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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그리고 빨대

중국의 영화감독 왕구량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는 2017년 개봉된 영화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전 세계 쓰레기의 56%를 수입하는 중국의 불편한 현실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차이나’는 칭다오 근처 작은 시골 마을 쓰레기 재활용 공장에서 일하는 펑씨 가족의 일상을 다룬 영화다. 쓰레기로 오염된 하천에서 죽은 물고기를 건져 끼니를 해결하는가하면 오염물질과 유독가스,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산에서 구르고 뛰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 폐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일을 하는 가족의 일상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영화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모인 이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현실을 온전히 우리 앞에 가져다 놓는다.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확산된 이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물론 가장 큰 충격과 분노를 공유한 사람들은 중국 국민들이었다. 결국 중국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자국의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보건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폐기물 스물네 가지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가 이제 전 세계의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영화 한편이 중국의 정책은 물론 전 세계의 환경 정책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쓰레기 중에서도 주범은 오갈 데 없이 ‘플라스틱’이다.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남용을 금지하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그 중 영국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내놓은 법안이 눈길을 끈다.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금지법이다. 무시로 사용했던 플라스틱 빨대가 유독 부각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알고 보니 플라스틱 빨대는 가볍고 작아서 재활용조차 어렵단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만 하루 5억 개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니 놀라운 소비량이다. 지난달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초청으로 왕구량 감독이 한국에 왔다. 이 영화의 불편한 영상을 보며 개인의 소비행태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쓰레기를 정말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나요? 이건 환경 문제를 떠나 도의적 법적 문제입니다.” 일상을 둘러보니 언제부터 우리가 플라스틱 빨대에 이처럼 무겁게 의지하고 있었을까 새삼스러워진다. 플라스틱 빨대 이 까짓것,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 물건 아닌가.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6.07 18:43

백로가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것이니, 그 행위를 본받아서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 성경(잠22:24-25)에 나오는 이 구절과 비슷한 시조를 고려말 충신 정몽주의 모친이 지었다. 백로가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세상은 노를 품은 자와 울분한 자, 성난 까마귀 같은 자가 수두룩 하니 그들의 덫에 걸려 고통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다. 세상 풍경을 멀리서 관조하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하다. 동진강 변에서 낚시 드리운 조사들의 한가로움, 멀리 펼쳐진 김제 지평선 들녘에서 모내기 하는 사람들,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수평선 저쪽으로 한없이 나아가는 어선 혹은 여객선, 운암호반에 두둥실 떠 있는 붕어섬 등 풍경은 세파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쓰다듬어 준다. 속리산(俗離山)이란 이름은 그 붙여진 사연이 있다고 한다. 도(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네. 어쨌거나,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산에서 도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며 산을 찾아 오른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 바다, 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본 사람들의 풍경은 희로애락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먹고 사는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면 사람들은 풍류를 즐기고, 도를 찾는다. 먹고 사는 과정에서 탐욕과 다툼이 생기고, 노를 품는 자와 울분하는 자가 생긴다. 갑과 을이 생기고, 그 사이에 정의가 바로서지 않으면 불화가 생긴다. 탄압받는 다수의 을들은 ‘참을 인(忍)’자를 천 번, 만 번 쓰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 일을 제어하겠다고 만든 것이 법이고, 선거다. 4000년 전 함무라비 왕이 만든 법은 ‘눈에는 눈’으로 응징했다. 그게 통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하지만 멍이 많이 들었다. 까마귀떼가 적지 않으니, 선비는 청강에 고이 씻은 몸 더럽힐까 두려워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6.06 18:35

'광주형 일자리'와 지엠 군산공장

광주시가 추진해온 자동차공장 유치 프로젝트에 현대차가 사업참여 의향서를 내놓으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공장은 현대차 계열이 아닌 광주시가 주도하는 ‘광주시 자동차공장’으로 추진된다. 신규 자동차 공장을 만들면 직간접적으로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임금은 동종 업계의 절반 수준(연봉 4000만원)으로 하고, 노사 공동 경영책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 광주시의 완성차 공장 건설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고임금 대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정책의 대표 주자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모델’은 윤장현 광주시장이 4년 전 후보 때 낸 공약이다. 노동시장 내 비합리적인 격차와 노사간 극한 대립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던 것이다. 지역 스스로 ‘기업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게 기본 취지다. 예산과 권한이 많은 국가 차원에서도 어려운 일자리 창출을 지자체의 힘으로 가능할지 프로젝트 추진 때부터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현대차의 투자의향서를 받기까지 과정 또한 쉽지 않았을 터다. 현재 현대차의 투자 의향서만으로 완결된 상황도 아니다. 투자의향서는 그저 기업의 의지일 뿐이다. 현대차 노조의 반발, 광주시의 투자여력, 자동차산업의 불투명한 미래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광주시의 새로운 일자리 실험은 전국의 자치단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왕의 자동차공장조차 지키지 못한 전북에게는 더욱 그렇다. 광주시는 갓 10만대 생산능력의 자동차공장을 유치하려고 그리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광주시가 2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지엠 군산공장을 갖고 있었더라면 전북처럼 이리 허망하게 멈추도록 놓아뒀을까. ‘광주형 일자리’정책이 아직은 미완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행정과 노사, 시민사회가 현실을 직시하고 똘똘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큰 에너지라고 본다. 지엠 군산공장의 향후 처리를 놓고도 허둥대는 전북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6.05 18:37

