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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 나온 품목은 항상 매진 임박이다. ‘마지막 세일’과 곁들여 시청자들에게 구매의 충동을 느끼도록 만든다. 판매 품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비결인 셈이다. ‘남이 장에 간다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남이 치는 장단에 엉덩이춤 춘다’와 같은 부하뇌동을 일컫는 속담들이 많은 걸 보면 줏대없이 남을 따라하는 습성은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경제적 용어로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라고 한다. 특정상품의 유행이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밴드왜건의 본딧말은 밴드들이 탄 마차다.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차가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밴드차가 지나가면 별 생각 없이 우르르 쫓아가는 현상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다. 선물을 주고받는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을 서점에 내거는 것 등이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밴드왜건은 상업적 목적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밴드왜건은 강력한 위력을 갖는다. 행렬의 선두에 있는 밴드왜건을 따라 대중들이 몰리는 현상을 정치인들이 간과할리 없다. 대세론으로 몰아가면서 동조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후보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흐름일 뿐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유력후보에 쏠리는 대중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미리 알아낸 뒤 조직적으로 대응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선거캠프의 기본이다. 여론조사에서 평소 10%도 안 되는 응답률이 선거시즌에는 20%대를 넘기도 한다. 전북일보와 전주 KBS가 최근 실시한 지방선거 여론조사 역시 지역에 따라 40%가 넘는 응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의 높은 전화 응답률에 대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후보 조직의 가동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의 함정이며, 한계다. 조직을 잘 갖추는 것 역시 후보의 능력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밴드왜건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후보들에게 뒷짐을 지라는 요구가 통할 리 없다. 부화뇌동과 상반되는 초지일관·독야청청을 유권자들에게 외쳐야 하나.
2016년 초가을, 한 여성이 앳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목가구 공방을 찾았다. 여성은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의 어머니였다. 학생은 눈이 크고 총명스러워 보였는데, 알고보니 ‘공부’를 하지 않고 방황하는 ‘소위’ 문제아였다. 대학공부까지는 시키겠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부모 심정이다. 부모 자식간 갈등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어머니가 A군 손을 잡고 ‘공부’와 동떨어진 공방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아이가 ‘목가구 배우는 것이라면 열심히 할 수 있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억지 춘향은 없는 법이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끌리면 오라’는 광고 카피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악조건이고, 연목구어같은 일이었다. 그는 특성화고도 아닌 인문계 학생이었다. 그의 학교에서는 ‘공부’만 요구할 것이고, ‘기능 습득’을 위한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 조건이 좋지 않은 것은 교통이다.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아이가 집에서 직선거리로 20㎞ 이상 떨어진 공방에 다니며 목가구 기능을 습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 가량 걸려 공방에 도달할 수 있다. 방과후 공방에 가더라도 그가 밤 10시 전후까지 기능 습득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안팎이다. 시내버스 타고 귀가하면 씻고 잠잘 시간이다. 공방 일은 노동이다. 힘든 작업을 마치고 자정께 귀가한 A군은 먼지와 땀으로 뒤덮인 몸을 씻고 잠자기 바쁠 것이다. 공방은 깨끗한 교실이 아니다. 먼지 투성이고, 날카로운 끌과 톱, 대패 그리고 망치 등 수공구로 인한 부상 위험이 노출돼 있다. 전동공구에 다치면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목가구 기능을 배우겠다고 했다. 아마 부모는 아이가 공방의 어지럽고, 또 힘들어 보이는 작업 환경 등에 질려 포기할 것이라고, 공부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몇 개월 못버틸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부모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고, A군은 전통목가구 장인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지난 4월9일 열린 전북기능경기대회 목가구부문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번졌다. 인문계 학생인 탓에 연습량이 절대 부족했지만,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거둔 작은 결실이다. 전국대회, 나아가 국제기능올림픽을 향한 출발이다. 인문계든 실업계든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이 진정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끊임없이 파악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게 미래 동량을 제대로 세우는 교육백년대계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전남 함평은 예로부터 너른 들판과 갯벌을 품고 있기에 ‘함평천지’라 일컬어졌으나 천연자원, 산업자원, 관광자원이 없는 ‘3무의 고장’이다. 남도의 경우 정약용, 조광조, 윤선도 등 이름있는 이들이 귀양왔던 곳은 ‘인물 마케팅’이라도 하는데 함평은 지역출신 유명 인사나 귀양온 이도 없었기에 늘 그대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인구 3만명밖에 되지않는 함평을 전국 200여개 자치단체중 가장 각광받는 곳으로 만든 이가 있었다. 지금부터 꼭 20년전인 1998년 함평군수가 된 이석형 현 산림조합 중앙회장이다. 다른 자치단체장들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뛰어다닐때 그는 역발상으로 블루오션을 창조했다. 전남대 농대 출신인 그는 취임직후 함평 나비축제를 구상, 바로 이듬해부터 축제를 시작했다. 함평은 원래 나비가 많은 곳이 아니다. 엊그제 필자와의 통화에서 이석형 전 군수는 “눈앞에 축제는 다가오는데 함평에 나비가 없어서 제주 서귀포로 달려가서 하얀나비 23마리를 잡아왔다.”고 회고했다. 나비는 한번에 250개의 알을 낳는데 부화를 거듭하면서 단기간에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침내 1999년 봄 제1회 함평 나비축제는 팡파르를 울렸고, 모두가 코웃음치던 나비축제는 전국의 이목을 끌면서 올해 20회를 맞는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함평은 해마다 유료관광객 30만명이 찾는곳이 됐다. 