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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박힌 손으로 써 내려간 사람 사는 이야기...김계식, 시집-시선집 연달아 출간

옛 어른들의 손가락 끝마디에는 옹이가 박혀 있었다. 김계식 시인의 오른쪽 한가운데 손가락 끝마디에도 옹이가 하나 박혀 있다. 바로 '글씨 옹이'. 김 시인은 "오늘도 글씨 옹이가 더 커질 만큼 많은 것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지치지 않는 창작열과 부지런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계식 시인이 서른 번째 시집 <아름다운 체념>(인간과문학사)과 시선집 <서른, 그 푸르른 별밭>(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시집 <아름다운 체념>에는 최근 1, 2년 동안 쓴 작품 중 80편을 골라 시집에 담았다. 이는 빛 밝히는 별, 동행의 꿈길, 빗돌에 새긴 글발, 우리로 이룬 열매, 기쁨 갈무리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일기처럼 시를 써온 김 시인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선집 <서른, 그 푸르른 별밭>에는 지난 2002년에 출간한 첫 시집 <사랑이 강물 되어>부터 최근 발표한 시집 <아름다운 체념>까지 서른 권에 달하는 시집을 한 권으로 묶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의 깊이가 조금씩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김 시인이 당시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는지, 어떤 것에 관심 있었는지 등에 대해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김 시인은 "시선집에 1권에서 30권까지의 시집 표제를 빠짐없이 연결했다. 지금까지 시집을 출간한 제 마음과 족적을 담아 서른한 번째 시집, 시선집인 <서른, 그 푸르른 별밭>을 상재하게 됐다. 처음을 알고 뒤를 모르는 독자들은 뒤를, 처음을 모르고 뒤를 아는 독자는 앞을 짚어보는 하나의 길잡이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완주문인협회, 한국미래문화연구회, 전북PEN클럽, 한국창조문학가협회, 두리문학, 표현문학, 교원문학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 한국창조문학 대상,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전북PEN작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3.01.04 17:39

"카메라는 창작의 도구" 허성철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60이 되면 카메라로 그 인연에 감사를 전하자. 덕분에, 60년. 이렇게 잘 살아왔습니다." 카메라를 사랑하는 허성철 사진작가가 사진집 <칠실파려안: 그 안에서 놀다>를 출간했다. 책은 '전주를 기록하다 Ⅲ', '나를 펼쳐 보이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다' 등 총 3권으로 구성돼 있다. 허 작가는 이를 통해 그동안 달려온 사진 이야기를 정리했다. 사진과 함께 글을 엮어 삶의 기록해 보는 재미에 읽는 재미까지 더했다. 그는 카메라를 기록(재현)의 도구로 활용해 전주의 도시성장과정을 기록하고, 창작의 도구로 활용해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전주를 기록하다, 나를 펼쳐 보이다에서는 글보다 사진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거의 사진이 대부분이다. 특히 전주를 기록하다에서는 전주의 변화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글보다는 사실에만 입각해 표현한 허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면 사진으로 이야기하다에서는 글과 사진의 비중이 큰 차이가 없다. 사진 일기처럼 순간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고 사진에 맞는 글을 담았다. 거창한 것을 카메라에 담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이밖에 그동안 동아리전,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던 작품도 모두 담았다. 남원 출신인 허 작가는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사진을 전공했다. 예원예술대, 건양대, 전북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전북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3.01.04 17:39

