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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북 문화계 결산] ① 전시, 공연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전북지역도 올해 일상회복으로 기지개를 켰다. 2023년을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전시·공연과 문학·출판, 여성·종교 순으로 전북 문화계 결산을 세 차례 연재한다. 지역 내 미술관과 공연장은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재가동에 돌입했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고 이전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민성욱, 정준호로 사상 첫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가 구축됐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이왕준 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 등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조직 운영면에서 변화가 엿보였다. △전시 국립익산박물관은 2020년 개관 이후 3년 만에 누적 관람객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향후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 밀착형 현장 박물관 구현은 과제로 여겨진다. 전주문화재단은 전국 문화재단 중 유일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아르코 공공예술사업에 선정돼 기후위기에 대한 작품 제작 등에 국비 2억 2000만원을 확보했다. 윤명호 화백은 지난 4월 화마의 아픔을 딛고 8년 만에 완주 상관면 내아마을에 백당갤러리를 짓고 문을 열었다. 전주기린미술관은 별이 된 고(故) 홍순무 화백을 추모하는 유작 등을 전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전주 누벨백미술관과 숨갤러리는 개관 10주년을 맞기도 했다. 개관 5년 만에 전국 미술관 중 관람객수 상위 5위권을 기록하는 남원시림김병종미술관은 교육동 ‘콩’을 개관했다. 전북미술협회의 ‘아트전북페스타’는 지역 미술시장에 활력을 꾀했지만 아트 콜렉터 부재는 과제로 여겨진다. 제14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도내 14개 시·군 전시 공간에서 열렸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생동(生動)'으로 생명 의식이 삶과 예술에 관통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공연 국립민속국악원은 지난 2월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지난 2월 기획 공연으로 '엘레지의 여왕' 가수 이미자의 노래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모악당에서 열었다. 전북도립국악원과 전주시립국악단 등은 3월부터 봄을 맞아 코로나19의 어둠을 이기고 무대 행진을 펼쳐 나갔다. 제39회 전북연극제는 연극인들의 축제로 열렸으나 참가 단체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을 남겼다. 국립무형유산원은 개원 10주년을 맞아 ‘2023 무형유산축전’을 개최해 뜨거운 여름을 장식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면 대면 축제로 진행된 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주 한옥마을로 외연을 넓히긴 했지만 기존 프로세스를 답습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특색을 부각시키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전주 원도심 쇼핑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주 쇼핑 페스타’를 열었으나 썰렁한 행사장과 저조한 라이브방송 시청 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다.

  • 문화일반
  • 김영호외(1)
  • 2023.12.26 18:18

고려 후기 대표 동종 ‘부안 내소사 동종’ 국보 지정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고려 후기 동종을 대표하는 부안 내소사 동종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부안 내소사 동종(銅鍾)은 고려 후기 동종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통일신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본래 청림사에 봉안됐다가 1850년 내소사로 옮겨졌다. 부안 내소사 동종은 공중을 비행하는 듯 연출된 역동적인 용 모양, 종의 어깨 부분을 위로 향하고 있는 연꽃잎 문양을 입체적으로 장식하고 균형 잡힌 비례와 아름다운 몸체 등 뛰어난 장식성과 조형성을 지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가 됐다. 이는 장인 한중서의 숙련된 기술력과 예술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 동종을 제작한 한중서는 13세기 전반부터 중반까지 활동한 장인으로 민간 기술자에서 시작해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관청 소속이 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는 38년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긴 것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고려시대 이전 동일 작가가 여러 점의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있는 사례도 특별한 의미가 있고 그 중 내소사 동종이 그의 대표작품이다. 이 동종은 양식, 의장, 주조 등에서 한국범종사와 제작 기술과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일 뿐 아니라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가치가 뛰어나다. 문화재청은 고려 후기 동종을 대표하는 부안 내소사 동종을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하고 신라시대 고분문화를 보여주는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와 경주 서봉총 출토 금제 허리띠를 비롯해 고려시대 청자 및 조선시대 문집과 불상 등 5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부안 내소사 동종과 보물로 지정되는 경주 금령총 출토 금제 허리띠 등 6건을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 등과 협조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재·학술
  • 김영호
  • 2023.12.26 18:17

아!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 전북서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굴곡한 인생, 민주주의를 향유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그의 음성을 얹은 화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길위에 김대중>.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특별시사회가 26일 오후 2시 서전주 CGV에서 열렸다. 이날 특별시사회에는 이종민 전북상영위원장을 비롯해 이재규 전북상영위원회 배급 책임자, 정도상 작가, 양기환 감독, 이석환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엄대우 김대중재단 전북지부회장 등 1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내년 1월 10일 개봉 예정인 ‘길 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은 청년 사업가 출신 김대중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기록한 영화로,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미공개 자료들과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로 제작됐다. 영화 <노회찬 6411>의 감독 민환기 감독이 연출한 이번 영화는 김대중 평화센터의 기획을 시작으로 영화제작사 명필름과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제작·배급한 최낙용 대표가 제작을 맡았다. 내레이션에는 배우 장현성이 참여해 김 전 대통령이 걸어온 궤적을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한다. 이날 시사회에서 이번 영화 제작에 참여한 양기환 감독은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거쳐 제작한 이번 영화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전국 13개 지역의 상영위원회가 힘을 보태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록지 않은 영화 산업 현실 속에서 개봉을 앞둔 이번 영화가 청소년·젊은 세대 등 평화롭게 공존하고 민주주의를 향유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는 지난 11월부터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와 새로운 상영 공간 개척을 위해 약 한 달 동안 텀블벅 펀딩이 진행됐으며, 프로젝트 예산은 시사회 대관료·포스터 인쇄비·DVD 제작비·디지털 배급 버전 마스터 작업비 등으로 사용됐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상영위원회’는 이날 행사에 이어 같은날 오후 7시 텀블벅에 참여한 전북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시사회도 개최했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3.12.26 18:17

