요천강변 광한루원 인근의 허름한 집('새집')에서 추어탕을 맛있게 끓였던 서삼례 할머니의 손 맛을 기점으로 본다. 이병채 남원시문화원장은 "88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들이 남원과 지리산에 몰렸고 이 때 '새집' 할머니 추어탕 맛이 최고라는 명성이 퍼져 전국적인 대표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섬진강 상류라는 청정성과 무시래기 등 부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지리적 여건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서 할머니는 3년 전 작고했고 딸이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젠 '남원=추어탕' 명성을 산업화하는 것이 과제다. 미꾸라지와 시래기 등 부재료의 생산-가공-판매를 과학화하고 관광과 연계시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지난달엔 '남원 미꾸라지'가 내수면 분야 전국 최초로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됐다. 브랜드 가치도 한층 높아졌다.추어탕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사이다. 오늘(23일)이 상강이다. 명문 추어탕 집들이 도처에 많다. 가을이 깊기 전에 추어탕으로 원기를 회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23 23:02

새만금의 꽃, 신시도

새만금방조제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기분이 묘하다고 한다. 바다 한 가운데를 차를 타고 간다는 것이 꽤 신기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 최장이라는 33.9km를 달릴 수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새만금 일대는 2010년 4월 방조제가 완공되긴 했으나 아직 안팎에 바닷물이 일렁거린다. 계획대로 방조제 안쪽에 만경강과 동진강 물이 담수되면 약 3500만 평의 거대한 호수가 생겨난다. 방조제를 달리며 양쪽으로 바닷물과 민물 호수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된다. 2015년까지 수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달성될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이곳 새만금방조제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게 신시도(新侍島)다. 방조제와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새만금 33타워가 있고 배수갑문이 있다. 이곳은 새만금 관광의 별격이다. 현재 주차장이 있는 곳에서 산을 타고 오르면 월영산(月影山, 또는 월영봉)이 나오고, 대각산(大覺山)으로 이어진다. 이 신시도에서 선유도까지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무녀도-선유도-장자도가 다리로 연결돼 있으니, 이곳만 연결되면 새만금방조제에서 고군산군도가 죽 이어지는 셈이다.신시도는 당초 군산항에서 서남쪽으로 37km 떨어져 있어 배로 1시간이 족히 걸리던 곳이었다. 지대가 깊어 지풍금, 짚은금이라 불리웠다. 신라때는 문창현 심리(深里) 또는 신치(新峙)라 했다. 신치가 신시(新侍)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신시도의 주봉인 월영산은 높이 198m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평지돌출처럼 섬 속에 우뚝 솟은 산이다. 주변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게 장관이다. 월영산에서 보면 30여 개의 고군산군도 섬들이 점점이 군무를 이루는 게 환상적이다. 또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보면 김 양식장들이 바둑판처럼 널려 있는 것도 볼만하다. 이곳은 두 명의 인물과 관련이 깊다. 통일신라 때 최치원과 한말의 거유 전우다. '토황소격문'을 쓴 최치원은 월영봉에 단을 쌓고 글을 읽었으며 악기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 소리가 서해를 건너 중국에까지 들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학문이 높아 중국대륙까지 영향이 미쳤음을 은유하는 것이리라. 간재 전우는 한일합방 직전, 제자들을 이끌고 이곳에 와 흥학계를 만들어 교육에 앞장섰다. 신시도는 등산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가히 새만금 관광의 꽃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0.22 23:02

