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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명문장가 한유가 친구 맹교에게 보낸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는 음악 또는 소리란 무엇인가 하는 그의 통찰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통찰이 너무도 그럴듯하다. “음악이란 것은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이 있어서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니, 그중 소리를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이것을 빌려 소리를 내게 하였다.” 하늘은 선명(善鳴), 곧 ‘잘 우는’ 자(것)를 선택하여 울도록 하였다. 한 사람의 소리꾼은 그저 재주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곧 잘 울기에 하늘이 선택하여 울도록 한 것이다.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성악열전’ 시리즈에 선택된 범패의 동희 스님, 가곡의 조순자, 경기민요의 이춘희, 그리고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표현이 적실한 소리꾼들이다. 특히 세 분의 여성 가창자들은 각 장르에서 최고의 어른이지만, 전성기가 지나고 있기에 예전만큼 짱짱한 소리가 나올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예인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범패는 불교의례 음악으로, 고도의 학습이 필요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재승(齋僧)’ 또는 ‘어산(魚山)’ 집단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이 집단은 남성 중심이었는데, 이곳에서 동희 스님은 최고의 어산, 이른바 ‘어장(魚丈)’에 오른다. 범패의 명인이었던 송암 스님에게 배운 소리를 당대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그의 무대는 치열한 예매 경쟁 끝에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었으며, 정교하고 엄정한 소리로 종교음악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창작 성악곡으로도 활용되는 가곡의 최고 명인은 영송헌 조순자이다. 소녀 같은 성품과 목소리를 지닌 그는 80대에도 맑은 소리를 구사하며, ‘풍류방 한바탕’ 무대로 옛 가객들의 소리판을 재현했다. 세세한 뜻을 몰라도 한 음 한 음을 수놓듯 만드는 소리에 관객은 깊이 감동했다. 대중적 성악곡인 경기민요의 대표 명창은 이춘희다. 꽹과리를 치며 부른 ‘회심곡’은 세월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냈고, 스승 안비취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제자 강효주와 채수현의 소리 또한 경기민요의 전승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서 3명의 개인 여성 성악과 대조적으로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는 집단, 남성의 소리로, 실내가 아닌 마당에서 몸짓과 함께 공연됐다. 농요, 이른바 들소리는 선소리꾼이 메기고 여럿이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기계화와 이농으로 실제 농삿일을 하며 부르는 시대는 지나고 이젠 공연예술화 되었다.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가치만큼이나, 젊은 선소리꾼의 옹골차고 정감있는 소리가 매우 탁월하였다. 제법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극도로 잘하는 이는 손에 꼽힌다. 바로 그 손에 꼽히는 자가 한유가 말한 선명(善鳴), ‘잘 우는 자’일 것이다. 하늘이 내놓은 그들과 함께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악열전’은 그야말로 뜨거운 소리 전시판이어서 내년의 성악열전을 더더욱 기대케 한다. 김형근 학자는 민속학과 무형유산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무속을 주전공으로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 국가유산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전통연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탈춤’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국내외 무형유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국립경국대(구 안동대) 문화유산학과(민속학과)에 재직 중이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재독 오페라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한 창극 <심청>이 공연되었다. 세계 초연작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되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서 K-팝만큼이나 중요한 한국 판소리를 널리 알리고 문화적 공감대를 얻는 데에 전주라는 지역이 큰 기여를 한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요나 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오페라 계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로, 한국과 독일 문화의 경계에 있는 소수자인 듯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문제의식을 보이며 주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판소리 <심청가>를 독일 문화권의 시선으로 문화번역하면서 심청 이야기를 초국가적인 동시대 소녀들의 수난사로 해석하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창극’을 연출했다. 요나 김은 라이브 카메라 등 영상 매체를 주된 연출기법으로 활용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면을 시각화한다. 청각적으로는 익숙한 판소리 <심청가>가 흐르면서 시각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통해 충돌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유럽의 한 칙칙한 응접실 공간에서 파자마 차림에 썬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심봉사는 곽씨부인 죽음 뒤 아기 심청을 원망하는 무기력한 내면의 소유자로 형상화된다. 