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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회고와 2022년 전망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어느덧 2021년의 세밑이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시작부터 여느 해와는 달랐다. 보신각에서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나 새해를 맞이하는 떠들썩한 인파 없이 가정에서 차분하게 맞이한 새해였다.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도 남아있었지만,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가 보급되어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명절에 가족, 친지가 모이는 풍경이나 지역축제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온라인과 가상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정은 오고갔다.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결혼식을 시청하며 축하를 보내고, 유명 가수의 콘서트도 집에서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행도 화상회의로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비대면으로 경제교육을 진행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제약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에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지속되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손실보상도 진행되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 많은 이들이 전북을 떠나며 인구도 18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위기 속에서 성과도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었고 도민들의 높은 참여 속에 열에 여덟은 백신을 접종하였다. 전북경제도 지난해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났다. 수출액은 올해 8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100억달러 이상 수출하던 시절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쉽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 이루어낸 희망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군산형일자리와 이스타항공 인수 등 굵직한 이슈들도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한편 한국은행 전북본부도 3,9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자금을 운용하여 중소기업의 피해극복에 힘을 보탰다. 며칠 뒤면 맞이할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올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해가 될 것 같다. 코로나19 변이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3차접종 시행과 치료제 개발을 통해 코로나를 종식할 수 있다는 희망 역시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나라와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데 큰 관심을 가지는 가운데 전북경제의 미래를 위한 공약 발굴과 비전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역 경제의 성장엔진 역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7월부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연간 8천대의 스타리아 생산이 새롭게 이뤄질 예정이고, 2017년 가동중단된 이후 지지부진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재가동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전북경제의 큰 축인 자동차와 조선 산업이 살아난다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소 및 탄소산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의 본격적인 도약 또한 기대되는 한 해이다. 새해에도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지역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주력산업의 발전방안과 경제적 과제를 점검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 회고하는 2022년은 도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열망 속에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모두 달성한 해로 평가되기를 기원한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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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7 19:25

[최영호의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전월세 신고제

의뢰인은 최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이다. 이사하기 두 달 전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데, 중개인은 계약을 맺은 지금 전월세 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임대인이 신고하니 임차인은 상관없다고 했는데, 확정일자를 따로 받아야 하는지 물어왔다. 2020년 7월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을 개정했다. 임대차 3법의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월세 신고제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계약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그 신고로 인해 확정일자 부여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니 불리할 것이 없는 제도이다. 다만 기존에는 임대차 계약 후,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할 때, 확정일자를 함께 부여받았다면, 지금은 임대차 계약 시점과 전입일과 간격이 멀 경우 그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전입신고할 때 임대차 계약서를 첨부하면 자동으로 임대차 신고도 되고 확정일자도 부여되지만, 임대차 신고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다. 의뢰인의 경우 임대차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기 때문에 먼저 임대차 신고를 하고, 두 달 뒤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그리고 이미 임대차 신고가 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는 없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인, 임차인, 중개인 모두 다 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체결 시에 누가 신고할지 정해도 되고, 임차인 입장에서 불안하다면 직접 하면 된다. 그리고 신고 시에 신고인과 상대방에게 문자 등 연락이 오며, 온라인 부동산 거래 관리시스템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전월세 신고제 대상은 보증금이 6천만원을 초과하거나 월 차임이 3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이고, 대상 지역은 우리 지역의 경우 시 지역만 해당한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시장의 동향 파악과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되는 제도이다. 그 신고 방법도 어렵지 않으니, 임대인, 임차인 모두 놓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최영호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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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7 19:25

야누스의 달 1월(January)을 맞이하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임인년(任寅年)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코로나가 몰고 온 암운 탓이리라. 해마다 이맘때면 설렘으로 가슴이 뛰었었다. 벽걸이 달력의 12월과 내년 1월을 한꺼번에 훑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야누스를 생각한다.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와 함께다. 영화는 간접화법으로 야누스에 대해 설명한다. 1월(January)이란 단어의 어원이 야누스야. 야누스 신의 이름에서 온 거지. 야누스는 앞뒤로 얼굴이 하나씩 있어. 늘 양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두 개의 시선 사이에서 괴로워하지. 1월은 새해를 바라보기도 하고, 지난해를 바라보기도 해. 영화의 배경은 야누스 섬이고, 섬 위에 우뚝 솟은 등대는 불빛으로 형상화된 앞뒤 얼굴로 양쪽 바다를 비춘다. 여전히 삶을 이어 가야 하기에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도 항해하는 배가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쟁영웅 톰(마이클 패스벤더 분)은 야누스라는 이름을 가진 외딴섬 등대지기를 자원한다. 보급선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어버린 그에게 어느 날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이란 여인이 나타나 결혼에 골인한다. 꿈같이 행복한 시간도 잠시. 이자벨은 두 번의 임신에 두 번 다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다. 어느 날 파도에 이끌려 한 척의 쪽배가 섬에 당도한다. 배에는 젊은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아이가 타고 있다. 상부에 보고하려는 톰에게 이자벨이 매달린다. 그냥 키우자는 것이다. 부부는 자기들이 출산한 것처럼 아이를 키운다. 몇 년 후 육지에 간 둘은 아이 친엄마인 한나의 존재를 알게 된다. 톰은 이자벨에게 말하지 않고 아이 딸랑이를 한나의 집에 슬그머니 놓고 나온다. 이게 증거가 되어 투옥된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살아있는 한 절대 용서 못 해. 이자벨은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는 섬에 도착할 때 사체였어요. 이 한 마디면 톰은 풀려나겠지만 이자벨은 말하지 않는다. 부부의 고뇌가 깊어진다. January는 야뉴스에 관한 것이란 뜻의 라틴어 야뉴아리우스Januarius에서 왔다. 야뉴스는 문의 신이다. 안쪽과 바깥쪽을 동일시하는 신은 한 손에 열쇠를 들고 있다. 열쇠는 문을 열고 잠그는 기능이 있다. 예쁜 아이지만 우리 아이가 아니야. 보고하고 정당하게 입양 받아 기릅시다. 톰의 제안에 이자벨은 누가 무인도 등대에 아기를 보내?라며 고집을 피웠다. 이때부터 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게 된다. 한쪽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일그러진 양쪽 얼굴. 언제부터인가 표리부동과 이중성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슬픈 야누스. 로마인이 가장 숭배했다는 야누스 신은 다른 문화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융합하는 정신적 지주였다고 전해진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쿵푸 마스터인 국숫집 아들 팬더 포와 우그웨이 대 사부가 나누던 대화가 떠오른다. 시푸 사부에게 지친 포가 쿵푸 그만두고 국수나 팔러 갈까 봐요.라고 하자 대 사부가 말한다. 포기냐 전진이냐, 국수냐 쿵푸냐. 너는 과거와 미래에 너무 집착하고 있구나.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아무도 몰라. 하지만 오늘은 선물이지. 선물을 소중하게 다루렴. 포는 쿵푸 최고수가 되어 악을 타도한다. 잔잔한 쪽빛 바다만 희구하는 나의 집착이 희망으로 부푼 마음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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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7 19:24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 중견기업 육성해야