개명 열풍

한 사람의 발자취는 고스란히 그의 이름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사람은 평생 살다간 삶의 궤적을 이름에 새긴다. 하여 이 세상의 부모들은 자식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과 성을 다해 좋은 이름을 짓는다. 그런데 살다보면 뭐가 맘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은 살던 터를 옮겨보고, 명당을 찾아 조상의 묘를 이전하는가 하면, 때로는 자신의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소위 개명(改名)에 나선다. 이름을 고친다는 것은 대부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젊은 시절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번이나 낙선하고 첫 부인과 사별까지 하는 아픔을 겪게되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이름을 바꾸면서 팔자가 바뀐다. 김대중(金大仲)이라고 이름 끝자를 버금 중으로 썼다가 1960년 초, 지금의 金大中으로 이름을 바꿔 강원도 인제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희호 여사를 새 아내로 맞으면서 대통령까지 된다. 한 성명철학자가 金大仲은 中자에 人(사람 인)이 들어가 세로로 볼때 좌우 동형(同形)을 깼기 때문에 人자를 떼야 한다고 해서 개명했다고 한다. 안응칠에서 안중근으로, 김창수는 김구로, 김봉남은 앙드레 김으로 개명하면서 훗날 크게 이름을 떨치게 된다. 혁명가인 러시아의 레닌이나 베트남의 호찌민 등은 쫓기는 신세여서 수십, 수백개의 가명이 있었는데 역사에 남긴 이름은 역시 본명이 아니다. 집안 어른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개명이 쉬워지면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개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개명하는게 어디 사람뿐이랴.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이 최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공식 변경됐는데 이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정당사는 한마디로 작명의 역사라고 할만하다. 이번 선거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얼핏봐도 15개나 된다. 좋은 이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정당이나 후보의 가치관과 실행력이다. 그리고 후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6.04 20:04

한 표의 소중함

우리가 이 정도 밖에 못 사는 것도 결국은 우리 책임이다. 남의 탓 아니면 조상 탓으로 마냥 돌릴 일만은 아니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내탓이다.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돼서 지역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낙후되었지만 우리 책임도 일정부분 있다는 것. 저항할 때 저항하지 않고 눈감아 버린 탓이 크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이중적 구조가 문제다. 선거 때마다 지역정서에 휩쓸려 싹쓸이 선거를 한 것도 잘못이다. 심지어 선거가 끝난 후 찍었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후회한 적도 있었지 않았던가. 동학의 후예답게 행동하는 양심이 더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으로 끝났지만 그 동학정신이 오늘까지 면면히 이어졌기 때문에 촛불집회를 통해 썩어 문드러진 박근혜 정권도 무너 뜨릴 수 있었다. 그 추운 겨울 함께 촛불을 켜며 적폐세력을 몰아냈던 기억을 잊으면 안된다. 촛불은 항상 내 맘속에 켜 놓아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르게 보고 살 수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불의를 몰아내듯 이번 지방선거도 같은 맥락으로 가야 한다. 교언영색(巧言令色) 하듯 말만 번지르하게 잘한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단체장하는 동안 국비확보를 제대로 못해 지역발전을 가져오지 못한 사람은 팽(烹)시켜야 한다. 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선거 못지 않게 지방의원 선거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봉사하기 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은 절대로 뽑아주면 안된다. 마치 다선의원 한 것을 관록으로 여기고 또 출마한 사람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들은 집행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은채 자신의 실리를 챙기는데 급급한 사람들이다. 직업 없는 사람도 문제다. 한마디로 염불 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히 먹고 살려고 도둑질 하기에 바쁘다. 주로 인사 청탁과 이권개입을 일삼는다. 한번 잘못 선택하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한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냥 대충 물길따라 바람부는 대로 왔다갔다 하면 안된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헌신하겠다는 열정을 지닌 사람을 뽑아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사람은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전과자를 뽑으면 법치와 정의가 무너진다. 선거를 통해 전북을 살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6.03 16:47

영웅이 된 부자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백년전쟁(1337년~1453년)은 자그마치 116년 동안 지속됐다. 휴전과 전쟁을 거듭하면서 이어진 이 지루한 전쟁은 초기, 영국군이 대세를 이어갔지만 프랑스군이 다시 승기를 잡아 뺏겼던 영토를 되찾기 시작해 1453년 마침내 보르도까지 되찾으면서 전쟁을 끝냈다. 전쟁의 폐해는 컸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영국군에게 함락됐던 도시들은 수많은 중세의 기사들과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정치적 보복과 식민 치하의 수난을 겪어야 했다. 프랑스 북부의 항만도시 칼레도 그 중의 하나다. 칼레는 1347년 영국군에게 함락됐다. 한때 에스파냐령에 놓이기도 했지만 프랑스가 다시 칼레를 되찾은 것이 1598년이니 어찌됐든 칼레는 251년이나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 식민지로 통치를 받아온 셈이다. 칼레의 영웅 이야기가 있다. 백년전쟁의 시기, 칼레를 점령한 영국군에게 저항했던 여섯 명 시민들의 이야기다.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칼레 항을 포위해 점령했지만 칼레 시민들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들은 불로뉴 백작이 지은 성채를 사수하며 서로를 의지해 1년 가깝게 영국군에 저항했다. 양식이 바닥나 더 이상의 저항이 불가능하게 되고서야 칼레 시는 영국군에 항복했다. 에드워드 3세는 항복을 받아들이면서도 무거운 조건을 내걸었다. 시민들을 공격하지 않는 대신 칼레의 유지 여섯 명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일에 누가 나설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유스타슈 생 피에르. 칼레의 가장 큰 부자였다. 그가 맨발에 동아줄을 걸고 나가겠다고 나서자 다른 유지들도 뒤를 이었는데 그 숫자가 여섯 명이나 되었다. 피에르는 가장 늦게 오는 사람을 빼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피에르였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갔지만 그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바뀔 것을 염려해 자신이 먼저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그의 희생정신에 감격한 여섯 명 유지들은 동요하지 않고 교수대에 섰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남았다. 에드워드 3세의 왕비가 간청한 덕분이었다. ‘갑질’의 상징이 된 대한항공 총수 가족이 줄줄이 조사 받고 있다. 한심한 광경이다. 영웅이 된 피에르와 여섯 명 부자 이야기가 더 새롭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5.31 19:23

