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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게 우토로'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일본은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식민지 지배에 놓여있던 조선인들의 강제징용과 강제동원이 이어지던 시기. 이곳에도 예외 없이 조선인들의 강제동원이 강행됐다. 당시 끌려간 노동자는 1300여명. 일본정부는 6천여 평의 황폐한 땅에 조선인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거주시켰다. 그러나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비행장 건설은 지속되지 못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일본 정부가 뱃삯이 없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존재를 외면하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내일을 기약해야 했던 조선인들은 당장 눈앞의 생계가 막막했다.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희망이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잡풀이 우거진 황폐한 땅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을로 만드는 일은 그들이 희망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우토로 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토로 마을의 비극은 다시 시작됐다. 수십 년 동안 버려졌던 땅에 수도가 설치된 것이 1988년. 주민들의 기쁨도 잠시, 무허가촌이 몸을 뉘인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철거 위기에 놓인 것이다.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다. 보상은 커녕, 거리로 내쫓겨질 위기에 처한 우토로 마을의 안타까운 사연이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2004년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나서고 우리 정부도 토지 매입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결성되고 우토로를 돕기 위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발족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도 더해졌다. 철거위기는 모면했으나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주민들은 우토로 마을을 지켜냈다. 2010년 마침내 시민단체와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마을의 3분의 1을 매입할 수 있게 됐지만 일본정부와 자치단체가 이곳을 재개발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원래 조성됐던 우토로 마을은 끝내 사라지게 됐다. 우토로 조선인 강제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남기려는 운동이 시작됐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건립이다.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투쟁의 과정을 기억하는 공간 만들기는 곧 살아있는 역사를 후세대에 증언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기념관 건립을 위해 벌이는 모금 캠페인 ‘기억할게 우토로’에 연예인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폭염으로 무기력해지는 이즈음, 반가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8.02 20:48

개팔자 상팔자

달력에서 음력 정보는 중요하다. 거의 모든 달력이 24절기 뿐만 아니라 갑자(甲子)를 표시한다. 수협이나 해안가 인근 기관·단체의 달력은 음력이 중심에 있다. 조금과 사리에 대한 정보 중요성 때문이다. 바다가 삶터인주민들은 물 때 정보가 곧 생명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름은 무덥다. 그런 무더위를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잃지 않고 날 수 있을까. 대표적인 지혜가 복날이다. 조상 대대로 세 번의 복날을 지정,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으로 보신한다. 세 번의 복날은 초복, 중복, 말복이다. 삼복은 보통 열흘 간격이지만 올해처럼 중복(27일)과 말복(8월16일) 사이가 20일이나 되는 월복(越伏)도 있다. 복날은 모두 경(庚)일이다. 그래서 열흘 간격이다. 복날이 모두 경일인 것은 경(庚)이 음양오행으로 볼 때 차가운 성질인 금(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자 伏은 엎드릴 복자다. 여름 다음에 오는 가을의 차가운 성질(음기)이 여름철 강렬한 양기에 눌려 있는 날이니, 복날은 무더위의 기세가 매우 대단한 날이다. 그래서 선조 대대로 내려온 복날 보신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재료가 개와 닭이다. 복날 많이 찾는 한국인의 개고기 보신탕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의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며 매년 복날 시위를 전개해 온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ast Chance for Animals·LCA)’ 등이 올해도 여지없이 국내외에서 복날 시위를 했다. 한국에서 개 위치는 애매하다. 축산법상 가축이니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다. 그러나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식품이 아니니, 개고기는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없다. 지난 6월에는 개 식용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고기 보신탕 시비 속에서도 개는 이제 어엿한 반려견이다.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 시대라고도 한다. 비록 버림받는 개도 있지만, 인간의 개 사랑은 요즘 무더위처럼 거세다. ‘개보다 못한 사람’도 많은 세상이어서 개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8.01 19:10

동물장묘시설

장례식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참 낯설었다. 병원 영안실이 장례식장으로 전환되고, 독립적인 전문 장례식장이 등장한 것은 20여년 남짓이다. 운명에서부터 발인까지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장례문화가 전문 장례식장의 등장으로 완전히 바뀌게 됐다. 반려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아 동물장례식장이 호황이다. 반려동물의 사육에는 반려동물의 사체처리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현행법상 동물사체는 페기물관리법 적용을 받는다. 즉 일반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려야 한다. 가족처럼 지낸 반려동물을 쓰레기로 버린다는 게 반려자에게 정서적으로 견디기 힘들게다. 동물장묘시설이 등장한 배경이다. 동물장묘업이 법적으로 도입된 것이 10년 남짓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6개 동물장묘업체가 농식품부에서 운영 중인 동불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돼 있다. 도내에도 남원 보절면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장례절차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업체에서 운구도 하고, 수의를 입혀 입관 후 화장을 통해 납골당에 안치한다. 반려자의 뜻에 따라 종교의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추모공간도 설치돼 있다. 분향소 사용, 습염, 화장, 유골 수습 등 순수 장례식 비용만 20만원 안팎이다. 지역과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납골당 안치비가 수백만원에 이른다. 아무리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라고 하지만, 반려자에게 반려동물 장례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공설 동물장묘시설 설치 지원에 나섰으며, 임실군이 경남 김해와 함께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고 한다. 일반 장례식장의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장례식장이 아직은 생소하다. 더구나 공공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임실 오수의견을 생각하면 그런 거부감이 훨씬 누그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임실군은 동물장묘시설과 함께 오수의견 관광지에 반려동물 산책 정원, 야외캠핑장, 체험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동물복지와 환경 측면, 관광자원화 등 1석3조를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31 19:34

