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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60마리 일제히 고개 돌릴 때 '찰칵'…그 짜릿함이란"

전북엔 천연기념물 학(두루미)이 얼씬도 안한다. 겨울 철새가 오기엔 전북이 따뜻해서다. 체감온도 30~35도 안팎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와 같이 몹시 춥고 군이 삼엄한 경비하는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더욱이 학은 경계심이 많아 동이 트기 전 새벽녘, 1시간 정도 잠복하고 기다려야 한다. 찍을만 하면 도망가는 일도 부지기수. 학에게 하도 많이 바람을 맞아봐서 이젠 '그 짓'도 이골이 났다.13년 째 줄곧 학에 빠져 촬영해온 김재왕(72군산대 평생교육원 작품사진반 지도교수)씨가 여덟번 째 개인전을 열면서 사진집까지 출간했다. 13점이 모조리 팔린 익산의 1차 전시에 이어 30점을 내놓은 2차 전주 전시로 이어진 것. 이번 전시 수익금도 어김없이 심장병 어린이결손 가정북한 동포 돕기 등으로 쓰여진다. "나만큼 학을 찍어온 작가는 드물 거예요. 이번에 13년 동안 찍은 사진 중 3000점을 추렸고, 여기서 200점은 사진집에 넣고, 80점은 전시에 내놓았죠." 그가 꼽은 수작은 2년 전 비무장지대에서 60여 마리 학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 매년 두루미협회가 먹이가 줄어든 겨울철에 곡식 낱알을 뿌려주는 때를 기다려 건졌다."이놈들도 먹이를 먹을 때 한 놈이 망을 봐요.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이렇게 단체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없는데, 그날은 정말 운이 좋았죠."8년 전 내몽골에서 갈대밭에 비춘 햇빛에 강물이 반사 돼 붉은 빛으로 물든 학 사진도 내놨다. "붉은색 학 본 적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찍을 수 없는 사진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면 다들 놀랠 걸요."그는 "그러나 난개발과 이상 고온으로 두루미 월동지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걸을 수 있는 한 '귀한 손님'을 계속 찍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 김재왕 학 사진전 = 29일~7월2일 전북교육문화회관, 개막식 30일 오전 11시. 3차 전시 = 7월6~12일 군산시민문화회관, 개막식 7월7일 오전 11시.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8 23:02

조국에 목숨 바친 호국영령 예술로 위로한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625 전쟁 62주년을 맞아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의 넋을 예술로써 위로하는 행사가 마련된다.국가보훈처 전주보훈지청(지청장 김명한)과 (사)한국예총 전주지회(회장 최무연)가 28일 오후 3시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제1회 보훈문화예술제'를 연다. 전주보훈지청이 전국에서 처음 시도한 이번 행사는 건국와 호국의 역사와 정신을 환기시키기 위해 준비한 자리다. 김명한 지청장은 "국가보훈처가 '사후보훈'에서 '선제보훈'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전주보훈지청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까 고민하게 됐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문화적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공연은 35사단 군악대가 '전선은 간다', '멸공의 횃불', '육군가'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낭송 동호회'RPOEM'은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낭송, 다소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뒤이어 전주예총은 사물놀이와 기방무, 난타, 민요 메들리, 변검 등 신명난 공연을 이어간다. 최무연 회장은 "전주예총이 전주보훈지청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보훈문화예술제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순국선열들의 값진 희생 위에 이룩된 예술제가 유가족 등에게는 위로를, 시민에게는 호국보훈에 대한 관심을 전하는 자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8 23:02

