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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새 옷 입는 전북도립미술관…“모두의 미술관으로 거듭날 것”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이하 도립미술관)이 다양한 전시와 교육, 체험 행사로 도민에게 열린 미술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립미술관은 새해를 맞아 새 옷을 입는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미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 하는 미술의 실천과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기획전시 5편과 다양한 교육문화프로그램 등으로 도민과 마주한다. 도립미술관 야외정원 및 건물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하고, 새로이 정비된 야외정원에 들어선 웰컴라운지하우스, 놀이조각공원에서는 야외 조각과 설치 조형물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는 XR 미술산책 등 새로운 형태의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미션 게임형 참여프로그램 JMA FRIENDS도 운영한다. 도립미술관 회원을 대상으로 봄의 왈츠, JMA 예술 영화제, 한여름 밤의 버스킹, 10월의 마지막 밤, 미술관 속 아트 캠크닉, 크리스마스는 미술관에서 등 풍성한 공연과 이벤트도 제공할 예정이다. 도립미술관의 꽃인 본관 전시장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더욱 중요해진 함께 하는 미술의 실천과 미술관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기획전시 5편도 진행한다. 3월 18일부터 5월 22일까지 전북청년 2021과 재현의 방식-한운성 기증작품이 동시에 열린다. 전북청년 2021은 지난 2021년 8월에 선정된 청년 작가 서수인, 신영진, 윤미류 작가 3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2015년부터 8년째 전북의 청년 작가를 발굴, 지원해 오고 있다. 재현의 방식-한운성 기증작품은 공공문화자산인 소장 미술품을 도민에게 알리고 시각예술 분야 평생교육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굵은 변화를 캔버스에 담아온 한운성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하반기에는 2004년 개관 이후 2,003점의 미술관 소장품 중 도립미술관 소장품 고유의 한 맥락과 묶음을 알아볼 수 있는 미술관 컬렉션 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어 4월 6일부터 7월 25일까지는 전북미술의 현장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한국 현대 도예의 선구자인 한봉림 展을 마련했다. 자연성을 강조하는 한봉림의 도자 작품을 만나볼 수 있고,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전북 현대 도예의 한 흐름을 가늠할 기회이기도 하다. 미술관 야외전시 예술정원 프로젝트도 새롭게 추진한다. 새롭게 조성된 잔디광장과 웰컴라운지하우스에서 생태, 가족, 놀이, 예술 등 네 가지를 주제로 예술정원을 마련해 모악산의 풍광을 반영하는 현대 조형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6월 24일부터 10월 30일까지 특별전으로 뉴욕 초상표현주의 작가인 장 마리 해슬리를 조명하는 초청 전시도 열린다. 끝으로 도립미술관은 다양한 교육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도민들에게 폭넓게 다가간다.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 사진 아카데미, 굿데이 미술관 토크, 아티스트 네트워크 포럼, 어린이 아틀리에, 전시연계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폭 넓은 인문교양부터 전문적인 미술 주제에 이르는 강연과 감상, 토크, 워크숍, 공연 등이 펼쳐진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전북도립미술관 홈페이지(http://www.jma.go.kr) 또는 전화(063-290-6888)로 문의하면 된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2.03 19:26

전북산림박물관, 겨울 특별기획전 ‘궁금한 야생동물-박제’ 개최

산림 문화를 선도하는 전라북도산림박물관(소장 허태영, 이하 산림박물관)이 오는 4월 3일까지 2022 겨울 특별 기획전 궁금한 야생동물-박제를 개최한다. 산림박물관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배경으로 여러 연구 자료를 수집, 발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번 전시는 산림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야생동물 전시로, 산림박물관이 지난 20여 년 동안 수집한 소장품이기도 하다. 현재 산림박물관은 총 380여 점의 박제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 60점을 전시한다. 독수리, 부엉이, 잿빛 개구리, 뜸부기, 참매, 수달, 담비, 반달가슴곰 등 천연기념물 19점과 그 외 표범, 호랑이 등이 전시된다. 전시를 통해 산림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알리고, 동시에 색다른 볼거리와 흥미를 선물한다. 허태영 소장은 산림의 중요 부분이지만, 사라져 가고 있는 야생동물을 보면서 우리의 환경 의식을 점검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라북도산림박물관은 계절에 따라 특별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에 위치해 주변에 내장산, 백양사, 장승촌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물관은 자연과 산림에 대한 역사보존 및 산림체험과 학습에 기여하고자 건립됐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2.03 19:26