심청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남성으로서의 성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다 집안 곳곳에 묻어나는 심청의 자취를 감각하고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딸을 팔아 눈을 뜨려 했던 자신의 죄과를 고백한다. 피 끓는 심정으로 고백을 한 덕인지 심봉사는 눈을 뜨게 되지만 그가 눈을 떠서 바라보게 된 것은 시각 장애인이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죽는 과정에서 인부들에 의해 몸이 묶이고 돌덩이를 달고 입막음 당하며 피 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합창으로 구현되는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노랫말처럼 기쁨이 넘치는 기적의 순간이 아니라 심봉사와 관객 모두가 잔인한 장면에 고통으로 일그러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심청은 부채 대신 담배를 들고 있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른들의 요구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행동을 보인다. 교복 입은 심청은 인당수에서 죽어 버렸고 이후 그녀처럼 고단한 삶을 반복하는 여성 노인, 소녀, 다양한 국적의 어린이들이 객석과 무대에서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작품 속 심청은 죽었지만 심청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즉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들은 진실의 눈을 가렸던 검은 띠를 스스로 풀고 시공간을 벗어나 자신을 구원한다. 심봉사와 더불어 동서고금의 소녀 심청들에게 관습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그들의 몸을 유린하며 자본주의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묵과하는 모든 이들은 ‘감은 눈 위에 뜬 눈을 붙인’ ‘눈 뜬 시각 장애인’으로 표현된다. 가난을 핑계 삼아 어린 딸을 사고파는 이야기나 심청을 몸 파는 여자의 서사로 다시쓰기한 예술 작품들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다국적 소녀들의 등장과 동시대 디지털 성폭력 등을 연상시키는 설정 등을 통해 요나 김은 판소리 <심청가>에 대한 새로운 이면을 창극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여겨진다. 비극적인 정서 속에서도 막간 타악기 연주자들의 북 퍼포먼스가 역동적인 흥을 불러일으키며 더블 캐스팅 된 김우정, 김율희,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기 다른 몸의 감수성으로 낯선 심청과 심봉사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향 창극평론가·호서대 교수 현재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이며 한국공연(희곡, 연극, 창극)평론가이다. 한국공연문화학회, 판소리학회, 한국연극학회,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등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 『창극의 이면론』(아카넷, 2024)이 대한민국학술원 2025 우수학술저서로 선정되었고 『유희와 치유-김향의 세 번째 공연평론집』(연극과인간, 2016) 등 공연평론집과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일본 혼슈 중앙부에 위치한 도시 가나자와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는 금박공예를 비롯해 지역의 독특한 기모노 염색법인 가가유젠, 칠기, 도자기 등이 고루 발달한 '전통 공예' 도시다. 일상 속 공예문화 생활화를 목표로 전통공예 전승교육·공예인 지원·공예문화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는 전주시는 ‘수공예 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전통 공예를 주력으로 계승하여 '공예 도시'로 거듭난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가 우수 공예품을 전시하는 국제교류전을 연다. (사)한지문화진흥원(이사장 김혜미자·전북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은 16일부터 28일까지 '제24회 전통공예품전' 1차 전시를 하얀양옥집과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지난 2002년 자매도시를 맺은 두 도시는 해마다 전통공예 작품 교류전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전주에서 교류전을 열고 일본 작가 아키토모 미호, 마에다 마치코 등의 금속 및 상감 공예품을 선보인다. 특히 가나자와의 전통 공예품인 가가상감과 금박공예 등 장인의 손길을 엿볼 수 있는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상금향합을 비롯해 브로치, 부케 등 쓰임새와 형태가 다양한 공예품들도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예의 현대적 변신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땀 한땀 손끝으로 일궈낸 지승원형합을 포함해 유물함, 받짇고리 등 생활도구도 대거 선보인다. 젊은 공예작가 허석희 색지장 이수자가 재해석한 '책가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민화 중 하나인 '책가도'는 학문과 미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 고유의 정물화 장르이다. 책과 도자기·문방구 등 여러 기물을 그린 그림을 책거리라고 하고, 책거리 중 서가(책가)로만 구성된 그림이 책가도다. 그간 한국 전통문양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온 작가는 전통의 틀 안에서 현대적인 감성을 살려 책가도를 새롭게 풀어냈다.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전주시와 가나자와시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아 있다”며 “지난 세월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교류전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원해주신 전주시와 가나자와시, 공예가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지문화진흥원과 가나자와시 국제교류과가 주최하고 전주시와 가나자와시가 후원하는 이번 교류전은 1차 전시를 마무리 한 뒤 9월 29일부터 10월 18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1층 전시실에서 2차 전시를 진행한다.
