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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인협회장 후보에 조미애·백봉기 최종 등록

전북문인협회가 제33대 신임 회장 선거를 치르기 위한 후보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로써 지난 2020년 김영 회장이 단독 후보로 무투표 당선된 이후 3년 만에 후보들 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9일 전북문협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접수한 결과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과 백봉기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등록했다. 기호 1번 조미애 회장은 전남 진도 출생으로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과학교사교육 연합회장,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새천년 한국문인상, 전북예술상, 전북여류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 등을 포함해 2017년 올해를 빛낸 인물대상, 2022년 올해를 빛낸 문화예술 대상 등을 받았다. 기호 2번 백봉기 회장은 군산 출생으로 KBS PD로 활동했으며 전북예총에서 사무처장으로 10여 년 넘게 근무했다. 주요 수상경력은 군산시문화장과 전북문학상, 몽골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오전 10시 전북문학관에서 진행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19 17:40

전북특별자치도 D-30 ‘K팝 넘어 K소리로 만드는 특별한 전북’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 등 특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며 규제 완화를 위한 전북특별자치도 특례 규정 마련으로 권한이 이양되며 전북만의 특화산업 지구 추진에도 나설 수 있게 된 토대가 됐다. 내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30일 앞두고 전북에서 추진 중인 문화산업진흥지구는 문화산업 관련 기업 및 대학, 연구소 등의 밀집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지역으로 문화산업 관련 시설 집적화를 통한 문화산업의 영업활동·연구개발·인력양성·공동제작 등을 장려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지정되는 지역을 말한다. 도는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 및 대학, 기관 등의 집적화가 가능해지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문화산업진흥지구의 경우 전북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전주, 완주 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18일 전북도에 따르면 특례 조항에는 도지사가 문화산업진흥지구를 지정‧해제할 수 있으며 각종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케이문화콘텐츠지원센터’의 설치 근거로서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우수한 문화 역량을 산업과 연계하는 발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전북지역 내 무형문화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케이문화콘텐츠지원센터 건립 비용인 총 480억원(국비 50%, 지방비 50%)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란 점이다. 문화산업진흥지구 지정을 담은 특례와 더불어 전문인력 양성기관 지정과 문화산업 관련 기업 지원 관련 특례 또한 관심을 받고 있다. 전북의 문화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기관과 교육‧훈련 실시하는 기관‧단체를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는 근거조항 내용이 담겨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관련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내 문화상품 제작 프로젝트와 문화상품 제작자 및 문화기술 개발자를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우수 문화프로젝트 및 우수 문화사업자의 추천 특례조항도 담겨 문화산업을 통한 도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도가 지니고 있는 판소리와 같은 우수한 문화적인 역량을 산업과 연계한다면 K팝을 넘어 K소리로 만드는 특별한 전북을 위한 지역 문화콘텐츠 산업이 한층 더 발전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화영 전북도 문화산업과장은 “전북특별자치도가 문화산업 생태계의 획기적인 발전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케이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케이문화콘텐츠지원센터의 설치 등을 이루고자 국가 예산이 최종 반영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12.18 17:44

제19회 전북수채화협회 전시 24일까지 청목미술관

저물어 가는 한해 끝자락에 독특한 화풍을 지닌 매력적인 수채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제19회 전북수채화협회전이 19일부터 24일까지 청목미술관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전북수채화협회에서 회원으로 활동 중인 고지영, 김수정, 문환희, 박대원, 신현화, 안은순, 최인수, 홍승구 작가 등 52명이 수채화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과 일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서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묘사가 눈에 띈다. 또한 종이에서 묻어나는 맑고 투명한 수채화 특유의 표현 기법을 느끼게 한다. 전북수채화협회는 2004년에 창립 이후 2005년부터 해마다 정기전을 열고 있다. 협회에서는 80여 명의 수채화 전문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수채화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올해 19번째를 맞이한 전시는 역대 협회 회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미니 부스 전과 기부 전도 함께 마련해 진행한다. 김성춘 전북수채화협회장은 “그동안 세월의 흐름 속에 많은 부침과 더불어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전임 회장단 그리고 실무진의 노력과 아낌없이 성원해준 회원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북수채화협회전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귀한 작품을 출품해준 회원들에게 심심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8 17:44

전주시립합창단 제150회 정기연주회 '쉬시오, 평화 속에 모든 영혼이여'

