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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아동문학가와 볕든 그림 작가가 동요 과수원길을 모티브로 한 그림 동화책 <과수원길>(고래책방)을 출간했다. 동요 과수원길은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을 지낸 박화목이 작사하고 서울사대부속초 교장을 지낸 김공선이 작곡한 동요다. 1972년 한국동요동인회를 통해 발표됐다. 황해도 황주가 고향인 박화목은 큰아버지가 가꾸던 과수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과수원길 시를 지었다. 이 시를 본 김공선 작곡가는 고향인 강원도 고성의 싱그러운 아카시아꽃 길을 생각하며 곡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재 아동 문학가는 “동요 과수원길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자리 잡았다”라며 “제 고향 물 맑은 시냇가에도 아카시아꽃이 싱그럽게 활짝 피어 있다. 아카시아꽃 그늘에서 해맑게 웃던 향이와의 추억을 반추하며 이 동화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1년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 한국일보 신춘 문예 동화로 등단한 그는 그동안 <도깨비가 된 장승> <잃어버린 도깨비> <도깨비와 메밀묵> <개미가 된 아이> 등 120여 권의 동화집을 출간했다. 방정환 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생명과문학 작가상, PEN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아동문학사조> 발행인,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도 그래.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니까.” 라고 말하곤 한다. 의기소침한 친구에게 용기를 주려고 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어제 내가 한 일을 떠올려보면 순간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 기억이 안 난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카드 결제 명세를 보며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 전의 어떤 일은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 속에는 잊고 싶지 않은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도 있지만,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붙박이처럼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을 우리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최연숙 작가의 동화 『경성 기억 극장』에는 기억을 없애주는 장치가 나온다. 주인공 덕구는 자신을 돌봐주는 수현이 아저씨를 밀고했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떨쳐버리려고 기억을 지운다. 덕구는 자신이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조선 학생에게 전쟁을 도우라고 연설한 여선생님과 필리핀에서 민간인을 폭격한 공군 비행사가 기억을 지우고 편안하게 돌아가는 걸 본다. 덕구는 고문당해 악몽을 꾸는 수현이 아저씨에게 기억을 지우라고 권하지만, 아저씨는 기억이 길잡이라며 거절한다. 나중에 자신이 했던 일을 알게 된 덕구는 다시 기억을 지우라는 말에 ‘기억을 지운다고 내가 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며 고민한다. 기억을 지우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깨달은 덕구는 수현이 아저씨에게 사과하고 아저씨의 독립운동을 돕는다. 기억이 길잡이라는 말은 기억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그동안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들, 또는 그것에 대한 기억이라는 말이다. 만약 그런 기억이 사라진다면 잣대를 잃은 우리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기억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상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떠가는 뭉게구름처럼, 소소한 발견과 작은 기쁨으로 채워가는 순간순간을 기억하는 방법은 없을까? 힘들거나 외로울 때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팍팍한 삶을 여유로 바꿀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먼지 쌓인 일기장을 꺼내 몇 년 전 날짜가 적힌 종이를 넘긴 뒤 오늘 발견한 사소한 즐거움을 적어보자. 먼 훗날 오늘의 기억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도록.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열린시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숙)가 주최하는 제30회 열린시문학상에 이문형(69)·이채영(69) 시인이 선정됐다. 열린시문학상은 1989년 열린시문학회 창립 이후 34년째 이어오고 있다. 전북 지역 최초로 시 창작교실을 개설하고 시상을 이어왔다. 열린시문학회 회원 중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서영숙 전 무주문인협회장, 구윤상 열린시문학회장이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은 “올해 열린시문학상 수상자를 부득이하게 2명의 시인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두 작가는 열린시문학회 창작교실에서 쉼 없이 시 작업과 문학 혼을 불태운 시인이다. 두 시인의 저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예술혼과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채영 시인은 2015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로 등단했으며, 전북서예미술협회 심사위원을 역임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시집 <4월의 눈꽃>이 있다. 이문형 시인은 2016년 <한국문학예술>가을호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봄날 강가에 서다>가 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전주시인후도서관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함께 창작 지원금 100만 원이 수여된다.