2. 전북도 정책의 허와 실 - 문화예술 동호회 '육성' 당찬 꿈…전문인·아마추어 '마찰' 우려도

우리 국민들의 문화향유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문화관광연구원의 2010년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5000명 대상) 1년간 국민들의 예술행사 관람률은 67.2%였다. 1년간 문화예술회관을 한 번도 찾지 않은 비율이 91.9%(전북 도민 85.8%), 도서관 행사를 경험하지 않은 비율이 96.5%(전북 도민 98.6%), 단 한차례 역사유적지도 방문한 적이 없는 비율이 53.9%(전북도민 43.9%)라는 조사 수치가 말해주듯 일반 대중에게 문화예술은 아직 멀기만 하다.일반인들이 수준높은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감상하고, 나아가 직접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도가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넓힐 수 있는 사업들을 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동호회 육성전북도가 문화예술 대중화의 첨병으로 내세운'무기'가 생활문화예술동호회다. 전문 예술인들의 활동이 아닌, 공통의 예술적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의 모임을 행정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문화예술동호회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게 전북도의'문화예술 대중화'정책이다.현재 도내 활동중인 문화예술동호회는 730여개에 1만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등록단체는 468개에 9544명(4월말 기준, 전북도 집계). 분야별로는 음악 분야가 156개로 가장 많고, 전통예술 102개, 무용 54개, 사진 42개, 공예 27개, 미술 26개, 문학 22개, 서예 17개 등이다.도민 전체로 볼 때 문화예술동호회 활동 인구는 10%도 안되지만, 전국적으로 전북에서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다. 문화관광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 2010년도 전북지역 문화예술동호회 참여율이 6.5%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동호회 참여율은 3.1%다. 또 현재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참여할 의향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의 18.7%가 참여 의향을 나타내 제주도(22.1%)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전북에서 문화예술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이를 바탕으로 한 전북도의 예술동호회 육성사업계획이 야심차다. 우선 1단계로 신생 동호회 확대를 추진해 동호회 참여율을 도민 10% 이상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도민 100만명 예술인 육성'을 기치로 걸었다. 사실상 도민 모두를 예술인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4개 시군에 문화코디네이터를 배치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한다. 이미 14명의 문화코디네이터를 선발해 문화관광연구원에 위탁교육을 시켰으며,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인적 지원과 함께 예산 지원이 따른다. 올해 동호회 지원예산으로 6억1500만원이 확보돼(도비 3억9000만원, 시군비 2억2500만원) 동호회 활동 지원과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이를 뒷받침 할 조직도 갖춰졌다. 전북도 주도로 지난 26일 생활문화예술동호회 8개 분과위원회(음악미술연극영상사진무용국악 문학전시공예서예)가 구성됐다. 도내 14개 시군별로 분과위원회가 구성되고, 시군별 동호회장이 선출됐으며, 그 바탕 위에 시군동호회협의회와 도단위 분과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문화시설, 프로그램 접근성 높여문화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도 특기할 만하다. 도는 그동안 도시 중심의 대규모 문화시설 투자를 지양하고, 대신 문화소외 지역에 대한 시설 투자에 눈을 돌렸다. 작은 도서관과 작은 영화관 조성사업이 그 예다. 도는 올 한 해 23개의 작은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며(총 사업비 20억원), 현재 운영중인 80개 작은도서관에 책과 프로그램 등 10억원을 지원한다. 또 농어촌지역 학교마을도서관 33개소에 4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도는 또 도내 영화전문상영시설이 없는 8개 시군(김제, 완주, 진안, 무주, 임실, 순창, 고창, 부안)에 작은영화관을 만든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개소당 8억5000만원씩 총 68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다른 한편으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신나는 예술버스'와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 공연, '우리가락 우리마당' 야외상설공연 등이 그것이다.' 신나는 예술버스'는 전통시장과 기업체 등을 직접 찾아서 대중음악부터 민요, 무용 등의 공연을 펼치는 사업으로, 올 한 해 75회 공연이 펼쳐진다.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은 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전주익산임실고창 등 4개 시군에서 20~40회씩 열릴 예정.도는 또 지역주민의 문화활동을 넓히기 위해 전주군산익산남원에'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한다.전주의 경우 동문거리 일대에, 군산은 개복동 우일시네마 일원에, 익산은 영정통길(구 이리극장길)에, 남원은 광한루를 중심으로 시민예술공간을 만들고 있다.△아마추어 '주류 행세' 경계해야일반 도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전북도의 이같은 정책방향에 대해 일부 염려도 나온다.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육성 정책만 하더라도 당초 취지와 달리 자칫 아마추어 예술이 주류 '행세'를 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저변확대와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문화예술동호회 육성이 필요하지만, 전문예술인예술단체와 연계되지 않을 때 이해관계를 놓고 단체간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또 문화예술 관련 전문 기획자(문화예술 매개인) 양성체계가 허술한 점도 문제다. 문화코디네이터 14명을 선발해 시군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문화시설 등의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전문인으로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중앙정부나 교육기관, 관련 전문 예술인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서 체계적으로 문화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 도입도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전북도 이종석 문화관광국장은 "도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문화예술을 쉽게 배우고 익히고 발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정책의 목표다"며, "행정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동호회들이 자발적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6.28 23:02