익산 구도심에 소극장 공연예술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2018년 ‘아르케 소극장’이 문을 닫은 뒤, 민간이 운영하는 50여 석 규모의 솜리아트홀이 외롭게 무대를 지켜왔으나, 7년 만에 ‘솜리소극장’이 문을 열며 끊겼던 전통이 되살아난 것이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는 이를 기념해 오는 20일부터 닷새간 개관 공연을 마련, 전국 예술인을 한자리에 모은다. 90석 규모의 작은 극장 개관이 특별한 이유는 솜리소극장이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소극장 문화의 계보를 잇는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많은 소극장 무대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은 역량을 키우며 전국적인 예술가로 성장해 왔다. 실제로 익산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활발한 연극 운동과 실험적 무대로 전국 연극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운영난과 문화환경 변화 속에 소극장들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공연예술 생태계는 급격히 위축됐다. 이번 개관은 그동안 공백을 메우고 지역 문화 지형에서 소극장이 지닌 의미를 회복하는 시간으로 기록된다. 또 솜리소극장은 익산시의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익산은 2021년 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뒤, 2022년부터 5년간 지역 고유의 문화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소극장 조성은 그 성과가 가시화된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개관 기념 공연은 ‘전통·추억·낭만·풍류·예술’을 주제로 다채롭게 꾸려진다. 첫날인 20일 ‘전통’ 무대는 조통달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를 들려준다. 21일 ‘추억’ 무대는 나훈아의 대표곡 ‘고향역’을 중심으로 임종수 선생의 제자인 가수 김운이 출연한다. 22일 ‘낭만’ 공연에서는 익산을 대표하는 룩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팬텀싱어 출신 테너 최진호와 함께 가을밤 앙상블 무대를 선사한다. 23일에는 ‘풍류’를 주제로 이리향제줄풍류, 익산목발지게노래, 이리농악이 번갈아 오르며 전통음악의 진수를 전한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시민과 함께 감상하며 소극장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앞으로 솜리소극장은 공연에 그치지 않고 MZ세대와 새로운 문화 수요를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 북카페, 주민 커뮤니티센터 등과 연계해 창작·교류·실험이 가능한 다층적 문화 거점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야구 관람 문화를 소극장에 접목해 중계·응원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MZ세대 취향과 생활 문화적 요구를 반영해 재미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원도연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장은 “솜리소극장은 시민들의 공간이자 예술가들의 무대”라며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나 지역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을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제52회 정기연주회 ‘아르누보Ⅲ’를 무대에 올린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는 국악원 관현악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 잡은 아르누보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다. 2022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판소리 서사를 토대로 새로운 창작곡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대, 동서양의 음악적 융합을 지향해왔다. 이번 무대는 교향시와 협주곡, 대합창이 어우러진 네 작품으로 구성된다. 첫 곡은 작곡가 최지혜의 신작 교향시 ‘심청’이다. 판소리 ‘심청가’를 소재로 심청의 효심과 희생, 환생의 이야기를 여섯 장면으로 풀어냈다. 국악 관현악 기법에 현대적 화성을 결합해 서사적 감동과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두 번째는 이용탁 예술감독이 직접 작곡한 판소리 협주곡 ‘춘향가 中 님 그리는 대목’으로, 장문희 명창이 협연한다. ‘갈까보다·쑥대머리·내 죄가 무슨 죄인가’ 등 춘향가의 대표 대목을 갈라 형식으로 엮어, 명창의 깊은 소리와 관현악의 조화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무대는 홍정의 작곡의 양금·마두금 협주곡 ‘바람의 노래’다. 몽골 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창작된 곡으로, 초원의 바람과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양금 연주에는 윤은화 세계양금협회 이사가, 마두금은 부레브쿠 뭉크진 몽골 국립문화예술대 교수가 함께해 국경을 넘어선 음악적 교류를 선사한다. 공연의 대미는 서순정 작곡의 칸타타 ‘해원(解寃)’이 장식한다. 전남 진도의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합창 교향곡으로, 소프라노와 판소리, 합창, 무용이 함께한다. 망자의 원을 풀고 천도를 기원하는 다섯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협연자로는 신은혜 소프라노, 국립창극단 출신 이세헌·한단영, 국악원 무용단,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이용탁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아르누보 시리즈는 단순한 기획 공연을 넘어 전통 판소리 서사를 현대 교향악으로 확장한 전북 고유의 레퍼토리”라며 “전북이 창작국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동시에, 우리 음악의 정통성과 예술성을 대한민국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초등학생 이상 가능하며, 전석 1만 원이다. 예매는 NOL티켓과 소리문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공연 당일 로비에서는 ‘K-뮤직 공연여권’ 발급과 스탬프 날인 이벤트도 진행된다.
