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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김정호' 신정일 문화사학자, 1804km 서해 바닷길 두발로 '뚜벅'

장소에는 시간이 쌓인다. 수십 년 전의 오늘이 쌓이고 오늘의 기억이 쌓여 차례로 포개진다. 그게 역사다. ‘현대판 김정호’라 불리는 대한민국 도보 여행가 신정일이 서해 바닷길에서 만난 역사 이야기를 엮어 <서해랑길 인문 기행>(상상출판)으로 펴냈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왕릉 가는 길>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등과 같은 인문서를 써 온 작가답게 야무진 취재력과 인문학적 시선이 빛난다. 서해 바다 도보 여행기로도, 문화사학자의 에세이로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 태안의 안흥곶을 지나 강화도의 강화평화전망대까지 걸어가는 서해랑길은 103개 코스에 1804km에 이르는 길고도 긴 길”이라며 “해파랑길을 걷고 2014년에는 서해랑길로 명명된 서해 바닷가 길을 걸으면서 매 순간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었기에 늦게나마 이 책을 바친다”며 출간 배경에 대해 밝혔다. 책은 서해랑길을 네 구간으로 나눠 답사의 궤적을 쫓는다. 해남 땅끝부터 진도와 영암, 무안과 신안,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가 서해랑길의 첫 번째 구간이다. 저자가 묵묵히 두 발을 걸으며 마주한 서해 바닷길에는 시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인돌과 갯벌의 고장 고창과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 변산마실길을 지나는 부안과 근현대가 어우러진 군산까지 서해랑길 두 번째 구간에서는 지역의 문화를 녹여내 정겹다. 서해랑길 세 번째 구간에서는 이지함, 무학대사 등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 사고의 확장을 시도한다. 서천군, 보령시, 태안반도, 서산, 당진, 아산까지 옛사람들이 걸었던 길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되짚는다. 경기도의 초입 평택시와 화성, 시화방조제를 지나 인천시, 강화해협까지를 아우르는 서해랑길 네 번째 구간은 서해 바닷길 여정의 끝에서 발견한 새로움과 미래에 대한 저자의 다짐이 녹아있다. 이덕일 역사학자는 “그에게 우리 국토는 이 나라의 역사이자 민중들의 삶이었던 것”이라며 “호사가들이 그를 현대판 김정호, 현대판 이중환, 현대판 김삿갓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가 바로 길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 신정일은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는 문화사학자다. 또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와 성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한 도보 여행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조선의 천재 허균>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10 17:17

문화의 꽃을 피우는 담론의 장 '전북문화살롱' 7월호 발행

전북의 역사‧문화‧예술 분야의 이야기를 싣는 문화잡지 <전북문화살롱>7월호가 발행됐다. 2018년 3월 창간한 전북문화살롱은 프랑스 대혁명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한 ‘살롱(salon)’에서 따와 제호를 붙였다.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토론과 비평을 통해 시대정신을 이끌었던 것처럼, 전북문화살롱도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발굴하고 토론해 문화를 꽃피우는 담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문화비평의 설 자리가 사라진 시대에서 비평의 쓸모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올해 7월 발행된 통권 55호 <전북문화살롱>에는 인디아나 존스와 함께 떠나는 완주 갈동유적을 주제로 한반도의 청동기와 철기 문화를 들여다본다.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갈동유적에서 출토된 동검동과 거푸집, 정문경 등에 대한 발굴 현장 모습과 철기 문화의 중심을 이룬 완주 갈동유적에 대한 가치를 살펴본다. 전북문화유산의 안과 밖 섹션에서는 국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 태조어진의 중요성을 되짚어본다. 경기전에 봉안되어 있는 조선 태조어진이 2012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고, 조선왕조 본향에 봉안되어 온갖 전란과 어려움을 극복해낸 사실을 서술한다. 이밖에 평안감사향연도의 방석불놀이를 비롯해 고창읍 송암마을의 당산천룡제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인물 섹션에서는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 대하소설 <문신>을 쓴 윤흥길 작가를 소개한다. 매호 독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한국의 밤 문화 섹션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밤, 칠석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지역미술계 거장의 작품을 깊이 있고 파고드는 전북미술산책 섹션에는 한국화의 대가 송수남 화백의 ‘필묵으로 말하고 수묵에 살다’가 그림과 함께 실렸다. <전북문화살롱> 발행인은 신아출판사 서정환 대표가 맡고 있다. 편집위원장은 송화섭, 편집장은 신아출판사 이종호 상무가 책임지고 있다. 조상진, 곽장근, 김경미, 김스미, 백학기, 손상국, 이춘구, 이혜영씨 등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형태의 '전북문화살롱'은 격월 발행될 예정이며, 구독에 대한 문의는 전북문화살롱 편집실(010-3670-4750)로 하면 된다. 이종호 편집장은 “1920년대에서 30년대 기예문화와 창극문화가 1950~60년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과 문학인들이 살롱과 다방에 모여 문화를 생산했다”며 “이러한 전북문화예술인들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2017년 전북문화살롱이 태동했고 현재 55호째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고 문화를 탐하는 예술인들의 뒤에선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되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10 17:17

