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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저스트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다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저스트엔터테인먼트와 올해 ‘전주씨네투어×마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주씨네투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관광거점도시 전주시와 함께 진행하는 관광거점도시 사업이다. ‘전주씨네투어×마중’은 매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의 소속사를 선정해 배우와 시민, 관객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저스트엔터테인먼트의 길해연, 김호정, 김신록 등 뛰어난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잡은 배우들과 차세대 배우로 기대감을 모으는 강유석, 서지혜 성지영, 차우민 배우 등 총 12명이 함께한다. 이들 배우가 직접 선정한 영화를 상영하고,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마중초이스’, 관객과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마중토크’ 등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또한 올해는 전주만의 특색있는 풍경에서 각자의 개성을 담은 특별 화보와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창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저스트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준비한 전주씨네투어×마중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3.09 10:13

[안성덕 시인의 풍경]변산바람꽃

기다리는 것은 쉬이 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그렇고 계절이 또 그렇습니다. 기다림의 법칙이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더디기만 합니다. 경칩이 내일인데 강원도는 폭설에 주저앉았습니다. 전라도는 여름 같은 소낙비에 발목 잡혔고요. 남도 어딘가 꽃소식 실은 화물차가 강풍에 넘어졌다는 뉴스를 본 듯합니다. 내장산에 갑니다. 지난 가을 끝물 단풍에 쫓기듯 다녀온 뒤 첫걸음입니다. 바람꽃을 보려는 내 바람이 통했나요, 한 선생께서 연통을 넣으셨지요. 일주문 어디 바람꽃 소식에도 바람처럼 달려가지는 못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사나흘 뜸이 길었습니다. 1993년에야 알려진 ‘변산바람꽃’, 누구는 ‘변산아씨’라 부른다네요. 오래도록 몰랐던 것은 식물조사를 4월에 시작했기 때문이라지요. 2월에 피어나서 3월에 져버리니 눈에 띄지 않았던 거라지요. 너도 바람꽃 변종쯤으로 알았던 꽃이 가냘프게 흔들립니다. 바람 불어 흔들려야 비로소 꽃으로 보여 ‘바람꽃’일까요? 작은 키에 수수하기만 해, 궁여지책 다른 꽃 없는 봄의 첫머리에 피어났겠습니다. 쉬이 눈에 띄지 않아 행여 발밑에 밟히기도 했겠습니다. 바람만바람만 다가서서 채 당도하지 않은 봄바람인 듯 기웃거려야겠네요. 인연도 시절도 더디 오면 빨리 간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03.08 08:00

젊은 명인들이 빚어내는 국악의 새로운 ‘차원’

고풍스런 우리 가락을 연주하는 전주시립국악단(이하 시립국악단)이 제242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따스한 봄을 알린다. 시립국악단이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젊은명인시리즈로 차원(次元)’을 공연하는 것. 공연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날 무대는 관현악곡과 함께 해금·피리·판소리의 젊은 명인의 협연으로 꾸며져 우리 가락의 진수를 전한다. 첫 번째 무대는 ‘국악관현악 파도(波濤): 물의 춤’으로, 장석진 작곡의 국악관현악 작품이다. 이 곡은 바다의 거대함과 고요한 순간을 음악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바다의 신비로움과 광활한 표면, 파도의 움직임을 국악관현악만의 음색과 리듬을 통해 세밀하게 느낄 수 있게 그린 곡이다. 두 번째 곡은 토마스 오스번(하와이대 작곡과 교수)의 해금협주곡 ‘VERSES’이다. 작품은 물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조선시대 문장가 송익필, 신숙주, 김동연의 시 구절에서 영감을 얻어 각 악장을 작곡한 곡이다. 해금 협연은 김나영(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부수석)연주자의 깊은 감성과 섬세한 해금연주로 듣는다. 이어 조원행이 작곡한 창작국악관현악과 판소리를 위한 ‘춘향이야기’로, 춘향가의 주요 대목 중 두 사람의 사랑을 노래한 ‘사랑가’, 춘향의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한 ‘갈까부다’, 이도령의 암행어사 출도 이야기를 표현한 ‘어사출도’ 등 세 부분을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구성한 곡이다. 판소리 협연에 서진희(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단원) 소리로 특별한 감동을 더할 것이다. 네 번째 곡인 피리협주곡 ‘달의 눈물’은 한 많은 한국의 여인들의 애환을 잘 담고 있는 메나리 선율을 주제로, 관현악의 화성과 리듬적 요소를 발전시켜 피리와 관현악의 협주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작곡한 곡이다. 피리연주자이자 교수인 진윤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의 연주로 피리로 표현하는 섬세함과 다이나믹함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마지막 무대는 김성국 작곡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추는 바다’이다. 이 작품은 우리 음악의 보고(寶庫)인 동해안 별신굿(부산 기장 오구굿)의 음악적 소재로 작곡된 곡으로 동해안 바다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한 예찬과 그런 문화를 만들고 유지해 온 선조들에 대한 예찬을 국악관현악의 풍성한 사운드와 리듬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한다. 예매는 나루컬쳐 홈페이지와 전화(1522-6278)를 통해 가능하다. 입장권은 일반 5000원, 학생(초·중·고) 3000원이며 본 공연은 8세이상 관람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3.06 19:22

