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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향연’ 이선주 전라청년미술상 수상 작가전

전주 기린미술관에서는 14일까지 ‘제13회 전라청년미술상’ 수상자인 이선주(44)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옻칠공예의 향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과거, 현재, 미래의 매개체로서 섬세한 손길로 곱게 정돈된 옻칠 표현 기법으로 작품의 격을 높였다. 가구와 소품, 액자 등 옻칠로 제작된 작품이 전시된 가운데 시대별 대표작을 재현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로써 시대별 옻칠공예의 정수를 엿볼 수 있으며 현대적으로 재현한 벽화 시리즈인 ‘항아리’는 옻칠의 오묘한 빛의 매력을 한껏 품고 있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작가는 아버지인 이의식 전북무형문화재 옻칠장의 뒤를 이어 지속적으로 옻칠에 대해 연구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 전통미술공예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일본 쿄토예술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10회)뿐 아니라 다수의 단체전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등의 수상경력도 가지고 있다. 기린미술관 관계자는 “작가가 유학시절 옛 기법을 연구 복원한 결과는 기법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시도를 해왔으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담아 다양한 색과 빛깔의 옻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옻칠이 지니는 가치와 가능성을 더 이끌어 내어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전라청년미술상을 수상한 이 작가는 운영위원회에서 추천과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11년에 발족한 전라청년미술상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망한 청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상자를 선정해 미술상을 수여한다. 교육자였던 고(故) 김치현 화가의 유지를 받들어 김치현청년미술상으로 시상하다가 2019년부터는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넓히기 위해 현재의 명칭으로 바꾸고 시상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자에겐 예사랑문화연구소에서 창작지원금과 개인전 후원 혜택이 주어진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1 17:57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소찬섭 조각가, '달빛에 젖은 정'

소찬섭 조각가가 ‘달빛에 젖은 정(情)’이라는 다소 서정적인 제목의 개인전을 연거푸 열었다. 전시는 서울 인사 아트에서 지난 4일까지 열렸으며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 먼저 받은 작품 사진들을 보며 재료가 되는 돌의 재질이 심상치 않았다. 이 근처에서 채석되는 돌의 질감이 아니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나 피에타상 등의 조각상에서나 봤음 직한 재질로 보였다. 이탈리아의 ‘까라라석(石)’이다. 직접 다뤄보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알고 있던 소문에 의하면 면도칼로도 깎일 만큼 부드러우나 풍상에서 오래 견딜수록 단단해진다는 돌이다. 그것을 수입하기도 하나 보다. 제곱미터당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상상됐다. 결국 작가의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유롭지 않을 소 작가의 단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각가들끼리의 농담 하나가 생각났다. 조각품으로 환원되는 여체는 아주 뚱뚱하거나, 쟈코메티처럼 해골만 남았거나, 헨리 무어의 것처럼 변형(deformation)돼야 한다. 컬렉터의 아내보다 날씬하거나 예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애환(?)을 가지고 제작을 감수하는 조각가 중에서 굳이 찾자면 소찬섭 작가의 작품은 세 번 째라고나 할까? 적당히, 어느 작품은 크게 변형된 작품들이었다. 그들의 농담을 받아들이자는 말이 아니다. 소찬섭 작가의 여체 왜곡(변형)을 말하고자 함이다. 작가의 심상으로 제작되는 어떤 변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작가의 소양에 따라 다르다. 소양이 깊은 작가일수록 실패하는 비율도 낮아진다. 그의 조상들은 경상도 진주에서 금마 미륵산자락으로 왔을 것이다. 본(本)이 하나뿐인 소 씨는 이곳 금마 도천마을로 이주해 불세출의 문장가이며 송설체의 대가인 소세양을 배출하고 오늘에 이른다. 대과에 급제한 뒤로 호조, 형조, 이조판서를 역임하고, 우찬성까지 지낸 소세양은 송도 3절인 황진이를 애끓게한 사랑으로 더 유명한 풍류객이기도 했었다. (황진이가 소세양을 얼마나 그리워했는가는 황진이가 작시하고 대중가수 이선희가 부른 ‘알고싶어요’를 들으면 그 애달픈 황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남의 족보까지 꺼낸 이유는 그런 분의 후손이어서인지 전시 제목 ‘달빛에 젖은 정’도 서정시의 한 구절이어서 그런 선조들의 피가 오늘까지 이어져 온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문에서이다. 더구나 서문을 쓴 문리마저 정으로 ‘정(情)을 나눈다’는 표현으로 우선 제목만으로도 조선의 명문장가 소세양을 생각게 하는 고도의 문학 지대를 지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유독 소 씨 집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국의 역사다. 아무튼 소찬섭 작가의 작품들은 변형에서나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2.11 17:56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포털 다음, 국민 눈 가려"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이하 디지털협의회)는 포털 다음(Daum)의 일방적인 뉴스 기사 검색 기본값 변경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디지털협의회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이번 노출 정책 변경은 콘텐츠 생산자인 언론사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상호 존중을 통해 상생을 도모해야 할 파트너 관계에 필수적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며 언론과 뉴스의 공적인 위상을 추락시킨 처사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시에 이용자들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가로막았다"며 "이번 조치를 '이용자 선호도'로 포장하는 것은 이용자인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CP사 여부는 뉴스 공급 계약 관계일 뿐이지 뉴스의 품질과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단순 클릭수를 근거로 제시한 것은 포털이 유발한 언론사간 트래픽 경쟁 환경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다음의 뉴스 메인화면은 CP사 기사만 노출되면서, 한국신문협회 소속사 가운데 재경 27개사 중 5개, 지역 신문사 26개사 가운데 22개사가 이용자들에게 노출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에 디지털협의회는 "다수의 지역 신문사들이 맡아 온 지역 여론 대변과 지방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크게 위축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포털 다음의 이번 조치는 특히 지역 신문사들의 기능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부당한 처사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협의회는 한국신문협회 회원사 소속 디지털 담당 실·국장들의 모임으로, '회원사의 디지털 전략 모색'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23년 5월 창립됐으며 현재 30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 방송·연예
  • 이용수
  • 2023.12.11 09:46

