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3:39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한세상 궁금해서 살았다... 원로시인 오세영, 예술인생 담은 구술 총서 발간

반골 정신으로 외로움 속에 살면서 옳지 않은 거와 타협하지 않고 옳지 않은 것에 부당하다고 발언해 온 원로 시인, 오세영 시인의 생애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대한민국예술원이 예술원 회원의 생애와 예술을 구술해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진행해 오고 있는 ‘대한민국예술원 구술채록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구술총서’의 11권이 나온 것. 11번째로 출간된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철학적으로 노래해 온 오세영 시인을 조명한다. 지난 2023년 7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에서 약 한 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를 기반으로 기록된 책에는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어린 시절부터 그를 문학 세계로 이끈 박목월 선생과의 만남, 국어교사로서의 생활, 시인으로의 등단의 순간, 한국시입형회와의 인연 등 시시콜콜한 그의 인생사가 담겼다. 또 책에는 오 시인이 그간 창작해 온 시집과 시선집, 비평 및 학술서적 등의 목록, 수상 경력과 함께 시인의 80년 세월을 일곱 페이지로 간략히 요약한 연보도 담겼다. 1942년생인 오 시인은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27권의 시집과 11권 시선집을 간행했다. 그는 시인으로서 창작과 함께 교수로서의 문학연구를 병행하는 작업을 충실히 이행해서 학술적 업적도 많이 남겼고, 시 창작에서는 순수 서정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인생의 진실을 추구하는 결실을 보여줬다. 특히 그의 독자적 개성은 불교적 명상에 기반을 둥 존재적 탐구와 인간 본연의 순수성에 기반을 둔 사랑의 시로 집약되며, 그러한 업적과 성과가 문학적으로 평가돼 권위 있는 문학상을 누구보다 많이 받았다. 83세의 연치에도 창작의 기틀이 그대로 이어져 계속 시집과 산문집을 간행하고 있다. 신수정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들이 생애와 예술을 구술해 후대에 전하는 ‘대한민국예술원 구수채록 사업’이 올해로 4주년을 맞았다”며 “앞서 나온 10권의 구술채록집에 이어, 올해도 회원들의 구술이 담긴 책을 발간하게 됐다. 이번 책이 단순히 개인의 예술활동의 자료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 예술의 발전과 성장에 소중한 자료로 남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1.08 16:4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문신 시인-숀 탠 '이너 시티 이야기'

