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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간송미술관의 금동불상 경매

최근 간송미술관은 보물로 지정된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놨으나 유찰이 되었다. 2013년 무렵부터 공익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재정적인 압박이 커져 소장품을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 설립자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자행되던 문화재 유출을 막기 위해 사재를 털어 수집을 시작한 것이 그 모태가 되었다. 조선의 혼을 지키고자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유물들을 챙겼다. 이충렬이 쓴 간송 전형필을 보면 후일 국보가 된 금동 계미명 삼존불을 당시 기와집 80채 값을 주고 사는 장면이 나온다. 희귀한 고구려 불상이었고, 자칫 일본으로의 반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1934년에는 일본에 가서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30점이 담긴 화첩을 흥정하여 구입해온다. 그 덕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혜원의 월하정인, 상춘야흥 같은 명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은 각 15억 원에 나왔으나, 그간 국립중앙박물관이 박물관회의 후원으로 구입 의사를 밝힌 탓인지 유찰되었고, 한편으로는 간송 전형필이 일제강점기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모으고 지켜온 유물을 경매에 내놓았다는 데에 참담하고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충격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문화 예술은 당대의 정신적 영혼과 같은 것이다. 요즈음 같이 미술품을 장식적 상품 정도로 여기는 추세는 현대인의 영혼이 그만큼 저열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고뇌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고, 그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문화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만 꽃피우기 마련이다. 시대가 변화해도 과거의 찬란했던 정신성을 반영하는 유물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속에서 진정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불상의 한국적 조형성이 완성되던 삼국시대, 통일 신라의 모습은 바로 1500여 년 전의 우리들 모습이었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형태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중이다. 아무튼 간송 전형필이 구축해 낸 간송미술관이 더 이상의 손실 없이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지켜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두 점의 유물을 내놓은 것은 사실 간송 선생의 뜻을 크게 해치는 충격이 되어 안타깝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0.06.01 17:45

21년만에 첫 사람 없는 전주국제영화제, 감동이 없다

지난 31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영화의거리.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주황색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영화장면 및 출연배우들의 모습도 함께 걸리며 영화제 느낌을 더했다. 하지만 거리는 썰렁하기만 하다. 수도권 및 타 지역 관광객을 찾기 힘들었고, 전주시민조차도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장인 옥토주차장에는 상징인 전주 돔도 올해는 세워지지 못했다. 전주 돔은 그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과 폐막식, 각종 행사를 진행하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8일 개막했지만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대부분 축소되거나 폐지되면서 영화제 마니아들의 아쉬움은 컸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린 지난달 28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치러진 개막식에 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레드카펫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레드카펫을 깔긴했지만 배우와 영화감독들은 관람객은 없이 김승수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과 간단한 주먹인사 후 가벼운 포토타임만 가졌을 뿐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발 맞춰 기획전시를 갖고 있는 팔복예술공장을 찾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 곳에서는 현재 영화제 기간에 맞춰 퀘이 형제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스페셜 포커스 퀘이 형제: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과 특별전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를 개최 중이다. 한 시민은 국제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치러진다고 해서 특별기획전시가 있는 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됐던 작품들이 온라인 상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와 손잡고 전체 180편 중 96편(장편 57편단편 39편)을 유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은 영상 유출 가능성, 음악 저작권 미해결 등 이유로 온라인 상영이 무산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당초 관객 밀집도를 최대한 낮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면서도 극장에서 관객과 공식 상영작이 제대로 만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6월9일부터 9월20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장기 상영회도 잠정 연기했다. 장기 상영회에서는 전체 출품작 180편 중 174편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었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상영을 실시하게 됐다면서도 영화제를 기다려온 관객들과 인근 상인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 전주는 코로나19를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최정규
  • 2020.05.31 16:45

최근 사태 속 위안부 할머니의 삶 다시보는 기회

스크린을 통해 위안부할머니의 기구한 삶을 들여다보는 다큐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석대 교수인 박문칠 감독의 영화 보드랍게는 또 한 분의 위안부 피해자 삶을 추적했다. 런닝타임 73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故) 김순악 할머니는 1928년 경북 경산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내던 중 일본군에 끌려갔다. 해방이 되자마자 귀국 후 서울, 군산, 여수를 떠돈 그가 위안부 피해자라고 대한민국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인생 역경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했다.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내용도 그대로 담았다. 고 김 할머니는 실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 지자루(치치하루)에 위치한 위안소에서 하루에 많게는 30~40명의 일본 군인과 성관계를 해야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일본 패망 후 열여덟의 나이로 고향에 돌아와 술장사, 밥장사, 식모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2000년 1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지정되었으며 이 때부터 이용수 할머니 등과 수요집회에 참여하며 일본 정부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활동을 했다. 2010년 1월 내가 죽어도 내게 일어났던 일은 잊지 말아 달라고 유언하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위해 5400여만원을 남기기도 했다.

  • 영화·연극
  • 최정규
  • 2020.05.31 16:45

‘독립영화 활성화’ 제12회 전주프로젝트마켓 나흘간 진행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 제12회 전주프로젝트마켓이 지난달 30일 문을 열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6월 2일까지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전주프로젝트마켓을 4일간 운영한다고 밝혔다. 2일 오후 6시에는 전주프로젝트마켓 시상식을 열고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1 선정작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는 한국 독립영화 기획을 발굴, 육성하는 전주시네마펀드와 해외 독립영화 기획을 지원하는 전주넥스트에디션 2020(JEONJU Next Edition 2020), 그리고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독립 다큐멘터리 기획 지원, 육성 프로그램 러프컷 내비게이팅까지 총 3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먼저 전주프로젝트마켓에서는 올해 전주시네마펀드 선정 프로젝트 7개가 피칭에 나선다. 피칭 행사와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는 2차 기획개발비를 지급받는다. 해외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전주넥스트에디션에 선정된 5개의 프로젝트는 온라인을 통해 피칭 행사를 가졌다. 이 중 1편의 프로젝트는 오는 2일 전주프로젝트마켓 시상식을 통해 발표되며,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1로 전주국제영화제 관객과 만나게 된다.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 러프컷 내비게이팅은 전주국제영화제와 SJM문화재단이 공동으로 한국 다큐멘터리 러프컷을 공모해 미완성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와 함께 작품의 방향성을 잡는 편집클래스를 거쳐, 해외 편집자와 함께 글로벌 스토리텔링 전략을 바탕으로 실제 편집본을 완성하게 된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위축된 한국 독립영화를 더욱 응원하고자 기존 계획보다 기획개발비를 상향조정했다며 올해 첫 선을 보인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프로그램 러프컷 내비게이팅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20.05.31 16:45