전주시립합창단(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김철)의 제150회 정기연주회가 '쉬시오, 평화 속에 모든 영혼이여'란 주제로 2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독일을 기반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김도성 지휘자가 지휘를 맡으며 대중에게 친숙한 작곡가인 프란츠 슈베르트, 요하네스 브람스, 구스타프 말러 등의 작품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이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며 특별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의 첫 무대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모든 영혼들의 안식을 구하는 내용을 담은 ‘영혼을 기리는 날의 기도’다. 본래 독창과 피아노로 연주한 곡을 합창으로 노래하면서 객석에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다음 무대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으로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노래 왈츠’를 연주한다. 이어서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를 선보인다. 마지막 무대는 영국 작곡가 존 타베너의 ‘거룩한 이’를 들려준다. 이 곡의 가사는 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간결한 기도문으로 구성돼있다. 첼로 독주와 합창단이 마치 연극처럼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로 무대가 연출되며 첼로 연주는 박건우 첼리스트가 맡게 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나루컬쳐에서 예매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8 17:43

전북문화관광재단, 전주 원도심 쇼핑관광 활성화 위한 유학생 대상 팸투어

전주시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은 최근 전주 원도심 쇼핑관광 활성화를 위한 유학생 대상 팸투어를 운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단에서는 지난 11월말부터 전주 원도심 쇼핑관광 활성화를 위해 원도심을 연계한 당일 관광상품의 형태로 팸투어를 운영했다. 팸투어 참여 대상은 전북대와 전주대에서 학업 중인 유학생들이었으며 재단은 완주 대둔산, 임실 치즈테마파크, 남원 광한루 등 전북 내 대표적인 관광지와 원도심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재단에서는 전주 원도심 쇼핑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다양한 업종의 업체에 QR코드를 활용한 다국어 안내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도심 내 음식점, 공방 등지를 방문했을 때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다국어로 번역된 안내문을 QR코드를 활용해 개별 스마트기기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팸투어에 참여한 유학생들이 해당 업체를 방문하면 QR코드를 활용한 안내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유학생들은 “음식점에 가서 메뉴를 주문할 때 메뉴명으로는 어떤 음식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QR코드를 활용하면 다국어 안내뿐 아니라 자세한 설명까지 나와 있어 굉장히 편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확대됐으면 한다”고 후기를 남겼다. 재단에서는 팸투어 참여자와 각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사업계획 및 운영에 있어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김영호
  • 2023.12.18 17:43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기린미술관, ‘제13회 전라청년미술상’

