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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숨은 보물’ 전북 향토문화유산 한 눈에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로당인 기령당은 완산동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으며, 뒤에는 송석정이란 정자가 있다. 기령당은 조선시대 전라관찰사나 전주부윤이 부임하면 가장 먼저 찾은 곳이었다. 지역 원로와 부노들로부터 덕담을 듣기 위해서이다. 아직도 지자체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과 도지사, 시장 등 기관장들이 부임하면 가장 먼저 기령당에 와서 인사들 드린다고 한다. - 전주 완산구 소재 기령당. 전북문화원연합회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가치가 큰 유무형의 전북 향토문화유산을 모아 <전북의 향토문화유산>으로 엮었다. 전주 향교길 박진효자비부터 곤지산 이팝나무까지 43종, 군산 옥구읍 원오곡마을 추모재부터 민살풀이춤까지 19종, 익산 영등동 유적부터 여산면 태성리 수덕정까지 13종 등. 이 책에는 전북 14개 시군 지역성과 역사성을 반영한 421종의 유무형 향토문화유산이 614쪽에 걸쳐 기록됐다. 전북문화원연합회는 <전북의 향토문화유산> 발간과 함께 향토유산의 가치, 향토유산의 발견과 보존, 각 지역의 음식 등을 특집으로 다룬 <전북문화> 제22호도 펴냈다. 나종우 회장은 향토문화유산은 다양한 형태의 가치를 부과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지역의 정체성, 차별성, 지역경제의 활성화 측면에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지역 축제나 관광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2.27 20:09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제2회 완산벌문학상’에 김길남·박순희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는 제2회 완산벌 문학상 수상자로 김길남박순희 수필가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길남 수필가는 <대한문학>으로 등단해 <논두렁 밭두렁>, <다듬잇돌> 등 7권의 수필집을 펴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전북수필문학회,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회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황조근정훈장,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대한작가상, 은빛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순희 수필가는 <한국문인>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꽃으로 말한다>, <대체로 맑음> 등을 엮었다. 전북수필문학회 감사와 행촌수필문학회 감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행촌수필학회 부회장, 전북수필문학회 이사,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행촌수필문학상과 완산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회장은 완산벌문학상은 예향의 고장 전북의 문화융성과 회원들의 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제정됐다며 앞으로도 <완산벌에 핀 꽃> 동인지 발간, 저명인사 초청 문학강연과 동서화합을 위한 영호남문학교류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2회 완산벌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3월 23일 오후 5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김용옥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과 김영 전북문인협회 부회장(김제예총 회장) 초청 문학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2.27 20:08

[불멸의 백제] (291) 15장 황산벌 10

웅치산성의 청안, 계백이 황령산성, 장동석성에서 포진하고 있던 화청, 윤진까지 불러 회의를 하고 있다. 오전 진시(8시) 무렵, 둘러앉은 장수들은 10여명, 왜인으로 백제군 장수가 된 하도리와 다께다까지 모였다. 계백이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는 신라군이 황산벌 남쪽 끝에 닿는다. 계백의 표정은 담담하다. 날씨 이야기를 하는 농부 같다. 농부는 날씨가 궂거나 개거나 태연하다. 하늘의 뜻에 일희일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신라군은 사비도성 앞에서 당군(唐軍)과 만나 함께 사비도성을 공격할 계획이라 우리는 신라군을 막고 그동안 남방(南方)이나 서방(西方)군이 모이기를 기다려야 한다. 달솔. 주장(主將) 계백의 자문 역할로 말석에 앉아있던 흥수가 나섰다. 흥수가 어느새 물기가 번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서방군, 남방군은 모이지 않소. 이미 연임자가 장수들을 교체 한데다가 사기가 떨어져서 오합지졸이요. 마침내 흥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머개를 든 흥수가 계백을 보았다. 달솔, 황산벌에 모인 왜군은 강군(强軍)이요. 달솔을 위해서 모두 목숨을 바칠 것이오. 허나. 흥수의 시선이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분하오. 대백제가 마지막 국운(國運)을 왜군 5천에 걸고 있다니 내가 죽어서도 눈이 감기지 않을 것 같소. 그때 윤진이 나섰다. 어깨를 치켜세운 윤진이 흥수를 노려보았다. 좌평, 우리는 백제 대왕을 위하여 여기 온 것이 아니오. 달솔 계백과 함께 죽으려고 왔소. 다른 건 상관하지 않소. 윤진의 두 눈도 번들거렸다. 그때 화청이 말을 받았다. 나도 그렇소. 보시오. 화청이 손을 들더니 둘러앉은 장수들을 가리키고 나서 제 가슴을 쳤다. 나는 당(唐)고조 이연이가 태원유수로 있을 때 휘하 장수였다가 탈주하여 대백제의 장수가 되었으며... 숨을 고른 화청이 말을 이었다. 여기 앉은 윤진은 본국(本國) 출신이나 달솔은 백제 담로인 연남군에서 왔소. 화청이 하도리와 다께다를 가리켰다. 하도리는 왜인이었다가 일찍 귀화하여 백제 장수가 되었고 다께다는 왜국 영지의 장수요. 몸을 돌린 화청이 흥수를 보았다. 좌평, 달솔 계백이 지휘하는 군사가 바로 대백제의 얼굴이요. 과연. 어깨를 부풀린 흥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웃는다. 흥수가 고개를 들고 계백을 보았다. 달솔, 내가 늙었으나 신라 장수 한 둘은 벨 수가 있소. 나도 앞장을 설 테니 군사를 주시오. 잠자코 듣기만 하던 계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라군이 왜국 기마군을 전부터 얕보고 있었소. 거기에다 소정방과 합류하려고 서두르고 있으니 헛점이 많을 것이오. 계백이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은 일당백의 용사다. 그러나 자만하면 안 된다. 장수들이 숙연해졌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명심해라. 개죽음을 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목적은 대백제의 존속이다. 계백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만일 우리가 이곳에서 소멸된다면 신라는 인심 쓰듯이 황산벌의 이야기를 한 줄 남겨둘 것이다. 열 번 싸워 이기다 죽었다고.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26 19:58

