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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열린 판으로 섞여드는 소리, 사람, 그리고 세계

비가 야속하게도 한없이 쏟아지는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본격적인 첫날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닫혔던 야외 소리판이 수년 만에 온라인을 넘어 현장 속에서 활짝 열림을 하늘이 시기하는 듯하였다. 자원봉사자들은 바람에 밀려 천막 속으로 들이치는 빗줄기로부터 의자들을 보호하느라 안간힘이었다. 비 때문에, 가까이서 또 멀리서 초대한 베트남, 중국, 아랍에미리트, 한국의 음악가들 앞에 많은 관객이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스태프들의 표정도 밝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소리판이란 본디 근대적 의미의 실내 단상 위 무대이기 이전에 팔방이 열린 땅 위에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음악학자 머레이 샤퍼가 고안한 개념인) “소리풍경”이 비와 바람, 새와 소음, 습도까지 품음으로써 그날만의 특유한 색깔을 지닌, 반복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연행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날의 비는 야외 무대가 지닌 그러한 묘미의 원천이 되었다. 스태프들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며 점차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비에 지지 않는 박수를 보냈다. 음악가들은 비와 어울리며 혹은 비와 대화하며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중부 잘라이(Gia Lai) 성에서 온 소수민족 즈라이(Jrai)인들은 우리의 징에 빗댈 수 있는 타악기 공(Gong)의 합주를 통해 선율을 만들어내며 빗속 무대로 입장하였다. 잘라이 지역이 위치한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는 9월이 가장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달이라는데, 어쩌면 관객은 그러한 기후와 공기마저 음악과 함께 무대 위로 옮겨진 모습을 보게 된 셈이다.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과 유사한 원리의 쭝(t’rung), 나무 줄기에 막대기를 달고 줄을 메어 뜯는 현악기 띵 닝(ting ning) 등,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악기들을 불고, 긁고, 두드리며 앙상블을 구현하였다. 대나무로 할 수 있는 모든 주법을 보여준 듯한 “아침”은 날씨의 도움으로 잘라이 지역 우기의 아침을 관객에게 더욱 잘 전해준 셈이 되었다. 빗줄기가 한층 더 세차진 늦은 오후, 남해안별신굿보존회가 무대에 올라 프로그램상 예정되어 있던 “맞이굿” 대신 “가망굿”을 첫 차례로 올렸다. 가망굿은 사회자의 설명처럼 농업 및 어업에 알맞은 날씨의 조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축제의 상황에 맞는 레퍼토리로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아닌가 싶었고, 설사 잘못된 추측이었다 할지라도 그 변화가 의미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찌할 수 없는 날씨의, 자연의 힘 속에서 우리와 마을의 안녕을 소리로, 몸짓으로 힘껏 비는 모습으로서 굿이 한층 더 비치었다. 전투에 희생되어 바다에 남은 넋을 기리는 군웅굿, 종이로 정성스레 만든 용선으로부터 꽃을 하나씩 관객들에 건네며 복을 전한 용선놀음까지 끝나자 놀랍게도 비가 많이 잦아들었다. 어둑해진, 습한 늦여름 혹은 초가을밤은 아랍에미리트의 연주자들이 만든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타와슬(TAWASL)의 소리가 채웠다.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서구 악기와 중동 지역의 대표 류트 계열 악기인 우드(oud), 양금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그와는 달리 뜯어서 소리를 내는 지터류 발현악기 카눈(qanun)이 어우러지며 묘한 공기를 만들었고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옛 말로 따지면 멀리 “서역”에서 온 그들의 소리를 가만히 앉아 들으며, 서역의 어딘가에서 한반도의 음악 앞에 앉아 동녘의 초가을을 감상하는 어떤 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뒤에 이어진 악단광칠의 멋진 기악곡 “북청”과 같은 음악을, 어떤 서역의 관객이 서역의 땅냄새 위에서 생소함과 설렘으로 듣는 모습 말이다. 축제란, 판이란 그런 것이다. 이 나라의 공기 속으로 다른 나라의 공기가, 이 나라의 사람 앞으로 저 나라의 날씨가 당도하여 서로 섞여드는 것이다. 이렇게 귀한 ‘열린’ 판이 더 많은 이들을 향해, 더 좋은 날씨와 함께 다음 날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다음, 다다음 해 계속하여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기획팀장은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및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강사로 재직중이며, 재단법인 월드뮤직센터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인류학 연구자이자 대중음악 창작자이기도 하다. 제11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평론부문을 수상하였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7 18:35