영화 같은 하루…제1회 군산개복단편영화제 열려

군산시민예술촌 주최로 열린 제1회 군산개복단편영화제가 시민과 함께 하는 축제로 첫 페이지를 썼다. 지난 30일 오후 2~5시 진행된 행사는 군산시민예술촌 야외마당에 많은 발길을 불러모았다. 마당 한 편에는 레드카펫과 포토존이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군산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청소년기획단 PLON은 행사장 입구에서 출입명단을 관리하고 방문객의 체온 확인과 손 소독을 도왔다. 마스크를 쓴 시민과 관광객들은 지역 공예가들이 마련한 프리마켓과 지역 특산품 홍보 부스를 둘러보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시상과 작품 상영을 진행한 공연장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화제 스탭과 수상시상자 일부만 입장하도록 했다. 강임준 군산시장, 신영대 국회의원, 조동용 전북도의원, 박광일배형원 군산시의원도 영화제를 찾아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올해 첫발을 내딘 군산개복단편영화제는 24초 영화공모전으로 치러졌다. 하루 24시간을 24초에 담는다는 주제에 맞춰 군산과 전주익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200여편이 모였고, 출품작 중 50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심사위원으로는 문승욱정민규이태훈 영화감독이 참여했다. 본상 시상에 앞서 군산 개복동 영화의 거리를 소개하는 아이엠 군산과 이태훈 감독의 단편영화 판문점 에어컨을 초청상영했다. 시상식 사회는 배우 윤지욱 씨가 맡았으며, 시상은 심사위원특별상, 굿데이특별상, 24초특별상, 장려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입상 부문으로 진행했다. 최우수상은 청소년부 정강운 재개발의 추억, 일반부 강준하 선물에 돌아갔다. 영예의 대상은 이아주(서울) 씨의 작품 신발끈이 차지했다. 상금 200만원. 이아주 씨는 대상 수상소감으로 이 작품은 (돌아가신) 제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고, 촬영하는 내내 아버지와 항상 함께였다고 생각한다. 상을 주신 분들과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시상 이후에는 수상작 상영이 이어졌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야외마당에 마련된 스크린을 보며 짧은 시간이지만 작품 감상에 집중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부채질하던 손을 멈추고 상념에 잠기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축제를 위해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예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에서도 정성을 보탰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수상자를 위한 트로피 50여개를 제작했으며 축제를 앞두고 예술촌 외부 벽화를 새로 단장했다. 박양기 군산시민예술촌장은 올해 24초 단편영화제를 통해 군산개복단편영화제를 꽃피운 정재훈 감독과 노은정 피디에게 감사하다면서 내년에도 좋은 작품이 많이 출품돼 오래토록 이 영화제를 꾸준히 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를 총괄기획한 정재훈 감독은 작품 공모와 행사 준비 등으로 지난 5개월을 보냈는데, 오늘 이날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면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첫 영화제를 잘 마쳤다. 출품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20.05.31 16:45

복음 127년, 기독교 역사를 말하다

전주시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의 성공적인 건립을 기원하는 착공예배와 기념식이 지난 29일 오전 11시 전주 예수병원 맞은편 부지에서 열렸다. 이날 착공예배는 전북기독교성지화사업추진협의회 관계자들과 더불어 전북지역의 기독교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뜻을 함께 하는 지역주민들이 함께 했다. 제1부 예배에서는 원팔연 바울교회 원로목사가 하나님이 세우시는 집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했으며 묵도, 찬송, 기도, 성경, 찬송을 진행했다. 축도는 김동건 중부교회 원로목사가 맡았다. 원팔연 전북기독교성지화사업추진협의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민족의 숨결과 역사의 흔적을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을 통해 지혜와 삶의 얼과 신앙을 계승 발전해왔다며 전북에 산재해 있는 기독교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신앙의 역사적 뿌리를 든든히 세워가겠다고 밝혔다. 제2부 축하 인사는 기념사와 경과보고에 이어 축사, 격려사로 식을 진행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최명규 전주부시장, 김철승 예수병원장이 축사를 전했다. 송하진 도지사는 전주시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이 완공되면 전북에서 큰 성지가 될 것이다. 도에서도 기념관 건립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최명규 전주부시장도 전북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의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전주시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을 통해 숭고한 선교정신을 올곧이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철승 예수병원장은 우리가 받았던 하나님의 사랑을 만방에 알릴 수 있도록 기념관을 열심히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황철규 전북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배진용 전주시기독교연합회장, 박종철 기침례교단 전총회장, 이종학 예수병원 이사장, 이열범 전북CBS 본부장, 임희종 신흥고등학교 교장이 참석해 격려인사를 전했다. 특히, 착공 기도에서는 전북 4000여 교회의 협력을 다짐하고 복음 127년의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전주시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은 전주시 중화산동 예수병원 맞은편에 있는 1158m 면적 부지에 지하2층과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다. 전북기독교성지화사업추진협의회는 기념관 건립기금 모금을 위한 벽돌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종교
  • 김태경
  • 2020.05.31 16:45