윤기묵 작가, 두 번째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 발간

지역 출신 작가가 펴낸 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먀오족)의 슬픈 역사를 탐사한 책이 출간됐다. 윤기묵 작가의 두 번째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들꽃)이 바로 그것이다. 책은 윤 작가가 몽족을 처음 만났던 20년 전 ‘베트남 비즈니스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식품기계제작 회사의 대표로 IMF라는 국가부도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전력했던 작가의 젊은 시절의 애환과 함께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1300년 동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는 몽족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실제 책에는 동이족, 한민족의 같은 뿌리인 몽족이 중국 구이저우성과 윈난성, 베트남 하장성, 라오스, 태국 등에서 흩어져 살게 된 원인과 역사적 사실을 좇는다. 이와 더불어 작가는 몽족에 대한 탐사를 통해 민족 동질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그들의 역사적 수난을 담아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승철 한국문학사 연구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번 책은 지난 20여 년간 윤 작가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소중한 작업”이라며 “작가는 책을 통해 고구려 유민의 후예, 몽족의 역사를 추적한다. 각종 참고 문헌과 자신의 체험으로 빚어낸 이 책은 그동안 한국 문학사에서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을 탐사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원 출생인 윤 작가는 2004년 시 전문지 계간<시평> 여름호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등의 시집과 역사에세이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7.10 17: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지호 소설가-한그루'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 시집'

약 270년 전, 무주군 부남면 대소마을에 돌림병이 발병했다. 나룻배를 건져 올려 수로를 막고, 대문바위를 닫아걸어 육로를 폐쇄한 뒤 치료에 전념했으나 소용없었다. 다들, 이제, 사람의 힘으로는 역병을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웃 마을에서 디딜방아를 몰래 가져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디딜방아는 형상과 기능, 의미와 상징이 주술적으로 해석되어 액을 방어하는 주력(呪力)의 신물로 여겨져 왔다. 정월 보름밤 디딜방아를 제물 삼아 일명 ‘방앗거리제’를 지냈다. 제주는 남자가 아닌 여자, 당골네였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고사요’를 부른다. 산 자와 죽은 자, 살리려 했던 자와 살아나지 못한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노래. 그 한(恨)을 달래주는 노래를 시(詩)로 여길 수는 없을까. 제주 4·3을 다룬 흑백영화 「지슬」. 지슬은 지실(地實)에서 온 말로 감자를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다. ‘實’은 ‘열매’라는 뜻도 있지만 ‘사실’이라는 뜻도 있다. 1948년 11월 말부터 이듬해 1월까지 감자 줄기 같은 동굴에 숨어 지슬로 연명하다 끝내 희생당한 안덕면 무등이왓 주민들의 ‘사실’을 담고 있다. 영화는 ‘신위·신묘·음복·소지’ 네 꼭지로 전개된다. 희생당한 영혼을 위로하는 제의이자 굿판임을 알게 하는 표지다. 카메라가 굿판을 열기 전 내담자의 아픈 사연을 느끼는 무당처럼 사람과 사건, 4·3의 제주를 관찰한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고사요 같은 노래 ‘이어도사나’를 죽은 자들이 부른다. “아방에 아방에 아방덜, 어멍에 어멍에 어멍덜, 이어도 가젠 살고나 지고, 제주 사름덜 살앙 죽엉, 가고저 허는게 이어도우다” 이 노래와 영화를 4·3을 위로하는 시로 생각할 수는 없을까. 백석 시인의 시 「남신의주 유동 박씨봉방」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위 옆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갈매나무’가 하얀 무명옷을 입은 무녀처럼 느껴진다. 신령한 산, 정령과 다름없는 바위 옆에서, 추위와 외로움을 인내하며 ‘쌀랑쌀랑’ 방울을 흔드는, 그리하여 고통과 슬픔에 사무친 산 아래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녀린 무녀. 이 시를 그 무녀가 백석의 목소리를 빌려 부른, 무가(巫歌)로 받아들이면 안 될까. 문정희 시인의 시 「곡비」의 마지막 두 연은 다음과 같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나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 알아야 하리” 「4·3 시집」에 담긴 77편의 시를 디딜방아로, 지슬로, 영험한 방울 소리로, 까무러치는 울음으로, 사십구재 씻김 소리로 생각하면 안 될까. 시인들을 늙은 당골네로, 엉겅퀴로 같은 곡비로, 하이얀 무녀로, 무등이왓 바라보는 서러운 박수무당으로 여길 수는 없을까. 황지호 소설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7.10 17:16