화가 임일순

며칠 전, 귀한 선물을 받았다. 〈우리누나 임일순〉이라 이름 붙여진 그림 모음책이다. 비뚤게 쓴 글씨에 어린아이가 그린 듯 한 별과 달, 나무 사이에 조그마한 할머니가 앉아 있다. 표지부터 가슴이 뭉클했다. 책을 펼쳐보니 그림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그림을 그린 임일순은 칠십 육세 할머니,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인이다. 할머니는 선천적 정신지체장애자였다. 그림 모음책은 동생 임철완 전북대 의대 명예 교수가 세상을 떠난 누나를 추모하며 엮어낸 것이다. 임교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누나를 모셔와 살았다. 임교수의 어머니 생전에 그의 이모들은 정박아인 누나가'어머니보다 먼저 죽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었단다. 그러나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시고도 누나는 8년을 더 살았다. 그림 모음책에 글을 쓴 임교수는 자신의 집에 모신 후에서야 보호자가 없이는 어느 것 한 가지도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누나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권한 것이 그림그리기다. 할머니는 동생이 사다준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색연필로 때로는 스티커로 날마다 그림을 그리고 붙이기 시작했다. 임교수의 집 벽면은 이 그림들로 가득 찼다. 관객은 임교수 부부와 도우미 아주머니 단 세 명. 새로 그린 그림을 보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훌륭한 관객들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관객은 할머니 자신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할머니는 즐거워했다. 가족들은 작은 보살핌과 칭찬이 할머니의 일상에 얼마나 큰 희망이 되는지를 알게 됐다. 낙서 같았던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날로 새로워졌다. 사람과 동물, 과일, 나무, 어린 시절에 본 허수아비와 막대총까지 그의 기억은 모두 도화지위에 옮겨졌다. 한 평생 외롭게 집안에서만 살아야 했던 정박아 할머니는 그렇게 화가가 되었다. 지난 1월 4일, 할머니는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임교수의 말처럼 반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그렸다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연상시키는 이 그림은 새와 나무, 풀밭과 강물이 흐르는 풍경화다. 검은 하늘에 점토를 붙여 두 개의 달까지 그려 넣은 그림을 임교수는 누나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식탁 옆 벽에 붙여 놓았다. 그림 모음책에서 '우리누나가 그린 경치'란 제목으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그림이다. 할머니는 이 그림을 그린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영혼의 풍요로움이 가득찬 그림들은 세상에 남았다. 정신지체장애로 온 생애를 외롭게 살았던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10.19 23:02

귀농 귀촌

10년 전 일이다. 정년 퇴직하면서 시 외곽에 조성된 전원마을에 입주했던 A씨가 불과 1년여 만에 아파트로 '유턴'하고 말았다.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시골에서 유유자적하겠다는 그의 낭만을 산산조각 낸 것은 '풀 뽑기'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연간 3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3년 전부터 농촌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시절, 많은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못살겠다며 호미, 삽 다 내던지고 떠났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농촌 공동화를 우려하던 정부와 자치단체는 농촌 활력과 은퇴 세대 문제 해결 등을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춘진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최근 발표한 '전국 시군구별 귀농귀촌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귀농귀촌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북(4,184가구)이었다. 3238가구가 들어온 전북은 전남(3925가구) 등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올해 상반기만 따지면 전북의 귀농귀촌 가구가 1380가구로 충북(2085가구)에 이어 전국 2위였다. 전국 시군 중에서 가장 선호되는 귀농귀촌 지역은 고창군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1032가구가 들어왔다. 최근 귀농 귀촌은 큰 흐름 같다. 지난 2010년 4067가구였지만, 2011년엔 1만503가구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 벌써 8706가구가 시골행을 택했다. 귀농 귀촌자들은 대부분 도시생활이 싫어서, 지겨워서, 직장을 잃어서, 병을 얻어서 등의 이유로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 새 희망을 농촌에서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자치단체마다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농사는커녕 잡초 제거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될 것이다.이에 맞춰 정부도 내년 귀농 귀촌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6일 도시민들의 귀농ㆍ귀촌 활성화를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8% 늘린 812억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귀농 창업ㆍ주택구입자금 지원 예산이 700억원, 도시민 농촌유치사업 예산이 41억원, 맞춤형 귀농ㆍ귀촌 교육사업 예산이 21억원이다. 다만 지난 16일 전북도 국감에서 지적된 것처럼 일부 미온적인 행정적 지원 시스템은 개선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18 23:02