2025년 벽두에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야겠다. 몽환적인 그림과 시적인 문장으로 일상의 비밀을 파고드는 작가 ‘숀 탠’의 책이다. 일단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호주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그의 글은 생태학적 상상력으로 충만하다. <도착>, <빨간 나무>, <잃어버린 것>, <매미> 같은 작품으로 자기 세계를 완성했다고 평가받지만, 특별히 펼쳐 보이고 싶은 책은 <이너 시티 이야기>이다. 2020년에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은 작품으로, 같은 해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케이트 그린 어웨이’상이 낯설지 모르겠다. 찾아보니 영국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숀 탠의 책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스물다섯 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물은 악어. 악어들은 이 도시의 “팔십칠 층에 산다.” 하지만 “우리 털 없는 원숭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니, 사실은 “아무도 이 도시 전체가 늪 위에 건설되었음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이 정도만 읽어도 이 책이 무얼 다루고 있는지 감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 작가는 우리 ‘털 없는 원숭이들’이 건설한 도시에 사실은 인간보다 많은 동물들이 도처에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한다. 인간이 인간의 쾌적한 삶을 위해 건설한 도시가 인간의 독점 공간이 될 수 없다는 것. 왜냐하면 이 도시는 애초에 늪이었고 들이었고 비탈이었으니까. 늪과 들과 비탈에는 인간보다 먼저 숱한 동물들이 살고 있었으니까. 이 책은 도시 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차례대로 불러낸다. 당신도 여기에 참여하고 싶다면 마음으로 한 번 동물들을 떠올려보라.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상상했다면 적잖이 실망이다. 그 또한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작가의 상상력은 인간이 건축한 도시에 있지 않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시는 사실 야생의 숲과 바다와 창공의 다른 모습이다. 당연히 작가가 불러낸 동물들도 ‘야생’의 습성과 야생의 서식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코뿔소가 다시 고속도로에 있”고, “호랑이는 오랫동안 당신을 따라다닐 거다.” 그렇게 동물들을 이야기한 끝에 이 책은 마지막으로 털 없는 원숭이인 우리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그토록 많이 싸웠을까?” “우리는 왜 그토록 잔인하고, 냉담하고, 이기적이고, 분리되고, 외로웠을까?” 그렇다.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은 유독 외로워하는 존재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가 외로움을 선택한 것이다. 숀 탠의 <이너 시티 이야기>는 말 그대로 우리가 사는 도시 안쪽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안쪽은 너무 깊고 캄캄해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그런 곳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도시의 심연을 채우고 있는 건 탐욕 가득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러니 지금 당신 곁을 한 번 둘러보시라. 누가 남아 있는가? 달팽이와 상어와 독수리와 곰이 보인다면, 당신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털 없는 원숭이로 돌아간 거다. “올빼미, 돼지, 폐어, 달물고기, 앵무새, 비둘기, 나비, 벌” 같은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주었”던 순수했던 인간으로. 외롭지 않은 인간으로. 그림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저절로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게 버겁다면 서로의 상상 속에서, 서로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것만이라도 발견하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문신 시인은 200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죄를 짓고 싶은 저녁 등을 냈다. 동시, 동화, 문학평론 등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1.08 16:43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32' 출간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도립국악원)이 최근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32권 사통팔달 전통예인 조통달 편’을 발간했다.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는 전통예술의 고장 전북특별자치도에 살아가고 있는 예술인의 자취를 더듬어 보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진행해 오던 사업이다. 새롭게 출간된 조통달 명창을 기록한 이번 책은 총 9회의 구술대담 조사를 실시해, 그의 삶과 더불어 주요 활동, 인생 회고, 앞으로의 계획 등 조통달 명창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실제 혼란과 방황을 겪었던 청년 시절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에는 국립창극단 단원으로서, 전남도립국악단 단장으로 부임했던 시절 등의 채워진 그의 과거 이야기와 그의 고향인 익산 금마면 진수관을 짓고 후학을 양성해 온 현재, 앞으로 이루고 싶은 여생의 꿈 등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조통달 명창의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채록연구자로 나선 김정태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는 “조통달 선생은 오랜 세월 동안 학습과 수련 과정을 거쳐 자기와의 싸움에서 인내와 집념을 통해 득음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했다”며 “한평생 판소리의 멋을 알리며 문화 저변 확대에 앞장선 조 선생과 마주 앉아 살아온 삶의 여정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며 채록 소감을 전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1.08 16:37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는 고뇌 탐구…김잠선 시집 '아담의 아들'

김잠선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아담의 아들>(신아출판사)에서 자기분열과 혼란을 겪는 어두운 인간 내면을 탐구한다. 시인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인지 묻고, 물음에서 야기된 자기 분열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간결한 시어로 진솔하게 표현했다. 특히 시인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인류를 내세워 인간이 느끼는 혼란과 혼돈스러운 감정에 이야기를 덧대 거대한 시세계로 구축했다. 시집에 등장하는 시적 화자들은 자신을 억누루는 자유로부터 도피할 방법을 찾거나, 그 자유의 무게를 온전히 버티며 부들부들 떠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시인은 인류의 유한성과 무지성, 관계의 노예라는 연결성 등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는 고뇌에 기인한 시 60여편을 수록해 선보인다. 김 시인은 책 머리말에서 "오이디푸스는 풍요로운 땅을 떠나 황량한 사막길에 올랐다. 갈 곳이 분명했던 것은 아니다. 길동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발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그렇게 했다"며 "시간의 창으로 모래를 실은 한줄기 순풍이 불어온다. 나도 그를 따랐다"고 밝혔다. 장신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전북대에서 흄의 미적 속성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조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기린봉에 인문학당을 마련해 운영하며 청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첫 시집 <이브의 관점>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1.08 16:36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 ➂미술 작가 이보영 씨

