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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잡스' VS '엘리시움'

■ 잡스 (드라마/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아무도 몰랐던 잡스의 이야기그분이 돌아왔다. 스마트 기기의 혁명을 이뤄내며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스티븐 잡스가 영화를 통해 매니아들을 찾는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마시라.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잡스로 빙의한 애쉬튼 커쳐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다. 영화는 요동쳤던 잡스의 삶을 비교적 평탄하게 그렸다.자유로운 영혼의 히피였던 잡스(애쉬튼 커쳐)는 대학을 자퇴하고 절친한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조시 게드)과 컴퓨터 사업을 창업한다.상호는 '애플'. 모니터와 키보드가 일체인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장에서 승승장구한다.하지만, 경쟁 관계인 아이비엠(IBM)의 부상과 회심의 작품이었던 '매킨토시'가 이사회의 간섭 탓에 실패하게 되면서 결국 회사에서 내쫓기게 된다.'잡스'는 아이팟을 발표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방출됐던 그가 애플로 복귀하는 시점까지를 그렸다. 시기적으로 따지자면 197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다.영화는 전기 영화의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로 이어진 삶의 변곡점을 따라간다. 문제는 그 곡선의 파장이 다소 밋밋하다는 데 있다.맨발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잡스의 모습,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잡스의 얼굴 등 외형적인 부분에 영화는 치중한다. 현란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만큼 잡스라는'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있게 흔들어서 보여주진 못한다.물론 잡스가 이 세상을 떠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그의 팬층이 두텁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롭고 다채롭게 그의 삶을 조명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겉핥기식으로 잡스의 생애를 조명하지만, 형식적으로 잡스를 그럴싸하게 구현한 애쉬튼 커쳐의 연기는 칭찬해 줄 만하다. 걸음걸이와 헤어스타일은 물론, 야망에 깃든 눈빛과 날카로운 감성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스윙보트'(2008)를 연출한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영화다. ■ 엘리시움 (판타지/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 상위 1%의 천국 VS 버려진 지구의 전쟁로봇이 시중들고,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엘도라도.영화 '엘리시움'은 유토피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분위기는 뜻밖에 어둡다. 주연 맷 데이먼의 얼굴에는 햇살 한 조각 내비치지 않는다. 낙원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론 지옥에 발을 내디디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엘리시움'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린 작품이다.환경오염으로 넝마처럼 돼버린 지구는 가난한 자들로 득실대고, 상위 1%의 부자들은 가난과 질병이 없는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으로 이주한다.엘리시움에서 살겠다는 당찬 꿈을 지닌 고아 소년 맥스(맷 데이먼). 하지만 세월은 그의 꿈을 집어삼키고 맥스는 다른 가난한 이들처럼 절도와 강도질로 연명한다.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가 돼 돌아온 어린 시절 풋사랑 프레이(앨리스 브라가)를 본 후 맥스는 마음 한켠에 고이 접어놓았던 '엘리시움 이주'라는 꿈을 꺼내 놓는다.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구체적이다. 전작 '디스트릭트 9'에 묘사된 요하네스버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기에 곰팡이 번지듯, 가난의 먼지가 이곳저곳 퍼져 있고, 인간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로봇이 툭하면 행인을 불심검문한다.가난과 부자유가 사이좋게 악수하는 곳. 엘리시움은 정제된 난민촌과 같다.'디스트릭트 9'으로 주목받은 닐 블롬캠프 감독은 거칠고 조악한 방식으로 퇴락한 지구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한 카메라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커트도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고성과 땀 냄새가 뒤섞인 지구와 정갈한 바흐의 음악과 향기가 넘치는 엘리시움에 대한 대비를 통해 감독은 '상위 1%만 누리는 천국'의 부도덕을 정조준한다. 특히 엘리시움의 권익을 대변하는 로데스 델라코트(조디 포스터) 국방장관의 허무한 몰락은 이 같은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엘리시움에 사는 권력자의 지령으로 지구인을 사냥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 크루거(살토 코플리)와 아슬아슬하게 난관을 헤쳐나가는 맥스의 캐릭터도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각종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크루거의 강렬함과 잔혹함은 상상이상이다.무음(無音)을 적절히 사용해서 영화의 리듬감을 살리는 테크닉,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상당히 짧은 109분간 휘모리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감독의 재능은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해준다.'디스트릭트 9'으로 주목받은 살토 코플리의 카리스마와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전진하는 맷 데이먼의 연기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고, 신념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보수주의자 조디 포스터의 힘있는 연기도 극에 탄력을 더한다.다만, 그처럼 굳건해보였던 '엘리시움'이 지구인의 침입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장면은 개연성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현실 세계에서 나날이 깊어지는 빈부격차. '엘리시움'의 배경은 2154년. 앞으로 140여년 후다. 연합뉴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8.30 23:02