[불멸의 백제] (290) 15장 황산벌 9

계백이 황산벌 위쪽 3개 산성(山城)에 입성했습니다. 달솔 해수가 보고하자 청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다. 의자도 침묵한 채 해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조금 전 동방방령 사택부한테 보냈던 전령이 돌아와 보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택부는 갑자기 병이 나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다. 적이 눈앞에 왔는데 왕의 명을 받은 장수가 병이 났다고 드러누운 꼴이니 기가 막힐 일이 일어났지만 이제 분개하는 신하도 없다. 그때 내신좌평 연임자가 입을 열었다. 계백은 유배되었던 흥수와 함께 있습니다. 더구나 대왕이 부르시는데도 도성에 오지 않고 있는 데다 부르러 간 덕솔 하성까지 베어 죽였습니다. 의자는 듣기만 했다. 덕솔을 죽인 것은 함께 내려갔던 계백의 사신이었지만 연임자는 그렇게 말을 만들었다. 대왕, 당군(唐軍)이 서쪽에서 나흘 거리로 다가오는 중이고 신라군은 동쪽에서 역시 나흘 거리에 있습니다. 연임자가 말을 이었다. 이것은 모두 성충, 흥수, 윤충, 의직 등 반역의 무리가 대왕을 부추겨 방심하시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권력을 잡기에만 혈안이 되어서 당과 신라가 연합하는데 대비하지도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죄를 남에게 그대로 뒤집어씌울 때 자신의 행적을 그대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의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재위 20년, 나이 40이 넘어서 왕위에 올랐기 때문에 이제 60대다. 백관의 시선을 받은 의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40여 년간 수십 번 전장에 나갔지만 단 한 번도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한 적이 없다. 의자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오명을 남기고 이 세상을 하직할까 두렵다. 대왕께서는 영웅이십니다. 연임자가 바로 소리치듯 말했다. 곧 동방군(東方軍)과 서방군(西方軍), 그리고 남방군(南方軍)이 이어서 올 터이니 그동안 웅진성으로 몸을 피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청 안이 술렁거렸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동방군 3만은 지금 사택부가 거느린 채 움직이지 않았고 남방방령 의직은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그래서 지금 방좌인 은솔 해무가 남방군 3만을 지휘하고 있지만 병력이 분산되어서 집결시키려면 열흘은 더 걸릴 것이다. 서방군은 달솔 상영의 지휘하에 백강(白江)으로 출동했다가 당군(唐軍)을 놓치고 나서 뒤를 쫓는 형국이 되어있다. 그러나 4만 병력으로 중과부적인 데다 기세가 떨어졌다. 당군은 전투병만 13만인 것이다. 의자가 고개를 들고 위쪽을 보았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그때 좌평 충상이 나섰다. 충상은 윤충 대신 병관좌평을 맡고 있었는데 50대 중반이다. 충상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의자를 보았다. 눈에 물기가 가득 차서 그렇다. 대왕, 소신이 황산벌로 가서 계백과 함께 있겠습니다. 의자의 시선을 받은 충상이 말을 이었다. 황산벌에서 40리 거리의 토성에 계백의 처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충상이 똑바로 의자를 보았다. 어젯밤 그 토성에 불이 났고 하인까지 흩어져 빈 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 의자가 마른 목소리로 묻자 충상이 외면하고 대답했다. 계백이 처자를 죽이고 갔다고 합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25 20:16