정읍학연구회 창립 10주년 맞아 기념호 '정읍학' 9호 발간

창립 10주년을 맞은 정읍학연구회가 창립 10주년 기념호 <정읍학> 9호를 발간했다. 이번 책은 정읍 출신 민족서도가 창암 이삼만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구성했다. 창암 이삼만 특집 논문 4편과 정읍 지역에 관한 논문(역사·문화) 논문 3편 등 총 7편의 지역학 논문을 실었다. 창암 이삼만 특집에서는 창암 이삼만 선생의 서예 연구 및 창암 선양 사업의 현황과 최근 동향을 다뤘다. 논문으로는 '창암 이삼만 서예 연구의 동향과 서예 연구의 현주소(배옥영)', 창암의 여러 출생설 중 정읍 출생설을 확증하고자 하는 '각종 관련 자료들의 종합적 분석을 통해 본 창암 이삼만 성생의 정읍 출생설 논증(김익두)', '창암 이삼만 서예의 서예사적 위상과 그 가치(조민환), '창암 이삼만 선생 선양 사업의 방향과 실천에 관한 문화·관광학적 모색(허정주)' 등을 담았다. 또 정읍 지역에 관한 논문으로는 '갑오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손화중 피체지 재고(안후상)', '태인 피향정의 역사적 변천과 태인 지역의 역사-문화사 전개(오원근)', '정읍이란 지명에 관한 동양철학적 입장에서의 새로운 해석(이동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익두 회장은 "내년에는 <정읍학> 창간 10주년을 맞아 정읍 지역 연구의 토대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정읍 문화의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찾아 모색하는 전국 규모의 학술대회 개최, 정읍학 총서 발간 등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읍학연구회는 2013년 정읍 지역문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술 단체로 창립됐다. 해마다 정읍 지역 문화연구 전문 학술지 '정읍학'을 1권씩 발간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3.01.04 17:3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작가 - 박윤근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를 읽다가 각에 꽂혔습니다. 각! 좋습니다. 잘 다린 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소리가 나거든요. 그 소리는 바빠서 만지면 둥글둥글한 느낌이 듭니다. ​면과 면이 만나야 각이 생깁니다. 면은 혼자지만, 각은 상대가 있습니다. 칼 같은 각도 두 면이 힘을 모아야 생겨납니다. 너와 내가 예각으로 만나면 펜이 됩니다. 둔각으로 만나면 팔작지붕이 되고요. 안중근의 집게손가락과 방아쇠가 직각으로 만나 적막해지면, 이토가 쓰러집니다. “가령, 책상 위 저 종이를/ 가로와 세로 반 대각선으로 수만 번 곱접으면/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나 물방울을 볼 수 있다/ 동화를 들려주는 별들과/ 풀잎 끝 풍경을 모을 수도, 지을 수도 있다// ​……/ 지구를 스쳐 지나는 저 유성도/ 실은 우주의 뭇별들과 각을 이루기 위해/ 지상 끝 저 모서리로 내리는 것이다” (‘각’ 중). 펄프의 각들을 헤아리다 밤을 새웁니다. 나무의 둥근 각을 세려면 360일(도)에 5일은 더 필요합니다. 만나지 못했던 각들을 만나려 종이를 접습니다. 저녁노을, 물방울, 별, 그리고 풍경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합니다. 접는 법을 몰라 늘 구겨졌던 마음을 펴보니 각들이 까칠합니다. 지상의 모서리로 갑니다. 뭇별들과 각을 이루기 위해 별똥별이 내려옵니다. “늦은 밤, 고양이 한 마리/ 빗물 속 달빛을 핥고 있네/ 저 몸짓은 둥근 털실을 잃어버린 고양이가/ 아침을 부르는 의식,/ ……// 이제는 둥근 자동차 불빛에 뛰어들거나/ 달빛을 감으며/ 북~ 찢긴 비릿한 밤의 다른 표정을 감아올리지// ……// 저 먼 달 속으로 순한 눈빛들/ 하나둘씩 가로등처럼 켜져 가네” (‘달빛 감는 고양이’ 중). 고양이는 달빛을 감아 눈 속에 넣었을까요, 털로 바꿔 놓았을까요? 빗물과 고양이 혀의 각도를 따라가면 아침이 아침밥을 차려줄 것 같습니다. 비릿한 냄새와 자동차 불빛은 삶과 죽음의 각을 발라줄 것 같고요. 순한 눈빛이 달에 켜는 각은 재기 어려울 듯합니다. “발끝에서 당신의 표정이 달라지는 건/ 밤새 안녕한 당신의 얼굴이 물속 잽싼 가마우지 주둥이처럼/ 맨발 안으로 오버랩 되기 때문// 그 표정은 마치 촘촘히 가죽을 잇댄 북소리처럼 둥글고 깊다// ……// 조금 늦은,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단단히 묶었던 신발 끈을 푼 맨발의 표정이/ 발끝을 깨문 듯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때가 있다” (‘스텝’ 중). 우리는 매일 스텝을 밟아 무엇을 만나러 가는 걸까요? 얼굴은 어떻게 내려와 발끝의 각을 달라지게 할까요? 북소리처럼 둥근 각은 왜 피어날까요? 그나저나 너무 늦지 않게 해방된 맨발의 각이 짜르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총각(總角)은 모두 각입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과 각을 세우고 삽니다. 둥글둥글 산다는 것은 젊음에 대한 모욕이지요. 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둥글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일렬종대 사관입니다. 각과 둥근 것들이 가로로 길게 줄을 지어 오기도 합니다. 엣지 있게 횡대로 옵니다. 이러니 각을 세울 때와 둥그렇게 행동해야 할 때를 아는 게 중요해집니다. 하늘을 예리한 각으로 찔러야 할 가지가 둥치를 흉내 내면 어찌 되겠어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1.04 17:38