이경옥 아동문학가가 비영리 공익법인 아이코리아가 주최하는 '한국안데르센상 작품공모‘에서 창작동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안데르센상은 문학, 미술 등 어린이 문화예술콘텐츠 개발과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차세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국내외적으로 활동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제정된 공모전이다. 이 아동문학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다루는 <진짜 가족 맞아요!>로, 다양해지고 있는 가족의 형태를 다룬 성장 동화이다. 최우수상을 받은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 원의 부상이 수여된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1961년 김제 출생으로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6일부터 7일까지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에서 ‘K-북 작가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맞아, 한국 출판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와 인지도를 제고하고 출판 한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먼저 6일에는 이기훈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프랑스 문학 작가 대담이 예정돼 있다. 이어 7일에는 이기훈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 공연과 강형원 기자의 K-북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출판진흥원은 프랑스 현지 및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 출판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앞서 지난 6월 서점·도서관·학교 등 프랑스 파리 현지 전역에서 그림책 작가 워크숍, 한-프 그림책 작가 대담 등 다양한 K-북 작가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그림책·문학·웹소설 등 다양한 한국 출판콘텐츠를 소개하는 K-북 상설 전시도 오는 30일까지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10월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2024년 프랑스 K-박람회에 참가해 한국도서와 작가를 소개할 계획이다.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은 “2024년 파리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뛰어난 작가들과 도서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출판진흥원은 출판한류의 흐름이 전 세계에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K-북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문예지 계간 '지필문학' 신인문학상에 시 부문에 박옥희 시인, 수필 부문 김미애·황정순 수필가가 각각 선정됐다. 제99기 신인문학상 수상자 선정은 2024년 통권 제70호 가을호를 발행하며 실시했다. 이번 호에는 이광복 명예회장, 김계식 시인, 정순량 시조시인, 양봉선 아동문학가, 김익남 시인, 채정룡 시인(전 군산대 총장), 이옥금 시인, 하병우 수필가 등 각계각층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됐다. 신성호 지필문학 회장은 “어렵고 힘든 문학계의 현실 속에서도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도 확장성 있고 알찬 문예지로서의 위상을 더 높여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필문학이 다양한 문학 애호가들의 창작 문학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우수한 작품 발표의 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과 신인 문인의 꿈을 이뤄주는 등용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4 지필문학 통권 제70호 가을호 출판 및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16일 오전 11시, 군산 나운동 소재 ‘군산 jb 문화공간 콘서트홀’에서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화인 시인이 <새들은 머문 자리를 기억하지 않는다>(우리詩 움)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5번째 시집이다.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 등 총 5부로 구성돼 90편의 시가 실렸다. 시집에 표현된 사계는 순화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봄’에서는 사계의 시작인 봄을 상징하는 시들이 꽃, 사랑 등으로 표현돼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피어난 꽃들의 향연은 삶의 축복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어 ‘여름’에서는 인생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나며 뜨겁고 정열적인 생의 열정이 느껴지는 시들이 잘 압축된 은유에 쌓여 표현되고 있다. ‘가을’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안분지족 사상을 잔잔하게 표현한다. ‘겨울’에서는 삶은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것이라고 노래하며, 마지막 ‘다시 봄’에서는 불교에서의 윤회사상을 상징화하고 있다. 이화인 시인은 김제 출신으로 2003년 <현대시문학> 시 부문 시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그리움은 오늘도 까치밥으로 남아>, <길 위에서 길을 잃다>, 수필집 <쉰여덟에 떠난 Nepal 인도> 등이 있다.