어느 순간 전북을 대표하는 향토 중견기업을 내놓기 어렵게 됐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지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지역경제에 충격을 던졌고, 그 파장만 있을 뿐 비약적 성장을 이룬 중견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명문 장수기업에 전북 기업은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명문 장수기업은 해당 업종에서 45년 이상 사업을 유지한 기업으로 장기 고용 유지 등 경제적 기여도와 인권안전사회공헌 등 사회적 기여도 등을 평가해 선정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중견기업 성장의 바람직한 기업상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한 이래 올해까지 총 30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들 30개 명문 장수기업 중 전북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특히 11곳을 선정한 올해의 경우 전북지역에서는 신청서를 낸 기업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한 말로 명함도 내밀지 못한셈이다. 전북도를 비롯해 각 지자체가 막대한 지원금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중견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 건 전국 각 지자체가 동시에 나서면서 기업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외지 기업을 유치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북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온 유망 중소기업이 건실한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집토끼가 산토끼를 데려온다는 말도 있다. 기술력 있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해 강소기업으로, 나아가 지역산업을 이끌 수 있는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에도 전북도와 전주시 등 각 지자체가 유망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전북도의 스타기업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시장개척단 지원, BUY-전북 상품 인증사업을 비롯해 전주시의 성장사다리 강소기업 육성사업글로벌 스타기업 육성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앞다퉈 추진해온 지역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이제는 냉철하게 평가하고 분석해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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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2.27 19:24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희망고문 끝내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 관련 공약 중 한걸음도 진전이 없는 공약이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다. 금융위원회가 2년 전 금융중심지 추가지정 검토 용역에서 전북혁신도시의 금융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지정 보류시킨 후 추진 동력조차 상실했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내년 대선공약으로 다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약속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은 마당에 차기 정부가 더 강력히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전북 금융도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의지는 약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전주에 금융 관련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으로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금융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해서 제대로 추진이 안되는 이유를 파악해 전북의 산업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독립적인 공약이 아닌 인프라 확충 정도로 여기는 입장인 것 같다. 이런 정도의 약속으로는 차기 정부에서도 희망고문만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 공약도 상황이 크게 바뀌어 국가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 그러나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의 경우 이를 철회할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 정부 의지만 있으면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은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침 금융위가 지역특화 금융산업 발전방안 연구 용역에 들어가 다음달 중 용역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 및 금융산업 발전 정책을 재점검하고 지역별 특화 금융산업 육성 및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이다. 이번 기회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관철되길 바란다. 객관적 조건을 따졌을 때 전북 금융중심지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1000조원을 운영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사실상 유일한 뒷배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인프라를 우선 구축해야 가능하다는 금융위 논리는 현실적이지 않다.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면 굳이 금융중심지로 지정 받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새로운 금융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2.27 19:24