나비축제가 대박을 내자 김대중 대통령은 “날아다니는 나비를 마케팅한 이석형 군수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보다도 더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만일 관념의 틀을 고수했다면 오늘날 함평 나비축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전북경제는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군산조선소나 GM대우가 문을 닫는 등 제조업체들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고 현대자동차 가동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친구가 실직하면 불황이요,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고 한다. 생계가 끊긴 이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가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데 죽을 약 옆에 살 약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전북의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기반이 취약했던 전북은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당시엔 큰 성취로 보였다. 하지만 가만히 복기해 보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굴뚝산업은 이미 선진 도시를 떠나고 있었으나 당장 배가 고팠던 전북은 이를 덥썩 물어버렸음이 드러났다. 전북은 이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고정적인 안목에 갇혀선 안된다. “하나의 예를들자면,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육지 레포츠를 ‘바다 레포츠’로 전환하는게 급선무”라는 이석형 전 군수의 조언이 귀에 쟁쟁하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로 활활 타오른 지지열기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이후에도 계속해서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북핵위협으로부터 전쟁공포를 사라지게 했다. 오는 27일 남북간 정상회담이 개최돼 상상력으로만 생각했던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로 이뤄지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더 올라갈 것이다. 여기에 두 전직 대통령이 적폐청산 차원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가 도내에서 70% 이상 고공행진을 하는 건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워낙 견고한데다 야권이 분열하면서 제 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예전같이 도로민주당이 됐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거의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을 것처럼 보인다. 군산조선소와 GM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안좋지만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은 아직껏 지사후보 조차 못낼 정도로 지리멸렬해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송하진 지사의 지지도가 경쟁후보인 김춘진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송 지사가 전연령층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아 경선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7명의 교육감 후보 가운데 김승환교육감이 선두를 달리지만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결과 예측이 어렵다. 만약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마이너 후보들이 2명정도가 중도사퇴할 경우에는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후보가 난립한 군산 정읍 김제시장 장수군수 선거도 민주당 공천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경선 후보들의 지지도를 합산하면 거의 당 지지도를 웃돌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민평당과 무소속이 강세인 익산시장 임실 부안군수 자리도 민주당 후보 한테 크게 위협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민평당과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서지만 경선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이번 선거에서 전북은 민주당 기세가 꺾일줄을 몰라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날 것 같다. 전체 선거판에 쓰나미 같은 해일이 거세게 불어 닥칠 기미가 엿보여 야권과 무소속 후보들이 속수무책인 상태로 선거를 치를 공산이 짙다. 일명 쓰나미라고 부르는 싹쓸이 선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나미가 나타나면 야당 공천자는 물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앞선 무소속 후보들도 휩쓸려 전멸할 수 있다. 무소속 후보들이 가장 경계하고 무서워 하는 게 선거 쓰나미다. 쓰나미는 민심의 바다가 성날 때 생기기 때문에 마땅히 제어할 방법도 없다. 아무튼 선거 쓰나미로 역량있는 후보가 낙선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성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후보가 단체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1995년 4월이었다. 해방 50주년을 맞아 떠난 제주도 답사. 해방공간의 아픈 현대사를 온몸으로 안고 있는 제주 역사를 만나는 일은 무거웠다. 그 답사 길에서 동광리 ‘큰 넓궤(동굴)’를 만났다. 동광리는 안덕면 서북쪽 해발 300미터에 위치한 산간마을이다. ‘무등이왓’이란 별칭으로 불리어온 이 마을은 300여 년 전, 관의 침탈을 피해 쫓겨 온 사람들이 모여 화전을 일구어 살아가면서 형성된 자연마을이다. 조선 말기, 관의 침탈에 항거하여 농민봉기를 일으킨 진원지로도 알려진 이 마을 사람들은 교육열이 높아 일제강점기에는 2년제 동광간이학교가 건립되기도 했다. 1946년에는 미군정의 공물수집에 항의하며 보리 공출을 반대했고, 이 때문에 군경의 탄압이 가해지면서 마을의 청장년들이 대부분 산으로 피신해야 했다. 그러자 군경의 토벌작전은 더 집요해져 추위와 굶주림, 무차별한 학살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다. 큰 넓궤에 이르는 길은 현무암이 깔린 황량한 들판이었다. 그때만 해도 제주사람들조차 위치를 몰랐던 큰 넓궤는 입구가 얼마나 좁은지 사람 한 명이 낮게 엎드려 몸을 접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천연동굴인 큰 넓궤는 1948년 4.3항쟁 당시 마을 주민 120여명이 군경의 토벌을 피해 숨어 지냈던 곳이다. 나중에 토벌대에 발견되었으나 위기를 모면해 다시 한라산 영실 근처 볼래오름까지 피신했지만 주민 대부분이 붙잡혀 총살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칠흑 같은 어둠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 통로를 낮게 엎드려 따라 들어간 동굴의 끝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4.3연구소 강태권 사무국장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지요. 이 칠흑 같은 어두움이 바로 제주도의 역사였습니다. 이제 옆 사람의 손을 잡아보세요.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손을 잡으면 어두움 속에서도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이 힘으로 역사의 어둠을 벗겨내야 합니다. 제주도 사람들도 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 촛불이 켜졌다. 동굴 안은 꽤 넓었다. 서로를 의지해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냈을 120명 마을 주민들의 고통스러웠을 시간이 떠올랐다. 70주년을 맞은 제주 4.3항쟁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4.3사건의 진실이 우리 앞에 올 날이 머지않았다.
