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장편 경쟁의 또다른 발견은 오 멸 감독의 〈뽕똘〉이다. 〈뽕똘〉은 심사위원들이 막판까지 고심하게 만든, 영화에 대한 사랑스런 애정이 담긴 작품이다.땡전 한 푼 없이 영화를 찍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갖는 주인공'뽕똘'과 〈뽕똘〉의 감독 오 멸(39)은 서로 닮았다. 이 영화에는 제작비가 고작 540만원 들었다. 첫 장편 데뷔작으로 제천음악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안겨준 〈어이그, 저 귓것〉은 800만원, 후반 작업을 남겨둔 세번째 장편 〈이어도〉는 200만원도 안 들었다. 이쯤 되면 놀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돈이 있어야 영화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 큰 벽이었죠. 그래서 15년간 연극판에 있었습니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작업을 못하는 건 고통이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해보자 했던 겁니다. 연극에서 가난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 게 도움이 됐죠. "〈뽕똘〉은 오 감독의 고향인 제주도를 배경으로 배우가 되고픈 성필과 어설픈 영화 감독 뽕돌이 만나 전설의 물고기 돗돔을 잡는 과정을 그린 낚시 영화를 찍은 영화. '뽕똘'은 낚싯바늘이 물속에 가라앉도록 다는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로 제주도 방언이다. 영화는 누군가에겐 아무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아무리 다가가도 잡을 수 없는 돗돔 같은 것.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똥폼 잡는 예술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라고 했다. 이것이 뽕똘의 영화관이며, 오멸 감독의 영화관이다. 그는 제주도 문화판에서 제법 유명한 인사다. 제주 소재 독립문화기획단 테러제이의 대표이자 제주독립영화협회 공동 대표. 그는 제주도 거리예술제 '머리에 꽃을'을 기획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식(6일 오후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가 장식한다.5일 폐막작 기자회견에서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올해 전주영화제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장편 경쟁의 대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했다"며 "〈다시〉는 편집이나 음악, 촬영기법 등을 실험한 새로운 다큐멘터리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올해 총 38개국 190편(장편 131편단편 59편)이 초청된 전주영화제는 지난 주말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 섹션에 걸쳐 고른 매진을 보이면서 올해도 '자유독립소통'의 성공적인 만남을 치렀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든 다소 낯선 그러나 수준높은 작품들도 전주영화제 관객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켰다는 평가.홍영주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폐막하는 6일까지 결산해봐야 알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좌석수도 줄어 들었으나 좌석 점유율과 유료 관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배우 박재정 김혜나의 사회로 진행되는 전주영화제 폐막식에서는 영화제 최고상인 '우석상'을 비롯해 '전은상(심사위원 특별상)', '관객평론가상' ,'이스타항공-넷팩상','감독상심사위원 특별상' 등이 발표된다. 폐막작 〈다시〉는 1988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희생된 22명의 여공의 이야기를 통해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 작품이다.
CB=전북대 삼성문화회관, DC=독립영화관, M5=메가박스 5관, M6=메가박스 6관, M7=메가박스 7관, M8=메가박스 8관, M9=메가박스 9관, M10=메가박스 10관, C4=CGV4관, C5=CGV5관, J1=전주시네마타운 1관, J5=전주시네마타운 5관, J7 =전주시네마타운 7관, OS=야외상영장.[5일]]]○ 오전 11시 = 고교졸업반 M5/ 잊혀진 공간 M8/ 애정만세 M10/ 인정사정 볼 것 없다 J7/ 네가 원한다면 C4○ 오전 11시 30분 = 리틀보이스(3D) M6/ 폐허의 로빈슨 M7/ 뽕똘 M9/ 재회 J5○ 오후 2시 = 이제 침묵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DC/ 로컬시네마 전주;단편 M5/ 영화보다 낯선 단편 2 M8/ 한국단편경쟁 3 M10/ 가족 X J7/ 포르투갈식 이별 C4○ 오후 2시 30분 = RPG 메타노이아(3D) M6/ 벨키볼랑;자카르타의 밤 M7/ 사랑의 확신 M9/ 내일의 조 J5○ 오후 5시 = 애니페스트 단편 DC/ 위도 M5/ 영화보다 낯선 단편 3 M8/ 일루셔니스트 M10/ 아이타 J7/ 트리거 C4○ 오후 5시 30분 = 잊혀진 꿈의 동굴(3D) M6/ 트래쉬마스터 M7 / 월드시네마 단편 2 M9/ 이니스프리 J5/ 녹색의 해 C5○ 오후 8시 = 형사 Duelist+조선 느와르;이명세<형사>만들기 DC/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시네토크 M5/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 M8/ 강과 나의 아버지 M10/ 포르투갈의 선인들 J7/ 너희 모두가 대장이야 C4/ 그대를 사랑합니다(야외상영)○ 오후 8시 30분 = 오프스크린 3<아톰의 발소리가 들린다> M6/ 파멸 M7/ 이센셜 킬링 M9/ 언더 컨트롤 J5/ 첫사랑 C5[6일]]]○ 오전 11시 =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DC/ 필름 소셜리즘 M5/ 키들락 티하믹 회고전 단편 2 M8/ 디지털 삼인삼색 M10○ 오전 11시 30분 = 당신에게 시체를 M6/ 카라마이 M7/ 소단큘라 포에버 M9/ 갇힌 여인 J5○ 오후 2시 = 스무개비의 담배 DC/ 3세계의 행복 M5/ 누가 요요를 만들었나? 