호반, 중흥과 동부건설

일러스트=정윤성 광주 전남에 기반을 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성장 기세가 무섭다. 지역 건설업계의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몸집을 불려온 두 기업은 경쟁 무대를 전국으로 넓혔다. S클래스란 아파트 브랜드의 중흥건설은 지난 9일 올해 시공능력 평가 5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시공능력 평가 17위인 중흥토건과 40위인 중흥건설의 시공능력을 합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건설업계 3위다. 2019년 국내 재계순위 37위에서 2020년 46위, 2021년 47위로 하락했던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순위도 21위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중흥은 토건과 건설은 물론 골드스파&리조트,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 남도일보 등 언론사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베르디움이란 아파트 브랜드의 호반건설은 2019년2020년 재계순위 44위에서 2021년 37위로 7계단 올라서면서 중흥건설을 제쳤지만 내년에는 다시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반은 중흥보다 사업 다각화에 더욱 적극적이다. 리솜리조트와 덕평CC서서울CC, 삼성금거래소, 대아청과, 국내 케이블업계 2위인 대한전선, 그리고 전자신문과 EBN(산업경제신문), 서울신문 등 건설을 넘어 제조레저유통미디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북에는 올해 재계순위 31위로 호반과 중흥을 제친 식품기업 하림이 있지만 주택건설을 기반으로 국내 50위 이내 대기업 집단에 올라선 광주 전남의 두 건설사를 보면 전북 건설업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비사벌, 신일, 거성, 서호, 남양, 엘드, 성원 등 전북 건설업체들은 10여 년 전부터 호반과 중흥은 물론 부영, 우미, 영무 등 광주 전남 건설업체들과 수도권 업체들이 도내 주택시장을 잠식하면서 속속 무너졌다. 지금은 제일건설과 계성건설이 그나마 전북 주택건설업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에 기반을 둔 신성건설을 모태로 한국토지신탁에 이어 사실상의 전북 기업이 된 동부건설의 향후 성장세가 주목된다. 전주 출신인 차정훈 회장은 신성건설을 발판삼아 엠케이전자, 한국토지신탁, 동부건설을 차례로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올해 4월에는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며 건설 분야를 넘어 조선업과 해상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 분야까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시공능력 평가 21위인 동부건설은 43위인 한진중공업 인수로 두 회사의 시공능력 평가액을 합하면 태영건설을 누르고 국내 14위에 오르게 된다. 업계는 두 회사의 내년 시공능력 평가 10위권 진입까지 예상하고 있다. 센트레빌이란 아파트 브랜드로 수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동부건설의 잠재력은 광주 전남의 중흥과 호반에 뒤지지 않는다. 수도권 대기업을 찾아 전북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고향의 대기업으로 동부와 하림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해 전북과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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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12.27 19:24

다시, 시민의 권력

김희수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간은 늘 분주하다. 거리 곳곳에 파헤쳐지는 공사현장들의 어수선함과 부스터샷을 맞으려는 사람들 발걸음의 분주함, 그리고 여기저기 언론에 오르내리는 불편한 이야기들까지. 대통령선거의 이슈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출마예정자들의 소식들이 언론에서 벗어나 핸드폰의 문자와 SNS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한 해가 저물어간다. 보통은 한 해의 굵직한 사건들이 10대 뉴스란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추위를 잊게하는 따뜻한 소식들과 새해의 희망들로 자리 잡아야 할 뉴스들 안에 불편한 소식들이 버젓이 자리한다. 전라북도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밝혀진 전북교육청관련 사건들이 그것이다. 담당 주무관의 구속으로 이어진 완주교육지원청 공금횡령사건, 전북교육청의 감사관을 감사하기 위해 감사팀이 꾸려지는 초유의 상황, 파국을 맞이하는 사립예술학교 학생들의 딱한 소식들까지. 이러한 불편한 뉴스들의 고통스러움은 단지 개별 사건의 불편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한다. 권력의 자리로 여겨진 지방권력의 자리에서 일어난 부침의 사건들은 허다하다. 그러나 30년을 넘어가는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10년의 세월을 이끌어 온 김승환교육감의 청렴함은 전국적 모범이 되어왔고,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리라 생각했던 교육현장에서의 정책적 안정감은 임기 말이 되면서 이렇게 씁쓸한 모습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임기 말 권력의 누수는 잡을 수 없는 것일까? 동서와 고금의 차이 없이 위임받은 권한의 크기는 욕망의 크기와 비례해왔고, 그 권력 크기만큼의 부풀려진 욕망은 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그 불편함으로 오롯하게 역사 안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말기의 누수현상들에 대해 개인적 일탈로만 가름하는 것이 마땅한가 그리고 그 일탈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인 존재하는가? 시기를 한정해서 위임하는 권력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30년이 넘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훑어봐도,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의 권력사를 훑어봐도 권력이 저물어가는 시기에는 행정의 일탈을 강제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행정감시 기능을 가진 기초의원부터 행정을 관리하는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동시선거를 치러야 하는 거의 1년의 세월 동안에는 권력의 공백이 너무도 크다. 무엇으로 이 큰 권력의 공백기 속에서의 행정 일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다시, 시민의 권력>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시민세력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남의 힘으로 권력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어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화된 시민사회조직들 또한 주어진 책임과 역할 속에서 흔들렸고, 지방자치 권력의 이중대라는 오명을 쓴 채 선거 조직화 된 모습을 보이는 등 그 순수성을 잃어 온 면이 적지 않았고, 이는 시민의 마음을 거두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자리 잡아 온 몇몇 단체들은 여전히 지방정부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해서 지역의 미래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다시 시민사회가 일어나야 한다. 일상의 삶 안에서 비와 바람처럼 상존하는 지방의 권력을 시민의 권력으로 되돌릴 아파트자치위원회와 같은 시민사회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민주와 진보를 얘기하는 것 말고,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것 말고 생활의 불편을 찾아내고 생활 속에서 더 나은 것을 찾아내고 우리 세금의 쓰임을 확인하고 쓰임의 효율을 찾아가는, 시민공동체. 이런 시민공동체를 통해 다시 지역의 권력을 시민들에게 되돌리는 역사를 기대한다. /김희수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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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6 18:31

