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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소풍가자"

건조하게 지적하자면,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6월13~17일 무주덕유산리조트·예체문화관 일대)에 영화적 새로움은 없다. '좋은 영화 다시 보기'의 콘셉트로 한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미 개봉했거나 공개됐던 전 세계 14개국 52편의 영화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반딧불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심지어 영화관 하나도 없는 산골에서 엄선된 영화들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울 게 없는 영화라고 외면부터 하고 보는 차가운 마음을 조금은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설렘, 울림, 어울림'으로 슬로건을 내건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영관이 없는 관계로 공간의 특성에 고려해 7개 섹션을 기획하는 역발상 전략을 썼다고 밝혔다. 일단 개막작은 '청춘의 십자로', 폐막작은 '뉴비전상' 수상작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 영화'청춘의 십자로'는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했고 김태용 감독이 연출해 영화 외에도 노래·음악·현장 연주까지 가미시킨 복합영상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상황. 새로운 영화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대 한국 독립영화 9편을 소개하는 '창'(경쟁)에서는 최우수 영화에 '뉴비전상'(상금 1000만원), 전북영화비평포럼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에 '전북영화비평포럼상'(상금 100만원)이 수여된다. 집행위원회가 한국영상자료원과 주최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무르'와 세계 최고의 영화로 꼽힌 '홀리모터스' 등 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6편을 포함한 14편은 '판'(비경쟁)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주덕유산리조트의 스키 슬로프 아래 설치된 야외상영장에서 2편의 음악영화를 트는 '락'이나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서울영상미디어센터 후원으로 무주덕유산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캠핑하면서 야간에 2편씩 영화를 보는 '숲'도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물할 듯. 집행위원회가 한국영상자료원·전북독립영화협회와 공동으로 무주군 내 면단위 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영화관', 무주 반딧불 축제(6월1~9일) 기간에 시청각 장애인들을 배려해 특별 제작된 국내·외 인기작도 특별한 만남으로 꼽힌다. '북극의 눈물','아마존의 눈물' 등 자연 다큐와 같은 의외의 취향에 취해 보고 싶다면, '명품 다큐 스페셜'을 '찜'할 것.무주군·(주)무주덕유산리조트·전주MBC가 후원한 이번 영화제는 신인 감독의 패기와 창의를 발견하기는 힘들겠지만, 대신 많은 관객들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교감하는 자리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무주산골영화제 프렌즈(홍보대사) 위촉식이 열렸고, 배우 신소율씨는 빠진 배우 한채아씨만 행사에 참석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15 23:02