한 예술가가 창작해 낸 작품에는 개인의 감정은 물론 생각과 사상 등이 담겨, 작가의 내면세계를 외부로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누군가는 이 수단을 노래로, 연극으로, 연주로, 영상으로 선택해 예술로 승화해 내지만, 새하얀 화폭을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채워내고 있는 이보영 작가(40)가 선택한 수단은 ‘회화’다.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꿋꿋하게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 작가를 7일 만나 그녀의 창작 과정, 영감의 원천, 그리고 현대 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했다“고 대답하며,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식으려야 식을 수 없는 그림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그는”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그냥 그림이 좋아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 길로 대한 전공도 미술학으로 정하게 돼 20여 년의 세월을 붓을 잡게 됐다“며 ”지금껏 그림을 그려오며 순탄한 길만 걸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길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마다 그림 작업을 해야 하는 길로 (삶이) 계속해서 유도돼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수많은 개인전과 더불어 단체전과 교류전에 참여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이 작가에게 항상 아쉬웠던 점은 양질의 문화예술계 직업군의 ‘부족함’이었다. 작가는 ”지역 작가들이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창작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능력’ 역시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예술가의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 많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청년 예술인이 등을 돌린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같이 그림을 공부했던 제 주변의 친구들 역시 양질의 직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가, 지역을 지키는 젊은 작가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지역 내에서 성장할 젊은 예술인이 지역 사회를 떠나지 않고도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어려운 지역 예술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 이보영 작가였지만,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지역 예술계에 보탬이 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어렵다고 포기했을 거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작업해 왔던 대로 저는 저만의 자리를 지키며 지역 간판 작가로 성장할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 출생인 이보영 작가는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전주와 서울, 뉴욕 등에서 17번의 개인전을 비롯해 Parts of a Whole, 경계를 넘어서, 1980년대와 한국 미술, 전북미술의 오늘전, 청년작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 그는 <2016 광주신세계미술제 선정작가>, <2020 전라청년미술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을 갖는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7 18:08

죽음과 부활 의미 탐구…황은미 개인전 '신세계교향곡'

황은미 작가의 열두 번째 개인전 '신세계교향곡'이 19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사각형 판넬에 플레이모빌을 배치하여 재구성한 작품 등 총 31점을 선보인다. 사각형 그리드에 배치된 좀비 형상의 피규어와 다양한 사물들은 작가 특유의 회화적 색감과 구성이 더해져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경계를 대비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좀비가 되는 과정을 슬픈 자화상으로 표현하며,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탐구한다. 죽음을 끝이 아니라 변화와 전환의 시작으로 해석하며 부활을 단순한 생명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얻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특히 신세계는 죽음과 파괴를 딛고 시작되는 희망의 공간이며, 인류는 그곳에서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황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죽음과 좀비의 세계로 잡았다"며 "좀비의 세계는 우리가 꿈꾸는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가 아닌 비인간적이고 불행해진 미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무리 좀비로 가득 찬 멸망의 세계가 펼쳐질지라도 그 끝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시작점이 올 것이다. 인류는 힘을 모아 힘차게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원예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미술전공 석사학위를 밟은 황은미 작가는 서울과 전주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또 국내아트페어와 해외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예술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1.07 18:08

전북도립국악원 유료 공연 도입…'내돈내산' 관람 시동건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올해부터 일부 공연을 유료로 전환한다. 그동안 무료로 진행되어 온 전북도립국악원 공연은 무료공연의 특성상 노쇼(예약부도) 비율이 높고, 공연 중간에 입‧퇴장하는 관객들로 문제가 발생했었다. 이에 도립국악원은 무료 공연 시 발생하는 허수의 관람권 예매를 최소화하고, 실관람객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올해부터 유료 공연을 도입할 방침이다. 7일 도립국악원에 따르면 올해 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 정기공연은 유료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창극단과 관현악단 정기공연을 유료로 전환한 결과 일정 부분 예산 절약과 절약된 예산이 공연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며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창극단 정기 공연 ‘춘향’은 이틀 동안 유료 관객 1197명을 기록하며 7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관현악단 정기공연 ‘레퍼토리 시즌 아르누보Ⅱ’도 608명이 유료로 공연을 관람했고, 약 370만 원의 이익을 냈다. 국악원은 지금처럼 무료 공연만을 고집한다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정기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에만 의미를 둘 뿐,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를 충족시킬 작품 제작은 어렵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문승우 전북자치도의원은 국악원의 유료 공연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시행을 촉구했다. 당시 문승우 도의원은 제407회 임시회 전북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우리나라 공연시장에서 국악 분야의 유료 관객 비중은 55.2%, 티켓 평균 가격은 1만 6437원으로 나타났다”며 “국악 분야도 공연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공립예술단의 유료 공연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경기도립예술단, 부산시립예술단, 전남도립국악단 등 광역자치단체 공립예술단 대부분이 유료 공연을 시행하고 있다. 객석점유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공연 관람 문화 개선 등 복합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기초자치단체 공립예술단인 전주시립예술단에서도 회원제와 유료공연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유료화 공연이 긍정적인 부분도 크지만,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연조차 유료화할 경우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더욱 줄어드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국악원이 관람료를 받음으로서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또 문화소외계층의 관람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도립국악원은 문화소외계층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국악공연’ 등 공익성 프로그램을 유지‧강화해 문화 향유권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목요상설공연은 계속해서 무료로 운영한다. 향후 유료로 전환될 경우 최소 수준의 관람료를 책정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악원 관계자는 “유료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과 방안을 수립해 최적의 공연 관람 문화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07 17:20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 ② 연극배우 김수연 씨