경찰간부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전북에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아직 예산측면에서는 확 눈에띄는게 없지만 전북인사가 고위직에 속속 발탁됐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는 무장관무차관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졌고, 심지어 전북에 터전을 둔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장도 전북 인사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원내대표들과의 회담에서, 전북인사를 따로 배려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실천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은 서울, 경기에 밀리듯 전북은 오랫동안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이란 카테고리로 묶여 각종 인사나 재원 배분에서 소외됐던게 사실이다. 호남 배려라는 명목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됐으나 대부분 광주전남 출신으로 채워지고 전북은 속빈강정만 챙기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전북몫 찾기가 화두가 됐을까. 이런 상황속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전북을 따로 챙기겠다며 실행에 옮기는 모습에 도민들은 가슴 먹먹함을 느꼈다. 그런데 최근 단행된 경찰청 고급간부 인사에서 호남몫은 있으되 전북몫은 없는 상황이 발생해 도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호남몫 치안감 2명과 치안정감 1명 등 3명 모두 전남이며 전북은 없었다. 치안정감 승진을 바라봤던 강인철 전북청장은 유임됐고, 치안감 승진이 기대됐던 서울청 조용식 경무부장과 진교훈 정보관리부장 역시 점프하지 못했다. 현재 경찰청내 고급 간부 현황을 보면 경무관 77명, 치안감 27명, 치안정감 6명, 치안총감 1명 등 총 111명인데 전북출신은 치안감 1명, 경무관 4명에 불과하다.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6명의 치안정감중 전북은 전무한 상태며, 27명의 치안감은 영남 12명, 호남 4명, 충청 7명, 수도권강원 등 4명인데 도내 인사는 강인철 전북청장이 유일하나 그또한 내년이면 계급정년에 걸린다. 77명의 경무관은 영남 33명, 호남 17명, 충청 17명, 수도권강원기타 10명 등인데 전북 출신은 조용식 서울철 경무부장, 진교훈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강황수경찰대 학생지도부장, 이훈 완산경찰서장 등 4명에 불과하다. 경찰청 인사 하나만 보고 전북이 소외됐다는 표현을 쓰는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연말 정기인사에서라도 이같은 오해가 더 증폭되지 않도록 지역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거의 극단적인 지역간 불균형을 바로 잡는게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국정철학에 부합하는게 아닌가.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7.30 19:10

또 물갈이

21대 국회 진입을 위한 샅바싸움이 벌써 시작된 느낌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25일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최종 후보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을 확정했다. 민주평화당도 내달 5일 정동영 유성엽 최경환 의원 등 6명이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치른다. 당 대표가 되면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끔과 동시에 차기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됐지만 이번에는 전북 출신 가운데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나서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전북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예전 같으면 도세가 약함에도 큰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가예산 확보나 어느 정도 숙원사업도 수월하게 해결됐다. 지난 대선 때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죽어라고 민주당을 밀었으나 전북이익을 반영시킬 큰 정치인이 없어 전북이 곧장 패싱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나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 닫아 군산경제가 반토막 났는데도 아직껏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전북정치인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무기력한가를 알 수 있다. 지난 6·13 전북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해 이같은 추세로 갈 때는 21대 국회서도 20대 국회처럼 국회의원을 전면 갈아 치울 태세다. 물론 21대 총선까지는 시간이 2년 가까이 남고 각종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로 가면 한두명 빼고는 살아 남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민주당 지지도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와 맞물려 현 정부가 남북문제나 경제문제 등을 잘 풀어가지 못하면 위기로 치닫을 수 있다.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잘 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나 청년실업 그리고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우리기업이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나 경제문제 등이 꼬이고 어려워지면 문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민주당도 동반하락할 것이다. 민심은 조석으로 변하기 때문에 전북도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민들이 민주당 등 돌리는 건 시간 문제다. 그래서 민주당 이춘석·안호영 의원이 중앙에서 발벗고 뛰어 송하진 지사를 적극 도와야 한다. 다음으로 민주평화당 5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도 국가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배지를 뗄 생각을 해야 한다. 전북 의원들은 이번 국회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의정활동에 나서야 한다. 도민들은 잘 한다고 생각할 때는 힘껏 밀어 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팽(烹)시켜 버린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7.29 19:02

옛 소리꾼의 '백일공부'