도민들의 고민

참으로 이번 대선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거를 두달 남겨놓고 당락이 점쳐지지 않고 있다. 빅3가 계속 완주할 것인가 아니면 야권 단일화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 야권 단일 후보로 갈 것인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종전 같으면 이쯤되면 여야 대결로 압축돼 있었다. 왜 이번 선거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까. 이유는 간단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도민들은 지난번과 달리 이번 대선에 부담이 덜하다. 지난 대선 때는 정동영 후보가 출마한 관계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었다. 무작정 그를 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영남 출신 가운데 한명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자유로워졌다. 새누리당 박후보는 TK의 본산인 대구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PK의 경남,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부산이다. 지역으로 보면 TK대 PK 대결구도다.그간 도민들은 새누리당 후보를 뚜렷한 이유없이 밉게 여겨 표를 안찍었다. 정동영 후보가 출마한 관계로 이명박 후보가 9.04% 밖에 표를 얻지 못했다. 마의 두자릿수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만 각인시켰다. MB정권 5년 동안 전북의 설계는 사실상 그날 개푯날밤 끝났다. MB한테 15% 정도만 줬어도 전북이 이렇게 푸대접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 때 SD(이상득)을 중심으로 상당히 공을 들였기 때문에 두자릿수는 넘길 것으로 예견했다. 결과는 역시나 아니었다.최근들어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문 후보에 호의적이지 않고 냉랭해졌다. 지난번 문 후보가 전북 방문 때 사과했지만 진정성을 엿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다고 자랑하지만 도민들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쪽으로 이탈자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고 있다. 예전 같으면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대세를 이룰 시점이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민주당이 지역서 신뢰를 잃었고 식상했기 때문이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선거전략인지는 몰라도 후보가 된 이후에 전북을 찾지 않고 있다. 지역감정을 무너뜨린다는 국민대통합 선거전략이 꺼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금 같으면 박 후보 지지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상당수 도민들은 문후보와 안후보 놓고 누구로 단일화 해야할지 목하 고민중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17 23:02

프로야구와 제10구단

4월7일 개막된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한국시리즈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은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 작성됐다. 초·중반 넥센 돌풍을 비롯해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면서 720만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해 140만명으로 출발한 뒤 31년 만의 일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미국이나 유럽의 프로스포츠 못지 않는 국민스포츠로 뿌리내렸다. 입장수입만 62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체 광고수입도 연간 200억원이 넘는다. 82년 출범 당시 3억원이었다고 하니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이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경기력 향상과 시설개선, 마케팅효과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야구장 문화'의 흡인력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예전엔 야구장이 경기를 보기만 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찾는 사교 마당이자 피켓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소통 공간이기도 하다. 승패에 연연해 하기 보다는 야구장의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관중 7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프로야구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열악한 구장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구단주들의 자세변화도 과제다. 구단주들은 지난 6월18일 제10구단 창단 보류 결정을 내려 많은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선수협회가 올스타전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자 "연내 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 문제를 다루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10구단 체제는 필연이다. 당장 내년부터 운영될 9개 홀수구단 체제는 게임진행, 선수운영 등 많은 문제가 따른다. 또 창단 유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자 리그 운영상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구단주들은 빗장을 걸고 있다. "한 수 아래급들과는 같이 놀지 않겠다"는 구단주들의 이기주의 태도 때문이다. 중소-대기업간 동반성장은 스포츠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후보 등 대선 주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달로 예정된 KBO 이사회가 주목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16 23:02

유형원 탄생 400주년에는

10월 들어 전북에서 실학과 관련된 학술대회가 두차례 열렸다. 하나는 순창군에서 열린 '여암 신경준선생 탄신 30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요, 또 하나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반계 유형원 선양사업 포럼이다. 모두 전북에서 출생했거나 전북에서 활동한 걸출한 실학자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조선 실학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유형원은 1622년에 태어났으니 10년 후면 탄신 400주년이다. 그리고 신경준은 1712년 생이다. 300-400년 전에 태어난 이들은 그 동안 중앙학계에서 상당한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으나 정작 그들이 활동했던 이 지역에서는 대접이 소홀한 편이었다. 유형원에 대해서는 그래도 몇 차례 학술대회가 있었으나 신경준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근래들어 이들의 가치를 알아 본 이는 국학자인 위당 정인보다. 정인보는 "조선 근고의 학술사를 종합해 보면 반계가 1조(一祖)요, 다음이 이익, 그 다음이 정약용이다"고 실학의 위계를 정리한 바 있다. 또한 정인보는 1934년 7월 석전 박한영, 민세 안재홍 등과 함께 남쪽 지방을 여행하며 동아일보에 남유기신(南遊寄信)을 연재했다. 그 때 순창의 여암 고택(古宅)에 들러 "여암이 남긴 저술이 사람 키만큼 쌓였건만 사람들이 귀한 줄 몰라 좀이 쓸고 쥐가 갉아먹고 있는"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는 이를 수습해 1939년 '여암전서'를 활자본으로 간행했다.그는 여암전서 총서에서 "만약에 여암선생이 그 때 정부의 대권을 잡을 지위에 쓰여서 그 재주를 다 발휘하여 실시케 할 수 있었던들 (중략) 한 선비의 등용됨과 버려짐이 세상의 흥망과도 관계가 얼마나 큰가"하고 여암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허목이 유형원을 일러 '王佐之才(왕을 도와 큰 일을 할 인물)'라 평한 것과 유사하다. 흔히 유학은 영남에, 실학은 호남(近畿지역 포함)에 방점을 찍는다. 호남이 실학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호남실학은 유형원을 필두로 안정복 홍대용 정약전 정약용 서유구 등이 빛을 발했다. 18세기 중엽부터는 신경준 황윤석 위백규 이복원 하백원 이윤성 나경적 등이 등장했다. 19세기 중반에는 이정직 이기 황현 등으로 맥이 흘렀다. 전북대나 전북발전연구원이 이들 연구의 구심점이 되면 어떨까. 그리하여 반계탄신 400주년쯤엔 전북이 한국실학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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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10.15 23:02

