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를 낳으려면 굴착기 기사를 하라?
인구 2000명이 채 안되는 완주군 운주면에 쌍둥이 아빠가 잇달아 나오면서 주민들 사이에 쌍둥이를 낳으려면 굴착기 기사를 해야 하는 것이여?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둔산 아래 산골 작은 마을인 운주면 장선리와 완창리에 거주하는 권혁태(57), 박동춘(50), 강호(48), 임철권(36) 등 굴착기 기사를 직어로 둔 4명이 쌍둥이 아빠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300세대 정도가 거주하는 장선완창 마을에서 당초 주민들은 물론 당사자들끼리도 서로 쌍둥이 아빠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지역에 쌍둥이 아빠가 넷씩이나 되고, 직업도 같은 판박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5년 전 이들이 완주 기네스 공모를 보고 응모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우선 이들의 직업은 굴착기 기사이다. 또, 자녀가 모두 이란성 쌍둥이다. 이란성 쌍둥이는 각기 다른 두 개의 난자와 두 개의 정자가 수정하기 때문에 성별과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 나이가 제일 많은 권혁태 씨가 1996년에 가장 먼저 이란성 쌍둥이를 얻었고, 6년 뒤인 2002년에 강 씨가, 다시 10년 뒤인 2012년에는 박 씨와 임 씨가 각각 이란성 쌍둥이를 낳은 것.
올 6월말 현재 운주면 전체 인구는 1120세대에 1985명이다. 통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주면 지역에서 일하는 굴착기 기사를 50명이라고 전제할 때, 특정 동네에서 같은 업종에 몸담고 있는 4세대가 그것도 이란성 쌍둥이를 낳을 확률(독립시행의 확률)은 대략 0.0019%정도다. 확률 상으로 1만분의 2, 그러니까 극히 찾기 어려운 사례다.
이들 4인의 공통점은 더 있다. 같은 초중학교(운주초, 운주중)를 나와 고등학교는 충남 논산시에서 졸업했고, 서로 반경 2km 안에 본가를 두고 고향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도 똑같다고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강 씨의 부인 노해정 씨와 박 씨의 부인 이현주 씨가 과거 대전의 한 백화점 1층과2층에서 수년 간 함께 근무했고, 똑같이 남편따라 운주면에 정착했다는 점.
완주기네스 응모를 통해 희한한 운명의 끈을 확인한 이들은 이후 매달 1회 정도 모임을 가지면서 우의를 다지며 살고 있다. 박 씨와 강 씨는 아예 사무실도 같이 쓴다.
박동춘씨는 두 동네에 왜 쌍둥이가 많이 태어났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쌍둥이 아빠라는 공통점을 알기 전보다 훨씬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씨는 같은 곳에서 태어나 비슷한 삶을 영위하며 자녀까지 같은 쌍둥이를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신기했다며 우연과 같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돕고 격려하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하다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은 지난 2015년 개청 80년을 기념해 완주기네스 128건을 선정한 데 이어, 올해 다시 개청 85년을 기념해 완주기네스 재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직업도 같은 쌍둥이 아빠 4명을 포함한 150건의 기네스를 재선정했고, 완주기네스북은 11월에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