도립미술관 소장품 중국 나들이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들이 중국 나들이에 나섰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전이 다음달 5일까지 한달간 강소성미술관에서 열린다.도립미술관은 강소성미술관과 2010년 상호교류협력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도립미술관에서'판화 속 중국, 중국인 - 강소성미술관 소장 판화작품'전을 가졌다.이번 출품작들은 전북지역을 대표하고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도립미술관 소장 20명 작가의 작품 34점으로 구성됐다. 문복철, 하상용 등 작고작가의 작품과 윤명로, 방의걸, 송수남, 박민평, 임섭수, 이건용 등의 원로작가의 작품, 곽석손, 유휴열, 하수경, 김병종, 도병락, 이정웅 등 전북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들이다.미술관측은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북인의 문화와 정서가 표현된 작품들을 중국 관람객들이 이해하고 감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도립미술관은 지난 2년간의 전시를 토대로 연례적으로 진행되던 소장품 교류전을 발전시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미술교류를 확대시키는 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강소성미술관을 중심으로 남경박물관, 양주박물관, 부포석 기념관 등에 소장된 양주팔괴, 신금릉화파 등의 국보급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6.27 23:02

29. 경기전의 - 어진행렬 때 펼치는 고취악대 웅장한 악기 장관

조선왕실에서 중요지역에 조선건국자의 어진을 모시는 것은 왕실의 위엄을 보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왕에게는 자신의 왕위계승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어진을 모사하고 봉안하는 것은 국가의례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 행사였으며, 이를 축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부대행사들이 진행되면서 큰 볼거리를 만들게 된다.경기전은 1410년에 세워졌다가 임진왜란에 소실되었던 것을 1614년 중수했으며 1991년 사적 제 339호로 지정해 보호하는, 전주문화의 1번지라고 할 수 있다.서울에서 전주 경기전으로 어진이 이안될 때 웅장한 행렬이 연출되었다. 이는 조선왕실의 위엄을 나타내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의미하는 한편, 조선시대 모든 예술영역이 한 덩어리가 되어 극적 모습 또한 보여준다. 예컨대 화려한 의장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평민들에게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의례였던 것이다.이러한 어진 봉안행렬에는 시각적 효과와 함께 청각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는 음악행렬도가 등장한다. 이것이 바로 어진봉안 때 등장하는 고취악이다. 얼마 전 프랑스로부터 영구 기증받은 반차도에서도 화려한 복색을 갖춘 고취악대가 등장했다.경기전으로 봉안되는 어진행렬 때 펼쳐지는 고취악대는 웅장한 악기를 중심으로 어진의 위엄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청각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는 고취악기는 통치자의 절대적 위치를 부각시키며, 매우 용감하고 전투적인 음향으로 행렬의 위풍과 사기를 높여준다.경기전 태조어진 이안행차 시 구성원인 전부고취와 후부고취의 규모는 그 의장의 규모를 염두에 둔다면 대단히 웅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영정모사도감의궤』 등의 반차도에는 서울에서 전주로 향하는 고취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경기전의』을 보면, 신연을 사이에 두고 앞에는 취타를 선두로 신연의 왼쪽 앞으로는 주장고, 비파, 취거가 있다.또 신연 앞쪽에는 고취가 배치되었는데 고취는 가늘고 긴 북, 비파, 쌍피리, 취거 1쌍, 거문고 1쌍, 피리 1쌍으로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신연의 오른쪽으로는 악무고 즉, 음악과 춤, 북이 어우러지고 있었으며, 지금의 해금인 행금연주와 취적이 배치되었고, 그 뒤를 취타가 또다시 따르는 형태다.『경기전의』에 나타난 음악형태는 거문고 등의 현악기도 등장하지만 취타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취타는 고대로부터 군영음악으로서 사용되어 왔으며, 역대 임금이나, 관직이 높은 사람이 이동할 때 불고 때리는 연주형태를 가진 타악기 중심의 행악이다.이처럼 어진 봉안행렬에는 우리의 뛰어난 문화유산이 담겨져 있지만 지금은 단절된 상태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추구하는 전주시가 어진음악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소중한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1897년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책을 1906년 필사한 것이 지금의 『경기전의』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6.27 23:02

애니메이터 김대환씨 - 어른이 꾸는 '동심의 꿈'