서서보다 서익, ‘특명! 소상공인을 위기에서 구출하라’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연일 터져 나오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가 심상치 않다. 모든 영업 제한은 대부분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다 보니 소상공인들의 한숨과 걱정은 멈출 줄 모르고 어려움 속에서도 새롭게 품은 희망마저도 지켜나가기 위태롭다. 익산에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10만 소상공인이 함께 살고 있고 대부분 생계형 창업 소상공인이다. 우리 소상공인들이 이 어려운 터널을 지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미소금융소상공인연합회 등 유관기관을 한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One-Stop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센터 마련이 필요하다. 매출이 거의 없이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고 있는 고정비용을 빚으로 막아내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신용불량자가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는 소상공인들에게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닌 재정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재정지원도 정액 지원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대출금 이자를 일정부분 지원해주고 손실 부분을 실질적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직원 급여나 임대료로 지출한 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부분이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이들의 잘못이 아닌 코로나로 인한 경제전쟁 때문이다. 영업시간 제한, 인원수 제한 등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이 전쟁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모두 나서야 한다. 필자가 소상공인들을 만나면서 피부로 겪은 소상공인들의 애환 섞인 목소리, 우리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첫째 지역 공동체 배달앱을 개발하여 수수료를 낮추고 쉬운 주문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공급해달라. 둘째 지역화폐를 이용한 소비 촉진과 더불어 소상공인에게 부과되는 부가세를 인하해 주었으면 한다. 셋째 상권의 특성을 살리고 브랜드화시켜 기존 상권의 체질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넷째 문화도시 익산 이미지와 결부시켜 상권의 축제를 새롭게 브랜딩 할 필요가 있다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소상공인 선지원, 선 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일률적인 방역 패스, 영업시간 제한 문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방역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규칙을 지켜도 손해 입는 일이 없도록,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드릴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속한 입법과 속도감 있는 실행을 기대해 본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 바로 국가와 지자체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익산은 교통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이다. 서서보다 서익 서울에서 서울보다, 서울에서 익산이 더 가깝다는 표현을 필자가 지칭한 말이다. 전국 각지에서 익산의 문화와 먹거리,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있으면 유동 인구는 자연히 늘게 되어 있다. 익산은 교통인프라, 역사문화자원, 관광자원 등 보석이 많다. 이 많은 보석을 잘 꿰어 떠나는 도시 익산에서 찾아오는 도시 익산을 만들어야 한다. 호남의 3대 도시 익산을 회복하여 소상공인들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익산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멈춰 있어서는 안 되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익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문적인 행정적 모습과 책임 있는 지자체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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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6 18:31

변화의 새해가 되길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어느새 날이 많이 추워졌다. 그저께는 눈이 내렸다. 딱히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 오는 풍경은 좋아한다. 주변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찾아온 고요함 속에서 어릴 적의 낭만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스라한 기억이 스쳐지나가기도 해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겨울이 되면 추억에 젖을 때가 많다. 그래서 겨울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아무래도 눈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그러나 곧 녹아 사라져버릴 눈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의 유한한 것들을 떠올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2021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당연히 각자 대상은 다르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일상일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친구를 만나고, 이따금씩 밤을 새워 놀기도 했던.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도 지겨울 지경이다. 글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힐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작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안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백신 패스가 논란이다. 코로나19의 기승이 극에 달하고 있는 시점,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예방법이라는 의견도 있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위도 벌어지면서 열심히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지만, 확실한 건 우리 모두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것이다. 이 팬데믹의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가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코로나 블루. 피할 수 없는 우울이 점차 우리를 잠식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다 같이 힘내서 이겨내보자는 말이 잘 안 나오게 되었다. 밤이 되면 거리는 온통 어두컴컴하고, 사람과의 만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보다 더한 고개를 넘은 적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형편이 괜찮다는 건 아니지만, 소설 『인간실격』에서도 이런 구절이 나오지 않는가.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올 겨울이 지나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리움의 계절에서 아, 그땐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참 힘들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숨 가쁘게 달려왔던 올해도 이제 끝이다. 어느덧 새해가 바투 다가왔다. 전 세계가 병들어 가고 있는 와중에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2022년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는 해이니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가벼운 감기 취급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부, 그리고 다음 정부까지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K-방역이 조롱이 담긴 부정적인 의미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확실한 판단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올해였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김정환 원광대 문창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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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12.26 18:31

야생생물 학살하는 인공구조물 보완해야

인공구조물에 의해 야생생물들이 곳곳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편익을 앞세운 인간의 이기심 앞에 야생동물들이 속절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면서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부터 도심의 건축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희생되는 야생조류, 농수로에 갇혀 폐사하는 야생동물 등 늘어나는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생물의 희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김제시 백구면의 한 농수로는 높이 2m가 넘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성인 남성도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란다. 야생동물이 탈출 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어 농수로에 빠진 고라니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곳뿐 아니라 도내 농수로에 설치된 야생동물 탈출로는 단 1곳도 없다. 전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 따르면 도내 콘크리트 농수로에 추락해 갇힌 야생동물을 구조한 것만 연 평균 100여건에 달한다. 야생동물이 농수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계단이나 경사진 탈출로를 만들어 야생동물 폐사를 막아야 할 것이다. 야생 조류가 도심에서 건축물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을 보지 못해 충돌하면서 부상폐사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근래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피해를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연간 800만 마리가 투명 방음벽 등에 부딪쳐 생명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벽 충돌저감 테이프만 부착하더라도 투명한 벽을 마주했을 때보다 장애물을 더욱 잘 인식하도록 야생조류를 도와 충돌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민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야생조류를 좀 더 보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로드킬도 여전히 심각하다. 동물 찻길 사고 방지를 위해 야생동물의 진입을 막고 생태통로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로드킬 사고를 막는데 역부족이다. 특히 국도변의 경우 야생동물 출현지역이라는 주의 표시가 고작인 채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없는 곳이 허다하다. 도로에서 야생동물 출현과 로드킬은 운전자들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야생동물 보호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촘촘한 대책과 함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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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2.26 18:31