우수한 기능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제48회 전라북도기능경기대회가 4일 개막했다. 올해 대회에는 재료를 정밀 가공해 과제를 완성하는 CNC/밀링, 자동차 차체 수리, 미용, 목가구 등 38개 직종에 걸쳐 일반인과 대학생·고교생 등 모두 393명이 참가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는 고교생인데, 도내 마이스터고 등 모두 21개 고교 소속 297명이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능 실력을 겨룬다. 메달권에 든 입상자는 오는 10월 5~12일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977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9회나 종합우승을 차지한 기능 강국이다. 종합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한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종합 2위였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52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5개, 우수상 6개 등 모두 18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10위 성적을 거뒀다. 군산교도소 수감자가 실내장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새 삶을 위해 꾸준히 기능을 향상시켰고, 2015년부터 3회 연속 도전 끝에 금메달 꿈을 이뤘다. 오는 7일에는 9급 국가직공무원 시험이 치러진다. 이 시험에는 20만 1978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 4953명 만 선발된다. 경쟁률 40.9대 1이니,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험이다. 기능경기대회 참가선수나 공무원 시험 응시자 모두 젊은 청춘이 대부분이다. 장자는 ‘붕새는 구만리 장천을 단 한 번의 날개짓으로 날아간다’고 했다. 그들이 펼친 날개가 훈풍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날개를 펴든 사람들 중에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이 있다. 선거 규모로 보면 전북도지사 선거와 전주시장 선거가 가장 큰 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임박하면서 지난 3일 송하진도지사가 재선출마 선언을 했다. 그를 향해선 김춘진 전 전북도당위원장이 3선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또 지난 3월29일 시장직무정지라는 불리함을 무릅쓰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김승수 시장 앞에는 이현웅 전 전북도민안전실장이 행정9단 실력가라며 도전장을 냈다. 이들의 경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흥행 열기는 더해가겠지만, 본선 흥행 약세가 우려되는 분위기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정치색이 적은 스포츠를 매개로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흔히 ‘핑퐁 외교’를 떠올린다. 1970년대 국교가 없었던 미국과 중국이 탁구 친선경기를 계기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것을 두고서다. 우리 예술단과 함께 태권도시범단이 남북 화해 분위기를 만드는 선봉에 섰다. 북한 중앙통신은 2일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태권도시범단 합동 공연과 관련, 남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 “음악선율에 맞추어 다양한 무도기술과 수법들을 펼쳐 보였다”며 “그들은 여러 타격 동작들과 각이한 격파 동작들을 비롯하여 공격과 방어수법들을 활용한 태권도 기술동작들을 원만히 수행함으로써 관람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북측 시범단의 공연에 대해서는 “정확한 타격들과 꺾기, 메치기 등 세련된 기술 수법으로 적수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호신술은 우리 태권도의 위력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남북 시범단들이 1시간짜리 짧은 합동공연이었지만 태권도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화합의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공연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자며 우리의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방문을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한국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을 방문해 시범공연을 하는 것은 16년 만이다. 2002년 9월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시범공연을 펼쳤던 게 분단 후 처음이었다. 남북 간 교류가 이리 뜸했지만, 태권도는 1950년대부터 국제사회에서 민간외교의 대명사였다. 가난한 나라의 교포들을 얕잡아보던 시절에도 미국사회에서 태권도 지도자에 대해서만은 ‘써(sir)’라는 존칭을 사용했을 정도로 대우를 받았다.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의 태권도 인구가 있을 만큼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남북의 태권도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태권도 국제경기단체도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누어졌다. 다행히 남북 태권도는 2014년 두 세계 단체 간 상호 인정과 존중과 교차출전 등을 골자로 한 의정서를 체결한 후 교류의 물꼬가 텄다. 지난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무주와 전주에서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엊그제 태권도가 우리나라 국기(國技)로 지정됐다. 태권도법 법률 개정을 통해서다. 태권도는 그동안 관습적으로만 국기로 인식됐다. 남북의 벽을 허무는 멋진 발차기가 ‘태권도 외교’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김원용 논설위원
선거는 그 사회를 이끄는 주도 세력을 급격하게 바꾸는 특성이 있다. 때로는 지역사회의 리더 얼굴을 확 바꾸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정당이나 무소속이 강세를 띠기도 하며, 간혹 급격한 세대교체를 이뤄내곤 한다. 세대교체를 말할때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1995년 6월 김영삼(YS) 대통령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세대 교체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에서 소위 9마리 용이 서로 대권을 향해 뛰던 상황에서 집권당 총재인 현직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정가에서는 “YS가 이인제를 차기 대권주자로 점찍었다”고 추측했다. 당시 40대의 이인제는 경기지사로서 가뜩이나 뉴스메이커였는데 이후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인제는 이 시점부터 세대교체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참신한 새인물이 아닌 구태의 이미지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6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그는 무려 16개의 당적을 가졌다. 대선에서 두번이나 경선에 불복한 이미지는 강하게 남아있다. 잊혀진듯 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소위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단지 나이가 70세가 됐다해서 올드보이가 아니다.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이인제 전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경남지사 후보로 유력하다. 인물난으로 인한 고육지책의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세대교체의 목소리가 높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으로 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올드보이는 참신성은 없지만 높은 지명도가 있기에 그들을 불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서도 올드보이의 귀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무대와 다른 점은 구원투수로 누가 불러낸게 아니라 후보 스스로 나섰다는 점이다. 