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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차가운 겨울이 드리운 농촌, 예방이 온기를 지킨다

기온이 본격적으로 내려가면서 실내활동과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매년 반복되는 계절 변화이지만, 이 시기가 유독 위험한 이유가 있다. 바로 겨울철 화재 발생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며, 특히 농촌이 많은 우리 전북 지역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최근 수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그 현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우리 도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 67명 중 64.2%가 농촌 지역에서 발생했고, 그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74.4%에 달한다. 농촌 거주·고령층이라는 두 요소가 겹치면 화재 대응력이 떨어지고 대피가 어려워지며, 결과적으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농촌 지역의 특성도 위험 요인을 키우는 주요한 배경이다. 주택이 도심보다 넓게 분포하고, 이웃 간 거리가 멀어 위험 상황 발견이 늦다. 소방력 접근에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초기 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1인 고령가구 증가, 거동이 불편한 주민 비율 확대 등 사회적 변화는 화재 대응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화재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지만, 취약한 환경에서 발생할 경우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진다. 올해 도내 곳곳에서 발생한 주택화재 사례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냉장고 과열, 전기배선 단락, 아궁이 부주의, 난방기구 관리 소홀 등 대부분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예방 가능한 원인들이다. 부주의와 고령층의 대처 곤란이 겹칠 때 피해는 더 커진다. 특히 농촌지역의 주택 구조는 노후된 시설이 많고 거주환경이 취약해 불씨 하나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소방본부에서는 올해 겨울 ‘찾아가는 안전교육’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화재예방대책을 추진한다. 5,300여 개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가 직접 마을회관을 찾아가 교육을 실시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세대나 화목보일러 사용가구 등 취약가구를 방문해 안전점검을 병행한다. 또한 3,500개 마을에서는 세대방송 수신기를 활용해 매주 화재예방 방송을 송출하고, 이장단 교육을 통해 마을 단위의 안전전파 체계도 구축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이러한 예방 중심의 접근은 화재 발생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요한 노력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재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되며, 이 부주의를 줄이는 힘은 결국 주민들의 일상 속 실천에서 나온다. 난방기구는 잠들기 전에 반드시 전원을 끄고, 전기장판은 접거나 구부리지 않으며, 오래된 전선은 제때 교체해야 한다. 화목보일러 주변에 쌓인 가연물은 사소해 보이지만 큰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어렵지 않은 생활수칙이지만, 이를 지키는 습관이 결국 생명을 지키는 첫 번째 장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살피는 공동체의 힘’이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에서는 이웃의 작은 관심이 화재 피해를 막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평소 혼자 지내는 어르신 댁을 둘러보고, 난방기구 사용 상태를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겨울철 화재는 예측 가능한 위험이며, 대부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올겨울만큼은 우리 모두가 한 번 더 주변을 살피고, 집 안의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전북특별자치도의 농촌 곳곳은 더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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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11.26 18:19

[기고] 배움은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립니다

우리는 종종 ‘배움은 자신을 성장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나를 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더 깊어지는 법이다. 심폐소생술(CPR)은 그 대표적인 예다. 한 번 배운 기술이 누군가의 인생을 되살릴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심정지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만 명이 급성심장정지로 쓰러진다. 생존율은 여전히 10건 중 1건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히 병원 밖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더욱 낮다.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이 가정 내에서 쓰러지지만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평균 7분이 걸린다. 뇌세포는 단 4분만 산소 공급이 끊겨도 회복이 어렵다. 결국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구조 활동이 시작되기 전 주변 사람이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심폐소생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의식이 없고 숨이 멎은 사람이라면 119에 신고하고, 가슴을 강하고 빠르게 눌러야 한다.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있다면 안내 음성에 따라 차분히 사용하면 된다. 단 몇 분의 행동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망설인다. 오래전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배웠던 이론이나 희미하게 남은 기억만으로 시행한 심폐소생술이 환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 가능성이 2~3배 높아지지만, 정작 이를 시도한 일반인은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 심폐소생술만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자 생명안전의 출발점이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교육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제는 누군가 쓰러져도 도와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 번의 배움이 생명을 살리고, 그 경험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러한 배움이 생명을 살린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부안에서는 적십자 봉사원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통해 쓰러진 어르신의 생명을 구했고, 경기와 울산지사에서도 응급처치 강사가 즉각적인 조치로 생명을 살려 표창을 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배움이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즉 교육이 한 사람의 생명을 바꾸는 기적을 만든 셈이다. 심정지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 사무실, 혹은 가족의 식탁 앞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은 선택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의무이며, 그 시작은 한 번의 배움이다. 배움은 결국 행동으로 완성된다.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해진다. 대한적십자사는 그 마음의 가치를 믿으며 누구나 안전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오늘 당신의 배움이 내일 누군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것이고 그 생명이 또 다른 희망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가까운 날, 단 몇 시간만 투자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보자. 그 한 걸음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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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5 18:13

[기고]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와 첨단 AI 반도체를 연결하는 필수 인프라

전력망은 도로망, 통신망과 같은 주요 사회 기반 시설이다. 현대의 모든 산업은 전기의 안정적 공급 위에 성장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전기가 없다면 안전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 한편,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은 전력 소비의 ‘블랙홀’로 불린다. 그런데 급증하는 재생에너지 수요에 맞춰 태양광, 풍력발전소를 지으려 해도 전력망이 없어서 다수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수십 GW 규모의 새로운 전력부하와 연계할 전력망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RE100 기업들은 제때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 여부에 따라 대규모 투자 결정을 망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막힐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지속과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동시에 타결할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핵심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이다. 전북 새만금, 전남 서남권, 경북, 강원 지역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수도권 국가첨단산업단지까지 전력을 원활히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전력망이 촘촘히 연결되어 전력수급 안정성이 강화되면 수도권 첨단산업 기업의 지방 이전도 수월해지고, 대규모 풍력, 태양광 발전 지역은 재생에너지 특구로 성장할 수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 바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이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전력망이 제때 구축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전북지역은 2025년 6월 기준 5.1GW의 재생에너지가 전력망 접속을 대기 중이다. 만약 이 전력이 모두 전력망에 연계된다면 연간 수천억 원의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 효과가 발생하여 지역주민의 에너지 소득이 기대된다. 또한 전력망은 대규모 정전을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태풍, 폭설, 산불과 같은 돌발 상황에도 사통팔달 전력망이 구축돼 있다면 우회 공급을 통해 정전 지역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올해 국회와 정부는 전력망 건설 관련 주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그 시행령을 마련했다. 과거보다 훨씬 강화된 주민과 지자체에 대한 보상과 지원제도를 담았다. 사업시행자는 국가기간 전력망 경과지 보상 조기 협의시 토지주에게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한다. 지자체에는 기존 지역별 지원금의 절반을 추가 지원한다. 송변전 설비 근접지역 또는 밀집지역에는 주민직접지원사업 시행시 지역별 지원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가공선로 경과 지자체에는 선로 길이 1킬로미터당 20억원 한도의 재정적 지원을 한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사업시행자는 10메가와트 미만의 재생에너지 발전 협동조합 설립시 행정적 지원과 전력계통 연계 비용 및 인허가에 관한 지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력망 적기 건설은 주민, 지자체, 정부, 한전이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할 때에만 가능하다. 서로의 이해를 조율하며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적기에 전력망을 완공할 수 있고, 동시에 지역발전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세계는 이미 전력설비 투자를 대규모 확대하는 ‘전력망 슈퍼사이클’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지금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고, 재생에너지는 전력망에 접속되지도 못한 채 버려질 것이다. 이제 전력망 적기 확충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 전략산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시급한 국가적 필수 과제이다. 송승호 광운대 교수·전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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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3 16:16