판소리 명창의 목에 불끈 힘줄이 솟았다. 고수의 북채는 멈추고 객석은 숨을 죽였다. 명창의 소리에 온 정신을 몰입하는 경지. 정적의 순간은 치열함의 절정이다. 명창의 얼굴은 땀으로 젖었다. 소리의 생명은 얻었다가 그 순간 다시 소멸되는 무형의 존재다. 얻고 버리는 과정, 그 순간의 절정에 이르기 위해 소리꾼은 고행의 소리수련을 기꺼이 선택한다. 여름 더위가 치열해지는 이맘때면 소리꾼들의 여름 ‘산 공부’가 시작된다. 올해도 스승과 제자들의 산공부 소식이 들려온다. 이즈음 이루어지는 산공부는 옛 소리꾼들이 명창이 되기 위해 지켜냈던 ‘백일공부’가 변형된 형태다. 판소리 수련의 목표는 판소리를 하기에 좋은 목소리를 얻는, 이를테면 득음하는 일이다. 판소리에 좋은 목소리는 좋은 음색과 판소리에 필요한 모든 표현 기능을 갖춘 소리다. 그 소리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가해 거칠고 부은 성대에서 나오는 목쉰 소리다. 여기에 명창의 반열에 오르려면 이 병적인 성대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 일, 다시 말하자면 창조적 변이의 과정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데 득음과 창조적 변이형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자기 수련의 치열한 과정이 필요하다. 소리꾼들은 이 과정을 ‘백일공부’라 부르며 중요한 수련과정으로 삼아 꼭 거쳐야 하는 범례로 삼았다. 판소리에 적합한 목쉰 소리를 낼 수 있는 거친 성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간 집중적으로 성대를 단련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판소리연구가 최동현 교수에 따르면 백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깊은 산속이나 절간에 들어가서 집중적으로 소리를 공부하는 백일공부는 대개 단오에 들어가 추석에 나오는데 그 시간이 꼭 100일이었다. 그 한 가운데 맹렬한 여름 더위가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판소리는 소리와 소리를 결합하고 소리로 소리를 이기는 화해와 대립의 연속이다. 판소리의 판은 무대와 객석이 따로 가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한다. 자기 수련의 과정으로 삼았던 옛 소리꾼들의 ‘백일공부’가 이어낸 판소리만의 세계일 터다. 오늘날 옛 명창들이 지켰던 ‘백일공부’의 온전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대가 변했으니 판소리의 환경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름 폭염에 맞서 싸우며(?) 소리공부에 전념하는 소리꾼들의 산공부가 그래서 더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7.26 20:02

노회찬

지난 23일 아파트 17층에서 투신 자살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장례식이 정의당장과 국회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아쉽게 생을 마감한 노 원내대표는 27일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아쉬움으로 가득한’ 이승을 떠난다. 빈소에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지지자들의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철없는 막나니 조소꾼도 있었지만, 정계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의 덫에 걸려 죽음을 선택한 그를 다스하게 감싸안고 있다. 정의로웠던 그 앞에서 고개 숙였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의 먼지털이에 걸려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평생 약자와 정의의 편에서 변호사, 국회의원,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냉혹한 정치 패거리들은 그를 세상 끝으로 내몰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나 성장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마을은 봉화산과 들판 경계선에 자리해 있다. 그는 퇴임 후 봉화마을 옛집 뒤켠에 ‘지붕이 평평한 저택’을 짓고 1년 남짓 살았다. 1000권에 달하는 책이 꽂힌 업무실에서 독서를 하다가도 주민이 부르면 곧바로 달려나가 하나가 됐다. 친환경 농업 등을 하며 대통령 시절 완성하지 못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했다. 노무현 노회찬 두 사람이 꿈꾼 세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삶터였다. 공정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 등 수식 조차 거추장스러운, 그런 세상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저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혹은 어깨 겯고, 혹은 막걸리 잔 부딪치며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만 한 현실이다. 자살은 나쁜 선택이다. 그들 정도라면 그런 정도의 수렁은 그리 깊은 게 아니었다. 극복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쇠처럼 너무 단단했던 그들은 휘어지기보다는 부러짐을 선택했다. 세상에는 살아서 할 수 있는 일과 죽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노무현이 여전히 살아 숨쉬듯 노회찬도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서민 대중 사이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7.25 21:06

그래도 학교다

학교가 좋아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내일 학교 안 간다’송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까. 그리 싫은 학교를 왜 꼭 가야만 하나. 우리 헌법이 이를 알려준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면서, 동시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법률에 따라 현재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다. 학교가 싫어도 학교에 갈 수밖에 없고, 학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의무교육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당위성을 갖는다. 의무교육 실시로 저소득층 자녀와 장애아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 아이의 노동착취나 아동학대를 막는 역할도 한다. 자기 계발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우는 것도 학교 교육이 담당하는 큰 역할이다. 반면 학교 교육의 역기능이 적지 않다. 국가주도의 관리체제에서 획일적이고 표준화 된 교육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학력제일주의 앞에 온통 입시위주 교육에 함몰돼 있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이런 학교가 즐거울 리 만무하다. 대안학교와 특성화 학교가 나오고,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통상적인 학교를 가장 선호하고 신뢰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안심한다. 학교가 예기치 않게 하루라도 쉬게 되면 가정이 흔들릴 정도다.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교 중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어찌 돌봐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끝나서 기왕의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한다. 엊그제 김승환 교육감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학교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말뿐이 아닌, 징계의 채찍까지 꺼냈다. 진정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향인지 살펴볼 일이다. 학교가기 싫은 학생 정책을 다른 방법으로 찾을 길은 없는가.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24 19:49