'다시 보는 JIFF 개막작' 전주독립영화관 9월 상영·프로그램 발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 9월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먼저 '폭스파이어', '일대종사', '블링 링', '우리 선희', '가시꽃', '렛 미 아웃' 등 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JIFF) 개막작인 '폭스파이어'는 프랑스의 거장 로랑 캉테 감독이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소녀들이 세상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는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무술인이자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 엽문(1893~1972)의 이야기를 담았다.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의 집에 침입해 현금과 명품을 훔치는 10대들의 실화를 다룬 '블링 링', 홍상수 감독의 15번째 신작 장편 영화 '우리 선희', 고교시절 나쁜 친구들의 강요에 의해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한 10대 소년의 이야기 '가시꽃', 첫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은 좀비멜로 '렛 미 아웃'이 관객들을 맞는다. 매주 화요일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힐링무비데이'의 상영작은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 '영화판', '슈퍼스타'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영화제작현장과 뒷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추석을 맞아 다음달 18~22일 '명절맞이 특별 무료 상영회'도 열린다. 추석 연휴 5일 동안 오후 1시 30분 '전국노래자랑', '고령화가족', '송포유', '남쪽으로 튀어', '파파' 등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이 함께 한다. 9월의 마수걸이 인문학 콘서트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한다. 다음달 25일 오후 7시30분 열리는 '마수걸이 인문학콘서트-사람에게 묻다'에서 김용택 시인은 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요즘 세대들에게 아름다운 시의 세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다음달 26일 오후 7시 30분 열리는 '힐링 시네마 in 전주'에는 '레인 오버 미'를 함께 감상한 후 이승수 수필가가 진행하는 강의가 열린다. 문의 063)231-3377.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8.30 23:02

새 영화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VS '일대종사'