문체부, 지역 문화자원 '로컬100' 선정⋯전북 5개 포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매력을 찾아내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로컬100(지역문화매력100선)'을 선정, 17일 발표했다. 전북에서는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무주 안성낙화놀이, △익산 미륵사지,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및 전봉준장군·동학농민군상, △남원시립국악단 상설 창극공연 등 5개가 포함됐다. '로컬100'은 전국 228개 지자체와 문체부 2030자문단 '엠지(MZ)드리머스', 문체부 4070지역문화매력기자단 등 국민발굴단의 추천을 받은 후보 461개 중에서 지역문화 명소 58개, 지역문화 콘텐츠 40개, 지역문화 명인 2명 등이 각각 선정됐다. 문체부는 이날 키크니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2024년까지 국내·외에 집중 홍보할 계획. 또한, 코레일관광개발과 함께 '로컬100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해 기차로 지역문화를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유인촌 장관은 "문화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문화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핵심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서 시작한다"며 "이번에 선정된 로컬100에 대한 생활공감형·밀착형 홍보를 과감하게 추진해 국민이 문화로 지역에 머물고 싶고, 살고 싶고, 가고 싶게 만드는 새로운 지역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23.10.17 17:16

예술가 노(老) 부부의 그림 그리고 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날씨 속에 황혼의 예술가 부부가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따뜻한 작품 세계를 펼쳐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회화작가로 알려진 전북미술계 거목 유휴열 화백과 그의 아내 최명순 시인이 최근 지역에서 의미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평생 부부로 살아온 이들은 순창공립옥천골미술관의 기획으로 6일부터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이란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삶의 굴곡을 함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다. 예술 활동도 이와 마찬가지다. 31일까지 순창공립옥천골미술관에서 진행될 전시에선 부부가 그림과 시를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모악산 아래 터를 잡은 유휴열미술관을 운영하는 부부의 시화 작품들은 감성적인 시에 입체적인 평면 그림을 배경으로 가을과 어울리는 감성을 불어넣었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화가의 아내’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독하게 살아가는 화가의 숙명을 감싸주는 아내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했다. 이에 화답하듯 아내인 시인도 남편을 향한 마음을 시로 풀어냈다. “하루 종일/ 커피와 담배 연기 자욱한 그 안에서/ 근심도 계절도 멈춰버린 듯/ 혼자 흥분하고 재미있고 신이 난다// 내가 모를 또 다른 세상 속에서/ 왕굴을 짓고 돌담을 쌓고 강줄기도 내며/ 혼례식도 하고 달도 따고 소풍을 간다”(시 ‘화가의 아내’ 중에서) 아내는 그림에 몰두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 70여점의 시화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사인 시인은 “그림에 구애되지 않고 시를 집중해서 읽으면 시집 한권을 읽는 느낌이다”며 “시의 간섭 없이 그림을 충분히 보고 난 뒤 시와 상응하는 그림을 한 쌍씩 대조하면 예술의 성찬이다”고 치켜세웠다. 유휴열 화백은 전주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대학원(서양화)을 졸업했고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보관문화훈장과 전북일보 전북대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북청년미술상을 제정한 후 화단의 원로로 작가들의 창작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최명순 시인은 전주여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을 펴냈으며 (사)모악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0.16 17:40