공공기관 지역조직 통폐합, 균형발전 고려해야

전북지역 공공기관의 광주권 예속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한국가스안전공사다. 공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설립 이래 최초로 광역본부제를 도입해 기존 14개 지역본부를 7대 광역권으로 재편했다. 내년 1월부터 전북본부는 광주광역본부로 흡수 통합된다. 전북본부는 광주광역본부 단위에 묶여 그 역할과 위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조직개편설이 나돌 때부터 다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명제에 역행하는 결정에 또 다시 할말을 잃는다. 전북지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지역본부 축소나 통폐합폐지 움직임은 2010년대 들어 노골화됐다. LH 전북본부, 한국은행 전북본부, 코레일 전북본부, LX 전북본부 등이 논란이 됐다. 도민의 강한 반발 속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조직 통폐합을 가까스로 막아낸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처가 아닌 당장 사안별로 급한 불을 끄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도 이같은 일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국내 공공기관의 조직 통폐합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전북권 지역조직이 광주전남권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각각의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허겁지겁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고 광역시도 없는 전북이 공공기관 지역조직 개편 때 1순위 대상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이 같은 기준으로 추진된 공공기관 지역조직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역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실현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다시 부각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을 추진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는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 국민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이제는 극약처방이 불가피하다. 먼저 지역균형발전을 이번 대선의 핵심의제로 부각시켜야 한다. 여야 후보들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균형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공공기관 지역조직 통폐합 추진 때 지역균형발전의 대원칙을 가장 먼저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정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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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12.26 18:31

의혹은 숨길수록 더 커지는 법

변한영 경제부 기자 전주상공회의소가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회원사를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상공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지난 회장 선거를 둘러싼 의혹 해소에는 소극적이다 못해 은폐하려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수 없다. 지난 2월 전주상의는 역사상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회장 선거에서 3명의 후보가 막판까지 양보 없는 레이스를 벌였다. 2차 투표에서는 2명의 동일 다수 득표자까지 나오며 결국 정관에 따라 생일이 빠른 윤방섭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앞서 선거 과정에서는 회원사가 4배 이상 급증한 배경을 놓고 아직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아 있는 선거였다. 이에 따라 갈등 봉합도 중요하지만 선거 관련 의혹 해소가 취임 후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회원사가 어떻게 급증한 건지 여전히 깜깜이다. 당시 신규 가입한 회원사가 현재 회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지, 또 투표권만 행사하고 사실상 탈퇴나 다름없는 건지는 불투명하다. 전주상의에는 회원제도가 있다. 매출 세액과 비영리단체 구분에 당연회원, 임의가입회원, 특별회원으로 나뉜다. 회비 납부의 법적 의무를 갖는 건 당연회원, 하지만 이 외 회원사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연 2회씩 25만 원의 회비 등을 내야 한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급증한 회원사가 투표권을 행사했을 텐데 선거 전후로 회비를 냈는지, 또 이들 회원사가 당연회원인지, 임의회원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지난달 전주지법은 전주상의 일부 의원들이 지난 회장 선거 결과가 부당하다며 윤방섭 회장을 대상으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들은 법원 결정에 불복하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전주상의로서는 일부 당위성을 확보했다지만 여전히 반발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당시 25만 원의 회비를 내고 등록한 회원사들이 선거이후에는 회비를 내지않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회장선거를 위한 회원사 가입급증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관련 부서에서는 회원사를 방문해 회비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연례 업무일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전주상의는 지역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다. 정치권처럼 선거판이 돼서는 안 되고, 공정한 경쟁 속 어떠한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등 경제인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마당에 의혹이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란다.

  • 오피니언
  • 변한영
  • 2021.12.26 18:30

해 넘긴 전주 완주통합

일러스트=정윤성 올해도 전주 완주 통합이 해를 넘기게 됐다. 전주 완주의 통합의 당위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박한 문제다. 그런데도 안되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전주시민만 찬성하고 완주군민 다수가 찬성을 안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주 완주가 통합하려면 완주군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통합 추진작업을 살펴보면 전주시민들만 일방적으로 나서온 탓에통합작업이 안된 것이다.완주군민들은 통합에 별로 탐탁스럽게 여기지도않는데 전주시민들이 일방적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엇박자가 난 것이다. 전주 완주가 통합하려면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완주군민들이 통합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도록 전주시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 마치 사탕발림식으로 진정성 없이 완주군민들을 현혹해선 안된다. 통합해야겠다는 마음이 스스로 생겨나도록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그간 완주군민들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많이 봤다. 전주시 도시 팽창에 따라 혐오시설에 해당한 일련의 시설들이 전주 인접의 완주군에 들어섰다. 환경을 오염하고 훼손시키는 시설들이 속속 들어선 탓이 크다. 그렇다고 완주발전에 크게 도움준 것도 없이 일방적으로 혐오시설만들어섰다. 그 럴때마다 피해보상 같은 건이뤄지지 않고 시설들만 들어서 완주군민들의 의사가 무시당했다. 전주시민들은 그간 완주군민들이 입은 피해를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무슨 피해를 입었길래 그러냐고되물을 수 있다.그러나 전주시쓰레기소각장 건설을위해 완주 이서면 상림리 일대를야금야금 먹어 치운것을 비롯 전주시가 그간 알게 모르게 완주군 인접지역을 시로 편입시켰다. 시로 편입시킬 때마다 사탕발림정책을 폈을 뿐 진정으로 지역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말았다. 시 편입으로 공시지가만 상승해 세금부담만있어왔지완주군에 있을 때보다 복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전주 완주통합은 충북의 청주청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파이를 키워 양지역이 상생발전하고 있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 아쉬운 것은김승수 전주시장과 박성일 완주군수가 내년 지방선거에 불출마키로했을 때 다소 동력이떨어졌지만 통합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꺼진 통합의 불씨를 살려 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특히 김 시장이 통합시장은 완주출신이 맡도록 하고 그간 완주군민들이 입은 피해를 위무하기 위해서라도 특별회계를 편성해 조건없이 전액을 주겠다고 선언하면 된다.또 통합전이라도 완주군민들이 전주시민과 똑같은 대우를 받도록해주겠다고약속하면 된다. 지금 다른 시도는 광역권 행정통합을 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데전북은 역사적지리적 생활권이같은 전주 완주를 통합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주의 쇠퇴를 막고 완주를 부강시키려면 통합은 가급적 빨라야한다. 지금부터는 완주군의회나 민간 사회단체가주축이 돼서 나서야 한다. 완주도 빼앗기고 잃는다는생각보다는 전북 전체를 살린다는 큰 그림을 그려서 나가야만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12.26 18:30