'예술이 밥 안먹여준다'…국내 예술인 연소득 1055만원, 국민평균 41.3% 수준

국내 예술인들이 한 해 동안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이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 비율도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수익구조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6일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예술인 1인당 평균 연소득은 1055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554만 원의 41.3% 수준이다. 조사 대상 예술인이 속한 가구 1곳당 평균 연소득도 4590만 원으로, 우리나라 가구 1곳당 평균 연소득인 6762만 원보다 약 2200만 원 적었다. 분야별 소득 차이도 컸다. 건축(4261만원), 만화(2684만원), 방송·연예(2485만원) 분야는 2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기록했지만 음악(901만원), 무용(802만원), 미술(603만원), 문학(454만원), 사진(334만원)은 1000만원도 넘지 못했다. 소득이 적은 탓에 예술인 2명 중 1명은 부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 예술인 비율은 52.5%였고, 전업 예술인 중 자유계약자(프리랜서) 비율은 61.7%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신의 저작물로 저작권 소득을 얻은 예술인 비율도 29.1%에 불과했다. 예술인 23%는 수입부족을 이유로 1년 이상 예술 경력이 단절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 예술인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전라북도 예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북 예술인의 개인 연소득은 평균 1166만원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예술관련 소득은 464만원으로, 예술 수입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8%였다. 실제 4000여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9%가 예술 활동 소득이 1000만원~2000만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소득 없음’ 응답자도 10%에 달했다. 조사 당시 도내에서 전업 예술인으로 종사한다고 응답한 예술인은 53.9%였고, 겸업예술인은 46.1%로 나타났다. 전업·겹업예술인 모두 고용형태가 ‘기간제/계약직/임시직/촉탁직’으로 불안정했다.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수익구축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예술을 전공하려는 이들도, 예술가들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 전문가들은 창작 지원금 확대, 문화 활성화 사업 확대 등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촘촘한 정책 마련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 작업의 가치를 인정해 제값을 지불하고 예술을 소비하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는 "예술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그림 하나를 완성시키려고 석달 이상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린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입장료를 내라고 하면 다들 정색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해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3.06 16:25

