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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가족 뮤지컬 '정글북' 공연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오는 31일과 다음 달 1일, 뮤지컬 ‘정글북’ 공연을 열고, 관객들을 맞이한다. 뮤지컬 ‘정글북’은 대한민국 어린이 공연을 이끌어온 송승환 프로듀서가 제작한 가족 뮤지컬로, 지난 19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J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원작으로 한다. 정글에서 자란 아이 ‘모글리’가 동물들과 함께 살며, 겪는 아름다운 성장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은 동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빨간 꽃’을 찾아 인간 마을로 떠나게 되는 모글리의 모험 속에서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전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실감 나는 영상 기술과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약 90분간 진행되는 공연 속에서 실감 나는 대형 코끼리를 비롯한 약 12종의 다양한 동물의 움직임과 특색을 살인 창의적인 안무와 의상을 선보인다. 또 입체 영상부터 플라인 기술과 같은 첨단 무대 기술까지 활용해 광활한 정글 숲속을 생동감 넘치게 구현한다. 여기에 뛰어난 연출진들이 참여해 공연 완성도를 높인다.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디아길레프’, ‘그리스’ 등을 연출한 정태영 연출, ‘몬테크리스토’, ‘레베카’, ‘그날들’의 정도영 안무가, ‘캣츠’, ‘영웅’의 한정림 음악감독 등 힘을 합쳤다. 공연은 24개월 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하며,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9 09:32

'청춘의 고민을 음악으로 나누다'예술기획 브릿지, ‘별빛 콘서트’ 31일 개최

청년의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 공연, ‘빛나는 청춘, 별빛 콘서트’가 오는 31일 오후 7시 전주 한벽문화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청년들의 일상 속 고민을 음악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기획된 참여형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고민은 나누면 빛이 됩니다’를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예술기획 브릿지(Art Bridge)가 주최·주관해 진행되는 이번공연은 전주시 2025년 ‘청년참여예산 민간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 작품으로, 지휘는 박찬근, 진행은 테너 조예찬이 함께 한다. 공연은 ‘별을 쫓기보다 내가 별로 살아가기’라는 노랫말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했다. 멀리 있는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던 청춘의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의 자신이 이미 별처럼 빛나고 있었음을 깨닫는 마음을 담았다. 공연 무대 또한 이 콘셉트에 맞춰, 별빛을 상징하는 조명으로 수놓아진 공간 연출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클래식과 영화음악,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히사이시 조의 ‘어느 여름날’과 ‘바다가 보이는 마을’, 비비의 ‘밤양갱’,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영화 ‘시네마천국’ 메들리, 베토벤의 ‘비창’ 2악장 등이 연주되며, 테너 조예찬이 ‘가리워진 길’과 ‘Butterfly’를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노래한다. 이혜영 예술기획 브릿지 대표은 “‘별빛 콘서트’는 청춘의 불안과 고민을 음악으로 함께 나누며, 지금 이 순간의 우리 자신이 이미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며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별이 돼 무대를 함께 밝혀주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8 17:38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의 주인공, 고(故)김명곤 추모전 열린다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은 천재 음악가 고(故) 김명곤을 기리는 첫 추모전이 열린다. 사랑과 평화의 원년 키보드 멤버로 출발해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편곡한 그는 ‘가요톱텐’ 89주 연속 1위곡을 만든 숨은 주역이자, 한국 대중음악의 사운드를 바꾼 프로듀서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성수동 팝업공간 ‘성수나무’에서 막을 올리며, ‘KPOP 슈퍼노바, 김명곤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JTV 전주방송이 주관하고 방송문화진흥회, 한국음악실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다. 기획을 맡은 송의성 PD는 “우리 음악이 언제부터 영미권 팝만큼 세련돼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김명곤 시대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김명곤의 악보 87권을 모은 ‘선율의 숲’을 비롯해, 미공개 사진과 음성, 복원된 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의 예술혼과 음악적 유산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또 지난해 방송문화진흥회 지원작으로 호평받은 JTV 다큐멘터리 ‘슈퍼노바 김명곤의 사운드 혁명’의 확장판 ‘팝업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며, 김형석·윤일상·구창모·배수연 등 동시대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토크도 진행된다. 이어 김명곤의 미공개 음악 5곡과 희귀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청음회가 열려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김명곤은 음악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한국대중음악작가연대 대표로도 활동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송 PD는 “김명곤은 예술가이자 연대의 사람으로, 한국 음악 산업의 품격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전시는 이후 전북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지역 출신 김철규 작가가 헌정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전북을 담다, 세상을 잇다’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JTV 전주방송이 추진하는 지속가능한 콘텐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 K-POP의 뿌리를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8 17:23