20여년 만에 '민간인 수장'…전북도립국악원장 공모 국악인 등 6명 지원

전북도립국악원 신임 원장 공모에 국악인 출신 인사가 대거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립국악원의 예술단 및 공연 운영과 중·장기계획 수립 등을 총괄하게 될 차기 원장은 민간에서 등용하는 만큼 국악 전문가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전북도와 지역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개방형 직위인 일반임기제(4급 상당)에 해당하는 이번 도립국악원장 공모는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응시원서 접수를 받고 14일 1차 서류심사와 19일에는 2차 면접시험을 치렀다. 원장 공모에는 판소리 명창 등 국립기관장을 역임한 국악인들과 언론계 출신 인사를 포함해 6명이 응시했는데 도내 인사는 3명, 도외 인사가 3명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임용 예정 직무의 적합 기준에 따라 국악 관련 분야 근무 경력과 같은 자격요건이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서류전형을 거쳐 2차 시험에서 자기소개 등 직무 관련 면접에 임했다. 지역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보인 원장 공모에서 수행 능력 평가의 경우 응시자를 대상으로 특별 요건으로 영어 면접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면접시험은 도립국악원의 중·장기적인 사업계획과 개인의 잠재능력 등 직무수행요건에 대한 심층적인 심사 및 다양한 방법에 의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임용후보자 3명 중에서 최종 임용까지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결심만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는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신임 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원장의 임용기간은 2년으로 업무실적에 따라 총 5년 범위 내에서 연장계약이 가능하다. 국악계 원로는 “국악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실적이 있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가 민간 출신의 도립국악원장으로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26 18:16

비노이 개인전 ‘자연에서 행복찾기’ 개최

연석산우송미술관(관장 문리)에서 우마레지던스 입주미술가의 성과를 알리는 마지막 전시가 29일까지 열린다. ‘자연에서 행복 찾기’란 주제로 비노이 인도 케케이엘람재단 대표가 우마레지던스에 머물면서 창작한 작품을 펼치고 있다. 입주기간 동안의 개성과 변화하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창작물의 다양한 과정과 흔적, 결과, 역량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그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두 종류로 붉은 꽃 시리즈와 연못 풍경이다. 붉은 꽃 그림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자연의 본질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붉은 단색으로 사실적으로 그렸으면서도 보기에 따라 단색의 추상화로도 보인다. 또 다른 작품은 그가 머문 미술관 마당에 있는 연못 작품이다. 그 연못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뭇잎들, 물에 반사되는 나무들, 그리고 물에 비친 파란 하늘 등이 비구상적으로 뒤엉킨 추상화의 모습이다. 다소 혼란스럽고 불안정하게 보이지만 각기 다른 자연의 주체들과 인공물들이 교차하면서 비합리적인 사유를 강요하는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인도 R.L.V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캐나다, 미국, 독일, 인도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아트캠프에 참여했다. 최근 연석산우송미술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내년 12월 22일부터 27일까지 인도 현지에서 한국 미술가 10명과 인도 미술가들이 교류하는 아트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연석산우송미술관 주최로 인도 미술가 10명이 연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석산우송미술관 관계자는 “레지던스를 통해 국제적인 활동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실천하는 행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26 18:15

[줌] 제16회 작촌문학상 수상한 안도 시인

“항상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문우들에게 감사합니다. 작촌문학상이란 이름에 걸맞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가 될 수 있게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안도(76) 시인이 제16회 작촌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아동문학가이자 문학평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때론 선택받는 일조차 버겁고 힘겨울 때가 많은데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국제펜전북지역위원회는 최근 심사위원회를 열고 올해 작촌문학상 수상자로 그를 선정했다. 작촌문학상은 전북펜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등단한지 10년 이상 된 회원 중 역대 회장을 역임한 공적 등을 반영해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올해가 16번째를 맞았다.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국제펜한국본부는 한국인 노벨문학상 후보 추천권이 있다”며 “선택을 피해 도망치기도 했지만 고향에서 누군가의 선택으로 인해 기뻐할 만한 문학상을 받게 되니 감격 만큼 부끄러움도 따른다”고 말했다. 평소 후진 양성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골복지관 등지에서 수강생들에게 시, 수필, 아동문학 등을 꾸준히 가르쳐온 그는 “문인의 사명은 자기의 이름을 결코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며 “독자들에게 유익한 작품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문인으로서 주어진 사명을 앞으로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언제나 씩씩하게 곁에서 등불처럼 지켜주는 가족들과 살가운 정을 나눈 고향 친지에게도 수상 소식을 전하며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원 출생으로 1984년 월간문학 시 신인상, 2017년 표현문학 평론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전주교대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고 시와 소설, 수필, 동시, 동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필력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국제펜클럽 제3대 전북위원장, 전라북도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문학관 관장, 전북예총 수석부회장을 역임했고 전주시립도서관,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시·수필 전담교수로 활동했다. 아울러 KBS 전북도민의 노래 작사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목정문화상, 한글유공자 표창 등을 받았고 다수의 시집과 동시집, 평론집을 발간했다. 제16회 작촌문학상 시상식은 내년 1월 4일 오후 4시 전주연가(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소재) 대연회실에서 전북펜문학 제22차 정기총회 및 전북펜문학 제22호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린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2.26 18:15

왕기석 명창, 수궁가 완창 판소리 ‘토선생 아니오?’