엊그제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모한 결과 도내에서는 광역단체장 2명, 기초단체장에 57명, 광역의원에 68명, 기초의원에는 225명이 신청했다. 민주당 쏠림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과연 누가 공천을 받을지 초미의 관심을 끄는데 후보군 중 올드보이가 적지 않다. 민주당 뿐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단체장 후보중 민주평화당 또는 무소속으로 나서는 올드보이도 눈에 띈다. 당락과 관계없이 교육감 선거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 올드보이는 단순히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적 흐름과 맞지않는 사람이나, 딱히 할일도 없고 주변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출마를 하는게 바로 올드보이의 전형이다. 세대교체와 올드보이의 생환 사이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613 지방선거에 나설 본선주자들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부터 경선을 거쳐 후보자를 확정하고 바른미래당도 군산시장 후보를 경선으로 정할 방침이다. 민주평화당도 군산김제시장 후보자 경선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면서 경선 승리자가 본선에서 떼논 당상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지사선거전이 관심을 못 끈다. 송하진 현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최소 인력과 최소 비용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전략이다. 이에반해 경선에 나선 김춘진 전 도당위원장은 지난달 사퇴하면서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예비후보로 등록,날마다 한건씩 송지사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부지런하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지사 선거전이 맹탕이지만 교육감 선거는 후끈 달아올랐다. 현 김승환 교육감의 3선이냐 아니면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등 6명의 후보 중에서 당선자가 나오느냐가 관심사다. 6명의 후보들은 김 교육감이 재선하는 동안 학력이 크게 저하됐다고 맹공을 퍼붓었다. 특히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누리예산 편성을 놓고 김 교육감이 너무 애를 먹였다면서 그런 교육감이 다시금 교육감이 돼선 안된다고 반대한다. 각 후보들은 학생인권만 김 교육감이 강조한 결과가 교사들을 자살자로 내몰았다면서 더 이상 김 교육감한테 전북교육을 맡겨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다자구도가 형성된 것을 김 교육감이 내심 즐기면서도 최근 들어 서거석 후보의 지지율이 치솟는 바람에 긴장, 이달 말께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선다는 것. 김 교육감은 SNS 갖고는 학부형과 소통하는 것이 한계에 다달았다고 판단, 직접 스킨십에 나설 태세다. 문제는 6명의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느냐다. 지난 구정을 전후해서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인 2~3명의 주자가 빠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끝까지 완주한다는 것. 그 이유는 김 교육감이 되면 다음번에 마이너 후보한테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 얼굴알리기 차원에서라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 반면 서 후보가 되면 자신들한테 다음번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된다면서 내심 서 후보를 디스하는 면도 있다. 서 총장 때 전북대 사무국장을 지낸 황호진 후보가 서 후보 발목을 잡으려고 노골적으로 딴죽을 걸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지지율이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는 마이너 후보들이 완주할 뜻을 비치지만 15% 이상 득표를 못하면 선거비 보전을 못받기 때문에 사퇴 시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너 후보의 사퇴여부가 선거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본보를 비롯 방송사들이 이달 초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그 결과에 따라 교육감 선거판이 짜여질 것이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로 선거판을 꾸려 간다고 하지만 문자 한번 발송하느데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탄없는 후보는 살림이 거덜날 수 있다. 통계학적 기법을 써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자리수에 머무는 후보는 지금 당장 접는 게 낫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메소포타미아는 인류 최초로 국가가 등장한 땅이다. 유프라테스강이 오랜 세월 범람하며 만들어놓은 비옥한 땅 메소포타미아에 모여든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도시를 만들어 국가를 탄생시키는 동안 신들의 이야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4000년~3500년 무렵 이루어진 일이었다. ‘기록’은 인류 발전을 이끌어 오늘의 인류문명을 존재하게 했다. 인류 최초의 기록은 점토판에 새겨졌다. 기록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발명한 쐐기문자로 이야기를 점토 위에 새기고 말리거나 구워 보존했다. 비로소 문자를 사용하는 역사시대가 점토 위에서 열렸던 것이다. 기록을 위한 도구의 발명은 흥미롭다. 점토 이후 발명된 기록의 도구가 파피루스다. 이집트인들에 의해 발명된 파피루스 덕분에 인류는 놀라운 기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기록은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했다. 파피루스가 발명되어 사용되던 무렵, 중국에서는 거북껍질, 동물의 뼈, 돌 등에 상형문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다. 이후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죽간(竹簡), 나무조각이 재료가 되는 목독(木牘), 비단이나 양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 등이 동서양 기록의 도구가 되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발명품으로 꼽히는 종이는 105년에 만들어졌다. 중국 후한의 채륜에 의해서다. 그가 발명한 종이 제조법은 다시 서양으로 건너가 기록을 대중화 시키는 동력이 됐다. 며칠 전 일본군 위안소에서 일했던 관리인의 일기가 공개됐다. KBS의 ‘TV 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오래된 노트 두 권이 그 주인공인데,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는 오채현씨가 15년 전 경주에서 우연히 발견해 보관해온 고문서다. 1943년부터 2년 동안 작성된 이 일기의 주인은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거주했던 사람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당시 일본군 위안소의 운영 실태와 일본군 위안부의 생활상을 국한문 혼용체로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연구자들은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위안소 운영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결정적 자료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일제가 위안소 운영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기록을 만들지 않았고 남아있던 기록도 패전 직전 모두 불태워버려 그동안 신문기사 등 2차 자료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구술과 증언에만 의존해 일본군 위안부 실태를 연구해야 했던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귀한 사료일터다. 개인이 남긴 이 기록물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일본군 위안부 실태의 진실과 그 역사의 민낯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다시 깨닫게 되는 기록의 힘이다.