찌아찌아족의 한글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부톤섬 남부의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인구 6만 명 밖에 되지 않은 이들에게 고유의 말은 있지만 글자는 없다.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와 일상에서야 큰 불편은 없었겠지만 기록문화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찌아찌아족은 오랜 전설도 구전으로만 기억해야 했다. 그러나 더 절박한 문제가 있었다. 찌아찌아족 고유어까지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 언어 소멸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6,000개.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연구 프로젝트 '아틀라스'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 2500여개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2009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자신들의 공식표기문자로 채택했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 한글이 국경을 넘은 이 첫 사례에 우리 정부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까지 잇대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학계도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기가 됐다며 문자체계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가 대부분 사멸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한글 보급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글은 세계의 문자 중 탄생기록을 가진 유일한 문자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엔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유네스코는 배우기 쉽고 문맹을 없애는 우수한 글자의 의미를 살리는 '세종대왕 문맹퇴치 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글의 24개 문자조합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8000음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만개 이상까지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소리 나는 것은 거의 다 쓸 수 있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했던 찌아찌아족에게서 다시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날 전날인 8일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가 운영하던 '세종학당'이 8월 31일 일시 폐쇄됐다고 밝혔다. 세종학당은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립한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바우바우시에는 올해 1월에 설립됐다. 불과 7개월 만에 문을 닫은 이유를 들여다보니 정부지원으로 이뤄졌던 교육부실과 지원예산 부족 때문이다. 실용성과 보편적 가치로 사멸 위기에 놓인 소수 종족의 언어를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받은 한글이 고유 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소수 민족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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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10.12 23:02

독가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해당 지역은 사고 발생 12일 만인 지난 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기력한 시스템 하에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 9일 공개된 불산가스 누출 사고 장면이 담긴 CCTV를 보면 근무자가 탱크로리 위에서 작업하던 중 맹독성의 불산가스가 순식간에 뿌옇게 솟구쳤고, 작업자는 숨졌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5명이고, 입원한 7명 등 치료 환자는 3,178명에 달한다. 8일 현재 구미 불산가스 사고 잠정 피해액은 177억 원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77개 기업이 177억 1,000만원의 피해를 신고했다.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주변 13개 업체의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다. 자동차, 산림, 농작물, 가축 등 피해가 막대하고 비가 올 경우 광범위한 3차 피해도 우려된다. 사고가 심각했던데다 대응마저 부실해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화재사고로 알고 출동한 소방대는 물을 뿌려댔고, 이 때문에 이날 밤 11시55분 현장에 출동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측은 산성도 측정에서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었다. 환경과학원측이 사고 후 7번이나 불산가스 중화제인 소석회(수산화칼슘)을 뿌리라고 구미시 등에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990년 무렵 군산 동양제철화학(現 OCI)이 TDI 생산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시민들이 '생명 위협, 환경오염, 자연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하며 거센 반대시위를 벌였다. TDI는 TOLUENE. DI. ISOCYANATE의 약자로 무색액체이다. 폴리우레탄 수지의 원료인 TDI는 페인트, 스폰지, 신발, 합성피혁 제조 등 폭넓은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화상태 때 발생하는 가스는 호흡기장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해 당시 군산에서는 '독가스'로 통했다. TDI는 지금 군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회사 명칭이 OCI로 바뀌고,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서 기업 가치가 올라 지역내 기업이미지도 180도 달라져 있다. 우리 주변에는 위험 시설물이 너무 많다. 인간과 이들 시설물간 상생의 열쇠는 안전장치다. 당국은 화학공장은 물론 도심 주유 및 가스충전소 등 위험시설물에 대한 점검 및 시 외곽 이전 등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11 23:02