연극배우는 미디어 매체가 아닌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예술가다. 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맡아 극적인 상황을 전달하며, 대사와 몸짓, 감정을 통해 관객과 대화한다. 전북 연극계 역시 창의력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반영해 현대적 변화를 꾀하는 연극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많은 지역 극단 중 ‘창작극회’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수연(27·천안) 씨를 만나, 연극에 대한 그만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연극 씬에 뛰어든 김수연 씨는 벌써 6년 차 배우로, 지역 연극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청년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꿈을 찾아 진학한 대학을 졸업하니, 공백기 없이 바로 무대 위에 오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그렇게 지역 내 극단을 찾아보니 창작극회라는 연극단체를 알게 됐고, 그 길로 바로 입단 지원을 신청하게 됐다. 그 이후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극단에 소속돼 무대에 올라 연극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기회의 불모지인 지역에 터를 잡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람 사이의 정’ 때문에 지역을 떠나지 못했다고 답했다. “수도권으로의 상경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사람 냄새가 더욱 이곳에 머물게 한 것 같다. 실제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다수의 대학 동기가 상경을 꿈꿔 저 역시 상경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연극배우로서 첫 발걸음을 창작극회에서 시작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좋은 동료를 만났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처럼 지역 연극 생태계에 적응하고 있는 김 씨지만, 그 역시 가슴속 한켠에 품고 있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는 “전북 지역만이 아닌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게 된 청년 예술인들이 주체가 돼 작품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의 지역 연극계는 청년들이 주체로 선배들의 그늘에 기대지 않고 무대를 올릴 기회가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비하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이 늘어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현장의 예술인들에게는 홍보가 미비해 적재적소에 맞는 사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양한 예술 장르 간의 협업이 활발해져, 서로의 강점을 살린 융합 작품이 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러기 위한 지역 내 청년 예술인 사이의 원활한 네트워킹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남다른 지역 사랑을 보여준 김 씨는 끝까지 ‘전북 문화 예술계 발전’에 대한 소망도 내비쳤다. 김 씨는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대공연장을 비롯해 소극장, 학교, 복지관 등 무대의 크기는 신경 쓰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로 전북문화예술계가 발전해,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인’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닌 청년 예술인들의 의지에 더욱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천안 출생인 김수연 씨는 천안업성고등학교를 졸업해 백제예술대학교 뮤지컬학과를 졸업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6 17:22

