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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전라감사 교귀식과 망궐례

며칠 전 전주 전라감영과 풍패지관에서는 전라감사 교귀식, 순력 행차 및 망궐례가 있었다. 행사 사업 초기 예식 의례음악에 대해 자문을 했던 터라 그동안 준비가 잘 되었는지 궁금하고 기대 또한 컸다. 행사는 모두 4부로 나뉘어 있었다. 1부는 전라감사의 교귀식, 2부는 전라감사의 순력 행차, 3부는 전주 객사의 망궐례. 그리고 4부에는 전통예술공연으로 치러졌다. 먼저 생소한 단어부터 풀어보면 교귀식(交龜式)이란 오늘날로 치면 도지사의 이·취임식이자 업무 인수인계식을 뜻한다. 조선 시대 교귀식은 대부분 그 도의 경계에서 만나 진행되는데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왕의 교서를 확인하고 감사의 관인(官印)과 군사 지휘권인 병부를 주고받는 일이었다. 당시 관인에는 거북 모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러한 거북의 모양에 착안하여 의식을 교귀식이라 불렀다. 이러한 옛 고서의 그림 속엔 왕의 행차를 알리는 취타대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그것은 절대 군주로서 하명한 교서의 존엄을 나타냄이기도 하며 예를 지키기 위한 예악(禮樂)의 식순이기도 하다. 전라감사의 순행은 도내 각 고을을 도는 제도를 뜻한다. 감사의 순력(巡歷)이라 논하기도 하는데 마을의 풍속과 민생 고락을 잘 살피고 임금의 덕을 널리 알리게 함이 그 목적이다. 도내 감사를 따르는 이가 백인이 넘었고 말 100필을 두는 등 웅장한 위용은 백성에게 큰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편 다산 정약용은 자신이 쓴 목민심서를 통해 본래의 목적과 달라진 순력의 폐단을 논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공역의 면제, 뇌물수수 등 그로 인한 어두운 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망궐례(望闕禮)는 왕과 궁궐의 상징인 궐(闕)과 전(殿) 글자 새긴 패를 만들어 모시고 왕과 왕비의 생일, 설, 단오, 추석 등 명절에 만수무강을 대신하여 올리는 예이다. 당시 찰사, 목부사, 군수, 첨사, 만호, 우후, 절도사, 통제사 등 지방의 관리는 직접 왕을 찾아뵈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와 의식을 통해 군신의 도를 올렸다. 또한, 전라삼현육각이란 음악도 함께 의식을 도왔으리라 추정되는데 전라삼현육각은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연주되던 향제 풍류로 그 음악의 종류로는 관아 행사나 무용 반주에 사용하던 농삼현, 민가에서 연주한 계면조의 민삼현이 있다. 전라감영과 풍패지관. 우리나라 역사에 영원히 간직될 이 두 유산은 의례를 통해 공경, 신의, 믿음의 예악과 함께 거듭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가지보(無價之寶)의 가치는 보존과 함께 활용되어야 하고 그 뜻은 더욱 공유하여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재현 사업이었지만 추진하신 분들의 의지와 투혼에 감사드리며 보람과 신명이 함께하시기를 소망해 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11.24 17:27