[늦봄 여는 문화공간 톺아보기] 완주 오스갤러리·아원, 미술·음악·건축 어우러진 자연 속 쉼터

자연이 주는 휴식과 예술의 향기가 더해진 복합문화공간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에 자리한 오스갤러리와 아원. 종남산의 포근한 품이 반겨주는 이 공간에서는 사방 어느 곳이든 시선을 두는 곳마다 그림이 된다. 오스갤러리와 아원고택은 전북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미술 전시를 통해 지역에 작업 기반을 둔 경쟁력 있는 작가를 꾸준히 소개해왔다. 이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오스아트그룹의 전해갑 대표는 전주 출신의 건축인테리어 사업가다. 종남산이 좋아 찾아왔다는 이 공간은 늘 변함없는 자연이 맞아주는 쉼터와도 같다. 그래서 오스갤러리와 아원의 키워드는 휴(休)로 정했다. 소유보다는 공유의 가치를, 지친 일상에 휴식을 전하는 공간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와 생활 속에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요즘, 널찍한 자연이 주는 메시지가 더욱 와닿습니다. 우리 주변 환경을 돌아보는 일과 그간 미뤄뒀던 세상과의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환경디자인을 공부한 전 대표는 30년 전 잠사 생산을 위한 누에 사육장이 문을 닫은 이 공간에 새 생명을 입혔다. 특히, 문을 닫은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의 빨간 벽돌과 전주초등학교의 나무를 재활용해 지난 1991년 완성한 서재가 인상적이다.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관심이 깊어 음악감상실을 운영하기도 했다는 전 대표의 예술적 취향이 담뿍 담긴 공간이다. 서재에서 8년간 정을 붙이고 바로 옆으로 오스갤러리를 지어 현재에 이르렀다. 전 대표는 또한 삼례문화예술촌 창립 멤버로서 오스컬처를 운영하기도 했다. 폐공간에 문화를 입혀 탈바꿈 시키는 일은 그가 보람을 찾는 일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오스갤러리 전시장에는 김희연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과도 같은 실재감을 주는 평면회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연과 건축의 상생관계를 생각하며 찬찬히 시선을 옮긴다. 오스갤러리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기획초대전을 150여회 열었다. 인근 전주와 완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공간인 만큼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시장 건너편의 통로를 통해 카페 공간으로 넘어가면 커피의 향과 함께 개방감을 주는 널찍한 창이 쉬어가라 손짓한다. 자연이 만든 창 너머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풍경을 둘러보거나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들의 얼굴엔 만연한 미소가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부터 함께한 미술작품은 카페 내부 곳곳에도 걸려 있다. 카페와 전시장이 다른 공간이지만 연결된 느낌을 준다.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공간 면면에 녹아든 통일감이 정겹다. 오스라는 공간의 이름은 Ours라는 뜻이다. 즉 우리의 공간,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 쉬어가면 된다는 뜻으로 이름붙였다. 아원(我院)의 이름 뜻도 같은 맥락이다. 경남 진주에서 완주 종남산 산자락 아래 자리한 오성마을로 이축한 250년 된 유서 깊은 한옥이 중심을 이루는 우리들의 정원. 한옥스테이와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미술관과 생활관이 공존하고 있는 아원으로 들어가면 이중희 화백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뮤지엄 공간과 마주한다. 아원뮤지엄에서는 연간 2~3차례 주제를 바꿔 초대전을 여는데, 이번 전시는 8월말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 화백은 춤(SPRIT DANCE)를 주제로 민족 고유의 신명을 표현했다. 화려한 색채감이 공간에 활기를 일깨운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가 이곳을 찾아 화보를 촬영하고 한복과 한옥 체험을 하고 갔다는 일화가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간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전세계 팬들에게 영향을 줬다. 주말이면 방탄소년단의 발자취를 따라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는 2021년이 완주방문의 해인 만큼 군 행정에서도 관광객 맞이에 차질이 없도록 소양면 오성 한옥마을을 비롯한 완주지역 명소 인근의 교통 편의시설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공간과 사람의 관계성은 지역 속에 문화가 씨앗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요소. 후대를 위한 문화 씨앗이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봄날의 자연이 함께 힘을 더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김태경
  • 2020.05.29 09:37

‘독립·예술영화의 향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독립예술영화의 향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부터 열흘 간의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전주시 경원동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소규모 개막식을 가졌다. 배우 김규리와 이승준이 사회를 맡은 개막식에는 김승수 영화제 조직위원장과 이준동 집행위원장, 영화인 정지영, 전양준, 신철, 박광수, 배창호, 김상화, 김동호, 이장호가 참석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국제경쟁 부문에 신수원, 김경욱, 이동하, 장루(장률), 장현성, 한국경쟁 부문에 정재은, 달시 파켓,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장우진, 김지혜가 참여했다. 개막식 모든 과정은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올해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대폭 축소됐다. 개막식에도 한국 경쟁과 한국 단편 경쟁, 국제 경쟁 등 3개 경쟁 부문 감독과 심사위원 등 최소 인원만 참여했고 무관객 영화제를 지향, 세계 38개국 영화 180편(장편 115편단편 65편)이 국내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인 웨이브(WAVVE)를 통한 전례없는 온라인 상영형태로 진행된다. 이날 개막식은 축소 된 레드카펫과 포토월 행사를 시작으로 사회자 인사, 김승수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 집행위원장 인사말, 심사위원 소개 등 순으로 치러졌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 정국 속 빛나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국민들께 감사 말씀 드린다. 전주는 코로나19 속 우리가 예상치 못한 다른 영화제를 개최했다며 원래 전주영화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가 지켜갈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영화인들과 시민들 관광객들이 기다리는 전주독립영화의 집이 건립될 예정이라며 그 공간 역시 365일 24시간 영화를 좋아하는 시민들,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들이 영화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경최정규 기자