전라청년미술상 수상 작가전이 열리고 있는 기린미술관을 찾았다. 찾아가 보니 무심하게도 전라청년미술상 운영위원장이 조각가 아들 이호철이었다. 미술상의 태동에 대한 정보로는 내 또래의 동료 서양화가 김치현 선생이 갑자기 요절 한 후 김치현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2011년에 도내 청년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해 오늘에 이른다. 처음에는 김치현 청년미술상으로 시상하다가 2019년에 상의 내실을 다지고 외양을 넓혀 전라청년미술상으로 하게 됐단다. 수상자에겐 ‘예사랑문화연구소’에서 창작지원금과 개인전을 후원한다고 한다. 1관에서는 금년도 수상자로 선정된 이선정 옻칠공예가의 개인전이 있고, 2관에서는 역대 수상자들이 작품 1~2점씩을 찬조하여 수상자를 축하하고 있었다. 공간예술을 총망라한 예술인들의 구성이었다. 1관의 올해 수상자는 옷칠공예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입체 평면 등 다양했다. 옛날 옛적에 대불대학에서 미학 강의를 할 때 한 여학생이 한 주는 결석을 했다가 그다음 주에 출석을 했는데 마치 벤허라는 영화에서 나오던 문둥병자처럼 온 몸을 싸매고 나온 것을 보고 난 다음엔 두려움에 옻닭도 못 먹었었다. 문헌에 의하면 옻칠은 우리나라에선 한참을 거슬러 이미 청동기 시절에서부터 발견되기 시작했으며 현대 과학제품에도 쓰일 만큼 광대하게 사용된다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자료를 본 대한민국 전통 자수 명장인 조미진 향교길68 관장이 한 마디를 곁들인다. 올해 전라미술상 수상자인 이선주의 작품도 훌륭하지만, 이 작가의 춘부장이신 이의식 선생의 업적을 극찬한다. ‘진정한’이나 ‘최고의’라는 수식어들이 남발 되리만치 많이 표현되는 것으로 보아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의 대를 잇는 가업이 된듯하다. 이선주 작가도 일본 교토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재원이라 한다. 2관에서는 역대 수상자 김용수, 이광철, 이홍규, 이호철, 서완호, 탁소연, 장영애, 정소라, 김성수, 이보영, 황유진, 강유진과 김동헌, 문리의 작품들이 각자 1~2점씩 출품돼 수상자를 축하하면서 전라청년미술상의 권위를 알리고 있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8 17:43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완성도 높아졌지만 이야기 전개 부분 미흡”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공모에 총 779명이 1993편을 응모했다. 지난 8일 공모 마감 결과 시 부문에 344명이 1308편, 수필 부문에 183명이 412편, 단편소설 부문에 149명이 161편, 동화 부문에 103명이 112편을 응모했다. 지난해(614명, 1649편)에 비해 응모자 수는 165명 늘었고 출품작 수는 344편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도 10대부터 80대 응모자까지 비교적 고른 연령층이 응모했으며 10대와 20대 등 젊은 층에서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전북보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응모자들이 많아 전국에서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해외에서 보낸 작품도 적지 않았다. 신춘문예 예심은 지난 14일 전북일보 본사 3층 역사전시실에서 진행됐다. 심사는 전북일보 문우회(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모임) 회원인 경종호·기명숙·김근혜·김영주·김헌수·박태건·안성덕·오은숙·이경옥·이진숙·장은영·장창영·정숙인·최기우·최아현·황지호 작가 등 14명이 함께했다. 올해는 가족 등 전통적인 소재와 자연 등 보편적인 주제의 작품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았다. 다만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미흡해 다소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 부문 예심 심사위원들은 35편을 본심에 올렸다. 심사위원들은 “연륜이 묻어나는 단어와 산문시가 많았다”며 “다만 필요 이상의 산문화된 긴 작품이 많아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필 부문에서는 18편이 본심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에 비해 문학성과 사고의 깊이가 남달랐다”면서 “대상을 바라보는 눈이 섬세하고 사유의 감각, 정서화한 작품들이 많아 선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15편이 본심에 올라갔다. 심사위원들은 “시대를 반영하는 패기 있는 이야기가 드물었지만 안정된 문장과 구성력, 확장된 서사 공간 등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 많았다”면서도 “작품 초반의 강한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고 평했다. 동화 부문에서는 5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는데 판타지, SF 등 소재와 주제가 다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의인화 동화가 주를 이뤘지만 소재부터 주제 선정이 지난해에 비해 다양하고 신선했다”면서도 “어린이가 직면한 문제와 상황을 드러내기보다 어른의 시선에서 단편적으로 드러낸 작품이 많아 동화란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당선작은 본심을 거쳐 2024년 1월 2일자 본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한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보한다.

  • 문학·출판
  • 김영호외(1)
  • 2023.12.17 17:03

2023 교동미술상 수상작가전, 19일부터 31일까지 교동미술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은 2011년부터 전북을 거점으로 창작열의를 갖고 자신만의 예술영역을 구축해오고 있는 지역의 미술가들을 선정하고, 창작지원금 및 기획초대전 후원을 통해 창작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수상제도인 ‘교동미술상’을 시행해 왔다. ‘교동미술상’에서는 만 40세 미만의 청년 미술가를 선정해 왔으며 2021년부터는 혜택의 폭을 확장해 만 60세 미만의 장년 미술가 부문을 추가하고 해마다 청·장년 부문 각각 1명씩, 총 2명의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2023 교동미술상’ 수상 작가는 장년 부문의 김철규 작가, 청년 부문의 김원 작가로 수상작가 전시가 19일부터 31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는 김철규 작가의 경우 ‘외연의 풍경 Symbol’과 김원 작가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다. 두 작가는 인간이 삶 속에서 느끼는 고뇌와 탐구를 화폭에 담아오며 자신만의 화면 언어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인간 존재를 향한 질문과 치열한 고민은 시대와 같이 호흡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철규 작가는 주름을 통해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넘어선 인지 확장, 인간 존재를 향한 사유를 드러낸다. 작가는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는 삶과 같이 물감을 덧대기로 갈아내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름을 형상화한다. 김원 작가의 경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화폭에 담으며 현대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예민한 관찰력을 드러내 왔다. 풍경과 인물 군상 작업을 교차하며 작업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동차, 나무와 같은 대상 속에서도 인간의 속성을 발견해 내며 인간을 향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인물 간의 관계에 주목하던 작가는 최근에 이르러 다시금 그가 바라본 내면의 풍경을 밤과 숲이란 풍경에 빗대 묘사하고 있다. 교동미술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대를 향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예술가들을 응원할 것이다”며 “‘교동(橋動)’이란 움직이는 다리의 정체성에서 나타나듯 지역민과 예술가들이 담론을 교류하는 소통의 다리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7 17:02