'120년 역사' 완주 고산면 소농교회 기록물, 한국기독교유물 지정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역사위원회와 전북노회는 5일 120년 역사를 가진 고산면 소농교회에서 『소농교회 당회록』 『입교인 및 세례 문답자 명부』 『학습 문답자 명부』의 한국기독교유물 지정을 기념하는 지정 예식을 개최했다. 기념 예식에는 장의환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역사위원장과 정경호 한국기독교 유산협의회 회장 등 기독교 주요 인사와 유희태 완주군수, 고산면 주민자치위원, 지역주민들이 함께 했다. 『소농교회 당회록』은 1911년부터 1969년까지 기록된 문헌으로, 초기 한국기독교의 신앙과 지역 선교사들의 활동상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해방기, 6.25 전쟁 등 격동의 시대 한국 교회의 양상과 당시 선교사들의 활동, 지역 목회자 및 교인들의 헌신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입교인 및 세례 문답자 명부』(1909~1956)과 『학습 문답자 명부』(1927~1956)는 한국 교회 초기 문서로의 희소성과 함께 과거 신앙활동 모습을 엿볼 수 있어 교회사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당시 선교사들의 신앙지도의 모습과 세례의 기준을 보여주고 있어 문헌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역의 신앙 모습과 교회 관습 등을 담아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적들의 한국기독교유물 지정을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가 더욱 체계적으로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은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당시 사회상을 담고 있는 기독교 유적‧ 유물들의 체계적 관리와 가치 재조명을 추진 중으로, 소농교회‧위봉교회‧삼례제일교회‧전북노회 당회록 등 완주군 관내 4개소 소장 기독교 기록유산을 대상으로 도 지정(등록)유산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 종교
  • 김원용
  • 2025.03.06 15:55

겨울을 떠나보내고 봄을 여는 전시 '활짝'

전북특별자치도 곳곳에서 겨울을 떠나 보내고 봄을 여는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깬다는 절기 ‘경칩’이 무색할 만큼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 화단에는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잊혀진 연필에 생명 불어넣어…‘시민행동 21 연필특공대전’ 낯선 존재가 된 연필에 생명을 불어넣고 사라진 흔적을 예술로 되살린 미술 전시회가 다음달 11일까지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몽당연필 이야기-시민행동21 연필특공대’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재료의 새활용을 넘어 사물과 그 안의 서사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억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연필이라는 사물 너머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다양한 해석과 조화…신소장품전 ‘다채로운’ 청목미술관에서 작품의 다양성과 감각적 요소, 갖가지 해석이 공존하는 신소장품전 ‘다채로운’을 진행한다. 다음달 2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지난해 구입과 기증을 통해 소장하게 된 작품 49점 가운데 17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김병종, 김스미, 김용배, 류회민, 박종갑, 박형식, 송수남, 여태명, 이신(중국작가), 이철규, 하반영, 하수정, 홍남기, 파르자나 아흐메드 우르미(방글라데시 작가) 등 작가 14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작가와 관객이 작품으로 마주한다…주미희 개인전 ‘바라보다’ 갤러리 숨에서 2025년 기획전 I see you의 일환으로 주미희 개인전 ‘바라보다’를 10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한다. 주미희 작가는 그동안 인간과 나무 구름 등 다양한 소재를 상황에 맞춰 작품으로 제작했다. 2021년부터는 숲과 숲을 이루는 나무, 구름을 주된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도자공예와 회화를 접목한 ‘ceramic painting’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꽃다발이라는 매개체를 단순화시켜 영원하지 않은 생명력인 꽃다발을 영속성 있는 존재로 바꾸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과 숲, 선물의 의미가 있는 꽃다발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일요일‧공휴일 휴관.

  • 전시·공연
  • 박은
  • 2025.03.06 15:0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태건 시인-하상욱 '달나라 청소'