150석 남짓한 전주의 작은 공연장이 국제예술 무대를 여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공간 ‘이룸’이 오는 23~24일 개최하는 ‘이룸 글로벌 스테이지 시리즈(ERUM GLOBAL STAGE SERIES – Performing Arts Beyond Borders)’가 그 출발점이다. 2018년 전주시 효자동 주택가에 문을 연 이룸은 클래식 공연장으로 출발해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지향해왔다. ‘잇다’ 시리즈, ‘Virtuoso Series’, ‘명화따라 클래식산책 시리즈’ 등을 통해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해왔다. 특히 청년예술가 육성, 장애·비장애 통합 음악캠프, 치매 가족을 위한 힐링 음악회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지역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글로벌 스테이지 시리즈’는 그간의 성장을 국제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시도다. 특히 관 주도 사업이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단체가 자체 기획·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발성 초청 공연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제 예술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첫걸음인 것이다. 이윤정 문화공간 이룸 대표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국제 초청이 아니라 장기 협력의 시작점”이라며 “작은 민간 공연장도 세계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이룸은 이를 위해 ‘기억을 담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공간 브랜딩, 창작형 기획 콘텐츠, 전주시 내 소공연장 연계, 국제 네트워크 확장 등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 실행 중이다. 그 구체적 사례가 바로 23~24일 열리는 무대다. 첫날에는 한국과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월드뮤직 그룹 ‘텐거(TENGGER)’가 아시아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실험적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어 24일에는 라오스 전통예술단체 출신의 ‘체오봉(Cheo Bong)’이 무대에 올라 오브제 마임(Object Mime)과 라오스 전통을 결합한 독창적 공연을 펼친다. 현지 민속과 현대적 해석을 접목한 무대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예술적 체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번 시도를 두고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이 공간을 열며 큰 꿈을 꾼 것은 아니었지만, 운영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책임감이 떠올랐고, 결국 모든 열정을 쏟아 이 공연장을 지켜왔다”며 “지역에선 새로 생기는 소공연장도 드물고, 기존 공간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해온 결과, 객석이 조금씩 채워지고 단골 관객도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도전도 순수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남들이 다 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도, 관객의 흥미도 얻기 어렵다. 매번 새로운 길을 택했지만 실패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부딪히고 도전하겠다. 이번 무대가 부족하다면 보완해 더 나은 공연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익숙한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빨간색과 노란색 꽃을 배경으로 빨간 구두를 신은 여성이 평온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다. 평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꽃의 크기를 달리 그려 입체감을 살렸다. 최화영 작가의 작품 ‘행복한 사람’이다.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삶의 에피소드를 그리는 작가 최화영이 오는 21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 ‘정월 초 닷새와 빨간 구두’를 연다. 작가는 5년 전 사고로 발에 복합골절과 신경 손상을 입었다. 이전 처럼 걷거나 뛸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고 이후 치료와 회복의 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건 그림 작업. 그는 고통을 예술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작업에 몰두했다.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과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고 끝내 ‘최화영’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모든 작품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화지 위에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 그릴 수 있도록 간단하고 단출한 공간에서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일 파스텔, 볼펜, 수채화, 혼합재료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한 57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지난해부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젤 판화를 작업에 도입해 찾고자 하는 형태와 조형적 완성도가 나올 때까지 뒤덮기도 하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완성된 형태는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 겹겹이 쌓인 물감들의 다층적인 레이어와 작가의 에너지가 깊이 묻어난다. 최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인간은 살면서 수 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며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마음속엔 저마다의 꿈이 있다. 그 선택과 꿈, 나의 의지가 저에게는 빨간 구두로 표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발을 다쳤고, 다시는 신을 수 없게 된 구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제 마음엔 언제나 고운 구두 한 켤레가 놓여있다”며 “운명과 선택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학동사진미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 30분 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재)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이 2025 공연활성 무대지원사업 ‘수요일 수많은 콘서트(이하 수수콘)’의 하반기 공연을 시작한다. 7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전주한벽문화관 한벽공연장에서 열리는 수수콘은 클래식·연희극·국악·퓨전국악·다원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사업은 지역 공연예술단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실연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돼. 시민들에게 풍성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지역 예술계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달 10일 시작해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되는 하반기 공연에서는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무대를 선보일 6개 단체가 출정 준비를 마쳤다. 하반기 공연의 첫 순서인 10일 무대에는 전주가야금연주단이 올라 전주의 역사와 정서, 음악적 정체성을 조명하는 ‘전주를 잇다(온고지신Ⅲ)’을 선보인다. 이어 이달 17일에는 이희정 밴드의 ‘전주 모주이야기’러 판소리 기반 퓨전음악극을 통해 조선으로 타임슬립을 떠난다. 24일 공연에서는 국은예에트가 ‘정취_정서를 자아내다’로 전통음악과 드로잉, 수필(낭송)의 융합으로 느껴보는 한옥의 정취를 전한다. 이어 다음 달 1일에는 예술연구동인 프로베온의 음악극 ‘브람스, 한벽歌Lied von der tiefen Einsamkeit’으로 브람스의 삶과 사랑의 서사를 표현한다. 이어 15일에는 오정무 해금밴드가 ‘달빛에 바치는 오정무 해금이야기’가 무대에 오르며, 마지막 22일에는 파스토조 중창단이 ‘한국가곡과 아리아의 밤’이라는 작품으로 공연을 장식한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와 예매 방법은 전주문화재단 또는 전주한벽문화관 누리집에서 확인 할 수 있으며, 기타 문의는 한벽문화관운영팀(063-280-7046, 7009)으로 하면 된다.