갤러리숨, 개관 10주년 차유림 기획초대전 개최

갤러리숨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진행 중인 기획 초대전 ‘플랫폼 어게인’이 마지막 순서로 차유림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진행될 전시에서 작가는 '경계 넘기'란 주제로 그동안 새롭게 추구해온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 2021년에는 '인간 다름의 차이'란 주제로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면 근래 들어서는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었던 상황에서 현대인의 삶과 경계의 의미에 대해 탐구 작업을 했다. 작가는 지금의 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말 중 ‘모호한 경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팝과 오폐라가 만난 ‘팝페라’나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팩션’이란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나는 우리 주변에 혼합되고 뒤섞인 모호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시대적인 흐름에서 작가는 삶에서 경험하고 맞닥뜨린 수많은 경계에 주목하고 예술가로서 사회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방식과 태도로 그 틀을 파헤치고 질문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취약한 본질과 경계로 이뤄진 현대사회의 현실을 작품 안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해 해학이나 연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랑을 그려내고자 했다. 작가는 개인전(17회)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왔고 한국미술협회, 지붕전, AX그룹, 화기애애, 평통예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수상경력은 전북미술대전 대상, 전국춘향미술대전 대상, 전북 청년미술상, 전라미술상 등이 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7 17:02

청년 50인 오케스트라 '바른', 크리스마스 콘서트 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50여 명의 청년들의 열정으로 온기를 전하는 공연이 펼쳐진다. 예술단 바른은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오케스트라 크리스마스 캐럴 콘서트’를 개최한다. 전석 무료. 전북문화관광재단 '2023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번 공연은 예술단 바른의 첫 무대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꿈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겨울철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르로이 앤더슨 작곡 썰매타기(Sleigh Ride)와 함께 장난스럽고 경쾌하게 시작되는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서는 피에트로 마스카니 작곡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오 홀리 나이트’, 드뷔시 작곡 ‘달빛’, 오즈의 마법사 수록곡 ‘Over the Rainbow’ 등이 연주된다. 이어 공연 후반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Op. 71’과 르로이 앤더슨 작곡가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 등 친숙하고 흥겨운 크리스마스 음악 메들리로 무대를 채운다. 이상훈 예술단 바른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창단 이후 첫 무대를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올릴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공연은 특별히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나이제한을 두지 않고 무료로 진행하기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50여 명의 청년들이 모인 만큼 바른에는 금관앙상블, 피아노 콰르텟, 타악기 앙상블 등 다양한 팀에 소속된 재능있는 단원들로 구성돼 있다”며 “공연에 함께하시는 분들이 2023년의 끝자락을 행복하고 따뜻하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창단한 예술단 바른은 만 29세 호남권 최연소 지휘자인 이상훈 지휘자를 비롯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50여 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예술 단체다. 이들은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한 아카이빙을 통해 색다른 감상 문화를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2.17 17:02

