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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는 '무성영화와 라이브 연주의 만남'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가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무주군 일대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개막작과 전체 상영작을 포함한 공식 프로그램을 9일 공개하며 본격적인 축제 준비를 알렸다. 매년 다양한 영화에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복합 공연 형식으로 특별한 개막 무대를 선보여온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13회 영화제의 개막작은 1928년작 무성영화 <바람(The Wind)>으로,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빅토르 쇠스트롬 감독의 작품이다. 한 여성의 정서적 고립과 내면의 고통을 자연과의 충돌을 통해 시적으로 형상화한 이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개막 공연은 영화 <말하는 건축가>(2011)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으며, 작곡가이자 거문고 연주자인 황진아를 중심으로 결성된 4인조 컨템포러리 밴드 ‘반도’가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다. 배우 김우진, 윤동원, 최다은, 홍나현은 무성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라이브 더빙으로 관객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개막식은 6월 6일(금) 저녁, 초여름 밤의 정취 속에서 펼쳐진다. 무주등나무운동장 일대에 마련된 4개의 실내 상영관과 3개의 야외 상영장에서 진행되는 올해 영화제는 총 18개국 86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공식 프로그램은 5월 9일 오후 2시부터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객과의 깊은 교감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배우 최현욱이 ‘넥스트 액터’로 선정되어 직접 관객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올해 새롭게 신설된 ‘넥스트 시네아스트 박세영’과 ‘디렉터스 포커스 엄태화’ 프로그램은 차세대 감독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이외에도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알려진 미국 감독 션 베이커가 ‘동시대 시네아스트’로 소개되며, 감독 및 영화인들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토킹 시네마’ 등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등나무운동장 메인 무대는 올해부터 ‘등나무스테이지’로 명칭을 바꾸고, 주·야간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이 더욱 유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에피톤 프로젝트, 적재, 이승윤, 유다빈밴드, 소수빈, 오월오일 등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낮과 밤을 낭만으로 수놓는다. 또 매일 밤, 음악감독 이민휘와 밴드 CHS가 함께하는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 무대도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기대를 모은다.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체험 공간도 확대된다. 책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산골책방’, 어린이 전용 프로그램 ‘키즈스테이지’, 그리고 덕유산국립공원 내 숲속 극장에서 열리는 심야 상영 프로그램 등 무주산골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들이 준비됐다. 영화제 측은 관객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인력 배치를 강화하고, 숙박 및 교통 패키지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셔틀버스 운영, 안내데스크 정비, 편의시설 확충 등 현장 운영 시스템 전반에 걸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의 실내 상영 프로그램 예매는 이달 13일부터, 1일 입장권 및 숙박·교통 패키지 예매는 같은 달 14일부터 각각 시작된다. 영화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무주산골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5.05.09 21:35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9일 폐막…폐막작 김옥영 '기계의 나라에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 폐막식을 열고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폐막작은 김옥영 감독의 <기계의 나라에서>다. 영화는 한국에 들어온 네팔 이주 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2020년 출간된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에 시를 쓴 35명의 이주 노동자들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딜립 반떠와, 수닐 딥떠 라이, 지번 커뜨리 등 세 명의 인물을 밀착해 쫓는다. 효율성만 따지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네팔 이주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시어(詩語)를 활용해 보여주고,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시들을 읊조리며 한국이라는 지옥도를 완성한다. 영화제 폐막작 상영에 앞서 이날 오후 7시부터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배우 강길우와 김보라의 사회로 폐막식 행사가 열린다. 폐막식은 영화제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수상작 소개와 가치봄상 시상, 폐막공연 및 폐막선언, 10일간의 기록 영상 상영, 클로징 순으로 진행된다. 한편,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7개국 224편(국내 98편, 해외 126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티켓 판매율이 전체 판매분의 85% 이상을 달성하며 영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입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 예매수치이다. 지난 6일 열린 부문별 시상결과 국제 경쟁부문 대상에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가, 한국 경쟁 부문 대상에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8 17:44

[픽!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전주 찾은 '한국 다큐 스승' 김옥영

김옥영.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수식어가 여럿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사 대표, 작가, 프로듀서, 한국 다큐 스승이자 멘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하나로 규정짓지 않는다. 그저 자신은 “비전을 설정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정의할 뿐이다. 1982년부터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했고, 제작자와 프로듀서로 영역을 확장해 가던 그가 자신의 첫 연출작 <기계의 나라에서>를 들고 전주를 찾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그가 직접 연출한 작품의 만듦새는 어떨까. 지난 2일 영화제가 한창인 전주의 한 카페에서 김옥영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기계의 나라에서>는 한국에 들어온 네팔 이주 노동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영화가 각별히 초점을 맞춘 것은 지난 2020년 출간된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에 시를 쓴 35명의 이주 노동자들이다. 영화는 시집에 시를 쓴 네팔 이주 노동자 가운데 한국에 거주하는 딜립 반떠와, 수닐 딥떠 라이, 지번 커뜨리 등 세 명의 인물을 쫓는다. 영화는 효율성만 따지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네팔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시어(詩語)를 활용해 보여준다. 세 인물들은 이야기의 맥락에 따라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에 담긴 노동자들의 마음을 대변한 시들을 읊조리며 한국이라는 지옥도를 완성한다. 2020년 우연히 시집을 접한 감독은 이후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추상적인 개념에만 머물러있던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구체적인 개개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시집에 담긴 시들을 다 읽은 뒤, 감독은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 김 감독은 “시에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이주 노동자들의) 비판적 시각이 그대로 녹아있다”며 “직설적인 웅변보다는 내성적인 시어로 이루어진 고백이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통렬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의 양식을 활용해 영상으로 구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타자를 배제하고 짓눌러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선진국’ 대한민국에 대한 진실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시선으로 전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역동적이다. 감독이 3년 넘게 취재한 네팔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촘촘하게 기록해서다. “모든 다큐는 진행 과정이 지난해요. 특히 영화는 공정이 섬세하고 까다로워서 기획부터 촬영까지 3~4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 돼요. 여러 어려움이 따랐던 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죠” ‘그렇구나’ 새삼 생각했다. 지난한 과정이 있어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으니까. 과정 없이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포기다. 김 감독의 기록은 보다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지난한 다큐멘터리 최전선에서 분투 중인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김옥영 감독의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된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8 17:00