[불멸의 백제] (289) 15장 황산벌 8

계백이 황산벌에 포진했어? 놀란 김유신이 목소리를 높이더니 곧 탄식했다. 늦었구나. 총사령, 계백은 왜병 5천기를 끌고 왔을 뿐입니다. 김품일이 다가서며 위로했다. 한식경이면 흩트리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도 내일 오후에는 황산벌에 닿습니다. 으음, 선봉대를 먼저 보내 그쪽 산성을 장악해두는 건데. 김유신이 입맛을 다셨다. 왜군 기마군의 진군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이야. 오후 술시(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다. 이곳은 황산벌에서 2백여리(100km) 떨어진 무릉군의 벌판, 백제 동방(東方) 지역이지만 백제군은 보이지 않는다. 동방 방령 사택부가 1백여리 떨어진 군창성 위쪽에 3만 군사를 거느리고 숙영하고 있지만 이미 신라군과 내통하는 사이다. 그동안 두 번이나 전령이 오갔기 때문에 오히려 우군(友軍) 같다. 반역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고금 역사에 기록된 반역자가 스스로 반역이라고 느낀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온갖 이유를 붙여 합리화시켜놓기 때문에 나중에야 평가된다. 지금 사택부가, 연임자가 그렇다. 김유신의 진막 안이다. 고개를 든 김유신이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의외로 웃음 띤 얼굴이어서 장수들이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 김유신이 물었다. 백제는 당장 운용할 수 있는 군사가 왜병 5천뿐이다. 백제왕 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과연, 그렇습니다. 김흠춘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받았다. 김흠춘은 김품일과 더불어 김유신의 최측근으로 대장군이다. 진골 왕족이기도 하다. 몇 달 전만 해도 동, 서, 남, 북 중의 5방(方)에서 20만 군사를 모을 수가 있었지요. 20만뿐입니까? 김품일이 나섰다. 신라, 고구려, 백제, 3국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해외 영지인 담로가 22곳이나 되어서 백만 대군을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내부(內部)에서 무너져 버리다니 우습지 않은가? 이제는 김유신이 정색하고 장수들을 보았다. 반면교사다. 너희들도 명심해라. 자만하면 필패한다. 백제왕 의자가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대야성을 함락시키고 신라의 성 40여개를 빼앗았다. 그 후로 18년, 신라는 갈수록 위축되었고 백제는 갈수록 교만해졌다. 김유신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이제 신라는 선덕, 진덕 두 여왕이 죽고 나서 김춘추가 왕이 되었다. 대야성에서 김춘추는 사위 김품석과 딸을 잃었다. 그야말로 절치부심, 김춘추는 왜는 물론이고 고구려까지 찾아가 원병을 구걸했고 당은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가 읍소했다. 아들 김법민을 당왕 이치의 시종으로까지 바친 김춘추의 노력이 마침내 오늘에 이르렀다. 교만해진 백제 내부를 대성8족의 반역으로 이끈 김춘추의 외교술이 결실을 본 것이다. 김유신이 말을 이었다. 이제 내일 황산벌에 닿고, 그다음 날은 백제의 마지막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나서 당군(唐軍)과 만나게 된다. 김유신의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흐려졌다. 온갖 감회가 밀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신라왕이 된 김춘추와 수십 년간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신라를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백제 멸망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계백군만 물리치면 된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24 18:35

[불멸의 백제] (288) 15장 황산벌 7

황산벌이 내려다보이는 3개의 성(城)이 있으니 장동석성(壯洞石城), 웅치산성(熊峙山城), 황령토성(黃嶺土城)이다. 계백은 이 3성을 연결하여 3영(三營)의 전술로 신라군을 맞았다. 신라군을 분산 격파하려는 기세다. 술시(오후 8시) 무렵, 장동석성에 화청, 황령토성에는 윤진을 주장(主將)으로 두고 각각 1500기마군을 배치 시킨 후에 중앙의 웅치산성에는 계백이 흥수와 다께다, 하도리와 함께 2천 기마군으로 입성했다. 각각의 성에는 2백여 명 정도의 보군이 지키고 있었는데 계백의 기마군이 입성하자 반색을 하고 맞았다. 소식이 빨라서 동방방령 사택부가 배신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계백의 기마군을 보더니 죽은 부모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반겼다. 사기가 충천해서 기세는 일당백이 되었다. 신라군은 아직 2백여리 밖입니다. 전령의 보고를 들은 계백이 말했을 때는 해시(오후 10시)가 되었을 무렵이다. 저녁을 먹고 지친 군사들은 잠이 들었다. 계백이 흥수에게 말을 이었다. 좌평, 내 처자가 이곳에서 40리(20㎞) 거리의 토성에 와 있소. 아, 그렇지. 흥수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고개를 끄덕인 흥수가 가라앉은 표정으로 계백에게 물었다. 달솔, 처자를 만나고 오겠는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소. 그렇지. 가서 보고 오게.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작별 인사나 하고 오겠소. 흥수는 대답하지 않았고 계백이 몸을 돌렸다. 어둠 속을 30여기의 기마군이 서쪽으로 매닫고 있다. 거친 황야였지만 어둠에 익숙한 전마(戰馬)는 거침없이 질주했고 마상의 기수 또한 말과 일체가 되어있다. 이윽고 기마대가 멈춰선 곳은 토성의 마당이다. 어느덧 마당에 횃불이 서너개 켜졌고 저택의 마루에도 등이 걸렸다. 먼저 달려간 첨병이 기별을 넣은 터라 마루에 서 있던 계백의 처 고화가 내려왔다. 놀랍고 반가운 고화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져 있다. 그리고 고화의 뒤를 따라 계백의 딸 선(善)이 내려왔다. 여덟 살, 눈방울이 또렷한 선이 계백을 똑바로 올려다본다. 늦었다. 계백이 짧게 말하고는 고화와 선을 양팔로 당겨 안았다. 마당에서 안은 것이다. 둘러섰던 하인, 시녀들은 잠깐 놀랐지만 모두 처연한 표정이 되었다. 계백이 이런 표현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늦었다는 말이 밤이 깊었다는 말도 되었고 시기가 늦었다는 말도 되었다. 자시(밤 12시)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계백이 양팔에 고화와 선을 감싸 안은 채 마루에 올라 청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선이 계백을 향해 절을 했다. 청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 것이다. 고화가 시켰을 것이다. 많이 컸구나. 흐려진 눈으로 선을 본 계백의 시선이 고화에게로 옮겨졌다. 밖에서 말굽 소리와 장식이 철거덕거리는 금속 소리, 수군대는 군사들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그때 고화가 입을 열었다. 곧 김유신군(軍)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계백이 시선만 주었고 고화가 말을 이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이제는 여한이 없습니다. 선(善)이 아비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가겠습니다. 그때 계백이 밖에 대고 소리쳤다. 다께다, 거기 있느냐? 부하 장수를 부르는 것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21 20:31

