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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단의 큰 별"…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개최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6일 오후 3시 전북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주인공인 최형만(시·55·경남 창원) 김서연(수필·62·전북 김제) 신가람(소설·34·전북 전주) 정종균(동화·32·광주) 씨는 “오늘의 영광을 기억하며 감동적인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김용택 시인, 문신 시인, 김병용 소설가, 김자연 아동문학가를 비롯해 전북일보 서창훈 회장, 윤석정 사장, 백성일 부사장, 김은정 이사와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최기우 전북작가회의 부회장, 신명호 가천문화재단 기획조정실장, 전북일보 문우회 김근혜·최아현·박태건 작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용택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을 대표한 심사 총평에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을 내포하기도 한다”라며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스스로 공부하며 세계의 언어에 도달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축복 속에서 출발하게 된 여러분들이 끊임없는 창작을 통해 우리 문학은 물론 세계 문학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예년에 비해 올해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작품을 응모했고, 특히 10대와 20대 청년층 응모작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도덕성과 염치가 실종된 정치 상황에 염증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에너지를 문예 쪽으로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당선자 모두 문인으로서 큰 빛이 되길 바라고 찬란하게 성장해 나가길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축사를 통해 “신춘문예는 당선 된 사람이나, 안 된 사람이나 항상 우러러 보는 별과 같은 존재로서 영광스러운 것”이라며 “선별되고 선발된 꼭지점의 영광으로 당선자 모두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영 전북문인협회장도 “한국문단이 오늘을 기점으로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우길 바란다”며 “오늘 이후로 여러분들이 쓰는 글에 시대정신이 반영되고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스며들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6 18:15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씨 선출

제33대 한국문인협회 전북지회장에 백봉기(72)씨가 당선됐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지난 13일 전북문학관에서 치러진 제33대 전북문인협회장 선거에서 74표 중 49표를 얻어 66% 득표율로 조미애 후보를 따돌렸다.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군산 출신인 백봉기 신임 회장은 군산교대 및 군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KBS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전북예총 사무처장으로 10여년 넘게 근무했다. 온글문학회장,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현재 전북문협 부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전북펜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0년 <한국산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그는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해도 되나요> 등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백봉기 신임 회장은 “많은 성원에 감사하고 책임이 무겁다. 조 후보가 말한 화합과 단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후보의 12가지 공약도 제 것으로 만들어서 꼭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전북문협 발전의 에너지는 회원들에게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3년간 백봉기 신임회장은 △전북문학관 건립과 공간 활용 극대화 △건지산 문학의숲 조성 △문학 메세나운동 전개 △해외 문학단체 교류 및 해외 문학기행 추진 △전북사랑 전국디카시 공모 △시·군지부 및 분과위원회 중심의 활동 전개 △전북문단 2회 이상 발간 △문학콘텐츠 방송참여 확대 △기존 주요사업 계승 발전 등의 공약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날 김현조(전주문인협회)씨와 소관섭(익산문인협회) 씨도 새로운 감사로 뽑혀 백 회장과 함께 전북 문협을 이끌게 됐다. 한편, 이번 선거는 과거 직선제와 달리 대의원제로 진행된 까닭에 선거를 앞두고 투표방식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이날도 현장 투표 전부터 미흡한 투표 운영과 투표 방식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가 있었다”라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사과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4 17:03