8월 한달 동안 스크린을 점령했던 충무로표 영화들이 개학철을 맞아 서서히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던 '설국열차'의 속도는 더욱 느려졌고 '숨바꼭질'의 상승세는 한 풀 꺾인 모양새다. 이들의 부진 속에 등장한 헐리우드 영화들의 주말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액션/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4명의 마술사가 펼치는 마술 범죄각 분야 최고의 마술을 펼치는 4명의 마술사.포 호스맨(Four Horsemen). 이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대중 앞에서 수 초 만에 프랑스에 있는 은행을 터는 신기한 마술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은 포 호스맨을 절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풀어준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딜런은 인터폴 요원 알마(멜라니 로랑)와 함께 이들을 다시 추격한다.'나우 유 씨 미'는 각 분야에서 한가락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귀중품을 훔치는 '오션스 일레븐' 같은 범죄물에다 대중이 신기해하는 마술이라는 소재를 덧입힌 작품이다.검증된 장르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버무려 대중영화로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속사포 같은 대사가 장점인 제시 아이젠버그(아틀라스 역)가 인도하는 속임수, 어딘가 노련한 우디 해럴슨(메리트 역)의 최면술 등 다양한 마법이 볼거리다.특히 프랑스 은행을 터는 장면이라든가 자동차 추격신, FBI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는 포 호스맨의 도주 실력, 여기에 경쾌하고 빠른 액션까지 양념으로 들어가 있어 눈요깃거리가 풍성하다.마이클 케인, 모건 프리먼 같은 대배우들을 비롯해 할리우드에서 탄탄한 연기로 인정받는 아이젠버그, 해럴슨 등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인크레더블 헐크' '타이탄'을 연출한 프랑스 출신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원제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는 마술사들이 마술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종의 주문이다. 통상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의 시작을 의미한다. 7천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일대종사 (액션/ 122분/ 12세 이상 관람가)- 왕가위 감독이 그리는 영춘권 창시 엽문 일대기홍콩 출신 유명 감독 왕자웨이(왕가위王家衛)의 신작 '일대종사'(一代宗師)는 무술의 고수가 내지르는 주먹과 발차기 하나하나에 삶의 철학을 담으려는 야망이 보이는 작품이다.리샤오룽(이소룡李小龍)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인 '엽문'(葉問)의 삶과 그가 살다간 시대를 감독 특유의 세련된 영상에 담았다.앞서 전쯔단(甄子丹) 등이 주연한 '엽문' 시리즈가 간결하지만 파워풀한 액션과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왕자웨이의 이번 작품은 화려한 영상미와 고수들의 삶의 철학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일대종사'의 배경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가 몰락한 뒤 공화정치 시대를 맞아 혼란스럽고 분쟁이 계속되던 20세기 초중반 중국이다.중국 남부 무술의 중심지인 광둥성 불산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엽문(량차오웨이)은 팔괘장의 제창자 '궁보삼'의 은퇴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그의 딸 '궁이'(장쯔이)를 만난다.마치 사랑을 나누듯 펼쳐진 대결의 순간을 마음에 품고 헤어진 둘은 편지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지만, 일본의 침략과 함께 모진 운명은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간다.일본에 집을 빼앗긴 엽문은 아내 장영성(송혜교)과 헤어진 뒤 홍콩으로 건너가 지도자의 길을 걷고, 궁이는 제자의 배신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복수를 다짐한다.'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등 전작에서 보여준 빼어난 영상미로 유명한 왕자웨이 감독의 작품답게 극중 무술 고수들이 벌이는 대결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멋스러움을 뽐낸다.정확한 동작으로 맞아 들어가는 배우간 합(合)이 투명한 빗줄기와 새하얀 눈, 때로는 기관차의 증기와 어우러져 한 폭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유명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을 중심으로 실제 무술 고수들이 촬영에 참여했다.특히 엽문이 무림 선배들의 시험을 거쳐 궁보삼과 삶의 철학을 겨루는 '전병 찢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과 궁이가 원수인 마삼(장즈린)과 열차 승강장에서 벌이는 승부는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엽문의 '말이 적은' 아내 장영성으로 분한 배우 송혜교는 짧은 시간 출연에도 표정만으로 애틋함과 품위, 상실을 성공적으로 표현해내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긴다.'쿵푸는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원칙으로 꼿꼿이 역사를 견디던 엽문에게도 영화 후반부의 '밥벌이'는 만만치 않은 시련이었다. 우리 삶이 어쩌면 '무림'의 그것보다 더욱 험한 것일 수 있다는 감독의 철학이 담긴 것 같다.올해 63회 베를린영화제와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이다. 왕자웨이 감독이 기획에 6년, 촬영에 3년 등 총 9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연합뉴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8.23 23:02

전주 서학동사진관, 영화로 소통한다

작지만 알찬 기획으로 주목을 받아 온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영화를 통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24일부터 3주 동안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서학동사진관에서 예술과 인생을 주제로 상영되는 영화 3편을 통해서다. 이번 상영회는 서학동사진관에 입주한 프랑스 자수 연구가 '이소'가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영화모임의 장소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먼저 24일에는 스티분 달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가 상영된다. 2001년 아카데미 감독상·여우조연상·각본상을 수상한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 광산촌에서 자란 한 소년이 멋진 발레리노가 되기까지 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끈끈한 가족애, 소년의 풋풋한 열정이 감동을 주는 서글프고 가슴 따뜻한 영화. 27일에는 군산 초원사진관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린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상영되고 마지막으로 다음달 7일에는 2008년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굿 앤 바이'가 선보인다. 김지연 관장은 "영화는 과거로의 가슴 아픈 회귀이며, 희망 없는 일상의 탈출구이고, 비록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후회 없는 꿈입니다. 지나간 영화에 대한 향수는 돌이킬 수 없는 청춘의 오마주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따뜻한 조우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8.23 23:02