파도가 넘실거리는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벽화로 활기 찾아

골목은 주민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지고 같은 숨결로 이어진다. 골목이 골목답게 살아 있어야 아름다운 도시가 되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는 법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삭막해진 서학동 예술마을의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이 개성 있는 골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내 미술인 김지연·박민수·이일순·이적요·최은혜·한숙 등 6명과 골목 주민들이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의 썰렁한 벽을 스케치북 삼아 벽화 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미술관 골목은 화분 텃밭, 벽걸이 식물 등으로 정겨운 분위기였다. 지난 2021년부터 도시재생사업으로 골목이 획일화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예전 골목이 따뜻하고 정겨워서 좋았다"는 의견과 "오히려 아무것도 없으니 골목이 깔끔해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 서학동 예술마을 특성상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관광객이 드나들기 때문에 옛 골목길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골목, 마을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다수였다. 이에 김지연 미술관장을 필두로 도내 미술인과 골목 주민들이 똘똘 뭉쳐 일명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내용은 벽화 꾸미기. 김 미술관장은 골목이 삭막하고 답답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바다를 그려 넣고, 바다만 있으면 쓸쓸하고 춥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을 더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골목 입구는 타일로 나무와 꽃, 풀잎 등 자연을 표현하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시원한 바다 풍경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골목 살리기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한 골목 프로젝트는 평소 만나지 못했던 이웃들과 만나 벽화를 통해 소통하게 만들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다른 골목 주민들도 미술관 골목을 보며 서로 골목도 해 주면 안 되느냐는 의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목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일순 작가는 "서학동예술마을현장지원센터의 도움이 있어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벽화로 인해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친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벽화 때문에 골목 안까지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3 17:40

전주문화재단, 전국 단위 굵직한 표창 수상 '쾌거'

전주문화재단이 전국지역문화재단 대상 연말 유공자 표창에서 김진·선지영 차장이 각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상을 각각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표창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에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공로가 있는 전국 기초 문화재단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이다. 전국지역문화재단 사업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난 사업과 공적이 탁월한 직원을 선정해 표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창작기획팀 김진 차장은 지역 예술가의 실험적 작품 개발 지원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역 특화사업 발굴, 예술가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영감을 전하는 전시를 기획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예술가들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판로를 개척한 공이 크다.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상을 수상한 경영지원팀 선지영 차장은 지역 내 대학 및 산학협력단,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며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등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실현하는 데 적극 기여했다. 조직의 안정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직원 역량강화 교육을 추진하고 업무 과정 개선 등 운영상 미비점을 선제적으로 보완해 왔다는 평이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그동안 지역문화진흥 및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더 나아가 국가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결과를 일정 부분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3 17:39