[기고] K-발효식품 세계화를 위한 국제홍보 전략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제23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전북이 ‘발효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뜻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으로서 이틀간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지닌 세계화의 가능성과 함께 엑스포가 진정한 국제행사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엑스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주관하고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이 주최하여 22개국 326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북 각 지역의 장인들이 손수 만든 발효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며 K-푸드의 뿌리를 이루는 발효문화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람객들은 이미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발효식품에 대해 높은 이해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와 문화적 이미지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효식품이 K-푸드의 토대가 되어 세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K-푸드의 세계화는 결국 그 토대가 되는 발효식품이 진정으로 세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이나 홍보가 아니라, 문화적 이해와 체험을 중심으로 한 ‘관계형 홍보 전략’이다. 외국인들이 전주를 찾아 전북 각 지역의 발효 음식을 맛보고 장인들과 대화하며 한국인의 정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험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곧 한국의 브랜드가 되고, 그 신뢰의 전파가 바로 공공외교로 이어진다.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 행사장 접근성이 낮아 외지 방문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발효의 원리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관람객 구성은 대부분 지역민 중심이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글로벌 식품관의 시도는 흥미로웠으나 언어 장벽과 문화적 거리감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약 현장에서 통역을 통한 직접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면 발효문화를 매개로 한 교감의 순간들이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접근 인프라와 안내 시스템, 언어 지원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주는 발효를 주제로 한 교육형 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객이 직접 장을 담그고 발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확대해 문화적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행사장과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엑스포는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이러한 지역 기반의 국제행사를 국제홍보 차원에서 지원하며 공공외교의 현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공외교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완하고 국민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매개로 세계와 신뢰를 쌓는 관계 중심의 외교이다. 이는 단순한 국가 홍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교다. 이러한 철학을 ‘발효외교’로 정의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북의 발효문화는 지역의 전통을 넘어 세계 속에서 신뢰와 관계를 빚는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성과 기다림이 숙성되어 깊은 맛을 내듯, 신뢰가 쌓일 때 문화는 외교가 된다. 조진이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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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8:52

[기고] 종묘,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일부 시민들 만 누리는 정원이 될 수 없어

요즘 종묘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이냐?를 두고 양측 주장이 뜨겁다. 한 쪽은 세계유산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분별한 개발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건물 높이가 세계유산에 그늘을 만들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한다. 급기야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유네스코가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인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 나라의 정치·예술·건축기술을 총망라하여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으로서 인정하고 보존과 전승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볼 때 그 문화가 다르면 공간지각도 달라진다. 세계 어디를 가던지 천편일률적인 고층빌딩과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문화적 소산과는 보는 이들에게 확연히 다르게 인식된다. AI혁명 속에 전 세계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발전한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것과 새롭게 들어설 도시 구성요소 간의 위계를 정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전쟁 중에도 상대 나라의 문화유적을 파괴하려는 과오는 역사 속에서 단 한번도 정당화되지 못했다. 인류가 과거의 경관을 복원하거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경관을 유지하려는 것은 그 문화현상과 지역과의 결합, 그에 따른 도시의 발전단계 및 지역간 차이의 위치를 정립하고 앞으로의 조화로운 발전 방향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일군 문화는 오늘날 진정한 호혜와 인간 평등의 상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문화적 상징성 속에 내재된 문화주권은 한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문화는 인류의 보편성과 평화의 상징으로 일부 사회계층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서도 안된다. 세계유산은 그런 의미에서 인류 모두의 것이고 미래세대도 이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오늘의 종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보존과 개발의 상충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우리 국가와 민족을 대표할 자존심과 편익과 경제성이 위계를 정하는 과정을 두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종묘는 도시 속에 영역을 가진 하나의 물리적 건축물만이 아니다. 이는 종묘의 입지단계에서부터 고려된 공간의 특성과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에 의한 초고층 건물은 주변 건물보다 규모가 매우 커서 주변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위압적 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건물 주변에 고층건물이 올라감으로써 종묘 같은 세계유산은 상대적으로 작고 볼품없게 느껴진다. 더욱이 전통공간에 인접한 이질적 요소는 국가유산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단순히 건물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화성의 허용한계를 초과하면 본래의 위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 위계에는 한 나라의 문화 예술 민족정신의 가치가 반영된다. 쉽게 말해 주변의 초고층 건물은 누가 보더라도 종묘보다 위계상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들의 신주를 보관하고 제례를 봉행하는 신성한 곳이자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종묘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깨져서는 안된다. 가장 성스러운 공간의 남쪽에 142m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가 그 건물을 향해 제사지내는 모양새로 오인되기 쉽다. 충과 효의 정신을 간직한 문화적 이미지를 왜 편의와 경제성으로 도전하려 하는가? 아니면 초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볼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전망좋은 정원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이 선택은 우리가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무는 후손들을 위해서 세계유산인 종묘를 온전히 지켜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신현실 우석대 국제교류원장·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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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9 17:35

