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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여행 에세이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꿈꾸기 마련이다. 무더운 지역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기 아프리카는 대중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통해 광활한 사바나 평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아프리카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여행에세이집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에이블북)를 펴낸 안정훈 여행작가는 TV로만 보던 아프리카를 향해 짐 가방을 꾸렸다. 그리고 260일 동안 이집트,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11개 나라를 종단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와 사진들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저자는 “오대양 육대주를 밟아봤는데 아프리카는 모로코 한 나라밖에 못 가봤다”며 “코로나19로 2년여를 갇혀 지내다 아프리카 종단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묘한 끌림의 땅 아프리카에서 생생한 여행담을 기록했다. 푸른 초원과 맑은 하늘 아래 어울리는 동·식물들과 70대가 감당하기 어려울법한 체험들도 많았다. 1만 2000피트 상공에서 과감하게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청년들과 어깨를 맞대며 바이크를 타고 사막을 누볐다. 험한 오지여행을 가로막는 건 결코 나이가 아니었다. 열정이 얼마만큼 있는지에 따라 힘든 도전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장을 한 장 씩 넘기다보면 어느새 아프리카 곳곳의 속살을 꺼내어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진 사람들에겐 ‘나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고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기존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군산 출신인 저자는 퇴역 공군 장군으로 2020년 첫 번째 세계일주를 마치고 <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바퀴>를 출간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북토크를 개최했던 그는 3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최명희문학관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 북토크가 끝난 뒤에는 전주한옥마을 신뱅이에서 전주비빔밥을 제공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9 17:49

김필로 첫 시집 ‘섬마을 사람들’ 출간

어느 간병사가 병원이란 작은 섬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시로 써냈다. 김필로 시인의 첫 시집 <섬마을 사람들>(단한권의책)이 그것이다. 오랜 시간 근무했던 약국을 떠나 우연한 기회로 요양보호사 일을 알게 됐다는 시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러 환자들과 만난 경험과 생각들을 차분히 모아 삶의 단상을 시로 써내 문학 작품으로 남겼다. 호수와 가까운 곳에서 거닐고 상념에 잠기는 산보가 유일한 취미였던 그는 틈틈이 시를 써왔다. 흰 종이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렸던 낙서 같은 점들이 어느 순간 글이 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시인은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수줍게 시로 표현했다. “지구라는 큰 섬을 떠나/ 몹쓸 병원이라는 작은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 작은 섬마을의 일상은 안타깝고 막막하지만/ 저마다 뱃고동 같은 삶이 이어진다”(시 ‘섬마을 사람들’ 중 일부) 표제작인 이 시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병마와 싸우는 고립된 공간을 섬마을로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섬마을은 환자들이 재활을 꿈꾸는 처절한 희망의 공간이자 존재를 위한 기본적인 욕구가 일렁이는 원초적 구원의 공간이 된다. 왕태삼 시인은 해설을 통해 “사랑의 전운이 감도는 시인의 시 세계를 들여다보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병사의 처지와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게 된다”며 “이번 시집이 시인에게 최초의 시적공간이면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탈출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필로 시인은 “눈, 코, 입이 반듯하지 못한 첫 시집이지만 1부에서 10부까지 한 편도 허투루 쓰지 않고 진솔한 마음을 담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문학시대로 등단한 시인은 현재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시창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9 17:49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김여화 '운암강'

섬진강은 물줄기가 지나는 마을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진안 백운에서는 백운강, 임실 관촌은 오원강, 순창은 적성강, 곡성은 순자강·압록강이다. 임실 운암을 흐르는 물은 지금 ‘옥정호’라고 불리는 호수 같은 강이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운암강이라고 부른다. 옥정호는 1928년 섬진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운암댐을 만들며 생긴 인공호수다. 1965년 대한민국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호수는 더 넓어졌지만, 기존 운암댐과 함께 마을·농경지가 물에 잠기면서 수몰민들의 슬픈 사연은 깊어졌다. 옥정호 물은 더 서럽고 애틋해졌다. 김여화(1954∼2023)의 장편소설 『운암강』(유월의나무·2015)은 강이 품은 숱한 곡절을 담았다. 작가는 섬진강댐 건설로 통째로 물에 잠겨야 했던 입석리 잿말(嶺村)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이 겪었던 사연을 구절구절 풀어 놓는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던 이야기,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던 이야기, 강물에 묻어 버린 이야기들이다. "갑진년이 저무는 섣달그믐 그 밤이 지나면 을사년이 시작되는 정월의 초하루다. 때는 65년 2월 1일 일진은 정해를 맞는다. 잿말 사람들은 섣달에 한전 사무소로 삼삼오오 몰려가 그곳의 휴게실을 점령하고 하룻밤 묵어 연일 농성을 벌이고 열두 가지의 조건을 붙여 데모하였더니 경찰관들을 동원 강제 해산시키니 주모자를 색출한답시고 조사를 벌이고 뒤숭숭한 상태에서 새해를 맞는 감회는 남다르고. 이제 이곳 잿말에서 차례를 올리는 것으로는 마지막이다. 실로 500여 년 잿말이 생기고 나서부터 평화롭고 정말로 아름다운 국사봉과 강과 넓은 들이 있어 풍요로웠던 구성물 앞 마당벌 구름이 이번 설을 쇠고 나면 미구에 해가 가기 전에 수장되리라. 저 멀리 묵방산 넘어 자시라지는 해는 잿말 구성물 사람들의 이렇듯 의미 깊은, 아쉬운, 쓰리고 애리는 가슴을 알고나 있는지 무장무장 저 홀로 묵방산을 넘고 있다." (김여화의 소설 「운암강」 중에서) 잿말은 수몰되기 전까지 면사무소·파출소·초등학교가 있는 운암면 소재지였으며, 임실군의 동학농민혁명과 3·1독립만세운동의 중심이 되는 마을이었다. 전주최씨 집성촌으로 양요정을 지은 최응숙이 여생을 보낸 곳이며, 조선 시대에 진사를 1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바르고 곧은 기운이 가득한 곳이었다. 마을 뒤에 있는 작고 낮은 산이 국사봉(475m)이라는 큰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섬진강댐 20년사』에 따르면 임실군 운암면·강진면·신평면·신덕면과 정읍시 산내면 5개 면 24개 마을 93㎢가 수몰됐고, 2,786세대 1만 9,851명의 이주민이 생겼다. 정부는 수몰민을 부안군 계화도와 경기도 반월로 이주했지만, 이주지 조성이 제때 되지 않아서 상당수 주민이 고향 가까운 곳으로 돌아왔다. 슬픔은 반복되었고 아우성은 커졌다. 그 소리를 놓치지 않은 이는 작가 김여화뿐이었다. 올봄, 작가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수필집 『임실, 우리 마을 옛이야기』, 『그림이 있는 임실 이야기』, 『임실의 먹거리 이야기』, 어휘사전 『임실 사투리 어휘록』 등 그가 남긴 흔적은 온통 임실이다. 작가가 수몰민의 아픔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임실도 작가 김여화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29 17:49