유신사무관

어제(23일) 자택에서 투신자살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고 정의당 노회찬(62) 원내대표. 그는 1973년 경기고에 입학했는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이 동기생들이다. 현재 정독 도서관 자리에 있던 경기고는 당시 600여명의 동기생 중 400명 이상이 서울대에 들어가던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의 명문고였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할때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등 수도권 고교 5~6개, 전주고, 경북고 등 지역 명문고 몇개가 입시를 휩쓸던 때다. 고교 시절부터 이들의 행보는 크게 갈라졌다. 황 전 총리가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할 때 노 원내대표는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린다. 1972년 자행된 유신에 대해 야당 인사들도 말 한마디 못할 때 고교생 노회찬은 꽃길을 마다하고 험로에 들어선 것이다.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보지 못하고 눈감은 노회찬의 마지막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신의 잔재는 무려 4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잔영이 남아있다. 예를 들면 ‘유신사무관’이다. 사관학교 출신 대위를 사무관(5급)으로 선발한 특채제도로 1977년 처음 시작해 1988년 폐지될 때까지 배출된 인원은 총 784명이나 된다. 육사 기수로는 25∼37기에 해당한다. 도내에서도 도의회 사무처장, 도 건설국장, 부시장, 부군수를 지낸 수많은 이들이 유신사무관 출신들인데 이들이 완전히 퇴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민주화 열망이 분출하던 1987년, 유신사무관은 군사독재의 주요 상징으로 척결대상에 꼽혔고 결국 노태우 대통령 당선 이후 폐지됐다. 유신사무관 106명을 임용한 1977년 당시 행정고시(21회) 선발인원이 134명이었으니, 유신의 잔재가 얼마가 깊었을 지는 불문가지다. 당시 일반 공직자가 9급에서 5급이 되기까지 20∼30년이 걸린 상황에서, 대위에 불과한 사관학교 출신 사무관은 흔히 ‘유신사무관’으로 일컬어졌다. 그렇게 해서 특채된 이들이 공직을 떠난 게 불과 1년 전이다. 요즘 정국을 강타하는 보안사 계엄문건을 보면 지난해 또다시 계엄이 선포돼 헌정중단 사태를 맞는 등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일어날 뻔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또다시 유신 폐지나 계엄 폐지 유인물을 뿌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음에도 서민과 함께 한 노회찬의 삶을 새삼 생각하는 날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7.23 20:01

편향된 상임위 배정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서인지 요즘 국회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20대 국회 후반부가 41일만에 지각 개원한 것만 봐도 짜증난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계파정치에서 비롯됐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원을 둘러싸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여야의 계파정치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자유한국당이 국민 앞에 보인 일련의 행태를 보면 아직도 더 죽어야 보수가 살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사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하면 출세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 이면을 보면 그렇지 않은 대목도 많지만 외견상으로는 성공한 사람으로 친다. 299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소수가 국회를 움직인다. 집권당 원내대표와 각당 원내대표 그리고 각 상임위원장들이 국회를 사실상 쥐락펴락 한다. 보통 초선은 튀지 않고서는 물당번 하기도 벅차다. 자기 목소리 내기가 힘들다. 의원수가 많은 여당에서 더 그렇다. 국회 상임위원장 임기가 2년인데 이를 쪼개서 1년씩 나눠서 하는 별 희한한 일이 생겨났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서로가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전북 의원 가운데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이 전반부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았다. 내년에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1년짜리 기재위원장 자리를 맡기로 했다. 국회가 철저히 상임위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의원 숫자가 적은 전북은 불리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10명으로 18개 상임위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중과부적이다. 산자위는 민주평화당 조배숙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맡았다. 농해수위는 바른미래당 정운천과 민주평화당 김종회가 맡기로 했다. 국토위는 민주당의 안호영과 무소속 이용호가 맡는다. 이처럼 전북 출신들이 6개 상임위에 집중 포진해 있어 전북 몫 찾기는 더 힘들 것 같다. 상임위에 고루게 포진해 있지 않으면 국가예산 확보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재선에 성공한 송하진 지사는 임기 중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려고 강한 의욕을 과시하지만 의원들이 고르게 상임위에 배치되지 않아 국가예산 확보에 험로가 예상된다. 10명의 의원들이 4당체제로 나뉘어 협치가 자칫 말만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21대 총선을 의식해서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높아 송 지사의 고민만 깊어질 것 같다. 다만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연속해서 예결특위에 들어가 그에대한 기대가 크다. 민주당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인 비례대표 이수혁 의원도 예특위원이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전북정치가 도세에 비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이 컸지만 지금은 초라하다. 도민들은 누굴 믿고 따라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7.22 20:03

