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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 길에 멈춰 선 순간 산티아고의 고즈넉한 순례길을 한컷에 담았다. (사)문화연구창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은 21일까지 ‘길 위에 서다’란 주제로 최종열 사진작가의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풍경 사진 작품과 함께 한지에 프린팅해 합죽선에 담은 부채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지난 1978년 광주 금성사(현재 LG)에 입사해 근무를 하던 중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하면서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 니콘 FM2를 구매해 독학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1986년에 전주사진작가협회에 가입해 풍경 사진을 주로 촬영했다. 니콘 FM2는 수동카메라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작가의 작품전은 흑백사진 위주로 활동했다. 이전에는 흑백사진 위주로 작업을 이어 오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색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컬러 사진을 위주로 작업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풍경 사진을 찍으며 걷다 보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를 여행하며 다수의 작품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가는 지난 2017년 한국의 100대 명산, 2018년 전북의 100대 명산, 2021년 완주 둘레산길,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전북 아름다운 순례길, 한라산 둘레길 등을 걸었다. 마침내 그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12월까지 33일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작품으로 남기게 됐다. 작가가 도보여행에 더욱 몰입한 계기는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는 "평소 여행과 산을 좋아해 카메라를 들고 걸으며 다양한 풍경을 담아 왔지만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타인과의 접촉이 힘들어지면서 한없이 걷게 됐다"고 밝혔다. 길 위에서 만나는 바람, 공기, 나무 냄새, 물소리와 호흡하며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자연과 하나된 작가는 사진 속에 오롯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뿐 아니라 지난 1994년 ‘전북의 산하’ 개인전, 1998년 ‘장승과 벅수’ 개인전, 2009년 ‘Mist & Mail Box’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 전시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의 청년 작가를 조명하고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젊은 작가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획전 ‘전북청년 2023’이 17일 전북도립미술관 본관에서 개막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로 9년째 ‘전북청년’ 공모를 통해 해마다 3명 내외의 역량 있는 만 40세 미만 청년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완호(39), 최은우(39), 박세연(38) 작가 등 3명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오는 7월 16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될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저마다 품고 있는 개성과 창작열을 뿜어낸다. 서 작가는 감정이 배제된 도시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현대적인 회화 작업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전북대 대학원(미술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고 안국문화재단 신진작가대상 대상, 호반문화재단 전국청년작가, 프로젝트 경성방직 선정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최 작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방불케 하는 세밀한 회화 묘사로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의 근원적인 감정인 외로움을 다룬다. 그는 계원예술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단체전에서 작품 활동에 임했으며 전주문화재단 제3회 신진예술가, 전북문화관광재단 신진예술가지원 등에 선정된 바 있다. 박 작가는 사진을 비롯해 설치, 영상 및 사운드 작업을 통해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기록한다. 홍익대 대학원(사진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고 한국은행이 선정한 우리시대의 젊은 작가들, 영은미술관의 신진 작가 프로젝트 등에 선정됐다. 지난해 9월 심의를 통해 ‘전북청년’의 참여 작가로 선정된 이들은 조주리 미술평론가, 허경 철학자, 김남수 안무비평가와의 비평 연계를 통해 작업 세계가 진일보했다. 