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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사단법인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 될 터”

(사)삼동인터내셔널은 세계는 하나,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이념과 철학의 바탕 위에 저개발 국가의 지속발전 복지기반 마련을 위해 출범한 대한민국의 국제구호단체다. 2008년 출범 이후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몽골 등에서 각국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식수공급, 지역개발, 농축산발전, 교육, 녹색성장, 문화교류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복지사업을 펼치며 지역주민들이 실질적으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인재양성 사업에 초점을 맞춰 향후 그들이 자국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진리 안에서 온 인류가 하나의 사업으로 은혜와 나눔을 실천해 모두가 행복한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는 사명을 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1년여 삼동인터내셔널을 이끌고 있는 김영주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국제구호단체 삼동인터내셔널은 세계는 하나,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인가. 우리 인류는 우주의 한 생명체에서 한 기운으로 태어났다. 그 한 기운으로 연계된 인류 생명의 근원은 다만 생생 약동하는 한 기운일 뿐 어떠한 차별의 모습도 관념도 없다. 하물며 오늘날, 나의 국가이니 나의 민족이니 서양이니 동양이니 내 지역이니 사상이니 나의 종교니 하는 것은 정녕 잘못된 분별색상(分別色相)이며, 그야말로 그것은 사사롭고 부질없는 생각이다. 삼동인터내셔널은 우주적 안목을 가져보자는 뜻으로 설립됐다. 세상은 헤아릴 수 없는 은하계의 우주에 비하면 망망대해의 나뭇잎과 같은 존재다. 나뭇잎과 같은 세상에서 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상은 한 울안이고 한 일터이다. 인간은 한 가족들이다. 그러므로 다 같이 나가고 다 같이 살리고 살아야 한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임을 알아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도와가야 한다. 이러한 사상이 삼동윤리(三同倫理)사상이다. 삼동인터내셔널은 인류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가난, 질병, 무지, 전쟁의 어려움을 겪는 전 인류에게 봉사, 구호활동, 연구, 교육 등을 수행함으로써 인류의 복지와 평화구현에 이바지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구호단체인 NGO기관이다. -빈곤, 무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국내외 활동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삼동인터내셔널은 사회복지법인 삼동회를 모체로 태동되었다. 삼동회는 국내에 100여개의 복지시설이 모인 굴지의 사회복지법인이다. 삼동회에서 해외복지사업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 구상이 실현되어 삼동인터내셔널로 발전된 것이다. 사업의 체계는 국내사업과 국제사업으로 구분된다. 국내사업은 해외유학생 장학지원 사업이다.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재를 발굴해 국내에서 사업파트너를 육성하는 것이다. 미얀마 청년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2013년부터 의과대학법과대학간호과대학생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장학생 발굴은 현지 소승불교 스님들로 구성된 로컬법인에서 추천하고 있으며, 대부분 고등교육 진입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상이 된다. 이 장학지원 사업이 현지 미얀마 대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삼동인터내셔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삼동유스클럽)가 만들어져 매년 미얀마 에야와디주 다네퓨다운쉽 대표사원에서 장학지원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1기 장학생인 원명심(한국명)은 한국에 들어와 영산선학대학교에 진학 중이다. 국제사업으로는 지역개발, 교육지원, 의료지원, 장학사업, 도서관지원, 보건위생교육, 해외봉사활동, 국가제안사업, 국제문화교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몽골의 쓰레기장을 매립해 몽골전통가옥 게르(ger) 지원, 네팔 룸비니와 포카라 우물파기 지원, 미얀마에 카우뱅크(Cow Bank), 네팔 룸비니 삼동종합학교, 카트만두 원광새삶사회교육센터, 라오스 씨엥쾅 세일룸 종합학교, 반타중학교, 렁삐우 중고등학교와 몽골 울란바토르 뱀비어린이집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해외의료지원, 서울 백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은 도서관지원, 코이카사업이나 세종학당 설립, KCOC단원파견 등 국가에 제안서를 제출해 승인된 국가제안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지금까지 추진돼 온 사업들은 그대로 지속하고, 올해 9월 32개국이 참여하는 핀란드 탐페레(Tampere)시에서 개최되는 지구촌문화예술축제에 한국의 전통문화와 한국이 낳은 성자 소태산 박중빈을 전 세계에 알리는 사업에 정성을 들이겠다. 지금까지 빈곤, 무지, 질병 극복에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라오스 씨엥쾅에 3,000평 부지를 매입하고 직업전문기술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내년도 4월에 준공 예정인데 학교가 원만하게 설립될 수 있도록 예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정신요양시설인 삼정원, 노숙인보호시설인 이리자선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이끌어 오면서 소외된 이들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평소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에 임하면서 초심이 무아봉공(無我奉公) 정신이었다. 무아봉공은 원불교 교역자들의 기본정신으로 희생과 봉공이 골격이다. 나를 없애고 공익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불화와 이기심(利己心)의 근원을 따져 들어가 보면, 가장 깊은 뿌리는 나라는 상(我相)이다. 아상은 현재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육신과 마음이 영원한 나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이며 그 집착으로 인해 오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내 가족 또는 내 자녀만을 위하려는 생각이다. 이러한 아상을 놓지 않고는 사회적국가적세계적인 공익심이 나오지 않는다. 공익정신이 없으면 평화로운 낙원세상을 만들 수 없다. 인과의 진리를 확실히 믿게 되면 무아봉공은 저절로 된다. -전북도민들과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엔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지위를 획득한 국제적 NGO가 전라북도에 있다는 자부심을 도민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인 NGO는 19세기말 국민국가의 등장에 비견될 정도로 큰 의미를 가진다.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NGO의 숫자만 하더라도 3,000여개가 넘을 정도다. 국가와 시장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공간을 시민사회라 한다면, NGO들이 시민사회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평화와 어렵고 소외된 해외의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전북도민 여러분들의 인식이 확장돼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희망을 갖게 해주면 좋겠다. ● 김영주 이사장은 평생의 삶을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수행의 길을 걸어온 김영주 (사)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익산 유일의 정신요양시설인 삼정원과 익산 유일의 노숙인보호시설인 이리자선원 등 삼동회 산하 사회복지시설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3월 국제구호단체 (사)삼동인터내셔널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08년 출범 이후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이사장이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직을 줄곧 겸직해 왔던 것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인사다. 그간 삼정원과 이리자선원을 지역사회의 모범적 복지시설로 이끌어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동인터내셔널 상임이사로서 인간존중, 영성중시, 자리이타, 윤리경영 등 법인의 핵심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984년(원기 69년) 출가한 김 이사장은 이후 원불교 역전보화당한의원 교무, 중앙봉공회 교무, 부안 하섬해상수련원 교무, 원불교 원로원 교무,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이리자선원 원장,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이사 및 전북지회장, 원불교 사회복지협의회 이사, 사단법인 삼동인터내셔널 상임이사,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과 삼동회 정신요양시설인 삼정원 원장,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 제6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기획
  • 송승욱
  • 2020.04.19 16:19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76. 보물이 된 연동리 석불

익산 미륵사지에서 3km 떨어진 삼기면 연동리에는 석불 사거리가 있다. 오래전부터 인근 태봉사의 삼존석불과 더불어 유명한 석불이 있어서인지 조선 시기 고지도에도 석불 관련 표기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이다. 이곳 석불 사거리에 자리한 석불사에는 특별한 모습과 사연을 지닌 백제의 석불이 모셔져 있다. 비교적 일찍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연동리 석불은 1934년 일제가 조선의 문화재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선정한 보물 153건 중 제60호로 지정된 보물이었다. 당시의 명칭은 보물 제60호 익산 석불리 석불좌상이었지만,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뒤 일제가 지정한 보물들을 재분류하며 이듬해에 보물 제45호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으로 바뀌었다. 보물이 된 석불은 한눈에 봐도 원래의 불두(불상의 머리)가 아니라 후대에 새로 만들어 붙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비록 불두는 사라졌지만 일제도 보물로 인정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7세기경의 현존하는 백제 최대의 환조(丸彫)석불로 몸체와 불상을 올려놓는 대좌와 아름답고 거대한 광배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석불이 품은 사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불두가 없는 불상은 많이 있다. 불두가 사라진 것에는 여러 상황이 추측되는데, 오랜 세월을 지나며 사찰이 폐사가 된 까닭도 있지만 대부분 조선 시기 불교의 탄압으로 훼손되었고 더러는 6.25전쟁을 겪으며 파손되기도 했다. 연동리 석불의 불두도 언제 사라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역에는 불두가 잘린 사연이 전해진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지금의 익산으로 쳐들어온 왜군이 금마에 들어서자마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일어나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근처의 석불로 사람들이 몰려가 왜군이 빨리 물러가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석불에서 밤인데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광채가 나자 당시 왜군 장수였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안개의 조화를 빛나는 석불의 탓이라 여겨 석불의 목을 베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비가 내려 조총과 화약이 비에 젖어 적들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되었고, 이때 의병들이 습격해 왜적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굳건하게 믿는 석불의 호국전설은 전해져 내려왔지만 그 이후 석불은 사라졌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의 꿈에 나를 꺼내 달라며 부처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 꿈에서 점지받은 땅을 파보니 석불이 발견되었고, 그곳에 보호각을 세워 석불을 보호하다가 1963년 석불사라는 절을 지으면서 쓰러진 광배를 일으키고 석불을 법당에 모셨다. 석불사의 옛 사찰명은 봉림사로 백제 시기인 600년경에 창건되어 고려 중기인 12~13세기 무렵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하나 관련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불두는 대략 1900년대 제작하여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간 보아온 불상의 자애로운 모습이나 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동시대의 얼굴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친근한 스님을 닮은 것도 같은 석불의 얼굴은 몸체와 다소 이질적일지라도 사라진 불두를 안타까워하며 만든 불심과 투박한 돌을 징끝에 정성을 담아 새긴 석공과 불자들의 깃든 마음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후대에 만든 불두와 몸체를 붙인 자국이 선명하고 여기저기 마모된 흔적들이 보이지만, 불두를 제외한 156cm의 높이의 균형 잡힌 몸체에 양어깨를 감싸고 대좌까지 길게 내려진 백제 특유의 부드럽고 유려한 옷자락이 우아하다. 왼손은 엄지와 중지를 구부려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중지와 무명지를 구부려 다리에 올려놓은 특이한 수인을 하고 있다. 거기에 결가부좌한 무릎 아래 옷자락이 세련되게 새겨진 대좌는 백제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현재 대좌가 불단에 가려져 있던 것을 정비하고 있는데 불단정비 이후에는 강건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의 석불을 온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광배는 상부에 파손된 흔적이 보이지만 지면기준 높이 448cm에 최대폭 226cm의 연잎형으로 현존하는 광배 중 가장 크다. 불두의 바로 뒤 광배의 중앙에 원형의 두광을 두고 열여섯 개의 연꽃무늬가 조각되었으며,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배경으로 일곱 구의 작은 화불을 새겼다. 연동리 석불에 나타난 전형적인 백제의 광배 형식은 일본 아스카시대 불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아 일제가 일찍이 조선의 보물로 인정했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연동리 석조여래좌상의 영험함은 땀 흘리는 석불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로 국가의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석불이 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석불이 처음 땀을 흘린 것은 과거 6.25전쟁 전이라 알려져 있는데, IMF 외환위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등 나라에 큰 위기가 오면 땀을 흘렸다고 한다. 연동리 석불을 올려다보니 우리를 품어주는 순전한 자비의 모습이 지긋하다. 천 오백여 년의 시간을 품고 수많은 중생의 염원을 받아주고 다독여준 단단한 믿음들이 투박한 돌에서 묵묵히 피어난다. 신비한 이야기를 과학으로 증명해도 애초의 모습을 찾아 추정하며 다른 형상을 투영해도 알 수 없는 마음이 있다. 2020년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유행으로 우리의 일상이 사라진 지금에도 봄꽃은 피어나 열매를 맺어 주듯이,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는 백제의 향기 그윽한 석불사를 찾아 위안을 받고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 기획
  • 기고
  • 2020.04.16 16:59