유비‧관우‧장비가 등장하는 중국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삼국지)’는 동아시아에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소설로 꼽힌다. 실제 삼고초려, 읍참마속, 출사표, 계륵, 백미 등 삼국지에서 나온 수많은 어휘가 한국에서 일상용어로 쓰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수백 년간 한국 사회에서 확대 재생산된 삼국지 열풍을 반영하듯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주제전시 ‘소설 삼국지를 보는 즐거움’을 진행한다. 내년 1월 25일까지 전주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전주와 조선왕실실에서 열리는 이번 주제전은 역사 설화 삼국지연의와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삼국지연의도를 조명하는 전시품 22점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관우를 신으로 모신 관우 신앙을 깊이 있게 살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이 구매한 ‘삼국지연의도’ 병풍과 족자를 최초로 선보인다. 1987년 임경수(19세기~20세기)가 그린 삼국지연의도 10폭 병풍은 각 폭마다 삼국지연의의 초반부 주요 장면을 묘사했다. 특히 도원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간 삼고초려는 소설의 장면을 상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 전시장의 하이라이트는 ‘관우도’와 ‘적토마도’이다. 관우도는 중앙에 황제복을 입은 관우가 앉아 있고 좌우에 창‧활‧칼, 언월도를 들고 있는 네 명의 관우가 묘사되어 있다. 인물의 위계에 따라 상‧하단으로 나눈 구성, 적색과 녹색을 중심으로 한 채색법 등에서 불화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적토마도는 관우가 조조에게서 선물 받은 말로, 관성묘에서는 벽화나 상으로도 제작됐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들어온 명나라 군사들이 왜구를 물리친 것이 관우신의 도움이라 여겨 한양에 관성묘인 남묘가 건립됐다. 이후 19세기 말 사회적 혼란 속에서 관우 신앙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1895년 전라관찰사 김성근과 남고산성을 지킨 무관 이신문이 남고산성에 관성묘를 세웠다. 외삼문의 편액 ‘관성묘’는 김제 출신의 서예가 조주승(1854~1903)이 썼는데 이번 전시에서 편액 탑본도 선보인다.
도자예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제도예페스티벌이 9일 전주에서 개막한다. 한국도자예술협회(회장 이진욱)와 산성예술협회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 남원시 등이 후원하는 국제도예페스티벌은 오는 16일까지 전주와 남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전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제 교류의 장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페루, 중국 등의 도예 작가들이 모여 창작의 열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통 가마에 작품을 넣고 장작을 채워가면서 불을 뗀 후 가마를 식혀 작품을 꺼내는 도자 제작 과정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페스티벌 기간에 국내외 작가들의 도예전이 마련돼 현대 도자예술의 국내외 흐름도 감상할 수 있다. 개막식은 9일 오후 4시 전주 향교에서 열린다.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전주향교에서 워크숍이 진행되며 12일부터 16일까지 남원시민도예대학에서 장작가마 소성 체험이 운영된다. 이진욱 한국도자예술협회장은 “7박 8일 동안 이어지는 이번 페스티벌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작가들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장작가마에서 불의 예술로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며 “각국의 도예 정신과 기술을 교감해 살아있는 예술 체험 현장을 마련하자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제64회 전라예술제가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처음으로 전북도민체전과의 연계를 끊고 독립 개최에 나선 예술제는 ‘변화’라는 화두를 던졌지만,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예술문화의 창달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주제로 막을 올린 이번 전라예술제는 지난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막공연 코리아 판타지-전라도 천년의 춤으로 시작을 알렸다. 무대에는 널마루무용단, 무리춤사람예술원, 깃’s, 라발레댄스컴퍼니, 어사랑전통무용연구원, 전주시무용협회, 최상철현대무용단 등 7개 팀이 올라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춤과 음악을 선보였다. 이날 전당 모악당의 객석 1층은 가득 채워지며 흥행에 성공한 듯 보였지만, 작품 수준은 전북무용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더불어 순수 예술인들의 성과 발표의 장이라는 예술제 본연의 성격과 달리 일부 외부 초청 무대가 포함되면서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향후 예술제의 방향성을 어떻게 확립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2일 차부터는 관객 수요의 불균형이 두드러졌다. 같은 소리문화의전당 내부에서도 일부 전시는 북적였지만, 낮 시간대 주요 전시장은 관람객이 거의 없어 텅 빈 전시장을 작품만이 지키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하는 전라가요제 한마당’(전북연예예술인총연합회 주관) 역시 객석이 썰렁해 ‘도민과 함께’라는 행사명이 무색해졌다.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은 올해부터 야외 행사를 줄이고 실내 중심 무대로 전환해 전문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예술제의 본래 취지인 ‘예술인들의 큰 잔치’를 살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기획과 운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립 개최가 단순한 물리적 분리에 그치지 않고, 예술제의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개막식에는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을 비롯해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남관우 전주시의회 의장, 김정태 전주상공회의소 소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전북예총 회장단과 9개 협회장, 13개 시·군 예총 회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와 지역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해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제64회 전라예술제는 오는 9일까지 전주·완주 일대 문화시설에서 공연·전시·문학·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행사를 이어간다.