핸드폰 요금을 정액제로 바꾸고 나니 늘 데이터가 부족하다. 월말이면 간당간당한 데이터 때문에 마음 졸인다. 그러다가도 아내가 자신의 여유분을 보내줄 때면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월말까지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다 사용하지 못하는 달이면 손해 보는 기분까지 들기도 한다. 예전에 무제한 요금제를 쓸 때는 데이터 걱정을 하지 않았다. 부담이 없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으나 어느 순간부터 무디어져서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어차피 무제한인데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런 달이면 피곤함이 일찍 찾아왔고 한편으로는 무력감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핸드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이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도 비슷했다. 회의 중간에도 휴식 시간에도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어김없이 들려 있었다. 편리했지만 내심 이렇게 살아도 될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환경 문제도 이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우리는 환경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봄이면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고 힘들어도 당연하게 여겼다. 날씨가 역대급으로 덥다는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사람들도 폭염이나 열대야, 그리고 동남아에서나 경험하는 스콜과 같은 빗줄기가 쏟아져도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환경이라는 무제한 데이터를 마음껏 쓰다가 갑자기 절약해야 한다고 하니 불편해한다.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과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졌다고 세상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의문이 들던 중에 책 한 권을 만났다. 현직교사이자 환경학자이기도 한 심정은 작가의 『환경수업도 업사이클링이 필요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 현장과 사는 마을을 개선하고자 했던 교사의 현실적인 노력을 촘촘히 다루고 있다. 사례가 풍부한 만큼 글이 주는 신뢰감도 상당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단순하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출발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세상의 변화도 가능하다.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착각했던 에코백 이야기를 읽다 보면 뜨끔하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무수히 많은 기념품은 ‘환경’이라는 그럴싸함으로 포장한 쓰레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10년 후 어느 날, 수업시간에 자신들이 환경을 고민하며 만든 에코백을 들고 만나는 아이들을 상상해 본다.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기다리는 행복은 그냥 오지 않는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전환은 “그냥 지나치던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그런 선생님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만이 아니라 학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가 책에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 휴가지에서 이 책을 벗 삼아 떠나는 건 어떨까? 돌아오는 길에는 세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최근 신작 소설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를 출간한 이광재 작가가 전북도민들을 만난다. 이 작가사인회가 26일 오후 6시 전주 전동성당 뒤 녹두꽃에서 진행된다. 이 작가는 “틈틈이 썼던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냈다”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책과 음식을 놓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고 작가사인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출판된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는 ‘군산, 적산가옥’과 ‘검은 바다의 기억’ 등 총 7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인간의 존엄 속에 감춰진 지점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작가 이광재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한편 군산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1989년 <녹두꽃> 2호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수년간 쓰지 못하다가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장편소설로는 <수요일에 하자>가 있다.