최지영 작가, 제11회 개인전 ‘마음을 읽다’ 개최

전주 삼천천에 핀 들꽃들이 계절별로 그려진 작품들이 군 장병들의 메마른 가슴을 녹이고 있다. 한국화가 최지영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35사단 충경갤러리(전북 임실)에서 11번째 개인전 마음을 읽다를 개최한다. 전시회를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해 있는 병영 내 분위기에 밝은 기운을 선물하고, 장병들의 문화생활 수준을 증진하기 위해 기획했다. 병영 내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확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소원할게, 바람, 꿈, 룰루랄라, 진흙 속에서도 넌 반짝여 등 20여 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최지영 작가는 전주 삼천천에 핀 들꽃들을 계절별로 표현했다. 삼천 천변 길가를 따라 걷던 최 작가는 이름 모를 들풀도 담고, 누구나 다 아는 개망초와 기생초도 화폭에 담았다. 20여 년의 세월을 삼천 천변에 살면서 봤던 변화되는 식물을 눈에 담았다. 최 작가의 마음을 간지럽힌 것은 아침, 오후, 늦은 밤, 언제 찾아도 변함없는 듯 변화하는 계절 풍경이다. 그는 텅 비어있던 길 양옆에 벚나무가 심어질 때부터 조금씩 팔을 넓혀 벚나무 터널은 만든 지금까지 함께했다. 최 작가에게 이번 전시가 더욱더 특별한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최 작가에 따르면 아들이 충북 영동에서 군 복무 중이다. 이에 최 작가는 35사단 장병도 모두 작가의 아들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름 모를 꽃까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수달도 살고, 가을엔 통통한 메뚜기가 파닥파닥 날고 늦은 여름에는 늦반디가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이곳, 삼천 천변 근처에 살아 행복하다며 이름 모를 꽃을 그냥 피우고 지는 꽃으로만 알고 싶었다. 때가 되어 피는 아이(꽃)들이 예뻐 마음에 담았다고 전했다. 최지영 작가는 전북에서 태어나 원광대 미술대학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예원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한지미술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전라북도 전북의 재발견의 전문 필진으로 전북 지역 작가 탐방,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 읽어주는 지영 씨로 문턱 낮춘 미술인 문학 강의도 진행 중이다. 한편 35사단은 지난 2020년부터 충경 갤러리를 통해 매월 전북 지역 유명 작가를 초청해 주제를 바꿔 가며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2.03 19:26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1915) 코로나 팬데믹 시대다. 이렇게 답답하고 힘든 시기에는 무언가 창조적 도전 정신이 절실해진다. 마침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전시가 4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을 비롯한 4개의 미술관에서 보유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 49명의 75개 작품이 전시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910년대와 1920년대 러시아에서 등장한 전위적 예술운동이다. 전쟁과 혁명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러시아 예술가들은 유럽에서 들여온 모더니즘 미술을 자신들의 시선으로 새롭게 혁명적인 예술로 탄생시킨다. 그 대표적 예술가로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와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를 꼽을 수 있다. 칸딘스키는 예전의 화가들이 그렸던 자연을 모방한 그림과는 전혀 다른 완전한 추상에 도달한다. 완전한 추상이란 사물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없이 요약응축한 형태를 말한다. 또한 칸딘스키는 바그너의 음악을 찬양, 회화도 음악과 같은 에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공감각을 주장했다. 그는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란 저서에서 상상에 의한 색의 표현을 강조했다. 노란색은 트럼펫의 공격적세속적인 소리에, 푸른색은 파이프 오르간의 성스러운 소리에 비유했다. 전시된 칸딘스키 작품 즉흥 세 점은 무의식중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걸작이다. 또 다른 뛰어난 예술가 말레비치는 인상주의와 야수파로 시작해 상징주의, 입체주의, 입체미래주의로 계속 발전하여 추상미술 양식인 절대주의를 창안한다. 극단적인 기하학으로 단순화 시킨, 인식 가능한 사물의 형태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인간 정신의 표현인 절대주의만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미술임을 피력하였다. 1915년 작품 절대주의는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킨 검은 사각형과 붉은 사각형, 검은 원 등이 화폭에서 팽팽한 긴장미가 살아있는 걸작 중 걸작이다. 다른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비구상적 구상은 작은 도형들의 곡선과 명암을 통한 양감이 뛰어나고, 올가 로자노바의 비구상적 구상은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기본적 절대주의 구성요소를 잘 배치한 작품이다. 아리스타르호 렌들로프의 우유 파는 여인은 화려한 색채가 축제 같다. 그 외에도 뛰어난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장에 즐비했다. 젊은 시절부터 좋아한 칸딘스키 작품이 세 점밖에 되지 않고, 대표적인 작품이 아니어서 아쉽고 섭섭했다. 하지만 새롭게 말레비치를 알게 되고, 다른 러시아 화가들의 작품도 보게 되어 기쁘기도 한 전시였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2.02.03 19:26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호랑이의 기운으로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해의 모든 역경과 시련 그리고 추억은 이제 뒤로 하고 새로운 디딤을 위한 호랑이의 기상을 준비해야 하겠다. 전통문화계는 참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질병으로 공연과 전시, 교육 등 친숙하고 가까웠던 만남이 멀어졌으며 마음 또한 자연스레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물론 전통문화 측면만은 아니겠지만 문화예술계의 어려운 현실은 더욱 절실하며 혹독하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 새로이 시작된 2022년. 팬데믹의 전염병 또한 마지막일 것이라는 소원을 빌며 전통문화계에도 힘찬 호랑이의 기운이 깃들기를 염원한다. 우리 전통문화란 한민족 정신의 교감에서 나온 결정체이다. 이해와 관심을 통해 성숙되며 그러한 공감으로 이룬 유, 무형의 유산은 세계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특별한 우리만의 가치로 창출되어 이어지고 있다. 전통문화 중 전통예술 분야는 더욱 그렇다. 모든 문화예술이 그렇듯 만드는 주체와 품어주는 모체가 중요한데 필자는 모체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모체는 즉 관객. 관객을 무시한 창조, 전승, 중흥, 진흥은 있을 수 없다. 즉 엄밀한 관계라는 뜻이다. 관객은 창조 행위의 동인動因을 만들고 함께하는 애호가로서 문화예술의 존재적 가치를 찾는다. 더불어 예술가는 애호가의 문화 욕구와 수준 높은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예술적 동질의 교감으로 소속감을 만들며 더불어 공급자로서의 순환을 자극하여 민족의 이질감을 없앤다. 그렇다면 전통예술의 원초적 공급자인 예술가에 의해 전승과 발전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또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전달하며 내포된 정서를 잘 인지시키고 있는가? 이러한 보편적 질문이 거론될 때 항상 나오는 답변은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성 부족이란 문구이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시절 가슴 아픈 민족문화 수난의 역사를 보냈고, 해방 이후 서양음악 편향적 교육 정책으로 전통음악의 설 자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를 시도하였고 성찰하여 많은 부분이 바뀌고 현재에는 적극적인 전통예술의 전승,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새해 새날. 나 자신과 수급자이자 전승자인 전통예술가에게 또 다른 자아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열악한 조건의 극복에만 급급한 나머지 진정한 예술 창조의 수요자인 애호가와의 유대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가? 우리만의 잔치는 아니었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잘 꾸며진 무대가 아닌 옥외 광장이라도 과감히 뛰쳐나가 국민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감대가 더욱 필요하며 많은 애호가를 보유한 대중예술의 비결도 함께 논의되어 지나간 옛것이란 전통문화 단면의 탈을 벗어야 하겠다. 밝아온 2022년 임인년에는 국민의 예술적 시야에 맞추어 나아가는 원칙을 갖되 국민의 예술적 관점을 높이 끌어올리는 중흥, 즉 전통예술의 중흥과 진흥을 함께 마련하는 힘찬 호랑이 기운의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하여 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2.03 19:26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방준호 기자의 ‘실직 도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있는 곳, 근대 유산이 숨 쉬는 힙한 관광지로 자리잡은 군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군산의 모습을 담았다. 서쪽 끝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 상황과 무너져버린 사람들까지, 대체 군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한겨레21 소속 방준호 기자가 6주 동안 군산에서 30여 명의 사람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직 도시>(도서출판 부키)를 펴냈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 지엠 군산 공장 운영 중단으로 군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에 방준호 기자는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들고 군산으로 향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수도권 본사와 지역 생산 기지 등 군산의 전체적인 질서가 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까지 모두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도시의 현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토박이: 유별나고 애틋한 사람들, 운명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찬란: 세계 도시를 꿈꾸다, 균열: 불안한 여유, 그날: 공장이 떠나던 날, 이별: 남은 사람 떠난 사람, 풍경들: 치킨집과 원룸촌, 정체성: 어디서 무엇을 할까, 1년: 전환과 머뭇거림, 다시: 그저 평소 같은 하루, 에필로그로 마치는 책 한 권이 주는 여운이 상당하다.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등을 통해 접했던 그동안의 군산이 두꺼운 책 한 권으로 정리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는 일이 쉽지 않지만,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군산이라는 도시가 제조업 도시로 편입되고 몰락하는 과정을 여러 명의 김성우(가명)를 통해 바라봤다. 그 중심에 선 현대중공업과 한국 지엠으로 기업과 공장의 흥망성쇠가 도시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보여 준다.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 가동 중단, 2018년 5월 한국지엠 군산 공장 운영 중단까지 공장 노동자, 협력 업체 노동자, 거기에 그 가족들까지 더하면 군산 사람 4분의 1이 벌고, 먹고, 살았다고 여겼던 곳인 군산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김민섭 작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수도권 도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젊은 세대에게 공장, 제조업, 산업 단지라는 단어는 멀게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부끄럽지만 실로 처음으로, 그 제조업 현장의 사람들을 마주했다. 도시의 무거운 산업사를 짐작했으나, 그곳 개인들의 노동이, 삶이, 한국 지엠과 현대중공업이 떠난 이후 그들의 서사가 무엇보다도 더욱더 무겁게 읽혔다고 전했다. 방준호 기자는 지난 2013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일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한겨레21>에서 주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르포 비슷한 기사를 썼다. 그는 사람 만나는 일을 힘들어하지만, 사람 이야기 듣는 일은 좋아한다. 한마디로 힘들게 좋아하는 일을 한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2 18:50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록하다…‘그 이름을 부를 때’