전북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훑을 수 있는 인터뷰 영상과 현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과거 작품까지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체들이 내뿜는 기운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김경희 작가가 15일부터 2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생명의 비약'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그동안 작가는 한국 전통 채색화를 기반에 두고 현대적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한국 전통 채색화의 오방색에 결코 갇히지 않는다. 표현 방법도 작가가 한지 위에 순금 가루 등을 혼합해 수십 차례 덧칠해가며 원하는 색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더 나아가 작가만의 개성 있는 색과 선, 형상으로 구성된 조화로운 화면은 작품의 주제적 측면과도 상응한다. 이번에 그가 탐구한 주제는 생명이다. 생명체들의 기운을 예술로 승화시켜 활력을 불어 넣었다. 작가는 "화폭에 생명의 충만함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19번째 개인전을 연 그는 군산대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조형예술디자인과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장려상 및 특별상, 전국벽골미술대전 종합 대상 등을 수상했다.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싱그러운 봄날, 청춘의 단상을 화폭으로 마주한다. 전주 누벨백미술관이 15일부터 29일까지 장예지(27) 작가의 개인전 '빛'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에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평소 생각이 많은 20대 청년 작가인 그는 누구나 자신만의 감정과 삶의 바다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만큼 넓은 사유의 무대가 펼쳐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매번 복잡다단한 세상일에 치이고 헤매지만 끝없는 노력 끝에 다시금 자리를 잡아가면서 단단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물의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는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을 추구하는 예술적 경향을 드러내 보였다. 전체적으로 화폭의 색감은 산뜻하면서도 온화하며 순수한 느낌 자체를 담아내려 한 흔적들이 도드라진다. 무엇보다 기존 회화의 질서에 작지만 울림 있는 반란을 일으키고 싶은 작가의 충동이 그림을 통해 감지된다. 최영희 누벨백미술관 관장은 “이번에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작가는 그가 만든 청량한 세상에서 차오르는 흥을 가슴에 품고 첫사랑의 떨림을 간직하고 있다”며 “코로나19란 어두운 터널에서 오롯이 희망의 빛을 찾아 뜨거운 창작열을 내뿜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전주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에 문을 연 누벨백미술관은 올해로 개관한 지 10년째를 맞이한다. 최근까지 송지호, 이효문, 김하운, 김승현, 최지우 등 신진 작가를 지역에서 해마다 발굴하고 초대전을 기획함으로써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관장은 “지역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화가들은 치열한 고민과 불확실성으로 희망과 실연을 반복하면서 슬픈 사랑을 하고 있다”며 “현재 가장 빛나야 할 청년들의 완성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특유의 애잔하고 감미로운 선율에 취해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60회 정기연주회인 ‘러시안 뷰티즈’(The Russian Beauties)를 무대 위에 올린다. 이날 정기연주회는 상임지휘자 성기선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협연한다. 매회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전주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클래식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성기선 지휘자는 이번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러시아 작곡가의 명곡으로 선정해 연주한다. 연주회 첫 곡으로 연주될 차이콥스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러시아에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 온 유명한 우화의 하나를 프랑스 작가인 페로가 동화로 구성한 것이다. 3막 4장으로 구성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우세보로즈스키 감독과 궁정발레 안무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대본을 만들고 여기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발레 음악은 모두 29곡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 중에서 제1번 서주와 리라요정, 제2번 아다지오, 제3번 알레그로 모데라토, 제4번 파노라마, 제5번 왈츠를 발췌해 관현악 모음곡으로 꾸며 연주하고 있다.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많이 쓰던 차이콥스키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발레곡들은 화려하게 작곡했다. 이 작품에서도 깊은 우울감과 말할 수 없는 비애 대신 빛나는 정서, 우아한 음악, 비약적인 리듬이 구김살 없이 나타나고 있다.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기원을 두고 있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상기시키는 듯 악기의 독자적인 연주가 특징이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이 있는 음악적 언어의 전달이며 러시아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렵의 작품이다. 큰 강과도 같은 도도한 흐름과 넓은 바다 같은 광활한 스케일이 유장한 호흡 위에서 폭넓게 펼쳐지는 첫 악장은 그가 품고 있던 작곡가로서의 야망과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음을 증언한다.