14회 전주영화제가 남긴 과제 - (하) 중장기 발전안은

봉준호 감독이 "곧 전주가 부산을 따라잡는 재미있는 양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전주영화제는 모두가 주목하는 영화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내홍으로 조직위원회가 대수술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집행부로 꾸려진 전주영화제는 다시 또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됐다. 특히 내년 1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연륜에 맞게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새롭고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고견을 참고했다."글쎄, 잘 모르겠다."내년 15회를 맞는 전주영화제의 발전방안에 대해 물으면 영화 전문가들이 하는 똑같은 얘기다. 전주영화제의 흥망성쇠를 지켜봐온 전문가들도 똑부러진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가 다층적이어서다. 일단 전주영화제에 기대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전주영화제는 자유독립소통을 지향하는 비주류 영화제로서 색깔을 확고히 구축해왔다. 반면 JIFF가 어렵다는 지역민들의 불만은 지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조직위로서는 무시 못할 부담이었다. 중간 중간 전주영화제가 초기의 목적이나 성격 등이 약화됐던 것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였다.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비내러티브의 독립영화나 아방가르드한 실험영화, 디지털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과감히 자리를 내어온 전주영화제의 실험은 중요한 이력이 됐으나 결국 그렇게 성장한 감독들이 결국 부산영화제로 향하고 마는 현실도 때로는 한계로 간주됐다. 그럼에도 몇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대강의 공감대가 있다. 우선은 전주영화제가 작은 부산영화제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수작(手作)이었다고 평가를 받은 영화와 문학의 만남('숏!숏!숏!2013' 등)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영화 제작사와 출판사의 만남을 주선하는 기획 '북 투 필름'(BOOK TO FILM)으로 시도됐고, 올해 국제경쟁 심사를 맡은 배우 정우성씨 역시 지난해 BIFF에서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 제약과 예산 부족으로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에서 비슷한 틀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완성도를 높인 결과물로 안팎의 호평을 받았고 늘 스타가 없는 영화제라는 오명을 씻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지만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와 색깔이 겹쳐져서는 안된다는 기우가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전주영화제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태국)차이밍량(중국) 등 세계영화의 기린아들을 먼저 발굴해왔던 것처럼 힘들게 도움닫기를 하는 전세계 독립영화계의 창구로서 입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단, 이는 규모의 확장을 야기하는 외적 성장이 아닌 지역의 인프라들과 함께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질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 영화평론가는 "전주영화제가 지역 내에서 전북독립영화협회전주영상위원회 등과 함께 전북의 영상산업 로드맵 안에서 중장기 비전을 함께 가져가려는 노력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제시했고, 또 다른 영화인은 "영화제가 직접 제작비를 투입해 영화를 제작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세계에서도 찾기 힘든 뛰어난 기획물인 만큼 그 틀은 유지하되 트렌드에 맞춘 기획으로 변신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주 영화의거리 내 상영관 확보와 지역에서 배출되는 영화인력 유출도 전주영화제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전주영화제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진 극장주를 설득할 명분, 지역 대학에서 나오는 그나마도 적은 영화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전주영화제와 함께 성장하며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은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8 23:02

전주영화제, 또다시 전주세무서 '세금 폭탄'

전주국제영화제가또다시 전주세무서의'세금 폭탄'까지 맞게 돼 재정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새로운 집행부를 꾸린 전주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전주세무서의 광고 수입료를 둘러싼 법리 해석의 이견으로 발생된 세금(3억2000만원) 부과 여파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최근 전주세무서로부터 세금(1억여 원) 부과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세무서가 부과한 세금은 전주영화제가 '디지털 삼인삼색'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 3명의 해외 감독에게 각각 500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 13년 간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별도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전주세무서는 그 중 환급 가능한 5년 분(2008년~2012년)의 1억여 원을 납부하도록 영화제에 통보한 것이다.이 문제가 새삼스레 불거진 것은 전주세무서가 외국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해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가 전주영화제 외에 국내 영화제에는 없어 소홀히 처리했다가 최근 사후 심사를 통해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는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부담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주영화제 성공 개최를 위해 투입돼야 할 예산이 또 다시 세금 납부로 쓰이면서 영화제의 내실을 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주세무서의 뒤늦은 세금 부과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부실한 회계 관리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7 23:02