누군가 꽃이 진다고 말해도/난 다시 씨앗이 될 테니까요/그땐 행복 할래요/고단했던 날들/이젠 잠시 쉬어요/또다시 내게 봄은 올 테니까/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흙으로 돌아가는 이 길이/때로는 외롭고 슬프겠지만/그땐 행복 할래요(윤미래의 꽃 일부) 윤미래 씨가 부른 영화 <김복동>의 OST인 꽃(Prod. 로코베리)의 일부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김복동>을 만든 송원근 감독이 제작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 <그 이름을 부를 때>(다람)를 출간했다. 송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림의 날인 8월 14일에 맞춰 에세이를 펴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대표적인 인물인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송 감독은 김복동이라는 인물을 탐구하게 됐다. 김복동이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단기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송 감독은 끊임없이 김복동 할머니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의 삶과 사람 김복동의 삶을 모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 일기 형식처럼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이나 수필처럼 줄줄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다른 이야기임에도 모든 글 상단에 날짜를 기재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었다. 1인 미디어 미디어 몽구를 운영하는 몽구가 물은 김복동 할머니 기억하시죠?에서 시작한 영화 <김복동>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제작된 것도 아니고,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든 영화도 아니다. 송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오로지 김복동이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이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스며들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요시위가 있는 날이면 일본대사관을 향해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배상하라!라고 외치던 사람, 우리 나이로 열여섯에 일본군에 성노예로 끌려가 평생을 힘겹게 산 김복동 할머니다. 아흔넷의 나이에도 일본 정부를 꾸짖었던 김복동 할머니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험한 세상을 살다 떠났다. 일본군에게 위안부는 그저 일본군의 성 노리개, 성욕 배출의 수단으로 필요했던 군수물자였다. 미개한 방식으로 짓밟고 짓이겨 약탈하고 사람을 물건 취급하던 시대였다. 해방되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삶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의 삶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자신보다 더 참혹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보듬어주는 적극적인 존재로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일본에 대한 분노를 끓어 올리기도 하고, 무관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책발전소 김소영 대표는 추천사를 통해 김복동의 이름은 여전히 우리를 슬픔에 젖게 하지만 그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더 당당한 모습으로 자세를 바로잡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막연한 연민과 안타까움보다는 그분들의 삶을 존중하고 존경하며,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더욱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원근 감독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대학 시절 섬진강, 야학, 어머니의 부재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난 2003년 MBC에서 방송활동을 시작했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수 연출을 맡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로 옮겨 세월호 1주기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2 18:50