미대 나온 이 남자, 만화와 제대로 사랑에 빠졌다. 초등학교 2년 때 형이 우연히 보여준 만화책은 마치 첫사랑처럼 앓게 만들었다. 당시 어린 아이들의 영웅이자 로망이었던 로봇이 여기저기에서 총천연색으로 버티고 앉은 광경만으로도 금새 행복해졌다. 대전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그가 점수에 맞춰 진학한 곳이 전북대 미대. 그러나 서양화를 전공하면서도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놓진 못했다. 전주 동문거리 일대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26일 애니메이터(Animator) 김대환씨(34)를 만났다. 만화'영심이'의 남자친구 왕경태를 연상케하는 큰 뿔테 안경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은 꼭 만화 주인공 같다. 하도 작업실에서 먹고 자는 덕분에 주변에서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숱하게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밥벌이가 도저히 안 되니 낮에는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밤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돌아온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현실이 부럽긴 해도, 5년 째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발군의 작품'캣맨'을 기획하고 이제 제작에 들어갔다.영화 '캣 우먼'에서 단초를 얻었으나 정반대 콘셉트로 잡은 '캣맨'은 '귀차니즘'에 빠진 영웅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고양이는 본래 우아하면서도 요염한,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키워보니까 달랐어요. 그래서 멋하고는 담을 쌓은 지저분하고 뚱뚱한 수컷 고양이를 내세웠죠."영웅은 늘 추앙받는다는 공식도 살짝 비틀어 놓았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골방에 쳐 박혀 줄담배만 태우는 속칭 '루저'로 비춰지는 것처럼, 악당의 얼굴이지만 운 좋게 영웅이 된 '캣맨'이 실제론 고달픈 삶을 살게 된다는 설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성인들을 위한 블랙 코미디였다가 제작기간이 길어지고 완성도를 높이려 하다 보니, 아동판으로 바뀐 셈. 공을 들인 덕분에 강원 정보문화진흥원이 내건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만큼 검증을 좋아하는 곳도 없을 거예요. 비주류에 속하는 애니메이션은 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떨려나는 일도 부지기수죠. 그래서 전국적인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는 겁니다. 일종의 '품질보증서'를 받아야 제작이 가능해지거든요." 특히 이번 작품은 그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2006년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무작정 상경해 운 좋게 고세윤 감독의 '실버 레인저' 제작에 참여해 두루두루 배웠지만, 캐릭터 디자인은 영 자신이 없었다. 결국 동료들과 마찰을 겪은 뒤 독기를 품고 1년 간 두문불출하면서 익힌 캐릭터 디자인을 이번 작품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앞서 온갖 고생 다하면서 첫 데뷔작'판타지 거문고'를 내놓고도 투자자를 못 구해 상영조차 못했던 쓰라린 현실을 떠올렸다. 특히나 애니메이션 제작 정보가 적고 협조도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선 '1인 감독 제작 체제'가 대안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는 시나리오를 쓰고 이야기를 구성한 뒤 그림을 그려 완성된 영상을 내놓는 것은 물론 홍보까지 도맡는 전 과정을 뜻한다. 물론 현실적으론 어렵지만, 이게 가능해져야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수 있다는 역설의 방정식에 도달한 것. 하지만 그는 요새 같아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잡다한 일은 접고 '몰빵'하기로 했다"는 그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시루'에서 지역 주민들의 애니메이션 창작을 돕는 강사로, 전주예고·대전예고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강사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독립 애니메이션 쪽에 걸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가 욕심내는 것은 상업 애니메이션. 감독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독립 애니메이션 쪽도 매력은 있지만, 관람객들이 어떤 코드에서 웃음이 터지는지 고민하는 상업 애니메이션은 그에게 늘 새로운 도전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7 23:02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미개봉 영화 특별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구 완산보건소·영화제작소 4층)이 6월 기획 상영전으로 '상반기 미개봉 영화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주에서 소개되지 않았으나 작품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멋진 악몽'(감독 미타니 코키), '스탠리의 도시락'(감독 아몰 굽테), '아르마딜로'(감독 야누스 메츠 패더슨),'하트 브레이커'(감독 파스칼 쇼메유)가 초대됐다.'멋진 악몽'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좌충우돌하는 다수의 등장인물들이 선한 자는 보상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본 코미디 영화. 식탐 대마왕 교사와 엉뚱 발랄한 소년 스탠리의 도시락 쟁탈전을 유쾌하게 그려낸 '스탠리의 도시락'은 강제로 노동 현장에 내몰린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평가 받은 '아르마딜로'는 다큐 최초로 제63회 칸영화제에서 비평가 주간 대상을 받은 화제작. 아프카니스탄 최전방 기지인 '아르마딜로'에 배치된 덴마크 병사들의 모습을 세련된 편집으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글로벌 연애조작단 '하트 브레이커'가 프랑스 최고 재벌녀와 스마트한 영국 재벌로 꼽히는 조나단과의 결혼을 파투낸다는 설정으로 유럽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500억 흥행 신화를 쓴 작품이다. 특별전은 27일부터 7월8일까지 상영된다. 문의 063)231-3377, theque.jiff. or.kr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6 23:02