명인들이 빚은 즉흥의 미학, 시나위의 본령이 살아나다

쌀쌀한 가을밤, 즉흥의 예술, 시나위가 명인들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났다. 음과 음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위로 흐르는 선율은 따뜻했다. ‘2025 전북무형유산축전–화락연희’의 한 장면, ‘명인전–명인명찬시나위’가 지난 25일 관객의 숨결 속에서 펼쳐졌다. 악보도, 리허설도 없는 즉흥의 무대였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을 한 길로 걸어온 명인들의 호흡과 감각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었다. 그 밤, 시나위의 본령이 그 자리에서 되살아났다. 무대의 문은 김영자 국가무형유산 판소리(심청가) 보유자의 소리로 열렸다. ‘심봉사 눈뜨는 대목’의 한 자락이 울려 퍼지자, 어둠 속의 객석은 숨을 고르듯 조용해졌다. 곧이어 대금의 숨결, 가야금의 여운, 아쟁의 깊은 선율이 차례로 이어졌다. 김일구(가야금), 이생강(대금), 박대성(아쟁), 김무길(거문고), 김청만(장구) 등 한국 전통음악사의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김성아(해금)와 김태영(징)이 더해지며 즉흥의 앙상블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서양의 재즈처럼, 시나위는 악보보다 눈빛이 먼저 말을 건네는 음악이다. 연습 없이 단 한 번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무대는 명인들의 평생이 응축된 순간이었다. 각자의 멋이 모여 하나의 호흡으로 엮이는 찰나, 관객들은 전통음악의 ‘자유’가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한가를 실감했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다섯 명의 명인들은 한결같이 “이 무대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삶의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박대성 아쟁산조 보유자는 “이렇게 전통명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건 수십 년 만이다. 시나위는 제게 신앙과도 같다. 오늘은 그 자체로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일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는 “시나위는 물처럼 흘러야 한다. 요즘은 악보에 갇힌 시나위가 많아 안타깝다. 눈빛 한 번, 손끝의 떨림 하나로 이어지는 즉흥의 세계가 진짜 시나위의 맛”이라고 했다. 이생강 대금산조 보유자는 “서양 음악가들이 시나위를 들으면 늘 놀란다.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결국 하나의 덩어리로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 깊이는 세월이 쌓인 마음에서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김무길 거문고산조 전승교육사는 “시나위는 남도의 말맛과 닮았다. 약속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 그것이 세월의 힘이자, 이 음악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청만 판소리 고법 보유자는 “요즘 세대의 음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는 ‘놓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세대’였다. 시나위는 그런 여백의 미를 품은 음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연 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맞이하는 명인들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지만, 그들의 말끝에는 “우리가 떠나면 이런 즉흥의 감각을 이어갈 세대가 얼마나 남을까” 등과 같은 예술적 자부심만큼이나 전통의 맥이 끊길지 모른다는 염려도 스며 있었다. 하지만 이날의 시나위는 그런 걱정을 잠시 잊게 할 만큼 뜨거웠다. 서로의 숨소리와 시선이 곧 악보였고, 세월의 깊이가 빚어낸 감정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즉흥의 예술, 시나위는 한순간에 피어났다 사라지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는다. 이날 전주 중정 특설무대의 공기 속에는 세월을 관통한 명인들의 숨결과 서로를 향한 존중, 그리고 전통이 품은 미래가 함께 깃들어 있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6 19:49