14회 전주영화제가 남긴 과제 (상)사업비 확보

고석만호(號)로 꾸려진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4월25일~5월3일)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첫 심판대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그러나 이 고비를 넘겼더라도 내년 15회를 맞는 전주영화제와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지뢰밭이 남아 있다. 올해 세금 폭탄을 맞으며 휘청거렸던 조직위원회는 사업비 확보와 함께 영화제의 중장기 비전을 세우는 것을 과제로 남겼다. 특히 영화제 광고료 과세에 이어 최근 해외 감독 지원금에 대한 세금이 소급 부가되면서 만성적인 재원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전주영화제가 남긴 과제를 두 차례로 나눠 다룬다."충분히 예상했으나,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지난 3일 전주영화제 폐막 기자 회견에서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의 답변이 이것을 잘 말해준다. 새로운 스태프들로 꾸려진 전주영화제의 안정적 운영은 애초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조직위가 전주세무서로부터 영화제 광고료 수입을 놓고 부가가치세 과세(課稅)와 면세(免稅)를 번복하며 '세금 폭탄'(3억2000만원)을 맞아 영화제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던 것. 전주시는 전주세무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국세청이 지난 3월 전주세무서에 손을 들어주면서 행정심판 상급기관인 국세심판원으로 넘어간 상황. 결정이 나오려면 6개월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주영화제는또다시 전주세무서로부터 세금 1억여 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조직위가 3명의 해외 감독들에게 5000만원 씩 지원해 디지털 영화를 제작해오도록 한 '디지털 삼인삼색'에 붙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환산 가능한 5년치를 소급해 내도록 한 것. 전주영화제 측은 그러나 이의 신청을 하지 않고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전주영화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발전기금(국비)도 5000만원이 삭감된 6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예산 삭감의 이유는 지난해 프로그래머 해임 파문으로 촉발된 조직위 전면 쇄신으로 조직이 불안정했다는 것. 세무서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했던 조직위는 자체 부담한 까닭에 3억여 원이 줄어든 32억7000만원(지난해 35억6000만원)으로 영화제를 치러야 하는 벽에 부딪쳤다. 그 결과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다양한 영화평론가의 깊이 있는 해설이 곁들여지는 '시네마 톡'이 프로그래머들의 인맥으로 기획 돼 관객들이 배우며 성장하는 영화제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내년 15회를 맞는 전주영화제가 적어도 예산 때문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려면 예산 확보는 각별히 신경써야 할 대목이 됐다. 부산영화제 스태프들이 전주영화제로 합류하면서 장기적으로 스태프들이 이탈되고 조직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 부산영화제에서 활동했던 이상용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로 활동했던 안영수 제작배급실장이 JIFF로 포섭됐고, 기술자막팀이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를 오가며 순환 근무를 하고 있으나 일단 영화제 운영에 차질을 빚을 만큼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주영화제 스태프 임금이 국내 5대 영화제와 비교해 평균 70%에 그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스태프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처우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7 23:02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결산】'좌석 점유율 79%' 소폭감소'…영화와 문학의 만남 뜻깊어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4월 25일~5월 3일)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던 영화제는 프로그램의 구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여기저기 터져 나온 악재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국내외 심사위원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되며 영화제의 전통과 미래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숏!숏!숏! 2013'과 '카프카 특별전'을 통해 영화와 문학을 시도한 점은 뜻깊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상영작이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전주영화제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정지영 감독이 제작을 맡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표현대로 '얌전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으나 정치적 색을 무리하게 덧씌운 정부의 입장 표명으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홍보대사를 대신해 평론가감독배우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관객과의 대화(GV)와 지프 클래스 등은 더 넓고 깊은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다.