서예로 다지는 새해 새 각오 - 청소를 잘 하자

“청소를 잘 하자. 주변이 잡다하면 고를 게 많아져서 인생을 낭비한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송웅정씨의 말을 재구성하여 써본 나의 새해 각오이다. 청소(淸掃)의 뜻은 ‘(빗자루로)깨끗하게 쓴다.’이다. 그런데, 누구라도 쓸고 닦기 전에 먼저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청소라는 말에는 ‘정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변에 물건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잡다하게 널브러져 있으면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또 적당한 것을 고르느라 헛된 시간을 보낸다. ‘불과 몇 분밖에 안 되는 시간’이라며 간과하다보면 평생 동안 그렇게 낭비하는 시간이 일생의 1/10, 2/10 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정리를 포함한 의미의 청소를 잘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변의 환경을 정리하는 청소도 잘 해야겠지만 그런 청소보다 더 중요한 청소는 마음의 청소이다. 마음 청소를 못하여 오래된 원망과 미움을 가슴에 안고 산다든가, 쓸데없는 물욕, 권력욕, 과시욕에 사로잡혀 늘 허덕이며 산다면 삶을 그만큼 낭비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청소하지 못하여 이것저것 손 안대는 것이 없이 서둘다 보면 결국 이루는 일은 하나도 없고 그저 ‘공자망(空自忙:헛되이 스스로 바쁨)’의 안타까운 삶을 살게 된다. 고를 옷이 많아서 매일 아침 옷을 골라 입는 데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다면 그 또한 인생의 낭비이다. 마음 청소를 잘하여 마음으로부터 쓸데없는 것들을 내 보내면 삶이 그만큼 가볍고, 가벼운 만큼 알찬 내실로 내 안을 다질 수 있다. 주변 청소, 마음 청소가 나를 알차게 하는 지름길이다. 유가(儒家)들이 사용한 어린이 교육 교재였던 「소학(小學)」 의 첫머리에서도 어린이가 먼저 몸에 익혀야 할 일로 “쇄소(灑掃)”를 들고 있다. “먼지가 일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비로 쓴다.”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부터 몸에 배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물건에 치이거나 잡다한 생각에 얽혀 들어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친 것이다. 필자가 40여 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청소를 잘 하는 학생이 대부분 공부도 잘한다. 주변을 정리하는 능력이 학습내용을 정리하는 능력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어린이 교육의 항목이다. 어린이에게 공부할 시간을 많이 주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부모나 교사, 혹은 미화원이 청소를 대신해 주는 것은 오히려 어린이를 공부는 물론 제 앞가림도 못하게 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새로 한 해를 맞을 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성을 실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한한 삶을 보다 더 알차고 뜻깊게 사는 길은 주변청소와 마음청소를 잘 하는 데에 있다. 새해 아침에 붓을 들어 한번 써 보도록 하자. “청소를 잘 하자. 주변이 잡다하면 고를 게 많아져서 인생을 낭비한다.”라고.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서예가·서예평론가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3 17:38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이수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그 계절이 다시 오면 수령 600살쯤 된다는 노란 은행잎들이 소복하게 마당에 쌓여 있을 전주 향교에 가는 길 초입 향교길 68번지. 이곳에는 그 번지를 그대로 살려서 더 멋져진 '향교길68'이라는 갤러리가 있다. 그곳에서는 풋풋한 젊은 작가 둘이서 각각 개인전을 하고 있었다. 먼저 들어서서 오른쪽의 공간에서는 전북대학교에서 석사 학위 과정에 있는 이수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왼쪽의 공간에서는 젊은 조각가 김승주의 개인전이 열렸다. 먼저 이수아의 '( ) 새'전을 보면 대학을 중국에서 보낸 이수아가 겪은 외국 생활의 치열한 외로움에서 유발됐을 생각이 젊은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심각하고도 절실하게 가감 없이 표현돼 있었다. 여기서 '새'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사이의 준말이니 '틈'을 뜻하는 의미다. 괄호와 괄호 사이의 절박한 틈을 표현하는 것이다. 일(생활, 작업, 외로움 등)과 일 사이의 완충된 공간과 시간의 틈, 사이에서 느꼈을 여유로움이라거나 반전을 꿈꾸는, 또는 회복하려는 귀중한 공간이나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으리라. 멍 때리는 시간이라도 좋고, 그 시공간의 절실함이라도 좋다. 제작 방법을 유추해 보면 재료의 선택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이에서는 각이 잘 잡히기 때문에 틈을 만들려는 본인의 의지에 걸맞지 않다. 전공으로 많이 접해 왔던 한지의 물성을 깨닫고 한지를 바탕으로 먹물의 농도로 그러데이션을 준다거나 비슷한 유사색상으로 통일감을 줘 염색하고 접어 틈새를 만들었다. 그래서 틈새라는 단어, 즉 표현하고자 원했던 것을 사실적으로 이뤄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노련하고 철학적인 명제를 훌륭하게 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림이라는 것이 남보다 뛰어난 기능도 있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움의 준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철학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미술의 변화는 기능의 발달이 아니라 철학의 시대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2 18:04