전북작가회의 '불꽃문학상' 정동철 시인 선정

척박한 지역 문단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작품 활동에 매진한 올해의 작가들과 작품들이 발굴됐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자연 아동문학가)는 제16회 ‘불꽃문학상’에 정동철 시인, 제14회 ‘작가의눈’ 작품상에 김경나 소설가가 각각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불꽃문학상은 전북작가회의가 주관하며 지난 2006년 처음 제정된 이후 문학상으로 어둠과 혹한 속에서 빛을 발하는 불꽃처럼 문학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제16회 불꽃문학상은 올 한 해 작품집을 출간한 모든 전북작가회의 작품집을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심사 결과 사라져가는 지역 토속어로 지역만의 이야기를 잘 형상화해낸 시집 <모롱지 설화>를 집필한 정동철 시인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불꽃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삶의 구절구절에 녹아든 언어적 색감의 원형질은 공동체 삶을 시의 화두로 삼았다”며 “전북 토박이말이 순 날것으로 빛나는 지점이 곧 한국의 문화사이자 역사임을 깨치게 했다”고 평했다. 또한 올해 14회를 맞는 ‘작가의눈’ 작품상은 김경나 소설가의 단편소설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가 선정됐다. 작가의눈 작품상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전북작가회의 작가들을 격려하고자 2011년 제정된 상으로 통권 29호 <작가의눈>에 실린 전북작가회의 회원들의 작품이 심사대상이다. 총 150여 편으로 이뤄진 작가의눈 심사를 통해 심사위원들은 김경나 소설가의 단편소설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를 작품상으로 꼽았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속 어린 화자의 눈을 통해 상처 입은 가족 구성원들의 세계를 무덤덤하게 그려냈다”며 “사연을 파헤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아이의 시선으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쫓게 하는 김경나 소설가의 섬세한 문장과 이야기의 구조가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불꽃문학상’은 상금 300만 원과 상패 그리고 ‘작가의눈’ 작품상은 상금 100만 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10 16:20

하늘빛수채화 세번째 회원전, 12일부터 청목갤러리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피어난다. 하늘빛수채화 회원들이 전주 청목갤러리에서 세 번째 회원전을 연다.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될 이번 전시에서는 17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 54점의 수채화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김혜숙, 신재철, 이정만, 최경숙 작가 등 총 17명이 참여한다. 하늘빛수채화 동아리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마다 모여서 회화의 기초부터 색채의 혼합과 조화, 구체물의 스케치, 채색 등을 단계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동아리 이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다양한 하늘빛과 일출, 일몰의 환상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지어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2월에 만들어진 이 동아리는 이제 세 번째 회원전을 맞이하며 그동안 회원들의 작품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들은 아직 습작기이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매달 출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 풍경 등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에 매진 중이다. 수채화를 통해 인생 제2막을 시작한 회원들은 물과 물감의 조화를 통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그림으로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하늘빛수채화 회원인 신재철 작가는 “예술이 남녀노소 나이와 관계없이 같은 감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결합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삶을 보람 있고 즐겁게 가꾸는 일”이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10 16:19

종합문예지 지필문학 겨울호 출판기념회 및 문학상 시상식 열려

종합문예지 지필문학은 최근 군산JB문화공간에서 올해 겨울호 출판 및 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지필문학대상에는 신재훈 수필가가, 신인문학대상에는 박승한 시인이 영광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겨울호에서는 제96기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유중현, 김종엽 시인과 박선희 수필가가, 제97기 신인문학상은 노영희, 제서현, 정문비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이로써 지필문학은 올 한 해 동안 18명의 신인 문학인을 발굴했다. 신성호 회장은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문학인들이 지필문학의 등용문을 통해 등단하도록 문학의 길을 마련해 주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작가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창작활동에 매진하는데 중추적인 도움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 회장은 “특히 올해에는 21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문학을 재창간하게 돼 종합 문예지의 쌍두마차로 더욱 넓은 문학세계에 누구나 참여하고 함께하는 종합 문예지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필문학과 대한문학의 2024년 봄호의 원고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접수 받아 2월 중에 발간될 예정이며 3월초에 출판기념행사를 갖는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10 16:19