전북문인협회가 고은 시인을 조명하는 강연을 마련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애초 오늘 오후 3시 전북문학관에서 ‘시인 고은에 대한 잡론- 삶과 문학 그리고 현실’을 주제로 예정한 행사다. 전북문인협회에 따르면 이 강연은 ‘2018 전북문학관 문예 아카데미 특강’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복웅 시인이 강사로 나서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결국 주최측이 행사를 취소한 것이다.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은 주변의 문제 제기에 대해 “문단 대선배를 보고 글쓰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처신도 잘 하자,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준비했다. 강연자와 상의해 강연 내용을 일부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사실 고은 시인이 처한 최근의 상황을 되짚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이고, 모든 것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은의 성추행도 문제거니와 그에 대한 고은의 태도는 더욱 큰 문제란 점을 전북문인협회는 간과했다. 강연을 하기로 했던 이복웅 시인은 “고은의 행동을 정당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의 변명에 나도 화가 나고 잘못은 강연에서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그의 순수 문학성까지 ‘미투’에 휘말려 매도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면 고은에게 ‘순수 문학성’이 있는 것일까. 미투운동으로 세상이 뒤집혔건만 그에 대한 반성 없는 시인이 고은이다. 그의 문학이 이런 작가 의식의 소산이라면 거부하겠다는 것이 요즘 인심이다. 고은 시인은 각종 강연에서 시에 대해 “염통에서 나오는 새 소식”이라고 말해 왔다.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 곧 혼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렇듯, 시는 치열한 내면의 고뇌와 성숙의 결과물이다. 한 편의 시에 사용된 시어, 또 점 하나에도 심오한 철학이 깃들어 있다. 그동안 국민에 각인된 시인 고은은 그저 술 한잔 걸치고 흥얼대는 낭만 시인이 아니다. 노벨상 후보에 매년 오른 ‘대단한’ 시인이다. 그래서 문제가 큰 것이다. 수많은 문학계 후배들이 그의 부적절한 언행을 고발했지만, 오직 그 혼자만 아무런 일도 아니라는 식이다. 그가 말해 온 금강안과 혹리수, 안핵사는 다 어디에 두었는가. 사과는 나무에 걸려 썩어 버렸다. 전북은 요즘 적지 않은 문인들이 추락, 난감한 상황이다. 서정주와 채만식은 친일 때문에, 신경숙은 표절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래도 지킬 가치는 제대로 지켜야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역사든, 문학작품이든 작가의 순수한 영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3·1절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전북도 차원의 기념행사는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독립선언서 낭독과 기념공연, 만세삼창 등으로 진행됐다. 전주·익산·군산·임실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념식을 치렀다. 기념식은 대부분 의례와 격식에 얽매인다. 국가기념일의 경우에는 그 무게와 가치를 때문에 더욱 그렇다. 40여개의 국가기념일 중 그나마 지역적인 특색을 담아 기념행사를 갖는 게 3·1절이다.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식적인 기념식 외에 지역별로 다양하게 3·1 만세운동을 기리고 있다. 3·1절이라고 하지만, 지역별 거사일이 달라 각기 다른 날짜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전주에서는 광복회 전주시지회 주관으로 ‘전주 3·13 만세운동 기념식’을 갖는다. 1919년 3월13일 서문교회 김인전 목사와 신흥학교·기전학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전주 남부시장에서 1만명이 참여해 벌인 독립만세운동을 기려서다. 올 기념행사는 신흥고에서 풍남문 광장까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시가행진을 벌인 후 한옥마을 광장에서 플래시 몹과 3·13 만세운동 재현극, 사진전시회 등을 가졌다. 전북에서 맨 처음 독립만세운동을 벌인 군산은 ‘3·5 만세운동’으로 칭한다. 군산 3·1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올해는 군산 구암동 3·1운동기념관에서 군산시청까지 3·5만세운동 재현 퍼포먼스와 역사사진전, 백일장, 미술대회를 열었다. 전북에서 유일하게 3·1운동 관련 기념관을 갖고 있는 곳이 군산이기도 하다. 전북지역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임실에서 3·1운동 기념사업 또한 활발하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박준승 선생이 임실 출신이며, 오수 보통학교 학생들이 3·10만세운동에 나섰던 역사를 자랑한다. 3·1운동기념비(임실읍), 기미3·1운동기념비(운암면), 오수독립운동기념탑, 박준승선생유허비 등 관련 기념물도 많다. 소충사선문화제전위원회와 독립운동가박준승기념사업회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술강연회를 열어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런 여러 기념행사에도 불구하고 3·1운동에 대한 지역의 전반적인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전북지역의 3·1운동이 전남과 함께 전국적으로 미약했다는 평가가 여전히 학계에 통용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 조선총독부의 자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반론을 펴는 연구 논문도 나왔으나 아직도 충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다. 지역별 기념행사도 좋지만, 전북을 아우르는 기념사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북지역 3·1운동 규모조차 모른 채 100주년을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순신 장군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의외로 많은 이들이 충남 아산 현충사라고 답하는데 실은 아산이 아니고 서울시 중구 건천동이다. 충무로라는 도로 명칭은 장군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대부분 보낸 생가에서 비롯됐다. 서울의 퇴계로와 명동 사이에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뚫린 대로가 충무로인데 일인들이 활보하던 혼마찌(本町通)였던 곳을 광복이후 장군의 시호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충무로는 오랫동안 영화의 거리를 의미했다. 단성사, 대한극장, 국도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등 굴지의 개봉관들이 이곳에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충무로, 세종로, 퇴계로 등이 있다면, 전주에는 요즘 태조로, 견훤로, 정여립로 등이 눈길을 끈다. 태조로, 견훤로 등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왜 정여립로가 등장할까. 정여립로는 만성지구 외곽을 감싸고 있는데 전북혁신도시와 팔복동 일반산업단지를 연결하는 도로다. 정여립로는 조선시대 사상가이자, 혁명가로서 전주에 살았던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했던 김제시 금산면 제비산 자락으로 가던 길목에 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시대 혁명가 정여립을 기리기 위해 대동사상기념사업회는 정여립로에 정여립 동상까지 세운다고 한다. 전주가 민주주의의 효시임을 널리 알리고 대동사상을 널리 전파하겠다는 의미다. 진안 죽도와 전주시 일대에서 군사를 조련하고 대동사상을 펴던 정여립은 송강 정철로 대표되는 서인에 의해 전라도 지역의 민중들을 모아 모반을 꾀했다 는 모함을 받아 궤멸된다. 정여립하면 누구나 기축옥사(1589년)를 떠올린다. 임진왜란 3년전 송강 정철에 의해 수천명의 동인들이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당한 이 사건은 전라도 선비의 씨가 말라버리는 계기가 된다. 정권을 잡은 것도 아니고, 시대를 바꾼것도 아니지만 정여립이 오늘날 도로명에 등장한 이유는 뭘까. 봉건 기존질서속에서 핍박받던 백성들과 함께 들고 일어난 것은 당시엔 반역이었으나 오늘날엔 달리 해석된다는 것이다. 역적이 공신이 되고 공신이 역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축옥사때 칼자루를 쥐고 정여립을 비롯한 호남 선비들을 도륙했던 송강 정철 또한 버젓이 도로명에 등장한다. 송강길 은 서울 자하문에 있는 청운초교 교차로 ~ 청운실버센터 315m구간이다. 송강 정철이 누구던가. 