날카로운 칼날 속에 배어 있는 따스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끈다. 판화를 통해 민중 예술을 펼쳐온 박홍규(64) 판화가의 ‘아리랑 고개’ 전이 14일부터 26일까지 전주한옥마을 갤러리 ‘향교길68’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판화와 채색화 등 작품 20여점을 접할 수 있다. 작가의 판화는 처음 보는 이에게도 낯설지 않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사회 변화를 꿈꾸던 수많은 시위 현장에서 그의 작품은 깃발로 만들어지거나 걸개그림으로 사용됐다. 특히 농민운동이 활발하던 1989년에 만든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란 작품은 지금도 전국 농민회 대부분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명작으로 여겨진다. 그의 작품은 농민들이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깃발을 나부끼며 경운기를 타고 나아갈 때 농민 운동의 상징이 됐다. 작가는 몇 해 전 목판이 모두 불타는 모진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가 아픔을 딛고 새롭게 작업에 매진했고 이번에 그 결과물이 모아졌다. 작가의 작품이 강한 서정성을 품게 된 것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민중과 동학에 천착했던 벽을 깨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 작품들의 제목부터 서정적이다. 작품 ‘바람 부는 보리밭, 내 청춘의 비망록’,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 ‘아리랑 고개’, ‘저녁강’, ‘한 밤에 내리는 눈송이’ 등은 그의 칼날이 투쟁의 도구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서정성을 조각했다. 그는 지난 40년을 농민들과 함께 살았다. 고추 수매, 한미 FTA 등 농민들이 모이는 곳에서 그의 작품은 농민 운동의 상징처럼 됐다.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아리랑 고개’로 했다. 그는 "봉건시대를 타파하고 근대로 진출하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 민중의 집단 창작가요인 아리랑은 한이 쌓이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부안 출생인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1999년 전주우진문화회관에서 개인전 ‘들에서 여의도까지’를 비롯해 전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초대전, 국회 ‘빈집의 꿈’ 초대전 등 다수의 전시 활동을 펼쳤다. 전북문화저널 편집위원 및 만평을 연재한 그는 고(故)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추모 그림도 제작했다. 지난해 광주 오월미술관에서 ‘혁명도 순정이다’란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고 농민 관련 신문에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백세 인생을 맞아 반세기가 넘는 예술 인생의 곡절을 작품마다 응축해 놓은 필묵의 향연이 펼쳐진다. 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성모)은 청곡(靑谷) 권병렬(權炳烈) 화백의 100세 기념전을 개최한다. 15일부터 28일까지 전주KBS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의 경우 새로운 봄을 맞아 ‘기운생동(氣韻生動)’이란 주제로 전북은행이 후원하고 청곡한국화연구소가 주최·주관한다. 전시 첫 날 오후 4시에는 권 화백이 코로나19 이후 소원했던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화단 후배들이 만남의 시간도 모처럼 갖는다. 권 화백은 초대 전주예총 회장을 맡는 등 그동안 50년이 넘도록 지역 예술과 문화 발전에 기여해온 전북 미술계의 1세대이자 원로로 남아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오랜 세월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영위한 삶을 투영함으로써 그려낸 청아하고 담백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대춘(待春) 봄을 기다리며', '불로장생(不老長生)', '기린토월' 등 올해 신작 10점을 포함해 한국화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대상의 형태보다도 작가의 마음과 뜻을 담아 표출시킨 내면에 깃든 정신세계가 작품 속에서 꿈틀댄다. 권 화백은 백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기상으로 매일 같이 열정을 담아서 필묵을 갈고 있다. 그러한 열정이 모아져 하루라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하루를 새롭게 정진 또 정진한다. 