[전북의 문학 명소] 18. 중·고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배워야 할 모든 것이 교과서에 있다는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도는 학교를 떠나 정글로 뛰어든 청소년이 있다. 호기심에 철벽을 치고 무모한 도전에 발을 거는 어른들에게 사이다 급 일탈로 청춘의 피가 끓고 있음을 증명하고픈 청소년이 뛰어든 그 길에 문학이라는 치트키를 뿌리자. 남원, 순창, 임실, 완주 곳곳에 숨은 문학여행 길은 의미 있는 일탈로 이어지리라. △역사를 잊은 청소년을 위한 여행 청소년의 역사의식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이때,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과 지리산전적기념비는 역사의식을 깨우는 최적의 장소다.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 계곡 입구에는 기념관과 기념비, 지리산충혼탑, 공적비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이병천이 쓴 소설 『사냥』을 읽고 가면 더 좋다. 한국전쟁이 지리산 자락에 남긴 핏빛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 사이를 걷다가 닮은 표정의 두 소년이 만난다. 그들은 7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서로에게 스며든다. 한국전쟁이 남긴 깊은 상흔은 대한민국 곳곳에 선명하다. 임실군 청웅면 남산리에 있는 청계리 폐광굴은 1951년 3월 14일부터 3월 16일까지 남산리 주민 700여 명이 학살된 현장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이 주민들을 굴속으로 몰아넣고 입구에서 불을 지핀 뒤 뛰쳐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뒤 시체를 굴 안으로 밀어 넣고 또다시 불을 지폈다. 빨치산을 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극악무도한 학살은 규명조차 되지 않은 채 현재에 이르렀다. 정우영 시인이 ‘흩어진 저 정령들, 어떻게 돌아가나/ 노랑나비 한 마리 너울너울 곡하며 내려앉네/ 삶이 꺼져버린 허공이 땅속으로 기어가네/’ 하며 서러운 이들의 넋을 달랬다. 그래서일까. 그곳에 가며 서늘하다 못해 섬뜩한 냉기가 흐른다. 역사의 다이얼을 좀 더 뒤로 돌려보자. 다이얼이 멈춘 그곳에 완주 상관 정여립공원이 있다. 정여립(1546∼1589)은 반상의 귀천과 남녀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조 세습을 부인했던 혁신적인 사상가로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을 주장했다. ‘서로 오가는데 문턱이 없고, 대문이 있지만, 잠그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나라, 나는 그것을 대동의 세계라고 부르겠다.’라는 정여립의 음성을 똑똑히 전한 희곡「정으래비」는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최기우 극작가의 희곡이다.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작품 정면에 내세웠다. 문학은 정여립을 다시 세상에 불러냈고 어른이 보지 못한 후미지고 어둡고 피로 얼룩진 자리를 볼 줄 아는 청소년을 기어이 찾아 낼 것이다. 여기 그대들과 또래인 김주열 열사가 있다. 1960년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 규탄대회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된 후 27일 만에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그의 처참한 이야기를 극작가 노경식이 희곡에 담았다. 그의 희곡 「봄꿈(春夢)」은 4·19세대인 작가가 생생하게 체험했던 그 날의 일들을 극화됐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의 몸에서 나온 빠져나온 혼불이 희곡 속에서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고전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여행 중, 고등학생에게 고전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기어이 정답을 맞춰야 할 시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전소설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고전문학의 성지 남원을 여행하다보면 고전문학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전북에서 고전소설의 배경지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남원이다. 남원에 고전소설문학관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학관에는 변사또의 모진 고문을 견디며 이몽룡을 기다린 「춘향전」과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던 「만복사저포기」의 양생,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를 넘나들며 아내를 찾은 「최척전」과 「홍도전」이 있다. 남원을 배경지로 한 고전소설을 한꺼번에 만나는 고전소설 백화점이다. 이곳에서 고전소설 워밍업을 했다면 그곳 세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곳으로 가보자. 가장 먼저 춘향테마파크로 가자. 이곳은 춘향전을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장소로 춘향마당과 돌탑, 동헌·관아·내아·월매집·부용당·옥사정 등이 각각의 이야기로 관광객을 맞는다. 성춘향을 향한 이몽룡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사랑이란 단어에 가슴이 짜르르해지는 청소년에게 가장 와 닿는 고전소설이지 싶다. 남원에는 춘향이만 있는 게 아니다. 흥부와 놀부도 이곳 출신이다. 남원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흥부전」의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준 뒤 부자가 되었다는 발복지(發福地)이고, 인월면 성산마을은 흥부가 태어났다는 마을이다. 「흥부전」에 나오는 지명이 그대로 재현된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저절로 판소리 한 소절 흥얼거리게 된다. 고전소설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에서 순창 가는 길목에 있는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잊지 못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사는 양생의 이야기는 부부의 사랑과 의리, 믿음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현재 만복사는 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다. 터에 이불처럼 덮인 푸른 잔디를 밝고 절터로 들어가면 커다란 석불입상이 있다. 양생에게 내기했던 부처님이었나 싶어 자세히 보게 되고 문득 내기를 걸고 싶어진다. 그럼 망설이지 말고 양생이 그랬듯 대차게 내기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간절한 소원을 내기로 걸면 이루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지리라. △강 따라 산 따라 문학 따라가는 여행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시작된 섬진강은 지나는 곳마다 불리는 이름이 제각기 다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 강줄기에 대한 토박이들의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과 같다. 진뫼마을을 비롯해 덕치마을, 천담·구담 마을, 장구목, 일중마을, 구미마을, 평남마을로 이어지는 이곳은 검은색 바위들과 기이한 모습의 요강바위가 강 중간에 있어 섬진강 상류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과 천혜의 절경을 선물한다. 완주 구이에서 강진 방향으로 가는 운암교 끝에 있는 섬진강댐물문화관도 있다. 이곳에서 주목할 것은 물길 따라 보는 ‘섬진강 문학 산책’이다. 한쪽 벽면을 채운 스크린에서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최명희(1947~1998) 작가의 「혼불」, 박경리(1926~2008) 작가의 「토지」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소개된다. 문화관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문학 체험이 있으니 이곳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문학을 이야기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 보면 빡빡했던 삶에 여유가 생기리라 장담한다. 전주에서 남쪽으로 보면 옥정호를 가리면서 막아선 봉우리가 국사봉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옥정호는 새로운 세계다. 해발 475m 정상에서 아래로 시선을 두면 산 중턱을 따라 물을 가둔 옥정호수와 호수 한가운데 놓인 붕어섬을 볼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운암대교와 최근 만들어진 출렁다리는 국사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풍경이다. 