“거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티브이는 꺼져 있고/ 내 몸에는 이불이 덮여 있다/ 아내는 연수받으러 가고 없는데/ 누구지?/ 유정란을 휴지에 싸서 부화시키려다/ 깨뜨리고 말던 유치원생 딸애는 그새/ 중학생이 되었다./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시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전문) 박성우의 시는 언제나 쉽고 편안하다. 시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런 박 시인이 5번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창비)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에게 백석문학상을 안겨준 <웃는 연습> 이후 7년 만에 펴낸 책으로 더욱 주목을 끈다. 7년의 세월 동안 백석의 향토성과 서정성을 계승하면서도 세심한 감수성을 동원해 다양한 공동체적 양식을 살피는 시인의 눈길은 한층 넓고 깊어졌다. 실제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되살려 도시살이와 시골살이를 오가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덕분에 전통적 서정의 아름다움이라는 미덕을 지니면서도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살아가는 지금 시대를 날카롭게 묘파해 냄으로써 전 세대를 아울러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들로 풍성하게 채워내고 있다.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시‘매우 중요한 참견’ 전문) 이처럼 시인의 시에는 사람살이의 온기가 흐르고 언젠가 살아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또 가족으로 국한되지 않은 이웃, 길 가다 스친 사람 등과 같은 사람 간의 관계를 박 시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입말로 그려내며, 시 한 편 한편을 마치 드라마처럼 독자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창동 영화감독은 책의 추천사를 통해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담긴 박성우의 시들은 더 쉽고 편안하고 낮아졌다”며 “그 흔한 상징도 비유도 찾기 어렵다. 애써 새로움과 낯섦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시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 절로 마음이 환해지고 미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그간 나는 생각지 않던 길을 걸었다. 다섯 시 이십 분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했고 지방으로 가서는 이십 분을 더 잘 수 있었다”며 “나를 중심에 두고 살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하리만큼 시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적요한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시를 만나곤 했다”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과 기쁨이 돼 주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등이 있다. 박 시인은 백석문학상과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상준 소설집 <미완의 귀향>(나무와 숲)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질박하고 강건했던 농민 백남기, 참된 농사꾼이자 견고한 진보주의자 김일순,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산 반체제 학자 송두율, 교육 현장에 몸담았던 아홉 도반, 학교를 떠나게 된 교사 서미림, 저자의 절친한 벗 고(故) 박배엽의 이야기다. 한상준 작가는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 소설을 구현했다. 가슴에 힘껏 그리고 가득 품고 있던 실존 인물을 소환해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을 등장시킨 것이다. 소설집 <미완의 귀향>은 표제작 미완의 귀향을 비롯해 농민, 동맑실 조신한(曺迅翰) 이장의 운멩, ‘연향동파’ 유령의 길로 나서다, 서미림 선생, 오래된 잉태, 이장(移葬), 만행(萬行) 등 작품 8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난 2003~2004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구속, 재판과 강제 출국, 그리고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은퇴한 송 교수의 삶을 언론사 기자의 눈으로 담아낸 표제작 미완의 귀향. 소설은 ‘그 뒤…’‘그 후…’‘그렇…’ 세 파트로 나눠 전개된다. 두 번의 개작을 거친 작품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학자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당하고 삶을 구속하는지 절제된 언어로 풀어냈다.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삶의 애환을 1인칭 시점으로 쓴 소설 ‘농민’에서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샘솟게 한다. 그동안 농업‧농민 소설을 쓰며 농업과 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온 작가의 예리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작가의 절친한 벗으로 시인이자 문화운동가였던 고 박배엽이 폐암에 걸리자, 그의 쾌유를 빌며 쓴 소설 ‘오래된 잉태’와 폭력과 폭압으로 일상화된 학교로부터 내몰려 학교를 떠난 이후 끝내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교사의 이야기를 풀어낸 ‘서미림 선생’ 등 여러 인물이 빚어내는 서사적 하모니가 읽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이병천 소설가는 추천의 글을 통해 “한상준의 소설을 읽으면서 부득불 우리 젊은 날의 꿈들을 떠올린다”며 “그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잊지 말자고 반추하는 인물들은 핍박 없는 세상을 견인하려는 운동가이거나 올곧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 이웃들이다. 그의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라고 밝혔다. 1955년 고창에서 태어난 작가는 김제 금구면 소재의 고등공민학교에서 소작인의 자녀를 가르친 바 있다.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장편소설 <1986, 학교>를 비롯해 소설집 <오래된 잉태>, <강진만>, <푸른농약사는 푸르다> 등을 펴냈다.