[전북의 문학 명소] 8. 삼례·춘향·혼불, 오로지 문학의 향연

△문학에 진심인 삼례문학기행 딸기, 순대국밥, 닭튀김,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역참, 만경강 등 내세울 것이 많은 삼례의 바탕에 문학이 있다. 삼례의 역사·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문학 자원들이 돼 시와 소설, 희곡과 수필로 탄생하며 사람을 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학농민혁명이다. 1892년 11월 3일 동학 교단이 주관한 집회가 삼례 역참(현재 삼례동부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동학교도들은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1824∼1864)의 사면복권과 동학에 대한 공인(公認), 동학교도에 대한 침탈금지를 요구했다. 전주성 함락 후 부임한 전라감사가 머물며 정무를 관장한 곳도, 전봉준(1955∼1895) 장군이 1894년 9월 10일 대일항쟁을 준비하며 대도소를 설치한 곳도 삼례다. 역참이 있는 삼례는 도로가 사방으로 통하는 지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례에는 삼례집회와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이 있으며, 송기숙(1935∼2021)의 소설 「녹두장군」 제2권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에서 ‘삼례대집회’와 제11권 <팔도로 번지는 불길>에서 ‘다시 삼례로’에 삼례에 모인 백성의 진솔한 삶과 분노와 도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삼례는 전라 좌우도의 길이 합쳐 한양으로 향하는 삼거리였다. 따지고 보면, 진산이나 금산을 거쳐 충청좌도로 가는 길도 여기서 나뉘니 삼거리가 아니고 사거리인 셈이었다. 그래서 삼례에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역이 있었다. 장도 전주 다음으로 크게 섰다. (중략) 9월 14일. 두령들이 삼례로 모였다. 이번에는 광주 손화중도 왔다. 지난번에 모였던 두령들을 비롯해서 30여 고을 4,50명이 모였다. 몇 고을 두령들은 젊은이들을 데리고 왔다. 지금 와 있는 젊은이들과 대거리를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송기숙의 장편소설 「녹두장군」 문학과 관련한 문화시설들도 생겼다. ‘삼례는 책이다’라는 문장을 앞세운 그림책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그림책을 내건 미술관으로 2021년 문을 열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는 오래되고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잊혀 가는 고서적을 다시 숨 쉬게 했다. 북갤러리, 북하우스, 책마을센터, 책박물관으로 구성됐다. 삼례문화예술촌 자리도 동화로 탄생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제가 수탈을 위해 창고를 지으면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사라진 곳. 유수경은 이 이야기를 그림책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에 담았고, 완주연극협회는 가족뮤지컬 ‘삼례, 금와의 꿈!’으로 각색해 역사의 현장인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에서 선보였다.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에서는 완주군을 소재로 한 다수의 창작극이 무대에 오른다. 삼례는 비비정·삼례시장·삼례역·우석대학교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간과 작고 사소한 것까지 문학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삼례와 인연을 맺은 김헌수·문병학·송하선·신병구·안도현·유강희·이병초·장현우·정양·진창윤 등이 삼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민족의 연인을 만나는 춘향문학기행 남원에는 춘향의 사연이 얽혀 있는 곳이 많다. 전주에서 완주와 임실을 거쳐 남원으로 들어오는 17번 국도 이름부터 ‘춘향로’다. 그 길에서 먼저 행인을 반기는 건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 춘향이 애통절통 이별했다는 오리정 이별고개. 감옥에 갇힌 춘향이 ‘쑥대머리’에서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하며 눈물바람한 곳이다.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을 바라보며 눈물깨나 흘렸다는 ‘눈물방죽’이 옆에 있고, 몽룡을 향해 뛰어가다가 버선이 벗겨졌다는 ‘버선밭’이 가까이 있다. 「춘향전」의 근원설화 중 하나인 박석티설화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이도령에게 버림받은 춘향을 불쌍하게 여긴 남원 사람들이 이도령이 떠난 고개에 그녀를 장사 지냈다는 ‘박석티’도 그 옆이다. 남원에서 전주로 향하는 이 고개를 사람들은 ‘춘향고개’, ‘오리정 이별 고개’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남원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광치동과 사매면의 경계인 곳에 「춘향전」에서 ‘박석고개’로 나오는 ‘이도령고개’가 있다. ‘이도령고개’를 지나는 터널 이름은 ‘춘향터널’이다. 춘향의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광한루가 남원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광한루원은 황희(1363∼1452)가 선대의 서재를 ‘광통루’로 새로 짓고, 정인지(1396∼1478)가 ‘광한루’라 이름 짓고,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날 은하수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등 다양한 사연이 있는 정원인데, 춘향전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고 난 후, 춘향과 관련된 여러 유적이 들어섰다. 요천 건너 춘향테마공원에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마을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한 곳이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춘향을 소재로 한 여러 시편이 새겨진 시비들도 볼 수 있다. 지리산 정령치로 향하는 길목인 구룡계곡(육모정) 입구에는 ‘성옥녀지묘’라고 쓰여 있는 춘향묘가 있다. 매년 봄에 펼쳐지는 춘향제는 연륜이 깊은 세계적인 사랑 축제다. 사랑과 절개의 상징인 춘향을 기리기 위한 이 전통문화축제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축제다. 남원 땅은 어디든 춘향의 무대다. 전반부는 봄날 햇살같이 눈 부시고, 후반부는 가을 강물처럼 차고 명징한 우리 시대의 걸작 춘향전. 봄이면 지리산 운봉에 화사한 철쭉이 피어나고 노고단의 부드러운 녹음과 운해가 펼쳐지는 곳. 여행객의 마음에는 벌써 춘향이 웃음 같은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혼불문학기행 남원 사매면을 주요 배경으로 한 최명희(1945~1998)의 「혼불」은 1930~40년대 몰락하는 종가를 지키는 종부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한국인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의 백과사전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전승의 전범으로 불린다. 설화와 민요, 무가, 속담 등이 널리 인용돼 있고, 무당굿과 점복, 풍수, 동제, 삼신, 조상단지, 속신 등 민속신앙의 유래와 이치와 의미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풍물과 판소리, 노래, 놀이도 두루 등장한다.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일생의례와 정월 대보름과 단오 등의 세시풍속, 취락과 모듬살이의 모습, 생활관습, 종가와 종부 등의 친족조직 등의 사회상 역시 실감 나게 그려져 있으며, 각종 살림살이와 민구, 의식주 생활, 두레와 같은 농사 관행 등에 관한 정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염료 제조법, 옷감의 때와 얼룩을 빼는 갖가지 세탁법 등 한국인 생활의 모든 면모를 지극 상세하게 구성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바탕이 남원을 비롯한 전라도다. 먼동이 틀 때/ 눈부시게 기지개를 켜던/ 당신의 모습 보여 주옵소서/ 임이시여 사랑이시여/ 노적봉을 바라보던/ 당신의 다사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혼불의 이야기를/ 후손으로 이어갈/ 아름다운 남원 땅/ 여기 발길/ 머무는 이들에게/ 길이길이/ 전하게 하여 주옵소서 ∥정군수 시인의 시 「그임의 하늘 아래서」 혼불문학기행은 「혼불」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소개한 혼불문학관과 청암부인이 마을 사람들과 만들었다는 청호저수지, 효원이 신행을 오고 강모가 전주와 만주로 떠나던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에 그치지 않는다. 「혼불」을 펼치면 걸음을 재촉하는 꽤 많은 이야기가 있다. 놀부와 흥부 형제 이야기(흥부마을), 왜장 아지발도를 물리친 이성계 장군 이야기(황산대첩비), 만복사지에서 탑을 돌던 양생의 이야기(만복사지), ‘사천왕의 전형’이라고 평한 완주의 송광사, 옛 양반가 고택을 세밀하게 묘사한 임실 둔덕마을의 이웅재고가 등도 꼭 살펴야 한다. 특히,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춘성정 종가’인 이웅재고가는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노봉마을의 종갓집뿐 아니라 이웅재고가의 안채·사랑채·행랑채·대문채·사당·솟을대문 등 집 구조와 돌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 작품에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2.10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86. 오늘은 엄마의 생일!