이희정 시인의 시「일출-국사봉에서」의 표현처럼 옥동자의 붉은 이마 같은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 △나를 올곧이 세우는 여행 혼불문학관은 17년간 한 작품을 쓰면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 ‘어둠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라는 어록과 ‘아름다운 세상 잘 살다 간다’라는 삶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남긴 최명희 작가의 작품 『혼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금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여기는 청소년에게 작가가 걸어온 길고 긴 혼불의 터널을 걸어보시라 권한다. 자신이 지금 통과하고 있는 터널이 삶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친구와 함께 남원김병종미술관도 좋다. 김병종 화가는 남원이 낳은 화가이며 극작가, 수필가로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1,2층에서 그림을 감상한 뒤 3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가면 희곡으로 등단한 김병종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다양한 면을 살피며 인간에게 한계가 없음을 깨닫자. 지금으로부터 오백 년 전, 조선 시대에 뿌리박힌 차별과 편견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비판한 공포소설 「설공찬전」이 있다. 중종 때 쓰인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소설의 대중화를 이룬 첫 작품으로 평가된다. 잘못이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 못했던 시대에 택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던 소설. 소설을 통해 시대를 비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청소년들 마음에 깊게 새겨지길 바란다.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4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17. 초등학생이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어린이에게는 동심이 있다. 동심은 어린이다운 마음이다. 그 마음을 키우기 위해 남원, 순창, 임실, 완주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고, 눈물이 찔끔 나게 하는 신나고 감동적이고 이야기가 어린이를 기다리고 있다. △걸음으로 읽는 옛이야기 여행 엄마는 대개 가슴에 옛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중 엄마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콩쥐팥쥐」가 아닐까 싶다. 콩쥐팥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주 서문 밖 30리에 사는 최만춘은….”. 이 구절을 근거로 완주군 이서면에 콩쥐팥쥐 마을이 조성됐다. 앵곡마을로 불리는 이곳에 가면 집집마다 담벼락을 따라 콩쥐팥쥐 이야기가 펼쳐진다. 종이 책이 아닌 발품 팔아 읽어야 하는 담벼락 책이다. 담벼락 책은 뛰어놀면서 읽는 장점이 있다. 담벼락 책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이는 어느새 콩쥐와 친구가 되고 팥쥐를 혼내주는 원님이 되어 권선징악이란 교훈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오수에도 어린이에게 감동과 재미,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다. 개 오(獒), 나무 수(樹)를 쓰는 오수면의 지명이 말해주듯 이곳에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셔서 불을 끄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온다. 충심을 다한 개 이야기는 어린이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순창 설공찬테마관에 어린이 손을 잡고 들러보자. 한적한 마을에 나붓이 내려앉은 테마관에는 조선 시대 선비인 채수의 소설 「설공찬전」의 모든 것이 있다. 죽은 공찬이 사촌동생 몸에 들어와 저승에서 보고 들은 일을 이야기하며 당시 조선의 사회, 정치 문제점을 꼬집고 비판했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되니 역사 공부가 저절로 된다.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일제강점기 때 삼례는 한내로 불렸다. 큰 강이라는 뜻이다. 지금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오래전 한내습지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양곡창고가 만들어지면서 사라졌다. 더불어 여기에 살던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사라졌다. 그 시절, 꽃잎처럼 연약하고 순했던 자연물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책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동화가 있다. 바로 유수경 작가의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이 작품은 삼례예술문화촌에서 뮤지컬로 각색돼 공연되면서 어린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그림책미술관도 있다.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그림책미술관은 아담한 크기에 알차게 꾸민 내부가 특징이다. 1층은 벽면을 따라 기획전시가 이루어지고 중앙 홀은 공연 또는 놀이의 장이다. 1층에서 2층까지 이어진 계단은 계단참이 넓어서 엎드려 책을 보거나 딱지치기, 엄지 꺾기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기에 좋다. 놀다 지치면 2층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도 보고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동화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된다. 이제 건물이 아닌 자연 속 동화의 세계로 떠나보자.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토끼와 발 맞춤하는 깊은 산골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을 배경으로 유수경 동화작가는 『하늘아래 첫 동네 밤티』동화를 썼다. 주인공 채연이가 숲속을 헤매다가 만난 여러 동물의 입을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밤티마을을 직접 찾아가면 독서가 두 배로 즐겁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도 만나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물. 내가 사는 땅을 풍성하게 하는 강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뜻밖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리 것이 좋은 여행 남원에는 몽심재라는 고택이 있다. 조선 숙종 26년(1700)에 박연당(1753∼1830)이 지은 이곳이 김양오의 동화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빈빈책방·2022)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열려있는 쌀 창고, 힘들게 일하는 하인들이 쉬도록 만든 정자와 같이 양반이든 천민이든 집에 사는 사람 모두 평등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박연당의 마음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최명희 소설『혼불』의 배경인 매안 이씨 종갓집 이웅재고가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공간이다. 시간이 된다면 남도의 양반집에서 ‘에헴’ 하며 뒷짐 지고 걸어보기도 하고 ‘예, 나으리.’ 하며 허리 굽실거려 종살이 신분의 서러움도 경험하게 하자. 세상의 모든 차별에 관심을 두는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얼씨구 여행 남원 광한루원에 가면 누구든 춘향과 이도령이 될 수 있다. 어린이라고 안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도 사랑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부터 이성 간의 사랑까지. 직간접적 경험으로 사랑은 정말 힘이 센 여리면서도 강한 마음이라는 걸 안다. 이곳에서 「춘향전」의 사랑가 한 대목을 불러보는 경연대회를 열어도 좋다. 멍석만 깔아주면 숨겨둔 끼를 맘껏 보여줄 어린이들이 수두룩하다. 놀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 이제 임실치즈역사관으로 떠나보자. 어린이 입맛을 유혹하는 치즈를 생산, 판매, 체험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는 지정환(1931∼2019) 신부와 임실N치즈의 역사를 담은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이 있다. 푸른 눈의 신부가 만든 치즈에 깃든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스스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굵직한 질문을 던지게 하자. 이제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임실필봉문화촌에 가보자. 이곳은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필봉농악을 전수하고 공연하는 공간이다.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한 윤미숙의 장편동화 『소리공책의 비밀』(대교·2009)을 읽고 찾아가면 농악에 스민 농민들의 시름과 수확의 기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3 10:00