예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등의 고위 관직을 두루 거친 정치가이자 관동별곡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가사와 훈민가 등 많은 시조를 남긴 그는 자하문 근처에서 태어났다. 청운초등학교 담장에는 송강의 대표작을 담은 시비와 생가임을 알리는 생가 터 비석이 세워져 있다. 고관현직을 지낸 대문호 송강 정철과, 실패했으나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정여립은 4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사람들에게 묻는다. 과연 무엇이 옳은가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예전처럼 도로민주당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워낙 높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지방선거에서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을 것 같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일촉즉발 위기로 내몰렸던 남북간 긴장관계가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확 풀리면서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했다. 그간 북핵해결 방안을 놓고 문 대통령은 운전석에 앉지도 못한채 코리아 패싱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지만 문 대통령이 특사 파견으로 주도권을 쥐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가 사라졌다. 미국과의 힘을 바탕으로 한 찰떡공조가 뒷받침 되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한테도 신속하게 우리측의 입장을 전달한 것도 성과였다. 한치의 오차 없이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결국 빛을 발했다. 여기에 지난주 악의 축이었던 MB를 구속한 것도 문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을 견인했다. MB와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하지만 민주당과 야권은 적폐청산 차원에서 잘했다고 박수를 쳤다. 재판을 통해 실체적 사실관계가 규명되겠지만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힌 혐의사실만으로도 국민을 공분케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게 법치의 확립이요 민주주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다. 지난 장미대선 때 전폭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전북도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면서 6·13 지방선거에서 지지할 뜻을 밝히고 있다. 그 덕분에 민주당은 후보들로 넘쳐 나지만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은 후보 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거의 전멸상태다.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자 가장 당황한 사람들은 민주당 이춘석 안호영 의원을 제외한 8명의 현역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 하면 21대 총선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 불안해 한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민평당 5명 민주당 2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절반을 차지한 민평당이 당 지지도가 한자리수에 머물러 존재감이 약화돼간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 압승이 예상되지만 경선 때 역량있는 후보를 못내면 무소속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공천장이 당선으로 연결되려면 후보 스스로가 겸양지덕을 끝까지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않고 공천 받았다고 우쭐댔다가는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그 이유는 후보별 지지도가 문대통령 지지도와 당 지지도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고대로마제국시대 때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개선장군 뒤에 노예 하나가 뒤따라 가면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 승리한 기분에 도취되어 의기양양하게 돌아와 자신도 모르게 우쭐대던 순간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를 듣고 그는 자신을 성찰하고 겸손해질 수 있었다. 후보한테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빌리 그레이엄 목사(1918년~2018년)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 전도사였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교류하면서 놀라운 정치력을 발휘해 주목을 받기도 했던 그는 195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복음협회를 설립해 본격적인 복음 활동에 나선 이후 대부분의 삶을 전도하는 일에 바쳤다. 그가 찾아다닌 나라만도 185개국에 이른다고 하니 그의 생애에 얼마나 많은 복음집회를 주도했을지 짐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194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집회때 그가 발표한 선언이 있다. 기독교인의 사역에 관한 내용을 담은 머데스토 선언이다. 이른바 크리스천의 윤리기준이 된 이 선언은 돈과 섹스, 권력, 거짓의 유혹을 떨쳐내고 정직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특히 강조한 것이 성적 부도덕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그 자신도 이를 위해 일종의 규칙을 만들었다. 아내가 아닌 어떤 여성과도 단둘이 만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남성들이 자신의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 단둘이 있을 때 성적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 규칙을 평생 지켰다고 한다. 오늘날 빌리 그레이엄 룰이라고 불리는 규칙이다. 최근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그 대응법(?)으로 등장한 용어가 있다. 펜스 룰이다. 펜스 룰(Pence Rule)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02년 미국의 의회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한데서 비롯된 용어지만 그 원전은 빌리 그레이엄 룰이다. 이 규칙들을 들여다보면 그 취지는 성직자의 본분을 지키고 성적 유혹에 빠지지 않겠다는 약속(빌리 그레이엄 룰)이거나 정치인으로서 언행을 조심하겠다는 약속(펜스 룰)이다. 그런데 미투 운동과 맞물려 최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펜스 룰은 그 조짐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아예 여성을 멀리하겠다거나 대화조차도 조심해서 해야겠다거나 접촉의 기회를 차단하겠다는 펜스 룰은 교류의 단절로 이어지고 또 다른 성차별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펜스 룰 지지 관련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펜스 룰의 합법화는 남성들의 최소 방어권이라고 주장하는 청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미투 운동의 확산과 함께 펜스 룰의 확산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한 형국이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회로 이르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피할 이유가 없겠지만, 성평등을 가로 막는 방어기제로 펜스 룰이 작동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전북도의회 의원 7명이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다며 사퇴했다. 이들은 군산과 익산, 정읍, 김제, 남원 등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군수 선거에 도전하려는 도의원 8명도 조만간 사직서를 낼 예정이다. 완주를 비롯해 진안, 무주, 장수, 고창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이는 현역 단체장의 입지가 취약하거나 건강상 또는 3연임 제한 규정 등 사유로 불출마하기 때문이다. 견고한 현역 장벽이 무너졌거나 느슨해졌으니,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단체장 출사표를 앞다퉈 던지는 것이다. 군산은 3연임 한 문동신 시장이 출마하지 못하니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다. 