친환경 특수선박 유치 전북조선업 활로 열어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인해 나락에 빠진 전북조선업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선 친환경 특수선박과 경항공모함 건조 등 군수자원과 연계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은 매우 바람직하다. 군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130만t급 도크와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춘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고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 특수선박과 경항공모함 건조를 유치할 땐 국내 조선산업 연관 효과가 큰 데다 전북 조선업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뉴딜형 친환경선박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현재 군산에 추진중인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와 군산조선소를 정부의 군수자원 대응 전략에 맞춰 육성하자는 전문가그룹의 의견이 제시됐다. 오는 2033년 도입을 목표로 내년 기본설계에 착수하는 3만t급 한국형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은 2조8000억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특히 군산조선소를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경항공모함 건조를 주도하고 있기에 전북 유치에 유리하다. 군산에는 49k㎡에 달하는 광활한 산업단지가 있고 선박부품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데다 조선 관련 다양한 업종이 집적돼 있기에 폭넓은 전후방 산업 연계도 가능하다. 따라서 경항공모함을 군산에서 건조하게 되면 조선산업 시너지 효과는 물론 전북이 군수용 선박제조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큰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경항공모함 건조에는 최첨단 기술력과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다. 한남대학교 분석에 따르면 고용 인력만 5만5000명에 달하고 경제유발 효과는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새만금 국제공항과 군산조선소를 연계한 항공함정 MRO 사업도 필요하다.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항공과 함정 건조부터 정비까지 원스톱 플랫폼 체계를 구축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군산조선소가 재가동 된다 하더라도 울산에서 남는 일부 블록 배정이나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는 안 된다. 경항공모함 건조와 항공함정 MRO 사업 등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전북도와 정치권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략을 잘 세워서 반드시 유치하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2.23 19:23

전북지역 어린이 오미크론 확산 막아라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 조치 후 1주일째를 맞았으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연일 중환자 수 최다치 경신에다 하루 사망자 수 100명 등 코로나 관련 각종 수치와 지수가 온통 암울하다. 현재 상황에서 언제 일상회복이 이뤄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방역 정책을 올바로 이끌고 있는지, 국민적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돌아봐야 할 때다. 전북의 지난 2년간 코로나 상황을 보더라도 지금이 가장 큰 위기다. 11월까지만 해도 두 자리 수에 머물던 하루 확진자 수가 12월 들어 연일 1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일 144명, 21일 135명, 22일 149명 등 이번 주에도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최근 확진자는 보육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과, 전파 속도가 빠른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급증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재 전북에서 발생하고 있는 오미크론 확진자의 상당수가 어린이들이다. 지난 1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입국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로부터 시작된 집단감염은 완주익산부안정읍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전북에서 22일까지 발생한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는 50명에 이른다. 익산부안정읍에서 추가로 확진된 78명이 오미크론 변이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전북지역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조만간 100명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오미크론 집단감염 상황이 전북지역 코로나 유행의 새로운 뇌관이 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어린이 보육 및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확산을 막는 게 현 전북지역 최대 과제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조기 방학과 온라인 수업 전환을 머뭇거리다가는 방역의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12~17세의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백신접종도 적극 권장해야 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지금은 국민 모두에게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점은 거리두기 완화 단계에서 이미 경험했다. 방역 동참만이 유일한 해법이란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12.23 19:23