누가 월면차를 만들었나 M8/ 게스트 M10/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J7/ 앙젤리카의 이상한 사례 C4○ 오후 2시 30분 = 고 라이브 M6/ 자이메+트리스-우스-몽트스 J5○ 오후 7시 = 폐막식+폐막작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필리핀 독립 영화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키들랏 타히믹 감독은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닌 괴짜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회고전에 초대된 그는 영화제 곳곳에서 대나무로 만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돌발 영상을 찍는 자세를 취했다. 다소 우스꽝스런 그의 행동은 영화에 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이 대나무 카메라는 '아시아 눈'을 뜻해요. 대다수 젊은 감독들이 할리우드 공식에 입각한, 섹스와 폭력 등을 다룬 큰 영화만을 만들려고 하지만, 나는 아시아의 눈으로 본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아내, 아들, 손자까지 대동한 그는 전주영화제 방문이 처음. 그는 "필리핀 젊은 감독들로부터 JIFF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 젊은 축제에 초대받을 수 있을 만큼 젊어서 다행"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그의 해사한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라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그는 이번 회고전에 데뷔작 <향기어린 악몽>(1997)부터 <투룸바>(1983),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1994), 가장 최근작 <과잉 개발의 기억>(201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단편이 초청됐다. '필리핀 문화 전사'인 그는 전주영화제를 위해 가족이 등장하는 야외 전시'패밀리 - 트리, 필름 - 매트릭스'도 기획했다. 그림, 비디오 설치 작품,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야외전은 할리우드 문화와 맞서 싸우는 변방국의 문화 갈등을 다룬 것. 그는 "앞으로 '제3차 세계 대전'은 문화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영화에서도 필리핀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은 지속된다. 필리핀 영화를 세계에 처음 알린 <향기어린 악몽>도 외국 문화의 유혹을 다룬 영화. 그는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이 문화적인 식민지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필리핀의 엘리트들이 미국식 삶을 그대로 따라하는 걸 보면서, 우리 문화의 지혜를 놓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문화가 매우 유혹적이긴 하지만, 우리 문화를 완전히 잊게 할 수도 있다고 본 거죠. 더군다나 내가 미국에서 발견한 것은 파괴적인 인간성이었습니다. 미국 문화에만 추종하는 것은 '문화적 악몽'에 가깝다고 봤습니다."그의 영화가 20년이 넘어서도 다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은 이같은 영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거대 자본의 힘에 휘둘리기 보다는 우리 문화, 우리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할리우드와 같은 큰 영화산업 속에서는 자신을 잃어버리기가 쉽습니다. 투자자와 제작자의 말에 휘둘리기 때문이죠. 젊은 영화감독들이 이 판에서 갑자기 늙어 버리는 것은 잘못된 영화 공식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영화는 감독의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에서 나옵니다. 그게 바탕이 될 때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안겨줄 수 있어요."그는 유럽 독립영화 덕분에 영화에 눈을 뜨게 됐다. 올해 전주영화제에 3D 영화<잊혀진 꿈의 동굴>을 출품한 베르너 헤이 조그 감독을 비롯해 빈 벤더스파스 빈더 감독에 매료됐던 그는 이들의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영화 스타일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필리핀 문화를 필리핀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철학 때문에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전주영화제에 단편으로 내놓은 <과잉 개발의 기억>은 제작비가 없어 20년 넘게 마무리를 하지 못한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영화를 포기한다면, 인간, 문화에 대한 시선의 기억이 말소되는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더라도 우리 모두가 영화 만드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진정으로 거장다웠다.