춤으로 전하는 백제의 문화…금파춤보존회 '대지로의 귀환, 백제 아리랑' 30일 개최

문명의 교차로였던 백제문화를 귀로 듣는 춤,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재조명한 무대가 펼쳐진다. (사)금파춤보존회는 오는 30일 오후 1시와 오후 7시 총 2차례에 걸쳐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백제 아리랑 2-대지로의 귀환’를 공연한다. 금파춤보존회 금파무용단 주최‧주관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백제의 이미지를 춤으로 꾸며진다. 이번 공연은 백제 유민의 후손으로 사막과 초원을 오가며 살아가는 청년 ‘모랑’이 푸른 매 ‘쿠치’가 전해 준 신비의 방울을 얻게 되며 시작한다. 이어 백제의 기악무를 비롯해 금동용봉봉래산향로, 왕궁리 유적, 사리장엄구 진신사리의 유물은 물론, 타클라마칸 사막과 파미르고원을 넘어 천년 서사의 영토 극동 시베리아를 지나 푸른 강역 한민족의 고향 바이칼 등을 담아내며 백제의 문화를 재조명한다. 애미킴 금파춤보존회 이사장은 “동용봉봉래산향로, 왕궁리 유적 등 백제를 대표하는 이미지와 상징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상상의 백제를 구상해 왔다”며 “그렇게 차곡차곡 실마리를 쌓으며 역사성과 대중성, 축제성을 모티브로 문명의 교차로였던 백제 문화를 재조명한 대서사극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고지신을 바탕으로 우리 고장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무용의 세계화에 이바지해 오고 있는 금파춤보존회가 오랜 침묵을 깨고 올리는 이번 공연에서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원 금파아트센터 센터장은 “백제는 푸른 바다를 누비며 문명의 교류에서 당당하게 중심에 섰지만, 쇠락의 그늘은 대륙에 이르러 짙어만 갔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백제를 담은 상상과 함께 멀어졌던 유민들의 슬픈 신화를 연결하고 백제의 숨결과 음율로 백제의 장엄한 귀환을 돕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24년도 수능수험표 지참시 무료입장 등 학생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티켓 예매는 나루컬쳐(R석 5만 원, S석 3만 원)를 통해 가능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6 17:10

[전북의 문학 명소] 4. 돌에 새긴 마음, 문학비를 찾아서

△남원시의 문학비 시비·노래비·기념석 등 다양한 문학비가 공원과 문화시설, 마을 어귀 등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 중 문학비가 가장 많은 곳은 남원시다. 교룡산국민관광지, 춘향테마파크, 호암시비공원에 시비들이 숲을 이뤘고, 구룡계곡, 만인의총, 변강쇠백장공원, 오리정, 유천마을, 정령치휴게소, 혼불문학관 등에도 각 공간의 특성에 맞춰 시비와 표지석 등을 세웠다. 교룡산국민관광지는 산책로 곳곳에 남원을 상징하는 작품이 돌에 새겨 있다. 고전소설 「춘향전」의 성춘향이 옥에서 들려준 「옥중시」와 이몽룡이 변사또 생일잔치에서 읊은 「어사시」, 임진왜란·정묘호란 때의 의병장 방원진(1577∼1650)의 시조 「애련곡」, 유천마을이 고향인 김삼의당(1769∼1823)의 시 「화만지」, 수지면 출신인 박항식(1917∼1989)의 시 「도라지 꽃」, 복효근의 시 「다시 밝혀 드는 동학의 횃불」 등이다. 교룡산(520m)의 허리를 타고 한 바퀴 돌아오는 둘레길에서 남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유서 깊은 교룡산성·선국사·은적암터도 살필 수 있다. 임권택의 영화 <춘향뎐>(2000)과 TV 드라마 <쾌걸춘향>(2005)이 촬영된 춘향테마파크에는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춘향전」과 남원을 소재로 한 시비들과 <남원의 애수> 노래비가 있다. 강은교의 시 「춘향이의 꿈노래」, 곽진구의 시 「오작교」, 길용숙의 시 「그리운 이몽룡」, 김동리의 시 「남원에서」, 김소월의 시 「춘향과 이도령」, 김영랑의 시 「춘향」, 박재삼의 시 「자연-춘향이 마음 초(抄)」, 복효근의 시 「춘향의 노래」, 성춘향의 시 「옥중시」, 양성지의 시 「광한루 예찬 시」, 진복희의 시 「춘향연가」 등이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사랑가 한 대목 절로 흐른다. 호암시비공원은 덕과면 만동마을 들머리에 남원과 연관 있는 조선 시대 선비 18인의 시를 돌에 새겨 만든 쌈지공원이다. 1789년(정조 13년) 창건된 호암서원이 가까이 있다. 향교동 유천마을에는 조선 시대 유일한 부부 시인인 담락당 하립(1769∼1830)과 김삼의당의 시비가 있다. 하립은 문집『담락당집』을 남겼고,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여염집 여인인 김삼의당은 글공부를 위해 먼 곳에 있는 남편에 대한 애정과 기대, 아이들의 육아와 시집살이, 일상 속 크고 작은 일들과 자연의 멋을 소재로 260여 편의 한시와 산문을 남겼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났다고 알려진 부부의 사연은 표성흠의 장편소설『교룡』에서 더 애틋하다. △순창군의 문학비 편백으로 가득한 국립회문산자연휴양림 ‘해원의 숲’은 김소월·김용택 시인의 시가 있는 산책로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가 새겨진 시비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산책로를 따라 나무 팻말에 담긴 「어느 날」, 「단 한 번의 사랑」, 「산벚꽃」 등 김용택 시인의 시가 마음의 휴식을 선사하며 걸음을 가볍게 한다. 귀래정 체육공원에는 순창읍 가잠마을 출신으로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던 권일송(1933∼1995)의 시 「반딧불」이 새겨진 시비가 ‘한 방울의 술’처럼 서 있다. ‘찢기운 조국’에서 ‘미쳐 돌아가는 용녀의 춤을 멎게 할 천동의 한바탕’을 기다리던 그는 많은 밤, ‘비에 젖는 공화국 헌법 제1조’를 꺼내 들고 ‘절망의 술잔’을 기울였다.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황량한 세상. 시인에게 술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서 어둠을 견디는 마지막 묘약이었을 것이다. 복흥면 동산마을에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인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9)의 유허비와 시비가 있다. 높이 1.8m의 유허비엔 그의 일대기와 사상을, 시비엔 그가 8살 때 지었다는 한시 「내장산」을 새겼다. △완주군의 문학비 문화예술공간 여산재는 돌에 새겨 펼친 시의 숲이다. 2003년부터 김남곤·정군수·조미애·황금찬·허소라의 시와 강현욱·김우종·김형석·박승·안숙선·정세균·지정환·최불암·함종한 등 유명인의 어록을 돌에 새겨 시비림(詩碑林)을 공들여 만들고 있다. “만발하는 꽃에 향기가 없다면 진실과 가치가 무너지듯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과 예술의 한 장르를 일궈 내겠다.”라는 것이 여산재를 설립한 국중하 수필가의 의지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삼례에는 삼례집회와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기념비’(삼례읍 삼례태평길 36-2)가 서 있다. 역사광장은 2003년 10월 10일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완주지부가 주도해 조성했으며, 동학농민혁명봉기 기념비, 추념의 장, 대동의 장, 동학농민군 출진상 등을 갖춰 동학농민혁명 속 삼례의 역사를 공고히 했다. 송기숙(1935∼2021)의 소설 「녹두장군」에 삼례에 모인 민초의 삶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임실군의 문학비 임실에도 문학비가 많다. 임실문인협회에서 2008년 사선대 진입로 작은 동산에 세운 임실문학비는 임실 문학인들의 기세를 높이는 문학비다. 『임실문학』 제30호 발간을 기념하고, 협회와 회원들의 문운과 단결, 애향을 기원하며 최풍성의 시 「글 동산에 모여」와 임실문협 회원 104명의 이름을 새겼다. 문학비를 세우던 2008년에 48명의 이름을 새겼지만, 이후 회원이 늘면서 문학비 옆에 비석을 만들어 56명의 이름을 더 넣었고, 앞으로 활동할 회원들의 이름이 들어갈 여분까지 남겨놓았다. 사선대 조각공원에는 임실이 고향인 가수 최갑석(1938∼2004)의 노래 <38선의 봄>과 <고향에 찾아와도>의 노랫말을 새긴 노래비가 있다. 섬진강댐 수몰민의 서러움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요산공원 ‘망향의 탑’에는 김춘자의 시 「사라진 흔적 가슴에 새기며」가 새겨 있다. 임실 문학비의 성지는 진뫼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이 있다. 진뫼가 고향인 수필가 김도수가 2006년 부모님이 땀 흘리며 일구던 밭에 세운 것으로, 사람들은 이 비석을 ‘사랑비’라 부른다. 자식들은 비단길 걷게 하겠노라고 힘든 가시밭길 걸어오신 부모님의 깊은 뜻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만, 여기 살아생전에 미처 다 드리지 못한 사랑을 조그마한 비에 새겨 기리려 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가난했지만 일곱 자식들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김도수의 수필 「월곡양반과 월곡댁에게 사랑비를 바칩니다」 중에서 수필집『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2015)에 실린 그의 글에서 식구들을 먹이고 키워준 논밭 다랑이 흙냄새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에 이르는 섬진강길에는 「농부와 시인」, 「향기」, 「봄날」, 「사람들은 왜 모를까」, 「나무」, 「섬진강1」, 「섬진강3」 등 김용택의 시를 새긴 시비가 여럿 있다. 섬진강길을 따라 유유자적 걸으며 맑은 물살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면 시와 삶과 풍경이 하나가 된다. 시비에 적힌 시를 소리 내 읽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시인이 된다.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26 10:00