[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우리의 ‘연결(Link)’은 코로나보다 뜨겁다

온 인류가 미증유의 위기 속에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실존할 것인지, 아니 과연 실존할 수는 있을지, 거대한 변화와 두려움 앞에 서 있다. 급작스레 들이닥친 이 위기에 대한 해석은 인류의 숫자만큼 다양한 개인차를 그리고 있다. 다소 불편하긴 하나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낙관주의와 브레이크 없는 발전의 속도전을 펼쳐온 인류의 생존방식 자체에 대한 회의주의 사이에 무수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낙관주의는 자칫 교훈과 성찰이 부족해보이고, 회의주의는 무기력이 내재해 있어 불안하다. 다행히 우리가 이 위기를 넘어 생존한다면, 그때부터가 인류의 거대한 자성과 집단지성이 필요할 것이다. 기왕지사, 코로나19는 어떻게 실존할지를 매섭게 일깨우는 죽비였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존을 위한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예술계 역시 전대미문의 시련을 맞았다. IMF나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하고 충격적이다. 각종 공연과 축제, 예술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하반기로 연기됐다. 가장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그로 인해 그 어떤 계획도 대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통과 공유, 감성의 확산을 생명으로 하는 현장예술은 할 수 없이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실재하기에 어떻게든 실존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 국가적이다. 우리지역도 아직까지 전국적인 상황에 비춰볼 땐 미미하나, 전시나 공연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중계하기 위해 조금씩 기지개를 키고 있는 형국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를 비롯한 축제조직들의 고충도 커져가고 있다. 특히 세계 여러 아티스트들을 모으고 이들과 사전 준비를 통해 다양한 협업작품을 선보여 왔던 소리축제는 국내외 상황을 동시에 살펴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이 시국이 하 수상하기만 하다. 전 세계 다양한 월드뮤직 평론가들로 구성된 TWMC(트랜스클로벌 월드뮤직차트)가 2년 연속 소리축제에베스트 페스티벌 세계 1위의 타이틀을 안겨줬다. 이것은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고, 바람직한 축제의 전형으로 삼을 만 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년엔 소리축제 20주년이 온다. 그래서 올해는 올해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것들, 올해가 지나면 의미가 없는 프로그램들이 있기에 기약 없는 나날들이 더욱더 야속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소리축제의 주제는 __잇다(link)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뒤엎을 거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는 올해 주제를 잇다라고 정했다. 줄로 연주하는 현악기를 모티브로 하는 만큼, 소리축제가 세계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류협업을 가장 잘하는 만큼, link로 또 한번 거대한 감동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에서다. 그 외에도 찾아가는 소리축제를 강화해 전라북도 14개 시군 주민들을 잇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해 모두의 마음도 이어보고자 했다. 한-러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양 국가를 오가며 아티스트를 교류하고 함께 다양한 공연도 만들어보자고 했다. 지금은 서로 상황을 지켜보며 그저 무사히 이 환난을 넘어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8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얼마 전 전격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는 조금 더 불안해지고 있다. 국내 축제나 행사들이 여름을 지나 하반기에 화려하게 재기할 날을 꿈꾸고 있지만, 해외와의 접점이 있는 국제행사들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순환하며 코로나 19가 1년을 훌쩍 넘겨 유행할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소리축제는 9월 16일~20일 개최 예정으로 뜻하지 않게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슬로우 버튼을 누르고 날을 세워 정세를 살피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은 없다. 다만, 너무도 당연하게 해왔던 일들의 소중함과 연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전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고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올해 잇다라는 이 주제가 새삼스러울 만큼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에게 링크되어 있었다. 그래서 서로의 문화예술을 동경하고 존중하며 배우고 격려할 수 있었다. 공연예술제인 소리축제는 현장예술의 감동과 영감의 교류에 가장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최후의 상황에서는 15개 나라 정도를 모아 온라인 공연을 해볼까도 고려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최후의 보루 삼아 고민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그 뜨거운 감동의 물결, 피부에 와 닿는 충만한 감성의 공유는 조금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설명하고 싶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하루빨리 국내외 상황이 개선되고 안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20주년을 향해 건실한 마침점을 찍고 의미 있는 감동의 시간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 실재하고 있는 우리는 좀 더 주체적으로 실존하길 원한다. 문화예술은 실재하고 있는 우리에게 실존의 기쁨을 주고 서로 다르게 존재하는 것들끼리 서로를 들여다보고 동경하고 견주게 해준다. 문화는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우리에게 때로 삶을 어떠한 것으로 규정하게 해주고 용기를 갖게 해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문화예술은 그렇게 존재하며 가치를 발현해 왔다고 믿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전 세계가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화예술을 소홀히 하거나 뒤로 미뤄두지 않기를 바란다. 소리축제가, 문화예술이, 전 세계 예술인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 모두가 안녕하시길, 그리하여 현장에서 다시 뜨겁게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김회경 전주세계소리축제 대외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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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5 18:11

[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독서, 인공지능 조차 이길 수 없는 인간다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독서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채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말이야?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편지글은 가장 탁월한 독서 예찬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영상 매체가 많아지고 지식과 정보를 영상으로 재구성해 전달하는 전자시대이지만 종이책 읽기는 여전히 힘이 세다. 아날로그 인간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세상을 통찰하는데 독서만큼 유익한 방법은 없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부자가 되었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중에는 독서에 게으른 경우는 드물다. 1996년 노벨상 수상자인 멜버른 대학의 피터 도허티(Peter Charles Doherty)는 노벨상 수상의 원동력은 독서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할머니가 내게 많은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6세부터는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애플의 3대 주주이고 투자의 귀재인 억만장자 워런 버핏도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매일 책 500페이지를 읽어보라,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지식이 담겨 있겠는가. 지식이 복리 이자처럼 쌓일 것이다.고 말했다. 글쓴이가 평생 동안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 철학과 통찰력 등 모든 지식과 지혜가 한 권의 책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처럼 공들여 재배한 탐스럽고 영양 만점인 지적 과일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껏 따 먹는 까닭이다. 뇌 과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로 이루어졌는데 무척 가볍다. 갓 태어난 아기는 350g, 어른은 13001500g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가 쓴 책 읽는 뇌에 따르면 산만하기까지 하다. 인류는 천적들로 가득한 사바나 지역에서 진화했는데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갓난아기가 한 순간도 눈동자를 가만두지 않거나 천장에 달린 모빌의 운동에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뇌의 구조는 바뀔 수 있다. 뇌에는 가소성(plasticity), 즉 주변 상황에 맞춰 그 구조를 바꾸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독서로 뇌를 진화시킬 수 있다. 뇌의 뉴런은 간접적이지만 낯선 경험을 하면 새로운 연결망을 늘리고 자주 쓰지 않는 연결망을 퇴화시키는 까닭이다. 책을 읽으면 책에 담긴 글씨와 그림에 대한 정보는 망막을 거쳐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후에 시상(Thalamus)으로 이동한다. 시상은 간뇌에 있는 회백색 덩어리인데 후각을 제외한 시각, 청각, 촉각, 미각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부산, 광주, 속초 등 전국에서 오는 차량들이 서울로 들어오려면 거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이다. 그 후에 후두엽의 1차, 2차, 3차, 4차 시각피질에서 색깔, 선, 경계, 전체 윤곽, 형태, 색채 등을 따로따로 분석한 후에 두정엽의 시각연합영역에서 글자를 합쳐 단어로 바꾸는 등 후두엽에서 분석한 정보를 조립된 후에 그 옆에 위치한 여러 감각의 집합소인 다중감각연합영역으로 옮겨진다. 전두엽은 그 정보를 검색하는데 이미 기억한 정보라면 기억을 이미지나 텍스트로 불러와 강화하지만, 처음 들어온 정보라면 측두엽의 해마로 이동시킨다. 해마는 기억의 핵심인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곳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기억하는 독자가 다시 그 시를 읽으면 전두엽은 그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키며 그렇지 않으면 해마는 그 정보를 새롭게 저장하려고 한다. 독서는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전두엽 등 뇌의 모든 영역을 발달시킨다. 시각적 자극이 강해지면 후두엽이 발달하는데 상상력, 창의력, 의사결정수준을 높인다. 두정엽의 글자를 단어로 변환하고 그림을 결합시키는 능력도 향상시켜 지식의 수용능력을 키운다. 측두엽 해마의 기억능력도 깊게 하고 어휘력을 늘려 언어표현력을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독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고등사고력의 중추인 전두엽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즉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논리적 판단력을 높여 자율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특히 전두엽의 안와전두엽 기능을 향상시켜 전전두엽이 변연계를 조절하게 함으로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몬스터 중 2병 같은 감정과잉을 통제한다. 두뇌는 다양한 단어와 은유, 비유 등의 수사가 풍부한 책을 읽을수록 발달한다. 토론토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인 키스 오틀라(Keith Oatley)는 뇌는 마치 책에 나타난 상황을 실재인 것처럼 상상하여 컴퓨터의 시뮬레이션처럼 작동하도록 만들어준다.고 연구했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의 글이나 그림을 사실로 착각하고 시각, 촉각, 후각, 운동감각 등이 반응하여 신경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가령 라벤더, 비누 등 후각과 관련된 단어를 읽으면 언어중추인 좌뇌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이나 좌뇌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 뿐 아니라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후각중추도 덩달아 활성화된다.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화면정보읽기는 독서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 화면을 바꾸어가며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대충 제트자(Z)로 빠르게 읽기 때문에 가소성의 원리에 따라 깊고 튼튼한 문해력(literacy)을 키우기 어렵다. 또한 독서의 효과는 지식의 앎에 그치지 않는다. 깊게 독서하면 몰입상태에 빠지는데 그 자신에 대해 유추적으로 성찰하고 고유한 생각을 키운다. 즉 그 효과는 산만한 뇌를 인문학적 뇌로 진화시키는데 영상학습과 비교할 수 없다. 독서의 효과를 설명하면 한도 끝도 없다. 디지털 매체가 끊없이 발달해도 종이책과 독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의 아라이 노리코 교수는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에서 인공지능조차 따라오기 어려운 인간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일본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수행한 연구에서 AI, 도로보군은 특정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지만 그 한계는 뚜렷했다. 도로보군은 4수를 했지만 도쿄대 입학에 실패했는데 문제의 뜻을 이해하는 독해력이 크게 부족했다. 즉 고도화된 딥 러닝조차 종이책을 읽었을 때와 비교해 논리적이고 종합적으로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力不足)이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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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4 18:25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문제는 매력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 말 저런 말을 하며 산다. 책을 써도 그것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글을 발표해도 그것이 실린 매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결국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삶이다. 목적은 단 하나다. 나의 완성과 더불어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나라)의 독립과 자존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완성이라고 해 놓으면 그 단계가 있기는 한지, 완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느니, 꿈도 야무지다느니, 완성을 꿈꾸지 않아야 완성된다느니, 잘난 체 한다느니 하고 말도 많을 것이다. 그냥 죽기 전에, 산다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이었는지 정도의 자각만 할 수 있어도 그것을 나는 완성이라고 해버릴 터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내 깜냥에 열반이니 초월이니 하는 정도의 단어가 어찌 가당치나 하겠는가. 하지만 보살행이니 지적인 삶이니 실천가적 삶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단어들을 남몰래 말해보기는 한다. 가끔은 미학적 삶, 대장부의 삶을 떠올려보기도 하다가, 허파에 바람이 단단히 들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떠올라 바로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린다. 그 정도의 허풍과 이 정도의 소심함 사이에서 이리저리 방황한다. 방황하는 나를 보며 또 방황한다. 지식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 아파하는 병을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다는 정도의 말을 짓고 그대로 한 번 해 보려도 하고, 지식인은 정답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곳에 처하는 사람이다는 말도 지어서 그대로 한 번 해보려고도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말을 한다. 말하는 자가 감당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짐은 뭐니 뭐니 해도 그 말이 옳은지의 여부다. 누구든지 자신의 말을 옳은 말로 확신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전문 사기꾼이라도 스스로 옳은 말을 하는 자로 확신하지 않으면 사기 행각은 성공하기 힘들다. 세상의 모든 말들은 각자에게 다 옳은 말이다. 틀린 말과 옳은 말 사이의 다툼은 간단하다. 틀린 말은 지고, 옳은 말은 이겨야 한다는 당위를 동반하기 때문에 옳은 말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다툼은 옳은 말들끼리 벌이는 것이 거의 다다. 심지어 예수님과 율법주의자들의 다툼도 이치는 같다. 예수님은 자신이 옳다 하고, 율법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옳다 했다. 우파는 자신이 옳다 하고, 좌파는 또 자신이 옳다 한다. 사회주의자는 끝까지 자신이 옳다 하고, 자본주의자는 끝까지 자신이 옳다 한다. 이러하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다툼은 옳은 말과 옳은 말 사이의 다툼이다. 그래서 세상은 해결되는 일이 없이 언제나 혼란스럽다. 옳은 말과 그른 말 사이의 다툼은 간단한 일이지만, 옳은 말과 옳은 말 사이의 다툼은 해결난망일 수밖에. 옳은 말과 옳은 말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툼은 논쟁과 토론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우리는 대화로 서로를 설득하여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는 관념에서나 가능하지 실제 세계에서는 없을 일이다. 양보하는 일이 실지로 일어났다면, 이는 필시 말로 한 대화의 힘이 아니라 말을 넘어선 어떤 것의 압력에 의한 것이다. 우파나 좌파도 국익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보고 가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포용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런 일이 정치 현실에는 없다. 나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런 아름다운 현상을 목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주도권은 누구에게로 가는가? 그것은 옳고 그름 너머의 다른 어떤 힘을 가진 자에게로 간다. 그래서 주먹이 있고, 정치가 있고, 전쟁이 있다. 주먹도 정치도 전쟁도 옳은 말과 옳은 말 사이의 다툼을 넘어가는 특별한 방식이다. 말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수의 말이 논리와 정당성으로 힘을 얻었을까? 논리라는 것은 대부분 힘을 얻은 후에 그 힘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곤 한다. 예수는 무엇으로 힘을 얻었을까? 말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인데, 그것은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의 말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며,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은 자들이 가진 정당성을 자신에게로 옮겨놓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에는 요시다 쇼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막부는 낡았고, 미국을 필두로 한 외세의 침략은 거칠었다. 막부를 타도하고 왕을 모시는 새로운 체제라야 일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체제개혁을 시도한다. 쇼카손주쿠라는 조그만 학교에서 90여명의 인재를 배양하여 메이지 유신의 실행자들로 키워냈다. 새로운 독립국가로서의 일본을 완성하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반 막부 운동을 하다가 막부 세력에 의해 처형이 되지 않았다면, 요시다 쇼인의 말이 제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요시다 쇼인의 말은 말 이상의 어떤 것을 얻어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요시다 쇼인에게서는 말 이상의 어떤 것이 바로 처형당한 사건이다. 요시다 쇼인은 스스로 처형당함으로서 처형한 자들이 가지고 있던 정당성을 자신에게로 뺏어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좌파가 주도권을 가졌다. 해방 후부터 권력을 잡으려는 집요한 노력이 완성되었다. 좌파가 반공 이데올기로 가해졌던 극심한 탄압을 겪으면서도 결국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좌파의 말은 옳고 우파의 말은 틀렸기 때문일까? 그건 아니다. 좌파는 좌파대로 옳고, 우파는 우파대로 옳다. 나는 좌파가 말 이상의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옳다고 하면서 버티는 쓰잘데기 없는 긴장을 돌파했다고 본다. 말 이상의 어떤 것이 예수에게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일이고, 요시다 쇼인에게서는 막부로부터 당한 처형이다. 좌파가 가진 말 이상의 어떤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일이나 요시다 쇼인이 처형당한 일에서 조직되는 것과 비슷한 어떤 흡인력인데, 그것을 매력이라 하자. 우파에게는 매력이 없다. 좌파는 이런 매력을 가졌기 때문에 힘의 중심축이 좌파 쪽으로 이동하였다. 삶은 정치 영역에서 종합적으로 노출된다. 정치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란 것이 말을 넘어서는 어떤 것에 의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 말은 말 아닌 것을 영양제로 해서 산다. 말을 넘어서는 어떤 것으로 말을 압도해야만 매력이 만들어진다. 일찍이 그리스 사람들은 그것을 티메(TIME)라고 했다. 어떤 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한 소명을 장기간 수행하여 탁월함에 이르면 공동체는 그에게 존경이라는 선물을 준다. 지도자가 발휘하는 힘은 공동체가 주는 이 존경에 의지한다. 말이 아니다. 존경을 받는 사람이 발휘하는 흡인력을 매력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 티메에 관심을 가지면 이로울 것이다. 지도자는 말 이상의 어떤 것을 가져야 한다. 좌파들은 자신들에게 스스로 부여한 소명을 장기간 수행했다. 반독재 투쟁을 오래 했으며, 통일 운동을 오래 했으며, 노동운동을 오래 했으며, 환경운동을 오래 했으며, 인권운동을 오래 했으며, 빈민운동을 오래 했으며, 참교육 운동을 오래 했으며, 민주화 투쟁을 오래 했다. 그들이 오래 붙들고 늘어졌던 반독재, 통일, 노동, 환경, 인권, 빈민, 참교육, 민주화 등등의 주제가 말은 좋지만 실재로는 엉터리라느니, 결국은 반정부하다가 반국가로 빠져버렸다느니, 이제는 완장으로 전락했다느니,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느니 하는 비판들은 정치 영역에서 설득력의 확보라는 면에서 말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어쨌든 그 주제를 가지고 청춘부터 말년까지 불사른 투신의 역사를 가졌다. 어떤 문제를 붙잡고 그것을 해결하는 일을 자신의 과업으로 삼고, 그 과업을 위해서 목숨을 걸어보았다. 예수의 십자가나 요시다쇼인의 처형과 유사한 것을 자기 자신의 운명으로 삼아본 경험이 있다. 게다가 없는 돈에서라도 이런 과업을 위해 스스로 호주머니를 턴 사람들이다. 후속 세대를 기르기 위해 야학을 했으며, 야학을 위해 자신의 부귀와 출세를 포기해봤다. 자신이 스스로 정한 소명에 자신을 전부 바치고 게다가 목숨까지 걸어본 인간에게 어찌 매력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이 과정에서 발각된 인격적 결함들이 가끔 폭로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세운 매력을 뿌리부터 흔들 정도까지는 아니다. 좌파는 말 이상의 어떤 것을 가졌다. 우파는 이런 매력을 건축하는 데에 실패했다. 건국(새정부수립)과 산업화 과정에서 건축했던 매력은 이미 약발이 다했다. 우파가 권력을 뺏긴 것도 한마디로 말하면 산업화 이후까지 지속될 매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력을 가지려면 우선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해야 한다. 우파는 보편적인 이념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앞세운다. 그래서 우파에게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필수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국방과 조세로 실현된다. 우파는 반드시 군대를 가야하고, 세금을 잘 내야 한다. 국방과 조세가 어찌 우파만이 해야 할 일이겠는가. 좌파에게도 당연한 일인 것은 맞다. 우파에게는 이 두 가지를 당연하게 여기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감수능력이 좌파보다는 훨씬 더 강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자신의 정치적 근거로 삼아야 한다. 군대를 기피하고, 세금을 회피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우파에 많이 있다면 이는 입우파일 뿐이다. 군대를 기피하고, 세금을 회피한 사람들이 좌파에도 많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항변으로 자신들을 정당화 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더 문제일 뿐이다. 국방과 조세 방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우파 진영에 있다면, 이는 이런 사람들이 좌파 진영에 있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다. 좌파에 비해서 우파는 돈이 많다. 좌파들은 좌파 이념의 확장을 위해서 없는 돈에서라도 조금이나마 헐어 바치지만, 우파는 자신의 이념 확장을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계급의식 자체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정치의식 또한 약하다. 당연히 우파 이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다. 후속 인재 양성을 위하여 야학이라도 하는 좌파에 비해 우파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공적 헌신보다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더 뭉쳐있다. 게다가 좌파가 옳지 않다는 것만을 계속 지적할 뿐이다. 좌파가 얼마나 나쁜지, 얼마나 국력을 약화시키는지에 대하여 말 만 하고, 말 이상의 어떤 것을 시도하지 않는 한 좌파를 이길 수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파는 매력을 갖기 어려운 태도를 가지고 있다. 지금 우파 진영에서 벌이고 있는 공천 파동이나 선거 전략이나 인재 등용을 보면 권력을 뺏기고 와신상담을 한 집단이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참 한가하다. 매력을 건축하려는 파괴적 혁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좌파를 비판하는 것 말고 자신에게만 있는 적극적인 무엇을 가졌는지를 알기 어려운 곳에는 사람의 시선은 고사하고 파리조차 모이지 않을 것이다. 사실 좌파의 매력도 약발은 이미 다했다. 약발이 다한 매력을 살리려고 하니 억지스럽고 염치없는 행동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는 염치고 뭐고 없다. 거짓말도 대놓고 하고, 억지스럽고 앞뒤가 뒤집힌 논리를 구사하면서 부끄러움도 없다. 우리의 비극은 매력을 상실한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하릴없이 운명을 맡겨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강의와 교육 일선에서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말만으로 교육 효과를 얻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말 이상의 것이 요청된다. 그것은 인격적 감화력이나 정서적 친밀감으로도 나타난다. 사명감을 공유하는 연대의식도 좋은 장치다. 어떤 것도 고정된 마음이나 정해진 마음을 흔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말을 넘어선 말 아닌 어떤 것으로만 가능하다. 우파 좌파 걱정할 여유가 없다. 우선 당장 내가 급하다. 나의 십자가는 무엇일까? 나의 처형장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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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3 19:19