영호남 연극잔치⋯제24회 영호남연극제 막 오른다

호남과 영남 연극인들이 만든 화합의 연극잔치인‘제24회 영호남연극제’가 올해 전북에서 열린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한 이번 연극제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17일부터 20일까지 총 4차례 무대로 진행된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 ‘문화는 즐거움이다. 도시가 공연장이다’를 표어로 진행되는 올해 연극제에 오를 작품으로는 광주광역시의 ‘극단 문화예술공방 바람꽃’, 경남 진해‘극단 고도’, 전주 ‘창작극회’, 익산 ‘극단 자루’ 등 총 4팀이다. 먼저 ‘문화예술공방 바람꽃’이 작품 ‘우리말글’을 올리며 연극제의 막을 올린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작품은 한글을 반대하는 신하들에 맞서는 세종, 한글로 된 책을 전부 태우는 연산군, 한글을 사용하지 못한 일제강점기 등 한글이 지닌 수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둘째 날에는 ‘극단 고도’의 ‘해질역’이 공연된다. ‘해질 역’이라는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주인공 ‘여옥주’가 사별한 남편 ‘차만식’을 만나 마음속의 ‘흉터’로 남은 과거 기억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셋째 날에는 전북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인 ‘창작극회’가 준비한 작품은 ‘이수일과 심순애’로 경성국제대학 학생인 이수일과 심순애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마지막 날에는 ‘극단 자루’의 ‘헤이, 부라더!’가 연극제의 막을 장식한다. 연극에는 27살 배우 지망생 ‘소룡’과 가난한 체육 특기생 ‘강준’이 등장한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동거를 시작하며 가족이 돼가는 모습을 연기한다.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은 “전북, 광주, 경남 등 3개 지역에서 참여한 이번 연극제는 영호남 연극의 현주소를 한눈에 살펴보고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기회”라며 “올해 연극제를 통해 어려운 시절 치유와 감동이 함께 하는 공연예술의 숲을 거닐어 보실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올해 연극제는 전석 무료이며, 예약은 전화(063-277-7440) 또는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0.16 17:40

한지문화진흥원, 전주시·일본 가나자와시 전통공예 교류 펼쳐

전주 한옥마을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일본 고유의 전통공예 향연을 통해 교류의 장이 열렸다. (사)한지문화진흥원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다온관과 라온관에서 자매도시인 전주시·일본 가나자와시 교류의 일환으로 ‘제22회 전통공예전’을 펼친 것.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는 2002년 자매도시를 맺고 해마다 두 도시를 순회하며 전통공예 교류전을 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주에서 교류전을 갖고 일본 작가인 도요우미 켄타, 카네야스 히로시의 칠예 공예품 등 일본 대표 전통공예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옻칠바구니를 비롯해 대나무 공예, 명함지갑, 브로치, 향토완구 등 쓰임새와 형태가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전통공예와 또 다른 멋을 지닌 일본의 전통공예을 통해 두 도시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 고급 칠기와 자기 등을 포함해 비단과 면직물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전주에서 20년 넘게 일본 가나자와시와의 교류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전통공예 교류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속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0.16 17:39

제34회 전북서예대전 대상에 임선아 씨 선정

제34회 전북서예대전 영예의 대상에 임선아 씨(69·익산)의 작품 ‘지란지교를 꿈꾸며-한글’이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전라북도지회가 주최한 올해 전라북도 서예대전은 코로나19로 답답하고 각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와 조화된 여유로운 삶을 느끼고, 내일의 한국 서단을 이끌어갈 서예인 발굴을 위해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는 총 328점이 출품됐다. 이중 대상 1점, 우수상 5점, 삼체특선 11점, 삼체입선 9점, 특선 42점, 입선 89점 등 총 197점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임 씨의 ‘유안진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한글’, 우수상은 박경수 씨의 ‘묵여뢰-예서’, 송유근 씨의 ‘서거정 시-해서’, 안인규 씨의 ‘제소화-행서’, 이규창 씨의 ‘도연명 시-전서’, 전중석 씨의 ‘김집 시-예서’ 등이 받았다. 대상을 받은 임 씨는 작품은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유안진 시인의 시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게 된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에게 지초와 난초처럼 맑고 높은 향기로 참된 우정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자 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당 송현숙 선생은 “올해 작품 수준은 그 어느 해보다 높아 서예인의 열정과 창작 의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한글 출품 수가 늘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대상으로 선정된 임선아 작가의 작품은 궁체의 정자체로 한글의 수려함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 토론 과정을 거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8일에 열리며, 수상작은 다음 달 18일부터 2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10.16 17:38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향교길 68갤러리, 서혜연 초대전