주목할 만한 기획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색다른 시도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장르와 의미를 전복시켜 신선한 사유를 전달하는 전시들이다. 9월에만 즐길 수 있는 미술 전시회를 소개한다. △전북도립미술관 ‘B와 초콜릿의 게릴라 파티’ 전북도립미술관과 수원시립미술관 교류‧협력 특별기획전 ‘B와 초콜릿의 게릴라 파티’가 28일까지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전북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서완호부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화제를 모은 클레어 퐁텐, 선능경, 천근성, 서태원, 에르빈 부름 등 6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기성의 것들, 이미 고정된 것들의 정당함에 대해 질문하고 일상과 예술, 관람자와 작품, 제도와 유머 사이의 긴장감을 17점의 작품으로 표현한다. △전주서 즐기는 미디어아트 ‘안동, 이 아름다운 동쪽’ 한국국학진흥원은 관광거점사업의 일환으로 ‘안동, 이 아름다운 동쪽’ 미디어아트 전시를 우진문화공간에서 26일까지 전시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 한글문화를 꽃피운 간경도감의 분사 광흥사,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마을 하회까지 안동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유휴열미술관 ‘이철규 合-금과 수묵의 조화’ 이철규 작가의 세월의 궤적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28일까지 유휴열미술관에서 열린다. 투박하면서 간결한 작가의 작품은 민화를 연상케 한다. 단순한 선과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형태는 질박한 맛을 풍기면서도 섬세하고 세련미가 있어서 장르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금과 한지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작업 과정은 이철규의 창의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작가는 한지의 원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형상들을 제작하고 이에 금박을 입히는 독특한 조형물을 선보인다. 얇은 금박은 수공 과정을 거쳐 화면에 덧붙인다.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작업방식으로 작가의 정신성이 감동스럽다. △미술관 솔, ‘살롱 드 완산 1925년 첫 시작 전북 서양화’ 전북에서 양화가 시작된 지 100년을 맞아 서양화가의 변천사를 알아보는 ‘살롱 드 완산 1925년 첫 시작 전북 서양화’ 기획전이 마련됐다. 미술관 솔에서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북 1세대 서양화가인 금릉 김영창의 작품부터 고창 출신 작가 진환, 하반영, 박민평, 소훈, 윤학철 등 총 45인의 작품을 조명한다. 미술관 솔은 전북지역 서양미술이 지닌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예술적 영감과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 옥외뜨락에서 스물아홉 번째 '가을날의 뜨락음악회'가 열린다.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국립전주박물관과 사회적기업 마당(이사장 최동현)이 공동으로 기획해 매년 선보이고 있는 시민 참여 공연이다. 일상 속에서 즐기는 공연, 지역문화에 기반을 둔 공연을 지향하며 지난 1997년 전주박물관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오는 6일 오후 7시 박물관 옥외뜨락에서 열릴 공연에는 '더 뉴바로크 컴퍼니'와 '룩스 목관앙상블' 이 무대에 오른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는 바로크 음악과 타 예술장르, 학문과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그룹이다. 이날은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 최현정을 비롯해 바로크 첼로 장혜진, 하프시코드 최현영과 함께 '바로크악기로 듣는 춤과 자연의 소리'를 주제로 7곡을 선보인다. 룩스 목관앙상블은 오보에 손연지, 플루트 김선일, 바순 이준철, 클라리넷 김종철 등 네 명의 연주자가 함께한다. 이들은 재즈와 탱고, 익숙한 영화음악 등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 6곡을 연주한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박물과 누리집 또는 전화(063-220-1009)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박보현 김제의 소리 발표회 '삶에 소리가 물들여지다' 공연이 3일 오후 7시 김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인 김제만경농요 전승단체 (사)김만경외애밋들노래보존회 대표인 그는 이날 무대에서 오랫동안 연마해 온 농악의 상쇠 부포놀이와 설장구놀이, 북놀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김제 지역에서 전해오는 상여소리를 통해 상여나가는 모습도 재현한다. 박보현 대표는 "전통예술은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며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부족한 공연이지만 많은 관객들이 함께 자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김만경외애밋들노래보존회는 지역의 무형유산 전승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세계 무형유산인 '꽌호 민요'와 교류를 맺어 하노이에서 한·베 민속예술 교류 공연을 펼쳤다. 올 6월에는 일본 히로시마 세계 무형유산인 '미부의 하나타우에(일본의 모심기 의식)' 공개 행사에 초청되어 현지에 가서 농악과 사물놀이 공연을 선보였다. 일본 공연을 계기로 9월말에 북히로시마 의회 의장을 비롯해서 관광협회장, 무형유산 관계자등 북히로시마 대표단이 김제시를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며 매년 1∼2회 해외 공연을 추진해 우리 지역의 민속예술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박보현 소리 발표회 '삶에 소리가 물들여지다'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2025년 지역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되 열리는 공연이다. 전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사)김만경외애밋들노래보존회로 문의하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보물급 청화백자 5점이 정읍시립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과 정읍시립박물관(시장 이학수)이 함께 ‘국보순회전 :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을 12월 7일까지 연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하는 지역 순회전으로 정읍에서 왕실 도자의 품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국보순회전은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유산이 지역 공립박물관으로 직접 찾아가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국보와 보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다. 