단일화 여론

일부 도민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후보가 된 이후 오늘 처음으로 전북을 방문하지만 별로 달가워 하는 기색이 아니다. 문 후보는 그간 계속해서 무소속 안철수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고공행진을 하자 급한 나머지 추석 직전 광주 전남민심을 껴안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후 대전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갔다. 문 후보가 호남 민심을 돌려 놓기 위해 급히 광주를 찾았지만 이를 지켜본 도민들은 마치 서자 취급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민주당이 지금도 전북의 민심을 호남 민심으로 하나로 묶어서 자신의 텃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북은 DJ나 노무현 정권 때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해 이번 대선에서 광주와 꼭 같은 보조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년간 추진한 새만금사업이 별로 진척이 안된 것도 결국은 광주 전남 출신들이 발목잡았기 때문이라며 지역정서가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그간 도민들이 민주당을 환대했다. 당비까지 꼬박 내가며 선거때마다 민주당 후보에 몰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역감정이 영남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지역에는 돌아온 것이 없었다. 그 결과 지난 4·11 총선서 7명을 물갈이시켰고 이춘석 후보만 빼고 나머지 6명한테는 몰표를 주지 않았다. 3선인 김춘진과 박민수 후보는 친야 무소속 후보한테 맹추격 당했다.지역민심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결과가 바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 안 후보 지지는 하나의 정치 현상이다.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안 후보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안 후보를 나눔과 섬김을 할 줄 아는 새시대의 유능한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그를 흔들어대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다운계약서 작성을 놓고 시비도 걸었지만 금융실명제 이전에는 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지금 잣대로 보니까 이상한 것이다.추석 이후 도내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두 후보가 단일화 안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래도 정당배경을 가져야 할 것 아니냐"면서 문후보를 지지하는 쪽과 "지역주의를 타파해서 선진국으로 이끌 사람은 안후보가 아니냐"로 갈려 있다. 결국은 두 후보가 단일화 될 것으로 점친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10 23:02

김제 지평선축제

서기 330년, 3.3㎞, 33.3㎞.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인 벽골제는 백제 11대 비류왕 27년에 축조된 것인데 이 때가 서기 330년이다. 김제시 부량면 포교리에서 월성리에 이르는 벽골제 제방 길이가 3.3㎞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인 금만평야 너머에 있는 새만금 방조제 길이도 33.3㎞다. 새만금 방조제 길이가 기네스북에는 33.9㎞로 기록돼 있지만 세계 최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 정희운 김제 지평선축제 제전위원장은 "행운의 숫자인 3이 공교롭게도 벽골제와 새만금 방조제 등 김제 상징물의 공통된 숫자로 중첩되고 있어 묘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김제가 앞으로 융성할 수 밖에 없고 역사를 바꾸는 축이 될 것이라는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겠다.벽골제나 새만금 모두 물과 관련된 시설물이다. 강과 바다를 메워 옥답으로 만들고, 물을 이용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이건, 첨단을 지향하는 사회이건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벽골제 주변을 무대로 한 제14회 지평선축제가 내일(10일)부터 열린다. 8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이런 비결에 대해 신형순 김제시 지평선축제팀장(50)은 "농경문화를 컨셉으로 한 독창성, 민족의 정서와 가족체험이 담긴 프로그램 등이 다른 축제와 차별성을 갖게 돼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평선축제에도 고민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목표를 올해엔 꼭 달성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축제는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 대표축제 등으로 나뉘는데 최고봉이 대표축제다. 대표축제로 선정되면 8억원(최우수축제는 3억원)의 인센티브 국가예산을 지원 받고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춘향제와 무주 반딧불축제 등 한단계 아래인 우수축제가 최우수축제로 나아갈 길을 터 주는 효과도 있다. 최우수축제는 한 지역에 1개 밖에 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평선축제는 작년에 대표축제 선정에서 안타깝게 탈락했다. 경남 진주의 남강유등축제와 전남 강진의 청자문화축제한테 최고봉을 내주었다. 지역안배와 정치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연말 대표축제 선정 때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인 김윤덕 강동원 두 국회의원의 역량을 기대한다. 아울러 3이라는 숫자의 행운도 따르길 빈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09 23:02