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들의 배터리가 방전되고 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문화충전 할 수 있는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추려봤다. '시네마 페스트'의 '애니페스트'를 꼭 챙겨보자.특히 〈일루셔니스트〉(5일 오후 5시 메가박스 10관)는 반응이 좋다. 실직한 프랑스 마술사는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한 소녀를 만나 모험을 감행하면서 둘의 삶이 완전히 뒤바뀐다. 〈벨빌의 세 쌍둥이〉를 만든 실벵 쇼메 감독의 신작이며 자크 타티의 대본이 원작.〈내일의 죠〉(5일 오후 2시30분 전주 시네마타운 5관)는 한국에서 복싱 만화로 잘 알려진 「허리케인 죠」의 실사판 영화.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 〈TO〉의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일본 최고의 아이돌 스타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죠'를 맡았다. 〈리틀 보이스〉(5일 오전 11시30분 메가박스 6관)와 〈RPG 메타노이아〉(5일 오후 2시30분 메가박스 6관)는 3D 애니메이션. 콜롬비아의 내전으로 피해를 입은 네 아이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슬픈 현실을 담아낸 다큐 〈리틀 보이스〉와 온라인 게임 메타노이아의 가상 탐험을 소재로 한 필리핀 첫 3D 장편 〈RPG 메타노이아〉다.다양한 애니메이션을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애니페스트 단편(5일 오후 5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도 좋다. 〈러닝 에그〉와 〈데마그〉, 〈미도리코〉를 엮은 것도 유쾌하기는 마찬가지. 〈러닝 에그〉는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달걀 프라이가 되지 않기 위해 엄마 닭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달걀의 처절한 몸부림. 〈미도리코〉는 식량부족에 봉착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의 방에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발견된다. 감독이 13년간 3만장의 드로잉을 그려 완성시킨 영화로 몽환적이면서도 기괴하다.
CB=전북대 삼성문화회관, DC=독립영화관, M5=메가박스 5관, M6=메가박스 6관, M7=메가박스 7관, M8=메가박스 8관, M9=메가박스 9관, M10=메가박스 10관, C4=CGV4관, C5=CGV5관, J1=전주시네마타운 1관, J5=전주시네마타운 5관, J7 =전주시네마타운 7관, OS=야외상영장.○ 오전 11시 = 페르페툼 모빌레 DC/ 리스본의 미스터리 M5/ 월드시네마 단편 1 M8/ 외제부품+황포 M10/ 부당거래 J7○ 오전 11시 30분 = K 364 열차여행 M6/ 달빛 길어올리기 M7/ 피니스트라에 M9/ 아나 J5○ 오후 2시 = 엘 시카리오;164호 DC/ 발랑가이 M8/ 검은 피 M10/ 컬링 J7/ 헤븐즈 스토리 C4/ 뽕똘(납작한 슬리퍼)○ 오후 2시 30분 = 한국단편경쟁 1 M6/ 캐릭터 M9/ 베닐드 혹은 성모 J5/ 남자는 괴로워 C5/ 독신남 M7○ 오후 4시 = 트루맛쇼(납작한 슬리퍼)○ 오후 5시 = 신의 아들 DC/ 나인 뮤즈 M5/ 키들랏 타히믹 단편 2 M8/ 엘류테리아의 꿈 M10/ 선물 가게를 지나는 출구 J7○ 오후 5시 30분 = 한국단편경쟁 2 M6/ 사물의 비밀 M9/ 빌라리뉴 다스 푸르나스 J5/ 실비아의 도시에서 C5/ 술이 깨면 집에 가자 M7○ 오후 6시 = 미국의 바람과 불(납작한 슬리퍼)○ 오후 8시 = 아티스트 토크;주앙 타바라 DC/ 보라 M5/ 로스앤젤레스 자화상 M8/ 카라크레마다 M10/ 지독한 사랑 J7/ 오프스크린3<열정> C4/ 백 BECK(야외상영)○ 오후 8시 30분 = 불안의 영화+시네토크 M6/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 M9/ 토리노의 말 J5/ 우린 우리다 C5/ 3세계의 행복 M7○ 밤 12시 = 카를로스 M5,M6
박찬경(46)은 영화감독 보다는 미술가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형 박찬욱 감독(48)과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 <파란만장>이 올해 베를린 영화제 단편 부문 금곰상을 수상하면서부터. 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신작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내놨으며, 포르투갈 미디어 아티스트 주앙 타바라와 특별전에 참여하고 있다."그림, 사진, 영상은 동시대 작가에게 전혀 다른 매체가 아닙니다. 매체보다는 주제가 더 중요하죠. 우물의 종류가 다를 뿐 저한테는 모두 한 우물입니다. 우물 맛이 좀 복합적이라고 할까요."그가 한국장편 경쟁 부문에 내놓은 <다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뒤섞은 작품. 영화는 1988년 경기도 안양 봉제공장 화재로 인해 여공 22명이 숨진 사건을 통해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다."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억압된 기억을 동시대 문화로 끌어오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속도야 말로 가장 큰 폭력이고, 그런 폭력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게 제 일관된 관심사죠."