△글제목: 오늘은 엄마의 생일! △글쓴이: 성예린(인천논곡초 4년) 2023년 8월 24일 목요일 날씨: 에어컨아! 나 살려라! 오늘은 엄마의 생일! 그동안 가족들의 생일이라면 케이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만 해주면 되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번엔 엄마에게 케이크와 손편지를 선물해서 엄마를 감동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러 정성껏 예쁘게 손편지를 쓰고 빵 가게로 향했다. 빵 가게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이크를 고르려는 순간 난 어깨가 축 처지고 힘이 빠졌다. 케이크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 아빠가 사 오시던 케이크만 먹던 나는 케이크가 이렇게 비쌀 거란 걸 상상도 못 했다. 내 지갑에 있던 돈은 만 칠백 원. 케이크는 내 돈의 세 배는 되었다. 그동안 떡볶이랑 간식 좀 덜 사서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는 수 없이 내 돈을 탈탈 털어 케이크 대신 엄마가 좋아할 만한 빵 몇 개를 골랐다. 집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편지와 빵을 드리며 미안함에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엄마는 “우리 예린이 다 컸네~ 예린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 라며 나를 꼭 껴안아 주셨다.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흐뭇해졌다. 오늘 저녁, 내가 사 오려 했던 케이크는 아니지만, 아빠가 사 오신 케이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 모두 엄마의 생일을 축하했다. 비록 내가 계획했던 대로는 못했지만, 날 대견해하시는 엄마를 보며 기분이 정말 좋았고, 내년 엄마 생일엔 용돈을 아껴 써서 꼭 멋진 선물을 해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엄마! 생일 축하드리고, 정말 정말 사랑해요~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12.09 13:30