[소곤소곤 전북일상] 자전거 타고 전주 산책, "페달을 밟아 봐요, 봄바람이 느껴지나요?"

따뜻한 봄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봄바람을 느끼고 싶지 않나요? 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마음껏 자전거 타기를 즐길 수 있는 전주 자전거 길입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으면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집니다. 전주천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탈 때만큼은 답답함이 싹 가신 듯합니다. 이곳은 7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그 길이는 모두 67km에 달합니다. 호남제일문 방면에서 한옥마을 방면, 만경강에서 월암교 방면 등 전주 내 여러 방면으로 나눠 있어 이용자의 편의에 따라 코스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한창 날씨가 풀린 3월 25일, 전주 자전거 길을 이용해보고자 길을 나섰습니다. 20도를 웃도는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벗고 간단한 운동복을 착용해 몸도 마음도 홀가분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자전거도 없이 자전거 기행에 나섰습니다. 혹시 전주에도 서울시의 따릉이 같은 공영자전거가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던 차에 문득 생각난 곳, 필자는 그곳을 향해 곧바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도착한 곳은 바로 백제교 부근의 전주시 공영자전거 대여소(이하 자전거 대여소), 이곳에서 1회 1,000원이라는 저렴한 이용료로 공영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었습니다. 대여와 반납은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되는 시간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또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일반용 자전거(파란색), 2인용 자전거(초록색)이 대여 가능하며 이곳에 없지만, 유아용(노란색) 자전거도 대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운영시간 운영 시간은 6월부터 8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월 11월 12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월, 5월, 9월 10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니다. 반납은 꼭 대여한 당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이 필수예요. 또한, 헬멧 착용도 의무입니다. 자전거 대여소는 덕진공원, 전주천 생태 자전거놀이터, 한옥마을 향교, 오목대, 자연생태관, 치명자산 부근에 각각 있으므로 꼭 자전거를 대여한 곳에서 반납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외에도 전주시의 발표에 의하면 삼천동 부근과 송천동 부근에도 자전거 대여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해 다양한 곳에서 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전거 대여로 편리한 라이딩 자전거 대여를 완료한 후 페달을 밟았습니다. 햇볕에 달궈진 몸이 바람에 의해 서서히 시원해집니다. 전주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옆으로 갈대밭이 우겨졌습니다. 여러 종류의 새들도 발견할 수 있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전주천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전주천이 처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전주천은 도시화로 인해 생활하수 및 쓰레기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물고기들에게도 버려진 하천이었죠. 2000년부터 2년간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으로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쉬리와 수달이 전주천을 찾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7년간 진행된 전주천 고양의 강 사업으로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더욱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하천과 그 주변부를 정비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자전거 길은 움푹 패어있거나 크게 균열이 가있는 부분 없이 매끄럽고 쾌적했습니다. 한옥마을 앞에 당도하니 또 다른 자전거 대여소가 보였습니다. 시작한 곳보다 더 큰 규모 같았어요. 다수의 1인용 일반 자전거 외에도 2인용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도 보였습니다. 또한, 자전거 대여소에 설치된 펌프를 통해 바퀴의 바람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주의할 부분도 역시 있었습니다. 자전거 길의 폭이 좁아 보행자나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전주시는 전주 시민자전거 행진을 주기적으로 개최합니다. 행진에 참가하면 자원봉사시간도 부여되니 하루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 = 최기웅(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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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3 17:37

11대 재선 성공한 손성덕 기계설비협회 전북도회장 "기계설비산업인의 권익 신장 위해 최선 다할 터"

지난 2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전라북도회 32회 정기총회에서 회원사들의 만장일치로 10대 회장에 이어 제11대 회장을 연임하게 된 손성덕(61)회장. 그는 연임하게 된 배경이 잘해서가 아니라 역대 회장들의 밑거름이 있었고 그간 못한 일을 더욱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더욱더 노력하라는 명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겸양의 말로 취임일성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3년동안 전북도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로 30년 기계설비인들의 한을 풀어줬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기계설비공사 분리발주의 당위성과 효율성에 대해 모든 발주처를 방문해 홍보하고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기계설비 업역의 권익신장과 국민들의 안전성 향상이 기대되고 있는 오는 19일 기계설비법 시행을 앞두고 벅찬 가슴으로 하루하루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손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협회 운영계획과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협회장에 만장일치로 재선을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각오는 지난 3년간 모잘랐던 점을 충분히 채우라는 이미로 알고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전북도회의 발전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3년간은 각 시군을 비롯하여 교육청, 전북개발공사 등 모든 발주 관서를 방문하여 기계설비공사 직접발주 당위성과 효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직접발주를 확대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본회와 더불어 우리 협회의 숙원사업인 기계설비법 제정을 위해 노력을 다한 결과 제 임기 내에(2018년 4월 17일) 제정돼 오는 18일이면 공포가 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재선한 이번 임기에는 기계설비산업인의 권익 신장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기계설비법의 성공적인 시행과 조기정착이 될 수 있도록 관내 지자체 발주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습니다. 그리고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법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주력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협회 운영목표는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회원의 권익 증진에 있습니다. 따라서 회원들의 고충을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 나가는 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 기계설비인이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회원사 간 상생발전을 실현하고, 경쟁력확보를 위해 지역업체의 하도급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특히 지역업체의 하도급 확대 및 외지 시공사의 상생 협력을 위한 찾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맨투맨으로 외지 건설사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지역 기계설비건설업체에 하도급 수주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회원사들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해소방법은 무엇입니까 우리 기계설비공사 회원사들의 전문건설업으로 건설공사 시공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하도급 대금 조정 분쟁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 법정공휴일 유급휴가 의무화 시행 등 건설현장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는 공정거래센터를 운영, 전문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하도록 하고, 자문 공인노무사를 통해 상담을 실시하고, 하도급 법령 강습회 건설노무관리 강습회를 실시하여 회원사들의 고통을 덜고자 합니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계설비법이란 무엇입니까 기계설비산업은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산업시설 등의 냉난방, 환기 및 각종 에너지 설비의 설계, 시공 등을 통해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기반 조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안전이나 건강, 에너지 효율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공기조화, 냉․난방, 위생 설비 등 기계설비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시설물의 노후화로 인해 기계설비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커지는 등 기계설비산업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가차원에서 기계설비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계설비산업의 연구ㆍ개발, 전문 인력의 양성,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등 지원과 기반을 구축해 기계설비산업이 4차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하는 한편, 기계설비에 대한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기술기준과 유지관리기준 등을 마련하여 기계설비의 효율적 유지관리를 통한 국민의 안전과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하는법 입니다. 또한, 기계설비산업 발전과 신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기계설비법 시행으로 변화되는 점은 기계설비법이 시행 되면 건축공사 등에서 건축물 기계설비의 착공 전 확인과정으로 설계도서와 기술기준 적합 여부 확인하고 시공완료시 사용 전 검사로 시공부문과 기술기준 적합 여부 행정기관의 확인제도 도입으로 기계설비의 품질과 안전, 성능확보를 해야합니다. 이로 인해 기계설비 사용에너지가 10% 절감 효과로 연간 2조5000억 원이 절약되고, 기계설비 수명은 25% 증가로 3~5년 추가 사용이 가능하게 됩니다. 기계설비법에 적용되는 건축물은 2021년 4월19일 부터는 3만㎡이상 일반 건축물과 2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2022년 4월 19일부터는 1만5000㎡이상 3만㎡ 미만 건축물과 1000세대 이상 2000세대 미만 공동주택, 2023년 4월19일 부터는 1만㎡이상 1만5000㎡ 미만 건축물과 300세대 이상 1000세대 미만 공동주택 적용할 계획으로 법을 공포할 예정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기계설비 유지관리자를 선임하여야 하기에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도민들과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기계설비 시스템은 우리의 일터 생활공간인 사무실과 주거공간 내 온습도와 공기 질을 제어하고 각종 열원장치 등을 중심으로 연료, 공기, 물 등의 유체가 흐르는 배관 및 기계장치로 얽혀 있어 인간의 건강과 생명, 안전에 직결돼 있습니다. 기계설비관련 안전위험 사례를 살펴보면 에어컨 실외기 화재사고, 2015년 메르스 사태와 지금 코로나 19사태는 환기시스템 부재 등으로 세균 확산 등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기계설비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각 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쾌적한 환경조성에 앞장서겠습니다 ● 손성덕 기계설비협회 전북도회장은 우리지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이나 타지로 떠나는 현실이 안타깝고 갈수록 낙후전북으로 치닫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손성덕 회장은 이번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계설비법이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를 발휘하면서 우리 젊은 인재들이 고향발전을 위해 일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일조를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기계설비 협회 전북도회장에 선출돼 11대에도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어 연임에 성공한 그는 1996년 전북대학교 산업기술대학원 공과를 수료하고 2007년 원광대학교 행정대학원 최고정책관리자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1996년 진성산업 주식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기계설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기계설비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업계 발전에 힘을 쏟고있으며 외동 아들을 3년 전부터 현장 실습을 시킬 정도로 업계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수도설비와 배관, 가스시설 등 건축공사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기계설비의 관리지침을 규정하는 관련법이 없었다는 게 말이되냐며 이제라도 법이 마련돼 다행이라는 손회장은 앞으로는 회원사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분리발주가 명문화될 수 있도록 관련법 마련에 온 힘과 정열을 쏟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 기획
  • 이종호
  • 2020.04.12 16:54