[전북의 문학 명소] 3. 문학을 만나는 문화시설

△문학을 앞세운 공간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의 다양한 문화시설 중 문학인과 문학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은 16곳 정도다. 그중 남원시의 남원고전소설문학관과 혼불문학관, 순창군의 설공찬전테마관, 완주군의 그림책미술관과 삼례책마을문화센터, 임실군의 섬진강댐물문화관은 문학과 책을 앞세운 공간이다. 전라도 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 한 채 만복사 동쪽 골방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전라도 남원에 최척이라는 젊은이가 일찍 어머니를 잃고, 홀로된 아비와 살았다. ∥간호윤 역, 「최척전」 (선현유음) 남원고전소설문학관에는 한국 문학사의 보고인 남원의 숱한 자랑거리가 있다. 「만복사저포기」, 「변강쇠전」, 「최척전」, 「춘향전」, 「홍도전」, 「흥부전」 등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에 담긴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한다. 「만복사저포기」 속 노총각 양생은 바라던 여인을 만나 대대손손 잘 살았는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최척전」의 옥영에게 장육존불이 “삼가 죽지 않으면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으리라.”라고 했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전소설문학관 문을 열면 알 수 있다. 남원고전소설문학관, 설공찬전테마관, 섬진강댐물문화관, 그림책미술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혼불문학관은 최명희(1945~1998)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집필실을 재현해 놓았으며, 강모와 효원의 혼례식,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액막이 연날리기, 효원의 흡월, 청암부인 장례식, 춘복이의 달맞이 등 소설의 주요 대목을 디오라마로 소개한다. 서도역, 청호저수지, 종갓집, 호성암 등 소설 속 공간도 지척이다. 설공찬전테마관은 순창군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한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순창에 살던 설충란의 아들인 공찬이 죽은 뒤 혼이 돌아와 남의 몸을 빌려 이승에 머물면서 자신의 원한과 저승의 일을 들려주는 전기 소설로,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이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했다. 게다가 여성도 글을 알면 관직을 맡을 수 있고, 임금도 주전충(당을 무너뜨리고 후량을 창건한 중국의 장군) 같은 사람이면 지옥에 간다고 말하는 순창 설씨들의 기백도 느낄 수 있다. 테마관은 순창 설씨가 집성촌을 이룬 금과면에 2021년 문을 열었으며, 전시장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묘와 생가터, 관련 유적도 알 수 있다. 「설공찬전」은 「홍길동전」(1612)보다 100년 앞선 최초의 한글 소설(혹은 한글 표기 소설)로 꼽힌다.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그림책미술관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그림책특화미술관이다. 2층 건물인 미술관은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 관람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 동화 속 주인공을 본뜬 인형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관람객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는 10만 권 이상의 헌책을 보유한 헌책 애호가들의 성지다. 오래되고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잊혀 가는 고서적을 다시 숨 쉬게 했다. 헌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 사이를 걸으면 마른 낙엽이 깔린 숲길에 와 있는 상상에 젖는다. K-water 섬진강댐관리단에서 운영하는 섬진강댐 물문화관은 섬진강의 역사와 옥정호의 아름다운 비경을 알리기 위해 2015년 임실군 운암면에 세워졌다. 1층에서는 옥정호 이야기와 섬진강문화지도로 강의 풍경을 말하고, 2층 전시장은 김용택의 시 「섬진강」, 박경리(1926∼2008)의 소설 「토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 섬진강 물길에 담긴 굵직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강에 얽힌 역사·문화·사람을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에 추진된 구 운암댐과 섬진강댐 건설 과정에 대한 숨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오감으로 만나는 공간들 남원시의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완주군의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임실군의 필봉문화촌은 공연과 전시를 앞세운 공간으로, 연극·창극·국악뮤지컬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전통음악문화를 호흡하고 느끼며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마련된 국립민속예술기관이다. 1997년 문을 연 공연장 예원당(560석)과 예음헌(100석)은 소리의 맥을 잇는 다양한 공연을 올리며 과거와 미래가 민속 음악을 통해 만나고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한, 민속악 자료를 발굴하고 학문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에 힘써『대한민국 창극사』,『이야기로 듣는 남원국악사』,『전라도의 가락』,『전북의 허튼가락 산조』,『지리산 자락의 민요』,『호남춤의 맥 脈』 등 많은 학술자료를 내고 있다. 자료들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춘향문화예술회관은 남원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이다. 공연장에서는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 <만복사저포기>·<정유년 남원성싸움>·<여류명창 이화중선>·<춘향 아씨>, 가무악극 <남원뎐>, 창무극 <남원골이야기>, 국악뮤지컬 <시집가는 날>·<춘향 네 개의 꿈>, 퓨전창극 <소리꾼 청향>, 가족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 등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도시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 가고 있다. 춘향문화예술회관, 국립민속국악원, 필봉문화촌,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도 완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경천면 화암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비밀의 꽃 ‘화암우화전’>, 용진면 출신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삼례면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리극 <삼례, 다시 봄!>, 용진읍 봉서사에 부도가 있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 등이다. 특히,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 「콩쥐팥쥐」는 민속인형극 <콩쥐 팥쥐 꼭두각시 놀음>과 창작뮤지컬 <新 콩쥐팥쥐뎐>, 연극 <콩쥐팥쥐뎐> 등 다채로운 무대극으로 관객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필봉문화촌은 사시사철 임실필봉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이 울린다.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필봉농악은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된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붓끝처럼 생긴 마을 뒷산 필봉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선의 꽹과리 소리는/ 조선인의 혼 깨우는 소리/ 그 소리 울려 가는 곳에서/ 왜귀신 양귀신 혼쭐나고/ 은하계의 별들마저 신명춤 어우러진다 // 남원땅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하늘의 뜻이 있어/ 도깨비 거느리고 내린 신선/ 한 명인의 탯줄 끊으시니/ 그 울음 만고의 소리로 화하고/ 깽매 깽매 그 꽹과리 소리/ 지리산도 더덩실 어깨춤 흥겨웠어라 ∥문병란의 시 「꽹과리 소리 한평생」(부제 ‘故 양순용 선생 영전에 드립니다’) 윤미숙의 장편동화『소리공책의 비밀』(2009)은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혼 없는 소리는 울림도 없으며, 울리지 않는 소리로는 돌멩이 하나 감동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들려준다. 필봉문화촌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을 올리면서 임실필봉농악과 인물들을 소재로 새로운 문학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선조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있는 농악을 긴 세월 꿋꿋하게 이어오는 중벵이골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을 그린 ‘춤추는 상쇠’, ‘히히낭락’, ‘필봉연가’, ‘필봉아리랑’ 등 ‘웰컴투중벵이골’ 시리즈다. 모내기·김매기·물레질·혼례식·상여 등과 같은 전통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연희를 특징으로 해 ‘K-판 뮤지컬’로 불린다.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25 10:00