그러나 영화제 내내 계속된 자막 사고와 우왕좌왕한 JIFF지기 등은 영화제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듯했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충분히 예상했으나 또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극장 안은 천국 같았고 밖은 우울했다"며 재치있는 반어법으로 거듭 정중하게 사과했다. 이어 "조직이 바뀌어도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카프카 특별전''숏!숏!숏!' 돋보여대중성 치우친 일부 작품 선정 아쉬움 = 올해 전주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는 46개국 190편(장편 120편단편 70편). 지난해 42개국 184편(장편 137편단편 47편)에 비해 6편이 늘어나 모두 319회의 상영 횟수를 기록했다. 반면 유료 관객수는 6만5300명으로 지난해 6만7144명에 비해 1844명이 줄었고 좌석 점유율도 79%로 지난해와 비교해 1.1% 감소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의 선전은 이례적이었다. 한국단편경쟁과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가 최고 인기 섹션으로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최고 인기작 상영작 베스트 10(가나다순)은 '디지털 삼인삼색 2013', '마스터', '마테호른', '성', '숏!숏!숏! 2013', '아자가사미의 말', '천안함 프로젝트', '타협', '폭스파이어', '환상속의 그대'가 선정됐다. 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시도한 '숏!숏!숏! 2013'는 높은 완성도로 선보이면서 전주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2013' 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대중성으로 보폭을 넓힌 것은 바람직하나 전주영화제가 부산영화제와 차별화되는 방향의 프로그래밍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 경쟁 심사를 맡았던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이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고 지적한 것도 심사위원들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달라 영화를 보는 관점이 판이하게 다른 까닭이기도 하지만 출품작 수준이 들쭉날쭉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다름아니다. △ 상금은 늘고 판권 사업 확충 = 조직위는 국제영화제 위상에 걸맞게 경쟁 부문 상금을 높였다. 일단 국제경쟁 중 1편을 선택해 전북대가 수여하는 '전대상'(대상상금 2000만원)을 신설했다. 국제경쟁한국경쟁에 선정된 한국영화 1편에 전용관 개봉(2주 이상)홍보마케팅비 2000만원을 지원하는 'CGV무비꼴라쥬상'은 현금 1000만원과 차기 작품에 기획개발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됐다. 저예산독립예술 영화의 제작유통배급을 돕기 위한 '제5회 전주 프로젝트 마켓'(JPM)은 상금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모두 1억1000만원의 상금과 3000만원 상당 현물 지원 등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올해는 상금 2000만원과 현물지원 2000만원 등에 그쳤다. 다만 기존 사업이 기획 발굴 단계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제작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 (사)전주영상위원회와 (재)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하나로 묶은 것이 특징. 전주프로젝트마켓 프로모션 피칭에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등 영화관계자들이 독립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으나 영화제를 와서 최근 경향에 맞게 기대되는 작품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내년에는 펀드 규모를 더욱 늘려 작품들의 배급상영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프지기 교육 미숙 등 운영 허점 노출돼 = 조직위의 거듭된 사과에도 영화제 동안 미숙한 운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첫 공식 행사인 개막작 '폭스파이어' 시사회 때부터 자막 사고가 나더니 시네마 페스트에 초청된 노옐레 데샹 감독의 '꿈꾸는 자들' 상영 중에도 잠시 자막이 나오지 않았다. 상영관 내 지프지기가 영화제 전반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도 빈번했고,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한 세심한 안내가 부족해 길을 잃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영화제를 찾는 취재진과 게스트에 대한 배려도 요구됐다. 지난 26일 류승완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참석해 많은 취재진이 몰린 국제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프레스라인이 불분명해 잠시 고성이 오갔다. 또한 지역 영화 전문가들에게 게스트 카드 발권이 이뤄지지 않아 정작 지역 영화계 인사들의 냉소를 사는 실수도 이어졌다. 이벤트가 취소되는 일도 많아 영화 외에 볼거리가 적다는 불만도 계속됐다. 지난달 27일 예정돼 있던 아름다운 경매, Sachoom 공연, 야외 영화 상영 등이 비때문에 취소됐다. 하지만 조직위 측은 홈페이지 등에 취소 공지를 올렸을 뿐 대체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의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마스터 클래스와 일부 시네마 클래스토크 크래스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면서 축제 분위기로 이어지지 못했고, 영화 야외 상영 3회 중 2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옛 공무원복지매장은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이화정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5.06 23:02