윤영근 작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지사 백용성 스님 일대기 출간

원로작가 윤영근 씨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애국지사 백용성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아름다운 삶을 집필해 출간했다. 백용성 스님은 지난 1864년 장수군 번암면에서 출생해 남원 교룡산 덕밀암에서 수행을 시작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불교를 지키고 융성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또 항일운동에 몸을 바친 백용성 스님은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 대표로 참여한 독립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용성 스님은 독립운동과 불교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많은 불경을 한글로 번역해 한글 살리기 운동도 함께 전개했다. 또한 윤봉길 의사를 상해 김구 주석에게 보내 독립 운동을 하도록 했으며,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본의 고관대작들이 대륙침략의 전승 기념행사를 하는 자리에 폭탄을 투척해 한민족이 살아있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고하도록 했다. 남원 운봉 출신 임철호 씨에게도 운봉에서 청년동맹을 조직해 농민운동을 하도록 했으며, 임철호씨는 이후 독립투쟁을 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일대기를 집필한 작가 윤영근 씨는 지난 1980년 월간 문학에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으며, 그 동안 창작집 상쇠 , 장편소설 동편제, 의열 윤봉길, 평설흥부전, 평설 최척전, 유자광전, 각설이의 노래 등을 발간했다.

  • 문학·출판
  • 신기철
  • 2019.02.20 21:25

월간 ‘소년문학’ 2월호 출간

월간 <소년문학>(소년문학사) 2월호가 출간됐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미래를, 어른들에게는 동심과 추억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도서잡지로, 동시동화교양글명상만화학생 기고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호에는 제6회 소년 해양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손영순 씨의 아 해반천!도 수록됐는데 동화와 소년소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년소설의 전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제31회 소년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을 수상한 최향순 씨의 고 조그만 나무가도 수록되며 아동 문학계 활성화를 이루며 뜻깊다는 평을 받는다. 2월호에는 故 정기상 선생님의 유고동화 배려와 존중도 수록됐다. 월간 아동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 선생님은 아기 고래의 모험과 용감한 까치 형제, 고창 사랑 그리고 흥 등 어린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어린이의 시선으로 관찰한 작품을 남겼다. 무주 안성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다. 강기택 아동문학가의 알쏭달쏭 우리말 코너에서는 하다와 시키다에 대해 설명했고, 김종환 씨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편에서는 고사성어 온고지신과 법고창신을 소개했다. 3월호부터는 최영환 주간이 새 코너 세계를 가다 스페인 편을 맡아 스페인의 문화와 풍물 그리고 동심의 세계를 표현할 예정이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2.20 21:25

이한교 교수 ‘멍텅구리의 생각’ 출간

멍텅구리는 바닷물고기로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고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그래서 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 멍텅구리라고도 한다. 그동안 편안한 길만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다 그리 사는 줄 알았다. 이제 더는 돈과 권력 앞에 주눅이 들지 않는 깐깐한 멍텅구리가 되겠다고 말하는 한 지식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이한교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교수가 펴낸 <멍텅구리의 생각>(북랩). 이 책에는 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이 교수가 신문 등에 기고해 온 180여 편의 칼럼 중 <지렁이의 눈물>에 싣지 못한 작품과 창작 단편소설, 수필이 담겼다. 총 7부 356쪽으로 구성됐으며, 1부에서 5부까지는 칼럼을 다듬어 실었다. 적폐 청산, 청년 실업, 기득권의 권력 남용 등 사회문제를 다룬 칼럼에 실린 목소리가 묵직하다. 6부에는 일상의 경험을 소시민의 감성으로 기록한 수필이 수록됐고, 7부에는 청춘의 서정이 담긴 단편소설 네 편이 실렸다. 이 교수는 <시와 수필마당> 수필 부문 신인상, <한국수필> 수필 부문 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6년 칼럼집 <지렁이의 눈물>을 출간했다. 현재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이용수
  • 2019.02.20 21:25