“반갑소, 소리 좀 한다는 왕 선생, 아니 토 선생 아니오?” 토끼띠 소리꾼 왕기석(60) 명창이 계묘년(癸卯年)의 마지막 주 토요일에 흥미진진한 토끼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30일 오후 3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왕기석 명창의 완창 판소리 ‘수궁가’가 무대 위에 선보이는 것. 이번에 선보이는 판소리 ‘수궁가’는 전승되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우화적인 작품이다. 수궁과 육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토끼와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물의 눈을 빌려 강자와 약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재치 있게 그려낸 수궁가에는 해학과 풍자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왕기석 명창은 “이번 수궁가 무대는 해학적인 면을 극대화시켜 그 어느 때보다 관객이 재미있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고수는 올해 전북무형문화재 장단(고법) 보유자로 지정된 이상호 명고가 호흡을 맞추고 최동현 군산대 명예교수가 해설과 사회를 맡는다. 왕기석 명창은 셋째 형 고(故) 왕기창 명창(전 국립창극단 단원)과 다섯째 형 왕기철 명창(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교장)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소리를 접하고 본격적인 소리꾼의 길을 걸었다. 1980년 국립창극단 연수단원을 거쳐 1983년 당시 최연소 정단원으로 입단해 당대 명창들로부터 소리를 배웠다. 소리인생 43년 동안 200여 편이 넘는 창극 작품에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2005년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전주MBC 판소리 명창 서바이벌 ‘광대전 2’ 우승, 2014년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상과 종합대상, 2017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화예술발전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2014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수궁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고 30년간 활동하던 국립창극단을 뒤로 하고 고향 전북에서 전주마당창극을 제작해 선보였으며 정읍시립국악단장, 국립민속국악원장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왕기석 명창은 “올해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지 20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에 비해 침체돼 있는 것이 사실이나 소리꾼으로서 더욱 각성하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2.25 16:09

국립무형유산원, ‘아리랑’의 역사 오롯이 담긴 기록영상 공개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최근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아리랑’의 기록영상을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누리집에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제작된 ‘아리랑’ 기록영상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유산의 기록보존과 조사·연구를 위해 1995년부터 진행 중인 기록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실제 영상에는 국가무형유산 전승공동체 종목으로서 아리랑의 정의, 그 어원과 노래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역사 기록과 음반을 비롯한 지역별 유형으로 구분한 8대 주요 악곡이 포함됐다. 특히, 전국 각지의 아리랑 전승 현장을 담기 위해 직접 아리랑 가창 등에 나선 정선·진도 아리랑 보존회 등 7개 단체 등 총 2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이번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번 아리랑 기록영상 제작은 국가무형유산 전승공동체 종목(특정 보유자를 인정하지 않는 종목) 중 최초의 기록화 사례라고 소개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번 ‘아리랑’ 기록영상과 함께 올해 국가무형유산 기록화 사업으로 제작한 ‘김천농악’의 기록화 영상과 ‘불화장’ 기록도서를 무형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누리집에 무료로 공개한다. '아리랑' 기록도서와 '남원농악' 기록도서는 온라인과 수도권의 대형 서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12.25 16:09

"장수 삼봉리·동촌리·삼고리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확장등재 추진돼야"

“가야문화 유산의 뱅크인 장수 삼봉리·동촌리·삼고리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확장 등재돼야 합니다.” 지난 22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 출범식 및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에서는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확장 등재 필요성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이날 기념식에서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장수 가야고분군 현황과 확장 등재’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장수 가야고분군 확장등재의 필요성’, ‘전북 동부 가야의 연구 현황’, ‘전북 동부 가야문화유산 활용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곽 교수는 “지난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가야고분군이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장수군 가야고분군은 탁월성과 역사성,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너무 늦게 시작돼 세계유산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수군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의 척추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백두대간에 자리하는 등 지리적 환경이 탁월하다”며 “문화재청과 전북도, 장수군이 지혜를 모아 지난 9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의 탁월성을 중심으로 ‘확장 등재’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 이후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의 출범식과 함께 김용현 신임 이사장 및 이동호 전임 이사장의 이취임식도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임 및 신임 회장을 비롯해 임상규 전북도 행정부지사,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최원철 전 전주대 부총장,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 김학원 원광대 명예교수, 조상진 전북일보 논설고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전임 이동호 이사장은 “2003년 (사)전북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했을 당시 지역문화연구는 향토사학자들의 손에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로 기억돼 지난 20여 년의 성과와 사업활동을 회상하면 감개무량하다”며 “그동안 제 역할이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의 밀알이 될 것을 확신하며, 연구원의 새로운 출범을 시대적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이임사를 전했다. 신임 김용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전북은 문화유산자원 보존 상태가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라며 “전북이 문화유산자원을 지식정보화하고 문화콘텐츠산업을 선도해야 하는 현재, (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도 전북세계화, 세계화전북을 기조로 전북 문화산업을 글로컬문화산업으로 선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12.25 16:08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기린미술관, 김준기 작가 개인전