이용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미안해 잘못했어>(지식과감성)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10행 내외의 짧은 시편 속에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詩)가 시대를 조명하고 삶을 가꿀 수 있다고 믿는 시인의 소신이 짧은 시편 안에 켜켜이 담겼다. 표제작 ‘미안해 잘못했어’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간결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노모의 주검앞에/미안해 잘못했어//자녀들 애통하며/엎드려 사죄한다//영전의 노모는 그저/웃고 있다 환하게”(‘미안해 잘못했어’ 전문) 간결하고 절제된 언어 안에 담긴 시인의 메시지는 독자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시인은 이밖에도 “상처는 봉합하면/치료가 되지마는//상처가 나은자리/흉터가 남아있다//흉터를 바라볼 때마다/추스른다 마음을//”(‘흉터’ 전문)과 같이 인생살이에 대한 고달픔과 삶의 애환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시인은 시집 서문에서 “삶을 가꾸면서 감화 혹은 감동시키는 표현 속에 시가 있고 독자가 있다면 그것이 훌륭한 노동이고 아름다운 삶의 행실”이라며 “시와 더불어 쉽고 편한 언어의 운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1959년 익산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2006년 <한국시>에 ‘본향’‘강태공’‘사랑이 없으면’ 등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시집 <만경강 유역에 서서> <화포리 연정> <개똥참외> 등을 펴냈다. 한국시신인상과 제19회 마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익산여성의 전화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예술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게임에서도 다각적으로 활용된다. 예전에는 직접 역사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역사적 인물을 현대로 데려오는 판타지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혼재하기도 한다. 아무튼 역사적 사건과 공간은 독자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요한 소재로써 작용한다. <한성이 서울에게>라는 판타지 역사 동화는 현대를 사는 인물에게 백제 때 천연두로 죽었던 귀신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현대에 사는 ‘서울’이라는 여자아이는 백제 때 쌓아 올린 풍납토성 부근에 살고 있다. 나이 차이가 나는 대학생 오빠가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익사하는 사고를 당한 뒤 집안은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상태다. ‘서울’이는 오빠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한성’이라는 백제 귀신은 자신의 독무덤이 있는 ‘서울’이네 집 마당이 자기 집이라며 떠나지 않고 살고 있다. ‘서울’이네 집 주변은 아파트 재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났지만 ‘서울’이네 집과 이웃 할머니 집만 남아 있다. 서울이네는 삼 대째 살아오던 집이기 때문에 이사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물론 경제적 여력도 되지 않는다. 백제 귀신은 서울이네 집 앞마당에 자신의 시신이 묻혀 있는 독무덤이 세상에 나와 박물관으로 가야만이 길잡이를 만나서 이승을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풍납토성 인근은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면 공사가 멈추기 때문에 설령 공사 중에 유물이 발견되더라도 몰래 없애거나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밤이면 도굴꾼들은 풍납토성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그러다 도굴꾼 3인방은 서울이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어머니가 간호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에 배관공으로 위장하고 들어온다. 서울이네 집 앞마당에 유물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결국 도굴꾼들이 찾아낸 유물은 한성이의 독무덤이었다. 백제 양식의 ‘굴 돌방무덤’이었지만 도굴꾼들은 오직 돈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결코 남을 돕지 않겠다던 서울이와 한성이가 독무덤을 지켜내며 유적이나 유물은 돈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라고 말한다. “이천 년이 지났다고 사랑했던 마음까지 다 흙먼지가 된 줄 아세요? 저건 돈이 아니에요. 남겨진 사람이 떠난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다고요.” 도굴꾼에게는 유물이 단순히 돈의 가치로만 여겨졌지만 서울이는 세상을 떠난 오빠의 유품을 치우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백제 귀신인 한성이도 자신을 묻을 때 엄마의 귀걸이 한쪽을 껴묻거리로 넣어준 것을 생각하며 유물은 남은 자들의 사랑이었다고 여긴다. 우리 사회가 많은 것을 물질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자칫 소중한 가치를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유물을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현상이 만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아이는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세상을 향해 외친다. 물질적인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유물은 단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과 사랑의 흔적이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그것은 유물이 단순한 부장품이 아니라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일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겨진 유물은 누군가의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할 때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는 기억이다. 시간을 견디는 기억이 역사인 것이다.