  • 영화·연극
  • 전북일보
  • 2020.05.28 20:43

재즈 뮤지션 김주환, 정규 8집 ‘SKYFALL’ 발매

전주 출신의 재즈 뮤지션 김주환이 영화속 명곡을 재해석한 정규 8집 SKYFALL을 발매했다. 지금까지 재즈 스탠더드를 멋스럽게 소화해 내며 한국의 토니베넷이라는 수식어로 불려온 그가 잘 알려진 영화 주제곡에 세련된 편곡을 더해 일반 관객과 재즈 매니아의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레옹, 미녀와 야수, 비긴 어게인, 원스 등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영화 속 명곡 9편의 본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재즈적 요소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 재즈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대호(베이스), 김영진(드럼), 전용준(피아노), 하범석(기타), 홍태훈(트럼펫), 유명지(팝 소프라노)가 이번 앨범에 함께했다.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담아온 그는 정규 8집인 이번 앨범에 감정 표현을 극대화했다. 고전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보컬은 물론 현대적 감성의 세련된 편곡이 더해져 영화를 처음 만났던 시간의 공기와 그 후 지나가버린 날들까지 되살리겠다는 자신감이 담긴 앨범.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 음악을 과하지 않게 절제하며 표현한 만큼 원곡과 김주환 버전을 비교하며 들으면 감상의 맛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 방송·연예
  • 김태경
  • 2020.05.28 17:5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용관 결실 맺나

전북도가 번번이 좌절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을 재추진한다. 그간 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중앙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좌초됐는데 이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전북도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북도가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을 위한 용역을 다음주께 발주한다. 이를 위해 도는 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전 세계 작가들에게 기증받은 서예 작품의 체계적인 보관과 이를 활용한 상설 전시 등을 위해 전용관 건립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기증받은 서예 소장작품은 1574점이다. 하지만 이를 보관할 공간이 없어 767점은 전북도립미술관 수장고에 잠들어있고, 807점은 비엔날레 사무국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윤점룡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우수한 작품을 기증받았지만 수장고가 없어 창고에서 썩고있는 수준이라며 전용관 건립을 통해 원활한 작품 관리와 기획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와 조직위는 지난해 서예진흥법(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용관 건립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서예진흥법 법안에 국립서예원 건립이 거론됐지만 기재부의 반대로 서예원 건립이 빠져 중추적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송하진 도지사도 전용관 건립을 통해 전북이 서예의 중심적 역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 전용관이 건립되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2014년 원광대학교가 서예가 양성을 위해 설립했던 서예학과를 폐지하면서 전북에 서예가 양성기관이 사실상 전무하다. 도는 전용관을 건립해 취미와 전문성을 넘나드는 교육기관 운영도 염두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체부는 전북에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 추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다. 향간에는 사진그림서예를 망라한 기념 또는 전용관이 아닌 서예특화 전용관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세계서예비엔날레 전용관 건립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며 이 사업이 지방 의향 대상 사업으로 보여져 쉬운 결정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05.28 17:59

오는 30일 첫 발 내딛는 군산개복단편영화제

올해 첫발을 내딛는 군산개복단편영화제가 오는 30일 군산시민예술촌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군산시민예술촌이 주최하고 군산개복단편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하는 영화제는 이날 오후 2시 프리마켓과 레드카펫 행사로 영화제의 시작을 알린다. 본격적인 개막식 이후에는 초청작 상영과 본선작 시상상영을 이어간다. 초청작 아이엠군산은 군산 개복동 영화의 거리를 소개하는 2편의 영상이다. 이태훈 감독의 작품 판문점에어컨도 초청작으로 영화제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GV)를 연다. 영화제사무국은 이번 영화제의 핵심 주제인 24초 단편영화 공모전을 진행한 결과 200여편의 작품이 모였으며 이중 50편이 본선에 진출해 시상과 상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OCN드라마 미스터 기간제에서 강우진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윤지욱이 MC를 맡았으며 심사위원으로 문승욱정민규이태훈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정재훈 총괄감독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군산 개복동 영화의 거리에서 2020 군산개복단편영화제를 개최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24초 영화공모전에 출품해주신 감독들과 영화를 매체로 한 자리에 모인 여러분이 뜻 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박양기 군산시민예술촌장도 호남 제일이자 유일한 극장가로 번성을 누린 개복동을 찾아온 열정적인 청년 정재훈과 노은정 PD의 제안으로 이번 영화제는 출발했다면서 첫발을 내딛는 군산개복단편영화제가 청년 예술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가 열리는 군산시민예술촌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문객을 대상으로 입장전 체온을 확인하고 마스크 착용을 안내할 방침이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20.05.28 17:59

전주설화 담은 인형창극 손맛 어떨까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인 이안사와 호랑이에 얽힌 전주 호운석(虎隕石) 설화가 초등학생의 손에서 인형창극으로 재탄생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리빙콘텐츠DIT센터는 지난해 개최한 손으로 만들어낸 연극, 지지배배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손으로 만들자, 인형창극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전통문화 창작활동 프로젝트는 창극공연을 비롯해 인형소품제작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통문화 창작활동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지역 특화자원인 전주 한지의 활용영역을 확장하고 전주형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된다. 이에 한국전통문화전당 리빙콘텐츠DIT센터는 오는 6월 10일까지 손으로 만들자, 인형창극에 참여할 초등학생(4~6학년)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된 이들은 6월 20일부터 8월까지 약 3개월간 연극공연에 필요한 인형과 무대소품을 직접 제작하고, 창극무대를 위한 소리(唱)를 연습하는 등 다양한 전통문화 창작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본 무대는 오는 9월중 무관객 공연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공연 모습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블로그, SNS, 유투브 등 온라인으로 공유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선보인 손으로 만들어낸 연극, 지지배배에는 도내 초등학생 17명이 참여했다. 흥부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프로젝트는 제작 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9 정부 사업 성과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지역의 문화자원인 전주한지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공연이 코로나19로 위축된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20.05.28 17:59