그는 전작 <신도안>과 <파란만장> 에 이어 <다시>에 무속을 담았다. 한국 근대를 바라보는 키워드 중 하나가 종교라고 보기 때문이다."한국의 개신교는 샤머니즘을 '응용'하면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나 울부짖는 기도들을 보면, 개신교가 무속을 흡수한 게 아니라 무속이 개신교에 스며든 것 같아요. 하지만 무속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적 형태인데, 점쟁이로 비하하거나 두려워하잖아요. 무속의 '명예 회복' 같은 걸 짚고 싶었습니다."그는 영화를 만들수록 장르 영화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토속적 뿌리를 둔 공포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장편 공포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그는 "한국만의 무서운 귀신이나 무덤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또 다른 공포물이 어떤 복합적인 우물맛을 낼 지 기대가 된다.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에게 〈형사:Duelist〉(2005)와 〈M〉(2007)은 전혀 다른, 그러나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다. 〈형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여형사와 자객의 숙명적 대결을 최소한의 서사로 그리면서 모든 힘을 이미지에 쏟은 작품라면, 〈M〉은 천재 소설가의 첫 사랑의 기억을 정제된 이미지로 풀어낸 작품.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포커스'에 초대된 그의 전작 8편 중 이 두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든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한 그를 만났다."지금까지로 친다면 내 전작을 튼 곳은 전주영화제가 처음이네요. 와서 막걸리나 마시면서 놀다 가야겠다 했는데,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고맙고 기쁘더라고요.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옛 작품들을 보는 관객들의 눈이 재밌다고 느꼈습니다."〈형사:Dueilst〉는 제목 'Dueilst(결투자)'에서도 암시되지만 영화와 그가 맞붙어본다는 생각으로 제작했던 영화. 영화적 움직임의 가능성, 이야기를 떠나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정말 소통의 문제인가'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 밀고 나가 극대화해 본 게 〈M〉"이라고 했다."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영화예요. 이를테면 이 인터뷰를 그냥 찍으면 다큐멘터리 같은 내러티브죠. 하지만 대사를 다 빼고 찍을 수도 있어요. 인터뷰의 흐름과 느낌, 주변의 공기까지 다 담아야 하죠. 영화는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입니다."이렇듯 '전달되는 내용' 보다 '전달하는 방식'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고 믿는 그는 얼마나 많은 장면을 정성 들여 화면에 옮겼는가가 중요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에서 최진실이 문득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계단 장면, 〈M〉의 일식집 인테리어 장면 등이 그렇다.〈M〉은 〈첫사랑〉(1993)과도 겹쳐지는 영화. 〈첫사랑〉 흥행 실패 후 작심하고 다시 만들었다. 꿈과 현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든 작품. 〈개그맨〉(1989)이 한 번의 꿈으로 작품 전체를 감쌌다면, 〈M〉은 영화 한 편을 아예 깨지 않는 꿈처럼 만들었다. 그에게 많은 영감을 가져다 주는 알파벳'M'은 주인공 민우의 'M', 주인공 미미의 'M'으로 표현되기도 했다.그의 다음 영화가 어떤 모습일 지 상상하는 건 무리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영화를 꿈꾸기 때문이다. '스타일의 승리' 혹은 '이야기의 몰락'이라는 이분법된 논리로 이야기하는 평단의 반응이 아직 하나로 모아지지는 않지만, 그는 전혀 다른 길 위에 서 있다.그는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것은 설경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첩보물 미스터 K. 그는 "한국판 007이 될 것"이라며 "아마도 이것이'대중예술'(Mass Media)로서의 또 다른 'M'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CB=전북대 삼성문화회관, DC=독립영화관, M5=메가박스 5관, M6=메가박스 6관, M7=메가박스 7관, M8=메가박스 8관, M9=메가박스 9관, M10=메가박스 10관, C4=CGV4관, C5=CGV5관, J1=전주시네마타운 1관, J5=전주시네마타운 5관, J7 =전주시네마타운 7관, OS=야외상영장.