‘햇빛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신문지 펴고 손톱이나 깎는/ 오후를 좋아하고’, ‘가끔 지나가는 채소 트럭 확성기 소리를 들으며/ 시장에 장 보러 간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소망이었던 시인이 있(었)다. 그의 존재를 과거형으로 말하려니 갑자기 울컥해진다. 그는 이제 죽은 사람, ‘생의 적막한 오후를 견디기 위해서 아직 남아 있는 햇빛을 애인과 나눠 쬐고 싶었던’ 순정한 사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겨울의 끝자리, 전주한옥마을에서 『달나라 청소』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하상욱 시인(1967~2023)은 남원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남긴 『달나라 청소』을 윤동주 시집 이후 가장 순정한 유고시집이라 하겠다. 시인에게 ‘세상은 아름답기만 한 것도, 그렇다고 노엽기만 한’ 것도 아닌 ‘쪽문 앞 개망초 작은 꽃들을/ 쪼그리고 앉아서 보듯’ 사는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일제 강점기의 비루함을 고결한 영혼으로 이겨냈듯이, 하상욱은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노골적인 인간 소외를 맑고 깨끗한 눈빛으로 견디려 했다. ‘죽음이 삶을 껴안든/ 삶이 그 무엇을 껴안든’ 살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상처를 여행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사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너무 많이 가지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수학 기호인 루트를 보면 모자를 벗기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그만 하면 됐다고, 모두가 자본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데 열중할 때 한발 벗어난 고독한 생의 응시를 통과하느라 시인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상욱 시인은 타인의 가쁜 숨소리도 들을 줄 아는 시인이었다. “항아리가 숨을 쉰다는 얘길 들었다/ 항아리가 숨을 쉬니까 그 속에 담긴/ 된장도 고추장도 숨을 쉴 거다/ 된장도 고추장도 숨을 쉬니까/ 된장을 푼, 고추장을 풀어 끓인 찌개도 보골보골/ 숨을 쉴 거다 /(……)/ 이리저리 치이다 돌아온 당신도/ 숨을 쉬며 살아가는 거다”(‘항아리’ 일부) 시인은 이제 광란의 질주를 멈추자고 한다. 뉴스를 켜면 모두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에서 하상욱의 시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무어라고 몇 줄 썼다가 지웠다/ 눈이 내리는데 계속 걸었다/ 뒤돌아보면 내가 함부로 찍어 놓은 발자국들/ 눈이 조용히 덮어 주고 있었다/ 간다고 가는데 언제나 여기였다/ 다시 몇 줄 썼다가 지웠다/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 보면 저기가 다시 여기가 되고/ 가다가 멈추면 동그란 무덤이 생겼다…”(‘눈 오는 아침’ 일부) 『달나라 청소』를 읽으며 이 좋은 시들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퍼졌다. ‘그리워도 볼 수 없는 것’ 중에서 그의 이름도 추가되었다. 한밤중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하상욱이 없는 이 세계의 ‘눈발 속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그의 짧은 시를 소개하면 글을 마친다. “기차는 길다/ 괴로움의 증거다// 달려가라/ 달려가라”(‘기차’) 시인을 힘들게 했던 겨울이 지나갔다. 지난 사랑은 언제나 비극이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박태건 시인 1995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에 당선됐다. 시집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로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나바위성당 팔각창문 아래서> , <익산문화예술의 정신>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3.05 18:27

순수한 동심의 세계, 송경자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

개학 첫날 새 교실로 들어선 어린이가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새로워 두리번거리며 교실을 둘러봤다. 어엿한 2학년이 되었으니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교실과 복도를 머릿속에 그리며 화장실도 가지 않고 기억했는데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1학년 교실로 돌아갔다. 어린이는 ‘아차, 나 2학년이지!’ 화들짝 놀란다. “두리번두리번 새 교실/선생님과 친구들도 새롭다//이제 나는 2학년/실수하면 안 되지//교실과 복도를 머릿속에 그리며/화장실도 안 가고 기억했는데//급식 먹고 오다가/나도 모르게 들어갔다/1학년 교실로 쏘옥//아차, 나 2학년이지!” 송경자 시인의 동시 ‘개학 첫날’의 전문이다. 사실 개학 첫날에는 고학년 어린이나 청소년도 교실을 곧잘 헷갈리곤 한다. 시인은 주인공 어린이의 서툴지만, 순수한 마음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이제 나는 2학년, 실수하면 안 되지’란 다짐에 흐뭇함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릴 어른 독자들도 많을 듯하다. 송경자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책고래)에는 자연과 계절, 학교생활과 가정생활 등을 창의적인 생각과 참신한 비유로 엮은 55편의 동시가 독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분홍 벚꽃잎이/봄바람에 흩날린다//하늘하늘 날리는 꽃잎 잡으러/폴짝폴짝 휙휙//손바닥에 살포시 앉은/작은 꽃잎 하나//내 소원 담아 훨훨 날아간다”(‘나비가 되어’ 전문) 나비처럼 귀엽고 예쁜 동시 ‘나비가 되어’는 벚꽃잎을 잡으러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면서 피식 웃음이 나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준관 시인은 서평에서 “송경자 시인의 동시는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시”라며 “동시들이 따스하고 온유하고 포근해서 그의 동시를 읽으면 행복하다”고 했다. 저자는 아동복지 교사로 아이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그동안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공저) 그림책 <마술떡>, 수필집 <좋은 하루 되세요>(공저) 등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3.05 17:09