김정경 “시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지난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이름을 알린 김정경 시인이 골목의 날씨를 만드는 사람이 돼 돌아왔다. 진한 분홍빛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그의 첫 시집 <골목의 날씨>(천년의시작)는 추운 나라의 언어들처럼 시작해 입춘으로 끝을 맺는다. 김 시인은 시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고 말머리를 연다. 끝까지 자신을 몰고 갔어야 한다는 자책과 부끄러움 때문에 늘 자고 나면 결심이 무너졌다고. 이윽고 시인은 이제 이 몸은 안심하고 떠돌 수 있겠다. 돌아올 수 있겠다고 희망을 전한다. 새하얀 종이에 옅은 미소를 닮은 진분홍 물감이 은은히 퍼지는 듯하다. 겨울 전주천, 막차를 기다리던 부안터미널, 연꽃 따러 가는 길, 백년만의 가뭄이라고 떠들썩하던 저녁, 뻘뻘 땀 흘리던 여름, 조심조심 골라 디뎠으나 은행알 밟고 만 날, 풋눈 내리는 아침에도 시인은 날씨에 내면의 풍경을 담았다. 그의 언어는 불안을 폭로하는 방식으로도 발현된다. 유강희 시인은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를 끌어안은 자의 상처가 마음의 날씨로 드러난다고 봤다. 스무살의 김정경을 기억하는 박성우 시인은 "그는 내가 아는 한 시와 삶에 대한 극진함이 큰 시인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시집 속에는 우리가 아직 가 닿지 못한 사랑이 있고 먼 그리움이 있다고도 전했다. 문신 시인은 해설을 통해 김정경 시인의 시가 내어(內語) 가득한 하나의 세계라고 정의한다. 더불어 언어에 대한 시인 김정경의 자의식에 대해 시인으로서 일상의 언어를 채굴하고 재련해 시의 언어로 정련하고자 하는 연금술에 대한 강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김정경 시인은 이 강박을 중압이나 억압의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소함이라는 사적(私的) 트라우마를 활용한다고 강조한다. 김정경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이며,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 전북일보를 통해 등단했으며 현재는 전주MBC 라디오 작가로 일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2.20 21:25

김광원 시인 시집 ‘대장도 폐가’

시인 한 사람의 13년 동안의 고뇌가 시집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김광원 시인의 시집 <대장도 폐가>가 그것. 김 시인의 <대장도 폐가>는 지난 2005년 작가가 펴낸 <옥수수는 알을 낳는다> 이후 나온 작품 89편의 시들을 담고 있다. 13년 동안 시인이 고뇌하고 살아온 흔적과 슬프게 돌아가는 세상 풍경이 89편의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물질문명의 극한 속을 살아가는 현 상황에서 현대인은 정체성 상실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가운데 현시대의 한 시인으로서 생명의 순수의지를 추구하는 것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상화를 열망하는 비판 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이 시집은 생명의 순수의지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고뇌와 이를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숙명을 화두로 삼고 있으며, 아울러 문학적 형상화 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삶의 가치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강상기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은 우수한 마음의 소유자로 그의 에너지는 신성한 시적 에너지로 변형된다며 그의 시는 이쪽 기슭에 집착하면 저쪽 기슭이 허구로 보이는 착시가 아니라 하나로 조합하는 강렬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원 시인은 내가 꿈꾸는 일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 안의 선입견과 내 방식의 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세상은 지금과 다르게 빛날 것이다며 나의 시 쓰기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작업이고 내 사고의 변모 과정을 담아내는 자화상이다고 말했다. 전주 출생인 김 시인은 원광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원광문화대상(시 부문) 당선(1977), 제1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기념 단가 공모에서 민초가가 최우수상에 당선됐으며(2001),군산문학상(2015) 및 소태산 문학상(2018)을 수상했다. 의상 만해 연구원연구위원, 원광대 및 백제예술대 강사를 역임했으며, 고교 국어교사로 수십 년 근무했다.

