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금낭화 자생 군락지 대아수목원
세상은 봄의 한가운데 있다. 완주 고산천을 거슬러 대아 댐을 지나 운장산자락에 자리 잡은 대아수목원을 찾았다. 이제 막 꽃을 매달기 시작한 우리나라 최대의 금낭화 자생 군락지를 보기 위해서다.수목원 입구에서 우측 가막골 쪽으로 약 2km 남짓한 산길을 오르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하나 둘씩 금낭화의 고운 자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좀 더 내쳐오르면 완만한 골짜기엔 금낭화의 분홍빛이 점점이 박힌 초록 물결 사이에서 뚜렷이 빛난다.'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금낭화의 꽃말을 가슴에 담은, 사랑에 빠진 청춘의 심장은 꼭 금낭화 닮지 않았을까? 등처럼 휘어진 줄기에 여인네의 진분홍 비단 주머니를 매단 것 같은 금낭화엔 많은 사랑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매달려 있을 것 같다.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금낭화는 한 눈에 시선을 끌 정도로 아름답다. 아니 시선을 끌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설악산 봉정암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중국에서 건너온 사찰 식물로 추정된다. 이른 봄에 어린순을 채취해 고사리처럼 물에 삶아 독성을 우려낸 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해 며느리취로 불리기도 한다.▲ 최적의 자연환경과 금낭화의 생육과정 일치수목원 가막골 골짜기의 금낭화 분포 면적은 7ha, "원래 이곳은 화전 경작지라 큰 나무가 없어 햇볕이 잘 들고 토양도 비옥합니다. 또 씨 없는 동상 곶감으로 유명한 고종시 감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주민들이 작은 관목을 제거해주고, 또 발아기에 덩굴식물이 차광막 역할을 해 발아율을 높여줍니다." 대상지의 자연환경조건과 금낭화의 생육과정이 일치하여 대규모 자생 군락지를 이뤘다는 박지원(대아수목원 연구사)씨의 설명이다.또한 이곳의 토심이 50cm에 이르고 분지에 형성된 퇴적된 거름기가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최적의 생육여건을 갖추게 됐다.그래서인지 대아수목원의 금낭화는 보통 금낭화에 비해 탐스럽고 튼실하다. 두 배 이상의 크기에 포기당 40∼50개의 줄기를 형성하고, 1개 꽃대에 10∼20개의 종자 꼬투리가 형성되어 왕성한 생장을 보이고 있다.군락지는 육안으로 판별이 확연할 정도로 금낭화가 대량 자생하는 고밀도 분포지역 2ha, 감나무 주변과 바위 사이사이에 자라는 중밀도 지역 2ha,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 비교적 햇빛이 잘 드는 지역에 소규모 군락을 이룬 저밀도 지역 4ha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지역별로 분포밀도가 달리 형성된 것은 토양 여건과 생육 환경 차이 때문이다.▲ 금낭화가 피는 곳엔 들꽃이 지천잘 조성된 탐방로 사이사이로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앙증맞은 들꽃들이 보인다. 얼레지는 이미 저버렸지만 꿩의바람꽃, 구슬봉이, 흰제비꽃, 현호색, 미치광이풀이 얼굴을 내밀고 수줍게 맞는다. 금낭화가 피는 곳엔 들꽃이 지천이다. 이곳에는 약 1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미나리냉이, 족도리풀, 얼레지, 미치광이풀, 승마, 산작약, 윤판나물, 애기똥풀, 천남성 등이 소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따라서 이곳은 금낭화 자생지로써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특산식물이 자생하는 곳으로 식물자원보존 및 학술연구의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군락지 주변은 온통 연둣빛 물감을 풀어 높은 듯하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를 중심으로 층층나무, 비목, 고로쇠, 굴피나무, 이팝나무 등 교목과, 고추나무, 싸리, 화살나무, 병꽃나무, 찔레, 청미레덩굴 등 관목류로 자연림이 형성돼 있다.또한 70년대에 조림한 일본잎갈나무 1ha 정도 분포되어 있으며, 100여 그루의 고종시 감나무가 산재돼 있다.▲ 금난화 보호를 위한 노력대아수목원은 군락지의 훼손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수목원 구역으로 편입시켜 관리하고 있다. 금낭화를 보기 위해 찾은 이들이 잘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목재 데크로 탐방로를 만들었다.주변 경관을 거스르지 않게 숲 체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육장과 안내판, 정자를 지어 탐방객들이 금낭화의 향기에 취해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도록 편안한 공간을 조성했다. 대아수목원 측은 군락지 주변의 자연 식생조사와 자연환경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생 군락지를 확대해나갈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대아수목원은완주군 동상면 대아리에 위치한 대아수목원은 수려한 자연 경관을 최대 활용, 차별화된 산림문화 휴식공간 조성한다는 취지로 1995년 개원했다. 이후 2000년 금낭화 분포지를 편입하면서 150ha로 확대 지정되었다. 284수종 자생하는 110ha 천연림은 물론 약용수원, 관상수원 등 기능별로 14개원이 조성되어 172과 726속 2,390종류 보유하고 있으며, 산림 자료실 32개 코너에 925종, 1,074점 전시되어 있다. 또한 임도 7.2km, 산책로 13.62km 등 14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숲을 배우는 공간이자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문의) 063-243-1951/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