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었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김미림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부채와 포도는 사랑을 했네>(제이비)를 펴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시로 노래하고 그림으로 그려내는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여느 전시장에서 만나 볼 수 있을 법한 전시 도록과도 닮아있다. 실제 책은 ‘1부 사막에서도 꽃은’, ‘2부 공주들은 꽃잠을 자고’, ‘3부 꽃은 꽃의 마음을 갖고’, ‘4부 부채와 포도는 사랑을 했네’ 등 총 4부로 구성돼, 60여 편의 시와 함께 30여 점의 작품을 담아내고 있다. 김 시인은 “지리산 아래 전생에 신선이었던 사람들만 태어난다는 운봉에서 태어난 덕에 눈과 마음으로 다가온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할 줄 아는 운봉 사람으로 성장했다”며 “그렇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시인으로, 화가로 표현하며 네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시집에는 팔도강산을 유람하며 만난 이들에게 보내는 그리움을 담았다”며 “나에게 있어 그리움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나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시가 독자들에게 다가가 아름다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1992년 월간시문학 우수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과 전주 풍물시 동인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그는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편집위원과 국제펜 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편집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창신 신부는 5‧18 광주의 진실을 알리다가 군인에게 테러를 당했다. 하지만 신부는 좌절하지 않고 전두환 신군부와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이후 그는 군산 오룡동성당에서 청년들과 함께 6월 항쟁을 주도한다. 그리고 이때 찍은 필름들은 후대의 유산이 됐다. 군산대학교 역사철학부에서 공부한 김성훈 작가는 박 신부의 사진에 주목했다. 군산 지역 6월 항쟁의 경과 과정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필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신부의 필름으로 군산의 6월 항쟁 경과 과정을 연구했고, 역사적 유산을 알리기 위해 <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 입춘, 6월에 봄이 오다>(녹두서점)을 출간했다. 저자는 몇 년간 홀로 거리에 나가 활동가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시민들을 홀로 인터뷰했다. 그러면서 6월 항쟁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했고,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정리했다. 책은 1부 ‘난을 닮은 신부’ 2부 ‘오룡동성당 시민강좌 ’ 3부 ‘세풍합판 파트’ 4부 ‘군산 6월 항쟁’ 5부 ‘직선제 쟁취 이후’ 6부 ‘노동자 대투쟁’ 7부 ‘오송회 사건’ 등으로 나눠 당시의 사건을 전달한다. 김 작가는 "다른 지역은 활동가들이 80년대 항쟁사를 조금씩이라도 정리해두는데, 군산을 그렇지 못했다”며 “역사적 기록물을 잘 정리해서 함께 싸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며 출판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며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쓴 책이다. 누구나 읽기 쉽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6월 항쟁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입춘, 6월에 봄이 오다>는 청년들의 희생이 담겨 있지만, 머리말과 맺음말에 이들의 기득권화에 대한 견제구도 빼놓지 않았다. 그것은 6월 항쟁의 본질에서 어긋난 정신이기 때문. 저자는 ‘도덕적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보수화’에 빠진 양쪽 모두가 불편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진짜 6월 항쟁의 가치와 본질은 ‘시민’ 모두가 함께 발휘한 공동선임을 강조한다. 저자 김성훈은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박창신 신부 필름 군산 부분 경과 작업을 진행했다. 2021년 <입춘, 6월에 봄이 오다>사진전 자문위원과 네임 메이킹을 했고, 지난해 5월부터 출판사 녹두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우 시인의 동시집 <참새의 꿈>(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전주에서 시를 써오고 있는 그는 지난 15년 동안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대문터 지킴이로 일하며,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5년 동안 바라본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과 소중한 추억을 엮어 동시집을 출간했다. 때문에 이번 책에는 가슴 펴고 뛰노는 어린이와 함께 체온을 나누며 눈빛을 마주하는 이야기들이 맑고 정겹게 실려, '어린이를 향한 그만의 사랑‘이 담뿍 담겨 있다. “엄마 품 떠난 노란 입 병아리/ 처음 학교 가는 길/ 새 마음 부푼 꿈 피우려/ 화들짝 달려갑니다./ 작은 머리는 두리번 두리번/ 짧은 다리는 종종종 종종종” (시 ’입학하는 날‘ 중) “수학 공부에 머리가 아파/ 보건실 가다 보면 이미 나아요./ 국어 공부에 배가 아파/ 보건실 가다 보면 이미 나아요./ 머리 아픈 아이 도와 보건실 가면 기분이 좋아요./ 배가 아픈 아이 도와 보건실 가면 기분이 좋아요.”