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올림픽 진입 경쟁.. 강대국의 힘겨루기
28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어코드 컴뱃 게임(Sportaccord Combat Games)'에서는 일반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소외된 격투기 종목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무술 올림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내에서 각 분야의 고수가 기량을 펼치는 가운데 경기장 밖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대국의 힘겨루기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과 관련한 경쟁이다. 이번 대회에는 총 13개 종목이 초청받았다.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필두로 우슈, 복싱, 무에타이, 킥복싱, 유도, 주지스, 가라데, 검도, 스모, 합기도, 레슬링, 삼보 등이다. 이 가운데 올림픽 정식 종목은 태권도, 복싱, 유도, 레슬링 등 4개다. 나머지 9종목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무술이지만 보편적 지지를 얻지 못해 올림픽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9종목 가운데 특히 가라데(일본), 우슈(중국), 삼보(러시아) 등은 초강대국인 종주국의 힘에 기대어 올림픽 무대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유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은 새로운 격투기를 띄우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은 대회 조직위원장인 안토니오 에스피노스 오르투에타가 세계가라데연맹(WKF) 총재라는 점을 100% 활용해 유도, 가라데, 검도, 스모, 합기도 등 일본에 뿌리를 둔 종목을 대거 포함했다. 특히 일본은 가라데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격투기 가운데 올림픽 정식 종목에 가장 근접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가라데는 작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2016년 하계올림픽 추가 종목을 추천할 때 1차 투표에서는 5표를 얻어 골프(3표)에 앞섰다가 4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깝게 역전패했다. 결국 골프는 럭비와 함께 2016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에는 반드시 가라데를 추가 종목으로 넣으려고 정부, 기업체, 언론 등이 모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가라데 체육관을 지어주는 등 저개발국에 다양한 지원을 하며 지구촌의 인심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중국은 우슈 밀어주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우슈는 국제연맹(IWUF)의 설립 시기는 1990년으로 다른 종목에 비해 늦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140여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거느릴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해 관심을 모으려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개막식 때 우슈를 집중적으로 노출했고 29일 열린 공식 학술 포럼 때도 우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알리기에 나섰다. 삼보는 러시아어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 호신술'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국기로 대접받고 있으며 동유럽권 국가에서는 매우 널리 알려졌다. 삼보는 가라데에 비해 세계적 인지도는 낮지만 초강대국인 러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종목이라는 게 강점이다. 특히 러시아 정계의 실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삼보 선수로 직접 뛰기도 하는 등 유력 정치인들이 삼보의 후원자로 포진하고 있다. 스포츠 외교계에서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 닥칠 경우 삼보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가진 셈이다. 삼보는 이번 대회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대회 기간인 1일 국제삼보연맹(FIAS) 임시 총회를 연다. FIAS는 총회에서 러시아 모스크바에 자리 잡은 연맹 본부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 건물로 이전하는 안을 다룬다. 이것도 결국 삼보를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포함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한편 태권도는 IOC가 기존 26개 종목을 모두 잔류시키기로 하면서 2016년 올림픽까지 정식 종목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각국 격투기의 도전을 뿌리치고 꾸준히 이런 위상을 지키려면 기업체 후원이나 정부의 정책 지원 등 다양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