[픽!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하루 전…전주엔 여전히 영화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서요. 끝물이라도 전주국제영화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왔는데, 역시나 오길 잘한 것 같아요.” 8일 오전 9시 30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영화의거리는 개막 첫 날의 북적임에 비해 다소 한산했지만,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영화제가 끝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 듯, 아니면 마지막 한 장면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관객들은 오늘도 극장 앞으로 향했다. 폐막을 하루 앞뒀지만, 이날 전주 영화의 거리 내 굿즈샵 앞에는 여전히 대기 줄이 이어졌다. 영화제 공식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한 관객들은 이른 시간부터 햇살 아래 자리를 지켰다. 굿즈샵에서 만난 오재형 씨(31·광주)는 “연휴에 몰릴 인파를 피해 일부러 영화제 마지막 날에 찾았다”며 “올해 굿즈샵이 연일 매진이라는 소식에 혹시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못 살까 조마조마했는데, 26번째 전주국제영화제를 기억할 수 있는 굿즈를 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상영관 앞에서도 여전히 현장 예매를 시도하는 관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영화제 초반에 비해 예매 경쟁은 덜했지만, 삼삼오오 모여 상영 스케줄을 확인하거나 티켓 뭉치를 들고 인증 사진을 남기는 관객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특히 이날은 영화제를 함께 만든 또 다른 주역들이 조용히 무대를 내려오기 전날이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자원활동가 ‘지프지기’들의 공식 활동이 폐막식과 함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관객 안내를 맡았던 지프지기 이서원 씨(22·전주)는 노란 유니폼을 벗기 전,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단순히 영화제가 좋아서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서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고, 제가 그 일부라는 게 참 뿌듯했었다”며 “노란 유니폼을 어색하게 입고 거리를 걷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폐막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 매년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지만, 올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는 게 제겐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제11회 100 Films 100 Posters’ 전시가 진행 중인 문화공판장 작당에도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포스터를 찬찬히 살피던 최유라 씨(21·천안)는 “이번 영화제 기간 만났던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 포스터를 구매하러 왔다”며 “매년 올 때마다 잘 놀고, 잘 쉬고 가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내년에도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 오후 6시 30분,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폐막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5.05.08 16:03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 '창' 섹션 작품·심사위원 공개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올해 한국장편영화경쟁부문 <창>섹션의 상영작 8편과 심사위원을 공개했다. 무주산골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섹션인 '창' 섹션은 우리가 사는 다채로운 세상을 개성적이고 차별화된 시선으로 포착해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동시대 한국장편영화를 선정·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그해 눈에 띄는 수작들은 물론 신선하고 도전적인 작품들이 '창'섹션을 통해 상영돼 영화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특히 올해는 국내 영화인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돼 최근 독립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화제작부터 다양한 장르의 수작들이 출품됐다. 이러한 열띤 경쟁 속 올해 '창'섹션 상영작으로 선정된 8편(극영화 6편, 다큐멘터리 1편, 애니메이션 1편)은 작품성을 전제로 새로운 감각과 통찰이 돋보이는 영화, 자신만의 언어 또는 미학을 고민하며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도전과 시도가 두드러지는 영화들이다. 극영화로는 탈북성소수자 이야기를 담은 박준호 감독의 <3670>,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풀어낸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 관계의 진실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배우 한예리와 김설진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강미자 감독의 <봄밤>, 캐릭터들의 에너지가 강렬한 서사를 이끌어내는 김효은 감독의 <새벽의 Tango>, 차동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월드 프리미어로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는 <해바라기>가 선정됐다. 이와 함께 다큐멘터리로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허범욱 감독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가 각각 선정됐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다채로운 형식, 영화적 개성과 잠재력, 한국 사회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시선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창'섹션 상영작 8편을 통해 관객들은 동시대 한국 영화의 현재를 살펴보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창'섹션 시상 내역은 뉴비전상, 감독상, CAPRA 크리에이티브상, 영화평론가상, 무주관객상 5개 부문으로 상금은 총 2300만 원이다. 심사위원으로는 김영민 프로듀서(<은밀하게 위대하게><파묘> 등), 윤가은 감독(<우리집><우리들> 등), 임대형 감독(<윤희에게><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등)이 참여하며, 영화평론가상 부문은 박동수, 손희정, 홍수정 영화평론가가 심사를 맡을 예정이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5.05.07 18:11

