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백봉기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 사무처장이 네 번째 수필집 <해도 되나요>(북매니저)를 발간했다. 이번 수필집에서 백 작가는 60여 편의 수필을 희로애락으로 나누어 직장과 가정, 생활 주변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예술 메세나와 전북문화예술에 봄은 오는가는 백 작가가 몸 담고 있는 예술문화단체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백 작가는 책을 내며 글을 쓰면서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세상을 대하는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국산문>으로 등단했으며, 첫 번째 수필집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에 이어 <탁류의 혼을 불러>, <팔짱녀> 등을 펴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글문학 회장을 맡고 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회장 김정길)는 지난 23일 전주 백송회관에서 문화융성을 위한 문학 강연과 제2회 완산벌 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을 비롯해 박병술 전주시의회 의장, 김학 신아문예대학 교수, 소재호 전 전북문협 회장, 박동수 심사위원장 등 회원과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북도민의 정서함양과 문화융성을 위해 마련된 문학강연에서는 김용옥 한국현대수필 부이사장이 고흐의 그림처럼 말하는 수필을 쓴다를 주제로, 김영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이 수필에 관한 독서노트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김용옥 부이사장은 고흐의 아몬드 꽃처럼, 한겨울의 설중매처럼 꽃 피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쓰는 한 편 한 편이 나의 수필인 동시에 체험문학, 고백문학인 수필의 진실성을 문학적 철학적으로 복사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영 부회장은 우리가 문학을 하는 목적은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지식으로 해결 받지 못하는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의도다.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고 했다. 제2회 완산벌 문학상을 수상한 김길남 수필가 이제까지 많은 수필을 썼지만, 대표작이 뭐냐하면 내세울만한 작품이 없었다며 앞으로 깊이있는 사고를 통해 대표작을 내놓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박순희 수필가는 문학상이라는 것은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렇게 칭찬해주고 어깨를 다독여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정길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동서화합과 문화융성, 도민의 정서함양과 예향의 고장 전북을 수필문학의 메카로 만드는데 문인들이 앞장서자고 밝혔다. 이용수 기자
전주시민 모두가 글 쓰는 시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전주시민문학제가 지난해의 성과에 힘입어 올해도 개최된다.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가 주관하고 전주시가 주최하는 제2회 전주시민문학제에서 전주 시민들의 작품을 기다린다. 오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 오후 6시까지 예술의 고장 천년 전주를 알리는 내용을 주제로 작품을 공모한다. 응모 당시 전주시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나(문단 등단자는 제외) 자기 생각을 원고지나 도화지 위에 마음껏 펼치면 된다. 운문(시, 동시바탕체 12P)과 산문(수필200자원고지 15매 이내)은 각 1편씩, 작품 상단에 성명과 소속(일반인은 주소)을 명기해야 한다. 초등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일기는 8절지 도화지에 그리고 뒷면에 학교와 학년, 이름, 연락처를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응모 작품은 그간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품을 원칙으로, 표절 또는 발표된 작품일 경우 당선을 취소한다. 모든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고, 모든 저작물 재산권은 5년간 전주시가 보유한다. 시상은 대상 1명을 선정해 100만 원을 수여하고, 장원(운문 3명, 산문 3명, 그림일기 1명) 7명에게 총 280만 원, 그밖에 차상 7명, 차하 22명, 참방 38명에게 각각 상금이 주어진다. 당선작은 9월 중에 발표되며, 시상식과 전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이소애 회장은 전주시민문학제는 시민의 문화예술적 소양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시민문학제에 참여하는 운문과 산문 작품은 이메일(siminmh@naver.com)을 통해서만 접수받고, 그림일기는 방문접수하면 된다. 접수처 주소는 전주시 덕진구 가리내로 254 환희B/D 5층이다. 문의 063-232-3477.