[전북의 문학 명소] 7. 문학에 담긴 소리꾼의 삶

삶의 다양한 밑그림들이 판소리의 바탕이 된다. 수궁가·심청가·적벽가·춘향가·흥부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은 어느 특정한 예술가가 어느 날 갑자기 창작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판을 거듭하며 여럿이 어우러져 이뤄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쌓여 풀어지고 익고 삭아야 혼이 담긴 사설을 담을 수 있고, 눈이 부시게 서러운 자기 수련을 제대로 겪어야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문학과 판소리는 하나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에는 판소리와 관련된 곳이 많다. 광한루원, 남원고전소설문학관, 변강쇠백장공원, 오리정·버섯밭, 춘향묘, 춘향테마파크, 흥부마을(아영면·발복지), 흥부마을(인월면·태생지)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배경지이고, 구룡계곡(국창권삼득유적비), 송흥록·박초월 생가, 용진읍 원구억마을(권삼득 생가·묘역·소리굴)은 명창과 관련이 깊다. 국립민속국악원, 안숙선명창의여정, 춘향문화예술회관, 순창국악원,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필봉문화촌은 판소리가 다양한 매체로 변화하며 시민을 만나는 현장이다.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 운봉읍 비전마을 남원의 풍류는 판소리 동편제의 탯자리라는 자부심에서 시작된다. 남원은 국악의 본거지라 할 만큼 수많은 명인과 명창이 나왔다. 그 시작은 판소리사에 가장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며 철종 10년(1859) 정삼품 통정대부의 벼슬을 제수받은 송흥록과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1865∼1939) 가문이다. 지리산 아래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은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송흥록이 태어난 곳이며, 명창 박초월(1917∼1983)이 성장한 소리의 고향이다. 송흥록의 아우로 한때 형의 고수로 지내다가 소리를 연마해 형에 버금가는 명창이란 소리를 들은 송광록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판소리사에서 가장 많은 제자를 길러낸 송만갑은 구례 출신이지만, 송광록의 손자이니 이 마을과 무관하지 않다. 박초월 명창은 13살에 성악의 묘를 체득해 명창이 된 전설적인 인물이다. 남원, 그중 운봉은 말 그대로 ‘국악의 성지’다. 동편제 명창들의 여러 이야기는 윤영근의 장편소설 「동편제」(삼신각·1993)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4대를 이어온 가업인 한의사로 일하면서도 소설가의 삶 또한 소홀함 없이 꾸려온 윤영근은 수필 「작가에게 고향은 무엇일까」(『월간문학』 2021년 11월호)에 ‘중학교 시절 어렴풋이 장차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간직한 이후 70년 세월을 늘 글감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라고 고백하며 소리꾼들과의 인연을 밝혔다. 어린 시절 그의 집 사랑채는 소리꾼들의 사랑방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임방울·송만갑·이화중선 같은 소리꾼이 찾아와 며칠씩 머물다 갔다. 소리꾼이 오면 마당에서는 자연스레 소리판이 벌어졌다. 그때 들었던 명창들의 소리는 그에게 <쑥대머리> 한 대목을 흥얼거릴 수 있게 했고, 소설 「동편제」와 「각설이의 노래」, 「가왕 송흥록」, 「이화중선」 등을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목청을 틔우려고 피를 토하며 독공을 했던 얘기며, 창극단 공연을 다니다가 불온한 대목을 불렀다 하여 경찰서에 끌려가 일본 순사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얘기들은 그대로 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중략) 동편제의 가락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 내려오는 소리'로 비유하고 있다. 어쩌면 남원이 동편제의 본향이 된 것도 지리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의 우람한 산세가, 골짜기마다 숨어 있는 크고 작은 폭포가 수많은 명창들을 길러 냈는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 안에서 절차탁마하여 명장으로 우뚝 선 소리꾼들은 또 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지리산은 내게 얼마나 고마운 산인가. 남원의 동편제, 동편제를 부른 남원 출신의 소리꾼들,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명창을 길러낸 지리산은 내 소설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윤영근의 수필 「작가에게 고향은 무엇일까」 작가는 고향의 산, 들, 강,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야 하며, 그것이 고향에 보은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작가 윤영근.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 <춘향가>나 <흥보가> 한 대목은 흥얼거릴 줄 알고, 젓가락 장단일망정 고수 흉내를 낼 줄 알며, 송흥록이 <귀곡성>을 부르면 귀신이 화답했다는 일화 하나쯤은 꺼내놓을 줄 알게 된다. △숱한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 순창 순창은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을 배출한 판소리의 고장이다. 복흥면 서마리 마재마을 출신인 박유전(1834~1904)은 ‘서편제의 아버지’로 불린다. 대원군이 그의 소리에 ‘제일강산’(천하에서 제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무과 선달의 명예직 벼슬을 내리기도 했다. 동계면 가작리 쑥대미 출신이라고도 하고, 팔덕면에서 나서 인계면에서 살다가 죽었다고도 전하는 김세종(1825~1898)은 신재효의 집에서 판소리 선생을 지내면서 장재백·김찬업·이동백·이선유 등 많은 명창을 배출했다.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을 가르친 것도 김세종일 가능성이 크다. 그의 수제자로 적성면 운림리 매미터 출신인 장재백(1849~1906)은 순창과 남원 일대의 동편제 법통을 전승했으며, 일제강점기 최고의 여성명창인 이화중선·이중선·박록주 등이 적성면에서 그에게 소리를 배웠다. 금과면 연화리 삿갓데마을 출신인 장판개(1885~1937)는 송만갑의 제자 중 첫손에 꼽힌다. 1904년 고종황제에게 참봉 벼슬을 하사받기도 했다. 이들 명창이 뿌린 소리의 맥은 순창국악원에서 잇고 있다. 국악원은 판소리·민요·난타·창극·무용·가사‧가곡·농악 등 국악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의로 국악 동호인을 넓혀가고 있다. 순창 출신 판소리연구가 최동현이 쓴 『순창의 판소리 명창』(민속원·2023)은 김세종, 박복남, 박유전, 배설향, 성점옥, 이화중선, 장득주, 장득진, 장영찬, 장재백, 장판개, 주덕기, 한애순 등 스무 명에 가까운 순창 지역 판소리 명창을 소개하면서 우리 판소리사에서 순창의 역할을 가늠하게 했다. 그가 2011년에 낸 『소리꾼-득음에 바치는 일생』(문학동네)은 소리꾼이 득음하기까지의 혹독한 과정을 김세종·박유전·장재백·장판개 명창의 삶을 빗대 들려준다. △조선 최초의 ‘비가비 명창’ 권삼득 완주군 용진면 구억리는 최초의 ‘비가비 명창’인 권삼득(1771∼1841)이 나고 자란 곳이다. 동네 굿판에서 판소리에 매료된 그는 글공부를 팽개치고 소리 공부에만 매달렸다. 그 이유로 죽을 고비를 맞지만, 멍석에 휘말린 그는 “소리 한마디만 하고 죽게 해 달라!”라고 청했다. 아 말이 판소리지, 그게 광대아닝가아, 광대. 그 집안으 아부지 형님들이 양반 가문에 일대 치욕이라 해서, 판소리 공부를 아조 포기허게 헐라고 왼갖 방법을 다 써봐도 끝내 안 듣거등. 지금이라고 머 달러진 것도 없지마는, 그때는 더 했을테지맹. 집안에 광대 나먼 온 집구석 쑥대밭 되는 것으로 안 알었능가잉? ∥최명희의 장편소설 「제망매가」 마지막 가는 길에 하나 소청이 있노라 허드랑게. 그게 뭔고 허니 가조 일곡을 부르고 죽겄노라 허는 거 아니겄어? 기왕지사 직이기로 작은 혔으니 죽는 사람 소원 하나 못 풀어주랴 허락을 허고 모두 빙 둘러서 듣는디 거적 밑에서 새나오는 가조 일곡이 그만 사람으 오만간장을 다 녹이지 않았더라고? 울음바다가 됐당게로. 그래 하도 가긍허여 문중이 다시 의논을 혔지야. 족보에서 활적하고 내쫓기로 혔다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중에서 거적에 덮여 부르는 <춘향가> 중 십장가. 슬프고 애달픈 그의 소리에 감동한 문중 사람들은 그를 죽이는 대신 족보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 길로 권삼득은 완주의 위봉폭포와 남원의 구룡폭포 등 세상을 떠돌며 설움을 떨치고 소리 공부를 했다. 소리 때문에 가문에서 쫓겨난 그는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고 들고 맞으며 세상사 설움을 떨쳤다. 폭포의 굉음에 맞서 목에 시퍼런 핏줄을 세우고 온몸의 기운을 상청으로 뽑아냈다. 신재효(1812∼1884)가 <광대가>에서 높은음을 길게 질러 내는 권삼득의 소리를 ‘천층절벽 불끈 소사 만장폭포 월렁궐렁 문기팔대 한퇴지’라 하며,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에 비유한 것은 이 때문이다. 권삼득은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고단한 소리꾼의 삶을 끝냈다. 용진면 구억리에 안동권씨 집성촌과 사당이 있고, 용진면사무소에서 구억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의 나지막한 산에 그의 무덤이 있는데, 무덤 옆에 ‘소리구멍’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다. 더질더질. /최기우(극작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3.12.09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85. 책에게 쓰는 편지