강준만은 왜? 진보반동에 대한 내부고발 투쟁기…강준만의 투쟁

‘필검을 휘두르는 논객’, ‘문화 게릴라’, ‘독설의 전사’, ‘전북대 칸트’, ‘손님 끊긴 정치 무당’, ‘소통의 전도사’…이 모두가 세상이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에게 붙여준 칭호다. 한 사람에게 동시에 주어질 수 없는 이름들. 따라서 어느 것은 진실이고 어느 것은 진실이 아닐 것이다. 강준만은 도대체 왜 저러고 세상은 또 강준만을 왜 그리 대하는 걸까. SBS 기자인 윤춘호는 신간 <강준만의 투쟁>(개마고원)에서 1990년대부터 명성을 쌓은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강준만의 사상 궤적을 추적한다. 그는 강준만이 남긴 약 300권의 저서를 분석하고 그를 잘 아는 지인, 제자, 동료 교수, 취재기자, 시민단체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완성했다. 강준만과의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에서 강준만을 후하게 평가할 때 쓰는 표현이 ‘스스로를 성찰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진보 지식인’이다. 그러나 ‘난 보수 같은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보수를 비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수라고 할 수는 없다. 당파성을 버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보의 영지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몸은 때때로 오른편으로 기울기도 하지만 뿌리는 단단히 왼쪽에 두고 있는 사람이다. (39쪽)” 저자는 한때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놨다 하며 전방위적 비평 활동을 펼쳐온 강준만이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제는 지식인이라는 말이 남루해졌지만 30년 넘게 지식인으로 살아온 그의 노정에 대해서 한 사회가 마땅히 표해야 할 예우로 강준만의 삶은 기록되고 정리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군가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할 법도 하건만 제대로 모양을 갖춘 강준만론이 없다”며 “변명이든 비판이든 예찬이든 강준만에 대해서 한 사회가 마땅히 표해야 할 예우가 있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의 말’로 ‘오늘의 강준만’을 비판하지 않으려 했고 하나의 사실을 들어 강준만의 열 가지를 설명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저자 윤춘호는 서울대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1991년 SBS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에서 주로 일했다. 자신의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디며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글을 쓰려고 한다. 지금까지 <봉인된 역사-대장촌의 일본인 지주들과 조선 농민>, <다산, 자네에게 믿는 일이란 무엇인가>, <어떤 어른>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03 17:30

‘가람 이병기 전집’ 총 30권, 11년 만에 나온다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가 전북 근현대 최고 국학자 겸 시인이자 전북대 교수를 지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전집인 <가람 이병기 전집> 총 30권을 오는 10월 개교 77주년 기념사업으로 완간한다.  이 사업은 11년 전인 2014년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김익두 교수가 공식 발의해 간행위원장을 맡고, 가람문학을 전공한 이경애 박사와 호원대 유화수 교수가 진행해 왔다. 이후 김익두 교수의 퇴임에 따라 전북대에서는 한창훈 교수(사범대학)가 간행위원장을 맡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북대가 주관이 되어 자체 예산과 전북도, 전주시, 익산시의 보조금으로 올해까지 11년 동안 4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출판사업이다.  전집은 현재 가람 선생의 문학(시/시조·수필·평론), 일기, 학술논문, 저서 등을 중심으로 총 15권이 간행됐다. 앞으로 평론과 서지학, 역사학, 교육학, 주해서, 서간, 사진자료, 색인 등이 포함되는 15권의 남은 전집 부분이 오는 10월까지 완간을 앞두고 있다.  사업을 11년 동안 맡아 수행해 온 전 김익두 교수는 “돌아보면 때로는 사업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든 적이 몇 차례 있을 정도로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가람 선생님의 드높으신 뜻과 유족 및 주위 분들의 끊임없는 격려, 전북대, 전주시, 익산시의 변함없는 의리와 성원에 큰 힘과 희망을 얻어 진행할 수 있었다”며 “전집이 하루빨리 완간되어 가람 선생이 남기신 업적들이 세상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감회와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에는 전국의 국문학, 국어학, 서지학, 역사학 등 여러 전공 분야 학자들과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학생, 대학원생, 강사 등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간행위원들로는 김익두 교수(총괄, 전북대), 이경애 박사(현대문학, 전북대), 유화수 교수(현대문학, 호원대), 이민희 교수(고전-서지학, 강원대), 황재문 박사(역사­서지학, 서울대), 이래호 교수(국어학, 강원대)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03 17:30