시집이 배달됐다. 키 크고 잘 생긴, 시밖에 모르는 그가 떠오른다. 페이지를 연다. 흑백의 우울한 풍경, 불우한 청춘의 자화상이 펼쳐져 있다. 비정한 자본주의 그늘 환멸과 굴욕, 권태와 우울 속을 그와 걷는다. 그때 폭설이 동반한다. 때론 향이 나는 비를 달이 기우는 쪽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비를 옷장에 넣어두고 신발장에도 쟁여두고 밥솥 가득 밥을 짓(달이 기우는 비향)는 것이다. 불행의 촉수에 민감한 그는 불완전하고 결핍인 채로 살아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따라서 극사실화 화풍을 지닌 그의 시들은 부서진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긴 랭보였던가,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그는 200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학부시절 촉망받는 문사였다. 내 모교의 축제 뒤풀이 장소였던가! 청년은 몇 시간 내내 문학 얘기만 했다. 세기의 희망적 담론이나 밥벌이의 치사함, 대학 축제에 어울릴 만한 청춘들의 연애사는 안중에 없었다. 詩를 끌이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날 어쩌면 문학의 고질을 앓고 있는 청년에게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김성철 시인이 이끄는 대로흐린 추억의 영사실로 들어가 보자. 웅숭깊고 애련한 어조로 어머니를 부르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가족 서사를 넘어 인류 보편 비극적 경험의 인식으로 확장한다. 그 풍경 속에는 끊임없이 공간이 변주된다.살아야겠다고 다짐할 때마다 흔들려 구간과 구간을 반복할 때마다 덜컹(지하철 생활자의 수기)이는 지하철이 나오고 서민아파트가 나오고 뭉툭한 연필밖에 없는 유년기 외로운 방이 소환된다. 또 삶의 등가물인 실직과 구직, 자본주의 세계를 밀도 있게 재현함과 동시에 고통의 순간을 미적 쾌감의 순간으로 바꿔놓는다. 불화하지만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의지로볕 그늘에 앉아 하루 종일 들풀들의 이름이나 지어 줬으면 (중략) 그리하여 고운 이름 하나 얻어 당신 닮은 딸을 만들고 들풀이라고 부르며 종일토록 들판에 피어 있었으면(괭이밥)하고 평범하고도 따뜻한 미래를 꿈꾼다. 취업도 연애도 제대로 되지 않는 청춘들의부재와 결핍을 시의 몸을 빌려 웅변하고 위로하는 것. 고단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는 이들에게, 이 시집은 내적 충일감과 살아내는 자의 존엄을 선사할 것이다. 그는 문학이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다고 꿈꾼다. 꿈꾸는 영혼이란 얼마나 적나라하게 불행한 것인가, 그러나 시인은 그 불행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름답고 용감한 그를 응원한다. * 기명숙 시인은 목포 출신으로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로 당선됐다. 글쓰기 센터, 공무원 연수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지평선 동인시집 <줄노트에 대한 기억>, 논문 <현실과 시적형상화>, 학술서 <학제통합논술 교재연구> 등이 있다.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 쓰는 농부로 알려진 전희식의 신작 <마음 농사 짓기>가 출간됐다. 제목을 짓기까지 많은 생각을 거쳤다. 부제인 나를 알아채는 시간이라는 것도 결국은 작가의 마음이 담긴 말.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결국은 나를 알아채는 시간이라는, 그런 시간을 살자는, 마음의 심층을 꿰뚫어 보자는 권유라고 할 수 있다. 조건화된 작가의 무의식의 뿌리를 마음속에서 제거하자는 염원을 담았다. 작가는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읽히기를 바라고 있다. <마음 농사 짓기>는 작가가 그의 시골집에서 동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읍내를 넘어 버스를 타고 오가는 도시의 아스팔트,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오가는 중국과 남미에 이르는 해외까지 삶의 현장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사람과 더불어 일하고, 세상을 살리는 농사 너머의 농사를 통해 내 마음의 행방을 알아채고, 내 마음 농사를 짓는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작가가 그동안 전북일보와 경남도민일보 등 언론사와 한국작가회의 전북지부 등에 내놓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일이 많다고 바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마음을 늘 챙긴다고 긴장된 삶의 연속은 더더욱 아닐 터. 저자는 스스로 어떤 조건에서도 긴장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평화로운 일상. 시골에 살면서 겪는 여러 일화들 중심으로 정리한 글들(9쪽)을 모았다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농촌의 삶이 선사하는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며 산다. 이제는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평소에 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성을 안 내는 기 고마워. 늘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205쪽)라고 말한 그대로 그는 치열한 전투 현장이든, 해학과 풍자 넘치는 마을에서든 웃는 표정과 넉넉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가는 곳마다 기다려주고, 함께해주고, 살리고, 기른다. 윤덕현 다큐멘터리 감독은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눈앞에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질 때가 많다. 그것은 생각이나 관념이 아닌 일상의 생생한 체험과 실천으로부터 우러나온 살아있는 글이기 때문이라며 소소한 일상의 깨달음에서부터 문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긴 리얼 다큐 수필들을 한 편씩 시청하다 보면 따뜻한 된장 국물처럼 위로를 얻을 때도, 혹은 겨울산 약수처럼 정신이 번쩍 들 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경남 함양 출생으로 2006년부터 장수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지내고 있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치매 어머니를 모신 이야기를 담은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를 비롯해 한국 농업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 먹다>, <시골집 고쳐 살기>,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옛 농사 이야기> 등을 썼다. 어린이 책 <하늘이의 시골 일기>도 있다.