김해수 작가, 진안 배경 장편소설 ‘좋은 변호사 변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다. 있기 마련이다. 원인 모를 죽음에는 더욱 그렇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진실에 가까운 건 진실이라 할 수 없다. 진실을 빙자한 것이다. 완전한 진실이어야 한다. 사실을 놓고 천착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이다.”(좋은 변호사 변설 중 일부) 법원공무원 26년차인 김해수씨가 늦깎이 작가로 데뷔해 장편소설인 ‘좋은 변호사 변설’을 출간했다. 김해수 작가는 2014년도부터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을 원숭이 새끼가 나무를 타듯 습작을 했고 책을 읽었다. 습작 수준인 글을 법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글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많아졌다. 글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커지면서 문장력과 상상력을 키워나갔다. 2021년에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홀로세 부부세)이 당선되면서 써 놓은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야겠다는 의지를 품었다.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장편소설들 (7편) 중 2017년도에 써 놓은 글을 불러들여 퇴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2022년 여름에 ‘내 소설에 피를 뿌려라’가 나왔다. 특히 2022년이 가기 전에 두 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해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미스터리 소설 ‘좋은 변호사 변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좋은 변호사 변설’은 시리즈로 총 3권 중 1권이다. 진안군을 배경으로 글을 쓴 ‘좋은 변호사 변설’은 송승규 형사(팀장, 경감)의 범인 색출과 변설 변호사의 무죄 주장이 때론 상충하면서서 공존하는 내용을 다룬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내용이 긴장감과 가독성을 준다. 또한 손바닥 뒤집듯 하는 반전이 재미를 더해준다. 진안군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마치 실화 같아 흥미진진하다. ‘좋은 변호사 변설’의 시작은 정겨운 시골의 풍경속에서 농삿일을 하려던 부부의 눈으로부터 전개가 된다. 옷이 벗겨지고 거웃을 드러낸 여인의 시체로 부터 아주 작은 단서들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된다. 진안군의 한적한 조그마한 동네에 어마어마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건, 작가의 상상력일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음모가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한 여인의 히스테리적인 성격으로 발발한 사건이 무지막지한 음모를 단숨에 제거한 행동이 한편으론 통쾌하기도 하다. 우리네 슬픈 과거인 36년 간의 일제강점기가 깔려있어서일 것일 게다. 법정에서 변설 변호사의 변론과 현장검증이 더욱 흥미롭고,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고, 배심원의 판단은 김정이입이 되어 책 속에 빠져들게 한다. 전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를 졸업한 김해수 작가는 서울 법원에서 6년을 근무 했고, 2003년에 고향인 전주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전주지방법원 관내에서 근무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11.23 17:19

이향아 시인의 마음속 청춘...'순례자의 편지' 출간

"한낮은 달구어진 싸움터였고, 이제야 가라앉아 나는 보고 씁니다. 볼 수 없는 그대에게 투정할 수 없어서, 눈물에 절은 속만 고백합니다. 그대 이미 갔으니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나는 보고, 나는 쓰네' 일부) 84세의 나이에도 이향아 시인의 마음속 청춘은 굳건하다. 오히려 청춘보다 더 섬세한 감정이 드러난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시 제목도 하나의 시구절처럼 느껴지는 이향아 시인의 작품. 이향아 시인이 <순례자의 편지>(시문학사)를 펴냈다. 시집 제목 중 '순례'의 대상은 고전시가와 그 작자들의 정신이며, '순례자'는 곧 지금 이 시대의 독자들이다. 이 시인은 작자들의 마음에 잠입해 독자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었다. 시집에는 주제 뒤에 고전시가 작품을 붙인 게 특징이다. 이는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집은 '물 건너는 노래-공무도하가', '춤을 추는 달밤의 노래-처용가', '기다리는 노래-정읍사', '유배지에서 부르는 노래-정과정곡', '고독과 회환의 노래-청산별곡', '허무한 사랑의 노래-서경별곡', '죽음을 건너는 노래-제망매가', '홀로 살아가는 노래-동동', '마음을 바치는 노래-헌화가', '사랑하던 노래-사미인곡'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70여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이 시인은 "공경과 감사, 정성과 애정으로 우리의 고전시가를 음미해 왔다"며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나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시공을 초월해 재생시키는 일이, 비단 이런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시로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일, 고전시가에 대한 애착심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문학' 3회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등 24권, 에세이집으로는 <새들이 숲으로 돌아오는 시간> 등 18권. 문학이론 및 평론집으로는 <창작의 아름다움> 등 8권, 영역시집으로는 <In A Seed>와 영한대조판 시집으로는 <By The Riverside At eventide-저녁 강가에서> 등이 있다. 현재 호남대 명예교수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1.23 17:17