현대로 오면서 사진은 회화에게 회화는 사진에게 서로 무한애정을 품고 서로가 서로에게 닮으려 했다. 아니 서로 뛰어넘으려고 하는 경쟁을 통해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하이퍼 리얼리즘이(hyper realism)이 그렇고 김준기 작가가 지금 발표하려는 작품들이 그렇다. 김준기 작가가 생애 맨 처음 사진으로 알아 충격을 받았다는 하이퍼리얼리즘은 사진기가 한 점의 포커스 부분만 확실하고 나머지 부분이 흐릿한 약점을, 포커스를 공간 모든 곳에 확대하려는, 즉 샤프 포커스 리얼리즘(Sharp Focus Realism)에 착안한 화가들의 도전이었다. 포커스를 화면 전체에 날카롭게 들이민다는 뜻이다. 김준기 작가는 이와는 반대로 사진의 냉혹한 기록성에, 찰나를 영원히 기록하리라는 기록성에 회화의 서정을 덧붙이는 작업이다. 기계에 인간성을 입히는 작업이다. 두 상반된 입장은 애초 사진기가 만들어질 때부터 과학자와 화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니 오히려 그 역사적 배경이 깊다 하겠다. 발명가인 니엡스(Niepce)와 화가 다게르(Daguerre)가 바로 그들이다. 원래 니엡스가 발명한 사진기로는 찍는 시간만 8시간 가까이 걸려 인물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에 의해서 해결됐다. 이때가 1840년대 초의 일이다. 그때는 발명가의 행위를 화가가 풀어냈는데 지금은 사진작가가 그림에서나 표현할 수 있는 붓 터치, 질감 등을 도입해 작업을 한다. 예전에도 이런 사진 작품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작품들을 직접 대면한 나로서는 대단히 흥미로웠다. 인공지능이 이세돌과 바둑을 둘 때도, 인공지능이 장착된 판자가 축구선수 이영표의 슛을 100% 막아낼 때도 그저 남의 일이었는데 내 앞에 나타난 김준기 작가의 결과물들을 보면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랐음은 비슷한 업종이어서였나보다. 교육학박사이면서 원광대학교 교수였던 묵암 김준기의 졸수 기념 사진초대전 ‘사진작가 그림을 만나다-사중유화 화중유사(寫中有畵 畵中有寫)’ 전이 내년 벽두인 1월 2일부터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초대전으로 전시하게 됐다. 초대일시는 1월 6일(토요일) 오후 3시이며 1월 15일까지 14일간 계속된다. 90세를 졸수(卒數)라 하는지도 처음 알았다. 이 노익장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작품에 대한 생각뿐인 것 같다.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책으로 독학하고, 사진 작품을 위해 직접 그림도 그려보려고 어느 인사를 찾아갔으나 "유화 맛을 알려면 10년은 해야 한다"는, 화가 지망생에겐 지당한 말이지만 당시 팔순의 중반이었을 작가이며 동시에 학생에게는 전혀 비교육적인 말로 낙담을 한 일도 있는 영원한 학생이다. 세기의 예술가 겸 단테의 신곡을 줄줄 암송했던 인문학자 미켈란젤로도 89세로 죽는 그날까지 영원한 학생임을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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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16:08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91. 렛츠 고! 레고랜드

△글제목: 레츠 고! 레고랜드 △글쓴이: 김단아(서울 숭의초 2년) 삐입 – 삐입 - 삐입, 철컹! 딸깍! 주차 완료! 나와 내 동생 단우는 부리나케 차에서 튀어나왔다. “와! 온통 다 레고야!” 우리가 온 바로 운명의 이곳은, 두구두구, 레고랜드였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풀기 전에 놀기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우리는 ‘팩토리 어드밴처’ 라는 라이드를 탔다. 좀 으스스했지만, 내가 게임 속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 뒤로도 소방차, 롤러코스터, 경찰차 놀이 등 많은 놀이기구를 탔다. 그때, 방송이 들렸다. “지금부터 15분 후 더위를 물러 내줄 워터메이즈 물 공연이 있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너무 더웠던 우리 가족은 ‘물’이라는 소리에 너무 반가워서 바로 워터파크 쪽으로 뛰어갔다.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아래에서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끌어당겨 사람들 틈으로 들어갔다. 내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너무 시원하고 걱정이 한 방에 싹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레고랜드에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내 마음도 팡팡 터지는 최고의 하루였다.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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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4 13:30