내 몸 귀한 줄 알고,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내 딸에게 권하고 싶은 내용들을 모았습니다. 세 딸의 엄마인 이민아 분당 미나여성의원 원장이 여성의 몸을 주제로 따뜻한 조언을 전한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20여 년간 여성의 몸을 관찰해온 이민아 원장은 <참 예쁘다, 내 몸>(더문)을 펴내며 이 책을 읽는 여성분들에게 당신의 몸, 그 모든 부분이 아름답다고 말해 주고 싶다. 소중한 딸들에게 말하듯 엄마의 마음으로 적어보겠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알고, 느끼고, 누리는 여성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에서 저자는 여성들이 조금 더 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알고, 조금 더 일찍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저자는 더 이상 여성들이 무지로 인해 눈물 흘리지 않도록 여성의 평생 건강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동안 저자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얻게 된 지식과 경험이 녹아든 이 책은 총 5부로 나눠져 있다. 1부 내 몸은 예쁘다에서는 여성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지우기 위한 이민아 원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나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격려도 읽을 수 있다. 2부에는 생리, 외음부, 가슴, 털, 속옷, 자궁암 등 여성 건강과 관련한 산부인과 정보를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여성의 몸은 부끄럽고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가꾸고 아껴야 할 대상이라는 맥락에서 3부에서는 성 문제를, 4부에서는 여성질환을 다루고 있다. 5부에는 결혼 전, 독신, 무자녀, 폐경 이후 등 주기별로 알아두면 좋을 여성 건강에 대한 점검 사항을 담아냈다. 성폭행 강간 등 성 관련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주의점과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여성 건강 자가 검진 체크리스트, 산부인과 방문 전 알아 놓으면 좋은 사항들, 백일장 입상작 천하보다 귀한 생명 등 부록까지 알차게 구성됐다. 특히, 천하보다 귀한 생명은 이민아 원장의 어머니 김순덕 씨가 전북도립 여성중고등학교의 백일장 대회에서 쓴 고등부 차상 입상작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하던 때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구박 받고 죄인 취급당한 어머니. 오십여 년 후 딸이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 로비에서 한 여성이 천하보다 귀합니다라는 글귀를 보고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김종덕 전 전북대학교병원장은 추천서를 통해 이 시대에 건강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시금석과도 같은 책이며 엄마와 딸이 함께 읽으며 행복을 느끼는 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안 출신인 이민아 원장은 전주여고와 전북의대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향장미용학 석사를 마쳤다. 1549 임신상담센터 이사를 역임했으며, 성치료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5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한 박일만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뼈의 속도>를 펴냈다. 그의 시는 과장도 군더더기도 없다. 그는 상처투성이인 우리들의 삶을 사내, 누이, 어머니란 자화상을 통해 수묵담채화처럼 담아냈다. 시간을 수없이 잡았다 펴가며 반듯한 철로에서도 뒤뚱댄다. 험준한 산길을 만날 때마다 쉼 없이 허리를 꺽어대야 하는 몸. 세상을 건너 시절을 건너 혈을 짚어가면서 뼈를 한 치씩 늘였다 줄여가면서 종점에서 시작, 종점에서 끝난다. 주렁주렁 식솔들에게 등을 내주고 길고 고단하게 달려야만 하는 몸은 태생부터 속도라는 패에 온 생을 걸었다 (뼈의 속도) 시집에는 표제작인 뼈의 속도와 지구의 저녁한때 5, 대장내시경, 저무는 새, 나무의 기억 등 60편의 시가 빼곡히 실려 있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관념을 철저히 배제하고, 사람과 사건 속에서 우리들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는 민달팽이가 퉁퉁 부은 맨살로 길을 뚫고 가는 것처럼 관념적인 동굴을 과감히 버리고 투명한 언어들을 모아 세상에 새로운 문학적 희망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복효근 시인은 그의 시는 수사가 화려하지 않다. 요란스럽지 않다. 과장도 군더더기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번다한 유추의 과정 없이 수묵 담채화처럼 맑고 고즈넉하게 마음에 안겨 온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북 장수 출신으로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 사람 사람. 많은 사람 속에서도 사람이 못내 그립습니다. 불교 종단의 어른이자 스승인 청화 스님이 세 번째 시집 <사람입니까>(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이 책에서 청화 스님은 사람 사이 복잡한 미로 속에서도 길을 잃지 말고, 사람이니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시로 옮겼다. 그래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우아하게 사람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한다. 벌레가 아니니 / 누구 앞에서도 기지 말고 / 생기다만 사람이 아니니 / 어떤 힘 앞에서도 쫄지 말자 / 이것이 자신의 주춧돌이 될 때 / 그 위에 자존과 존엄이 / 돌기둥처럼 세워지는 것이니 -주춧돌 전문. 많은 바람에 / 많이 흔들리고 나서야 /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 곧은 나무가 되더라 (하략) - 두려워하지 말라 중. 청화 스님은 주춧돌처럼 묵직하게,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가라 한다. 시집은 시 112편을 6부에 걸쳐 178쪽으로 엮었다. 1962년에 출가한 청화 스님은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후원회장, 조계사 상임법사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 법성사 주지를 맡고 있다.