[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서점의 이유, 지역의 이유

최근 SNS에서 인상 깊은 이야기를 접했다. 경기 지역의 한 서점인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겪는 지역서점의 어려움을 호소한 글이었다. 그는 공공도서관이 올해 한시적으로라도 10퍼센트 할인을 받지 않고 정가로 도서관 자료를 구입해주면 좋겠다고 썼다. 서점이 하도 어려우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올린 글이라 했다. 그런데 해당 지역 시의원이 그 글을 읽고 시에 건의한 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정책이 결정됐다고 한다. 관내 지역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자료구입 예산 중 미집행된 10퍼센트 할인 없이 정가로 구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 정책으로 인해 한 서점당 약 350만 원의 수익이 추가된 셈인데 혜택을 받는 서점이 27곳이니 시 전체 지역서점들에게는 약 1억 원의 추가 수익이 돌아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안 당사자로서 무척 고맙고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고 한다. 서점 입장에서는 정가를 모두 받으면 수익이 늘어나 좋은 일이지만, 도서관의 자료 구입량이 줄어들면 시민과 출판사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염려에서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다행히 기관 측에서 정가 구입으로 줄어드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올해 1차 추경에 9,700만 원을 세워 걱정이 해결됐다는 소식이다. 놀랍고 감동적인 행정의 본보기라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지역서점 인증제를 적극 활용해 지역서점에서 우선적으로 도서를 구매하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지역서점들의 수익을 개선하고, 도서납품을 위해 이름만 걸친 이른바 유령서점을 가려 달라는 취지에서다. 지역서점 인증제는 이러한 유령서점을 막기 위해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지역서점인지 확인하고 인증하는 제도로 현재 광역 2곳과 기초 9곳 등 11개 지자체가 조례지침공고 등의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지역서점인증제는 2015년 민간단체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추진해 그해 전주시에서도 도입했다. 현재까지 시에서 지역서점으로 인증한 서점은 총 94개소다. 그 사이 2017년에는 전북도에서 의미 있는 조례도 나왔다. 국주영은이성현 의원이 공동 발의한 전북도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하 도지역서점조례안)이다. 조례의 골자는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서점 틈새에서 지역 서점이 경영 안정화를 이뤄 지역문화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5년 전 지역서점 인증제도에서 시작된 지역 서점 활성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도 광역 자치단체 조례로 확산되며 본격적인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한해가 다르게 바뀌는 지역서점 생태계에서 어떻게 빨리 제대로 조례가 실행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역지자체는 도서를 구입할 때 대상 선별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여기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지역서점 인증제다. 때문에 인증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튼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각 지자체에서 의견을 수렴해 수정을 거듭하기도 한다. 지역서점인증제는 얼개는 비슷하지만 들여다보면 지자체마다 그 세세한 결이 다른 경우가 많다. 2017년 광역 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인증제도를 실시한 경기도가 모범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그 결에 있다. 인증 기준을 살펴보자. △경기도 내 서점으로 실제 일정 규모의 방문용(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것 △사업자등록증상 사업의 종류가 소매 서적업으로 등록되어 있고 도서판매를 주종으로 할 것 △경기도에서 사업자등록일 기준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는 서점일 것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주 40시간 이상)하는 서점일 것 △서적총판, 학원, 납품위주 업체, 종교서적 전문서점, 어린이 전집 할인매장 등은 제외 문체부에서 권고한 유령서점 차단막이 인증기준에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깊다. 또 하나는 인증 유효기간이 단 2년이라는 점도 배울 만하다. 2년 마다 인증을 갱신하며 서점의 사업자 상태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통해 인증제를 수정해나가면서 서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발전할 수 있도록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특히 전주시에서도 도서관과 함께 기록할만한 좋은 사례가 태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실핏줄인 작은 서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지역과 상생하며 나아가길 바라본다. 필자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서점의 이유, 지역의 이유라는 화두를 통해 서점과 함께 뛰는 지역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임주아 시인물결서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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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8 20:27

[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 지속가능한 지역혁신, 대학이 중심되어야

참여&소통 2020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사회교육계 전문가들이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남궁문 원광대 교수, 강미 법무법인 수인 변호사, 이희수 원광대 LINC+ 실무관, 박제원 전주완산고 교사가 참여해 도내 곳곳의 생생한 사회와 교육 이야기를 담아 전달할 예정입니다. 참여&소통은 오는 8월까지 매주 수요일자에 게재됩니다. 지방의 인구 감소는 쇠퇴도시, 축소도시 등으로 일컬어지며 현재는 물론 장래 지역발전의 화두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년부터 30년 간 인구가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인구 15만 명 이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급속한 인구 유출이 일어나면서 2040년에는 전국 지자체의 30%가 기능 상실 위기(소멸위기지역 50% 육박)를 맞게 된다. 무엇보다 지역혁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청년층 급감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2018년에는 72%이던 것이 2060년에는 50%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인구감소라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하면 지역경제 및 생활기반 등 다양한 분야를 유지 발전시켜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지역혁신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인가 하는 어려운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우리나라의 인구성장 추정 결과에 따르면 총 인구 측면에서 2010년 4941만 명에서 2060년에 4396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국가의 경제를 견인할 생산가능 인구분포 측면에서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2016년 인구의 72.9%를 정점으로 감소해 2060년 49.7%,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30년에는 2.3배, 2060년 3배 이상 증가한다. 유소년인구(014세)는 2010년 798만 명에서 2060년 447만 명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의 미래 인력을 예상할 수 있는 연령별 분포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교 대상 연령 인구는(611세) 2010년 328만 명, 2035년 259만 명, 2045년 209만 명으로 급속히 감소하는 경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변화 현상은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지만 지역별 인구변화 추이를 보면 2017년 대비 2047년 경기, 세종, 충남, 제주, 충북, 인천 등 6개 시도 인구는 증가하고, 그 외 11개 시도 인구는 감소한다. 인구성장률의 경우 2017년 서울, 부산, 울산, 대전, 광주 등 9개 시도에서 마이너스 인구성장을 보이며, 2044년 이후에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 및 지역혁신 기반 주요 인력이라 할 수 있는 대학진학 대상 연령인 18세 인구는 2006년 61만 명에서 증가, 2011년 70만 명까지 증가한 후 급격히 감소하여 2020년 50만 명 수준을 보이다가 지속적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고등교육 현황 측면에서 보면 2018년 전체 재적학생 수는 337만8393명으로 전년 대비 5만8916명(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대학 수, 교원 수, 학생 수를 보면 대학 수는 수도권 34.1%, 대경권 18.23%, 호남권 17.35% 등으로 나타났다. 교원 수는 수도권 39.8%, 충청권 17.63%, 대경권 15.8% 등으로 나타났으며 학생 수는 수도권 39.5%, 충청권 17.6%, 대경권 16.1%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인적자원 분포를 보면 대학 수, 교원 수, 학생 수 측면에서 지방에 60%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표면적으로 지방에 많은 지적자원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인구감소 및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학의 소멸이 예측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지역에서 대학의 책무와 역할과 지역사회와의 공공성 차원의 연계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지역대학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지역혁신을 이루는 혁신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축소 및 쇠퇴도시 등의 진화에 따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혁신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이전에 인구감소 등의 경험을 한 선진국들의 경우를 보면 지역혁신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혁신을 창출할 인재양성 △지역혁신을 실행한 인프라(인력 및 기자재, 시설 등) △지역혁신을 창출하고 실질적 실행을 할 청년 확보등과 같은 정책을 실현하였다. 이에 지역에서 지역혁신을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핵심주체는 이러한 3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지역혁신 기관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역별로 대학들이 있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보면 경쟁력 있는 도시에는 혁신의 주체가 되는 좋은 대학들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대학 단독으로 지역혁신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이미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지역혁신을 위해 열린 사고(open Innovation)에 기반 한 혁신 주체 간 상호협력을 말하는 헬릭스(Helix) 개념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고 있고, 지역혁신을 위해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혁신 주체 기관들과 상호 연계 협력하는 N차원 헬릭스 개념(지자체, 대학, 산업체, 연구소, 정부산하기관, 중등교육기관, 금용기관, NGO, 시민 등)으로 확장하여 실질적인 지역혁신을 유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의 산학연관 라운드 테이블 사업, 일본의 제조업 비즈니스 사업, 독일 및 네덜란드의 혁신클러스터 사업 그리고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도 다양한 사업들이 이루어져 지역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역대학들의 탄탄한 협업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혁신을 위해 지역혁신 주체인 지자체-대학-산업체 및 연구소 등 지역혁신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상호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지역혁신 주체들에게는 그동안 정부 및 지역으로부터 지원받은 인적물적 자원이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그 역량들이 각 주체들 내부에서만 활용되고 있어 지역발전 및 혁신에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선진국의 지역혁신 사례처럼 지역혁신 주체들이 보유한 자원을 상호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업하는 문화 정착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혁신 주체들이 각자만의 이익을 넘어 상호 상생 발전하는 협업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혁신의 주체 중 대학들이 지역혁신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사회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리딩하는 혁신의 주체가 될 때 대학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와 더불어 경쟁력 있는 탄탄한 지역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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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7 16:55

취임 2년 맞은 박수천 전북지방조달청장 "지역 특화산업 연계한 성장사다리 지원체계 구축에 중점"