[전북의 문학 명소] 10. 문학으로 읽는 아프고 당찬 역사

△혼은 쉽사리 소멸하지 않는다, 만인의총 만인의총은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기 위해 왜적과 항전하다 전사한 군·관·민을 합장한 무덤이다. 그곳 광장에 서 있는 노래탑 <오늘이 오늘이소서>는 아무리 정교한 정책으로 민족문화를 말살하려 해도 그 혼은 쉽사리 소멸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새겨 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함락한 왜군은 조선의 도예기술을 얻기 위해 이삼평·박평의 등 2백여 명의 도공을 일본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일본에서 도예촌을 형성했고, 그 후손들은 지금 일본 도자기산업을 이끄는 중심인물이 됐다. 이삼평은 아리따야끼의 도조로 일본 도자기의 조상으로 추앙받으며, 박평의는 사쓰마야끼를 만들어 일본 도자기의 양대 산맥을 이끌고 있다. 사쓰마야끼의 심수관 가문은 현재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노래 <오늘이 오늘이소서>가 이들의 삶에 깊이 다가선 것은 대한해협에서 큰 불덩이 하나가 날아와 마을 뒷산에 떨어지면서부터다. 사람들은 이 일을 모두 화목하게 살라는 단군의 계시로 해석했고, 그 자리에 단군 사당인 옥산궁을 짓고 해마다 음력 9월 14일에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에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마시고 날이 샌다 해도 언제나 오늘과 같은 날이 되게 하소서’라는 내용의 <오늘이 오늘이소서>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중기까지 불렸던 이 노래는 고달픈 현실에서 오늘만을 헤아려 기다려 왔으니 마음껏 놀아보자는 내용의 노동요다. 실제로 남원에서 채록돼『청구영언』(1728)에 실렸다. 조선 도공의 후손들은 1988년 광한루에서 귀향음악회를 열었고, 이때 이 노래가 채록된 남원에 노래를 돌려주는 전수식을 했다. 남원문화원에서는 이 노래의 역사적 의의를 잊지 않기 위해 1995년 노래탑을 세웠다. 탑 전면에 악보를 새겼고, 후면에는 가사를 담았다. 일본에서 여러 대에 걸쳐 한국의 성(姓)을 유지하며 뿌리를 지킨 그 정신세계와 찬란한 예술 세계는 춘향테마파크에 2011년 개관한 심수관전시관에서 엿볼 수 있으며, 후손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김양오의 동화『도자기에 핀 눈물꽃』(빈빈책방·2020)에도 담겨 있다. △하늘 같은 사람을 향해 열려 있는 길, 대둔산 기암괴석이 기치창검처럼 늘어선 대둔산은 이름의 유래도 갖가지다. 옛 이름은 ‘한듬산’. 계룡산의 지세와 겨루다 패해 한이 맺힌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말로 ‘크다’는 뜻의 ‘한’과 ‘덩이’라는 뜻의 ‘듬’을 한자로 만들면서 대둔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한 맺힌 산’이라는 이름처럼 이곳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임진왜란 때는 대둔산 일대에서 김제군수 정담(?∼1592)이 이끄는 의병대와 권율(1537∼1599) 장군의 군대가 왜군과 맞서 ‘이치대첩’으로 불리는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대둔산에서 뻗어 내린 배티재 정상에 이치대첩비가 있다. 조선 말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농민군도 이곳에서 일본군과 마지막 항전을 벌였다. “내가 향해 갈 곳이 한 군데 있긴 있소.” 은명기가 잠시 신일균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그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버릇처럼 그의 얼굴을 살핀 것이다. 신일균이 그런 기색을 눈치 챘는지 잠자코 고개를 숙였다. “신형, 그곳이 고산현의 대둔산이오. 저 장형이 살렸다는 최대웅도 거기에 있을 거외다. 내가 망설인 이유는 신형이 때아닌 고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소.” “염려해주시니 고맙습니다만, 신일균은 이미 그를 보냈던 관군에서도 죽었고 내 마음속에서도 죽은 지 오랩니다. 대둔산에 가거든 어디를 찾아야 하오이까?” “안심사에 가면 아마 길이 열릴 것이오.” ∥이병천의 소설『마지막 조선검 은명기3』 대둔산 마루 삼선계단 부근 ‘대둔산 동학군 최후항전지’ 표지가 있어 이 역사를 후세에 알리고 있으며, 전투에서 ‘홀로 남은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완주 출신 이병천의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에 담겨 있다. 소설가 송기숙의 대하소설『녹두장군』에도 대둔산이 나온다. 그들이 대둔산 기슭의 당마루란 동네에 이르렀을 때는 새벽닭이 두홰를 치고 있었다. 이 당마루는 진안과 무주에서 올라오는 길과 이쪽 고산에서 올라가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에는 대둔산에 산채를 가지고 있는 임문한의 졸개 김오봉이가 주막을 내고 있었다. ∥송기숙의 소설『녹두장군1』 운무에 가렸다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대둔산의 기암들. 대둔산의 바위산들이 장사들의 근육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름 없이 스러져 간 민초들의 한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한 많은 역사를 간직한 회문산 회문산은 한 많은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동학농민혁명과 구한말 항일투쟁의 근거지였으며, 1948년 여순사건 이후에는 빨치산들이 도당본부를 이곳에 옮기고 마지막까지 투쟁했던 ‘저항의 산’이며, ‘피의 산’이며, ‘피난의 산’이다. 사방에서 밀려온 수백 명의 전투원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중부능선을 시퍼렇게 덮으며 밀려오는 국군부대에게 총탄과 수류탄을 퍼붓고 있었다. 여기저기 흥건히 고인 빗물이 피와 흙으로 뒤범벅이 되어 부상자고 전투원이고 이미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바로 생지옥이었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 부분 회문산은 소설『남부군』(두레·1988)이 출간되면서 이곳이 빨치산의 마지막 결전지였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8년 출간돼 50만 부 이상 팔린 이 책의 저자는 한국전쟁 당시 합동통신 기자였던 이태(1922∼1997)이다. 그는 서울에서 인민군에게 체포돼 북한 조선통신 기자가 되었으며, 전주에서 통신업무를 보다가 연합군이 상륙한 1950년 9월 전북도당 간부들을 따라 순창 구림면 여분산(엽운산·774m)에 들어가 조선노동당 전북도당 유격사령부 대원이 되었다. 이후 회문산으로 옮겨 이현상의 남부군에 편입됐고, 1952년 3월 토벌대에 체포될 때까지 17개월 동안 빨치산으로 활동한다. 그래서 저자는 서슬선 칼날 위를 걷는 듯한 빨치산의 하루하루와 극단적인 정황 속에서 나누는 남녀의 애환 등을 너무도 생생하게 펼쳐 놓았다. 1951년 초봄, 투구바위. 1만여 명으로 구성된 토벌대의 대규모 작전이 펼쳐졌지만, 그 포위를 뚫고 식량을 구하러 떠나는 빨치산 유격대가 있었다. ‘뜨물국 같은 멀건 죽’으로 ‘비장한 향연’을 벌이지만, 화력에서 밀리는 빨치산들은 전열도 가다듬지 못하고 흩어져 지리산과 변산반도로 탈출한다. 숱한 전화(戰火) 탓에 회문산에서는 고목을 찾기 힘들고, 빨치산의 훈련장이었던 곳에 체력단련장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찾기도 어렵지만, 비목공원과 빨치산사령부 자리 등의 안내판이 당시의 역사를 짐작게 한다. 그래도 숲은 언제나 호젓하다. 회문산 자락을 끌어안은 채 흐르는 섬진강 풍경도 늘 푸근하고 정겹다. 강 따라 길도 흐른다. 강물이 구부러지면 모진 역사도 슬며시 굽이돌지만, 길은 계속 이어진다. /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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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7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88. 나눔의 끝에서 배운 사랑