가을비가 이따금 가랑비로 내리는 날에, 전주 한옥마을의 유서 깊은 향교 앞길. 향교길 68 갤러리(관장 조미진)에서는 그간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왔던 서혜연 작가를 초대해 "Welcome to my world(내 세상에 온걸 환영해)–서혜연-"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my(나의)와 world(세계)사이에 Fantastic(환상적인)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들어가도 좋을 뻔했다. 나서지도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는 올곧은 성격의 조미진 관장과 천생 여인이지만, 이 지역 미술계에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는, 이젠 나이가 아니라 연세가 되었을 방부제 미인 서혜연 작가가 만난 것이다. 이 작가는 잘 연마된 인체 크로키 실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몸짓을 그리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섬세한 무늬의 헝겊을 정교하게 오려 붙이는 콜라주를 많이 이용해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헝겊을 이용하는 콜라주나 종이를 붙이는 빠피야 콜레 기법은 모두 처참했지만, 가치 있었던 미술 파괴 운동, 즉, 다다가 폭풍이 돼 지나간 직후에 발생한 초현실주의나 입체파에서 연유한 기법) 그래서 미술의 3대 요소인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를 하나의 화면에 같이 시도하는 작업을 했었다. 시인 이상의 ‘거울’에 나오는 마지막 시 구절,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밖에 없으니 퍽 섭섭하오"처럼 거울에 비치는 본인의 연민을 연일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는 행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신작들은 콜라주를 이용한 기막힌 효과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다 단순하게 그리기만으로 완성하고 있었으며, 즐겨 그리던 인간들마저 하나의 정물로 바라보려는 자세, 높은 경지 관조의 세계로 몰입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도 하고싶은 말이 많은 것인지 그녀의 그림들은 전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싶어 했다. 즉 많은 말을 하고싶지만, 말을 아끼는 거 같은 심정? 입맛으로 생각해 보면, 일관했던 단맛은 많이 줄고 그 자리를 쓴맛, 신맛, 매운맛 등 갖가지 오묘한 맛들로 채워가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오히려 색채와 형태는 더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극렬한 배색에서 오는 화려함보다는 더욱 온화한 유사 색상의 배색 등으로 편안해지는 마음을 표현해서 화려함보다는 온화함을 강조하여 원숙한 나이가 되어감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었다. 어느 원로시인이 나이가 들어가니 당신의 시도 늙어가서 걱정이라더니 요즘은 나이 따라 늙어가는 글이 더 좋아졌단다. 딱 그 모양이다. 대저 늙은 시나 그림이 무엇이던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유와 관용일 것이다. 거기에 연유해서 관조의 경지에도 도달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 속의 나를 또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소 작품도 선보였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6 17:37

"나는 원정이되오리다. 별밭을 지키는"… 열번째 석정시문학상 시상식 개최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시 정신을 널리 선양하기 위한 제10회 석정시문학상·제9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이하 석정문학제) 시상식이 지난 14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석정문학제는 신석정기념사업회와 석정문학회가 주최하고 부안군, 전라북도, 전북일보사,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등이 후원했다. 석정문학제는 신석정 시인의 시 ‘날개가 돋쳤다면’ 일부인 ‘나는 원정(園丁)이되오리다. 별밭을 지키는’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권익현 부안군수, 정군수 석정문학회장, 소재호 전북예총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 김계식 전 전주교육장, 신석정 시인 유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궂은 날씨 속 시상식에 참석해 주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 땅에 전라도 정신과 한민족 혼을 심으신 신석정 선생님의 고결하신 인품과 시정신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환영사에서 “제10회 석정문학상의 김남곤 시인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오창렬 시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오늘의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다시금 신석정 선생님의 정신과 업적을 공유하며 삶과 인생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제10회 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원로이며 전북문단의 정신적 지주를 이룬 작가인 김남곤 시인이 받았다. 제9회 석정촛불문학상에는 총 151명의 시인이 각각 5편의 시를 응모했다. 이중 ‘침묵을 몰고 오다(외 4편)’을 통해 탁월한 상상력 속 단아한 형식을 녹여낸 오창렬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인 김남곤 시인은 완주 출생으로 1979년 ‘시의 의식’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장과 전북예총연합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마당>, <새벽길 떠날때> 등이 있으며 전북문학상, 한국문예상, 바다문학상, 중산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김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수상 소식을 접한 당시 기쁨보다 무겁게 짓누르는 충격에 오후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던 시침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석정문학상의 궁극적인 목적과 역할에 십분의 일이라도 다가서서 사유하라는 엄중한 통고로 받아들여, 남은 세월 나름대로 이타 정신을 이루며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오창렬 시인은 남원 출생으로 1999년 계산 시 전문지 ‘시안’으로 등단해 ‘제9회 불꽃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오 시인은 ”시에 마음을 둔 시간은 오래됐지만, 갈수록 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겠고, 어쩌다 시집을 낼 때도 스멀거리는 자괴감에 그만 써야지를 되뇌며 시를 놓고 살았던 시간도 길었다“며 “이번 수상으로 받은 큰 기쁨을 새로운 시작의 동력으로 바꿔 더 분발할 것을 다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석정문학제 시상식에 앞서 열린 제9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에서는 ‘산은 알고 있다’라는 시를 낭독한 조귀덕 씨(광주)가 대상을 받았다. 조 씨에게는 상금 150만 원과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석정문학제 2일 차인 15일에는 전북보훈회관에서 나희덕 시인의 문학강연,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시극공연, <석정문학> 제36호 출판기념회 등이 열렸다.