전북 브랜드 공연, 새만금 상설 공연과 논의 과정 비슷…또다른 상설공연 추가 그칠라

"이러다 새만금 상설 공연처럼 되는 것 아닌가?"전북도가 전북 브랜드 공연 출범을 위해 몇 차례 세미나를 거치면서 전북 브랜드 공연 출범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새만금 상설 공연을 출범시킬 때 논의 과정이 비슷하다고 보고, 가급적 닮지 않는 게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새만금 상설 공연에서도 배울 게 많다는 '타산지석'론이다. 유료 공연의 마케팅·홍보·경제효과 등 '새만금의 교훈'을 제대로 짚지 않아 똑같은 논란을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는 일단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전북 브랜드 공연 관련한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 더 나아가 전북을 상징하는 공연과 잘 팔리는 문화상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고 제시하면서 공연의 콘셉트와 공연장 등까지 검토했다. 문제는 논의 과정이 뒤바뀐 데 있다. 전북발전연구원이 큰 틀에서 브랜드 공연 필요성 등을 검토할 순 있어도 브랜드 공연을 통한 문화상품화는 마케팅 전문가 등이 판단한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전발연이 브랜드 공연을 놓고 전북을 대표하는 공연과 관광상품이라는 과도한 욕심을 제시하면서 지난해 새만금 상설 공연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실제로 새만금상설공연추진단이 올해 지역적 소재를 충분히 활용한 완성도를 갖춘 새만금을 대표하는 공연을 내놓으면서도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른 관광객 격차,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계층에 맞는 공연 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광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성공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경주의 '플라잉'과 같은 판타스틱 퓨전 무술극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진출한 공연이 그 예다. 하지만 현재까지 논의된 1년 운영비 20억(공연 제작비 등 제외)·대형 아닌 중형 규모·전주 한옥마을 일대 공연장(전북예술회관)·'춘향'을 통한 마당극에 디지털 퍼포먼스 접목 등을 살펴보면, 전북도가 의도하는 전북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내세울 수 있을 지 부정적 시각이 많다. 결국 도가 브랜드 공연을 만들겠다는 의지만 앞세운 채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따르지 않을 경우, 전주문화재단의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와 같은 또 다른 상설공연만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될 우려가 많다.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는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내놓은 좋은 공연이 물론 많지만 표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연을 산업으로 접근해 브랜드 공연으로 내놓겠다는 행정의 의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우려되는 사항에 관해 합일점을 찾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6 23:02

전주여고 'Since 1996' 전북청소년연극제 3년 연속 최우수상

전주여고 연극동아리'Since 1996'가 3년 연속 전북청소년연극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전북연극협회 주최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전주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전북지역 9개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16회 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전주여고 'Since 1996'는 '달무리 꽃'으로 전북도지사상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최우수 연기상은'달무리 꽃'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김다영양(전주여고 1년)에게 돌아갔다.우수작품상은 무주푸름꿈고등학교의 '파안'(도교육감상)과 호남제일고의 '하제'(전북예총회장상)가 차지했다.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은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소재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이야기. 전주여고 조성희 지도교사는 "새학기들어 3학년이 빠진 상태에서 발성부터 연습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짧은 준비기간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한 결과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1996년 만들어진 전주여고 연극동아리에는 현재 19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극인 홍자연(전주시립극단)·주선하씨(소극장 판)가 지도하고 있다.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전주여고는 8월7일부터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전북대표로 참여한다.심사는 백수연(심사위원장·명신대 연극영화과 교수) 최경식(달란트연극마을 대표)·김경민(백제예술대 겸임교수)가 맡았다.△장려상(전북연급회장상)=전주제일고 '까멜레온', 전주사대부고 '산목', 이리여고 '우연한'.△지도교사상=김근수(김제자영고) △공로상(연기지도)=류성목 △특별상(스텝부문)=김제자영고.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6.25 23:02

"강철 무지개 같던 아버지, 이젠 자랑스러워요"