한 달간 펼쳐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26일 폐막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을 주제로 한 달간 열린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26일 막을 내린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전 세계 50개국 3109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는 2023년 40개국, 2407점 전시 대비 30%(10개국 702점)가 증가한 수치다. 꾸준한 해외작가 발굴과 주한 외교사절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실을 맺은 성과라는 평가다. 올해 비엔날레는 한글서예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을 기념하고 203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목표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글서예’ 중심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특히 청년작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지원하는 ‘K-SEOYE ART’ 전시와 천명의 종교인이 참여해 서예를 통해 종교 간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등 18개의 시대 흐름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버스킹 부대행사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해 약 10만 여명이 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송하진 조직위원장은 “올해 행사는 한글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의미 있는 도약이었다”며 “한국 서예가 전통의 기반 위에 현대적 융합으로 다양하게 쓰여지고 보여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밝혔다. 제16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2027년 4월 준공 예정인 세계서예비엔날레관에서 열린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6 08:58

제의적 행위를 예술적 제의로 확장하다…강용면 개인전 '계반삽시(啓飯插匙)'

한국 전통의 미를 재해석하며 고유의 입체조형과 설치 작업세계를 구축해 온 조각가 강용면이 둥근 밥그릇과 밥덩이를 형상화해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 중심에는 ‘예(禮)’와 ‘법도(法度)’가 있다. 유교적 삶의 규범 속에서 체득한 것을 예술의 근간으로 삼기 때문이다. 옛 것을 익혀 새로움을 안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 조형언어로 풀어내 더욱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계반삽시(啓飯插匙)’를 주제로 열리는 강용면 개인전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 ‘온고지신’ 시리즈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신작 ‘온고지신 고봉밥’은 브론즈와 나무, 채색된 그릇으로 구성된 대형 설치로 밥상을 형상화했다. 둥근 산처럼 소복하게 담긴 밥공기는 공양(供養)의 의미와 한국적 풍요의 상징을 드러낸다. 또 다른 작품 ‘온고지신-깻잎’은 어머니가 평생 지어온 깻잎 농사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소박한 일상의 정성과 생태적 순환의 미학을 시각화했다. 작가의 대표 연작 ‘온고지신’ 시리즈는 사유의 시각화로 전통적인 밥그릇과 제의적 상징물을 현대적 재료와 색채로 재구성해 한국미의 조형성과 정신성을 탐구한다. 우리 역사에서 궁핍한 민중들에게 소중했던 밥이자, 어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곱게 떠놓았던 밥을 현 시대에 필요한 의미로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 ‘계반삽시’는 그 연장선에서 ‘밥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는다’는 제의적 행위를 예술적 제의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사라져 가는 전통과 관계를 깨우는 행위로 해석하며 밥공기·숟가락·그릇을 매개로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을 구축했다. 강 작가는 “예술은 가장 정신적인 행위이며 역사의 전통이라는 토양 속에서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한다”라고 밝혔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닌 전통을 ‘살아 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실험인 것이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진행되면 월요일은 휴관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3 17:33

호남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 무대 연다…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사람이 마흔의 나이를 맞으면 세상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불혹(不惑)’이라 한다. 1986년 창단 이래 오페라를 통한 한국음악의 세계화와 지역문화 진흥에 힘써온 ㈔호남오페라단이 올해 불혹의 나이에 이르렀다. 지난 40년의 세월 동안 지역 무대의 뿌리를 지켜온 단체는 올가을,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으로 도민과 만난다. ㈔호남오페라단은 다음 달 14일 오후 7시와 1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운명의 힘’(La Forza del Destino) 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이자 제54회 정기공연으로, ‘3대 베르디 오페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창단 이후 40년 동안 도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오페라의 뿌리를 다져온 민간 단체인, 호남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오페라 본연의 힘’과 ‘예술의 지속성’을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운명의 힘’은 인간과 신, 그리고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40년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은 사랑과 복수, 구원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장대한 음악 속에 담아낸 걸작으로, 186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뒤 1869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개정판이 선보이며 세계 오페라사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 3대 오페라로 꼽히며, 인간의 고뇌와 신의 섭리를 함께 응시하는 서사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14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김라희(도나 레오노라), 테너 박성규(돈 알바로), 바리톤 한명원(돈 카를로), 베이스 이대범(칼라트라바 후작·콰르디아노)이 출연한다. 15일 공연에는 소프라노 임경아, 테너 이재식, 바리톤 조지훈, 베이스 이대혁 등 지역 기반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세계적인 오페라 전문지휘자 클라우디오 마리아 미켈리가 맡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 강명선 현대무용단이 협연해 무대의 장엄함을 더한다. ‘운명의 힘’은 주인공 레오노라, 알바로, 카를로 세 인물이 신의 뜻과 인간의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엄한 합창과 극적인 아리아, 웅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지며 베르디 특유의 서사적 긴장감을 완성한다. 대표 아리아 ‘신이시여, 평화를 주소서(Pace, pace mio Dio)’ 는 절망 속에서도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간절함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지난 3년간 이어온 ‘베르디 3대 오페라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호남오페라단의 조 단장은 “40년 동안 지역 오페라의 한 축을 지켜온 단체로서,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정통 오페라를 선물하고자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3 17:32