올 상반기에는 고흥 분청문화박물관, 봉화 청량산박물관, 논산 백제군사박물관, 의성 조문국박물관에서 국보순회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조선 왕실의 권위와 미감을 상징하는 청화백자가 중심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보물로 지정된 ‘백자 투각 모란무늬 항아리’다. 원통형 내호와 화려한 모란꽃 무늬가 투각된 작품으로 교과서에도 소개된 국가 보물이다. 이 외에도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형태의 문양이 새겨진 청화백자가 함께 전시돼 조선 왕실의 위엄과 미감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와 함께 체험을 더한 교육공간도 마련됐다. 조선시대 도자기의 종류와 변천 과정 역사를 소개하는 시청각 자료와 퍼즐, 촉각 체험물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만지고 스스로 해석하는 과정을 제공해 청화백자의 제작 과정과 예술적 가치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박경도 관장은 “이번 국보순회전을 정읍시립박물관과 함께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정읍시립박물관이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서 수행해 온 역할이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 어린이의 문화적 경험 확대를 목표로 '어린이 상설공연'을 열기로 해 눈길을 끈다. 어린이 공연을 상설화함으로써 도내 아동과 가족의 문화 접근성을 높일수 있고, 지역 공연예술 단체의 안정적인 창작활동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일 재단에 따르면 9월부터 10월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전북예술회관 어린이 상설공연'은 총 3편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유아부터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창극과 뮤지컬, 인형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첫 번째 공연은 사단법인 꼭두의 '백개의 부채'이다. 3일부터 18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무대에 오르며 전통 부채와 성황신 설화를 모티브로 공동체의 정의와 용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한지 인형극이다. 두 번째 공연은 극단 두루의 '후크선장과 탐정 별주부' 이다.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환경오염과 미디어 중독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낸 어린이 창작극으로 24일부터 27일까지 공연한다. 이후 10월 1일부터 2일까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주)페르소나경주플라잉의 '뮤지컬 비밥'이 어린이 상설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10월 15일부터 18일, 22일과 23일에 펼쳐지는 '뮤지컬 비밥'은 비트박스와 비보잉을 결합한 음식 퍼포먼스이다. 한국문화의 다양성과 조화를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재단 관계자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운영해 전북예술회관을 어린이 친화적 문화 중심지로 조성할 예정"이라며 "전북 문화 예술 거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예매는 나루컬쳐를 통해 가능하며,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재단 예술회관운영팀(063-230-7495)으로 하면 된다.
도내 순수 예술인들의 지난 1년 성과를 발표하는 무대인 전라예술제가 올해부터 전북도민체전과의 연계를 끊고, 전주·완주 문화시설 5곳에서 독립 개최된다. 도민체전 하루 전 개막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던 ‘순회형 예술제’의 기조를 내려놓고, 도심 중심의 ‘집중형 운영’으로 새판을 짠 것이다. 그러나 그간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어온 전라예술제가 예산과 규모까지 축소된 상황에서 모객 난항과 지역 연계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로 64회를 맞는 전라예술제는 다음 달 5일 전북무용협회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9일까지 5일간 열린다. 공연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비롯해 △전주덕진예술회관(연예·음악) △전주우진문화공간(연극) △완주 고산미소시장(국악) 등에서 진행되며, 사진·문인·건축·미술협회의 회원전은 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2·3층에서 선보인다. 개막공연은 ‘코리아 판타지: 전라도 천년의 춤’. 널마루무용단의 ‘논개 충절무’, 강선영류 태평무를 선보이는 우리춤사랑예술원 등 7개 무용단이 참여한다.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가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전문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전라예술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 예술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적지 않다. 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열렸던 과거와 달리 전주와 완주 5곳으로 분산되면서 관객 동원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기획 관계자는 “한 곳에서 열릴 때도 관객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 공연장과 전시장이 흩어지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 개최를 선언하면서 예산 구조도 달라졌다. 과거 도민체전과 연계될 때는 개최 시·군에서 약 1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이 지원이 사라지면서 전체 예산이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다. 전북예총이 영화인협회 해체로 남은 1600만 원의 여유 자본을 확보했지만, 운영에 숨통을 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도내 13개 시·군 예총이 함께했던 기존 구조 대신, 올해는 전북예총 산하 9개 협회(건축·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음악)만 행사를 주관하면서 프로그램 다양성도 일부 줄었다. 