평화로 가는 길

6·13지방선거가 오늘부터 본격 시작됐다. 본선에 나선 580명 앞에는 이제 당선과 낙선만 남았다. 후보들은 당선 무효나 교도소를 경계하고, 엄중한 유권자 심판을 겸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쉽지 않다. 후보들은 도전하면 당선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겠지만, 낙선하는 후보가 훨씬 많다. 능력 있고, 도덕성 있고, 재력과 후원 세력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신승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선거전에 들어가면 상대와 격차가 벌어져 일찌감치 나가 떨어지는 후보도 많다. 이미 328명의 고배가 예약됐다. 북미회담은 지선 하루 전인 6월12일에 개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지난 24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 그리고 2차 남북협상을 통해 불씨가 살아난 싱가포르 회담 추진 등 급변하는 북한이슈에 가슴 졸였을 것이다. 최근 북미회담 결정과 취소, 재추진 등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는 아니다. 세상 일이 어디 계획대로만 되는가. 정밀기계도 톱니 사이에 낀 미세먼지 때문에 치수가 틀어지고, 그 때문에 하자품이 속출할 수 있다. 북미간에는 예민한 문제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이 거침없이 원포인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 전문가도 없었다.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 수교,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는 세상의 눈이 집중된 매머드급 이벤트다. 우리의 바람대로 차질없이 6.12회담이 진행되고, 양자가 만족할 성과를 내놓는다면 남북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늘은 걷히고 활발한 교류를 통한 경제발전 주단이 깔릴 것이다. 산고 없이 옥동자가 나오는가. 북한과 미국은 다소 의견 차이와 고통이 있더라도 상호 이견을 좁혀 회담을 성사시키고, 반드시 유의미한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시대의 첫 단추다. 누구도 전쟁 위험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남북 화해와 평화, 통일이 걸린 문제 앞에서 좀더 신중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정점에 있는 김영철통일전선부장이 북미회담 담판을 위해 뉴욕으로 들어가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지난 28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명문화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결의안 처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북핵 폐기 명문화’를 끝까지 고집, 결의문 채택이 무산됐다. 당리당략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한반도 핫 이슈 앞에서 정작 대한민국 정치판은 역주행하고 있다. 이게 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5.30 18:38

독과점 폐해

한때 하이트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을 호령했다. 완주 봉동의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다. 조선맥주라는 회사명까지 하이트맥주로 개칭했다. 전주공장을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던 그런 하이트맥주도 전주공장의 매각을 검토할 만큼 위기에 봉착했다. 다행히 마산공장의 맥주 생산라인을 전주로 이전하는 쪽으로 정리되기는 했으나 하이트맥주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하이트맥주의 위기는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해온 OB맥주의 주력 브랜드인 카스에 뒤처져서만이 아니다.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가 크다.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를 물맥주라고까지 폄하한다. 하이트와 OB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은 지금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는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애주가들에게 여전히 소주를 필요로 하고 있다. 맛의 다양화와는 거리가 멀다. 외국산 맥주로 폭탄주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국산 맥주가 그리 쉽게 나올 것 같지도 않다. 맥주 생산이 시작된 후 계속됐던 독과점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독점기업은 경쟁업체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적으로 비효율을 유발한다고 보기 때문에 법으로도 규제한다. 시장경제 측면에서 독과점의 대표적인 병폐가 담합의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얼마든지 가격을 좌우할 수 있다. 양질의 생산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도 회사는 그냥 굴러간다. 정치독점의 폐해는 이런 경제적 독과점 못지않게 심각하다. 전북의 정치시장이 그렇다.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선거 때마다 정당간 경쟁구도는 기대난망이었다. 그나마 지난 총선에서 지역의 정치적 독점이 깨졌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함께 야당의 이합집산으로 다시 민주당 쏠림으로 흐르고 있다. 오로지 특정당의 공천장을 거머쥐면 선거가 끝이라는 등식을 언제까지 성립하도록 할 것인가. 정치독점 상태를 유지하는 한 지역의 유권자는 값비싼 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의 자질과 능력, 양질의 정책보다 정당이 우선일 수는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독점규제법이라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 독과점 폐해 못지않은 정치독점에 관한 규제는 없다. 유일한 규제수단이 유권자의 선택이다. 대체제의 부족과 미흡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정치독점의 시대를 이제 유물로 남길 때도 됐다. 정치독점을 깨야 지역의 미래가 있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5.29 18:46