"남들은 아버지가 시인이고 독립운동가라서 좋겠다고 하지만 (나는) 속으로 늘 지게꾼이라도 좋으니, 아버지가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이육사 시인(본명 이원록·1904~ 1944)의 딸 이옥비 여사(71)가 전주를 찾았다. 22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한국문학관협회·혼불기념사업회의 초청 강연에 나선 이 여사는 '청포도'와 '광야'를 남긴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삶과 그 고된 삶을 버텨온 어머니와 자신의 기나긴 삶을 이야기했다. "100일 되던 날 아버지가 직접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비옥할 옥(沃)자에 아닐 비(非)자를 쓰지요. 소박하게 살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을 담았다고 하더군요." 그가 네 살 때 8·15 광복을 7개월 앞둔 1944년 1월 이육사 시인은 중국 베이징 주재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계란빛이 나는 양복을 입고 가르마를 타신 모습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날 뿐이지요." 서울에서 태어나 대구 동인초교, 제일여중, 대구여고, 경북여자사범대를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네가 육사의 딸이냐"고 묻는 게 가장 싫었다. 하지만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매사에 정확하면서도 따사로운 마음을 지닌 분이었다는 걸 들었다"면서 살아 생전 17번이나 일본 순경에 검거되는 등 시가 그렇듯 삶이 '강철로 만든 무지개' 같았다고 회고했다.2004년 육사문학관 개관 당시 그는 일본에 있었다. 그러나 성경을 필사하면서 불편하고 원망스럽던 아버지의 위대성을 발견하게 됐고, 뒤늦게 한국에 돌아와 문학관 식구가 됐다. 처음엔 일어 통역관으로, 이후엔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육사문학관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해 아버지의 삶과 정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어렸을 때 그토록 아쉬워하던 아버지 사랑을 뒤늦게 담뿍 받는 것 같습니다. 이제 비로소 이육사 시인의 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아버지의 뜻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이옥비 여사를 만나기 위해 최명희문학관 비시동락지실을 가득 메운 이날 강연에는 이광섭 한국문학관협회 과장,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아동문학가 서재균, 문학평론가 오하근, 이목윤 이소애 김영 시인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5 23:02

적은 예산에도 '시민 대동제' 위상 키웠다

'제54회 전주 단오'(23~24일 전주 덕진공원)는 하늘이 도왔다. 수복(壽福)·재화(財貨)·다산(多産)을 기원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단오 기원제 덕분일까. 이상 고온으로 철 모르고 피어난 연꽃, 30도가 웃도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약간 구름 낀 날씨로 인해 시민들은 선선한 날씨에 연꽃 장관을 배경 삼아 공연과 전시, 체험까지 즐겼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풍남문화법인(이사장 선기현)이 주관하는 전주 단오는 1억 남짓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시민 대동제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했다. 그러나 임금님 진상품인 부채를 바치는 행렬·부채 나눔 등은 전주 단오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씨름이나 창포물맞이에 비해 이미 잘 알려진 콘텐츠라는 점에서 색다른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주최측이 추산한 전주 단오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에 비해 3만 명 늘어난 18만 명.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연꽃을 담으려는 전국 출사객들이 줄을 이었다. 공간의 성격에 맞는 행사 기획으로 축제 분위기도 고조됐다. 정문에서는 '전주 단오 명인 부채 특별 기획전', 중문에서는 어르신 윷놀이 대회, 후문에서는 오카리나부터 통기타까지 다양한 공연이 배치됐다. 방문객들을 유혹하는 연꽃을 배경으로 한 특설무대는 올해 푸른 음악회 선정작인 미리암스 발레단의 'Dream of dream way', 퓨전국악단체 에스페란자의 영화음악부터 사물 난타·탭 댄스·교방무까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이 쉴새없이 이어졌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맞이를 응용한 창포물 머리 감기와 창포물놀이·물씨름 등도 인기를 누렸다. 도내 무형문화재 선자장·명인 등이 실용성과 예술성이 겸비된 부채들을 내놓은 '단오 명인 부채 특별 기획전'은 전주 부채문화관·한지산업지원센터와의 공동 기획해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도 관람할 수 있어 축제 무대가 확대되는 효과도 있었다. 올해도 단오의 인기 프로그램은 씨름대회. 15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걸린 씨름대회는 남성부·여성부·3판 2승제로 나뉘어 열기 속에 치러졌다. 정성엽 전주 단오 총감독은 "매년 거듭되는 씨름대회 인기로 내년부터는 생활체육 씨름대회에서 벗어나 단오장사씨름대회(가칭)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지역 축제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리플릿 제작이 시도 돼 호평을 받았으며, 지역 문화단체 등이 내놓은 공예·음식·혼례복 체험 등은 시민들의 만족도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6.25 23:02

"지역 가락과 사투리가 세계문화로 통하는 길"