한 편은 세상의 아이를 위하여, 또 한 편은 나의 아이를 위하여. 임성규 동화작가가 단편동화 다섯 편을 엮어 동화집 <형은 고슴도치>를 출간했다. 형은 고슴도치, 마법 신발을 신어 봐, 스치로폼 눈사람, 민지와 할아버지 지팡이, 우와크다의 비밀 등 임 작가는 이 책에서 따뜻한 이야기 집을 짓고 아이들을 초대한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함께 놀아보라고.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음을 돌아보니 오랫동안 닦지 않은 창문처럼 얼룩이 가득했다며 다섯 편 이야기는 다섯 손가락까지밖에 숫자를 세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고백한다. 이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임 작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배우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지난 2018년 광주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형은 고슴도치가 당선 돼,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주민의 4할은 될 것 같네. 흥수가 다가선 계백에게 말했다. 오전 진시(8시) 무렵 황산벌에서 남진(南進)한 백제군(軍)의 진막 안으로 흥수가 찾아온 것이다. 배를 타고 남하하는 백성이 1할 정도, 나머지는 육로로 이동할 것이네. 그동안 흥수는 각 성(城)과 현에 전령을 보내 이주민을 모집했던 것이다.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주민들은 구례성에서 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앞에 앉은 흥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신라가 백제 땅을 차지하게 되면 이곳은 모두 신라 귀족들의 장원이 되고 백제 주민들은 농노가 되겠지. 그러나 조상이 묻힌 고향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네. 왜국에서 한 달쯤 후에는 5백여 척의 배가 올 것입니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쉴 새 없이 주민들을 옮겨야지요. 김유신이 약속을 했지만 언제 마음이 변할지 모르네. 흥수가 여윈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내가 남장(南方)의 각 성에 전령을 보냈으니 군사들이 모이겠지만 당군(唐軍)까지 막기는 역부족이야. 서둘러야겠네. 그래야지요. 계백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대이동이다. 백제 유민은 이제 왜국으로 건너간다. 백제왕 의자가 계백이 보낸 전령을 만났을 때는 신시(10시) 무렵이다. 이미 신라군의 황산벌 돌파를 보고받고 있었던 터라 의자의 얼굴은 침통했다. 전령은 12품 문독 벼슬의 군관이다. 대왕, 달솔 계백은 좌평 흥수와 함께 주민들을 이끌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남하한다고? 의자가 묻자 전령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예, 남쪽에서 배로 왜국으로 이주할 예정입니다. 달솔 상영도 따라갔느냐? 계백이 감옥에 가둬놓았으니 김유신군이 진입해서 포로로 잡았을 것입니다. 청 안에서는 숨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미 신라군은 하루 거리였고 당군은 반나절 거리로 다가왔다. 그때 의자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백제가 왜국으로 옮겨가는가? 김유신이 앞에 선 내신좌평 연임자와 동방방령 달솔 사택부를 보았다. 진군 중이어서 김유신은 땅바닥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았고 주위에 장수들이 둘러서 있다. 사택부 뒤쪽에 황산벌의 웅치산성 감옥에서 풀어내온 달솔 상영도 서있다. 김유신이 물었다. 사비도성에서 도망쳐 온 것이냐? 예, 대감. 연임자가 허리를 굽히면서 대답했다. 이제 소인의 소임도 마친 것 같아서 빠져나왔습니다. 김유신의 시선을 받은 연임자가 웃었다. 백제에서의 역할이 끝났습니다. 대감.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 김유신이 옆에 선 김품일에게 말했다. 신라에서의 역할도 끝난 저놈들을 이곳에서 베어 죽이고 떠난다. 자리에서 일어선 김유신이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잘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개보다도 못 한 인간들이다. 계백이 다가오는 아내 고화와 딸 선(善)을 보았다. 남하하는 길가에서 고화와 계백 선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말에서 내린 계백이 다가가자 둘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올랐다. 구름 한 점 떠있지 않은 맑은 날씨였다.
전북여류문학회(회장 배순금)가 지난 16일 새 봄을 맞아 충북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이번 문학기행에는 배순금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조미애 전북시협 회장, 김영 김제예총 김영 회장, 박성숙 시인 등 회원 14명이 참석해 정지용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 운보 미술관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옥천 정지용 문학관에서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인의 작품세계를 살펴봤으며, 정지용 시인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았다. 또 회원들은 청주 운보미술관을 찾아 청각장애를 앓았던 천재화가 운보 김기창과 그의 부인인 박래현 화가의 작품을 감상했다. 이번 문학기행에 참여한 김영자 씨는 정지용 생가를 찾아 사립문, 우물, 장독대, 툇마루 등을 둘러보니 잊혀져가는 우리 고향집 풍경이 가슴에 다가와 문학의 향기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었다며 운보미술관에서도 미술관, 조각공원, 수석공원 등 전통한옥과 자연풍광이 이뤄낸 최상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순금 회장은 전북여류문학회 회원들은 이번 봄 문학기행을 계기로 삼아 새로운 창작활동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창이 죽었다고?