새만금 융합도시를 구축하라

2년 전 대한민국의 미래도시 새만금특구지정을 간절히 바랬던 기고를 다시 한 번 소환한다. 대한민국 각 시도의 인구분포도를 보면 전체적인 인구감소의 영향을 떠나서 갈수록 농어촌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고 소도시는 그야말로 정지된 상태로 급변하게 변하고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의 소멸은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상실하게 만든다. 수 년 전부터 이와 같은 현상을 대비하기 위하여 타 시도의 단체장들은 중소도시의 통합에 앞장서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입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하여 외부 인사를 초정하여 귀촌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필자 역시 금년에도 강원도 춘천까지 달려가 귀농과 귀촌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한 생활법률 강의를 한바 있다. 이는 지역 인구증가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것이다. 결을 같이하여 주변지역통합으로 걸 맞는 대단위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여 인구의 유입을 위한 통합의 모델은 어느 모로 보나 손해날 일은 없다고 본다. 우선 수 년 전부터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이 어찌보면 필연이기도 한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인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속칭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사고는 망부석처럼 단단하여 어지간해도 영 깨어날 줄 모르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로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독자적 시로 승격하자는 모임을 결성하여 언론 등에 표명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완주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행정가들의 지역 발전 연구 결과는 토막토막 나누어진 시·군의 경계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의 일부가 변경된 역사까지 이루어 놓은 새만금은 전북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융합지역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의 허브가 되고 환황해권의 미래적 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천혜의 땅이 엉 뚱한 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의 관할권 분쟁이다. 당연히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분명히 각 지역에서의 관할권 주장은 이유가 있기에 중앙정부 역시 판가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꼭 새만금을 어느 한 지역에서 관할을 하여야 하는지 그래야만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전국 각 지역이 활발하게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통합하여 실패한 지역은 하나도 없다. 통합하여 지역이름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곳이 마산·창원·진해다. 통합 특례시명을 마산시로 할 것인지 창원시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창원시로 한지가 10년을 넘기고 있고 인구가 2025년말에는 100만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군산·김제·부안 역시 서둘러 통합하라. 세 지역이 새만금을 품에 안고 세계로 웅비하라. 이 지역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각자 갖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새만금의 무궁한 터전은 잠재워진 지역갈등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핵융합적 효과로 직결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초가삼간이 수용할 능력과 저택이 수용할 능력 그리고 거대한 빌딩이 수용할 한계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가 들어선지도 30년이 넘는 현재는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든든하게 정착되어 주민과의 소통이 완벽하리 만치 밀착관계가 형성되었다. 군산·김제·부안 정부기관과 지역의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한다면 통합의 도시는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확신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도민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새만금특례시인 융합도시가 새로운 이름으로 빨리 탄생하여 대한민국의 미래 거점 도시로 태어나기를 촉구한다. 이형구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상임본부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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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8 18:19

[기고] 남원의 내일, 시민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있다

다가오는 2026년 6월 3일, 전라북도지사와 교육감, 남원시장, 그리고 시·도의원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를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원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다. 그러나 시민들 마음속에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는 공직자, ‘시위소찬(尸位素餐)’형 인사들 때문이다. 시위소찬이란 아무런 능력과 공로 없이 자리를 지키며 녹만 받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자리는 명예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의 자리다.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직자는 지역 발전과 주민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거리마다 수없이 걸린 선거 현수막에는 화려한 직함과 얼굴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 중 상당수는 실질적 활동이 거의 없는 ‘명예직’에 불과하다. 이름 뿐인 회장, 부위원장, 자문위원 등은 마치 큰일을 한 양 포장하지만, 이는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명함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었는가이다. 시민들은 ‘말 잘하는 사람’보다 ‘실천하는 사람’을 원한다. 남원과 같은 인구소멸 위기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덕목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첫째,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이다.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조정하며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을 지배가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대하며, 작은 민원에도 진심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 해결과 통합의 리더십은 행동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청렴과 공정성이다. 뇌물이나 특혜와 단호히 선을 긋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공익을 우선하며, 공공사업 예산 집행의 투명성 강화, 주민 참여 예산제 확대 등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청렴은 단순한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역량이다. 셋째, 지역 맞춤형 정책 기획 능력과 전문성이다. 남원의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정책·교육·법령·예산 등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며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고령화 등 지역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IB교육의 도입, 서남대부지활용, 중앙정부와 연계한 예산확보 등 지역 특화 프로젝트를 실현할 역량이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마케팅 디지털화, 지역 특산물 브랜드화를 통해 남원시민의 소득증대로도 연결되어야 한다. 넷째, 미래 비전 제시 능력이다. 급변하는 AI 시대와 인구 감소에 대응해 청년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 유입 및 정착 계획, 지역 산업 구조 재편, 디지털 기반 관광·농업·문화 산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남원은 고령 인구 비율의 급증으로 원격의료·돌봄 서비스 확대, 치매·독거노인 모니터링 시스템, 고령층 체류 환경 개선 등 어르신 친화 정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다섯째, 겸손과 봉사정신이다. 공직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의 자리이다. 회의와 말잔치로 시간을 보내는 리더가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실천형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위의 덕목을 얼마나 실천해 왔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진정성을 보였는지,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무능한 자가 공직을 차지하면 백성은 고달프다. 남원발전의 열쇠는 바로 시민의 손에 쥐어져 있다. 현명한 선택으로 시위소찬이 아닌 진정한 리더를 세워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남원발전을 이루도록 하자. 김대규 남원발전연구소 부소장·남원미래연합의원 이사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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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7 18:43

[기고]새만금 보물섬이 크루즈를 부른다

기억을 두드리는 풍경이 있다. 그리움이 맞닿아 내는 해공(海空)의 쪽빛에 눈부신 63개의 섬들이 알알이 흩어져 있는 곳. 야미도, 신시도, 선유도… 하나씩 불러내는 이름과 함께 어느덧 40여 년이 훌쩍 넘은 옛 유년의 항로에 점벙점벙 추억을 적시고 가는 친구가 있다. 이 섬을 오가며 군산에 학교를 다니던 짝꿍이다. 여름방학 때 그 친구를 따라서 3시간을 뱃멀미와 씨름하며 어렵게 도착했던 고군산군도. 어린 마음을 흔들던 빼어난 풍광에 인생 첫 낚시를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고향 군산에서 새만금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그래서 곳곳에 숨어 있는 천혜의 자연과 보물 같은 명소를 간직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중의 하나인 고군산군도는 신선들이 놀고 갔다는 선유도를 비롯해 무녀도, 신시도, 장자도, 비안도, 야미도 등 다양한 섬들이 군락을 이루는 명소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고군산군도는 서남해의 세곡이나 특산물을 운반하기 위한 바닷길의 중간 기착지이자, 관청과 객관이 있어 사신이나 상인들이 묵어가는 곳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2022년에는 미국 CNN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된 관광지 18곳 중 한 곳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해 일하면서 무궁무진한 새만금의 매력을 정말 아름답게 한번 가꿔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한 새만금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새만금개발청은 내년에 개항하는 새만금 신항을 거점으로 크루즈 관광산업을 추진하여 고군산군도 등 새만금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세계에 알리는 새 물꼬를 틀려고 한다. 지난달에는 홍콩을 방문해 글로벌 해운서비스 기업인 월렘 그룹과 ‘기막힌 타이밍’을 가졌다. 월렘 그룹은 120년 전통을 가진 글로벌 선박과 해운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크루즈 선사의 항만 기항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의 크루즈 유치를 위한 민간 네트워크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월렘 그룹과의 협약 체결은 선사 연결 창구 확보와 마케팅 기반 구축 측면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 이날 홍콩관광청, 코스타크루즈, 로열캐리비언과 면담을 통해 새만금 신항만이 한·중·일 노선의 신규 목적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의미 있었다. 로열캐리비언과 코스타크루즈는 새만금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두 선사 모두 황해권 항로의 다양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새만금항의 한·중 황해권역 신규 기항지로서의 지리적 접근성과 새만금 관광개발 계획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새만금의 가능성을 엿본 만큼 완성도 있는 크루즈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거점항만 중심의 크루즈 인프라 실행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새만금 신항 내 크루즈 전용 부두와 터미널 기본구상, CIQ(세관·출입국·검역) 시설 조성, 선사 유치 전략, 국제 협력 강화 방안 등이 핵심 내용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과 함께 2028년에는 새만금에 크루즈가 머물 수 있도록 협력을 확대하고, 인프라 구축과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경험하면서 종국에는 꼭 한 번은 찾아가야 할 보물섬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새만금 보물섬에 세계 각국의 크루즈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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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6 18:27