전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문학평론가 윤재근 박사(한양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지난 22일 오후 2시 전북대 인문대학 2층 교수회의실에서 문학특강을 가졌다. 문학아카데미 개설과 함께 도립문학관의 외연 확대를 위한 첫 번째 대외 행사로 마련된 이날 특강은 전북지역 문인 150명이 참여해 지역문인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동양사상의 석학이며, 문학연구에서 미학적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근대문학의 연구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 박사는 이날 '백제문화권의 전라문인'을 주제로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특강의 요지다.20세기 들어 한국문화는 서구문화의 전방위 침습(浸濕)으로 조선조 문화사대(文化事大)와는 판이하게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서구문화가 우리 본래문화를 유지해온 기층마저 뒤흔들어 자문화의 뿌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문학은 그 나라 자문화의 보루가 되어준다. 그러나 20세기 한국문학은 서구문예의 종속화로 한국문화의 보루 구실을 등한히 한 채로 20세기를 보낸 셈이다.전라도문화는 태초부터 백제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서 숨 쉬고 있으므로 전라도 문인에게 道(大本)가 되어 중심점구심점이어야 한다.660년에 백제가 패망했다는 것은 그 지배층이 패하여 사라졌을 뿐이지 백제를 떠받쳤던 백성마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전라도문인에게 전라도 방언의 가락을 詩道의 道로 삼아야 함은 作詩의 운명인 것이다. 전라도 본딧말소리의 가락을 타고 백제가 숨쉬고 있음을 전라문인이라면 조금이라도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백성이 주고받는 본딧말 즉 사투리(방언)의 소리가락에 삶의 온갖 숨결이 생생하게 미래로, 미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지금 한국시는 제 고장 본딧말소리의 토색을 멀리하고 표준어소리를 따라가면서 산천 따라 이어져온 본딧말소리의 가락을 토막내버린 탓으로 시상만 앞세우고 소리가 가락의 본적을 져버려서 마치 '서울을 현주소로 하고 있다'는 꼴이 됐다.전라문인은 전라도 본딧말소리로 시가를 짓고 경상문인은 경상도 본딧말소리로 시가를 짓는 것이 시인시가의 본래면복이다. 말소리의 원천을 떠나 외면하면 문인(시인)으로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은 한시에 매달렸던 조선조 문인들을 되돌아보면 명백해진다.거듭 강조하거니와 문인을 일컬어 有道德者라고 함은 말의 목숨인 가락을 뿌리로 삼아 통하게 하고자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말소리로 말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춘향전''흥부전'등 판소리의 가사를 낭독해본 경험이 있는 문인이라면 가락과 방언의 보배로움(一寶)을 가늠할 것이다. 하나의 보배라야 IT세상에서 세계화될 수 있다. 전라문인이 전라도 것이 아닌 것으로 세계로 통하는 길을 낼 수도 없거니와 살아있는 백제문화로 숨쉬게 할 수도 없음을 또한 간파해야 할 것이다.강의장인 전북대에 사투리방언연구소가 개설된 것과 관련, 윤 박사는 삶과 문화 속에 녹아있어야 할 방언들이 오죽하면 인위적으로 연구소까지 만들어 지키고 연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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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2.06.25 23:02

금요일 저녁 한옥마을 '국악 잔치'

전주 한옥마을에 오면 저녁에 볼거리가 없다는 말은 옛 이야기로 간주될 것 같다. 전주문화재단(이사장 유광찬)이 지난달 시작한 토요 상설 공연'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메고'에 이어 금요 상설 공연으로 전주시립국악단(지휘자 신용문)의 달빛 음악회와 짧은 판소리로 수놓는 대청 음악회를 준비한다.달빛 음악회(22일~10월26일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전주 부채문화관)는 국악에 대한 짧고 무지한 '음악 입맛'을 보완하는 데 좋은 자리가 될 듯. 이지은의 가야금 독주'침양무', 이민주의 대금 독주'청성곡', 오정무의 '지영희류 해금 산조', 최경래의 '흥보가' 중 '박타령' 등이 펼쳐진다. 타악 반주는 장재환 박종석이 맞춘다. 조명 만이 현대라는 걸 일러줄 뿐 그 옛날 '판'을 재현해놓은 듯한 대청 음악회는 열 가지 짧은 판소리를 풀어낸다. 소리꾼 왕기석·김민영·방수미·정민영·이용선이 작창해 전라도 말밭 위에 꽃 피워낸 판소리와 신귀백·곽병창·최기우·문신이 구수하고 찰진 이야기로 양념을 더한다. 전주사투리가부터 녹두장군비빔밥뎐까지 창작 판소리의 낯섦은 두려움이 아니라 차라리 즐거움에 가깝다는 걸, 짧은 시간을 통해 보여줄 것이다. 비가 올 경우 달빛 음악회는 삼도헌에서 진행된다. 격주로 진행되는 달빛 음악회와 대청음악회는 무료 공연이다.△ 달빛음악회 = 22일~10월26일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전주 부채문화관. △ 대청음악회 = 29일~11월2일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전주 삼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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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6.22 23:02