(시 ’보건실에 가면‘ 중) “횡단보도 앞/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빨강 신호등에 멈추어 줄을 섰어요./(중략) 문방구 갔던 아이/ 빠르게 종종걸음/ 손에 쥔 사탕/ 옆에 아이 건네며/ 급하게 건너가는/ 알콩달콩 학교 앞 횡단보도”(시 ’횡단보도 앞에서‘) 이처럼 짤막하게 들여다본 그의 작품 속 곳곳 어린이의 숨소리가 들리듯, 순박하고 해맑은 동심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 실린 이야기는 전주서문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15년 동안 생활했던 기억”이라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있는 그대로 적어본 이번 책은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 시시콜콜한 어린이들만의 세계 이야기, ’코로나19‘ 3년 동안의 이야기, 고향과 가족 등의 이야기로 채워봤다”고 책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사처럼 해맑은 어린이들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며 “아이들과 함께한 행복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동심의 시를 사랑하고 가까이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 수필문학회 등의 회원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자동타 시대에서 휴대폰 시대까지>, <엄마 이야기 아들이야기> 등이 있다.
서철원 작가가 청춘의 연대기를 기록한 창작소설집 <빙어>(문예연구)와 창작희곡집 <오델로의 춘향>(연극과 인간)을 출간했다. 소설집 <빙어>는 젊은 날의 고뇌와 방황, 갈등과 대립, 죽음을 넘어 화해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을 소설 8편에 담아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절제와 위트, 통찰력 있는 문장은 소설의 흡입력과 설득력을 만들어낸다. 특히 전주와 인근 전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의 표제작 '빙어'는 순창 회문산을 무대로 아슬아슬한 청춘의 운명과 불안한 사회적 질곡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해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수록작 '절대미각'과 SF소설 '로그' 에서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이야기의 무한한 확장성이 돋보인다. 희곡집 <오델로의 춘향>은 전라도의 대표 고전 '춘향전'과 셰익스피어 비극 가운데 하나인 '오델로'를 접목해 독창적인 시선을 전달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셰익스피어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오델로(Othello)'는 가족의 근간을 구성하는 부부의 신념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고전 춘향 역시 과거를 넘어 현재까지도 남녀상열의 모범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희곡집은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스토리라인을 지향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춘향傳'의 뒷이야기를 들려줘 실험적인 시각과 발상을 드러낸다. 희곡집에 실린 5편의 작품은 아직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가야의 우륵 이야기에서 셰익스피어의 오델로와 춘향 이야기, 조선 태조 이성계와 전주 이야기, 춘향의 어미 월매 이야기에서 갑오년 동학농민혁을 이끌던 전봉준·김개남·손화중의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따라서 역사적 실존 인물과 이야기 속의 존재들이 만들어 내 신선함과 새로움이 응집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서 작가는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2013년 계간 '문예연구' 겨울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해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저자는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 <달의 눈물> <별의 노래> <달빛 전쟁> 등 다수의 작품의 출간하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담락당 하립(1769∼1830)과 김삼의당(1769∼1823)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문학인 부부다. 두 사람은 남원시 향교동 유천마을에서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났다. 18세(1786년)에 혼례를 치렀으며, 33세(1801년)에 선영을 지키기 위해 진안군 마령면 방화마을로 옮겨 살았다. 두 사람의 고향인 유천마을에 첫날밤 부부가 나눈 시를 새긴 시비와 벽화가, 교룡산국민관광지에 삼의당의 시 「화만지」를 새긴 시비가 있다. 진안군 마이산 들머리에는 부부의 영정을 모신 명려각과 시비가, 백운면 원덕마을에 부부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부부는 쇠락한 양반 가문의 후손이라는 내력과 글재주도 비슷했다. 담락당은 평생 책을 벗 삼았지만, 벼슬에 나서지는 못했다. 문집 『담락당집』을 남겼고, 2000년 진안문화원에서 시 209수를 엮어 『담락당 시집』을 냈다. 이름 없이 남편이 지어준 당호로만 알려진 김삼의당은 조선의 여성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입신양명을 위해 먼 곳에서 공부하는 남편을 향한 애정과 기대, 육아와 시집살이, 가난한 살림을 꾸리는 여인의 일상 속 크고 작은 일과 자연의 멋을 소재로 쓴 시 111편 253수와 산문 26편이다. 『김삼의당 시문집』(제일사·1982)이 있으며, 『삼의당 김부인 유고』(신아출판사·2004)로 번역·출간됐다. 두 사람의 지난한 시절은 표성흠의 장편소설 『교룡』(산지니·2022)에서 더욱 애절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삼의당·담락당의 운명적 만남’을 부제로, 두 사람을 남녀평등을 실천하고 순수학문을 탐구하며 이상적인 삶을 추구한 인물로 묘사한다. “발은 땅에 딛고서도 머리는 하늘 높이 두고 사는 ‘꿈꾸는 사람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부부가 똑같이 꿈을 먹고 살던” 천상배필이다. 작가의 상상은 시대와 지역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스며 있다. 소설 속 담락당은 조선 후기 과거제도의 폐단에 회의를 느끼고, 김시습·박지원을 본보기 삼아 실학을 강조하고 문체의 혁신에 동참한다. ‘삼례’라는 이름을 얻은 삼의당은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노동의 숭고함과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시에 옮기며 삶을 감내하고, 낭만을 놓지 않는다. 