[기고] 새만금 국제공항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시켜야 한다

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민의 간절한 인내와 기다림 속에 34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방조제가 완공되고, 2024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내부 도로가 개통되며 바닷속에 묻혀 있던 대지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수많은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전북도민들은 새만금의 완성과 이를 통한 지역 발전, 나아가 국가 균형 발전의 대의를 믿으며 묵묵히 기다려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개발이 속도를 내자 도민들의 마음은 오랜만에 설렘과 희망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있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새만금을 세계와 연결하는 관문이며, 미래 산업단지와 수출입 물류기지, 관광산업의 핵심 동력이다. 공항이 없으면 새만금의 청사진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가 전략 인프라로서, 전북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완성할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었다는 소식은 도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사유가 ‘조류충돌 위험’이라는 점이다. 조류충돌은 전 세계 모든 공항이 공통적으로 관리하는 사안이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매립지 위에 건설되었지만, 첨단 탐지 레이더와 서식지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해공항과 군산공항 등도 동일한 위험요인을 기술적으로 극복하며 수십 년간 무사고 운항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새만금 공항만을 조류충돌 가능성 하나로 멈추게 한다면 이는 균형을 잃은 판단이다. 자동차 사고 위험이 있다고 도로를 없애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새만금 공항 사업은 초기부터 환경평가와 위험 분석을 거쳐 대응책을 마련해 왔고, 과학적 관리체계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조류충돌을 명분으로 국가 핵심 인프라를 중단시키는 것은 도민의 염원과 국가 비전을 가볍게 짓밟는 일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피해는 막대하다. 수십 년간 지체된 새만금 사업은 또다시 좌초될 것이고, 국내외 투자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전북은 다시 낙후의 늪으로 빠지고, 신재생에너지 허브와 글로벌 물류 중심지 등 국가 전략사업도 연쇄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법원은 이 사안을 단순히 지역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익과 미래 발전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조류충돌 위험은 관리로 극복할 수 있지만, 사업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지역 사회의 상실감은 되돌릴 수 없다. 전북도민들은 지난 34년간 수없이 기다려왔다. 그 기다림 속에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지만, 새만금 완성에 대한 믿음만은 놓지 않았다. 법원이 이번에도 그 꿈의 발목을 잡는다면 도민들의 마음은 또다시 산산조각 날 것이다. 조류 한 마리의 충돌 가능성이 사람들의 미래와 국가 발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대역사다. 법원은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을 현명하게 기각하여,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소외된 전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곧 국가 균형 발전을 향한 정의로운 판단이며, 34년을 기다려온 도민의 염원에 응답하는 길이다. 추원호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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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3 18:29

[기고] 전북교육청 승진제도, ‘투명성’으로 ‘동기 부여’ 완성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 잘하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며 성과 중심의 승진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정작 핵심적인 선발 과정이 ‘깜깜이’에 가려져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는 격무를 기피하는 공직풍토를 개선하고, 묵묵히 성과를 내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는 매우 긍정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교육청은 승진 예정 인원의 80%는 기존의 역량평가 등을 활용하고, 나머지 20%는 ‘업무능력 우수자’를 발탁하는 투트랙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업무능력 우수자’ 선발 제도가 시행 3년 차를 지났음에도, 핵심적인 선발 결과가 ‘비공개’라는 장막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에서조차 누가, 왜, 어떤 실적으로 ‘업무 우수자’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깜깜이 인사’는 교육청이 내세운 ‘조직 몰입과 동기 부여 강화’라는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제도의 취지는 성과를 낸 소수에게 보상을 주어 다수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과정을 알 수 없는 다수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 대신 불신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혹시 정실 인사가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의혹과 갈등만 확산시킬 뿐이다. 이는 ‘성과 중심’의 제도를 ‘과정 불신’의 제도로 전락시키는 심각한 모순이다. 물론 인사부서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소지를 우려해 명단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일 수 있다. 공무원의 평가 결과는 민감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면 공개가 아닌 제한적 공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교육청에 명단을 일반 도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내부 구성원에게, 내부 행정 전산망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법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이다. 판례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근평 점수나 순위 같은 ‘세부 평가 내용’이지, ‘업무 우수자’로 선발되었다는 ‘선발 트랙’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업무능력 우수자’라는 명칭은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아닌, 조직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적인 명예’다. 교육청 스스로가 공인한 인재를 ‘사적 영역’이라며 숨기는 것은 그 명예의 권위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비공개 원칙은 당당하게 실력으로 선발된 우수자들의 명예마저 훼손하고 있다. 투명하게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이 그들이 정당한 ‘실적’으로 인정받았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하고, 억울한 의혹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미 ‘성과 중심’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투명성’이라는 마지막 한 조각을 더해 정책을 완성해야 한다. 내년 1월경 발표될 ‘2026 인사행정 운영계획’에는 ‘업무능력 우수자’ 명단을 내부망에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반드시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동기 부여’라는 목적은 ‘공정한 과정’이라는 신뢰의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 이제 전북교육청이 그 토양을 단단히 다져야 할 때이다. / 김형기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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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2 18:11