최상섭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바다의 귀향’

최상섭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바다의 귀향>(인문사 artcom)을 펴냈다. 최 시인은 지난 11월 26일에 열린 제14회 JB한국미래문화상 문학 부문에 선정됐다. 한국미래문화연구원 회원들의 작품 153편 중에서 바다의 귀향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의 주제 바다의 귀향을 시집 제목으로 정했다. 이 시집은 바다의 귀향, 광대나물, 바다의 전설, 가을 산 풍경화, 귀소본능, 깃털유홍초 풀꽃, 보릿고개, 꽃비 내리는 청도리 고갯길, 장구채나물, 황혼역 등 총 10부로 구성돼 있다. 일출을 앞둔 바다의 민낯은/세사의 새날을 깨우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귀향을 서두르는 이방인이 되어 낯설게 밀리어 온다.//뱃고동 소리로 파도를 가르는 수부의 얼굴에는 땀방울만 숭얼숭얼/찬란한 햇빛에 초롱초롱한 진주로 빛난다.//귀향의 닻을 내리기 얼마 전에.(바다의 귀향 일부) 인생이 시고, 시가 삶이라고 말하는 최상섭 시인이 펴낸 아홉 번째 시집은 100여 편의 시가 담겨 있어 시마다 새로운 느낌을 선물하는 것이 특징이다. 100여 편의 시뿐만 아니라 내 삶의 에필로그, 물자 새(수차) 위의 아버지 모습, 13년이라는 세월의 다리, 50억 클럽과 면죄부 등 4편의 글도 담겨 있다. 최 시인은 경험,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에서 본 것들,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시를 써 내려갔다. 최상섭 시인은 김제 출생으로 이리고등학교와 원광대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36년을 근무했다. 현재 남일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까치집>, <까치의 풀꽃 노래>, <봄날의 풍경화>, <청동 주전자>, <청동화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2 18:50