△글제목: 나눔의 끝에서 배운 사랑 △글쓴이: 홍은표(서울월촌초 5년) 요즘 뉴스를 보면,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슬픈 소식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잊을 수 없는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그 선생님은 3학년 담임이셨는데,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신다. 지금 내가 조금 더 철이 들어서 생각해 보니 더 좋은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선생님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학교로 출근을 하셨다.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하시려고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게 준비하시기 위해서였다. 나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겠지만, 선생님은 우리에게 더 베풀고 더 나눠주시기 위해 그런 일을 하실 수 있으셨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내 마음은 더욱 커졌고 선생님께도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례가 끝나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책상만 청소하고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갔지만, 나와 내 친구 은채는 남아서 남의 자리가 깨끗한지 확인하고 바닥도 물티슈와 걸레로 깨끗하게 닦고 교실을 나왔다. 한 30분 정도 남아서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해 주신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나눔이었지만 어떤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너희가 도와주니 빨리 끝났네!”라고 하시며 우리를 칭찬해 주셨다. 어린 나이였지만 선생님을 도울 수 있어서 기뻤고 조금 도움을 드렸을 뿐인데 선생님께 칭찬받았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다. 3학년 수업이 끝나는 날까지 은채와 나는 수업이 끝난 뒤 20~30분 정도 남아서 교실을 청소하고 집으로 갔다. 선생님이 나눠주신 사랑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기에 우리도 자발적으로 그런 따뜻한 마음이 나온 것 같다. 4학년 때에는 선생님께서 나와 같은 아파트, 그것도 윗집 아랫집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던 터라 더 도움을 주고 싶었다. 5학년이 된 지금은 학교 끝나고 학원이 줄 지어 있어서 끝나고 청소는 못 하지만 수업 시간에라도 나눔,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모르는 선생님이라도 모든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의 뉴스에서 학교 선생님들에 대해 좋지 않은 소식이 나올 때면 내가 직접 나서서 선생님들 편을 들고 싶은 정도이다. 모두가 학교 선생님들을 돕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3학년 때 선생님이 나에게 “나눔”에 대해 일깨워 주셨기에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다른 사람들 그리고 동식물에게도 사랑을 나눠주는 이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참 사랑했던 식물이 있다. 우리 집에서 키웠던 스투키라는 종의 식물이었는데, 부모님이 결혼하고 나서 사신 것이다. 거의 15년쯤 된 것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스투키는 점점 시들더니 죽어가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내 동생도 이제 포기한 듯 신경 쓰지 않았지만, 스투키에 애착이 많았던 나는 스투키를 위해 계속 신경을 써 주었다. 진심으로 스투키를 아꼈다. 용돈으로 식물 영양제를 잔뜩 사 오고, 스투키 앞에 매일 앉아 있었다. 매일 스투키를 보며 내가 널 살릴 거라고 이야기했다. 넌 절대 죽지 않을 거니까 조금만 버티라고 응원했다. 스투키는 내가 돌보아 주자 조금은 살아난 듯했지만, 그 이후로 다시 시들었다.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스투키가 나아지기를 빌었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죽어가는 스투키를 보고 너무 슬펐다. 인터넷에 스투키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고 최대한 애를 썼다. 결국 스투키는 죽었지만 나는 스투키를 기억하기 위해 조그만 스투키를 두 개 더 샀다. 원래의 스투키의 화분에 있던 이름표와 돌을 작은 화분으로 옮겼다. 엄마 아빠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스투키는 더 이상 없었지만, 스투키를 닮은 작은 스투키 화분을 보며 스투키를 기억했다. 그 한 그루 식물을 위해 노력한 내 자신도 자랑스러웠다. 사랑이 유독 많았던 선생님께서 내게 나눠주신 덕분에 내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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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6 13:30