소란과 번잡을 잊고, 고요한 내면으로 빠져들다

한지 위 정갈한 수묵은 세상의 소란과 번잡을 잊고, 고요한 내면으로 빠져들게 한다.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진 서양화와 달리, 한국화의 농담과 여백이 주는 힘이다. 박종갑 초대전 ‘만경(萬頃)_수묵여정(水墨旅程)’이 다음 달 10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박종갑 작가는 오랫동안 작업실 인근 강인 만경강(萬頃江)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깨달은 생명과 순환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수묵화로 담아냈다. 전시에서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연결을 되찾고,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의 제목처럼 화폭엔 만경강의 풍경이 먹빛으로 깔려있다. 먹의 농담으로만 표현하는 수묵화는 검은 먹의 다양한 농담과 여백으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생명의 순환을 나타낸다.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나무와 숲, 물결, 빛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며 이루어가는 하나의 세계를 상징한다. 특히 대형 수묵화 연작은 적막한 자연에 덩그러니 놓인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이 은유적으로 묻어나 다양한 감정을 상기시킨다.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히 자연을 그리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그는 비가시적 세계에 대한 사유의 장을 열고, 관람객에게 내적 성찰을 제시하는 것이다. 박 작가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며 “자연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고, 자연 속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예술계에서 오랜 시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학장과 경희대 부설 현대미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1.06 17:03

글로벌 OTT 선두주자 K-콘텐츠, 지역에서도 발굴·육성해야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전북도 자체적인 콘텐츠산업 발굴·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뉴미디어 플랫폼이 지닌 영향력이 K-콘텐츠 열풍으로 지속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와 이를 생산하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내수용 콘텐츠 생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한류 확산을 위한 K-콘텐츠 육성 동향’에 따르면 전 세계 콘텐츠산업 시장이 2022년 기준 약 2조 6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평균 6.0%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3조 3000억 원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도 외국인이 K-콘텐츠를 접촉한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이 6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에 대한 호감 상승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대로 이어져 K-푸드, K-뷰티 등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K-콘텐츠 및 연관 산업 수출 확대 방안을 수립해 2027년까지 글로벌 한류 팬을 3억 명으로, K-콘텐츠 수출액을 250억불까지 확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콘텐츠·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해외시장, 영화제, 인센티브)도 강화해 수출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전북에서도 지역 문화 자산을 활용한 K-콘텐츠 활성화 추진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남원시의 경우 지역의 대표 문화 자산인 춘향전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웹툰 '향단뎐'을 미디어 기업과 공동 제작해 선보였다. 지난해 4월부터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했으며 누적 조회수가 200만 회를 돌파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문제는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는 기업 대다수가 영세하고, 지역에서는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조사’를 보면 서울은 20만 2462명이 콘텐츠산업 종사자(7개 영역·22년 기준)로 활동하고 있으며 충남 지역에서도 7145명이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전북 지역 콘텐츠산업 종사자는 637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 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위해 문화예술과 산업 간 균형을 찾고, 산업 인력 양성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산업은 장래성이 밝고 문화·예술과의 유기적 협업이 가능해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콘텐츠융합진흥원 최화평 로컬사업팀 팀장은 “(지역일수록 콘텐츠산업은)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며 “인력을 발굴·지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예산 투자가 필수이지만, 세수 부족 등의 이유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흥원에서는 예비 창작자를 발굴·육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 사업과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체의 니즈를 엮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민관 협력해 창작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1.06 17:00