박수천 전북지방조달청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았다. 작년 6월 취임당시만 해도 처음으로 근무를 하게 된 전북에 대해 생소함을 느끼며 다소 불안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골목골목 맛집과 거리에 붙여진 이름의 유래까지 알 정도로 전북인 보다 더 전북 스러운 전북인이 됐다. 전북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1년 전 각오를 사명감을 갖고 충실하게 지켜온 결과다. 그는 현재도 도내 기술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공공조달시장 판로를 확대하고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내 중소기업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박 청장을 만나 전북조달청의 사업목표와 조달업체의 물품 판로 확대 방안 등을 들어봤다. -전북지방조달청장으로 취임한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년차를 맞았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라북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그러나 맛과 멋, 여유와 품격으로 유명한 고장인 전북을 알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동안의 성과와 올해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년 한해 저희 전북지방조달청(이하 전북조달청)의 조달사업 실적은 1조 6975억 원으로 목표(1조 4338억 원) 대비 115.3%, 전년 동기 대비 118.4% 초과 달성했습니다. 세부사업별로 보면 내자구매(물품서비스)가 1조 2862억 원, 시설공사 분야 또한 411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사업실적을 올렸던 지난해 이상의 놀라운 실적을 일궈냈습니다. 올해 조달사업 목표는 작년보다 21.8% 상향된 1조 7472억 원입니다. 내자구매(물품서비스)는 1조 3,343억 원, 시설공사는 4,129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점 사업 방향은 어디에 두실 계획인가요. 올해 사업의 중점은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성장사다리 지원체계 구축에 두고 있습니다. 크게 △혁신조달기업 지원 전담추진반 운영 △지역 유관기관 및 탄소관련 단체 협업△벤처나라테스트베드 활성화 추진의 세 가지 방안을 가지고 도내 창업‧벤처기업 지원에 전 직원의 역량을 모을 것입니다. 아울러, 재정 조기집행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은 물론, 지역 내 다양한 목소리를 항상 귀담아 듣는 열린 행정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평소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강조해 왔는데 전북지역 기업 현황과 지원은? 올 1월 기준 탄소난방필름 생산업체 주식회사 에니에스, 탄소섬유발열선 결빙방지 매트를 개발한 카본엑트 등 도내 34개 기업이 벤처나라 대상으로 지정되었으며, 그 중 30개 기업이 176여개의 물품을 등록하였습니다. 벤처나라에 접속해보시면 농업용 드론, 창살무늬석, 자동소화 재떨이, 미끄럼 방지 탄소발열매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 지원방안으로는 계약과 업체정보 등 실무경험이 풍부한 3명으로 전담추진반을 구성, 전문적이고 일관성 있게 기업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구매부서 담당자별 소관 물품에 대하여도 벤처나라 지정상품 등록을 적극 도울 예정이며, 혁신조달기업 및 수요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간담회 또한 개최할 계획입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전라북도의 탄소전략산업과 조달청의 혁신시제품 시범구매(공공테스트베드) 사업을 연계, 관련 유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역여행상품과 지역에서 생산하는 전통문화상품(전통주전통식품) 또한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리 전북 지역은 맛과 멋으로 유명한 고장인만큼 다양하고 특색있는 전통문화상품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새롭게 발굴하고, 판로를 지원하여 사회 각계‧각층에서 정부구매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공공구매력을 십분 활용해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와 실적이 늘어난다면,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지역경제도 살아나리라 생각합니다 -도내 우수조달 업체의 물품 현황과 판로 확대 등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현재 신재생 지열시스템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제이앤지와 최첨단 수질 환경 처리업체인 한삼코라㈜ 등 도내 51개 기업, 55개 제품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됐습니다. 우수조달물품 이용의 장점과 우수조달물품의 기술력 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수요기관에 우수조달물품 제도와 현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급자재인 레미콘‧아스콘에 대한 금년도 구매방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데 향후 기대되는 효과는? 전북지역의 연간 2600억 원(레미콘 1500, 아스콘 1100) 규모에 달하는 레미콘아스콘의 공급방식을 기존 희망 수량경쟁입찰 방식에서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기업 간 경쟁성을 강화하고 수요기관의 선택권을 확대했습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납품지연, 입찰담합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가격품질서비스 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미흡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꾸준한 제도개선 및 시스템 보완으로 수요기관 만족도를 높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국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19 조기종식을 위한 조달청의 역할과 대책은? 3월초까지 코로나19 방역의 주요 물품인 마스크는 공적유통망의 난립 등으로 수급이 불안정해 많은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였습니다. 이러한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조달청은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발맞춰 지난 3월 6일부터 정부구매 가능역량을 총동원, 하루 평균 800만장 규모의 공적물량 계약창구를 조달청으로 일원화하고 마스크 유통을 직접통제함으로써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가져 왔습니다. 앞으로도 매점매석 행위 근절은 물론, 마스크 생산확대 지원, 효율적인 비축관리 등으로 마스크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전국이, 전북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건설업 현장뿐 아니라 관광지, 지역 소상공인 분들의 입에서도 경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전북조달청은 상반기 조기집행,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방안 마련 등으로 도민 여러분들과 함께 이를 타개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수천 청장은 박수천(57) 전북지방조달청장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서울 용문고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 청장은 공직에 입문해 조달청 국제물자국 외자기기팀, 시설사업국 시설총괄과, 조달품질원 납품검사과, 기획조정관실 조달회계팀장, 인천지방조달청 장비구매과장 등을 거쳐 지난 해 6월 전북조달청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3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내자외자시설 등 계약업무와 국유재산물품관리 등 조달업무 전반에 걸쳐 탁월한 업무수행으로 조달행정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그는 전북에서 근무하는 동안 사명감을 갖고 도내 기술력 있는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 지원을 앞장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청장은 찾아가는 현장 행정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고, 혁신 가능한 조달행정을 추구해 도내 창업벤처기업 등 기술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공공조달시장 판로 확대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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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호
  • 2020.04.05 16:11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75. 세상의 이치를 담은, 고창 윤도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절을 지나다 보니 우리네 삶의 올곧은 좌표를 안내받고 싶은 생각이 절실하다. 까마득한 시절 선조들은 길을 찾고자 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과 별 그리고 해의 위치를 살펴 낯선 곳이나 어둠 속에서 방향을 찾았다. 이후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살피다 이제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첨단기술의 네비게이션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고창에는 조선시대부터 그 방향이 틀림없다 인정받은 전통 나침반인 윤도(輪圖)가 전승되고 있다. 나침반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에서 발명되어 이후 아랍 상인들에 의해 널리 전파됐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54년에 일식을 관찰했고, 별과 해의 모습 등 하늘을 자세히 살피며 점을 쳤고, 유성이 떨어지거나 해가 두 개 나타났을 때 죄수를 사면한 것 등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삼국시대부터 『주역』과 천문학이 발달해 백제에 천문학을 담당하는 일관부(日官部)와 신라의 천문박사(天文博士) 등이 있던 것으로 보아, 천문학의 중요한 도구인 나침반은 삼국시대부터 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통일신라 때는 풍수사상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고려에 이르러서는 해와 달을 비롯한 별들을 관찰해 천체에 관한 지도를 만들고 별자리의 변화를 계산해 농사철을 확인할 정도로 천문학이 발달했다. 조선시대에는 천문학을 담당하던 관상감에서 윤도를 제작했으며 관련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여러 문헌에 남아있다. 1600년(선조 33)에는 명나라의 이문통이 나경을 보여 주었는데, 윤도와 비슷하나 더 자세하며 크기도 소반만큼 크고 해그림자를 재는 것도 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를 보아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있던 윤도가 중국의 나경과 같은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윤도는 지침을 활용해 방위를 알아보는 것이지만, 동서남북뿐만 아니라 십이지와 팔괘로 방향을 표시하며 우주의 순리와 법칙,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이 오롯이 담긴 세상의 질서를 새겨놓은 나침판이다. 그렇다 보니 윤도는 지관이 묘터인 음택과 집터인 양택을 알아보는 풍수용으로 주로 쓰였고, 간략한 형태로 만들어진 윤도는 여행자들이 방향을 보기 위해서도 쓰이며 지남철, 지남판, 나경, 패철로도 불렸다. 패철(佩鐵)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하여 불린 이름으로, 부채에 휴대용 해시계 겸 나침판을 장식용으로 단 선추와 거울에 단 면경철과 거북이 등에 윤도를 박은 거북 패철까지 다양했다. 그 중, 조선시대 흥덕현에 속한 고창에서 만든 윤도를 특별히 흥덕 패철이라고 칭했다. 이를 보아 윤도는 천문학자나 풍수를 보는 지관만이 아니라 휴대용 생활과학 도구로 주로 사대부를 위시한 일반인들도 사용했으며, 명품의 대명사가 된 흥덕 패철은 그 방향이 정확하고 견고해 전통 나침반 중 으뜸이었다. 특히 고창 낙산마을에서 제작된 윤도의 정교함을 알아보는 방법이 남다른데, 예로부터 낙산마을 뒷산인 제성산에 있는 고인돌이 그 정확함을 증명해주었다. 거북이를 닮아 마을에서 거북바위라 불리는 고인돌에는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어 완성된 윤도의 지침을 남북에 맞추고, 실을 동서로 되어있는 거북바위 등에 맞추면 지침과 실이 직각을 이루게 되어 윤도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거북바위의 신비한 기운이 서려서인지 낙산마을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윤도를 만드는 고장으로 유명했다. 윤도를 만드는 전문 기술자를 윤도장이라 부르는데,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0호 윤도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김종대(1934년생)가 낙산마을에서 그 맥을 잇고 있다. 그가 윤도를 전승하게 된 것은, 그의 조부인 김권삼이 한운장이라고 알려진 한씨에게서 기능을 물려받으면서부터이다. 낙산마을의 윤도장 계보는 전씨에서 한씨, 서씨, 한(한운장)씨에서 김권삼(현 보유자의 조부)의 아들 김정의에게 이어지다 아들 대신 손재주가 뛰어난 조카 김종대에게 전승되었다. 윤도장 김종대의 장남으로 현재 전수교육조교인 김희수(1962년생)는 윤도를 만드는 중요한 물건인 자철석, 윤도 판본, 작업대, 50여 개의 연장이 한 세트로 350여 년 동안 가보로 전해지고 있어요. 그 중, 원래 두 개였지만 증조할아버지 때 아쉽게 하나를 잃어버린 자철석(磁鐵石)이 가장 중요한 보물이지요. 자철석은 자성을 띠는 자연석으로 우주에서 온 운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철석은 윤도의 지침을 만드는 것으로 철심을 자철석에 붙여놓으면 자성이 철심에 그대로 옮겨져 지침이 되게 하는 특별한 돌입니다. 자력을 입힌 지침을 결이 고르고 단단한 대추나무에 꽂아 세상사를 새겨 윤도를 만드니 우주의 이치를 새긴다라는 말이 나온 갑소.라 했다. 김종대의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윤도 판본은 1848년(헌종14) 관상감에서 만든 윤도 판본으로 정간과 분금을 하고 각자를 하는 데 기본 자료가 된다. 대를 이어온 윤도장들의 지극한 손길과 세월이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작업대 위에서 우주의 질서를 새긴 셈이다. 어릴 적 보았던 할아버지 부채에 매달려 대롱거리던 선추도 어쩌면 이 세상길에서 헤매지 않고 싶었던 어르신의 바람이었을 것 같다. 봄꽃이 아름다운 계절, 온갖 불안을 안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춘삼월 꽃놀이의 유혹을 떨치고 잘 견뎌내어 좋은 날이 오면 고창으로 길을 나서야겠다. 선운사의 춘백이 그때까지 남아있으면 서글프게 떨어지는 꽃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낙산마을을 찾아 윤도장전수관도 둘러보고, 선사시대의 신비가 서린 거북바위에 변함없이 가리키는 윤도의 올곧은 방향으로 삶의 좌표를 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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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6 16:38

정종운 전주기상지청장 “도민 생활 불편 없도록 최선의 기상서비스 제공”

전주기상지청은 전라북도 지역과 전라북도 앞바다 해상구역의 기상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 1918년 전주관측소로 창설된 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지역의 기상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23일은 정종운 전주기상지청 지청장(58)이 취임해 맞는 첫 세계 기상의 날이다. 정 지청장 취임 후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 확산과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 지원 등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기상청이 국민의 안전과 생활편익 증진을 위한 혁신적인 날씨서비스 개편목표로 정한 만큼 보다 지역민의 편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정 지청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기상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월 1일 청장 부임 후 어떻게 활동하셨습니까. 부임 후 도청, 시청, 해경, 언론사 등 유관기관을 방문하여 전주기상지청에 바라는 사항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외부활동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다가오는 여름철 방재기간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호우 가이던스 개발, 지역 기후변화 추이 분석 등의 업무와 지역 축산농가에 맞춤형 기상정보서비스 시범운영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23일은 60번째로 맞이하는 세계 기상의 날입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세계기상의 날은 1950년 세계기상기구(WMO)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로 발족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다. WMO는 기상현상이 전지구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일어나는 현상임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을 위해 설립되었는데 현재 193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56년에 가입했습니다. WMO는 매년 세계기상의 날에 주제를 정해 전세계에 기상지식을 보급하고 기상이변과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인식시키고 있으며 올해 세계기상의 날 주제는 기후와 물 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갈수록 토양 수분 부족, 홍수, 가뭄, 깨끗한 물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 물 공급의 예측과 감시, 관리를 개선하고 물의 남용과 부족, 오염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기상청은 한 방울의 물도 소중히 여기는 물 데이터 수집과 관리를 위해 지상관측, 위성, 레이더 등 삼차원 기상관측망을 운영함과 동시에 정확한 강수예보에 더욱 매진할 계획입니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를 우리 지역에도 알려야 할 것으로 봅니다. 또 홍보와 동시에 기후변화 정책 준비도 필요할 텐데,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으십니까. 우선 우리 지청은 전북교육청과 함께 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체감도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려고 합니다. 특히 전라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 대상 기후변화 위기의식 확산을 위한 협업을 추진해서 우리 도민들이 미래 기후변화에 따라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발판을 준비중 입니다. 또 전주시와 협업으로 전주시내버스 123개 전 노선 408대에 대해 기후변화 과학 이해확산 캠페인 1.5℃가 만드는 운명 교향곡, 기후변화 홍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도 도내 14개 시군구 중 금년에 11개 지자체에서 향후 5년간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수립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지청은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양질의 기후자료를 통해 도내 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역민들을 위한 전주기상지청만의 특별한 기상서비스가 있다면. 지난해 지역특화 사업 들에서 콜을 운영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지역 농업인의 안전한 영농활동을 위해 논, 밭, 축사 등 영농현장에 필요한 기상기후 정보를 전달하고 상담해주는 서비스로 날씨 이슈와 농사정보, 10일간 기상정보 등 핵심 기상정보를 요약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역 영농인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우리 지역 축산농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전북은 한우 및 주요 가축의 사육 분포가 높아, 가축재해 보험 가입율이 2018년 기준으로 92%를 넘을 정도다는 것을 착안해 전북지역 축산농가 기상기후 맞춤형 의사결정 서비스를 운영, 축산농가의 가축 방역 등 각종 작업판단정보, 건강생활정보 등 컨텐츠를 개발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성 가축질병 증가와 확산을 줄이고, 지역 축산농가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기상서비스를 설명해주십시오. 기상청은 올해 정책목표를 국민의 안전과 생활편익 증진을 위한 혁신적인 날씨서비스 개편으로 정했습다. 날씨는 국민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다 신속정확한 날씨 예측과 효율적인 소통을 통해 기상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어린이, 노약자 등 기상재해 취약계층 보호에서 기업, 산업에서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생활편익 증진을 위한 날씨 서비스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먼저 6시간까지의 초단기예보는 기존 1시간 간격의 예보를 10분 단위로 제공하고 내일모레예보는 3시간 간격에서 1시간 단위로 제공하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상세한 예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특히 바다날씨는 올해 10월부터 기존 3시간 간격의 예보정보를 1시간 간격으로 훨씬 상세하게 생산하며 모바일 웹을 통해 어업종사자들이 손쉽게 기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도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에는 호우, 대설, 태풍, 황사 등 굵직한 기상현상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폭염, 한파, 우박, 강풍, 도로 살얼음 등 모든 기상현상에 민감한 상황입니다. 전주기상지청에서는 이러한 모든 기상현상에 대해 적시에 상세한 정보를 생산제공하여 도민들의 일상생활, 산업활동, 여가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기상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저희 전주기상지청을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종운 전주기상지청 지청장은 1961년생인 정 지청장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1983년 11월 10일 기상기원보로 최초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기르고 인정받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상레이더센터 레이더기획팀장 역임했다. 또 2017년도부터는 수도권기상청 예보과장을 역임하고 2019년 예보국 국가태풍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기상청 내에서 직군을 막론하고 다방면의 업무를 봤다. 특히 그의 다양한 업무 경험 중 기상 기획관련 업무는 업무 진행에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진취적인 진행을 한다고 조직 내에서 평가되고 있다. 또 기상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덕분에 직원들 간 소통도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지청장 부임 이후 전주기상지청의 예보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도 받고 있다.