○ 오전 11시 = 제스와 모스 M5/ 투툼바 M8/ 라스트 버팔로 헌트 M10/ 개그맨 J7/ 벨라르미누+특별강연 C5○ 오전 11시 30분 = 미래 M6/ 당신의 도시 위로 M7/ 엠페도클레스의 죽음 M9○ 오후 2시 = 아티스트 토크;박찬경 DC / <만추>+김우형 마스터클래스 M5/ 키들랏 타히믹 회고전 단편1 M8/ 3세계의 항복 M10/ 옥희의 영화 J7/ 골리앗의 여름 C4/ 사랑의 확신(납작한 슬리퍼)○ 오후 2시 30분 = 한국단편경쟁 4 M6/ 사랑할 수 없는 시간 M9/ 인사이드 잡 J5/ 여정 C5/ 슬픈 트럼펫 발라드 M7○ 오후 4시 = 캐릭터(납작한 슬리퍼)○ 오후 5시 = 투게더 DC/ 영화보다 낯선 단편 2 M8/ 만다라 M10/ 부서진 사랑 노래J7/ 공사중 C4○ 오후 5시 30분 = 강과 나의 아버지 M6/ 동굴 밖으로 M9/ 포르투갈식 이별 J5/ 믹의 지름길 C5/ 당신에게 시체를 M7○ 오후 6시 = 부당거래(납작한 슬리퍼)○ 오후 8시 = 서구의 몰락에 대한 연구+시네토크 DC/ 장 장티 M5/ 테이프 M8/ 달팽이의 별+시네토크 M10/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 J7/ 울부짖는 남자+시네토크 C4/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오후 8시 30분 = 길위의 또 다른 여행자들 M6/ 이센셜 킬링 M9/ 게스트 J5/ 나의 사랑 나의 신부 C5/ 제네시스와 레이디 제이의 발라드 M7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병록)'가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순항을 하고 있다. 개막 넷째날을 맞은 지난 1일까지 평균 점유율은 91%로 지난해 87.6% 보다 다소 상승했다. 특히 지난 주말 강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 황사 속에서도 총 117회가 상영된 가운데 82회가 매진 행렬을 이어갔으며, 야외 행사에서도 시네필들의 열정은 계속됐다.지난 주말 '불면의 밤'이 상영되는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의 경우 1500석의 객석 중 1000석 이상 팔렸다. 지난해 공포 영화를 소개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서늘하게 했던 전주영화제는 다양한 장르 영화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지만, '역시 전주영화제 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지난해 좌석수를 10만석까지 대폭 늘렸던 전주영화제는 올해 7만5000석에 그쳤다. 올해 디지털 영화가 4% 정도 늘어난 61%를 차지, 소규모 디지털 영화관으로는 수요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올해 신설된 관객과의 만남 '오프 스크린'은 연일 매진 돼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경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과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씨,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그와 친분이 있는 소설가 김연수씨의 대화는 뜨거운 인기. 한 분야의 전문가만을 초대했던 마스터 클래스는 올해 영화학자 노엘버치, 클레어 드니 감독, 김우형 촬영감독을 초청해 영화에 관한 다각도의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졌다.전주 한옥마을과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에 1인당 1만원 안팎의 싼값에 숙소를 대여해 주는 'JIFF 사랑방'은 1일까지 100% 예약률을 기록했다. 남은 기간도 70% 이상 예약률을 보여 평일에도 방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국제영화제는 6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디지털독립영화관 등에서 계속된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스터 클래스'가 변신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만을 초청해왔던 '마스터 클래스'는 올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진지하고 학구적인 전주영화제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화학자이자 감독인 노엘 버치(프랑스),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한 클레어 드니 감독(프랑스), 영화 <만추>의 촬영 감독 김우형을 2일 '마스터 클래스'의 기자간담회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지난 1일 자신의 영화 <35 럼샷> 상영 후 강연을 이어간 클레어 드니 감독은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가 인상깊었다"고 했고, 김우형 촬영감독도 "훌륭한 감독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이날 질문은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인 노엘 버치에게 집중됐는데, 40여 년 전 영화 장르의 실험을 시도한 '에세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반영됐다. 노엘 버치는 "'에세이 영화'는 가짜 다큐멘터리, 몰래 촬영한 영상, 허구적인 요소 등을 혼합한 것"이라며 1950~60년대 프랑스 영화에서 보여진 제재와 스타일의 결합으로 새로운 시도는 아니라고 하면서 과장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영화가 일부 비평가들이 공격하는 것처럼 정치적이지 않으며, 자신을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여주는 영화 실천가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노엘 버치는 서구 영화 연구자의 시각에서 가장 선구적인 일본 영화사로 평가받는 「먼 곳의 관찰자를 위하여」를 쓴 영화 이론가이면서도 20여 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한 뛰어난 감독이기도 하다.김우형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는 3일 오후 2시 메가박스 5관에서 열릴 예정. 