전주해성고 17회 동기생들 졸업 40주년 기념 에세이집 출간

전주해성고등학교 17회 동기생들이 졸업 40주년을 기념해 에세이집 <어떤 동행>(다슬기)을 출간했다. 꿈 많고 꿈들만큼이나 혼란스럽던 질풍노도 시기를 함께 보내 우애가 남다르다. 한 장소에 모여 3년간 함께 공부하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40년을 살다 에세이집으로 다시 만났다. 가치관이나 삶의 형태가 모두 다르고 고졸, 서울대 박사, 기업 오너, 만년 주사, 시골 목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동기생 30여 명의 글을 볼 수 있어 재미있다. 에세이집에서는 동기생 중 사회 화제 인물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예로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종록, 전주시장 우범기, SK증권사 김신 대표이사, MK전자 대표이자 한국토지신탁 최윤성 부회장, 김천수 전 부장판사 등이 있다. 소설가 김종록은 고교 자퇴하고 종이 되려고 했던 일화, 전주시장 우범기는 호롱불 이야기, 김신 대표이사는 주주 보호 장치와 창업자나 좋은 경영자를 보호해 주는 법적 제도적 장치 제안, 최윤성 부회장은 미담, 김천수 전 부장판사는 세상에 존엄사로 알려진 '세브란스 병원의 김 모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판결 이야기 등 다양한 일화를 글로 풀었다. 소설가 김종록은 "화살 같고 물 같은 세월에 파고든 우리들의 노래를 한데 모아보고 싶었다. 총명보다 무딘 붓이 낫다고 그런 글말의 잔치 속에서 예전에 미처 발견 못한 인생의 보석들을 되찾아냈다"고 말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1.23 17: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 전은희 '지구를 살리는 특별한 세금'

기후 정의를 위한 환경세 많은 매체에서 이상 기후에 대한 문제를 접하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거기에 맞춰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어제오늘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기후 온난화로 인한 우리가 직접 체감하는 기후 위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활동을 멈추거나 감소시키지 않으면, 결국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거라는 경고는 이미 시작됐다. 이러한 위험성을 진작 인지하고 세계 각국에서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세금 정책이다. 지구를 살려보려는 궁여지책의 선택이라고나 할까? 세금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구를 살펴야 할 일이지만 개인과 기업, 정부까지 안일한 상황에서 조금은 지구 환경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보여진다. 얼마 전, 어린이를 위한 비문학 서적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세금에 관련한 책이 나왔다. 전은희 작가가 저술한 것으로 《지구를 살리는 특별한 세금》이라는 제목처럼 환경을 지키는 세금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이기는 하지만 환경세가 얼마나 다양하게 부과되는지를 알고 싶다면 어른들이 함께 봐도 무방하다. 딱딱한 세금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짧은 동화로 녹여내고, 각종 환경세가 어디에서 시작하고, 왜 부과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자료가 상세하게 서술되었다. 각 나라의 사정에 맞는 세금 정책 상황과 사진, 도표, 통계표에 이르기까지 시각적 자료와 더불어 환경세가 처음 도입된 나라의 사례와 적용 후 달라진 점 등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세금의 종류는 다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탄소세나 비만세, 소 방귀세와 더불어 ‘일회용 나무젓가락세’, ‘빗물세’, ‘자동차 주행세’, ‘도시세’, ‘반려동물 보유세’까지 이색적이다 싶은 세금의 종류도 많았다. 환경세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게 목적은 아니다. 이미 망가진 환경을 복원하는 일도 하지만 예방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면 탄소세는 무너져가는 생태계를 유지 및 복원해서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세금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어떤 효용 가치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는 하다. 2022년 여름 파키스탄에서 홍수로 1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저지대에 있는 섬나라들은 물에 잠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상황도 결국 온실가스가 주범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최소한의 정책이 세금이라는 거다. 이 책은 단순히 환경이 세금으로 해결된다는 걸 넘어서서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환경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이유를 말하고 있다. 물론 거시적으로 국제사회의 협조, 특히나 기후 재난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의 산업구조 변화가 우선이지만 당장 해결하기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쉽사리 실마리를 찾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 재난은 요원한 문제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수많은 일회용품과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육식 문화가 만연된 식생활을 돌아볼 일이다. 우리 손에 들어온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오래 보관하고 소비를 줄이는 일, 자연에서 주는 대로 먹었던 소박한 밥상이 그리운 건 오래된 것이 우리를 지켜주리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오늘, 지구 환경을 위한 작은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두 번째 짝>으로 등단했다. 발간한 책으로는 장편 동화 <달려라, 달구!> 등이 있다.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사업, 올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1.23 17:16