담담함과 허허로움으로 채운 송하선 시인의 아흔 무렵의 이야기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노래하는 시인, 송하선 시인이 시선집<아흔 무렵의 이야기>(푸른사상)를 펴냈다. 현실에 대한 민감한 반응, 예리한 관찰과 비판, 불의와 부정을 고발하고 저항하는 개결한 정신의 발로가 시 또는 시인의 한 역할일 수 있다면, 송 시인과 같은 애정과 연민, 동정과 포용으로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고 긍정하는 자세 또한 중요한 한 기능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작품에서는 시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정서를 만날 수 있으며, 인간과 사물을 관조하는 따사롭고도 맑은 눈을 마주할 수 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조금은 먼 거리에서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시 ‘꽃’ 전문) “지금은 시인이 되어 있다지만/ 문단의 말석에 있는 시인이다,/ 그러나, 누구처럼 막걸리 마시며/ 떠도는 시인이 아니라/ 정직한 시인이 되어야지”(시 ‘어떤 시인이 될까’ 전문) 이처럼 잠시 들여다본 송 시인의 작품에서도 보이듯 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개안, 삶에 대한 통찰과 관용의 정신,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를 통해 시인은 마침내 자연과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현자의 세계에 이르러 있음을 넉넉하게 알려주고 있다. 장석주 문학평론가는 송 시인의 작품을 “송하선의 시들은 우리 시를 휩쓸고 지나간 민중 시도 아니요, 해체 시도 아니요, 생태 시도 아니다. ‘나’의 개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내는 소박하고 조촐한 서정시의 세계다”며 “개체의 경험 중에서도 숭고하고 장엄한 것보다는 자연이나 가족, 이웃, 나날이 일상과의 교섭에서 이뤄지는 하찮고 사적인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고 평하며 그의 시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송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아흔 무렵에 으르러 아내와 결혼 62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시 62편을 모았다”며 “시집 제목을 아흔 무렵의 이야기로 정했다. 이야기는 소설을 흔히 말하지만, 굳이 이야기라 한 것은 이제 90의 나이가 돼가니, 간디가 물레를 잣듯 말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13권 시집에다 펴낸 시편들이 700여 편의 범작일 뿐, 명작이 없다. 그러나 오직 한길로 한 걸음으로 걸어온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제 출생인 그는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인 그는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 목정문화상, 한국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는 <다시 長江처럼>, <몽유록>,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3.05 17:01

소멸해가는 시간과 사랑의 마음 담아, 유대준 시집 '기억의 그늘을 품다'

솔직한 언어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유대준 시인이 시집 <기억의 그늘을 품다>(현대시학사)를 펴냈다. 시인은 한층 선명해진 주제의식과 깊은 사유로 매혹적인 시세계를 펼쳐 보인다. 자신만의 화법과 심안을 갈고 닦은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천천히 소멸해가는 시간과 사랑의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늦은 귀가를 기다리다/이불 돌돌 말아 고치 집 지은 그녀를 본다/머리 쪽에 숨구명 하나 나 있다/처마 낮은 방에 엎드려/등이 가렵다고 피 나도록 긁으며/삶이 쓴 약 같다던 그녀가/(…중략…)/손에 단단한 각질을 새긴 그녀는/깨워도 깨워도 꿈쩍하지 않는다//우화등선의 꿈을 꾸는지”(‘아내의 잠’ 중에서) 시인은 원시적인 감각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사랑에 투신한다. 연민을 앞세우지 않은 담백한 시선과 흘러간 세월을 묵직하게 녹여낸 시편들은 서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 해설을 통해 “특별히 이번 시집에는 삶과 사물을 향한 투명한 시선과 그 시선을 통한 섬세한 기억의 매무새가 견고하게 결속되어 있다”며 “남다른 기억의 힘으로 지난날을 재현하면서 그 시간을 항구적으로 긴직하려는 꿈의 세계에서 발원하고 완성되는 언어예술”이라고 밝혔다. 삶과 시를 대하는 시인의 진실한 마음과 진지하면서 겸허한 태도가 깊이 와닿는 시편들은 그가 30년 동안 쌓아 올린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져 '이야기 시'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시집에는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53편의 시가 담겨있다. 완주 고산에서 태어난 유대준 시인은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원광대 문예창작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전북시인협회장과 전주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전북시인해양문학상 대상과 전북문학상‧전주문학상‧여산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3.05 15:00