그가 참여한 영화 <만추> 상영 후 자신의 영화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공동주최 주관하는 '제1회 JIFF 폰 필름 페스티벌'의 최우수작품상에 이은정씨(28서울)의 'T-ensio-N'(긴장)이 선정됐다.지난 30일 전주 메가박스 10관에서 열린 이 대회서 이 씨는 총 10편의 본선작중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와 함께 상금 300만원도 받았다.심사위원단은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이라 다양한 형식의 작품 출품을 기대했는데 기존 영화형식의 틀에 얽매여 아쉬웠다. 올해는 참신성보다는 참가자들의 연출력에 집중해 심사했다"며 "이에반해 최우수작품상에 선정된 이씨의 'T-ensio-N'은 오래된 연인 간의 긴장감을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감독상은 이재환씨의 '최후의 승자'가, 심사위원 특별상은 서영주씨의 'diary(부제 velocity)'가 수상했다.
전주국제영화제 '2011 전주 프로젝트 프로모션'(이하 JPP)dl 2일 오후 7시 전주코아호텔 무궁화홀에서 폐막했다.총 84개 회사 300여명의 영화관계자들이 참가한 JPP는 '프로듀서 피칭''다큐멘터리 피칭''워크 인 프로그레스'등 세 부분으로 나눠 각자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영화로서의 제작 가능성 여부와 투자 가치를 평가했다.저예산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위해 신인 프로듀서의 기획력을 보는 '프로듀서 피칭'에서는 김문환 프로듀서의 <증언>이 프로듀서 제작지원금 부문에 선정, 7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관객상은 이진구 프로듀서의이 수상했다.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이 50% 이하로 진행된 HD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피칭'에서는 홍형숙 감독의 <춤추는 숲>과 최우영, 하시내 감독의 <내일도 꼭, 엉클 조>가 선정돼 각각 SJM 문화재단의 제작지원금 6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았다. 기획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게 수여되는 JPP기획개발지원금 500만원은 황 윤 감독의 <잡식동물의 딜레마>에게 돌아갔다. 관객상은 임유철 감독의 <누구에게나 찬란한>이 선정됐다.'워크 인 프로그레스'는 전주영화제와 함께 해 온 감독과 프로듀서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제작 진행중인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대상으로 했다. 벤 리버스 감독의 <판>이 최고작으로 선정, 10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받는다. 관객상은 이스라엘 카르데나스, 라우라 아멜리아 구즈만 감독의 <카르미타>가 수상했다.심사위원회는 " <판>은 인생의 가능성에 대한 감성적인 비전을 보여준 점, 그리고 사운드 및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기술적 실험을 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CB=전북대 삼성문화회관, DC=독립영화관, M5=메가박스 5관, M6=메가박스 6관, M7=메가박스 7관, M8=메가박스 8관, M9=메가박스 9관, M10=메가박스 10관, C4=CGV4관, C5=CGV5관, J1=전주시네마타운 1관, J5=전주시네마타운 5관, J7 =전주시네마타운 7관, OS=야외상영장.△ 2일○ 오전 11시 = 엘 시카리오 164호 DC/ 실비아의 도시에서 찍은 사진들 M5/ 스무 개비의 담배 M8/ 카이탄시 스케치 C4○ 오전 11시 30분 = 디지털 삼인삼색 M6/ 위도 M7/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 M9/ 달팽이의 별(납작한 슬리퍼)○ 오후 2시 = 이제 침묵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DC / <잊혀진 공간>+노엘 비치 마스터클래스 M5/ 향기어린 악몽 M8/ 외제부품+황포 M10/ 시라노;연예조작단 J7/ 동굴 밖으로 (납작한 슬리퍼)○ 오후 2시 30분 = 한국단편경쟁 4 M6/ 트루맛 쇼 M9/ 녹색의 해 J5/ 아이타 C5/ 고교졸업반 M7○ 오후 4시 = 사랑할 수 없는 시간(납작한 슬리퍼)○ 오후 5시 = 한국단편경쟁 1 DC/ 영화보다 낯선 단편 1 M8/ 독신남 M10/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J7/ 가을 C4○ 오후 5시 30분 =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M6/ 카라마이 M9/ 헤븐즈 스토리+시네토크 J5/ 남자는 괴로워 C5/ 트레쉬마스터 M7○ 오후 6시 = 사물의 비빌(납작한 슬리퍼)○ 오후 8시 = M+ 메이킹 다큐멘터리 DC/ 술이 깨면 집에 가자+시네토크 M5/ 무지개 가운데는 왜 노란색일까? M8/ 보라 M10/ 포르투갈의 선인들+시네토크 J7/ 그림자 열차+시네토크 C4○ 오후 8시 30분 = 잊혀진 꿈의 동굴 3D M6/ 미래 M7/ 친숙한 장소 C5