"산책하듯 편안하게"…강경찬, '산책' 개인전

순백의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 총천연색을 띠며 반짝인다. 사계절이 담긴 알록달록한 풍경과 평온한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채워진 말랑말랑한 나무와 동화에 나올 법한 아담한 집 등 군데군데 현실과 다른 상상의 순간들이 발견된다. 일상에서 찾은 소소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 강경찬 개인전 '산책'이 29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평생을 치과의사로 살아온 강경찬(64)씨는 전업 작가는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각박한 일상이었지만 그림을 그리며 자유를 느낀 강 씨는 연필 스케치부터 유화, 조소, 조각까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차곡차곡 쌓아간 작품 70여점을 첫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산책’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강 씨는 특정한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일상의 풍경과 마음을 천천히 따라갔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난 22일 전시회장에서 만난 강 씨는 “산책은 아무런 목적 없이 걷는 행위이다. 이상하게 산책 후에는 행복감과 고요함이 찾아 온다”며 “익숙하지 않은 붓질,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눈과 마음이었지만 이 작은 전시가 관람하는 분들에게는 잠시 산책하듯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3 17:30

섬진강의 가을, 시와 음악으로 물들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옛말처럼, 선선한 가을볕이 살갗을 어루만지는 계절이다. 겨울의 문턱이 다가오는 짧은 가을,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낭만과 감성으로 물드는 음악회가 열린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섬진강 음악회’가 오는 25일 오후 3시, 임실군 덕치면 강변사리캠핑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음악회는 김용택 시인의 문학세계를 대중과 나누고, 섬진강의 아름다운 자연과 농촌의 정서를 음악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무대에는 25현 가야금과 기타, 해금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악단 ‘써니 앙상블’이 오른다. 이들은 ‘바람의 초대’, ‘보헤미안’, ‘마이웨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등 세 악기의 독특한 음색을 살린 연주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과 힐링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 대표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가 가을 감성을 담은 무대를 꾸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OST,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가을 아침’, ‘가을이 오면’, ‘너의 의미’ 등 가을 메들리와 함께, 김용택 시인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을 가사로 한 포크송도 선보인다. ‘제니스’는 2015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제아카펠라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실력파 팀으로, 시인의 서정적인 언어를 감미로운 하모니로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임실군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마당이 주관하며, 사전 신청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 관련 문의는 사회적기업 마당 기획운영팀(063-273-4823)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3 17:30

버려진 산업유산, 디지털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황등석산 ‘달콤한 변신’