[기고] 동굴을 벗어나 빛으로…완주-전주 통합이 국가 전략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전라북도는 생존을 위한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인구 감소, 산업 정체, 예산 격차는 더 이상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과제다. 이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은 바로 ‘완주-전주 행정 통합’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인간이 진실을 깨닫기까지 겪는 고통을 설명했다. 지금의 전북은 마치 동굴 속 죄수처럼, 행정 경계라는 그림자에 갇혀 있다. 교통망은 단절되고, 투자와 예산은 중복되며, 경쟁력은 분산된다. 이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한 채 살아온 지난 시간은 이제 끝나야 한다. 통합은 그 사슬을 끊고, 동굴 밖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지성의 결단이다. 1988년 광주가 광역시로 승격될 당시, 전주와의 예산 차이는 229억 원이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무려 5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동력을 잃게 만든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또한, 완주군은 최근 3년간 전라북도 내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 증가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주와 인접한 삼례읍, 용진읍, 이서면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읍면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를 넘어, 완주의 독립적 성장보다는 전주와의 생활권 통합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행정 경계는 여전히 나뉘어 있지만, 주민들의 삶은 이미 하나의 도시권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출퇴근, 교육, 소비, 문화 활동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전주와 완주를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경계는 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통망은 단절되고, 예산은 중복되며, 도시계획은 분산되고 있다. 이는 마치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처럼, 실체가 아닌 그림자에 갇혀 있는 상태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이미 통합된 생활권인데, 행정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인구 73만 명, 면적 1,027㎢의 대도시가 탄생한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기능 중심 특례시’로 지정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례시는 광역시급의 행정 자치권과 재정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국책사업 유치와 글로벌 기업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 전주시는 이미 2040년까지 100만 광역도시를 목표로 수소·AI 산업 육성, K-문화관광벨트 구축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통합을 전제로 한 전략이며, 완주와의 결합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완주 군민의 우려는 타당하다. 그러나 통합은 손해가 아닌 혜택의 ‘더하기’다. 정부는 통합 시 12년간 기존 복지 유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더 유리한 혜택을 선택 적용하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특별 지원금과 교부세는 완주 지역에 집중 투자되며,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부동산 가치 상승이라는 실질적 이익도 기대된다. 행정 접근성 역시 개선된다. 통합 시 4개 이상의 행정구 설치, 보건소 분산 배치, 택시사업구역 통합, 시내버스 노선 확대 등으로 농촌 외곽 지역의 생활 편의가 대폭 향상된다. 정체성 문제도 ‘완주’가 포함된 특례시 명칭 공모 등을 통해 군민의 자부심을 반영할 수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이는 전북의 생존 전략이며,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동굴을 벗어나 빛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통합은 지성의 용기이며,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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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1 18:20

[기고] 뉴욕에서 분 작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익산에 새로운 바람으로

얼마 전 세계의 시선이 뉴욕으로 향했다. 34세의 젊은 리더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에 당선되며 ‘변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화려한 경력보다 시민의 삶을, 구호보다 진심을 택했다. 뉴욕 시민들은 관성보다 변화를, 약속보다 실천을 선택했다. 그의 승리는 세대교체를 넘어 ‘새로운 도시 감각의 전환’을 보여줬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정치의 변화가 아니라 전 세계 도시정책의 흐름을 바꾼 ‘작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 할 수 있다.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브라질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텍사스의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변화 또한 그러하다. 한 정책, 한 실험이 도시 전체의 방향을 바꾸고 결국 국가의 변화를 이끈다. 나비효과는 작은 움직임이 예기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상징이다. 도시의 혁신도 이런 파동처럼, 한 사람의 의지와 공동체의 실천이 맞물릴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익산의 변화 역시 화려한 구호보다, 시민의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익산의 지난 10년은 도시의 기반을 다진 시간이었다. 산업단지 조성, 교통망 확충, 생활 인프라 정비 등 물리적 토대를 갖췄다면, 이제는 도시의 감각을 새롭게 세워야 할 때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익산은 더 이상 멈춰 있을 수 없다. 다음 10년은 익산다움을 회복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새롭게 리브랜딩해야 하는 시기다. 그 중심에는 젊음과 다양성, 그리고 익산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 최근 논의되는 익산형 돔구장, 익산역 광장 회복, ‘보석도시 익산’ 프로젝트, 미디어아트 혁신 등은 단순한 시설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려는 시도다. 도시의 경쟁력은 인프라보다 그 안의 스토리와 시민의 참여에서 완성된다. 익산은 더 이상 따라가는 도시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과 이야기를 가진 창의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익산은 익산다워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복제된 도시가 아니라, 역사와 산업,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백제문화의 깊이, 보석산업의 전통, 철도 교통의 요지라는 입체적 자산이 조화를 이룰 때 도시는 살아난다. 여기에 젊은 감각과 창의가 더해질 때 익산은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된다. 또한 익산은 젊어져야 한다. 도시를 젊게, 산업을 젊게, 문화와 정책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원도심에는 청년과 예술의 기운을, 산업에는 혁신 기술을, 도시 공간에는 즐길 거리와 머물 거리를 채우는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인구 유입이 아닌, 머물고 싶은 도시,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람과 문화의 에너지다. 지속 가능한 도시는 행정의 속도보다 시민의 공감에서 태어난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민의 힘이 모일 때 익산은 진정으로 성장할 것이다. 행정이 길을 닦고, 시민이 그 길을 함께 걸을 때 도시의 변화는 완성된다. 이제 익산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과거의 익산이 산업의 중심이었다면, 미래의 익산은 문화와 기술, 창의가 공존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이 도전하고, 시민이 참여하며, 문화가 흐르는 도시 — 그것이 익산의 다음 10년을 결정지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작은 날갯짓이 큰 바람을 일으키듯, 익산의 내일도 새로운 에너지 속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뉴욕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이곳 익산에서도 희망의 바람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최병관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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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0 18:30

[기고]식물과 미생물의 은밀한 대화를 쫓는 사람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식물과 미생물은 서로 돕거나 때론 싸우기 위한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고 있다. 식물은 병원균의 침입을 감지해 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가 하면, 이 위험을 주변 동료들에게 알려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기도 한다. 한편, 미생물 역시도 성공적인 병 발생을 위해, 적진(식물 내부)에서 숨을 죽이다가 충분한 군대가 모아졌다고 판단됐을 때 돌격 신호를 보내 무기를 꺼내 들고는 한다. 동식물과 달리 현미경으로 겨우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미생물이 인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포목상 레벤후크가 자신이 만든 현미경을 이용해 미생물을 발견한 이후 생물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1953년 왓슨과 클릭이 DNA의 구조를 확인하고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이후 인간은 생명의 본질에 접근해 갔다. DNA를 중심으로 하는 분자생물학은 기존 생물학이 해결하지 못하던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내었다. 생명의 근원에 인간이 접근해 갈수록 생명윤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분자생물학은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생명의 오묘함에 대한 놀랍고 매력적인 사실들을 알려 주고 있다. 식물과 미생물이 생존을 위해 서로 소통한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소통은 지구상 최고의 고등생물이라 자부하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음성으로 하는 소통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협력하고 싸우고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이제 인간은 그들의 대화를 해독하는 작업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이런 작업을 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이 있다. ‘분자생물학적 식물/미생물 상호작용(Molecular Plant-Microbe Interactions; MPMI)’ 연구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현미경 관찰, 유전자 분석, 생물정보학 등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식물과 미생물 사이의 은밀한 대화를 쫓는다. 한 예를 들자면, 그들은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는 고추에 주목한다. 공격받은 고추는 잎에서 화학 물질을 분비해 주변 친구들에게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경보를 받은 친구들은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갖춘다. 뿌리에서 분비된 화학 물질은 주변의 세균에게 도와줄 것을 청한다. 요청을 받은 세균은 뿌리 주변에 모여들어 식물의 면역 체계를 촉진시킨다. 올여름 독일 퀼른에서는 1,200여 명의 MPMI 연구자들이 모여 지난 2년 동안의 학술적 성과를 나누는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식물과 미생물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고 통역하는 탐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과의 모임에 함께 하며 소통한 지난 여름날은 내게는 기대감과 열정의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함께 이야기된 단편적 성과들은 통합되고 구조화되어 식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병해충을 방제하며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등 인류의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결실로 승화될 것이다. 그리고 2년 후 제21회 MPMI 학회가 제주에서 열린다. 식물과 미생물의 은밀한 대화를 읽어 내고 농업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나날이 발전될 것이다. 우주 태초의 소리인 듯, 자연계 심연의 소리인 듯 그들의 은밀한 대화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과의 2년 후 만남을 기대해 본다. 이승엽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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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9 18:34