군 단위 예술인 A 씨는 “도민체전과 함께할 때는 문화 소외지역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예술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전주 중심 운영으로 지역과의 접점이 약화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예산과 규모는 줄었지만, 전북예총은 완성도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은 “도민체전과 함께할 때는 열악한 외부 무대 환경 탓에 사진·미술·문학·건축 등 전시 부문은 작품 훼손 우려로 양질의 작품 출품이 어려웠고, 공연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올해는 실내 공연과 전주·완주 중심의 운영을 통해 진정한 ‘예술제다운 예술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상들의 삶에 대한 염원과 지혜가 담긴 민화의 멋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민화작가 유경란의 첫 개인전 ‘소망의 숨결’이 다음달 2일부터 9일까지 누벨백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한지에 연꽃과 매화, 국화 등 각양각색의 꽃과 봉황, 공작과 학 등 다양한 동물을 그려 풍요와 장수를 기원하는 작품부터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선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까지 한데 모아 선보인다. 작가는 민화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준다. 벚꽃나무 위에 모여 있는 새들과 둥근 보름달을 그린 ‘겨울밤’은 강렬한 색채 대비와 세밀한 묘사로 풍부한 입체감을 보여준다. 한 폭 한 폭 길상과 평화의 메시지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시대의 사조에 어울리는 창조적 표현을 응용해 유경란표 민화를 감상할 수 있다. 유경란 작가는 민화진흥협회 창립전, 전북전통 민화 회원전, 민화동행회 회원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장려상, 전라북도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Stay foolish(어리석음을 유지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이 어리석다고 여겨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태도를 지향하는 실험적 예술 축제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가 29일부터 31일까지 전주 모이장과 청년몰 일부 공간에서 열린다. ‘싸우는 것 빼고는 뭐든지 가능하다’는 이 축제는 참여·예술·자기표현·체험을 핵심으로,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계획 예술 잔치’다. 2015년 소규모 실험으로 시작된 스테이 풀리시는 올해로 8회를 맞았다. 기획자 중 한 명인 이산 작가는 “예술가뿐 아닌 자기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놀자는 데서 시작했다”며 “누구나 잠시 바깥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고 예술과 음악을 즐기며 자기만의 바보짓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 역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창작자들이 모인다. 첫날인 29일에는 노아·모아·e편한밴드·아우리, 30일에는 박종훈 퀄텟·이동운·라쳇·뮤즈그레인·여운밴드,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10to4·느린말·글로이·원조밴드 등이 무대에 올라 지역과 세 개를 넘나드는 공연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실험적인 공간 디자인, 시각예술 전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스테이 풀리시의 원칙은 ‘무지원·무정산·무상성’이다. 국가나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고, 참가자 간 금전 거래 없이 진행되는 운영 방식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까다로운 자격요건도 없어, 무대에 오르길 희망하는 모든 뮤지션은 참여가 가능하다. 이산 작가는 “무지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다”며 “과거 고산 지역에서 열렸던 축제에서는 목수 팀이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소고기를 대접하는 식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 협력이야말로 저희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창작자들이 재밌게 꾸려둔 공연을 마음 가는 대로 관람하고 평가하면 된다. 작가는 “누군가 공연을 즐기라고 지시하거나 안내하는 사람 없이 자연스럽게 방문해 누워 있다가 춤추고, 음악을 즐기는 자리”라며 “처음 방문하는 관객들은 낯설겠지만, 그냥 마을 잔치에 놀러 온다는 마음으로 오면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바보 세상’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며 “예술과 놀이, 그리고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선조들의 지혜와 미감(美感)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승공예연구회가 ‘전승공예, 우리 곁에 스미다’를 주제로 스물아홉 번째 작품전을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에서 9월 2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한다. 전북전승공예연구회(회장 김창진)는 전통공예 유산과 기능을 보전하고 전승하기 위해 1996년 10명의 전통공예 장인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현재는 국가무형유산과 문화재 보유자, 이수자, 각계 명인 등 20여 명의 공예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수, 한지, 부채, 나전칠기, 전통매듭, 궁중의상, 백자, 청자, 옹기, 가구, 옻칠, 지우산, 악기, 목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2명의 회원이 선정한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창진 회장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혼신을 다해 준비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정성과 시간이 필요했다. 고된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오늘의 결실을 보여준 작가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닥불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하기정 ‘건너가는 마음’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한자교실] 좌시(坐視)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
완주문화재단 10년, 일상에 스며드는 완주문화예술 일궜다
구석기 연구 새지평 활짝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한자교실] 답청(踏靑)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영화경쟁 ‘창’섹션 출품작 공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