팔십 평생의 인생 이야기⋯김돈자 작가, 자전적 에세이 ’맨날 오늘이 좋다‘ 펴내

“아침에 창을 열면/ 기린봉이 한눈에 달려와/ 반가이 손을 내밀고/ 찬란한 햇살과 바람이 안겨든다/ 내 스스로 연주자가 되어/ 되돌이표 음절 속에/ 한 소절 가사를 조금씩 바꾸면서/ 부르고 또 부르며 살아온 삶/ 비틀거리던 바람의 그림자도 용서하고/ 허기진 욕망과도 화해하며/ 험한 능선 넘어선 오늘/ 아픈 것 즐거운 것/ 지난 일 모두 버리고/ 존재의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맨날 오늘이 좋다“(시 ‘맨날 오늘이 좋다’) 신앙과 사랑이 충만한 김돈자 작가의 80년 인생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에세이<맨날 오늘이 좋다>(수필과비평사)가 츨간됐다. 책은 ‘1부 운명의 소용돌이’, ‘2부 가장 생활의 일기’, ‘3부 우리의 운명적 만남’, ‘4부 아버지 나의 아버지’, ‘5부 사업에 입문하다’, ‘6부 어머니 나의 어머니’, ‘7부 내 인생의 열매 다섯 딸들’, ‘8부 그림자처럼 스쳐간 인연’, ‘9부 사회봉사를 하다’, ‘10부 인생의 축복, 시와의 만남’, ‘11부 내 생명이신 나의 하나님’ 등 총 11부로 구성, 100여 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1987년 8월 21일에 대한 김 작가의 기억으로 시작되는 책은 작가와 남편과 첫 만남의 순간을 비롯해 층층시하 시집살이, 엄마가 되는 순간, 늦은 나이에 도전했던 운전면허 시험 등 사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누구나 한평생을 사노라면 절절한 사연 없는 사람 없고 희로애락 겪지 않은 사람 없을 것이다“며 ”모두가 각기 다른 자기만의 역사를 엮어가면 살아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범하고 무난한 삶은 돌아볼 일이 적었지만, 뒤틀리고 꼬여 모질게 자라는 분재를 보더라도 고통은 작품을 낳는다“며 ”외롭고 힘들 때마다 써두었던 글 속에서 지난 세월의 많은 사연들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음을 느껴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194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경북 김천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는 월간 <한국시>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몰라서 마음 편한 세상>, <유리벽>,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7

아리랑의 역사와 지역별 특성 담은 기록도서 출간

한국 대표 민요로 꼽히는 아리랑을 기록한 출판물이 나왔다. 국립무형유산원이 국가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 일환으로 제작한 기록도서 ‘아리랑(흐름 출판사)’을 출간했다. 351쪽 분량의 책에는 아리랑의 정의와 범주, 생성의 역사, 지역별 아리랑 특징과 현황이 담겨있다. 기록화 작업에 참여한 경인교육대학교 김혜정 교수는 이번 작업에 대해 "아리랑의 음악·문학적 특성, 전승의 전통·향유 방식 등으로 아리랑의 전형을 구하고 전승의 전형을 구해 기록했다”며 “우리가 보전하고 전승해야 할 아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리랑은 이제껏 그래왔듯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무형유산으로서 아리랑을 바라보는 우리는 그러한 확장을 장려하고, 때로 주도해야 할 임무가 있다. 자유로운 변주와 확장이 아리랑의 전형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18쪽)” “아리랑은 그동안 다양한 의미와 가치로 평가받아 왔지만 불변의 가치는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점이라 본다.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아리랑을 만들어 부를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아리랑을 위해서, 아리랑의 건강한 전승을 위한 정책으로써 ‘모두의 아리랑’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197쪽)” 현재 아리랑은 민족적 위상 등에 힘입어 교과서에 실렸다. 보존 가치와 전승 노력 등에 근거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예술성과 학술성을 입증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아리랑은 특별한 날 행사에서 불리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구매한 음원을 통해 감상하는 수준으로 전과 같이 활발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책을 통해 아리랑이 오늘날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날 경색된 남북관계를 하나로 이어 사회적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낸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정서를 담는 표현 도구라는 불변의 가치가 살아있는 한 ‘아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지역 콘텐츠의 힘, 정선옥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 출간

지역 콘텐츠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정선옥 극작가가 희곡집 '전북을 스토리텔링하다(전북문인협회)'를 출간했다. 작가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작업해 온 만큼, 희곡집을 바라보는 애정도 남다르다. 정 작가는 “노인 하나가 세상을 떠나면 그 노인이 다녔던 길이 사라진다고 한다”라며 “그들이 품고 있던 이야기 역시 길보다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 지역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소중한 작업”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이 책에는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재구성한 ‘선녀와 나무꾼’을 비롯해 완주군 삼례읍 지명에 담긴 사연을 엮어낸 ‘여시코빼기’, ‘내 소리를 받아가거라’, ‘변사또 생일잔치’ 등 10편이 수록됐다. 전라도 지역의 인물과 이야기, 지역민들의 일상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다. “위봉사 폭포와 위봉사 절이 뒷배경이다. 정이는 집을 떠나서 위봉사란 절의 하인이 되어 소리공부에 전념한다. 정이의 소리공부 장면은 창자의 소리가 들리면서 피를 토하는 장면이 나오고, 피를 토하면서도 계속 소리공부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자의 소리가 나오는 동안 정이는 이야기를 마임으로 보여준다.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중에서, 156p)" 희곡은 소설이나 수필과 다르게 구체적인 배경설명은 없다. 어떤 공간인지 사건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작가는 대사와 지문 안에서 독자가 장면을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인물의 행동과 감정, 지역어를 활용한 대사 등이 '전북의 정체성'을 공고히 만들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 전북문협 김영 회장은 책 인사말에서“전북을 스토리텔링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전래이야기를 현대의 흐름에 맞춰 재발견하는 의미로 가치화 될 것”이라며 “고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이룩해낸 놀라운 창의력과 가담항설을 생생하게 글로 담아낸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10 16:57

이영희 시인, 어린이의 마음 대변하는 동시 '택배 왔습니다!' 출간

“알람 소리 열 번 울려도/ 음냐음냐 비몽사몽/ 우리 언니/ 딩동! 딩동!/ 벌떡 일어나/ 후다닥 눈곱 떼게 하는/ 신기한 한마디/ 택배 왔습니다!”(시 ‘택배 왔습니다’)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이영희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 <택배 왔습니다>(청개구리)을 세상에 내놨다. 동시 쓰기를 잊어버린 행복과 꿈, 동심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 표현하는 이 시인은 이번 동시집 속에 모든 어린이가 재미있게 읽고 행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가득 담아냈다. 이 시인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특별한 눈맞춤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할머니 마음,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자연의 마음을 즐거운 동시 여행을 통해 마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해성을 통해 이번 시집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한 동시’라고 평했다. 이 아동문학가는 “이 시인은 아이들 편에 서서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동시에 담았다”며 “공부와 시험 등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할머니의 따스한 품 같은 동시집을 통해 어린이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완주 고산 출생인 시인은 제36회 전북 여성백일장 산문 부문에 입상했으며, <소년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전주사람 전주 이야기>, <창암 바람>, <참 달콤한 고 녀석>(공저),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현재 시인은 전북 아동문학회, 전북 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1.10 16:5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최기우'이름을 부르는 시간'