무덤 친구(墓友)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는 요즘 노인들 사이에 슈카쓰(終活)가 활발하다고 한다. 슈카쓰는 글자 그대로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활동'으로 노인들이 자신의 장례나 무덤을 직접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그 중 최근 눈길을 끄는 활동이 하카토모(墓友)다. '무덤을 같이 하는 친구'로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미리 친분을 쌓고 무덤도 나누어 쓰는 관계다. 새로운 의미의 친구인 셈이다.도쿄 외곽 후추(府中)시에 있는 후레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독신여성만을 위한 합동묘지로 꽤 인기가 높다. 가족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 독신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홀로 쓸쓸히 무덤에 안치되기 보다는 무덤친구들과 함께 안장되길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은 비영리 민간법인이 운영하는 모임에 가입해 1년에 한번씩 와인을 나눠 마시며 이곳에 안장된 회원들의 추도식을 갖는다. 비용도 저렴해 우리 돈 350만 원이면 장례비와 사후관리비를 해결 할 수 있다. 일반 묘지의 1/5 수준이다.또 도쿄도는 대규모 수목장을 만들고 있다. 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구덩이를 파서 유골을 합장하는 형태로 400명을 안장할 수 있는 납골공동묘 27개를 설치했다. 수목장 한 곳에 1만 여 명이 안장되는 것이다. 도쿄도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의지할 곳 없는 노부부 등을 위해 이러한 시설을 도쿄 도내에 8곳을 만들고 있다. 묘지를 예약한 사람들은 이 수목장에 1년에 한번씩 모여 친목을 다진다.그도 그럴 것이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일본인은 남성의 20%, 여성의 10%가 넘는다. 이들에게 고독한 죽음은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이와 함께 일본 고령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고독과 빈곤 대신 교도소행을 택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수감자가 10%에 가깝고 이들의 범죄 유형은 소매치기 등 가벼운 절도죄가 대부분이다. 교도소에 들어 가면 고독도 덜고, 잠자리와 하루 세끼를 챙겨주기 때문에 바깥보다 오히려 교도소가 낫다는 것이다.일본의 2011년 고령화율은 23.3%로 전체 1억2000만 명 중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다. 2012년 고령화율이 11.8%인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에 미치지 못하지만 급격하게 닮아가고 있다. 고독사 예비군이 10만 명으로, 일본의 무덤친구가 남의 일이 아니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0.08 23:02

소셜미디어와 기부문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 명을 넘어섰다. 가히 모바일 시대라 할만하다. 인터넷과 함께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는 놀랍다. 가장 큰 변화는 소통방식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SNS(Soci al Networking Servicewitter)는 소셜미디어란 새로운 소통방식을 이끌어내면서 문화 전반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기부문화의 변화도 그중 하나다. 사실 기부문화는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다른 나라에 비해 건강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독립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이 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와 모금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데, 근래 들어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소셜기부'의 성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소셜기부'의 시작은 '굿네이버스(Good Neigh bors)'의 '소셜 100원의 기적'이다. '굿네이버스'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체의 활동을 알리고 기부자와 후원자들을 확대하는데 성공한 단체로 꼽힌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미투데이로 맺어진 12만여 명의 소셜미디어 친구들을 활용해 진행해온 '100원의 기적' 캠페인을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면서 지난해 9월, '소셜 100원의 기적' 이란 소셜기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SNS 이용자들이 매달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첫 번째 달의 목표는 '미얀마 빈민 지역 놀이터 건립을 위한 600만 원 모금'. 실시간 의사소통과 빠른 확산성, 손쉬운 참여의 소셜미디어 장점을 주목한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2년 7월 초까지 '소셜100원의 기적'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은 3660명, 모금액은 3300만원에 이른다. 캠페인 참가자는 페이스북 기부 페이지에서 소액 기부에 참여하거나 직접 펀드레이저(Fund-raiser)가 돼 다른 SNS 이용자를 상대로 모금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했다. 굿네이버스의 페이스북 '소셜 100원의 기적'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번 달 프로젝트는 '어둠속에서 꿈이라는 빛을 잃어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태양광 램프를 선물하는' 사업이다. '좋아요'를 누르면 이 사업의 참여자가 된다. 100원으로 일구는 기적도 경이롭지만 기부가 낯선 사람들 스스로도 행복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10.05 23:02