  • 기획
  • 엄승현
  • 2020.03.22 15:43

[뚜벅뚜벅 전북여행]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봄봄봄 햇살에 활짝 핀 꽃동산 수목원에서 힐링하세요"

가장 먼저 봄꽃 소식을 전하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향기 가득한 봄나들이 다녀왔습니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과 실록의 삼림욕 하기 좋고 다양한 산책코스로 가족들과 가볼 만한 곳이랍니다. 전주수목원 관람안내 ▶ 하절기(3월-10월) : 09:00-18:00 ▶ 동절기(11월-2월) : 09:00-17:00 ▶ 매주 월요일 휴원일, 설날, 추석 당일 휴원일 ▶ 관람시 유의사항 : 주차장이용, 쓰레기 갖고 가기, 취사불가(도시락가능), 삼각대사용금지 우리나라 남쪽부터 봄꽃 개화 소식이 들려올 때쯤 매화 향기 따라 봄기운을 느낍니다. 앙상한 매화 나뭇가지에 향기를 품고 있는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살랑살랑 바람 따라 전해집니다. 흔하게 볼 수 없는 홍매화의 진홍빛 꽃망울도 활짝 피었습니다. 일반 수목원 길에 과실나무와 활엽수 숲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죽림원은 곧게 뻗은 대나무숲으로 맑은 공기와 삼림욕 하기 좋은 힐링코스입니다. 대나무 숲길 따라 걷을 때 귀를 기울여보세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소리가 경쾌합니다. 붓꽃과인 베르누스크로커스 리멤브런스는 이제 막 꽃피우려고 얼굴을 쏘옥 내밀고 있습니다. 이 꽃이 만개하면 보랏빛으로 물 들 것 같아요. 지금 한창 물오른 노란 수선화는 수목원 길목에서 봄나들이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수줍게 피어나는 수선화 색감이 완연한 봄을 말해주네요. 봄꽃의 주인공 개나리도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중순이 지나면 개나리 노란 물결을 이루겠네요. 3월 봄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하면서 겨울이었던 수목원 풍경도 점차 알록달록 꽃동산이 만들어집니다. 전주수목원에 4월 봄꽃은 튤립, 양귀비 등이 피고요. 5월이 되면 장미정원에 수십 종류의 장미꽃이 만개합니다. 수목원 중앙의 랜드마크 광장을 지나 수련이 떠 있는 연못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여름부터 우아한 수련의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포근한 날씨에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은 수목원입니다.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 쉼터에서 즐겨보세요. 넓은 잔디광장에 파릇파릇 잔디가 올라오면 완연한 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잔디광장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봄나들이 만끽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봄이 찾아온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맑은 공기와 향기로 맞아주는 봄꽃으로 힐링하세요. /글사진 = 이임순(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 기획
  • 기고
  • 2020.03.16 17:40

[뚜벅뚜벅 전북여행] 완주 화암사 '복수초, 얼레지 꽃길을 걷다'

시절이 하 수상(殊常)하고, 마음은 뒤숭숭하지만 봄은 거침없이 뚜벅뚜벅 다가옵니다. 찾아오는 봄에 저항하기 위하여 겨울은 눈까지 뿌리며 끝까지 안감 힘을 써보지만 이내 백기를 든 모양입니다. 봄은 승리를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 곳곳에 꽃소식을 전합니다.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화암사도 예외 없이 꽃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복수초, 얼레지 꽃향기를 찾아서 완주 화암사로 떠납니다. 전주에서 봉동읍을 거쳐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뻗어 있어 거침이 없습니다. 잠시 달렸는데 멀리 있던 산들이 성큼 가까이 왔습니다. 길 양편 평지마다 푸름이 진해졌습니다. 완주가 자랑하는 양파와 마늘밭입니다. 봄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어 싱그러움이 전해집니다. 화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노란 산수유꽃이 금방이라도 터트릴 기세를 하고 있습니다. 매화와 함께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이지요. 마을 중간중간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매화 역시 산수유꽃과 경쟁을 하듯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가지에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매화는 이미 봄꽃 축제가 멀지 않았음을 전해줍니다. 사하촌(寺下村) 싱그랭이마을(요동마을)은 숲 입구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숲 안쪽에 주차장이 있지만, 숲 입구부터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화암사 주변 구역은 전라북도가 14개 시군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완주군은 이곳에 야생화를 주제로 한 생태관광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년에 피었던 산수국꽃 무리도 보입니다. 색깔은 변했지만, 그 자태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직 숲길은 겨울 색깔을 벗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서 푸른빛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겨울 숲 사이로 꽃향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산에서 진한 꽃향기를 느꼈다면 십중팔구 길마가지나무꽃일 가능성이 큽니다.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서 사는 나무라서 등산을 하다가 자주 만나기도 한답니다. 숲길을 지나 주차장에 오르려는데 주차장 언덕 양지바른 곳에 앙증맞은 꽃이 눈에 띕니다. 봄까치꽃(큰 개불알꽃)입니다. 땅바닥에 핀 작은 꽃이라서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수고로움이 있을 때 봄까치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가는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 있습니다. 오른쪽 길은 넓어 여유롭게 걷는 길이고요. 왼쪽 길은 숲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좁은 산책로입니다. 두 길은 중간에 다시 만나 사이좋게 화암사로 이어집니다. 화암사 가는 길은 불명산 등산로이기도 합니다. 화암사에 오를 때는 주로 왼쪽 길을 이용합니다. 화암사까지 거리가 1km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해찰하면서 천천히 걷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수초꽃이 피는 시기에는 이 길을 따라 올라야 복수초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답니다. 해찰하다 보면 이런 풍경도 보입니다. 속이 텅 빈 감나무 고목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더는 나이를 셀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이테를 다 지워버리고 껍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통해서 본 숲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멀리 노란색 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복수초 꽃밭입니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꽃이지요. 실제 2월 마지막 눈이 내렸을 때 이곳에는 이미 복수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었는데요. 눈 속에 의연히 피어있던 복수초꽃을 보는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눈 속에서 복수초꽃이 피었을 때가 초기였다면 지금은 절정기입니다. 주변을 노랗게 물들인 풍경이 장관입니다. 특히 이곳은 가까이 다가가 꽃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꽃길이 있는데요. 화암사 주변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면서 야생화 자생지 보호 구역과 야생화 탐방로를 구분해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복수초 꽃밭을 살짝 비켜선 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수선화 잎이 한 뼘쯤 올라왔습니다. 복수초꽃 노란빛이 시들할 즈음에는 수선화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노랗게 밝혀주겠지요. 계곡 물가에서 빛을 받아 마치 꽃처럼 하늘거리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았습니다. 반짝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나뭇잎이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안 된 새잎은 마치 꽃 마냥 아름답습니다. 야생화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온 길과 만났습니다. 이곳부터는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가는 길입니다. 계곡에는 물이 많아 물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집니다. 계곡 웅덩이에는 개구리 알도 보입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는 일찍 봄맞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무 계단 옆 절벽은 지난번 눈이 왔을 때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던 곳입니다. 고드름을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겨울철 고드름이 그리웠을 것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 고드름이었습니다. 추억의 고드름이 있던 자리에 파랗게 물이 오른 이끼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끼가 이미 봄기운을 간파했는지 생기가 넘칩니다. 나무 계단을 지나 햇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얼레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듯한 인상입니다. 두 번째 올라온 잎은 꽃대를 품고 있습니다. 노란 복수초꽃이 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보랏빛 얼레지꽃이 화암사 계곡을 환하게 물들일 것입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아 현호색 한 그루 꽃을 피웠습니다. 봄이면 어느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계곡을 오르는 동안 처음 본 현오색 꽃입니다. 계곡 끝에는 폭포가 있습니다. 2단으로 이루어진 폭포에서는 힘차게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화암사는 폭포 위쪽에 있습니다. 철 계단을 따라 폭포를 거슬러 오르면 화암사가 보입니다. 철계단 옆 언덕에는 얼레지가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기세입니다. 아래쪽에서 보았던 얼레지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화암사 계곡에서 이곳이 가장 따스한 곳인가 봅니다. 철계단을 올라 살짝 돌아서면 돌계단 위에 놓인 화암사가 보입니다. 화암사라고 이름 붙인 것은 마치 큰 바위 위에 핀 꽃 한 송이 같은 절이라는 의미겠지요. 돌계단을 오르면서 이름과 잘 어울리는 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계단 끝에서 절로 들어가기 전에 등산로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서 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절입니다. 절 입구에 있는 누각인 우화루(雨花樓, 보물 제662호) 앞에 있는 매실나무도 열심히 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 어느 날인가 우화루에 매화 꽃잎 흩날려 꽃비가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절에 누각이 있는 경우 누하(樓下) 진입이 일반적이지만 화암사는 누각 아래가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대신 우화루 옆 돌계단을 따라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쪽 화단에 목단 한 무리 도도하게 서 있습니다. 목단꽃은 매화 꽃잎 다 흩어지고 나른해진 어느 봄날에 모두를 화들짝 놀래주며 화려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절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들이 오밀조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일한 하앙식 구조 한옥 건물인 극락전(국보 제316호)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뒤편에 있는 매실나무에 눈이 꽂혔습니다. 꽃을 보려면 아직 기다림이 필요하겠습니다. 매화 활짝 핀 나무 아래에 있는 작은 부도 하나, 꼭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주차장에서 화암사 절까지 부지런히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가는 길에 봄 구경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르는 길에 복수초꽃이 만발한 풍경도 보고 물가에서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는 길마가지나무꽃도 만났습니다. 아직은 귀한 현호색도 보았고요. 폭포 옆 계단 주변에는 얼레지도 곧 꽃을 피울 것 같아요. 활짝 핀 얼레지꽃이 그립습니다. 올해는 얼레지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얼레지꽃 보랏빛 향기가 화암사 계곡을 물 들 때에 다시 찾아가렵니다. 그때 화암사에 들려 매화 안부도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글사진영상=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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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6 17:16

백순기 신임 전주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시민 행복 위해 효율적 운영하겠다“