김유신이 묻자 김품일이 고개를 떨구었다. 부끄럽습니다. 무슨 말인가? 김품일이 입을 벌렸을 때 재빠르게 김흠춘이 대답했다. 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아닙니다. 말을 막듯이 김품일이 똑바로 김유신을 보았다. 말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백제군 외침에 놀라 말에서 떨어진 후에 발굽에 짓밟혀 죽었다고 합니다. 진막 안에는 김유신과 대장군 둘까지 셋뿐이다. 김유신이 김흠춘, 김품일을 번갈아 보았다. 이제 신라군은 백제군과 세 번 싸워서 세 번 패퇴했다. 벌써 1만여 명의 전상자가 생겼는데 4만도 못 되는 병력이 뒤쪽에 머물고 있다. 사기는 땅에 떨어져서 장수들의 외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김흠춘과 김품일은 차례로 아들 반굴과 관창을 잃었다. 그때 김유신이 말했다. 너희들의 아들 반굴과 관창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기록될 것이다. 김유신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렇지. 반굴은 앞장서서 백제군 장수 셋을 베어 죽이고 전사를 했다고 하자. 김유신의 시선이 김품일에게 옳겨졌다. 네 아들 관창은 어리니 백제군에게 네 번 잡혔다가 풀려났는데도 계속해서 단신으로 돌진했다가 나중에 잡혀 목이 베어졌다고 하지. 그것을 본 신라군이 분을 일으켜 백제군을 전멸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백제군도 이제 3천 남짓이다. 우리가 밀고 가면 또 패퇴하게 되더라도 몇 명 안 남는다. 역사는 이긴 자가 기록하는 거야. 백제는 이제 망한다. 백제 기록은 다 불태워질 것이고 우리 손으로 역사를 쓸 테니까. 그때 진막 밖이 웅성거리더니 위사장이 뛰어 들어왔다. 눈을 치켜뜨고 있다. 총사령, 백제군 전령이 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유신도 숨을 들이켰지만 곧 지시했다.데려오라. 백제군 전령은 나솔 윤진이다. 윤진은 피로 얼룩진 붉은 갑옷 차림으로 진막 안에 들어서더니 김유신을 향해 가볍게 목례만 했다. 백제군 대장군 윤진입니다. 김유신을 응시한 채 말하더니 어깨를 폈다. 백제군 총사령 달솔 계백의 전언을 가져왔습니다. 거기 앉으라. 김유신이 눈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윤진은 바닥에 놓인 나무 걸상에 앉았다. 세 걸음쯤 앞쪽 중앙에 김유신, 좌우에 김품일, 김흠춘이 앉았다. 주위는 조용하다. 밖에 모든 신라군이 백제군 전령이 온 것을 아는 것이다. 그때 윤진이 말했다. 백제군을 가로막지 말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인가?김유신이 눈썹을 모으고 윤진을 보았다. 가로막지 말라니? 예, 백제군은 남하(南下)하겠습니다. 남쪽으로 간단 말인가? 예, 백제 주민과 함께 남하해서 왜국으로 건너갈 것입니다. 그러니 막지 말란 말씀이오. 김유신이 숨만 쉬었고 김품일과 김흠춘은 서로의 얼굴만 보았다. 그때 윤진이 말을 이었다. 이미 좌평 흥수가 백제 주민을 모아 남하시킬 준비를 하고 있소. 서로 막지 마십시다.
좌측을 격파하고 돌아온다. 계백이 나들이를 다녀온다는 것처럼 말했다. 신라군의 북소리와 말굽 소리, 함성이 천 리를 진동하고 있다. 신라군 선봉 김흠춘 군(軍)이 뒤로 물러나고 중군(中軍)이 드러나면서 기마군 2개 군단이 좌우로 벌려져 달려오고 있다. 엄청난 기세다. 거리는 4리(21㎞), 질주하고 오는 터라 금방 부딪친다. 계백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느냐! 이번에 신라군의 중군(中軍)을 격파하는 것이다! 예엣! 장수들이 일제히 소리쳐 대답했다. 지금은 1진, 2진, 3진이 다 출진한다. 병력은 4천여 명, 전상자가 1천여 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백이 앞장을 서자 하도리가 위사 1백여 명과 함께 선두에 나섰다. 그때 계백이 허리에 찬 칼을 빼 들고 소리쳤다. 따르라! 계백이 박차를 넣자 말이 뛰었고 이제 백제군 4천기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달린다. 이번에도 붉은 불길처럼 달려갔는데 말굽 소리만 울릴 뿐이다. 어엇! 저놈들이 우측을 친다! 김유신 옆에 선 부장 김용준이 소리쳤다. 신라군 쪽에서 보면 우측이다. 이쪽은 지형이 조금 높아서 백제군이 한 무더기가 되어서 우측의 신라군에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군세(軍勢)가 비슷하다. 신라군은 좌우측에 각각 5천기씩 나눠졌기 때문이다. 우측 대장이 누구냐? 김유신이 묻자 김용준이 눈을 치켜뜨고 대답했다. 이찬 김석보입니다. 좌측 군이 백제군의 후미를 칠 수 없겠는가? 다급하게 김유신이 물었지만 곧 먼지 속에 드러난 백제군을 보더니 탄식했다. 이놈, 계백. 꼬리를 없앴구나. 보라. 백제군은 마치 둥근 바위처럼 뭉쳐 우측 신라군과 부딪친다. 후미가 없는 것이다. 좌우로 벌려진 신라군은 정공법으로 앞이 뾰족한 삼각 대형을 형성했고 뒤를 선봉, 중군, 후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백제군은 둥근 덩어리로 한꺼번에 삼키는 것 같다. 대형이 없는 것이 더 기괴했다. 김유신이 탄식했다. 아, 저것이 무언가! 그 순간 붉은 기운이 신라군 선봉을 뒤덮었다. 그리고 함성이 일어났다. 백제여! 계백이 벽력처럼 소리치자 백제군이 일제히 외쳤다. 백제여! 갑자기 터진 함성에 말들이 미친 듯이 날뛰었고 안에서 꾹꾹 눌렀던 기백이 백제군의 온몸으로 터졌으며 신라군은 위축되었다. 계백은 옆으로 다가온 신라군 장수의 칼을 몸을 틀어 비꼈다. 다음 순간 계백이 휘둘러 친 칼이 장수의 팔을 잘라 떨어뜨렸다. 난전이다. 그러나 머물면 안 된다. 기마군은 달려야 한다. 부딪쳐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고 다른 말은 뛰어야 한다. 나가라! 계백이 소리치며 말을 달렸다. 뒤를 백제군이 함성을 지르면서 따른다. 한시진이 지난 오후 미시(2시) 무렵, 백제군이 다시 웅치산성 아래쪽에 모였다. 달솔, 장군 화청이 뵙자고 하오! 피투성이가 된 윤진이 말했다. 화청은 부상당한 몸으로 이번 대접전에 참가했다가 창에 가슴을 찔린 채 귀환했다. 어깨와 옆구리에도 칼을 맞아서 중상이다. 나무에 기대앉아있던 화청이 다가오는 계백을 보더니 웃었다. 피를 머금은 입안이 시뻘겋다. 달솔, 백제를 존속시키시오! 화청이 피를 뱉으면 말하더니 손을 뻗었다. 다가간 계백이 손을 잡은 순간 화청이 긴 숨을 뱉으며 숨이 끊어졌다. 그때 계백이 말했다. 김유신에게 전령을 보내라!