우주 최강 놀이꾼 코끼리유치원의 한 해, '엄지! 이리 와 봐!' 출간

아이처럼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유쾌한 엄마 코끼리가 꼬마 코끼리들의 씩씩한 외침과 거침없는 발걸음을 담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생태 유아교육과 유치원 유기농 급식의 새 지평을 연 유혜숙 전 코끼리유치원장이 코끼리 유아 생태교육 40년의 기록을 담은 책 <엄지 이리 와봐!>(아람)를 펴냈다. 책 제목에 표기된 ‘엄지’는 코끼리유치원 아이들이 유 씨를 칭하는 호칭이다.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놀기’를 좋아했던 엄지는 원하는 대학에 낙방하게 됐고 유아교육과로 진학하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과 평생 함께하게 된 이 운명적 선택에서 유 씨는 ‘공부에는 때가 없지만 놀이에는 때가 있으며, 평생 배우기 위해 어린 시절 실컷 놀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실제 책의 1부 ‘놀며 자라는 자연 놀이터’에는 사계절 자연과 함께 배우는 유아들의 이야기가, 2부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먹으며’와 3부 ‘앎에서 삶으로’에서는 고사리손으로 농사짓는 꼬마 농부들과 다양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이 실려있다. 마지막 4부 ‘코끼리에만 있는 일곱가지’에는 교재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제 교육 현장에서 구현해 냈던 코끼리만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 등 비법이 담겨 있다. 또 책에서는 땅을 파고, 모래를 뭉치고, 맨발로 온 세상을 누비는 아이들 등 코끼리 아이들의 톡톡 튀는 창의력으로 일궈낸 재미난 일상의 이야기들도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사진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맨발로 온 세상을 누비는 다섯 살 코끼리부터 가지·오이·배추·고추 농사에 김장까지 직접하는 여섯 살 코끼리, 단 한명의 낙오 없이 어른들도 힘들다는 한라산 꼭대기를 끝내 정복해 내는 집념의 일곱살 코끼리들의 이야기까지 실려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유 씨는 “그동안 제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의 실정에 맞는 놀이 교육을 개발하고 실행해 왔다”며 “이 책을 통해 다른 유아교육 기관에서도 우리도 북유럽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이 책은 코끼리 표 육아교육의 산증인들이자 이 교육을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인 ‘코만세(코끼리가 만드는 세상)’의 응원과 도움으로 출판될 수 있었다”며 “코끼리 교육을 지지하는 모든분께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1986년 전체 원아 종일제 보육 기관인 코끼리 아가방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생태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고 있으며, 전주시 어린이들의 놀이환경 개선과 부모 교육 활동울 펼치며 ‘아동의 놀 권리’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오는 28일 오후 3시부터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카페 부에나까사에서 놀이와 모험으로 사계절을 보내며 성장해가는 유아교육의 현장이 생생히 담긴 이번 책의 북콘서트가 예정돼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3 18:48

박동수 에세이집 ‘움직이는 것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삶의 과정에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박동수(76) 전주대 명예교수가 에세이집 <움직이는 것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수필과비평사)를 새로 펴냈다. 수필을 만난 지 비교적 오래된 저자는 일상에서 목격하고 체험한 소재를 가지고 남다른 해석과 표현력을 발휘하고자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남다르게 수필을 써야만 할까.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수필로 감동을 줄까. 저자는 전주 한옥마을 등지를 두루 거닐며 명소에서 느낀 감상과 자연, 가족, 여행 등을 소재 삼아 평소 나름대로 숙성 과정을 거친 생각의 편린들을 다듬고 엮어낸 신작과 리뉴얼한 작품들을 책에 담았다. “나는 휴가에서 돌아와 지금 탁 트인 바다의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그리워한다. 밀림 속 강을 내려가던 조용한 뱃소리, 상글상글 반딧불이들의 날개 부딪히는 소리, 수영장의 물살이 파문 져가든 소리, 끼익 끼익 자맥질하던 돌고래들 소리, 생선 굽던 부채질 소리, 흔들리든 해먹 소리, 나무를 흔들고 가는 바람 소리, 아내가 스케치하던 연필 소리, 아내의 스케치북에 담긴 작은 꽃들의 웃음소리, 대나무 다리를 걸을 때 사악 사악 따라오던 발소리, 카누 타면서 노 젓던 소리, 그 소리 들을 그리워한다. 움직이는 것들의 소리를 그리워한다.”(책의 본문 ‘움직이는 것들의 소리’ 중에서) 저자는 “모든 문학 작품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담겨 있다”면서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은은한 꽃향기 같은 여운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1982년 월간문학신인상(수필)을 통해 문단에서 활동한 저자는 정읍 출신으로 <태엽 감는 수동식 손목시계는 기억한다>, <햇살에 기대어 바람에 기대어>, <사랑 어제는 행복에 젖고 오늘은 외로움에 젖는다>, <마음을 열고 오라>, <사회는 신선한 지성을 부른다>, <조용한 바람 신선한 공기> 등 다수의 수필집을 펴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표현문학상, 전주시예술상, 전북문학상, 전라북도문화상, 전북수필문학상 등이 있으며 전주대 부총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전북수필문학회장, 전주문화재단 비상임이사, 전북일보 비상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2 17:28