[지역서 꿈 펼치는 청년 예술인]① 싱어송라이터 신민수 씨

지역 청년 예술가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예술 분야의 다양성과 혁신을 끌어내는 등 문화산업을 넘어 지역 사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지역 사회의 문화적 다양함과 창의성을 반영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은 주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청년 예술인들이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이끌어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 바라며, 청년 예술인들이 겪는 도전과 성취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4차례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특히 예술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 또는 해외로 나가려 한다. 지역 내에서의 전시, 공연,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역에서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경우 더 나은 경제적 조건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전주에 머무르며, 지역에서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아 지역민들에게 문화를 즐길 기회를 주고자 최선을 다하는 지역 청년 예술인이 있다. 싱어송라이터임과 동시에 문화공간 ‘더 바인홀’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신민수(27·전주) 씨가 바로 그다. 신 씨는 클래식 기타라는 악기를 가지고 진실된 목소리로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선사하는 청년 예술가다. 그는 2018년 남성 3인조 그룹 ‘오렌지문’으로 데뷔해, 2023년 전라북도 레드콘 음악창작소 7기 뮤지션으로 참여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데뷔부터 약 8년이라는 세월을 지역의 관객과 마주하며, 열심히 활동해 오고 있는‘가수’라는 직업에 눈에 뜬 계기는 ‘지인의 제안’이었다. 신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 노래방에서부터 ‘보컬’의 꿈을 꾸게됐다”며 “(같이 어울리던)친구 중 노래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노래를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이어가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대에 입대하며 기타라는 악기를 접하게 됐다”며 “처음 접했던 악기지만 금방 재미를 붙이기도 했도, 어느 정도 실력도 늘어가다 보니 작곡에 대한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대하고 무대 위에서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한 음악을 선보이다 보니,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붙게됐다”고 설명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했던 ‘가수’로서의 여정 속 신 씨에게 항상 아쉬운 점은 ‘공연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지역은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하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적고, 예술인들이 활동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어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며 “더 많은 지원사업과 공모사업 등으로 저뿐만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설 자리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이어 신 씨는 “지역 내 문화 예술 분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 예술인에게는 ‘공연’은 단순히 무대에 올라 공연을 올리는 것만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라고 생각된다”며 “무대는 일반 관객분들 앞에 올라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지만,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기획자와 문화재단 등 기관 소속의 전문가들에게도 노출될 수 있는 자리다. 이처럼 소중한 기회가 지역 사회의 청년 예술인에게 더 많이 부여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어려운 지역 예술 생태계를 인지하고 있는 가수 신민수 씨 역시 자신의 공연 활동의 확장성을 위해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닦으며 더욱 성장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7년이라는 세월을 달려오며 저도 모르게 현재에 안주하며 게을러진 한해였던 것 같다”며 “새롭게 맞이한 2025년에는 독학으로 배운 기타 연주의 기본기를 더욱 탄탄히 다지는 등 더욱 전문성 있는 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가수 신민수 씨는 오는 14일 새로운 앨범 ‘그대만 사랑할래요’를 발매한다. 새롭게 선보여질 앨범은 팝/어쿠스틱 장르로 당일 낮 12시부터 멜론, 벅스, 유튜브뮤직 등 다양한 음원사이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1.05 17:57

[안성덕 시인의 풍경] 걸어 걸어가다 보면

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떴습니다. 어제 그날이 아니고, 어제 그 해가 아닙니다. 묵은 날이 아니고 새날인 것은, 어제 떴던 해가 아니라 새로운 해인 것은 어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내가 되려는 마음입니다. 남보다 먼저 새날을 맞으려는 사람들 정동진으로 호미곶으로 달려갔지요. 남보다 먼저 새로운 해를 보려는 사람들 모악산에 국사봉에 올랐지요. 바다는 멀어서 못 가고 산은 높아서 못 올랐습니다. 핑계가 많은 나,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지평선에 섭니다. 들판 끝으로 거북이걸음을 뗍니다. 끝 간데없는 들판이 하늘과 맞닿아 있네요. 우보만리(牛步萬里)라던가요.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끝에 닿을 것입니다. 남들처럼 내달리지는 못해도 멈추지 않으렵니다. 만 리도 끝이 있을 겁니다. 고단한 어깨를 기대는 듯 사람 人 자 쓰며 기러기 떼가 남으로 가네요.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지요. 앞서 치고 나간 토끼가 언덕 위에서 낮잠을 자지 않더라도, 어서 와 손 내밀지 않더라도 걸어가야만 할 이유입니다. 걸어 걸어가다 보면 지금 저 황량한 보리밭에도 푸르름이 번질 것입니다. 금세 종달새 높이 떠 봄노래 부를 것입니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면 서늘한 바람 불어올 겁니다. 신발 몇 켤레 더 장만해야겠습니다.