  • 문학·출판
  • 천경석
  • 2019.02.20 21:25

[불멸의 백제] (287) 15장 황산벌 6

5천 기마군이 질풍처럼 달리고 있다. 제각기 말 한필씩을 끌고 달리는 터라 말 1만필이 달려가는 셈이다. 계백도 예외가 아니다. 중군(中軍)에서 말 한필을 뒤에 매달고 달린다. 오후 미시(2시) 무렵, 태양은 중천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초가을의 햇살은 따갑다. 자욱한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고 마른 땅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린다. 계백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닦고는 앞을 보았다. 이곳은 남방(南方)을 지나 중방(中方)으로 들어가는 경계선이다. 목적지인 황산벌까지는 150리(75km), 오후 술시(8시)까지는 전군(全軍)이 닿을 것이었다. 달솔, 선봉대는 유시(6시)쯤 황산벌에 닿을 것입니다! 옆으로 다가온 화청이 소리쳐 말했다. 화청의 흰 수염이 맞바람을 받아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다. 수염이 짙어서 보기가 좋았기 때문에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군, 수염이 장관이오. 그렇습니까? 김유신의 수염보다 낫지요. 화청이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웃었다. 붉은 입안에 서너개의 빠진 이가 드러났다. 화청은 김유신과 동갑이다. 66세인 것이다. 그러나 김유신은 수염이 숱이 적은데다가 이가 거의 다 빠져서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화청이 다시 소리쳤다. 우리가 먼저 황산벌에 닿겠습니다. 신라군은 내일 오후에나 도착할 것 같다고 합니다. 북상하면서 수시로 동쪽으로 탐색병을 보내 신라군의 동향을 보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김유신이 이끄는 5만 군(軍)은 기마군 1만에 보군 4만이다. 보군과 함께 움직이는 터라 하루에 150리밖에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백의 기마군은 각각 예비마 1필을 끄는데다 병참군도 말을 타고 따르는 것이다. 하루에 400리(200km)를 주파한다. 신라군보다 거의 3배나 빠른 기동력이다. 그때 앞쪽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전령 깃발을 든 기마군 둘 뒤로 무관 복색의 기마인 둘이 따르고 있다. 계백이 달리면서 유심히 앞쪽을 보았다. 그때 계백의 뒤를 따르던 하도리가 소리쳤다, 도성으로 갔던 장덕 한성입니다! 그렇다. 한성이다. 부장(副將) 계덕 천용을 먼저 도망치게 한 다음에 도성에 남았던 한성이다. 그때 전령과 함께 한성이 달려왔다. 달솔. 오, 장덕! 살아왔구나! 달리면서 계백이 소리쳤다. 그때 옆으로 흥수까지 다가왔고 말을 속보로 걸리면서 계백이 물었다. 어떻게 도망쳐 왔느냐! 도성 앞에서 연임자가 보낸 놈을 칼로 베어 죽이고 달려오는 길입니다. 한성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놈들은 저한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놈들이 우두머리르 잃고 당황하는 사이에 도망쳐 온 것입니다! 장하다! 달솔, 도성 안에서 제가 들은 소문이 있소! 이제 계백과 한성을 중심으로 장수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달려가고 있다. 한성이 소리쳐 말했다. 동방방령 사택부에게 3만 기마군을 끌고 황산벌로 나가라고 대왕께서 지시했지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럴 것이야! 흥수가 핏발 선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백제 조정은 이미 연임자 일당에게 다 장악되었다. 대왕은 허수아비가 되어 있을 뿐이야! 예상한 일이었지만 흥수가 절규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20 21:25

자유와 풍요 속 현대사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참회의 눈물을 식히려 세상 밖에 비켜서서 옷깃을 여미며 조용히 사유의 창을 엽니다. 최근 수필집 <사유의 창>(신아출판사)을 펴낸 최병륜 시인의 말이다. 저자는 세 사람의 석공 이야기를 소개하며 긍정과 용기의 힘에 대해 말한다. 물질적 발전이 정신적 발전을 앞서는 무한경쟁 속에서 먹이사슬에 치중된 사회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 경제, 안보, 사회, 문화, 입법, 사법 등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의 주변마다 일부의 곡학아세하는 무리들이 흙탕물을 만든다는 것. 저자는 다시 철없고 천진난만하던 유년시절로 돌아가 우리의 손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신전을 짓자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허물을 질책하는 겸손이 앞서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자재하는 능력보다 더 존귀한 가치가 있을까. 일찍이 선현들은 깊은 사유를 통해 성찰과 겸양과 살신을 실천하는 인의 정신으로 자신의 만족과 세상의 평화를 이룩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대인들이 최상의 자유와 풍요 속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태도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최병륜 시인은 2009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했으며 정읍문학회장충효사상전수회장을 지냈다. 한국문인협회전북문인협회전북불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정읍지역에서 애향운동에 힘쓰고 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2.20 21:25

음식에 담긴 다섯 가지 삶의 보물들

김제서 나고 전주서 자란 김자연 동화창작연구소 대표가 음식을 소재로 한 다섯 편의 동화를 한데 모았다. 음식 단편 동화집 초코파이에서는 초코파이, 순창 고추장, 가래떡, 콩나물국밥, 짜장밥에 얽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아빠의 사랑을 담은 초코파이, 자기주도적인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아미산도굼뱅과 도겁보,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떡 써는 할머니, 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심심이 네 개,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짜장밥의 소원 암호 등 다섯 편이 실렸다. 이 중 초코파이는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작가는 초코파이를 좋아했던 아버지를 모티브로 늦둥이로 자란 친구의 이야기를 초코파이에 녹여냈다. 그래선지 이번 동화집을 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먹먹했다고. 또한 떡 써는 할머니에는 평소 정이 많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김자연 작가는 밥 먹었냐?라는 물음이 부모님에게는 사랑한다!라는 표현이라는 것을 이번 음식 동화집을 내면서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김자연 작가는 1985년 <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된 후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까치네 학교가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전북아동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김태경
  • 2019.02.20 21:25