왕궁리 일대 유적의 실체

1971년, 일본에서 흥미로운 문헌이 발견됐다. 중국 육조시대에 쓰인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였다. 관세음이 경험한 신비한 사례들을 모은 이 문헌의 원본은 전하지 않으나 일본에 있던 다른 판본이 발견되면서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우리에게도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무광왕(백제 무왕)이 ‘지모밀지(枳慕蜜地)’라는 곳에 천도해 새로운 건축물들을 많이 지었는데 제석사에 벼락이 떨어져 석탑이 무너졌다. 초석부분은 남아 사리함를 열어보니 그 안 유리병에 있던 사리가 없어졌다. 무왕은 발정이라는 스님에게 일러 참회법회를 보게 했는데 이후에 보니 사리가 다시 놓여있었다. 이에 감격한 무왕은 사찰을 건립해 그곳에 사리함을 모셨다> 백제와 관련한 이 대목에 우리나라 역사학계가 특별히 주목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965년, 왕궁리 오층석탑 해체 수리 때 발견된 푸른 유리병을 담고 있는 사리함과 금강반야경에 견주어 그 내용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무왕이 건립했다는 제석사에서 왕궁리 오층석탑이 있는 유적까지의 거리는 불과 1.3Km. 이 기록은 2003년부터 시작된 부여문화재연구소의 정밀조사로 고대 왕궁의 실체가 드러난 왕궁리 유적의 비밀을 밝혀주는 또 하나의 단서였다. 무왕의 천도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던 것도 이 기록 덕분인데 ‘천도’의 진실은 가능성으로만 추론될 뿐 아직껏 역사적 실체는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왕궁리 일대의 유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더해주는 근거가 새롭게 더해졌다. 익산 쌍릉 중 대왕릉 인골 주인이 백제 무왕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내년에 진행될 소왕릉 발굴조사로 무덤 주인이 명쾌하게 밝혀진다면 무덤주인을 둘러싸고 지속되어온 논쟁도 끝이 나게 된다. 둘러보면 왕궁리 유적 인근에는 삼국시대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 터와 무왕과 왕비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쌍릉, 현존하는 백제 석불 중 가장 큰 석불을 갖고 있는 석불사가 있다. 무왕이 건립했다는 제석사도 가까운 거리다. 이 유적들이 놓인 공간의 배치를 눈여겨보면 익산 왕궁리 일대의 역사적 의미가 더 새로워진다. 기록과 유물이 없는 역사는 야사로 묻히거나 설화로 남지만 기록과 유적으로 존재하는 역사는 정사가 된다. 지금, 자칫 야사로 남을 뻔 했던 왕궁리 일대 유적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백제사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해내야 할 과제가 안겼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7.19 19:53

리더의 선택

최근 일본과 한국이 관광공사 수장을 선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관광객 4000만 명 유치에 나선 일본은 철도 경영의 귀재, 관광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71세의 세이노 사토시를 일본정부관광국 이사장에 임명했다. 한국은 관광분야 경험이 없는 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을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문체부는 그가 관광수지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관광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그저 낙하산 인사다. 일본이 평생 관광산업으로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내세운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처럼 시각이 다르면 가치도, 행동도 다르게 나타난다. 해외여행객이 너무 많아 관광수지가 20년 가깝게 적자인데, 비전문가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건 참 ‘거시기’하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둘러싼 문제도 그렇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난 4년간 태격태격하며 평행선을 달려온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은 송하진 도지사가 전주시장 시절에 결정한 롯데쇼핑몰 건설 등 민자유치 사업이 원본이다. 그러나 송 전 시장의 계획은 그가 전북도지사, 또 김승수 전 전북도정무부지사가 전주시장 자리에 앉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김 시장은 도시재생, 전주종합경기장의 가치, 소상공인 보호 등을 내세우며 송 지사의 쇼핑몰 계획을 단박에 백지화 했다. 김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재선된 후 종합경기장과 법원·검찰청사, 가련산을 중심으로 한 ‘덕진권역 뮤지엄밸리’ 조성을 밝혔다. 덕진권역 뮤지엄밸리는 종합경기장 인근 법원·검찰청 청사에 국립미술관을 유치하고, 명품공원도 조성한다. 덕진공원·한국소리문화의전당·팔복예술공장과 연계된 문화예술지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쇼핑몰이 들어설 한치의 공간도 없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난 10년 넘게 보여준 행정 갈등과 불통은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협상없는 갈등의 끝은 비극일 뿐이다. 그들의 갈등이 장기화 하면서 지역 내 대표적 갈등 사례가 됐고, 발전도 더디다. 전주는 ‘프로야구 한 게임 볼 수 없는 도시’로 전락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7.18 21:20

레인보 팀

하늘과 땅의 경계선에 걸쳐 나타나는 무지개를 두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과의 통신을 나타내는 특별한 상징이며, 신의 현신으로 믿었다. 셰익스피어는 “무지개에 다른 색을 첨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설파했다. 데카르트는 무지개의 성질을 과학적으로 규명했고, 뉴턴은 무지개가 여러 색으로 이뤄진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단다. 유럽의 신화나 세계적인 문호, 철학자, 과학자를 불러내지 않더라도 무지개는 그 자체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무지개가 단순히 풍경의 아름다움을 넘어 근래에는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성 소수자들의 축제가 열리는 퀴어축제의 장은 온통 무지개 색으로 뒤덮인다. 축제에서는 무지개 깃발과 피켓 아래 무지개 색 복장과 모자 차림의 참석자들이 당당히 연대감을 표시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올 처음으로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위원회 건물에 걸기도 했다. 인권위는 성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혐오 표현 개선 활동을 펼치는 인권·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성 소수자를 향해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몇 년 사이 일어난 변화다. 무지개는 교육현장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전남형 혁신학교로 ‘무지개학교’를 내걸었다. 여기서도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꿈과 행복을 키워나가는 미래지향적 학교를 표방한다. 다문화 교육프로그램으로 ‘무지개’이름이 많이 나오는 것도 소수에 대한 배려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려는 공감대의 확산이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국가대표팀이 ‘레인보(Rainbow·무지개) 팀’이어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대표팀 23명의 선수 중 21명이 이민자 집안 출신이란다. 폭동과 테러 등으로 ‘반(反)이민자’ 정서가 확산되는 프랑스에서 레인보 전사들이 화해와 평화의 무지개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90년대 이후 대기오염 때문에 무지개 발생일수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기상현상으로서 자연의 무지개와 함께 우리 사회의 무지개도 더 많이 보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17 20:29