  • 문화일반
  • 기타
  • 2025.01.04 08:00

새헤라자데, 을사년으로 향하다… 전주시립교향악단 신년음악회 개최

문화의 도시 전주를 대표해 다양한 기획연주를 선보이며, 문화로 지역의 삶을 바꾸는 예술단체,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을사년 힘찬 출발을 알린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0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해 첫 정기연주회 ‘2025 신년음악회’를 연다. 전주시향은 이날 공연을 통해 러시아 작곡가 글라주노프와 독일 작곡가 라이네케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고 현재까지 걸작으로 뽑히는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4가지 이야기를 선보인다. 먼저 전주시향이 새해 첫 연주곡으로 합을 맞출 노래는 글라주노프 작곡가의 ‘중세 시대로부터’의 모음곡 중 <전주곡>으로 짧고 간결하지만, 깊은 감정을 담은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이어 라이네케 작곡가의 감정적 깊이와 드라마를 잘 표현한 ‘플루트 협주곡 D장조’를 선보이며, 플루트의 아름다운 음색을 극대화해 전한다. 또 이번 무대에서는 세계적인 고전 ‘아라비안나이트’를 음악감상만으로 즐길 수 있는 ‘세헤라자데’가 연주될 것으로 예정돼,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끈다. ‘세헤하자데’는 러시아 출신 림스키코르사코프 작곡가가 ‘아라비안 나이트’를 소재로 관능적이고 동양의 정취를 담은 환상적인 형태의 교향적 모음곡을 구상한 것으로 총 4악장으로 구성됐다. 먼저 제1악장: ‘바다와 신드바드의 항해’를 통해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에서 뱃전을 위협하며 우르릉대는 바다를 묘사하며, 제2악장: ‘칼랜더 왕자의 이야기’로 자유롭고 흥미진진한 어느 왕자의 모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장 인기 있는 악장인 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신비로운 현악의 선율을 통해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우아하고 이국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마지막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바다-조난’으로 바그다드의 이교적인 축제와 해양의 높은 물결에 뒤집히는 신드바드의 배와 앞으로의 여정을 묘사해 낸다. 유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입장권은 일반 1만 원(S석), 7000원(A석)이며, 공연예약은 나루컬쳐에서 가능하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전주시립교향악단(063-274-8641)에 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1.02 17:50

1970년 전북 설경(雪景)을 담다…미술관 솔 '전북동경 1970'

1970년 전북의 설경(雪景)을 품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눈 내린 전북의 풍경이 담긴 ‘전북동경 1970’展(전)이 내년 2월 28일까지 미술관 솔에서 열린다. 매주 목요일과 설 연휴기간 휴관. 지역에서 활동했던 서양화가 하정 김용봉(夏丁 金用鳳, 1912-1994), 한소희(韓召熙, 1924-1983), 박남재(朴南在, 1929-2020) 등 3인의 겨울 그림 15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캔버스에 선운산과 지리산 등 진경(眞景) 풍경화를 그려 현실을 충분히 담아냈다. 단순히 실제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풍경 속에 작가들만의 깊은 감성을 녹여내 여운을 남긴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고요한 겨울 산에 소복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나뭇가지 모습은, 외딴섬과 같이 적막하고 깊은 상실감을 유발한다. 한국화에서 설경은 눈이 내리는 어둠을 회색의 하늘로 보여주고, 하얀 눈은 색을 칠하지 않는 여백의 미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서양화에서 눈은 흰색과 푸른색, 보라색 빛의 그림자를 통한 명암의 대비를 통해 드러낸다. 색의 정도는 작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푸른색과 보라색 빛을 중심으로 눈의 다양한 색을 입혀 보는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또한 3명의 화백은 설경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정서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전시의 주제를 ‘동경’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한다는 동경의 뜻풀이와 겨울 동(冬)과 볕 경(景)의 겨울 풍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화폭에 차곡차곡 담아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이루어낸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1.02 17:33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소설] 느지막이 새로운 길 앞에 서다

소설을 긁적이기 시작하면서 이런 날이 오기까지 30년이 흘렀다. 몇 번의 최종심 심사평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지 얼마간 도전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나는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영화에 빠져들었고, 소설은 그저 이미지로만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영화 속 수많은 삶과 허구들이 소설로 들어서는 경계를 막아섰다. 50대에 접어들자 프레임 속 이미지에 갇혀있던 눈에서 시리게 눈물이 흘렀다. 나를 가두고 있던 프레임의 틀을 벗어나자 생각은 차곡차곡 정리되고, 그 거름을 자양분 삼아서 이야기들은 조금씩 스스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글쓰기란 어쩌면 자문자답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독자의 동감을 설득하는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년, 전북일보 최종심에 올랐던 나의 작품에 대해 김병용, 송하춘 선생님은 큰 울림을 던졌다. 꽁꽁 싸매고 살아온 내 삶과 글을 과감히 탈피해서 다양한 타인들의 생각으로 고치고 또 고쳤다. 인생의 변곡점에 들어선 나이에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느지막이 맞이한 새로운 도전 앞에서 그저 설레고 벅차다. △ 장용돈 씨는 전라북도 고창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중에 동아문학상(소설)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전태일 문학상(소설 부문)을 받았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1.01 18:40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소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설