채만식 연구자가 전하는 소설가 채만식,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1930년대와 1940년대에 걸쳐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의 소설세계를 다룬 채만식 작가를 조명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채만식 연구자 공종구 군산대 명예교수가 <채만식의 민족문학>(역락)을 펴낸 것. 공 교수는 현직에서 은퇴하기 직전까지 채만식의 문학에 대해 누구 못지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덕후’로서 학술 발표와 특강, 논문, 연구서 등을 생산해 왔다. 그렇게 더 이상 채만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쓸 기회가 없을거라 생각해오던 공 교수는 ‘채만식에 대한 지역사회의 무관심’이 펜을 다시 잡게 만들었다고 했다. 공 교수는 머리말을 통해 “군산대와 인연으로 군산에 이주한 지 벌써 30여 년이 넘었다”며 “30여 성상이 흘러오는 동안 채만식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나 애정은 갈수록 희박해져 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욱이 최근 ‘친일’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채만식에 관한 논의나 관련 프로그램들은 지지부진 차원을 넘어 옴나위조차 못하는 형국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책은 ‘채만식은 왜 기억해야만 하는가?’부터 ‘채만식의 <탁류>에 나타난 군산의 지정학’, ‘채만식 문학의 대일 협력과 반성의 윤리’ 등 세 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심과 핵심은 당연히 ‘채만식은 왜 기억해야만 하는가’라는 논문이다. 다른 두 편의 논문에 비해 분량부터 압도적으로 길고 내용 또한 이번 책의 주제와 직접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논문에서는 이번 책의 주제인 ‘채만식을 왜 기억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이어 ‘채만식의 <탁류>에 나타난 군산의 지정학’은 군산 거주 조선인과 일본 거주 공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일제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와 폭력성을 당시 현장의 시선을 통해 생생하게 증명한다. 마지막 ‘채만식 문학의 대일 협력과 반성의 윤리’라는 논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족의 죄인’의 발표 경위와 동기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분석한다. 끝으로 공 교수는 “이 책이 채만식의 문학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특히 채만식 문학 전체나 본질을 ‘친일문학’으로, 그리고 채만식의 작가적 정체성을 ‘친일문인’으로 알고 있거나 생각하는 군산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한편 공 교수는 전남 여수 출생으로 전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그는 군산대 국문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 군산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공 교수의 주요 저서로는 <한국현대문학론>, <한국현대소설의 윤리>, <이렞 강점기 민족문학 작가와의 대화>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7.03 17:3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정경 시인-임주아'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

물결을 닮은 사람이 있다. 한자리에 멈춰 있지 않으며 다른 존재들을 기꺼이 받아들여 투영해 낸다. 끊임없이 존재의 기슭을 어루만지는 사람. 임주아 시인이 그런 사람이다. 그가 운영하는 서점 ‘물결서사’의 이름처럼. 그이는 수년 동안 전주 선미촌에서 ‘물결서사’를 지키며 책을 팔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그 오지 아닌 오지(?)로 초청해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문학 행사들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심 ‘쓰는 자’의 정체성을 고심했으리라. 마침내 그이가 보낸 물결이 한 권의 시집으로 우리에게 도착했다. 임주아 시인의 첫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걷는 사람)은 로맨틱하다. 사랑의 상승과 하강, 타인과 시적 주체와의 간극, 그로 인해 생겨나는 불안과 갈등, 헤어짐과 남겨짐의 정서가 “살아난 사람”과 “죽은 사람” 같은 힘이 센 시어들로 직조된다. 시인이 물결 위에 적어 보낸 시를 읽으면 여흔이 “물결무늬”처럼 남는다. 산문시 「백행」에서 시인은 “물속은 꿈결 꿈속은 물결 사랑하는 것과 망가진 것 무너진 것과 돌아선 것 튤립처럼 팔 모으고 똑똑 물방울을 받”아내듯 “등 푸른 잎사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비밀 많은 부족처럼 씨앗을 귀하게 여기기 잠깐 바람결에 사랑을 두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매일 한 폭씩 넓혀가는 마음으로”(같은 시), “산책할까”(「무성인」) 하고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의 대상을 굳이 연인으로 한정 짓지 않는 것이 시의 풍미를 더 살리는 길이 되겠다. 다른 존재와의 조우, 그들을 혹은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숱한 감정적 일렁임이 임주아 시의 서사를 만들고 서정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그이는 “세상이 너무 커다란 구멍 속으로 사라져”도(「홀」), “나는 살아남아 사랑을 돌보았다”(「폐업」)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이 느낀 단 한 번의 즐거움을 쪼개고 쪼개 나빠지려하는 마음에 이어 붙이면 조금 아물 수도 있을까. 오늘이 좋대도 내일은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알 수 없지만. 다짐도 싫고 각오도 싫고 계획도 싫지만. 다만 덜 절망적이고 덜 미워하며 살고 싶다. (중략) 나는 매일 달라서 오랜만에 크게 웃고 떠들며 갑갑한 껍질을 벗고 한 달에 한 번 신중하게 울며 살아난 사람이 될 수도 있다.”(산문시 「울며 살아난」)라고 했으므로 나는 그에게 “이상한 믿음”이 생긴다. 임주아 시인에게서 시작된 시의 물결이 덜 절망적이고 덜 미워하며 사는 세상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고. 무릇 시인이란 존재는 자신만의 언어로 슬픈 세상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글 쓰고 책 파는 임주아 시인이 총괄기획자로 활동하는 ‘전주책쾌’가 7월 6일부터 이틀간 전주 남부시장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열린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이 북페어를 위해 지금쯤 그는 머리를 질끈 묶고 눈을 빛내며 종횡무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외롭게, 용감하게 자기 영토를 만들어온 독립출판인들과 작가들이 미지의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 부디 글을 쓰는 사람도, 책을 만드는 사람도, 책을 파는 사람도, 그 책을 읽는 사람도 글 너머의 다른 존재들의 사랑을 느끼게 되기를. 그 행위가 물결처럼 멈추지 않기를. 그리고 그 힘으로 임주아 시인이 다음 시를 써내게 되기를.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김정경 시인은 201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검은 줄’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골목의 날씨>가 있다. 자칭 ‘산책중독자’. 오래된 골목을 유람하며 채집한 이야기로 시도 쓰고, 산문도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7.03 17:29