이희두 시인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웃음 짓는 새날’ 출간

이희두 시인이 출간한 시집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웃음 짓는 새날>(계간문예)에는 화사한 봄이 찾아왔다. 선과 악이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이희두 시인의 세상은 선만 존재한다. 이 시집에는 호랑이, 새해, 소망 등을 소재로 한 밝은 시 125편이 담겨 있다. 이 시인은 좋은 음악은 귀에 남는 것과 같이 시를 통해 따뜻한 말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집을 펴냈다. 1부 봄에 피어나는 꽃처럼에서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 코로나19, 봄 등을, 2부 장미꽃이지만 쉬어가자에서는 장미꽃이지만 쉬어가자, 웃는 사람 등 사람들에게 바라는 작은 소망과 위로 등을 노래한다. 이어 3부 사랑아, 4부 웃고 살자까지도 행복과 따뜻한 봄을 떠올리게 한다. 5부 과일 바구니부터 6부 에델바이스꽃 피워, 7부 살아주어 고맙다, 8부 한쪽 눈만 뜨고 살기에서는 앞부분을 가득 채운 따뜻함과는 다르게 뒷부분에는 세상에 던지는 단단하고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소정 양기순 작가의 그림 작품도 담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희두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2022년 임인년 호랑이는 얼룩무늬 옷을 입고 날카로운 눈, 이빨, 발톱을 가지고 빠르게 사냥한 것처럼 우리 모두 담대하고 씩씩하게 모두가 행복하고 성공하기를 기도한다며 임인년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코로나19 없는 근심걱정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희두 시인은 KBS 전주방송 아나운서로, CBS 기독교 이리방송 전주분실장 등을 맡았다. 저서로는 <새싹 같은 그 날이 좋다>, <소나무>, <물은 흐르는데>, <첫사랑처럼 빛나는 내 사랑 논개여> 등이 있다. 현재 대한 예수교 장로회(합동보수) 총회장, 총회신학 총장, 환경한국 발행인 겸 대표, 국제 환경문학 발행인 겸 대표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2.02 18:5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 - 최기우 작가의 '달릉개'

희곡을 낭독하는 일은 겨울바람에 날리는 자기 입김을 보는 것과 같다. 감정을 실어 읽은 글이 상대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낭독자를 자극하여 삶을 환기하니 말이다. 글자만 소리 내어 읽는 음독과 달리 장단과 고저를 달리하며 소리에 감정을 얹는 낭독의 즐거움은 희곡이 제격이다. 최기우 작가의 네 번째 희곡집 <달릉개>는 달래의 전라도 방언으로 부채 장수인 주인공의 이름이자 동명 희곡이다. 전주대사습에 나가 장원을 해 참봉 벼슬을 받아 아버지 한을 풀어주려던 꿈을 포기한 달릉개가 서예가 이삼만과 소리꾼 주명창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년 봄, 『조선의 여자』 때도 그랬듯이 낭독을 하던 지인과 나는 작가의 시그니처를 마주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전라도 방언이 살아 있는 입말 속에 숨어 있는 해학과 풍자라니. 『달릉개』 7막 <왜망실 짓거리>에서 《(p.50)주명창: 지꺼리? 짓거리? 그것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거리요? 전주를 전봇대라고 허는 같잖은 농짓거리요? 전주를 이번 주, 지난주라고 허는 뻘짓거리요? 컹컹컹컹 개가 짖는 개짓거리, 욕지거리, 쌈짓거리요?》는 지역 특산품을 해학적으로 보여준 단적인 예다. 지인과 주거니 받거니 낭독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긴 하나 시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희곡집 <달릉개>에 실린 나머지 작품은 혼자서 낭독했다. 『녹두 장군 압송 次』를 혼자 메기고 받기를 반복하는 동안 울컥울컥 뜨거운 것이 목울대로 올라왔다. 그러다 유머 섞인 문장을 만나 웃기도 했다. 《(p.80)엿장수: ~ 자네 솜씨를 어디다 댄당가! 지금 여기는 ~ MSG도 없을 것인디. (p.97)정봉준: ~ 기율(紀律)이 없어 다시 싸울 수 없었다. (p.113)정봉준: ~ 전투에서 패했는지 ~ 나는 알았네. (p.113)손민중: 그것이 무엇입니까? (p.113)정봉준: 우리는 정작 농민의 ~ 잊고 있던 것이다. (p.112)정봉준: 조선의 청년아, ~ 더 느리게 가야 할 것이다.》 흥부전 박타는 장면을 다룬 『시르렁 실겅 당기여라 톱질이야』는 그저 흥이 났으며 『월매를 사랑한 놀부』는 《7막 <긍게, 이르믄 안 되는디> 10막 <빌믄 뭐가 달라징가> 15막 <인제 가면 언제 오나>(p.213)놀부: ~월매, ~ 괭이 밥이 아니라 ~ 나, 가네!》를 이리 읽다, 저리 읽으매 애잔하기도 했다. 엿장수와 뻥튀기 장수가 관객들 흥을 돋는 것으로 시작하는 『아매도 내 사랑아』 또한 구성진 장단에 흥이 들고 나서 저 혼자 낭독을 한 것인지 놀이를 한 것이 몰랐다. 벌써부터, 작가의 세 번째 희곡집 <은행나무 꽃>에 수록된 『수상한 편의점』, 『교동스캔들』을 지인과 낭독할 것이 기쁘다. 작가는 희곡집 네댓 권은 읽어야 책 좀 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희곡집 대여섯 권은 갖고 있어야 집에 책 좀 있다고 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희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죽어 있는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 넣는 낭독의 힘을 염두한 말인지도 모른다. /오은숙 소설가 오은숙 소설가는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납탄의 무게’가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했다. 현재 요양 병원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을 오가며 창작 수업을 들었다. 앞으로도 일하며 글쓰는 단순한 삶이 이어질 것이다. 공저로는 <1집 스마트 소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2021 신예작가>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2.02 18:50