그는 “아직 익지 않은 푸른 매실이 동풍에 미소 짓는 춘삼월에 소박한 전시를 갖게 됐다”면서 “백세까지 필묵을 갈고 있었다는 흔적만이라도 후일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권 화백의 작품을 보면 인생의 희로애락과 예술의 장구한 기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모든 예술은 새로워야 하고 진심을 담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간결하면서도 청아하고 담백한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 기운을 생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화백은 “매향 그득한 계절을 맞이해 100세 기념전을 통해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작품을 보는 이들이 만끽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KBS 갤러리는 지난 2017년에 개관했으며 올해 공사 창립 50주년이자 KBS전주 방송 85년을 맞이해 전주방송총국 소장품 전시(7월), 조각 전시(8~9월) 및 서예 전시(9월~10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 등 다양한 장르의 개인 및 단체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호남오페라단(이사장 박철환, 단장 조장남)은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커퍼런스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는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를 돌아보고 오페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립오페라단과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가 공동 주최·주관으로 2022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호남오페라단은 오페라계의 화합을 도모하고 대한민국 오페라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대상(국립오페라단 이사장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대상을 수상한 호남오페라단은 1986년 창단해 전북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활동을 해온 민간오페라단이다. 창작오페라 '논개', '루갈다', '달하 비취시오라' 등 10여편을 제작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 창작오페라' 제작 단체로 8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호남오페라단 관계자는 “지역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오페라 공연 활동을 통해 지역민의 사랑을 꾸준히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화가 장욱진 선생께서 일찍이 이런 뜻의 말씀이 있었다. 즉, 그림을 할 때 보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철학적이면서 우리들에는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언제 붓을 놓을지 몰라서 혹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자꾸 그림을 매만진다. 대게는 아쉬운 부분을 더 손질하는데 이때 선생님의 말씀은 매우 중요하며, 빈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설계할 때부터 와 닿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지운다"와 "뺀다"의 차이를 생각한다. 지운다는 의미가 뺀다는 의미가 같은 것인지에 대하여 말이다. 왜냐하면 김철규 작가의 표현은 지우면서 완성돼가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조소 분야로 말하자면 밖에서부터 깎아내면서 완성되는 방법이기도 해서이다. 그는 작업을 할 때 이미 철저하게 계산된 형태를 바탕으로 물감을 중첩해 쌓은 뒤 건조한 다음에 정확한 형태를 근거로 샌드페이퍼로 지워가면서 완성을 해나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름작가'로 유명해졌지만, 나하고는 그와의 대학 시절에 인연이 있었던 것도 모르고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마주하고는 표현이 매우 상세한 민중 작가의 탄생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표현해내는 작품마다 이 땅의 소외계층의 하나인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느낌으로 그 주름진 노인들의 얼굴을 보며 프롤레타리이아 계층의 애환을 고발하고 있다 믿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그들이 생각하는 민중에게 파고들기 위해 가장 사실적인 방법으로 다가가기 때문이기도 했었기에, 같은 사고의 맥락인 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표현을 절제하고 단순화시킬 이유가 없었는데 이번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봐야, 혹은 김철규 작가의 그림에 대한 선지식이 있어야만 비로소 느끼게 될 주름이었다. 전시실에서 잠깐 나눈 대화에서도 사람들의 그런 느낌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일반 노인들의 주름을 통해 삶의 애환이나, 우리네 인생의 유한함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고, 그렇게 이해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전시는 많이 생각하고 생략하여 표현된 그림들만 전시했다. 한마디로 현대미술의 특성 중의 하나라고나 해야 할 난해성이 가미되어 일반 대중성과는 많은 거리를 두었다. 뭐가 옳은 방법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의 약력을 보다가 그의 욕심의 단면을 보고 말았다. 어디에 써먹으려는지 바로 알게 되는 '조형 예술학 박사' 취득이다. 서글프다. 이놈의 나라에선 화가로 살기에 배가 고프니까. 그리고 그들은 신분만으로도 터무니없는 존경을 받아왔으니까. 그러나 이 일화는 알아두었으면 한다. 학위를 주는 권위 있는 자들이 피카소에게 학위를 주기 위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피카소를 찾아가서 온 취지를 고했다. 그러자 피카소가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지구상에서 어느 놈이 감히 이 피카소에게 학위를 준단 말이냐?". 이해를 돕기 위해 전 전시회의 그림 하나를 맨 위에 소개함.