전주 중앙시장의 변신 "문화놀이터 놀러 와요"

지난해 말쯤부터 전주 중앙시장에 예술인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전주 노송천이 복원됐고 중앙시장 현대화 사업은 이뤄졌지만 대형마트가 쉬는 주말에도 전주 중앙시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중앙시장이 한옥마을 일대 관광객과 전주 시민들을 끌어모으는 거대한 용광로가 될 수 있다고 믿은 예술인들은 '중앙시장 캬바레'에서 '문화마을 장나래'로 간판을 바꿔 달고, 신나는'판'을 벌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여기서의 '장나래'는 '장'(시장)과 '나래'(날개)를 뜻하는 것으로 중앙시장이 문화놀이터가 돼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미디어 그룹'30 Days', 인디밴드'레드제플린', 전통예술원 모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은 처음엔 공연만 고민하다가 잠재 고객이 될 아동청소년들을 움직이는 문화체험까지 곁들였다.24일 아동청소년 20명은 2m 대형공을 굴리는 이색적인 중앙시장 투어에 나선다. 채성태 김대환 안한영 씨의 지도로 두 모둠으로 나뉜 학생들은 노송천과 공구상가를 각각 돌면서 중앙시장 돔 광장(신중앙시장)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돌아본 상가의 이미지를 공에 그려넣고, 이 공은 중앙시장 무대 설치작품으로 활용된다. 시장 투어 뒤 출출한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어울 비빕밥'도 제공된다. 참가비 2000원.또 다른 시장 투어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재밌는 장보기를 주제로 한다. 참가비 5000원으로 가족들을 위한 행복 선물을 찾고, 그 상가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채성태 김영선 최은주 안한영 씨가 강사로 참여한다. 예술인들은 중앙시장 상인회 도움으로 돔 광장을 놀이터 삼아 신나는 공연을 마련한다.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거의 종일 이어진다. 예산 '0원'으로 시작해 벌인 판이라 재능 기부로 참여하는 예술인들은 상업화 돼가는 전주 한옥마을을 대신해 문화의 다양성을 부여하는 환기구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이들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중앙시장을 문화놀이터로 변모시키는 각양각색의 공연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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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06.22 23:02

1. 전(傳) 낙수정 동종 - 천년 前 전주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 준 동종

유물은 시대의 거울이다. 유물을 통해 당시대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있어도 무심코 간과해온 지역의 유물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1999년 7월 다카하라 히미꼬(高原 日美子)라는 여인이 일본 후쿠오카현청교육위원회를 방문하여 한국 종 1구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위원회는 여사에게 원 소유국의 문화기관에 기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하였고, 고심 끝에 여사는 같은 해 10월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할 것을 약속했다. 같은 해 11월 5일 동종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고향을 떠난 뒤 실로 73년 만에 그리운 고국 땅을 밟은 것이었다. 이 동종은 2001년 9월 21일 보물 제1325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국립전주박물관으로 이관되었다. 이 동종이 국립전주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이유는 일제강점기 3대 조선총독인 사이또 마코토(齊藤實)가 1926년 일본 수성원(水城院)에 동종을 기증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이또의 편지에 따르면 동종은 당시 전주면(全州面)에 살던 박모(朴某)가 자신 소유 낙수정(樂壽亭) 수리 시 땅 속에서 발견한 것으로써, 1916년 경성(京城)에서 열린 공진회(共進會)에 출품하기도 하였다. 동종의 원소재지가 전주였던 것이다. 한편 동종이 발견된 곳에서 1909년에 '開元寺'(개원사)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 동종은 전주 개원사라는 절에 걸려있던 종으로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종을 매다는 부분이 깨어지자 땅속에 묻혔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개원사는 폐사되고 조선시대 낙수정이라는 정자가 들어섰을 것으로 생각된다.전 낙수정 동종은 통일신라 동종을 연상시키면서도 고려 초 동종의 세부 표현과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10세기 중엽에서 11세기 전반에 조성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동종과 흡사한 종이 일본 원청사(圓淸寺)에도 있다. 이 두 종은 크기는 물론이고 넝쿨무늬비천 등의 모습까지도 유사하여 같은 장인(匠人)이 동일한 문양판(文樣板)을 사용하여 조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불가(佛家)에서 동종의 소리는 '일승지원음(一乘之圓音)', 즉 '부처의 소리'를 의미한다. 또 종을 매다는 부분의 대나무 관과 같은 음통은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라의 보물 만파식적(萬波息笛)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천년 전 옛 전주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고 소원을 들어주었을 이 동종의 소리는 지금도 국립전주박물관 전시실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진정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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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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