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방준호 기자의 ‘실직 도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있는 곳, 근대 유산이 숨 쉬는 힙한 관광지로 자리잡은 군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군산의 모습을 담았다. 서쪽 끝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 상황과 무너져버린 사람들까지, 대체 군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한겨레21 소속 방준호 기자가 6주 동안 군산에서 30여 명의 사람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직 도시>(도서출판 부키)를 펴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 지엠 군산 공장 운영 중단으로 군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에 방준호 기자는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들고 군산으로 향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수도권 본사와 지역 생산 기지 등 군산의 전체적인 질서가 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까지 모두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도시의 현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토박이: 유별나고 애틋한 사람들, 운명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찬란: 세계 도시를 꿈꾸다, 균열: 불안한 여유, 그날: 공장이 떠나던 날, 이별: 남은 사람 떠난 사람, 풍경들: 치킨집과 원룸촌, 정체성: 어디서 무엇을 할까, 1년: 전환과 머뭇거림, 다시: 그저 평소 같은 하루, 에필로그로 마치는 책 한 권이 주는 여운이 상당하다.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등을 통해 접했던 그동안의 군산이 두꺼운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는 일이 쉽지 않지만,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군산이라는 도시가 제조업 도시로 편입되고 몰락하는 과정을 여러 명의 김성우(가명)를 통해 바라봤다. 그 중심에 선 현대중공업과 한국 지엠으로 기업과 공장의 흥망성쇠가 도시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여 준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지엠 군산 공장 운영 중단까지 공장 노동자, 협력 업체 노동자, 거기에 그 가족들까지 더하면 군산 사람 4분의 1이 벌고, 먹고, 살았다고 여겼던 곳인 군산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김민섭 작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수도권 도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젊은 세대에게 공장, 제조업, 산업 단지라는 단어는 멀게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부끄럽지만 실로 처음으로, 그 제조업 현장의 사람들을 마주했다. 도시의 무거운 산업사를 짐작했으나, 그곳 개인들의 노동이, 삶이, 한국 지엠과 현대중공업이 떠난 이후 그들의 서사가 무엇보다도 더욱더 무겁게 읽혔다고 전했다.
방준호 기자는 지난 2013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일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한겨레21>에서 주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르포 비슷한 기사를 썼다. 그는 사람 만나는 일을 힘들어하지만, 사람 이야기 듣는 일은 좋아한다. 한마디로 힘들게 좋아하는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