202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4편이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현실이 소설의 현재를 넘어서는 시대에 소설 역할은 무엇일 수 있을까. 사회, 경제, 정치적 억압이 심할 때 소설의 경향은 지극히 개인적 서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대의나 대전제를 작품에 적용하거나 가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소설은 그러한 조건에서 문학적 힘이 발휘된다는 전제를 굳게 믿고 큰 기대와 함께 심사에 임했다. 심사위원들은 14편의 소설을 꼼꼼하게 읽고 최종심에 올릴 작품 4편을 선정하여 심의에 들어갔다. 단점이 적은 작품보다는 장점과 미덕이 많은 작품, 신춘문예 특성에 잘 맞는 작품에 중점을 두고 당선작을 가리는 최종 심사에 들어갔다. 「점, 선, 면」은 발상이 기발하고 전개가 독창적이며 개성도 돋보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독백의 서술이 다소 설명적이고 관념이 삶이 되지 못하고 끝맺는 주제의식의 발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미친 인간들의 노래」는 정치, 경제계의 추악한 면면을 현실감 있게 그린 전개, 가독성이 좋았으며 인물의 성격을 통한 주제의식의 형성이 매끄러웠다. 다만 주요 서사가 익숙하고 단조로운 고발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새로움이 덜했다. 「기원제」는 현실을 사는 직장인의 욕망과 애환, 삶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갈등을 소재로 삼고 있다. 전개가 자연스러우며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생활의 한 치부를 건드려 여운을 길게 남긴 좋은 소설이었다. 다만 소설의 주제가 다소 협소하고 너무 많이 다룬 소재이다 보니 새로움이 덜했다. 좋은 필력을 가지고 있으니 더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202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은 「넋두리」이다. 작품은 현재의 농촌을 배경으로 소를 키우고 소를 잃는 농부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유로 낡은 느낌을 주는 것 빼곤 단점이 가장 적고 장점이 넘치는 소설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도 소설 안에 들어가면 기우에 불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전혀 낡지 않은 현재를 그리고 있다. 작품은 소설이 가져야 할 여러 미덕을 잘 갖추고 있다. 뚜렷하며 시대적 반영이 이루어진 주제의식, 서사적 긴장감, 안정적인 문장 등 여러 작품 중 단연 돋보인 작품이었다. 지역어의 복원을 통한 유려한 문장은 이 시대의 소설이 필요로 하는 좋은 예이다. 두 심사위원은 지금 꼭 필요한 소설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렇게 진득한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넋두리」를 당선작으로 뽑게 되어 기쁘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건네며 좋은 작가로 남길 바란다./심사위원 이광재·백가흠 소설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5.01.01 18:39

[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동화]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화쓰기 정진

3살짜리 손녀가 감기에 걸렸어요. 어린이집에 못 가고 답답해 하길래 도서관에 갔지요. 널찍한 유아실이 놀이터인줄 알고 뛰는 손녀를 잡으러 다니다가 당선 전화를 받았어요. 동화쓰기를 시작하고 20년 만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영광의 순간은 항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믿기지가 않았어요. 공모전에 수없이 떨어지고 좌절하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지요. 글쓰기에 재능도 없는데 헛꿈을 꾸는 건 아닐까. 동화에서 도망갈 궁리를 찾는데, 딸이 육아를 부탁했어요. 헛된 꿈보다 손녀 육아가 보람 있는 일인 것 같았어요. 손녀와 개미와 벌, 나비를 쫓아다니느라 동화는 잊어버렸어요. 3월, 손녀가 어린이집에 가자 다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선이 더욱 기쁜 건, 내 고향 신문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떠나왔지만 잊은 적 없는 사랑하는 고향, 전라북도. 고향신문에 작품이 당선되어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준 전북일보 관계자분들, 부족한 제 동화를 읽어주고 당선작으로 밀어주신 심사위원분들, 감사합니다. 이제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화쓰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거친 초고를 읽어주는 글벗 선생님들, 든든한 버팀목 양중님, 혜진, 대희, 경하, 하영 사랑합니다. △ 김정숙씨는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나 현재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1.01 18:3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