△글제목: 책에게 쓰는 편지 △글쓴이: 장지우 (전주온빛초 1년) 안녕 책아? 난 전주 온빛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지우야. 나는 네가 참 좋아. 너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예쁘고 귀여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가 않아. 그래서 가끔 혼나기도 하지. 헤헤~ 나는 하루 중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 코로나 19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수영장도 못 가고 친구들도 자주 만날 수 없어서 속상하지만 네가 있어서 정말 고마워. 너를 읽으면 보고 싶은 고모가 있는 멕시코도 갈 수 있고 큰아빠가 있는 싱가포르도 갈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 세종대왕님도 만날 수 있고 베토벤도 만날 수 있지. 옛날로 간 것 같은 기분이야. 정말 멋지지 않아? 그래서 내 꿈은 동화작가야. 벌써 내가 만든 동화책도 있어. 엄마 아빠는 내 동화책이 제일 제일 재미있다고 하시지. 동화 속 주인공 중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더 많은 종류의 공주들, 요정들, 요정들, 상상 속 동물들이 있어서 난 동화책을 특히 좋아해. 난 네가 잔뜩 있는 도서관도 좋아해. 우리 집도 책이 많지만,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도서관처럼 책이 엄청~ 많은 집을 지을 거야. 책아 항상 나를 즐겁게 해줘서 고마워. 나도 너를 아끼고 소중하게 대해줄게. 내 동생 승우가 너를 찢고 망가뜨릴 수 있으니 잘 숨겨줄게. 그럼 다음에 또 만나서 이야기하자 안녕~ 사랑해~ -꼬마 동화작가 장지우가- ※ 이 글은 2021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5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이 공모전은 매년 4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문의: 063-284-0570(최명희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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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8 13:30

전북 문화예술계 선거철이 돌아왔다

전북 문화예술계에도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북문화예술의 중심인 사단법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이하 전북예총)와 전북 문학의 산실인 전북문인협회(이하 전북문협)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의 면면이 윤곽을 드러냈다. 먼저 전북문인협회(이하 전북문협)은 내년 1월 김영 회장의 3년 임기가 끝난다. 전북문협에서는 내년 1월 13일 정기총회와 함께 대의원 간접선거가 치러질 예정으로 현재 제33대 회장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시인)과 백봉기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전북예총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져 2파전 양상이 예상된다. 당초 김정길 전북문인협회 수석부회장(수필가)이 유력하게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 채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래 들어 뜻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전남 진도 출신으로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과학교사교육 연합회 회장,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새천년 한국문인상, 전북예술상, 전북여류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 등을 포함해 2017년 올해를 빛낸 인물대상, 2019년 전북과학교사교육연합회 20주년 공로패, 2022년 올해를 빛낸 문화예술 대상을 받았다. 여성 문인으로서 섬세한 포용력과 문학단체를 이끈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서 백 회장은 군산 출신으로 KBS PD로 활동했으며 군산시문화장과 전북문학상, 몽골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 대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전북예총에서 사무처장으로 10여 년 넘게 근무한 이력과 지역 예술의 전국화와 해외 문화 교류에 이바지한 인적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문단의 원로들과 중견 문인들 사이에서 추대 형식으로 차기 회장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양대 구도가 형성돼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북문협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북문학관에서 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전북예총 역시 내년 초 대의원 간접 선거로 제25대 신임 회장을 뽑는다. 내년 1월 소재호 회장의 3년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1월 19일 정기총회와 함께 선거를 치른다. 현재 차기 회장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이석규 전북음악협회 회장과 최무연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으로 2파전이 예상된다. 최근 문철상 전북사진작가협회 회원도 출마 움직임을 보였으나 최종적으로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규 회장은 김제 출신으로 육군본부 군악대를 나와 한국예총익산지회 지역문화기획전문가아카데미 제3기 과정을 수료했고 전북예총 수석부회장, 전북예총 대외협력위원장 등을 맡았다. 최무연 부이사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주기접놀이보존회 운영위원 및 상임이사, 단장 등을 지냈고 전주예총 4~6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대한민국국제음악제 운영위원장, 국립전주박물관회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예총은 오는 15일부터 27일까지 전북예총 사무처에서 후보등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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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외(1)
  • 2023.12.07 17:55