  • 문화일반
  • 전현아외(1)
  • 2023.10.15 16:30

꿈과 희망의 노래로 전하는 위로⋯소프라노 이은희 독창회 성료

현대인의 메마른 마음을 꿈과 희망의 노래로 위로하는 무대가 열렸다. 소프라노 이은희 전북대 음악과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전북대학교가 주최하고 지클레프가 주관한 이번 음악회는 김순기 피아니스트와 김충환 바리톤, 최영진 하피스트, 성안나 오르가니스트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춰 더욱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실제 이날 공연 1부에서 이은희 소프라노는 ‘엄마야 누나야’, ‘그리운 고향’, ‘가을의 노래’ 등 한국적 정서가 스며든 노래로 청중들에게 애상을 전했다. 이어 2부 공연에서는 독일의 작곡가 슈만의 ‘호두나무’, 오스트리아 가곡의 왕인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오스트리아 고전 음악 작곡가 모차르트 ‘주님을 찬양하라’ 등을 선보이며 과거 독일의 학문풍토에서 터득한 그녀의 소리와 음악을 노래했다. 이은희 소프라노는 “보수적이고 깐깐한 독일에서 다년간 공부하며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임을 배웠다”며 “앞으로도 꾸준하게 연구해 다양한 레퍼토리로 독창회를 통해 저만의 음악 세계를 내보이고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는 실천적이고 사회적인 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은희 소프라노는 전북대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해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 성악·오페라과를 졸업했다. 한국과 독일 등에서 다수의 공연을 올린 그는 현재 모교인 전북대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음악교육가로서 열성을 다하고 있다. 또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장과 뮤지씨어터 슈바빙 대표극동방송 ‘시와찬미’를 진행하는 등 지역 음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0.15 16:30