제1회 완주군 초·중·고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 시상식 개최

제1회 완주군 초중고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 시상식이 지난달 27일 완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유희태 완주군수를 비롯해 이경애 완주군의회 부의장, 김난희 완주교육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국제펜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위원장 장교철)가 주관한 제1회 완주군 초중고생 문예 작품 현상 공모에서 대상(완주군수상)의 영광은 강연수(운주초4, 산문), 양지율(삼례중3, 운문), 장지현(완주고1, 산문) 학생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상(완주군의회의장상)은 고은솔(송광초3), 강하윤(봉동초6), 김주홍(봉서중1), 박현아(전북푸른학교1) 학생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우수상(완주교육상)은 주아인(삼례동초1), 이종서(가천초3), 선아윤(삼례동초3), 강아란(봉서초3), 권민기(전북푸른학교1), 김현아(삼례중3), 전시영(완주중1), 배윤서(삼례중3), 최하늘(완주고1) 학생에게 각각 주어졌다. 공모에 입상한 학생들의 작품은 문집으로 발간될 예정이며 완주지역 각 학교와 도서관 등 행정기관에 배부된다. 장교철 위원장은 “문학작품 속에서 완주를 사랑하고, 완주를 추억하는 깊이와 폭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매우 깊고 넓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행사가 꾸준히 이어져 완주를 문학의 고장, 문화도시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완주군과 완주군의회, 완주교육지원청이 후원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02 17:35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 순창문화총서 1·2권 발간

사단법인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이사장 김용현)은 민속원에서 순창문화총서 1권 <순창의 성황대신사적과 단오난장>과 2권 <순창 단오성황제 연행의례>(민속원)를 발간했다. 이번 총서는 지난 1998년 순창 성황대신사적기 연구를 부제로 출판된 ‘서낭당과 성황제(민속원)’에 이어 순창 성황대신사적연구의 총결산 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970년대 초까지 전승되어 왔던 순창단오절의 ‘단오난장’을 국내학계에 처음으로 보고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순창문화총서 1,2권은 2020년 순창단오제의 고증복원 기획회의와 2021년 ‘순창 성황대신사적현판의 재조명’과 연이은 ‘순창단오성황제 연행의례’ 세미나 성과, 2022년 ‘순창 대모산성과 단오난장 학술세미나’ 등에서 발표된 논문을 엮어 만들어졌다. 이형성 전남대교수의 성황대신사적현판의 번역과 판독, 고증보고서와 설정환 박사의 순창단오난장 구술자료집을 묶어 순창 성황대신사적기 연구와 순창단오 난장을 총결산하였다는 의미 또한 크다.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 김용현 이사장은 “순창문화총서 발간을 계기로 성황대신사적 현판을 국가보물로 신청하고, 순창단오제의 단오 난장을 복원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7.01 17:36

"대마도는 대한민국 영토"…전북시인협회, 대마도 역사 탐방

전북시인협회(회장 이형구)가 대마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28일부터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대마도 역사탐방에 나선 시인협회는 1882년 우리나라 <춘향전>을 번역해 일본 전역에 알렸던 소설가 나카라이토 수이관을 시작으로 백제 비구니 법명이 창건한 수선사 내의면암 최익현 선생 순국비, 조선통신사 역사관, 덕혜옹주 결혼봉축 기념비, 신라국사 박제상 순국비, 백제 왕인 박사 현창비 등을 둘러봤다. 또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영토인 대마도의 반환운동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제1세미나 의제발표에 나선 이형구 시인협회장은 대마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입증할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형구 회장은 “조선 500년 동안 조선의 땅으로 관리를 하였다는 조선실록과 조선영토로 표기된 지도 등의 자료가 차고도 넘친다”며 “대마도는 1868년 명치유신으로 이유 없이 강탈당했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의 부속도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948년 8월 18일 정부수립 3일 후 일본에게 대마도 반환 촉구 성명을 했지만, 그 후 어느 대통령도 반환요구를 한 바 없다”며 “이제는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반환운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제2세미나 의제를 위해 특별히 초청된 김상휘 소설가는 “2008년 전주시의회 의원으로서 우리 땅 대마도를 역사교과서에 명기를 촉구하는 제안을 했다”며 “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결의안으로 채택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에서 전북시인협회원들과 다시 이 결의안을 대외적으로 선포할 것을 제의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설가의 제안으로 참석한 회원 30명이 만장일치 동의하며 대마도 반환에 불씨를 지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30 17:01