[전북의 문학 명소] 9. 시와 소설에 담긴 사찰 풍경

△사천왕의 전형을 만나는 완주 송광사 867년 창건한 천년고찰인 송광사는 국내에서 드물게 평지에 지어진 사찰이다. 지붕 맞대고 울타리 잇대 사는 여느 집처럼 들어앉은 품새가 허물없이 속내 나누고 사는 마을의 한 이웃 같다. 일주문부터 금강문, 천왕문, 대웅전까지 일직선으로 서 있는 것도 송광사의 특징이다. 절 앞에 서면 일주문 안으로 금강문이, 그 문 안으로 천왕문이, 또 그 문안으로 대웅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명희는 소설 「혼불」에서 승려 도환이 입을 빌려 ‘완주 송광사 사천왕을 사천왕의 전형으로 보았다.’라고 말한다. 현존하는 소조 사천왕으로는 가장 오래된 존상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소승이 보기에는 완주 송광사 사천왕이, 흙으로 빚은 조선 사천왕 존상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조형으로서, 높이 십삼 척의 위용도 웅장하고, 그 큰 신체 각 부위 균형이며 전체 조화가 놀랍도록 알맞게 어우러져 큰 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굴의 표정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조각되어, 깊이 패인 이마의 주름살에 미간의 찌푸림, 우묵히 들어갔다 튀어나온 눈두덩, 그리고 눈자위와 눈밑의 굵은 주름들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투박한 진흙을 주물러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극채 찬란한 색깔들.”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 사천왕은 단 한 위도 같은 상이 없다. 동․남․서․북 각 방위 천왕의 신모(神貌)가 서로 다른 것은 물론이고, 같은 이름의 북방다문천왕이라고 해도 사찰마다 특성이 있어 비파의 생김새며 사현(四弦)을 누르고 튕기는 손가락의 모양과 위치, 얼굴 모색에 눈썹․눈․코․입술․이․수염의 형태가 다 달라서 빚는 손, 바치는 마음이 인간을 넘어 정토와 십계에 사무친다. 눈썹 하나만 보더라도 천편일률적으로 무조건 시커멓게 먹칠한 솔잎처럼 곤두선 것이 아니다. 선운사 북방은 완연히 웃음을 띤 주름의 노안에 어질고 부드러운 흰 눈썹 다보록이 눈을 덮어 나부끼는 데다가, 수염도 맑은 은실 다발을 빗어 내린 듯 투명하다. 송광사 북방은 가장 사천왕다운 장엄 용맹의 풍모로 눈썹 터럭 한 올 한 올 힘차게 박아 세운 것이 장비 수염과 함께 어울려 서슬 푸른 바람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 서슬을 누그리며 중생을 달래는 것은 코밑의 수염이었으니 터럭이 길어 여덟 팔(八)자로 드리워진 숱이 짙고 검었다. 임진왜란 때, 송광사는 승병 사령부였다. 하지만 석가모니에게 ‘살생의 성공’을 기원할 수는 없는 법. 하여 승병들은 사천왕에게 승리를 기도했고, 그 흔적이 남아 지금도 사천왕 앞에는 촛불과 향이 타오른다. △쓸쓸한 심사를 달래기에 좋은 실상사 남원 산내면 아늑한 들판 가운데 있는 실상사는 눈 내리는 겨울에 찾아 들어 쓸쓸한 심사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드넓은 논과 밭을 떠돌이처럼 헤매도 보고, 절 입구에 있는 돌장승들에 하소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상사는 시인과 소설가의 출입이 유난히 잦고, 시와 소설로도 자주 읽힌다. 도종환의 시 「실상사-정도상에게」, 신경림의 시 「실상사의 돌장승-지리산에서」, 신용목의 시 「실상사에서의 편지」, 정동철의 시 「실상사 철조여래좌불을 만나다」 등이다. 실상사를 배경으로 한 정도상의 소설 실상사는 「봄 실상사」, 「여름 실상사」, 「가을 실상사」, 「겨울 실상사」, 「내 마음의 실상사」 등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집이다. 「봄 실상사」는 통일 운동을 하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힘겨워하는 주인공이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찾아간 실상사에서 운동권 시절 헤어졌던 첫사랑 운서와 마주치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그렸다. 