[픽! 전주국제영화제] 뚝심의 선택…영광의 수상작들 들여다보니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전주국제영화제는 이 슬로건 하나에 모든 게 포함돼 있다. 볼 영화도 틀 영화도 없다는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도 전주국제영화제는 소재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선을 넘으며 영화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시네필들 사이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수상결과는 “받을만한 영화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작들은 어땠을까. 올해 두드러진 경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영상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려는 창작자의 노력과 과감한 목소리, 그리고 여성연대의 삶이다. 영화 <시인의 마음>이나 <저항의 기록>과 같은 작가성 뚜렷한 작품부터 <3670>이나 <여름의 카메라>처럼 사회 다양성을 반영한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까지 골고루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 뉴욕 브롱스의 도미니카계 미국인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이방인’이라는 소재를 지적이고 절제된 영화언어로 표현해 주목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다큐적인 요소와 과감하게 생략을 수용하는 연출 그리고 매력적인 연기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이러한 작품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이 놀랍다”고 총평했다. 한국경쟁 부문 배급지원상, 왓차상, CGV상, 배우상까지 4관왕을 달성한 박준호 감독의 <3670>은 LGBTQ를 전면에 내세워 상영 전부터 이목을 끈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초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탈북 게이 청년의 이야기를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그려냈다. 어둡고 우울한 성소수자의 모습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감정에 초점을 둔 멜로 영화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국단편경쟁 수상작들은 모두 여성 영화인들의 몫이 됐다. 한국단편경쟁 대상은 <겨우살이>를 연출한 황현지 감독이 차지했고, 감독상은 <불쑥>의 김해진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인 심사위원 특별상도 <별나라 배나무>를 연출한 신율 감독이 수상하며 여성 영화인들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6일 열린 시상식 현장에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농담이었지만 “여성 국제영화제인줄 알았다. 남성 감독들도 분발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지점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두드러진 활약이다. 2년 연속 다큐멘터리에서 200편 넘는 작품이 출품되면서 영화 형식과 장르가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국제경쟁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천더밍 감독의 <시인의 마음>과 심사위원 특별상의 영예를 안은 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감독의 <저항의 기록>은 변화무쌍하고 창의적인 영화적 서사로 큰 호평을 받았다. 특별부문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 후원)을 수상한 김일란 감독의 <에디 앨리스>는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와 감독의 예술적 고민을 담아내 영화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상영작만큼이나 수상작들도 다양성과 예술성, 작품성을 고루 갖춘 수작들이 영광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내년 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관객들을 기다릴까.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며 편견과 경계를 뛰어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7 17:27

[픽! 전주국제영화제] 이일하 감독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

“2000년, 일본 유학 시절 우연히 본 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신숙옥 선생님의 ‘사이다’ 같은 발언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 꼭 이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DHC에서 제작한 ‘뉴스여자’ 사건을 계기로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호루몽>을 연출한 이일하 감독은 지난 3일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번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은 성공한 사업가에서 사회운동가로 거듭난 신숙옥의 삶을 따라간다. 나아가 할머니와 어머니에 이은 3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생생한 삶을 통해 일본 사회 속 차별과 혐오의 현실을 조명한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 산업 프로그램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섹션을 통해 공개됐다. <호루몽>은 DHC TV에서 방영된 우익 성향 프로그램 ‘뉴스여자’가 오키나와 평화운동을 비방하며 신숙옥을 왜곡된 방식으로 이용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린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2018년 신숙옥이 DHC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과정을 따라가며, 일본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의 구조를 고발한다. 신숙옥은 이날 GV에서 해당 사건에 맞서기로 결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인종차별주의는 갈수록 심각해졌습니다. 실제로 2013년 한 해에만도 혐오 발언이 3000에서 4000 건 이상 확인됐습니다. 언론은 침묵했고, 경찰은 오히려 차별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체포했죠. 모두가 겁에 질렸고, 특히 여성들은 말 그대로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말했다.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요. 특히 여성은 더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억누르는 구조 안에서는 더 약한 이들이 계속 눌립니다.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행동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호루몽>이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공동체가 함께 마주해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영화에서 본 것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한국 근대사의 투쟁에서 가능성을 배운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일하 감독이 만든 이 기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역사이자 미래입니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5.05.07 17:24

동학농민혁명과 보천교 독립운동...안후상 박사 '구술사' 첫 발간

5월 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동학농민혁명과 보천교의 민족운동을 구술로 정리한 책이 처음 발간됐다. 지난 30년간 보천교 연구에 힘써 온 안후상 박사(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는 최근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 <원군교를 감시한 어느 한국인 순사의 증언>(도서출판 기역)을 발간했다. 저자는 기존 보천교 관련 문헌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구술사에 주목했다. 기록의 편견이나 주관성을 덜어내고 객관적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보천교는 전라도에서 동학운동을 주도하던 차경석이 1907년에 강증산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 24방주 또는 60방주라는 민중 조직을 통하여 새로운 정부나 국가를 수립하려는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을 전개했다. 일제는 이러한 보천교의 활동을 ‘국체를 부정하는 불온한 사상’ ‘독립운동’으로 규정했다. 보천교 교세가 급격히 확장되던 1918년 가을, 제주도 중문에서 보천교와 강증산 계통의 종교인으로 보이는 김연일이 항일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이후 1920년대 보천교는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설립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형평운동과 민족 독립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사회주의자들이나 의열단, 대한민국 임시정부, 만주의 정의부와 신민부, 김좌진 등에게 보천교는 인적·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사가 펴낸 책에는 동학농민전쟁과 보천교 주교 차경석(차지구 장자)과 강증산 탄생지 관련 구술 10건을 비롯해 보천교의 후천선경 신정부 건설운동 구술, 보천교 독립운동 자금 지원 구술 등 33편의 구술이 채록되어 있다. 저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부터 사이비 친일 종교라는 누명까지 쓴 보천교 연구에 열정을 바쳐왔다. 30년 간 축적된 연구 성과의 결정체이기도 한 이번 구술사에는 사건의 단순한 나열이나 기록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인물들의 고뇌와 투쟁까지 읽어낼 수 있다. 안후상 박사는 “보천교 민족운동은 불과 100여 년 전의 일이다. 관련 연구가 본격시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관련 교인이 생존해 있었지만 그들이 타계하면서 구술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며 “그때부터 조금씩 보천교 교인을 찾아 나섰다. 정읍부터 완주와 전주 서울과 경기도, 경상북도 청송과 경상남도 함양까지 찾아다녔다”고 채록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헌의 한계를 절감한 요즘, 오래 전에 생성 축정된 구술이 떠올랐다. 이제는 이러한 구술이 적어도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읽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정읍시의 지원으로 추가 구술이 더해져서 ‘보천교 독립운동 구술사’라는 책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저자는 전남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근대사와 한국근대종교운동사를 연구했고, 동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목아불교박물관 학예연구원, 대한불교조계종 보조사상연구원의 연구원 겸 ‘월간 불일(佛日)’ 편집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신종교학회 이사, 사단법인 노령역사문화연구원 원장, 전남대학교 사학과 강사, 중원대학교 종교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5.07 17:08