"처벌 대신 미술" 조건부 기소유예 청소년들 예술과 만나다

"애들아, 같이 교육 받으면서 친해지진 못 했지만 어느 정도 너희들의 성격은 파악하고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 앞으로 밖에 나가서는 더 이상 사고 치지 말고 내가 보고 싶다고 일부러 사고 쳐서 들어오지 마." 조건부 기소유예를 받고 전북대 예술대학의 청소년 아트 세러피를 수강한 한 학생의 말이다. 법정에서 조건부 기소유예를 받은 청소년들이 예술과 만났다. 처벌 대신 미술 체험을 통해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 치유 프로그램 '청소년 아트 세러피 J.AT' 2기 과정 전시회 '나는 비행 청소년이다'가 오는 9일까지 전북대 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과정은 전북대 예술대학이 전체 총괄했다. 지난해 9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10명의 학생이 집단예술치유 프로그램을 받았다.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 판단을 위해 자신의 범죄를 되짚어 보게 하고 자기성찰에 이르게 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진행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 설치돼 있다. 예술을 통해 자기 자신의 아픈 상처에 직면하고 자기성찰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 작품들이다.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굳는 석고의 성질을 이용해 마음의 형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인터뷰를 통해 내면의 소리를 항아리에 담기도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건부 기소유예를 받게 된 사건에 직면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억압된 기억을 깨트리기 위해 컵 깨기 퍼포먼스, 새출발하는 의미로 깨트린 조각을 붙여 만든 조각 자동차 등을 만들었다. 엄혁용 전북대 예술대학장은 "아트 세러피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치유를 돕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정서를 순화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청소년 선도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3.01.02 18:03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새해 첫 기획 전시 주인공은 송만규, 청년 작가 7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새해를 맞아 첫 번째 기획 전시를 연다. 주인공은 섬진강 화가로 불리는 송만규 작가의 '섬진강에서 두만강까지'와 2030 세대 청년작가 7명의 '7ing: 칠링'이다. 전시는 오는 5일부터 2월 2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첫 번째 주인공 송만규 작가는 전당 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강을 소재로 그림 그린 지 30여 년이 지났다. 오랜 세월 송 작가만의 시선으로 강의 의미를 화폭에 담는 작업을 했다. 계절마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걸으며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강물이 던지는 메시지를 한지와 수묵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선보였던 섬진강뿐만 아니라 만경강, 임진강, 한탄강, 예성강, 두만강, 해란강 등 영역을 확장해 작업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월 11일에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두 번째 주인공은 청년작가 박경덕·박창은·백지수·이다나·이준규·최무용·홍경태 등 7명이다. 이들은 전당 야외광장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같은 세대지만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본 2023년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조각·설치 작품의 소재 특성상 단단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작업에 매진했다. 전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당에서 처음 개최하는 야외 조각전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공원을 산책하듯이 작품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획했다"며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3.01.02 18:02