퓨전재즈밴드 ‘바람처럼’, 가을을 연주하다

지역에서 남녀노소 모두 재즈를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퓨전재즈밴드 ‘바람처럼’은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밴드 바람처럼이 주최·주관하고 전라북도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후원한 이날 콘서트에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재즈 음악을 음미하기 위한 300여 명의 관객이 자리했다. 올해로 2회째 진행된 이날 단독 콘서트에는 김영주, 노용현, 박윤호, 장경수, 최고은 등 5명의 바람처럼의 멤버를 비롯해 16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올랐다. 실제 이날 공연에서는 밴드 바람처럼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여름휴가’와 ‘야간비행’ 등을 비롯한 총 10곡의 재즈 음악이 대중적으로 쉽게 편곡돼 연주됐다. 또 이날 재즈의 표준이 되는‘How insensitive’와 ‘When I Fall In Love’ 등 ‘재즈 스탠더드 곡’도 연주돼 재즈의 고유한 멋을 전하기도 했다. 밴드 바람처럼의 기타리스트이자 리더인 김영주 씨는 “쉽게 이해됐던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어렵게 느껴졌던 재즈라는 장르에서 느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며 “재즈라는 음악이 즉흥적인 장르지만 이번 공연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10곡 모두 악보 화를 통해 클래식 같이 편곡해 연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는 4명에서 5명으로 그 후 7명에서 현재 21명으로 점차 규모를 키워가며 관객 앞에 설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로 도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즈의 매력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람처럼은 2012년 결성돼 대중들에게 재즈라는 장르를 친숙하게 전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 정규 1집 ‘처음 바라다’와 2020년 정규 2집 ‘야간비행’, 지난해 정규 3집 ‘Brooklyn’ 등을 발표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0.15 16:30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세계소리축제의 모범적 전형을 만나다!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무대 한편이 밝아오면서 요령소리가 아득하게 다가온다. 하얀 소복 차림의 요령잡이가 상여소리 앞소리로 행렬을 이끌자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이 뒤따르며 뒷소리를 받는다.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음악도 그렇지만 무대 위에서의 동선(動線)까지 꼼꼼하게 계산한 기획연출이다. 공연 전체에 대한 소개 후 무대 전환을 위한 기다림도 없다. 이런 등장 연출로 청중들은 자기도 모르게 어떤 경건한 제례의식에 참여한 숙연함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세계소리축제의 한 모범적 전형과 만났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리-오리엔트](“re-Orient”) 얘기다. 소리축제의 정체성에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판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의 다양한 목소리 음악(vocal music)을 모아보겠다는 애초의 취지까지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판소리를 어떻게 결합 배치할 것인지, 목소리 음악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등의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히면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된다. 판소리는 물론 세계 민속음악에 대한 내공이 동시에 깊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연주형태를 기획하기 보다는 기왕의 연주단과 음악을 단순 소개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음악감독의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넓고도 깊었다. 무대가 5개의 연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심청가]의 ‘상여소리’ [적벽가]의 ‘새타령’ [수궁가]의 ‘상좌다툼’과 ‘범 내려온다’ [춘향가]의 ‘갈까부다’와 ‘어사출두’ 그리고 [흥보가]의 ‘박타는 대목’이 그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동양의 오방(동서남북중) 개념까지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다. 특이한 것은 시작이 죽음(상여소리)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종시(終始)의 사상이 배어 있다. 축제 마당이 죽음으로 마무리될 수는 없다. 죽음으로 끝나는 삶에는 전쟁의 아픔(새타령)도 있고 잔치의 흥겨움(범 내려온다)도 있으며 이별과 만남의 옥신각신(갈까부다와 어사출두)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관객들과도 어우러지는 잔치마당(박타령)으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 박타는 대목에서 박에서 쏟아져 나오는 복(福)을 연주에 참여한 악기들의 화려한 솔로연주로 대신한 것은 특히 기발하다. 별도의 연주자와 악기 소개를 건너뛸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청중들과 흥겹게 주고받는 모습은 판소리 마당의 분위기를 제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그렇게 청중들의 카타르시스를 최고도로 끌어올려 환호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못지않게 눈여겨 볼 것은 각 연주의 완성도다. 판소리와 페르시아 음악이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눈대목의 내용이 때로는 오래 전 페르시아의 시와 어우러지고(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조금 있다. 이 시노래의 내용이 화면을 통해 자막으로 전해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로는 안성맞춤의 대금이나 북장단은 물론 세타르, 카눈, 톰박 등의 악기 연주와 다투듯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세계 순회공연까지 준비하고 있다니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세계소리축제의 위상도 높이고 판소리의 세계적 확산에도 크게 기여했으면 참 좋겠다. 이종민 명예교수는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로 퇴임 후 완주인문학당을 중심으로 인문학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5 16:22

"문화수도 전주와 산업수도 울산 상생해야"

영호남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문화의 수도 전주와 산업 수도 울산이 상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2일 ‘전통문화와 제조산업 융합의 전주-울산 상생 프로젝트 세미나’가 한국전통문화전당 4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사)흥문화예술기획이 주최하고 (주)온고·(사)테크노섬나회 주관, 전북도와 울산광역시, 전북일보, 울산제일일보가 후원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전통문화가 보존된 전주와 제조산업의 메카인 울산이 서로 장점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 김동철 (주)온고 대표는 ’전통문화기술과 제조산업의 융합을 통한 전주-울산 지역 상생 미래 비전 프로젝트‘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김 대표는 "전주와 울산이 문화와 산업의 융합을 통해 충분히 성공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며 "문화, 산업 기술의 융합을 통한 신사업을 발굴하면 경제적 혜택이 주어지고 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이 발전하면 전주와 울산의 주도로 동서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리본소프트 최고기술경영자는 ‘문화유산 기반, 전주-울산의 미래 융합 산업 메타버스를 중심으로’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전주가 풍부한 전통 문화유산이 있는 반면,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 등 약점이 많은 도시”라며 “울산 역시 환경문제를 비롯해 문화유산의 부족이란 취약점을 가져 두 도시가 상생을 통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도시가 상생을 통해 풍부한 자원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산업화할지 미래 산업에 대비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가상의 플랫폼을 기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구상들에 대해 토론도 이어졌다. 임채일 울산제일일보 사장은 “지역 사회와 문화 산업을 융합 공유하는데 언론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민간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큼 정치와 행정 등에서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석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지역의 전통 문화유산과 미래 융합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메타버스 등 뉴미디어에 활용 가능한 유무형 문화유산의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형섭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민족 또는 지역적 특성을 잘 담고 있는 문화 원형을 응용해 디지털화하거나 현대화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걸 (사)문화생각 선임활동가는 “문화 수도 전주와 산업 수도 울산의 융합을 구체화하기 위해 사람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문화산업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영호외(1)
  • 2023.10.12 17:36