이야기에 맞춰 소개하는 담락당과 삼의당의 작품들도 작가의 치열한 탐색의 결과다. 담락당과 삼의당의 삶과 작품에 관한 존중은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서로 색깔이 다른 두 객체가 만나 하나가 되자면 각자가 가진 포부를 굽힐 줄 알아야 한다. 길을 하나로 바로잡아야 옳게 갈 수 있다. 강물이 산언덕을 의지 삼아 그 안으로만 흐르듯 서로의 굽어짐 속으로 흘러가야 한다.”라는 부부의 길이다. 굽어든다고 체면 깎이는 일이 아니다. 전북의 유서 깊은 장소와 여러 설화를 풍성하게 소개한 것도 작가가 선사한 미덕 중 하나다. 남원시의 광한루·교룡산성·덕밀암·만복사저포기·요천·유천마을·인월, 무주군의 최북, 임실군의 ‘오수의 개’, 장수군의 타루비, 진안군의 마이산·마이탑·만취정 등 『교룡』 속 전북 곳곳을 둘러보면 담락당과 삼의당이 일깨운 부부의 도가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정부가 5인 이하 중소 출판사들의 도약을 위해 맞춤형 성장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정작 전북 지역 출판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원 규모도 소규모에다가 연속적인 지원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5인 이하 출판업계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중소 출판사 성장도약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이 사업은 직원 5인 이하 출판사를 대상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해 건실한 출판기업으로 육성하고 양질의 도서 출판 장려를 위해 추진됐다. 창업 3년 이하 성장 단계 출판사와 창업 3년 초과 도약 단계 출판사를 대상으로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규모의 제작비용과 분야별 경영 상담, 출판지식 창업보육센터 내 공간 마련 등을 지원한다. 문제는 정부에서 5인 이하 중소 출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출판사들에 지원 혜택이 돌아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이 발행한 '2021년 출판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3246개 출판사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체는 전체 출판의 69%를 차지한다. 하지만 2020년 이후부터 현황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역별 출판사 현황 조사도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지역 출판업계에서는 그나마 지원이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과 함께 아쉽다는 지적도 교차하고 있다. 지역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한 예술인은 “출판지원금은 얼마든 간에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500만원이라도 더 올려주는 게 좋겠지만, 지원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독서‧서점‧도서관‧출판 관련 정책을 흔들고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출판업계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에 소규모라도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게 기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기획부터 원고 작성 및 검사, 편집과 유통까지 책 한권을 출판하기 위해 거치는 단계가 세분화되어 있어 영세한 중소출판사가 한 분야에서만 지원을 받는 게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욱이 연속적으로 지원될 가능성도 낮아 단발성 지원사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도내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삭감과 독자들의 종이책 외면으로 출판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이같은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라면서도 “메마른 토양에 비는 내리겠지만, 실제 지역 출판업계가 다시 꽃을 피우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어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최소 10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공간이나 컨설팅 지원보다는 제작 지원에 쏠림이 클 텐데 지역 출판사들이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숨통은 트이겠지만, 지역 출판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다음 달 5일까지 ‘2024 대한민국 그림책상’ 작품 공모를 진행한다.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되는 ‘대한민국 그림책상’은 한국 그림책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작년 대비 선정 종수가 1종 늘어 9종이 됐다. 시상금도 1200만 원이 추가된 억 1200만 원이 지급될 계획이다. 접수 대상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발행돼 유통 중인 국내 창작 그림책이다. 국내 출판사와 저작권자(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으며, 접수를 희망하는 경우 상호 협의를 거친 후 출판사나 저작권자(작가)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그림책상 접수 시스템(https://www.k-picturebook.kr/)’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수상작은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친 후 오는 10월에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수상작은 수출과 인지도 확산을 위한 후속 홍보 지원을 받게 된다. 자세한 사항은 출판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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