전주시설관리공단은 공공시설을 통합관리 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월드컵경기장과 화산체육관 같은 시설물을 관리하고 교통약자 이동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등 모두 30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백순기 신임 제5대 전주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39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행정 베테랑이다. 1979년 정읍군(현재 정읍시)에서 공직을 시작해 전주시 주택행정과장, 완산구청장, 복지환경국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명예퇴직 했다. 그는 오는 2023년 2월20일까지 3년 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시민의 행복과 복지 향상을 위해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그를 만나봤다. 다음은 백 이사장과 일문일답. -공직생활 끝에 시설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소감 한 말씀. 정년 2년4개월을 남기고 명예퇴직을 한 뒤 1년여 동안 건강도 챙기고 제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퇴직 후 전주시설공단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 했었는데 그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쁘지만 어깨도 무겁다.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시민 눈높이에 맞춰 시설을 운영관리하고, 조직원들과 대화, 협의, 소통하며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 -이사장 취임 전 시설공단과 인연을 맺은 계기나 사연이 있다면. 전주시설공단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술직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시설 관리나 운영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설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거 같은데 대책이나 각오가 있다면. 청정지역이었던 전북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현재 국가재난에 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상부 기관의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공단에서 운영관리하는 시설 대부분을 휴장하고 소독도 철저히 하고 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과 제한조치를 철저히 함으로써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조직을 이끄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일은. 조직원 상호 간에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와 토론, 협의를 통해 의견을 결집해 나가면서 업무를 추진하겠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지 않고 조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 내 생각만 고집하다가 큰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또 조직원의 적성과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치하겠다. -공무원 출신이다. 공기업을 운영하는데 부담은 없나. 공직 생활만 40여 년 간 했다. 전주시설공단은 전주시 산하 공기업으로 공직과 업무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경영과 성과, 조직관리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수행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자만하지 않고 더 세심하게 살펴보며 열심히 해볼 계획이다. -오래도록 공직생활을 했다. 보람찬 기억이 있다면. 공직 생활 중 많은 일을 해왔다. 가장 보람찬 일을 세 가지 정도로 꼽자면 첫 번째는 김제시 경제개발국장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300만㎡ 규모의 지평선산업단지 조성공사가 착공식을 한지 1년이 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었는데 온갖 오해와 억측을 무릅쓰고 뚝심 있고 현실감 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두 번째는 전주시 건설교통국장으로 부임한 직후 8개월 동안 이어진 전주 시내버스 파업문제를 해결한 일이다. 이로 인해 민선 6기 출범 후 시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2015년의 일이다. 민간임대주택 부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입주민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됐는데 그 누구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뛰는 게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에 중앙부처와 LH공사 등을 수십 번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였다. 간절함과 절실함이 통했는지 중앙부처와 LH공사도 규정을 만들고 지침을 고쳐가며 협조해줬다. 그 결과 어려움에 처해 있던 255세대의 서민들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게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된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인간관계였던 것 같다. 본인의 말이 모두 옳다며 무조건 따르라고 하고, 따르지 않으면 음해와 모략으로 해를 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나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일처리를 해 왔는데 특혜를 줬다느니, 묵계가 있다느니 등의 오해도 많이 받았다.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마타도어를 일삼는 이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하지만 꿋꿋하게 참고 견뎠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직에서 잔뼈가 굵었다. 공무원으로서 경륜이 공단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나. 공단은 전주시로부터 수탁한 시설을 운영관리하기 때문에 전주시와 의견을 공유하며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오랫동안 공직에 봉직했던 게 공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공단 식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직에서 일하면서 자부심과 희망,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과 같다고 생각한다. 시설의 운영관리는 우리 조직원이나 특정인을 위한 게 아니다. 전주시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우리 조직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수요자인 시민의 편에 서서 일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함께 노력해서 아름답고 희망찬 공단을 만들면 좋겠다. -끝으로 각오 한 말씀. 언제나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각하면서 재직하는 동안 시민과 조직원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시민의 행복과 복지를 우선해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 관계기관과 전주시민들의 협조와 응원을 부탁한다. ● 백순기 이사장은 백순기 이사장은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당시 정읍군에서 공직에 입문한 뒤 39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전주시 주택행정과장, 김제시 경제개발국장, 전주시 완산구청장 등을 역임했고 전주시 최초로 지방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해 복지환경국장을 지냈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전주시 건설교통국장으로 부임한 직후 8개월 간 이어진 시내버스 파업 사태 해결을 주도했다. 또 그해 10월 전주시 생태도시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항공대대 이전 문제도 해결해 10년 동안 답보상태였던 35사단 이전사업의 첫 삽을 뜨기도 했다. 공직 시절 온화한 성품과 솔선수범 자세로 동료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명예퇴직 한 그는 오는 2023년 2월20일까지 3년 동안 전주시설관리공단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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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5 15:25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74. 천리물길 금강, 뜬봉샘에서 째보선창까지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인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서두 한 구절이다. 금강의 맑은 물이 탁류로 변하는 과정을 빗대어 일제의 압박을 받았던 시대를 표현한 역작이다. 탁류로 표현된 군산 금강하구 째보선창에 합류된 그 물을 따라 천리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 맑은 샘이 있다. 바로 비단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다운 강이라 불리는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이다. 뜬봉샘은 전라북도 장수군 수분리의 산자락에서 금강의 첫물을 내는 작은 샘이다. 뜬봉샘이 있는 장수(長水)는 긴 물길이라는 지명으로 물과 깊은 연이 있다. 장수는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고장으로, 물과 얽힌 이름이 유독 많은 곳이다.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에 둘러싸인 장수에는 산이 많은데, 그중 팔공산의 산줄기에서 나와 신이 춤을 추었다 하여 이름이 지어진 신무산(神舞山)은 수분마을을 품은 산이다. 신무산에는 신당이 있던 곳으로 당재라고도 불리는 수분령이 있는데 수분(水分)은 물을 나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쪽의 물은 금강으로, 남쪽의 물은 섬진강으로 물을 나누어 보내는 기점을 뜻하는 말이다. 그 이름을 딴 수분마을은 오래전부터 물뿌리의 사투리인 물뿌랭이 마을로 불렸다 하니 물의 근원이라는 것을 예로부터 증명해온 셈이다. 수분리의 뜬봉샘은 이성계의 조선 개국 설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성계가 신무산 중턱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를 올리자, 백일 되는 날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타고 봉황새가 올라가고 하늘에서 새 나라를 열라는 천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성계는 산신의 계시를 들은 단 옆에 하늘의 소리를 귀로 들었다는 의미로 상이암(上耳庵)이란 작은 암자를 짓고 봉황이 뜬 곳의 샘물로 제수를 써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한다. 그 영험한 장소는 봉황이 떠오른 샘이라 하여 뜬봉샘이란 이름이 생겼지만, 상이암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지금은 전설로만 남았다. 뜬봉을 마을에서는 뜸봉이라고도 불렀는데 마을의 재앙을 막고 풍년과 무탈을 기원하며 신무산에 뜸을 뜨듯이 봉화를 올렸다란 것에서 유래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신무산에 장군대좌혈의 명당이 있어 역적이 날까 두려워 그 자리에 숯불을 놓아 그 기운을 다스려 뜸봉이 되었다고도 한다. 그 설에 이어 과한 땅의 기운을 물의 성질을 지닌 뜸봉샘이 자연스레 다독거리게 되니 땅의 합에 더없이 좋은 것이란 말도 전해진다. 그 뜬봉샘 인근에는 1866년 병인박해 이후 천주교 신자들이 은신했던 장소로, 피난을 와 평화와 쉼을 얻은 신자들에게 신앙의 중심지가 된 수분공소(水分公所)가 자리하여 수분마을은 천주교 마을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수분에서 시작된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낙동강과 한강에 이어 세 번째로 긴 강으로 여러 문헌과 고지도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 말기의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에는 금강의 근원이 장수산의 수분치에서 나와서 서쪽으로 흘러 용암에 이르러서 송탄이 되고 옥천에 이르러 강경을 거쳐 옥구를 지나 용당진이 된다고 기록이 되어있으며,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상류에서부터 적등강, 호강, 차탄강, 화인진강, 말흘탄강, 형각진강, 웅진강, 백마강, 고성진강으로 각 지역을 지나는 금강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여러 고지도와 일제강점기의 지도에서는 장수 일대의 산맥과 수계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 <동여도>에는 장수의 수분치 옆에 금강지원이 표기되어 있다. 일설에는 금강 발원지의 위치가 지금의 뜬봉샘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도 하나, 뜬봉샘은 금강의 첫물을 내어 흐르다 강태등을 지나며 금강의 첫 실개천인 강태등골을 이루고 수분천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어 진안의 용담으로 흘러가 무주를 지나 금산에 이르러 붉은 바위가 많이 있어 적벽강이라 불리며 강의 모습을 갖는다. 이어 영동, 옥천, 대청호로 흘러 대전과 공주에 이르러 금이 곰을 부르는 소리와 비슷하여 생겨난 웅진강으로 불리다 부여에서 백마강이 되어 논산과 익산 곰개나루를 지나 서천과 군산 사이로 흘러 째보선창에 이르러 천리 물길을 다하고 바다와 만난다. 금강하구는 『탁류』에서 초봉이의 아버지 정주사가 서천 땅을 처분하고 똑딱선을 타고 군산으로 건너와 미두장에서 돈을 탕진한 뒤 자살을 기도한 곳이기도 하다. 채만식은 소설의 구절을 빌어 돈을 잃은 미두장이가 강물에다가 눈물이나 몇 방울 떨어뜨리며 울기들은 잘한다 하며, 금강은 백제가 망하는 날부터 숙명적으로 눈물을 받아먹을 팔자라 했다. 하지만, 금강의 첫물을 낸 뜬봉샘은 이성계가 꿈을 이룬 곳이고, 금강하구는 최무선 장군이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을 이용한 진포대첩으로 대승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금강은 백제의 문화를 꽃피운 강임이 틀림없다. 작은 샘에서 솟아 강물로 흘러 바다로 나아가는 그 물길의 시작과 끝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금 생각한다. 세상의 어려움이 어떠하든 자연은 흔들리지 않고 뜬봉샘은 봄물을 한껏 쏟아내 겨우내 움츠렸던 땅을 적시고 봄을 맞이한 세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꽃을 피워내고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요즘 어수선한 날이 지나면 뜬봉샘과 금강하구의 째보선창을 찾아 다시 시작할 힘을 얻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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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2 16:36

[에디터가 만난 전북인물]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 "고객과 함께 하는 100년 기업 만들고 싶어"

일자리가 없어 청년층이 지역을 등지고, 인구 감소로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기업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다. 그러나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입지적으로 불리한 전북에 규모 있는 사업장을 차리겠다고 선뜻 나서는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상장사와 코스닥 등록업체를 통틀어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전북에 본사를 둔 번듯한 업체가 드문 실정에서 연간 600억원대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이라면 의당 주목을 받지 않겠는가. 그것도 청년 창업으로 일군 성과라면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주)육육걸즈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는 20대 여성이다. 전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고용인원이 100명이 넘는다. 대표는 지금까지 5억원에 가까운 기부천사이기도 하다. 일자리 때문에 고민할 나이에 되레 100명이 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청년 CEO 박예나 대표(28)를 만나 `성공신화`를 들어봤다. -회사 이름이 특이하다. 어떻게 명명됐나. 옷 사이즈(66)와 소녀들(Girls)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다. 중학교 3학년 때 개인 블로그로 `육육걸즈`(www.66girls.co.kr)를 개설했다. 보통의 여성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중학생 때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구상하고, 옷 사이즈로 특화한 것 모두 특별하게 보인다. 사춘기 여학생들은 누구나 꾸미는 걸 좋아한다. 중학교 시절 통통한 내 체형에 맞는 예쁜 옷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66사이즈 옷이 애매했다. 그 시절 미니 홈피를 만들어 이런 옷들로 홈피를 꾸미는 게 재미있었다. -취미가 사업으로 연결됐다는 말인데, 학생 신분으로 그게 쉬운 일인가. 어렸을 때 그림에 소질이 있어 서울에 있는 예술고 진학을 희망했다. 집안 형편이 안 돼 인문계 고교(전북여고)에 진학했으나 공부에 맘을 붙이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재능을 살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하셨다.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시작은 구제 옷을 싸게 사서 파는 일이었다. 수입과 상관없이 서울에 있는 재활용처리장에서 구제 옷을 구입하는 게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처럼 재미가 있었다. 하루 23시간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렇게 3년간 조금씩 기반을 넓혔으나 구제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져 보세 옷으로 눈을 돌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 남대문시장, 동대문 시장으로 발품을 팔았다. -온라인 쇼핑몰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개다. 치열한 경쟁 속에 단단한 쇼핑몰로 성장시킨 비결이라면. 시장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늘 트렌드를 살핀다. 새로운 상품을 보여주고, 빠른 배송 물류시스템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옷을 좋아하다보니까 한 스타일 치우치지 않았다. 호기심 많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어떤 옷이 잘 팔릴까 집요하게 고민한다. -일에 묻혀 산다고 들었다. 회사 규모가 커진 만큼 관리자로서 여유도 누릴 만한 데. 온라인 쇼핑몰은 1주일만 관리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금세 알아차린다. 대표라고 해서, 사업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저녁 12시 퇴근이다. 연휴나 명절도 없다. 매일 웹디자인이 잘 됐는지, 상품 업데이트가 제대로 됐는지 꼼꼼히 살핀다. -아무래도 지역에 본사를 두는 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서울로 본사를 옮길 것을 고민했다. 서울에 물류창고를 둘 경우 현재 물류비용으로 드는 연간 2억원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과 나를 있게 한 전주를 벗어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주에서 1등을 해보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서울에 있었다면 그저 한 온라인 쇼핑몰이었겠으나 지역에 있기 때문에 더 주목 받지 않는가. -사업 규모가 늘면서 매각에 대한 유혹은 없었나. 사업체 매입과 지분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전혀 고려치 않는다. 돈이 아니라 일이 좋아서 시작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전문 경영인 체제를 고려해야지 않을지. 규모가 커지면서 고민이 되는 대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의류 쇼핑몰이라는 게 배추나 토마토를 파는 게 아니다. 여성 의류사업은 굉장히 감성적인 분야다. 숫자와 데이터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영에서 중시하는 게 있다면. 회사는 고객과 같이 나이를 먹는다. 길게 가려면 고객만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본다. 현재 80만명 회원의 85%가 재구매 고객이다. 회사의 큰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은. 온라인 쇼핑몰은 경쟁의 연속이다. 소비자의 패턴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마케팅 방식도 달라진다. SNS도 빠르게 진화한다. 그런 변화와 유행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상품을 양산하는 게 관건이다. -대학시절 이미 스타 창업가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도 청년창업의 모델이 되고 있는데, 지역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팁은. 나는 무작정 시작했다. 처음부터 돈을 보고 한 일이 아니다. 가슴 뛰는 일이 있다면 소자본이라도 좋다. 무한정 고민할게 아니라 일단 도전하라. 성공이 아닌, 성장을 위해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100년 이어질 기업을 만들고 싶다. 수 안 쓰고, 꾀 안 부리고, 욕심 안 부리겠다. 서울과 수원에 이어 부산 3호점을 내고 싶고, 전국에서 입어보는 옷, 좋은 쇼핑몰 만들고 싶다. ● [육육걸즈는 어떤 회사] 4만원에서 600억원으로 성장 육육걸즈 본사는 전주국립박물관에서 정읍으로 가는 도로인 전주시 완산구 호동길에 자리하고 있다. 물류창고를 옆에 둔 본사 건물에 11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한 상품이 1만8000개다(옵션까지 포함). 그 중 85%가 자체 생산품이다. 박예나 대표는 기성 제품을 단순히 중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화장품을 제외하고 의류, 액세서리, 주얼리, 신발, 가방, 헤어밴드 등 패션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금세 유행이 바뀐다. 패션은 속도전이다. 고객 눈높이에 맞춰 신속히 제품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시장과 다른 제품, 회사의 모토인 66사이즈를 예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자체 제품 비중을 계속 높인 이유다. 1주일에 100가지를 만든단다. ODM 방식이지만, 이 과정에 대표가 적극 개입한다. 모든 의류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수정해서 생산토록 하고 있다. 현재 100여개 협력업체가 있다. 지난해 660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집에서 준 용돈 10만원으로 구제(舊製) 니트 1개와 신발 1켤레를 구매해 판매하는 것으로 출발, 새 옷처럼 보이게 깨끗이 수선하고 다림질 등을 해가며 아등바등 나름 열심히 사업(?)을 벌여 처음 한 달 내내 번 돈 4만원이었던 시절은 먼 이야기다. 중진공의 도움을 받아 일본과 중국, 대만, 미국으로 3억원어치 수출도 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넓혔다. 서울 상수점에 이어 최근 수원점을 오픈했다. 주변에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만류했으나, 직접 입어볼 때 좋은 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박 대표의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 누구였을까. 횟집을 하던 부모님을 보면서 고객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부모님은 횟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을 정말 고맙게 생각했다. 온라인 판매지만 처음 3년간 고객들에게 손 편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하루 200장의 손 편지를 쓴 적도 있다. 돈 버는 게 참 어렵다는 걸 알려주고, 고객의 고마움을 알게 한 부모님이 보이지 않은 가장 큰 멘토였던 셈이다. /김원용 사회교육문화체육 에디터