'1453' 커피

세계 무역시장에서 원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커피다. 커피는 단순히 하나의 기호품에 불과한 것 같아도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너나없이 꼭 현지식을 맛보곤 하는데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한 이라면 한두번쯤은 커피 브랜드 ‘1453’을 들어봤을 것이다. 왜 1453일까. 2200년을 이어져 온 로마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해다. 보통 중세가 끝나고 근대로 이어지는 시점을, 동로마가 멸망한 1453년으로 잡는것도 다 이유가 있다.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이 술탄 메메트 2세가 이끄는 오스만튀르크군에게 함락됐다. 서기 330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비잔티움으로 천도한 지 무려 1123년 만이었다. 비잔틴제국(동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내 심장에 창을 꽂아줄 기독교도가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1453’ 커피를 마신다면 뭔가 새로운 맛이 느껴질 것이다. 1453년은 비단 비잔티움 제국의 멸망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간 백년전쟁이 끝난 해이다. 서양사가 중세를 넘어 근대의 문을 확 여는 변곡점이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대신해 실권을 장악한 ‘계유정난’이 바로 1453년에 일어났다. ‘1453’ 커피를 마실때마다 역사적인 3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지는 똑같은 태양같아도 변곡점이 되는 시점은 꼭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생년, 생월, 생일, 생시 등 소위 ‘사주’를 보고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한다. 우리 역사에서도 크고작은 변곡점들이 수없이 많았다. 한반도에 국한할때 어쩌면 2018년 올해가 역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분단국가에서 하나의 민족이 공동번영을 위해 손을 맞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안전지대에 놓이고 번영을 구가할지 여부에 온 지구촌의 이목이 쏠려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나 많고 높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1953년 5월 29일, 65년전 오늘 뉴질랜드의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다.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그는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고 했다. 한민족의 번영과 통일을 향한 대장정은 힘들어도 계속돼야 한다. 목표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이스탄불에서 ‘1453’커피를 마시듯, 먼 훗날 한반도를 찾은 외국인들이 역사의 변곡점이 됐던 ‘2018’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커피 회사들이 과연 ‘2018’커피 브랜드를 만들어 낼까.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5.28 19:39

오만한 후보

민주당 공천을 받은 후보 중 당선을 기정사실화 한 후보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전반적인 정당지지도면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상당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 탓이 크다. 그 가운데서도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잘 해결해 민주당 지지로 연결됐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요인은 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해서 반대로 반사이득을 취한 면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에 이어 도내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절대적이다. 민주평화당이 국회의원 절반을 차지하지만 존재감이 약하다. 당 지지도가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2석의 바른미래당도 같은 상황이다. 국민의당이 쪼개져 두당으로 나눠진 바람에 지지율이 형편없다. 두 당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운동하는데 동력이 약해 애를 먹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 때와는 천양지판이다. 심지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에 대해 지선이 끝나면 없어질 정당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으로 흡수통합 될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상당수 도민들은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독주체제를 경계한 나머지 민주평화당과 일부 무소속 단체장 후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민주당 일당독주체제에 나쁜 경험을 갖고 있고 상당수 후보들이 당 지지도만 믿고 자만심에 빠져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좋은 정책과 공약을 개발해서 표를 얻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당 지지도에 얹혀서 선거를 치르려 하기 때문에 반감이 크다. 심지어 일부 후보는 당선이 된 양 교만하기 짝이 없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지난 장미대선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을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과 성격이 다르다. 생활정치를 하는 일꾼들을 뽑는 선거라서 역량있는 후보를 뽑을 수 밖에 없다. 민주당 압승이냐, 민주평화당·무소속 돌풍이냐가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 바람이 쓰나미처럼 거세게 불어 과거처럼 싹쓸이할 것이라는 쪽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도 만만찮다. 끝까지 겸양지덕을 보인 후보가 꽃가마를 탈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5.27 16:49

그들의 도덕적 책무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상업도시다. 12세기 무렵부터 산업, 특히 모직물공업이 발전했던 피렌체는 직물상과 귀금속상이 조합을 만들어 번성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해 유럽의 상공업 중심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피렌체는 아무래도 예술의 도시 이미지가 더 강하다. 피렌체가 예술로도 번성해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도시가 된 것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으로 꼽히는 메디치 가문의 역할 덕분이다. 평범한 중산층 가문이었으나 은행업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15~16세기에 가장 유력하고 높은 영향력을 가진 피렌체 공화국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성장한 메디치가문은 학문과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피렌체를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정치 경제적으로 부침은 있었으나 18세기까지 300여 년 동안 전통과 명성을 이어왔던 메디치 가문이 단절된 것은 코시모 3세의 딸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Anna Maria Luisa, 1667~1642)가 죽은 뒤다.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가문을 이었던 루이사의 존재다. 루이사는 메디치 가문의 예술품을 모두 토스카나 대공국과 피렌체에 기증한 인물이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 활동이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것을 돌아보면 이 가문이 얼마나 많은 양의 예술품을 갖고 있었을까 짐작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루이사는 ‘모든 작품들은 피렌체를 떠나지 않도록 하라’는 유언과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수많은 예술품을 모두 기증해 후대 사람들이 르네상스의 예술을 온전히 만날 수 있게 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일 타계한 구본무 LG 회장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 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 일반시민들과 네티즌들까지 가세한 애도 행렬은 ‘재벌’과 ‘대기업 총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있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소탈한 인품과 남에 대한 배려, 정도경영의 기업 정신을 철저하게 지켜왔던 고인의 삶의 궤적 덕분일 터다. 사회적 도덕적 책무를 다하고자 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 “편법을 써야 1등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 하지 않겠다”던 그의 경영철학은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한 대학생은 구 회장을 추도하는 손편지에 “어려움을 견디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할 때 제게 힘이 된 건 다름 아닌 신념이었다. 회장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인간존중의 경영이 큰 도움이 되었다”며 “평생 한번이라도 뵙고 싶었는데 참으로 아쉽다. 회장님의 신념 또한 내가 이어 가겠다”고 썼다. 우리에게도 존경받는 기업 총수가 있었다는 것, 큰 위안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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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8.05.24 18:26