미술관 솔이 오는 15일까지 2023년 전북 서양미술이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연속 기획전 2부 ‘전북 미술의 추상화’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은 전북 서양미술 추상화의 대표 작가 8인의 50~120호 대작 작품이 전시된다. 미술관 솔 서정만 대표는“195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추상주의 미술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모노크롬 회화가 등장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포스트모더니즘이 정착됐다”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단색화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사에서 전북 화가들의 활동과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라며 이번 전시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으로는 문복철 작가의 ‘무제(無題)’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구체적 형상이나 추상만이 아닌 물질과 색채,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행위의 기호들이 화면에 자유롭게 등장하면서 다양한 조형적 변화와 양식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문 작가는 한국적 미감과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추상 양식과 결합하는 독자적 화풍을 이끈 작가다. 이외에도 고화흠, 류경채, 박장년, 박혜련, 이항성, 임상진, 조래장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전주 경원동 미술관 솔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관람료는 무료이다. 이 외에도 미술관 4층 전시장에서 ‘창암 이삼만’, ‘석치 채용신’ 상설 기획전시도 추가 관람이 가능하다.
효자생활문화센터는 지역의 문화예술인, 단체 뿐만 아니라 재능있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미술작품 전시를 이달부터 상시 진행한다. 이번 전시의 첫 시작은 전민주 작가(어반스케쳐스 전주 회원)의 ‘전북 풍경을 담다’를 6일부터 31일까지 2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북의 동네 골목, 산책로, 공원, 가게 등 평범한 일상 속의 소소한 풍경을 밝고 선명한 색채의 아크릴 표현과 페인팅으로 울퉁불퉁한 입체감을 주면서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효자생활문화센터 내 공간을 활용한 전시는 전문, 아마추어 작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소리의 고장 남원에서 판소리 대중화를 위한 완창 무대가 연중 내내 진행된다. 국립민속국악원(원장 왕기석, 이하 국악원)은 올해 판소리마당 '소리판'을 통해 이달부터 12월까지 완창 무대를 선보인다. 판소리마당 '소리판' 완창 무대는 판소리 완창 공연의 정착과 판소리의 계승·보존에 힘을 보태고자 2020년부터 국악원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기획공연이다. 올해 완창무대는 매달 둘째 주 토요일(5, 8월 제외) 오후 3시 국악원 예음헌에서 펼쳐진다. 평균 5.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소리판' 완창무대의 주인공들은 수궁가에 방수미, 춘향가에 정승희와 이성현, 흥보가에 박미선과 정상희, 심청가에 최진숙과 오민아, 적벽가에 김은석이다. 지난 1월 심사를 거쳐 중견 명창부터 젊은 소리꾼 등 총 8명을 선정했다. 첫 번째 소리판은 11일 국악원 창극단의 지도 단원인 방수미가 '미산제 수궁가'를 3시간 동안 공연하며 문을 연다. 4살에 한국무용과 가야금병창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8살에 성우향 명창의 제자로 소리에 입문했으며 최근까지 방송 출연과 판소리 합창단 등으로 전통예술의 확장과 대중화에 힘써온 팔방미인 소리꾼이다. 고수는 전국고수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김태영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호남오페라단이 올해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 대상에 선정됐다. 국립오페라단과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는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컨퍼런스홀에서 '2023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를 개최한다. 올해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호남오페라단은 1986년 창단해 전북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민간오페라단이다. 창작오페라 '논개', '루갈다', '달하 비취시오라' 등 10여편을 제작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우수 창작오페라' 제작 단체로 8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호남오페라단 관계자는 “지역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오페라 공연 활동을 통해 지역민의 사랑을 꾸준히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곳곳에서 새로운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 무대가 펼쳐진다. 익산예술의전당은 이달부터 4월까지 코로나19 이후 활기찬 봄을 맞이하기 위한 기획 공연을 마련했다. 첫 공연으로 ‘스타인웨이 위너 콘서트, 안톤 게르첸베르크 피아노 리사이틀’이 18일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피아노 회사 스타인웨이가 국제 피아노 콩쿠르 수상자 중 선정된 연주자에게 연주 기회를 주는 무대다. 안톤 게르첸베르크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리스트, 프로코피예프, 리게티,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주할 예정이다. 4월 8일에는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던 영국 ‘리베라(Libera) 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파헬벨의 캐논을 편곡해 리베라의 장기인 고음을 한껏 활용한 ‘상투스’, 성체를 찬미하는 기도문을 가사로 해 리베라만의 독특한 효과를 나타내는 ‘아베 베룸’ 등을 선보인다.