[전북의 문학 명소] 12. 계절마다 한 권의 책이 되는 곳

△춘정이 활짝 피어나는 봄날 사람의 심정에 작은 불꽃을 피워 올리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문학은 봄날의 햇살과 같다. 문학은 얼어붙은 인간 감정에 따뜻한 피가 돌게 하고, 새로운 박동으로 생명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시인이 춘정(春情)을 노래해오지 않았던가! 완주, 임실, 남원, 순창의 문학 명소 중에서 봄날에 거닐어 보고 싶은 곳이 있다. 그곳에 갈 때면 옆구리에 시집이나 소설책 한 권 정도는 끼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리산 바래봉은 봄의 전령사 철쭉꽃으로 유명하다. 군락을 이룬 철쭉꽃이 만개하는 5월이 되면, 바래봉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든다. 누군가는 철쭉꽃 앞에서 가슴 설레는 사랑의 향기를 맡기도 하지만, 우리 역사는 처절했던 피비린내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서 지리산 바래봉은 많은 작가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우미자·안도현·고정희·김광원 등 많은 시인이 매년 봄 철쭉이 흐드러진 지리산 바래봉에서 붉은 언어의 시를 써냈다. 지리산 바래봉에서 철쭉꽃의 향연을 감상했다면, 이제는 남원 광한루원에 늘어진 능수버들의 싱그러운 연두의 봄날을 거닐어도 좋다. 광한루원은 판소리 <춘향가>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봄밤의 정취를 감상하기 위해 광한루에 나왔다가 그네를 뛰는 춘향 모습에 넋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팔청춘의 첫사랑이 그렇게 광한루원의 봄날 저녁을 환하게 밝혔다. 복효근 시인의 시 「춘향의 노래」라든가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 등에서 봄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날의 정취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흐드러진 벚꽃 아래일 것이다. 임실군 강진을 지나 덕치를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 4월 벚꽃은 피어난다. 그리고 섬진강 그 맑은 강물 같은 시심으로 덕치초등학교 운동장 가에도 벚꽃이 핀다. 이 벚꽃 그늘에서 김용택 시인이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래서일까? 벚꽃 피는 날, 덕치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인이 된다. 봄날 거닐어 보고 싶은 문학 명소에는 강천산과 모악산도 있다. 산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문학적 영감을 주지만, 강천산과 모악산은 특히 봄날의 정취가 좋다. 강천산이 봄날의 연두를 보여준다면, 모악산은 진달래꽃의 연분홍으로 설레게 한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만물이 봄날을 맞아 그렇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봄날, 연두의 햇살을 받으며 강천산 등산로를 맨발로 걷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잡히는 것들이 마음에서 자그마한 연못을 이룬다. 그 연못에 살랑 바람이 일면 그것이 바로 시가 아닐까? 모악산 등산로에서 저만치 비켜 서 있는 진달래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동자에 맺힌 그 다사로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영혼을 서늘하게 해 줄 여름 여름은 인간과 자연이 맨몸으로 마주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진심이 서로 통한다. 이렇게 통하는 진심의 힘으로 문학은 탄생하고, 독자의 가슴에 서늘한 파문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무더위를 피해 찾아든 계곡에서 우리는 문학을 읽는지도 모른다. 게으른 영혼을 화들짝 일깨울 정도로 시리게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책갈피를 넘기다 보면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잊어버릴 것 같다. 지리산 뱀사골 계곡과 달궁계곡은 여름날 찾아가 며칠쯤 머물고 싶은 곳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으면 정신은 맑아지고, 그 투명한 영혼으로 시 한 구절이 새겨질 것 같다. 소설의 한 대목을 읽다가 눈을 들면 숲 그늘은 푸르고, 그 아래로 하얗게 속살을 내보이며 굴러가는 물살이 보인다. 그 물살을 일으키는 크고 작은 바위에서 우직하게 자기 삶을 지켜내는 우리 자신이 보인다. 그게 보일 때면 여름이 성큼 물러나고 있지 않을까? 뱀사골 계곡 입구에 우람하게 서 있는 전적비 앞에서 한 번쯤 우리 역사를 생각해봐도 좋겠다. 역사는 인간의 비극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또 우리는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더운 여름날에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온다. 사람이 사람을 죽여야 했던 숱한 사연들을 그 숲은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숲을 본다. 그것이 역사다. 오늘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 지리산 뱀사골 계곡과 달궁계곡에서 우리는 온몸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다. 과거로부터 오늘에 도착해 있는 역사적 인간인 우리를. 지리산 계곡물이 섬진강으로 흘러가면 임실과 순창의 어름에서 또 크게 물살을 뒤척인다. 기괴한 물속 바위로 유명한 장군목 유원지다. 귀 맑은 사람이라면 여름밤 이곳을 흘러가는 물살의 기척에서 요강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 밤에는 또 높이 펼쳐진 하늘에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다슬기 같은 별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장군목 유원지에서 건져낸 다슬기에서는 별빛의 향기가 나는지도 모른다. 완주의 위봉폭포도 여름날 찾아가기 좋은 문학 명소다. 여름 한 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고 있으면, 한낮의 열기를 지워낼 수 있다. 그뿐인가? 폭포의 수직 낙하를 보면서 우리는 마음에 얹혔던 근심이나 시름을 통렬하게 씻어내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무모하리만큼 겁 없이 뛰어내리는 폭포수 앞에서 여름날 조금은 게을러졌던 삶의 자세를 고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 허락해준 인간의 시간, 가을 가을에는 다른 계절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자연이 만들었던 봄과 여름의 맹렬했던 시간이 조금씩 소멸해가면서 비로소 인간의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자주 우리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단풍 흐드러진 산자락에서 더 그렇다. 눈은 자연이 만든 소멸의 시간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에서는 한껏 풍부해진 자기감정에 충실해진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산사(山寺)다. 가을 햇살이 고즈넉하게 떨어지는 절 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에 단풍이 물들어 있다. 가을 산사에서 만나는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간다. 그래서 자주 자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완주 송광사에서는 하루가 일 년처럼 흘러간다. 발소리를 죽이며 대웅전 앞에 서면 부처의 마음에 닿는 것 같다. 눈을 들면 사찰의 단청 빛과 산자락의 단풍을 구분할 수 없을 듯하다. 송광사를 지나 위봉사에 도착하면 그곳은 또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그곳에는 시간이 없다. 무시간의 공간이다. 그래서 위봉사에서는 절도 없고 나도 없어진다. 그냥 텅 빈 무(無)의 세계에서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 마음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그곳에 서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경내를 걸으면 산그늘에 발자국이 새겨지고,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져 말소리마저도 그대로 스님의 미소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한나절 위봉사 경내에 머물다 보면 침묵이 한 편의 시처럼 영혼에 깊이 새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완주의 사찰 가운데 가을에 가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곳은 화암사이다. 시인 안도현이 쓴 것처럼, 화암사는 이 지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절이다. 특히 가을볕이 그 어느 곳보다 환하고 따스하게 내린다. 곱게 늙어가는 절 마당에 서 있으면 삶이 한결 가뿐해지고 단순해진다. 남들과 시비를 가리고, 손에 뭔가를 쥐고자 애썼던 날들이 그저 야속해진다. 그래서 가을 화암사를 다녀간 사람들은 영혼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져 있다. 화암사를 지나면 대둔산과 마주하게 된다. 단풍이 물든 대둔산의 가을은 서늘하다. 온몸의 피부가 잔뜩 긴장한 듯, 대둔산 앞에 서면 인간은 비로소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수천 년을 단단하게 서 있는 바위와 한 번도 그 자세를 고쳐본 적 없는 능선은 가을을 가을답게 해 준다. 그래서 대둔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저절로 가을을 걷는다. 아니, 신의 시간을 걷는다. △숨죽인 우리의 사랑 노래, 겨울 겨울을 걷는 사람에게는 이미 봄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그래서 겨울은 더욱 혹독하다. 새로운 계절을 잉태하고 있으므로, 겨울은 더욱 치열하게 자기를 수련한다. 그 수련의 깊이를 사랑이라고 말하면 과장일까? 자기를 갈고닦는 일이 다른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여는 일이고, 다른 존재를 조건 없이 기꺼이 품어주는 일이라면, 겨울은 한 번도 사랑으로부터 멀어진 적 없는 시간이다. 겨울 실상사는 그런 점에서 사랑의 처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눈 내린 실상사 마당을 엇갈려 지나가는 발자국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도종환 시인이 「실상사-정도상에게」라는 시에서 “네가 만나야 할 것은 진여실상”이라고 말했을 때, ‘진여’의 모습에서 사랑이 보인다. 그럴 때 사랑은 세속의 모습도 아니고 탈속의 자세도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진심의 영역에서 피어나고, 참된 자기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게 실상의 세계가 아닐까? 순창 회문산에서 어쩌면 ‘진여실상’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 장면이 회문산에 묻혀 있다. 이태의 남부군을 읽어보라. 그들은 이념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건 사람들이다. 눈 덮인 회문산 자락에서 꽁꽁 얼어붙은 몸을 깨워준 것도 사랑이었고, 죽어가는 이들의 눈앞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모습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회문산에 오른 사람들은 가슴 깊은 곳에 사랑을 품게 될 것이다. 임실 국사봉도 겨울에 다녀오기 좋은 명소다. 전망대에 오르면 눈 아래 옥정호가 지상의 하늘처럼 맑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사봉 전망대는 새해 일출을 맞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멀리 산자락 너머로 뜨겁고 붉은 햇살이 솟아오를 때, 허연 입김을 내뿜는 감탄의 소리가 울린다. 꼭 새해 첫날이 아니어도 국사봉 전망대에 오르는 눈길은 특별하다. 서걱서걱 눈 밟히는 소리와 함께 마음의 무거운 짐이 하나씩 벗겨져 나간다. 그러나 겨울 진객은 따로 있다. 완주 비비정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대로 새한도다. 고결한 정신과 순결한 마음이 견디어내는 혹한의 겨울 풍경처럼, 비비정에서 바라본 만경강은 으뜸이다. 과연, 비비낙안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넓게 펼쳐진 삼례 들녘으로 겨울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은 어떤 그림으로도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찬란하다. 살얼음 낀 강가에 갈대가 제 몸을 부러뜨리고, 바람이 갈대의 심장을 차갑게 훑고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인간의 자리가 없이도 겨울은 저절로 깊어간다. 아쉬운 건, 그 겨울의 내면을 어떤 시인도 온전하게 글로 옮겨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신(문학평론가, 우석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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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4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90. 영어캠프를 다녀와서