선거현수막 유감

선거캠프 사무실은 대개 교통요지에 있다. 그런 까닭에 임대료가 보통 비싼 게 아니다. 전주시내만 하더라도 좋은 목에 캠프를 차리려면 억 단위의 임대료가 든다고 한다. 예비후보 등록 때부터 선거까지 기껏 3개월 남짓임을 고려할 때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굳이 비싼 임대료를 들여 건물을 캠프로 쓰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유권자들의 이목을 받기 위해서다. 후보간 경쟁은 좋은 위치의 선거사무소를 차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선거철이면 매번 현수막이 걸리는 곳들이 따로 있다. 과거 당선자를 냈던 건물의 경우 더욱 인기다. 매번 낙선자만 나왔던 건물이라고 해서 기피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교통량이 많고,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건물을 선거사무소의 명당자리로 여기기 때문이리라. 선거사무소가 그저 캠프 사람들이 쓰는 사무실이라면 비싼 돈을 들여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 선거사무소 본연의 기능보다는 오히려 선거 현수막이 갖는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운동 기간이 선거일까지 단 2주일뿐인 상황에서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현수막은 매우 강력한 선거운동 수단이다. 신인 정치인의 경우 인지도를 높이는 데 오프라인에서 이만한 수단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유권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선거 현수막은 어떤 것일까.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물구나무 선 사진과 함께 ‘생각을 바꾸면 색깔이 아니라 인물이 보인다’는 현수막으로 눈길을 끌고 있단다. 정동영 의원이 대선 패배와 서울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후 2008년 전주 보궐선거 때 걸었던 ‘어머니, 정동영입니다’의 현수막은 여러 비난도 있었으나 당시 유권자들을 크게 움직였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주시내에 걸린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 중 확 눈에 띄는 걸 찾기 힘들다. 거의가 후보의 대형 사진과 이력, 정당, 추상적인 구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오로지 현수막의 크기 정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현수막마저도 선거공해로 여기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정책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도 없고, 감동을 줄 만한 문구도 없이 그저 크기에만 함몰된 때문이리라. 미래·소통·서민·복지·일자리·발전·행복 등 추상적인 구호에 유권자가 감동할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하는 합성사진까지 걸어놓으면서 정작 후보의 메시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선거 현수막 규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까.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1일부터는 후보 사무실이 아닌 길거리에서도 선거 현수막을 만날 수 있다. 현수막 공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방선거다운 슬로건이 나오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5.23 19:49

라돈가스

선진국이라고 위세 떠는 미국에서는 최근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학생 등이 군인 사망자 수보다 2배나 많다고 한다. 세상에는 참 아이러니한 일이 많다. 적폐청산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문재인 정권의 일부 관계자가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터졌다. 야당이 ‘너 잘 걸렸다’는 기세로 드루킹 특검법을 진행했고 결국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 측근이었다는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그리고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과 연결 고리가 확인된 사람들이다. 이에 한국당 등 야당은 기세를 올리고, 여당은 곤혹해 한다. 특검법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특검이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 파헤치길 바랄 뿐이다. 6월 12일 예정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북미회담은 성공을 거둘 것인가. 한반도는 정전협정을 접고 평화통일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을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경고하고 있다. 불과 3주 전 남북교류 기대가 컸지만 지난 몇 주간 한·미가 샴페인을 너무 섣불리 터트리는 바람에 결국 남측 기자들만 풍계리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대진침대에서 폐암 등을 일으키는 라돈가스가 기준치 이상으로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세상이 떠들썩 하다. 음이온 건강에 무작정 함몰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대진침대는 음이온 효과가 있다는 메트리스 제조에 우라늄과 토륨 등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모나자이트를 원료로 썼고, 이 때문에 침대 사용자들이 인체 접촉은 물론 호흡을 통해 피폭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대진침대 관련 제품은 전량 회수 명령이 내려졌고, 관련 제품 사용자들은 제품 사용을 중지한 뒤 건강진단 등을 통해 방사능 피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포근한 침대에 누워,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을 흠뻑 들이마시며 건강한 삶을 구가하고 있다고 믿었다. 가장 친환경적이어야 할 침대에서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왔으니, 이런 망할 일이 또 있겠는가. 대진침대 라돈가스 사건은 남원 내기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과 무관치 않다. 2년 전 29세대 57명 주민이 사는 내기마을에서 무려 12명의 암환자가 발생해 조사한 결과, 라돈가스가 큰 원인 중 하나로 나타났었다. 라돈가스는 무색무취한 침묵의 살인자다. 그 농도가 기준치(148㏃/㎥)를 초과한 학교가 전북에서 19개교나 된다. 돌이켜보면, 내기마을이나 익산 장전마을 사건 때 당국은 얼마나 신속한 조사 및 조치를 했는가 싶다. 시골 촌구석 일이라고 쉬쉬 하다가 원성이 자자하니 마지못해 움직인 측면은 없었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5.22 19:21

징크스(JinX)