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도 무대에 오른다. 단 한 번의 흥행 실패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캣츠’는 환상적인 안무와 음악, 메이크업과 의상, 세트 디자인 등 탁월한 무대 예술을 보여준다. 꽃피는 춘삼월 전통을 매개로 한 국악 한마당도 지역에서 막을 올린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오는 15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신춘음악회’를 마련한다. 이날 ‘새로운 미래, 그 시작 바람, 새봄’을 주제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의 힘찬 도약과 희망찬 미래를 공연에 담는다. 김원선 전북대 한국음악학과 교수의 지휘와 창극단 한단영, 박현영 단원이 사회를 맡아 전북 도민의 노래인 ‘전북 아리랑’을 시작으로 태평소 협주곡 ‘봄의 향연’ 등 국악 관현악과의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 전주시립국악단은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신춘음악회를 진행한다. 이날 ‘지음’이란 주제로 춘앵무를 위한 국악 관현악 ‘축원’을 시작으로 젊은 명인들의 해금, 거문고, 대금 협주곡을 비롯해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을 주제로 한 춘향가 눈 대목 모음곡인 ‘춘향’ 등 다양한 무대를 꾸민다.
전통적인 민화의 아름다움에 작가만의 새로운 실험 정신을 덧입힌다. 고미경 작가가 8일부터 13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꽃과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대작이 눈길을 끈다. 작품 '모란꽃 사랑'을 비롯해 '모란도', '봄 달', '서로 사랑' 등 큰 화폭에서 기술적인 완성도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작품 '모란꽃 사랑'과 '신세계'에서 소재의 배치 및 조합은 조형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작품 '모란꽃 사랑'과 '신세계'는 책가도, 문자도, 영모도, 화조도 등 민화의 다양한 구성이 결합돼 한 폭으로 완성됐다. 전통적인 민화 구성과 현대적인 형식의 조합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모란꽃 사랑'은 푸른색 계열로 통일감을 준 모란괴석도에 책가도를 해체한 이미지가 ‘사랑’이란 단어로 중첩됐다. 불투명한 물방울이 더해져 새로운 상징체계를 시도한 흔적이 돋보인다. 작품 '신세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책가도로 구성된 화폭 내의 다양한 정물과 동물, 반 고흐의 '아를의 침실(Bedroom in Arles)'을 연상케 하는 장면 또한 포함돼 있다. 화폭의 가장 아래쪽에는 모란을 배경으로 ‘사랑’이란 단어가 어우러져 있다. 작가는 "사랑이란 단어에 예술적인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들과 소통하며 각자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주대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교육대학원 창작민화과에 재학 중이며 이번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으로 다수의 기획전 및 단체전에도 출품한 바 있다. 아울러 제6회 현대 민화 공모전 장려상, 제13회 대한민국 민화 공모전 장려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사)한국민화협회 이사, 꽃과 그림 민화 대표를 맡고 있다.
한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매화의 절개가 전통 수묵으로 재탄생한다. 한국화가 김경운(59)이 10일부터 16일까지 전주 전북예술회관 차오름 2실에서 ‘묵매화전’을 연다. 전시 오프닝 10일 오후 5시 30분. 그는 이번에 두 번째 개인전을 열면서 20점이 넘는 작품을 통해 먹과 선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그는 2년이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응축해온 예술에 대한 열정을 모두 쏟아냈다. 기나긴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 향기를 전한다는 매화. 절개의 상징인 매화는 전통적으로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 다뤄져 왔던 소재 중 하나다. 흔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따라서는 먹과 선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매화를 음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작품들은 매화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처럼 자유롭고 대담한 붓질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매화의 모습을 가장 특징적으로 조명하면서 선이란 조형 요소를 활용해 균형감 있는 화면을 구성하고 힘차게 그리는데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 먹에 물을 섞어 화선지 위에 그린 수묵에는 자연을 품은 대담한 붓질이 도드라진다. 아울러 일체의 채색과 여러 치장을 배제한 매화와 여백의 아름다움은 감상의 깊이와 여운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줬다. 