<이름을 부르는 시간> 희곡집은 동학농민혁명에 함께 한 이름 모를 하나하나를 위해 들꽃으로 상여를 장식하며 그 이름을 불러보는「들꽃상여」, 걸인성자라 불리운 이보한의 전주 3․1운동을 이끈「거두리로다」, 「1927 옥구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확고한 정신으로 일제에 대항한 농민운동과 젊은 혈기에 불타는 장태성의 이야기. 「수우재에서」는 시조 시인 가람 이병기의 생가를 배경으로 조선어학회 독립운동으로 간주해 관계자들을 핍박한 조선어학회사건이 소재다. 마지막으로 전북대학교 학생 이세종이란 5․18민주화운동 첫째 희생자의 비극적인 죽음인 「아! 다시 살아…」를 끝으로 다섯 편의 희곡이 담긴 희곡집이다. 최기우 극작가의 문장은 때론 젊은 패기가 넘쳤다가 밑바탕에는 오랜 연륜이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그는 젊다. 오랜 역사물이 소재인 이유는 아니고, 그는 시시때때로 문장을 가지고 논다. 내가 처음 일제의 잔인함을 목격한 것은 연속극 ‘여로’였다. 온갖 고문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TV에서 고문당하는 사람이 실제로 느껴져 끔찍해 하던 옛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섯 편의 희곡을 읽으며 그때처럼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선봉자들 뒤를 따랐던 이름 모를 사람들 하나, 하나가 쉽게 지나가지지 않았다. 「들꽃상여」에서 ‘아무 것도 아닌게 힘을 보태제, 있는 놈이믄 허긋어?’라고 한 등록개의 말이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란 말만 들었을 뿐인데 기뻐하는 모습은 깊은 억눌림이었다. ‘같다’는 말에 딴 세상을 맛보게 된 등록개의 탄성이 경이롭다. ‘같을 동’ 이름으로 힘이 실어지는 순간에는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전봉준이 “우리 모두 등록개다.”’라고 외치는 말이 얼마나 절실하던지 가슴이 뭉근하다. 김서방에게 언년이 등록개를 찾을 때, 조선 팔도 쌔고 쌘 이름이 개똥이 아니믄 소똥, 말똥, 된똥인데 어찌 찾으려 하냐며 반문한다. 같은 이름 개똥일지라도 소중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름 없는 혼들을 태운 들꽃상여는 어디에도 없는 보상이다. 「들꽃상여」만으로도 가슴 벅차 다른 희곡의 서평은 지면이 모자라다. 「거두리로다」의 기인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은 독특하기 그지없다. 배려, 존중, 희생과 배풂 이보한이 말하는 애국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1927 옥구 사람들」젊은 혈기 장태성은 매질도, 봉변도, 징역도 두렵지만, 피하지 않을 거란 다짐이 굳건하다. 일본 앞잡이 백승일에게 ‘밤이 어둡다고 백 년 가도 날이 안 샐 줄 아느냐?’는 일침은 번쩍이는 칼날이었다. 「아! 다시 살아…」이세종! 외치고 싶을 정도로 5․18항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안 오는 버스를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여중생이었다. 이한열, 박종열 열사에 눈물 흘렸었다. 모르고 지났을 그 이름, 이세종을 불러본다. 일제의 압박에 눌린 사람이 전봉준, 등록개, 소리쇠, 언년이, 이보한, 장태성, 이병기…만 있을까마는 희곡집『이름을 부르는 시간』을 통해 이름 하나하나 진심으로 불러본 시간이었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됐으며, 같은 해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 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10 16:56

원불교 초기 교단 모습 생생히 담아내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와 원불교 초기 교단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기록유산이 정선돼 발간됐다. 10일 원불교 기록유산 사업단은 10년간 이어질 대장정의 첫발로 ‘원불교 기록유산 총서’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단의 1차 성과물인 총서는 1928년 창간된 원불교의 초기 기관지인 ‘월말통신’을 총 3권으로 나눠 담은 것으로, 원문과 현대문, 원본을 스캔해 이미지로 담아내고 연구자나 일반인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발간에 앞서 사업단은 기록유산들의 수합·정리·현대화 과정에서 3가지에 중점을 뒀다. 먼저 자료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위해 원불교 자료 총서와 원불교 기록관리소 소장본을 상호 대조해 원본을 확정하는 정본화 작업을 진행하고, 이어 수기로 적힌 내용을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했다. 특히 기술자(記述者)에 따라 국한문 혼용, 한자 약자를 비롯해 이체·초서체로 쓰인 내용을 하나하나 판독하는 데 정성을 들였고, 입력된 원문은 원불교 역사 전문가인 오광익·주성균·고원국·염관진·오선허 교무와 손시은 교수(국문학 박사)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최소 7~8회의 교감·교열을 거쳐 정제했다. 또 원문의 오탈자 역시 맞춤법에 맞춰 수정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각주로 명기해 전문적인 자료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일반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해 현대문 표기 작업을 진행하면서 원문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특히 일상적 어휘를 활용해 가독성을 높였고 필요한 경우에는 각주로 그 의미를 자세히 풀었다. 마지막으로 원본 이미지를 기준으로 일련번호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쉽게 총서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료의 활용성을 챙겼다. 사업단은 총서를 비롯해 향후 결과물들이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기반이 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업 중반기에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해 PC와 모바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는 특정 종교에 국한된 정보가 아니라 호남 지역의 향토사와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시용 사업단장(원광대학교 교학대학장)은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요,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총서를 통해 원불교의 기원을 살피고 과거를 여행하는 일은 결국 미래를 열어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지혜로운 방법”이라며 총서와 사업단의 결과물에 대한 각계의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원불교 기록유산 사업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32년까지 사업을 진행하며 매년 초기 정기 간행물, 초기 교서, 초기 교단 관련 문헌, 개인 수필 문헌, 사업 보고서 등을 차례로 정리해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송승욱
  • 2024.01.10 15:38