양쪽 기마군 선두는 순식간에 부딪쳤다.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터라 양쪽 모두 엄청난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와앗! 칼을 내려치기 직전에야 백제군이 우레같은 함성을 내질렀고 윤진의 호위무사들이 신라군 선봉 장수의 호위무사 10중 7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백제군의 몸놀림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경장 차림이어서 몸을 비틀고 움츠리며 솟기까지 하는 데다 말 무게도 가벼워서 속력은 거의 갑절이다. 와앗! 눈 한번 깜박인 다음 순간 윤진은 신라군 장수가 바로 10보 앞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어리다. 흰 얼굴, 이를 악물고 칼은 치켜들고 있었는데 필사의 기백이 드러났다. 그러나 어쩌랴. 이쪽은 백전노장, 싸움은 필사의 기백만으로는 안 돼. 다음 순간 신라군 장수가 칼을 내려쳤고 윤진이 몸을 비틀면서 칼등으로 칼을 받았다. 쇳소리와 함께 말들이 부딪쳤고 다음 순간 윤진이 손을 치켜들면서 칼자루로 신라군 장수의 턱을 쳤다. 턱뼈가 부서진 신라군 장수가 머리를 젖혔을 때 윤진이 왼손으로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는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앞으로 달렸다. 손에 멱살을 잡힌 신라군 장수가 늘어진 채 윤진의 말 앞장 앞에 놓여졌다. 신라군 장수를 잡아라! 뒤를 따르던 백제군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오오, 왔느냐? 김흠춘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갔지만 주위의 장수들은 침통한 표정이다. 잘 싸웠다. 김흠춘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반굴의 머리를 받아 쥐었다. 지금 김흠춘은 백제군이 말 꼬리에 매달아서 보낸 반굴의 머리통을 쥐고 서 있다. 윤진이 반굴의 머리를 잘라 보낸 것이다. 너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고개를 든 김흠춘이 소리쳐 말한다. 신라는 이긴다. 이긴자의 손에 역사가 씌어지는 것이다. 너는 영웅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번 2차 돌격에도 신라군 5천은 거의 궤멸했다. 주장(主將)으로 보낸 대장군 김흠춘의 아들 화랑 반굴이 단 1합에 백제군 주장(主將) 윤진에게 사로잡혀 머리통만 보내진 것이다. 소장이 가겠습니다. 대장군 김품일이 말했다. 이번에는 1만 기마군으로 좌우에서 협공을 하겠습니다. 2만이건 3만이건 우리 피해를 줄일 수는 없다. 김유신이 그렇게 말했지만 곧 고개를 들더니 김품일을 보았다. 백제군 5천을 다 죽이려면 신라군은 3만 5천 정도 사상자를 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을 돌파해야 사비도성에 닿는 것이다. 당군(唐軍) 총사령 소정방과 약속한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황산벌에서 이틀을 다 보낸다. 백제 기마군은 정예다. 그러나 이번에 계백이 이끌고 온 기마군은 지금까지 겪었던 백제군하고는 다르다. 붉은 귀신이다. 두 차례에 걸친 전투로 김흠춘의 기마군 1만이 사분오열 되어서 4천 정도만 남았다. 그때 김유신이 고개를 들고 김품일을 보았다. 가거라. 예. 총사령. 김흠춘은 아들 반굴을 죽여 아군의 사기를 일으키려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명심하라. 예. 총사령. 김품일이 어깨를 부풀리고 김유신을 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삼월도 한 열흘 지나자 봄비가 내렸다. 본디 그러한 모양인지, 봄비 내리는 하늘은 이마 언저리까지 무겁게 내려와 있다. 손바닥으로 싹 훔쳐내듯 봄비 그치고 나면, 부쩍 높아진 하늘 아래 빈자리마다 다투어 꽃이 필 것이다. 그래서일까. 봄비는 생명의 전령처럼 공중을 달아나기 바쁘다. 이렇게 봄비에 유난한 이유는 윤흥길의 장편소설 <문신> 때문이다. 집필에서 출간까지 20년 거장 윤흥길의 필생의 역작 같은 수사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어차어피 <문신>의 진면목은 그러한 수사가 아니더라도 밤하늘에 콱 박혀 있는 별만큼이나 도드라지게 되어 있다. 그것은 윤흥길이라는 큰 작가에 대한 믿음처럼 정확한 일이다. 오히려 <문신>에서 눈여겨 읽고 싶은 지점은, 봄비에서 연상된 것처럼, 낮게 드리워진 시대와 역사의 무게를 버티며 각자의 삶을 쥐고 흩어져가는 개인의 생명력이다. 약간의 비약을 감안한다면, 겨우내 얼었던 땅속까지 스미어 세상을 향해 생명의 활력을 밀어 올리는 봄비의 상징은, 장편소설 <문신>에서 전쟁에 끌려가는 남정네들이 자기 몸에 먹물을 스며들게 하는 행위에 닿는다. 전쟁에 나가 죽을 경우 시신으로라도 귀환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생겨난 부병자자(赴兵刺字) 풍습은 죽음보다는 삶을 향한 무의식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 같다. 죽어서도 돌아오겠다는 지극한 생명력은 소설 속 인물들이 저마다 심중에 새긴 각오와 다를 바 없다. 