징크스(Jinx)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 마술에서 사용하던 ‘개미잡이’라는 새의 이름(Jugx)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징크스란 이름을 가진 기병대 대위가 훈련만 나가면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기는 상황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스포츠에선 미국 야구계에서 맨 먼저 사용했다. 미국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앨런 샌그리(Allen Sangree)는 1910년 ‘징크스:다이아몬드 이야기’란 책을 펴냈는데 이후 징크스는 미국 영어 사전에 등재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사실 징크스가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 스포츠다.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후 2002년까지 82년간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소위 ‘밤비노의 저주’가 대표적이다. 곧 다가올 월드컵에서도 소위 ‘펠레의 저주’가 관심사다. 펠레가 우승할 거라고 예상한 팀은 4강에도 못가보고 예선 탈락하는 징크스가 이어진 때문이다. 축구 경기에서 스코어가 3대 2가 되는 경우를 펠레 스코어라고 하고, 야구에서 8대 7이 되는 것을 케네디 스코어라고 하는데 펠레스코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진 걸 보면 징크스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징크스는 언젠가는 꼭 깨진다는 것이다. “비서는 최고 통치자가 되기 어렵다”는 정치권 통념을 깨고 비서실장을 지냈음에도 청와대 주인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 정가에서도 이런저런 징크스가 회자된다. 예를 들면 무주군수의 경우 매번 도의원 출신 후보가 당선됐고, 장수군수는 도의원 경력자가 전무했다. 아닌게 아니라 무주군수 선거에서는 김세웅, 홍낙표, 황정수 등 도의원 출신이 모두 당선됐고, 장수군수 선거에서는 김상두, 최용득, 장재영 등 도의원 이력을 갖춘 이가 단 한명도 없다. 4년 전, 진안 기초의원 선거 때 가 선거구(진안읍,백운, 마령, 성수) 당선자는 이한기, 김남기, 배성기 등 모두 ‘기’자 돌림이었는데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마이산의 ‘기’를 받은 사람만 됐다고 말했다. 나 선거구(용담, 부귀 등) 당선자인 김광수, 신갑수, 박명석 후보는 모두 용담댐 물(水) 기운을 받은 ‘수’자 돌림이었다는 말도 떠돌았다. 4년 전 제6회 지방선거 때 뽑힌 시·군의원은 전국적으로 2898명인데 이 중 10명이 6선에 성공했다. 전주시의원 6선을 지낸 최찬욱 후보가 도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등 이번에 전국에서 10명의 7선 도전자들이 나섰는데 이들이 ‘마의 징크스’를 깰지도 주목된다. 선거전에서 징크스가 본인에게 유리할 경우 이를 적극 설파하고 본인 이해와 맞지 않으면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고 정면대응하는 후보들의 심리가 참으로 흥미롭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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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18.05.21 20:58

네탓 공방

선거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도전자는 창이고 현직은 방패다. 도전자들은 현직을 향해 공격을 가한다. 임기중에 해놓은 일이 없다고 연일 사자후를 토한다. 원 없이 공격하고 나면 그 다음에 자신의 장밋빛 공약을 제시한다.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오색영롱한 무지개 빛 공약을 한다. 선거 때마다 이 같은 프레임속에서 공방이 가열됐다. 유권자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조차 모르고 표를 찍었다. 전북의 대표적인 선거이슈는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문제다. 야권은 도민들이 지난 장미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절대적으로 지지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줬는데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아 전북경제가 파탄위기에 내몰렸다면서 병든 전북을 갈아 치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은 두명의 후보를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시켜야만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한국지엠 협상과정에서 부평과 창원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배제한 것은 전북홀대를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배숙 정동영이 속한 민주평화당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연일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고 그 파장이 작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 문제를 특별하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송하진 지사가 잘못해서 일을 그릇치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호되게 질책한 것은 잘못이다. 송지사도 어떻게든지 이 문제를 해결해서 문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청와대 국회 산은 등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주에서 번쩍) 했다. 사실상 송지사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어서 협상에 나설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사라는 직책은 자격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나선 것이었다. 군산조선소나 한국지엠 군산공장 문제는 처음부터 송지사 혼자 뛰어 다닌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호주에서 먹튀 경험을 갖고 있는 GM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안보상업주의에 힘입어 기세등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권이 우선 정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어야 옳았다. 산은을 통해 8000억 이상의 지원을 해야하기 때문에 군산공장을 폐쇄하면 안된다고 못 박았어야 했다. 전북의원 10명이 총론에는 동의했으나 각론에서 각 정파별로 해결책이 다르고 타이밍을 놓쳐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면피용 같은 립서비스만 하는 사이 버스는 전북을 떠났다. 정부도 지난해 군산조선소 폐쇄 때와 거의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전북도도 일찍부터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를 기정사실화 한 책임은 있다. 미리 알아서 기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협상력을 높혀 나가려면 정치권과 함께 끝까지 정상화 주장을 펼쳐야 했다. 중구난방식으로 정치권이 네탓공방만 펼친 게 잘못이다. 언제까지 네탓공방만 할 텐가.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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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5.20 17:04