전북 출신 첫 국세청 조사국장

제헌절인 오늘(17일)은 삼복더위의 첫마디인 초복이어서 식당마다 복달임을 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기 마련이다. 복달임 음식을 일컬어 흔히 “민어탕은 1품, 도미탕은 2품, 보신탕은 3품”이라고 한다. 요즘에야 보신탕을 거의 먹지않지만 전통적으로 민어탕이 복달임 음식 중 으뜸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버섯에도 품격을 붙였는데 흔히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고 했다. 송이버섯보다도 자연산 능이가 더 윗질이라는 거다. 서열과 격 이야기를 하다보면 빼놓을 수 없는게 있으니 서슬퍼런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이런말이 유행했다. “학사 위에 석사, 석사 위에 박사,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이순자)여사.” 요즘 계엄문건으로 한창 시끄러운 기무사가 30년 전 보안사 때 얼마나 위세가 대단했는지를 잘 웅변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 안팎에서 최근 전북 출신 첫 조사국장이 탄생했다고 해서 화제라고 한다.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장의 오른팔 격이고, 세무조사의 칼날을 휘두르는 핵심 요직이다. 이 자리를 거친 이들은 대부분 국세청장이나 차장을 지냈기에 2급에 불과하지만 조사국장은 권력핵심들도 눈여겨보는 꽃보직이다. 국세청은 최근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국세청 조사국장 자리에 김명준 본청 기획조정관(50·부안)을 전격 발탁했는데 그는 전주고,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37회) 출신이다. 국세청에서 호남출신이 조사국장에 임명된 것은 김대중 정부시절 봉태열, 손영래, 이주석씨 등 3명이 전부였고 전북출신은 국세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재벌도 한방에 날렸던 대통령 하명조사는 물론, 고소득자, 대재산가, 역외탈세 등 대부분의 세무조사를 기획, 지휘하는 자리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이래 역대 24명의 조사국장 출신지는 영남이 11명(46%), 호남이 4명(17%)이며 경기 3명, 서울 2명, 강원 2명, 대전과 충남이 각 1명 순이었다. 중앙부처에 재직중인 일개 핵심 참모에 불과하지만 전북 첫 국세청 조사국장의 임명은 이래저래 전북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 핵심 요직에 진출한 도내 인사들이 한 단계,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 지역사회에 희망을 주는 모습이 기대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7.16 20:29

도당위원장은 현역이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도민들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가져오려면 여당인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익산시장은 민주평화당 정헌율 후보가 당선됐다. 정 시장이 재선할 수 있었던 것은 부지사 출신으로 행정전문가답게 전임 박경철 시장 때 어지러워진 시정을 잘 추스려 공직기강을 바로 잡았고 민주당 상대후보가 역량이 부족한 탓이 컸다. 아무리 민주당 바람이 불어도 인물에서 밀리면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화 됐다. 고창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 막판까지 민주당 박우정 현직군수가 앞섰지만 군청 공직자들이 대거 이탈해 민평당 출신 유기상 후보로 줄 선게 당락을 갈랐다. 여기에 고창읍민들이 인물론을 내세우며 유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임실과 무주도 무소속인 심민, 황인홍 후보가 인물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거 초반부터 앞선 것이 적중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방의회까지 장악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방선거 완승 뒤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유능함, 도덕성, 겸손한 태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민심은 민주당을 등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상당수 민주당 출신 당선자들이 승리의 기쁨에 도취돼 아직도 깨어나질 않고 있다. 하지만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도민들이 거는 기대는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재선에 성공한 송하진 지사도 어깨가 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도민들의 지역발전에 대한 강한 기대욕구를 어떻게 임기동안 충족시켜 줄 것인가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지금 중앙정치권의 환경이 전북에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10명의 국회의원 중 민주당 출신이 3선의 이춘석 초선의 안호영 밖에 없다. 민주평화당 5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1명이지만 정치력 부족으로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 맡지 못할 것 같다. 지역발전에 관해 여야가 따로 없지만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당적이 달라 현실적으로 협치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민주당 단체장들은 자신을 당선시켜준 원외위원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고 마구 현직 국회의원을 찾아 나섰다가는 정 맞기 딱 좋다. 그런 점에서 도지사는 자유롭지만 야당 의원들의 협조 구하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국가예산 확보할 때나 현안문제 협의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중앙과 가교역할을 해야 할 현역 안호영 의원이 맡는 게 순리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7.15 18:12