청장년층 지친 일상을 보듬는 사전…박성우 시인 '마흔살 위로 사전' 발간

“괜찮다: 괜찮다는 것은 가로가 아닌 세로로 고개를 끄덕여 본다는 것 (들숨으로 안도를 들이고 날숨으로 걱정을 내보낸다.)” (마흔살 위로 사전 중) ‘마음 박사’ 박성우 시인이 청장년층의 지친 일상을 보듬는 사전, 신작 <미흔살 위로 사전>(창비)을 펴냈다. ‘가득하다’부터 ‘힘차다’까지, 순하고도 다채로운 100가지 단어로 이루어진 이 사전에는 직장이나 가정, 혹은 거리에서 실제로 마주할 법할 상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책에서는 빨래를 널다가 문득 볕 좋은 창가에 앉아 쉬는 마음은 ‘감미롭다’로, 원룸을 전전하다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전셋집이 생겼을 때의 마음은 ‘대견하다’ 등으로 표현한다. 또한 박 시인은 이번 책에 긍정적인 마음 50가지, 부정적인 마음 50가지를 균형 있게 나눠 일상의 순간순간의 마음을 참신한 비유로 담아내고 있다. 박 시인은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하루하루를 들여다보면 보인다”며 “이 책이 독자들의 하루를 어루만지며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인생 사전’으로 오래 곁에 머무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마흔살은 책임을 지는 나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책임을 지고 견디기에는 그 짐이 너무나 무겁고 위태롭고 혹독하다. 이 사전은 견디기 힘든 삶의 순간순간마다 펼쳐지는 내 마음의 모든 상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인생 사전이다”고 말했다. 김형석 작곡가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채로운 음표가 펼쳐지는 듯했다”며 “장조와 단조를 바꿔가며,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넘나들며 마음속을 울리는 음표들이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와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의 저서로는 시집<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등이 있다. 또 박 시인은 백석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2 17:28

구연배 시인, 인간존재 상황에 대한 시인의 직관 담은 시집 '바다다' 펴내

“그렇게 넓고 크고/ 넘실거리며 변주되는 물결인 줄 몰랐다./ 팽팽해서 불룩해진 수평선에/ 고기떼처럼 파도가 헤엄친다./ 어쩌면 바람이 액체로 변한/ 기적의 성수 아닐까./ 꽃나비도 날개를 접고/ 심연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던/ 비운의 영혼을 상상해본다./ 자유는 죽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구나./ 뜨거워 죽겠다던 청춘처럼/ 부서지고 깨지고 또 부서져 단단해진 바다/ 파도에 실어 띄운 당신이/ 애끓는 읊조림으로 해안선을 오른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 누군가의 마음을 느낄 때면/ 이름 지을 수 없는 황홀로 이렇게 외친다./ 바다다!” (시 ‘바다다’) 구연배 시인이 9번째 시집 <바다다>(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73편의 작품이 담아내고 있다. 구 신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인간존재의 상황을 직관한다. 특히 그 직관의 세계는 말로 하는 세계가 아닌 체험으로 알게 되는 각(覺)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다. 평론을 맡은 김광원 시인은 “시어 하나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적재적소 배치된 단어들에서 시인의 섬세한 절차탁마를 읽을 수 있다”며 “그의 작품은 내용이 쉬운 듯하면서도 그 속에 품고 있는 의미는 자못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 이르고 있으니, 시인의 높은 지향성을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 출생인 그는 교육자임과 동시에 평생 시를 창작하고 있는 시인이며 현재 후학양성에 전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2 17:28

효, 사람의 근본…정성수 시인, '효 교육서, 산문집' 발간

정성수 작가가 윤리와 도덕·효심을 재건하기 위해 효(孝) 교육서<효, 사람의 근본>과 효 산문집<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고>를 출간했다. 먼저 효 교육서인 <효, 사랑의 근본>에서는 ‘효(孝)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고전에서 효(孝)’, ‘역사로 본 효(孝)’, ‘효(孝)의 가치와 실천’ 등 여러 관점에서 효(孝)에 대해 톺아보고 있다. 이어 효 산문집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에서는 35편의 효(孝) 산문이 실려있다. 산문집을 꾸미는 주인공으로 하송·강동춘·김관식·이준관·정성수 등 총 35명의 전국 문인이 이름을 올렸다. 정 시인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이웃 나라들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송을 받았다”며 “하지만 현대인들은 전통적 효(孝) 규범에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형식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적으로 심한 갈등과 저항을 느끼고 있다”며 “전통적 효 사상을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번 책을 통해 효의 본질과 실천 방안이 보편적인 도덕 원리와 부모 공경으로 충분히 빛을 발할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발간사를 통해 “유교에서 강조하는 효의 핵심은 부모에 대한 물질적 봉양보다 공손한 정신적 자세다”라며 “이처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끈끈한 연결고리인 효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둡고 구석진 곳에 팽개쳐져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때에 익산시는 효를 바로 세우기 위해 효 교육서 ‘효 사람의 근본’을 제작·배포해 많은 시민이 효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시인은 서울신문으로 등단해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대한민국교육문화대상, 한국문화예술상 등을 받았고 현재는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22 17:27