JIFF 말·말·말

△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금지? = 정부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일침.△ 개그 본능 주체 못해 = 개막식 사회자 전현무. 개막작 '폭스파이어' 로랑 캉테 감독에게 전주비빔밥과 뜬금없는 물짜장을 추천. 물짜장 통역 어려움 생기자 "워터 짜장"이라고 소개해 웃음 바다.△ 빚 내서 영화 찍다 = '2013 디지털 삼인삼색'기자 시사 회견 뒤 퇴장하는 에드윈 감독에게 던진 첫 질문. "JIFF에서 준 제작비(5000만원)로 이걸 다 찍었어요?" 디지털 삼인삼색 본래 분량은 30분 안팎이나 에드윈의 '누군가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는 러닝타임이 55분이나 됐다.△ 못 말린다, 못 말려 = '숏!숏!숏! 2013'의 '비상구' 연출한 이상우 감독에게 날아온 돌직구. "감독님 왜 그렇게 남녀의 성기에 집착하세요?" 일순간 침묵. 감독의 자연스런 대답. "그렇다고 제가 변태는 아닙니다. 자위는 많이 하지만."△ 나보다 아내가 JIFF 고마워 해 = 전주프로젝트 프로모션 다큐멘터리 피칭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혁지 감독. "몇 개월 만에 집사람에게 돈을 가져다 줄 수 있겠다" 고 기뻐해.△ 나랑 저녁 먹을 사람!! = 존 조스트 감독은 30일 '카츠라시마섬의 꽃'상영 뒤 GV에서 저녁 먹을 사람을 찾았다. 혼자 밥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굶겠다고 으름장을 내놨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혼자 밥을 먹었다는 후문.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6 23:02

영화 '마스터'·'미카엘 하네케 감독' "불편한 진실 압축시켜 보여줬다"

지난 1일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상영된 화제작 '마스터'가 끝나자 관객들은 뒤숭숭한 악몽을 꾼 얼굴로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도대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이걸 대체 왜 보라고 한 거야"라는 불만이 가득했다. 크리틱 톡에 나선 영화평론가 한창호씨는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도 확인했듯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모호함이 폴 토마스 앤더슨의 특성인데, 객석은 이것을 미덕으로만 바라보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족과 기억'을 주제로 레슬링, 가족 사진, 프로세싱(치유의 과정), 도리스의 집 등을 키워드로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려갔다.영화는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군인 프레디가 종교(사이언톨로지)에 의해 치유가 아닌 미궁에 빠지는 과정이 담겼다. "2차 대전 이후 전쟁 트라우마로 사이언톨로지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게 전염병처럼 번졌고, 영화'매그놀리아'를 찍으면서 톰 크루즈와의 친분으로 사이언톨로지를 더 깊숙이 알게 됐다"는 것은 그를 통해 안 영화의 앞뒤쪽 사연. "'힐링'을 외치는 우리나라가 전쟁 상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감독의, 그의 진단에 객석은 뒤늦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음날 전주 메가박스에서 상영된 '미카엘 하네케 감독'(감독 이브 몽마외르)에서도 진중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람객들의 열기가 이어졌다. 크리틱 톡에 다시 나타난 평론가 한창호씨는 하네케 작품을 두고 "불편한 진실을 압축시킨 영화"라고 정리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하얀 리본'(2009)과 '아무르'(2012)를 비롯해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진실 이면의 참혹한 진실에 눈을 뜨라고 다그치는 영화. 그는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잔인한 범죄 등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는 것은 그것은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 영화가 허가된 것을 넘어서는 '외설'이길 바란다"는 감독의 말을 인용한 그는 '영하 20도 칼바람'이 부는 비관주의자 하네케와의 만남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6 23:02