최명희문학관, 10일 ‘김순영·최명희 작가’ 작고문학인세미나 연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은 최명희(1947~1998) 소설가의 추모일(12월 11일)을 앞두고 10일 오후 3시 최명희문학관에서 ‘김순영·최명희 작가’ 작고문학인세미나를 연다. 작고문학인세미나는 2007년부터 해마다 전북 출신 문학인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정읍 출신으로 전주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글을 쓴 김순영(1937∼2019) 수필가의 작품을 통해 문학 세계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김순영 수필가는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동화 ‘샛별 질 무렵’)와 삼남일보 신춘문예(수필 ‘외투’),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수필 ‘묵은 책’) 등으로 문단 활동을 했다. 1960~70년대에는 신석정, 김해강, 신근 작가 등과 문단 활동을 했고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여류문학회 창립에 이바지하는 등 폭넓은 문학 활동으로 전북 문학사의 지평을 넓혔다. 주요 저서로 수필집 <꼭 하고 싶은 이야기>(1991), <어느 하루도 같은 아침은 없다>(1992),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1994), <그때 거기서 지금 여기서>(2002), <다시 가을에>(2003) 등을 냈으며 전북문학상(1991), 전라북도문화상(1992), 신곡문학상(1996), 전북여류문학상(1999), 한국수필문학상(2001), 전북수필문학상(2003), 전북예총하림예술상(2012) 등을 받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순영 수필가의 절친한 동료이자 후배 문학인인 김용옥 시인이 ‘내가 사랑한 수필가 김순영’을 주제로 정직하고 성실하며 사리분별이 분명했던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최기우 극작가가 ‘수필가 김순영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역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근혜, 김영주, 이경옥 동화작가, 이진숙 수필가, 최아현, 황지호 소설가는 작가의 수필집을 읽고 쓴 서평을 발표한다. 또한 김미영 문학박사와 최기우 극작가는 수필을 통해 고향의 훈훈했던 인정과 풍경, 일상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한 최명희의 작품 세계도 들려준다. 세미나의 좌장은 문학평론가 문신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맡는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관장은 “작고 문학인을 생각하는 세미나를 통해 전북의 자랑스러운 문학 자산인 김순영, 최명희 작가와 그의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서 지역의 긍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07 17:55

9일 오민아 명창이 전하는 '2023 판소리마당' 마지막 완창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의 판소리마당 '소리 판'이 오는 9일 강산제 심청가로 막을 내린다. 이날 오후 3시에 펼쳐지는 공연에서는 오민아 명창이 5시간 동안 강산제 심청가 완창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완창무대의 주인공인 오 씨는 전남 보성 출생으로 11살 때부터 고(故) 성우향 명창의 소리를 올곧게 전수한 소리꾼이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자 제19회 명창 박록주 전국 국악대전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현재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로서 판소리 보존 및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강산제 심청가는 박유전-정재근-정웅민-성우향 명창에서 오민아로 이어지고 있다. 서편제와 동편제의 장점을 모두 지닌 잘 짜인 음악적 구성과 절제된 소리가 특징이다. 오 씨는 “이번 무대를 통해 스승 성우향 명창을 본받아 심청가의 이면을 읽어,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은 소리판을 펼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고수에는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박근영 명고와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 고법반 교수 이상호 명고가 함께한다. 공연은 전화(063-620-2329) 또는 국립민속국악원 카카오톡 채널, 누리집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한편 2024년 판소리마당 소리 판 완창무대는 올해 12월 공모를 통해 총 5명의 소리꾼을 모집할 예정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2.07 17:55

청목갤러리, 다송 이준택 개인전 '추억의 시간 사진전' 개최

사진으로 전하는 그 시대의 아련함과 애환. 다송(茶松) 이준택 작가가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이준택 사진작가는 청목갤러리에서 오는 11일까지 개인전 ‘추억의 시간 사진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이 작가의 기억을 전시한다. 작가는 “1976년부터 사진을 시작해 약 47년 동안 사진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고희가 넘은 시기에 일생을 뒤돌아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전시 콘셉트를 설명했다. 실제 전시장에는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몸보다 큰 갈퀴나무 솔가리를 담은 봇짐을 등에 진 모습, 폭설이 내린 한겨울 대나무 채반을 파는 풍경 등 1970년대 우리 지역의 농촌과 풍경을 묵묵히 담아냈다. 이 작가는 “과거에는 몇 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 들어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우리 지역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며 “이번 전시품을 통해 지역의 사라진 풍경과 우리들의 기억 속 이야기를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이 흘러 세월이 되고 그 세월의 무상함이 추억으로 남았다”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과거 사진 속 나의 젊은 시절의 청춘과 열정을 만나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전북사진대전 초대 작가인 그는 전북예총 하림예술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사협전북도지회 감사, 전주영상회회장, 대한적십자사홍익봉사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2.07 17:54