[도전하니 청춘이다] 시니어들의 뜨거운 도전...도전하니 청춘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부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오는 2025년 상반기 만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 이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하 시니어)인 셈이라는 뜻이다. 최근 의료비 증가, 기대수명 증가 등 여러 사유로 일하고 싶은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도내 곳곳에서도 시니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시니어도 청년 세대와 마찬가지로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것이다. 없는 살림에 자식 키우느라 소 팔고 땅 팔았던 시절을 살아온 지금의 시니어들. 늦게서야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 해야만 했던 일 등에 주저 없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전북도립미술관,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인생 2막을 꿈꾸는 시니어들을 만났다. 모악산 자락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매일같이 꼬불꼬불 비탈진 길을 오르는 시니어들이 있다. 기본 왕복 두세 시간.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는 시간이지만 관람객과 마주하는 시간을 기대하며 버스에 오르는 시니어들. 그들은 미술관 전시장 곳곳에서 밝은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미술 작품 앞에 서서 전시 안내와 작품 설명까지 마다하지 않는 미술관의 꽃이라 불리는 시니어 도슨트 장춘실 씨, 자원봉사자 권길자 씨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할머니 도슨트가 되고 싶은 장춘실 씨 "춘실아, 너 자신을 잘 보살피렴." 지력과 체력을 잘 관리해야 미술관을 빛낼 수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하는 장춘실(73) 씨. 전직 국어 교사이자 오래된 작품 컬렉터다. 장 씨는 33년을 교사로 살았지만 늦게나마 10대부터 관심 있었던 미술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3관이 나를 살렸다. 나를 먹여 살린 8할은 3관이다. 도서관, 영화관, 미술관. 나이 먹고 나서야 그토록 좋아하던 미술관에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새로운 전시 들어오는 날, 작품 설치하는 날, 관람객 만나는 날. 미술관에 있으면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의 미소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는 장 씨는 미술관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할머니 도슨트. 그는 "33년을 국어 교사로 살면서 다짐한 게 있다. 조직 속에 들어가서 위아래 따지는 거 안 하기. 돈 욕심 내지 않기. 그냥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할머니 도슨트로 오래오래 미술관에 있으면서 관람객들에게 기분 좋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술관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권길자 씨 "호적아, 너는 계속 나이 먹으면서 가라. 나는 안 가련다." 팔순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 권길자(77) 씨. 과거에는 자식뿐만 아니라 조카까지 거둬야 했었다. 권 씨는 자식 4명, 조카 5명 총 9명을 키워야 했다.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육아에만 전념했었다. 65세가 돼서야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고 10여 년 동안 일하고 있다. 그는 "이 나이 먹고도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다니면서 점점 내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를 새로 아는 게 즐겁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도 신기하고 마냥 재미있다"며 "특히 관람객을 마주하다 보니 머리, 옷도 다 신경 쓰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나를 가꾸게 되고, 아끼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며 지금이 행복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권 씨에게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나를 먼저 챙기고 자식을 챙겼으면 좋겠다. 나를 먼저 아끼고 보살피고, 나이 많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과 마주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발걸음을 옮겨 국립전주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니 연신 "어서 오세요", "맛있게 드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등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인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물관 1층에 들어선 '바로곁애 카페'. 이곳은 지역 시니어 사회 참여를 위해 전주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카페다. 말끔한 유니폼 차림으로 커피 머신 앞에 선 시니어들. 커피를 건네주는 시니어들의 마스크 속 환한 미소가 손님들의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게 만든다. 이곳에서 시니어 바리스타 박종미·이다민 씨와 마주했다. 오히려 일하고 마음이 여유로워진 박종미 씨 "종미야, 너 대단하다. 잘했고 잘하고 있어." 1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박종미(63) 씨. 카페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커피나 차 종류에 관심을 가지고 따로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들에게 더 예쁜 커피, 더 맛있는 차를 건넬 수 있는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하는 것도 기쁘지만, 카페에 나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손님들에게 환한 미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도 카페에 있으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안정된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며 "집에 있을 때는 한없이 우울해졌었는데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살면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는 '바리스타'. 바리스타로 지내면서 오히려 젊었을 적보다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박 씨다. 그는 "시니어가 되면 무언가를 새롭게 한다는 것은 무서운 것 같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있으면서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처럼 다른 시니어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이다민 씨 "하고 싶었던 것, 해 보고 싶은 것 다 해 보면서 나 자신한테 몰두하고 있어요." 밝은 미소 뒤에 감춰진 아픔이 컸던 이다민(62) 씨. 2019년에 암 선고를 받고 2년 가까이 쉬면서 우울증까지 심해졌다. 그런 그를 환한 세상으로 이끈 것은 바로 바리스타. 이 씨는 카페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건강이 좋아졌다. 그는 "평생 한 번 밖에 못 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잠깐이나마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고 인사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 항상 기분 좋게 손님, 동료를 마주하다 보니 혼자 있으면서 화가 나고 불안했던 마음이 많이 진정됐다.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살기 위해 '돈'만 보고 달렸던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하단다. 지금처럼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에 대한 후회이기도 하다. 이 씨는 "바리스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고 많이 움직이다 보니 매일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좋은 일자리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시니어들이 행복한 세상을 경험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1 17:34