생활 속 신앙을 노래하는 김예성 시인, 시집'내 영혼의 빛깔은' 발간

“주님 뜻에 따라 살아간다/ 인도하시니 걸어간다/ 십자가의 고통 고난의 걸음이어도/ 주님 부르시면 달려간다/ 손안에 있는 부와 자유 버리라 하시면/ 내려놓는다/ 주님 영광 기쁨이시면/ 내 삶 주님께 모두 드린다/ 거짓 없는 삶 내 영혼의 빛깔은/ 순백의 눈물로 씻어/ 은쟁반의 옥구슬의 믿음 굴리며/ 하늘길 간다/ 언제나 믿음을 녹여 사랑으로”(시 ‘내 영혼의 빛깔은 믿음을 녹여 새긴 사랑으로’ 전문) 일상의 생활 속에서 삶과 신앙을 노래하는 시인. 김예성 시인이 <내 영혼의 빛깔은>(창조문예사)를 펴냈다. 지금껏 일상의 삶과 사물에 대한 고뇌와 사유를 자연 동화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그였지만, 이번 시집에는 신앙의 삶을 주제로 자서전적 삶을 객관화시켜 형상화한 기독교 시들로 채워냈다. 일상의 삶 속에서 신앙의 생활화로 육화된 삶의 정서를 시호 구성해 낸 이번 시집은 지극히 김 시인 개인의 신앙적인 삶에 대한 표현이지만, 모두의 삶으로 전환시켜 전개돼 갚은 감동을 준다. 책은 ‘1부_그러지 않기를 기도하라’를 비롯해 ‘2부_가벼운 걸음’, ‘3부_강가에서’, ‘4부_시벽기도’ 등 총 4부로 구성돼, 10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내 영혼의 빛ᄁᆞᆯ은, 내 믿음을 녹여 주님께 드린 무지개 빛이다”라며 “그동안 발표됐던 시들 중에서 믿음의 시를 뽑아 신작과 함께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나의 순수한 믿음의 고백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돌아보면 세상을 함부로 살지는 않았는지, 내 자신의 모습이 민망하다. 그렇지만 주님과 손잡고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며 “항상 믿음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신앙생활을 생활 신앙으로 정진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5.07 17:01

[픽! 전주국제영화제] 산업 프로그램 제17회 전주프로젝트 수상작 공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 산업 프로그램인 전주프로젝트 시상식이 6일 글로스터호텔 전주에서 열렸다. 2009년 시작해 올해로 17번째를 맞은 전주프로젝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산업과의 연계 강화와 영화제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마련한 산업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1년부터는 명칭을 ‘전주프로젝트’로 변경하고 국내외 영화산업에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전문성을 높이고, 산업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힘써왔다. 5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진행된 전주프로젝트에는 총 336편의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이는 전년 대비 149편(79.68%) 증가한 수치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전주프로젝트에 선정된 모든 작품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과 자유로운 상상력, 영화로 완성될 수 있는 단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총평했다. 영화제에 따르면 전주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해외 14편, 국내 24편 등 총 38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이일하 감독의 <호루몽>이 완성돼 공개됐다. 또 전주랩에 214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에디션에 97편, 워크인프로그레스에 25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0% 증가한 수치다. 다큐멘터리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SJM 문화재단 러프컷 부스터상은 권순현 감독의 <콘크리트의 나이테>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퍼스트컷 완성 자동참가상은 김면우 감독의 <회생>이 차지했다. 500만원의 제작지원금 또는 촬영장비 대여, 편집실 사용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는 전주랩: 단편상은 김용조 감독의 <늦여름 매미처럼>과 송진경 감독의 <비밀일기>가 수상했다. 송진경 감독은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제작지원상을 함께 수상하며 두배의 기쁨을 누렸다. 디지털 색보정 서비스가 지원되는 전주영화제작소상은 정한진 감독과 이가은 감독에게 돌아갔다. 음향마스터링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상(JICA상)은 김동현 감독의 <다시, 8월>과 배연석 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차지했다. 2천만원의 2차 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전주랩 2차 기획개발비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정수은 감독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극영화 부문에서는 배연석 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밖에 '워크인프로그레스’ 부문 선정작은 유형준 감독의 <정육점집 외아들>이 영어자막 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는 푸르모디티상에는 김동현 감독의 <다시, 8월>과 조희수 감독의 <마른익사>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조희수, 정수은, 정수현 감독은 색보정 비용을 지원받는 DVcat상에 선정됐다. 쿠뮤필름스튜디오코리아상에는 장우진 감독의 <우주의 흔적>과 실뱅 조르주 감독의 Sealand가 각각 선정돼 지원 받게 됐다. 올해 신설된 '전주캐스트' 부문에는 총 3개 작품이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 BH엔터테인먼트와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가 전주랩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에디션 국내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작품을 한 편씩 선정해 상금과 캐스팅을 지원하는 부문이다. BH엔터테인먼트상에는 정수현 감독 <지상의 밤>이,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상에는 정기연 감독의 <대한유라시아횡단철도추진진흥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상에는 정한진 감독의 <소년일기>가 각각 선정됐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에디션’ 최종작은 주셩저 감독의 <A Distant House Smokes on the Horizon>과 데보라 스트라트맨 감독의 <Hello Ladies> 김용천 감독의 <물고기 춤>에게 돌아갔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7 15:23