△글제목: 영어 캠프를 다녀와서 △글쓴이: 김나연(인천해원초 5년) 내가 사는 인천에는 신청서를 제출하면 인천 영어마을 캠프를 4박 5일 다녀올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운영하지 않다가 작년부터 신청받기 시작했는데 부모님께서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았던 내가 걱정되어서 신청해 주시지 않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나와 동생을 같이 영어마을 캠프에 신청을 해주셨다. 영어마을에 가기 전날에는, 설레고 기대감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는데 4박 5일이란 시간이 번개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영어마을에는 우리 학교뿐 아니라 인천에 있는 여러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였다. 4박 5일간 6명의 친구와 한방을 쓰는데 어떤 친구가 한방을 쓰게 될지 두근두근했다. 6명의 친구 중 3명은 우리 학교 친구, 친구 2명은 다른 학교 친구들이었다. 우리 학교 친구들은 원래부터 무척 친했던 사이라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된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4박 5일간 우리는 각자 정해진 직업의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직업은 Musical Star(뮤지컬 스타)였다. 처음 접해보는 직업이 낯설고 영어로 하는 거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선생님들께서 모두 해처럼 밝은 모습으로 사랑과 친절로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게다가 먹는 걸 좋아하는데 급식이 너무너무 잘 나와서 더더욱 행복했다. 아빠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는 거였는데도 가족과 집이 그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이곳이 천국 같았다. 그렇게 4박 5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곳이 벌써 그립다. 그래서 내년에도 신청해서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부탁드렸다.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더 만들고 온 느낌이다.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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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3 13:30