[새해특집 - 동물민속학자에게 듣는 토끼 이야기] 문화 영웅적 속임수의 명수, 꾀보 토끼

2023년 계묘년의 수호동물, 토끼 2023년 계묘년의 주인공은 토끼다. 토끼는 십이지 띠동물 가운데 넷째로 을묘(乙卯) 정묘(丁卯) ․ 기묘(己卯) ․ 신묘(辛卯) ․ 계묘(癸卯)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십이지의 토끼[卯]는 방향으로는 정동(正東), 시간적으로는 오전 5시에서 7시, 즉 해가 떠오르는 시간과 방위를 지키는 시간신과 방위신이다 토끼는 장수의 상징(an emblem of longevity)이며, 달의 정령(the vital essence of the Moon)이다.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놀란 듯이 쫑긋 세운 양쪽 귀를 가져 연약하고 선한 동물로 보이지만, 토끼는 영특하고 슬기로운 꾀보, 꾀쟁이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꿈꾸어 왔다.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 토끼 토끼는 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토끼는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다. 계수나무는 아무리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목(不死木)이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는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존재이자 불로장생 그 자체의 상징이다. <토끼전>에 나오는 토끼의 간을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여겨져 별주부가 목숨을 걸고 찾아 다녔다. 토끼는 장생의 선약을 찧어 만드는 존재일 뿐 아니라 스스로도 천년을 사는 영물로 알려져 있다.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이다. 불교 설화에서 토끼는 부처의 전생인 제석환인을 위하여 스스로를 소신공양한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옛날 누가 진실로 보살도를 닦고 있는지 시험하고자 제석환인이 노인으로 변신하여 여우, 원숭이, 토끼에게 먹을 것을 청했다. 여우는 생선을, 원숭이는 과일을 가져왔으나, 빈손으로 돌아온 토끼는 불 속에 제 몸을 던져 제석환인을 공양하였다. 불교에서 최고의 공양으로 여겨지는 소신공양을 통해 달에 그려진 토끼는 후세의 본이 될 자기 희생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불교에서 토끼는 불사(不死)와 공(空), 토보살의 상서로운 존재이다. 토끼는 소신공양한 자기희생의 상징이다. 옛 건축에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거북이를 타고 있는 토끼를 조각했는데, 이는 그 건물이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초가나 목조로 이루어진 건물은 불에 굉장히 취약하다. 용궁으로 가는 토끼와 거북이 조각과 그림은 불교적이면서 교훈적인 내용과 함께 용궁, 바다, 물의 의미로 불을 제압하려는 의도이다. 한 쌍으로 그려진 토끼그림은 다정하고 화목한 부부관계를 의미한다. 달 표면에서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달 토끼’ 모양은 39억 년 전 거대 운석과 충돌한 흔적이라는 우주과학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제 달 속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던 이야기 속의 토끼는 사라졌지만, 실제 토끼와 인간과의 교감은 애완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토끼는 생명공학을 위한 희생으로 인간을 대신해 실험대 위에 오른다. 사육이 쉽고, 번식이 빨라 유전자 형질전환 실험에 토끼가 쓰인다. 토끼는 실험동물로서 유용하고 약품의 독성시험이나 면역학적 실험에 많이 쓰이고 있다. 토끼는 ‘용왕구하기’ 대신에 현대판 ‘인류구하기’를 하고 있다. 영원한 꾀보, 토끼 토끼가 한국문화 속에서 어떤 존재로 상징화되든지 간에 그 바탕이 되는 것은 꾀가 많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토끼는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아 한다. 토끼는 꾀보와 꾀쟁이, 지혜와 슬기로운 존재이다 옛날 이야기에서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반비례하여 매우 영특하고 착한 동물로 그려진다. 토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다른 소재인 호랑이 등의 맹수에 비하면 약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꾀와 영리함으로 다른 강한 동물에게 지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함으로써 골탕을 먹이는 존재이다. 