배춧국과 동지 팥죽

장석주 시인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속절없이 지는 태양을 전송하자. 겨울은 태양조차 차갑다. 펄펄 끓던 여름의 야만적인 태양이 식은 지 오래다. 지나간 날은 끔찍했다. 레몽 끄노는 "악마들이 달군 게 태양"이라고 그랬지. 광기와 대의명분으로 태양이 극렬하던 시대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말똥 냄새가 나는 가을이 끝날 무렵 우리는 눈(눈)과 얼음, 소금과 후추, 양초 여섯 개를 위해 마련한 겨울 스웨터를 장롱에서 꺼내 입었다. 스웨터를 입으면 저녁의 스산함은 운명의 순간으로 빛난다. 겨울 황혼은 잘 구운 빵 같다. 그걸 보는 게 우리의 유일한 기쁨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어쨌든 동생이 빵을 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 건 사실이다. 동생은 환절기마다 오는 우울증을 제 방식으로 잘 견디는 중이다. 가을이 끝날 무렵 우리에게 낙담이 찾아들었는데, 그건 뉴질랜드 산 마누카 꿀이 떨어진 탓이다. 그 대신 눈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산수유 빨간 열매들이 있음을 깨닫고 위안을 얻었다. 시들고 바스러지는 것들의 소리가 시끄러울 때 사소한 것에 상심한 기분은 함부로 방치된다. 한 해가 끝나는 것은 셰익스피어 4백 주기, 쓸모를 잃은 열쇠, 녹색 채소들, 일요일 저녁들, 빛나던 소녀의 미소가 주던 기쁨과 위안 없이 견딜 날들이 더 길어진다는 뜻이다. 나는 겨울마다 눈 내리는 오슬로에 가고 싶었지. 오두막집에서 눈 내리는 숲을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 가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문비나무 어린 가지들이 뚝, 뚝 꺾이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 나는 평생 오슬로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 오늘은 서리 맞은 저 들판의 한해살이풀들이 닳아빠진 무릎을 꺾고 주저앉은 풍경이나 바라볼 뿐이다. 겨울에는 구절초, 꿩의비름, 도라지, 다알리아의 전성시대도 끝난다. 당신도 더 이상 젊지 않다. 새해엔 당신의 얼굴에 주름이 늘고, 골밀도도 성겨질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피의 고도(高度)가 낮아지고, 고아원의 복도에는 한기가 들어찰 것이다. 해마다 외양간에 매인 소는 몸집이 자라지만 어머니들은 조금씩 쇠약해진다. 어머니는 늙으신 뒤 부쩍 잠꼬대가 심하다. 사람이 늙으면 왜 어린 시절 꿈을 더 자주 꾸는 걸까?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장자리에 가랑잎이 쌓여 있다. 저 녹색의 시체들! 바람이 저들을 한데 모았을 테다. 파주 북쪽 하늘에는 쇠기러기들이 V자로 대오를 이룬 채 난다. 두어 마리가 그 대오에서 이탈한 채 뒤를 따른다. 아마도 날개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새끼 쇠기러기일 것이다.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막내 동생을 생각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다. 낮엔 크루아상 하나를 아껴가며 먹고 해바라기의 회색 씨앗을 까먹으며, 그 많던 삼촌과 이모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한다. 오후 5시 무렵 이마가 차가워진다. 문득 겨울 낮은 짧고 지루할 정도로 길었다. 일조량이 준만큼 행복도 준다. 점심에는 어머니가 끓인 배춧국을 먹는다. 배춧국은 슬픔을 달래주는 내 소울 푸드다. 어머니는 어쩌자고 그 맛있는 배춧국을 끓이셨을까? 나는 뜨거운 배춧국에 입을 데일까 후후 불면서 먹었지. 응달진 곳마다 추위가 가난한 집 자식들처럼 한데 모여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차갑고 청명한 겨울 저녁들이 더 자주 왔다가 간다. 동지에는 팥죽을 먹는다. 동지 팥죽은 귀신을 내쫓고 집안에 닥칠 흉사를 막는다. 그러니 아코디언을 팔아서라도 동지 팥죽은 꼭 먹어야 한다. 어머니가 다시 젊어진다면, 내가 어머니의 어린 아들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머니에게 떼를 써서라도 털모자를 하나 얻어 쓰겠다. 그러면 폭설이 쏟아져도 머리가 젖지 않을 텐데. 사는 동안 너를 미워한 것을 후회한다. 나는 더 착한 아들이 될 수도 있었지. 아, 어머니가 끓인 배춧국과 동지 팥죽을 먹을 수만 있다면 나는 더 훌륭해지겠지. 하지만 그럴 순 없겠지? 그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겠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늙어버렸으니까.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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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3 19:23

‘저승에는 주막이 없다는데’