'2023 석정문학제' 14일 부안 석정문학관서 열려

깊어가는 가을의 문턱에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을 기리기 위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2023 석정문학제’가 14일 오후 3시 부안군 석정문학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것. 이날 제10회 석정시문학상 시상식과 제9회 신석정 전국시낭송대회가 개최된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는 올해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는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이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은 오창렬 시인이 시 ‘침묵을 몰고 오다’로 선정됐다. 전북일보와 부안군, 석정문학관, 석정문학회, 부안군문화재단,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가 후원하는 석정시문학상은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 시인은 완주 출신으로 1979년 ‘시와 의식’으로 등단한 이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을 지냈고 전북일보 문화부장과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전무이사, 사장, 우석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시집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마당>, <새벽길 떠날 때>, <녹두꽃 한 채반>, <시장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 동시집 <선생님이 울어요>, 시선집 <사람은 사람이다>, 산문집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칼럼집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 편저 <인본주의 사상을 배태한 시-내 안의 가시>를 출간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전북문학상, 한국문예상, 전북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진을주문학상, 바다문학상, 중산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전북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석정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 및 상패가 수여된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 시인은 남원 출신으로 1999년 계간 시 전문지 ‘시안’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서로 따뜻하다>,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 전주문화재단 미디어북 콘텐츠 <물방울의 자세>를 발간했고 불꽃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 및 상패가 주어진다. 15일 오후 3시에는 전주 전북보훈회관에서 나희덕 시인의 문학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10.12 16:50

우아한 재즈의 선율…퓨전재즈밴드 ‘바람처럼’ , 13일 정기연주회

우아하고 여유로운 재즈의 선율이 가을밤 정취를 선사한다. 퓨전재즈밴드‘바람처럼’이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정기연주회를 올린다. 이들이 이날 선보일 노래는‘여름휴가’, ‘야간비행’, ‘Epic Drama’, ‘Start’, ‘94유로’, ‘Jean’, ‘How insensitive(Jazz standard)’, ‘Brooklyn’, ‘When I Fall In Love’, ‘포항포항’ 등 바람처럼의 음악과 재즈 스탠더드 곡이 섞인 총 10곡이다. 지난해 색소폰이 새롭게 합류하는 등 10여 년 동안 활동 규모를 키워온 ‘바람처럼’은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바람처럼 멤버(김영주·노용현·박윤호·최고은·장경수)와 함께 도내에서 활동 중인 재즈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무대를 꾸미는 것. 또 이번 공연에는 바람처럼 김영주 리더가 직접 편곡한 노래가 연주되는 등 바람처럼 만의 독특한 소리에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가 더해져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전할 예정이다. 김영주 리더는 “바람처럼의 노래만 연주했을 때 보다 더욱 풍성한 음악이 객석에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재즈오케스트라과 협연을 기획했다”며 “일반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연주곡에 유명한 음악을 추가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평소 재즈 음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재즈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친숙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바람처럼은 지난 2012년 재즈 음악가 4인이 뜻을 모아 결성한 퓨전재즈밴드이다.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재즈라는 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팝, 라틴 등을 접목해 재탄생시킨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발매한 앨범으로는 저규 1집 ‘처음 바라보다’, 정규 2집 ‘야간비행’, 정규 3잡‘Brookiyn’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10.12 16:5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