한국신문협회"뉴스 저작권 보호 위해 AI 기본법·저작권법 개정해야"

한국신문협회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과 ‘저작권법’ 개정 의견을 국회와 정부 등에 제출하고,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 관련 조항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4일 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제정된 ‘AI 기본법’은 정부가 AI 산업의 △지원 근거와 기준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AI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입법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AI 학습 데이터 기록 보관 및 공개 등의 규정은 빠져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협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AI기본법 개정 의견서에서 AI 개발·활용에 사용된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 조항을 추가하고, 공개 방법 및 공개 항목은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협회는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에는 다양한 창작물과 지식이 포함돼 있다”며 “저작권 보호, 인공지능 기술의 투명성·신뢰성 확보,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 공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뉴스를 별도의 저작권 대상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제출했다. 협회는 현행 저작권법 제4조 1항(저작물의 예시)에서 언론의 뉴스 기사를 ‘그 밖의 어문저작물’에 포괄적으로 규정한 점을 지적하고 “뉴스 기사는 독립적인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법 제4조 저작물의 예시에 ‘뉴스’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뉴스 저작권 침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뉴스 저작물의 보호 및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미흡하다"며 “AI·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논리에 맞는 새로운 뉴스 저작권 보호 법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육경근
  • 2025.03.04 18:11

전주 축제·행사 '비상'...예산 삭감으로 중단 위기

경기 침체와 정부의 긴축 재정 여파로 전주시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신생 문화축제들이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산술적으로 전주시의 축제‧행사 예산은 증가추세지만, 운영비와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예산 자체가 수립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4일 전주시에 따르면 2025년도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1869억 원으로 지난해(1827억원) 보다 2.2% 포인트 올랐다. 올해 축제‧행사 예산도 169억 60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5억 원가량 늘었다. △2022년 133억 원 △2023년 134억 9000만 원 △2024년 144억 2000만 원으로 열악한 재정 여건에서도 관련 경비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전주예술난장'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주문화재단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었던 전주예술난장은 4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과를 거뒀었다. 지난해에는 관광 거점도시 예산으로 행사를 치렀지만 올해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은 예술난장 관련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개최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비용을 확보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재정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추경 편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거리공연 활성화와 지역 예술인 무대 제공 등의 취지로 2023년부터 선보여 온 ‘SING STREET(싱스트리트)’ 역시 올해는 예산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모티브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거리공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기획됐지만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주의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가 된 ‘전주책쾌’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전주책쾌는 지난해 ‘독립 출판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북페어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5000만 원으로 행사를 운영해야 하는 형편이다. 지역 문화계는 비상이다. 전주시가 저비용 고효율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축제의 위상이 훼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해 온 예술인들은 예산 삭감이나 운영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는 “전주시가 문화와 예술의 총체라고 할 수 있는 축제를 ‘돈 없으니까 없앤다’는 마인드로 운영‧관리하고 있다”며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지만, 철저히 문화예술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주시는 재정 여건상 부득이하게 본예산 편성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시의 예산 상황이 어렵다 보니 아쉽게도 본예산에 편성되지 못했다”며 “추경으로 예산을 수립할 계획이 있고, 하반기에 관련 프로그램들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3.04 17:14

