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체육, 선수가 없다 (상) 현황 - 엔트리 못채워 일반학생 출전도
"전북엔 선수가 없다." 어느 종목을 가리지 않고 전국대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기라성같은 선수를 배출하고, 이들이 훗날 중앙 체육계 안팎에서 회장이나 전무를 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것은 까마득한 과거의 이야기다. 현실은 선수가 없어 엔트리를 채우지 못하거나, 팀이 있다해도 형식적인 외형만을 갖춰 겨우 출전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도교육청은 11월 한달간 내년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할 1차 선발전을 치르는데, 핸드볼, 럭비, 카누, 볼링, 조정, 하키, 소프트볼, 요트 등은 선발전을 아예 치르지 않는다. 선발전을 치르는 종목들도 대부분 형식적인 평가전에 머무를뿐 실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전북 대표를 뽑는일은 거의 없다. 선수의 씨가 마르다시피한 때문이다. 전북 스포츠 선수의 부족현상과 원인, 장단기적인 대책을 두차례에 걸쳐 다룬다.지난 17일 대구에서 폐막한 제93회 전국체육대회는 전북 스포츠가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전주기전여고 농구부의 경우 단 5명의 선수만으로 출전했다.여고 농구는 엔트리가 12명인데 실제 경기에 나서는 5명만으로 출전할 경우 상대가 얕볼 수 있기 때문에 일반학생 한명을 포함, 6명이 출전했다.김제고와 김제여고 하키팀은 전문 하키 선수가 없어 일반 선수에게 단복을 입혀 뛰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엔트리가 16명이고, 실제 경기장에 투입되는 선수가 11명인데, 엔트리는 커녕, 11명조차 채우지 못한 때문이다.전북체고 여자테니스 선수들의 사정은 더 기가 막히다.여고 단체전의 경우 5전 3선승제인데, 규정상 2명의 선수로는 최고 3게임밖에 뛸 수가 없다.따라서 전북은 여고단체전 명단을 제출하면서 5경기 명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3경기 명단만 제시했다.단 2명의 선수가 출전했지만, 전북은 단식-단식에 이어 복식경기에서 이기면서 1회전을 통과했다.이를 지켜본 도내 체육인들은 "선수들의 오더조차 제시하지 못할만큼 전북은 심각한 선수 기근현상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혀를 끌끌차기도 했다.물론, 사례로 든 것은 극단적인 경우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다른 종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전국체전의 경우 테니스, 정구, 배구, 탁구, 핸드볼, 럭비, 사이클, 궁도, 승마, 체조, 하키, 조정, 롤러, 요트, 카누, 골프, 핀수영, 세팍타크로, 트라이애슬론, 당구 등은 제대로 된 선발전을 개최하지 않았다.선수 모두를 출전시켜도 못나가는 세부 종목이 많은데 굳이 선발전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물론, 평가전 형식을 통해 선수를 선발하는 등 나름대로 절차를 밟기는 하지만, 전북의 대표선수가 되기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농구나 복싱, 양궁, 사격, 검도 등은 고등부만 선발대회를 개최했다.지역 선발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출전한다고 해도 쟁쟁한 선수들이 모인 전국대회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선수가 없어 아예 지역 선발전을 치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때 선수나 팀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불문가지다.그러면 곧 시작될 전국소년체전의 경우는 어떨까.전국소년체전의 경우 훈련비나 출전경비 등을 정부나 도교육청 등에서 모두 지원하면서 출전을 독려하기 때문에 대다수 종목에 선수가 출전한다.초등부 17개 종목, 중학교 32개 종목으로 한정돼 종목도 적고, 초보 선수가 출전하는 경우도 많다.하지만 전국소년체전 역시 선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태권도, 육상, 수영 등 일부 종목의 경우 치열한 선발전이 열리지만, 상당수 종목은 형식적인 평가전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이와관련,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정경회 교수는 "엘리트 선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학교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되, 종목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쪽에 방점을 둬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선수 고갈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전북 스포츠가 아예 고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스포츠클럽에서 해답을 찾으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