[불멸의 백제] (286) 15장 황산벌 5

구례성에 상륙한 계백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대장군 김품일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김품일은 어젯밤 연임자가 보낸 밀사를 만난 것이다. 오전 사시(10시) 무렵, 신라군은 사비도성을 향해 곧장 진군하는 중이다. 이제 탄현도 군사 한 명 상하지 않고 건넜으니 백제의 왕성인 사비도성까지는 탄탄대로가 뻗어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군(全軍)의 사기는 충천했다. 군사들의 발걸음에도 그것이 나타나 있다. 이제 사비도성까지는 2백여 리, 이틀이면 닿는다. 당의 총지휘관인 신구도행군도총관 소정방과 7월 13일에 사비성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시간이 넉넉하다. 그때 김유신 오른쪽에서 말을 타고 따르던 김흠춘이 혼잣소리처럼 물었다. 황산벌은 비어 있겠지요? 당연하지요. 김유신 왼쪽의 김품일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의자가 동방방령 사택부에게 황산벌로 나가라고 지금쯤 지시했을 것이오. 김유신은 듣기만 했고 김품일이 짧게 웃었다. 사택부는 그러겠다고 대답은 해놓고 질질 끌 것이오. 휘하의 3만 군사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업자득이지. 김흠춘이 따라 웃었다. 의자의 아비 서동이가 대성8족을 일거에 내쫓고 의자가 그 뒤를 따라 신참들을 등용한 대가를 받는 것이지. 백제에 대성8족의 뿌리가 깊은 것을 간과했던 거요. 의자의 부친 무왕(武王)은 서동(薯童)으로 불리던 청년 시절에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만나 사랑을 했고 백제로 데려왔다. 이것이 신라와 백제에 알려진 서동설화이나 사실은 다르다. 그 내막을 김유신도 알고 김품일, 김흥춘도 아는 것이다. 진평왕은 재위 54년을 했으니 장수를 했다. 진평왕은 딸 김덕만과 선화를 두었는데 김덕만은 선덕여왕이 되었고 선화는 곧 백제 무왕(武王)의 왕비이며 의자의 모친이다. 잠깐 김유신과 김품일, 김흠춘은 입을 다물었다. 진평왕이 선화공주를 백제 무왕의 왕비로 보낸 이유는 신라와의 합병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없었던 진평왕은 선화공주가 무왕의 왕비가 됨으로써 신라와 백제의 통합을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선화공주의 아들인 의자가 신라, 백제 양국의 통합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안 의자는 의욕을 부렸지만 신라측 진골 왕족들의 방해에 무산되었다. 진평왕 이후로 신라는 성골(聖骨) 출신의 남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김덕만을 여왕으로 추대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 선덕여왕이 죽자 이번에는 사촌 여동생인 김승만(金勝曼)을 진덕여왕으로 추대했다가 어제 마침내 김춘추가 진골 왕족으로 대망의 신라왕이 되었다. 그때 김유신이 입을 열었다. 계백이 이끌고 온 기마군은 모두 왜군 아닌가? 그렇습니다. 김품일이 대답했다. 계백이 영주로 있던 왜국에서 추려온 왜병이지요. 왜병은 기마전술이나 기마술이 뒤떨어져서 상대가 안 됩니다. 김흠춘이 웃음 띤 얼굴로 김유신을 보았다. 아직 아이 수준이지요. 그때 김유신이 정색하고 말했다. 계백은 백제의 장수지 왕의 신하가 아니다. 둘은 입을 다물었고 김유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을 보았다. 계백이 지금 북상해 올 것이다. 김유신의 나이는 이제 66세이니 백전노장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19 20:27

[불멸의 백제] (285) 15장 황산벌 4

계덕 천용이 돌아왔을 때는 깊은 밤이다. 자시(12시) 무렵, 그러나 계백은 내일 출정 준비 때문에 아직 침상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계백이 청에서 흥수, 윤진 등과 함께 천용을 맞는다. 천용이 두 손을 청 바닥에 짚고 계백을 보았다. 갑옷은 땀과 먼지로 얼룩투성이가 되었고 더러운 얼굴에서 두 눈만 번들거리고 있다. 달솔, 저 혼자서 도망쳐 나왔소. 계백이 시선만 주었고 천용이 말을 이었다. 장덕 한성이 너 혼자라도 살아서 달솔께 달려가 도성에 오시지 못하게 막으라고 했습니다. 한성이 죽었느냐? 대왕께서 고마미지 성에서 달려간 놈을 만나 내막을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연임자가 달솔을 부르려고 그놈 심복인 사신 한 놈을 장덕과 함께 보낼 것입니다. 사신은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야. 듣고 있던 흥수가 말을 받았다. 한성을 죽이고 그냥 돌아가 달솔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할 거네. 계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처연해진 얼굴로 흥수를 보았다. 좌평,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때 천용이 청 바닥을 짚은 채 짧게 흐느꼈다. 눈을 부릅뜨고 흐느꼈기 때문에 딸꾹질하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둘러앉은 윤진, 하도리까지 이를 악물고 있다. 이윽고 흥수가 대답했다. 달솔, 도성으로 들어가면 죽네. 그럼, 대왕께서 내가 도성으로 가지 않을 줄도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하성이 보고할 테니까 그대를 역적으로 부르겠지. 그럼 김유신 군(軍)을 어떻게 막으시려는 것입니까? 동방방령 사택부를 시켜 3만 군사로 가로막겠지. 그것이 차선책 아닌가? 사택부는. 연임자와 내통한 사택부는 시간을 끌면서 황산벌로 나가지 않을 것이네. . 김유신군은 무인지경처럼 황산벌을 통과하여 사비도성에 닿겠지. 흥수의 눈에 가득 고여졌던 눈물이 흘러 떨어졌다. 그러나 목소리는 또렷했다. 그것이 연임자와 김춘추의 오랜 기간에 걸친 음모인 것 같네. . 나도 이제야 윤곽이 잡히는구먼. 흥수가 고개를 들어 천정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천정에 누가 있는 것 같은 표정이어서 모두 그쪽을 볼 정도였다. 아, 선왕(先王)이시여. 이 죄를 어떻게 받아야 합니까? 망국(亡國)의 죄를 지었습니다. 수백만 백제인이 신라인의 종이 되고 도살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선왕이시여. 제 죄는 백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그때 계백이 어깨를 부풀렸다. 들어라. 청안이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계백이 초점이 잡힌 눈으로 윤진부터 하나씩 시선을 맞추고 나서 말했다. 내일 아침 묘시(6시)에 전군이 북상(北上)한다. 모두 숨을 죽였고 계백이 말을 이었다. 황산벌로 달려가 김유신 군(軍)을 막는다. 김유신은 황산벌이 비어 있을 줄 알고 있을 것이네. 흥수가 외면한 채 말했다. 연임자, 사택부하고도 밀정이 오가고 있을 테니까. 그때 계백이 윤진에게 물었다. 황산벌까지 얼마나 걸리겠는가? 이틀이요. 윤진이 뱉듯이 대답하고 웃었다. 나흘 길이지만 우리는 계백 군(軍)이요.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18 19:48