[리뷰] 모악산 자락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만나는 산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은 모악산 자락에 있고 치마산과 경각산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유독 '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도내 미술계까지. 전북도립미술관은 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미술관이 됐다. '산'과의 인연은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전시장 전체를 잡아먹는 듯한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처음 관람객을 반긴 작품은 '모악별곡'과 '누워 있는 여인'. 모악산 자락에 있는 미술관을 고려해 배치한 센스가 돋보인다. 전시는 내년 3월 5일까지. 전시의 주제는 '마중시루'다. 마중시루는 산제당에 좌정한 산신을 '맞이하여' 올리는 시루, 산신에게 바치는 산제시루와 '마주 올리는 시루'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산의 정령을 마주하면서 맞이하는 의례라는 의미다. 이에 전시장 곳곳에는 산을 담은 작품뿐만 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작품, 샤머니즘이 느껴지는 작품까지 여러 가지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전시를 통해 도내 지역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했다. 도내 작가들이 산을 인간과 평등한 위치의 객체로 인지하고 마주하는 태도에 주목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다. 모악산의 멋에 취한 관광객, 등산객 등이 잠시 숨 돌리기 위해 찾은 미술관에서 다시 한번 모악산의 멋과 작가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산'을 보며 바쁘게 보낸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전시에는 고보연, 권영술, 구재산, 김범석, 김용문, 김용봉, 이복수, 이상조, 이화자, 조기풍, 지용출, 하반영, 한애규, 이화자 등 1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산을 예술적 존재, 기원적 존재, 역사적 존재로 바라보고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산을 마주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참여 작가들은) 우리가 마주하는 산을 단순한 자연물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신과 맞닿는 성스럽고 거룩한 장소이며 생명력을 지닌 실체로 접근했다"며 "산의 정령이나 산신을 조우한 작가의 경험이 압축돼 나타나는 또 다른 객체인 것이다. 작가가 산을 그리는 행위는 일종의 '샤먼'적 행위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산의 정령이나 영혼을 작가가 작품으로써 소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22 17:32

[기고] 전주시를 품위 있게 만든 오페라 '투란도트'

코로나 금지가 풀려 3년 만에 대작이 열리는 11월 18일. 우리는 전주로 향했다. 아이다와 더불어 대작으로 유명한 ‘투란도트’ 오페라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란, 오페라 애호가·평론가·단장·가수 등 좋은 오페라가 있는 곳 어디 건 해당 도시를 방문해서 오페라를 보려고 전국에서 모이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이다’와 함께 대형 오페라류인 ‘투란도트’가 서울 도심이 아닌 전주시에서 공연되어 의미가 깊다. 수도권에서도 하기 힘든 대형 오페라를 수입유통이 아닌 전주 소재 오페라단에서 제작한 것만으로도 참 대견한 일이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6회 무대 전환을 포함한 시대상을 반영한 의상 등의 볼거리와 100여 명의 인원이 대거 참여하는 최고 수준의 대형 오페라 제작은 점차 소극장화 되어가는 느슨한 한국 오페라계에 자극과 각성을 주는 역도전이라고 하겠다. 오페라의 소극장화는 뮤지컬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고, 정통 오페라 제작은 힘에 부치는 현실적 고민 사이에서 지역 소재 오페라단과 지역 공공 예술단의 지원과 협업은 오페라 제작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통 오페라를 제대로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호남오페라단의 조장남 단장님의 열정으로 민간오페라단+시립예술단+출중한 해외 오케스트라 지휘자와의 협업 등 민간문화교류를 통해 시립예술단의 훈련과 교육 및 기량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상록수처럼 지역에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51회 정기 공연한 한 원로 오페라인의 노력과 열정에 성악가들이 호응하므로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성악가들을 캐스팅할 수가 있었고, 이에 감응하는 시민들의 교양 있고 열렬한 감상 태도에 놀라곤 한다. 전주시는 이제 오페라 관람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지금처럼 전주시민들의 오페라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와 서울 수도권에 비해 손색없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볼거리, 서울 무대보다 화려한 캐스팅이 이루어진다면 KTX를 타고 1박 2일 전주 오페라 여행을 온들 무엇이 아까우랴. 윤석열 정부는 K-컬처와 관광을 연계한 관광 융복합 산업을 국가 신성장 수출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사습과 판소리 다섯 마당으로 국악의 본향이라는 귀한 닉네임을 얻은 전주시가 만약 오페라를 전략 산업화한다면, 국악과 양악을 아우르는 예향 전주, 예도 전북이라는 정책기조가 완성될 것이며 문화관광 산업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구시가 뮤지컬 특화도시로 문화관광산업을 활성화한 것처럼 전주시도 타 도시에 선점당하기 전에 오페라를 도시 전략산업으로 특화할 것을 제언하고 기대해 본다. /남정숙 문화예술 평론가