익산 황등석산이 문화와 예술의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한때 채석장이던 공간이 애니메이션과 디저트를 결합한 체험형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해 지역 산업유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산업의 흔적이 남은 거친 석산이 디지털 기술과 창의적 상상력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변신한 것.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오는 25~26일 열리는 ‘2025 돌돌잔치’에서 황등석산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애니메이션 콘텐츠 ‘황등크래프트’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재)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이 주관하는 ‘신기술 활용 지역 현안 해결 콘텐츠 개발·제작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황등석산은 한때 익산을 대표하던 석재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침체로 기능이 줄어들면서 도시의 폐허처럼 남은 공간이었다. 익산시는 이곳을 문화예술, 관광, 산업자원으로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토스트는 그 과정에서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황등크래프트’는 산업유산의 이미지를 디저트라는 달콤한 소재와 결합해 부드럽게 재해석한 체험형 콘텐츠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오감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마련됐다. 실제 프로그램은 △이동형 테이블 맵핑 애니메이션 관람 △크럼블즈 캐릭터 쿠키 컵케이크 만들기 △삽 모양 스푼으로 즐기는 시식 타임 △한정판 타투스티커 증정 및 포토존 운영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콘텐츠에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이동형 레이더(프로젝션) 맵핑 시스템’을 적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대형 공연장이나 건물 외벽에서만 볼 수 있던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소형화해 이동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향후 학교·유치원·체험관·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장인복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는 “황등석산을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자라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며 “가족이 함께 즐기며 지역의 자연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현장형 콘텐츠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첫 시도라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 과정이 지역 문화산업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인재들이 함께하고 있다. 대표는 “전북은 애니메이션 산업 기반이 아직 약한 지역이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지역에서 품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7:49

여덟 가지 예술풍경으로 빚어낸 '미래문화축제 팔복'

기술을 키워드로 한 예술작품은 기술혁신을 넘어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대에서 개최한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이러한 명제를 관통한다. 1년 전 전주시와 함께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축제는 일 년 새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21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약 3만 5000명이 방문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2만5000명 방문)보다 1만 명 증가했다. 축제는 ‘팔복팔경’을 주제로 8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통문화 요소와 현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전시부터 첨단기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공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오감을 자극했다. 특히 전국 공연계의 최신 흐름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전주예술난장은 무대 해체와 경계 허물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 축제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전주예술난장은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아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커스와 마임, 마술, 음악 댄스, 버블 등 거리예술부터 전통 유희 공연과 업사이클링(새활용) 악기 체험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해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소리를 공연 예술의 새로운 언어로 확장하는 시도가 돋보였던 ‘타악그룹 언락’과 언어를 절제하고 행동과 표정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정서를 공유한 차력단 ‘둥당애’공연은 축제의 유쾌함을 더했다. 타악기라는 한정된 악기로 소리의 다채로움을 표현하며 독창적 예술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타악 퍼포먼스 그룹 아퀴는 지역성을 품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래문화축제 팔복’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킨 디지털 헤리티지 전시도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에는 센서 기반의 반응형 전통 댄스 챌린지부터 AI와 감정을 교감하며 입체음향과 전통 회화를 시각화한 설치 작품,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풍등 체험, 인공지능과 로봇 드로잉 기술로 전통 이미지를 되살린 퍼포먼스 등 미디어 경험을 녹여낸 작품 7점이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 B동 디큐브에 마련된 ‘천년의 숨결, 미래의 빛’미디어아트는 전주의 문화유산을 빛과 소리, 촉각 등으로 융합해 완성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완전한 몰입 공간을 선사했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는 팔복동의 여덟 가지 매력적인 풍경을 뜻하는 팔복팔경을 각각의 장소에서 체험과 공연, 전시로 만나볼 수 있도록 축제를 구성했다”며 “실험으로 만들어낸 창작물이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도 존재한다. 미래문화를 키워드로 하는 만큼 완성형 축제라기보다는 진화하고 발전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1 17:46

'감각을 깨우는 소리 여정'⋯반준혁 피콜로이스트 독주회 개최

명확한 소리와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콜로이스트 반준혁이 다음 달 8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독주회를 열고 ‘소리여정’에 나선다. 이번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5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피아니스트 이윤희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피콜로의 섬세한 음색으로 그려내는 고독과 자연의 숨결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기획된 피콜로 독주회로, 피콜로의 예술성과 독주 악기로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연주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플루티스트 한성은과 박지혁이 피콜로 주자로 함께 참여해 줄리아 그렌펠(Julia Grenfell)의 Piccolo Ridicolo를 국내 초연한다. 세 대의 피콜로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앙상블은 작은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Amanda Harberg, P. A. Génin, Daniel Dorff, Mike Mower의 작품들이 연주되며, 피콜로의 다양한 매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관객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반준혁 피콜로이스트는 “작은 악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과 생동감을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며 “이번 독주회를 통해 지역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더하고, 피콜로 독주 무대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 씨는 전주시립교향악단, 익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전주시립교향악단 인턴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챔버오케스트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 등에서 플루트와 피콜로 객원 주자로 활약하며 연주 영역을 넓혀왔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협주곡으로만 구성된 피콜로 독주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으며, 앨런 스티븐슨(Alan Stephenson)의 피콜로 협주곡 전 악장을 국내 초연해 피콜로이스트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대표이자 Ensemble LOCO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BACH Chamber Players, IRIS Flute Ensemble 단원, Orchestra PAN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6:56