「여름 실상사」는 명품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추구하며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영혼과 육신이 피폐해진 여대생 국희가 실상사에서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을, 「가을 실상사」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에 걸린 시골 청년 현우의 죽음을 시간의 해체와 정신분석적 기법 등을 동원해 그렸다. 「겨울 실상사」는 권력과 언론과 결탁해 성공을 거둔 타락한 벤처사업가 김성철의 분열된 자아를 드러내며, 「내 마음의 실상사」는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나(화자)가 육체노동자인 친구를 통해 허명과 허위의식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 준다. 통일 운동을 해온 작가의 체험담이 생생하게 들어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 작가에게 실상사는 힘들고 지칠 때면 무작정 찾아가 쉬고 싶은 곳이다. 왜 왔냐며 묻지 않고, 잘못을 타박하지 않는 곳, 그곳은 고향일 수도, 엄마 품일 수도 있다. 어디 작가뿐이랴. 작가의 글을 접한 이들은 실상사에 가지 않았어도 이미 실상사는 고향이고, 엄마의 품인 것을…. △잘 늙은 절 한 채, 화암사 이유 없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가 있다. 완주군 불명 자락의 화암사는 그런 마음이 들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다. 화암사는 현대 문명의 헛바람을 맞지 않고 오랜 세월 ‘곱게 늙어 온’ 절이기 때문이다. 화암사에는 보물 제662호인 우화루가 있다. 비가 꽃처럼 떨어지는 다락. 현판은 투박하고, 낡았다. 글씨는 흐릿하고, 벽은 까맣게 때가 묻었다. 그래서 더 애잔하니 곱다. 우화루 옆 작은 대문이 경내로 들어가는 문이다. 문지방은 움푹 파인 달문이다. 문턱에 둥글게 휘어진 나무를 대서 천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이룬 문을 들어서면 적묵당, 극락전, 우화루, 요사채가 고만고만한 크기로 서로 네 귀를 맞추듯 서 있다. 절 입구에 있을 법한 일주문도 사천왕상도 없이 경내로 들어서려면 작은 문 하나를 통과해야 한다. 잊을 수 없다. 세월에 닳은 문턱을 처음 넘어설 때, 나는 마치 어릴 적 외갓집 대문을 넘어 마당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실제로 ㅁ자형 구조를 가진 경내로 들어가면 그곳은 절이 아니라 여염집의 편안한 안마당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때의 적막은 또 얼마나 큰 위안인가. ∥안도현의 수필 「잘 늙은 절, 화암사」 우화루는 절의 앞쪽에서 보면 우람한 다섯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2층 누각이지만 경내에서 바라보면 단층구조다. 우화루 왼쪽 돌담을 끼고 돌아가면 정갈하게 지어진 해우소가 정겹고, 오른쪽에 사시사철 멈추지 않고 뿜어내는 약수가 맑다. 화려한 단청이 미치지 못할 격을 지니고 수수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적들. 극락전은 이 땅에 유일하게 남은 백제 시대 건축의 유구다. 건축학자들은 극락전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앙구조를 갖추고 있는 법당이라고 자랑한다. 극락전 안에선 유난히 정교한 아름다움을 지닌 닫집과 조선 시대 동종을 볼 수 있다. 이 동종은 예전에 사람이 종을 치지 않아도 밤이면 저절로 울려 스님들과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을 깨웠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쟁에 쓸 무기를 만들기 위해 조선의 쇠붙이를 강탈하던 일본 헌병들이 화암사로 몰려올 때, 동종은 스스로 울었고, 스님들은 동종을 땅에 묻어 두었다가 해방 후에 꺼내 오늘까지 무사히 보존하게 되었다. 화암사는 낡고 작고 허름하다. 세월에 부대껴 기둥은 까매졌고, 단청은 희미해졌다. 목어에는 두껍게 먼지가 내려앉았다. 그러나 너무 커서 위압적이지 않고, 화려해서 행인을 주눅 들게 하지도 않는다. 세월에 지치고 늙어가서 더 마음이 가는 절, 그게 화암사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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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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