JIFF '전대상', 이브 드부아즈 감독 '파괴된 낙원'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상'전대상'에 프랑스 이브 드부아즈 감독의 '파괴된 낙원'이 선정됐다. '파괴된 낙원'은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루시가 엄마를 그리워 하는 가운데 해체된 가정에서 화분처럼 자라는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올해 국제경쟁부문에 출품된 10편의 영화 중 동시대의 사회상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감독은 상금 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작품상에 수여되는 '우석상'은 일본 오자와 마사토 감독의 '깃털'과 필리핀 드웨인 발타자르 감독의 '맘메이 아저씨'가 공동수상하며 각각 미화 5000달러를 상금으로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올해 심사를 하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이 없어 많은 시간을 두고 논의를 했고 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했다. 심사 대상작이 10편에 그쳐 아쉬웠다"고 총평했다. 이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류승완 감독은 "심사가 난항을 겪은 것은 서로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영화가 없었고 이는 4개국에서 온 심사위원들이 살아온 문화적인 토대가 달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문화를 이해하는데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한국경쟁부문 대상인 'JJ St☆상'에는 박정훈 감독의 '디셈버', 상금 1000만원홍보마케팅비 2000만원차기 작품 기획개발로 1000만원을 지원하는'CGV무비꼴라쥬상'은 강진아 감독의 '환상속의 그대', 정영헌 감독의 '레바논 감정'이 공동 수상했다.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인 김영하 소설가는 "해외이주, 재개발, 철거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극영화인 '디셈버'는 감독이 자신의 언어를 구축해 자의식을 가지려고 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국제경쟁△ 전대상 = '파괴된 낙원(감독 이브 드부아즈)'△ 우석상 = '깃털(감독 오자와 마사토)', '맘메이 아저씨(감독 드웨인 발타자르)'△ 전은상(심사위원특별상) = '눈물과 웃음의 베오그라드 안내서(감독 보얀 불레티치)'◇ 한국경쟁△ JJ St☆상(대상) = '디셈버(감독 박정훈)'△ CGV무비꼴라쥬상 = '환상속의 그대(감독 강진아)', '레바논 감정(감독 정영헌)'△ 관객평론가상 = '마이 플레이스(감독 박문칠)'◇ 한국단편경쟁△ 대상 = '잘 먹고 잘 사는 법(감독 정한진)'△ 감독상 = '가면과 거울(감독 민병훈)'△ 심사위원특별상 = '두 신사(감독 박재옥)'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5.06 23:02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혹평' 속 폐막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독립예술 영화의 향연'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심사위원들의 혹평 속에 폐막했다.고석만 집행위원장이 부임하고 첫 번째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중성 면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작품성과 영화제 운영에 대해서는 평균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특히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가혹하리만치 냉정했다.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감독은 4일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출품작 수가 너무 적고 작가 정신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면서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없었다"고 혹평했다.그는 이어 "저뿐 아니라 모든 심사위원도 같은 생각이었다"면서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류승완 감독도 "영화를 만든 감독들의 등장인물을 다루는 태도와 미래지향적인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했다"며 "하지만 열정적으로 지지할 만한 영화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그는 또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서로 너무 다른 문화적 토대를 갖고 있어 이견이 많았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원래의 전통성인 대안적인 가치와 형식적인 실험을 뛰어넘어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총평했다.상영작 자체의 혹평뿐 아니라 영화제 운영에 대해서도 언론계와 관객들의 지적이 이어졌다.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는 6만5천300여명, 좌석 점유율은 79%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다.영화제 기간인 9일 중 사흘 동안 비가 내린 것을 가만하면 나름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하지만 개막식이 끝나고 개막작 상영이 지연되고 상영 중인 영화가 장비 문제로 자막사고가 나는 등 운영 측면에서도 미흡했다.또 우천으로 야외행사가 취소됐을 때 관객 공지 문제 등도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가져다 틀어주는 영화제가 아니고 새로운 시도와 미래 영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통성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에서 너무 작가주의에 빠져 무겁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선정했다"고 말했다.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운영 미숙에 대한 지적에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고 첫 영화제라 스태프 사이에 호흡이 아직 잘 맞지 않았다"면 "미숙한 부분을 인정하고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앞으로 안정된 팀워크를 꾸리고 매뉴얼 등을 만들어 운영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연합
  • 2013.05.03 23:02

'9일간의 시네마 여행' 오늘 막 내려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가 9일간의 시네마 여행을 뒤로 하고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3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폐막식은 한국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환상속의 그대'의 주연인 이영진과 한예리가 맡는다. 이영진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한예리는 '코리아'에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제작지원금 2000만원이 주어지는 '전대상'이 수여되는 국제경쟁을 비롯해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 시상식이 열린다. 이와 함께 폐막작 '와즈다'가 상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의 첫 장편영화. 아랍 사회에서 여성 감독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고 그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쳐 장편영화를 완성했다는 점이 의미 있는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전주영화제가 내건 자유·독립·소통 아래 영화 예술의 다양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며 관객과 시민, 영화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주영화제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5.03 23:02