익산은 현역 정헌율 시장이 민주평화당 소속이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그를 만만하게 보는 형국이다. 익산갑 국회의원 이춘석은 집권여당 사무총장이고, 익산을에 공을 들여 온 한병도 전 국회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이들 거물급이 버티고 있으니,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경선만 통과하면 시장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익산지역 4명의 도의원 중 무려 3명(김영배, 황현, 김대중)이 줄사표 냈다. 정읍과 김제는 시장이 각각 선거법과 업무상배임 등 혐의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중도 낙마한 곳이다. 남원은 현역 시장이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 도의원 출신 이상현·윤승호와 국회의원 출신 강동원 등 정적들 움직임이 활발하하다. 최용득 군수 건강악화설이 파다했던 장수도 그의 불출마로 인해 어수선하다. 전주에서는 전주시와 전북도청에서 고위간부를 지낸 이현웅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전주시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변호사 엄윤상도 전주시장 후보로 나섰다. 도지사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을 지낸 김춘진 전 국회의원이 경선에 나섰다. 정의당 권태홍 예비후보도 뛰고 있지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도전자들은 저마다 현역 단체장의 허점을 꼬집고, 자신의 장점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역이 ‘결정적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힘겨운 싸움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현역’이 있다는 건 그동안 선거에서 드러나 있다. 그래서 도전자가 현역 꺾기란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란 말이 나온다. 현역은 법이 정한 사퇴시한까지 단체장 신분을 최대한 유지한 채 합법적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도전자는 대로변에서 인사하고 손흔드는 것이 고작이다. 부안 김종규군수는 한때 ’사탕군수’로 유명했다. 그처럼 운동화 끈 질끈 매고 뛰어야 가까스로 현역 방패를 뚫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누구나 질병 앞에서 나약해진다. 정통의학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면 대체의학에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대체의학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통칭되는 정통의학 이외의 영역으로, 보완의학·제3의학·자연의학이라고도 부른다. 벌침도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각광을 받아왔다. 봉침요법이라고도 불리는 벌침요법은 정제한 벌의 독을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염증성 계통의 질병과 통증성 계통의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일본·독일 등 법적인 보호 아래 시술할 수 있는 국가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벌침을 시술하는 한의원이 적지 않다. 벌침의 효용성 논란과 상관없는 문제로 지난해부터 지역사회가 벌침을 놓고 벌집이 됐다. 전주의 한 장애인단체의 대표인 여성 이모씨가 지역의 여러 유력 정치인들에게 벌침 시술을 했느냐를 놓고서다. 의사면허 없는 일반인의 벌침 시술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치료비를 받지 않는 자원봉사라고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다. 그러나 무면허 의료행위더라도 상습적인 영리목적이 아닌 한 보통 약식재판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이씨의 벌침 시술이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은 유력 정치인들의 연루설과 이에 따른 음습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면서다. 이씨의 벌침 시술이 사회적 이목을 끈 데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있다. 공씨는 사기혐의 등으로 피소된 이씨의 재판을 방청하며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해왔다. 공씨는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 실화를 다룬 소설 <도가니>의 작가로, 봉침 시술을 제2 도가니 사태로 보는 것 같다. 허위 경력증명서로 장애인 단체를 설립한 뒤 수억원의 기부금을 가로챈 이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나, 자치단체가 단체등록 말소 및 시설 폐쇄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등이 이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공지영씨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알기로 이씨로부터 봉침시술을 받은 이가 10명이 넘는데, 검찰은 단 1건만 기소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씨의 혐의로 볼 때 의료법 위반이 핵심이 아닌 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그 대상자가 정치인이고, 그 정치인들이 이씨를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전주 평화주민사랑방 등 시민단체들은 이씨 사건을 ‘봉침게이트’로 규정하고, 사건의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이 최근 ‘봉침대책 TF’를 구성해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과연 비호세력의 실체가 있는지, 아니면 일각의 침소봉대인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적 이해를 떠나 지역사회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장막은 걷혀야 한다.
‘疑人勿用(의인물용) 用人勿疑(용인물의)’ 열국지에 나오는 것으로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 것이며, 일단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기업인은 물론, 고위 정치인, 공직자들중 상당수가 매일 아침 출근전 이 고사성어를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명확한 식견을 가진 사람도 주변 사람의 아부나 이간질에 의해 사람을 보는 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되짚어봐도 고건 전총리,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인촌 김성수 등은 예외없이 ‘의인물용, 용인물의’를 인사원칙으로 삼았다. 군산 출신 고건 전 총리는 언젠가 자신과 함께 일했던 국무위원들에게 ‘열국지’를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열국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인데 진나라 시황제가 천하통일을 이루기까지 550년의 역사를 다루고있다. 지난 1979년 10·26 사건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사퇴한 고 전 총리는 야인으로 있으면서 열국지를 탐독했고, 거기에서 얻은 좌우명이 바로 이 구절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모태는 1938년 대구에서 설립된 삼성상회인데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또한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라는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고창 출신 인촌 김성수의 좌우명은 ‘공선사후(公先私後)’이지만, 그 역시 평생 ‘의인물용, 용인물의’를 강조했다. 경성방직 사장·동아일보 사장·보성전문학교 교장·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및 평의원 등을 역임한 인촌 김성수는 광복 후 민주국민당 최고위원·제2대 부통령 등도 지냈다. 많은이의 존경을 받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촌 김성수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며칠전 국가보훈처는 인촌의 생가와 동상 등 5개 시설물에 대해 현충시설 해제를 결정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친일행위가 인정돼 정부가 56년 만에 서훈을 박탈했기에 인촌 관련 기념물들이 현충시설 지위를 잃게된 것이다. 국가 서훈 박탈에 따라 현충시설이 해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현충시설에서 해제된 인촌 관련 시설물은 동상 2개와 장소 3곳이다. 