[전북의 문학 명소] 11. 뜻과 의지로 이름을 새긴 사람들

인걸은 지령이다. 영험한 땅에서 걸출한 인물이 나고, 그 인물이 있어 그 땅은 더 큰 가치를 지닌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에는 빛나는 행적으로 이름을 남긴 위인이 많다. △고려 말 남원에서 왜군을 물리친 황산대첩의 이성계(1335∼1408) △조선 초기 집현전 학사로 문화를 꽃피웠던 최덕지(1384∼1455) △임진왜란 때 이치전투를 이끌며 왜군의 전라도 침공을 막은 명장 황진(1550∼1593) △조선 영·정조 시대의 지리학자·실학자인 여암 신경준(1712~1781) △한국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1759∼1791)과 권상연(1751∼1791)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히는 이삼만(1770∼1847) △조선 성리학의 마지막 거장인 노사 기정진(1798∼1879) △동학 경전인『동경대전』을 쓴 수운 최제우(1824∼1864)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1944∼1960) 열사 등이다. △“천하는 만백성의 것” 혁명가, 정여립 정여립(1546∼1589)의 탯자리로 알려진 완주군 상관면 월암마을에 정여립공원이 들어선 것은 2020년이다. 정여립이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고 있는 기개에 찬 모습을 형상화한 철판 조형물이 있고, 그의 생애와 사상, 기축옥사 등에 관한 설명이 8개의 오석 안내판에 적혀있다. 최기우의 희곡 「정으래비」(평민사·2022)는 ‘천하는 백성의 것’이라고 외쳤던 전주 출신 사상가 정여립과 기축옥사를 소재로 했다. 반상의 귀천과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위의 세습을 부인했던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과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여립의 삶을 다루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민중이 있다. 차별 없이 고른 세상을 향한 정여립의 꿈을 잇는 이들이다. 홍석영의 장편소설 「소설 정여립」(범우·2008)은 기축옥사가 뜻하는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 그 영향은 어떻게 남았는지 보여주고자 사료와 문헌을 탐구한 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서철원의 장편소설 「별의 노래」(짓다·2023)는 마이산이 있는 진안의 밤하늘에 그려진 별의 천문을 통해 정여립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상향과 판타지를 보여준다. 정여립의 죽음은 참혹하고 뜨악한 역사를 남겼지만, 푸른 댓잎 같던 그의 대동사상은 후세에 큰 울림을 남겼다. 백성으로부터의 개혁을 지향한 그의 사상은 허균의 ‘호민론’과 정약용의 ‘탕론’으로 이어졌으며, 동학사상도 그 줄기로 엮여 있다. △임실치즈를 만든 신부, 지정환 임실성당은 대한민국 치즈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1931∼2019) 신부는 1964년 6월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들을 가까이 지켜본 신부는 산양을 키우며 사제관에서 산양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들었다. “치즈!” 사실, 지 신부는 벌써 며칠 전부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산양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꼼꼼히 헤아려 본 터였다. 연유나 분유 같은 가공식품도 고려해 보았지만, 얼핏 생각해도 엄청난 시설비용을 도저히 감당해 낼 재주가 없었다. 그리하여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치즈였다. ∥고동희·박선영의『치즈로 만든 무지개』 중에서 1961년 1월 임실성당 주임대리로 6개월 동안 근무했던 지정환 신부는 부안성당을 거쳐 1964년 6월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다시 부임했다. 척박한 땅,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그가 찾은 것은 산양유를 활용한 치즈 만들기. 그러나 치즈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산양유를 약탕기로 졸이고, 비눗갑에 담아 숙성시키고, 유럽의 치즈공장들을 둘러보며 방법을 배워오는 등 숱한 도전과 실패 끝에 치즈 만들기에 성공했다. 지정환 신부의 삶과 의지는 고동희·박선영의『치즈로 만든 무지개: 지정환 신부의 아름다운 도전』(명인문화사·2007)과 박선영의『지정환 신부: 임실치즈와 무지개 가족의 신화』(명인문화사·2014) 두 권의 책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1959년 12월 사제의 신분으로 한국에 온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가 전주·부안·임실·완주·서울 등에서 만났던 사람들, 임실치즈의 태동을 함께한 사람들, 다발성신경경화증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오히려 평생 장애인들의 아버지로 살며 무지개장학재단을 이끈 이야기들은 큰 감동을 선사한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도 지정환 신부와 임실N치즈의 이야기를 담은 임실치즈역사문화관과 지정환신부역사관이 있다. △붓으로 지켜낸 구국의 신념, 조희제 임실군 덕치면 회문리 절골(寺洞)은 대한제국 말의 학자이며 순국지사인 조희제(1873∼1939)의 삶터이며, 1895년부터 1919년까지 절의를 세운 의열선비와 의병들의 실적과 문헌을 수집해 편찬한『염재야록』을 집필한 곳이다. 조선의 국운이 쇠퇴하던 시기, 항일의식이 투철한 집안에서 자란 조희제는『염재야록』 집필을 마음먹고 수십 년 동안 한말 의병장과 초야에 묻힌 애국지사의 행적, 독립투사의 항일사적, 3·1운동 애국투사의 공판 등을 찾아 재판 실황을 기록했고, 자료를 수집해 야사 형식으로 엮었다. 그러나 1938년 책을 쓴 일이 일제에 발각되면서 조희제를 비롯해 서문과 발문을 쓴 최병심(1874∼1957)·이병은(1877∼1960)과 교정을 본 김영한, 서역을 맡은 조현수 등 많은 인사가 임실경찰서에 연행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잔혹한 악형과 고문을 당했다. 다행히 조희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염재야록』을 두 개로 편집해 책 표지에 ‘덕촌수록(悳村隨錄)’이라고 쓴 뒤, 한 질은 책상에 두고, 한 질은 궤짝에 넣어 마루 밑 땅에 묻었다. ‘덕촌’은 조희제가 살던 ‘덕치(德峙)’를 가리키는 말로 ‘덕치(덕촌)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라는 뜻으로 이목을 피하려 한 것이다. 고문받던 조희제의 생명이 위독해지자 일경은 고문의 만행을 인멸하기 위해 병보석으로 석방, 임실병원에 입원시켰다. 이후 조희제는 일제가 단발 종용을 강요하자 “저들에게 모욕당하고 구차히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의를 지켜 죽음을 맹세한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 순국했다. 그가 남긴 소중한 기록들은 후세에 길이 전해져 역사의 교훈이 되었다. △춘향의 정절을 이은 최봉선 춘향사당은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 「춘향전」의 여성 인물인 성춘향의 일편단심을 되새기고, 그녀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세운 영정각으로 1931년 광한루원에 세웠다. 춘향사당은 이곳을 건립하고 오랫동안 제사 지내는 일에 앞장섰던 남원예기조합의 기생 최봉선(1900∼1974)의 꿋꿋한 삶과 의지가 담겨 있어 더 의미가 깊다. 1931년 단옷날 새벽, 단정하고 깨끗한 옷을 차려입은 기생 100여 명이 사당 앞에 줄지어 섰다. 남원 권번 기생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기생들이었다. 남원 출신으로서 경성뿐 아니라 전국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화중선, 이중선 자매도 와 있었다. ∥김양오의 동화 「백 년 동안 핀 꽃」 부산 출신인 최봉선이 남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24년 봄. 열녀 춘향에 대한 흠모의 정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던 그녀는 남원의 유지들과 사당을 짓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일제 관헌은 모든 협조를 거절했고, 몇몇 사람은 ‘천한 퇴기의 딸 춘향의 사당 건립은 점잖지 못한 일’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최봉선은 뜻을 굽히지 않고 기금 2백 원을 내놓았으며, 동료들과 모금 운동에 나서 건축비 1천 2백 원을 모았다. 초상화는 ‘진주의 화가 강(姜) 모 씨’에게 맡겼으며, 1929년 춘향의 생일로 여긴 음력 4월 8일에 준공식을 올렸고, 1931년 6월 3일 춘향사당 낙성식과 제전을 열었다. 최봉선의 삶은 김양오의 동화『백 년 동안 핀 꽃』(빈빈책방·2021)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초의 지역 축제 춘향제를 만든 최봉선’을 부제로 한 이 동화는 1931년 제1회부터 1967년 제37회까지 제주(祭主)를 맡아 춘향제향을 모셨고, 한국전쟁 때에는 춘향의 영정을 주천면으로 옮겨 전쟁의 화마에서 지켜낸 최봉선의 결의에 주목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던 일제강점기에 춘향제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되살리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 속 인물인 춘향을 현실 세계로 불러오고, 이야기 속 춘향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 후손들의 본보기로 삼은 것은 춘향을 향한 열녀 최봉선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춘향사당과 춘향 영정은 춘향의 정절을 이은 최봉선과 같은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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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3 10:00