삶의 빛으로 물든 화폭, 어르신들의 여섯 번째 동행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계절, 붓끝에 인생의 빛깔을 담은 어르신들의 수채화 작품이 청목갤러리를 물들인다. 양지노인복지관 수채화 동호회 ‘하늘빛 수채화’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청목갤러리에서 제6회 정기전 ‘하늘빛 수채화전’을 개최한다. 수채화는 채색과 물의 농도 조절이 까다롭고, 한 번 그은 선을 수정하기 어려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 유화나 아크릴화와 달리 실수를 되돌리기 힘든 작업이지만, 회원들은 꾸준한 연습과 인내로 자신만의 표현세계를 구축해왔다. 지도강사 신재철 작가는 “물감과 물의 흐름을 스스로 제어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단면 같다”며 “어르신들의 열정과 꾸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신 작가의 지도를 받아 꾸준히 작업해온 회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4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사계절의 풍경과 꽃, 과일, 동물 등 일상 속 아름다움이 투명한 색감으로 담겼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 계곡의 청량함, 가을 들녘의 황혼, 겨울의 고요함까지 삶의 온기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향의 정취를 담은 시골길, 동백꽃, 모란, 사과, 모과 등 친숙한 소재들이 그려져 관람객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하늘빛 수채화 회원들은 작가 노트를 통해 “평균 나이 일흔셋의 열정으로 붓을 잡아 어느덧 여섯 번째 전시를 맞게 됐다”며 “완성된 작품을 가족과 지인에게 보여줄 때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다시 붓을 들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원들의 인생이 스민 색채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늘빛 수채화’는 202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를 이어오며 지역 어르신 미술문화 확산에 앞장서왔다. 지난 3년간 △제5회 하늘빛 수채화전(2024, 청목갤러리) △제4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양지노인복지관) △제3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청목갤러리) 등을 개최하며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8:39

전통서예의 틀을 넘다…전주문화재단 '문자유희전' 개최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동문창작소 2호점 입주 작가의 창작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전시 ‘문자유희전’을 24일까지 공유화음실(동문길 60)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창작소 2호점에 입주한 서예작가 이당 김진호, 청람 최동명의 창작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두 작가의 서예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문자유희전’은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실험적이고 조형적인 시도를 통한 창작물들을 선보인다.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필법들로 문자예술의 관계성을 제안한다. 이당 김진호는 정제된 필력과 깊은 묵향으로 문자에 담긴 정신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청람 최동명은 자유로운 구성과 현대적 감각으로 문자에 대한 유희적 접근을 시도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미학적 시선으로 문자에 접근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서예의 본질을 확장한다는 창작 의지를 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동문거리 일대에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작가들의 작업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다음달 10일까지 동문거리 상점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샵인샵’ 이벤트가 함께 운영된다. 최락기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입주 작가들이 문자라는 매개를 통해 예술적 실험과 성찰을 이어온 결과물”이라며 “시민들이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과 깊이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0 17:07