[영화 '그리고 싶은 것' 상영] "역사 무관심했던 세월 반성" 관객들 눈시울

수은주가 35℃를 훌쩍 넘긴 광복절 오후 2시. 무더운 날씨와 휴일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떠나 한적한 전주 도심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광복절을 맞아 다큐멘터리영화 '그리고 싶은 것'이 상영된 가운데 500여명의 관객이 스크린 앞에 앉았다. 이들은 종군위안부 심달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며 68주년을 맞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도청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많은 학생들이 몰린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 시작 30분전부터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스님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하나 둘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하지만 영화시작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극장 안이 암흑으로 변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관객들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영화는 그림책 작가인 권윤덕씨가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 출판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계획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그림책으로 완성해 동시 출판하기로 한 계획에서 출발한 것. 이때만 해도 권윤덕 작가가 위안부 할머니 그림책을 그린다는 얘기는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스케치가 점차 구체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일본군이 나눠준 콘돔과 일본 천황의 초상을 나란히 그린 그림은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은 한 숨을 연발했다. 평화를 이야기하며 기획에 참여했던 일본인들조차도 넘을 수 없는 역사 인식의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소 체감한 듯한 반응이었다. 영화 말미에 '역사의 증인은 사라져 가고 진실은 거짓이 되어간다'는 문구와 함께 심달연 할머니의 수목장 나무가 화면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하나 둘씩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김영아씨(32전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에 귀 닫고 무관심한 채 지난 세월을 보낸 한국 사회의 현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며 "잔잔한 내용의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역사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큰 울림을 주는 영화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관 관계자는 "광복절을 맞아 의미 있는 기획을 해보기 위해 '그리고 싶은 것', '월하의 침략자' 특별 상영전을 마련했다"며 "비록 관객은 적었지만 이들이 영화를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고 싶은 것', '월하의 침략자'는 다음달 1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8.16 23:02

새 영화 '감기' 한 여름밤…재앙이 몰려온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여름 왜 안나오나 했다. 해마다 여름철 극장가의 단골손님인 공포영화가 올해는 유난이 뜸했다. 이런 갈증을 한번에 날려줄 영화가 주말 스크린을 수놓는다.밀입국자로부터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한 조류인플루엔자. 사망자가 속출하자, 당국은 병이 시작된 성남시 분당구를 폐쇄한다.몰려드는 환자 탓에 병원 업무는 마비되고, 국회의원 등 일부 계층은 헬기를 타고 도시를 탈출한다. 공포가 지배하는 무질서 속에서 어린 딸 미르(박민하)를 잃어버린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 소방대원 지구(장혁)의 도움으로 간신히 딸을 찾지만, 아이가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에 사로잡힌다.'감기'는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 등 전염병에 노출된 현대인들의 불안을 서식 삼은 재난영화다. 도시 폐쇄 불안의 증폭 폭동과 무질서 등 최근 재난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영화는 따라간다.빠르게 편집된 감각적인 장면들로 채워진 '감기'는 인해와 지구의 티격태격 로맨스로 초반을 끌고나간다. 지구의 동료 경업(유해진)의 실없는 농담이 싱거운 웃음을 전해주기도 한다.하지만 본궤도에 오르면서 영화는 클리셰로 넘쳐난다. 불안하면 늘 등장하는 마트에서의 사재기,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공격해야 하는 군인의 심리적 갈등, 자기 한목숨 살겠다고 아이마저 희생시키려는 비정한 어른, 폭도로 매도되는 성난 군중.상업영화에서 대중과 접점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진부함은 필요하다. 주요 캐릭터들의 변화와 상황에 잘 맞아떨어질 때 이런 클리셰는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감기'의 캐릭터 구축은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생명을 걸고 시체 더미 속에서 찾은 아이,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언제 총에 맞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홀로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지구의 행동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유해진, 이희준, 마동석 등이 각각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고, 이에 따른 이야기도 가끔 덜컥거린다.캐릭터 구축과 이야기의 매끄러움에서 아쉬움을 남기지만 수많은 인원이 동원된총격전과 시가전 등 스케일이 큰 장면은 김성수 감독의 장기가 잘 묻어난다. 스펙터클한 장면 등을 찍기 위해 순제작비만 100억 원이 들었다. 전시작전권 문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 등 사회정치적인 이슈도 함께 녹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미르를 연기한 박민하의 존재는 이 영화의 백미다. 귀엽고 깜찍한 이 꼬마 소녀의 천연덕스런 연기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데뷔 10년을 넘긴 수애도 새침한 감염내과 전문의이자 어깨가 무거운 싱글맘의 모습을 비교적 잘 소화해냈다.'비트'(1997), '무사'(2001)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 '영어완전정복'(2003)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복귀작이다. 정유정의 소설 '28'과 소재와 구성적인 측면에서 다소 유사한 점이 있어 이 소설의 독자라면 전체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연합뉴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8.16 23:02

맷 데이먼 "박찬욱 감독 작품 출연하고 싶다"