전북가야, 본래 이름 찾았다

가야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만든 신조어가 전북가야다. 전북 동부에서만 발견된 가야 봉화망에 그 근거를 두었다. 전북 남원시와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임실군·순창군, 충남 금산군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시 또 전북가야의 용어에는 국정과제에 국민들을 초대하기 위한 대중적이고 홍보적인 의미만 담겼음을 밝힌다. 우리나라 전통지리학의 지침서가 ‘산경표’이다. 순창군 순창읍 남산대에서 탄생한 신경준이 편찬했다. 이 책에 실린 백두대간은 전북가야의 보금자리였다. 한반도의 척추이자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전북가야의 품속이자 터전이었다. 백두대간 양쪽 운봉고원과 진안고원에 기반을 둔 가야세력이 가야 소국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가야사 국정과제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운봉가야와 장수가야라는 임시 용어로 그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솔직히 전북가야의 가명(假名)들이다. 왜냐하면 워낙 발굴조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라북도의 예산 지원으로 그 실체가 명쾌하게 검증됐고, 가야 봉화 및 산성, 제철유적의 분포양상도 파악됐다. 모두 다 전북가야의 아이콘(icon)들이다. 백두대간 동쪽 운봉고원은 신선의 땅으로 회자된다. 그 의미에 걸맞게 가야 이야기도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북아를 아우르는 당대 최고급 위세품을 거의 다 모았다. 가야 고총에서 나온 금동신발, 철제초두는 모든 가야 영역에서 한 점씩만 출토됐다. 중국 양나라에서 바다를 건너온 계수호와 청동거울도 역시 운봉가야 고총에서만 나왔다. 금강 최상류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장수가야는 봉화 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가야 봉화는 국가의 존재와 국가의 영역과 국가의 국력을 대변한다. 현재까지 복원된 가야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이다. 240여 기의 가야 고총이 장수군 일원에서 발견되어 고고학 자료로 장수가야의 존재를 확증했다. 엄밀히 말하면 장수가야는 ICT왕국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력의 원천은 철이다.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던 제철유적은 포항제철과 그 의미가 똑같다. 전북 동부에 가야 봉화망을 구축하려면 반드시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북가야의 영역에서 250여 개소의 제철유적이 발견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직은 전북가야와의 연관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철유적의 밀집도가 가장 높다. 가야 소국의 위치 비정은 역사고고학의 범주에 속한다. 문헌의 내용이 유적과 유물로 입증되면 학계의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근거로 결론 도출도 가능하다. 전북 동부에서 축적된 고고학 자료를 문헌에 접목시켜 운봉가야를 기문국으로 장수가야를 반파국으로 비정했다. 당시 문헌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내용을 고고학 자료로 충족시켰다.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은 가야로 본격 진출할 때 기문국의 복속을 선언했다. 반파국은 기문국을 지키기 위해 백제와 3년 전쟁을 불사했고, 신라와는 적대관계를 야기한 봉화 왕국이다. 중국, 일본 문헌에 한 묶음으로 기문국과 반파국이 등장한다. 전북가야를 탄생시킨 가야 소국들로 역동성과 다양성, 국제성으로 상징된다. 언제나 늘 국민들은 가야를 철의 왕국으로 복원해 달라고 열망한다. 모든 가야의 영역에서 가장 많은 제철유적이 전북 동부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증이 요망된다. 올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등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도 염원한다. 전북 동부에 350여 기의 가야 고총과 120여 개소의 가야 봉화를 남긴 전북가야가 백두대간을 무대로 대도약하길 소망한다.