  • 기획
  • 김원용
  • 2020.03.10 19:03

[긴급대담]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코로나19, 3월 말 피크 찍고 4월에 떨어질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70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감염국이 100여개국에 달하면서 세계 대유행이 예고되는 등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은 차치하고, SNS상에서는 가짜뉴스를 비롯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 등이 넘쳐나고, 정치권에서는 정쟁의 수단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병원협회 신종코로나 비상대응실무단장을 맡고 있는 명지병원 이왕준(전주56) 이사장을 8일 만나 코로나19 사태의 정확한 상황과 추이, 대처 방안 등을 들어봤다. 그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는 협회 상황실장, 2015년 메르스 때는 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신종 바이러스 발생 때마다 대응방안을 마련해 왔다. 외과 전문의임에도 불구, 신종 바이러스 대응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전망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제대로 알면 무서운 상대가 아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속성도 점차 밝혀지면서 경과와 전망은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불안해 하는 것을 경계했다. -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향후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이달 20일에서 25일 사이에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3차 피크가 올 것이다. 대구 경북은 이미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단계다. 이 지역은 신천지 신도들도 가려냈고, 격리조치도 거의 다 마쳤다. 2월 하순부터 관리해온 만큼 다음 주 주말이면 확진자가 줄어들 것이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코로나가 확산될 것이다. 특히 이달 10일부터 수도권에서 새로운 피크가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확산속도는 늦을 것이다. 대구경북은 지형적으로 밀집된 구조지만 수도권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100명, 200명, 300명, 500명 이런 식으로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다. - 변곡점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3월 말까지 피크를 찍고, 4월에 들어서서 떨어질 것이다. 다만 4월 말까지 기본 추세로 간다. 그러다가 점점 잠잠해지면서 5월에 여진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속도가 (의료계에서 기대하는) 좋은 시나리오다. - 그렇게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중국을 참조하면 된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된 기간인 두 달 반을 우리한테도 적용해봐야 한다. 우리가 중국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지 말고, 빨리 끝날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나라는 다르다. 그렇다고 바이러스 종류가 다르진 않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말에 시작해서 2월 말에 수그러들었다. 우리나라는 1월 말에 시작했기 때문에 2월, 3월을 지나 4월 초에 이르러야 어느 정도 조용해질 것이다. - 중장기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인가. 일단 코로나 피크는 2~3개월 정도 간다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한다. 처음부터 (정부에) 아웃브레이크(outbreak질병의 발발)에 대비하라고 계속 조언했다. 아웃브레이크가 중국과 겹치니까 경증환자를 조치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환자상태에 대한 분류체계 만들라고 한 달 전부터 주장했지만 잘 반영되지 않았다 - 국내 상황도 그렇지만, 세계적 대유행도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판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신천지 때문에 확산속도가 빨라졌다. 그 다음에는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2주 정도 늦게 나오는 게 맞다. 미국이 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늦을 수도 있다. 사실 미국 피크는 한 달 정도 늦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금 시작단계에 들어섰는데, 1~2주 후에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달 20일 정도면 우리는 피크찍고 내려오는데, 미국은 그 때부터 급속히 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4월5월이 피크일 것이다. 여진까지 포함하면 6월~7월까지 갈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텐데. 그렇다. 세계 경제 셧다운(Shut down일시적인 업무정지상태)이 6~7월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자체가 판데믹이다. 우리의 피크상태와 다른 나라의 피크상태를 비교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는데 중국이 셧다운되면 중국과의 교역이 중지된다. 미국일본과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제는 바닥을 치고 증시는 폭락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진 않는다. -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은 아닌가. 감염병은 사람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바이러스 자체가 무서워서 겁내는 게 아니다. 감염병이 사회 심리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봉쇄되고, 전 세계가 봉쇄되고 시스템이 마비된다는 게 핵심이다. - 일반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에 불안해 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면, 지금 중국에서 50대 환자들 같은 경우 폐렴이 6000명이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의외로 코로나 자체가 중증도나 치사율이 높진 않다. 다만 감염률이 높다. 사람들도 이런 사실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2주 동안 감염되면 어떻게 하지, 내가 3주 동안 셧다운 되면 불편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불안한 것이다. - 불편함에 대한 불안이란 말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불편함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 그러나 현실은 치료제가 없다.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백신이 만들어지면 (바이러스) 감염력이 점점 다운된다. 그런데 인간은 한 번 (병을) 앓고 나면 몸 안에 항체가 생긴다. 면역이 생긴다. 좀 더 설명하자면 결핵을 앓아도 면역이 생기고, 결핵주사를 맞아도 면역이 생긴다. 홍역도 마찬가지다. 통상 전염병이라는 것은 겪고 나면 항체가 생긴다. 그런데 코로나19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바이러스라 두려움이 있다. - 감염자와 접촉하면 무조건 걸리나. 감염력이 강하지만 무조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감염이 되는 건 아니다.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코로나가 호흡기 점막 상피세포에 침투해야 코로나에 걸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바이러스가 잘 침투하지만, 잘 침투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감염자와 같은 장소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걸리고 어떤 사람은 안 걸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가. - 걸리더라도 증상이 다르다. 그렇다. 10세 이하 1%, 20세 이하 1%로 10세~20세 이하가 2%밖에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의 감염률이 낮은 이유가 뭐냐. 메카니즘을 알아내진 못했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가설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 아이들에겐 모든 균이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이다. 부모한테 항체를 받는다고 해도. 그래서 아이들한테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이다. 항원에 미리 노출시키고 자가면역력이 생기게 하는 절차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린이들에겐 신종코로나나 일반 인플루엔자는 똑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의외로 이런 부분에 대한 방어력은 크다고 생각된다. 근데 나이를 먹을수록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대응하기 어렵다. 순발력이 떨어지고 몸도 낡았기 때문이다. - 기저 질환이 없고,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감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주지하다시피 대부분의 환자는 경증으로 지나간다. 감기 몸살을 앓는 정도다. 실제로 걸리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데, 걸리면 주변 사람한테 감염을 시킬 수 있다는 데에 따른 우려다. - 운영하고 있는 명지병원에서 계속 환자가 순환되는 거 같던데. 최근 7명이 퇴원하고, 9명이 다시 입원했다. 계속 환자들을 보고 퇴원시키고 한다. 우리가 (경기도에서 환자를) 제일 많이 본다. - (명지병원은) 메르스 때도 그렇고,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초반부터 환자들을 받고 있다. 병원은 사회적 책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가 비즈니스 성격을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회적 책무성이다. - 환자치료는 어떻게 했나. 특히 경증환자는. 특별히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감염되지 않게 격리시킨다. 특별하게 어떤 약물 투여나 의학적 처치는 없다. 식사를 제공하고 계속 관찰한다. - 자신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켜본다는 것인가. 그렇다. 주로 관찰한다. 감기치료나 똑같다 - 중증환자 치료는 다른가. 폐렴이 심각해지면 숨을 못 쉬게 되고, 다발성 장기 부전이 오는 환자들은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된다. 그 땐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 보통 폐렴이 심각해질 때, 그리고 나이가 많거나 기저 질환이 있을 때 사용한다. -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는데,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사람들의 활동량이 줄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와 무증상자가 가려지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이라는 것인가. 지역감염으로 가면 무조건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안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불안할 경우 격리시설에 가는 것도 추천 드린다. 집안 환경이 코로나19에 취약할 경우 생활보호시설로 와서 2주 동안 관리 받으면 된다. - 결국은 국민 개개인이 방역주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 앞으로 감염자가 더 많아지면 자발적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자가격리를 미룰 수가 없다. 자가격리는 감염을 막자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당신이 감염원이 돼서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수 있으니까 자가격리를 권장하는 것이다. 조금 의심되면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이고. - 마스크는 어떠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마스크는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바이러스를 내가 방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입에서 내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밀접 접촉을 할 때는 쓰면 훨씬 낫다. 점막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접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것보다 외출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 감염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면 비말(침방울)이 묻을 일이 없다. 같은 공간에서 전파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말이) 묻은 부분을 만져서 감염된다. 이런 원리에서 봤을 때, 마스크는 침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만 가진다. 그런 의도만 있을 때는, 마스크가 모자랄 때는 의료진만 쓰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인들은 위험한 사람을 방어하고,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을 막는 정도이기 때문에 아무나 쓸 이유는 없다.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하는 얘기가 그 얘기다. - 퇴원자들은 마스크가 없어도 되는가. 마스크가 없어도 된다. 다만 불안해서 1주 정도 더 있는 사람도 있다. 진단 키트가 100%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단키트가 바이러스 자체를 보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의 특별한 유전자 파트를 관찰한다. 바이러스는 대략 3만개의 아미노에시드로 이뤄졌는데, 키트는 바로 이들 조각을 관찰한다. 그러나 100% 정확치 않다. 통상 90~95%가량 정확하다고 하는데, 잘못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는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친 기구가 아니다. 진단 키트는 쟁점이 될 수 있다. - 확진 판명이 나면 확진자가 방문했던 장소가 폐쇄되는데,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살아있을 수 있는가. 60%이상의 알코올로 닦으면 다 죽는다. 밖으로 나오면 5분 안에 죽는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는 사람 몸에 산다. 그 곳이 숙주다. 그 몸을 떠나면 5분도 안돼서 죽는다. 건조한 곳은 문제가 없다. 물기가 있거나 침에 묻어서 마르지 않는 곳이 문제지, 건조한 곳은 가만히 있어도 3~4시간 존재하기 힘들다. 충분히 환기시키고 6시간 정도 지나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넌센스가 있는데 환자가 죽으면 시체에서 바이러스가 튀어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자가 죽고 피가 돌지 않으면 바이러스도 같이 죽는다. - 코로나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은. 현재 선진국은 코로나를 감별할 수 있다. 반면 후진국이나 아프리카는 코로나 진단 키트가 없기 때문에 한 마을이 전부 감염될 수 있다. 균이 만연해 있다가 그걸 다른 나라에 옮기면 다시 시작된다. 메르스를 예로 들어보자. 여전히 메르스는 중동이나 어디에선가 토착병이나 풍토병으로 남아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지역 풍토병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그 장소에서 접촉하면 매년 퍼진다. 그래서 앞으로는 폐렴이 생기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메르스인지, 인플루엔자인지 계속 검사를 해야 한다. 그게 루틴이 될 것이다. - 코로나 바이러스 정복은 힘든가. 미국이 나름대로 대책을 갖고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면 이 정도 치료제가 나오려면 몇 조 단위를 투자해야 한다. 최소 글로벌 시장에 이 정도 신약을 내보일려면 3~4조원 투입해야 한다. 기간을 앞당기려면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신약개발에 우리가 그렇게 하긴 어렵다. - 정부의 대응에 점수를 준다면. 초기 대응은 잘 했는데, 그 이후는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정치인들이나 비전문가들이 지휘봉을 잡은 뒤 사태가 더 악화됐다. 세파와 정쟁에 시달리면서 최근 2~3주간 극심해지고 있다. - 전문가들이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전문가들이 리더십을 행사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질서정연하게 통제해야 한다. 근데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거를 앞두고 득을 보기 위한 행동이다. 여당의 코로나 대책에 허점을 찾는 야당과 영웅적으로 표를 얻으려는 여당, 이런 부분들이 착종이 되면서 문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도민들에게 코로나에 대한 대응방안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 대중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감을 갖는다.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돼가고, 바이러스에 대한 속성도 점차 밝혀지고 있다. 경과와 전망은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그 동안의 경험과 데이터에 근거해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어떤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문제를 풀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민들도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 방역당국뿐만 아니라 사회정치권이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를 각 집단이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을 재단하고 대응을 하면 혼란이 심해질 것이다. 우리가 감염병 대응에서 져본 적은 없다. 인류는 항상 이겨왔다. 다만 시간의 문제다. 다행히 이번 경우는 중증과 치사율이 높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공포감을 갖기 보단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된다. 대신 고령인구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조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본인들이 감염 소스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말씀은 코로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 의료인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인을 보호해서 기본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면 일반 중증환자를 치료하기가 힘들어진다. 응급실에 고열환자를 두고 시간을 지체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대담=김준호 선임기자, 정리=김세희 기자 ●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1964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의사 집안(전주 이학연 내과) 출신으로, 전라고-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운동권 핵심세력으로 활동하면서 수배투옥 등으로 인해 9년만에 의대를 졸업했다. 외과 전문의이지만, 부도난 병원들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경영능력으로 인해 의료 경영인이란 이미지가 더 크다. 현재 명지의료재단 및 인천사랑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1992년 창간했던 의료 신문 청년의사 발행인이기도 하다. 졸업 후 예정됐던 병원 취업이 IMF 외환위기로 무산돼 백수생활을 하던 1998년, 폐업 위기의 병원을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인 게 경영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부모 도움 없이 부채를 떠안고 병원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문을 연 인천사랑병원을 1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1년간 월급 80만원을 받으며, 수개월 동안 응급실에서 날밤을 새운 노력의 결과였다. 이어 2009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산 명지병원을 인수했고, 이 또한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당시 명지병원은 530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회생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명지병원 인수 직후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일반 병원들이 진료를 꺼렸던 것과는 달리 그는 전국 첫번째로 신종플루 대응진료센터를 구축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잇따라 환자 치료에 성공하면서 명지병원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메르스에 이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 명지병원은 31728번 환자를 퇴원시킨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7명을 퇴원시키고, 추가로 9명을 치료하고 있다. 명지병원은 병원들이 주저하는 국가지정격리음압병상, 권역응급센터외상센터재난거점병원을 맡고 있으며, 이달 2일에는 권역응급센터 건물 1개동 전체를 코로나19 대응 건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올 1월 경기북부 전북도민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은 그는 고향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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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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