"박찬욱 감독 작품이라면 바로 출연할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43)은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관심 있는 한국 감독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지체 없이 이렇게 답했다. 영화 '엘리시움' 홍보를 위해 다른 주연배우 샬토 코플리(40)와 함께 내한한 그는 한국영화 예찬론을 편 코플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코플리는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에 출연했다. 원작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역할이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엘리시움'을 연출한 닐 블롬캠프 감독의 전작'디스트릭트9'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올드보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영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국은 남아공처럼 할리우드 밖에서 영화를 만들지만 굉장히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어전 세계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올드보이'와 '강남스타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색다른 것을 보고 싶어하고 할리우드도 점점 그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판 '올드보이'가 한국 원작을 능가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올드보이'가 워낙 훌륭해서 그보다 능가할 순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래도 나는 원작의 배우(유지태)와는 다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똑같이 비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에 처음 온 소감으로 "남아공 친구들이 '강남스타일'의 나라 한국에 간다니까 굉장히 부러워했다"며 "'강남스타일'이 남아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맷 데이먼 역시 '강남스타일'을 아느냐는 질문에 "딸이 넷이라 모를 수가 없다"며 "싸이를 만나진 못했지만 요즘 L.A와 뉴욕에 싸이 모창가수들이 많다. 그런 걸보면 싸이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엘리시움' 홍보를 위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을 찾았다. 맷 데이먼은 "한국이 아시아의 유일한 방문지라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모든 사람이 지금 한국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또 내겐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아주 흥분됐다. 다음 기회엔 가족과 함께 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화 출연 이유로 "나는 경력이 꽤 쌓였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할 때감독만 본다. 훌륭한 감독들은 특별하고 다양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함께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하게 된 것도 닐 블롬캠프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9'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감독의 중요성으로 최근작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비하인드 더 캔들러브라'의 사례를 들며 "소더버그와 함께한 7번째 작품이었다.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고 시나리오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며 "다른 사람들은 예산이나 다른 것들을 복잡하게 따지는데,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탄 그는 직접 연출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물론 연출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굉장히 운이 좋아서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할 수 있었고소중한 경험을 쌓았는데, 훌륭한 영화학교를 다닌 것처럼 연출에 도움이 될 거라고생각한다. 연출 고민은 오랫동안 해왔고 작년엔 각본을 쓴 영화로 연출도 맡기로 했는데 결국 제작과 주연만 맡았다. 빨리 연출에 데뷔하고 싶은데, 내 딸 넷이 너무어리고 돌봐줘야 해서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다"고 했다. '엘리시움'은 2154년을 배경으로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신분이 엄격히 나뉘어 부유층은 엘리시움이라는 우주 정거장에 살고 가난한 이들은 황폐해진 지구에 사는 이야기를 그린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주인공 '맥스'는 공장에서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은 뒤 치료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엘리시움에 들어가려 하고, 이를 막는 비밀 요원 '크루거'(샬토 코플리)와 싸운다. 이 영화의 사회정치적 함의에 관한 질문에 맷 데이먼은 "'엘리시움'은 어쨌든오락영화이고 여름용 블록버스터이므로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길 바란다"며 "하지만,여러 층위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오락영화 또는 주제를 생각하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계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빈부격차를 은유하고있기 때문에 이 주제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8.14 23:02

전주독립영화관, 광복절에 '월하의 침략자' 단독 개봉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실상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월하의 침략자'가 광복절인 15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단독 개봉한다.(재)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수입한 이 영화는 1592년부터 1598년에 걸쳐 벌어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참혹한 실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한국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양심적 지성 일본의 마에다 겐지 감독은 한국과 일본, 북한, 중국을 넘나들며 집요하게 추적,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무려 7년간 126명의 증언과 수많은 자료를 근거로 3년 반에 걸쳐 2009년 제작된 이 영화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한 권력자의 야망이 초래한 전쟁의 배경과 그로 인한 비극, 그리고 '귀무덤(미미즈카)'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있다. 많은 일본인들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유적물인 귀무덤의 존재를 자국민에게 알리고자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마에다 감독은 양국에 막대한 인적, 물적 희생을 낳은 전쟁의 시작부터 끝을 기록하며, 전쟁의 무용성을 역설한다. 마에다 겐지 감독은 1960대 후반부터 작품 활동에 나서 지금까지 모두 250여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일본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가로, 최근 동학농민혁명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월하의 침략자'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2011)에서 특별상영됐으며,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된 후 IPTV와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3.08.14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