위험한 노인 운전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자동차는 1가구 2∼3대인 경우가 허다하고, 휴대전화는 보급대수가 5천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자동차 문화는 공교롭게도 전통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백화점 스타일로 매장을 꾸민 대형마트들이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자동차 타기에 빠진 고객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는 인간 폐질환과 지구온난화도 부채질하는 1급 환경 사범이기도 하다. 물론 하이브리드자동차 보급이 늘어나고, 자전거 타기와 걷기 열풍 등 긍정적 측면도 나타난다. 하지만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서는 살인적 고공행진을 해도 자동차 중독증이 심화된 현대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말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그래서 문제가 더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의 자동차 사랑이 깊어질수록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크고 작은 부상자를 넘어 사망자가 엄청나다. 그 중에서 노인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위험 수위를 훨씬 넘어선 것은 주목할 일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초 밝힌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는 총 5만 6,713건이다. 이로 인해 2,810명이 사망했고, 8만 3,838명이 부상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매년 13% 증가한 셈인데 전체 교통사고 증가 추세의 6배에 달한다. 또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5명보다 2배가 높다. 추석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다급하게 걸려왔다. 추석제사를 지내기 위해 큰집으로 가다가 길 옆 밭으로 자동차가 전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자동차 조수석에 할머니를, 뒷좌석에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태우고 질주하다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꺾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운전한 노인은 멀쩡했지만 피해는 컸다. 할머니는 허리가 골절돼 하반신까지 위험한 지경이고, 며느리는 갈비뼈, 손녀는 코뼈와 손뼈가 골절됐다. 추석 명절은 망쳤고, 당분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운전자 교통사고는 선진국병이 됐다. 노인 인권도 좋지만 대책 마련이 급하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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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2.10.04 23:02

이상한 선거판

대선 주자들의 일정에서 전북은 꼭 빠져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후보는 경선 때도 전북을 찾지 않았다. 지난 4·11 총선 때도 전주 완산을을 소나기 스쳐 지나가듯 하고 말았다. 경선 때 18번이나 합동토론회 등이 있어 웬만한 도청소재지는 거의 방문했지만 유독 전북은 방문을 안했다. 박후보는 후보가 된 이후에도 전북을 아직껏 찾지 않았다. 우선 당장 급한 불 끄려고 새누리당 아성인 부산을 추석 직전에 방문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민주당 문재인후보도 거의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크게 뒤지자 광주 전남을 추석 직전에 우선적으로 방문, 공을 들였다. 자신들이 표를 달라고 아쉬울 때는 전북을 호남으로 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전북을 뺀다. 호남 민심하면 꼭 광주 전남만 있는 게 아니다. 전북 민심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이 광주부터 찾아 전북 도민들을 슬슬 열받게 하고 있다.이번 대선은 박후보 대 야권 단일 후보의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지금 당장은 문· 안후보간 단일화 문제가 중요치 않다. 서로간에 자신쪽으로 단일화시키기 위해 지지율 높이는데 안간힘을 쏟을 뿐이다. 지지율이 약한 쪽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표를 전체의 3.7%인 147만표가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수도권 출향인사들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어 그 점을 간과하면 낭패 볼 수 있다.도내 대선판을 이끄는 여야 캠프들은 후보들이 전북을 찾아와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장마철에 오랫동안 비소식이 없듯이 전북 방문 일정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그래서 후보들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 오지 않을 사람을 굳이 아쉽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을 방문하지 않으면 전북을 무시한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오라 가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새누리당은 전북서 표도 안주는데 굳이 방문할 필요가 있냐는 논리다. 민주당은 안방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지역을 찾는 게 도움된다는 것이다. 이번 싸움은 박빙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프로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잔뜩 올려 놓듯 우리 스스로가 표값을 올려 놓는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번 대선 때 전북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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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10.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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