최재선 시인 8번째 시집, ’낮잠 들기 좋은 날‘ 출간

수만 평 시의 밭을 경작하고 있는 농부, 최재선 시인이 8번째 시집<낮잠 들기 좋은 날>(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본디 시인에게는 삶 속에서의 경험과 사유가 중요하지만, 최 시인의 <낮잠 들기 좋은 날>은 시인 본인이 직접 체험한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시인 본인의 이성(理性)과 가치관, 윤리 등이 시적 화자의 체험을 확장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최 시인의 판단 때문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105편의 시가 담겨있다. 시집에서 작가는 본인만의 고유한 시선을 통해 일상의 만남을 유희와 황홀경으로 바꿔, 그만의 단단한 시어를 구축하고 있다. “뱃길 없는 섬/ 이마 벗어진 무덤가 할미꽃/ 바닷바람에 허리 괜찮을까요?/ 신호등 없는 마을의 카페/ 문 여닫는 그림자 없어/ 오늘 불 꺼지지 않을까요?/ 어느 시인의 외딴 골방/ 쓰다 만 원고지 빈칸에/ 봄볕 발자국 남기고 갈까요?”(시 ‘문안하다’ 부분) “붕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붕어를 낚는 낚시꾼도 낚이는 붕어도/ 운암호에 떠 있는 붕어섬도 아니다/ 추위의 강에서 대물은 아니지만/ 그저 그런 크기의 붕어를 건져 올린/ 전주노동청 앞 붕어빵 장수이다”(시 ‘봄이 되면 붕어빵 장수는 무얼 할까’ 부분) “밥은 끼니 이전에 인사다/ 밥 먹었는지 궁금해하는 건/ 그의 한 끼 미지근하지 않은지/ 삶의 온도를 문안하는 거다/ 삶 깨지락깨지락하지 않고/ 밥심으로 차지게 뜸 들어/ 바람에 끈끈하게 버티는지/ 안녕에 관해 안부하는 거다”(시 ‘밥’ 부분) 가볍게 들여다본 시상 속에도 느껴지 듯, 최 시인의 시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체험에 포개져 정서와 사상의 깊이와 진정성을 견인하고 있음이 전해진다. 권대근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시평을 통해 이번 시집을 ‘타인의 고통에 대한 위로, 내시경으로 본 객체의 내부’라고 정의했다. 권 교수는 “최재선의 시는 늘 변화의 도정에 있고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를 타자의 환경에 맞춰 이동시키고 있어 시 정신이 빛난다”며 “그는 시대가 바뀌어도 쉽게 진화되지 않고, 개선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을 잘 조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하찮은 것에서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시인 나름의 방식으로 각각이 지닌 아픔의 언어를 잘 듣고자 한다”며 “최재선은 타인의 고통에 위로를 보내면서, 인도주의를 그의 시에 구축하는 구원의 시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재선 시인은 수필가 활동을 비롯해 한일장신대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저서로는 <잠의 뿌리>, <마른 풀잎>, <내 맘 어딘가의 그대에게>, <첫눈의 끝말>, <그대 강같이 흘러줄 이 있는가>, <문안하라>, <단 하나만으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26 16:40

반짝이는 언어와 감각적인 사유, 김잠선 첫 시집 '이브의 관점'

윤슬처럼 반짝이는 언어로 감각적인 시 세계를 형성해 온 김잠선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이브의 관점>(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시인은 일상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들끓는 마음을 살피며 인간관계에 대한 진지하고도 심오한 사유를 시편으로 차곡차곡 담아냈다. 불합리한 세상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의 진실에 가닿으려는 시인의 고뇌가 묻어나는 진솔한 시편들은 묵직한 공감을 자아낸다. “삶이란/ 쾌락이 아로새겨진 실패에서/ 실을 풀어내는 것/ 전 생애를 바쳐온 실패에 감긴 실의 길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 때서야/ 세계란/ 관계의 사태로 그려진 그림이란 걸 깨닫지//”(‘실패’ 중에서) 김 시인은 머리말을 통해 “시를 쓰고 싶었다” 고백하며 일상언어를 중심으로 정제된 시어를 모으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그냥 넘길 수 없을 때마다 뭔가를 꺼내려 시도했다”며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관계이고 시의 모티브는 주로 독서나 영화에서 가져왔다. 시절 문화를 정서로 채화하는 과정들이 관계의 메타포가 된 셈"이라며 이번 시집에 대해 설명했다. 총 79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에는 짧은 시행으로 구성된 시편들과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고 변주함으로써 유려한 리듬감을 형성하는 시편들이 눈에 띈다. 특히 “꽃 피우고 지우는 것은/ 삼월의 일/ 꽃잎 따라 마음 흔드는 것은/ 나의 일”(‘낙화’)과 “병이다/ 봄햇살 우거진 숲에 앉아/ 천둥처럼 섬뜩한 검은 나이아가라를 떠올리는 것은//(‘그리움’)과 같이 역설과 반어의 문장들은 사회 모순에 대한 시인의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통과 희망 사이를 넘나들며 끝내 인간에 대한 애틋함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생의 면면이 선사하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김요한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시집에 대해 "시인은 이브의 관점에서 인간이 이길 수 없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다"며 "시에는 슬픔, 괴로움, 그리움 같은 고상한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시인의 고통은 읽는 이의 가슴을 강하게 저미게 한다"고 했다. 장신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전북대에서 흄의 미적 속성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조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기린봉에 인문학당을 마련해 운영하며 청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26 16:40