  • 문화재·학술
  • 기고
  • 2022.01.28 14:00

항재 김순묵 선생의 '항재유고 병부록'

무릇 일이란 준비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으나 준비가 없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언행은 일치하도록 한다. 선비는 모름지기 복을 만들어야 하지 복을 추구하여서는 안 된다.(항재유고 가훈 전문) 항재 김순묵 선생의 문집 <항재유고 병부록>(도서출판 조은) 한글판이 출간됐다. 이를 출간한 연정 김경식 박사는 대대로 유학을 가업으로 하고 있는 선비 집안이다. 그는 선대의 가통을 이어받아 종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초손이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서기 1987년에 항재 선생 차남인 도강 김재규가 간행한 한문판을 한글 완역본으로 출간했다. 연정 김경식 박사는 항재 김순묵 선생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조고에게 들어온 선생에 관한 일화가 아직도 마음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크게 항재유고, 항재유고 부록 등으로 구분돼 있다. 큰 주제 안에는 가훈, 친필 문장 번역, 항재유고 서언, 20여 편의 시, 17편의 서, 발문, 제문, 잡저, 금강산록과 창랑대기, 창랑대의 원시의 운을 삼가 따르며, 항재기, 가장, 행장, 묘갈명 병서, 제문, 만장 등 수많은 글과 항재 김순묵 선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편 이 책은 한문으로 된 원본은 서기 1987년에 항재 김순묵 선생의 차남인 도강 재규 재종증조고가 당질인 보정 선생이 보전해 오던 자료 일부를 인계받았던 것과 보관해 온 것을 정리해 필사본 형식으로 간행했다. 35년 만인 오늘에 이르러 도강의 유일한 생존 삼남 길건과 여러 차례 상의해 나온 한글 번역판이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1.26 19:34

외교관 출신 대동단 총재 동농 김가진의 생애

올해 7월 4일은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동농 김가진의 서거 100주년이다. 동농 김가진은 대한제국 대신 가운데 독립운동을 위해 망명까지 결행한 유일한 인물이다. 일제 무단통치에 저항하기 위한 비밀 지하조직 조선민족대동단 총재가 돼 죽는 순간까지 대동단을 이끌었다. 장명국 내일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가 외교관 출신 대동단 총재 동농 김가진의 생애와 업적을 재조명한 대동단 총재 김가진(석탑출판)을 펴냈다. 장명국 대표가 이 책을 펴낸 것은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전임 회장 임재경 전 한겨레 신문 편집인의 부탁에서 시작됐다. 장 대표에 따르면 동농 김가진이 서훈을 받지 못했는데, 이는 부당하다며 장 대표에게 대동단 회장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완곡하게 거절도 했지만, 독립운동을 한 대동단 총재가 서훈을 못 받는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어 승낙했다. 이후 그는 책을 쓰면서 대동단, 특히 동농 김가진의 생애에 복벽주의와 친일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어 25년 동안 7번이나 서훈이 거부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동농 김가진이 어떤 사람이고, 그가 살았던 시대는 어떤 상황이었고,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 공부했다. 그에 따르면 동농 김가진의 일생은 친일파가 될 수 없다. 동농 김가진은 친일이 아니라 친고종, 외교관 출신의 고위 관료라는 말이다. 동농 김가진은 친고종 개화파 외교관에서 독립운동가가 된 동농 김가진은 대동단의 총재가 되어 1922년 서거할 때까지 대동단을 진두지휘했다. 장 대표는 이 책을 통해 동농 김가진을 따라 같이 망명한 아들, 뒤이어 상하이에 온 며느리도 모두 서훈을 받았고, 대동단원인 전협, 최익환 등 주요 80여 명이 모두 서훈을 받았는데 동농 김가진만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동농 김가진이 독립 운동가인가, 아닌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전했다. 장명국 대표는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석간 내일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로, 지난 1993년에 주간 내일신문을 발행하여 언론에 뛰어든 후 2000년에 일간지로 전환해 무차입 흑자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YTN 사장과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영남대학교 이사를 역임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1.26 19:34

‘타고난 이야기꾼’ 백시종 작가의 ‘황무지에서’

타고난 이야기꾼 백시종 작가가 서른네 번째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문예바다)를 펴냈다. 백시종 작가는 김동리의 인간 구원과 김유정의 해학, 채만식의 서사성을 겸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백시종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이 담긴 우리 역사를 형상화한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치른 이 반도의 민둥산에 생애를 바쳐 산림녹화사업을 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문들이 엮어내는 시대의 아픔과 애환, 사랑 이야기가 바삐 전개된다. 때로는 돌바람 동반한 폭풍같이, 때로는 아슴푸레한 판타지로, 때로는 가슴이 메는 안쓰러움과 연민의 정이 펼쳐진다.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는 백시종 작가만의 나직하고도 굵은 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백시종 작가가 <황무지에서>를 집필한 것은 우리는 역사의 잘못을 얼마나 반성했고, 그것을 청산하는 데 얼마나 열과 성을 다했는지, 혹여 흐지부지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되레 사사로운 권력욕으로 진실을 찬탈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판단해서다. 백 작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일부에서는 결코 들추고 싶어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내용도 치켜 들었다. 백 작가는 바로 숲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잔혹하고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 세계에 유례없는 황폐한 황무지로 변한 양평땅, 아니 한반도 남쪽 지역 전체가 어떻게 그처럼 빠른 시일에 참으로 건강한 자연 숲을 있었는가, 전설 같은 성공담을 과감하게 치켜 들었다"며 "지난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만 1년간 황무지에서에 매달렸던 하루하루가 들뜸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집필 그 자체가 마치 좋아하는 리듬에 몸을 맡긴 것처럼 나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백시종 작가는 지난 1967년 동아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했다. 그는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류주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2021년 세종문화상 예술부문 대통령 표창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주홍빛 갈매기>, <물>, <그 여름의 풍향계>, <서랍 속의 반란>, <풀밭 위의 식사>, <수목원 가는 길>, <여수의 눈물>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1.26 19:34