서울숲맨발학교 맨발쌤 김도남, 신간 '맨발걷기' 출간

최근 맨발걷기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맨발쌤’ 김도남 국제맨발걷기협회 회장의 신간 <맨발걷기>(씽크스마트)가 새로 나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연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효과와 지압효과에 대한 이론부터 실제 활용법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에필로그 등 총 6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에서는 맨발걷기의 기본적인 이해와 올바른 걷기방법을 소개하며 이어지는 장에서는 맨발걷기의 치유 효과와 원리, 그리고 증상별 활용법 등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맨발걷기의 치유효과를 설명하는 부분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맞춤형 맨발걷기는 지압효과를 통해 심뇌혈관기능개선, 위장장애해소, 불면증해소, 면역력증가 등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을 통해 소개된 맨발걷기의 실제 건강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맨발걷기를 통한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BNI korea 내셔널디렉터인 존 윤 대표는 “맨발걷기, 어싱의 놀라운 효과에 대해 과학적, 의학적 근거와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더행복한흉부외과의원 대표원장은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병의 근원이라는 염증, 만성염증 등을 조절해준다는 점이야말로 획기적인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김도남 회장은 “맨발걷기는 단순한 걷기를 넘어 건강의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며 “맨발걷기의 효과를 느끼는 정도가 개개인마다 달라서 맨발걷기를 하다가 효과가 없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효과를 제대로 느껴서 모두 건강한 삶을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2 17:2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작가, 이윤학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이 시집은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같았다. 하여 이윤학 시인을 만난 적 없지만 먼 곳에서 보내온 연인의 편지처럼 은밀한 ‘나만의 것’이어야 했다. 서평(왈가왈부) 대신 그동안 마음속 하나쯤 품고 있을 ‘풍경’과 숙성된 ‘그리움’을 아껴먹고 있었다. 40줄에 들어서 시를 알게(배우게) 된 즈음 나는 지도교수가 권한 시집 100권 정도를 읽었던 것 같다. 시에 대한 감흥이 아니라 신춘문예 도전용인 ‘한 수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때 길들인 삿된 시 독서법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현재 내 정서의 평야에 시란! 낙과(落果) 같은 것, 농부가 서너 번 실패 본 작물처럼 돌이켜보기 싫은 것이 되었다. 침잠해있는 열패감이나 외부적인 충격을 흡수할 만큼 시가 그렇게 대단치 않다. 시라는 뮤즈 앞에 순종적이지도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는 용기도 없는 겁쟁이에게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은 시가 효능이 아닌 詩로 읽혔다. 그것이면 된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눈물이 번지지 않는 혹한의 시간 글썽이며 흩어진 별들의 파편을 / 그 사람 눈동자로 돌려주기 적당한 시기/ 수평의 별들이 수직의 별들로 바뀐 시간을 / 거슬러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적당한 시기 / 이 세상에서 살기 불가능 한 별들을 / 그 사람을 닮은 새벽별들을 / 그 사람의 눈동자에 파종한 적이 있었다" ('별들의 시간' 일부) 시인은 흩어진 별들의 파편을 그 사람 눈동자로 돌려주기 적당한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눈물이 번지지 않는 혹한의 시간’ 그 절박함을 고요히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에게 그 행위는 정언명령과 같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또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을 읽었을 때도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아들이 죽었을 때나 모든 것이 파멸에 이르렀을 때도 조르바는 미친 듯 춤을 춘다. “두목,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 돼요.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라던 원기 왕성한 야수(野獸)를 지나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구현한 ‘자유인 조르바’. 우리가 저지른 일을 이해하는 과정이 삶이라면 이윤학 시인은 지나온 삶의 파편들을 시의 뼈에 새기면서 이해하고 용서하려 한다. 그 행위는 다시 한번 상처를 복원시켜야만 가능한 것이다. 독자에게는 상처를 치유할 절호의 찬스가 되는 셈이지만 갈등과 단절, 결핍과 혼란을 재료 삼는 이 방식이 작가에게는 또 한 번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검지를 잘라버린’ 조르바처럼 시인은 자신을 엄혹하게 닦아 세운다. 이를 일컬어 박형준은 표사(表辭)에서 “절실한 이미지를 얻지 못하면 죽어도 쓰지 않는 태도” “독사처럼 머리 치켜든 비애와 늘 맞서고 있지만 그 머리를 베어버리지 못”하고 “가난한 모든 것들의 흔적을 지독하리만치 끈질긴 응시의 미학으로 복각해 낸다”고 했다. 이윤학 시인의 이런 태도를 시인의 말에서 방증한다. “부리와 발톱들을 쭉 뻗은 자세로 최후를 맞이한 새를 보았다(중략)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엔 나머지 체중을 비우지 못해 바닥에 의지한 자세로 더이상 어찌할 수 없어 눈을 감고 말았다 최대한 부리와 발톱들을 떼어놓으려는 의지의 마침표였다 자신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은 정신의 길이었다” "꽃을 보지 않은 열매를 자꾸 먹어봐야 아린 맛에 홀리지 않는단다 눕혀 박힌 술병들의 꽃밭엔 꽃이 없고 아려서 남 겨진 때꼴들만 그늘을 오물거렸다 서리 맞기 전에 풋고추 몇 부대 따와 바깥마당 마루에 펼쳐 너는 어머니"「('때꼴(까마중)' 일부) 어렸을 때 나는 우물가에 있던 까마중을 맛있게 따먹었다. 시인의 체험과 더불어 내(독자)가 체험된 서사에서 시간은 직선적이지 않다. 불가역적 성질인 시간이 유기적으로 결합 돼 의미망이 환원된다. 그리하여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현재의 나를 따숩게 하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 시절 외로움과 결핍이 쓸쓸하되 이윤학 시인의 키보드를 적셨을 활자의 열매, 까마중을 혓바닥으로 음미 내 과거의 불완전함과 미숙함을 이해하는 것이다. "살러 들어와 죽어나간 자의 집에 당도했다 / 탱자나무를 전지하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 바닥을 뒹구는 탱자들이 쭈글탱이가 되어 있었다(중략) / 폐암을 앓는 그의 신음을 재생하고 있었다 / 토해낸 매연 찌꺼기를 바람이 채가고 있었다(중략) / 노간주나무 그림자로 창고 벽에 재현하고 있었다 / 마당의 전깃줄에서 질끈 눈을 감았다 뜬 / 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밤의 밀레' 일부) 우리 모두 가지가지의 삶이지만 최종은 죽음(고독)일 게 분명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잃어버린 박동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이윤학 시인은 그것이 결코 소멸과 상실이라고 말하지 않는 듯하다. 홍용희는 해설에서 “비관적 감정의 과잉 분출 대신 관조의 거리를 견지”한다고 했다. 덧붙이자면 화자 자신의 내적 세계까지도 관찰자적인 관조의 거리를 유지한다. 그리하여 과거의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와 교감하는 서사적 상황을 끌어내 ‘시의 문법이나 효능’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저절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온기 가득한 얼굴로, 나보다 더 오래 다가와서 말이다. 기명숙 시인은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22 17:12

은빛수필문학회 ‘2023 은빛수필문학 한마음축제’ 개최

은빛수필문학회(회장 정석곤)는 20일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은빛수필문학 한마음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축제는 정석곤 은빛수필문학회장, 안도 전 전북문인협회장, 강동화 전북도의원 등 지역 문인 및 어르신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은빛수필 제16호 출판기념회 겸 제9회 은빛수필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진안 출신의 임두환(77) 수필가가 ‘여동생이 보내준 감자’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재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수필창작반 대표 등으로 활동 중인 그는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그 일에 미칠 정도로 몰두해야 한다”며 “수상을 계기로 정진해서 좋은 글을 쓰는데 열심을 다하겠다”도 소감을 밝혔다. 김경희 심사위원장은 “수상자는 어려운 어린 시절 작가가 체험한 감자가 준 고마운 마음 등을 작품으로 담아 독자를 설득시키는 필력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은빛수필문학회는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전국 최초 시니어 문학단체로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수필창작반을 통해 지역 문단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은빛수필문학회가 한 단계 수준 높은 수필 작품으로 지역뿐 아니라 대외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면서 수필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그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1.20 17:41