JTV전주방송 다큐 ‘지역의 시간’, 방심위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

지난해 10월 방영된 JTV전주방송(사장 한명규) 창사특집 지역의 시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선정 2019년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지역재생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2부작으로 편성한 이 프로그램은 JTV전주방송의 정윤성이성민 기자가 제작했다. 지방 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제1부 토건사업, 보조금의 경고, 제2부 마을공동체의 탄생을 통해 역대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내발적 발전과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역의 시간은 지난해 10월, 방심위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최우수상에 선정되고, 제23회 일경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방심위는 지난 1991년부터 방송 제작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매월 우수 프로그램을 심사해 시상하고 있다. 2019년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은 2019년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수상작 가운데 심사를 통해 심사부문별로 1편씩 총 4편을 선정했다.

  • 방송·연예
  • 김태경
  • 2020.05.28 17:5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어른들의 문화놀이터 'See作' 참여자 모집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어른들의 문화놀이터 See作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한다. 어른들의 문화놀이터 See作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문예회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예술작품을 관람 후 창작활동까지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7월 4일부터 시작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획전시 <박지은 옻칠화전 - 텅에 NEST>를 작가의 설명으로 감상하고, 작가의 작업실을 탐방해 작품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전시 감상 후에는 생활 속에서 활용 가능한 아트상품도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평소 접하지 못했던 자연적인 소재와 특수한 기법들을 체험할 수 있다. 교육은 2기수로 운영되며 1기는 7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10시~오후1시까지, 2기는 7월 10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1시~오후4시까지 총6주간 진행한다. 참여는 전라북도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전화(063-270-7835)로 신청하면 된다. 각 기수 정원 충족 시 모집이 조기마감 될 수 있으며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전당 관계자는 현대적 세련미가 가미된 전통적인 작업을 하는 지역작가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작가의 작업실 탐방까지 이뤄지는 만큼 좀 더 깊이 있게 작품이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최정규
  • 2020.05.28 17:50

"소설 혼불 완독에 도전하세요!"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을 완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올해는 낭독의 의미를 강조해 소설 속 전라도 사투리의 맛을 살렸다.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혼불, 시처럼 읊다 프로그램의 참가자 30명을 오는 6월 9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각 권의 특징을 장례전통놀이설화음식풍속혼례 등으로 나눠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꾸민다. 11년 동안 이 프로그램으로 <혼불> 완독에 성공한 사람만 300여 명에 이른다. 완독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이진숙 수필가는 소설 <혼불>은 우리 전통문화와 전라도 사투리를 가장 생생하게 살려낸 작품이라며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새긴 아름다운 우리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소리 내 읽어보고, 혼자 읽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는 강연을 10회 진행할 계획이며 문학기행, 문학특강,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혼불>의 공간적 배경인 남원 혼불문학마을과 노봉마을, 전남 보성의 대실마을을 거니는 문학기행도 이번 프로그램의 묘미다. 소설 <혼불> 맛깔나게 읽기를 주제로 진행될 배우 유가연 씨의 특강은 보다 깊이 있는 <혼불> 이야기 읽기를 도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명희문학관 관계자는 함께 읽어 더욱 즐거운 시간, 소설 <혼불> 완독에 도전해보시라며 직접 소리 내 책을 읽으면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흠뻑 빠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불, 시처럼 읊다 프로그램은 오는 6월 11일부터 9월 24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문의 063-284-0570

  • 문학·출판
  • 김태경
  • 2020.05.28 17:50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24) 한국 비평문학의 효시 눌인 김환태