[기고] 학교폭력 응답률 1위 오명 씻어야

학생 자살자 통계 결과가 심상찮다. 지난 6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생 자살자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학생 자살자는 221명으로 역대 가장 높았다. 한창 호기심 많고 미래를 그려갈 10대 친구들이 왜 세상을 등지고 있을까. 주요 원인은 가정 문제, 정신건강 문제, 학업·진로 문제, 대인관계 문제 등이다. 보통 타살 협의가 없을 시 경찰은 자살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기에,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학생 자살 원인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종합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작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초중고 자살위험군 학생은 총 1만7667명으로 집계됐는데, 중학생이 9753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위험군 학생 중 2417명(13.7%)은 전문기관 연계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시도로 응급실은 찾은 이들 중 10대가 5111명이었다. 이는 2020년 2774명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자살시도 동기는 대인관계 문제, 말다툼, 학교 스트레스 등인데, 이로써 학교폭력 경험이 자살시도의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올해 우리 지역 학교폭력 응답률이 전국 1위다. ‘2025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의 학교폭력 응답률은 3.1%로 작년(2.6%)보다 0.5%p 증가했고, 전국 평균 2.5%보다 0.6%p 웃돌았다. 특히 전북 초등생 피해응답률이 6.3%로 전국 평균 5.0%보다 1.3%p 높은데, 이는 우리 지역 초등생들이 전국 대비 26%만큼 더 학교폭력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육당국 대응은 안일하다. 학교폭력 응답률 2.6%를 기록한 작년 교육청 보도자료 제목은 ‘전북지역 초중고 학교폭력 피해 응답 소폭 감소’였고, 언론도 이를 받아썼다. 작년 전북 학교폭력 응답률은 전국 2위였다. 올해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피해응답률이 소폭 증가했다 게 교육청 분석이다. 작년 담당자는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했는데, 올해 바뀐 담당자도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 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폭력 고통으로 절규하는데, 그 평화롭고 안전한 학교는 언제쯤 오는가. 교육부는 학교폭력 예방교육 대상을 학부모까지 확대하는 어울림+, 초등 저학년 숙려기간 도입, 초4·중1·고1 대상의 어울림학기제 등을 담은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지역 교육당국도 학교폭력 관계회복 숙려제, 관계개선 조정지원단 확대, 관계중심 생활교육 전문교사 양성 등을 시행 중이다. 눈에 띄는 건 학교폭력 응답률이 최하위(2023·2024년 0.9%, 2025년 1.1%)인 대구교육청의 학폭 대책이다. 교육부가 2027년부터 시범운영 계획 중인 어울림학기제는 대구교육청의 마음학기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대구는 이를 올해 전면 시행 중이다. 또한 관계개선 지원단을 확대·개선한 갈등조정 지원단을 실시하고 있고, 관계개선 노력이나 숙려기간 도입 등이 자칫 학교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피해자 심리 치유와 정서적 안정을 전담하는 마음봄센터를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학교폭력 응답률 1위 오명을 씻기 위한 첫걸음은 공감과 실천이다. 중요한 것은 차가운 통계 수치 너머의 학생 한명 한명의 삶이다. 온전한 삶을 경험치 못한 10대들이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는 현실에 기성세대는 아픔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따라가는 모양새가 아닌 선도하는 결단으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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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5 17:50

[기고] 지속가능한 희망의 청신호 “출생아 증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지표는 우리 사회에 반가운 청신호를 던져주었다. 지난 7월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5.9% 증가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합계출산율 역시 0.8명으로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의 전제가 되는 혼인 건수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단순히 통계적 반등을 넘어, 그간 우리 사회의 저출생 극복을 향한 간절한 염원과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강화, 30대 초반 여성인구 증가 등의 요인과 더불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미혼남녀의 결혼 및 출산 의향 증가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최근의 흐름들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내년, 내후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하겠다. 첫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책임을 여성 개인이나 양육가정에 국한하지 않고 온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공감해야 한다. 우리 협회에서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위해 다양한 육아미션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100인의 아빠단' 사업을 운영하여 함께돌봄의 행복한 양육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기업과 지역사회가 육아는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적, 문화적으로 적극 지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불안해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마련과 홍보가 필요하다. 우리 협회 역시 청소년 대상 성 가치관 및 생식보건 교육,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인식개선 캠페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긍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출산율 반등의 청신호는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러 매체를 활용한 캠페인을 통해 임산부 배려 문화확산과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담론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넷째, 기업의 가족친화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장시간 노동문화와 경직된 조직문화는 임신과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주범이다. 기업은 직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보장하는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유연 근무제, 육아휴직의 자유로운 사용 보장, 눈치 보지 않는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은 이제 '복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성장을 위한 '인재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탄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예산투입은 기본 전제이지만, 이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래의 희망이 되도록, 기업, 지역사회,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이 '함께 돌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13개월 연속 출생아 수 증가와 혼인 건수의 증가는 우리 사회에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다. 여기 발맞추어 우리 지역에서도 이 마중물이 헛되지 않도록도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지를 굳건히 해야한다. 지속가능한 희망의 미래는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최찬욱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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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4 17:55