신진무용수들의 힘찬 날개짓…우진문화재단 '2025 신인춤판' 연다

취향에 맞는 현대무용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 이유는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속도감 있는 움직임과 객석을 휘어잡는 폭발적 에너지에 감탄하지만, 말이 아닌 몸짓 언어로 공연이 전개되다 보니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진문화재단(이사장 김보라)은 무용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무용계 첫발을 내딛는 신진무용가들에게 공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25 신인춤판’ 무대를 8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신인춤판'은 무용의 신진작가 양성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올해 선정된 안무가는 이민근(26), 이서연(24), 정다연(27) 등 3명이다. 이들은 무대에서 각 15분씩 공연한다. 이민근은 ‘Zebra on grassland’ 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성장을 위해 발버둥친 소년의 내면과 성장 후 자유로운 얼룩말이 된 소년의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민근은 “소년의 성장을 빗대어 온전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얼룩말이 되기까지를 작품에서 표현하고 한다”고 밝혔다. 이서연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공연한다. 현실과 이상(꿈) 그 사이의 경계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정체성과 현실을 뛰어넘는 시공간 속 존재의 의미를 몸이라는 본질적인 매체로 탐구한다. 이서연은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움직임은 꿈의 일부가 되고, 관객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세계에 빠져들어 개개인의 상상을 확장하였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정다연은 ‘오셀로’를 준비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를 모티브로 하여 비극에 대한 판타지적 서사를 춤으로 그려낸다. 정다연은 자신이 받아온 차별의 경험이 불씨가 되어 작은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시작된 의심이 스스로까지 잡아먹게 된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무대에는 함희원 무용수가 함께 올라 더욱 풍성한 공연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2025 신인춤판'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이며 티켓은 전주티켓박스(jjticketbox.com)에서 예매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3.04 15:56

전통에 대한 예술적 가치 음미…소중한 개인전 '고(古) 오브제'

예술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4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소중한 개인전 ‘古: objet(고:오브제)’ 이다.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소병진의 이수자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소중한 작가의 작품 17점을 감상할 수 있다. 소중한 작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작물 완성에 매진해왔다. 그의 작품에 담긴 모도인 ‘고브제’는 고전의 가치와 현대적 상상력의 조화를 의미한다. 이는 가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예술로서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의도이다. 작가는 단순히 ‘가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예술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에피소드, 디테일, 유머까지 신경 썼다. 실제 그가 제작한 책상이나 약장, 티테이블 등에서 나무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 가구를 만드는 마음, 흥미로운 디자인 등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전통 목공예 기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대칭 미로 물질의 변화와 새로운 물성의 탄생을 숭고하게 보여준다. 교동미술관 관계자는 “전통 문양과 형태 기법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특별한 경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중한 작가는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소병진 선생의 차남으로, 아버지의 전통을 이어받아 소목장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상,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문화유산청장상, 전북특별자치도 공예품대전에서 금상 등을 수상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3.03 19:03

60명이 그려낸 작은 그림, 일상의 따뜻함을 전하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작가 6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젊은 작가부터 중견 작가의 작품까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유휴열 미술관(관장 유가림) 기획전 ‘제4회 Art Moak – 작은 그림展’이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작품을 일상에서 가까이 느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책상 앞이나 거실 모서리 혹은 사무실의 빈 공간에도 어울릴 작은 그림으로 60명의 작가들이 함께한다.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들은 전북 화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서양화가 이가립을 비롯해 구경아, 김귀복, 김근미, 김미정, 김분임, 김상덕, 김상태, 김승주, 김승진, 김신교, 김영란, 김용석, 김용수, 김정미, 김지우, 김판묵, 노정희, 류인하, 박성수, 박현철, 백금자, 서정배, 서혜연, 송영란, 송지호, 유대영, 유승옥, 윤완, 이기홍, 이미영, 이어서, 이일순, 이적요, 이정웅, 이철규, 이홍규, 장석수, 장영애, 장우석, 정인수, 정재욱, 정해춘, 조현동, 주미희, 주인영, 진창윤, 최계영, 최동순, 최분아, 최석우, 최은우, 최은혜, 최은희, 최지영, 탁소연, 한은주, 한준, 홍승구, 황금화 등이다. 전북을 넘어 한국 화단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긴 이들부터 지역 대표 작가로 발돋움한 작가, 개성 있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유가림 관장은 “뒤숭숭한 일상이지만,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의 풍경과 순간을 담은 그림을 한데 모은 만큼 잠시라도 행복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관람은 휴관일(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문의 (063)222-7510.