현충시설에서 해제된 인촌 관련 시설물은 고려대 서울캠퍼스와 고창 새마을공원에 있는 동상, 서울 계동에 있는 인촌의 숙소 터와 고택, 고창 생가 등이다. 한때 전북이 자랑하던 인물 인촌은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하고 모금운동을 벌여 고려대를 설립하는가 하면 동아일보를 운영하는 등 혁혁한 공이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징병이나 학병을 찬양하는 등 친일행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친일 확정판결을 받았고 정부는 지난달 인촌이 받았던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지금의 대통령장)을 취소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죽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인촌 김성수는 다시한번 알려준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사람 마음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선거는 사람 마음을 훔치는 작업이다. 각 후보들은 어떻게해야 자기를 지지하도록 할까 고민이 많다. 정치 신인들은 아무리 명함을 건네도 인지도가 높게 안 나온다. 죽어라 하고 명함 돌리고 인사를 하고 다녀도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지도가 두자리수로 올라서지 않는다. 선거에서 한표 한표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다 찍는 이유가 있다. 그게 속 마음인데 유권자들이 그 속내를 쉽게 드러내 주지 않아 선거가 어렵다. 농촌 유권자는 이해관계가 철저하다. 평상시 자기 애경사에 왔다 갔는지부터 따진다. 오지 않았으면 그건 틀린 것이다. 도시는 시골보다 낫다. 애경사 참석여부가 판단기준으로 크게 작용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혀 무시할 순 없다. 선거직에 나서려면 애경사때 봉투를 직접 들고 찾아가는 게 기본이다. 바빠서 못 갈 때는 봉투라도 전달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있지만 아직도 다다익선이다. 표시나게 넣어주면 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마음의 표시를 돈 액수로 표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 때도 똑같다. 상재(上梓)라고 써서 책 값만 달랑 넣어주는 사람도 있지만 5만원짜리 고액권을 두툼하게 넣어주는 사람도 있다. 좁은 지역에 살다보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 선거사무실 개소 때나 출판기념회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선거사무실 개소식 때 봉투를 전하는 게 위법이므로 대부분 출판기념회 때 성의표시를 한다. 봉투를 뜯어보면 그 사람의 지지여부도 안다. 마지 못해 온 사람인가 그렇지 않고 진정으로 지지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90일 전까지만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어 지난주로 출판기념회는 끝났다. 여러 건이 주말 같은 시간에 몰려 돈봉투 갖고 이쪽 저쪽으로 오가느라 바빴다. 한마디로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이 체면 저 체면 때문에 안 갈 수도 없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20일에 열린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의 출판기념회가 가장 성황을 이뤘다. 토요일 1시 반부터 전주 롯데백화점 앞에서부터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시군에서 골고루 참석한 지지자들로 전북대 삼성문화관이 행사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줄잡아 5000명 이상이 참석해 참석자들 스스로가 놀랐다. 민주평화당 정동영의원도 이 정도면 교육감을 바꾸는데 성공적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하면서 학교위상을 크게 끌어 올린 점이 작용한 것 같다. 홈 그라운드 이점을 충분히 살린 점도 있지만 평소 마당발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다음으로 지난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 나선 김춘진 전의원의 출판기념회도 그런대로 성황이었다. 3000명 정도가 다녀 갔지만 서 전총장 때보다 열기는 덜했다. 부안 등지에서 동원된 사람도 있었고 눈도장 찍으려고 온 사람도 많았다. 동원했든지 안했든지간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세과시를 하려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로 굳어졌다. 오늘도 유력주자한테 눈도장 찍기는 계속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미국의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에는 4번 선수가 없다. 1920년대와 30년대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타자 루 게릭(Henry Louis Gehrig 1903~1941)을 기리기 위해 구단이 등 번호 4번을 영구 결번((Retired Number)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루 게릭은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배출해낸 수많은 스타 선수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선수다. 1923년 스무 살에 입단한 그의 평균 타율은 3할 4푼, 1939년 은퇴할 때까지 493개의 홈런과 연속 213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를 팬들은 ‘철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1938년 갑자기 그의 타율이 3할 이하로 떨어졌다. 피곤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이상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증상이 더 심해져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이듬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근육이 마비되어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고 더 이상 걸을 수도 먹지도 못하게 되는 이 병의 이름은 ‘근위축성측색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원이 손상되는 질환이니 운동선수로서는 더욱 치명적인 병이다. 원인이나 과정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는 이병이 처음 보고 된 것은 1869년이지만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39년 루 게릭이 이 병을 앓게 되면서 부터였다. 루 게릭은 투병한지 3년 만에 사망했는데, 이후 이 병의 이름은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됐다. 운동세포나 근육은 파괴되지만 의식은 또렷해 더 큰 고통을 안게 되는 이 병은 발병 3~5년 사이에 대부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적적으로 수명을 연장한 사람도 있다.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다. 호킹 박사는 1963년, 스물한 살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 역시 근육이 마비되고 걷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고통을 비켜갈 수 없었으나 혼자 숨 쉬는 일조차도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도 천재적인 연구능력으로 우주의 생성과 운영의 원리를 비롯한 놀라운 이론들을 내놓으며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컴퓨터 음성 재생 장치와 모니터, 적외선 통신 등을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루게릭병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학문적 업적 못지않게 저술과 강연회,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통로로 대중들을 감동시켰다. 놀라운 정신력으로 세계의 수많은 물리학자들을 키우고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했던 시대의 영웅, 호킹 박사가 지난 14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루게릭병이 그에게 온지 55년. 기적이다.
관광 전주, 경주에서 배워라
정동영과 이재명의 진심
“저는 전북 사람인데요”라는 항변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도 매듭지어야
금융사 전북 이전, 구체적 실행방안 제시하라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전주가정법원 설치법 소위 통과를 환영하며
홈택스가 놓칠수 있는 연말정산시 주의할점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