공동체 마을 우파 파블릭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오래전부터 귀농귀촌이 이어지고 있지만 농촌은 여전히 노령화의 고갯길에 놓여있는 현실로 보자면 청년들의 농촌행(?)은 우선 반갑다. 그 이면에는 자치단체들의 특별한 지원정책이 있다. 청년을 불러들이는 이들 다양한 프로젝트 중에는 눈길을 끄는 사업이 적지 않지만 아쉽게도 일시적으로 시행되는 것들이 많다. 청년들의 농촌행이 지속적인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일터다. 상황은 다르지만 눈여겨볼만한 사례가 있다. 도심 속 문화생태마을을 조성해 성공시킨 독일 서베를린의 공동체 마을 ‘우파 파블릭(Ufa Fabrik)’이다. 우파 파블릭은 노인들이 주를 이루던 지역에 젊은 세대들이 찾아오고, ‘떠나고 싶었던 마을’이 ‘살고 싶은 마을’로 변신한 곳이다.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일었던 1960년대, 베를린에는 유럽권 젊은세대의 이주가 이어졌다. 영화 필름현상소가 있던 우파 파블릭에도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낡고 오래된 공간은 불편했지만 대부분의 이주자들은 떠나지 않고 정착했다. 이들이 지속적인 삶을 위해 시도했던 것은 일종의 동업자 조직인 ‘길드’다. 이들은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공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78년 우파파블릭 주민들이 만들어낸 축제는 그동안 이어온 실험의 결실이었다. 도심의 쓰레기와 쓰지 않는 물건들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나누어 쓰는 이들의 삶의 방식은 새로웠다. 환경친화적 삶의 실현을 지향해온 이들은 세계 최초로 태양열목욕탕과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연발효화장실을 개발해냈다. 1979년 6월, 공동체 마을 우파 파블릭은 공식적으로 출발했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열고, 빵공장을 만들어 그룹별로 일하면서 수입을 늘렸다. 얼마되지 않아 우파 파블릭의 빵은 베를린 전역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늘어난 우파파블릭 주변에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이주해오고 방문객들도 늘어났다. 덕분에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체육관, 카페, 빵집, 유기농식품점, 어린이서커스학교, 프리스쿨, 어린이동물농장이 들어서고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일궈내게 된 이 일대는 베를린의 ‘살고 싶은 마을’이 되었다. 지속적인 삶을 위한 고민과 노력으로 얻은 공동체 마을의 결실이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7.12 19:01

유능한 단체장

도내 14곳 자치단체의 시장군수 가운데 절반이 바뀌었다. 군산정읍김제시장이 바뀌었고 고창부안무주장수군수가 새로운 사람이다. 이들이 당선의 영예를 안고 취임한 게 한편의 드라마 같다. 특히 민주평화당 후보로 당선된 유기상 고창군수는 더 드라마틱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가장 재산이 많은 현직 군수를 이겨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77년에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82년에 7급 그리고 공직 입문 11년만인 88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대기만성형 공직자로 평가 받고 있다. 그에대해 군민들이 거는 기대는 너무 크다. 그 이유는 행정전문가로 중앙요로에 인맥이 잘 구축돼 있어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시장군수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국가예산 확보에 달려 있다. 국가예산을 잘 확보하는 시장군수는 유능한 단체장이다. 각 부처와 기획재정부를 통해 국가예산을 확보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각 부처의 담당사무관을 설득해서 국가예산을 세우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담당부처에서 예산을 세웠어도 기획재정부를 통과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중앙요로에 인맥 구축이 잘돼 있어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를 시장 군수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장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협조도 받지만 단체장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행정경험이 없는 초선 단체장은 의욕만 앞설 뿐 중앙부처를 상대로해서 예산확보하는 방법을 잘 몰라 허탕치는 경우도 흔하다. 단체장이 그 지역에서는 최고지만 중앙부처에 가서는 을밖에 안된다. 인맥이 없으면 누구 하나 만나기도 벅차다. 그 만큼 중앙부처 공직자들이 단체장들한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 높은 벽을 넘어 사람 사귀다보면 어언 4년 임기가 훌쩍 지나간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유능하면 얼마든지 커버가 되지만 그렇지 않고 서로가 초선이면 길을 못찾아 헤매기 일쑤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시장 군수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삼선 단체장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요령도 터득했고 인맥도 쌓은 만큼 몇배의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튼 단체장은 틈만 나면 중앙부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 모든 행정은 부단체장한테 맡기도 서울로 세종시로 뛰어 다녀야 한다. 자기 지역 출신이 어느 부처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지도 사전에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을 사람이 하므로 항상 사람이 먼저다. 국가예산을 잘 확보하는 단체장은 선거 때 젖먹던 힘까지 안써도 유권자들이 또 당선시켜준다. 초심을 잃지말고 누운 풀처럼 겸손한 목민관이 되길 바란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7.11 18:38

자치단체의 탕평인사

지난 보수정권 인사에서 전북은 극도로 홀대 받았다. 특히 직전의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핵심 권력에 전북 인사들은 곁불도 쬐지 못했다. 전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가 박근혜 정권을 향해 오죽하면 ‘지역균형 인사 촉구 결의안’까지 냈을지 싶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지역 민심을 알고 후보 시절에 “심각한 인사차별이 전북의 자존심을 망가뜨렸다”며 “지난 정권에서 꽉 막혔던 길을 뚫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들어 전북의 인사홀대론은 아직까지 크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정권에서 불모지였던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자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차관 자리에 전북 인사들이 두루 포진하면서다. 비록 국회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고창 출신의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추천됐고, 현재 진안 출신의 김선수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추천된 상태다. 주요 권력기관과 공기업 등에서도 전북 소외의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격 미달의 일부 전북 인사가 요직을 꿰찬 것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오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탕평인사는 중앙 정부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민선 7기의 출범과 함께 각 자치단체마다 공무원 조직을 새롭게 꾸리면서 곳곳에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 하반기 승진인사에서 정년퇴직을 1년 여 앞둔 공무원들을 승진대상에서 제외시켜 술렁이고 있단다. 전주시에서는 민선 6기에 이어 민선 7기 첫 인사에서도 전북도청 출신 공무원들이 주로 승진하거나 요직을 꿰차 ‘토종’격인 전주시 공무원들의 박탈감과 불만이 크단다. 익산시에서는 기준 없이 여성공무원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뒷말이 많은 모양이다. 아무리 잘 된 인사라도 전부를 만족시킬 수 없어 인사 끝에는 늘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단체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도 적재적소의 인사가 이뤄질 때 힘을 받을 수 있다. 측근 챙기기와 보은 인사를 위해 기존의 인사 기준과 원칙을 무너뜨리면 공직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체장들이 공무원 인사를 지역발전의 자산이 아닌, 그저 전리품으로 여기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10 18:27