<미국의 바람과 불>은 화제작이다. 첫째, 김경만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자 전주국제영화제가 '국제 경쟁'에 처음 올린 한국 영화다. 둘째, 대한뉴스와 국정 홍보 영화를 '재편집'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셋째, 한국의 근현대사를 재정리해 한국 사회의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메가박스 5관에서 열린 <미국의 바람과 불>이 처음 공개된 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 그는 영화를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딴지를 걸었고, 관객들은 그의 '날선' 비판의식에 환호했다."나이가 많이 든 세대일수록 현실을 터무니없이 인식할 때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인식은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서 형성되기 마련인데, 과거의 잘못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지점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그의 영화 키워드는 시대별로 구분된다. 50년대는 625 전쟁, 60~70년대는 베트남 전쟁과 경제 개발, 80년대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88 서울 올림픽이다. 그는 이같은 장면에 내레이션을 따로 놀게 함으로써 '무엇이 진실인가'를 뒤집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 625 전쟁 시 미국의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이나 부상당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격양된 내레이션("(미국이) 자유세계 최전방 한국을 지키고 있다")을 들려준다거나 처참한 상흔을 배경으로 웅장한 클래식 곡이 묘하게 결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50년이나 되는 한국 근현대사를 꾹꾹 눌러 담다 보니, 관람객들이 뭔가 고민할 틈도 없이 장면 장면이 지나가버리는 게 아쉽다고도 했다. 감독 역시 자신의 영화가 두꺼운 한국 근현대사 개론서와 같이 비춰진다는 데 공감한 뒤 "다만 이렇게 보여주지 않으면, 미국에 대한 맹신이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을 것 같아 20시간 짜리 영화를 압축시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든 전후 세대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졌다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우리 모두가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중 하나가 '디지털 삼인삼색'이다. 일단 감독의 면면이 화려했다. 세계 거장으로 추앙받는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독일)의 <후예>, 클레어 드니 감독(프랑스)의 <데블>,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스페인)의 <어느 아침의 기억>을 한 자리에 모아낸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이목을 충분히 집중시켰다. 하지만 '디지털 삼인삼색'이 공개됐을 때 관람객들은 일부 작품은 상당히 낯설다는 인상을 받았다. <후예>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심오하지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은 작품으로 인식됐다. 영화는 모리스 바레스의 소설 「독일을 위하여」를 토대로 한 시골 의사의 궤적을 따라 몽 생토딜 곳곳을 배회하는 장면이 담겼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소설 속 장소를 배회하면서 이야기를 '낭독'한다. 감독의 철학대로 상징이나 은유, 미학적 비유는 철저히 배제됐다. 글로 쓰인 것은 설명이 아닌 말을 통해 보여주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맞닥뜨린 대다수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해했다.1일 '디지털 삼인삼색 2011'의 기자간담회에서 클레어 드니 감독과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전주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데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다"고 밝혔다.클레어 드니 감독의 <데블>은 아프리카 서쪽 해안 프랑스령 가이아나와 수리남에서 악명 높은 한 금광업자의 흥미로운 인생을 다룬 영화. 그는 "미국의 한 인류학자가 쓴 책을 통해 네덜란드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로 살아간 부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주인공 장 베나는 주변의 평가처럼 금광업으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악마같은' 사람이 아니라 아주 정의로운 인물이었기에 그를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어느 아침의 기억>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번역하는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자살로 고통을 겪는 이웃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그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가 찰리 채플린을 연상하며 그렸다"며"비극적인 죽음의 재현이 결국 비극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주영화제는 낯선 스페인 영화를 가장 한국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게 맘에 들었다"며 "전주에 있는 게 집처럼 편안하고, 전주영화제가 영화의 집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클레어 드니 감독도 "촬영 마지막 날 카메라가 진흙에 빠지고, 스쿠터에서 떨어져 다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전주영화제의 제작비 지원으로 '증언'으로서의 영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며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과 같은 거장과 함께 영화를 올리게 된 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상수 감독과 소설가 김연수. 