중년의 삶을 희곡으로 엮다, 누에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

일평생을 ‘삶’이란 무대 위에서 살아온 평범한 다섯 중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희곡으로 피어난다.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오는 23일 오후 7시 카페 실마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쓴 인생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낭독회를 연다. ‘완주, 중년 희곡’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낭독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주관한 ‘2025년 중장년 인문프로그램’에 선정된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이하 2막학교)’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을 짧은 분량의 희곡으로 쓰고 직접 무대에 올리는 참여형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2막학교’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희곡을 읽고, 쓰고, 낭독하고, 책으로 내는’ 네 가지 세부 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존 희곡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 또는 팀 단위로 10~30분 분량의 희곡을 완성했다. 주제는 부모와 사랑, 설화, 직업, 친구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 중 열세 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완주군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했거나 희곡의 장점을 살려 무한한 상상을 보여 주는 등 중년의 다채로운 빛깔을 선보인 13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김송화의 <생강생강해>,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 박미희의 <창밖의 빛>,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 안채령의 <담치기>,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 유향덕의 <팥쥐 콩쥐>,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 이덕례의 <맞선>, 이연옥의 <빨강 구두>, 이용현의 <마라톤의 팀플레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 등이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완성된 13편 가운데 〈팥쥐 콩쥐〉, 〈완주 음식 유람〉, 〈울 엄마의 꽃날〉, 〈맞선〉, 〈10년 후에 우리는〉 등 다섯 편이 무대에 오른다. 유향덕의 〈팥쥐 콩쥐〉는 완주 이서면을 배경으로 고전 〈콩쥐팥쥐〉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팥쥐 엄마의 재혼’과 ‘콩쥐의 혼인’ 등 주요 사건을 통해 재혼으로 갑자기 가족이 된 두 인물이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은 완주 13개 읍·면의 향토 음식을 소재로 한 창작 판소리로, 국수·순두부백반·한우·화덕피자 등 완주의 맛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94세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평생을 살아온 부모 세대의 인생을 담담히 기록한 작품이다. 이덕례의 〈맞선〉은 가족 간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대화를 통해 세대 간의 온도 차와 유대감을 그렸고,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중년에 찾아온 ‘끝사랑’에 대한 서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작품 기획과 구성에는 김근혜·이경옥 동화작가, 최기우 극작가, 최아현 소설가가 멘토로 참여했으며, 정경선 연출가와 조민지·이우송 배우가 무대 낭독 지도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책임 강사로 참여한 최기우 극작가는 “열정적인 도전으로 희곡을 완성한 열세 분의 찬란한 인생 2막을 응원한다”며 “가장 인간적인 언어인 희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향한 두 번째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낭독회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네이버폼(https://naver.me/Gf0wb9nP)을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6:54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 무형유산의 현재와 미래를 잇다

가을빛이 완연한 전주에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한데 어우러지는 잔치가 열린다. 사물놀이의 북소리와 판소리의 한이 교차하고, 인공지능으로 되살아난 명인의 숨결이 무대를 채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2025년 무형유산축전 화락연희(和樂宴熙)’를 개최한다.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에서 빛나는 기쁨’이라는 뜻의 이번 축전은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 지역과 세계가 어우러지는 무형유산 종합 축제로, 공연·전시·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먼저 23일 오후 7시 30분 진행될 개막공연 ‘무형유산의 시작’에서는 김덕수 명인의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국가무형유산 남도들노래 보유자 고(故) 조공례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명인오마주’가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꾼 겸 가수 최수호의 공연과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합창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이어 24일에는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소리꾼 이희문과 그의 그룹 ‘오방신(申)과’가 함께하는 특별공연 ‘잇고 잇다’가 이어지며, 영화와 무형유산의 만남을 보여주는 필름콘서트 ‘조선마술사’도 상영된다. 25일에는 대금산조 이생강, 판소리 고법 김청만, 거문고산조 김무길 등 명인들이 출연하는 ‘명인명창시나위’가 펼쳐진다. 뒤이어 ‘박인선과 장군님들’이 전통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탈의 락, 장군의 굿’을 선보이며 축제의 흥을 더한다. 마지막 26일 펼쳐질 폐막공연 ‘화락, 끝에서 다시 피어나다’에서는 하림과 블루카멜앙상블, 소리꾼 이나래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꾸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밖에도 보유자 102명의 작품 233점을 선보이는 ‘제53회 보유자작품전’(23일~다음 달 16일), 대국민 공모전 ‘한지ON: 무형유산을 담다’ 수상작 상영회(24~25일 오후 2시), 영화 ‘왕의 남자’ 필름콘서트(25일 오후 5시30분) 등 전통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터’, 공예체험이 가능한 ‘열린공방’, 디지털 기술로 무형유산을 체험하는 이동형 ‘이어지교’ 버스, 지역특화 먹거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국가의 전통음식·음료를 만날 수 있는 ‘팔도흥마켓 & 전통미식한마당’ 등이 축제 기간 내내 운영된다. 세대 간 전승과 국제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어린이 무형유산 발표회’(24일 오후 2시), ‘재외동포 초청공연’(25일 오후 2시) 등이 열리며, 싱가포르 ‘극장 에스폴라네이드’ 관계자들도 한국 무형유산의 국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축전을 찾는다. 축전의 세부 일정과 사전예약 안내는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과 인스타그램(@nihc2014), 무형유산축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9 18:13