[전북의 문학 명소] 2. 남원·순창·완주·임실의 문학세계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 모두 뛰어난 문학 작가와 작품을 냈다. 도시를 상징하는 단어에도 ‘남원 = 춘향’, ‘완주 = 콩쥐팥쥐’, ‘임실 = 김용택’ 등 문학 자원이 높은 자리에 있다. 연관검색어에 문학 자원이 노출되지 않는 순창군도 문학 자원의 양과 질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순창은 조선 시대 최초의 금서(禁書)인 소설 「설공찬전」의 배경지이며, 빨치산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은 이태의 소설 「남부군」과 농민 운동사의 소설적 전형을 보여준 윤정모의 소설 「들」도 순창을 바탕으로 했다. 시 창작과 이해에 관한 이론서『시칙』과『산경표』 등 다양한 저서를 편찬한 조선 영·정조 시대의 지리학자·실학자인 여암 신경준(1712~1781)과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라고 말하던 권일송(1933∼1995) 시인도 이곳 출신이다. 특히,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며 꽉 막힌 유교 사회의 부조리에 비판의식을 드러낸 「설공찬전」의 존재는 무척 귀하다. 게다가 순창은 이름난 학자와 풍류객의 흔적도 많다. 예술과 풍류는 본래 세상을 비켜 보는 비판과 저항 의식에서 나온다. 이는 중앙권력에서 먼 전라도를 지키며 혹은 벼슬을 마다하고 이 땅을 찾은 강직하고 고결한 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문학은 그런 것이며, 순창의 매운맛도 같은 선에 있다. △문학 명소가 찾아진 곳은 115곳 최명희문학관과 혼불기념사업회, 얘기보따리가 전라북도 14개 시·군에 앞서 남원시·완주군·임실군·순창군의 문학 명소를 찾아 나섰다. 문학 명소는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나 장소를 말한다. 작가의 삶과 문학 작품에서 유의미한 곳으로 널릴 알릴만한 곳을 가리키며 △작가가 태어난 곳 △작가가 거주한 곳 △작가가 작품을 쓴 곳 △작품의 주요 배경지 △작품에서 의미 있게 거론된 공간 △시비·소설비·문학비와 같은 문학적 상징물이 있는 공간 △문학관·기념관과 같이 작가와 작품을 기념한 공간 △문학인이나 문학작품이 떠오르는 공간 등이 해당한다. 4개 시·군에서 115곳의 문학 명소가 추려졌다. 남원시가 36곳으로 가장 많았고, 순창군이 17곳, 완주군이 31곳, 임실군이 31곳이었다. 빗물 고여 팔랑이는 흙바닥 길에 숨통을 터놓고 바퀴자국 훑고 간 자리에 안부를 걸쳐 놓는다 이때 삼례터미널은 빈집 같다 버스들은 벚꽃 잎들을 헤아리며 종점 없는 마을로 떠날 것 같다// 내 안에 새겨진 주름 패인 얼굴을 현상해 놓고 흑백사진 같은 터미널 지나 후정리 길목에서 손 흔들던 그의 모습을 던져주고 간다 ∥김헌수의 시 「삼례터미널」 부분 문학 명소가 모여 있는 곳은 완주군 삼례읍 일대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림책미술관 △동학농민혁명삼례봉기역사광장 △비비정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시장 △삼례역 △삼례책마을문화센터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우석대학교 교정 등이다. 일찍이 교통의 요지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가 있었던 것도 큰 이점이다. 삼례의 역사와 문화, 삼례의 공간과 음식 등을 소재로 시를 쓴 시인 중에 우석대학교와 인연이 깊은 이가 많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김헌수·송하선·안도현·유강희·정양·진창윤 시인 등이다. 실향민의 아픔과 아름다운 옥정호가 공존하는 임실군 운암면은 8곳, ‘김용택시인의작은학교’와 진뫼마을이 있는 임실군 덕치면이 7곳, 순창의 역사·문화 콘텐츠가 모여 있는 순창군 순창읍이 6곳,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남원시 사매면이 5곳, 지리산 일대인 남원시 산내면이 5곳, 다양한 문화시설이 모여 있는 남원시 어현동이 4곳이었다. 남원시 산곡동, 남원시 인월면, 순창군 동계면, 완주군 구이면, 완주군 동상면, 완주군 소양면, 완주군 용진읍, 완주군 운주면, 임실군 강진면 등은 각각 3곳의 문학 명소가 모여 있었다. △문학 명소는 꾸준하게 늘어 그러나 문학 명소로 꼽은 115곳은 각 시·군 문학 명소 찾기의 시작을 의미하는 숫자일 뿐이다. 지역의 곳곳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은 꾸준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문인협회 남원지부는 가을 시화전 주제로 ‘광한루원’을 제시했다. ‘남원의 문화를 알리고 계승 발전하는 것은 문인들의 몫’이며, ‘다양한 문화 재산을 보존하고 타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취지였다. 이에 남원 지역 문학인들이 광한루원을 소재로 한 시를 선보이며 크게 호응했다. 김두성의 「광한루원」, 곽진구의 「광한루 완월정에서」, 권용태의 「몽룡과 교룡」, 소은옥의 「완월정의 월하」, 오점록의 「광한루 뿌리를 찾아서」, 이문숙의 「광한루, 오작교」, 조내화의 「사랑으로」, 조희미의 「광한루원 나래」, 최규현의 「광한루의 겨울」, 최기식의 「광한루 오작교에 비가 내리면」, 최춘이의 「광한루원」, 하재룡의 「광한루 봄」, 하지연의 「광한루 단오」, 황용수의 「광한루원을 거닐어 보자」 등이다. 짧은 시간에 ‘광한루원’을 소재로 한 20여 편의 시가 탄생한 것이다. 순창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임실문인협회 등 각 지역에 기반을 둔 문학인 단체에서 발간하는 기관지를 살피면 지역 명소를 소재로 한 작품은 별처럼 쏟아진다. 4개 시·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고전소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전소설의 성지’라 불리는 남원을 비롯해 각 지역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과 옛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남원의 「흥부전」, 「춘향전」, 「변강쇠전」, 「최척전」, 「홍도전」, 「만복사저포기」, 순창의 「설공찬전」, 임실의 「오수의 개」 등이다. 완주군이 배경지로 알려진 「콩쥐팥쥐」와 「선녀와 나무꾼」은 작품 내용 중 완주군을 배경지로 직접 거론한 작품이 많지 않아 아쉽다. 또한, △지리산 바래봉 △강천산 △대둔산 △모악산 △비비정 △위봉폭포 △섬진강 △옥정호 △회문산 등과 같은 자연환경과 △실상사 △송광사 △위봉사 △초남이성지 △임실성당 △화암사 등과 같은 종교시설, △김주열열사 추모공원 △만복사지 △송흥록·박초월 생가 △지리산지구전적기념관 △황산대첩비 △순창남계리석장승 △용진읍 원구억마을 △이치전적지 △정여립공원 등과 같이 옛사람이 남긴 흔적이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유적지인 경우 시·소설·수필·희곡·시나리오 등 문학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아 작품의 숫자는 더 많이 늘 것이다. △고향을 소재로 한 시인·작가의 창작품 많아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창작했거나 작품에 여러 배경지를 담은 문학인은 곽진구·김용택·복효근·안도현·장교철·최승범(1931∼2023) 시인과 김도수 수필가, 김양오·유수경 동화작가, 윤영근·이병천·최명희(1947∼1998) 소설가, 노경식·최기우·최정주 극작가, 최동현 판소리연구가 등이다. “신형, 그곳이 고산현의 대둔산이오. 저 장형이 살렸다는 최대웅도 거기에 있을 거외다. 내가 망설인 이유는 신형이 때아닌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소.” “염려해주시니 고맙습니다만, 신일균은 이미 그를 보냈던 관군에서도 죽었고 내 마음속에서도 죽은 지 오랩니다. 대둔산에 가거든 어디를 찾아야 하오이까?” “안심사에 가면 아마 길이 열릴 것이오.” ∥이병천의 소설『마지막 조선검 은명기3』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은 고향인 임실을 비롯해 강천산·덕치초등학교·진뫼마을·섬진강길 등 순창군과 임실군 여러 곳에 자신의 흔적을 인상 깊이 심어 놓았다. 임실의 섬진강댐 물문화관도 시인의 시 「섬진강」을 시작으로 박경리 소설가의 「토지」와 최명희 소설가의 「혼불」을 소개한다. 이병천 소설가는 고향인 완주군 용진면 시천(詩川)마을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저기 저 까마귀떼」를 썼으며, 대둔산에서 끝까지 항전한 동학농민군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를 발표했다. 또한, 남원·순창 등을 배경으로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썼다. 순창 출신으로 오랜 시간 고향에서 교직 생활을 한 장교철 시인은 지금까지 옥천향토문화사회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순창 지역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 순창 출신 판소리연구가인 최동현 시인은 『순창의 판소리 명창』에 순창 출신 명창의 삶과 소리 세계를, 『안숙선의 판소리』에 남원 출신 안숙선 명창의 삶과 소리 세계를 담았다. 임실 진뫼마을이 고향인 김도수 수필가는 오랜 시간 타지에서 생활하면서도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땅과 강,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에 얽힌 추억을 수필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와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시집 『진뫼로 간다』에 새겨 놓았다. 고향은 아니지만, 전북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폭넓게 담고 있는 작가도 많다. 유수경·최기우·최명희가 한 예다. 유수경 작가는 익산이 고향이지만, 완주군의 역사와 문화를 두 편의 동화에 그렸다.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과 밤티마을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하늘 아래 첫 동네 밤티」와 1920년대 일제가 수탈을 위해 양곡창고(현재 삼례문화예술촌)를 지으면서 사라진 맹꽁이와 금개구리 이야기를 그린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이다. 극작가 최기우는 남원을 배경으로 창극 「춘향, 네 개의 꿈」, 국악뮤지컬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 등 여러 편을 무대에 올렸으며, 완주군과 전주시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희곡 「달릉개」, 「들꽃상여」, 「은행나무꽃」, 「정으래비」 등을 선보였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은 아버지의 고향인 남원 사매면을 주요 배경지로 했다. 작품 속에서 임실의 이웅재고가, 완주 송광사 사천왕 등 전북을 폭넓게 다룬다. 전남의 섬에서 태어났지만, 임실 신전마을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장현우 시인은 임실에서 농사를 배우고 이웃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삶과 성찰을 시집 『귀농일기』와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에 고스란히 담았다. 충남 당진 출신으로 남원에 사는 김양오 작가는 도공·춘향사당·몽심재·이화중선 등 남원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매년 동화로 써서 세상에 알리고 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40여 년 동안 전북에서 거주한 안도현 시인은 춘향터널·삼례역·화암사 등을 비롯해 전라북도 14개 시·군의 풍경과 감성을 빠짐없이 시에 담으며 전북 문단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새겼다. 시인과 작가들이 생생하게 살려낸 문학의 근원들은 시대를 넘어 작가와 작품을 기억하게 한다. 이들이 풀어낸 문학의 향기는 이 땅을 다시 흐드러지게 피어나게 할 찬란한 힘이다.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1.19 10:00