박상재 동화작가의 ‘꽃탑’…“보물석탑과 돌무더기탑 대비해 동화의 향기 담아”

장수 출신의 박상재 동화작가가 김충경 화백과 손잡고 새로운 그림동화책 <꽃탑>(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이 동화는 고즈넉한 천년 암자를 배경으로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석탑과 주지스님이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올린 돌탑을 대비했다. 석탑과 돌탑은 각각 높고 낮은 신분을 상징한다. 석탑은 가진 자, 권력, 거만함이라면 돌탑은 소외 계층이고, 마이너, 쓸쓸함이다. 석탑에게 늘 업신여김을 받고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던 돌탑이 비둘기의 도움으로 신분 상승한다. 비둘기가 심은 오색 나팔꽃으로 뒤덮여 돌탑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꽃탑이 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판타지 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화의 특징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산들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풍경소리가 해맑게 들려왔습니다. (중략) 비둘기가 굴참나무 가지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보물 석탑도 부럽게 쳐다보았습니다. 꽃탑이 된 아름다운 돌탑의 모습을. 이제 석탑보다 돌탑 앞에 사람들이 더 많이 머물다 갔습니다. 3층 석탑은 외로움을 끙끙 앓아야 했습니다.(<꽃탑> 일부) 돌탑은 화려한 꽃에 둘러 싸여 겉치레만 화려해진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보다 더 속이 깊고 품이 넓은 탑이 됐다. 그럼에도 발길에 차이는 하찮은 돌로 이루어진 돌탑은 보물로 지정된 신분이 높은 석탑을 부러워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상재 동화작가는 콧대 높은 석탑이 오히려 꽃탑이 된 돌탑을 부러워하는 반전도 그렸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가장 낮은 자가 높은 자가 되고, 돌무더기 석탑이 화려한 꽃탑으로 변신하는 것이 이 동화의 매력이다. 박상재 동화작가는 지난 1981년 아동문예 신인상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40년이라는 시간동안 동화를 써오며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PEN 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개미가 된 아이>, <아름다운 철도원과 고양이 역장>, <돼지는 잘못이 없어요>, <잃어버린 도깨비> 등 동화집 120여 권을 냈다.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동문학사조 발행인과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1.26 19:3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시인 - 김성수 외 '제주도 나비와 문화'

봄소식이 멀지 않았다. 벌써부터 부안에는 복수초와 노루귀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삭막했던 세상은 봄꽃과 파릇파릇한 새순으로 뒤덮일 것이고, 한겨울 월동을 끝낸 나비들도 제 세상인 양 날아다니리라. 연일 코로나 급증 소식으로 우울하지만 그때쯤이면 겨우내 몸을 잔뜩 움츠렸던 이들의 어깨도 조금은 펴지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지역에서 사는 나비를 다룬 『제주도 나비와 문화』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비매품이라 구하기도 힘든 책을 제주까지 연락해서 어렵사리 받았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오랜 시간과 공력을 기울여 제주도 나비 생태와 문화를 다룬 책자라서 더 반가웠다. 책 구성은 제주 나비 생태, 제주 나비 표본, 제주도 나비 연구의 발자취로 이루어져 있다. 380페이지에 달할 만큼 방대한 분량에 현장 사진을 포함한 내용 구성도 알차다. 이 책의 부제는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을 떠나지 않는다.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220여 종의 나비가 산다. 그중 산굴뚝나비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458호로 지정된 나비이다. 다른 나비들이야 골고루 분포하는 편이지만 유독 산굴뚝나비만큼은 제주도 한라산, 그것도 1300m 이상에서만 산다. 운이 좋다면 한여름 한라산에서 이 나비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표지도 산굴뚝나비가 차지하고 있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방학숙제로 나비 채집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때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나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통 민화에도 나비는 쉽게 보인다. 그런데 요즘은 나비가 예전처럼 흔히 보이지 않는다. 상제나비처럼 한국에서 사라져 전설로만 남은 나비도 있다.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예측하거나 환경오염을 추적하는 지표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서식지 파괴와 생태 환경이 파괴되면서 나비 개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국가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이다. 그러나 지역의 생태계와 지역 문화를 바로 아는 일이야말로 더 시급하고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역 생태와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자 의무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조만간 이런 멋진 책자가 나오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장창영 시인은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그동안 다녀온 여행기를 여행잡지 <뚜르드 몽드>에 연재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1.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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