리뷰-폐막작 '와즈다'

"하지마~."올해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와즈다'에서 셀 수도 없이 이 말이 등장한다. "무엇을 시도하라"보다는 "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게 더 익숙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특히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금기 사항을 위반했을 때 제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영화 '와즈다'에서도 이런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에서는 유독 여성들에게 '하지 말라는 것'이 더 많다. '다리 벌리고 앉지 마라' 등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억압은 명함도 못 내민다. '검정색 신발 신어라', '생리기간에는 코란을 만지지 마라', '자전거를 타지 마라', '거리를 다닐 때는 얼굴을 가려라', '매니큐어 칠하지 마라', '남자가 있는 곳은 피하라', '큰 소리를 내지 마라' 등.남녀의 생활영역이 엄격히 구분된 아랍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어쩌면 억압이라는 원죄를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영화의 주인공 와즈다와 그의 어머니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진다. 영화의 첫 장면은 상징적이다. 다른 소녀들이 모두 검정색 신발에 단아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지만 와즈다는 활동적인 운동화를 신고 있다.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라디오를 듣는 그의 모습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아랍 여성과 거리가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던가. 와즈다는 돌출행동 때문에 교장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땡볕에 홀로 서 있는 형벌을 받는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순종적인 삶을 살지만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는다. 아껴둔 돈을 모아 빨간색 드레스를 구입해 남편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자신을 절제하며 포기한다. 이런 가운데 '모난 돌' 와즈다는 남자 친구인 압둘라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게 꿈이다. 아랍사회에서 인정할 수 없는 금기에 도전한 것. 손에 쥔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와즈다는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친구 대신 연애편지를 전해주고 축구 응원에 쓰이는 도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팔아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 모은 푼돈으로는 도저히 자전거를 살 수 없다. 이에 더해 주변의 반대도 와즈다를 힘들게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와즈다의 꿈을 가로막는 것은 모두 여성이고 남자 친구인 압둘라만이 그녀를 응원한다. 어느 날 와즈다에게 큰돈을 가질 기회가 온다. 자신을 억압했던 이슬람 문화의 집약체인 코란을 암송하는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잠시 외도를 선택한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슬람 문화가 강요하는 억압에 굴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와즈다의 위장전술을 훌륭했다.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고 꿈에도 그리던 자전거를 획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하지만 상금으로 자전거를 산다는 말에 교장선생님은 정색을 하고 와즈다에게 상금을 기부할 것을 강요한다. 이때 자신의 꿈을 강탈당한 와즈다는 교장선생님에게 '그레이트 빅 엿'을 날린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교장선생님의 추문을 폭로해 버린 것. 날아가 버린 것 같았던 와즈다의 꿈은 그의 행동을 반대해 왔던 어머니가 이뤄준다. 남편에게 잘 보이려고 사려 했던 빨간 드레스를 포기하고 대신 딸의 꿈에 힘을 실어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이 장면을 통해 아랍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희잡 속 감춰진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다.