전문경영인이 갖춰야 할 덕목은?… 김영석 회고록 ‘경세제민의 길’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전문경영인의 삶의 회고록. 전문경영인 김영석 씨가 <경세제민의 길>(비앤엠)을 발간했다. 책은 ‘제1부 시골 출신 늦깎이 소년’, ‘제2부 삐루 양조장에 취업한 서울대생 청년’, ‘제3분 경세제민의 질주 중년Ⅰ’, ‘제4부 경세제민의 중년Ⅱ’, ‘제5부 구원투수가 된 장년’, ‘제6부 즐겨 쓴 전문경영인 도구상자’, ‘제7부 노년 그리고 못다 한 가족 이야기’ 등 총 7부로 구성돼 김 씨의 일생을 톺아보고 있다. 김 씨는 “일제가 한창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시기에 태어나 초등학생 때 한국전쟁을 겪었다”며 “또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4·19혁명을 경험하고 이듬해에 5·16군사정변이 발생하는 등 나의 젊은 날은 힘들고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지난 세월 정말 숨 가쁘게 살아왔다”며 “개인의 일상, 가족도 뒷전으로 미룬 채 회사 일에 내 모든 것을 바쳐온 우리 세대가 밟아온 한국 현대사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펜을 들었다”며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책에는 대쪽 같은 김 씨 아버지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의 아내와 3명의 자녀에 대한 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경쟁사와 상생하는 번’, ‘전문경영인이 갖춰야 할 덕목’ 등 전문경영인으로 살면서 쌓아온 경험담도 담겨 있다. 김 씨는 “기억에 의존해 쓰다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그래도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수집한 자료를 보태 정확성을 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우리 산업화 세대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 큰 기쁨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남성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을 졸업해 원광대학교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교보생명보험의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맡았으며 우석대학교 8·9대 총장을 역임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1.15 18: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작가, 조재형'말을 잃고 말을 얻다'

어릴 적 고향 마을에는 점방이 두 개 있었다. 막걸리 한 주전자, 환희 담배 한 갑, 성냥 한 갑 등은 윗뜸에 있는 점방을 이용했고 밀가루나, 갱엿, 사카린 등은 아랫뜸 점방을 이용했다. 그곳엔 어린 우리들이 좋아하는 눈깔사탕, 달콤한 팥 맛이 나는 하드(아이스크림), 쫀드기 등 먹을거리도 풍성했고 풍선이나 뽑기, 고무줄 등 놀잇감도 많아 어린 날의 나에게 점방은 신비스럽고 오묘한 마술가게 같은 곳이었다. 지금도 ‘점방’이란 말은 마냥 설레는 마법의 단어다. 이 단어로 인해 어렵고 복잡한 법의 세계가 친숙하고 친근하게 진열된 수필집을 만났다. 《말을 잃고 말을 얻다》이다. 삼거리에서 점방을 운영하는 어머니한테 가난과 고난의 덕목을 이수한 조재형은 수사관, 법무사,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수필집 《말을 잃고 말을 얻다》는 「지나간 오늘」, 「법과 문학 사이에서」, 「그놈의 인권」, 「법무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60편의 수필은 ‘삼거리 점방’으로 시작된다. 문학의 원천이었을 고향과 어머니와 형제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의 애환과 억척스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손이나 이웃들에게 잠자리나 먹거리를 넉넉히 제공한 푸근함과 정이 삼거리 점방 가판대에 있다. 읽다 보면 우리를 키워낸 고향과 어머니와 형제들, 이웃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무엇보다 멀고 낯설게 여겨지던 법의 세계를 문학으로 버무려 놓아서 문학과 법의 거리감이 해소된다. 작가는 사유를 키우는 힘을 문학에서 찾는다. “악은 악에서 나온다기보다 평범한 사람의 무사유에서 나온다.”는 일침을 가하며 깊이 사유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십수 년을 법전 힘을 빌려 범인을 쫓던 수사관에서, 사전의 힘을 빌려 은유를 좇는 시인으로” 문학의 쓸모를 찾아내 법무사의 터전에 적용한다. 비유가 주는 유익이 법이 집행되는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사유하라고 역설한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목숨 한 그루 꺾는데 몇 발의 저주가 필요한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기도를 사다리로 사용하면 신이 낮은 데로 임할 수 있는 줄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비수로 꽂으면 라이벌이 폭삭 무너지는지. 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숲 속의 새들은 어디서 울음을 채워 오는지.”〈「신지식인」중에서〉 작가는 수사관과 법무사로서 만났던 여러 유형의 삶들을 시인의 눈으로 읽어준다. 때론 측은한 마음으로, 신의 자비를 의존한 너그러움으로, 그늘에 빛을 모아 보내기도 하고 약자의 약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날카롭고 낯설며 멀고 어려운 법의 세계를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시인의 눈으로 재해석하면서 삶의 자세를 점검하게 한다. 약자들의 아픔과 설움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인에게서 그 옛날 점방에서 피어나던 이야기들의 애환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수사관에서 법무사로, 다시 더 낮은 자세로 시인의 마음으로 약자들의 비극을 어루만지는 점방인 셈이다.이 수필을 읽는 독자는 어떤 말을 잃어야 하고 무슨 말을 얻어야 하는지 사유하며 ‘오늘을 사는 어제의 당신’이 될 것이다. 우리의 철학은 안녕한지 멈추어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말을 잃고 말을 얻다》로 초대한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다.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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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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