[리뷰] ‘위도 띠뱃놀이’를 해체 재구성해 삶의 존엄성 구현한 수준작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예술감독 이혜경)이 제32회 정기공연으로 ‘고섬섬-그 소망과 바람을 보듬다’를 올렸다.(12월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용단과 국악관현악단, 창극단 등 도립국악원의 역량이 망라된 악가무의 역작이다. 토속 제의를 해체 재구성해 춤과 라이브음악, 영상 등 무대 제반요소가 함께한 총체극이라 명명할 수 있다. 고섬섬은 현재 부안군을 행정구역으로 한 위도의 옛 이름으로 이번 기획은 부안군의 우수한 문화자연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뜻으로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과 부안군이 창작 협업을 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위도 띠뱃놀이’는 바다라는 대자연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망과 바람을 담은 제의이다. 이번 이혜경 안무 ‘고섬섬’은 원당마누라가 등장하는 위도(고섬섬)와 칠산바다, 대월습곡 이미지의 1장, 원당마누라의 분신격인 본당마누라가 이끄는 춤으로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매개로서의 무당과 그들의 영역인 하늘과 바다와 섬을 그려낸 2장, 바다 위에서 열렸던 파시를 상징하는 풍요와 번성과 활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은 3장, 고기판을 든 무용수들의 춤. 거센 바람과 파도의 일상과 삶을 영위해야 하는 어부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 이미지의 4장까지를 하나의 서사로 구성했다. 5장은 원당제와 굿을 바탕으로 바다의 노여움을 달래는 소망을 담은 이 시대의 새로운 ‘풍어제’를 무대에 올린다. 즉 ‘위도 띠뱃놀이’의 현대적 재구성으로 바다와 섬, 신과 인간이라는 이미지에 담아 또다른 풍속을 만든 것이다. 위도의 상징인 소나무로 마감을 한다. 풍어제 ‘띠뱃놀이’는 원당 마누라와 본당 마무라가 핵심이다. 안무자는 주신인 원당마누라, 주신의 분신인 본당마누라, 무당을 중심에 놓고 어부와 어부 마누라의 장면을 만들었다. 기존무대 위에 사각 무대를 이중으로 만들어 무대 전체가 섬이 되었다. 무용수의 춤은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자연을 재현하는 수준 높은 창작력을 보인 영상이 무대 전면에 투사된다. 군무에서는 이혜경의 개성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직선의 라인 구도, 역동성, 속도감 강한 움직임과 함께 재현되는 신이 이끄는 또다른 자연이다. 이 가상의 인공섬은 환타스틱한데, 이 환상을 현실로 돌리는 핵심 장면이 어부의 죽음이다. 예술감독 이혜경의 총지휘 아래 수준급의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이 총체극의 그 중심에 어부와 어부마누라가 있다. 죽음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어부 송형준의 춤열연은 탁월하다. 전후의 풍어제 등의 이미지를 자신을 중심으로 틀어쥔다. 어부가 만들어내는 강한 힘이 연출된 이 장면이 있어 볼거리로 흐를 수도 있는 여흥을 휴매니즘, 즉 삶의 존엄성을 메시지화하는 문학성을 담는데 성공한다. 어부는 갔지만 그 후손인 아이의 등장도 미래를 약속하는 놓치지 않은 섬세함이다. 이 장면은 생명력이라는 것을 긍정하는 이혜경 등 제작진의 뚜렷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번 제작은 무대미술, 조명, 영상이 어우러지는 세련된 색감 그 위에 주역인 원당, 본당, 무당, 어부 등 솔로에게 안무자는 장면장면을 세우는 막강한 역할을 주문했는데, 송형준, 배승현, 이은하, 오대원, 윤이담의 완숙한 솔로가 군무진을 이끌며 수준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 김경애 춤평론가, ‘댄스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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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7 17:54

[줌] 강명선 강명선현대무용단장 “예술의 강력한 무기는 상상력과 영감”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을 위한 무기는 바로 예술적인 창조를 가능하게 만드는 상상력과 영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명선 강명선현대무용단 단장이 현대무용과 미술을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기에 앞서 긴장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무용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강 단장은 8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기획공연 ‘현대무용과 미술, 아트클래식 동행’을 마련한다. 공연 포인트는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이자 천재 작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생과 대표작들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기획했던 다른 예술 장르와의 결합은 새로운 자극과 동기부여를 주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총예술감독을 맡은 그녀는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의 변화 속에 예술의 영역마저 불분명해진 현대사회에 르네상스의 숨결을 현대무용으로 표현해낸다. 강 단장은 “예술의 정점을 향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시선은 역설적이게도 자연 그대로의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는지 모른다”며 “예술의 정점에 이르고자 갈망했던 다빈치의 작품을 어떻게 현대무용으로 풀어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 무대 위에서는 다빈치의 대표작인 ‘모나리자’, ‘비트루비안 맨’, ‘최후의 만찬’ 등 대중에게도 친숙한 작품들을 배경으로 손끝 발끝에서 흩날리는 현대무용의 몸짓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강 단장은 “다빈치의 대표 작품들 속에 내포된 다양한 상징적인 의미들뿐 아니라 그의 인생과 철학, 그리고 정신세계 등을 현대무용의 아름다움과 생생한 숨결로 관객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강 단장은 경희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했고 경희대, 전주교대, 전북대, 원광대, 우석대 등지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하며 풍부한 교육경력을 쌓았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전주시예술상, 전북무용예술대상, 전북춤지도자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이 있고 현재 (사)대한무용협회 전북지부 부회장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녀가 이끄는 강명선현대무용단은 20여년 넘게 꾸준히 신작을 발표해 온 단체다. 지역에서 현대무용의 맥을 이어가며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무용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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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호
  • 2023.12.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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