정동영과 유성엽

미꾸라지를 멀리 운송할 때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 몇마리는 잡아먹히지만 나머지들은 죽지않고 싱싱한데 이를 흔히 ‘메기효과’라고 한다. 유력한 경쟁자가 있어야만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결국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막바지에 이른 월드컵 경기에서도 호날두, 메시를 넘기위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벨기에 루카쿠, 프랑스 음바페 등이 혜성처럼 등장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경쟁과 견제가 바탕에 깔려있는 정치에서도 메기효과는 발견할 수 있는데,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던 3김시대가 대표적이다. 그런점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의 필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크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지난해 대선에 나섰던 홍준표, 안철수 후보 등은 일단 당권 전면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이제 시선은 내달 5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또다른 야당 민주평화당에 모아진다. 당권 주자로는 정동영, 유성엽, 최경환, 이용주 의원 등 4명으로 좁혀졌다. 큰 틀에서 보면 정동영과 박지원의 대결 양상이다. 유성엽, 최경환, 이용주 의원이 모두 친박지원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전북의 정동영, 유성엽, 전남·광주의 최경환, 이용주의 대결 양상이다. 이러한 경쟁구도를 지켜보는 전북인들은 한편에선 ‘메기효과’를 기대하지만, 또 한편으론 ‘전북의 분열’을 우려한다. 중진이 됐든 젊은 지도자가 됐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면서 전북 정치인이 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잘못하면 가뜩이나 약세인 전북이 더 나락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전북을 대표했던 소석 이철승 전 총재가 사쿠라 시비 등으로 인해 3김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전북은 한세대 이상 전남·광주의 속주 취급을 받아왔던게 사실이다. 많은 전북인들은 “정동영이든 유성엽이든 아무나 대표가 되면 좋은게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지역의 분열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지역적 연고가 강한 당원들이 타 지역 후보를 꺼리기 때문이다. 설혹 둘 중 한명이 전남·광주를 넘어 승리하더라도 전북의 민주평화당은 분열될게 뻔하다. 한때 정동영-신건-유성엽 등 무소속 3인은 찰떡궁합을 과시했으나 이제 신건 전 의원은 세상을 떠났고 남은 2인은 서로 당권을 잡겠다며 다투고 있다. 지금이라도 두 사람이 통 크게 단일화 합의를 통해 상생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정작 당권을 손에 쥐더라도 잘못하면 차기 총선에서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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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07.09 18:46

문 대통령과 전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출신들이 당·정·청에 고루 들어가 있다. 지난 두 보수정권 9년동안 전북 출신들이 정부요로에 기용되지 않아 설움을 톡톡히 봤다. 청와대 등 중앙부처에 라인이 닿지 않아 국가예산 확보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무장관 무차관이란 말이 오래동안 나돌 정도로 전북 출신들이 차별받고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이 500만표 이상으로 대패하자 MB정권은 보란듯이 전북 출신을 씨를 말려 존재감을 없앴다. 박근혜 정권 때도 똑같았다.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던 최순실을 비롯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북은 철저히 차단되고 깜깜이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대통령과 지근 거리에 있는가가 현실적인 힘이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래서 영향력이 크다. 다음으로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 보고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마찬가지다. 경제부처 총괄사령탑인 기재부장관이나 예전에 비해 힘이 빠졌지만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정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도 여전히 실세그룹으로 꼽힌다. 예전같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은 없지만 그래도 국가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영향력과 힘은 아직도 막강하다. 지난 대선 때 전북에서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서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결과가 인사에서 드러났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신태인 출신인 김현미 의원을 국토부장관으로 발탁한 것을 비롯해 차관급에 10명을 임명했지만 김 장관 이외에는 영향력 있는 자리에 없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광주 전남 출신들이 실세자리에 앉아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초라하다. 청와대에 있는 비서관들도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할 정도로 힘이 약해 스스로가 앞장서서 지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과거 DJ와 노무현 정권 때도 전북 출신들이 실세그룹에 끼어 있지 않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한승헌 감사원장, 김원기 국회의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표 등이 있었지만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지 못해 지역발전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유종근 전 지사도 임기동안 견제를 많이 받았다. 지금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 탄생에 큰 도움을 줬는데도 전북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에 의아해 한다. 결론은 실세그룹에 전북 출신들이 비켜 가 있기 때문이다. 친문그룹에서 영향력 행사도 미미하다. 인구가 줄고 도세가 약한 측면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한테 직언해서 전북의 이익을 반영할 통로 마련이 더 급하다. 이 같은 일은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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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7.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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