[픽! 전주국제영화제]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 국제경쟁 대상

제26회 전주 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 국제 경쟁 부문 대상에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이 연출한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가 선정돼 한화 2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경쟁 부문에서는 조현서 감독이 연출한 <겨울의 빛>이, 한국 단편경쟁 부문에서는 황현지 감독의 <겨우살이>가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6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국제경쟁 부문 3개, 한국 경쟁 부문 6개, 한국 단편 경쟁 부문 3개, 특별 부문 4개에서 수상작이 나왔다. 국제 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 뉴욕 브롱스의 도미니카계 미국인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 큰 호평을 받았다. 이어 NH농협 후원의 국제경쟁 작품상은 중국의 천더밍 감독의 <시인의 마음>,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저항의 기록>이 선정돼 각각 한화 1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국제경쟁의 몬세 트리올라 심사위원은 “국제경쟁 부문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감독들에게 상을 주는데 (국제경쟁과 같은 상을 통해)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길 바라면서 심사에 임했다”고 총평했다. 한국 경쟁 부문 대상(후지필름 코리아 후원)을 수상하며 한화 1500만 원의 주인공이 된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은 과거의 순간들에 대한 작은 토닥임을 전달하는 영화다. 어려운 삶에도 희미한 빛과 희망이 있음을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박준호 감독의 영화 <3670>은 이날 한국경쟁 배급지원상과 왓차상, CGV상, 배우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며 다관왕에 올랐다. 영화 <3670>은 한국사회의 초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탈북 게이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탈북자 커뮤니티와 동성애 커뮤니티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과 함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다. 배우상에는 <3670>에서 영준 역을 맡은 김현목 배우와 <그래도 사랑해>의 소라 역을 연기한 손소라 배우가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각각 한화 5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올해 신설된 농심신라면상에는 성스러운 감독의 <여름의 카메라>에게 돌아갔다. 한국경쟁 상영작 중 미래가 기대되는 감독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한화 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국 경쟁 부문의 곽신애 심사위원은 “한국영화계가 어려움에 빠져있다는 것을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작품을 보니까 신인 감독들과 청년들 역시 내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작품에 표현하고 있는 어떤 것들, 영화적 요소들이 하나의 빛이 되어준 것 같다. 빛으로서 작동되어주길 바랐던 과정들을 엿봤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한국 단편 경쟁 대상(후지필름 코리아 후원) 수상작인 황현지 감독의 <겨우살이>는 젊은 여성의 돌봄 현실을 포착하며 인내와 생존의 의미를 되짚으며 깊은 울림을 전한 작품이다. 황 감독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영화로 전달할 수 있어서 뜻깊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교보 생명이 후원하는 한국 단편 경쟁부문 감독상에는 김해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불쑥>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올해 심사위원들이 가장 뜨겁게 논쟁했던 심사위원 특별상에는 신율 감독의 <별나라 배나무>가 차지했다. 한국 단편 경쟁 부문의 에밀리 푸아리에 심사위원은 “많은 영화들이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통해 한국의 단면을 볼 수 있어서 심사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총평했다. 특별 부문 시상도 이뤄졌다.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작품 중 아시아 영화 1편을 선정해 아시아 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시상하는 넷팩상에는 영화 <검은소>를 연출한 일본의 쓰타 데쓰이치로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장편 영화 중 다큐멘터리 장르에 수여하는 진모터스 후원(한화 1000만 원)의 다큐멘터리상은 남성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에디와 앨리스라는 두 인물을 조명한 작품 <에디 앨리스>의 김일란 감독이 받았다. 지역 공모로 선정된 작품 중 1편을 선정해 100만 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수여하는 J비전상에는 김태휘 감독의 <빈집의 연인들>이 선정됐다. 경쟁 및 비경쟁 부문을 포함한 한국 장편 영화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하는 멕시코 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은 차정윤 감독의 <만남의 집>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이 작품은 멕시코 국립시네테카에서 상영된다 .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 폐막을 끝으로 열흘간의 영화 여정을 마무리 한다. 폐막작은 김옥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기계의 나라에서>이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6 18:56

[픽! 전주국제영화제] 반환점 돈 ‘전주국제영화제’…기특함과 아쉬움 교차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는 26년간 전주국제영화제를 관통해 온 ‘대안’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아카데미적 성격을 강화한 프로그램들로 내실을 기했다. 하지만 줄어든 부대행사와 운영 미숙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6일로 개막 7일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중간 결산한다. △전주국제영화제 흥행에 굿즈‧골목상영 괄목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5일 기준으로 집계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중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는 티켓 매진율과 지역 연계 프로그램 참여율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닷새간의 평균 티켓 매진율은 87.3%로 지난해 같은 기간(83.1%)보다 4.2%포인트 증가했다. 영화제의 역대급 흥행 덕분에 굿즈 판매 매출도 크게 상승했다. 5일 기준으로 굿즈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는 전주시 새활용센터 다시 봄과 협업해 폐현수막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굿즈 품목을 늘렸고,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골목상영도 어김없이 관객들로 가득했다. 1일부터 4일까지 7개 지역에서 총 14회차 상영이 이뤄졌고 3270명의 관객들이 방문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회차당 평균 관람객은 약 2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160명) 보다 44% 가량 관람객이 늘었다. △영화제를 무대로 등장한 '현실의 목소리’ 영화제 중반, 영화관 바깥에서는 눈에 띄는 장면이 펼쳐졌다. 전주영상위원회 공익제보자 지원단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영화제 기간 각각의 메시지를 담은 집회를 연 것. 전주영상위원회 공익제보자 지원단은 지난 4일 전주CGV 앞에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같은 날 전주 메가박스 앞에서는 영화제 상영작 <무색무취>의 실제 배경이 되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은 영화제를 찾은 시민과 관객에게 산업 현장의 현실을 알리고자 자리에 나섰다. 겉으로 보기엔 축제의 장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오히려 전주국제영화제가 단순한 예술 소비의 자리를 넘어, 사회적 발언과 질문이 허용되는 열린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유'와 '실험'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온 만큼, 영화관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은 영화제가 지닌 또 하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영화제가 현실과 교차하며 살아 숨 쉬는 문화 현장임을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줄어든 부대행사, 아쉬운 '축제성'과 공간의 분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지난해에 비해 거리 공연, 야외 체험 프로그램,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 부대행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영화 티켓이 없는 일반 관람객들은 영화제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더욱이 올해는 전주 시내 곳곳에 부대행사가 분산되면서 접근성과 연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팔복예술공장, 뜻밖의미술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중심 공간인 영화의 거리에서는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하나(23·대구) 씨는 “부대행사가 많은 건 좋은데,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아서 영화관 근처에선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또 영화 사이 시간이 너무 떠서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만한 콘텐츠가 별로 없었다. 차라리 카페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숙한 운영은 ‘영원한 숙제’ 운영상의 미숙함은 올해도 반복됐다. 영화제 개막 전부터 공지 메일이나 배지 신청 메일을 받지 못한 기자가 속출했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프레스룸에 대한 불만도 폭주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문을 닫아 기자들이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를 찾아 헤매야만 했다. 영화제 주요 프로그램 기자회견도 프레스룸이 위치한 영화의 거리에서 한참 떨어진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리다보니 프레스룸 대신 기자회견장 1층 카페를 더 자주 이용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매년 문제가 돼왔던 교통 혼잡의 아쉬움은 올해도 화두였다. 지난 4일, 수십 대의 차량들이 오거리 문화광장 사거리로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오거리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과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1개의 차선에 엉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됐다. 교통경찰과 지프지기들의 통제로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운전자들은 거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인근 골목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차하고 있던 한 운전자는 “이곳은 평소에도 차가 막히는 곳인데 오늘은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라며 “영화제 할 때마다 교통 정체로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폐막작 상영을 끝으로 열흘간의 영화 여정을 끝마친다. 폐막작은 네팔 이주 노동자를 그린 다큐멘터리 <기계의 나라에서>(김옥영 감독) 이다.