토끼는 남을 해살하지 않는 심성 때문에 곧잘 평범한 서민이나 백성들로 비유된다. 토끼를 민중으로 호랑이를 양반이나 관리로 빗대어 표현한다. 호랑이는 권력이나 지위를 앞세운 탐관오리나 양반을 빗대고, 토끼는 그 반대쪽 입장에서 밟히고 시달려야 하는 서민이다. 약한 백성이 강한 존재들을 이기는 방법은 곧, 지혜이다. 토끼가 호랑이를 골탕 먹인 것은 양반이나 나쁜 관리들에 대한 백성들의 마음 속 반란이다. 토끼 이야기는 백성들의 강한 저항 의식과 삶의 지혜가 결집되어 있다. 자라의 꾐에 빠져 경황없이 용궁 속에 따라 갔다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의 간을 꺼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챈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는 대목은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이다. 자신의 간을 배밖에 내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넣고 다닌다는 얘기로 용왕을 속이는 토끼의 재치는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교활한 토끼는 굴이 셋이다’처럼 꾀 많은 토끼가 굴 셋을 연결시켜서 비상시에 이용하듯이, 무슨 일은 하든지 비상대책을 세워서 안전하게 해야 한다. 턱시도에 타이를 맨 플레이보이(playboy), 토끼 토끼는 귀가 쫑긋하고, 입은 째졌고, 꼬리가 짧으며, 깡충깡충 뛰는 뜀박질이 경쾌하고 빠르다. 귀여움, 영리함, 신속함이 토끼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 때문에 토끼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중 하나이고 일찍부터 각국의 캐릭터로 사랑받아왔다. 어린 시절 부르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의 동요 ‘반달’에 투영된 토끼의 모습은 최근 유아용품이나 초등학생 학용품의 토끼 캐릭터로 나타난다. 토끼는 다산의 동물이다. 왕성한 번식력의 토끼의 특성을 감안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로고가 '턱시도 타이를 매고 귀를 쫑긋 세운 토끼'이다. 이 플레이보이 토끼 로고는 디자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로고 중 하나이다. 지혜와 슬기의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으로 한국문화 속에서 전승되어 오고 있다. /천진기 민속학 문학박사·동물민속학자·전 국립민속박물관장

  • 문화일반
  • 기고
  • 2023.01.01 14:48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ESG 경영실천 선포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ESG 경영 선언을 선포했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은 지난달 30일 재단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ESG 경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모으고 재단의 ESG 경영 방향과 철학을 발표했다. 도내 문화와 관광 진흥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목표다. 선언문에는 탄소 절감 노력, 지역사회 공헌,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추진 의지와 행동규범 등을 담았다. 재단은 이전에 ESG 경영 도입을 위해 대내·외적 환경 분석과 내부 설문조사, 임직원 간담회 등을 실시해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구축의 방향성을 정리했다.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에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2023 비전 전략과 연동해 구체적인 목표와 과제를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ESG 경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재단의 의무로 생각하고 도민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단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을 갖고 올해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모범적이고 혁신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우수한 성과로 공적이 인정된 직원에게 도지사, 대표이사 표창장을 수여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3.01.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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