  • 문화일반
  • 기고
  • 2022.11.22 17:31

칠실파려안, 그 안에서 놀다...27일까지 청목미술관서 전시

칠실파려안의 칠실은 암실, 파려는 유리, 안은 눈을 의미한다. 다산 정약용은 저서 <여유당전서>에서 오늘날 카메라 장치와 유사한 당시의 기계를 '칠실파려안'이라고 명명하고, 그 장치와 원리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기도 했다. 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바로 허성철 작가의 개인전. 오랜 시간 카메라와 친구처럼 지냈던 허 작가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전시 주제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허 작가의 사진 작품, 포토 페인팅 및 드로잉, 콜라주 혼합 작품 등 19점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에서는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이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믿는 허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수의 작품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허 작가는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펼쳐온 모든 사진 여정을 일단락하고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카메라를 기록(재현)과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허 작가인만큼 사진에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전시와 함께 <칠실파려안, 그 안에서 놀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책은 전주를 기록하다, 나를 펼쳐 보이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다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와 엮인 모든 결과물을 한자리에 모아 세상에 내놓았다. 허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60이 되면 카메라로 그 인연에 감사를 전하자. 덕분에 60년, 이렇게 잘 살아왔다"며 "60번의 해맞이. 감사의 인사도 이처럼 사진으로 하게 됐다. 내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그래서 2022년 지금, 나는 무조건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는 경희대에서 언론정보대학원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개인전 12회를 개최하고 독일 카를스루에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전북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했으며 예원예대, 전북대, 건양대 등에 출강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22 17:31

전북도, 임실군 신평면 '하가 구석기 유적' 기념물로 지정 예고

전북도가 지난 18일 임실군 신평면 가덕리 하가지구를 ‘하가 구석기유적’ 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3만2191㎡ 규모의 하가유적은 임실읍 용요산에서 뻗은 능선의 끝자락에 위치, 섬진강 상류인 신평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00년 조선대 박물관 연구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회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통해 하가 유적에서는 각추상석기(모뿔석기)와 나이프형 석기, 돌확모양 석기 및 각종 찌르개류 등 2만7000여 점이 발굴됐다.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곳은 기원전 2만1300년~2만1500년대의 후기 구석기시대로서, 규모는 이 일대 10만㎡ 정도로 전해졌다. 전북문화재심의위에 따르면, 하가유적 출토유물이 한반도 후기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석기 제작기술을 보여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좀돌날몸돌을 비롯 새기개와 슴베 찌르개, 나뭇잎모양 찌르개 등으로서 슴베 찌르개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석기 기술의 이동과 관련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또 모뿔석기의 경우는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 사례가 높은 석기 형식이며 한•중•일 석기 문화 교류 양양 등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심민 군수는 “하가 유적은 연천군 전곡면의 전기 구석기 유적과 공주 석장리의 중기 구석기 유적과 함께 한반도 구석기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이라며 “지속적인 발굴과 연구를 통해 국가사적 지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박정우
  • 2022.11.22 13:55

팔복예술공장 실외 공간에 나타난 조소 작품...전북대 졸업 전시회 '한창'

팔복예술공장 실외 공간에 못 보던 조소 작품이 설치됐다. 공장 한가운데에는 조소 작품 지도가 설치돼 있다. 마당에 설치된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조소 작품과 함께 공장 곳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조소 작품의 주인은 바로 전북대 조소 전공 4학년 박정환·백지수·이준규·임수민 학생이다. 전북대 조소 전공 4학년 졸업 작품 전시회 '탈피'가 오는 29일까지 팔복예술공장 A동 옥상 및 야외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전 4년 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인다. 박정환 학생은 쇠 파이프, 안전 밴드, 시멘트 등을 활용해 '방탈출'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여러 외부 요소로 인해 쌓인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유일한 안식처로 향하기로 선택했지만, 해소되기는 커녕 중첩되며 피할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담았다. 백지수 학생은 강철, 우레탄 페인트 등을 활용해 'Self-Preservation'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자기 보호'라는 의미로,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누가 뭐라고 하던지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진규 학생은 강철 등을 활용해 '각인: 반비례'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모두 다른 크기를 한 사각형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탑을 이룬 듯한 작품이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자존심을 낮추는 방법을 표현하고자 했다. 임수민 학생은 알루미늄, 아크릴 거울 등을 활용해 '幸福(행복)'이라는 작품을 들고 왔다. 작품을 통해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관람객들은 작품 속 거울을 보며 하하호호 웃고 인증 사진을 찍어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시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전 예술인으로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은지 선보이고 자신의 창작세계를 선언하기 위해 마련했다. 더 나아가 신진 예술인으로서의 새로운 시각 또는 관심사를 보여 주고자 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21 17:01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이호철의 Dreaming전 1