  • 영화·연극
  • 박은외(1)
  • 2025.05.06 17:40

[픽! 전주국제영화제] 배우는 불편, 촬영장은 안전?…인터머시 코디네이터를 말하다

“누군가가 ‘여기 손을 얹으세요’ ‘이런 동작을 하세요’ 지시하면 오히려 연기 몰입에 방해가 된다. 자연스럽게 침대에 오르고 옷을 벗으며 연기했던 방식에 익숙하다” 최근 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우가 ‘인터머시 코디네이터’가 불편한 존재라고 이 같이 언급하며 할리우드에서 인터머시 코디네이터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인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의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이 연출하는 친밀한 장면(키스‧배드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미투(#Me too)운동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직종이다. 한국 영화 성평등센터 든든(센터장 심재명)에서 인터머시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알리기 위해 지난 2일 전주국제영화제 특별 토크 ‘인터머시 코디네이터는 불청객이 아닌 동반자입니다’를 중부비전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번 든든 특별 토크 행사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필요성과 실제 현장에서의 역할을 영화인들과 공유하고, 한국 영화계에 유연하고 실질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의 사회로 열린 특별 토크에는 국내 최초 인터머시 코디네이터 권보람 프로듀서와 영화 ‘세기말의 사랑’을 연출한 임선애 감독, 영화 ‘미지수’와 ‘갈비뼈’등에 출연한 권잎새 배우가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밀한 장면 촬영에서의 심리적 부담과 인터머시 코디네이터와의 협업 경험, 안전한 촬영 환경이 연기와 작품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권보람 프로듀서는 “인터머시 코디네이터의 중요한 역할은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갈등 해결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며 “현장에서 배우들의 안전 확보를 1순위로 생각하기에 배우와 연출자, 제작진 간의 중립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인터머시 코디네이터에 대해 설명했다. 독립영화 ‘갈비뼈’에 출연한 권잎새 배우는 ‘인터머시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영화 갈비뼈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인터머시 코디네이터를 알게 됐다는 권 배우는 “노출이 있는 장면에서 모든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인 장면을 촬영할 때의 경우 연기를 하는 배우도 시나리오를 쓴 연출자도 관련 장면에 대해 언급을 최소화한다”며 “언급을 안 하다 보니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인터머시 코디네이터가 현장에 함께 하면 촬영 전에 서로가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원활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설립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영화‧영상산업 내 성폭력 상담과 예방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산업 특성을 반영한 성폭력 예방교육,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통해 성평등 하고 포용적인 영화·영상산업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5 15:45

자비의 가르침으로 '세상에 평안' 염원⋯금산사 봉축 법요식 가보니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전북 도내 주요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봉축 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그중에서도 김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찰 입구부터 경내까지, 연등처럼 환한 표정의 방문객들이 불전에 마음을 올리며 조용히 들어섰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부터 불심 깊은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이들이 한 손엔 연등을 들고, 다른 손엔 합장을 담아 부처님오신날을 맞았다. 이날 오전 11시 대적광전 앞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는 화평 주지스님을 비롯해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우범기 전주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등 자치단체장과 정치인, 불자,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법요식은 명종 소리로 시작해 육법공양, 삼귀의, 찬불가, 헌화 및 관불, 봉축사, 축가 순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화평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지난 겨울,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화재로 고통받은 이웃이 많았다. 이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삼고, 더 큰 연민과 실천으로 보답하는 부처님오신날이 되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은 알록달록한 연등으로 가득 꾸며져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특히 어린이날과 겹친 덕분인지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졌다. 색색의 연등 아래를 종종걸음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행사장에 생기를 더했다. 박소연 씨(42·전주)는 “해마다 금산사를 찾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와서 더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쪽에서는 연등 만들기 등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운영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념품 판매도 함께 진행되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인의 소망을 안고 사찰을 찾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취업 준비생인 이수현 씨(27·전주)는 “요즘 채용이 많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금산사에 오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느낌”이라며 “원하는 직장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지쳐 있을 때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점심 공양 공간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준비된 공양은 총 4000인분. 공양 시작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고, 그 자체로 하나의 진풍경을 이뤘다. 오랫동안 금산사를 찾아왔다는 김춘자 씨(75·김제)는 “일 년에 한 번, 부처님께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 수 있어 늘 감사한 날”이라며 “내년에도 건강히 이 자리에 다시 오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 종교
  • 전현아
  • 2025.05.05 15:11