눌인 김환태 여(余)는 예술지상주의자 남도 그렇게 부르고 나도 자처(自處)한다 오월의 아카시아 향기에 묻혀있는 김환태의 묘지석에는 예술의 대상은 영원히 인간이다 생명이다. 예술비평의 대상은 사회도 정치도 사상도 아니요 문학이다. 문학이란 자유의 정신의 표현이다. 구(究)의 정신의 소산이다.라고 새겨져 있다. 그리고 예술은 예술가의 감정을 여과하여 온 외계의 표현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언제나 감정에 호소합니다. 그곳에는 이론도 정치적실용적 관심도 있을 수 없습니다. 예술의 세계는 관조의 세계요, 창조의 세계입니다.(「문예비평가의 태도에 대하여」)라고 했던 김환태는 순수 비평의 씨앗을 튀운 한국비평문학의 효시라 불린다. 눌인 김환태(訥人 金煥泰, 1909~1944)는 무주군 무주면사무소 직원이었던 김종원과 부인 고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전주고보에 입학한 그해(1922)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924년 일본인 교사를 쫓아내려는 항일운동에 연루되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해제조치에서 제외되면서 자퇴하였다.(1926) 그해 보성고등보통학교로 전학하여 신소설 『능라도』를 읽고 문학에 입지하게 되었다. 김환태는 서울 보성고등보통학교로 편입하였다(1926). 당시 보성고보에는 상급반에는 이상(李箱)이 있었고, 김상용(金尙容)이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이들과의 문학적 교류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키워 나갔다. 1927년에는 고향을 멀리 떠나 서울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무주청년회가 주최한 강연회에 강연자로 참석하여 고향 무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환태는 1928년 일본 도시샤대학(同支社大學)에서 유학하였다. 재학 시절 신입생 환영회에서 시인 정지용(鄭芝溶)을 만나 문학적 친교를 맺게 된다. 도시샤대학을 수료한 후 후쿠오카의 규슈제국대학(九州大學)) 법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영국의 비평가 매슈아널드와 월터페이터에 대하여 연구하면서 작품 자체의 미적 구조를 존중하는 순수 문학을 옹호하는 비평가로 기틀을 잡는다. 그의 졸업 논문 『문예비평가로서의 매슈아널드와 월터페이터』를 써 졸업하였다. 고국으로 돌아온 김환태는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이어간다. 조선일보에 실린 외국문학작품을 번역하며 각종 신문과 학예지에 평론을 게재했다. 『조선문단』, 『조광』, 『문장』 등에 평론과 수필과 번안소설 등을 발표하였다. 1935년부터는 집필에만 열중하다가 여의전 강사로 활동하며 이헌구 등과 친근하게 지내게 된다. 1936년 구인회에 가입하여, 박팔양, 김상용, 정지용, 이태준 등과 활동했다. 그리고 구인회 회원이었던 박용철과의 교류는 그의 문학적 성향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받았다. 그해 박용철 누이동생 박봉자와 결혼했다. 김환태는 일본 유학 시절 안창호와 교류를 하던 중 동대문경찰서에 1개월 동안 수감되는 등 그의 항일 의지는 확고했다. 이어 일본은 전쟁을 위해 학병 및 징병제도를 실시하였는데, 문학가들과 교사들을 앞세웠다. 일부 문학가들은 변절하여 친일문학을 썼으며,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일제의 국어말살정책과 친일문학이 확산되자, 김환태는 1940년 절필을 선언한다. 1943년 폐병을 얻어 무학여고 교사직을 사임하고 귀향한다. 1944년 영면에 들었다. 1986년에 문학사상사의 주관으로 김동리, 박두진, 최승범, 이어령 등 52명의 문인들이 뜻을 모아 덕유산 국립공원에 「김환태문학비」를 건립했다. 1988년에 문학사상사는 김환태평론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이후 2009년 눌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문학제를 개최하고 『김환태 전집』을 발행하였다. 전 전북문인협회 서재균 회장과 무주군수 김세웅 등이 눌인문학관을 건립하였다. 무주군 주최와 김환태문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눌인평론문학상금을 주며, 『눌인문학지』를 발행해 그의 공적을 기리고 있다. 나는 상징의 화원에 노는 한 마리 나비이고자 한다. 아폴로의 아이들이 가까스로 가꾸어 형형색색으로 곱게 피워놓은 꽃송이를 찾아 그 미에 흠뻑 취하면 족하다. 그러나 그때의 꿈이 한껏 아름다웠을 때는 쉬운 그 꿈을 말의 실마리로 얽어놓으려는 안타까운 욕망을 가진다. 그리하여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쓰여진 것이 소위 나의 비평이다.(「김환태 문학비평의 길」, 김환태문학비에 새긴 글) 김환태는 문예비평가의 태도에 대하여 문예비평이란 문예작품의 예술적 의의와 심미적 효과를 획득하기 위하여 대상을 실제로 있는 그대로 보려는 인간정신의 노력입니다. 따라서 문예비평가는 작품의 예술적 의의와 딴 성질과의 혼동에서 기인하는 모든 편견을 버리고, 순수히 작품 그것에서 얻은 인상과 감동을 충실히 표출해야 합니다. 라고 언급했다. 또한 「나의 비평의 태도」에 따르면 비평은 작품에 의하여 부여된 정서와 인상을 암시된 방향에 따라 가장 유효하게 통일하고 종합하는 재구성적 체험이요, 따라서 비평가는 그가 비평하는 작품에서 얻은 효과, 즉 지적정적 전 인상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까지 창조적 예술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어 움직이지 않는 자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환태는 상허는 그의 높고 맑은 상만이 아니라 이를 표현하는 놀라운 기교를 갖추고 있다. 진정한 예술에서일수록 우리는 내용 즉 형식 즉 내용이라는 느낌을 가진다.는 평을 했다. 시인 정지용은 느끼고 감각한 것을 조화하고 통일하는 지성을 고도로 갖추고 있는 시인이다. 그리하여 그는 결코 감정을 그대로 토로하는 일이 없어, 그것이 질서와 조화를 얻을 때까지 억제하고 기다린다. 고 하였다. 시인 김상용론(金尙鎔論) 그는 생에 대하여 가장 진실하게 느끼는 시인요, 생에 대한 그 진실한 느껴움을 읊은 것이 곧 그의 시다. 라고 발표를 했다. 무릇 김환태의 문예비평에 대한 주장은 그 작품에 나타난 사상과 현실이 얼마만한 정도에 있어서 작가의 상상력과 감정 속에 융해되었으며,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하려던 그 작가의 의도가 얼마만한 정도에 있어서 실현되었는가, 그리고 그 결과 그 작품이 얼마만한 정도로 우리를 감동시키고 기쁘게 하였는가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문예비평이 정치비평이나 사회비평과 다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환태의 일부 수필에서 가을이 되자 나는 머슴을 따라다니며 겨울 먹일 소풀을 뜯어 말렸다. 겨울에는 여물을 썰고 소죽을 쑤었다. 그랬더니 이듬해 첫봄에 소가 새끼를 낳았다. 나는 동생을 보던 날처럼 기뻐 밤새도록 자지 못했다. 이 시절이 나의 가장 행복하던 시절, 내 마음의 고향이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를 생각한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소가 그립다.며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서정적 향수가 형상화되고 있다.(「내 소년시절과 소」) 김환태는 일본대학 재학 중 정문의 위협적인 표정과 정문 수위의 냉담함과 오만함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수험결과에 자신을 얻은 다음 활개를 펴고 오만한 교문을 마음대로 들어 다닐 수가 있었다. 오늘부터 나의 기쁨은 오직 읽고, 생각하고, 스스로 매질하는 데만 있을 것입니다.라고 맹세를 하였다.(「九大 法文學部 正門의 표정」)와 「교토3년」에는 그가 일본 유학시잘 식민지 청년으로서 겪어야 했던 쓸쓸함과 굳은 의지가 잘 표현되었다. 김환태를 추모하는 이어령은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의 문학정신을 많은 비평가들이 얻는 것은 이데올로기요, 잃은 것은 예술이었다고 탄식했다. 이헌구는 지극히 낮고도 부드러운 음성과 웃을 때마다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고르고 고운 이빨, 크게 웃지도 않고 조용히 소리없이 포개지는 작약처럼 수줍게 미소짓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범박하게 살펴본 김환태는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남겼다. 일제 암흑기에 순수문학의 이론 체계를 정립하고 1930-1940년대에 활약한 비평가이다. 식민지 시대 지식인으로서 애국적 삶과 그의 문학론은 오늘날 많은 후배 평론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이데올로기 문학의 카프와는 달리 문학을 순수한 미적 대상으로 보았던 순수문학의 주창자였다. 그리고 문학에서 받는 인상과 감각을 중시하였고, 예술을 독자적 미를 가진 심미적 존재로 보았다. 김환태는 치열한 문학정신으로 근대 한국 문학의 발전에 공헌한 평론가이다. /김명자 전라북도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20.05.28 16:51