  • 전시·공연
  • 박은
  • 2025.03.03 14:28

[안성덕 시인의 풍경]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하늘이 유난히 쨍했습니다. 코끝이 찡했습니다. 지니, 지안, 한결, 하준……, 차례차례 단상에 나갔지요. “만들기를 좋아하는 지니”, “발레를 잘하는 지안이”, 저마다의 이름 앞에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을 붙여주었습니다. 졸업장을 들고 선생님과 찰칵찰칵 영원할 순간을 붙잡았습니다. 차마 말을 못 잇는 누리봄 반, 가온해 반, 이든샘 반 선생님의 작별의 말 아랑곳없이, 녀석들은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고 엄마와 눈을 맞추느라 사각모가 삐뚤어졌지요. 제38회 졸업식, 행여 첫해 두 해쯤 졸업생은 엄마 아빠로 왔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올해도 초등학교 폐교가 여럿이라는데 참 행복한 풍경이었지요. 방긋방긋 유치원 졸업앨범을 들고, 노랑 분홍 꽃다발을 안고 온 지니랑 동네 중국집에 갔습니다. 전설처럼 추억처럼 탕수육과 짜장면을 둥그렇게 먹었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갑자기 눈앞이 가물거린 건 침침해진 눈 탓만은 아니었겠지요. 2025년 2월 21일 밤,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렸습니다. 녀석들 제 걸음 폭만큼 발자국 또박또박 찍으라는 듯, 제 색깔대로 그려보라는 듯 커다란 도화지가 펼쳐졌습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03.01 08:00

전주한지 보존·산업화·세계화 ‘성과 공유’

전주한지의 전통 보존과 계승, 산업화, 세계화에 앞장서온 전주시와 신협중앙회가 지난 6년간의 활동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와 신협은 27일 전북대학교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전주시 한지산업 관계자와 신협 임직원 등 2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한지 민·관 협력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시와 신협은 지난 2018년 12월 전주한지협동조합과 함께 ‘한지산업 활성화 및 한지상품 수요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K-한지마을 조성 △전주국제한지산업대전 개최 △4대 궁 및 종묘 전통 창호지 지원 △전통한지 원료 국산화 △전주한지협동조합 설립 △한지 생활용품 연구개발 △전주한지장 후계자 양성 △전주한지 활용 사회공헌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원재료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온 전통한지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추진한 닥나무 식재 사업은 시와 신협이 중점 추진해온 사업으로, 전주한지의 계승과 원형 보존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으로 손꼽힌다. 이를 위해 시와 신협은 지난해 전북지방환경청,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와 협약을 맺고, 익산 왕궁의 축사 매입지를 활용해 닥나무 식재지를 연차별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 전주 전통한지의 맥을 잇기 위해 한지 후계자를 양성하고, 전통한지를 활용한 전주한지마스크 41만 장 후원과 전국의 취약계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신협철도 999’ 기차여행 및 전주 전통문화체험 등의 사회공헌 사업도 전개했다. 이에 시는 이날 행사에서 신협의 대표 지역특화사업인 전주한지 활성화 사업을 위해 헌신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에게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전주시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그동안 좋은 파트너로 사업 추진에 함께 고락해 온 전주시에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전주시와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신협의 국제적 조직망을 이용해 전주한지의 산업화, 세계화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성과공유회에서는 ‘전주한지 미래비전’도 선포했다.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이 낭독한 전주한지 미래비전에는 △전주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원 △전통한지 원료 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닥펄프 가공공장 건립 △전주한지 발전을 위한 민·관·산·학의 협력 강화 등을 염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시와 신협중앙회가 함께해 온 전주한지 활성화 사업은 민관협력체계 구축의 좋은 본보기”라며 “전주시도 지속적인 지원과 사업 발굴로 전주한지가 보존의 영역에서 산업화의 영역으로 확장돼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강정원
  • 2025.02.27 18:14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