천석꾼 최명배의 물욕이 그렇고, 폐병을 핑계로 끊임없는 자책과 자학으로 스스로를 소모해가는 장남 부용이 그렇다. 이종사촌 배낙철과 어울려 유약한 사회주의자가 된 둘째 아들 귀용과 야소구신으로 불리는 최명배의 큰 딸 순금도 다르지 않다. 최명배가 1937년 중일전쟁을 정점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우리 민족의 무거운 그림자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소설 속 인물들은 캄캄한 시대의 어둠을 헤어나가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이처럼 윤흥길의 장편소설 <문신>은 이마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시대와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숨통을 틔워가는 인물들의 몸부림을 유려한 문장으로 곡진하게 펼쳐ㅂ인다. 큰 문제에 대해 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문신>은 다른 말 할 것 없이 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봄꽃이 아니 필 리 없지만, 짧아지는 봄밤을 큰 소설로 지새우는 일도 봄꽃의 향을 더하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문신 시인은 2004년 전북일보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와 문학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다방면에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시집 <물가죽 북>, <곁을 주는 일>과 문학연구서 <현대시의 창작 방법과 교육>을 냈으며, 지금은 <문예연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센터장 이윤애)가 개관 50주년 기념 자료집 <전북여성과 동행 50년>을 발간했다. 전라북도여성회관에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까지에 이르는 지난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나아갈 50년의 이정표를 밝힌다. 이 책자 머리에는 1967년 3월 전라북도여성회관 기공식부터 2018년 11월 개관 50주년 기념식에 이르는 센터의 연표를 실었다. 시대별 특징과 사진자료와 함께 실어 센터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태동기, 안착기, 도약기, 변화기, 과도기, 전환기, 번영기에 이르는 센터의 변화발전상을 분석했다. 고사동, 금암동, 덕진동을 거친 센터의 시대별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역대 관장과 센터장의 인터뷰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재임 당시 역점사업과 운영방침을 비롯해 기관장으로서 느낀 보람과 어려움을 담았다. 여성능력개발교육과 전북광역전북여성새로일하기센터, 양성평등사업, 동아리 활동 등 여성의 꿈을 응원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한다. 교육강사, 동아리활동, 취업성공 후기에서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를 만난 이웃들의 정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앞으로의 성장과 과제도 제시한다. 이 내용은 제2회 전북여성미래포럼 주제발표문과 중장기발전계획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센터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성별에 따른 격차를 해소하고 성평등 허브기관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지역의 젠더이슈와 현안과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축의 새판 짜기가 요구된다게 골자다.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은 전라북도여성회관이 재단법인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거치면서 이전의 공식으로 생성된 자료들이 모두 전라북도 본청으로 이관폐기되어 관련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언론에 보도된 자료, 관련 인사들의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 겨우 50년의 역사를 기록해나갈 수 있었다고 편찬후기를 전했다. 1968년 11월 전주시 고사동에서 전라북도여성회관으로 개관한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는 지난해 개관 50주년을 맞았다. 이듬해인 1969년에는 김기옥 초대 관장이 부임했다. 이후 두 번의 청사신축을 거쳐 2002년에 재단법인 전북여성발전연구원에 수탁운영된다. 과도기를 거쳐 2005년에 재단법인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로 자리 잡아 현재에 이르게 된다.