[불멸의 백제] (284) 15장 황산벌 3

계덕, 너는 지금 곧장 도성을 빠져나가 달솔께 가라. 한성이 낮게 말했다. 연임자가 날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장덕, 같이 도망치십시다. 한성과 함께 전령으로 달려온 계덕 천용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은 도성안 대왕청 근처의 대기소 앞이다. 그때 한성이 꾸짖듯 말했다. 이놈아! 기회를 놓치면 달솔께 상황도 전해드리지 못하고 다 죽는다! 예, 장덕. 천용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한성을 보더니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장덕, 저승에서 만납시다. 기어코 살아서 달솔께 도성 분위기를 전해라. 달솔이 도성에 오시면 죽는다. 예, 갑니다. 몸을 돌린 천용의 등에 대고 한성이 말했다. 저승에서 보자. 그 시간에 계백에게 흥수가 말했다. 대왕은 그대 뒤를 사택부터 동방군 3만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잘못된 계책이야. 왜 그렇습니까? 사택부는 이미 연임자의 심복이 되어 있어. 동방군 3만은 그대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네. 대왕은 왜 사택부를 앞세우지 않으십니까? 그때 흥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사택부도 대성 8족 아닌가? 그자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지. 저런. 계백이 한숨을 쉬었다. 좌평, 대왕의 총기가 흐려지셨소. 연임자의 농간에 넘어가 대성 8족을 하나씩 요직에 등용한 것이지. 이젠 우리가 밀려났네. 의자가 중용(重用)했던 성충, 윤충, 흥수, 의직 등이 모함을 받아 유배되거나 죽었지만 그렇다고 대성 8족을 믿는 것도 아니다. 오직 연임자 하나만 믿고 있다. 흥수가 말을 이었다. 연임자는 김춘추와 수년전부터 내통하고 있었어. 우리는 최근에야 알았지만 이미 늦었어. 방심하셨소. 내가 선대(先代)왕께 죽을 죄를 지었네. 좌평. 계백이 부르자 흥수가 고개를 들었다. 백제가 망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신라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겠지. 시선을 돌린 흥수가 말을 이었다. 김춘추는 지금까지 쌓였던 한을 풀 것이네. 구례성의 청 안이다. 둘이 마주보고 앉아 있을 뿐 청은 텅 비었다. 오후 유시(6시) 무렵, 내일 아침이면 북진한다. 그때 흥수의 말이 이어졌다. 백제땅은 모두 신라 귀족의 장원이 되고 백제인은 노예가 되겠지. 아마 건장한 남녀, 아이까지 수십만은 당으로 노예가 되어 팔려 나갈 것이네. 백제의 유적은 남김없이 부숴버리고 불에 태워서 흔적을 찾지 못하도록 하겠지. 아마 사비도성이 함락되고 왕가(王家)가 멸망하면 백제 주민의 3할 내지 4할은 이곳 구례성을 통해 왜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네. 흥수가 길게 숨을 뱉았다. 왜국이 제2의 백제가 되겠지만 대백제의 이름은 사라질 것이네. 좌평, 소인이 백제를 떠난지 3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계백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흥수를 보았다. 어찌 이렇게 허무하게 국력(國力)이 흔들릴 수가 있습니까? 3년쯤 전부터 백제 내부(內部)에서 불길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네. 흥수가 마침내 눈물을 쏟았다. 궁중에서 귀신이 나타나 백제는 망한다는 소리를 지르다 사라졌고 여우가 대왕의 용상에 앉았다가 도망쳤다는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네. 모두 연임자 일당이 낸 소문인데 그때부터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 문학·출판
  • 기고
  • 2019.02.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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