섬세한 시선과 진솔한 목소리로 삶의 다양한 모습 조명

수필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특별한 문학 장르다. 수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의 깊이와 삶을 기록해온 인간과 문학회(회장 유광종)가 <인간과문학 대표수필 2024>(인간과문학사)를 발간했다. 수필집에는 곽경옥, 권해성, 변해진, 서경숙, 박효진 등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섬세한 시선과 진솔한 목소리로 삶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한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작가들이 전하는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에는 희노애락이 밀도 있게 채워져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박효진 작가의 ‘선의라는 이름으로’는 선의가 타인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것은 아니라는 소신을 과거 작가의 일화로 풀어냈다. 군인 하사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던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독서지도를 맡게 됐다. 독서지도를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20만 원이라는 거액을 받게 된 그는 절실했던 돈이었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고 한다. 도와주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조적으로 설명하며 독자에게 '선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외에도 나훈아테스 형을 주제로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기술한 권해성 작가의 ‘테스형’, 인간과 여성의 미모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화장하는 행위에 대한 고찰이 담긴 이재홍 작가의 ‘화장’ 등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통해 작가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유광종 회장은 발간사에서 “수필집을 통해 인간과 문학회 작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인간의 깊이와 삶의 멋을 담아내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26 16:40

도서출판 희망나무,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 e-북으로 발간

6.25 전쟁 발발 74주년을 맞아 도서출판 ‘희망나무’가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을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더불어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은 직접 집필한 고(故) 장세창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 만에 전자책으로 재출간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은 저자의 실화를 일기형태로 풀어낸 작품으로, 20대 후반에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만학도였던 당시의 장 작가 서울 성북동 하숙집에서 6.25 동란을 맞아 완주에서 평화의 기쁨을 맛보기까지의 90일간 생존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 나올법한 환상적인 영웅담은 없지만, 죽음의 갈림길에서 떠밀려가는 삶이 아닌, 자유에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고난을 자처하며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처절한 삶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특히 전자책에는 근현대사적 역사적 사료(史料)로서 가치를 더하기 위해 저자의 자녀와 손자들이 관련 자료와 해석을 더했을 뿐 아니라, 생동감을 위해 유관기관의 협조를 받아 이미지를 더 해 알기 쉽게 기록돼 있다. 저자의 손자 장학수 씨는 “집안 유훈이 ‘경찰은 하지말라’인데, 1948년 2.7 사건으로 2.26 때 순직하신 작은할아버지로 인해 ‘위험하고 힘든 직업인 경찰은 하지 말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미 경찰관이 돼 할아버지의 유훈은 지키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깊은 뜻은 기억하는 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책 <6.25전쟁 수난기 그 해 여름 (지옥의 90일)>은 교보문고, 예수 24, 알라딘 등의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구매가 가능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26 16:4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군산구암초등학교 '나는 경암동 철길 마을에 살아요'