[창간 70주년-전북 문화 대담] "멈춰선 지역예술계, 예술인의 목소리 들어야"

△참석자 -소재호 시인전북예총회장 -이강원 서양화가전북미술원로작가회 전시운영위원장 -강정렬 명인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최대현 도자공예 작가 -조현상 성악가 -박민성 연극 연출가 -한솔 무용가 △시간장소= 5월 22일(금) 오후 3시, 전북일보사 3층 편집국 회의실. 편집자주= 예향(藝鄕).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 예부터 귀명창이 좋은 소리꾼을 낳는다고 했을 정도로 전북은 소리를 즐기고 풍류를 사랑하는 고장이었다. 예향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알아주는 이들과 함께 걷는다. 그렇다면 전북의 문화예술계는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전북의 문화예술계를 닦아온 원로와 청년 예술가 7인이 전북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진단했다. 원로들은 청년들의 도전을 격려하고, 청년들은 전북문화예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원로들의 조언을 구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전북의 문화예술계가 마주한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소재호= 코로나19 시대 이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고, 도산하는 기업도 있죠. 예술은 먹고 사는 문제가 기반 돼야 향유할 수 있는 것인데, 1차적인 생계마저도 마비되는 시대에 예술행위는 침체되고 폐쇄될 수밖에요. 그림전람회에는 관람객이 없고, 공연은 관객이 없으니 행사는 취소되고 전시장과 공연장은 문을 닫죠. 행사를 가을로 미뤄한다 해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전북체육대회가 취소되고 이와 함께 융복합형으로 치를 예정이었던 전라예술제도 열기 어려워지면서 지역예술계 흐름은 마비됐습니다. △이강원= 예술은 흥이 기본입니다.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가 없는데 작가들은 어디서 흥을 찾겠습니까.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은 작품을 발표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합니다. 생활 속에서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예술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죠. 작금의 현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전북미술 전체를 조명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지역 작가와 작품을 아카이브하는 작업 등입니다. 극소수의 사립미술관으로 빠듯하게 운영되는 전북의 미술계 현실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강정렬= 전라북도 국악계의 현실도 어렵습니다. 저처럼 예능 보유자로 있는 분들은 지원금이 매달 나오고 제자들을 둬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교습을 하거나 학원을 운영하는 예술인들은 방문하는 발길이 끊기면서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 수업을 나가던 분들이 어려움이 크죠. 전라북도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전국에 가장 많다고 하지만, 학교가 문을 닫고 학원에 발길이 끊기는 상황에서 예술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문화예술계의 온라인 진출이 화두입니다. 지금 닥친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이 될까요. △최대현= 많은 예술가들이 온라인 전시와 공연 중계 서비스의 확대가 4차 산업을 앞당길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직접 가서 만져보지 않아도 화면상으로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많은 청년 예술인들은 활로를 찾지 못해 어려워합니다. 대학에서는 기초예술 학과가 폐지되고 미술을 전공했더라도 전문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취미로 이어가는 일도 허다합니다. △조현상= 공연과 같은 시각예술은 관객이 있는 현장에서 빛을 발휘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고 일상은 더욱 팍팍해졌죠. 지친 시민들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들려드리는 창밖의 아리아 기획 등으로 일상에 환기를 하기도 합니다.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는 전보다 많이 멀어졌지만 한 공간에서 눈빛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음악가와 관객 모두에게 위로가 됐습니다. 온라인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피부로 와 닿는 예술은 현장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박민성= 연극인들은 대부분 새해 3월부터 1년간의 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대책없이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면서 모든 일정이 멈췄습니다.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죠. 특히, 10대와 20대 학생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더합니다. 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연습해오던 친구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상태에서 멈춰있어야 하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공연이 멈춘 상태에서 두 손 다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보니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온라인 상영회를 시청하고, 저도 유투브 채널을 개설해 영상 편집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한솔= 무용은 그야말로 컨텍이 필수인 예술장르입니다. 혼자 하는 독무보다도 다수가 모여서 만드는 안무가 많아요. 현재는 연습실이 폐쇄되다보니 대학 무용과 입시를 준비하던 제자들은 특히 어려움이 큽니다. 제대로 된 연습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연을 온라인화한다고 해도 예술인들이 느끼는 보람과 긍지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이강원= 현재 코로나19로 서로를 대면하지 않고 차단하는 분위기인데,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공연과 전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듭니다. 문화예술계의 온라인 진출은 예술인들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문화정책을 만드는 예술행정가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이 뒷받침 돼야 개인의 노력도 빛을 발할 수 있겠죠. -신진이 등용하기 위한 전북 문화예술계의 입지는 어떻습니까. 청년들이 문화예술 경력을 쌓기 위한 환경으로서 전북을 본다면요. △소재호= 근원적으로 각 대학에서 예체능 관련 교과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음악과 미술 등 순수예술 창작을 수학하기 위한 학과를 없애는 것은 예술을 키우기 위한 풍토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국공립에서도 이런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 학과를 없애고 학생을 선발하지 않으니 관련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학원도 사라지고 예술교육을 위한 직종도 설 자리를 잃게 되죠. 전북을 예향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 중심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예술인이 없다면 관객도 없고 전문가도 없습니다. 