"전북문단에 큰 빛"…제35회 전북문학상 시상식 개최

전북문인협회(회장 김영)가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제35회 전북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전북애향본부 총재), 정군수 석정문학관장, 김경희 전북문학관 아카데미 교수 등이 참석했다. 전북문학상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북문인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창작활동이 활발하고 전북 문인협회 발전을 위해 공헌한 문인에게 주는 상이다. 이번 문학상은 문단 활동 공적과 등단 연도, 작품성을 기준으로 심사해 이소애 시인, 양영아 수필가, 이정숙 수필가, 김기찬 시인, 표순복 시인 등 5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와 함께 전북문인협회 정읍지부와 진안지부가 우수지부로 선정되었고 정남숙 수필가와 이의 수필가가 각각 ‘올해의 수필인상’과 ‘리더스 에세이상’을 수상했다. 전북문인협회 김영 회장은 “전북문학상을 수상하신 다섯 분이 지난 20년간 지역 문단에 봉사해 주신 분들”이라며 “전북문학상이 제 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라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소재호 전북예총 회장은 이날 지난 3년간 전북 문단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김영 회장의 공로를 치하했다. 소재호 회장은 "전북 문단 60년사 첫 여성 회장으로서 큰 과업을 이루었다"고 김영 회장을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김영 회장은 "전북 문단에 어진 어른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공적을 돌렸다. 명예 시인이자 전북 예총 진흥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앞으로도 문단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전북 문단의 무한한 발전을 응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1.07 17:02

[전북의 문학 명소] 16. 연인과 함께 가면 좋을 문학 명소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에 계절과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봄이면 봄이라서 여름은 더위를 피해, 가을은 원숙한 사랑을 위해,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 한잔에 다가올 내일을 약속한다는 핑계로 어디든 떠나보자. 둘 사이에 문학이 슬며시 끼어든다면 더 좋을 여행이다. 남원, 정읍, 임실. 완주군 곳곳에 둘만의 사랑을 더욱 굳건히 할 문학 명소를 소개하려 한다. △사랑 이야기로 더욱 애틋한 여행 고전소설 「춘향전」은 남원을 배경으로 한 이도령과 춘향의 달달 구리한 사랑이야기이다. 우리나라 로맨스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춘향과 이도령처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남원춘향테마파크를 소개한다. 테마파크 내부를 걸으면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을 통해 「춘향전」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나누던 부용당 앞에서는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손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사랑의 탑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굳건한 사랑을 맹세하게 된다. 손을 잡고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시 한 편 한 편에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한 층 한 층 커지리라. 사소한 일로 다퉜다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도 좋다. 웃음을 잃어버린 연인에게 아기처럼 밝고 환한 웃음을 선물할 기회다. 종이 한 장에 꽉 들어찬 꽃송이 하나가 불편한 감정을 일순간 사라지게 한다. 어느 새 손을 맞잡고 꽃밭을 걷고 있는 서로를 만나게 된다. 화가이면서 작가인 김병종의 『화첩기행』 연작을 읽고 미술관을 나서면 그림마다 자연스레 스민 그의 깊은 사유가 담긴 문장도 함께 떠오르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쉼이 필요한 연인이라면 (구)서도역 영화촬영장을 권한다. (구)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다. 이제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을 배경으로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해보자. 역할 놀이가 시들해질 때쯤이면 양쪽 선로에 나란히 서서 균형을 맞춰 걸어보자. 한쪽으로 기울었던 관계가 조금씩 평형을 이루면서 사랑이 더욱 안정되어간다. 꽃터널이 만든 그늘에서 말없이 쉬는 것도 좋다. 진짜 사랑은 말하지 않았을 때 더욱 깊어지는 법. 시간이 된다면 지척에 있는 「혼불문학관」에 들러 소설 속 서도역을 살펴보자. 역을 통해 들어오고 떠난 이의 삶을 통해 만남과 이별이 주는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때가 내 옆 사람이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데이트하기 좋은 삼례 여행 완주군 삼례는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정말 많다. 먼저 고풍스러운 느낌의 삼례예술촌은 일제가 삼례를 수탈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지은 양곡 창고를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외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목적에 맞게 현대적으로 개조한 덕분에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는 입구에 놓인 맹꽁이 조형물을 시작으로 4개의 전시관과 다목적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로스터리, 실내와 야외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 유수경의 동화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는 이곳 삼례가 한내로 불릴 때 겪었던 아픈 역사를 담은 동화다. 짬을 내어 나란히 벤치에 앉아 그림책을 읽으면 삼례 여행의 첫발을 제대로 디뎠다 할 수 있다. 삼례문화예술촌을 나와 (구)삼례역으로 걸으면 대각선 방향으로 삼례책마을문화센터가 보인다. 이곳은 10만여 권의 헌책을 보유한 전국 최대 규모의 헌책방이다. 빽빽하게 꽂힌 헌책 사이를 걸으며 책등을 쓸어 보아도 좋다. 연인에게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언어를 귓속말로 들려주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느껴진다. 자신만의 내밀한 언어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확신을 주는 순간이다. 걸음을 더 옮겨 비비정으로 날 듯 가보자. 비비정은 완주 8경 중 하나로 전주천과 삼천이 합류하여 들어오고, 고산천과 소양천이 한 몸이 되어 만경강으로 흘러가는 지점이다. 김은숙 시인의 「비비정에 달 뜨거든」에서 수천수만의 은빛 가루 날리며/ 중천으로 솟은 달이/ 물속으로 뛰어내린다는 비비정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연인에게 노래 한 곡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이곳에서 서로의 가슴속에 달을 품고 등을 맞대고 서보자. 등에서 뿌리가 돋아 서로가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판타지를 경험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사랑의 언어로 가득한 섬진강 여행 ‘두꺼비 섬(蟾)’자를 붙인 섬진강은 시의 강이다. 시인 김용택의 시 「섬진강」 연작도 그러하거니와 수많은 문학 작품이 섬진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진안에서 발원하여 임실, 순창, 남원, 곡성, 구례,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가기에 섬진강은 남도의 심성을 닮았다. 남도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구불거리던 핏빛 처연한 아픔을 담은 강. 「섬진강3」의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을 낭송하노라면 기쁘고 행복했던 둘 만의 사랑이 섬진강 물줄기처럼 더욱 힘찰 거라 장담한다. 옥정호에 세워진 섬진강물문화관에는 김용택의 시『섬진강』을 비롯해 최명희의 소설 『혼불』과 박경리의 『토지』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섬진강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은 강이었나 싶은 순간, 찰랑거리는 섬진강에 발을 적시며 어깨를 기대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주고받는 눈빛만큼이나 빛나는 윤슬에 마음을 뺏길지도 모르니 조심하시라. 옥정호가 보이는 시골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박성우 시인의 「자두나무 정류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아도 좋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온전한 두 사람만의 시는 그렇게 탄생한다. 진실하고 특별한 관계일수록 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향한 간절함이 커진다. 서로에게 틈을 허락하자. 그것은 곧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마음이다. 그 틈으로 소살소살 사랑의 시와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하자. /김근혜(동화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01.07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15. 풍경으로 물들어가는 사람과 문학