[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89. 바다 지킴이의 편지

△글제목: 바다 지킴이의 편지 △글쓴이: 김소연(군산 소룡초 4년) 대한민국의 모든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에게 안녕! 나는 바다가 있는 도시, 군산에 살고 있어. 소룡초등학교 4학년 김소연이야. 너희들의 학교생활은 어때? 난 7월에 학교에서 NO 플라스틱 캠페인을 한 적이 있어. 플라스틱 칫솔을 나무 칫솔로 바꾸자는 활동이었는데, 좀 쑥스러웠지만, 계단에서 캠페인 활동도 하고 내가 꾸미기를 좋아해서 칫솔 통도 예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 그런데 우리 학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체 학생들이 알릴 기회가 어디 없을까 해서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대회를 통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요즘 사람들이 바닥이나 하수구에 버려서 바다 생물들과 지구가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걱정이야~ 거북이의 코에 빨대가 들어가고, 비닐봉지가 해파리인 줄 알고 먹으려다가 봉지의 손잡이 쪽에 걸리고, 조그마한 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들이 먹으니깐 우리의 건강에도 바다 생물의 건강에도 엄청~ 좋지 않아서 너무 속상해. 하지만 나도 한 번쯤은 길에 쓰레기를 버린 적이 있어. 그래서 난! 앞으로는 길에 절~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할 거야! 앞으론 나 한 명이 좀 버리면 어때? 가 아니라 나 한 명이라도 환경을 지키자! 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플라스틱 칫솔 말고 대나무 칫솔로, 비닐봉지보다는 에코백으로, 플라스틱 물병보다는 텀블러로, 플라스틱 빨대보단 종이 빨대로 우리 한번 시도라도 해보자.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힘을 합치면 우리의 지구도, 바다도, 바다 생물도, 우리들도 함께 지킬 수 있을 거야! 우리 앞으로도 아자! 아자! 파이팅!~ 2023년 8월 4일 바다 지킴이 소연이가! ※ 이 글은 2023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7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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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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