[기고]전북특별자치도, 진안의료원 도립 승격 외면은 지방소멸 방기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지형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 형태다. 무주·진안·장수 등 동부 산악권은 구조적으로 교통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이 취약하다. 이러한 지리적 제약은 의료와 같은 필수 공공재 이용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동 시간과 비용 부담, 의료 정보 접근의 한계가 겹치면서 주민의 건강권은 약화되고 이는 곧 지역 간 건강 불평등 심화를 낳는다. 이 같은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2015년 7월, 동부 산악권 유일의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진안의료원이 개원하였다. 그러나 개원 이후 십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진안의료원은 ‘군립’ 지위에 머무르며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드러난 지방의료원의 공익적 가치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군산ㆍ남원ㆍ진안의료원 모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병상 제공, 선별진료소 운영, 격리 병동 가동 등 방역 최일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당시 정부와 도가 요구한 공공의료 임무를 묵묵히 떠맡으며 감염병 확산 차단에 이바지했지만, 위기 시 도민의 안전망으로 쓰이던 진안의료원은 제도적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군산ㆍ남원의료원이 도립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받지만, 진안의료원은 군립으로 분류되어 재정과 인력 확보에서 구조적 열세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의료원의 의미와 도립 승격의 당위성 인구감소지역에서 지방의료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주민의 생존권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 시설이며, 정주 여건의 최소 조건이다. 진안의료원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생명줄이자, 지역 존속을 떠받치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도립 승격은 특혜가 아니라, 이미 여러 도립의료원 사례가 입증하듯 필수적인 제도적 조치이다. 진안군과 지역사회가 수년간 도립 승격을 호소해 왔지만, 도는 번번이 이를 외면해 왔다. 이는 곧 군에 적자 운영을 떠넘기는 것이며, 도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 방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소멸 대응’을 외치면서 정작 핵심 기반을 방기하는 모순이 여기에 있다. △도의 외면은 곧 지방소멸의 가속화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지역 생활 기반의 붕괴 과정이다. 특히 의료는 “없으면 떠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도가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주민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행위다. 이는 지방소멸을 더 가속 시키는 방조이며, 정부 정책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 문제는 단순히 병원의 운영 주체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지방소멸 대응의 진정성을 가늠할 시금석이다. 도가 진정으로 인구위기 극복을 원한다면 보여주기식 구호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토대를 지키는 실질적 정책에 나서야 한다. △도립 승격 추진과 더불어 재정지원 속행해야 물론 도립 승격을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려운 행정·재정 여건이 있을 수 있으나 현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최소한 도는 보조금 등의 재정지원을 대폭 확대해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와 필수 의료 운영비를 보전해야 한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도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도가 진안의료원의 도립 승격을 더 이상 외면한다면,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구호는 도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그저 홍보용 수사에 불과하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행정 논리는 있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도립 승격 추진과 재정지원 속행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때다. 전용태 위원장(전북특별자치도 인구위기·지방소멸 극복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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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3 17:58

[기고] 생명을 살리는 연결, 119와 응급의료센터의 동행

응급실의 하루는 결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평온하던 시간에도 한 통의 신고 전화로 긴박한 현장이 열리고, 몇 분 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응급실 문 앞에서 멈춥니다. 누군가는 교통사고로, 또 누군가는 심정지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환자 곁에 도착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환자의 생명줄을 붙잡는 이는 119 구급대원입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하면, 그 생명을 이어받아 치료를 시작하는 이가 응급실 의료진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수없이 이어지는 ‘생명을 잇는 협력의 순간들’ 속에서 도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응급의료 현장은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응급실은 상시 과밀화 상태에 놓여 있고, 의료 인력과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병상 회전율은 낮고, 중환자실은 늘 만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환자를 안전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방과 의료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환자를 인계하는 절차를 넘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입니다. 구급대가 환자의 활력징후, 의심되는 임상 진단, 현장에서 시행한 응급처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준화된 형태로 전달해 준다면 우리는 환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인력과 장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미리 알고 대비하는 몇 분의 시간은,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응급처치 동선을 조정하는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단 몇 분의 차이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현실에서, 정보의 질과 속도는 곧 생명과 직결됩니다. 반대로 응급실의 상황도 구급대와 실시간으로 공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중환자실이 포화 상태이거나 특정 진료과 인력이 부재한 경우, 구급대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병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판단이 응급실 당직 의사 개인의 부담으로 남아 있었지만, 앞으로는 병원 전체가 참여하는 체계적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병원 내 응급의료센터, 행정부서, 진료과가 함께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결국 응급의료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입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전하는 한 줄의 정보, 미리 준비된 의료진의 대응, 서로의 신뢰 속에 이루어지는 신속한 협의가 모여 한 생명을 살립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응급의료의 현장은 혼자가 아닌, 소방과 의료가 함께 완성하는 하나의 생명선입니다. 응급실 의사의 눈으로 볼 때, 소방과 의료의 동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한 걸음 더 발 빠르게 움직일 때 우리는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응급의료는 제도나 기술보다 사람이 만드는 안전망입니다. 구급대원 한 사람의 땀방울, 의료진 한 사람의 결단이 모여 도민의 생명을 지켜냅니다. 앞으로도 소방과 의료가 한마음으로 협력하며, 언제 어디서든 도민이 안심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소방과 의료의 협력은 단순한 업무 협조가 아니라, 도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든든한 약속이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응급의료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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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02 18:54

[기고] 꽃길만 걸으세요

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농장에서 전화가 왔다. 국화가 이르게 피었으니 내어가겠다는 말이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에 둘러싸여 생활하면서도 꽃을 그리워하다 보니 이웃의 농장 하는 이와 인연을 맺어 철 따라 계절을 느끼게 하는 화분들로 가게 주변을 채우게 되었다. 지난 겨울에는 주차장 한켠의 매화나무들이 손님들의 관심과 흥미에 기분이 좋았던지 폈다 졌다 여러 번 꽃을 피워 보는 이들을 놀라게도 했었다. 조금 이르게 들여오기는 했지만 국화는 물만 잘 주면 한두 달 이상 피어있으니 가을 내내 보는 눈이 즐겁겠다 싶었다. 요즘에는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이면 국화 옆 긴 의자에 앉아 꽃을 배경으로 오가는 이들을 감상하기도 한다. 한 폭의 움직이는 그 림을 보는 것 같다. 가깝고 먼 곳에서 가을 꽃축제가 한창이지만 밥벌이에 파묻힌 사람들은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다. 그래도 이렇게 알록달록한 국화 화분 사이에 자리잡고 앉으니 가을에 풍덩 빠진 기분이다. 시끌벅적했던 여름이 언제였나싶다. 산야에 피어난 들꽃, 정원에 가꾸던 모든 화초들이 시들어가는 때에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피어나는 꽃. 그래서 누이를 닮았다고 했을까? 대기만성의 꽃이니 나도 한 번쯤 꽃 피울 때가 있겠지, 아직 내게 서리가 내려앉지 않은 까닭이겠지 위안을 삼으며 꽃잎을 만지작거린다. 그런데 국밥집 아줌마와 꽃이 그리 안 어울리나? 국화 옆에 앉은 나를 두고 짓궂은 손님들은 ‘이런 거 좋아하게 안 생겼다’며 빙글거리기도 한다. 국밥집 아줌마는 꽃을 보고도 먹는 생각만 해야 하나? 물론 진달 래떡, 국화떡은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국화 화분은 워낙 커서 농장주께서 배달에 고생이 많다. 올해는 배 이상 많은 국화 화분을 설치하느라 애 많이 쓰셨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온 우주가 관여한다. 봄부터 소쩍새는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며 밤에는 무서리가 내리는 자연의 인연도 무척 중요하지만, 멀리 꽃축제 찾아가지는 못해도 점심시간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잠시 짬을 내어 이 짧은 길을 걷는 왱이집 손님들을 위해 일 년 내내 철 따라 가장 예쁜 꽃을 준비하는 농장주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왱이집 앞마당에도 우주가 있다. 손님들은 늘어선 국화 화분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젊은 손님들이 만추의 흥에 겨웠는지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한 사람이 부르던 노래가 금방 합창 이 되었다. 우리 때는 국화를 보면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하는 가곡을 떠올렸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꽃길만 걷게 해줄래’를 외친다. 그러고 보니 국화 화분이 나란히 늘어선 가게 앞이 말 그대로 꽃길이다. 꽃과 더불어 만개한 미소를 보니 행복은 전염된다는 말이 참으로 맞구나 싶다. 가슴이 뭉클해져 힘차게 인사를 건넸다. “이 좋은 계절, 꽃길만 걸으세요.”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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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7 17:28