  • 영화·연극
  • 김정엽
  • 2013.05.03 23:02

"절망 딛고 다시 시작하는 삶은 예술"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고 알려진 미국의 존 조스트 감독은 의외로 푸근한 아저씨 인상이었다. 지난 30일 전주 메가박스 8관에서 '카츠라시마섬의 꽃'(이하 '카츠')을 상영한 뒤 관객과의 대화(GV)에 나타난 존 조스트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일본 할머니와 수줍은 로맨스에 이어질 뻔했던 사연을 고백하며 웃고 함께 저녁식사를 먹을 친구를 찾는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전주영화제는 감독에게 꽤 낯익다. 2007년 생애 첫 번째 직업이었던 연세대 대학원 교수 재직 시절부터 그는 JIFF를 꾸준히 찾았다. 스스로를 '문화적 스펀지'라고 할 만큼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포르투갈,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살았던 경험이 영화 제작의 밑천이 됐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강민영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그러나 존 조스트 감독이 '영화보다 낯선'에 '카츠라시마섬의 꽃'과 '타협'을 두 편이나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상영된 '카츠라시마섬의 꽃'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일본인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2011년 일본의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갔다가 피해를 입은 지역을 더 가까이 관찰하기 위해 카츠라시마 섬에 갔고 NGO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감독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인터뷰어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날 겪었던 일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 쑥대밭이 된 재난을 차분하게 회상하는 그들의 독백은 다시 시작되는 삶이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했다.그가 이번에 내놓은 또 다른 화제작'타협'은 해체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로 미국 실험영화의 거장 제임스 베닝이 매정한 아버지 역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연기에 대한 거부감에도 흔쾌히 응한 제임스 베닝은 "영화의 첫 장면까지 제안하는 훌륭한 배우로 열연했다"고 감독은 기억했다.JIFF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로 "페드로 코스타 회고전에 소개된 '행진하는 청춘'(Colossal Youth)과 제임스 베닝 감독의 '루르'(Ruhr)"를 꼽은 감독은 "그러나 돈 없이 영화를 만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2 23:02

까미유의 불행은 누구 책임인가

줄리엣 비노쉬가 등장하는 '까미유 클로델'(감독 브루노 뒤몽2013이하 '까미유')을 선택한 이유는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했던 '까미유 클로델'(감독 브루노 뉘탱1988)와 비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거두절미하면 풍부한 내면 연기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줄리엣 비노쉬가 카미유의 말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30일 전주CGV에서 만난 '까미유'는 무려 24살을 극복한 로댕의 연인이자 천재 조각가와의 소통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크리틱 톡'에 나선 영화평론가 서동진(추계예술대 교수)은 대신 브루노 뒤몽 감독이 제시한 '까미유'가 애초부터 소통을 차단한 영화라는 혐의를 해명하고 미카엘 하네케 감독과 비교해 새로운 '윤리적 시험지'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던 까미유와의 결별을 선언합니다. 1915년 정신병원에 감금된 까미유는 '로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고통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동생 폴은 여기서 제발 꺼내달라는 까미유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가면서 누나를 감금시킵니다. 왜 그럴까요."애당초 감독은 "까미유와는 비슷한 그러나 또 다른 폴의 광기에 매료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까미유의 광기를 예술가의 기질로 간주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도 됐을 동생이 굳이 돈을 줘가며 누나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아이러니에 관해 여러 갈래의 해석이 나왔다. 결국 폴이 '선택받은 자만이 신에게 구원 받는다'는 종교 교리를 찾아 까미유를 이해했던 것처럼 까미유가 자신에게서 불행의 씨앗을 찾길 바랐다는 것으로 대강의 결론이 모아졌다.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파토스(Pathos예술의 주관 감정적 요소) 윤리학과 브루노 뒤몽 감독의 에토스(Ethos예술에 담긴 도덕 이성적 특성) 윤리학을 비교해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친 원인은 때때로 찾기 어렵다는 파토스가 하네케의 영화라면, 기어코 찾고야 말겠다는 에토스가 브루노의 영화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는 것. 하지만 서동진은 30년 넘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 했던 까미유의 인생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라는 질문은 던져도 답은 찾지 못한 영화라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영화는 까미유의 절망적인 표정과 생의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는 정신병자들의 텅 빈 표정이 롱테이크로 이어지면서 객석에 불편한 화두를 던지지만 마지막 까미유의 얼굴에서 그 어떤 것도 읽어낼 수 없어서다. 우리가 알던 까미유와의 작별은 그래서 낯설고 답답했다.

  • 영화·연극
  • 이화정
  • 2013.05.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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