[픽!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의 스필버그, 배창호 감독 "영화는 실험성과 이야기 모두 필요"

“영화는 형식과 실험, 이야기가 모두 녹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식과 실험적인 시도, 이야기가 혼연일체가 되어서 관객들이 완전히 빠져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학자들이나 평론가들이 (영화를) 분석했을 때 형식을 논하고, 실험적인 시도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일 오전 전주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창호 특별전 :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창호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어떤 관점에 더 비중을 두느냐'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련한 배창호 특별전 :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영화 산업의 대중스타로 군림하면서도 다채로운 영화적 실험을 시도했던 배창호 감독을 주목하는 행사이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와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을 월드프리미어로 공개하고 디지털로 복원한 장편영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황진이>(1986) <꿈>(1990) 등 3편을 상영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배창호 감독님은 1980년대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불리며 총 18편의 장편영화를 제작했다”며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1986년 영화 황진이를 기점으로 영화를 통한 배창호만의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대중영화 시스템 안에서 과감한 실험 정신을 투여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열어간 배창호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는 흔치 않은 아이콘"이라며 특별전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배창호 감독은 “영화 황진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꿈까지 영화 세편 모두를 디지털로 리마스터링(remastering)해서 보여주는 게 전주국제영화제가 처음”이라며 “필름은 필름대로의 장점이 있지만 디지털이라는 기술을 입혔더니 제가 보지 못했던 모습까지도 캐치할 수 있어서 매우 흡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배창호 감독의 영화 인생 40년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이 처음으로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감독이 연출한 18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을 따라가며 제작 관련 비화, 감독의 예술관을 서술하는 에세이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이번 다큐를 제작하면서 감사했던 분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영화 클로즈업 타이틀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구를 삽입했는데 18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가장 감사했던 분은 바로 최인호 작가이다"며 "저에게 작품의 스토리를 제공해줬고 (영화의) 대중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그분의 스토리가 없었다면 80년대 제작한 영화들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최인호 작가는 대단한 소설가이지만 엄청난 스토리텔러”라며 깊은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날 감독은 자본이 잠식해버린 영화산업의 현실과 이러한 산업에 순응해야 하는 영화계 후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후배 영화인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지만 어떤 조언을 해줘야할지 모르겠다던 그는 “(영화에는) 몇 백억의 자본이 투자되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 세계를 펼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명력 있는 영화를 찍으려면 창작자가 직접 경험하고 가슴으로 이해한 것들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3 13:22

[픽! 전주국제영화제] 배우부터 연출까지, '이정현'의 영화 서사

이정현은 ‘멀티엔터테이너’ 하면 떠오르는 배우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한 그는 10대 소녀라고는 믿기지 않는 빼어난 연기를 펼치며 영화계 주목을 받았다. 3년 후 테크노 여전사로 변신하며 노래 ‘와’를 발표했고, 전국은 그야말로 테크노열풍이 불었다. 2010년대부터 다시 연기활동에 주력하며 영화 ‘파란만장’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정현의 독특한 연기색채를 보여주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멀티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이정현의 연기 인생에 영향을 준 영화는 무엇일까? 그가 영화 팬들과 함께 보고 싶은 작품은 또 무엇일까?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이정현 배우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영향을 준 6편의 영화를 골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정현 배우는 2일 오후 중부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선정한 영화들을 통해 그동안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그가 고른 6편의 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꽃잎>을 비롯해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출연작 3편과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감독), <더 차일드>(감독 다르덴 형제), <아무도 모른다>(고레에다 히로카즈) 등이다. 이날 이정현은 데뷔작 ‘꽃잎’을 연출한 장선우 감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사함을 드러냈다. “배우로 데뷔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장선우 감독님”이라고 소개하며 영화 꽃잎 촬영 당시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연기하는 방법을 몰라서 무작정 촬영 장소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영화 속 인물의 상처 같은 경우도 실제 상처였을 정도로 무식한 방법으로 연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꽃잎’개봉 이후 관객과 평단은 “연기 천재가 나타났다”고 말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그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어린 학생 또는 누구의 딸이 전부였다. 이후 가수로 데뷔하며 연기 활동과 멀어지게 됐다. 그런 그에게 박찬욱 감독이 다가왔다. 사석에서 우연히 만난 박찬욱 감독은 대뜸 “연기를 왜 하지 않느냐”며 혼을 냈다.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고충을 털어놓자 박찬욱 ·박찬경 감독은 단편 '파란만장' 출연을 제안했다. “어느날 박찬욱 감독님이 제게 영화 ‘꽃잎’을 봤냐고 물었어요. 잠깐씩만 봤다고 하니까 감독님께서 영화를 DVD로 구워서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저에게 ‘너는 꽃잎에 나온 배우라는 걸 잊지 말고 꼭 배우를 해라’ 말씀하셨고 이후에 단편 파란만장을 찍게 됐죠” 영화 파란만장이 베를린 황금곰상을 받으면서 이정현은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그렇게 영화 <명량>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반도> <헤어질 결심>까지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위해 장선우 감독과 박찬욱‧박찬경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 이정현과 함께 한다. 이정현은 “장선우 감독님이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하지 않고 제주도에 계신다”며 “3년 전에 뵙고 오랜만에 (영화제 참석 요청차) 전화를 드렸더니 흔쾌히 오시겠다고 하셨다. 개막식 밤부터 계속해서 만나뵐 수 있어서 신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연출 데뷔작 '꽃놀이 간다'를 공개한 그는 "학부 때부터 연출을 전공했었다. 윤종빈 감독과 동기"라고 설명했다. 영화 '꽃놀이 간다'는 창신동 모자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모녀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렸다. 감독으로서 차기작을 준비중이라고 밝힌 이정현은 "다음 작품은 생활형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로 가족과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다음 작품도 제작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연출을 하면서 와필름 제작사까지 만들었다는 이정현 배우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 1회부터 홍보대사로 인연을 맺었고,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아 개봉을 했다”며“제 첫 연출작인 영화 개봉까지 전주에서 제 영화 인생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2 17:40