최기춘 작가 010-87**-39**신호음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몇 번 시도하다가 무심결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수필을 쓸 때는 자주 만났는데 둔산 형이 문인화를 그린 뒤부터 만나는 횟수가 뜸했다. 인구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둔산 김상권 형이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의 무심함이 후회스러웠다. 가슴이 먹먹했다. 예수병원 장례식장은 코로나19로 한산했다. 나 또한 의례적인 인사치레만 하고 왔다. 허망한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70여 년을 살아오면서 오랜 세월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10여 년을 친하게 지냈던 분이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허탈했다. 둔산 형과는 정년퇴임 뒤 수필 부를 하면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 강의실에서 처음 만났다. 형은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교장선생으로 정년퇴임했다고 했다. 첫인상은 평생 교육자로 살아오신 분답게 따뜻하면서도 근엄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안고 살아서인지 평생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다가 정년퇴임했다는 말에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나에게는 지금도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호 강의실 분위기는 참 좋았다. 강의는 수필 이론과 습작한 수필을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를 가르치는 교수님은 열성적이었다. 이론 강의와 더불어 수강생들이 쓴 수필을 하나하나 첨삭지도까지 해주셨다. 수강생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단합도 잘되었다. 수필은 작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함께 공부를 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다른 곳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빨리 친해진다. 강의가 끝나면 교수님과 수강생들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반주를 마실 때면 둔산 형이 창작한 건배사 수필아, 고맙다!를 연발했다. 둔산 형이 떠난 지금도 간혹 건배사에 수필아, 고맙다!가 등장할 때면 형 생각이 난다. 형은 문우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글도 잘 쓰지만 때로는 재치 있는 농담도 잘했다. 어디에서나 지갑도 잘 열었다. 나와는 간이 맞았다. 같은 음식을 먹으며 똑 같이 맛을 느끼는 사람과는 더 빨리 친해진다. 처음에는 주로 강의실에서 만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혹 좋은 수필을 한 편 쓰고 나면 기분이 좋아 서로 전화해서 주로 가맥 집에서 만나 맥주잔을 기우렸다. 가맥 맛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테지만 둔산 형과는 서로 입맛이 맞아 어느 장소보다 가맥집이 좋았다. 술은 어디에서 무슨 술을 마시냐보다 누구와 잔을 부딪치냐가 더 중요하다. 술을 마시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소재는 수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그간 살아온 추억을 이야기했다. 선생님들은 교감 승진 시험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동병상련이랄까 행정 공무원들은 사무관 시험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교감이나 사무관 승진시험은 나이 들어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승진한 뒤에는 과정이 어렵기에 성취감이 크다. 형과 나의 삶에 비슷한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 친해졌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생활사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정치나 종교문제는 때론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나 종교문제도 성향이 비슷하여 무슨 이야기를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명심보감 언어 편 주봉지기 천종소 화불 투기 반구다(酒逢知己 千鍾少, 話不投機 半句多)" 한 구절이 생각난다. 저승에는 주막이 없다는데 둔산 형과는 이제 잔을 마주댈 기회가 없어 더욱 아쉬움만 남는다. 최기춘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은발의 단상〉외 1권이 있다. 대한문학작가회, 영호남수필 회원이며 전북수필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임실문학회 회장으로 있다. /최기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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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3 19:23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는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병역의무자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가족의 부양비, 재산액, 월수입액이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모두 해당될 경우 병역을 감면해 주는 제도입니다. 2021년도 기준 재산액은 7,850만원 이하, 월수입액은 4인 가족 기준 1,950,516원이하입니다. 재산액은 물가상승률, 수입액은 의료급여 선정기준을 반영하므로 2022년도 재산액 및 수입액 기준은 올해보다 상향될 예정입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출원 시기는 현역병입영대상자와 대체복무요원 소집대상자는 입영 또는 소집통지를 받은 후 입영일 5일전까지입니다. 다만, 현역병입영대상자 중 육해공군 등 모집병에 지원하여 합격한 사람은 신청할 수 없으며, 입영 후 복무 중에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은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다음해부터 신청할 수 있으며, 20세 이후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람은 그 해부터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에 재학하여 연기중인 사람은 신청할 수 없으며, 연기 해소 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현역병, 대체복무요원,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복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생계유지곤란 병역감면 사유가 발생하면 언제든 신청이 가능합니다.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 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누리집병역이행안내병역감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에 자가진단을 받고자 할 경우에는 병무청홈페이지병무민원민원안내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원(자가진단)에서 가능합니다. 생계곤란 병역감면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지방병무청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고, 병역감면 상담은 전북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생계처리계(063-281-3233, 3186)로 문의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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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23 19:23

민주당에게 전북은 핫바지나 바지저고리인가?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전북의 정치는 바지저고리나 핫바지 취급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민주당의 본향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며 지낸 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북 정치인들은 말끝마다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에 가장 높은 득표율로 몰표를 주었고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거의 민주당으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자랑하지만 임기 말인 현재까지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이 현안은 표류하거나 암초를 만나 허덕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민주당 지지로 일관한 정치 영역조차 핫바지이고 바지저고리로 전락되어 있으니 타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이재명 대선 캠프를 보아도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도 이재명 선대본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변방에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북 푸대접과 홀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갈수록 정도가 더욱 심해지며 거의 무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하겠다. 지역 정치권의 최대 현안은 무소속 이용호 의원 당선으로 사고 지구당이 된 남원 임실 순창 지역과 이상직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전주을 지역구의 위원장 임명이었다. 남임순 지역은 현역으로 차기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환주 남원시장을 직무대행에 임명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행위를 중앙당이 강행했다는 것은 특정 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지방 자치를 말살하고 편파적인 경쟁을 조장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다행히 늦게나마 얼마 전 직무대행을 해임했으나 여전히 지역위원장을 임명하지 않고 대선과 총선을 치르려 하고 있다. 전주을 지역은 더욱 가관이 아니다. 직무대행 조차도 임명하지 않다가 듣도 보도 못한 낙하산 인사를 선대위원장에 앉혔다. 양경숙 비례대표 의원은 고향이 임실이라지만 지역 연고가 거의 없는 서울 사람이다. 비록 3개월 기간의 선대위원장이지만 지역민을 무시해도 정도가 지나쳤다. 아무리 아무나 앉혀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지지받을 것이 뻔하다고 하지만 전주을 지역은 전북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정운천 의원의 전 지역구이다. 지금도 잠재적인 국민의힘 지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지역이다. 무늬만 지역을 주장하는 낙하산 인사가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더욱 양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에 출마를 공공연히 외치는 외부인사이기에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총선의 공천 과정에 나설 수 있어 불공정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전북지역이다. 무슨 짓을 해도 몰표를 줄 것이기에 상관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횡이다. 지역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공석이 된 과정에 대한 겸허한 사과도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이득이나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전북은 송 지사 체제에 들어서며 오죽하면 전북 몫을 찾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역주행하고 있다. 인구. 산업. 소득 등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100%에 가까운 절대다수가 민주당으로 도배되어 있는 전북 정치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도당도 침묵하고 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위탁관리 조차도 외부인의 수혈을 받아야 한다면 도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최근 청주시가 지역에서 유일하게 100만 도시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청주시는 청원군과의 통합 추진과 공항 유치전도 전북보다 늦었다. 하지만 통합에 성공하고 공항을 유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전북 정치권의 무능과 유권자의 무조건적인 지지로 경쟁 없는 전북 정치가 죽어가고 있다. 전북이 쇠락하고 있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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