벼루가 닳도록 글씨에 삶을 바친 창암, 추사와의 인연으로 되살아나다

전주에서 태어난 창암 이삼만(1770~1847)은 평생 글씨를 쓰다 보니 벼루 밑창이 뚫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붓이 망가지면 칡 줄기를 잘라 붓으로 만들어 썼을 정도로 글씨 연습에 매진해 왔다. 전주와 정읍, 완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창암이 추사 김정희, 평양의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3대 명필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배가 풀려 한양으로 올라가던 추사가 전주에 들러 창암을 찾았다. 하지만 창암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추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명필 창암 완산이공삼만지묘(여기 한 생을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있으니, 후생들아 감히 이 무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라는 묘문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완주삼례문화예술촌에서 진행 중인 조선의 명필 ‘창암 추사 재회’ 특별전은 바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길을 떠날 당시, 전주를 지나게 됐다. 71세였던 창암이 제자들과 함께 추사를 찾아 자신의 글씨를 보여주며 평을 부탁했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존경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암 이삼만의 서체를 감상할 수 있는 3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창암은 해서와 행서, 초서와 대자에 능했다. 대체로 힘 있고 고박한 글씨를 썼고 그의 초서는 막힘이 없어 ‘유수체(流水體)’로 불렸다. 완주에서는 처음으로 추사 김정희의 작품 3점이 전시된다. 추사는 높은 정신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서화불분론(書畵不分論)에 따라 회화적 조형성을 함축한 글씨와 서예의 법식에 충실한 ‘추사체’를 완성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완주군에서 준비한 명품 관광지 대한민국 명화 고미술전시행사이다. 완주군이 주최하고 미술관 솔이 주관하는 특별전으로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16 16:52

가을날 즐기는 클래식 낭만…JB문화공간 '온고을 클래식 축제'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이후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꼽힌다. 그는 리스트로부터 교향시(symphonic poem ·표제를 가진 독립된 단악장의 관현악곡)의 영감을, 바그너에게선 오페라의 영감을 받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교향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오페라 ‘살로메’가 있다. 웅장한 관현악을 동반한 대작이기에 지역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가 어렵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행장 백종일)이 후원하는 전주 JB문화공간이 클래식 팬들을 흥분시킬 ‘온고을 클래식 축제’를 선보인다. 18일 오후 5시 JB문화공간 2층 라운지에서 열리는 '온고을 클래식 축제'는 JB문화공간의 새로운 클래식 공연 브랜드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초청해 오페라부터 성악, 실내악까지 120분 간 풍성한 레퍼토리를 펼쳐낼 예정이다. 공연의 서막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의 String Sextet from ‘Capriccio’, Op.85로 연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김인하·최정은이 함께 하는 여섯 현의 정교한 하모니로 관객을 몰입시킬 예정이다. 연주자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기법과 깊이 있는 소리의 조화가 기대된다. 이어지는 1부는 소프라노 양귀비의 독창 무대로 꾸며진다. 슈트라우스의 ‘Morgen!’ 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Deh vieni, non tardar’를 비롯해 거슈윈의 ‘Summertime’, 구노의 ‘Juliet Waltz’ 까지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곡들을 연주한다.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와 강원도 민요를 편곡한 ‘한오백년’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대표적 실내악 작품 ‘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70 (플로렌스의 추억)’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최정은·김인하 연주자가 다시 무대에 다시 올라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강렬한 정열을 풀어낸다. 공연 중간에는 사회자와 연주자들의 해설을 통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해석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도 준비했다. 전북은행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이다. JB문화공간은 전주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품격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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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0.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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