[픽! 전주국제영화제] 배우 겸 연출가 박리디아,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참여

배우 겸 연출가 박리디아가 지난달 30일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참석은 거창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이루어져 더욱 의미가 깊다. 박리디아는 패션모델 출신답게 독특한 바지드레스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등장해 관객과 취재진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영화제 운영자로서의 면모도 보여주며 국내 영화계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상징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축제이며, 거창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앞으로도 두 영화제 간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박리디아는 소감을 전했다. 박리디아는 지난 10년간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에서 글로벌 연기코치로 활동하며 높은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현지 톱스타들에게 존경받는 연기 스승으로 알려져 '영화계의 박항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류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거창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박리디아는 연세대학교 연세예술원 연기전공 교수로서의 학술적 경험과 아시아 전역에 걸친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 영화제 관계자는 "거창아시아영화제의 조직위원장으로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주신 박리디아 위원장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양 영화제 간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거창아시아영화제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하며,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문화 교류를 증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5.02 10:57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 ‘디렉터즈 포커스’ 첫 주인공 엄태화 감독 선정

무주산골영화제가 ‘디렉터즈 포커스’의 첫 번째 주자로 엄태화 감독을 선정했다. 올해 13회를 맞이한 무주산골영화제가 한국 영화를 응원하고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의 다채로운 풍경을 선보이기 위해 신설한 한국 영화감독 특집 프로그램 ‘디렉터즈 포커스’를 공개한다. 무주산골영화제의 한국 영화감독 특집 첫 번째 신규 프로그램으로 먼저 공개됐던 ‘넥스트 시네아스트: 박세영’이 한국 영화미학을 입체적으로 즐길 시간을 마련한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디렉터즈 포커스’는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한국 영화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감독을 선정해 그의 작품 세계를 중심으로 현재 한국 상업영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디렉터즈 포커스’의 첫 시작을 알리는 주인공으로 선정된 엄태화 감독은 단편영화 <숲>으로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첫 장편영화 <잉투기>를 통해 독특한 연출 감각과 신선한 에너지가 호평을 얻었으며 2016년에는 장편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탁월한 비주얼리스트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2023년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배우가 출연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디렉터즈 포커스: 엄태화> 프로그램에서는 감독의 초기 단편작 <선인장>, <유숙자>, <신봉리 우리집; 흔한 이야기>, <숲> 등을 포함해 최근 가수 아이유(IU)와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Love Wins All>까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 토킹시네마를 진행한다. 또한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야외 상영과 야외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엄태화 감독의 작품 세계를 무주산골영화제만의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신설되는 <넥스트 시네아스트>, <디렉터즈 포커스> 프로그램은 실력 있는 한국 영화감독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첫 시도로,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영화·연극
  • 전현아
  • 2025.05.01 18:32

어린이날 맞이, 도내 문화기관 가족 맞춤 프로그램 '풍성'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역내 문화기관들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시와 공연, 체험행사 등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한눈에 정리했다. 의미 있는 하루를 계획 중이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전주문화재단, 시민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 ‘풍성’ 전주문화재단(대표 최락기)은 가정의 달을 맞아 전주를 무대로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유아 대상 예술놀이 프로그램 ‘유아예술놀이터’가 5월 한 달간 매주 토·일요일 정규 상설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같은 공간에서는 3일부터 5일까지 ‘2025 전주호주문화주간’의 일환으로 호주 아트플레이와 협력한 어린이 대상 워크숍도 진행된다. 또 17일에는 이팝나무그림책도서관에서 전주시립극단의 낭독극 ‘청개구리 또또와 꾸러기들’이 공연돼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리놀이터 마루달, 공예품전시관, 한지산업지원센터 등 재단 내 다양한 공간에서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자세한 정보는 전주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 전통 놀이 현대적 체험으로 재해석 전북특별자치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은 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특별 행사를 연다. 미술관 야외광장에서는 전통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전(畵展)놀이’가 진행된다. 관람객들은 분필을 이용해 바닥에 꽃을 그리며 자연을 배경으로 자유롭게 예술을 창작하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우천 시에는 실내 체험으로 대체되어, 1층 체험실 옆에서 클레이를 활용한 ‘니 똥, 내 똥, 칼라똥’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현재 전시 중인 ‘박민평: 변주된 풍경’ 전은 7월 13일까지 이어지며, 전북미술사의 흐름을 담은 풍경화 105점이 소개된다. 행사 및 전시 관련 정보는 미술관 누리집 및 인스타그램(@jeonbuk_museumofart)에서 확인 가능하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뮤지컬 ‘별이와 무지개다리’ 재공연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김중현)은 어린이날인 5일, 어린이 국악뮤지컬 ‘별이와 무지개다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반려견과의 만남과 이별을 주제로, 국악과 동화적 상상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지난 3월 초연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은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무료다. 약 7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관객 참여 요소와 감정 표현 활동도 포함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 예매는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전주시새활용센터, 창의 체험 ‘돌연변이 워크숍’ 운영 전주시새활용센터(센터장 이은주)는 현재 진행 중인 기획 전시 ‘플라스틱 정글탐험대–장난감의 역습’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돌연변이 워크숍’을 5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하고 새롭게 조합해 자신만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새활용을 경험하게 된다. 자원 재활용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기회다. 자세한 문의는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063-231-6600, 6601)으로 하면 된다. △국립전주박물관, 공연과 체험이 어우러진 ‘어린이축제’ 개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린이축제’를 개최한다. 오후 3시에는 ‘버블쇼’, 4시 30분부터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한 ‘전북소리숲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이외에도 △어린이박물관 관람(‘참방참방 휙휙’)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풍선아트 등 어린이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행사 관련 정보는 국립전주박물관 누리집 또는 전화(063-220-1009)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5.01 18:3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