이번에 다양한 매화 작품을 선보인 그는 “해마다 2월과 3월에 매화꽃이 필 때 쯤 순천 선암사와 장성 백양사 등지를 열심히 다녀 풍경을 담고 왔다”며 “작품 속에서 먹의 농담을 기본 바탕으로 선의 강약과 굵고 가늠 등의 기능적인 조형 요소들을 보다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붓을 놨다가 다시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그는 “긴 여정과 방황을 뒤로하고 이번에 개인전을 열게 됐는데 두려움과 설렘이 마음속에 교차하고 있다”며 “젊은 시절부터 품었던 화가의 꿈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꾸준히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 출생인 그는 우석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세종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해 미술학 석사를 취득했고 우석대, 목원대, 전주교대 등에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우석대, 성균관대 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으며 전북도립미술관 개관 기념전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전라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며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 한국화 분과 심사위원을 맡았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 봄이 다음 달 13일까지 2023년 첫 기획전인 나영 작가 초대전 ‘죽음에의 의지’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해양쓰레기와 일상 쓰레기로 제작한 설치작품과 평면 회화 52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라면 봉지, 과일 싸개, 옥수수 완충재와 같은 쓰레기가 산호와 해초 등으로 변신해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작품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작품 재료에 원래 쓰임에 대해 상상해가는 재미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전시장을 하나의 바다로 표현하며 해양쓰레기와 일상 쓰레기로 만들어진 화려한 작품의 시각적인 즐거움 뒤에 ‘인간의 성찰 없는 욕망과 이기심은 결국 죽음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다’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영 작가는 “인간은 발전이라는 이름을 끝없는 파괴로, 욕망으로 가득 찬 각자도생에 공생을 저버린 절멸의 길로 맹렬히 돌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살기 위해 죽음으로 내달리는 자기파괴의 기이한 모순, 어느 순간 삶의 의지는 죽음에의 의지로 그 얼굴을 바꾸었다"며 "경제 성장과 발전은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 얻은 탐욕의 트로피로 그로 인해 우리는 어떤 것도 살리지 못하는 쓰레기라는 독배를 들었다”며 전시 제목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간이 살지 못하는 바다에는 쓰레기가 인간을 대신해 파괴하고 있어, 바닷속 쓰레기가 영역을 넓힐수록 해양생물은 살아갈 곳을 잃는다”며 “병들고 쫓겨나고 죽임당한 생명의 자리를 쓰레기라는 불멸의 존재가 점령해, 이제 여기는 쓰레기의 영토다”고 덧붙였다. 나영 작가는 관계와 공존, 연결성을 주제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오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자연을 해하지 않는 비거니즘 관점에서 다양한 생활 쓰레기를 재료로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해양환경 단체 핫핑크돌핀스 서울지부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토끼를 주로 그리는 특정작가의 토끼 그림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가 토끼년이라기 자연스럽게 그 작가가 생각이 나고, 화랑 여러 곳에서 띠 전을 기획 발표한다는 소문을 접하면서도 그 토끼 작가에게는 "올해가 참 행복하겠다"는 지극히 단편적인 생각을 하며 송지호 그 작가와의 짧은 인연이 생각났다. 같은 고장에서 붓을 잡고 산다는 것 외에는 전공도 다르고 해서 적어도 내 기억에서는 일면식도 없었던 그가 무슨 인연이었는지 어느 날 술에 취한 나를 경사가 가파른 2층 내 작업실로 부축해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많이 취해있었음에도 이 젊은 작가가 매우 극진하고 공손한 성격이나 전혀 흐트러짐이 없고 주관이 확실한 사람임을 그날의 만남으로 강하게 느꼈었다. 그것으로 개인적인 만남은 시작이자 끝이었으나 그가 그린 의인화된 토끼 그림은 도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서양미술사에서는 토끼가 심심찮게 등장했는데 혹시 한국 미술사에서도 토끼를 일삼아 그리는 작가가 있었나 생각해봐도 그쪽은 무식해서인지 확실하게 떠오르는 작가도 없다. 혹시나 다산을 기원하는,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다는(달은 음이고 토끼는 양이니, 확실한 성 교섭의 행위) 설화에서 근거를 찾았냐고 생각해도 그런 음양의 이치를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해하기 난감하다가 이번 전시에 가서 어렵게 구한 그의 전시 도록에 수록된 작가의 변을 보고 나서야 작가의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토끼는 이 작가에게 신이 내려주신 딸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그 딸을 보며, 딸과 "사탕 한 개로 딸아이의 웃음을 거래하는" 엄청난 행복을 표현하는 일종의 육아일기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에게는 소소하게 보일지언정 본인에게만은 크나큰 행복감의 또 다른 이야기였음도,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언어로 만들 줄 아는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였음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꽃바구니를 실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토끼, 막 꽃다발을 전하려는 수줍은 몸짓 등 그의 그림 속에서는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하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것들이기에 지치지도 않게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와 색깔로 표현될 수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딸과의 행복한 거래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지속해 이루어질 테니까. 