똑 단발에 얼굴이 갸름한 소은이가 물었다. “선생님, 시가 뭐예요?” 소재 하나 달랑 주고 동시를 써보자 했을 때 날아온 질문이었다. 시의 정의를 묻는 건지, 선생님이 생각하는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소은에게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했다. 손에 든 지도서를 들고 입술만 깨물다 수업을 끝낸 기억에 나는 지금도 시가 어렵다. 군산구암초등학교 아이들은 시가 뭔지 알까? <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에 살아요>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본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으면 시를 읽는 바른 태도가 아닐 것 같아 양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책장을 펼쳤다. 그렇게 나온 시가 <내 귀>다. ‘내 귀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엄마가 빨래 널자 하면/안 듣고/밥 먹으라 하면/바로 일어나 먹는다./내 귀는 참 신기하다/’<내 귀 전문> 아이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선택적 귀를 가졌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자신이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가 시 쓰기를 통해 진짜 자기를 찾은 듯하다. ‘저는 고백합니다./사실 겉으론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속으론 학교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겉으론 학원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속으론 학원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고백 일부> 녹록치 않은 현실로 아이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적 갈등을 겪는다. 불행히도 시작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걸, 어른이 정한 대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안 아이의 고백은 독백이 되어 버린다. ‘나는 나예요/누가 못생겼다/나쁘다/못 한다 해도/나는 나예요’<나 전문> 아이는 못난 ‘나’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것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과 같다. 다섯 줄의 시가 현자의 말보다 값지다. ‘맨날 아빠가/ 땀에 젖어서 온다//모기가 땀 냄새를 맡고/같이 온다/아빠가 모기를/배달하는 것처럼’ <아빠는 모기 배달 기사 전문> 만날 땀에 젖어 들어오는 아빠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모기는 무찔러야 할 악당이다.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시대, 땀의 농도가 진한 직업일수록 기피 대상 1호인 시대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런 아빠가 우상이고 자랑이다. 다만 이 아이가 커서 살아갈 세상은 흘린 땀만큼의 대가를 인정해 주길 바라본다. 세상은 정글이다.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고 놀람의 연속이다. 그러나 미리 겁먹지 않는다. 구암시인학교 아이들이 쓴 시가 그걸 말해준다. 청정지역에서 막 길러낸 유기농 동시를 읽으니, 시가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덧씌워지지 않은 명징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 어린 시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많은 사람이 파릇파릇 생기 돋는 시어들로 잘 차려진 밥상을 받길 바란다. 단짠단짠, 시큼털털, 매콤달콤, 쌉싸래한 시의 맛을 느끼며.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과 『봉주르 요리 교실 실종 사건』, 『유령이 된 소년』, 『나는 나야!』, 『제롬랜드의 비밀』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06.26 16:38

트라우마를 마주하다…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

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아시아)은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조리한 세계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예정된 파국에 이르는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소개하면,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주변 인물의 낯선 모습이다. 그런 지점에서 소설집 <야생의 시간>은 신선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소설집 <야생의 시간>에는 표제작 ‘야생의 시간’을 비롯해 ‘당신’, ‘엄마의 진심’, ‘문’ 등 7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에 담겨있는 다수의 작품은 독자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야생의 시간’은 끝없이 고독에 시달리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고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샤’에게 충동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저 속으로만 들끓는 감정인 줄 알았으나,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나’의 감정은 동요한다. 예전과 같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고 해도 삶의 의미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마주한 ‘나’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그럼으로써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가치관의 극복을 이해하고 소설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아마 문장의 힘일 것이다. “어두운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야생에 대해 생각했다. 경련처럼 찾아오는 그 순간을, 힘들게 거역하던 그 시간을 떠올렸다. (중략) 그래서 나는, 내가 기쁜지 슬픈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것이 실은 거대한 실체를 숨기고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안다. 사납고 거센 고요가, 온 집 안에 가득하다. (‘야생의 시간’ 중에서)” 이화정 작가는 쉬운 단어를 골라 짧게 문장을 만들어냈다. 단문으로 연결한 작가의 문체는 역설로 가득한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고, 음악적 리듬을 자아낸다. 7편의 소설에 드리워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작가의 짧고 유려한 문장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똬리를 틀고 밑바닥에 자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쓰일 나의 소설은 상처 입은 자들에 관한 넓고 아득한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활동중인 이화정 작가는 2018년 단편소설 ‘천사의 손길’이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 심훈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06.19 17:38

2024 제14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 발간

<제14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도서출판 경남)이 세상에 나왔다. 천강문학상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의병장 천강홍의장군 곽재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충의 정신 함양 및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을 위해 제정된 문학상이다. 제14회 천강문학상 접수자는 1127명으로 총 5876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 중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예심과 본심을 통해 시·시조·소설·아동문학·수필 등 5개 부문에서 15명의 수상자 작품과 제8회 의령군 청소년 천강문학상 수상작품 3편을 엮어 작품집을 발간했다. 작품집에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문학인들의 작품과 각 부문의 마지막에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담겼다. 특히 이번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시조부문의 우수상에 배순금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도 실려 시선을 끌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배 시인의 작품 ‘물들다, 번지다’에 대해 “영롱한 이미지들을 정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그 이미지는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의 주제를 드러낸다. 낱낱의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은 주체와 타자의 문제이며 조화, 공생, 상호 수용의 철학인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고 평했다. 배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이제는 삶의 첫 장을 차지할 만큼 시조의 미학에 깊은 애착으로 한 걸음씩 더 앞으로 나아가며 저 스스로 채찍질을 거듭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의 수상작품으로는 분봉을 주제로 한 자연문제를 논하는 시와 시인 은유의 힘이 돋보이는 시조,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는 중년남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 농경 문화 시대의 정서를 담아낸 아동문학, 풍경 안에 담긴 물고기 모양의 금속인 ‘탁설’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읽어낸 수필 등도 함께 실렸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06.19 17:3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