이 둘의 조화만으로도 지난달 30일 CGV 5관에서 열린 관객과의 만남 '오프 스크린 - 영화, 문화를 만나다'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울 지 짐작되고도 남았다. 김씨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찌질한' 영화 감독으로 출연한 인연으로 이곳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맹수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함께 했다.홍 감독이 전주영화제에 내놓은 영화는 <옥희의 영화>. <주문을 외울 날>, <키스 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등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고작 4명의 스태프와 제작비 2000만원만 투입 돼 만든 주목작이었다. 이날 영화 상영 후 관객들은 쉴새없이 질문을 했다. 하지만 감독은 뭐든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의 영화가 장르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미학으로 눈을 뜨이게 했던 것처럼 그의 알듯 모를듯한 대답에 관객들은 애가 탔다.한 관객은 그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찌질남' 때문에 남자들이 보기에 거북한 영화라고 설명하면서 감독이 생각하는 남자의 욕망이 무엇인 지 궁금하다고 했다. 돌아온 감독의 답변. 그는 "나는 (그들이) 찌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나와 비슷하고 다른 누군가와 비슷한 인물로 많은 결점을 가진 인간을 보여준 것일 따름"이라고 했다. 이에 김연수씨는 "감독님의 영화는 늘 예상을 깨는 즐거움이 있다"며 "인간의 다면체적 모습을 전혀 다르게 응시하는 게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질문에 감독은 "모르겠습니다" 혹은 "그 때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말미에 자신의 영화 철학을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번 만남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집약돼 있는 듯 했다."나는 누군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런 걸 하고 싶습니다. 각 개인의 독특한 이미지, 스스로가 설정해놓은 뭔가가 깨졌을 때 나오는 즉각적인 반응. 그런 것들이 흥미롭습니다. 그것이 그냥 제 속에 어떤 것들에 대한 필요와 갈망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도 그런 작업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80%를 넘는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무난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1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개막 이후 30일까지 사흘동안 85%대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요일인 1일 관객이 크게 늘고 있어 이날까지의 좌석 점유율은 90%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토요일인 지난 30일에는 전국에서 관객이 몰리며 94%의 객석이 채워졌다. 매진작도 예매 2분만에 표가 동났던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를 비롯해 리틀보이스 3D, 필름소셜리즘, 35럼샷 등 50여편에 달한다. 전주로 '영화 원정'을 오는 마니아가 늘면서 숙소 잡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조직위가 전주 한옥마을과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에 숙소를 준비하고 1인당 1만원 안팎의 싼값에 대여해 주는 'JIFF 사랑방'은 사흘 내내 100%의 예약률을 기록했다. 남은 기간도 이미 70% 이상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어 평일에도 방을 잡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가 독립영화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남은 기간도 좋은 작품이 많이 상영될 예정이어서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우
강수연
전북과 깊은 인연, 거장 황석영 ‘금관문화훈장’ 수훈
시간과 존재의 숨결로 표현한 기도 형상
'작지만 강한' 전북도립미술관의 반란
부안여성작가 13명, 30일까지 제9회 단미회展 ‘Art Memory’
제3회 전북특별자치도 예술·관광상 공모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 이경옥 ‘진짜 가족 맞아요’
[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 청년작가들의 비빌언덕, 유휴열미술관
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춘향이는 기생인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