△세월도 그리움으로 잠깐씩 정차했다가 떠나는 곳, 간이역 전라선 구간은 익산에서 여수까지다. 이 사이에 수십 개의 역이 놓여 있고, 역마다 어딘가로 떠나고 또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규모가 작은 역들이 하나둘 폐쇄되었다. 마찬가지로 간이역마다 들렀던 비둘기호와 통일호의 운행도 끝났다. 한 시절이 막을 내렸다는 뜻이다. 느림의 미학이 사라지고 속도가 철길을 지배하게 되면서, 역에서 만들어졌던 추억도 희미해졌다. 그 시절 기다림과 설렘으로 아름다웠던 대합실 풍경이 흑백사진처럼 시대의 앨범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완주의 삼례역에서는 어쩐지 상행선이 기다려진다.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발길이 향했던 것처럼, 삼례역에는 언제나 서울을 향해 눈 부릅뜬 사람의 표정이 숨어 있다. 가난했던 시절, 앳된 소년과 소녀들이 작은 보퉁이를 끼고 무작정 상경했던 곳. 까만 눈을 크게 두리번거리며 서울역에서 내려 구로공단으로 스며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손등 까만 노년이 되어 돌아올 것만 같다. 삼례역에서 뿡뿡 기적을 울리는 기차를 이렇게 묘사한 적 있다. “단 한 번도 탈선해보지 못했으므로 기차는 저렇게 서서 우는 것이다”라고. 그러니 삼례역에 가면 우리 앞에 놓인 운명으로부터 멋진 탈주를 꿈꾸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삼례역에서 하행 기차를 타면 전주를 거쳐 이내 임실역에 닿는다. 임실역이 궁금하다면 임실 출신 정우영 시인의 시를 읽어보라. “끝내 떨치지 못할 그리움이 개똥범벅된 침목처럼 나직나직 가라앉아서 그늘 파인 가슴속 깊숙이 갇혀 있다가도, 가끔씩 산굽이를 돌아오는 기적 소리에 헛험헛험 초첨 잃은 기침을 뱉으며 허리를 곧추세우는 곳”이라고 한 시인의 말처럼, 임실역은 임실 사람들 가슴속에 들어있다. 그래서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이 되면 임실 사람들은 저절로 밭은기침을 한다. 그게 임실역과 함께 살아온 임실 사람들의 그리움이다. 임실역에서 좀 더 내려가면 오수역이다. 오수역은 전라선 선로 개량공사와 더불어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가슴에는 옛 오수역에 기차가 정차한다. 가을이면 역 마당에 선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노랗게 하늘을 떠받들고 있던 곳. 붉은 벽돌로 지은 역사와 더불어 가을을 다투던 은행나무 그늘에서 기차를 기다리면 오래전 헤어졌던 연인이 어느새 옆에 서 있을 것만 같다. 오경옥 시인이 시 「오수역」에 쓴 것처럼, 오수역에는 “전라선 무궁화호 완행열차가 기적을 울리면/ 하늘거리며 작아지는 얼굴들이” 활짝 웃으며 개찰구를 빠져나올 것만 같다. 구 서도역은 남원역에 닿기 전에 있지만, 지금은 선로가 바뀌어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옛 역사와 선로가 남아 있어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이곳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 나오는 강모가 만주행 기차를 탔던 곳이다. 소설에서 “우리 마을 저 앞 서도역(書道驛)에 서는 기차를 보아라. 제아무리 그 형체를 거대하고 공교하게 만든다고 해도, 기계는 수(水) · 화(火)가 없으면 못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하여 근대의 상징물인 기차에 관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서도역은 2018년에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구동매(유연석 분)가 아씨 고애신(김태리 분)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서도역은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인생이 궁금하다면 우선 길 위에 서 보라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 있다면 그건 단연코 길일 것이다. 움직이는 순간 길은 만들어진다. 그래서 길은 삶과 같다. 인간이 태어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하면서 길은 시작하고,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되면 그의 길도 사라진다. 철학자들이 길과 인생을 비유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길이 다 걷고 싶은 건 아니다.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우리는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럴 때 그 길은 평탄하지 않아도 좋다. 섬진강길은 문학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길이다. 완만하게 굽이치며 흘러가는 맑은 섬진강을 따라 길이 놓여 있고, 그 길가에 시를 새긴 돌이 서 있다. 김용택 시인의 생가에서 천천히 길을 잡고 나서면 섬진강 강물도 보폭을 늦춘다. 그리고는 시비 앞에 이르러 마치 시 구절을 읊듯 찰방거리며 소살거리며 흐른다. “아름다운 사랑 짊어졌으리”라고 한 김용택 시인의 시 구절처럼 섬진강길은 아름다운 인생을 등에 지고 오늘도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쩌면 그 길은 시인의 길이면서 시의 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밤이 되면 섬진강길 위로 그리고 길옆 시비 위로 별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별이 내리는 길은 또 있다. 남원에서 나선 길이 정령치에 다다르면, 길은 인간의 가장 높은 시선에 자리한다. 정령치에 오르면 지리산 능선이 이마 높이에서 빛난다. 마치 공중에 그어진 누군가의 눈썹처럼, 지리산 능선은 아름답다. 그래서 정령치휴게소에는 이원규 시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거든」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라고 한 것처럼, 정령치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언제나 새롭다. 