[기고] 완주·전주 통합, 전북의 미래를 여는 마지막 열쇠

통합은 시대적 요구이자 지역 생존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지방은 지금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는 광역화와 통합을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지역 생존을 위한 보편적 해법이다. 전라남도의 광주시와 광산군, 충청남도의 대전시와 대덕군, 충청북도의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을 통해 성장한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 이처럼 통합은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검증된 전략이다. 전북은 통합이 절실한 구조적 위기 지역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과 타 지역에 밀려 50년 이상 낙후와 개발 격차를 겪어왔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지역 87개 시군구 중 전북 도내 지역의 70% 이상이 소멸 위기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도민의 삶과 지역의 존속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 대응이다. 통합을 통해 전북은 새만금의 배후도시로서, 공항과 항만을 연결하는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역사적 헌신은 통합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1990년대, 진안군은 용담댐 건설로 인해 진안읍, 상전면, 용담면, 안천면, 정천면, 주천면 등 6개 읍면의 70개 마을이 수몰되었고, 1만 2,567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그중 약 4분의 1은 완주군에 정착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것은 지역 공동체가 전체의 미래를 위해 희생과 결단을 내린 역사적 사례이다. 용담댐은 전북의 물 문제를 해결하며, 도민 전체의 생존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완주군은 전북의 미래를 위해 제2의 용담댐 건설에 해당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통합은 희생이 아니라 도약의 기회이다. 도민의 뜻은 이미 통합을 향하고 있다 2024년 KBS 전주방송총국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북도민의 72%가 완주·전주 통합에 찬성하고 있으며, 반대는 20%에 불과하다. 특히 전주시민의 찬성률은 84%에 달하며, 통합을 지지하는 이유로는 ‘전북 경쟁력 강화’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역의 미래를 향한 집단적 의지이며, 이를 외면하는 것은 정치의 본질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 완주군민의 입장에서, 전주시민의 입장에서, 그리고 전북도민 전체의 입장에서 통합을 바라봐야 한다. 통합은 전북의 미래를 여는 열쇠다 지역 생존을 위한 통합 전략은 이미 전국적으로 입증된 해법이며, 전북은 그 적용이 가장 절실한 지역이다. 역사적 사례는 통합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도민의 뜻은 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완주·전주 통합은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과제이다. 정치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는 도민을 위한 결단이어야 하며, 벽을 눕혀서 길을 만드는 자여야 한다. 눈을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회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발목을 잡지 말고, 깨어나 허물을 벗고, 새롭게 돌진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 죽을 수 있다. 통합은 생존의 선택이며, 미래를 향한 도약이다. 이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통합이 살길임을 다시 한번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완주·전주 통합을 위한 도민 여러분의 위대한 결단과 현명한 선택을 간절히 부탁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김병석 (사) 완주·전주 통합추진연합회 실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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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6 18:11

[기고] ‘뜨거운 얼음(?)’이라... 언어의 예술과 한계

필자가 까까머리 중학생 때 일이다.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친구 둘이 선생님께 불려 나갔고, 선생님은 서로의 뺨을 때릴 것을 명했다. 처음엔 마지못해 때리는 척하던 친구 녀석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씩씩거리면서 상대방 뺨을 때리는 팔의 각도가 180도를 넘어섰고, 교실 내에선 파열음이 메아리쳤다. 그런데 그 오래된 풍경이 우리에겐 매일 기시감으로 다가온다. 다만 두 뺨은 여, 야로 바뀌고 손바닥들이 언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치인들의 ‘뺨 때리기’ 게임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날이 새도 모자랄 것이기에 여, 야 정당 대표 선수들의 ‘갈라쇼’만 톺아보자.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 “이재명과 김어준 똘마니”, “입으로 오물 배설...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 “반헌법적 정치테러 집단의 수괴”... 정청래와 장동혁 대표가 주고 받는 ‘티키타카’는 가히 수준급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정청래 대표의 발언에 더 주목한다.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결국 악수는 했지만) 야당 대표를 저격한 발언은 “윤석열이 범죄 피의자라며 이재명을 보이콧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생각이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국민을 ‘섬김’이 아닌, ‘섬멸’하려 든 지도자를 불과 수개월 전에 생생히 목도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세력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들이 다수이지만, ‘개딸’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끼는 국민 역시 적지 않음도 직시하시라! ‘정치는 언어의 예술”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 언어는 예술이 아니라 무기, 아니 흉기에 다름 아니다. 누가 더 세게 말하고 누가 더 자극적으로 공격하는가가 ‘정치력’으로 오인되고 있다. 한쪽이 말의 무기를 휘두르면 다른 쪽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흉기로 받아친다. 막말은 상대의 귀를 때리지만, 그 메아리는 국민의 가슴을 때린다. 때문에 국민들은 붉게 얼룩진 정치권의 뺨들을 바라보며 긴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왜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나? “야당이지만 A 의원께서 지적하신 점은 일리있다고 봅니다”, “여당 의원께서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니 일이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려.” 정치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가는 상상은 언제까지 넌센스여야 하나? 경제발전은 초스피드로 선진국인데 우리 정치발전은 왜 아직도 개발도상국일까? 깨끗하고 품위 있는 정치는 종종 ‘뜨거운 얼음’에 비유되곤 한다. 진정 절제된 언어 속의 품위 있는 정치는 ‘뜨거운 얼음’처럼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켄슈타인은 언어의 품격을 이렇게 역설했다.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정치인에게도 그 얼굴에 걸맞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 품격을 갖추지 못한 채, 숱하게 한계를 드러내고서 우리네 가슴속에서 긴 한숨을 뽑아내는 정치인에 대해선 유권자들이 회초리를 매섭게 들어야 한다. 지난 긴 추석 연휴 밥상에 이어 연일 날아드는, 투박하다 못해 천박한 정치권 언어들을 곱씹다보니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이균형 전북 CB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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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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