문화예술계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이 현실은 전북의 미래를 가꿔나갈 행정가와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걱정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조현상= 전북지역에 신진들이 활발하게 키워지려면 지역 인력을 활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돈 들여 대도시와 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전문적인 예술인력으로 키워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키는 이들에게 걸맞는 대우가 있어야겠죠. 전주만 해도 클래식 분야의 예술인들은 대중음악과의 융합을 시도하며 지역 관객들과 가깝게 소통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다양한 음악적 도전을 하면서 지역 속에서 설 자리를 찾는 거죠. 그런데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 예술가들은 지원사업을 어디서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설령 계획서를 제출하게 됐다 하더라도 전국에서 모인 내로라 하는 경력자들에 밀리죠. 적절한 지역 안배는 전북의 문화예술인재를 키우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솔= 현재 대학에서는 무용을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과연 예술에 대한 교육이 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또래만 둘러봐도 20~30대에 예술 하는 친구들을 찾기 힘듭니다. 청년들이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서 예술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면 또 다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무용가는 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과 미술을 콜라보해서 또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겠죠. 관객을 모으기 위한 홍보 전략도 배워야 합니다. 지난해 전주 고속버스터미널 앞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홍보가 제대로 안 이뤄지다보니 관객이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열심히 준비한 공연인데 많이 안타까웠죠. △강정렬= 국악의 고장인 전북에 병창과가 없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국악꿈나무들이 전북을 떠나 타지로 가게 되지만 현실을 알기에 어찌 할 도리가 없지요. 대학에 30년간 출강하면서 많은 제자들이 저더러 왜 전북에는 병창과가 없냐 물어올 때마다 속이 상했습니다. 청년들이 전통예술을 접하고 역량을 키워나가려면 그에 맞는 교육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의 보편성과 함꼐 지역적 특수성이 있을 텐데, 전북에서 특화할 수 있는 문화예술 전략을 제시해본다면. △소재호= 지역 작가의 작품을 지역 명소와 연계해 더욱 많이 알려야죠. 일례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한옥마을에 지역 작가의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죠. 예술이 활력을 가지면 관광이 융성해지고 산업 발달과 함께 지방재정이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강정렬=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전북의 국악을 더욱 알려야 합니다. 무형문화재가 100여명에 달하는 전북에 무형문화재 전수관이 없어 예향 전북이란 말이 무색해집니다. 무형문화재를 제대로 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전수관을 지어 지역의 소중한 자원인 전통예술을 가꿔나가야 합니다. △이강원= 평소 주변에서 한옥마을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지역의 미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예술이 잘 발달한 전국 주요도시를 살펴보면 대부분 시립미술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주에도 시립미술관을 지어 지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의 발길을 이끌었으면 합니다. -예술인 복지가 지역 문화예술계의 환경과 직결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전북 문화예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더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현상= 전주에는 클래식이나 합창을 전문적으로 공연하기 위한 공간이 적고 한정적입니다. 일반인과 함께 어울리기 위한 합창 공연을 준비해도 적절한 공간은 이미 대관이 끝난 경우가 많고, 결국 강연장 용도로 만든 강당에서 공연을 올려야 합니다. 음악예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전용 공연 공간이 확충되길 바랍니다. △한솔= 무용만 해도 한국무용, 현대무용, 스트릿댄스 등 분야가 다양해요. 전주에는 실력 있는 비보이 댄서들도 많고요. 한국무용의 경우에는 시립과 도립무용단이 있는데 단원 공모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습니다. 미래 예술인을 양성하는 교육자들의 자세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처음 접한 10대 아이들에게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는 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대현= 제가 재무이사로 있는 한국공예가협회도 회원이 크게 줄고 있습니다. 700여명 회원의 연회비를 모아 일년에 한 번 전시를 여는 것이 전부입니다. 예술로 생계를 꾸려야 하다보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고, 먹고 살 일이 요원한 지역 예술가들은 점점 더 서울로 몰리고 있어요. 지역 문화판을 둘러보면 30대인 제 아래로 들어오는 후배들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박민성= 미투 이후 전북 연극계의 지형이 바뀌었고, 열정 있는 연극인들이 새 판을 짰습니다. 지역의 소극장은 국가 지원사업과 문화재단 무대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극장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은 공연장 대관문제로 더욱 빠듯하게 살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고민보다 그 지원금을 집행하고 나머지 비용을 어떻게 충당해야 하나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은 더욱 굶주리고 있죠. 대관 비용이 적정하게 책정되고 작품 실현을 위한 지원금 규모가 조정된다면 영세한 예술인들도 현실적인 부담을 덜고 다양한 작품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강원= 전북 미술계를 둘러보면 20대 친구들을 찾기가 힘들어요. 30대도 손에 꼽는 수준이고요. 전북의 예술인들이 이 지역에 살면서 작품을 만들어 올리는 데 자부심을 갖도록 해줘야 합니다. 전북지역 예술인들의 꿈이 모여 지어진 전북예술회관의 전시장과 공연장의 접근성과 활용성이 보다 더 개선되길 바랍니다. 행정에서도 지역의 문화예술계 어려움을 진단하고 예술인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열악한 문화예술계 환경을 바로 알려면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필수죠. 예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면 전북의 예술도 더 꽃필 수 있습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20.05.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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