군산대 공과대학의 김현우 학생(IT 정보제어 공학부 3학년)이 군대에서 매일 쓴 일기를 바탕으로 신간 <김병장의 솔직한 토크21>을 발간했다. 그동안 군대를 소재로 한 책은 거의 없었으며, 육군 병사가 쓴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현우 학생은 책에서 군대에서 보고, 느낀 것, 경험한 것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했다. 첫 번째 주제인 신병교육대 편을 시작으로 제3야전 수송단, 공병단 편지, 계급 육군 부대마크 및 부록 군대용어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지난달 군산의 한길문고와 예스트 서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현우 학생은 책을 출간하기까지 책이 세상에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책의 편지글에서는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은 부모가 얼마나 애가 타는 심정이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책의 뒤에는 사고소식만 들으면 혹여 내 자식일까봐 마음 졸이는 부모님이 언제나 계셨다고 고백했다.
청소년들의 작품을 한데 모은 문학집이 출간됐다. 전북문학관이 지난해 실시한 2018 전북문학관 인문학클래스를 통해 공부한 학생들의 작품을 엮은 것이다. 문학집에는 김한결, 김채성, 마서경, 정은영, 유다혜(고등학교 2학년)와 강채연, 김다영, 김신정, 김예원, 김진성, 김지우, 소유진, 송준우, 양다인, 이가연, 이수현, 임예인, 이혜원, 정채은, 최다은, 최수아(고등학교 1학년) 등 인문학클래스 참가 학생들이 마음을 담아 쓴 작품이 수록됐다. 또 유다혜, 정은영의 수필과 김신정, 양다인의 소설도 함께 실렸다. 문학집 제목인 <작은 시인들, 문학을 그리다>에서 엿보이듯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지만 강단있게 문학으로 표현해냈다. 서툴지만 저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이 빼곡하다. 인문학클래스는 문학에 관심있는 도내 고교생 4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전북문학관에서 열렸다. 인문학클래스 강사로 나선 정재영 시인은 지난 2018년에는 10회에 걸쳐 청소년 문학 강연을 했는데 참여하는 학교도 다양해졌고 열정의 깊이도 더욱 단단해졌다며 전북 청소년 문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렇게 씨를 뿌리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 말미에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작성한 편집후기가 실려있다. 시작은 이렇다.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 스스로 문집을 만들면서 배워가는 모든 것이 행복하다. 미래의 혹은 이미 시인으로 부를 수 있을, 학생들의 소중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새만금 바닷가 부안 삼간평 마을 출신인 고삼곤 씨가 전북일보, 경향신문, 기독교신문 등에 40여년간 게재해왔던 새만금 관련 칼럼과 기고문 중 최근 작품을 간추려 엮었다. 25번째 고삼곤 에세이칼럼 <새만금잼버리축전 아리랑>(도서출판 북매니저)에는 2023년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국제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하는 저자의 소망도 담겨있다. 저자는 2023년 세계 청소년 잼버리에 참가하는 170개 국가 모두가 자국 고유의 집을 짓고 홍보기념관을 운영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관광왕국이 될 것이라고 소망했다. 또한 문대통령께 드리는 국민청원서를 통해 새만금에 세계 각국 집짓기운동을 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문협 인성교육개발위원 전북소설가협회 회원이며 전북문협, 전주문협, 부안문협, 표현문학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9~1993년 전라문예대학 강사와 한국유머만담가 모임 대표 회장을 역임했다. <어느 간첩의 독백>, <불효자는 웁니다> 등을 저술했으며 지난 2016년에는 세계로 비상하는 새만금을 널리 소개하기 위해 장편소설 <새만금 아리랑>을 펴내기도 했다. 30여년 가까이 새만금과 관련한 에세이와 칼럼, 장편실화소설을 언론과 문학작품집에 게재해오고 있다.
국제PEN한국본부가 2019년 12월호를 발간했다. PEN은 Poets, Playwrights의 P, Editors, Essayists의 E, Novelists의 N의 첫 알파벳을 딴 명칭이다. 국제PEN한국본부는 1954년 설립했으며 1978년 한국PEN문학상을 지정했다. 이번 호에서는 2018년 PEN문학상 수상자 특집을 통해 심사평과 수상소감, 작품을 실었다.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8PEN문학상 시상식 사진과 함께 송운현원영시조문학상 유성규 파고다 선서외, 시 가영심 마음의 날개, 시 손수여 숨결, 그 자취를 찾아서, 소설 신덕재 바보 죽음, 수필 이연숙 다리 밑 풍경, 아동문학 박성배 꼬리에 리본을 단 꼬마 쥐, 평론 이명재 세계문학 넘어서기, 특별상 국중하, PEN해외작가상 미서부지역 이현숙, PEN우수지역위원회상 빈명숙 대전지역위원회장의 글이 수록됐다. 문학상 수상작품 외에도 회원들의 동시, 동화, 평론, 희곡, 외국문학, 시, 시조, 단편소설, 수필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지역위원회 소식과 회원들의 출판 및 간행물 소식도 소개하고 있다. 오경자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은 권두칼럼에서 문인 자신이 사회적 소명자임을 똑바로 인식할 때 문학은 빛을 발하고 생명력이 넘칠 것이다. 문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고 문단은 그 일을 위해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전북과 깊은 인연, 거장 황석영 ‘금관문화훈장’ 수훈
시간과 존재의 숨결로 표현한 기도 형상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제3회 전북특별자치도 예술·관광상 공모
[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 이경옥 ‘진짜 가족 맞아요’
전북 청년작가들의 비빌언덕, 유휴열미술관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