정령치에 오르는 길도 계절마다 첫 마음처럼 낯설다. 완주군 소양면과 동상면 경계에는 연석산이 있다. 연석산을 오르는 등산로에는 이곳 출신 배학기 시인의 시 「그리운 연석산」을 돌에 새겨 놓았다. “그리움 애써 숨기며/ 기다리던 나의 어머니”라고 한 것처럼, 연석산은 사람들에게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연석산 등산로에 서면 저절로 가슴이 부푼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석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에 연석, 즉 벼룻돌이 많이 나서다. 그래서 등산로를 걷는 발길이 마치 커다란 벼루를 가는 먹의 움직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당장 가까운 마을로 가자 길은 길목마다 낮게 엎드린 사람의 마을을 품는다. 마을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사람이 그리워지면 발길은 저절로 마을에 닿는다. 마을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마다 사람살이의 비밀이 담겨 있다. 문학은 그런 비밀을 하나씩 세상을 향해 꺼내놓는다. 그러므로 문학은 사람의 마을에서 태어나고, 사람의 비밀을 품는다. 문학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마을 가운데 하나가 절골마을이다. 임실군 덕치면 회문리 절골(寺洞)은 대한제국 말의 학자이며 순국지사인 조희제(1873∼1939)의 삶터였다. 그는 이곳에서 염재야록을 집필했다. 염재야록은 1895년부터 1919년까지 절의(節義)를 세운 의열선비와 의병들의 실적과 문헌을 수집해 편찬한 책이다. “나라가 망한 날에 이르러 절개와 의리를 지킨 행적이 가장 왕성하게 펼쳐진 지역으로는 호남을 으뜸으로 칭하며”라고 하여 호남 선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마음을 바로 세우고 단정한 삶이 그리워진다면 절골마을을 추천한다. 남원에는 두 개의 흥부마을이 있다. 아영면 성리 상성마을은 제비다리를 고쳐준 흥부가 복을 받았다는 곳이고, 인월면 성산리 성산마을은 「흥부전」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마을이다. 성산마을에 살던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상성마을로 간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다들 알고 있다. 극작가 최기우는 “형님, 형수님, 우리 저 박 두 개를 마을 정자나무에 매달아 놓읍시다. 착하게 살믄 복을 받고, 흉허게 살믄 벌을 받는 것을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합시다.”라고 희곡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에 썼다. 그런 점에서 흥부마을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세상의 이치가 완성된 곳이다.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은 고전소설 콩쥐팥쥐전의 배경 마을로 알려져 있다. 고전소설이 핵심 주제로 다루는 권선징악 이야기로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구조가 유사하다. 계모와 팥쥐에게 구박을 받던 콩쥐는 원님의 생일잔치에 못 가고 힘들게 일만 한다. 여기까지가 동화 형식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뒷이야기는 참혹하고 잔인해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콩쥐는 원님과 혼인하지만, 이를 질투한 팥쥐가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인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하다면 앵곡마을에 가서 한 번 알아봐도 좋겠다.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은 우리나라 8대 오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밤나무가 많아 율치로 불리며, 만경강이 발원하는 밤샘이 있는 곳이다. 동화작가 유수경은 밤티마을을 공간 배경으로 하늘 아래 첫 동네 밤티를 썼다. 인간과 자연이 경계 없이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채연이와 길고양이 새벽이는 비 오는 어느 아침, 밭일을 가신 부모님을 찾아 산밭에 갔다가 두더지를 만난다. 두더지 동굴에 굴러떨어진 채연이와 새벽이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공간에서 모험을 시작한다. 과연 이들 앞에 얼마나 신나는 모험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임실군 진뫼 마을은 시인의 마을이다. 섬진강이 돌아나가는 이곳은 자연 자체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시인이다. 이곳에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고, 김용택 시인의 시가 있으며, 김용택 시인이 있다. 그뿐인가? 김도수 시인이 있고, 김도수 시인의 시가 있고, 김도수 시인의 집이 있다.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시이면서 시집인 곳이다. 그래서 진뫼 마을에서 한나절 뒹굴다가 나오면 시집 한 권을 통째로 다 읽은 기분이 든다. 봄꽃 피는 날에도, 가을 햇살 내리는 날에도, 한겨울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에도, 여름날 섬진강이 서늘하게 흘러가는 날에도, 진뫼 마을은 이 땅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시처럼 그곳에 그대로 있다. 그 풍경들을 이제 더 사랑하기로 하자. /문신(문학평론가, 우석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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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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