레드 카펫과 노란 자봉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앞마당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이동하는 동선마다 빨간 카펫(Red Carpet)이 놓였다. 귀빈을 극진히 영접하는 최고의 예우 표현이었다.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 카펫은 애초 국빈 영접 등 외교적 관례로 대중화되었지만 국가적 행사 뿐 아니라 세계 영화제 등 각종 공식행사에서도 널리 쓰이게 되면서 이제는 익숙한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빨간 카펫은 언제부터 명예와 권위의 상징이 되었을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이끌고 나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왔지만 자신의 아내와 그의 정부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끝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상황이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오늘의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만난다. 소포클레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 아이스킬로스의 대표작 ‘아가멤논’도 그중 하나다.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해 귀국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다룬 이 작품에서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가 승리하고 돌아오자 빨간 양탄자를 깔아 그를 맞이한다. 정작 아가멤논은 이 붉은 길이 ‘그리스 신들의 길을 상징한다며 거절 ‘하지만 작품 속 이 ’빨간 양탄자 ‘가 오늘날의 ’레드 카펫 ‘을 있게 한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를 거치면서 ‘레드 카펫 ‘은 세계 각 분야의 이름난 시상식이나 세계적인 영화제의 대표적 행사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영화상 시상식이나 영화제의 개폐막식의 ’레드 카펫 ‘에서 펼쳐지는 스타들의 행진이나 퍼포먼스는 해마다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데, 그 실황이 전 세계에 전파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도 개막식과 폐막식의 ‘레드 카펫’을 함께 즐기려는 관객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흥미로운 광경이 있었다. 폐막식에서 펼쳐진 레드 카펫 행사다. 그날 레드카펫에는 영화인들 말고도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열흘 동안의 영화제를 현장에서 지켜낸 ‘노란자봉’(노란점퍼를 입은 자원봉사자)이 그들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이 된 ‘노란자봉’들의 등장은 즐거웠다. 밝고 유쾌한 그들의 행진에 관객들은 웃고 즐거워하며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노란 자봉의 레드 카펫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퍼포먼스(?)다. 전주시민들과 관객, 집행위원회가 자봉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격려의 폐막식 레드카펫은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또 하나 상징이 되었다. 레드 카펫의 의미 있는 변신, 전주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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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8.05.17 19:57

북한 개방과 전북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북한 개방 외교전과 관련,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만 이전해도 북한 경제는 당장 5%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블룸버그가 보도, 주목을 끈다. 베트남보다 턱없이 낮은 시간당 1.1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임금 수준은 원가 절감에 목타는 기업들에게 큰 매력이다. 기업이 대거 진출하면 북한이 단기간에 개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 얘기는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한국의 고임금을 피해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지어 나갔던 기업들이 그 일부 만이라도 북한에 투자한다면 북한 경제가 살아나는 건 시간문제다. 북한 개방과 그 이후에 대한 이슈에서 주목받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전쟁을 벌였고, 그들이 강력한 개혁개방에 나선 1986년 국내총생산액이 260억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빈국이었다. 베트남은 그동안 국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도이모이’의 성공을 위해 미국과 한국 등 과거 전쟁 적국과 수교하는 등 경제 부흥을 위해 양팔을 걷어부쳤다. 결과는 확실했다. 베트남은 1990년대에 들어서 연평균 8% 성장했고, 지금도 7% 성장을 유지할 정도로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35위 수준이다. 현재 310억 달러 수준인 북한 국내총생산의 6배가 넘을 정도다. 베트남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기업 사례는 제외하더라도,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투자액만 해도 170억 달러, 우리돈으로 환산했을 때 18조 2500억 원 규모다. 국가든, 지자체든, 기업이든 발전의 결정적 요인은 투자금이다. 제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디어일지라도 적정한 투자금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결국 사장되고 말 것이다. 온갖 환경 시비에도 불구하고, 전북에는 소위 33㎞에 달하는 대단히 긴 해안 방조제가 있다. 그 안쪽에 4만㏊의 방대한 신천지가 생겼고, 정부는 새만금 전역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기간도로와 항만, 철도, 고속도로, 그리고 국제공항까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30년 가까이 소극적으로 투자하는 바람에 새만금에 관심 보인 국내외 기업 상당수가 입질만 하다 결국 떠났다. 투자도 잘 안되고, 설상가상으로 조선소와 GM공장처럼 있던 대기업도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껏 달아오른 북한 개방 이슈가 향후 전북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투자에 목마른 전북, 어떤 실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5.16 21:13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마지막 길

“군산시민들과 전북도민들에게 참으로 죄송하고 면목 없습니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상황에서 군산공장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간 전북도민들이 보내준 성원과 은혜를 저버린 것에 대해 어찌 다 이해와 용서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버린 군산공장으로 인해 지역이 황폐화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여러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에 나서면서 최소한 이런 정도의 립서비스는 있어야지 않았을까.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제물삼아 임단협 타결과 한국 정부로부터 8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경영정상화의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한 유감 표명 하나 없었고, 향후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한국지엠에게 군산공장은 그저 제물이었을 뿐이다. 한국지엠은 ‘미래를 위해 새롭게 다짐합니다’는 제목의 14일자 광고를 통해“염려 속에서도 한국지엠의 정상화 과정을 믿고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몇 가지 약속을 했다. 한국지엠의 사업을 지탱해 온 20여만 개의 소중한 직간접 일자리를 지키고, 세계적 수준의 첨단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경영정상화를 격려해준 고객과 사업파트너, 지역사회에도 깊이 감사드린단다. 군산공장 폐쇄에 직면해 있던 전북만큼 지역적으로 한국지엠의 정상화에 응원을 보낸 곳이 어디 있을까. 전북의 자치단체와 시민단체, 지역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군산공장의 정상화를 바라며 지엠과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는 마당에 한국지엠의 20만개 일자리 지키기와 세계적인 첨단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약속이 오히려 지역민들에게는 더 큰 박탈감으로 다가선다. 정부의 처사가 괘씸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 발표 후 대통령이 챙기고,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는 등 범정부 차원의 깊은 관심을 보여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부 역시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한 카드는 끝내 꺼내지 않았다. ‘군산공장 활용 방안에 대해 신속하게 GM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적극 협의한다’는 원론적 내용이 정부 발표의 전부다. 한국지엠과 정부가 군산공장 문제를 이리 홀대할 수는 없다. 전북은 GM의 고비 때마다 차사주기 운동, 정부지원 건의, GM대우의 날 선포, 명예도민증 수여 등으로 정성을 쏟았다. 정부를 믿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참고 기다렸다. 그 결과 기업은 냉혹했고, 정부는 군산을 외면했다. 그럼에도 한국지엠과 정부가 아직 할 일은 남았다. 전북과 군산를 일으킬 수 있는 군산공장의 활용방안을 제대로 내놓는 일이다. 군산의 눈물을 끝내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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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8.05.15 18:47