그래서 송 작가의 그림에 나타난 다양하게 의인화된 토끼가 우화처럼 행복했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내 마음에도 겨울을 녹이는 다사로운 햇빛이 비쳤다. 그리고 그가 작가의 변에서 인용한 "행복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라는 흔히 들어봤음 직한 이 말도 더욱 절실해지고 "과연 나는"이라는 회한의 마음으로 가슴을 여미게 한다. 한마디로 봄날의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쌀쌀한 날씨에서의 손수건처럼 좁은 양지가 주는 안도감처럼, 그런 행복한 그림이었다. 이 전시회의 제목인 '내 안의 행복한 이야기'는 진정한 작은 행복을 전도하고 있었다.
‘서학, 12가지 색깔 전’의 네번째 전시인 강리 작가의 ‘식탁의 풍경화’ 전이 오는 26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초대전에서는 문명의 발생 이후 농업혁명을 통해 끝없이 재생되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항상 우리들의 식탁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로 담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강 작가는 “사진으로 표현되는 작품에서 식탁 위에 자유롭게 널브러진 식기 및 식재료들은 우리의 시각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관람객에게 일상적 먹거리에서 볼거리로 변화된 시각을 전하고 싶었다”며 전시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에서 연상되는 저녁 무렵의 시간대와 주방에서 흔히 사용되는 냄비와 포크 등을 외형의 본질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묘사하며 비현실처럼 재창조했다. 또 작가는 “사진술만의 특징과 대상이 지닌 외형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정도를 최대한 비껴가고, 회화에서 보여주는 정물화 개념처럼 정물이 지닌 대상의 외양보다 본질 재현에 충실했다”며 "이번 작품을 정물화이자 풍경화"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작품들의 색감을 두드러지도록 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황금빛의 색감이 머무는 화면에는 재료들이 지닌 색감의 본질을 살렸으며 고풍스러운 색감과 고전적인 저녁 식탁의 정원이 되도록 했다”면서 “먼지를 털며 창고에서 끄집어낸 식탁을 서학동마을에 차려봤다”고 말했다. 강리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교동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또 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사진학)에서 근무했고, 제일기회 포토크레이티브 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작품 ‘섬’이 부산·제주에 이어 남원에서 순회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3일 오후 7시 30분과 4일 오후 3시 이틀간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선보인다.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작품인 ‘섬’은 지난해 제작에 착수해 창작 초연한 작품이다. 국립남도국악원(진도) 초연 공연과 국립국악원(서울) 초청 공연을 통해 일반 관객은 물론 예술 평론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국립남도국악원의 대표 작품이기도 하다. 살아가기 녹록치 않은 ‘섬’ 이란 공간에서 거친 파도와 바람, 자연과 싸우며 때론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가족 이야기와 함께,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담담하지만 진솔하고 묵직하게 펼쳐 나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면서 호평을 받았던 점은, 90분간 펼쳐지는 수많은 노래와 연주, 그리고 극의 전개와 흐름을 위한 음악적인 표현을 진도와 남도 지역의 토속민요와 음악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토속민요와 민속음악만을 사용한다는 쉽지 않은 시도를 통해 마침내 별도의 창작음악 없이도 민속음악만으로 다양한 음악적인 색깔을 구현해냈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작품 연출의 일관된 방향성과 높은 예술적 성숙을 이루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 작품 ‘섬’의 연출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총감독과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문화공연 등을 연출한 김태욱 연출이 맡았으며,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각본과 국립정동극장 정기공연 <소춘대유희> 등의 극작을 맡은 강보람 작가가 극작을 맡았다. 또한 국악계의 거장이자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영길 음악감독 등 각 분야의 최정상급들이 참여해 손발을 맞췄다. 공연 관람은 전석 무료이며, 예약은 국립민속국악원을 통해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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