청소부가 지나가기 직전의 거리 은행나무 가로수 밑에 잠깐 동안 쌓인 노란 은행잎도, 그 미련까지 아름다운데. 하물며 고풍스러운 향교의 옛 건물이 있는 마당에 가을 내내 쌓인 은행잎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넋을 놓을 만큼 놀라운 향교 앞 길에 있는 향교길68 갤러리와 팔복예술공장 전시실에서는 동시에 조각가 이호철의 'Dreaming' 전이 오픈됐다. 어제의 Dream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뜻의 '-ing'를 지닌 Dream이고, 내일도 계속될 Dream이다. 조각가 이호철이 나 하고 부자지간임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래서 쑥스러워 이호철전은 쓰지 않으려 다른 사람에게 부탁했었지만 지금도 내 마음에 부채로 남은 기억 때문에 그때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와 나는 원래 부자지간으로 만났었지만 어쩌다 보니 대학교에서는 사제지간으로 만나게 됐다. 시험이 있었고 채점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A+로 여겨졌으나 표기 과정에서는 B+(본인은 지금까지도 B-라고 우기지만)로 했다. 제 자식에게 최고 점수를 주기에는 그때까지 남아 있던 유교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딴에는 겸손하게 한다고 처리했던 것인데 결과는 너무 참혹했다. 줄곧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던 그에게 장학금이 끊긴 것이다. 등록금도 안 주면서 아들의 일상을 망쳐버린 꼴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다른 대학의 교수로 있던 고모에게 돈을 빌려 등록금을 냈으니 나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폄훼 당해 억울했으니까.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때를 회상하며 "아빠 과목이라 매 시간마다 술냄새 맡아가며 튀는 침방울을 맞으면서도 맨 앞에 앉아 열심히 했고 시험도 기분좋게 봤는데 청천벽력이었다"는 비난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할 말이 없었다. 6∼70년대의 일본 사람들이 한국은 유교가 너무 성하고 오래가서 아직도 후진국이라 비웃었던 글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때 유교가 나라의 흥망만 가른 것이 아니고 부자지간 정의 흥망도 결정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던 일도 이젠 모두 추억이 됐다. 지금의 그는 그런 얼룩을 발판으로 자기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작가로, 또는 최소한 비겁하거나 억울하지 않은 인간으로 살아왔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 문화일반
  • 기고
  • 2022.11.21 16:41

"나도 뮤지컬배우" 도내 청소년들 무대에 서다

도내 중·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 뮤지컬단 마리첼의 공연이 오는 2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유튜브 채널 'SoriArts TV'를 통해 무료로 공개한다. 공연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원작인 '폰트랩가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기존의 이야기는 전쟁 속에서 빚어지는 가족애의 확인과 사랑이었다면, 이번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이들의 관계, 갈등, 사랑에 초첨을 맞춰 소통과 공감의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 청소년 뮤지컬단 마리첼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전북도교육청과 함께 공연예술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청소년 뮤지컬 워크숍 '상상극장 SORI'에 참여한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마리첼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뮤지컬 관련 교육을 받고 매일같이 연습했다. 완성작은 지난 10월 21일 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였다. 무대 경험이 없는 일반 청소년이었지만 기본기부터 배역 선정까지 쉽지 않은 제작 환경에도 저마다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보여 줬다. 마리첼의 한 단원은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보며 '나도 저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마리첼을 통해 직접 연기자가 돼 무대에 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처음 해 본 경험이었지만 즐겁게 참여했던 만큼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청소년 뮤지컬 워크숍 '상상극장 SORI'는 K-POP 등의 영향으로 공연예술 분야에 관심 많은 학생들에게 직접 무대에 서는 경험과 관련 분야에 대한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1.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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