도금고와 지방선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결과를 가장 주목하는 쪽은 바로 금융권이다. 도금고나 시군금고의 경우 단체장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주거래 은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도내 자치단체 금고 선정때마다 맞대결해온 전북은행과 농협은 시군 지점장 등을 결정할때 단체장 등과 학맥, 인맥 등이 얽히는 사람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내 한 군지역에서는 금고를 빼앗기자 영전이 유력했던 은행 간부가 좌천된 일화도 유명하다. 하다못해 부단체장이나 재정담당자들과의 두터운 인연이 농협이나 전북은행 인사때마다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고 한다. 일반인에게 도금고나 시군금고 라는 말이 익숙하게 된 것은 1991년 지방선거때다. 30년만에 부활된 지방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은 시중은행이 맡고있던 금고를 지방은행 또는 농협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전주에서 도의원 선거에 나섰던 전북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의 김병석씨는 맨 처음 지방은행으로의 금고이전을 유세장에서 거론했다. 이후 선거때마다 농협조합장 출신의 후보들은 농민과 함께하는 농협이 금고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금고의 경우, 광복 이후 줄곧 제일은행(SC제일은행의 전신)이 맡아왔다. 관선시대 중앙정부에서 결정하면 시도는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금융계의 황태자로 일컬어졌던 이원조 전 금융감독원장은 바로 제일은행 상무출신이었는데, 그가 배후에 있는 상황에서 제일은행이 맡고있던 도금고 이전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치제 이후 입김이 세진 민선 시도지사가 나서면서 마침내 도금고는 전북은행과 농협이 서로 나눠맡고 있다. 2000년과 2002년 전북은행이 1금고로 선정됐고, 2004년말부터 농협이 1금고를 맡고있다. 올 하반기 약 6조4000억원에 달하는 도금고 선정을 앞두고 농협과 전북은행이 서서히 몸풀기에 나섰다. 핵심은 전북은행의 1금고 탈환이냐, 농협은행의 수성이냐에 모아진다. 문제는 도금고 선정의 잣대다. 잡음이 없게하려면 종전 선정 방식대로 하면 되지만, 요즘 시대상황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얼마전 연간 34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 선정 결과, 제1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서울시에 무려 3050억원의 출연금을 제안했다. 고작 2조원 남짓한 제2금고를 운영하게 될 우리은행도 상상을 초월하는 1200억원을 제안했다. 제아무리 상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고 하나를 따내기 위해 이처럼 막대한 출연금을 낸다면 그 부담은 어떤 형태로든 고객인 주민에게 전가될 것은 뻔하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말 행정안전부에 지역사회 실적 평가배점을 하향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은행간 출연금 경쟁과 기부금품 요구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금고를 맡는 은행이 손쉽게 돈을 버는 현상은 막아야 하지만, 지나친 출연금은 결국 고객인 주민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지적 또한 귀담아들어야 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5.14 18:45

바람선거의 폐해

민주당 도당의 공천작업은 공정성을 상실한 가운데 우리가 결정하면 따라오라는 식의 안하무인에 해당하는 잘못된 공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믿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집권여당의 공천작업이 이 정도 밖에 안된데 대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무리하게 전략공천을 강행한 것이 많은 시비를 불러왔다.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한번 결정한 것을 뒤집어 엎어버려 공정성을 심하게 해쳤다는 비난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경선을 앞두고 특정후보를 돕기 위해 당원명부가 사전에 유출되는 한심한 일까지 발생했다. 뜻있는 도민들은 민주당 공천작업이 일당독주에서 빚어진 자만심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고 평가절하하면서 마치 유권자를 무시한듯한 공천은 투표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전반적인 분위기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덕분에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지방선거 특성상 익산이나 김제시장 선거는 민주평화당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도 있다.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민주당의 불공정한 공천 때문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장수군수선거에 출마한 이영숙 후보를 꼽을 수 있다. 남편 최용득 군수에 이어 부인이 장수군수 선거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여기에 임실 심민 현 군수가 무소속으로 재선을 노리고 부안 김종규 현군수와 순창 강인형 전군수가 무소속으로 나섰다. 무주는 전 농협장 출신인 황인홍씨가 무소속으로 표밭을 종횡무진해 민주당 백경태 후보를 긴장시켰지만 백 후보가 곧바로 황정수 군수측의 조직을 흡수해 건곤일척이 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예전처럼 민주당 바람이 얼마나 불것인가가 관전포인트다. 하지만 공천 때 보여준 모습이 너무 도민들을 얕잡아 보는 것 같아 오히려 일부지역에서 무소속쪽이 선방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의 성격이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인물을 뽑는 선거라서 결코 바람선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에서 보듯 민주당 일당독주체제로 가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과 상관없이 정책과 공약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간 전북은 문 대통령 집권 1년동안 새만금사업등 굵직한 숙원사업과 무장관 무차관도 어느정도 해결됐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반면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전북경제가 엉망진창이 됐기 때문에 자만심에 빠진 민주당 일당독주체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바람선거로 당락이 갈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전북의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도민들도 바람선거에 대한 폐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아 인물본위의 선거로 갈 것이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처럼 여기는 풍토를 바꿔야 전북이 건강해지고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다. 도민들이 비판적이어야 강한전북이 만들어진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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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8.05.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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